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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돌릴 수 없는 현실 과로와 영양실조, 그리고 폭력이 뱃사람들에게 쏟아진다. 자본에 항거하지만 기다리는 것은 제국 군대의 총검이다. 몸밖에 없는 노동자의 마지막 선택은? 다시 한 번 일어서는 것뿐이다.

‹선박›, 살바도르 달리 그림, 1935


인텔리겐치아 2351호, 2014년 12월 10일 발행

황봉모가 옮긴 고바야시 다키지의 ≪게잡이 공선≫ 게잡이 공선은 ‘공선(공장선)’이고, ‘항선’이 아니다. 그러므로 항해법은 적용되지 않았 다. 20년 동안이나 매어 놓은 채로 있어, 침 몰시키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비틀거리는 ‘매독 환자’와 같은 배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겉에만 화장을 짙게 하고 하코다테에 돌아왔다. 러일전쟁에서 ‘명예롭게도’ 절름 발이가 되어 물고기 창자처럼 방치된 병원


선과 운송선이, 유령보다도 죽음이 임박해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조금만 증기 의 압력을 세게 하면 파이프가 터져 뿜어 나 왔다. 러시아 감시선에 쫓겨 스피드를 올리 면(그런 경우는 몇 번이나 있었다), 배의 모 든 부분이 우지직 소리가 나면서 당장이라 도 하나하나가 분해되어 풀려 버릴 것 같았 다. 중풍 환자처럼 전신을 떨었다. -«게잡이 공선(蟹工船)», 고바야시 다키지(小林 多喜二) 지음, 황봉모 옮김, 52~53쪽

게잡이 공선에는 누가 타는가?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전직 농민, 어부, 광부였다. 그들과 함께 아사카와가 탔다.


아사카와는 누구인가? 감독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 죽는 것쯤 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배에서 사람이 죽는가? 과로, 영양실조, 아사카와의 폭력 때문이다. 노동자가 병으로 쓰러져도 일터로 내몰린 다. 노동자들은 왜 당하고만 있는가? 부당함을 알면서도 일본 제국을 위한다는 말에 설득되어 분을 삭인다. 하지만 사람이 계속 죽어 나가자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상한 느낌, 그다음은 무엇인가? 야마다가 각기병으로 숨지자 더는 참지 못 하고 폭발한다. 노동자들은 노동 환경 개선 을 요구하며 태업과 파업에 들어간다. 아사카와 감독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노동자를 자신의 힘으로 제지할 수 없다고 여기고 일본 제국 군함을 부른다. 노동자들 은 군인들에 의해 순식간에 진압된다. 노동 자들은 일본 군대가 자신들을 도울지 모른 다고 생각했다. 물론 착각이었다. 여기가 게잡이 공선 이야기의 끝인가? 아니다. 노동자들은 그대로 있다가는 ‘살해’ 되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죽음을 각오하고


다시 한 번 궐기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주인공이 없다. 게잡이 공선에서 착취와 학 대를 당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집단으로 그려진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노동자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굴종밖에 몰랐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힘 에 눈을 뜨고 자신들의 손으로 자본가의 착 취에 대항한다. 군대에 의해 일단 진압되지 만 다시 한 번 일어서는 모습에서 제국주의 적인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정 신을 만날 수 있다.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이 작품의 위치는? 고바야시 다키지의 대표작이다. 일본 프롤 레타리아문학계뿐만 아니라 일본 근대문학 사에서 획기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의 획기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을 사상의 영역으로 까지 넓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 작품에 서는 노동자의 구체적인 행동이 정치적 의 도를 가지고 묘사된다.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이 이 작품을 계기로 앙양기를 맞 는다. 실제로 게잡이 공선이 있었나? 그렇다. 1926년 홋카이도(北海道)의 게잡이


공선에서 있었던 사건이 이 작품의 소재다. 조난 사건과 어부 학대 등으로 커다란 사회 문제를 일으켰다. 다키지는 4년에 걸쳐 게 잡이 공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북양어 업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작품을 완성 했다. 고바야시 다키지는 누구인가? 일본의 대표적인 프롤레타리아문학 작가 다. 그는 언제나 큰 사회문제를 작품으로 쓰 려 했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었다.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비참한 사회의 현실, 그는 항 상 현실 문제를 고민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황봉모다. 한국외대에서 일본 문학을 가르 친다.


눈 돌릴 수 없는 현실 과로와 영양실조, 그리고 폭력이 뱃사람들에게 쏟아진다. 자본에 항거하지만 기다리는 것은 제국 군대의 총검이다. 몸밖에 없는 노동자의 마지막 선택은? 다시 한 번 일어서는 것뿐이다.

‹선박›, 살바도르 달리 그림, 1935


게잡이 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황봉모 옮김 2011년 4월 30일 출간 사륙판(128 *188) 무선제본 , 166쪽 12,000원


작품 속으로

게잡이 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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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지옥에 가는 거야!” 두 사람은 갑판 난간에 기대어 달팽이가 발돋움을 하는 것처럼 늘어져, 바다를 껴안고 있는 하코다테(函館) 거리를 보고 있었다. − 어부는 손가락 부근까지 다 피워 버린 담배 를 침과 함께 버렸다. 담배는 우스꽝스럽게 여러 형태로 뒤 집히며 높은 배 옆을 거의 스칠 듯이 떨어져 갔다. 그는 온몸 에서 술 냄새가 났다. 빨간 올챙이배를 폭넓게 띄우고 있는 기선과, 한창 짐을 싣고 있는 듯 바다에서 한쪽 소매를 힘껏 잡아끌기라도 하 는 것처럼 한껏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과, 노란색의 두 꺼운 굴뚝, 커다란 방울 같은 부표(浮標), 빈대처럼 배와 배 사이를 바쁘게 누비고 있는 작은 증기선, 추위 속에 으스스 살풍경하게 웅성거리고 있는, 그을음과 빵 부스러기와 썩은 과일이 떠 있는, 뭔가 특별한 직물과 같은 파도…. 바람의 영향으로 연기가 파도와 스칠 듯이 휘어져 후텁지근한 석탄 냄새를 풍겼다. 윈치의 드르륵 하는 소리가 때때로 파도를 통해 그대로 울려 왔다. 이 게잡이 공선 핫코마루(博光丸) 바로 앞에, 페인트가


벗겨진 범선이 뱃머리의 소 콧구멍 같은 곳에 정박해 있었다. 갑판을 마도로스파이프를 입에 문 외국인 두 명이 같은 곳 을 몇 번이나 기계인형처럼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것이 보였 다. 러시아 배 같았다. 틀림없이 일본의 ‘게잡이 공선’에 대 한 감시선이었다.

“우리들 이제 한 푼도 없어. − 제기랄. 이거 참.” 그렇게 말하고, 몸을 붙여 왔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의 어

부의 손을 잡아 자신의 허리 근처에 가지고 갔다. 작업복 밑 의 골덴 바지 주머니에 바짝 대었다. 뭔가 작은 상자 같았다. 한 명은 잠자코 그 어부의 얼굴을 보았다. “히히히히…” 하고 웃으며, “화투야”라고 말했다. 배의 갑판에서 ‘장군’과 같은 모습을 한 선장이 어슬렁거 리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뿜어내는 연기가 코앞에서 급히 각도를 꺾어 흩어져 날아갔다. 밑창에 나무를 박은 샌 들을 질질 끌며, 음식물 바구니를 든 선원이 바쁘게 ‘살롱’

선실을 출입했다. − 준비가 다 되어, 이제 출항하기만 하면 되었다. 잡부가 있는 승강구를 위에서 들여다보자, 어두침침한 아치형 선반에 둥지로부터 얼굴만 불쑥불쑥 내미는 새처럼,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모두 열네댓 살의 소년 들뿐이었다.


“너는 어디서 왔니?” “××마을.” 모두 같았다. 하코다테의 빈민촌 어린이들뿐 이었다. 그런 것은 그것만으로 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저쪽 선반은?” “남부.” “그쪽은?” “아키타(秋田).” 그들은 각각 선반을 달리하고 있었다. “아키타 어디?” 고름과 같은 콧물을 흘리며, 벌겋게 충혈된 것처럼 눈가 가 짓무른 아이가, “북아키타”라고 말했다. “농민이야?” “그래요.” 공기가 휙 하고 오는데 뭔가 과일이라도 썩는 것 같은 시 큼한 악취가 났다. 절인 음식을 몇 십 통이나 저장해 놓은 방 이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똥’과 같은 고약한 냄새도 섞여 있었다.

“이제 아빠가 안고 자 주지.” − 어부가 실실 웃었다. 어스레한 구석 쪽에서 작업복을 입고 통이 좁은 바지를

입은, 보자기를 삼각형으로 쓴 날품팔이 같은 어머니가, 껍


질을 벗긴 사과를 선반에 누워 있는 아이에게 먹여 주고 있 었다. 아이가 먹는 것을 보면서 자신은 깎아서 뱅글뱅글 원 형이 된 껍질을 먹고 있다. 뭔가 말하거나 아이 옆의 작은 보 자기에 싼 것을 몇 번이나 풀거나 고쳐 주고 있었다. 그런 것 이 일고여덟 명이나 있었다. 누구도 환송해 주는 사람이 없 는 내륙으로부터 온 아이들은 때때로 그쪽을 훔쳐보듯이 보 고 있었다. 머리와 몸이 시멘트 가루투성이가 되어 있는 여자가 캐 러멜 상자에서 두 개 정도씩 그 근처의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우리 겐키치(健吉)하고 사이좋게 일해, 응?” 하고 말했다. 나무뿌리처럼 볼품없고, 크고 거친 손이었다. 아이의 코를 풀어 주는 사람과,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 는 사람과, 소곤소곤 뭔가 말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댁의 아이는 몸이 좋군요.” 어머니끼리였다. “음, 뭐.” “우리 애는 매우 약해요. 어떻게 할지 걱정이지만, 어쨌 든….” “그거야 누구라도 그래요.”

− 두 명의 어부가 승강구로부터 갑판에 얼굴을 내밀고


한숨을 쉬었다. 언짢은 듯이 갑자기 입을 다문 채 잡부들이 있는 곳보다 더 뱃머리 쪽에 있는 사다리꼴 모양의 자기들 ‘거처’로 돌아갔다. 닻을 올리거나 내릴 때마다 콘크리트 믹 서 안에 처넣어진 듯이 모두 튀어 오르거나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두침침한 속에서 어부는 돼지처럼 데굴데굴하고 있 었다. 게다가 돼지우리 그대로 곧 웩 하고 토할 것 같은 냄 새가 났다. “냄새. 냄새.” “그래, 우리 처지이니까. 어느 정도 이런 썩은 냄새는 당 연해.” 빨간 맷돌과 같은 머리를 한 어부가 됫병째로 술을 이가 빠진 밥공기에 부어서, 마른오징어를 게걸스럽게 우적우적 하면서 마시고 있었다. 그 옆에 벌렁 나자빠져서, 사과를 먹 으면서 표지가 너덜너덜해진 야담 잡지를 보고 있는 자가 있었다. 네 명이 둘러앉아 마시고 있는데, 아직 술이 부족했던 한 사람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렇지. 넉 달이나 바다 위야. 이젠 이런 일밖에 할 수 없겠지….” 튼튼한 몸을 한 자가 그렇게 말하고 두꺼운 아랫입술을


가끔 버릇처럼 핥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지갑이 말이야.” 곶감처럼 찰싹 달라붙은 얇은 돈지갑을 눈높이로 흔들어 보였다. “저 과부, 몸은 이렇게 조그마한 주제에, 무지 능숙했어!” “이봐, 그만해, 그만해!” “좋아, 좋아, 계속해.” 상대는 헤헤헤 하고 웃었다. “봐, 감탄할 물건이지. 그렇지?” 취한 눈을 정확히 상대편 쪽 선반 아래에 붙박고, 턱으로 “응!” 하고 그 사람이 말했다. 어부가 그 여자에게 돈을 건네주고 있는 참이었다. “봐, 봐, 응!” 작은 상자 위에 꼬깃꼬깃해진 지폐와 은화를 늘어놓고, 두 사람이 그것을 세고 있었다. 남자는 작은 수첩에 연필을 핥고 핥으며 뭔가를 쓰고 있었다. “봐, 응!” “나도 마누라랑 자식은 있어.” 과부 이야기를 했던 어부 가 갑자기 화난 듯이 말했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선반에서, 숙취로 푸르퉁퉁하게 부 은 얼굴에 앞머리만을 길게 기른 젊은 어부가, “나도 이번엔 정말 배에 오지 않으려고 했는데”라고 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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