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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진리의 상대성 경험 없이 알 수 있고 절대로 바뀌지 않으며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있는가? 시간과 공간이 그렇다고 칸트는 말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거나 늦어지고 공간은 커졌다 작아졌다.

‹못 박힌 시간›, 르네 마그리트 그림, 1938


인텔리겐치아 2565, 2015년 4월 30일 발행

강형구가 옮긴 한스 라이헨바흐의 ≪상대성 이론과 선험적 지식≫

물리적 대상의 개념은 그 개념이 공식화하고 자 의도하는 실재 및 이성에 의해서 동등하게 결정된다. 따라서 칸트가 믿었던 것처럼, 대 상의 개념 속에서 이성이 필연적이라고 여기 는 요소를 선별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 떤 요소들이 필연적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경 험이다. -«상대성 이론과 선험적 지식(Relativitatstheorie und Erkenntnis Apriori)», 한스 라이헨바흐(Hans Reichenbach) 지음, 강형구 옮김, 126쪽


칸트가 틀렸다는 건가? 그렇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면 서 칸트의 시공간 개념은 위기를 맞이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칸트의 주장은 무엇이었 나? 시간과 공간은 감각 경험을 받아들이는 틀 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감각 경험은 시간 과 공간을 전제한다. 우리에게 경험을 가능 하게 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은 경험에 앞 서 있고, 그래서 칸트는 이것을 ‘선험적’이라 고 했다. ‘선험적’이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칸트에 따르면 시공간은 인과성의 원리, 고


전 역학의 운동 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 수학 의 공리와 마찬가지로 ‘선험적 종합’ 지식이 다.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들이 는 것이 아니다. 시공간 같은 직관 형식과 특 정한 범주들, 그러니까 질, 양, 관계, 양태 같 은 것을 통해 사물을 수용한다. 이것이 19세 기에 유럽을 풍미했던 칸트의 자연철학이다. 당대의 과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했나? 19세기에서 20세기 초의 과학자들은 칸트의 자연철학을 따랐다. 시공간을 선험적 종합 원리라고 생각했다. 공간이 유클리드적이라 는 것, 시간이 좌표계와 무관하게 일정하게 흐르는 것이 그 반증이다. 이후 물리학이 발 전해도 시간과 공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으


리라 생각했다. 모두가 아인슈타인 이전이 생각이다. 아인슈타인은 무엇을 보았나? 유명한 상대성 이론을 내놓았다. 이 시각에 서 보면 시간의 흐름은 좌표계에 따라 달라 진다. 가속도 운동을 하는 사물이 있는 공간 은 유클리드적이지 않다. 과학자와 철학자의 반응은? 상대성 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또는 물 리학 이론인 상대성 이론은 자연에 대한 철 학 인식론과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 이헨바흐는 이런 반응을 반박하려 했고 그 래서 이 책을 썼다.


라이헨바흐의 주장은? 시공간이 선험적 성격을 가진다는 칸트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칸트를 논박했는가? 우선 상대성 이론이 경험적으로 잘 입증된 과학 이론이라고 전제한다. 그다음, 상대성 이론의 바탕을 이루는 주요 원리들이 칸트 가 제시했던 선험적 종합 원리들만큼이나 인간에게 자명한 원리라고 주장한다. 마지 막으로, 그 선험적 종합 원리들의 집합이 과 학적 탐구에 의해 입증된 경험적 사실들의 총체와 양립 불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해 보 인다. 칸트의 선험적 종합 원리가 반박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어디까지 반박한 것인가? 라이헨바흐는 칸트의 선험성이 두 가지 의 미를 갖는다고 본다. 첫째는 필연적으로 참 이거나 언제나 참인 것이고, 둘째는 대상 개 념을 구성하는 것이다. 선험성의 첫째 의미 는 거부되어야 하지만 둘째 의미는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보았다. 그는 상대성 이론을 통해 대상의 개념이 변했다고 주장했다. 대상의 개념을 구성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 는가? 물리학은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들, 대상들 에 대한 학문이다. 개념만을 다루는 수학과 다르다. 그런데 물리학이 사물과 대상을 경 험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대상을 인간


이 경험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 라이헨 바흐는 이 작업을 ‘동등화(coordination)’라 고 부른다. 대상 개념을 구성한다는 것은 이 런 과정을 뜻한다. 동등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우리는 사물과 대상이 어길 수 없는 가장 기 본적인 원리들을 사전에 가정한다. 인과성 의 원리나 시공간에 대한 원리가 그 예다. 이 것이 사물에 대한 경험이 가능한 기초 원리 다. 라이헨바흐는 이런 원리를 ‘동등화 공리 (axiom of coordination)’라고 부른다. 이 가운 데 시공간의 원리라는 동등화 공리는 칸트에 서 아인슈타인으로 넘어오면서 바뀌었다.


공리가 바뀔 수 있는가? 공리는 유일한 것 아 닌가? 우리는 동등화 공리를 전제하고 대상의 개 념을 구성한다. 하지만 실재(reality)에서 획 득되는 경험적 관측 자료가 이 대상 개념과 일관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새 로운 관측 자료가 확보되면 동등화 공리의 ‘유일성 조건’은 깨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이룬 것이 바로 이것이다. 과학자가 개념을 재구성하면 철학자의 일은 무엇인가? 대상 개념이 어떻게 변했는지 명료하게 분석 한다. 철학자는 과학 지식에서 어떤 부분이 공리이고 어떤 부분이 정의이며, 이 지식이


전제하는 경험 자료가 무엇인지 밝힌다. 여 기에 비해 과학자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 고 그 이론이 경험과 합치하는지 확인한다. 라이헨바흐는 어떤 인물인가? 자연과학과 공학, 철학을 두루 공부한 20세기 초반의 독일 철학자다. 물리학에 적용되는 수 학적 확률 개념을 주제로, 수학 교수와 철학 교수의 공동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신은 누구인가? 강형구다.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절대 진리의 상대성 경험 없이 알 수 있고 절대로 바뀌지 않으며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있는가? 시간과 공간이 그렇다고 칸트는 말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거나 늦어지고 공간은 커졌다 작아졌다.

‹못 박힌 시간›, 르네 마그리트 그림, 1938


상대성 이론과 선험적 지식 한스 라이헨바흐 지음 강형구 옮김 2015년 4월 20일 출간 사륙판(128 *188) 무선제본, 164쪽, 19,800원


작품 속으로

Relativitätstheorie und Erkenntnis Apriori 상대성 이론과 선험적 지식


1장 여는 말69)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인식론에서 근본적인 원리들 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거나, 물 리적인 이론은 물리학의 개념들만을 변화시켰을 뿐이고 철학적인 진리들은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처럼 가 장하는 것은 어떠한 목적도 달성할 수 없으리라. 상대성 이론이 오직 물리적 계량성(measurability)과 물리적 크기 (magnitudes)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물리적 주장들 이 일반적인 철학적 원리들과 상치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만 한다. 철학적 공리들은, 그것들이 아무리 엄밀한 형식을 띠고 있더라도, 항상 그 공리들에 대한 특수한 해석들에 관 해서는 불변하지만 특정한 종류의 물리적 진술들은 명확하 게 배제하는 방식으로 공식화된다.70) 그러나 상대성 이론

69) (영역자 주) 주석과 관련해서: 저자의 설명이 담긴 주석은 번호가 매 겨지지 않았고 각주로 실려 있다. 따라서 번호가 매겨진 편집자의 주 는 괄호 안에 번호가 쓰여 있다. 마지막으로, 장 별로 정리되지 않은 연속적인 저자의 참고 문헌은 책 끝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 주) 하지만 나는 우리말 번역에서 이 모든 주석들을 각주로 처리했다.


은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바로 그러한 물리적 진 술들을 선택했으며 그 진술들을 상대성 이론의 물리적 가정 들을 지도하는 원리들로 삼았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이미 비판적인 철학자들의 인내심 을 넘어서는 매우 어려운 요구들을 제시했다. 이 이론은 시 간의 비가역적(irreversible) 성질을 부정했으며 정반대 방 향의 시간적 계열(temporal succession)을 보여 준다고 가 정될 수 있는 사건들이 존재함을 주장했다. 이러한 해석은 칸트에 의해서 주장된 시간에 대한 개념을 포함하는 이전의 개념들과 상치된다. 이따금씩 철학자들은 주관적 경험으로 서의 시간은 항상 불가역적인 연쇄임을 지적하며, “물리적 시간”과 “현상적(phenomenal) 시간” 사이의 구분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제거하려고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러 한 구분은 칸트적인 전통에서 찾아볼 수 없다. 칸트에게서 선험적인 형태의 지식이 가지는 필수적인 특징은 그 지식이

70) 하나의 철학 체계, 예를 들어서 칸트의 철학 체계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해석들이 칸트의 철학 체계를 근본적 으로 변형시킬 수 없다. 그러나 하나의 철학 체계에 대한 해석의 다 양성 차원을 뛰어넘어 그 철학 체계와 화해할 수 없는 물리적 진술들 이 존재한다. 만약 이러한 물리적 진술들이 존재하고 경험적으로 정 당화된다면 그 철학 체계는 근본적인 반박에 직면하게 된다.


과학적 지식의 전제들을 구성하며 단순히 우리 감각들의 주 관적 성질만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가끔 씩 대상들(objects)이 우리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 럼 얘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는 항상 이러한 주관적 형식 이 동시에 지식의 객관적 형식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주 관적 요소는 대상 개념에 필연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한 대상(실체, subject)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의 본성에 내재하는 것과는 다른 성격의 시간 질서를 물리 적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71) 따라서, 특 정한 철학적 집단들이 칸트 철학의 논리적 구성에 근거를 두고 있는 반론들을 가지고 이전부터 특수 상대성 이론을 공격했던 것은 합당하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매우 증폭시켰

71) 우리는 특정한 시간적 순서들을 가지고 한 대상을 지각하거나 인식 한다. 이러한 시간적 순서들은 분명 인간의 주관적 차원에서 이루어 지는 것이다. 그런데 칸트는 인간의 주관적 인식의 성격이 곧바로 대 상의 객관적 성격에도 적용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인 간은 결코 사물 자체에 도달할 수 없으며, 사물 혹은 대상 개념 그 자 체에 주관성이 필연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 라서 칸트의 입장에서는 물리적 사건들과 관련되는 시간이 인간 인 식에 있어서 드러나는 주관적 시간과 다르다는 주장을 거부하게 된 다.


다. 이 이론은 유클리드 기하학이 물리학에 적용되지 않는 다는 것을 분명히 주장했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파급효과가 큰 함축(implications)을 지니고 있는지 분명히 이해해야만 한다. 실제로, 지난 백 년 동안 유클리드 기하학 의 선험적인 성격은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구성은, 잘 알려지고 직관적 으로도 명백한 유클리드의 공리들과는 상치되는 개념적 체 계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리만(Riemann)은 “평면적인” 공 간을 하나의 특수한 사례로 포함하고 있는 다양체(manifold) 의 일반 이론을 분석적인 형태로 발전시켰다. 유클리드 기하 학이 지닌 필연적인 성격이 사라지고 나자, 유클리드 기하 학의 특권적인 성격은 오직 이 기하학을 다른 다양체들과 구분시키는 직관적인 자명성에 의해서만 정당화되었다. 이 러한 구분이 유독 유클리드 기하학만이 실재에 대한 기술 즉 물리학에 적용되어야 한다는-칸트의 의견과 합치하는요구 조건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근거가 되었다. 따라서 유 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반박은 순수하게 개념적인 유클리드 기하학의 정당화에 대한 반박으로 환원될 수 있다.72) 동시

72) 가우스, 리만, 로바체프스키 등에 의해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제시되 면서 개념적으로 구성 가능한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뿐이라는


에 경험론자들은 다음과 같은 그들의 의심을 새롭게 제기하 게 된다. 유클리드 기하학과는 다른 기하학을 구성할 수 있 다는 가능성으로부터, 경험론자들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정 리들이 가진 직관적으로 분명한 성격이 단순히 경험과 친근 성으로부터 유래했음을 도출하기를 원한다. 셋째로, 수학 자들은 기하학적 체계가 규약들(conventions)에 의해서 성 립될 수 있으며 그것이 물리적 세계에 대한 어떠한 진술도 담고 있지 않은 공허한 도식(empty schema)의 형태로 나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장했다. 유클리드 기하학은 순전히 형식적인 근거들에 의해서 선택되었으며 그것은 비유클리 드적인 도식에 의해서 성공적으로 동등하게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73)74) (기하학에 관련된) 이러한 성찰들에 직면했을

기존의 믿음이 무너져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의 옹 호자들은 유클리드 기하학이 단지 개념적으로만 반박되었을 뿐이 라고 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반박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만약 다른 이유들을 통해 유클리드 기하학이 다른 기하학들 에 비해 적합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여전히 유클리드 기하학을 지지할 수 있게 된다. 73) 앞서 살펴 본 것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발명된 이후에도 유클리드 기하학을 옹호했던 세 가지의 논점들이다. 즉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개념적 차원의 반박일 뿐이거나, 인간 경험 의 본성상 유클리드 기하학이 가장 적합하거나, 유클리드 기하학과


때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반박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 로 구체화된다. 이 이론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정리들이 우 리의 물리적 공간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간단하고 명료하게 주장한다. 이러한 진술은, 공통적으로 유클리드적 공리들 의 타당성(validity)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며 이러한 타당 성에 대한 정당화와 이러한 타당성에 대한 인식론적 해석 에 관해서만 서로 다를 뿐인 다른 세 가지 관점들과는 본질 적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비판적 철학 또한 새로운 국면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칸트의 초월적 미학 (transcendental aesthetics)이 유클리드적 공리들의 자명한 타당성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만 약 누군가가 칸트가 그 공리들의 직관적 자명성을 그의 선 험적 공간 이론에 대한 증명으로 여겼는지 아니면 역으로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동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74) 포앵카레는 이러한 개념을 옹호했다. Cf. ≪과학과 가설≫(Dover Publications, 1952), pp. 48~51. 그가 처음부터 (기하학들 사이의) 동 등성을 증명하는 데 리만 기하학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특징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이 기하학은 하나의 물체가 형태의 변화 없이 움직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물리학 이 선택할 기하학이 리만 기하학임을 알았더라면, 그는 기하학의 임 의성을 주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공간의 선험적인 성격이 그러한 자명성에 대한 증명으로 여 겼는지에 대해서 논쟁한다고 하더라도, 칸트의 이론이 유 클리드적 공리들의 비타당성(invalidity)과 양립 불가능하 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남는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가능성만이 있다. 상대성 이 론이 틀렸거나 아인슈타인과 상치되는 부분들에 한해서 칸 트의 철학이 수정되어야만 한다.75)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

75) 나는 가끔씩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견해, 즉 아인슈타인의 공간 이 론이 칸트의 공간 이론과 조화될 수 있다는 견해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칸트에 동의하든지 아인슈 타인에 동의하든지와는 독립적으로, 그 두 이론 사이의 모순들은 명료하게 서술되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오늘날에도 칸트 학회의 몇몇 모임들에서, 어쨌든 상대성 이론은 칸트의 공간 이론에 영향 을 끼치지 못한다고 주장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매우 놀라게 된다. E. Sellien은 ≪Kantstudien≫Ergänzungsheft 48 (1919)의 <Die Erkenntnistheoretische Bedeutung der Relativitätstheorie>라는 논 문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기하학은 본질적으로 공간에 대한 ‘순수’ 직관과 관계하기 때문에, 물리적 경험은 그것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상대성 이론이 비유클리드적인 기하학 을 ‘옳은’ 기하학이라고 부를 자격을 박탈한다. 최대한 상대성 이론 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자연의 법칙들은 만약 비유클 리드적 계량 결정들이 전제된다면 가장 일반적인 형식으로 쉽게 공 식화 될 수 있다.” 불행하게도 Sellien은 다음과 같은 점을 놓치고 있 다. 만약 공간이 아인슈타인적인 의미에서 비유클리드적이라면, 어


를 탐구하기 위한 것이다. 첫 번째 가능성은 매우 의심스러 워 보인다. 왜냐하면 상대성 이론은 끊임없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고 그것이 이론적인 개념들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도 매우 생산적이라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엄청난 성공을 거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런 조건 없이 이 물리 이론을 수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특히 이 이론 의 진술들에 대한 인식론적 해석이 여전히 논쟁의 여지를

떠한 좌표 변환에 의해서도 그것을 유클리드적인 기하학으로 표현 할 수 없다. 유클리드적인 기하학으로의 이행은 전혀 다른 물리학으 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물리적 법칙들은 실질적으로 다를 것이며, 오직 하나의 물리학만이 옳을 것이다. 우리는 “이거나 아니거나”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만약 그가 칸트의 이론을 유지한다면 왜 Sellien은 상대성 이론이 틀리다고 말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 다. 상대성 이론이 물리학자들에 의해서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해 보인다. 나는 뉴턴의 예전 이론이 보다 더 편 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 Sellien이 다음과 같이 말할 때, 즉 아인슈타인의 공간은 칸트가 생각했던 공간과는 다르다고 주장 할 때 그는 칸트와 상치된다. 물론 순수하게 허구적인 구조로서 유클 리드적이라고 상상되는 공간이 비유클리드적이라는 것을 경험은 증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확하게 아인슈타인의 공간과 같은 칸트 의 공간은, 경험되는 사물들, 즉 물리학의 대상들이 위치 지워지는 곳이다. 이러한 개념 속에는 칸트 교설의 인식론적인 중요성이 있으 며 그것을 직관적인 환상들을 다루는 형이상학적 사변과 구분 짓는 다.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절 차를 따를 것이다. 첫째, 우리는 상대성 이론과 비판적 철학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들을 분명히 하고 상대성 이론이 자신 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 가정들과 경험 적 자료들을 지적할 것이다.76) 뒤이어, 지식의 개념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시작해 우리는 칸트의 지식 이론에 내재되어 있는 가정들을 탐구할 것이다. 상대성 이론에 대한 우리의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들을 이러한 칸트의 가정들과 대조시 켜 보면서,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칸트의 이론이 경험에 의

76) 아직까지 이러한 관계들을 충분한 명료성을 통해서 공식화함으로 써 상대성 이론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없었다. 현재 존재하는 (상대 성 이론)에 대한 모든 표현들(제시들)은 그것을 공리화시키는 것 보다는 그것을 납득하는 데 목표가 있다. Erwin Freundlich의 표현 (≪Die Grundlagen der Einsteinschen Gravitations-theorie≫[4th ed.. Berlin: Julius Springer, 1920])은 체계적인 구성과 원리들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를 생산적으로 결합하면서 이러한 목표에 가장 가까 이 접근한 것이다. 근본적인 조건들과 개별적인 경험들 사이의 구분 이 이 책에서 명료하게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연구의 2장 과 3장에서 제시된 경험적 정당화에 관해 참고하기 위해서, 주석과 는 개별적으로 독자들에게 Freundlich의 책을 추천할 수 있다. 상대성 이론의 물리적 내용에 대한 다른 좋은 표현은 모리츠 슐릭의 ≪Raum und Zeit in der gegenwärtigen Physik≫(3d ed.. Berlin: Julius Springer, 1920)에 나와 있다.


해서 반박되었는지를 판단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더 이상 상대성 이론과 상치되지 않으면서 상대성 이론이 칸트 이론이 가진 고유한 지식 개념을 근거로 해서 칸트 이 론에 합치될 수 있도록 선험성의 개념을 수정할 것이다. 이 러한 탐구의 방법은 논리적 분석의 방법이라고 부를 수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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