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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한국어, 인칭의 대립 나와 너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이 달랐다. 서술, 이음, 회상에서는 나와 너, 그가 달랐다. 물음에서는 너와 나, 그가 달랐다. 서술에서는 말하는 내가 주인이고 물음에서는 너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15세기 우리말의 양상을 잘 보여 주는 ≪용비어천가≫


인텔리겐치아 2625, 2015년 6월 8일 발행

권재일이 엮은 허웅의 ≪우리 옛말본 천줄읽기≫ 불휘 기픈 남 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니 (용비어천가 2장)

이 월은, 크게 앞마디 “불휘… 뮐”와 뒷마디 “곶… 하니”로 분석되는데, 이 두 마디는 다

자립형식이며, 이들 두 자립형식은 앞마디 끝 낱말의 씨끝 ‘ᐨㄹ’에 의해서 이어져 있다.

- «우리 옛말본 천줄읽기», 허웅 지음, 권재일 옮김, 27쪽


‘월’은 무엇이고 ‘씨끝’은 무엇인가? 월은 문장, 씨끝은 어미(語尾)다. 월과 씨끝 은 이것을 가리키는 고유어다. 허웅은 지금 뭘 설명하고 있나? 통어론이 무엇인지 예를 들어 보인다. 통어론이 무엇인가? 낱말을 모아 월을 만드는 방법, 반대로 월을 낱말로 쪼개는 방법을 연구하는 문법학 분 야다. 씨끝 ‘-ㄹ’가 두 자립형식을 잇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뮐’의 ‘-ㄹ’는 한 월을 끝맺지 않고 뒤에


다른 말을 잇는 형태소다. 앞의 말이 뒷말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월을 끝맺는 것은 ‘하니’인가?

그중에서 ‘ᐨ으니’가 그렇다. 기정 사실을 나 타내는 안맺음씨끝, 즉 선어말어미다. 노래 문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안맺음씨끝인데 어떻게 끝을 맺을 수 있나?

‘ᐨ으니다’에서 맺음씨끝 ‘ᐨ다’가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ㄹ’와 ‘-으니’는 어떻게 ‘뮐’와 ‘하니’ 로 나타나는가? 형태론으로 분석할 수 있다. 낱말을 쪼개 형


태소로 분석하고, 형태소가 모여 낱말을 이 루는 방법을 설명한다. 통어론과 함께 문법 연구의 주요 부문이다. 허웅은 우리 옛말본의 분석 텍스트로 무엇을 사용했는가? 1446년에 반포된 «훈민정음 해례»부터 «용비어천가», «석보상절», «월인천 강지곡» 등 15세기의 문헌 18종을 분석 텍 스트로 채택했다. 문법 체계의 용례로 활용 했다. 15세기 국어의 특징은 뭔가? 주어의 인칭에 따른 대립이 있었던 점이 독 특하다. 서술법과 이음법, 회상법 등에서는 1


인칭과 2, 3인칭이 대립하고, 물음법에서는 2 인칭과 1, 3인칭이 대립한다. 주어의 인칭에 따른 대립이란 뭘 말하는 것인 가? 서술법의 씨끝 ‘-다’와 이음법의 씨끝 ‘-으니’ 를 쓸 때 1인칭에서는 앞에 ‘-오/우’를 넣는

다. ‘ᐨ오다’, ‘ᐨ오니’처럼 쓴 것은 주어가 말하는 이 자신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2, 3인

칭에서는 ‘다’, ‘니’처럼 쓴다.

물음법에서는 인칭 대립이 어떻게 나타나는 가? 물음을 나타내는 씨끝은 ‘-다’, ‘-가’, ‘-고’ 셋이 있다. 주어가 1, 3인칭일 때는 ‘-가’, ‘-고’를 쓰


고, 2인칭일 때는 ‘-다’를 쓴다. 인칭 대립이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서술할 때는 그것이 말할 이 자신에 관한 일 이냐 아니냐가 관심의 초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인칭과 2, 3인칭이 다르게 나타난다. 반면 물을 때는 그 물음이 들을 이에 관한 일 이냐 아니냐가 관심이기 때문에 2인칭과 1, 3 인칭이 다르다. 허웅이 15세기 문헌을 연구한 이유는 무엇인 가? 당시의 국어 문법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다. 그 체계를 현대 국어의 체계와 역사적으 로 연결하려고 했다.


15세기 문법이 오늘날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한 민족의 말은 그 민족의 창조적인 정신 활 동으로 말미암아 만들어진 가장 거대한 소 산이다. 민족 고유 정신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당신은 이 책을 어떻게 발췌했는가? 1975년 샘문화사에서 나온 초판은 1000쪽에 달한다. 15세기 국어 문법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과 허웅 선생의 독창적인 설명이 돋보이 는 내용으로 5분의 1을 가려냈다. 당신은 누구인가? 권재일이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수다.


15세기 한국어, 인칭의 대립 나와 너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이 달랐다. 서술, 이음, 회상에서는 나와 너, 그가 달랐다. 물음에서는 너와 나, 그가 달랐다. 서술에서는 말하는 내가 주인이고 물음에서는 너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15세기 우리말의 양상을 잘 보여 주는 ≪용비어천가≫


우리 옛말본 천줄읽기 허웅 지음 권재일 엮음 2012년 3월 26일 출간 사륙판(128 *188) 무선제본, 252쪽, 12,000원


작품 속으로

우리 옛말본


2. 말본의 몇 가지 기본 개념

1) 굴곡법 둘 이상의 형태소로 된 ‘최소자립형식(어절)’에는 반드시 하

나의 중심될 만한 형태소가 있다. ‘깊ᐨ, 남ᆨᐨ, , 뮈ᐨ, 둏

ᐨ, 열ᐨ, 하ᐨ’는 그 어절 안의 다른 형태소들보다 비중이 커

서, 다른 형태소는 이것을 중심으로 해서 묶어져 있다. 이러 한 형태소를 ‘뿌리(어근, root)’라 한다. ‘(깊)ᐨ은, (뮈)ᐨᆯ, (둏)ᐨ고, (하)ᐨᐨ니’의 뿌리 ‘깊ᐨ, 뮈ᐨ, 둏ᐨ, 하ᐨ’에 의지해 있는 여러 구속형태소들은, 한 자 립형식과 다른 자립형식과의 관계라든지, 또는 월 전체의 판단 내용에 관여하는 문법적인 의의를 가지는데, 이러한 형태소를 ‘가지(접사)’라 한다. 그리고 ‘(남ᆨ)ᐨ, ()ᐨ 애’의 ‘ᐨ, ᐨ애’도 비슷한 종류의 가지이다. 뿌리에 이러한

종류의 가지가 통합되는 방법을 ‘굴곡법(屈曲法)’이라 한 다.

그런데 가지 가운데, 앞의 것(ᐨ은, ᐨᆯ, ᐨ고, ᐨᐨ니)

과 뒤의 것(ᐨ, ᐨ애)은 그 성질이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첫 째, 앞의 것은 구속형식인 뿌리에 의지해 있으나, 뒤의 것은


자립형식인 뿌리에 의지해 있다. 둘째, 뒤의 것은 일반적으 로 독립된 낱말로 보는데, 앞의 것은 독립된 낱말로 보지 않 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점으로 보면, 이 두 가지의 통합 방 법은 꼭 같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앞의 경우를 ‘순수굴 곡법’, 또는 ‘활용(끝바꿈)’이라 하고, 뒤의 경우를 ‘준굴곡법’ 이라 하여 구별한다. 따라서 이 두 종류의 ‘가지’도 그 이름 을 구별하여, 앞의 것을 ‘활용의 씨끝(어미)’이라 하고, 뒤의 것을 ‘준굴곡법의 가지’, 또는 ‘토씨(걸림씨, ▸조사)’라 한

다. 씨끝과 토씨를 아울러 부를 때는 ‘굴곡의 가지(접사)’란 말이 쓰인다. ‘깊ᐨ은’은 뿌리와 씨끝으로 된 최소자립형식 인데, 이 통합 방법은 ‘활용’이고, ‘ᐨ애’는 뿌리와 토씨로 된 최소자립형식인데, 이 통합 방법은 ‘준굴곡법’이다. 그리 고 굴곡법은 형태론에 속한다.

2) 조어법 ‘여름’의 ‘ᐨ음’도 뿌리 ‘열ᐨ’에 의지해 있는 점은, ‘(깊)ᐨ은, (

)ᐨ애’의 ‘ᐨ은, ᐨ애’와 한가지다. 그러므로 ‘ᐨ음’도 가지라

하는데, ‘ᐨ은, ᐨ애’와는 그 성질이 좀 다르다.

첫째, ‘ᐨ은’은 받침을 가진 풀이씨 줄기에는 제한 없이 붙


을 수 있고, ‘ᐨ애’는 밝은홀소리 계통의 임자씨에 제한 없이 붙을 수 있는데, ‘ᐨ음’은 그렇지 못하여, 극히 국한된 뿌리에 붙을 수 있을 뿐이다. 둘째, ‘ᐨ음’이 뿌리에 붙으면, 그 밑말 ‘열다’와는 다른 낱

말이 만들어지는데, ‘ᐨ은, ᐨ애’는 그러한 일이 없다. 즉 ‘여

름’은 이름씨로서 ‘열다’와는 독립된 낱말이지만, ‘기픈, 

매’는 ‘깊다, ’과 다른 낱말이 아니다. 따라서 ‘여름’은

사전에 실리지마는 ‘기픈, 매’는 그렇지 않다.

셋째, ‘ᐨ은, ᐨ애’는 자립형식과 자립형식과의 관계를 밝

혀주는 문법적 의의를 가지나, ‘ᐨ음’은 그러한 구실을 가지 지 않고, 오직 ‘열ᐨ’에 붙어서 그것을 이름씨로 바꿔주는 힘 을 가졌을 뿐이다.

이러한 다름이 있기 때문에, ‘ᐨ음’은, ‘ᐨ은, ᐨ애’와 구별하

여, ‘(낱)말 만드는 가지(파생의 접사)’라 한다. ‘열ᐨ’에 ‘ᐨ음’ 이 붙어서 새로운 낱말 ‘여름’을 만들기 (파생하기) 때문이 다. 그리고 뿌리에 말 만드는 가지가 통합되는 방법을 ‘파생 법’이라 한다. 日月은 리라[ᐨ이ᐨ라] (석보 9:4) 밤나재[밤낮ᐨ애] 精進야 (금강 83)


위의 ‘리라, 밤나재’는 각각 최소자립형식인데, 여기 에는 뿌리가 둘씩 있어서 그것들이 각각 ‘, 밤낮’과 같은 낱말을 만들고, 다시 ‘ᐨ이ᐨ라, ᐨ애’가 통합되어 있다. 이와

같이 두 개의 뿌리가 맺어져서 한 낱말을 만드는 방법을 ‘합 성법’이라 한다. 파생법과 합성법은 새로운 낱말을 만드는 방법이란 점 이 공통적이기 때문에, 아울러서 ‘조어법(造語法, 낱말 만 들기)’이라 하고, 파생법에 의한 낱말(여름)을 ‘파생어’, 합 성법으로 만들어진 낱말(, 밤낮)을 ‘합성어’라 한다. 조 어법은 하나의 최소자립형식 내부 구성에 관한 일이므로, 굴곡법과 같이, 형태론에 속한다.

[말본의 체계] 1. 형태론 1) 굴곡법 순수굴곡법·····뿌리 + 씨끝 준굴곡법······뿌리 + 토씨 2) 조어법 파생법·······뿌리 + 말 만드는 가지 합성법·······뿌리 + 뿌리 2. 통어론


3) 형태소 형태소의 꼴바꿈

한 형태소의 꼴은 일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그 놓이는 자리 에 따라 소리가 바뀌는 일이 있는데, 이것을 ‘꼴바꿈’ 또는 ‘변동’이라 한다. ‘값’이란 한 형태소는 그 놓이는 자리에 따라 /ᆨᅡᆸᄉ

ᐨ/, /ᆨᅡᆸ/, /ᆨᅡᆷᐨ/으로 꼴바꿈을 하게 되므로 이것

들을 ‘값’ 형태소의 ‘변이형태’라 한다. 그 바뀌는 조건은 뒤 에 이어나는 음소의 종류에 딸려 있다. 즉 /ᆨᅡᆸᄉᐨ/은 홀소리 토씨 앞에 쓰이고, /ᆨᅡᆸ/은 콧소리 이외의 닿소 리 토씨 앞이거나 뒤에 휴식이 올 때, /ᆨᅡᆷᐨ/은 콧소리 토씨가 이어날 때에 쓰인다. 그러므로 이 변이형태들은 ‘음 성적 변이형태’라 한다. ‘녀다’의 줄기 ‘녀ᐨ’는 ‘니ᐨ’로 바뀌는 일이 있는데, 그 조 건은 이어나는 형태소의 종류에 딸려 있다. 즉 뒤에 ‘ᐨ거ᐨ’

형태소가 이어나거나, 합성어 ‘니ᐨ, 니ᐨ’를 만들 때 ‘녀ᐨ’ 는 ‘니ᐨ’로 바뀐다. 이러한 변이형태를 ‘형태적 변이형태’라 한다. 형태 변동을 일으키는 것은 뿌리 형태소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토씨나 씨끝과 같은 형태소도 형태 변동을 일으킨


다. 위치말을 표시하는 토씨 ‘ᐨ애/에’는, 그 앞 임자씨의 홀 소리의 밝음(오, 아, ), 어두움(우, 어, 으)에 따라 변동되 기 때문에 음성적 변이형태이며, ‘ᐨ예’는 위의 임자씨의 끝 소리가 /i/나 /j/(딴이)일 때에 쓰이는 것이므로 역시 ‘ᐨ애/ 에’의 음성적 변이형태의 하나다. 그러나 ‘ᐨ/의’가 위치말 을 나타낼 때는, 어느 한정된, 특별한 음성적 공통성이 없는 임자씨에만 붙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형태적 변이형태 다. 다만 ‘ᐨ’와 ‘ᐨ의’의 변동은 음성적이다. 이리하여 ‘ᐨ애,

ᐨ에, ᐨ예, ᐨ, ᐨ의’들은 모두 한 형태소의 변이형태들이다. 한 형태소가 여러 변이형태를 가졌을 때는, 그 형태소의 표기를 간결하게 하기 위해서, 여러 변이형태들 중 하나를 대표로 뽑을 필요가 있는데, 그것을 결정하는 데는, 확고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나, 가능하다면, 한 형태에서 다른 형 태에로의 변이가 합리적으로, 간명하게 설명되느냐 안 되 느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편리하다. ‘닢’과 ‘닙’은 한 형태소의 변이형태다. “니페(두언 15:7)”, “닙괘(석보 13:47).” 이 경우에 ‘닢’이 ‘닙’으로 바뀐 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가능하다. 즉 ‘닢’ 뒤에 홀 소리가 이어나서 /ᄑ/이 다음 음절의 초성이 될 때는 제대 로의 소리를 유지하게 되지마는, 뒤에 닿소리가 이어나면 / ᄑ/은 ‘니’ 음절의 종성으로 나게 된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는 종성은, 15세기에서는, ‘ᆨ, ᆮ, ᆸ, ᄉ, ᅌ, ᆫ, ᆷ, ᆯ’의 여덟밖에 없었으므로, /ᄑ/은 이 여덟 중에서 그와 가장 가 까운 /ᆸ/으로 바뀌게 된다고 설명된다. 그러나 ‘닙’이 ‘닢’ 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하려면,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난 관이 있다. 즉 이 경우에는 /ᆸ/이 홀소리 앞에서 /ᄑ/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합리적으로 해명 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닢’을 대표형태로 뽑는 것이 좋은데, 이것을 ‘기본형태’라 한다. 기본형태의 결정이 잘되지 않을 때는 임의로 하나를 뽑 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매김말을 표시하는 토씨 ‘ᐨ/의’는 음성적 변이형태인데, ‘ᐨ’에서 ‘의’로 변이된 것으로 설명 하든지, 그 반대의 방향으로 설명하든지, 다 같이 편리하게 설명된다. 이럴 때는 한 가지를 임의로 뽑는 수밖에 없다.

가상형태소와 불구형태소

‘갑다(低), 갑다(慧)’는 ‘녇갑다(淺), 맛갑다(適)’와 같은 유형에 속하는 파생어다. 그러나 ‘녇갑다, 맛갑다’의 뿌리 ‘녙ᐨ, 맞ᐨ’은 단독으로 풀이씨의 줄기로서 활용할 수 있기 때

문에, 그 뿌리로서의 자격이 뚜렷한데, ‘갑다, 갑다’의

‘ᐨ, ᐨ’은 풀이씨의 줄기로서 활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가지와도 연결되는 일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


ᐨ’을 뿌리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이 말들과 ‘녇갑다, 맛갑 다’와의 동형성(同型性)에 있다. 이러한 뿌리를 ‘가상형태 소’라 한다.

앞에 들어 보인 ‘갑다, 갑다’의 ‘ᐨ, ᐨ’은 뿌리로

가상된 형태소인데, 이것들은 다른 형태소와 연결되는 일 이 없다. 한 형태소가 오직 하나의 다른 형태소와만 연결될 수 있을 경우에, 이 형태소를 ‘불구형태소’라 한다.

4) 통어적 구성과 형태적 구성 ‘여름 하니’를 크게 직접성분 분석하면, ‘여름’과 ‘하니’ 로 나뉘는데, 이 두 성분은 다 자립형식이어서, 그 통합 방법 은 통어론에서 다루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언어형식을 ‘통 어(론)적 구성’이라 한다. 이에 대해서 ‘열ᐨ음’이나 ‘하ᐨᐨ니’의 성분은 다 구속형 식이어서 그 통합 방법은 형태론에서 다루어지는 것이기 때 문에, 이러한 언어형식을 ‘형태(론)적 구성’이라 부른다. ‘남 ᆨᐨ, ᐨ애’와 같은 언어형식도 자립형식과 구속형식

의 통합이어서, 그 통합 방법은 형태론에 관여되기 때문에 형태적 구성이다.


‘ᐨ, 밤ᐨ낮’은 두 자립형식이 통합되어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통어적 구성인 ‘여름 하니’나 ‘아니 뮐’와 같으 나, 다만 ‘ᐨ’은 낱말인 데 비해, ‘아니 뮐’는 두 낱말이 기 때문에, ‘ᐨ’은 통어적 구성으로 보지 않고, 형태적 구 성으로 보게 된다.

5) 월성분 통어적 구성에 있어서의 각 성분을, 월 안에서 차지하는 그 기능으로 보았을 때, 이것을 ‘월성분(▸문장성분)’이라 한 다. 월의 중심이 되는 성분은 ‘풀이말(▸서술어)’인데, 주로 풀이씨인 움직씨, 그림씨가 풀이말의 노릇을 한다. 닐굽  너무 오라다 (월석 7:2) 너희히… 부텻 마 바다 디니라 (월석 13:62)

이 풀이말을 중심으로 하여,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성분 이 이에 딸려서 월이나 마디를 만든다. 임자말(주어): 풀이말에 대한 말거리를 보이는 성분이 다.


世尊이 象頭山애 가샤 (석보 6:1) 님금 도라오시니 (용 33장)

부림말(목적어): 풀이씨로 표시된 행동·상태의 대상· 상대를 나타내는 성분이다.

天下 맛시릴 (용 6장) 야미 가칠 므러 (용 7장)

위치말(위치어): 주로 풀이말의 내용이 드러나는, 공간 이나 시간에 있어서의 위치를 나타내는 성분이다.

山애 오샤 虛空애 住시니 (법화 4:167)

부텻긔 오 (능엄 2:8)

견줌말(대비어): 비교나 함께함의 뜻을 나타내는 성분이 다. 微塵과 야 (능엄 5:68)

光明이 두고 더으니 (월석 1:26)


방편말(방편어): 주로 수단·방법을 나타내는 성분이다. 栴檀香 로 고 (석보 6:38)

 소리로 偈  (월석 13:64) 어찌말(부사어): 풀이씨의 뜻을 꾸미는 성분이다.

그르 알면 (월석 1:51)

굿븐  모 이시니 (용 88장) 인용말(인용어): 말이나 생각을 인용하여 오는 성분인 데, 대개는 여러 어절로 된다. 그리고 인용말은 풀이말에 종 속되는 일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 닐오 내 無上涅槃 得호라 고 (능엄 9:91)

부톄 니샤 올타 올타 네 말 니라 (석보 9:22) 매김말(관형어): 풀이말에 직접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주로 임자씨인 이름씨, 대이름씨, 셈씨에 딸려서 그 뜻을 한 정해 주는 성분이다.


徐卿의 두 아리 (두언 8:24) 童女는 아 겨지비라 (월석 2:28)

홀로말(독립어): 월 가운데의 다른 성분과 직접적인 관 련을 맺지 않고,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가지는 성분이다.  올시다 (석보 13:47) 彌勒아 아라라 (석보 13:29)

6) 씨의 분류 낱말은, 월 안에서 차지하는 그 구실, 즉 월의 어떠한 성분이 될 수 있는 자격과, 굴곡의 방식에 의해서 몇 가지 부류로 나 눌 수 있는데, 그렇게 나뉜 낱말의 부류를 ‘씨(품사)’라 한다. 낱말을 분류하는 데는, 그 낱말이 가지고 있는 뜻을 고려 하는 수도 있기는 하나, 뜻에 의해 분류해 나가보면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어서, 이로써는 몇 가지 국한된 부류의 갈래를 세울 수 없게 된다. 낱말의 뜻은 복잡하여 낱말 사이의 뜻의 공통성에 따라 몇 가지 국 한된 수의 갈래를 세우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이에 비해서 낱말이 월 안에서 차지할 수 있는 구실은 얼 마 되지 않는 수에 그치고, 굴곡하는 낱말의 굴곡 방식의 종 류는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낱말의 분류, 즉 씨가름(품사 분류)은, 그 구실과 굴곡의 방식에 따라 하는 것이 좋다. 씨는 크게 보면 임자씨(체언)와 풀이씨(용언)로 나뉜다. 임자씨는 다시, 이름씨(명사), 대이름씨(대명사), 셈씨(수 사)로 나누는 일이 있는데, 이 세 가지 씨는, 그 기능이나 굴 곡의 방식이 같기 때문에, 국어 말본에서는 이 세 가지 씨를 구별할 필요가 거의 생겨나지 않는다. 풀이씨(용언)는 통어론상 풀이말로 기능하며, 굴곡을 하 게 되는 말로서, 움직임을 나타내는 움직씨(동사)와, 모양 을 그리는 그림씨(형용사)와 계사(繫詞)의 구실을 하는 잡 음씨(지정사)로 나뉘는데, 이 세 가지의 구분은, 임자씨의 경우와는 달리, 말본상 의의를 가진다. 움직씨, 그림씨, 잡 음씨는 그 굴곡의 방식, 즉 줄기에 연결되는 씨끝의 종류가 약간 다르기 때문이다. 꾸밈씨(수식사)는 굴곡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통어론 상의 구실에 의지해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임자씨를 꾸미는 매김말(관형어)의 구실을 하는 매김씨(관형사)다. 다른 하나는 풀이씨를 꾸미는 어찌말(부사어)의 구실을 하 는 어찌씨(부사)다.


홀로말의 구실을 하는 홀로씨도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말을 이어가는 데 쓰이는 ‘그러나, 그러면’과 같은 이음씨 (접속사)와 다른 하나는 느낌이나 부름이나 대답을 나타내 는 느낌씨(감탄사)다. 걸림씨, 즉 토씨는 다시 나누지 않는다. 이상 설명한 씨 가름을 한눈에 보이면 다음과 같다.

[씨가름] 1. 뿌리 포함 1) 굴곡 없음 여러 기능····임자씨: 이름씨/대이름씨/셈씨 한 기능·····꾸밈씨: 매김씨/어찌씨 홀로씨: 이음씨/느낌씨 2) 굴곡 있음 풀이씨: 움직씨/그림씨/잡음씨 2. 뿌리 포함하지 않음 토씨


로 부시쌈지14) 하나를 하야준 일이 잇섯다.

이것이 새서방님의 눈에 엇다. 그래서 색시는 엇던 날

밤에 자든 몸으로 마당 복판에 머리를 푼 채 내어동댕이가 첫졋다. 그리고 온몸이 피가 매치도록 으더마졋다.

이것을 본 벙어리는 다시 의분의 마음이 처올라 왓

다. 그래서 미친 사자와 가티 어드러 새서방님을 밀어 던 지고 새색시를 둘러미엇다. 그리고는 나는 수리와 가티 밧 갓사랑 주인 령감 잇는 곳으로 어가 압헤 내려노코 손짓 과 몸짓을 열 번 스므 번 겁허하며 하수연하얏다. 그 이튼날 아츰에 그는 주인 새서방님에게 물푸레로 얼

골을 몹시 어더마저서 한 이 눈을 얼러서 피가 나고 주 먹가티 부엇다. 그 릴 적에 새서방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 흉측한 벙어리 가트니. 내 녀편네를 건듸려.”

하고 부시쌈지를 서서 갈갈이 저 뒤간에 던젓다.

하고 채으로 그의 뒤덜미를 갈겨서 그 자리에 쓰러지 게 하얏다.

벙어리는 다만 두 손으로 빌 이엇다. 말도 못하고 고개

를 몇백 번 코가 에 닷도록 그저 용서해 달라고 빌기만 하 얏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는 비로소 숨겨 잇든 정의감(正義

14) 부시쌈지: 부시, 부싯돌 등을 담는 주머니.


感)이 머리를 들기 시작하얏다. 그는 그 압흔 것을 참어가 면서도 그의 북밧치는 분노(심술)를 억지하얏다. 그부터 벙어리는 안방 드러가지를 못하얏다. 이 드러 가지 못하는 것이 더욱 벙어리로 하야금 궁금증이 나게 하 얏다. 그 궁금증이라는 것이 묘하게 빗이 변하야 주인앗시 를 뵈웁고 십흔 감정으로 변하얏다. 뵈옵지 못함으로 가슴 이 타올랏다. 몹시 애상(哀傷)의 정서가 그의 가슴을 저리 게 하얏다. 한 번이라도 앗시를 뵈올 수가 잇스면 하는 마음 이 나더니 그의 마음의 엿은 늑기를 시작하얏다. 센치멘탈 한 가운데에서 늑기는 그 무슨 정서는 그에게 생명 가튼 히 열을 주엇다. 그것과 자긔의 목숨이라도 밧굴 수 잇슬 것 갓 탓다. 엇던 는 그대로 대강이로 담을 코 드러가고 십도 록 주인앗시를 뵈웁고 십흔 것을  참을 도 잇섯다.

그 후부터는 밥을 잘 먹을 수가 업섯다. 일도 손에 잡히 지 안엇다. 틈만 잇스면 안으로만 드러가고 십헛다. 주인이 전보다 만히 밥과 음식을 주고 더 편하게 하여주 엇스나 그것이 실혓다. 그는 밤에 잠을 자지 안코 집 가장자 리로 도라다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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