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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연애하던 시절 1920년대 조선은 낭만과 열정의 시대였다. 문단은 유미주의, 아나키즘, 다다이즘의 세례를 받는다. 임노월에게 죽음은 찬미의 대상, 악마는 매혹의 존재다. 식민지에 현실은 없었다.

‹연인›, 코르네유 그림, 1973


인텔리겐치아 2581, 2015년 5월 11일 발행

임정연이 엮은 ≪초판본 임노월 단편집≫ 炳浩 쥬먹을 부루며 무엇을 決은 速히

이 社會에셔 버셔나야만 된다. 그리고 形式

的인 繁文縟禮도 因習 道德도 常識 구린 나은 合理主義도 다− 버셔나셔 宇宙의 本

然性과 平凡 것을 意味잇게  神秘主

義와 純雅 情緖 世界로 가야만 되겟다.

炳浩 이러케 生覺면셔 불시에 무엇

을 니즌 듯이 놀이며 테이불을 向고 片

紙을 쓰게 되얏다. 片紙은즉 春姬데 


 片紙일다. 內容인즉 自己의 境遇 處地을

一一히 젹어노코 이졔은 不可不 다른 世界 로 가여야만 되겟다은 일일다. 그리고 最

后에 事實이 如此如此즉 春姬 氏가 만일

나을 참으로 랑가든 나와 갓치 數三日

以內로 게 가자은 片紙다. 目的地은 셔로 만나셔 말자고 엿다.

-<예술가(藝術家)의 둔세(遁世)>, «초판본 임노월 단편집» 임노월 지음, 임정연 엮음, 71쪽

이것이 언제 발표된 작품인가? 1920년 «매일신보»에 발표되었다. 임노월 은 1920년 문단에 등장해 1925년 절필을 선 언했다. 시대정신으로 ‘근대’가 지배했던 시 기다.


병호는 왜 이 사회에서 벗어나려 하는가? 유부남의 몸으로 춘희와 사랑에 빠졌고 사 회의 지탄을 받았다. 예술이나 예술가를 이 해하지 못하는 부박한 현실과 도덕의 속박 에서 벗어나 ‘순아한 정서 세계’로 떠나려 한 다. 떠나면 뭐가 있는가? 영원한 사랑과 예술을 성취하고자 한 것이 다. 어쩌다 사랑에 빠졌나? 둘은 경성동양미술학교와 경성여자학원 음 악과에 재학 중인 예비 예술가다. 춘희가 병 호의 초상화 모델이 되면서 사랑이 싹텄다.


둘은 정말 “다른 세계”로 가는가? 춘희는 부모와 오빠에게 편지를 남기고 남

대문에서 병호를 만난다. “두 람은 눈물 속에셔 奉天向 汽車을 타고 南大門을 등지 엿다.” 어느 시절 연애담인가? 1920년대다. 연애열에 달떠 ‘연애를 연애’하 던 맹목적 연애의 시대였다. 예술지상주의 가 기치를 높인 열정의 시대였다. 연애를 연애하던 시절의 풍경은 어떤 것인가? 1920년대 조선은 ‘낭만과 열정의 시대’였다. ‘연애’가 청춘의 감각을 대변하며 유행어가 되었다. 문단은 유미주의, 아나키즘, 다다이


즘과 같은 세기말 사상과 전위적인 문예사 조의 세례를 받았다. ‘자유연애’와 ‘예술’은 근대의 기호였다. 낭만과 열정의 풍경에서 임노월은 어디쯤 서 있었나? 등장인물들의 연애 과정을 절대미를 추구하 는 과정과 등치시켰다. 예술을 통해 연애는 현실의 속박을 초월하는 완전무결한 관념이 된다. 또 연애의 비극성은 예술의 비애와 동 일시된다. 비애의 절정은 어디였는가? 죽음이었다. 죽음은 구극(究極)의 미(美)를 맛볼 수 있는 감미로운 경험이다. 그러므로


임노월에게 죽음은 찬미의 대상이고, 죽음 으로 이끄는 악마 또는 마녀는 매혹의 존재 다. 작품 속 악마, 마녀는 누구인가? <악마의 사랑>, <악몽>, <처염> 등에 등장하는 여성들, 즉 팜 파탈(femme fatale)이 다.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가? 임노월의 작품 <악마의 사랑>에서 영희는 아내인 정순과 달리 “요염(妖艶)한 미모(美 貌)와 살가운 표정(表情)과 상긋한 젓가슴의 향기(香氣)”를 지닌 유혹자다. <악몽>의 S 도 “요부적(妖婦的)의 기질(氣質)과 복잡(複


雜)한 성미(性味)”, “풍염(豊艶)한 몸매”의 여 성으로 “여러 남자(男子)에게 사랑을 밧겟 다는 허영심(虛榮心)”까지 지닌 인물이다. <처염>에는 “여러 사내에게 귀염을 밧는” “매운 독(毒)” 같은 여자가 등장한다. 팜 파탈은 예술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 그들은 ‘나’의 정열을 자극하는 관능적 연애 대상이다. 악의 세계를 체현한 존재다. 절대 미의 현현인 것이다. 그때 임노월은 무엇을 본 것인가? 예술지상주의, 탐미주의를 보았다. 그의 작 품 경향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 이의 초상», «살로메»의 영향을 받았다.


그 결과 ‘죄악’과 같은 이단적인 행위도 ‘예술 의 관능을 자극하는 수단’이 된다면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문단의 제도와 권력에 의해 과소평가되기도 했고 그 당돌함과 선진성으로 인해 과대평 가되기도 했다. 과소평가의 원인은? 예술지상주의라는 의식적 구호에 매몰되어 작품의 완결성과 서사의 필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감상의 과잉으로 인한 잦은 영탄, 일 본식 조어와 부자연스러운 한자어 남용 등 도 과소평가의 근거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를 인정해야 하는가? 참예술은 세속의 평가나 윤리적 잣대를 초 월한다는 일관된 신념을 보라. 한국 근대문 학에 유미주의라는 서구 사상의 주춧돌을 놓았다. 당신은 누구인가? 임정연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에서 강의한다.


연애를 연애하던 시절 1920년대 조선은 낭만과 열정의 시대였다. 문단은 유미주의, 아나키즘, 다다이즘의 세례를 받는다. 임노월에게 죽음은 찬미의 대상, 악마는 매혹의 존재다. 식민지에 현실은 없었다.

‹연인›, 코르네유 그림, 1973


임노월 단편집 임노월 지음 임정연 엮음 2012년 3월 26일 출간 사륙판(128 *188) 무선제본, 214쪽, 16,000원


작품 속으로

예술가(藝術家)의 둔세(遁世)


序詞

아− 이 의 입으로 우리 腦細胞에 刻印된 靈魂의 秘密

日記를 알것다 며 이 의 눈으로 悲哀의 色彩를 보얏

다 며 이 의 코로 處女의 香氣를 안다 면 아마 世 上 은 밋지 안을 터이지. 그러나 決코 나 幻想家가

안이오 狂人이 안일다. 나도  平凡 人生일다. 다만 닑 고 보고 안 것을 가지고 엇더 手段 方法으로 忠實히 感 美의 愉樂1)을 形容며 靈魂의 秘密을 表現며 悲哀의

色彩를 象徵지 물나 煩悶다. 그러나 僥倖 나 이것

을 苦心 中에 發見얏다. 그 즉 藝術鏡일다. 아… 이 藝 術鏡을 가지고 엇더 細細 秘密이든지 永遠 無限이

든지 다− 表現 수가 잇셔… 그리고 아모리 暗黑 洞中 이라도 이 藝術鏡이 비치기만 면 곳 光明질 터이지.

여기에 우리 能히 暗黑 데셔 무삼 意味 잇고 價値잇

것을 챠질 수가 잇서 ― 올아 나 方今 彼女에게 極히 秘

密인 말을 들엇다. 그러나 그− 젹은 秘密의 破片을 가지

고도 나 能히 人生 全體의 秘密을 알 수 잇겟다고 自覺

얏다. 그리고 春姬 至今 自己 藝術에 對야  材料  人格이 안인가 고 異常히 興奮엿다. 아 이 春姬

1) 유락: 마음이나 기분이 흐뭇하고 좋음.


全 生涯에 第一 만히 感化를 쥰 恩人일다. 나 某條록 他 日 이 肖像畵를 完成야 春姬의 美를 永久히 保存

것이  責任이 안인가. 그리고 이  材料  人格을 가지

고 人生을 한번 改造여 보지 안울가 ― 고 炳浩 

다시 瞑想에 늑긴다. 아− 人生은 무엇인가 貪嬖(탐폐)와

爭奪(쟁탈)과 悲慘과 嫉妬와 死와 病에서 狂亂 것이 人 生이 안인가. 世上에 所謂 眞理 道德이 잇셔 人生을 이

러 모든 暗黑 洞中에셔 救濟야 幸福 圓滿케 다고  다만은 眞理 道德이 도리혀 우리의 自然性인 本能 卽 可能

性을 犧牲에 供며 自我의 希望 信仰 歡喜를 拒否 

도 만타. 아 眞理 道德은 果然 普偏的이오 絶對的인가. 

眞理 卽 他人의 眞理도 될 수가 잇가. 그리고 眞理 道

德을 말 倫理學이며 宗敎學이 果然 人生의 細細 秘密

지 闡明(천명) 줄 絶對 科學인가 ― 고 疑心기 始

作얏다. 萬一 否라 진 우리은 恒常 自己을 속일더

러  남을 속이고 잇셔… 나 한참이나

…이 秘密의 內幕이 意外의 悲壯고 色彩가 잇고 靈

妙 것을 알고 혼자 奮興얏다. 그셔 나 이 秘密에

셔 生活 한 사람을 불너여 前後 事實을 듯고져 다.


一 平壤 金 牧師의 아달 炳浩 方今 京城 東洋美術學校에 在學 中일다. 그는 每日 自己의 戀人 春姬 孃의 肖像畵를

그리고 잇다. 엇더케 여야 春姬의 그 絶美를 完全히 表現

고 고 苦心 中 古今의 肖像畵를 다− 여노코 보와도 春姬의 美貌만은 못다. 안이 이것들과比較록 春姬

 더− 엡부게 뵈인다. 그 이슬방울 갓흔 明眸2)와 비단실

갓흔 문 터럭과 薔薇 송이 갓흔 口脣이 다− 驚嘆 中에도 靈妙이얏셧다. 그셔 炳浩 이졔브터  樣式을 가지고 春姬의 美를 表現치 안이면 안되 일일다, 그러나 藝術은

엇더가. 生覺만 야도 不思議 일일다. 現實을 詩化 야 苦痛을 空想化며 悲哀를 色彩化며 神秘를 象徵化

며 美를 宗敎化며 사랑을 詩化이 안인가. 아− 後日

가 春姬 孃의 肖像畵를 完成  期必코 미운 現實을 美化리라. 그리고 世上 사으로 야금 崇拜게 리랴.

그 黃金 臺上에셔 群衆을 瞰下3) 에 우리 두 戀人은 얼

마나 幸福랴. 그리고 藝術이란 福音을 가지고 주려가

불상 우리 朝鮮 民族을 건지리라 ― 고 炳浩 感慨無

2) 명모: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 3) 감하: 아래를 내려다보다.


量 듯이 夕陽天에 紅薔薇가 가득히 피야 잇 것을 보면

셔 밧그로 나갓다. 暮春의 微風이 푸른 입 로 흐르고 여

셔 炳浩에게로 올  美妙 얼굴의 曲線은 調和을 터리 고 그윽히 엇다.

二 春姬 李 長老의 로 方今 京城女子學院 音樂科에 在籍 中일다.

古今에 女性史을 다− 보와도 春姬갓치 熱情的이오 趣

味的이오 아름다운 女性은 업다. 春姬 마치 荒凉 寂寞 曠野에 맑고 희게 핀 白菊과 갓치 淸淨 處女이다. 自然

의 봄이 人生을 차자온 것갓치 人生의 봄이 彼女을 차자와

을 피게 고 닙흘 돗게 되얏다. 누가 보든지 참 春姬

人生의 이라  만 蝴蝶夜 갓흔 靑春과 愛惜 夕陽의

무지(虹) 갓흔 美를 가졋다. 그 薔薇 花瓣4) 갓흔 볼(頰)

과 熱情에 타 菫花의 香雫5) 갓흔 눈과 문 鳶色6)의 머

리털럭에셔 말 것도 업시 處女의 香氣가  러질 4) 화판: 꽃잎. 5) 향놔: 향기를 풍기며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6) 연색: 약간 검은빛을 띤 갈색. 다갈색.


것일다. 아− 美의 聖靈 春姬여. 春姬 下學을 자 집에

도라와 피아노을 對고 小夜曲을 연습게 되얏다. 참 타다가 興奮 듯이 벽에 걸닌 거울에 自巳 얼골을 빗치며

일부러 우셧다 울엇다 며 表情을 연습다.

네− 炳浩 氏− 이것 좀 보셔요 고 嘲弄 듯이 

 웃기도 며  져 움니다 당신을 爲야 고 피아 노 우에 이마를 업이기도 며 或은 셩이 난 듯이 다− 몰

나요 당신의 過去를 속 검운 사람 고 抱擁에셔 리키 듯이 량팔을 左右로 탁 치다가 피아노에 마죠치엿다 왼 팔

목이 쓸니여 열분 가쥭이 벅기여졋다. 春姬 압흠을 참고 다시 回想曲을 타게 되엿다. 其 曲의 말은 이러다.

生覺면 幾千年 前 먼 녯젹 歡樂에 엿던 우리 高句 麗 至今은 문허진 외양간이로다. 울고 본들 高句麗가

기며 祈禱만 들 玉樓가 될숀냐. 에라 구만두고 이

나 보자.

春姬의 눈에 눈물이 이슬방울갓치 괴얏다. 理由업 ˙ 셜음에 참 동안이나 늑긴 春姬의 얼골은 哀愁에 싸인 팔 ˙ ˙ ˙ ˙ ˙ 7) 지산이 갓치 쳐렵고 귀여웟셧다. 春姬 피아노에셔 이

7) 빨치산(partizan).


러나 옵바 되 景嬉의 書室로 들어간즉 맛참 炳浩가 와 안 졋다.

“안영히 오셧슴잇가” 고 春姬 반 다리 굽헛가

이러셔며 얼골을 불킨다. 炳浩도…

“네− 이지음 學校에 자미 만흐심닛가” 고 힐근 보며

고를 슉엿다. 마치 부그럼 만흔 新郞이 新婦를 쳐음으로 보고 躊躇  모양갓치. “네− 미잇셔요.”

“거긔 셧지만 말고 이리 오려문아. 무 상관 잇느냐” 

고 景嬉가 우스며 말얏다.

“春姬야 너도 아 바와 갓치 炳浩 君과 무이 친兄弟

니 다름업시 지니 너도 이졔브터 炳浩 氏라고 불으지

말고 옵바라고 여라 응. 그리고 炳浩 君이 네 肖像畵를 ˙ ˙이 그리겟다니 每日 下學 後에 炳浩 君의 집지 가셔 모델 되여드려라” 고 不安스러운 눈을 가지고 春姬와 炳浩

를 번가라 본다.

“네− 알엇슴니다” 고 春姬 얼골을 불키며 炳浩를

보앗다. 이에 春姬의 表情은 마치 演劇에셔 흔히 보 相

思의 戀人이 셔로 만니 깁버  表情갓치 顔面에 纖維가

다− 緊張며 그윽이 痙攣(경련)이 되얏다. 春姬 불시에 炳浩에게 目禮를 며 “인 말 만히 셔요” 고 自己

방으로 도라왓다.


“아  所願은 일우왓다. 응당 나님이 니 祈禱를 들으 신가 보다.” 炳浩 氏가 내 肖像畵를 그린다? 그리고 明年 東京美術

展覽會에 보 當選이 되면 世上 은 다− 炳浩 氏의 天

˙ ˙ ˙ ˙ 才를 稱讚렷다. 그러나 그− 肖像畵의 秘密 卽 로만스야 알 수가 잇슬가. 안이 藝術은 靈肉의 表現이라 다. 그러

면  靈魂의 秘密도 暴露될 것은 勿論일다.

그려나 무삼 샹관이 잇스랴. 나 淸淨 處女가 안인가.

다만  秘密은 랑일다. 그려나 萬一 炳浩 氏가 自己

妻와 離婚이 못 되면 엇지고. 그 젹에도 우리의 랑이 게

속될가? 아− 果然 炳浩 氏의 말과 갓치 自己의 結婚은 虛

僞오 랑이 업가. 萬一 그렷타 면 勿論 나 이러 虛 僞의 生活에셔 苦悶 이을 救濟 것이 當然다.”

春姬는 그날 밤 열한 시가 되도록 잠을 일우지 못하고 寢 臺에 누어 엇다. 그리고 炳浩에게 어든 小說冊(≪懺悔錄

≫)을 펴들고 數十폐지을 리닑엇다. 春姬는 時間 가는

줄을 모르고 거진 졀반이나 보앗다. 그 小說의 主人公 되

는 處女의 感傷的 浪漫的 性格과  戀愛에 熱烈한 것과


決心 굿은 것이 모도 다 不可思議게도 自己와 一致얏

다. 더구나  갓흔 것은 그 主人公 되는 處女가 남의 妻 잇 는 男子와 戀愛한 것일다. 終局에 두 戀人은 社會 道德에

迫害로 因야 故鄕을 나 父母 兄弟를 나 멀니 이 世界

져 世界로 流浪여 다닌 일노 을 맛치엿다.

四 春姬은 每日 日記을 쓴다. 其 重要 것을 拔萃(발췌)면

이러다.

六月 十日 晴

炳浩 氏은  肖像畵을 거진 다− 그렷다. 가 萬一 其

肖像畵와  갓다고만 면 아! 나은 얼마나 幸福고. 로

마의 크레오파토라며 支那의 楊貴妃라도 나를 를 수가 잇나. 毋論 나은 肖像畵와 갓흘 터이지. 그러나 오날 炳浩 氏 집에셔 닑은 其 詩은 게 致命傷이 안인가. 안니 美의

生命이 졂어? 그러면 나도 언제나 한번은 耄碌8)게가 될

터이야. 아− 이 일을 엇지나. 그러나 其 肖像畵은 언제

8) 모록: 매우 늙어 무기력한 모습.


든지 處女에 美을 保存고 잇슬 쳐이지. 그리고 날이 갈사 록 나을 嘲弄겟고나. 더구나 炳浩 氏가 肖像畵와 나을 比

較고 가 漸漸 늘어가은 것을 알 처이지. 그리고 에게 對한 랑이 稀薄(희박)질 쳐이지. 아− 미운 것은 져− 肖

像畵일다. 肖像畵은  랑에 敵이 안인가. 올아 나 肖像 畵의 完成을 기다려 東京으로 보기 前에 가 어드리라.

어더셔 남모로게 불에 던지리라. 그러면 肖像畵에 잇든 

靈魂이 도로 한데 올이지. 오기만 면 毋論 나은 永久토

록 處女에 美을 쟈랑겟고나. 그리면 萬事가 다− 解決되

겟다.

六月 十五日 晴 土

오날은 炳浩 氏와 淸凉里로 散步을 갓다. 아! 얼닌얼닌

은 그 綠陰이며 奇한 구름이며 감을한 을 빗겨 흐르 풀 우에 微風이며 永劫한 山影이며 茫茫한 野田이 다−

墨畵을 보 듯다. 그리고 周圍의 沈黙이 우리 兩人에게

무 말을 달나은 듯도 다. 아− 炳浩 氏은  손목을

 며 “春姬! 가 당신을 만나기 前에은 未來의 希望도

過去의 記憶도 업든 中心 업 生活노 全 世界의 形도 色

도 은 全 存在의 輪廓(윤곽)도 內容도 업 空虛한 生涯든

것이 아− 春姬 氏을 만나자부터  現在며 未來가 다− 로운 色彩와 로운 音色으로 展開엿소이다. 春姬 氏


은 게 對셔 肉이나 靈을 다− 支配 女神이외다. 藝術 家 된 나로셔 詩 彫刻 音樂 繪畵 其他 모든 藝術에 形과 內 容을 一身에 體現게 된 것도 다− 春姬 氏에 德澤이외

다. 萬一  生涯에셔 春姬 氏가 업셧드면 나은 不完全한

人生을 면치 못여슬 것이외다. 아− 나은  당신만 랑

니다” 고 나을 抱擁려 다. 나은 구만 許諾한가 십 다. 의 動脈이 퍽 鼓動이 되엿다. 그가 게 키스을 요구

 에 周圍에 침침 綠陰이 “秘密을 직힐 터이니 念慮마 라” 는 듯도 다. 나은 그이에 要求을 다− 許諾가 십 다. 아− 의 全 存在도 다− 그리고 ○○도. 六月 二十二日 雨 日

비가 부슬부슬 오기 始作다. 아− 灰色 구름은 모든

空間을 차지고 凄凉 비소리은 無終 時間에 흐른다.

아− 炳浩 氏은 어졔밤 데 말기를 “春姬 氏가 아모리 處女 時代을 執着(집착)지마은 處女라은 나가네9)은 春姬 氏을 언제든지 기리지 안어요. 그리고 情慾과 誘惑이 火

印을 가지고 불은 口脣을 지지며 思想과 懷疑가 眞珠 갓흔 腦細胞을 무디게 할 가 멀지 안치요. 아− 春姬 氏  말

을  밋으십시오. 우리도 靑春이 가기 前에 空然히 俗人의

9) ‘나그네의 ’ 방언.


말을 귀담아 듯지 말고 번 大膽 일을 합시다. 卽 우리은

現世을 超越여야만 됨니다. 이− 暗黑고 悲慘고 誘 惑 만흔 現實에셔 거즛 업은 天眞의 爛漫10) 流露11)을 맛

보며 色彩와 憧憬에 싸인  世界로  舒閒12)고 凄悲13)

한 情緖에게로 或은 우리에 官能을 자극하여 情熱과 歡樂

과 沈靜과 神秘와 狂奔에 醉게  色彩의 世界로 避難 랴면 우리은 人間을 나야만 됨니다. 아− 春姬 氏 나은

참으로 당신을 랑건마은” 아− 炳浩 氏은 웨 이런 말을

한테 는고. 아모려나 炳浩 氏은 普通 람보다은 特別

다. 나도 炳浩 氏을 라  世界로 들어가 볼가? 그  世 界은 勿論 小說이나 傳說에 잇은 王國과 갓치 자미잇슬 터

이지마은… 春姬는 우 共鳴이 되얏다. 그리고 自己도 이

러케 알지 못는 世界로 流浪며 異國 風土의 奇妙 現

狀 卽 日沒의 縹緲14)한 色彩와 牧草가 한 길이나 되게 萋

萋罕罕15) 것과 限업 際涯에 地平線이 아룽아룽한 것

과 명주솜 갓흔 흰 구름은 모든 空間을 占領고 닭(鷄)과

10) 천진의 난만한: 말이나 행동에 아무런 꾸밈이 없이 그대로 나타날 만큼 순 진하고 천진한. 11) 유로: 진상(眞相)이 나타남, 감정이 아무 숨김없이 드러남. 12) 서한: 고요함. 13) 처비: 쓸쓸하고 슬픔. 14) 표묘: 어렴풋함. 15) 처처한한: 초목이 듬성듬성 무성하게 우거진.


의 울음소리가 無終한 時間에 흐르든 것과, 陽炎의 光明 이 白日夢갓치 池塘에 잠겨 잇는 것과, 地球의 回轉이 暗夜 에 그윽히 들니는 것과, 其他 重疊(중첩)한 山脈이 兩人의 沈

黙을 延長하든 것과 漂泊의 哀情이 兩人을 한참 동안이나

抱擁든 것이 다− 春姬의 無限한 好奇心을 일으켯다. 春 姬는 마치 自己네들도 社會의 迫害를 밧아 이러한 世界로

方今 나랴는 것 갓치 生覺이 되엿다. 그셔 랑하는 어

마님과 옵바를 다− 나 다른 世界로 가야만 될 것을 生覺

하고 퍽 울다가 두 시 되는 時計 鐘을 듯고 눈물을 치엿

다. 그리고 일부터 炳浩 만날 것을 生覺하고 혼자 慰安을

주며 다시는 煩悶을 안이 할 양으로 눈을 감엇다. 그 은 卽 苦痛과 煩惱와 惡 現實에셔 無意識 狀態에 들어가 色彩

와 悲哀와 憧憬과 握手하는  世界로 가려 함일다. 불시에

이 나며 답답하게 되얏다. 그셔 니불을 발노 탁− 차

모기쟝이 툭− 하고 허졋다. 春姬는 裸體로 일어낫다. 朦朧한 (스)燈에 비치는 春姬의 벌거버슨 몸은 퍽 濃艶 (농염)하게 뵈엿다.

春姬는 한참 동안이나 自己의 그 象牙 갓

흔 하얀 纖維며 보들보들한 냥다리며 한 졋가슴이며 丹 楓 갓흔 手足을 혼자 웃셧다. 그리고 일부러 自己 손으로 너

북다리16)을 톡톡 치기도 하고 집기도 보앗다.

16) ‘넓적다리의 ’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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