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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 10년의 비약 극장 수입은 10억 위안에서 296억 위안으로 30배 성장, 제작 편수는 100편에서 618편으로 6배 성장했다. 2002년과 2014년 사이에 중국 영화에서 일어난 변화다. 2012년에는 745편을 만들어 할리우드와 어깨를 겨뤘다.

2015년의 중국 영화 산업은 자본과 관객이 넘쳐 난다. 그야말로 눈부시다. <일출>, 아서 가필드 도브, 1924


인텔리겐치아 2670호, 2015년 7월 7일 발행

박정수가 쓴 ≪중국 영화 산업≫

2015년은 중국 영화가 처음 제작된 때로부터 딱 110년이 되는 해다. 본의 아니게 이 책이 110년 중국 영화 산업의 역사를 기념하는 셈 이 되었다. 만약 이 책이 10년 전에 출간되어 중국 영화 산업 100년의 역사만을 다뤘다면 아마 큰 의미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 ‘머리말’, ≪중국 영화 산업≫, v쪽.


이유가 뭔가? 당시 영화 산업 전망이 밝지 못했다. 10년 전의 중국 영화 산업은 어땠나? 막막하고 불안했다. 제작은 늘어나는데 자 본이 부족했다. 영화관 수는 많아졌지만 관 객 수는 정체되었다. 2015년의 중국 영화 산업은? 전혀 달라졌다. 영화 산업에 들어오려는 자 본은 줄을 서 대기하고 있고, 영화관엔 관객 들로 넘쳐 난다. 그야말로 눈부시다. 데이터는? 2002년 극장 수입은 10억 위안에 불과했다.


2014년에는 296억 위안을 기록했다. 12년 만 에 30배 성장했다. 제작 편수는? 2002년 100편에서 2014년 618편으로 급증했 다. 2012년에는 745편을 제작했다. 할리우 드와 어깨를 겨룬다. 반전의 모멘텀은? 두 가지다. 안으로는 체제 전환, 밖으로는 시장 개방이다. 체제 전환이란? 1978년 12월, 중국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체제를 전환한다.


정부와 기업은 분리되고 시장이 자원의 분 배와 가격, 생산 조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시장 개방이란? 2001년 11월 중국은 WTO에 정식으로 가입 한다. 체제 전환 이후 자본과 기술, 수출 증 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화 시장의 문이 열리면서 중국은 대대적인 산업 개혁을 단 행한다. 이 책, ≪중국 영화 산업≫은 무엇을 다루는가? 체제 전환과 시장 개방을 축으로 중국 영화 산업을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정치경제적 관점이 필요한 까닭은? 국가와 시장의 권력관계가 영화 산업의 특 성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국가와 시장과 영화는 어떤 관계인 가? 영화를 이용해 중국 정부는 대중문화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해 국가의 통합과 단 결을 추구한다. 시장은 영화로 높은 이윤을 실현한다. 국가와 시장은 영화 산업을 둘러 싸고 때론 경쟁하고 때론 공조한다. 그러다 보면 영화 산업은 국가의 중요한 프로젝트 가 된다.


왜 이 책을 썼나? 중국 영화 산업을 특수성의 관점에서 연구 하고 분석한 자료는 많지 않다. 현장 실무자에게도 도움이 되나? 중국 영화 시장은 포화 상태인 한국 영화 산 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정수다.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 연구교 수다.


중국 영화, 10년의 비약 극장 수입은 10억 위안에서 296억 위안으로 30배 성장, 제작 편수는 100편에서 618편으로 6배 성장했다. 2002년과 2014년 사이에 중국 영화에서 일어난 변화다. 2012년에는 745편을 만들어 할리우드와 어깨를 겨뤘다.

2015년의 중국 영화 산업은 자본과 관객이 넘쳐 난다. 그야말로 눈부시다. <일출>, 아서 가필드 도브, 1924


중국 영화 산업 박정수 지음 영화 산업 / 역사 2015년 6월 30일 신국판(153*224) 무선 제본, 266쪽 23,000원


작품 속으로

중국 영화 산업


아마도 중국 영화 산업이 그 어느 국가에서보다 중국의 정치경제적 역 사와 환경 속에 깊숙이 내재되어 성장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영화와 영화 산업은 민족국가의 정치경제적 프로젝트였다. 국가는 영화에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정체성을 비춤으로써 민족국가의 통합과 단결을 추구한다. 반면 시장은 자국 영화와 자국 영화 시장의 결집을 통해서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시장은 영화 산업을 둘러싸고 때론 경쟁하기도 하고, 때론 협력하기도 하면서 영화 산업을 민족국가의 중요한 프로젝트로 만들어 내는 것이 다. 따라서 그만큼 영화 산업은 국가와 시장의 정치경제적 환경에 깊숙 이 내재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는 이러한 성격이 보다 극명하게 나타난다. 중국 영화 산업의 주요 특성을 규정하는 데 중국의 정치경제적 역사와 환경이 가 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다. 중일전쟁과 국공내전, 사회 주의 중국, 개혁개방, 체제 전환, WTO 가입 등 격동의 중국 현대사 속 에서 중국 영화 산업 역시 굴곡진 역사를 만들어 왔다. 역사가 흔들릴 때마다 영화와 영화 산업 역시 흔들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중국 영화 산업은 자신만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어 왔다. 따라서 중국의 현대사,

특히 정치경제사에 대한 배경이 없으면 중국 영화 산업의 희로애락(喜 怒哀樂)을 결코 느낄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의 영화 산업을 제대

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중국의 정치경제적 환경 속에서 중국 영화 산업을 읽어 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 영화 산업을 어떠한 정치경제적 분석 틀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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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산업과 정치경제 영화 산업을 국가와 시장의 틀 속에서 살펴보려는 이유는 영화와 영화 산업이 본래 가지고 있는 정치경제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특성 은 영화 산업이 외부의 정치경제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동한다.

영화 산업의 정치경제적 특성

영화는 문화이자 상품이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이런 이중적 특성은 영 화 또는 영화 산업에 대한 국가와 시장 양자의 역할과 개입을 정당화한 다. 그리고 이들 상호 간에 모종의 권력관계-그것이 갈등이든 협력이 든-를 형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영화 산업은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든 독특한 성격의 산업이다. 영화 산 업의 상품(products)은 문화적이며 사유재(private goods)이면서 공 공재(public goods)이고 또 그러면서도 역사적, 민족적, 언어적, 사회 적 의의를 갖는 상징성(symbolic significance)으로 인해 단순한 제품 (commodity)으로 의미가 축소될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의 상품이다 (Jäkel, 2006, 1).

영화가 역사적, 민족적, 사회적 상징성을 담고 있는 문화로 인식된 다는 점에서 영화 산업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정당성을 갖는다. 19세기 말 탄생한 영화는 초기 사적 영역에서 단순한 오락거리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발전하여 예술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 라 미디어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최봉현 외, 2005, 25). 영


화가 미디어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남으로써 영화의 문화적 측면 특히, 문화 전파의 영향력에 점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즉, 영화가 사 상·이념의 생산과 확산에 강력한 수단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다. 여기서 영화는 국가의 이데올로기와 문화정체성의 문제에 직면 하게 되고, 국가문화 또는 민족문화의 개념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Moran, 1996, 4∼11). 바로 이러한 영화의 문화적 특성 때문에 영화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영화가 상품이라는 점에서 영화 산업에 대한 시장 즉, 자 본의 개입 역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타났다. 영화의 제작, 배급 그리고 상영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 에 더해서 영화는 비록 제작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제작 이후에 는 거의 재생산비가 들어가지 않는 ‘규모의 경제’가 성립한다. 규모의 경제가 성립할 경우 초기 비용에 비해 한계생산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영 화 산업은 몇몇 거대 기업 즉, 거대 자본에 의한 시장 지배 가능성이 대 단히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박영은 외, 2007, 47∼48). 영화 산업은 거 대 자본의 개입이 무엇보다 용이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이중성으로 말미암아 국 가 개입과 시장 개입이 모두 발생하게 되고, 이들 간의 보이지 않는 경 쟁은 자연스럽게 영화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형성한다. 영화에 대한 이 러한 권력관계는 영화 산업의 구조적 특수성 속에서 구체화된다. 영화 산업은 크게 제작, 배급, 상영의 세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산업 의 이 세 부문은 영화적 특성 때문에 다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두 개 의 구조로 나뉜다. 하나는 배급과 상영 부문으로, 일차적으로 시장과 자본으로 통제되는 다분히 상업적 성격이 강한 곳이다. 이곳에서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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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자신의 이윤을 위해서 영화를 배급하고 상영한다. 둘째 구조는 제작 부문으로 공공적 성격이 비교적 강한 부문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제작 이 바로 영화의 문화적 혹은 예술적 성격이 나타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영화를 만드느냐가 영화의 문화적 성격을 결정지을 뿐만 아 니라 영화의 문화적 다양성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화 산업의 이중적 구조 때문에 배급·상영 부문에서는 주로 시장의 영향력이 강 하게 나타나고, 제작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정부의 지원 또는 통제가 가능하게 된다(Moran, 1996, 1∼8). 그러나 영화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책임지는 이 제작 부문도 자본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왜냐하면 배급·상영의 상업적 부문이 자신들의 이윤 추구를 위해, 상업적 이윤에 충실한 상업 영화의 활성 화를 강제하기 때문이다. 저명한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토머스 구백 (Thomas Guback)은 “영화 비즈니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이윤이 며 영화는 이러한 결과를 위한 단순한 수단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Wasco, 2007, 5에서 재인용). 따라서 제작 부문은 배급권과 상영권을 가진 이 부문의 통제를 거스를 수 없다. 반면에 국가는 제작 부문에 자 국 영화의 다양성 또는 민족영화의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식의 지원 정 책을 편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는 검열 등과 같은 방식을 통해서 제작 부문을 통제하기도 한다. 국가 역시 제작 부문에만 국한되어 그 영향력 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다양한 규제를 통해서 지극히 상업적 영역인 배급과 상영 부문 또한 통제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우회적으로 제작 부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지원이냐 또는 통제냐의 국가 개입 의 방식과 내용을 결정하는 데에는 국가, 더 구체적으로는 지배 권력의 영화에 대한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국가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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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인식하는 방식으로는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가 제시된다. 첫째, 영화를 일반 대중의 가치관과 태도에 미치는 효과, 즉 매스미디어적 기 능을 중시하는 경우, 둘째, 영화의 예술적 기능을 강조하는 경우, 그리 고 셋째는 영화를 하나의 상품으로서 산업적 성격을 중시하는 경우가 그것이다(김동호 외, 2005, 23∼24). 영화의 매스미디어적 기능을 강조하는 경우에는 국가가 무엇보다 영화가 갖는 정치성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에 서 예술적 기능을 강조하는 경우에는 영화의 예술성에, 그리고 산업적 성격을 중시하는 경우에는 영화의 상업성에 좀 더 중요성을 두고 있다 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영화의 정치성에 의미를 두는 경우 영화 산업에 대한 국가 개입의 방식이나 내용은 통제에 가까울 수 있다. 반면 예술 성을 강조하는 경우는 통제보다는 지원에 가까울 수 있다. 그리고 상업 성이 강조되는 경우에는 지원의 방식이거나 또는 국가 개입을 자제하 고 시장 원리에 최대한 위임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성과 상업성에서 나타나는 국가 지원의 방식은 그 내 용에서는 현저히 다를 수 있다. 전자를 강조하는 경우 국가의 지원은 영화의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는 데에 중점을 둘 것이고, 후자의 경우 산 업화 정책과 같이 문화 산업의 경제적 측면에 좀 더 높은 비중을 둘 것 이다. 결국 영화 산업의 개입에서 시장은 이윤이라는 비교적 단일 목적 을 추구하는 반면에 국가의 경우는 국가가 갖는 영화의 인식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영화 산업을 둘러싼 국가와 시장 관계 의 특성을 형성하는 데에는 국가의 영화에 대한 인식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 산업은 영화제작에서 두 가지 커다란 위험(risk) 에 직면한다. 하나는 정부에 의한 정책위험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에 의


한 시장위험이다. 정책위험은 정부에 의한 위험을 말하며, 시장위험은 시장에서의 흥행위험을 말한다. 정부는 다양한 지원 또는 규제 정책을 통해 영화 산업에 개입하려 하고, 영화 산업은 이러한 다양한 정부 정책 에 부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검열 규정이 있는 국가에서 막대한 자본 이 투자된 영화가 검열에 통과되지 못한다면 상영 한 번 못해 보고 투자 비 전액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산업은 자신에 투자된 자본의 흥행 논리에 부합해야 한다. 제작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투 자자들에게 손실을 가져다줌으로써 이후 새로운 영화제작에서 투자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 산업은 자본이 요구하는 시장위 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영화와 영화 산업은 정책 위험과 시장위험, 즉 국가와 시장의 영향력에 쉽게 노출된다.

영화 산업의 정치경제적 결정 요인

영화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경제적 외부 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 가 있다. 국가 수준에서는 정치경제체제, 그리고 국제 수준에서는 세계 화다. 정치경제체제, 즉 국가 체제는 기본적인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설정한다. 여기에 더해 세계화는 하나의 외부적 충격으로서 문화 시장 개방과 단일 문화 시장의 형성을 촉진하면서 시장의 권력과 기능을 강 화한다.

국가 체제와 영화 산업

국가와 시장이 영화와 영화 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 국가와 시 장의 기본적 관계를 설정하는 국가 체제, 즉 국가의 정치경제체제가 영 화 산업의 특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앞 서 언급했듯이 영화는 그것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기본적으로 다


음 세 가지 특성을 갖는다. 대중문화예술로서 영화는 예술성을 갖는다. 영화를 민족적·사회적 상징성을 내재하고 전파하는 미디어로 본다면 그것은 정치성을 갖는다. 그리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하나의 상품으로 본다면 그것은 상품성을 갖는다(Throsby, 2001; Storey, 2002; 원용진, 2010). 이 중에서 정치경제체제와 깊은 관련을 갖는 것은 정치성과 상 업성이 될 것이다. 영화 산업을 분석하기 위한 국가 체제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국가와 시장의 상호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같이 포함한 정치경제체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여기서는 제임스 커런 (James Curran)과 박명진의 분류 방식을 기반으로 국가의 정치경제체 제를 분류해 보고자 한다. 우선 정치체제는 민주주의체제와 권위주의 체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제체제는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강조하는 자유경제체제와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을 인정하는 규제경제체제로 구 분할 수 있다. 이것을 정리해서 그려 본 것이 그림 1.1이다. 그림에서 정치체제를 세로축으로 경제체제를 가로축으로 놓고 보면 그 사분면에 따라 네 가 지 정치경제체제가 나타난다. 1사분면에서부터 순서대로 민주주의 규 제경제체제, 민주주의 자유경제체제, 권위주의 자유경제체제, 권위주 의 규제경제체제가 그것이다. 커런과 박명진은 민주주의 자유경제체 제에 속하는 국가들로 미국·일본·영국 등을, 민주주의 규제경제체제 에는 프랑스·스웨덴·이탈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이스라 엘 등을, 권위주의 자유경제체제에 멕시코·한국·대만·말레이시아 등을, 권위주의 규제경제체제에 짐바브웨·이집트 등을 포함시키고 있 다(Curran & Park, 2002). 그림 1.1은 정치체제를 세로축에 그리고 경제체제를 가로축에 놓


그림 1.1 국가체제와 영화 · 영화 산업 민주주의체제

영화의 정치성

규제경제체제

자유경제체제

영화의 상업성

권위주의체제 출처: Curran & Park, 2002, 41, 재구성.

고 국가의 정치경제체제를 그려 본 것이다. 이 그림을 놓고 보면 영화 를 둘러싼 국가와 시장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국가가 영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는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영화의 특성을 국가와 시장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자면 기본적 으로 국가는 영화의 정치성과 밀접히 관련되고, 시장은 영화의 상업성 과 근본적 관련을 갖는다. 국가 체제에서 기본적으로 정치체제는 영화의 이데올로기적 기능 즉, 정치성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경험적으로 많은 권위주의 국가에 서 영화는 국가의 지배 권력을 정당화하고 선전하는 프로파간다의 수 단으로 많이 활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들이나 파시 스트 국가들에서 특히 잘 나타났다. 즉, 권위주의 국가일수록 영화의


정치성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토대해 보면 정치체 제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갈수록, 즉 그림 1.1의 세로축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영화의 정치성이 약화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권 위주의 국가로 갈수록 영화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더 심할 수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2) 반면에 경제체제는 영화의 상업성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경제 체제에서는 규제경제체제에서 자유경제체제로 갈수록, 그림 1.1의 가 로축에서 좌측으로 갈수록 대중문화의 상업성이 강화된다. 이는 자유 경제체제가 자유로운 시장의 효용성을 강조하면서 영화라는 문화상품 에서도 시장의 상업적 이윤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영화 산업에 대한 시장, 즉 자본의 개입이 강화된다고 할 수 있 다. 이러한 구조적 성격은 영화를 생산하는 영화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 되어 나타난다. 정치체제로 보든 경제체제로 보든 영화나 영화 산업에 대한 국가 의 개입은 나타난다. 민주주의체제로 갈수록 그리고 자유경제체제로 갈수록 국가의 개입이 완화된다는 것일 뿐이다. 다만 무엇을 위해 국가 가 영화 산업에 개입하느냐는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가 영화를 보는 인 식에 따라 달라진다. 상업성을 강조한다면 산업 정책과 보호 정책이, 예술성이 강조된다면 지원 정책과 보호 정책이, 그리고 정치성이 강조 된다면 검열과 같은 통제 정책이 정부 개입의 주된 특성으로 나타날 것 이다.

2) 대중문화의 정치성은 국가나 지배 권력에 대한 문화적 저항도 포함한다. 즉,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가 말하듯이 대중문화는 문화적 지배와 문화적 저항이 투쟁하 고 경합하는 공간인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대중문화와 국가의 관계에 집중한다는 의미 에서 저항적 정치성은 논외로 하고자 한다(Storey, 2003, 89).


그림 1.2 체제 전환 국가 민주주의체제

동유럽

시장경제체제

계획경제체제

중국

사회주의체제

그렇다면 체제 전환 국가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체제 전환 국가들을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앞서의 그림에서 용어를 좀 바꿔 볼 필 요가 있다. 그림 1.2는 정치체제에서 권위주의체제를 사회주의체제로 대체하고, 경제체제를 시장경제체제와 계획경제체제로 바꾸어 본 것이 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체제와 계획경제체제는 각각 권위주의체제와 규제경제체제의 극한의 형태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전체적인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체제 전환 국가들의 국가 체제 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체제 전환 국가는 대표적으로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된 동 유럽 국가들과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된 중국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모두 전환했 다. 그림 1.2에서 보면 제4사분면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민주주의


시장경제로 좌상향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중국은 사회주의라는 정 치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제체제만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 환했다. 따라서 제4사분면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제3사분면의 사 회주의 시장경제로 수평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영화 산업에 적용해 보면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는 권위주 의 규제경제의 극한 형태로서 영화의 정치성이 극도로 강조된다. 하나 의 이데올로기가 극도로 강조된 국가라는 점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권위주의 규제경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정치성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영화 산업은 철저히 국가에 종속되어 제작에서 부터 상영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계획과 통제 아래 운영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체제의 변화는 영화 산업에도 변화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체제 전환 과정에서 동유럽 국가들은 민주주의 자유시장 체 제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정치성은 약화되고 상대적으로 상업성이 강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중국은 권위주의 자유경제체제와 같이 영 화의 정치성은 그대로 유지된 채 상업성이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사회주의체제가 권위주의체제의 극한의 형태라고 보았을 때 중국 은 영화 산업에 대한 국가와 시장의 개입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시장의 활성화에 따라 자본의 힘이 커질수 록 영화 산업을 둘러싼 국가와 시장의 경쟁과 갈등이 좀 더 첨예하게 나 타날 수 있다.

세계화와 영화 산업

영화 산업은 국가의 정치경제적 체제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상관없이 최근 공통적으로 두드러지는, 즉 수 렴되고 있는 특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영화 산업의 상업성이 심화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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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 로 보인다. 세계화 과정에서 탈규제화가 강화되면서 영화의 예술성이 나 정치성을 강조하던 국가에서도 점차 상업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는 영화와 영화 산업을 둘러싼 국가와 시장의 권력 변동 또는 관계의 새 로운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와 기술 발전을 그 근본적 동인으로 하여 글 로벌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통합이 가져오 는 가장 중요한 세계화의 특성은 바로 ‘경쟁성’의 심화에 있다. 그리고 경쟁성의 심화는 국가 간 또는 사회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단일의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쪽은 자본과 기술에서 우위를 보이는 국가들 이며, 경쟁력이 취약한 국가들은 국제 경쟁에서 열악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문화 산업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문화 산업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세계화는 글로벌 차원의 문화 교류와 접변을 심화시킨 다. 특히 세계화는 문화의 상품화를 촉진함으로써 문화 소비의 급속한 성장을 가져온다. 현대의 문화적 향유가 주로 시장을 기반으로 문화상 품의 소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화는 시장과 문화상품 을 통한 문화 교류와 접변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 장에서 문화상품은 그 침투 속도나 파급효과에서 일반 상품보다 훨씬 빠르고 크다. 문화적 가치를 형성하는 이들 문화상품의 침투는 국가들 로 하여금 경제주권을 넘어서 문화정체성 또는 국가정체성의 위기에 직 면하게 만들고 있다(Cable, 1995, 33∼34). 따라서 세계화는 문화 산업 에서도 국가 간 경쟁을 심화시키면서 문화 산업의 경쟁성을 강조한다. 문화 산업 중에서도 영화 산업은 가장 먼저 세계화되었으며, 독과 점화된 산업 중 하나다. 미국 할리우드는 초기부터 전 세계 시장을 상


대로 영화를 판매했으며,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이미 유럽 시장을 장악했다. 영화가 만들어진 1894년부터 1907년까지 영화는 소규모 상 업자본에 의해 만들어지다가 1907년부터 산업화 단계로 들어섰다. 이 시기 영화 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기 시작 했으며, 미국 영화는 자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위해 제작되 었다. 또한 영화제작에서도 규모화, 조직화, 전문화가 강조되면서 ‘할 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Hollywood Studio System)’이라는 생산방식 이 정착되었다. 이와 함께 1910∼1920년대에 형성된 거대 할리우드 영화사는 제 작, 배급, 상영의 수직화를 통해 독과점적 시장을 형성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미국 영화는 1, 2차 세 계대전을 거치며 영화 산업이 붕괴된 유럽 영화 시장에 대한 시장 지배 를 강화했다. 특히 1948년 ‘반독점 소송 판결(antitrust suit decision)’3) 로 수직적 통합이 붕괴되고 텔레비전이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내 영화 산업이 위축되자 더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Moran, 1996; Sobchack, 1998). 반독점 소송 판결에 의해 1970년대 고전적 할리우드 시스템의 붕 괴를 경험한 미국 영화 산업에는 1980∼1990년대 들어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전통적 할리우드를 대체하

3) ‘파라마운트 판례(Paramount Case)’로도 부르는 이 판결은 영화 산업의 독과점 금지를

의미했다. 소수 메이저 영화사들의 독점적 시장 지배에 대해 미국 정부는 1938년 ‘반독과 점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10여 년간의 소송 끝에 1949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메이 저 영화사들의 독과점을 인정하고 이 영화사들이 제작, 배급, 상영 중에 하나를 포기할 것 을 판결했다. 이 판결에 따라 메이저 영화사들이 상영 부문을 포기하면서 수직 계열화가 붕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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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새로운 할리우드(new Hollywood)’가 부상했다. 새로운 할리우드 는 영화 산업을 넘어 문화 산업 전반의 통합화를 의미했다. 세계화 이 전 문화 기업 혹은 미디어 기업들은 자기만의 고유 영역이 있었다. 그 러나 세계화는 미국·영국 등을 중심으로 탈규제와 미디어 소유권의 완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는 할리우드 거대 기업들이 인수 합병을 통 해 문화 산업 전반에 대한 수평적·수직적 통합을 강화하는 중요한 배 경으로 작용했다. 영화, 방송, 케이블, 위성, 음악, 신문, 잡지, 출판, 테 마파크, 스포츠 등 문화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이 등장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거대한 자본을 가진 소수의 다 국적 미디어 기업이 탄생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1985년 루퍼트 머 독(Rupert Murdoch)이 20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촉발되었다(Moran, 1996, 5∼6). 이 다국적 미디어 기업들은 이윤 창출을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해 외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의 경영 다각화는 시너 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그 독점적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더욱이 새로운 기술의 발달과 확산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이러한 다 국적 미디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침투를 좀 더 용이하게 하고 있다 (Wasko, 2007, 173∼174). 대부분의 국가들은 세계화 속에서 이런 할 리우드 거대 기업들의 전 방위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화의 위협은 국가들로 하여금 문화 산업의 산업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세계화에 대응해서 많은 국가들은 밖으로는 문화다 양성의 논리를 들어 자국 영화 시장을 보호하면서 안으로는 자국 문화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할리우드 방식에 토대한 문화 산업의 산업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즉, 대외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속에서 국가의 지원 또는 묵인 아래 문화 산업에서 거대 자본의 형성을 촉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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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고 있다. 이는 국내외 영화 시장에서 할리우드 및 여타 국가의 거대 미디어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거대 기업의 출현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영화 산업의 정치경제적 결정 요인 중국의 영화 산업을 국가와 시장 간의 관계 속에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의 체제 전환에 대한 설명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 로는 개혁개방 이전 중국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개혁개방 이후 ‘사회 주의 시장경제’로 전환을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2001년 가입한 WTO 역시 중국 영화 산업을 둘러싼 국가와 시장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 중요 한 외부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체제 전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1949년 10월 1일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승리한 중국공산당은 사회주의 중국을 건국하고, 소련의 경제 방식을 도입해서 중앙집권적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를 구축했다. 이때부터 중국에서는 1978년 개혁개방 이 전까지 대체로 중앙당국이 계획에 따라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할당하는 강력한 계획경제체제로 운영되었다. 중국 사 회주의 계획경제의 특징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하는 절대 적 공유제, 노동에 따른 분배 그리고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로 압축해 정 리할 수 있다(김정계, 1997; 박장재, 1998).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우선 중국의 계획경제체제에서 생 산수단의 소유는 공유제를 근간으로 했다. 모든 생산수단은 사적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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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불허되고 국가 소유(全民所有)이거나 집단 소유(集團所有)이어야 했다. 따라서 기업들 역시 대부분이 국가 소유의 국영기업들로서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의 주관 부서에 예속되어 국가와 당의 통제를 받아 획 일적으로 운영되었다. 당연히 기업 경제활동의 의사 결정권은 당과 국 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각급 정부의 주관 부서는 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하면서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했다. 국영기업은 모든 생산 지표들 을 정부의 주관 부서로부터 행정명령의 형태로 하달 받아 운영되었기 때문에 기업 경영의 자주권은 성립하지 못했다(유희문, 2004; 김춘송, 1989). 따라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는 중국 기업 관리 방식에서 정부

와 기업의 일치 즉, 정기합일(政企合一)적 방식을 주된 특징으로 했다 (김정계, 1997; 박장재, 1998). 1953년에서 1957년까지의 제1차 5개년 계획 기간에는 소련의 지 원을 받아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비교적 충실히 운영되었다. 그러나 이 후 중·소 관계가 악화되면서 소련의 지원이 끊기고, 1958∼1960년의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이 실패로 끝나면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급 속한 침체에 직면했다. 그리고 1966년에 시작한 문화대혁명은 급기야 중국 경제를 거의 파국으로 몰아갔다. 이러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운명은 이 체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 적 특징에서 근본적으로 비롯되었다. 경제 운영에서 시장이 철저히 배 제됨으로써 거시적 경제 운영에서 비효율성만 가중되었다. 특히 사적 이윤 추구의 결여는 노동 욕구를 감소시켜 경제효율성과 노동생산성의 하락을 가져왔다. 이는 기업 성장의 둔화를 가져옴으로써 국가 전체적 으로 경제 발전의 동력이 떨어졌다. 결국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1기 3중 전회)에

서 덩샤오핑(鄧小平)이 이끄는 개혁파에 의해 개혁개방이 추진되면서


마침내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김태홍, 1987; 김춘송, 1989). 그렇다고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바꾸는 체제 전환이 갑자기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의 체제 전환은 러시 아·동유럽과는 달리 부분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1978년 개 혁개방 이후 중국은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 제한적으로 시장경제의 요

소를 중국 경제 제도에 넣기 시작했다. 이를 ‘사회주의 상품경제(社會

主義 商品經濟)’체제라고 한다. 사회주의 상품경제는 1984년 10월 중

국공산당 제12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2기 3중전회)에서 채택 된 것으로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를 결합시킨 것이다. 즉, 계획적인 요소 를 기초로 하여 시장경제적인 요소를 도입해 공존시킨 것이다. 따라서 개혁개방에서 1992년 이전까지는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공존했다. 그러다가 1992년 체제 전환을 더 명확히 구체화시킨 사회주의 시장경 제를 출범시키면서 마침내 잔존하던 계획경제를 완전히 털어 냈다(고 정식, 1999, 6∼11).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에서

비롯되었다. 1988년부터 시작된 경제 과열과 1989년 톈안먼 사태로부

터 시작된 3년 동안의 ‘치리정돈(治理整頓)’의 시기는 개혁개방을 후퇴

시키고, 중국 경제를 다시 침체시켰다(최관장, 2001, 312). 이에 따라 덩샤오핑은 개혁의 고삐를 다시 당기기 위해 1992년 1월 18일부터 2월 21일까지 남부지방을 시찰하면서 개혁개방의 강화를 촉구하는 담화들 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를 남순강화라고 한다. 여기서 그는 ‘계획’이 든 ‘시장’이든 간에 경제 발전에 유리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 면서 그간 대두되었던 ‘계획’과 ‘시장’의 논쟁을 불식시키고, 개혁개방 을 확대·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이러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바탕 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199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4차 대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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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천명되고, 이듬해 제8차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추인됨으로써 본 격적으로 추진되었다(강준영, 1999, 185∼186).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간단히 말하면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결합 된 체제를 말한다. 이전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을 위해 경제체제만을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 로 바꾼 것이다. 중앙당국의 계획에 따라 생산 목표가 설정되고, 생산 에 필요한 자원이 배분되던 계획경제 방식과는 달리 시장이 경제 운영 의 일차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제품 생산과 자원 배분 에서 국가에 의한 지령성 계획과 가격 결정이 철폐되고, 기업과 개인에 의한 투자가 허용되었다. 소득분배에서는 능력에 따른 분배를 강화했 으며, 세율과 법률 등의 제도화를 구축했다. 그리고 대외경제에서는 전 방위 개방을 추진하여 중국 경제의 운영 방식을 국제적 규범에 적합하 도록 개혁했다(김익도·이대우, 2003; 허흥호, 2004). 이와 같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시장경제를 좀 더 강화했다는 점 에서 이전 계획경제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첫 째, 이전의 계획경제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분리되지 않고 기업은 행정 부문의 한 부속물이었으나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분 리되고 기업은 시장에서 독립적 상품 생산자로서 자주 경영과 자기 손 실의 책임을 갖는다. 둘째, 경제체제에서 계획경제는 정부의 역할이 주 가 되고 시장이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했지만,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 는 정부가 거시적인 관리와 간접적인 조절만을 하며, 시장이 자원의 분 배와 가격의 결정, 생산의 조직 등을 결정한다. 셋째는 경제 운영 방식 에서 계획경제는 생산과 모든 경제 관계가 국가의 명령에 의해 통제되 지만,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시장에 의해서 전체 경제의 발전을 조 절·운영하고 국가는 간접적인 조절만을 담당한다. 넷째, 경제활동 범


위에서도 계획경제에서는 기업의 경제활동이 행정 계획이 규정한 범위 안에서만 운영되지만,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는 법률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진행된다(孫延璜·李培全, 1993, 68).

그러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사회주의적 요소와 시장경제적 요소 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시장경제와는 엄연히 다르다. 사회주 의 시장경제는 시장경제를 추진하면서도 그 바탕에는 사회주의 이데올 로기를 견지하고 있다(이재호, 2004, 228). 이에 따라 사회주의 시장경 제는 사회주의 경제의 기본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기조 아래에 시장 제도를 첨가하고 있는 것이다. 즉, 사회주의 경제 제도의 핵심인 공유제를 기반으로 하여 시장경제 요소들-개체경제, 사영경제, 외자 경제 등-을 보충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원 배치 등의 기 초적 역할을 시장이 담당하도록 하고 있지만 국가는 여전히 강력한 경 제의 거시적 조절 기능을 유지한다(강준영, 1999, 187∼188). 따라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그 자체에 심각한 모순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근본적으로 상호 모 순되는 개념을 바탕으로 하기에 서로 대립되거나 혹은 충돌하는 이중 적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WTO 가입: 영화 시장 개방

중국은 2001년 11월 10일에 정식으로 WTO에 가입했다. 중국의 WTO 가입이 영화 산업에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로 인해 빗장을 단단히 걸어 두었던 중국의 영화 시장이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시장 개방은 중 국 영화 산업 개혁과 성장의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WTO 가입 과정에서 왜 그토록 닫아 두었던 자국 영화 시장을 개방하 게 된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중국의 WTO 가입 배경부터 살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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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가 있다. 중국의 WTO 가입 추진 배경에는 깊은 역사적 연원이 있다. 국민

당 정부 시절 중국-당시는 중화민국(中華民國)-은 23개 ‘관세 및 무 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1947년 성립) 원(原)체약국 중 하나로

1948년 5월 정식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1949년 10월 국민당 정권이 마

오쩌둥(毛澤東)에 패해 대만으로 물러간 이후, 대륙의 공산당 정부가

GATT의 모든 혜택을 누리게 되자, 1950년 3월 대만은 미국의 권고에 의해 GATT를 탈퇴했다. 그 후 대만은 1965년 옵서버 자격으로 GATT 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1971년 10월에 유엔(UN)에서 축출당했고 GATT 옵서버 지위마저 박탈당했다. 이때 중국은 대만을 승계해 GATT 에 가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지만,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 와 중이었고, 마오쩌둥은 GATT를 미국의 패권주의 아래에 있는 선진국 이익대변기구 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었으므로 GATT 가입의 필요성 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서방으로부터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수출 증대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부터 GATT 가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 게 되었다. 중국은 1986년 7월 공식적으로 원회원국 자격 복원을 GATT 에 신청했다. 그리고 1986년 9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비체약국임에도, 우루과이라운드에 참가했다. 그러나 WTO 발 표 이전에 중국의 GATT 가입 협상은 종결되지 못하여 중국은 자동적 으로 WTO의 원체약국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에는 GATT 가입 협상이 아닌 WTO 가입을 위한 협상을 새로 벌여 왔다. WTO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WTO 총회에서 회원국 중 3분 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이 손을 들어주지 않는 다면 3분의 2 찬성을 얻기란 어려웠다. 가입을 위해서 중국은 미국의


찬성이 필요했고, 반면 미국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중국의 WTO 가입을 견제하고 지연시켜 왔다. 미국은 중국의 미흡한 시장 개방 조치, 톈안 먼 사태, 인권 문제,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들어 중국과의 가입 협상에 난색을 표시했고 중국은 좌절을 계속 맛보아야 했다. 그러나 중국은

1990년대 말 아시아 경제 위기의 여파를 막아낸 장쩌민(江澤民) 정부 에 대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WTO 가입 협상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 후 중국은 1999년 11월 15일에 미국과 협상을 타결 지었으며, 급기야 2000년 5월 19일 유럽연합(EU)과의 협상도 타결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2001년 11월 10일 중국의 WTO 가입이 정식 승인되었고, 같은 해 12월 11일 발효되었다. 이와 같은 WTO 가입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 영화 시장 개방을 압박했는데 앞서의 이유로 중국이 이를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 이 WTO에 가입하면서 영화 산업과 관련해서 시청각 분야에서 합의한 개방협정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WTO 가입 후 중국은 현재 연간 10 편인 해외 영화의 수입 편수를 20편으로 늘리고 3년 내 50편으로 늘린

다. 그중 20편은 분장제(分賬制)4)로 수입한다. 둘째, 중국은 3년 내에

외국 자본이 영화관의 신축과 개조 그리고 영화관 경영소유권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외국 지분이 49%를 넘지 않도록 한다. 셋째, 중 국은 지분 49%의 한도 안에서 외국 자본이 음반·영상 등 시청각 상품

판매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唐榕·少培仁, 2005, 290). 물론 그

개방 폭이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 문화 산업의 개념조차도 확실 히 서 있지 않았던 당시 중국에서 영화 시장의 개방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이었다. 4)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4장 1절의 ‘분장제(分賬制) 해외 영화 수입’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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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 산업의 분석 틀 이 책의 기본적 분석 틀은 국가의 정치경제체제, 즉 국가와 시장과의 관 계 속에서 중국 영화 산업의 변화를 구조적으로 설명하고 평가하는 것 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선 중국의 국가 체제에 주목하면서 체제 전환 과 영화 산업과의 상관관계를 중심으로 중국 영화 산업의 변화와 성장 을 분석하고 설명할 것이다. 체제 전환 국가들은 이전 사회주의 정권 아래에서 자국 영화 산업에 대해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던 국가들이 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의 중국, 러시아,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대부 분의 영화 산업이 국유화되었었다. 정부 통제와 지원 아래에서만 운영 되면서 영화의 정치성만이 강조되었다. 그러다가 체제 전환 과정에서 서서히 시장 기능이 강화되면서 영화의 상업성이 강조되는 식으로 바 뀌었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점진적 체제 전환을 진행한 국가다. 다시 말하 면 사회주의 정치체제는 그대로 둔 채 경제체제만 시장경제로 전환해 왔다는 것이다. 그림 1.3은 앞서의 그림들을 바탕으로 중국의 정치체제 와 영화의 상관관계를 그려 본 것이다. 중국의 체제 전환이 제4사분면 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제3사분면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수평 이 동했다고 보았을 때, 중국의 위치는 제3사분면의 검은색 동그라미에 해 당한다. 그리고 제3사분면은 영화적 성격으로 보았을 때 정치성과 상 업성이 모두 강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서 중국의 체제 전환과 영화의 관계 속에서 하 나의 논리적 추론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제3사분면의 정치경제체제 에 존재하는 중국 영화는 정치성과 상업성의 공존이라는 구조적 특성 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영화의 정치성에서는 이전 제4사


그림 1.3 중국의 체제 전환과 영화 민주주의체제 영화의 정치성

계획경제체제

시장경제체제 영화의 상업성

중국

사회주의체제

분면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의 모습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시장 화에 따라 영화의 상업성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을 것이다. 개혁개 방 이전 사회주의 계획경제 아래에서 중국은 영화의 정치성만을 강조 하고 상업성은 철저히 배제했다. 이 시기 영화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를 전파하고 교육하는 중요한 프로파간다의 수단일 뿐이었다. 이러한 체제에서 영화 산업은 ‘산업(産業)’이 아니라 하나의 공공 ‘사업(事業)’

으로 인식되었다. 이에 따라 영화와 영화 산업은 철저히 국가에 종속되 어 국가의 계획과 통제에 의해 운영되었다. 따라서 중국의 체제 전환이 정치체제는 그대로 유지한 채 경제체제만을 전환했다는 사실은 영화의 정치화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지속되면서, 영화의 상업화에 대한 시장 의 압력은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상업성과 정치성이 다분히 대립적인 면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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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점이다. 상업성은 영화 산업에 대한 시장의 개입을, 반면에 정 치성은 영화 산업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강화하고 정당화시킨다. 사회 주의 시장경제에서 사회주의는 단일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견지하 기 위해 사상 통일을 주장하면서 영화의 정치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를 위해 영화와 영화 산업을 강력히 통제하고자 한다. 반면에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 시장경제는 탈규제와 시장화를 촉진하면서 영화의 상업 성을 강조한다. 이렇듯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영화의 정치성과 상업성 을 동시에 강조하면서 중국 영화 산업에서는 정부 통제와 시장 개혁이 공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즉,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체제의 구조적 이중성이 정치성과 상업성의 공존이라는 영화 산업의 이중성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 영화 산업을 둘러싼 국가와 시장의 치열한 경쟁·권력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영화 산업의 성격을 규 정하고, 변화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 라서 이 책은 체제 전환을 중국 영화 산업의 변화를 가져온 가장 중요한 내적 요인으로 제시한다. 이와 함께 이 책은 영화 시장 개방을 중국 영화 시장의 변화를 추동 한 중요한 외적 요인으로 삼는다. 왜냐하면 WTO 가입에 의한 영화 시 장 개방이 강력한 외부 충격으로서 2000년대 중국의 영화 산업 개혁을 추동한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이 책 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 영화 산업의 변화와 성장을 내부 요인인 체제 전 환과 외부 요인인 영화 시장 개방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분석하고 설명 하려 한다. 이 책은 국가와 시장 관계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 관계에 주안점을 둔다. 영화 산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행위자는 정 부, 영화 기업, 그리고 창작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정부와


기업은 각기 국가와 시장을 대표하는 기구로서 영화 산업의 구조적 특 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자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어 떠하고, 그에 따라 정부와 기업이 각기 어떠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느 냐에 따라서 그 나라 영화 산업의 색깔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 게 국가와 시장이라는 추상적 개념에서 정부와 기업이라는 구체적 개 념으로 전환함으로써 분석의 구체성과 실증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체제 전환과 영화 시장 개방을 영화 산업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 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 시기의 설정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존하는 중국 영화 산업을 국가와 시장의 역사적 과정의 산물 로 인식하고, 역사적 인과관계를 통해 현상의 모습들을 설명하기 때문 이다. 중국의 영화 산업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를 구분하자면, 중국에 영화가 처음 들어왔던 1896년에서 1949년 사회주의 중국 성립 직전까 지, 1949년 사회주의 중국 성립에서 1976년 문화대혁명까지, 1978년 개혁개방에서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 성립 직전까지, 그리고 사회 주의 시장경제 성립에서 시장 개방 직전인 2001년까지 그리고 시장 개방 이 이루어진 2002년에서 현재까지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책이 중점을 두고 있는 시기는 중국의 개혁기로서 1978년 개혁개방에서 현재까지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중국의 영화 산업 변화 를 다음과 같이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해 보고자 한다. 1단계는 1949년에서 1976년까지, 2단계는 1978년 개혁개방에서 2001년 영화 시장 개방 직전까지, 그리고 3단계는 2002년 영화 시장 개방에서 현재 까지다. 이를 정리하여 그린 것이 그림 1.4다. 1단계에서는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의 건립에서 1976년 문화대혁 명까지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기의 중국 영화 산업을 살펴본다. 사회주 의 계획경제 시기는 현 중국 영화 산업의 주요 특징들을 형성하는 데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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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4 중국 영화 산업의 시기 구분 1단계 사회주의 계획경제 (1949 ∼ 1976) 2단계 사회주의 시장경제 (1978 ∼ 2001)

중앙계획경제의 영화 산업

영화 산업 국가 통제

1차 시장화 개혁

체제 전환

2차 시장화 개혁

시장 개방

영화 산업 3단계 영화 시장 개방 (2002 ∼ 현재)

국가 통제

통제

제한

개혁

장 중요한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현대 중국 영화 산업의 구조적 특징을 결정짓는 근본적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중국에 처 음 영화가 들어온 189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만 중국 영화와 영화 산업의 특성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 다. 따라서 여기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기의 중국 영화 산업에 중점 을 두되 중국에 영화가 처음 들어온 1896년까지 올라가 개혁개방 이전 의 중국 영화 산업을 종합적으로 정리할 것이다. 2단계에서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부터 2001년 영화 시장 개방 직 전까지 영화 산업의 변화를 다룬다.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출범한 시기 는 1992년이다. 물론 중국의 체제 전환은 1978년부터 시작한다. 그러 나 영화 산업은 개혁개방에도, 1992년까지 계획경제체제가 상당 부분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인 시장화 개혁이 제한적으로나마 추진되었다. 이를 제1차 시장 화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2단계에서는 개혁개방 이 후부터 시작하되,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들어서면서 추진된 제1 차 시장화 개혁 이후를 중심으로 영화 산업 변화를 추적한다. 3단계에서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영화 시장을 개방하게 된 2002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중국 영화 산업의 역동적 성장과 변화를 관 찰한다. 이 시기에 중국은 영화 시장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개방화 정 책과 자유화 정책을 기반으로 하는 본격적인 시장화 정책, 그리고 자국 영화 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산업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 를 제2차 시장화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3단계에서는 제2차 시장화 개혁 이후 중국 영화 산업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현 중국

영화 산업의 명암(明暗)을 평가할 것이다.

세부 질문들 이 책은 중국 영화 산업이 걸어온 길을 정치경제적 시각에서 풀어내려 고 한다. 사회주의 중국 건설에서 현재까지 국가와 시장은 이데올로기 와 상업적 이윤을 창출하는 영화 산업을 둘러싸고 일련의 권력관계를 형성하면서 중국 영화 산업의 주요 특성을 규정해 왔다. 그중에서도 체 제 전환과 영화 시장 개방이 현재 중국 영화 산업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 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 성 장해 온 중국 영화 산업을 체제 전환과 영화 시장 개방의 틀 속에서 추 적하고 분석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 아래에서 이 책은 세부적으로 다음의 몇 가지 질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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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중국 영화 산업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할 것이다. 첫째, 중국공산당의 영화 산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축복이었나 아니면 저주였나? 중국 영화 산업은 중국공산당의 역사와 그 운명적 맥 을 같이했다. 특히 중국공산당이 영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얼마나 관심 을 가졌느냐가 중국 영화 산업의 운명을 결정했다. 2장에서는 중국공 산당과의 관계 속에서 처음 영화가 들어온 시기부터 문화대혁명 시기 까지의 중국 영화 산업을 살펴보면서 중국공산당이 중국 영화 산업에 끼친 영향을 평가해 볼 것이다. 둘째, 개혁개방은 중국 영화 산업을 비껴간 것일까? 문화대혁명이 종말을 고하고 1978년 개혁개방이 시작되었지만 영화 산업은 이전 계 획경제체제로 돌아갔다. 개혁개방의 온풍이 영화 산업에는 미치지 못 한 것이다. 그렇지만 개혁에 대한 조심스러운 탐색은 끊임없이 시도되 었다. 3장에서는 개혁개방이 가져온 중국 영화 산업의 변화를 그 개혁 의 조심스러운 탐색 속에서 살펴볼 것이다. 셋째, 체제 전환 역시 중국 영화 산업에는 역부족이었는가? 개혁개 방 이후 한동안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공존했던 과도기를 거친 중국 은 마침내 1992년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하면서 체제 전환을 일단락 지었다. 이에 따라 영화 산업에도 본격적인 시장화 개혁이 추진 되었다. 그러나 제1차 시장화 개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 국 영화 산업은 끝없는 침체에 빠져들고 만다. 4장에서는 1993년부터 시작된 제1차 시장화 개혁을 살펴보고, 5장에서는 제1차 시장화 개혁 이 가진 한계를 체제와의 관계 속에서 평가해 볼 것이다. 넷째, 영화 시장 개방은 과연 중국 영화 산업에 위기였는가 아니면 기회였는가? 2001년 12월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개혁개방 이후에


도 단단히 빗장을 걸어 두었던 영화 시장이 열렸다. 영화 시장 개방에 대한 위기의식은 삽시간에 중국을 휩쓸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영화 시 장 개방에 대응해 전격적으로 제2차 시장화 개혁을 단행했다. 6장에서 는 영화 시장 개방에 대응해 추진된 제2차 시장화 개혁과 그 결과를 정 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영화 시장 개방이 중국 영화 산업에 가져온 영향을 살펴볼 것이다. 다섯째, 거대 영화 자본의 출현과 성장은 경쟁력인가, 시장화의 그 늘인가? 영화 시장 개방에 대응해서 중국은 민영영화사의 허가와 기업 집단화 정책(企業集團化 政策)을 필두로 하는 제2차 시장화 개혁을 추

진했다. 이로써 중국 영화 산업에는 거대 영화사가 급속히 성장하기 시 작했다. 7장에서는 중국이 추진한 산업화 정책과의 관계 속에서 거대 영화 자본의 출현과 성장을 살펴본다. 그리고 8장에서는 거대 영화 자 본이 중국 영화 산업에 드리우고 있는 양극화의 그늘을 살펴볼 것이다. 여섯째, 국가는 시장에 통제의 끈을 넘겨준 것일까? 일반적으로 자 본의 성장은 국가권력의 약화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나? 9장에서는 영화 시장 개방 이후에도 지속 되는 국가의 통제 제도를 살펴보면서 영화 산업에 대한 국가의 영향력 을 체제와의 관계 속에서 분석한다. 일곱째,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 중국 영화 산업과 영화는 어디로 가 고 있는가? 국가 통제의 지속과 자본의 성장 속에서 국가와 시장은 영 화 산업을 둘러싸고 새로운 권력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10장에서 는 영화 산업을 둘러싸고 국가와 시장이 현재 어떤 권력관계를 형성하 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영화 산업과 영화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하고, 걷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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