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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 예술의 절정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다. 전혀 새로운 방식의 소설이었다. 사라진 이야기의 자리에 책이 등장한다. 당대의 사상과 학문이 그 자리를 채운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끝내지 못하고 삶을 먼저 끝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초상›, 외젠 지로 그림, 1856


인텔리겐치아 2445, 2015년 2월 11일 발행

김계선이 뽑아 옮긴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부바르와 페퀴셰 천줄읽기≫ 그들은 구경했던 모든 것에 매료되었다. 결 정했다. 그날 저녁, 서재에서 «농가»라는 네 권짜리 책을 뽑아 들었고, 가스파랭 강의 록을 구했으며, 농업 신문을 구독 신청했다. -«부바르와 페퀴셰(Bouvard et Pécuchet) 천줄읽기»,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지음, 김계선 옮김, 55쪽


그들은 누구인가? 부바르와 친구 페퀴셰다. 몇 개월 전 산책길 에서 처음 만났다. 운명처럼 서로를 알아보 았다.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파리에서 필경사로 일하는 47세 독신남이라 는 사실을 제외하면 외모도, 성격도 닮은 구 석이 없었다. 하지만 시시콜콜한 신변잡기 부터 사회 이슈, 학문 분야까지 대화는 끊이 지 않았다. 이들이 뭘 본 것인가? 파베르주 백작의 영지다. 백작의 영지처럼 훌륭한 농지를 꿈꾸며 책을 읽는다.


필경사가 농지를 꿈꾸는 이유가 뭔가? 부바르가 뜻밖의 유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이 다. 둘은 은퇴하고 샤비놀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봄이 찾아와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려는 참이다. 농사를 짓는데 책을 뽑아 든 이유는 뭔가? 그들의 방식이다. 먼저 책을 읽고 자료를 수 집한 뒤 현실에 적용한다. 결과는 언제나 실 패다. 실패하면 그다음엔 어떻게 하는가? 실패의 원인을 찾는다. 농사일에서 마지막 실패는 증류기 폭발이었다. 페퀴셰는 원인 을 분석한 뒤 이렇게 결론 내렸다. “어쩌면


우리가 화학을 모르는 탓일까!” 그렇게 해서 그들의 관심은 새로운 연구 대상으로 옮겨 간다. 성공은 언제 나타나는가? 결국 실패만 하다 끝난다. 어떤 학문을 선택 해 열성적으로 몰두하다가 실패하고 다시 새로운 학문으로 관심을 옮기고 또 실패하 고 다시 관심을 옮기는 순환 구조를 반복하 기 때문이다. 플로베르가 이 책을 쓴 목적이 뭔가? 지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 주는 것 이다. 그래서 부제를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 한 백과사전’이라 붙였다.


부바르와 페퀴셰는 어리석은 인간인가? 아니다. 이미 제1장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호 기심 때문에 날로 그들의 지성이 높아 갔다 고 썼다. 그들은 책의 모순을 지적하거나 비 판하고 자기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연구도 농업, 원예 같은 실용 분야에서 철학과 종교 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거의 모든 학문을 망 라한다. 비록 실패로 끝나긴 하지만 어떤 분 야든 항상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연구한다. 플로베르가 비판하는 대상은 부르주아다. 플로베르는 부르주아를 싫어했는가? 프랑스대혁명과 19세기 정치·사회·경제의 주역인 부르주아에 대한 플로베르의 인식은 지극히 부정적이고 냉소적이었다. 그들은


논리적 모순을 안은 근대 학문을 맹종하면 서 인류의 진보를 신봉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건 자신의 이익을 우선했 다. 그들의 상투적이고 진부한 말과 사고방 식이야말로 작가가 진정으로 조롱하는 대상 이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어떤 작가인가? 문체의 거장이다. 소설을 언어의 문제로 보 았다. 주제보다 문체를 중시하고 완전한 형 식을 통해 절대미를 추구했다. 자신의 생각 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표현을 찾기 위해 문 장을 끊임없이 다듬고 다시 썼다.


플로베르 문학 세계에서 ≪부바르와 페퀴셰≫ 의 위치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미완성 유작이다. 플 로베르는 이 작품이 성공한다면 ‘예술의 절 정’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혀 새로운 방식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이야 기에 당대의 수많은 사상과 학문이 섞임으 로써 사라진 이야기의 자리에 책이 등장한 다. 1872년부터 집필을 준비했는데, 글쓰기 가 너무 고통스러워 중단하다가 재개했으나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1880년 세상을 떠나 고 말았다. 이 책은 원전을 어떻게 뽑아 옮겼나? 원전은 열 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바르


와 페퀴셰가 만나는 제1장, 학문에 입문하 는 제2장, 2월혁명에서 나폴레옹 3세의 쿠데 타까지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개인의 실패를 넘어 한 시대의 정치적·사회적 실패를 그리 는 제6장, 교육 이론을 아동들에게 적용하는 제10장을 번역했다. 번역하지 않은 장들은 간략하게 요약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계선이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프랑스 문 학을 강의한다.


플로베르 예술의 절정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다. 전혀 새로운 방식의 소설이었다. 사라진 이야기의 자리에 책이 등장한다. 당대의 사상과 학문이 그 자리를 채운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끝내지 못하고 삶을 먼저 끝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초상›, 외젠 지로 그림, 1856


부바르와 페퀴셰 천줄읽기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계선 엮음 2012년 7월 16일 출간 사륙판(128 *188) 무선제본, 205쪽, 12,000원


작품 속으로

부바르와 페퀴셰


1장

33도나 되는 무더운 날씨 때문에 부르동 가에는 인적 하나 없었다. 좀 더 아래에서 두 개의 수문을 꼭 닫은 생 마르탱 운하가 검은 빛깔의 물을 곧게 드러내고 있었다. 운하 한가운데에 나무를 잔뜩 실은 배가 한 척 있고, 둑에는 큰 통들이 두 줄 로 늘어서 있었다. 운하 너머 작업장들이 갈라놓은 집들 사이로 맑고 넓은 군청색 하늘이 뚜렷했고, 집들의 하얀 전면과 슬레이트 지 붕과 화강암 방파제가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웅성 거리는 소리가 저만치 미적지근한 대기 속에서 올라왔다. 일요일의 한가로움과 여름날의 서글픔 탓으로 모든 것이 나 른해 보였다. 두 남자가 나타났다. 한 사람은 바스티유 쪽에서, 또 한 사람은 식물원 쪽에서 걸어왔다. 삼베옷을 입은 키가 큰 남자는 모자를 뒤로 젖히 고 셔츠 단추를 풀어헤친 채 넥타이를 손에 들고 걸었다. 키 가 작은 남자는 밤색 프록코트에 몸을 파묻고 챙이 뾰족한 모자를 쓴 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거리의 중간에 이르자 동시에 같은 벤치에 앉 았다. 이마의 땀을 닦기 위해 둘 다 모자를 벗어 옆에 놓았다. 키가 작은 쪽은 옆 사람의 모자에서 부바르라고 쓰인 것을 보았고, 상대편은 프록코트를 입은 사람의 모자에서 페퀴셰 라는 글씨를 쉽사리 알아보았다. “어라!” 그가 말했다. “우리는 똑같이 모자에 이름 써넣을 생각을 했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사무실에서 제 걸 가져갈 수도 있으니 까요!” “저도 그렇습니다. 월급쟁이지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부바르의 사람 좋은 모습에 페퀴셰는 즉시 끌렸다. 줄곧 반쯤 감겨 있는 부바르의 푸르스름한 눈이 혈색 좋 은 얼굴에서 웃고 있었다. 통바지가 배에 딱 맞아 셔츠가 혁 대 위에서 불룩했고, 바지 아래 자락은 가죽 구두 위에서 구 겨져 있었다. 약간 곱슬곱슬한 금발 머리 때문에 아이 같은 데가 있었다. 그는 입술 끝으로 계속 휘파람 비슷한 소리를 냈다. 페퀴셰의 진지한 모습은 부바르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의 짱구 머리를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은 가발을 쓴 것


처럼 검고 뻣뻣했다. 얼굴은 지나치게 아래까지 뻗은 코로 말미암아 전체적으로 옆모습처럼 보였다. 모직의 둥근 주름 바지를 걸친 다리는 상반신과 균형이 맞지 않았다. 목소리 가 크고 우렁찼다. 그가 탄식했다. “시골에 있으면 정말 좋겠지요!” 그러나 교외는 시끄러운 선술집들 때문에 견딜 수 없다 고 부바르가 말했다. 페퀴셰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도 그 는 수도에 피곤함을 느끼던 참이었고, 그건 부바르도 마찬 가지였다. 두 사람의 눈길이 건축용 석재 더미, 지푸라기가 떠다니 는 더러운 물, 지평선에 서 있는 공장 굴뚝 등으로 옮겨갔다. 하수구의 악취가 풍겨왔다. 그들은 다른 쪽으로 방향을 돌 렸다. 그러자 곡식 저장소 담벼락이 앞에 있었다. 확실히 거리가 집보다 더 더웠다! (페퀴셰는 그 점이 놀 라웠다) 부바르가 그에게 프록코트를 벗어보라고 권했다. 부바르는 그런 걸 개의치 않는 사람이다! 갑자기 술 취한 사람이 보도를 갈지자형으로 건너가는 바 람에 노동자에 대한 정치적인 대화가 시작되었다. 어쩌면 부 바르가 좀 더 자유로운 편이지만 두 사람은 비슷한 견해였다. 도로에서 먼지 회오리가 일더니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났 다. 부케를 든 신부와 흰 넥타이를 맨 부르주아들, 겨드랑이


까지 치맛자락에 파묻힌 부인들, 두세 명의 어린 소녀와 남 자 중학생 한 명을 태우고 베르시 쪽으로 가는 세 대의 전세 사륜마차가 내는 소리였다. 이 결혼식 광경을 보고 부바르 와 페퀴셰의 대화는 여자에게로 넘어가, 여자는 경박하고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고 했다. 그래도 여자가 남자보다 나 을 때가 종종 있긴 하지만 대체로 더 나쁘다는 것이다. 요컨 대 여자 없이 사는 편이 낫고, 그래서 페퀴셰는 독신이라고 했다. “나는 홀아비라오.” 부바르가 말했다. “자식도 없지요!” “그건 아마 당신에게 다행이겠지요?” 그래도 외로움은 몹시 우울한 것이다. 곧이어 둑에 한 창녀가 병사와 함께 나타났다. 검은 머 리, 창백한 곰보인 여자는 병사의 팔에 기대 슬리퍼를 질질 끌며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여자가 멀어지자 부바르가 엉큼한 생각을 서슴없이 드러 냈다. 얼굴이 새빨개진 페퀴셰는 대답을 피하려는 듯 지나 가는 사제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성직자는 앙상한 느릅나무들이 서 있는 보도를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삼각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마자 부바 르는 예수회 수도사들을 싫어하므로 안심했다고 밝혔다. 페 퀴셰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지만 종교에는 경의를 표했다.


그 사이 어두워져서 정면에 있는 덧문들이 다시 올라갔 다. 행인들이 더 많아졌다. 일곱 시를 알렸다. 이야기에 비판이 더해지고 철학적 통찰에서 개인적 성찰 로 이어지며 두 사람의 대화는 그칠 줄 몰랐다. 그들은 토목 국, 담배공사, 상업, 연극, 선원, 모든 인간에 대해 마치 심한 환멸을 겪은 사람처럼 비방했다. 각자 상대방의 말을 들으 면서 잊고 있었던 자신의 일부를 되찾았고, 순수하게 감동 받을 나이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쁨, 충만함 같 은 것, 애정이 시작될 때의 매혹을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수십 번도 더 일어났다가 도로 앉았고, 운하 상류의 수문에서 하류의 수문까지 걸으며 번번이 헤어지려 고 하다가도 어떤 마력에 사로잡힌 듯 그럴 용기를 내지 못 했다. 그래도 서로 헤어지려고 손을 잡았을 때, 부바르가 불쑥 말했다. “그렇지! 함께 식사할까요?” “저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말 못 했네요!” 페퀴 셰가 받았다. 그는 시청 앞에 있는 괜찮아 보이는 작은 식당으로 이끌 려 들어갔다. 부바르가 메뉴를 청했다.


페퀴셰는 신체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향료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그것이 의학적 토론의 주제가 되었다. 이어 서 그들은 과학의 장점을 예찬했다. 알아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시간이 있다면 연구해야 할 것은 또 얼마나 많은가! 애석하게도 먹고사느라고 바쁘다. 그들 두 사람이 모두 필 경사임을 알았을 때에는 너무 놀라 식탁 너머로 팔을 뻗어 얼싸안을 뻔했다. 부바르는 직물 가게에서, 페퀴셰는 해양 부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래도 매일 저녁 잠시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 페퀴셰는 티에르1)가 쓴 책의 오류들을 기록하여 두었고, 뒤무셸이라는 교수에 대해서 말할 때는 굉장한 존경을 표했다. 부바르는 다른 면에서 뛰어났다. 머리카락으로 된 시곗 줄과 레물라드 소스를 휘젓는 방식이 노련한 신식 아저씨임 을 말해주었다. 그는 냅킨 모서리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페 퀴셰를 웃겨가면서 식사를 했다. 페퀴셰의 웃음은 아주 낮 은 하나의 가락이 길게, 한결같이 이어지는 특이한 것이었 다. 부바르가 이를 드러낸 채 어깨를 흔들면서 연방 호탕하 게 웃어 손님들이 식당으로 들어오다가 되돌아갔다. 식사가 끝나자 그들은 다른 곳으로 커피를 마시러 갔다.

1) 티에르: 프랑스의 정치가이며 역사학자로 ≪프랑스 혁명사≫를 출판했다.


페퀴셰는 그곳의 가스등을 보더니 너무 사치스럽다고 한탄 하며 쌀쌀맞게 신문을 치웠다. 부바르는 장소에 대해 보다 너그러웠다. 그는 대체로 모든 작가를 좋아했고, 젊은 시절 에는 배우가 되려는 의향도 가졌었다! 부바르는 당구 큐와 공 두 개로 친구 바르브루처럼 묘기 를 부려보겠다고 했다. 공은 번번이 떨어져서 바닥을 굴러 가 멀리 사람들 다리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그때마다 공을 찾으러 긴 의자 밑으로 들어갔던 종업원이 기어이 투덜거렸 다. 페퀴셰가 그와 언쟁을 벌이자 주인이 왔고, 페퀴셰는 사 과는 듣지 않고 음료를 타박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는 근처 생 마르탱 가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 서 그날 저녁을 조용히 끝내자고 제안했다. 페퀴셰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옥양목 윗도리를 걸치고, 자신의 집에 온 것을 환영했다. 가운데 있는 전나무 책상은 모서리가 거추장스러웠다. 몇 칸의 선반과 세 개의 의자 위, 낡은 안락의자 위, 그리고 빙 둘러가며 구석구석에 로레 백과사전 몇 권과 ≪최면술 개론≫, 페늘롱2)의 저서, 또 다른 책들이 서류 더미, 두 개 의 야자열매, 여러 개의 메달, 터키식 모자, 뒤무셸이 르아브

2) 페늘롱: 프랑스의 고위 성직자, 작가.


르에서 가져다준 조개껍데기와 함께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오래전에 노랗게 칠한 벽지에는 먼지가 겹겹이 쌓여 있었 다. 시트가 늘어져 있는 침대가에는 구둣솔이 굴러다녔다. 천장에는 램프의 연기로 생겨난 시커먼 반점이 커다랗게 보 였다. 부바르가 냄새 때문인지 창문을 열어도 되냐고 물었다. “서류가 날아갈 겁니다!” 통풍이 더 걱정스러운 페퀴셰 가 소리쳤다. 하지만 슬레이트 지붕 때문에 아침부터 뜨거워진 작은 방 안에서 그는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부바르가 말했다. “저 같으면 플란넬 내의를 벗겠소!” “뭐라고요!” 페퀴셰는 건강 내의를 더 입지 못할까 걱정 되는지 고개를 숙였다. “날 좀 배웅해 주시오.” 부바르가 다시 말했다. “바깥바 람이 당신을 시원하게 해주리다.” 결국 페퀴셰는 투덜거리면서 다시 장화를 신었다. “당신 은 정신을 쏙 빼놓는군요!” 거리가 꽤 됐지만 그는 투르넬 다리 앞 베튄 가 모퉁이에 있는 부바르의 집까지 동행했다. 반질반질한 부바르의 방에는 면 커튼과 마호가니 가구들 이 있고, 강 쪽으로 전망이 난 발코니가 있었다. 서랍장 가 운데 있는 술병 대와, 거울을 따라 걸려 있는 친구들의 은판


사진들이 눈에 띄는 두 가지 장식품이고, 유화 한 점이 알코 브3)에 걸려 있었다. “숙부님이오!” 부바르가 들고 있는 등불로 어떤 신사를 비추며 말했다.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이 내려와 있는 얼굴은 붉은 구레나 룻으로 말미암아 더욱 커보였다. 목은 셔츠와 벨벳 조끼, 검 은 재킷의 세 겹 깃과 높이 맨 넥타이에 파묻혀 있었다. 가슴 장식에 다이아몬드가 보였다. 눈이 광대뼈까지 찢어진 그는 조금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오히려 아버님으로 보이네요!” 페퀴셰가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 대부지요.” 부바르가 대답하며 자신의 세례명이 프 랑수아 드니 바르톨로메라고 무심하게 덧붙였다. 페퀴셰는 쥐스트 로맹 시릴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마흔일곱 살, 동 갑이다! 그들은 이런 우연의 일치에 기뻐하면서도 상대방이 훨씬 나이가 많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놀라기도 했다. 그들은 때때로 놀라운 신의 섭리에 탄복하였다. “결국 우리 가 가끔씩 어슬렁거리러 나가지 않았더라면 알지도 못하고 죽었겠어요!” 직장 주소를 교환하고 나서 작별 인사를 했다.

3) 알코브: 침대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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