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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식민의 수순 동척은 땅을 뺏어 일인을 식민한다. 조선 사람의 하향이 시작된다. 중농은 소농으로, 소농은 소작농으로, 소작농은 땅을 떠나 도회로, 일본으로 떠나간다. 그곳에는 무산자의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럭이 다 낙동강 우에 가을바람 부누나 갈이 나비다.


인텔리겐치아 2167호, 2014년 8월 12일 발행

광복 전후의 기억 2. 이정선이 엮은 ≪초판본 조명희 단편집≫

이해의 첫눈이 풋득풋득 날니는 어너 날 느

진 아츰, 구포역(龜浦驛)에서 차가 나서 북 으로 움지기여 나갈 이다. 그 차가 들녁을 다 지나갈 지, 객차 안 동창으로 하염업

시 밧겻흘 내여다보고 안진 녀성이 하나 잇섯 다. 그는 로사다. 아마 그는 도라간 애인의 밟 던 길을 자긔도 한번 밟어보랴는 인가 보 다. 그러나 필경에는 그도 멀지 안어서 다시 잇지 못할 이 으로 도라올 날이 잇겟지.

-<낙동강>, ≪조명희 단편집≫, 이정선 엮음, 27쪽


로사가 누구인가? 백정의 딸이다. 부모는 그녀를 발천시켜 볼 양으로 서울로 보내 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 업시켰다. 고향에서 사회운동을 함께하던 연인이 죽자 고국을 떠난다. 그 연인이 바로 ‘도라간 애인’인가? 그렇다. 박성운이다. 감옥에서 병보석으로 풀려난 뒤 숨을 거두었다. 투옥의 사유는 무엇인가? 낙동강 기슭에 수만 평의 갈대밭이 있었다. 이것이 일제 당국에 넘어가게 되자 주민들 편 에서 싸우다 선동자로 몰려 경찰에 붙들렸다.


사망 원인은 무엇인가? 평소 경찰의 미움을 받아온 터라 지독한 고문 을 당했다. 그 때문에 병을 얻어 죽게 되었다. 논도 밭도 아니고 갈대밭 때문인가? 낙동강이 흐르고 마을이 생긴 뒤부터 갈대밭 은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이었다. 갈대를 베 어 자리를 치고, 갈대를 틀어 삿갓을 만들고, 갈대를 팔아서 옷을 구하고 밥을 구했다. 일제에 넘어간 사연은 무엇인가? 촌민의 무지 때문이었다. 십 년 전에 국유지 로 편입되었다가 일본 사람 ‘가등’이란 자에 게 넘어가고 말았다. 가을부터는 갈대도 벨 수가 없게 되었다.


주민들은 대책을 찾았는가? 도 당국에 몇 번이나 사정도 해 보고, 촌민끼 리 손가락을 끊어 혈서 동맹까지 조직해 항거 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래서 집단행동을 벌인 것인가? 촌민들이 분김에 눈이 뒤집혀 덮어놓고 갈대 를 베어 가면서 저편 수직원들과 시비가 붙었 다. 그 끝에 성운이 잡혀간 것이다. 성운도 이곳 출신인가? 그렇다. 낙동강 어부의 손자요 농부의 아들 이었다. 부친이 없는 살림에도 아들을 가르 쳐 놓았고, 그 덕분에 군청 농업 조수로도 일 했다. 그러다 하던 일을 관두고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서간도, 남북 만주, 북경, 상해 등 지를 다니며 독립운동에 힘쓰다 고향으로 돌 아왔다. 돌아왔을 때 고향은 어떤 모습이었나? 다섯 해 전 떠날 때만 해도 백여 호 대촌이던 마을이 그동안에 인가가 엄청나게 줄었다. 예전에 중농이던 사람은 소농으로, 소농이 던 사람은 소작농으로 떨어졌다. 소작동이 던 사람들은 거의 다 도회로, 서북간도로, 일 본으로 흩어졌다. 고향에서 그는 뭘 했는가? 농촌 야학을 열어 농민 교양에 힘썼다. 다음 에는 소작조합을 만들어 지주, 특히 대지주


인 동척(東拓)의 횡포와 착취에 대항했다. 브 나로드 운동이다. 브나로드의 성과가 있었나? 실패했다. 소작조합은 해산 명령을 받았고 야학도 금지되었다. 동척과 관청의 횡포와 압박도 심해졌다. 그러자 어떤 이는 ‘여기에 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하는 회의를 안 고 마을을 떠나기도 했다. 성운의 입장은 무엇이었나? “우리는 죽어도 이 땅 사람들과 같이 죽어야 할 책임감과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명희의 주장인가? 조명희는 박성운이라는 인물에 자신의 관념 을 투영했다. 그를 통해 더 나은 생활을 찾으 려고 만주, 일본 등지로 떠날 것이 아니라 조 선에서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이다. <낙동강>은 조명희의 대표작인가? 경향파 문학은 과열된 이념이나 경제 투쟁 일 변도였다.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이 작품에서 조명희는 고향을 떠나는 ‘로사’ 를 두고 ‘잊지 못할 이 땅으로 돌아올 날이 있 겠지’라며 희망적인 여운을 남기며 재래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그런 점에서 대표작이 라 할 만하다.


1927년 이후 조명희의 행적은? 1928년 여름, 가족을 이끌고 성공회교회에 서 세례를 받는다. 그리고 얼마 뒤 모친에게 만 하직 인사를 하고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 은 채 종적을 감춘다. 어디로 간 것인가? 소련으로 망명했다. 소련에서는 어떻게 살았나? 연해주 신한촌의 중학교와 우수리스크 조선 사범전문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1931년에 는 황명희와 재혼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수 많은 현지 한인 청년들에게 한글 문학을 가르 쳤다. 1934년 소련작가동맹의 맹원이 된 뒤


로는 단편소설은 물론 시, 동요, 희곡, 장편 소설 등에 걸쳐 폭넓은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일제 첩자로 몰려 1938년 5월 11일 총 살당했다. 45세였다. 총살 이후 소련과학원에서 ≪조명희 선집≫이 간행된 사연은 무엇인가? 1956년 소련 정부는 조명희에 대한 과거 잘 못된 결정을 파기하고 그를 복권시켰다. 이 듬해에 한글판 ≪조명희 선집≫이 간행되었 다. 1988년에는 그의 자녀가 살고 있는 우즈 베키스탄 타슈켄트 소재 국립 나보이 문학박 물관에 ‘조명희 문학기념실’이 열렸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정선이다. 경희대학교에 출강한다.


조선 식민의 수순 동척은 땅을 뺏어 일인을 식민한다. 조선 사람의 하향이 시작된다. 중농은 소농으로, 소농은 소작농으로, 소작농은 땅을 떠나 도회로, 일본으로 떠나간다. 그곳에는 무산자의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럭이 다 낙동강 우에 가을바람 부누나 갈이 나비다.


초판본 조명희 단편집 조명희 지음 이정선 엮음 한국 근현대 소설 2012년 6월 1일 출간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71쪽 16,000원


작품 속으로

조명희 단편집


낙동강(洛東江)


낙동강 칠백 니, 길이길이 흘으는 물은, 이곳에 이르러 겻가 지 강물을 한 몸에 뭉처서 바다로 향하야 나간다. 강을 러

바둑판 갓흔 들이 바다를 한하야 아마득하게 열녀 잇고, 그 넓은 들 품 안에는 무덤무덤의 마을이 여긔저긔 안겨 잇다. 이 강과 이 들과 거긔에 사는 인간 ― 강은 길이길이 흘 넛스며, 인간도 길이길이 살어왓섯다. 이 강과 이 인간! 지금 그는 서로 영원히 떨어지지1) 안으 면 안이 될 것가?

봄마다 봄마다 불어내리는 낙동강 물 구폿(龜浦)벌에 이르러 넘처 넘처 흘으네 ― 흘으네 ― 에−헤−야. 칠넝칠넝 넘친 물 로 벌로 퍼지면

1) 굵은 글씨 부분은 북한에서 발행한 ≪락동강≫(평양: 문예출판사, 1991)을 참고해 복원한 것이다. ≪락동강≫은 조명희가 망명해 있던 당시 손수 복원한 것을 반영했다는 ≪포석 조명희 선집≫(소련과학 원, 1959)을 바탕으로 출간되었다(이하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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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목숨 만만 목숨의 젓이 된다네 ― 젓이 된다네 ― 에−헤−야. 이 벌이 열니고 ― 이 강물이 흘을 제 그 시절부터 이 젓 먹고 자라왓네 ― 자라왓네 ― 에−헤−야. 천 련을 산 만 련을 산 낙동강! 낙동강! 한울가에 가−ᆫ들

에나 이칠소냐 ― 이칠소냐 ― 아−하−야.

어너 해 일흔 봄에 이 을 하직하고 멀니 서북간도로 몰

녀가는 한 의 무리가, 마지막 이 강을 건늘 제, 그네들 틈 에 갓치 여가는 한 청년이 잇서, 배ᄉ전을 두다리며 구슲

우게 이 노래를 불너서, 갓득이나 슲어하는 이사ᄉ군들로 하야금 눈물을 자아내게 하얏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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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네는 뭇 강아지 갓치 이  어머니의 젓지에 매여 달녀 오래오래ᄉ동안 살어왓섯다. 그러나 그 젓지 는 발서 자긔네 것이 아니기 시작한 지도 오래엿다. 그리던 터에 엎친 데 덮친다고 난데없는 이리 떼 같은 무리가 닥쳐 와서 물어 박지르며 빼앗아 먹게 되었다. 인자는 한 목움의 젓이라도 입으로 들어가기가 어렵게 되얏다. 하는 수 업시

이 에서 표박하야 나가게 되얏다. 이러케 된 것을 우리는 잠ᄉ간 생각하야 보자.

이네의 조상이 처음으로 이 강의 고기를 낙고, 이 벌의

곡식과 열매를  제부터 세이지도 못할 긴 세월을 오래오

래 두고 그네는 참으로 자유로웟섯다. 서로서로 노래 부르 며, 서로서로 일하엿슬 것이다. 남 벌도 자긔네 것이오. 북 벌도 자긔네 것이엇섯다. 동도 자긔네 것이오, 서 도 자긔네 것이엇다. 그러나, 역사는 한 박휘 굴넛섯다. 놀며먹는 계급이 생기 고, 일하야 먹여주는 계급이 생겻다. 다스리는 계급이 생기 고, 다스려지는 계급이 생겻다. 그럼으로부터 임자 없던 벌 판이 임자가 생기고, 주림을 모르던 백성이 굼주려 가기 시 작하얏다. 한울에 해ᄉ빗도 고흔 줄을 몰나가게 되고, 낙동 강의 맑은 물도 맑은 줄을 몰나가게 되얏다. 천 련이다. 오 천 련이다. 이 기나긴 세월을 불평의 평화 속에서 아모ᄉ소 5


리 업시 내려왓섯다. 그네는 이 불평을 불평으로 생각지 안 이키지 되얏다. 흐린 날ᄉ세를 참으로 맑은 날ᄉ인 줄 알 듯이. 그러나, 역사는 또 한 바퀴 구르려고 한다. 소낙비 앞잡 이 바람이다. 깃발이 날리엿다. 갑오동학이다. 을미운동이 다. 그 뒤에 이 에는 아니, 이 반도에는 한 괴물이 배회한

다. 마치 나래 치고 다니는 독수리갓치. 그 괴물은 곳 사회 주의다. 그것이 지나치는 곳마다 기어가는 암나뷔 궁뎅이

에 수업는 알이 쏘다지는 셈으로  한 알을 쏘다노코 간다. 청년운동, 농민운동, 형평운동, 로동운동, 녀성운동… 오천 련을 두고 흐려가는 날세가 인제는 먹장구름에 싸여간다. 폭풍우가 반드시 오고야 만다. 그 비 뒤에는 엇더한 날ᄉ세 가 올 것은 히 알 노릇이다.

***

일흔 겨울의 어두운 밤, 멀니 바다로 통한 낙동강 어구에는 고기잡이불이 근심스러히 조을고 잇고, 강기슭에는 찬 물결 의 울니는 소리가 놉하질 다. 방금 차에서 내린 일행은 배 를 기다리느라고 강 언덕 우에 웅긔중긔 등불에 얼빗처 모 혀섯다. 그 가운데에는 청년회원, 형평사2)원, 녀성동맹원, 6


×××××사람, ××××단체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 얏다. 동저고리ᄉ바람에 헌 모자 비스듬이 쓰고 보ᄉ다리 든 촌사람, 검정 두루막이, 흰 두루막이, 구지레한 양복, 혹 ˙ ˙ ˙ ˙ 입은 사람, ᄉ겟 ˙ ˙ ˙ 깃 우에 은 머리털이 다 은 루바시카 팔다팔하는 단발낭, 혹은 그대로 틀어언진 신녀성, 인력거 우에 안진 병인, 그들은 ○○ 감옥의 미결수로 잇다가 병이

위중한 닭으로 보석 출옥하는 박성운이란 사람을 고대 차 에서 바더서 인력거에 실어가지고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다. “과연, 들니는 말과 갓치 지독했구만. 그갓치 억대호3) 갓던 사람이 저렇게 될 때야 여간 지독한 형벌을 하잇나. 에 라, 몹쓸 놈들.” 이 정거장에 마중을 나와서야 비로소 병인을 본 듯한 사 람의 말이다. “그래가주고도 죽으면 병이 나서 죽었닥 하겟지.” 누가 밧는 말이다.

2) 형평사(衡平社) : 일제강점기에 천민 계급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적 으로 조직된 정치적 결사. 일본의 수평사 운동에 영향을 받아 1923년 에 경남 진주에서 결성되어 형평 운동을 주도하였으며, 일본 관헌의 탄압으로 1936년에 ‘대동사(大同社)’로 명칭을 변경하고 피혁 회사를 차려 복리를 도모하였다. 3) 억대호: ‘덩치가 크고 몹시 힘이 센 사나운 호랑이’를 뜻하는 북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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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와 바로 병원을 갈 일이지, 곳장 이리 온단 말 고?” “내사 모를다. 병인 당자가 한사락고 이리 온닥 하니…” “이거 와이리 배가 더듸노?” “아, 인자 저긔 배머리 돌녓다. 곳 올락 한다.” 한 사람이 저 강기슭을 바라다보며 짓거린다. 인력거 우의 병인을 처다보며 “늬, 춥지 안나?” “괜찬타. 내 안 춥다.” “아니, 늬 춥거던, 외투 하나 더 주?” “언제. 아니다. 괜찬다.” 병인의 병든 목소리의 대답이다. “보소. 배 좀 니 저 오소.”

강 저편에서 배ᄉ머리를 인자 겨우 돌녀서 저어오는 배 ᄉ사공을 보고 소리를 친다. “예−”

새이 게 울녀오는 소리다. 배를 저어오다가 다시 멈추 고 섯다. “저 뭘 하고 잇노?” “각중에 담배를 피여 무는 모양이라구나. 에라, 이− 문 둥아.” 8


여러 사람의 우숨은 와그르− 쏘다젓다. 배는 왓다. 인력거 탄 사람이 몬저다. “보소. 늬 인력거. 사람 탄 채 그대로 배에 올을 수 잇는 가?” 한 사람이 인력거ᄉ군 보고 뭇는 말이다. “엇지 그럴 수 잇능게요.” “아니다. 내사 내리겟다.” 병인은 인력거에 내리며 부축되야 배에 올낫다. 일행이

올느기를 맛춤애, 배는  하는 노젓 맛치는 소리와

수라수라 하는 물 젓는 소리를 내며 저 기슭을 바라보고 나아간다. 배ᄉ전에 안진 병인은 등불 빗에 보아도 얼골이 참혹하게도 야위여젓슴을 알 수 잇다. “보소. 배 부리는 양반. 배ᄉ소리나 한마듸 하소, 의4).” “각중에 이 사람, 소리는 왜 하락고?” 엽헤 안진 친구의 말이다. “내 듯고 십다… 내 살어서 마지막으로 이 강을 근느게 될는지도 몰을 일이라…”

“에라 이− 백죄5)  업는 소리만 탕탕…”

4) 의: 말끝을 올리는 경상도 지역 사투리의 말투를 표현한 것. 5) 백죄: 당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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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내 참 듯고 십다. 보소, 배 부리는 양반. 한마듸 안 하겟소?” “언제, 내사 소리할 줄 아능게요.” “아, 누가 소리해 줄 사람이 업능가?… 아, 로사! 참 소리 하소, 의… 내가 지은 노래하소.” 엽헤 안진 단발낭(斷髮娘)을 조른다. “노래하락고?” “응, ‘봄마다 봄마다’ 해라 의.”

‘봄마다 봄마다 불어내리는 낙동강 물 구폿벌에 이르러 넘처 넘처 흘으네− 흘으네− 에−헤−야…’

경상도의 독특한 지방색(地方色)을 인 민요(民謠) ‘늴 리리ᄉ조’에다가 약간 창가 조자를 석근 그 노래는 강개하 고도 굿센 맛이 어 잇다. 녀성의 음색(音色)으로서는 피

ᄉ긔가 과하고 운율(韻律)로서는 선(線)이 좀 굵다고 할 만 한, 그러나 맑은 로사의 육성(肉聲)은, 바람에 흔들니는 강

물결의 소리를 누르고 밤한울에 구슲우게 돌엇다.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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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별들도 무엇을 늣긴 듯이 눈을 벅벅하는 것 갓핫다. 지금 이 배에 올은 사람들이 서북간도 이사ᄉ군들은 비록 아니엇마는, 새삼스러히 가슴이 울니지 안이할 수는 업섯 다.

그 노래 제삼 절을 맛출 에 박성운은 몹시 히쓰테리캘

하여진 모양으로 피ᄉ대를 올녀가지고 합창을 한다. ‘천 련을 산 만 련을 산 낙동강! 낙동강! 한울가에 가 ―ᆫ 들 에나 이칠소냐−

이칠소냐− 아−하−야.’

노래는 낫다. 성운은 거진 미친 사람 모양으로 날며, 바른팔 소매를 거더들고 강물에다 정구며, 팔로 물을 저어

보기도 하며, 손으로 물을 만지기도 하고 언저 보기도 한 다. 엽 사람이 보기에 하던지

“이 사람, 큰일 낫구만. 이 병인이 지금 이 모양에, 팔을 찬물에다 정구고 하니, 엇자잔 말고.” “내사 이래다 죽어도 좃타. 늬 너머 걱정 마라.” “늬 미첫구나, 구마6)… 백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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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록에 명인은 더 날며, 엽헤 안진 녀자에게 고개 를 돌녀 “로사! 늬 팔 거더라. 내 팔하고 갓치 이 물에 정궈보자, 의.” 녀자의 손을 잡어다가 잡은 채 그대로 물에다 정구며 물 을 저어본다.

“내가 해외에 가서 다섯 해ᄉ동안을 도라다니는 동안

에도, 강이라는 것이 생각날 마다 낙동강을 이저본 은

업섯다… 낙동강이 생각날 마다, 내가 이 낙동강 어부의

손자요 농부의 아들임을 이저본 도 업섯다… 라서, 조 선이란 것도…” 두 사람의 손이 힘업시 그대로 배ᄉ전 너머 물 우에 축

처저 잇슬 이다. 그는 다시 눈압헤 수면(水面)을 바라다 보며 혼자말로 “그 언제인가 가을에, 내가 송화강(松花江)을 근늘 적에, 이 낙동강을 생각하고 울은 적도 잇섯다… 조흔 마음으로 나간 사람 갓고 보면, 비록 만 리 밧글 나가 산다 하더라도 그갓치 상심이 될 니 업스련마는…”

이 말이 러지자, 좌중은 호흡조차 은근히 어지는 듯

6) 구마: 영남 사투리에서 말끝에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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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숙하엿다. 로사는 들엇던 고개가 알로 러지며, 저편 의 손이 얼골로 올나갓다. 성운의 눈에서도 한 방울의 굵은 눈물이  러젓다.

한동안 물소리만 놉핫다. 로사는 배ᄉ전에 느러저 잇던

바른손으로 사나이의 언 손을  잡어서 다니며 “인자 구만둡시대, 의.”

˙ ˙ ˙ 의 감칠맛이란 것은 경상도 녀자의 쓰는 이 말 액센트 말 가운대에도 가장 귀염ᄉ성이 듯는 말투엿다. 그는 그의 손에 무든 물을 손수건으로 씨서주며, 거덧던 소매를 내려 준다. 배는 저 언덕에 가 다앗다. 일행은 배에 내리자, 몬저 병인을 인력거 우에다 실고는, 건넌마을을 향하야 어둠을 코 움지기여 나갓다.

***

그의 말과 갓치, 박성운은 과연 낙동강 어부의 손자요 농부 의 아들이엇다. 그의 할아버지는 고기잡이로 일생을 보내엿 섯고, 그의 아버지는 농토한으로 일생을 보내엿섯다. 자긔 네 무식이 한이 되야 그 아들이나 발천을 시켜볼 양으로 그 리하얏던지, 남 하는 시세에 좃차 그대로 해보느라고 그리 13


하얏던지, 남의 논밧을 빌어 농사를 지어 구차한 살님을 하 여나가면서도, 엇잿던 그 아들을 가리켜 노앗다. 서당으로, 보통학교로, 도립 간이 농업학교로… 그가 농업학교를 마치고 나서, 군청 농업 조수로도 한두

해를 잇섯다. 그럴 에 자긔 집에서는 자긔 아들이 무슨 큰 벼슬이나 한 것갓치 녀기며, 맛나는 사람마다 자긔 아들 자

랑하기가 일이엇섯다. 그럴 것 갓흐면 동내 사람들은 한 못내 부러워하며, 자긔네 아들들도 하로밧비 어서 가리켜 내놀 마음을 먹게 된다. 그리다가, 마침 독립운동이 폭발하얏다. 그는 단연히 결 심하고 다니던 것을 헌신갓치 집어던지고는, 독립운동에 참가하얏다. 일 마당에 나서고 보니 그는 열렬한 투사엿다.

그은 누구나 예사이지마는 그도 한 일 년 반 동안이 나 철창생활을 하게 되얏섯다.

그것을 치르고 집이라고 나와 보니, 그동안에 자긔 모친

은 도라가고, 늙은 아버지는 집도 업게 되야, 자긔 (성운 의 자씨)에게 가서 언처 잇게 되얏다. 마침 그해에도 이곳에 서 살 수가 업게 되야 서북간도로 나가는 이사ᄉ군이 붓

적 늘 판이다. 그들의 부자도 그 이사ᄉ군들 틈에 여 멀니

고향을 등지고 나가게 되얏섯다. (악가 부르던 그 낙동강

노래란 것도 그 성운이가 지여서 읊우던 것이엇다.) 14


서간도로 가보니, 거긔도 한 편안이 살 수가 업는 곳이 엿다. 그 나라 관헌의 압박, 호인의 횡포, 마적의 등쌀은 여

간이 안이엿다. 그의 부자도 남과 한가지 이리저리 돌엇 섯다. 돌다가, 그야말로 이역 타향에서 늙은 아버지좃차

영원히 일허바리게 되얏섯다. 그 뒤에 그는 남북 만주, 로령, 북경, 상해 등지로 도라다 니며, 시종이 일관되게 독립운동에 노력하얏섯다. 그리는 동안에 다섯 해의 세월은 갓섯다. 모든 운동이 다 침체하고 쇠퇴하여 갈 판이다. 그는 다시 발길을 돌녀 고국으로 향하 게 되얏다. 그가 조션으로 들어올 무럽에, 그의 사상상에는 큰 전환이 생겻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ᄉ것 열렬 하던 민족주의가 변하야 사회주의로 되얏다는 말이다.

*** 그가 가지록 서울로 와서, 일을 하여보랴 하얏스나, 그도  과 갓지 못하얏다. 그것은 이 에 잇는 사회운동 단체란 것

이 일에는 힘을 아니 쓰고, 아모 주의 주장에 틀님도 업시, 공연히 파벌을 맨드러가지고, 동지리 다투기만 일삼는 판 이다. 그는 자긔와 이 갓흔 사람리 얼니여, 양방의 타협

운동도 이르켯스나 아모 효과도 업섯고. 예른7)을 이르켜보 15


기도 하얏스나, 파쟁에 눈이 건 사람들의 귀에는 그도 크 게 울니지 못하얏다. 그는 분연히 치고 이러스며

“이 파벌이란 시긔가 오면 자연히 괴멸될 가 잇스리

라”고 예언갓치 말을 하여 던지고서는 자긔 출생지인 경상도 로 와서 남조선 일대을 망라하야 사회운동 단체를 만들어 서, 정당한 운동에만 힘을 쓰게 되얏다. 그리고, 자긔는 자긔 고향인 낙동강 하류 연안 지방의 한 부분을 떼어 맡허서 일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이 의 사정을 보아 “부·나로드!” 하고 부르지젓다.

그가 처음으로, 자긔 살던 옛 마을을 차저와 볼 에 그

의 심사는 서급흐기 가이업섯다. 다섯 해 전 날 엔 백여 호 대촌이던 마을이 그동안에 인가가 엄청나게 줄엇다. 그 대신에, 예전에는 보지도 못하던 크나큰 함석집웅 집이 쓰 러저 가는 초가ᄉ집들을 멸시하고 위압하는 듯이 둥두럿이 가로 길게 노여 잇다. 그것은 뭇지 안어도 동척 창고임을 알

수 잇다. 예전에 중농(中農)이던 사람은 소농(小農)으로 

7) 예른: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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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지고, 소농이던 사람은 소작농(小作農)으로 러지고, 예전의 소작농이던 만흔 사람들은 거의 다 풍지박산하야 나

가게 되고 어렷슬 부터 정들던 동무들도 하나도 볼 수 업 섯다. 그들은 모다 도회로, 서북간도로, 일본으로, 삼지사방 허터저 갓섯다. 대대로 살어오던 자긔네 집터에는 옛날의 흔적이라고는 주추ᄉ돌 하나 볼 수 업섯고(그 터는 지금 창 고 압마당이 되얏슴으로), 다만 그 시절에 싸리문 압헤 잇던 해묵은 느트나무(槐木)만이 지금도 그저 그 넓은 마당 터에 홀로 웃둑 서 잇슬 이다. 그는 차가서, 어린아이 모양으

로 그 나무 밋둥을 안고 맴을 돌아보앗다 을 대여보앗

다 하며, 조와서 는 슲어서 엇지할 줄을 몰낫다. 그는 나

무를 안은 채 눈을 감엇다. 지나간 날의 생각이 실마리갓치

풀여 나간다. 어렷슬 에 지금 하듯이 안고 맴돌기, 여름

철에 다기지 기여올나가 매암이 잡다가 대머리 버서진

할아버지에게 지람당하던 일, 마을의 젊은이들이 그네를 매고  엔, 자긔도 그네를 겟다고 성화 밧치던 일, 압

집에 살던 순이란 계집아이와 갓치 나무 그늘 밋헤서 소 질하고 놀 제, 자긔는 신랑이 되고 순이는 색시가 되야 시집

가고 장가가는 흉내를 내던 일, 그리다가 과연 소년 에 이 르러 그 순이란 색시와 서로 사모하게 되던 일, 그 뒤에 

그 순이가 팔녀서 평양인가 서울로 가게 될 제 어둔 밤 남 모 17


르게 이 나무 뒤에 숨어서 서로 붓들고 울던 일, 이 모든 일

이 다 생각에서 돌어 지나가자 그는 흐르륵 늣겨지는 숨 을 길게 한번 내여쉬고는 눈을  다.

“내가 이지 것을 지금 다 생각할 가 아니다… 에

잇… …”

하고 혼자 중얼거리고는, 이ᄉ것 하던 생각을 어 업

새랴는 듯이 홱 발길을 돌녀 걸어나갓다. 그는 원래 정(情) 의 사람이엿다. 그러나 그는 근래에 그 감정을 의지로 누르 랴는 노력이 만흔 터이다.

“혁명가는 생무쇠  갓흔 시퍼런 의지(意志)의 마음세

를 가저야 한다!”

˙ ˙ 이다. 그러나 그의 감정은 각금 이것이 그의 생활의 못트

의지의 굴네를 버서나서 날 가 만엇다. ˙ ˙ ˙ ˙ 을 세웟다. 선전, 조직, 투쟁 ― 그는 몬저 일할 프로그람

이 세 가지로. 그리하야 그는 몬저 농촌 야학을 설시하야 가 지고 농민 교양에 힘을 썻섯다. 그네와 감정을 갓치할 양으 로 버서부치고 들어덤비여 그네들 틈에 여 생일도 하고,

농사 일터나, 사랑 구석에 모힌 좌석에서나, 야학 시간에서 나, 긔회가 잇는 대로 교화에 전력을 썻섯다. 그 다음에는 소작조합을 만들어가지고 지주 더구나 대지주인 동척의 횡 포와 착취에 대하야 대항운동을 일으켰섯다. 18


첫해 쟁의에는 다소간 희생자도 내었지마는 성공이다. 그다음 해에는 아조 실패다. 소작조합도 해산 명령을 바덧 다. 야학도 금지다. 동척과 관청의 횡포, 압박, 이로 말할 수 가 업섯다. 아모리 열성이 잇스나, 아모리 참을성이 잇스나, 이 땅에서는 엇지할 수 업섯다. 모든 것이 침체되고 말이 엿다. 그리하야 작년 가을에 그의 친구 하나는 분연히 치

고 이러스며 “내 구마 밧그로 갈난다.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잇는 가? 하자면 테러지. 테러밧게는 더 업다. “아니다, 그래도 여긔 잇서야 한다. 우리가 우리 계급의 일을 하기 위하야는 중국에 가서 해도 좃코 인도에 가서 해 도 좃코 세계의 어너 나라에 가서 해도 맛찬가지다. 하지마 는, 우리 경우에는 여긔 잇서서 일하는 편이 가장 편리하다.

그리고 우리는 죽어도 이  사람들과 갓치 죽어야 할 책임

감과 애착을 가지고 잇다.” 이갓치 말뉴도 하엿스나, 필경에 그는 그의 가장 신뢰하

던 동무 하나를 나보내게 되고 만 일도 잇섯다.

조을고 있는 이 땅, 아니 움츠러들고 잇는 이 땅, 그는 피 칠할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이 마 을 압 낙동강 기슭에, 여러 만 평 되는 갈밧이 하나 잇섯다. 이 갈밧이란 것도 낙동강이 흘으고 이 마을이 생긴 뒤로부 19


터, 그 갈을 비여 자리를 치고, 그 갈을 틀어 삿갓을 맨들고, 그 갈을 팔어 옷울 구하고 밥을 구하얏섯다. ‘기럭이 다 낙동강 우에 가을바람 부누나 갈이 나비다.’

이 노래도 지금은 부를 경황이 업게 되얏다. 그 갈밧은 발 서 남의 물건이 되고 마럿다. 그것은 이 촌민의 무지로 말미 암아, 십 년 전에 국유지로 편입이 되얏다가 일본 사람 가등 이란 자에게 국유미간지 철일拂이라는 명의로 넘어가고 마 럿다. 이 가을부터는 갈도 비일 수가 업게 되얏다. 도 당국에 멧 번이나 사정을 하얏스나, 아모 효과가 업섯다. 촌민리 손가락을 끊어 맹서를 써서 혈서 동맹지 조직하야서 항거 하랴 하얏다. 필경에는 모도가 다 실패이다. 자긔네 목숨 이나 다름업시 알던 촌민들은, 분김에 눈이 뒤집혀 가지고 덥허노코 갈을 비여 잿첫다. 저편에 수직ᄉ군하고 시비가

생겻다. 사람까지 상하얏다. 그 헤 성운이가 선동자8)라는 혐의로 붓들녀 가서 가뜩이나 경찰당국에서 미워하던 끝에 지독한 고문을 당하고 나서 검사국으로 넘어가서 두어 달 장

8) 선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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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나 잇다가 병이 급하게 되야 나온 터이다. ˙ ˙ ˙ ˙ 가 잇다. 그것은 이해 여름 그런대, 여긔에 한 에피소드 어너 장날이다. 장ᄉ거리에서 형평사원들과 장ᄉ군 ― 그 중에도 장ᄉ거리 사람들과 큰 싸홈이 이러낫다. 싸홈 시초 는 장ᄉ거리 사람 하나이 이곳 형평사 지부 압흘 지나면서

모욕하는 말을 한 닭으로 피차에 말이 오락가락하다가 싸

홈이 되고  싸홈이 되야서, 난폭한 장ᄉ거리 사람들이

몽동이를 들고 형평사원 촌락을 습격한다는 급보를 듯고, 성운이가 압장을 서서, 청년회원 소작인 조합원 심지여 녀 성 동맹원지 총출동을 하여가지고 형평사원 편을 응원하 러 달녀갓섯다. 싸홈이 진정된 뒤에 “늬도 이놈들, 새 백정 이로구나” 하는 저편 사람들의 조소와 만매(漫罵)9)를 무릅 쓰고도 그는 “백정이나 우리나 다 갓흔 사람이다… 다만 직업의 구별

만 잇슬 름이다… 무릇 무슨 직업이던지, 직업이 달다고

사람의 귀천이 잇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옛날 봉건시 대 사람들의 하는 말이다… 더구나 우리 무산계급은 형평 사원과 갓치 손을 맛붓잡고 일을 하여나가지 안으면 아니 된다…그럼으로 형평사원을 우리 무산계급은 한 형제요 동

9) 만매: 만만히 보고 함부로 꾸짖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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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 알고 나아가야 한다…” 하고 여러 사람 압헤서 열열히 부르지진 일이 잇섯다. 이 뒤에, 이곳 녀성 동맹에는 맹원 하나가 더 느럿다. 그

것이 곳 형평사원의 인 로사다. 로사가 맹원이 된 뒤에는

자연히 성운과도 상종이 자저젓다. 그럴 수록에 두 사람의 사이에는 졈졈 갓가워지며 필경에는 남다른 정이 가슴속에 깁히 들어 배게지 되얏섯다.

로사의 부모는 형평사원으로서, 그도 한 성운의 부모

와 맛찬가지로 일망정 발천을 시켜볼 양으로 그리하얏던 지 서울을 보내여 녀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식히고 사범과

지 맛춘 뒤에 녀훈도가 되야, 멀니 함경도 에 잇는 보통 학교에 가서 잇다가 하긔 방학에 고향에 왓던 터이다. 그의 부모는 그 이 판임관이라는 벼슬을 한 것이 천지개벽 후

에 처음 당하는 영광으로 알엇섯다. 그리하야 그는

“내 이 판임관 벼슬을 하얏는대, 나도 이 노릇을 더 할

수 잇는가.” 하고는, 하여오던 수육업이라는 직업도 그만두고, 인자

그 이 가 잇는 곳으로 살너가서 새 양반 노릇을 좀 하야볼

배ᄉ심이엿다. 이번에 이 집에 온 뒤에도 서로 의논하고 작정하야 논 노릇이다. 그러나, 천만 밧게 그 몹슬 큰 싸

홈이 난 뒤부터, 그 이 무슨 녀자청년회니 동맹이니 하는 22


데 풋덕풋덕 드나들며, 주의자니 무엇이니 하는 사나이 틈

바구니에 가서 여 놀고 하더니, 그만 가 잇던 곳도 아니 가겟다 다니던 벼슬도 내여놋켓다 하고 야단이다. 그리하 야 이네의 집안에는 제일 큰 걱정거리가 생으로 하나 생기

엿다. 달내다, 구스르다, 별별 소리로 다 타일너야 그 이 좀처름 듯지를 안는다. 필경에는 큰 소리지 나가게 되얏 다.

“이년의 가시내야! 늬 백정 놈의 로 벼슬지 햇스면

무던하지. 그보다 무엇이 더 난 것이 잇더노?…” 하고 그의 아버지가 야단을 칠 에

“아배는 멧백 련이나 멧천 련이나 조상 부터 그 몹슬 놈들에게 왼갓 학대를 다 바더왓스며, 그래도 그 몹슬 놈들 의 썩어 잡버진 생각을 그저 그대로 가지고 잇구만. 내사 그 지 더러온 벼슬이고 무엇이고 실소, 구마… 인자 참사람 노릇을 좀 할난다.”

하고 이 대거리를 할 것 갓흐면

“앗다, 그년의 가시내, 건방지게… 늬 뭐락 햇노? 뭐락 해?…” 그의 어머니는 엽헤서 남편의 말을 거드느라고 “야, 늬 생각해 보아라. 우리가 그 노릇을 해가며 늬 공부 식히느락고 얼마나 애를 먹엇노. 늬 부모를 생각키로 그럴 23


수가 잇능가?… 자식이락고 자식 형제에서 늬만 공부를 식힌 것도 다 늬 덕을 보작고 한 노릇이 아니가?” “그러면, 어매 아배는 날 사람 노릇 식힐낙고 공부 식힌 것이 아니라, 돼지 키워서 이 보듯기, 날 무슨 덕 볼락고 키 워논 물건으로 알엇능게요?” “늬 다 그 무슨 쏘리고? 내사 한마듸 몬 아라듯겟닥하 니… 아나, 늬 와 그라노? 와?” “구마, 내 듯기 실소.… 내 맘대로 할나오.”

할 에, 그의 아버지는 화가 버럭 나서

“에라 이… 늬 이년의 가시내, 내 눈압헤 뵈지 마라. 내사

 보기 실타, 구마.”

하고는 벌 이러나 나가바린다. 이리하고 난 뒤에, 로사는 그 자리에 푹 업푸러저서 흙흙 늣겨가며 울기도 하얏다. 그것은 그 부친에게 야단을 만나 고 나서 분한 생각을 참 못하야 그리하는 것만도 아니엿 다. 그의 부모가 아모리 무지해서 그러케 굴지마는, 그 무지 함이 밉다가도 도로혀 불상한 생각이 난 닭이엇다.

이럴 에, 로사는 의례히 성운에게로 달녀가서 하소연

한다. 그럴 것 갓흐면 성운은 “당신은 최하층에서 터저 나오는 폭발탄 갓허야 함니다. 가정에 대하야, 사회에 대하야, 갓흔 녀성에 대하야, 남성에 24


게 대하야, 모든 것에게 대하야 반항하여야 함니다.” 하고 격녀하는 말도 하여준다. 그럴 것 갓흐면, 로사는

그만 감격에 는 듯이 성운의 무릅 우에 가서 쓰러저 얼골

을 파뭇고 운다. 그려면, 성운은 

“당신은  당신 자신에 대하야서도 반항하여야 되오.

당신의 그 눈물 ― 약한 것을 일부러 자랑하는 녀성들의 그 흔한 눈물도 거더치워야 되오… 우리는 다갓치 굿센 사람 이 되여야 함니다.” 이갓치, 로사는 사랑의 힘 사상의 힘으로 급격히 변화하 여 가는 사람이 되엿다. 그의 본성명도 로사가 아니엿다. 어 ˙ ˙ ˙ ˙ ˙ ˙ ˙ ˙ 의 이약이가 나올 에 성운 너  우연히 로사·룩셈르크 이 웃는 말로 “당신 성도 로가고 하니, 아주 로사라고 지읍시다, 의. 그 리고 참말 로사가 되시오.” 하고 난 뒤에, 농이 참 된다고, 성명을 아조 로사로 곳처 바린 일도 잇섯다.

*** 병든 성운을 둘너싼 일행이 낙동강을 건너 어둠을 코 건

넌마을로 향하야 가던 멧칠 뒤 낫결이엿다. 갈 보다도 더 25


멧 배 긴긴 행녈이 마을 어구에서부터 강 언덕을 향하고  처 나온다. 수만흔 기ᄉ발이 날닌다. 양 녈로 느러선 사람 사람의 손에는 긴 외올베 자락이 잡혀 잇다. 맨 압헤선 검정 테 둘은 긔폭에는 ‘고 박성운 동무의 령구’라고 써 잇다. 그다음에는 가지각색의 긔다. 무슨 ‘동맹’, 무슨 ‘회’, 무

슨 ‘조합’, 무슨 ‘사’. 각 단체 연합장임을 알 수 잇다.  그다 음에는 수만흔 만장이다. ‘용사는 갓다. 그러나, 그의 더운 피는 우리의 가슴에서

다’

‘갓구나, 너는! 날 밝기 전에 너는 갓구나! 밝는 날 해마지 춤에는 네 손목을 잡아볼 수 업구나.’ ‘…’ ‘…’ 이로 다 세일 수도 업다. 그 가운대에는 긴 시ᄉ구(詩句) 갓치 이러케 벌녀서 쓴 것도 잇섯다. ‘그대는 평시에 날더러, 너는 최하층에서 터져 나오는 폭 발탄이 되라, 하얏나이다. 올소이다, 나는 폭발탄이 되겟나이다.

그대는 죽을 에도 날더러, 너는 참으로 폭발탄이 되라,

하얏나이다. 26


올소이다, 나는 폭발탄이 되겟나이다.’ 이것은 뭇지 안어도 로사의 만장임을 알 수 잇섯다.

***

이해의 첫눈이 풋득풋득 날니는 어너 날 느진 아츰, 구포역 (龜浦驛)에서 차가 나서 북으로 움지기여 나갈 이다.

그 차가 들녁을 다 지나갈 지, 객차 안 동창으로 하염업 시 밧겻흘 내여다보고 안진 녀성이 하나 잇섯다. 그는 로사 다. 아마 그는 도라간 애인의 밟던 길을 자긔도 한번 밟어보

랴는 인가 보다. 그러나 필경에는 그도 멀지 안어서 다시

잇지 못할 이 으로 도라올 날이 잇겟지.

一九二七·五·一四 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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