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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서울의 거의 모든 문제 봉건 왕조의 몰락, 제국의 침탈, 식민의 정착, 도시의 출발, 모더니즘의 도래 그리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주술과 아직 나타나지 않은 이성이 혼재된다. 80년 전,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이 자리를 잡아 간다.

연극 ‹조선 형사 홍윤식› 김재엽 연출, 극단 드림플레이, 2007


인텔리겐치아 2162호, 2014년 8월 8일 발행

무서운 책 6. 성기웅이 쓴 ≪조선 형사 홍윤식≫

고학생 호외요−호외−! 조선중앙일보 호 외요−!

죽첨정 3정목에서 그로−테스크한

금화장 고개에서 젖멕이 어린애의

호외요−호외−!

온 경성을 놀래 자빠뜨릴 젖멕이 머

사건 발생이오−!

잘려 나간 머리통 발견이오−!

리통 유기 사건!


새루 나온 신문, 소식 빠른 신문, 조 선중앙일보가 제일등으로 알려 드 린다는 것을 필히 알아달라 하오−!

호외요−호외−!

-≪조선 형사 홍윤식≫, 성기웅 지음, 12∼13쪽

머리통이 잘려 나간 어린애는 누구인가? 서대문경찰서 사법계 소속 사건 담당 형사들 은 잘린 아기 머리를 경성제대 의학부로 보냈 다. 법의학이 피해자 신원을 밝혀 주리라 기 대한다. 뭔가 찾아냈는가? 사체를 발견한 때로부터 약 열 시간 이내에 산 채로 목이 잘렸다는 것, 범인은 예리한 도


구를 사용해 고의적으로 뇌수를 파냈다는 것, 사체 발견 현장과 범행 현장은 다르다는 것, 송곳니가 난 것으로 보아 피해자는 만 1세 내외라는 것, 성별은 남자라는 것을 알았다. 범인을 유추할 수 있는 결과인가?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조선의 셜록 홈즈라 는 형사 홍윤식은 사체 외에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에 대한 감식이 소홀했다고 지적한다. 현장에 발견된 물품은 무엇인가? 아기 머리통을 감쌌던 하트롱 종이가 있었 다. 감식반에서는 종이에 묻은 흙과 현장의 흙이 다르다는 것 외에는 밝혀 낸 게 없다.


홍윤식은 무엇을 알아냈는가? 모교에서 현미경을 빌려와 증거품을 직접 조 사한 결과 그것이 쌀봉투였다는 것을 밝혀 낸다. 쌀봉투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나? 하트롱 종이를 사다 봉투를 만드는 건 대개 쌀집에서 직접 하는 작업이다. 쌀집마다 봉 투를 접는 모양과 방법, 솜씨가 다르다. 현장 에서 발견된 하트롱 종이와 같은 재질의 종이 를 파는 상점을 찾고, 그 거래처 중 쌀집만 탐 방 수사한다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탐방 수사에 진척이 있었나? 그 쌀봉투가 아현리 미곡 상점 김춘홍 쌀집 것임을 알아낸다. 김춘홍 쌀집이 범인인가? 홍윤식이 쌀집 근처에서 잠복한다. 얼마 전 한 살배기 조카 기옥과 사별했다는 손님 한영 이를 만난다. 그녀가 피해자 가족일지도 모 른다고 생각한다. 한영이가 피해자 가족 맞는가? 한영이와 한창우 남매를 찾아가 심문한다. 이들은 금화장에서 발견된 아기 머리통은 기 옥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사건은 기옥이 죽은 날로부터 닷새가 지나 발 생했다. 기옥이 죽은 날 부친 한창우는 직접 사망 신고했다. 기옥은 여자아이고 발육이 느려 송곳니가 나지 않았다. 기옥의 사체를 확인하면 되지 않는가? 홍윤식이 사체 확인을 주장하지만 한창우는 기옥을 어디에 묻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미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인가? 홍윤식 일행은 기옥을 묻었다는 염리 공동묘 지를 찾지만 길을 잃고 헤맨다. 그러다 도깨 비들의 도움을 얻어 기옥의 무덤을 찾는다. 거기서 머리 없는 아이의 사체를 발견한다.


누가 범인인가? 한영이가 자백한다. 어느 부잣집 영감 부탁으 로 기옥의 무덤을 파헤치고 죽은 아이의 머리 에서 뇌수를 꺼내 10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아이의 뇌수를 어디에 썼는가? 부잣집 영감에게는 간질병을 앓는 손주가 있 었다. 간질병에 아이 뇌수가 잘 듣는다는 소 문이 돌았다. 한영이의 자백은 사실인가? 부검을 맡았던 경성제대 의학부에서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머리통과 기옥의 몸뚱아리 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소견을 내놓는다. 그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된다.


홍윤식도 동의하는가? 그는 살해된 아이가 남자일 거라는 최초 감정 결과를 기억한다. 부검 소견을 미심쩍어하 다가 홀연 경찰서를 떠난다. 어디로 갔는가? 머리와 몸통을 합장해 기옥의 무덤을 새로 만 든 지 며칠이 지나 묘지 관리인은 머리통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이번에는 누구의 짓인가? 홍윤식이 머리통을 가져다가 염리 공동묘지 인근을 헤매며 원래의 몸뚱아리를 찾아다닌 다는 소문이 무성할 뿐이다.


그 시대에는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는가? 전기수 전봉관의 책 ≪경성기담≫에 나오 는 “죽첨정 단두 유아 사건”에서 소재를 얻 었다. 1933년 5월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 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신 보≫에 보도된 관련 기사들과 잡지 ≪신동 아≫ 1933년 7월호 기사 “단두 유아 사건의 전모”를 참고했다. 이 희곡의 초연 반응은 어땠나? 2007년 4월, 김재엽 연출, 극단 드림플레이 제작으로 초연했다. 1930년대 경성을 무대 에 재현하며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 했다.


당신의 작품 가운데 1930년대 경성을 무대로 한 희곡이 또 있나? 2007년 발표한 <소설가 구보 씨의 경성 사 람들>, 2008년 발표한 <깃븐 우리 절믄 날> 등이 있다. 왜 1930년대 경성을 쓰는가? 현대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대, 지금의 도시 서울이 형성된 때가 1930년대 경성이라 고 생각했다.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모든 문 제들이 그 시대에 다 생겨난 것 같다. 당신은 누구인가? 성기웅이다. 극단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 서울의 거의 모든 문제 봉건 왕조의 몰락, 제국의 침탈, 식민의 정착, 도시의 출발, 모더니즘의 도래 그리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주술과 아직 나타나지 않은 이성이 혼재된다. 80년 전,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이 자리를 잡아 간다.

연극 ‹조선 형사 홍윤식› 김재엽 연출, 극단 드림플레이, 2007


조선 형사 홍윤식 성기웅 지음 한국 희곡 2014년 2월 13일 출간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204쪽 12,800원


작품 속으로

조선 형사 홍윤식

이 희곡의 주요한 소재인 죽첨정 어린아이 머리 유기 사 건은 1933년 5월 경성 죽첨정(지금의 서울 충정로)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다. 전봉관의 책 ≪경성기담≫ (살림, 2006) 중 “죽첨정 단두 유아 사건” 부분에서 소재 를 얻고, 당시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신 보≫에 보도된 관련 기사들과 잡지 ≪신동아≫ 1933년 7월호 기사 “단두 유아 사건의 전모”를 참고하였으며, 거기에 픽션을 더하여 창작하였다.


나오는 사람들

서대문경찰서 사법계1) 주임, 경부보 이노우에 마사오(井上政男, 男, 32, 일본인) 형사 홍윤식(洪允植, 男, 25, 조선인) 형사 임정구(林正九, 男, 27)−일명 하야시 형사 노마 켄타로(野間建太郞, 男, 44, 일본인) 사환 손말희(孫末姬, 女, 15, 조선인)−일명 마리아

1) 당시 경기도 경찰부에는 형사과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산하의 각 경찰 서에는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수사할 수 있는 부서가 따로 없어서 주로 사법계에서 살인, 강도, 절도, 횡령, 사기 사건 등의 수사를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희곡에서도 ≪경성기담≫의 기술과 마찬가지로 서 대문경찰서 사법계를 중심으로 이 사건에 대한 수사의 전개를 담는다. 한편 사법계 소속 등장인물들은 실제 인물이 아니다. 새로 이름과 캐 릭터를 설정했다.


용의선상의 사람들2) 무당 이성녀(女, 51, 무당) 이성녀의 수양딸 경옥이(女, 16) 뻐꾸기 이성근(男, 45) 기옥의 아버지 한창우(男, 30) 한창우의 여동생 한영이(女, 26)

그 밖의 경성부민들 호외를 뿌리는 고학생 여학생 1, 2, 3

2) 이 피의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수사는 실제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하 여 꾸몄다. 단, 실제 사건에서 한창우의 남동생 한성우가 연루되는 것 과 달리, 여기에서는 카페(술집) 여급으로 일하는 한창우의 여동생 한 영이란 인물을 새로 만들었다.


국밥집 주인 점백이 어멈, 이웃 아낙 밀회 남학생, 밀회 여학생 개 도둑 남녀−삼갑이와 똥례 청요릿집 만두 배달원 싸전 주인 김춘홍

그리고 말단 순사 김복돌 경기도 경찰부 다케우치(竹內) 경찰부장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교수 쿠니후사(國房) 박사3) 명탐정 샤아록 호움즈(셜록 홈즈) 홍두깨도까비?, 부지깽이도까비?, 빗자루도까비?, 새끼줄

3) 경기도 경찰부 다케우치 경찰부장과 경성제국대학 의학부의 법의학 자 쿠니후사 박사는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썼다.


도까비? (이들은 도까비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시간 소화(昭和) 8년(1933년) 5월 16일로부터 약 보름 동안.4) 그 리고 그 이후.

공간 서대문경찰서 사법계 경성 죽첨정(서울 충정로) 일대 염리 공동묘지 그 외, 종로와 영화관 단성사 등 4) 실제 사건은 1933년 5월 16일에 잘린 아기 머리가 발견된 후 20여 일이 지난 6월 9일에 종결 처리되었으나, 이 희곡에서는 약 보름 만에 수사 가 종결된 것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작가의 일러두기

1. 이 희곡의 대사들은 한국어(조선어)와 일본어, 대화와 방 백 등 여러 차원의 말들이 교차되고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그 구분을 위해 다음과 같은 기호를 사용한다. Ⓝ 내레이션. 혹은 방백.

Ⓚ 등장인물이 조선어로 말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표시.

Ⓙ 등장인물이 일본어로 말하는 것이 한국어 대사로 처리 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시.

2. 이 희곡의 조선어 대사들은 옛 서울·경기 지방 방언 투 로 쓰여 있다. 이 경우 현대의 맞춤법 규정에 따르지 않고 발음 나는 소리를 드러낼 수 있도록 표기했다.


제1부


제1장 사건 발생(事件發生)−소화 8년 5월 16일 아침

1 마리아 Ⓝ소화 8년 5월 16일 화요일.

그날 아침은 모든 일이 다 엉망진창이었에요. 꽥꽥거리는 업동이의 울음소리, 그런 업동이를 야단 허는 떽떽거리는 성5)의 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와중에 두 난요, 새벽서부텀 가위에 눌려 갖구선 무어 거진 사 경을 헤매구 있었댔지요. 그래 허둥지둥 세술 허구 귀가 따겁도룩 늘어눟는 성 의 지청굴 참어 참어 가며 조반 채리는 걸 거들구 벤또 를 싸구 책보를 들려 귀동일 핵교 보내구 또 어젯밤 비 에 불어난 개천 귀경을 나간 수동이를 찾아오구, 그랬

5) ‘성’이란 ‘형(兄)’의 서울 방언이다. 손위 여자 형제를 말한다.


을 적엔 벌써 두부 장수가 골묵을 다 돌아나갈 정도였 으니… 에구구 그러니 평소보담두 을마나 늦어 버린 시각이었는지요!

마리아, 도시락을 들고 집을 나선다.

마리아 밤사이 나리신 비에 골묵은 진창이 되여 있었에요.

게 발을 빠치기 싫여 깡충깡충 골묵을 나섰을 쩨였습 니다. 왠 인력거 하나가 휙, 종아리에다 흙물을…! 아, 맘이 참담해진 난요, 대릴(다리를) 건너가구 있는 그 몹쓸 인력거 꽁무니에 대구 그저 잔뜩 눈을 흘겼겠 지요. 개천 저어편 전차 정류장 쪽으로부터 으떤 소란헌 기 운을 느낀 건 바루 그쩨였습니다.

전차 정류장에서 고학생이 신문 호외를 뿌리고 있다.

고학생 호외요−호외−! 조선중앙일보 호외요−!


죽첨정 3정목6)에서 그로−테스크한 사건 발생이오−! 금화장 고개7)에서 젖멕이 어린애의 잘려 나간 머리통 발견이오−! 호외요−호외−! 온 경성을 놀래 자빠뜨릴 젖멕이 머리통 유기 사건! 새루 나온 신문, 소식 빠른 신문, 조선중앙일보가 제일 등으로 알려 드린다는 것을 필히 알아달라 하오−! 호외요−호외−! 마리아 Ⓝ나는 가슴이 발딱발딱 뛰기 시작하였에요.

금화장 고갯길에 어린 애기의 머리통이 잘려진 채 나뒹 굴구 있다! 그르니까 죽첨정 3정목 금화장 고개라면…

6) 죽첨정 3정목(竹添町 三丁目)은 오늘날 충정로 3가다. 7) 금화장(金華莊) 고개는 오늘날 북아현동 경기대학교 캠퍼스 부근 금 화장길이다.


2 서대문경찰서 사법계. 마리아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며 일본어로 외친다.

마리아 오하요우 고자이마스! 오꾸레떼 시맛떼 고멘나사이!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법계 사무실에는 새로 부임해 온 형사 홍윤식이 홀로 책 을 읽고 있다.

마리아 아레? 도나타데쇼−까? [어? 누구시죠?]

Ⓝ아−, 내지8)에서 새루 부임해 온다든 바루 그 형사!

(홍윤식에게 절을 하며) 하지메마시떼. 고꼬데 고즈까 이오 시떼이마스 마리아또 모−시마스. [처음 뵙겠습

8) 내지(內地)란 일본 본토를 뜻한다. 일본 제국주의의 입장에서 조선은 일본 바깥에 있는 외지(外地)로 간주되었다.


니다. 여기서 사환으로 일하고 있는 마리아라고 합니 다.] 홍윤식 마리아?

마리아 Ⓝ본시 내 이름은 손말희이며 그냥 예선 ‘마리아’라

구 불린다, 그르니 심부름 시킬 일이 있을 적이면 그저 그릏게 불르시라… 구구절절 그른 설명을 늘어놓진 않았에요. 내지 사람한테 그걸 이해시키려거든 또 공 연히 긴 회활 나눠야 할 테니까요. (홍윤식에게 다시 깍듯하게 절을 하며) 요로시꾸 오네 가이시마스. [잘 부탁드립니다.] 홍윤식 난 홍윤식이라구 하오. 요로시꾸. [잘 부탁해요.] 마리아 하? [예?]

홍윤식이 조선말을 하자 마리아는 깜짝 놀란다.

마리아 내지에서 새루 오신 형사가 아니셨에요? 홍윤식 기요(맞소). 마리아 그른데 으떻게 조선말을…?


홍윤식 내지에서 건너오긴 했소만 내지 사람이 아니니까. 마리아 예에?

임정구가 들어온다. 신문 호외지를 여러 장 움켜쥐고 있다. 손과 얼굴에는 검댕이 묻었고, 옷에는 흙탕물이 튀어 있다.

마리아 아레? [어?] 임정구 벌써 출동들을 허신 게로군. 마리아 예, 아마두요. (절을 하며) 오하요우 고자이마스−!

[안녕하세요!] 임정구 오하요우. [안녕.]

임정구, 더렵혀진 신을 호외지로 닦는다.

마리아 저, 혹 지끔 출근하는 길은… 아니신 게죠? 임정구 기야. 마리아 해필 오늘 겉은 날 참 유난히두 늦으셨네요. 임정구 으응, 무어… (홍윤식을 의식하며) 근데…?


마리아 예, 그… 내지에서 새루 오신…/ 임정구 아 아 아, 오하나시와 우카갓떼 이마시따. 도−모 하

지메마시떼. 와따시와 하야시또 모−시마스. 도−조 요로시꾸 오네가이 이따시마스. [아, 말씀 들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하야시라고 합니다. 부디 잘 부 탁드립니다.] 홍윤식 하야시 상?

임정구, 홍윤식에게 악수를 청하려다 자기 손에 검댕이 잔 뜩 묻었다는 걸 깨닫더니 손을 거두고 절도있게 절을 한다. 마리아 Ⓝ하야시 상은요, 하야시라 불리기는 하여두 기실

조선 사람에 진배읎에요. 허나 하야시 상이 조선 사람 이 아니라구 여기는 이는 하야시 상 당자밲에는 읎구 요. 홍윤식 아노… [저…] 난 홍윤식이라 하오. 임정구 하? [예?] 홍윤식 조선 사람이외다.


임정구 예에?

홍윤식, 호외지를 가리키며,

홍윤식 관할 구역에서 괴이헌 사건이 난 모양입니다그려. 임정구 무어, 그른가 보구려.

해필 오늘 같은 날 나 온…

홍윤식, 임정구의 손에 코를 갖다 대고 냄새를 맡는다.

임정구 아니 이 사람, 지끔 무얼 허는 게요?

홍윤식, 호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더니 임정구의 바짓단 에 묻은 흙탕물이며 검댕이 잔뜩 묻은 신문 호외지를 살펴 본다.

홍윤식 거, 퍽이나 곤른(곤란)허셨겠습니다그려. 이 우중에

자전차 사슬9)이 빠쳐 버렸으니.


임정구 아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수?

홍윤식, 씩 웃더니 돋보기를 도로 집어넣는다.

임정구 오는 도중에 날 보았나? 홍윤식 아아뇨. 마리아 오라, 뉘헌테서 벌써 그 얘길… 아니, 그를 리가 읎

는데. 홍윤식 직접 보구 들은 바는 없소이다. 임정구 아니 그럼? 홍윤식 추리지요. 임정구 추… 뭐라구? 홍윤식 과학적 추리.

바짓단에 튄 흙탕물 무늬, 그 검댕에서 맡어지는 모비 르유(油) 내음새, 그리구 이 호외지에 찍힌 작은 사슬

9) ‘자전차 사슬’이란 ‘자전거 체인’을 말한다. 당시 실제로 이런 말을 썼는 지에 대한 근거는 없다.


자국, 이것들이 그 모든 사정을 말없이 증언해 주구 있 달까요? 임정구 허…

홍윤식, 제 주머니에서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어 손을 닦더 니, 보고 있던 책을 집어들며 말한다.

홍윤식 영국의 명탐정 샤아록 호움즈 경두 이릏게 말했지

요. “논리적인 사람은 한 방울의 물을 보고도 거대한 폭포를 추리해 낼 수 있다.”

사이.

마리아 누가 무어라 했다구요?

임정구가 더럽혀진 손을 홍윤식의 책에 대려 하자, 홍윤식 은 질색한다. 사이.


임정구 홍 상이라구… 허셨든가? 홍윤식 예. 임정구 그럼 무어, 날 따라 현장으루 가 보겠소? 홍윤식 응당 가야지요.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며) 오네가이

시마스. [부탁합니다.] 임정구 금화장 고갠 고약헌 진창길일 게요. 내, 애껴 신는 장

화가 있으니 빌려 드리리다. 하여간 신문쟁이 떼놈들. 이만(이만한) 사건으루 호외 발행이래니, 호들갑은 온…

임정구, 장화를 꺼내 홍윤식에게 건네준다.

홍윤식 그럼 임 상은 어뜩허시구요?

임정구, 표정이 일그러진다. 마리아 Ⓝ하야시란 한자루 쓰자면 곧 수풀 림(林) 자이니,


조선 성은 임가이리라는… 추리! 임정구 칙쇼−. [제길헐.] 마리아 허나 하야시 상 당자는요, 임 상이라구 불리는 것을

퍽이나 싫여한답니다. 임정구 (자기의 신과 바지를 내려다보며) 기왕 더럽혀졌으

니 무어… 마−, 오−토바이데모 노세떼 모라에루까 나? [이거, 오토바이라도 얻어탈 수 있을까?]

홍윤식, 임정구가 내놓은 과히 깨끗하지 않은 장화를 살펴 보고 있다.

임정구 서두르자구.

임정구, 먼저 나가 버린다.

홍윤식 임 상, 나두 다려가시오. 죠, 죳또 맛떼 구다사이요.

[잠, 잠깐 기다려주세요.] 임 상! 임 상−!


다급히 장화에 발을 꿰려던 홍윤식, 나동그라진다. 그랬다 가 도로 쫓아나간다. 마리아, 홍윤식이 책상 위에 두고 간 책을 발견한다. 책을 집어들어 표지를 본다.

마리아 명탐정 샤아록 호움즈?

마리아, 책을 펼치더니 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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