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X, 우리 지식인의 정체 아무것도 아닌, 그래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 곧 X는 광기를 존경한다. 내면의 절망은 현실의 길을 잃고 소외, 반복되는 죽음 충동을 경험한다. 자유 의지와 권한을 상실한 인간의 모습, 식민지가 그곳에 있었다.
염상섭(1897~1963)은 신소설의 뒤를 이어 현대소설의 문법을 개척하고 완성했다.
인텔리겐치아 2519, 2015년 4월 1일 발행
방민호·권채린이 엮은 ≪염상섭 작품집≫ “네! 그러치 안습니. 네! …그것도, 바로 읽 을 줄이나 알앗스면, 조켓지만, …假令 天地
玄黃 하면, 하날 텬− 이러케 읽으니, 一大라
써노코 왜 하날 대 하지 안습니. 蒼穹(창
궁)은 宇宙 間에, 唯一 最大하기 문에 蒼頡
(창힐)이 가튼 偉人이, 一大라고 쓴 것이 아
니왜니. 흙 야 할 것을 −디 하는 것
도, 안 될 것이왜다. −란 무엇이왜니가. 흙이 아니요. 그리기에 흙 土 邊에 焉哉乎也
(언재호야)라는 千字文의 왼 字인 이 也 字를 쓴 것이외다그려. 다시 말하자면
−는 흙이요, 宇宙 間에 最末位에 處한 故
로 흙 土에 千字文의 最末字 되는 이 也 字 를 쓴 것이왜다.”
-<표본실의 청개고리>, «염상섭 작품집», 염상섭 지음, 방민호·권채린 엮음, 56쪽
지금 누가 말하고 있나? 김창억이다. 조선 사람은 조선말을 중시해 야 한다며 변사처럼 열중해서 떠들고 있다. 그는 주인공 X가 여행 중에 만난 인물이다.
여행의 목적은? 술과 담배로 무질서한 생활을 하다 피로와 무기력에 빠졌다. 그런 차에 친구 H가 평양 여행을 권했다. X는 “어대던지 가야 하겟다” 는 생각에 바람을 쏘이러 나섰다. X는 김창억을 어디서 만났나? 친구 H와 기차를 타고 대동강에 갔다가 다 른 친구 Y, A가 사는 남포로 옮긴다. 여기서 김창억을 처음 본다. 만남의 연유는? 이들은 자기들이 지식인이라고 대낮에 위스 키를 기울이며 허황된 이야기를 일삼는다. 그러다가 근처에 ‘광인’, ‘비상한 공상가’가
산다는 얘기가 나온다. X는 그의 인생 내력 에 관심이 생긴다. 만나러 간다. 김창억의 비상한 공상이란? 절대적 자유와 세계 평화를 도모해 ‘동서친 목회’를 만들겠다고 하며 유곽 뒤편에 3층 원 두막을 지어 칩거한다. 하나님의 도움이 있 어 3원 50전으로 3층집을 지었다고 주장한다. 그가 비상해진 이유가 뭔가? 유복한 가정에서 총명하게 자란 김창억은 아버지의 사망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보통학 교 훈도가 된다. 그때 3·1 운동이라는 ‘불의 의 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옥에 갇혔고, 4 개월 뒤 나와 보니 아내는 가출해 창녀가 되
었다. 여기에 충격을 받은 김창억은 정신이 상자가 되어 몽환의 세계에 빠진다. 그에 대한 X의 태도는? 연민과 함께 외경심도 느낀다. 그를 자신의 상황에 대한 출구이자 이상적인 ‘승리자’라 생각한다. 뭐가 승리란 말인가? 심리를 들여다보면 둘은 쌍생아다. X가 식 민지 상황이라는 현실의 중압감에 억눌렸다 면, 김창억은 현실의 압력을 ‘광기’라는 방식 으로 초월한다. 김창억은 현실로 외화되어 투영된 X의 내면 풍경이다.
X의 내면 풍경은 어떤 모습인가? 중학생 때 보았던, “해부(解剖)된 개고리가 사지(四肢)에 핀을 박고 칠성판(七星板) 우 에 잣바진 형상(形狀)”이다. 피로, 권태, 절망 에 휩싸여 있었다. 개구리는 무엇인가? 반복적인 강박과도 같은 죽음 충동의 발현 이다. 이것은 자유 의지와 권한을 상실한 당 대인의 존재 자체를 상징한다. 주인공과 개구리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확실치 않다. 소설은 당대의 정치적, 사회적 표지들을 지우거나 희미하게 남긴다. 불안 과 고뇌의 정체를 짐작할 만한 객관적 정황
은 별로 없다. 그래서 평론가 김윤식은 “생활 문제와 관련이 없는 자리에서 비로소 내적 고민이 문제되는” 모습을 보여 줬다는 점에 서 소설사적으로 매우 낯선 자리에 서 있다 고 말했다. 생활 문제와 관련이 없는 자리란? 관념성을 가리킨다. ‘생활’이 휘발된 관념 편 향성은 당대 지식인이 경험한 무력과 혼돈 을 가장 핍진하게 보여 준다. 여기에 강렬한 호소력이 있다. 염상섭의 다른 단편도 그런가? 이 책 «염상섭 작품집»에 함께 묶인 <검사 국 대합실>과 <임종> 역시 ‘내면’에 대한
치밀하고 정치한 접근과 묘사를 보여 준다. 그의 특징인가? 그의 소설 세계는 민족주의와 리얼리즘을 보인다고 평가되어 왔다. 이 책에 실린 세 단 편은 그런 면에서 보면 다소 낯설지만, 염상 섭 문학이 지닌 다양한 면모를 가늠하는 유 용한 사례다. 염상섭은 어떤 작가인가? 신소설의 뒤를 이어 현대소설의 문법을 개척 하고 완성했다. 픽션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근대적 인물과 플롯을 창조했으 며, 식민지 조선에 대한 냉철한 응시와 통찰 을 통해 한국 근대소설의 가능성을 탐색했
던 작가였다. 당신은 누구인가? 권채린이다. 문학평론가다.
주인공 X, 우리 지식인의 정체 아무것도 아닌, 그래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 곧 X는 광기를 존경한다. 내면의 절망은 현실의 길을 잃고 소외, 반복되는 죽음 충동을 경험한다. 자유 의지와 권한을 상실한 인간의 모습, 식민지가 그곳에 있었다.
염상섭(1897~1963)은 신소설의 뒤를 이어 현대소설의 문법을 개척하고 완성했다.
염상섭 작품집 염상섭 지음 방민호 엮음 권채린 해설 2009년 5월 15일 출간 사륙판(128 *188) 하드커버, 146쪽, 12,000원
작품 속으로
염상섭 작품집
표본실(標本室)의 청(靑)개고리
一 묵업은 氣分의 沈滯(침체)와 限업시 늘어진 生의 倦怠(권태) 는 나가지 안는 나의 발길을 南浦지 어왓다.
歸省한 後, 七八個朔間의 不規則한 生活은 나의 全身
을 海綿가티 짓두들겨 노핫슬 아니라 나의 魂魄지 蠹
蝕(두식)하얏다. 나의 몸을 어대를 두드리던지 ‘알코−ㄹ’과
‘니코진의 ’ 毒臭를 내지 안는 곳이 업슬 만치 疲勞하얏댜. ˙ ˙ 입을 가 되어서는 節 더구나 七八月 盛夏를 지내고 겹옷
期가 急變하야 갈스록 몸을 추스리기가 겨워서 洞里 散步
에도 식은을 술술 흘리고 親故와 이악이를 하랴면 두세 마듸부터는 木枕을 차잣다.
그러면서도 무섭게 昻奮(앙분)한 神經만은 잠자리에서도
눈을 고 잇섯다. 두 홰 세 홰 울 지 업치락뒤치락하다
가 東이 번히 트는 것을 보고 겨우 눈을 부치는 것이 一週間
이나 넘은 뒤에는 불을 고 들어눕지를 못하얏다.
그中에도 나의 머리에 膠着(교착)하야 불을 고 누엇슬
나 從容히 안젓슬 마다 苛酷히 나의 神經을 掩襲(엄습) ˙ ˙ ˙ 가 四肢에 핀을 박고 七星板 하야 오는 것은 解剖된 개고리
우에 잣바진 形狀이다. ―내가 中學校 二年 時代 博物 實驗室에서 鬚髥(수염) 텁석부리 先生이, 靑개고리를 解剖
하야 가지고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五臟을 次例次例로
어내서 자는 아기 누이듯이 酒精甁(주정병)에 채운 後에 大 發見이나 한 듯이 擁衛(옹위)하고 서서 잇는 生徒들을 돌려
다보며
“자− 여러분, 이래도 아즉 살아 잇는 것을 보시오” 하고
죽한 바늘 으로 여긔저긔를 르는 대로 五臟을 ˙ ˙ ˙ 는 잰저리를 치며 四肢에 못 박힌 채 발발 앗긴 개고리 苦悶하는 貌樣이엇다.
八年이나 된 그 印象이 요사이 새삼스럽게 생각이 나서
아모리 이저버리랴고 애를 써도 아니 되엇다. …샛파란 ‘메
쓰’, 닭이 만 한 옴을옴을하는 心臟과 肺, 바늘 , 조고만 戰慄(전율)… 次例次例로 생각날 마다 머리이
하고 全身에 冷水를 언지는 것 가타엿다. 南向한 琉璃窓 (유리창)
밋에서 번 쳐드는 ‘메쓰의 ’ 强烈한 反射光이 眼孔
을 르는 것 가타야 컴컴한 房 속에 들어누웟서도 감은
눈섭 밋이 부시엿다. 그러나 그럴 마다 머리맛에 노힌 冊
床 舌盒(설합) 속에 느허둔 面刀칼이 操心이 되어서 못 견디
엇다. 내가 南浦에 가던 前後에는 그 症이 더욱 甚하얏다. ― 間 半통박게 아니 되는 房에 놉히 매달은 電燈불이 부시어
서 버리면 다시 幻影에 괴롭지나 안흘가 하는 念慮가
업지 안핫스나 心事가 나서 우통을 벗은 채로 벌 일어나
서 ‘스위취를 ’ 비틀고 누엇다. 그러나 ‘응’ 하는 소리가 門
틈으로 스러저 나가자 머리를 掩襲하야 오는 것은 鬚髥
텁석부리의 ‘메쓰’, 舌盒 속의 面刀다. ‘메쓰’−面刀, 面刀− ‘메쓰’…, 이즈랴면 이즈랴 할스록 적적하게도 러지
지 안코 어느 지 리를 물고 머리속에서 돌아단이엇 다. 今時로 손이 舌盒으로 갈 듯 갈 듯하야 참을 수가 업섯 다. 怪異한 魔力은 抑制하랴면 할스록 漸漸 더하야 왓다.
스르르 舌盒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소스라처 눈을 면 덧
門 안 다든 窓이 부여케 보일 이요 房 속은 如前히 暗黑에
沈寂하얏다. 非常한 恐怖가 全身에 壓倒하야 손 하나
어릴 수 업스면서도 異常한 魅力과 誘惑은 絶頂에 達하 얏다.
‘내가 미첫나? …아니, 미츠랴는 徵兆−ㄴ가.’ 혼자 머리
속에 부르즈젓다. 나는 잠에 醉한 놈 모양으로 입울을 와락 차 던지고 일어 나서 舌盒에 손을 대엇다. 그러나, ‘그래도 손을 대엇다
가…’ 하는 생각이 電雷와 가티 머리에 번할 際, 기픈 에서 인 것가티 精神이 반 나서 電燈을 켜랴다가 成陽
桶을 더듬어 차젓다. ―한 個피를 드윽 켜 들고 窓틀 우에
언저둔 洋燭을 집어 내려서 부처논 後 舌盒을 열엇다. 쓰다
가 몃 달 동안이나 굴러둔 原稿, 片紙, 藥匣들이 休紙桶가
티 우글우글한 속을 부스럭부스럭하다가 미하고 잡히는 자루에 집어너흔 面刀를 外面을 하고 어내서 窓밧그로
에 내던젓다. 그러나 亦是 잠은 못 들엇다. 脈이 확 풀리 고 이마에는 식은이 비저나왓다. 屍軆(시체) 가튼 몸을 苦
悶 뒤의 病人처럼, 四肢를 축 늘어털어 노코 가만히 누어 생
각하얏다 ― ‘何如間 이 房을 免하여야 하겟다.’ 지긋지긋한 듯이 房 안을 휘익 돌아다보앗다. 어대던지 旅行을 하랴는 생각은 벌서 數朔 前부터의 計劃이엇지만 여름에 한 番 놀아본, 新 興寺에도 간다는 말이요 이것 實現은 못 되엇다.
‘어대던지 가야 하겟다. 世界의 지. 無限에. 永遠히.
발 자라는 데지. …無人島! 西伯利亞1)의 荒凉한 벌판
− 몸에서 기름이 부지직부지직 타는 南洋! …아−아.’
나는 그림 葉書에서 본 鬱蒼(울창)한 森林, 椰子樹(야자수)
밋에 안즌 裸軆의 蠻人(만인)을 생각하고 痛快한 듯이 어
를 으쓱하얏다. 單 一分의 停車도 아니 하고 을 벌벌 흘리 며 힘 잇는 굿센 숨을 헐덕헐덕 쉬이는 ‘푸−ㄹ, 스피−드’
의 汽車로 永遠히 달리고 십다. ― 이것이 나의 무엇보다도
1) ‘시베리아의 ’ 음역어.
渴求하는 바이엇다. …萬一 타면, 眩氣가 나리라는 念慮만
업섯스면 飛行機− 飛行機− 하며, 혼자 조하하얏슬지도 몰랏다.
二 내 數朔間이나 집을 못 나고 들어안젓는 것은 金錢의 拘 碍(구애)가 第一 原因이엇지마는 事實 大門 밧게 나서랴도
좀처럼 하야서는 쉽지 안핫다.
그 翌日, H가 와서 오늘은 날 터이니 同行을 하자
고 平壤 訪問을 勸할 에는 지긋지긋한 京城의 雜沓(잡답) 을 등지고 다른 氣分을 어드랴는 慾求와 長短을 不拘하고
何如間 汽車를 타게 된 好奇心에 리어서, “응, 가지 가지”
하며 덥허노코 同意는 하얏스나 인제 正말 날 가 되어
서는 나고 십흔지 고만두어야 조흘지 自己의 心中을 몰 라서 어케 된 細音 모르고 H에게 려 南大門驛지 何
如間 나왓다. 列車는 아즉 到着치 안핫스나 乘客은 入場하
는 中이엇다. 나도 急히 票를 사가지고 催促하는 H를 라 섯다. 時間이라는 勢力이 好不好 肯不肯(긍불긍)을 不問하
고 모든 것을 不可抗力下에서 獨斷하야 고 가게 된 것을
나는 오히려 多幸이 알고 되어가는 대로라고 생각하며 하나 式 풀려 나가는 行列 뒤에 섯섯다. 그러나 檢疫 証明書가
업다고 改札口에서 H와 詰難(힐난)이 되는 것을 보고 나는 列車에서 벗어나서 다시 아니 가겟다고 하얏다.
心事가 난 H는 마음대로 하라고 리치며 혼자 出張 注
射室로 向하다가 돌쳐와서 가티 고 들어갓다.
˙ ˙ ˙ ˙ ˙ 한 看護婦가 注射침을 들고 덤벼들 際, 나는 히스테리크
半 거더 올렷던 ‘사쓰를 ’ 내리우며 돌아서 마조 섯다. 看護
˙ ˙ 과 H의 催促에 마지못하야 눈을 감고 한 대 마 婦의 핀잔
˙ ˙ ˙ ˙− ˙ ᆷ ˙ 으로 들어가서 車에 올랏다. 車 즌 後 惶惶히 플래트포
에 올라안저서도 空然히 後悔를 하고 안젓스나 强烈한 ‘휘
스키−’의 힘과 激甚한 全身의 動搖 反撥, 轟轟(굉굉)한 軋 響,2) 暗黑을 突破하는 速力, 注射 마즌 肩의 沈痛… 모든 官能을 一時에 踊躍(용약)케 하는 刺戟(자극)의 渦中에서 모
든 것을 잇고 새벽에는 쿨쿨 자리만치 마음이 가라안젓다.
德澤으로 오날 밤에는 ‘메쓰도 ’ 번쩍어리지 안코 面刀도
어나오지 안핫다. 東이 틀락 말락 하야서 우리들은 平壤驛에 나렷다. 南浦 行은 아즉 二三十分이나 잇는 故로 우리들은 洗面所에서
2) 알향: 수레바퀴가 굴러가며 삐거덕거리는 소리.
洗手를 하고 待合室로 나왓다. 나는 부석부석한 붉은 눈을
내리고 ‘쏘’ 에 안젓다가 벌 일어나며
“난, 예서 좀 돌아단일 테니…” 내던지듯이 한마디를 불 숙하고 H를 마조 쳐다보다가, “혼자 가서, C君 맛나보고 오늘이라도 가티 이리 나오면 맛나보고, 그러치 안흐면 혼자 돌아단이다가 밤車로 갈 테 야” 하며 H의 對答도 듯지 안코 돌아서 나왓다. “응? 뭐야? 그 왜 그래. … 미친症이 난 게로군” 하며 H ˙ ˙ ˙− ˙ 트 ˙ 를 뒤집어쓰면서 조차나와 붓든 는 벗어들엇던 레인코 다. “…사람이 보기 실혀서. …事實, C君과 맛나기로 別로 이악이할 것도 업고…” 哀願하듯이 힘업는 口調로 하다가,
“永遠히 흘러가고 십다. 업는 대로…” 혼자말처럼, 한
마듸 한마듸 힘을 주어 말을 맷고 훌적 나와버렷다. H도 하 ˙− ˙ 불 ˙ 에 노핫던 ‘투렁크를 는 수 업시 테 ’ 들고 아 나왓다. 우리 兩人은 大同江가로 길을 차저 나와서, 浮碧樓로 훤 히 東이 틀가 말가 한 컴컴한 길을 소리 업시 거럿다. 一周
하고 나려오다가 鐘路에서 朝飯을 사 먹고 다시 浮碧樓 로 向하얏다. 開市를 하고 門前에 물을 린 뒤에 新聞을
펴 들고 안젓는 것은 淸凉하고 幸福스럽게 보엿다. 아 나 려올 際는 綾羅島 저便 地平線에서 朱紅의 火焰을 으며
날름날름하던 아츰 해가 벌서 水源地 烟桶(연통) 우에 올라
서, 川邊 植木 밋으로 거러가는 우리의 겻을 눈이 부시게
내리엿다.
이ㅅ솔을 물고 바위 우에 섯는 사람, 手巾을 물에 잠그
고 洗漱(세수)하는 사람들도 間或 눈에 엇다. 나는 발을
멈추고 無心히 나려다보다가, 自己도 산한 물에 손을 잠
가보고 십흔 생각이 나서 야튼 곳을 골라서 물가로 여나 려 갓다.
차 나려와서 가티 손을 잠그고 안젓던 H는, “X君, 午後 車로 가지?…”
“되어가는 대로…” 多少 머리의 安靜을 어든 나는 뭉첫 던 마음이 和解한 듯하얏다. 나는 아츰 해빗에 淸凉하게 소 리 업시 흘러나려 가는 水面을 내다보며, 이가티 對答하고 ‘물은 偉大하다라고 ’ 속으로 부르지젓다.
이에 마츰, 뒤 동에서 누군지 이리로 漸漸 가히 나
려오는 발자최를 듯고 우리는 無心히 흘긋 돌아다보앗다.
마른 곳을 골라 드듸느라고, 이리저리 마다, 등에
지 철철 내리 덥흔 長髮을 눈이 옴폭 패인 하얀 얼굴 뒤에서 펄석펄석 날리우면서, 압흐로 가히 오는 形狀은 東京 近
處에서 보던 美術家가 아닌가 疑心하얏다. 이 奇怪한 머리
의 所有者는 너이들의 存在는 나의 意識에 오르지도 안는
다는 驕慢心(교만심)으로인지 或은 一身에 集注하는 모든 視 線을 避하랴는 無關心의 態度로인지는 모르겟스나 何如間 右手에 든 막한 대ㅅ개비(竹竿)를 前後로 흔들면서, 발
만 나려다보며 내 등 뒤를 지나, 한 間통 上流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안젓다. 彼도 우리와 가티 손을 물에 성큼 너코 불적불적 소리를 내더니 양추를 한 번 하고 벌덕 일어나서 大同門을 向하야 성큼성큼 거러간다. 帽子도 아니 쓴 長髮
과, 돌돌 말린 무든 박이두루막이 자락은 오른便 손가락 에 우고 巧妙히 들리는 대柯枝와 長短을 마처서 풀풀풀 풀 날리엇다.
“오늘은 일.” “핫하! 朝飯이나 約條하여 둔 대가 잇는 게지” 하며 長髮
客을 돌아서 보다가 서로 嘲笑(조소)하는 소리를 뒤에 두고
우리는 손을 씻으면서 동으로, 올라왓다.
“저런 生活에 眞正한 幸福이 잇서…” 나는 혼자 부르지 젓다. 우리는 黃疸(황달)이 들려가는 雜草에 싸인 浮碧樓 압 築
臺 밋지 다달앗다. 小慶會樓라 할 만치 탕 비인 樓內에는
보얀 가을 해빗이 가벼운 아츰 바람에 안기어 全面에 흘러
들어 왓다. 若干 疲勞한 우리는 樓內에 노힌 취에 걸어안 즈면서, 여긔저긔 매달린 懸板(현판)을 치어다보다가,
“사람이란 그럴가. 저것 좀 보아.” 左便에 달린 懸板 겻 에 부친 ‘札’을 가르치며, 나는 입을 벌엿다. “自己의 存在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우랴는 것이 本
能的 慾求라면 그만이지만, 저러케지도 하지 안흐면 滿 足할 수 업다는 것을 보면, …참 正말 불상해…
“그는 姑捨하고 只今은, 그 絶壁에 歷歷히 새긴, 李某 金
某란 姓名은 大軆 누구더러 보라는 것이야. …그리구도 밥
이 입으로 들어갓스니, 조흔 世上이엇지…” 말을 매즌 나는 今時로 알 수 업는 忿怒가 치밀어 올라와서 벌 일어나와 城壁에 기대여 알에를 내려다보고 섯섯다.
“그것이 所謂 遺芳百世3)라는 것이지.” H도, 일어나오며, ˙ ˙ ˙ ˙ (≪死의 “그러케 내려다보고 섯는 것을 보니… 입포리다 勝利≫4)의 女主人公)가 업는 게 恨이로군…”
“내가 ‘오’−ㄴ가” 하고 나는 苦笑하얏다. “적어도 ‘오의 ’ 苦痛은 잇슬 터이지.”
“그야, …現代人 처노코 누구나 一般이지.” 우리는 입을 담을고 暫間 섯다가, 乙密臺로 向하얏다. 巍巍(외외)히 건너다보이는 臺閣은 업드러지면 코 달 듯
3) 유방백세: 꽃다운 이름은 후세에 길이 남음. 4) 이탈리아 작가 단눈치오(Gabriele D’Annunzio, 1863∼1938)의 대표작.
하야도, 急한 傾斜는 그리 쉽지 안핫다. 우리는 噓唏斷心5)
겨우 올라갓다. 그러나 臺上에 어 吳服店 廣告의 취가
맨 먼저 눈에 일 際, 浮碧樓에서는 안지 하야도 눈 서
투르지 안튼 것이 새삼스럽게 不快한 생각이 낫다. 나는 눈 을 흐리고 暫間 드려다보다가 발도 드려노치 안코 돌처서
서 그늘진 西便 城 미트로 나려왓다. 놉흔 城壁에 가리운 一 ˙ ˙ 이 만 노릇노릇하게 된 잔듸 ˙ ˙ 닙헤 매 面은 아즉 구슬 이슬 ˙ ˙ 이 아케 반어 달려서 어대를 밟던지 몬지 안진 구두
리엇다. 나는 城에 등을 기대이고 압헤 展開된 曠野를 脈업 ˙ ˙ ˙ 서 그대로 털석 주저안젓 시 내다보고 섯다가 다리가 풀리어 다. 嚴冬에 陰酸한 冷房에서 치는 듯한 쌀쌀한 찬바람이
늘어진 筋肉에 와 달 제, 나는 痲醉에서 인 것가티 精神이
반 들엇다. 그러나 다리를 내던지고 壁에 기대어서 두 손 으로 이슬방울을 허트리며 안젓는 동안에 다시 四肢가 느른 ˙ ˙ 이 와서 포켓트에 너엇던 新聞紙를 내서 펴고 하고 졸음 들어누엇다.
…H에게 두세 번 흔들려서 인 는 이럭저럭 三四十
分이나 지낫섯다.
놀라 벌덕 일어안즈니, H는 短杖 으로 조악돌
5) 허희단심: ‘허위단심의 ’ 의미로 보임. ‘허우적거리며 무척 애를 씀의 ’ 뜻.
을 여긔저긔 치며 作亂을 하다가 소리를 내어 웃 으면서,
˙ ˙ ˙ 무슨 “아−, 예가 어댄 줄 알고 잠을 자아? 그리구 잠고댄
잠고대야… 왜 얼굴이 저러케 뒤틀렷서?” ˙ ˙ 을 쳐다보고 안젓다 나는 멀거−니, H의 줄음 만흔 얼굴
˙ ˙ 에맥 가, “으응…” 하며, 무엇이라고 입을 벌이랴다가 하품 ˙ ˙ ˙ 히어 말을 코 일어나서, 두 손을 바지 포케트에 르고, 이 리저리 건니럿다. H가 내 뒤에 안젓던 자리가, 그라케 이 슬에 저즌 것을 보고 놀라는 데에는 對句도 아니 하고 좀 선
선한 症이 나서 陽地로 나서면서, 가자고 H를 엇다. “왜, 그래? 무슨 이야?” H는 아오며 무럿다.
“…죽은 ! …아조 永永 죽어버렷더면, …조핫슬걸…”
나는 무엇을 보는 것도 업시 압흘 멀건히 내다보며 의 始
終을 次例次例로 생각하야 보다가, 이가티 내던지듯이 한
마디 하고 卷煙을 내 물엇다.
“自殺?” H는 웃으면서 나를 처다보앗다. “…美人의 손에. …나 가튼 놈에게 自殺할 勇氣나 잇는
줄 아나? 아−하.”
“누구에게? 美人에겔 地境이면 한, 두어 번 죽어보앗스 면… 해해해.” “참 正말. …何如間 아모 苦痛 업시, 恐怖도 업시 死의
經驗을 엇고, 그리고도 如前히 살아 잇슬 수만 잇스면 열아
문 번이라도 痛快해… 목을 졸라매일 의 快感! 어떤 刺戟 으로도 어들 수 업는 것이야.” 나는 무엇이라도 形容할 수 업는 썩어가는 듯한 心思를 이기지 못하야 입을 담고 올라가던 길로 천천히 나려오다가 H의 뭇는 것이 구치안어서 前卷 茶屋 압흐로 지나오며 이악이를 들려주엇다.
― 무슨 일이엇던지 分明치는 안흐나, …아마 쌀을 어
서 을 만들엇는데 익지를 안핫다고 하야서던지? …何如
間 힌 가루가 뒤발을 한 손(手)을 들고, 마루 에서 어정버
정하다가 인제는 죽을 가 되엇다는 것처럼 손에 들엇던
手巾으로 목을 매이고 덧門을 첩첩히 다든 房 압, 퇴마루 우
에 반듯이 들어누운즉 어 바 말라서 만 남은 힌 손(白 手)이 머리마테서 슬금어니 넘어와서 목에 매인 手巾의 두
자락을 左右로 슬금슬금 졸라 단이엇다. 그에 나는 이것
이 當然히 當할 約條가 잇섯다는 것처럼, 어한 滿足과 安
心을 가지고 눈을 감은 채 從容히 들어누엇섯다. 그에 ―
次次 목이 매여올 의 異常한 刺戟은 落地 以後에 처음 經 驗하는 快感이엇다. 그러나 무슨 닭에 이가티 일즉 죽지
안흐면 안 되는가. …참 正말 죽엇는가 하는 疑問이 나서 몸 을 뒤틀며 눈을 번 보앗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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