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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빼앗는 현실 1930년대 조선은 사랑으로 뜨거웠다. 신여성은 교육 때문에 혼기가 늦었고 조혼의 풍습으로 남자들은 이미 다른 여자의 남편이었다. 유일한 즐거움인 사랑을 빼앗는 현실. 자유연애의 불길이 퍼져 나간다.

최정희(1906~1990)는 당시로서는 보기 힘든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여성 문제를 형상화했다.


인텔리겐치아 2589, 2015년 5월 15일 발행

추선진이 엮은 최정희의 ≪초판본 천맥≫ 연이는 다시 “선생님”을 불렀다. 소리가 떨 렸다. “선생님은 제 말을 못 알아들으십니다. 지금 제 하는 말슴은 애들 슬픔을 말하는 게 안얘요. 애들은 선생님 말슴과 같이 운명적 이거니 하느님의 법규거니 하고 전보다 더 사랑하겠어요. 그런 자신두 지금 생기구 신 념두 생겼어요. 그렇지만 그 외에두 세상엔 슬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말슴이얘요.


힘으루두 어찌할 수 없구 이론으루두 어찌 할 수 없는… 전 여기 올 때까진 선생님 말슴 을 좋겠느라구 약속할 떄까진 아무것두 몰 랐어요. 진호만이 나아짐 아무 고통두 슬픔 두 없을 줄 알었어요. 그랬는데…” 말을 채 마치지 못했다. 그 뒤에 남은 말은 해낼 용기가 없었다. 침믁이 계속되였다. 그래도 하늘은 여전히 높으고 구름이 흐르고 짱아는 날랐다. -«초판본 천맥», 최정희 지음, 추선진 엮음, 138쪽

연이가 말하는 “슬픈 일”이란? 성우 선생을 사랑하는 운명적인 슬픔이다. 그에 대한 애정이 커지는 것이 고통스럽다.


사랑이 왜 슬픔인가? 선생은 유부남이다. 연이의 마음을 알아주 지 않는다. 어떻게 시작된 사연인가? 성우 선생이 연이의 어릴 적 스승이다. 연이 는 아들 진호를 데리고 보육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다시 만났다. 사랑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성우는 자신을 따뜻이 감싸고 진호를 올바 로 끌어 주었다. 감사의 마음이 커졌고 사랑 으로 발전했다.


연이는 왜 아들을 데리고 보육원에 간 것인가? 전 남편이 아들 진호를 남기고 죽었다. 연이 는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허진영과 결혼 한다. 그러나 그는 의붓아들을 못마땅해한 다. 진호도 점점 비뚤어져 간다. 견디다 못한 연이는 진영과 헤어지기로 하고 옥수정 보 육원에 간다. 연이의 마음은 성우에게 닿는가? 성우의 마음속에는 보육원 아이들밖에 없 다. 그러나 연이는 보육원 아이들에 대한 자 신의 마음이 아들 진호에 대한 마음과 다르 다는 점을 깨닫는다. 모성애의 한계를 절감 하고 괴로워하던 연이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전념하겠다고 다짐한다.


모성애의 발전인가? 그렇지 않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최정희의 작품이 “모성애와 도덕성으로의 회귀”를 보 여 준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연이가 모성애 를 선택한 것은 성우 선생과 관계를 유지하 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욕망을 좇은 것인가? 그렇다. 윤리에 반하는 개인의 욕망을 따른 다. “유일의 즐거움”인 사랑을 빼앗는 현실, “모성애와 도덕성으로의 회귀”를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이 이 작품의 메시지 다. ‘결혼 제도를 넘어선 연애’를 모티브로 한 자전 소설 세 편이 모두 그렇다.


자전 소설 세 편은 무엇인가? ‘삼맥’이라 불리는 <지맥(地脈)>(1939), <인 맥(人脈)>(1940), <천맥>(1941)이다. 작품 속에 투영된 최정희의 삶은 개별적인 체험으 로서의 특수성만이 아니라 당시 ‘신여성’들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보편성도 가진다. 최정희의 체험이란 무엇인가? 아버지가 두 번째 부인을 얻어 집을 나가면 서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결혼 생활 역 시 순탄하지 못했다. 영화감독 김유영과 결 혼하여 아들을 얻었으나, 시인 김동환을 만 나게 되었다. 부인과 헤어진 김동환과 결혼 하여 두 딸을 얻었으나, 전쟁 이후 김동환의 납북으로 홀로 남았다.


당시 신여성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나? 상대의 결혼 여부에 괘념치 않는 연애 행각 이 당시 지식인들에게 만연했다. 자유연애가 만연한 이유가 무엇인가? 당시에는 조혼의 풍습이 남아 있었고, 지식 인들 사이에는 자유연애 사상이 퍼져 있었 다. 교육을 받느라 혼기가 늦어진 신여성들 의 연애 상대는 아내 있는 남성인 경우가 많 았다. <지맥(地脈)>과 <인맥(人脈)>은 무슨 이 야기인가? 여자 주인공이 아내를 둔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갈등 상황에 빠지거나, 아내를 둔 남자


와 동거를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사회에 서 인정받지 못하는 위치에 자리하게 된다. 어머니가 된 주인공들은 아이들이 사회적으 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을 보면서 치 열한 심리적 갈등 상황에 놓인다. 최정희에 대한 문단의 평은? 당시로서는 보기 힘든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여성 문제를 형상화해 문단의 관심을 받았다. 많은 연구자가 내면 의식에 대한 감 각적인 서술을 장점으로 꼽는다. 어떻게 살다 갔나? 1906년 함북 성진에서 태어났다. 1934년 프 롤레타리아 예술동맹의 강제 해산 및 검거


사건에 연루되어 유일한 여성 작가로 형무 소에 수감됐다. 1937년 <조광>에 단편소설 <흉가>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단편집으 로 «천맥(天脈)», «풍류 잡히는 마을», «바람 속에서», «찬란한 대낮», «탑돌 이» 등이, 장편소설로 «녹색의 문», «별 을 헤는 소녀들» 등이 있다. 1990년 별세했 다. 당신은 누구인가? 추선진이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다.


사랑을 빼앗는 현실 1930년대 조선은 사랑으로 뜨거웠다. 신여성은 교육 때문에 혼기가 늦었고 조혼의 풍습으로 남자들은 이미 다른 여자의 남편이었다. 유일한 즐거움인 사랑을 빼앗는 현실. 자유연애의 불길이 퍼져 나간다.

최정희(1906~1990)는 당시로서는 보기 힘든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여성 문제를 형상화했다.


초판본 천맥 최정희 지음 추선진 엮음 2012년 7월 20일 출간 사륙판(128 *188) 무선제본, 144쪽, 18,000원


작품 속으로

천맥(天脈)


一 연이(蓮伊)는 아츰저녁으로 무릎을 꿀고 손을 마주 잡고 머 리를 숙이고 눈을 감고 한참씩 앉어 있는다. 그는 이렇게 앉 어 있는 때가 가장 신(神)에 가까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알었다. 자기의 신이 무엇인지 모르나 하느님인지 부처님인 지… 어떻게 되였든 연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는 비 는 마음이 이처럼 생긴 것이다. 이렇게 비는 마음이란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니고 또 어 떻게 본다면 아직 연이로선 부자연한 일일지도 모르나 그가 아이 하나만을 대리고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이 옥수정 보 육원(玉水町保育院)에 온 유래(由來)를 안다면 그의 이 비 는 자세(姿勢) 앞에 누구나 그와 똑같은 자세를 지을 것이 리라 ― 그가 그의 신이 무엇인지 모르듯이 그들도 그들의 신이 무엇인지 모르면서라도…

二 연이는 별이 불꽃같은 밤에 두 번째 시집을 갔다. 그 상대 되


는 남자 ― 즉 연이의 두 번째 남편의 이름은 허진영이라 하 고 직업은 의사(醫師), 전처는 죽었다 하였다. 웃입술에 제비 같은 뫼추락이 수염이 그의 원 성격을 드 려내 뵈게 하는 것은 그 이외에 다른 데는 전연, 털이라고 없고 얼굴 전체가 불구자에 가깝도록 매끌하게 생긴 것이 연이는 마음에 덜 들었다. 그래서 집주인 노파의 주선으로 그 노파 방에서 허진영을 만난 뒤로 주인 노파가 여러 번 그 의 사람 됨됨이며 재산이며 이러한 데 대해서 이얘기할 뿐 아니라, 젊은 한때를 아무 째미없이 보내고 늙으막에 괜스 레 후회를 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어느 번이고 좋은 것은 영 감밖에 없느니라는 말을 빼여놓지 않었으나 연이는 한 번도 움죽이지 않었다. 노파는 스물일곱에 과부가 뒤였다 한다. 열일곱 살부터 자식 낳기를 시작해서 스믈일곱까지 오 남매를 두었는데, 남편이 숨이 턱 지고 본즉 제일 우에 열 살멕이로부터 젖멕 이까지 올망졸망한 것들을 혼자 어찌 길러낼까 하는 생각에 기가 꽉 찔리워 울 수조차 없었으나 그것들이 자라는 대로 보통학교, 중학교, 아들은 전문학교까지 보내고 ― 이러는 사이에 세월이 가서 노파는 늙고 아들과 딸들은 장가를 가 고 시집을 가서 인천, 수원, 만주, 경주, 혹은 대판1), 이러한 땅에서들 각각 사는데 아들 딸 낳고 잘사는 것, 자식을 못


나서 속이 쥐똥같이 마르는 것, 돈두 있고 자식은 있으나 남 편이 밤낮 딴 여편네질을 해서 실성하다싶이 된 것, 남편이 살틀이 생각해 준다든 막내딸은 시집가서 일 년 반 만에 해 산을 하다가 아이와 함께 죽고, 카페 여자와 좋와서 학생 때 부터 당구장이니 빠−니 하고 벌려놓기만 하던 단 하나의 크게 믿든 아들은 약간 남어 있던 돈과 또 집까지 저당을 재 펴가지고 어디로 종적을 감춘 지 사 년째 되는데 어느 때 함 께 빠−를 하던 여자의 이얘기를 들은즉 지나 땅 중에도 아 주 먼 데를 갔다는 것이다. 노파는 오래간만에 듣는 아들 이 얘기가 끔찍이 반가웠으나 그 여자에게 자기 아들 소식을 모르고 지난다는 것을 알리기 싫어 아들한태서 늘 소식이 있는 것처럼 말끝을 어둘러 버리고2) 말었다는 것을 노파는 어느 일요일 연이가 병원을 쉬는 날이어서 연이 방에 나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던 끝에 하고 나선 흐르는 눈물 을 웃소매로, 주먹으로, 자꾸만 딱거냄으로 연이는 그날 이 노파가 꼭 십 년 전에 돌아가신 자기 어머니같이 여겨지며 측은스러웠다. 그렇지 않어도 남편이 세상 떠난 후 곧 아현정 집에서 명

1) 대판(大阪): 오사카. 2) 어둘러 버리고: 에둘러 버리고.


륜정 이 노파의 집 문간방을 동무의 알선으로 이사하게 된 후 노파는 이태 동안을 늘 한결같이 자기의 지난날을 생각 함에선지 다른 뜰아래방이나 건너방에 있는 사람들보다 연 이를 생각해 주었다. 방이 뵈좁다고 연이의 남편이 그린 그 림들이며 또 그 외의 별로 필요치는 않은 자리를 차지한 물 건들을 노파는 자기 방과 다락에 갔다 두기도 하고, 또 연이 가 끝내 ×××병원에 간호부로 나가게 되면서는 연이의 여섯 살 난 아이를 꼭 자기의 손자처럼 보아주군 하는 것이 였다. 연이가 집에 없은 뒤의 아이가 밖에 나가면 하로 종 일, 들어 안 오고 혹시 들어왔다간 서먹한 얼굴을 지으며 도 로 나가버리고 하는 것을 노파는 어머니처럼 가엾어하고 걱 정을 하며 딸자식보다 사내자식 키우기가 힘이 드느니라고 버릇같이 말하며 진실로 염려스러워했다. 어느 날 밤 노파는 이런 말을 연이에게 했다. 그것은 달 이 유난스레 밝었든 것을 연이는 기억하고 있다. “웬만침 마음에 없드래두 그런 자린 쉽사리 없을 게니 생 각을 돌려보래두 그래.” “…” “여자 돈버리란 몇 해간뿐이지 늘 못하는 거 아니오. 아 이 소학교 공분 에미손으루 시킨다 치드래두 중학교부텀야 저거 하나래두 어렵대두 그래.”


“…” “늘 하는 말이지만 저놈이 다른 애들보다 영특스러워서 에미가 집에 없는 뒤루 아주 웃읍게 되드라니까 그래.” “…” “내가 내 조카래서 그러거니 생각을랑 말우. 암, 그야 조 카댁이 얌전했으면 하는 마음이 없겠으마는 진호 에미두 조 카만 못하짢게 생각는대두 그래.” “…” “여자 나이 스물여듧이면 한 시절은 지났는데, 게다가 아 이가 달렸지 이제 어디 총각혼인이야 좀체 해낼 수 있겠오. 지금 내 조카가 상쳐라군 하지만 사십이 멀겠다. 자식 없겠 다. 쉽사리 있을 자리가 아니래두 그래.” 연이는 노파가 말할 때는 아무 대답 없이 있었으나 노파 가 들어간 뒤에 오오래 생각해 보았다. 그리다가 이불을 얼 굴까지 마구 뒤집어쓰고 울었다. 그것은 불을 껏는데 달이 너무 밝어서 남편의 초상(肖像)이 그의 독특한 쓴웃음 웃는 것이 그 저녁에는 무수히 자기를 비웃는 듯했기 때문이다. 연이는 이불 속에서 남편의 웃음이 그처럼 이상해 보이는 것은 자기의 마음이 전보다 많이 달러진 탓이라 해석하며 참 사람의 마음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스스로 자기를 의 심해 보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다시 자기가 재혼하잔 마음


을 먹는 것은 남편에게 향하던 마음이 갑자기 없어저서 그 런 것이 아니고, 순전히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하는 짓이라 고 스스로 변명도 해보았다. 변명이 아니라 그 허진영이란 사람을 몇 번 만나야 여전히 제비 같은 웃입술 수염이 얄밉 고 가증하고 윤깨가 반들거리는 얼굴 전체에 정이 못 붓는 것을 보드래도 그 까닭이 아니냐고 이렇게 자위를 받었다. 그러고 본즉 자기가 재혼한다는 것은 죽은 남편을 위하는 일인 것 같기도 했다. 연이와 연이의 아이에겐 이러한 과거가 있었다. 연이와 죽은 남편 상수와 결혼할 때 그들은 법율과 도덕이 허락하 는 결혼이 아니었다. 상수가 ×××병원에 병으로 입원했 을 때, 연이는 그 병원의 간호부로 상수의 간호를 맡아 하는 중 정이 들어 결혼을 했는데 결혼을 하자 곳 상수는 강화도 (江華島)에 있는 자기 집에 가서 열다섯 살에 같은 섬에서 자기보다 네 살이나 더 먹은 말보다 더 큰 색씨를 말을 타고 가서 대려왔다는 그 색씨와 상수는 아들 둘까지 그 색씨와 함께 친정에 보내버리고 그리고 연이를 세상이 인증하는 안 해를 만들고 또 일 년 만에 난 그들의 아들 진호도 떠떳이 상 수의 아들로 되어 있었으나, 친정에 가 있는 줄 알었던 처음 색씨는 남편 몰래 시부모를 모시고 그 시부모 집에서 얌전 한 며느리 어진 아이들 어머니로서 지내다가 남편이 세상


떠나자 법율적으로야 어떻게 했든. 시부모는 그 며느리와 그 손자만이 며느리요 손자일 뿐으로 연이와 연이가 낳은 아이는 쓰레기 버리듯 버리는데 그 버리는 방법이 참 묘했 다. 장레식날이며 그 안날3) 연이는 머리를 못 풀게 하고 상 복도 입히지 않었다. 혹시 친척 중에 연이에게 그럴 수 있느 냐고, 말하는 이가 있었으나 퍼러딩딩한 시어머니가 떡 버 티고 앉아서 딴소리 말라고 벼락같은 소리를 치면 쑤군쑤군 하던 몇몇 사람들도 쥐구녕을 찾는 형편이었다. 그들 부모 는 큰며느리를 위해서 아들 죽은 것을 되려 다행해하는 것 도 같었다. 이래서 연이는 남편의 시체를 따라 내려갈 때보 다 슬픈 여자, 보잘것없는 여자가 되여 남편의 향리(鄕里) 인 섬을 장예식이 지난 이튼날 떠나오고 말었다. 떠나올 때 도 시부모가 말이 없었지만 서울 와서 이태를 지내는 사이 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연이는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분하고 괫심해서 어떤 때는 법율적으로 무슨 방법을 취해볼까도 했으나 아무도 보 아줄 사람이 없음으로 생각만 하면서 그럭저럭 지내오던 중 이었다. 극력하려면 변호사에게 의탁해서라도 못할 것은 아니겠지만 연이는 자기의 일이면서도 그런 일은 자기가 할

3) 안날: ‘전날’을 뜻한다.


일 같지 않게 늘 생각이 되군 했다. 그보다 위선 취직을 해 서 당면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더 쉬웠다. 그래서 죽은 남편과 알게 되던 ××병원, 원장을 찾어서 가 자기의 사정 을 말하고 다시 다니게 된 것이나, 모든 것이 도모지 전과 같지 않었다. 전에 함께 있던 동무들과 의사들도 몇 사람 남 지 않었고 동무들은 그동안 시집을 간 사람도 여렀이 있지 만 ×××병원이니만큼, 북지전선(北支戰線)에 나간 동무 ˙ ˙ ˙ 4)˙ ˙ 들도 있고 ― 어쨌떤 남어 있는 간호부로는 전에 딱짱떼

˙ ˙ ˙ 5)˙ ˙ 라 부르던 뚱 란 별명을 듣든 조선인 간호부 하나와 다루마 뚱보의 일인 간호부 외엔 다아들 연이와 낯서른 간호부들이 었다. 간호부들뿐 아니라, 의사들도 그러했다. 전에 있던 의 사가 몇 사람 되기는 하나, 연이가 맡은 외래(外來)에는 한 사람 빼놓군 전부 새로 들어온 의사들이었다. 의사는 별반 모르겠으나 간호부들 사이에 있어서는 아무럐도 새 사람들 과는 얼리지 않었다. 나이로 본다면 칠팔 세밖에 차이가 없 으나 무엇 때문에 그런지 늘, 그 사람들과 자기 사이에는 무 엇이 가로맥힌 것 같은데 연이에게는 이런 것이 몹시 쓸쓸 ˙ ˙ ˙ 나 다루마 ˙ ˙ ˙ 라 부르던 옛날 동료를 했다. 처음 몇 번은 딱짱떼

4) 딱짱떼: 딱정벌레를 뜻하는 방언인 ‘딱장구’에서 온 말로 보임. 5) 다루마(だるま): ‘오뚝이처럼 생긴 모양’을 뜻하는 일본말.


틈 있는 대로 찾어보기도 했으나 그 사람들 역시 옛날 같지 않고 또 딴 과에 각각 근무하고 있는 까닭에 자조 찾을 수도 없었다. 그 우에 아이가 집에서 혼자 뭘 하고 있는지 우는지 노는지 이런 생각에 정신이 없었다. 일이 귓찮고 힘이 들었 다. 날마다 하는 일이 수월하지 못하고 힘든다는 것은 분명 히 우울하고 성가시었다. 연이는 힘든 일을 하면서 자기가 그쳐럼 우울한 것은 새 간호부들이나 새 의사들이나 혹은 딱짱떼, 다루마에게나 자기에게 원한이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밟고 지나온 팔 년이란 세월이 그렇게 만드러놓은 것이라 생각하고 연이는 차라리 다른 병원에 취직을 구해볼까도 해보았으나 연이로 서는 그것, 역시 수월치 않었다. 그렇지 않었드면 연이는 주인 노파가 아무리 서둔다 치 드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허진영이와 결혼할 의지가 없었을 것이다. 똑 따져서 말하면 연이는 허진영이가 마음에 들지 는 안치마는 남편 상수가 늘 좋와하든 긴치마에 행주치마를 들러 입고 안윽하니 들앉어 살림을 할 것이 좋았고 그러느 라면 아이도 잘 길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위선 경제적으로 아 이의 장래 교육 문제가 염려 없을 것이고 그러느라면 아이 는 남편의 본마느라가 낳은 아이들보다 훌융할 것 같으니까 별이 불꽃같은 밤에 결혼했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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