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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시대의 외로움 숙부에게 유산을 횡령당하자 인간을 불신한다. 자신은 친구를 배신한다. 친구가 죽자 자신을 불신한다. 메이지 천황이 죽자 목숨을 끊는다. 삶은 이미 멀리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와 함께 49년의 생을 살았다. 1912년의 소세키


인텔리겐치아 2320호, 2014년 11월 20일 발행

김숙희가 옮긴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또 왔군요.” “네, 왔습니다” 하고 나도 웃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했다 면 분명히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 생님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불쾌하기는커 녕 도리어 유쾌했다.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그날 밤 선생 님은 지난번에 한 말을 다시 반복했다. “나는 외로운 사람이지만 어쩌면 당신도


외로운 사람이 아닐까요. 나는 외로워도 나 이를 먹었으니 죽은 듯이 지내면 되지만, 젊 은 당신은 그럴 수가 없을 겁니다. 활동할 수 있는 한 맘껏 움직이고 싶겠지요. 행동 하고 움직여서 뭔가와 부딪치고 싶을 테지 요….” “저는 전혀 외롭지 않습니다.” “젊을 때가 가장 외로운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이렇게 나를 찾아오는 겁니까?” 여기서도 선생님의 입에서는 다시 그 말 이 나왔다. “아마도 당신은 나를 만나더라도 어딘가 분명 외로운 기분이 다시 들 겁니다. 나는 당신의 그 외로움을 뿌리 뽑아 줄 만한 힘이 없으니까요. 이제는 다른 쪽을 향해 팔을 벌


리지 않으면 안 될 거요. 머잖아 우리 집 쪽 으로는 발걸음을 옮기지 않게 될 것이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고 쓸쓸히 웃었다. -«마음(こゝろ)»,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지음, 김숙희 옮김, 23~24쪽

언제부터 시작된 이야기인가? 둘은 가마쿠라 해수욕장에서 처음 만난다. 선생님에게 호감을 느낀 ‘나’는 도쿄로 돌아 와서 기회 있을 때마다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가? 상당한 교육을 받고도 사회에 나가 일을 하


지 않는다. 매달 조시가야 묘지에 묻힌 친구 의 묘를 방문한다. 선생님은 정말 외로운가? ‘나’도 모른다. 사연을 물어보면 대답을 회 피하거나 얼버무린다. 내면에 숨겨진 그림 자가 있는 듯하다. 이야기의 전환은 어디인가? 선생님의 사상에 감화된 ‘나’는 더욱 호기심 을 느끼며 다가간다. 그런데 ‘나’는 아버지 의 병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얼마 뒤 고향에서 뜻밖에도 선생님에게 전보 한 통을 받는다.


전보에 뭐라고 적혀 있었나? 좀 만나고 싶은데 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 는 아버지의 병세 때문에 도쿄로 갈 수 없다 고 회신한다. 다시 선생님에게 편지를 받는 다. 편지 말미에 충격적인 글이 쓰여 있었다. 어떤 충격인가?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편지가 당신 손에 들어갈 무렵에는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 이미 죽었을 것입니다.” 나는 어떻게 하는가? 급히 열차를 타고 도쿄로 향한다. 열차 안에 서 유서가 된 선생님의 편지를 읽는다. ‘나’는 편지를 읽고서 선생님의 사연을 알게 된다.


선생님의 사연이란? 재산가의 외아들인 선생님은 숙부에게 유 산을 횡령당한 뒤 인간을 불신한다. 고향을 떠나온 선생님은 하숙집 딸 시즈를 사랑하 게 된다. 친구 K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도 하숙집 주인에게 요구해 그녀와 결 혼한다. 배신당한 K는 자살한다. 조시가야 묘지의 주인인가? 그렇다. 친구의 자살에 충격을 받은 선생님 은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불신과 죄의 식을 느끼며 폐인처럼 산다. 노기 장군이 메 이지 천황을 따라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가 친구의 죽음에 휩싸인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의 마음을 용서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아내를 얻기 위해 이기심과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던 선생님이 결혼 후 잃 은 것은 자신을 믿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결의 계기는? 직접 계기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이었지 만 배후에는 메이지 정신이 도사리고 있다. 메이지 정신이 어떻게 자살을 유도한 것인가? 선생님은 천황이 죽자 메이지 시대가 끝났 다고 본다. 메이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자신이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필시 시대착 오라고 생각한다.


나쓰메 소세키에게 메이지 시대는 무엇인가? 그는 메이지 시대가 시작하기 1년 전인 1867 년 태생이다. 일생을 메이지 시대와 함께했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는 봉건주의 와 근대사상의 갈등이 심했던 시기다. 소세 키가 선생님의 자살의 계기를 벽에 부딪힌 메이지 정신에서 찾은 것은 급변하는 근대사 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과 관련이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에서 이 작품의 위치는? 그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1914년 4월 20일부터 8월 11일까지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었고 9월에 이와나미에서 책으로 나 왔다.


올해는 이 책이 출판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 아닌가? 그렇다. 1세기 전의 신문소설을 지금 읽는다 는 기분으로 감상한다면 현재와 다르지 않 은 동시대 상황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누구인가? 일본의 국민 작가다. 소세키 문학의 기본 테 마는 인간의 자아, 에고이즘과 죄의 문제, 문명사회 비판 등이다. 근대 지식인의 내면 을 파헤치기도 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숙희다. 일본 근대문학을 전공했고 한국 외대에 출강한다.


메이지 시대의 외로움 숙부에게 유산을 횡령당하자 인간을 불신한다. 자신은 친구를 배신한다. 친구가 죽자 자신을 불신한다. 메이지 천황이 죽자 목숨을 끊는다. 삶은 이미 멀리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와 함께 49년의 생을 살았다. 1912년의 소세키


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숙희 옮김 2014년 10월 15일 출간 사륙판(128 *188) 무선제본 , 350쪽 18,000원


작품 속으로

마음


제1부 선생님과 나

1 나는 그를 늘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여기서도 선 생님이라고 적을 뿐 본명은 밝히지 않겠다. 그것은 세간의 이목을 두려워해서라기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게 더 자 연스럽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금세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펜을 들어도 마찬가 지다. 서먹서먹한 이니셜 이름 따위는 전혀 쓰고 싶지 않 다. 내가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가마쿠라(鎌倉)에서였다. 당시에 나는 아직 젊디젊은 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해수욕장으로 떠난 친구로부터 꼭 한번 놀러 오라는 엽서를 받았기에, 약간의 돈을 준비해서 떠나기로 하였다. 비용을 마련하는 데 2∼3일이 걸렸다. 그런데 내가 가마쿠라에 도 착해서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서 나를 오라고 한 친구는 갑 자기 고향으로부터 돌아오라는 전보를 받았다. 전보에는 어 머니가 병환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친구는 믿지 않았다. 그 는 오래전부터 고향의 부모로부터 별로 내키지 않는 결혼을


강요받고 있었다. 당시의 관습으로 볼 때 그는 결혼하기에 는 너무 젊은 나이였다. 게다가 중요한 결혼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여름방학이면 당연히 돌아가야 하는데도 일부러 가지 않고 도쿄 근처에서 놀고 있었던 것 이다. 친구는 내게 전보를 보여 주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해 왔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머니가 실제로 병환이라면 그는 돌아가는 것이 마땅했다. 결국 친구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모처럼 놀러 온 나 는 혼자 남겨졌다. 학기가 시작되려면 아직 날짜가 많이 남아 있었기에 가 마쿠라에 있든 도쿄로 돌아가든 상관없었던 나는 당분간 묵 었던 여관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친구는 주고쿠(中国)1) 지 방의 부잣집 아들이라 금전적으로 불편함이 없었지만 아직 학생 신분이니만큼 생활수준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남게 된 나는 내게 맞는 숙소를 다시 구할 필요 가 없었다. 여관은 가마쿠라에서도 외곽에 자리하고 있었다. 당구 라든가 아이스크림 같은 신식 문화를 접하려면 긴 논두렁길

1) 주고쿠(中国): 야마구치(山口), 돗토리(鳥取), 시마네(島根), 히로시마(広 島), 오카야마(岡山) 5개 현이 있는 일본 중부지방.


하나를 지나가야만 했다. 인력거로 가더라도 20전(錢)은 줘 야 했다. 다만 개인별장은 여기저기 몇 채나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바다가 아주 가까웠기 때문에 해수욕하기에는 편리 했다. 나는 매일 바다로 나갔다. 낡고 찌든 초가지붕 사이를 지 나서 해변으로 내려오면, 이 주변에 이렇게 도회지 사람들 이 많이 살고 있나 싶을 정도로 모래사장은 피서 온 남녀들 로 북적였다. 어떤 날에는 바닷물 속이 대중목욕탕처럼 검 은 머리들로 가득 차 있을 때도 있었다. 그 인파 속에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 없지만, 활기찬 분위기에 이끌려 모래 위 에 엎드리기도 눕기도 하고 무릎까지 파도를 맞으며 해변을 뛰어다니는 것은 유쾌한 일이었다. 나는 그런 혼잡함 속에서 선생님을 발견하였다. 당시 바닷가에는 간이찻집이 두 곳 있었는데 나는 우연한 계기 로 그중 한 곳을 자주 드나들었다. 근처에 큰 별장을 가진 사람들과는 달리 개인탈의실을 마련하지 못한 피서객들에 게는 이런 공동탈의장 같은 장소가 꼭 필요했다. 그들은 그 찻집에서 차도 마시고 휴식을 취하면서 수영복을 빨아 달 라고 하거나 소금기 있는 몸을 씻기도 했다. 또한 모자와 양산을 맡기기도 하였다. 나는 수영복은 없었지만 소지품 을 도난당할 우려가 있었기에,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이 찻


집에 벗은 옷가지를 맡겨 두곤 했다.

2 내가 그 찻집에서 선생님을 본 것은 마침 그가 옷을 벗고 막 바다로 들어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나는 그때 반대로 젖은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물에서 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 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시야를 가로막고 오가고 있었다. 특 별한 이유가 없는 한 나는 그를 못 보고 놓쳐 버렸을지도 모 른다. 그 정도로 해변은 혼잡했다. 나 역시 머리가 산만했음 에도 선생님이 금세 눈에 들어온 것은, 서양인 한 명과 동행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찻집에 들어섰을 때 그 서양인의 유난히 흰 피부색이 내 시선을 끌었다. 일본식 유카타(浴衣)2)를 입고 있었던 그는 의자 위에 옷을 벗어 던진 채 팔짱을 끼고 바다를 향해 서 있 었다. 그는 팬티 하나밖에 걸치고 있지 않았기에 그것이 나 에게는 무척 의아했다. 나는 이틀 전에 유이가하마(油井が浜)까지 가서 모래 위

2) 유카타(浴衣): 여름철이나 목욕 후에 입는 면으로 된 홑겹 기모노.


에 쭈그리고 앉아 서양인들이 바닷물에 들어가는 모습을 바 라보았다. 내가 앉았던 곳은 조금 높은 언덕 위였는데 바로 옆이 호텔 뒷문이었기 때문에, 내가 앉아 있는 동안 많은 남 자들이 해수욕을 하러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몸통과 팔과 넓적다리를 드러내 놓고 있지 않았다. 여자들은 더욱 몸을 감싸고 있었다. 대부분 머리에 고무 모 자를 쓰고 있어서 적갈색, 감색, 남색 머리가 파도 사이로 떠 다니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목격했던 내 눈에는 팬티 하나 만 걸치고 여러 사람들 앞에 서 있는 서양인이 몹시 신기해 보였다. 마침내 그 서양인은 주위를 돌아보더니 거기 쭈그리고 앉은 일본인에게 뭐라고 한두 마디를 건넸다. 그 일본인은 모래 위에 떨어진 수건을 집어 들던 참이었는데 그것을 집 자마자 머리에 매고는 곧 바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분이 바 로 선생님이었다. 나는 나란히 바닷가로 내려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단 순한 호기심에서 지켜보았다. 그들은 바로 물속으로 발을 담갔다. 그러고는 얕은 물가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많은 사 람들 사이를 빠져나가서 비교적 넓은 곳에 이르자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머리가 아주 조그맣게 보일 때까지 먼 바다로 가더니, 몸을 돌려서 일직선으로 해변으로 되돌


아왔다. 찻집으로 와서는 우물물로 헹구지도 않고 곧바로 몸을 닦고 옷을 입더니 어디론가 서둘러 가 버렸다. 그들이 간 뒤 나는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그때 나는 멍하니 선생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언제 어디서 만난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당시에 나는 신경 쓸 일이 없다기보다는 그저 무료함으 로 지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날도 선생님 을 본 시간을 헤아려서 일부러 찻집까지 나가 보았다. 그런 데 서양인은 오지 않고 선생님 혼자서 밀짚모자를 쓰고 거 기 와 있었다. 선생님은 안경을 벗어서 선반 위에 놓더니 바 로 수건으로 머리를 싸매고는 총총히 물가로 내려갔다. 그 가 어제와 마찬가지로 소란스러운 해수욕장을 벗어나 혼자 서 헤엄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갑자기 그 뒤를 쫓아가고 싶 어졌다. 나는 얕은 물을 머리 위까지 튀기면서 꽤 깊은 곳까 지 가서는 선생님을 목표로 헤엄쳐 갔다. 그러자 선생님은 어제와는 달리 반원을 그리면서 다른 방향으로 헤엄쳐서 해 변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목표를 이룰 수가 없 었다. 내가 해변으로 올라와서 물이 떨어지는 손을 털면서 찻집으로 들어가자, 선생님은 벌써 옷을 갈아입고 들어서는 나를 스쳐 지나 밖으로 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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