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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한 곰 어머니의 집은 강고하다. 지배하고 도전하며 고집불통에 야비하다. 세 딸과 한 남자는 자유와 소란의 한가운데 있다. 어머니가 남자를 죽인다. 딸은 스스로 죽는다. 인간의 자연도 사라진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캐서린 헤어 연출, 런던 유니언극장, 2011


인텔리겐치아 2204호, 2014년 9월 5일 발행

추석 특집 가족 5. 안영옥이 옮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마르티리 오 그를 빼앗아 가는 걸 내가 용납 못 해. 그 사람은 앙구스티아스 언 니랑 결혼할 거야. 아델라 그 남자가 앙구스티아스 언니를 사 랑하지 않는다는 걸 나보다 언니가 더 잘 알잖아. 마르티리오 알아.


아델라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언니는 알 고 있어. 봤으니까. 마르티리오 (절망하며) 그래. 아델라 (가까이 다가가면서) 나를 사랑해. 나를, 나를 사랑한다고. 마르티리 오 제발 그 말만은, 차라리 내 가슴 에 비수를 꽂아라. 아델라 그래서 언니는 내가 그 사람한테 못 가게 하는구나. 그가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안는다는 게 언니한테는 중 요하지 않겠지. 나도 마찬가지야. 그 사람은 이제 백 년이고 이백 년이 고 앙구스티아스 언니랑 있을 수 있 어. 하지만 언니는 그 사람이 나를 안는 게 죽기보다도 싫은 거야. 그


건 언니도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 이야. 언니가 그를 사랑하다니! 마르티리 오 (극적으로) 그래! 숨김없이 낱낱 이 털어놓지. 그래, 사랑해! 내 가슴 이 비통으로 터지게 내버려 둬. 그 를 사랑해!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La Casa de Bernarda Alba)≫,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케 (Federico García Lorca)지음, 안영옥 옮김, 160∼161쪽

둘은 자매인가? 그렇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넷째 딸과 다섯 째 딸이다.


‘그 사람’은 누구인가? 맏언니 앙구스티아스의 약혼자 페페 엘 로마 노다. 그럼 세 자매 모두가 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말 인가? 큰딸 앙구스티아스는 젊고 매력 있는 페페 엘 로마노의 청혼을 받고 결혼을 준비한다. 그 는 그녀가 물려받은 재산 때문이었다. 그런 데 두 여동생도 그를 사랑하게 된다. 사각 관계의 결말은 뭔가? 막내인 아델라가 페페의 관심을 끌어 정열적 밀회를 갖는다. 질투심에 불탄 마르티리오 가 그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린다. 어머니는


달려가 그를 향해 총을 쏜다. 절망한 아델라 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라는 타이틀은 무엇 을 뜻하는가? ‘베르나르다 알바’가 지배하는 집에서 일어 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 집에 속 한 모든 것이 한 사람, 곧 베르나르다에 예속 되어 있다. 집, 그러니까 무대는 어떤 공간인가? 무대의 기본 색은 ‘흰색’이다. ‘검은’ 상복과 대비되어 풀리지 않을 힘의 대결을 암시한 다. 집의 ‘두꺼운 벽’은 집 안의 일이 바깥으로 새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 간의 절대적인 단절을 의미한다. 거친 ‘황포’로 된 주름 커튼, 딱딱한 ‘부들로 된 의 자’는 따스함을 느낄 수 없는, 엄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장식물이다. 바깥은 어떤 공간인가? 거리에는 사내들과 이웃 여자들이 있다. 자 유와 사랑과 소란함, 곧 삶이 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무엇을 대표하는가? 관습적이고 엄하며 권위적인 도덕이다. 사 회 관례와 전통 도덕이 지배하는 삶을 옹호하 는 이데올로기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어머니로서, 주인으로서 권력을 휘두른다. 말의 발정까지 조절한다. 지배욕이 강하고 거만하고 도전적이며 고집불통에 혐오스러 울 정도로 야비하고 위선적이며 누구에게나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부농 계급으로 넓은 밭을 소유하고 ‘그 동네에서 가장 좋은 가축들’을 갖고 있다. 마을에서 자 기가 제1인자라고 생각한다. 베르나르다 알바라는 이름은 무엇을 뜻하는가? ‘베르나르다’란 이름의 독일어 어원에는 ‘강 한, 곰 같은 힘을 가진’이란 뜻이 있고, ‘알바’ 에는 ‘흰색’이란 의미가 있다. 흰색은 청결에 대한 집착과 남에게 흠 잡히지 않으려 태도를


뜻한다. 그녀는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 짚고 다니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권력의 상징이다. 그녀의 반대편에는 누가 있는가? 베르나르다의 어머니 마리아 호세파와 막내 딸 아델라다. 그들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인간 본능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로르카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개인의 좌절, 특히 성적 본능의 좌절이다. 이 주제를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자연과 연결해 원시적, 신화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 힘 있


는 은유로써 표현했다. 그의 성 정체성과 관계있는 작품인가? 성적으로 소외된 인간, 자기의 피와 살과 영 혼 속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것이 있 다는 자각, 그래서 추방당한 존재라는 것이 그의 자아의식이다. 그의 문학은 이 사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작품 속에서 불가항력적인 운명의 위력과 불 가능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 었다. 어떻게 살다 갔나? 1898년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태어났 다. 시인이며 극작가, 연출가였다. 스페인 내


전이 시작된 1936년 38세의 나이로 총살당 했다. 총살의 이유는 무엇이었나? 석연치 않다. 처음에는 프랑코 체제가 그들 에게 대항하는 반대파를 억제할 무기로 로르 카를 ‘빨갱이’로 몰아 그의 죽음을 이용했다 고들 했다. 후에 ‘미풍양속을 해치는’ 동성애 자라서 희생되었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안영옥이다. 고려대학교 스페인어과 교수다.


청결한 곰 어머니의 집은 강고하다. 지배하고 도전하며 고집불통에 야비하다. 세 딸과 한 남자는 자유와 소란의 한가운데 있다. 어머니가 남자를 죽인다. 딸은 스스로 죽는다. 인간의 자연도 사라진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캐서린 헤어 연출, 런던 유니언극장, 2011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지음 안영옥 옮김 희곡 2011년 4월 18일 출간 사륙판(128*188) 무선 제본, 168쪽 12,000원


작품 속으로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스페인 시골 마을에 사는 여인들의 드라마


나오는 사람들

베르나르다: 60세 마리아 호세파(베르나르다의 어머니): 80세 앙구스티아스(베르나르다의 딸): 39세 마그달레나(베르나르다의 딸): 30세 아멜리아(베르나르다의 딸): 27세 마르티리오(베르나르다의 딸): 24세 아델라(베르나르다의 딸): 20세 하녀: 50세 라 폰시아(하녀): 60세 프루덴시아: 50세 [어린 계집애와 함께 등장하는 여자 거지] 문상을 온 여자들 [여자1, 2, 3, 4.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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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베르나르다 집의 하얀 방. 두꺼운 벽. 끝에 복숭아 그림이 그려져 있는 황포로 된 주름 커튼을 친 아치형 문들. 부들로 된 의자들. 전설에 등장하는 왕이나 요정들이 그려진 그림 들. 때는 여름. 음침하며 무거운 침묵이 무대에 흐른다. 막 이 오를 때 무대에는 아무도 없다. 종소리가 들린다.

(하녀가 나온다.)

하녀: 저놈의 종소리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구먼.

(폰시아가 소시지와 빵을 먹으면서 들어온다.)

폰시아: 저렇게 딩딩 우는 게 두 시간도 더 됐다고. 온 마을 신부들이 다 왔어. 성당이 예쁘게 치장되어 있더군. 명복을 비는 첫 미사에서 마그달레나가 기절을 했다지. 하녀: 걔가 가장 외로울 거예요. 폰시아: 제 아버지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애였지. 아이고! 이 렇게 우리가 잠시라도 우리끼리 있게 된 것이 얼마나 하느 님께 감사한지! 난 점심 먹으러 온 거야. 하녀: 베르나르다가 보면 어쩌려고요? 폰시아: 자기가 안 먹는다고 우리 모두 굶어 죽기를 바랄 거 69


야! 명령이나 할 줄 알고 지배나 하려고 드는 여자지. 그것 도 모자라서 발광하는 여자니! 내가 그 여자의 소시지 단지 를 열었지. 하녀: (아주 슬프게) 폰시아, 우리 애한테 주게 좀 주지 않을 래요? 폰시아: 들어와서 콩 한 줌도 가져가라고. 오늘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목소리만: (안쪽에서) 베르나르다! 폰시아: 문은 잘 잠겨 있어? 하녀: 예, 단단히요. 폰시아: 빗장도 걸어야 돼. 그 할망구 다섯 손가락은 열쇠 같 다니깐. 목소리: 베르나르다가 와! 폰시아: (소리를 지르며) 이제 온단다! (하녀에게) 잘 닦아. 물건에서 광택이 안 나면 얼마 남지 않은 내 머리카락을 몽 땅 뽑아 버릴 거야. 하녀: 무슨 그런 여자가 다 있담! 폰시아: 그 여자는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폭 군이야. 네 심장 위에 주저앉을 수도 있고 1년 동안 저주받 을 상판대기에 냉소를 지어 가며 네가 어떻게 죽어 가는지 지켜볼 수도 있는 여자야. 깨끗이 하라고! 그 유리도 깨끗하 70


게. 깨끗하게! 하녀: 문지르고 닦고 하느라 손에 피가 다 나요. 폰시아: 그 여자는 자기가 가장 깨끗하고 가장 고결하고 가 장 우아하다고 생각하지. 그 여자 남편은 불쌍하지만 잘 죽 은 거야.

(종소리가 그친다.)

하녀: 그 여자 친척들은 다 왔어요? 폰시아: 그 여자 친척들은 왔어. 남편 친척들은 그녀를 증오 해. 사람들은 죽은 남편을 보러 왔고 그의 명복을 빌었어. 하녀: 의자는 충분해요? 폰시아: 남아돌아. 바닥에 앉아도 되니까. 베르나르다의 아 버지가 죽은 후 사람들은 이 지붕 아래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 그 여자는 집이 자기 지배 아래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기를 원치 않아. 빌어먹을 여자야! 하녀: 당신한테는 잘했잖아요. 폰시아: 30년 동안 그 여자 침대 시트를 빨고, 30년 동안 그 여자가 먹고 남긴 걸 먹으면서 기침을 할 때면 밤을 새우고, 낮에는 이웃 사람들의 일을 염탐해 그 여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창밖을 내내 바라보며 보냈지. 우리는 서로 비밀도 없 71


이 지내 온 걸로 알고 있는데, 저주받을 여자 같으니라고! 눈 에 저주의 못이나 박혀 버렸으면! 하녀: 무슨 말을! 폰시아: 하지만 난 충실한 개야. 짖으라고 하면 짖고 동냥 온 사람들의 발꿈치를 물라면 물어. 내 자식 놈들은 그 여자의 땅에서 일하고 이제는 둘 다 결혼했지만, 언젠가 나도 지겨 워서 지쳐 버릴 거야. 하녀: 그날이 오면…. 폰시아: 그날이 오면 난 그 여자 방에 틀어박혀서 1년 내내 그 여자 얼굴에 침을 뱉고 있을 거야. “베르나르다, 이 침은 이것 때문이고, 이 침은 저 일 때문이고, 이 침은 또….” 이 렇게 해서 그 여자의 얼굴을 어린애들이 짓이겨 놓은 도마 뱀처럼 만들어 놓을 거야. 그것이 그 여자와 그 여자 친척들 의 본래 모습이라고. 물론 내가 그 여자의 인생을 시기하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야. 아직 그 여자에겐 다섯 명의 딸들 이 있지. 못생긴 다섯 명의 딸 말이야. 첫 번째 남편에게서 얻은 돈이 많은 장녀 앙구스티아스를 제하면 나머지는 수놓 은 레이스와 실로 짠 속옷만 잔뜩이라고. 물론 대대로 먹고 살 것은 있지만. 하녀: 나도 이제는 그 여자들이 갖고 있는 것을 가지고 싶어 요! 72


폰시아: 우리는 우리 손과 진실한 땅 구덩이 하나를 갖고 있 잖아. 하녀: 그게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우리 같은 사람에게 남 겨진 유일한 것이지요. 폰시아: (벽에 붙은 선반에서) 이 유리는 흠이 있어. 하녀: 걸레로 닦아도, 비누로 닦아도 안 없어져요.

(종소리가 울린다.)

폰시아: 마지막 명복 기도를 알리는 종소리군. 난 미사 드리 러 가련다. 신부가 노래하는 게 무척 마음에 들어. “우리들의 아버지” 부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하는 게 마치 물로 조금 씩 조금씩 차오르는 항아리 같거든. 물론 끝부분에서는 닭 멱따는 소리가 나지만 그 소리를 듣는 게 영광스러워! 지금 은 옛날의 트론차피노스 사제 같은 사람은 없어. 돌아가신 내 어머니 미사에서 그분이 노래했었지. 벽을 진동시킬 정도 였고 마지막으로 아멘을 했을 때는 늑대가 교회에 들어온 것 같았거든. (흉내 내며) 아메ᐨ에ᐨ에ᐨ엔! (기침을 한다.) 하녀: 당신 목구멍이 가루가 되겠어요. 폰시아: 난 다른 것을 가루로 했는데! (웃으며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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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는 청소를 하고 있다. 종소리가 울린다.)

하녀: (노래를 하면서) 딩, 동, 댕, 딩, 동, 댕, 신이 그를 용서 하셨기를! 여자 거지: (어린애를 데리고) 신이시여, 찬양받으소서! 하녀: 딩, 동, 댕… 우리를 오래 기다리시기를! 딩, 동, 댕. 여자 거지: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여) 찬양받으소서, 신이 시여! 하녀: (화를 내며) 영원히! 여자 거지: 남은 거라도 있으면 해서.

(종소리가 그친다.)

하녀: 가시지 그러셔? 오늘 남은 건 내 차지야. 여자 거지: 넌 벌어다 주는 사람이라도 있지만, 난 내 딸과 단둘이야. 하녀: 개들도 혼자서만 산다고. 여자 거지: 사람들은 늘 남은 건 주는데. 하녀: 여기서 나가. 누가 너희보고 들어오라고 했어? 바닥 디뎌 놓은 것 좀 봐. (가 버린다. 다시 닦는다.) 기름칠을 해 서 반질반질한 바닥이며 선반, 주춧돌이며 쇠 침대들은 움 74


막에서 접시 하나와 숟가락 하나로 살아가는 우리 같은 사 람들에겐 정말 견디기 어려운 것들이지. 언젠가 이런 걸 이 야기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기를! (다시 종소리가 울린다.) 그래, 그래, 종소리야 울려 퍼져라! 가장자리를 금박으로 두 른 관과 관을 덮고 갈 비단 덮개도 물론 좋지! 당신도 나와 똑같이 있게 될 게요! 속이 불편하시겠어! 통부츠에 모직으 로 된 옷을 입고 건장했었는데, 안토니오 마리아 베나비데 스, 약 오르죠! 당신네 우리 문 뒤에서 내 속치마를 들어 올 리는 일은 이제 못하겠으니!

(무대 끝에서 머리에 만티야8)를 쓰고 커다란 검은 치마와 검은 부채로 상복을 차려입은 여자들이 둘씩 들어오기 시작 한다.)

하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아! 안토니오 마리아 베나비 데스, 이제 이 집의 벽도 보지 않을 것이며 이 집의 빵도 먹 지 않겠죠! 당신을 시중든 사람 중에서 당신을 가장 사랑했 던 사람이 나였는데. (머리카락을 뜯으며) 그런데 당신이 떠 8) 만티야(mantilla): 스페인, 멕시코, 이탈리아 등지에서 여성이 의례적으로 머리에서부터 어깨까지 덮어쓰는 쓰개. 주로 비단이나 레이스로 만들며, 종교 적 행사에는 검은색으로 된 것을, 축제 때는 흰색으로 된 것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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났는데도 내가 여기서 살아야 하는 건가? 살아야 되나?

(200명의 여자가 들어오자 베르나르다가 다섯 명의 딸을 데 리고 등장한다. 베르나르다는 지팡이로 몸을 지탱하고 들어 온다.)

베르나르다: (하녀에게) 조용히 해! 하녀: (울면서) 베르나르다! 베르나르다: 말은 적게, 일은 많이. 장례에 온 손님을 치를 수 있게 이 모든 것들을 더 깨끗하게 하는 데 신경을 썼어야 지. 가,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하녀는 흐느끼며 나 간다.) 가난뱅이들은 꼭 짐승 같다니깐. 본질이 다른 것으로 된 것 같아. 여자1: 가난한 사람도 고통을 느끼는 법이죠. 베르나르다: 하지만 콩 접시 앞에서는 잊어버려. 소녀: (조심스럽게)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죠. 베르나르다: 네 나이엔 어른들 앞에서 말하는 게 아니야. 여자1: 얘, 입 다물어. 베르나르다: 어느 누구도 내게 훈계할 생각은 하지 마. 다들 앉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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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는다. 침묵이 흐른다.)

(거칠게) 마그달레나, 울지 마. 울고 싶으면 침대 밑에서 울 어. 내 말 알아들어? 여자2: 밭일은 시작했나요? 베르나르다: 어제. 여자3: 태양이 납덩이처럼 떨어져요. 여자1: 이런 더위는 몇 년 만에 처음이에요.

(침묵이 흐른다. 모두가 부채질을 한다.)

베르나르다: 레몬주스는 준비된 거야? 폰시아: (병으로 가득 찬 큰 흰 쟁반을 들고 나와 나눠 준다.) 네, 베르나르다. 베르나르다: 사내들에게 줘. 폰시아: 뜰에서 마시고 있어요. 베르나르다: 그들은 들어온 데로 나가도록 해. 여기로 지나 가는 건 싫어. 소녀: (앙구스티아스에게) 페페 엘 로마노가 장례 치르는 남 자들과 함께 있었어. 앙구스티아스: 저기 있었어. 77


베르나르다: 그의 어머니가 계셨어. 얜 그의 어머니를 봤지. 얘나 나나 페페는 보지 못했어. 소녀: 제가 보기엔…. 베르나르다: 그래, 있었던 사람은 다라할리의 홀아비였어. 네 이모 옆에 딱 붙어 있더구나. 그 사람은 우리 모두 봤지. 여자2: (낮은 목소리의 방백으로) 못된 여자야. 아주 몹쓸 여자야! 여자3: (낮은 목소리의 방백으로) 살모사 혓바닥 같으니라고! 베르나르다: 교회에서 여자들은 미사를 집전하는 사람 이외 의 남자들을 바라봐서는 안 돼. 미사 보는 사람도 긴 가운을 걸쳤기 때문에 되는 거지. 두리번거리며 머리를 돌리는 건 간장을 태울 열을 찾는 거야. 여자1: (낮은 목소리로) 교활한 늙은 도마뱀 같으니라고! 폰시아: (입속으로 투덜대듯) 사내라면 오금도 못 펴는 할망 구 주제에! 베르나르다: (바닥을 지팡이로 치며) 신이여 찬양받으소서. 모두 함께: (성호를 그으며) 영원히 은혜와 찬양을 받으소서. 베르나르다: 머리맡의 성녀와 함께 편히 쉬소서. 모두 함께: 편히 잠드소서! 베르나르다: 성 미카엘 천사와 그의 정의의 칼과 함께. 모두 함께: 편히 잠드소서! 78


베르나르다: 모든 것을 여는 열쇠와 모든 것을 닫는 손과 함께. 모두 함께: 편히 잠드소서! 베르나르다: 축복을 받은 자들과 들판의 별들과 함께. 모두 함께: 편히 잠드소서! 베르나르다: 우리의 성스러운 자비와 땅과 바다의 영혼들과. 모두 함께: 편히 잠드소서! 베르나르다: 당신의 종 안토니오 마리아 베나비데스에게 안 식을 내려 주시고 당신의 성스러운 영광의 관을 건네주소서. 모두 함께: 아멘. 베르나르다: (일어서서 노래한다.) 레퀴엠 아에테르남 도나 에이스, 도미네.9) 모두 함께: (서서 그레고리오성가10)식으로 노래하면서) 에 트 룩스 페르페투아 루세아트 에이스.11) (성호를 긋는다.) 여자1: 그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건강을 주시기를.

9)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평화를 주옵소서(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 10) 성당 미사에서 부르는 노래로,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들이 라틴어로 부르 는 단조로운 톤의 노래 방식. 11) 그들에게 영원한 광명이 있기를(Et lux perpetua luceat e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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