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오류를 수정하다 마음이 있고 몸이 있다. 둘은 각각 실체다. 실체는 스스로 존재한다. 그러고 나서 몸과 마음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틀린 것이다. 정답은? 몸과 마음은 하나, 곧 물질일 뿐이다.
호주 출신의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데이비드 맬릿 암스트롱(1926∼2014).
인텔리겐치아 2629, 2015년 6월 10일 발행
유원기가 옮긴 데이비드 암스트롱의 ≪어느 물질론자의 마음 이야기≫ 이 책의 목적은 정신적 과정들이 중추신경계 내부의 순수하게 물리적인 과정들이라는 것 을 부정하는 훌륭한 철학적 이유들이 없으 며, 따라서 함축적으로는 인간이 단지 물질 적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훌륭 한 철학적 이유들도 없다는 것을 보이는 데 있다. - «어느 물질론자의 마음 이야기(A Materialist Theory of the Mind)», 데이비드 암스트롱(David M. Armstrong) 지음, 유원기 옮김, xl쪽
인간은 물질인가? “그렇다!”는 것이 데이비드 암스트롱의 주장 이다. 인간의 정신적 상태, 사건, 과정이 실 제로는 물리적 상태, 사건, 과정이라는 것이 다. 심리철학의 여러 주장 가운데 하나인 물 질론이다. 심리철학이란? 마음 또는 정신의 존재, 그것과 몸의 관계를 탐구하는 철학 분과다. 17세기 르네 데카르 트가 본격적으로 고찰하면서 학문으로서 모 습을 갖추었다. 그 뒤 심리철학자들은 데카 르트의 오류를 지적하며 여러 의견을 내놓 았다.
데카르트의 주장은 뭔가? 그는 실체 이원론과 심신 상호작용론을 주 장했다. 실체 이원론이 뭔가? 마음과 몸이 서로 독립된 실체라는 것이다. 마음의 본질은 사고, 몸의 본질은 연장성(延 長性)이라고 설명했다. 마음을 비물질적 실 체로, 몸을 물질적 실체로 규정한 것이다. 여기서 실체란? 실체란 어떤 대상이 존재하기 위해 다른 것 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립 존재를 뜻한다. 따 라서 데카르트에게 마음과 몸은 서로 아무 런 속성도 공유하지 않는 독립 실체다. 논리
적으로 그들은 서로 의존하지 않고 각자 독 립해 존재한다. 심신 상호작용론은 뭔가? 정신적 사건과 신체적 사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신적 사건이 신체적 사건 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신체적 사건이 정신적 사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뜨거운 물을 손등에 쏟았다고 가정하자. 이 것은 신체적 사건이다. 우리는 그 결과로 통 증이라는 정신적 사건을 갖는다. 이때 우리 는 뜨거운 물이 손등에 닿았다는 신체적 사 건이 통증이라는 정신적 사건을 야기했다고
말한다. 또 뜨거운 물에 손등을 데어 통증을 느끼자 상처에 약을 발랐다면, 이것은 통증 이라는 정신적 사건이 약을 바르는 신체적 사건을 야기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데카르트가 어떤 오류 를 저지른 것인가? 마음과 몸을 실체로 규정하면 논리적 오류 가 생긴다. 상호작용론은 물질적 대상 사이 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전제한 다. 그러나 비물질적 대상과 비물질적 대상 또는 비물질적 대상과 물질적 대상 사이에 는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데 카르트가 마음과 몸 사이, 즉 비물질적 대상 과 물질적 대상의 인과관계를 함축하는 상
호작용이 가능하다고 인정했던 것은 오류 다. 20세기에 와서 길버트 라일이 이것을 ‘범 주 오류’라고 지적하면서 심리철학 논의에 불이 붙었다. 어떤 논의가 일어났나? 다양한 형태의 이원론과 물질론, 그 절충론 격인 속성이론이 등장했다. 어떤 이원론이 등장했나? 마음을 몸과 관련되는 비물질적인 지각·감 각·감정·사고의 연속이라고 보는 다발 이 원론, 마음과 몸이 작용과 반작용을 한다고 보는 상호작용론, 몸은 마음에 작용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평행론이
등장했다. 물질론은 어떤 유형이 등장했는가? 마음을 갖는 것을 다만 ‘어떤 방식으로 물리 적인 행동을 하는 것’ 또는 ‘어떤 방식으로 물리적인 행동을 하려는 성향들을 갖는 것’ 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행동론, 정신적 상 태가 두뇌에 있는 중추신경계의 물리적 상 태와 동일하다고 보는 중추-상태 물질론이 나타났다. 속성이론은 뭔가? 단일한 실체인 인간에게 물질론자들이 인정 하는 속성들 외에 비물질적 속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암스트롱은 어느 쪽인가? 중추-상태 물질론을 지지했다. 존 스마트와 울린 플레이스의 물질론, 허버트 파이글의 중추-상태 물질론을 받아들여 자신의 이론 을 완성한다. 그의 이론의 요지는 뭔가? 비물질적 대상과 물질적 대상의 인과관계 를 피하면서도, 정신적 상태와 신체적 상태 의 인과관계를 허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 했다. ‘인과이론’ 또는 ‘기능주의의 인과적 형 태’라고 부르는 이론이다. 정신적 상태들을 일련의 행동을 산출하기에 적합하고, 일련 의 자극으로 산출되기에 적합한 상태로 본 것이다.
데이비드 암스트롱은 누구인가? 호주 출신의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심리철학은 물론이고 인식 론, 형이상학, 과학철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 쳤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호주 멜버른대학교 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런던대학교 의 버벡칼리지와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가 르쳤고, 그 후 오랫동안 시드니대학교 철학 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3년 이후 최근까지 명예교수를 지냈다. 이 책은 무엇을 옮긴 것인가? 1993년 보급판으로 출간한 책을 원전으로 삼아 번역했다. 1968년 출간한 초판 이후 자
신의 논의가 얼마나 타당했는가에 대한 소 감과 평가를 쓴 ‘서언’을 덧붙이고 ‘참고 문 헌’을 수정한 개정판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유원기다. 계명대학교 철학윤리학과 교수다.
데카르트의 오류를 수정하다 마음이 있고 몸이 있다. 둘은 각각 실체다. 실체는 스스로 존재한다. 그러고 나서 몸과 마음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틀린 것이다. 정답은? 몸과 마음은 하나, 곧 물질일 뿐이다.
호주 출신의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데이비드 맬릿 암스트롱(1926∼2014).
어느 물질론자의 마음 이야기 데이비드 암스트롱 지음 유원기 엮음 2015년 5월 26일 출간 사륙판(128 *188) 무선제본, 720쪽, 34,000원
작품 속으로
A Materialist Theory of the Mind 어느 물질론자의 마음 이야기
감사의 글
스마트(J. J. C. Smart) 교수는 내가 이 책에서 옹호하고 있 는 견해, 즉 ‘정신적 상태들은 다만 두뇌의 물리적 상태들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갖도록 나를 교화했다. 그 자신은 플레 이스(U. T. Place)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여기 에서 나는 스마트와 플레이스가 출판물을 통해 주장했던 몇 가지 견해들을 비판한다. 그러나 대체로 내가 하는 일은 다 만 그들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논의의 한 단계, 즉 마음이란 개념에 대한 설명을 채우는 것에 불과하다. 지적 인 측면에서 나는 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현재 시드니대학교의 동료였던 마틴(C. B. Martin) 교수 는 나로 하여금 인과관계(causality)란 개념이 정신적 개념 들에 대한 설명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처음 깨닫게 만들었다. 라일(G. Ryle)이 자신의 저서 ≪마음이라 는 개념(The Concept of Mind)≫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전 에는 나도 성향(disposition)이란 개념에 그런 핵심적 위치 를 부여했었다. 이 문제에 대한 내 견해의 변화는 철학적 심 리학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었으며, 또한 비록 마틴이 마음 에 대한 물리론적 설명을 수용하지는 않을지라도, 내가 그 에게 빚진 것은 스마트와 플레이스에게 빚진 것보다 적지
않다. 벨로프(J. Beloff), 플루(A. G. N. Flew), 개스킹(D. A. T. Gasking), 매컬럼(D. M. McCallum), 매키(J. L. Mackie), 메들린(B. Medlin), 널리히(G. C. Nerlich), 스마트, 스토브 (D. C. Stove), 그리고 서치팅(W. A. Suchting)은 다양한 원 고들의 전체 또는 일부를 읽고 비판과 조언을 통해 내게 많 은 도움을 주었다. 도움을 줬던 다른 사람들은 본문에 언급 했다. 나는 독창적이고도 깊이 있는 여러 가지 제안을 해 줬 던 도이처(M. J. Deutscher) 교수에게 특히 많은 빚을 졌다. 나는 예일대학교, 멜버른대학교, 시드니대학교, 그리고 스 탠퍼드대학교의 학생들에게 이 책의 일부 내용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그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원고를 정리해 준 더피 (Rosewitha Duffy)에게도 감사한다. 나는 사실상 내가 확실히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많은 사 람들로부터 아주 소중한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이 책이 어 떤 오류를 담고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데이비드 암스트롱(D. M. Armstrong) 시드니대학교
개정판 서언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이 책을 보급판으로 다시 출간하겠다는 제안은 내게 뜻밖의 반가움으로 다가왔 다. 다른 무엇보다도, 항상 너무 두껍게만 느껴졌던 저서 속 에서 “무엇이 살아있고 무엇이 죽었는가?”1)에 대한 내 견해 를 새로운 이 서언에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 이다. (어떤 비평가는 ‘순전히 두께’로 승부하려 한다고 다 소 안됐다는 듯이 말했었다.) 거의 초창기부터 마음에 관한 물질론적 견해를 갖는 철 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정신적 상태, 사건, 그리고 과정이 전적으로 두뇌 내부의 물리적 상태, 사건, 그리고 과정이라 는 견해는 20세기에 플레이스(Ullin Place, 1956), 파이글 (Herbert Feigl, 1958), 그리고 스마트(Jack Smart, 1959)의 연구가 등장하기 전까지 철학자들 사이에서 그리 많이 선호 되지 않았다. 그리고 파이글은 이 견해를 부활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긴 했지만, 다른 두 사람만큼 순수한 물리론을 제 시하진 않았다. 당시에 플레이스와 스마트는 호주 남부의
1) (옮긴이 주) 이 말은 저자가 저서에서 제시한 이론들 가운데 ‘어떤 이론 이 아직도 유효하고, 어떤 이론이 이제 무효화되었는가?’를 의미한다.
애들레이드대학교에 재직했는데, 당시 철학계의 전반적인 태도는 아마도 “더위를 먹어서 그런 이야길 했을 거야”라고 했던 한 영국 철학자의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의 진위를 그에게 확인했다. 그는 상당히 확고했 다.) 스마트는 플레이스의 역할을 항상 인정했지만, 플레이스 는 정작 선구자로서 얻었어야 할 명성을 전혀 얻지 못했다. 전술상의 오류가 있었다. 스마트는 자신의 논문을 ≪철학 논 평지(Philosophical Review)≫에 게재했고, 파이글은 셀라 스(Wilfrid Sellars)를 비롯한 주요 미국 철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반면, 플레이스의 논문은 철학자들이 거의 읽지 않는 ≪영국 심리학회지(British Journal of Psychology)≫에 실 렸다. 내 책은 1960년대에 발생하여 그 주제에 기여했던 두 번 째 물결의 일부였다. 대체로 문헌 속에서는 내가 ‘플레이스ᐨ 스마트 이론’에 주어지는 명칭인 ‘동일시 이론’을 지지한다고 말해지는데, 그것은 아마도 서로 아주 밀접한 입장들인 플레 이스와 스마트의 입장에서 내 논증이 출발했기 때문일 것이 다. 하지만 나는 그 표현을 결코 좋아했던 적이 없고, 또한 내 견해를 기술2)하려고 그 표현을 사용했던 적도 없다. 당시에
2) (옮긴이 주) 동사인 ‘디스크라이브(describe)’와 명사인 ‘디스크립션 (description)’은 일반적으로 철학 분야에서 각각 ‘기술하다’와 ‘기술
내가 그렇게 보았고, 지금도 대체로 그렇게 보지만, 내 주장 은 두 단계를 취했다(그리고 취하고 있다). 첫째 단계는 정신 적 개념들에 대한 논리적 또는 개념적 분석을 제안한다. 나 는 6장 8절에서 이것을 인과분석(Causal analysis)이라고 부 른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 주장은 정신적 상태들이 일련의 어떤 행동들을 산출하기에(production) 적합한 상태들이 며, 몇몇 경우에는 일련의 어떤 자극들에 의해 산출되기에 (being produced) 적합한 상태들이라는 것이다. 나중에 나 는 그것을 인과이론(Causal theory)이라고 불렀다.3) 최근 에는 그것을 ‘기능주의의 인과적 형태’라고 부르기도 한다. 둘째 단계는 이런 방식으로 야기하고(causing) 또한 야기되 기에(being caused) 적합한 것이 사실상 무엇이냐고 묻는
(記述)’로 번역한다. 그 본래 의미는 ‘묘사하다’ 또는 ‘구체적인 언어 적 서술’이지만, 그것을 간단히 ‘서술’로 번역하면 이야기체의 설명을 의미하는 ‘내레이션(narration)’으로 오해되고, 또한 ‘묘사’로 번역하 면 ‘그림을 통한 회화적 설명’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기술’ 로 번역한다. 한편, 오히려 ‘기술’이란 번역어는 철학자에게는 친숙하 지만 일반인에게는 어색하게 들리며, 더구나 과학적 수단인 아트 (art)나 테크닉(technique)과 혼동될 소지가 있다. 나는 여기에서 일 반적인 번역 방식을 따라 ‘description’과 ‘describe’를 각각 ‘기술’과 ‘기술하다’로 번역하며, 그 번역어는 회화적이거나 이야기체의 설명 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언어적인 설명을 함축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 요가 있다. 3) 내 논문 <The Causal theory of the mind>(1977) 참조.
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서 나는 두뇌의 물리적 상태들을 말 했고, 따라서 내가 파이글을 따라 불렀던 중추ᐨ상태 물질론 (Central-State Materialism)이란 것에 도달하게 되었다. 분명히 나는 정신적 상태들이 두뇌의 상태들과 동일하다 고 말하는 데 만족했었고, 또한 지금도 만족한다. 그러나 이 것은 ‘우연적 동일성’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당시에 우 리는 올바른 동일성이란 그것이 경험적으로 규명되어야 하 는 곳에서조차 필연적이어야 한다는 크립키의 견해를 알지 못했다.4) 그러나 인과이론의 진리성을 인정한다면, 정신적 상태와 물리적 상태가 동일시될 때 물리적 기술은 정신적 상태의 비고정 지시어(non-rigid designator)다. 즉, 그것은 ‘모든 가능세계에서’ 고정된 하나의 정신적 상태를 뽑아내 지 못한다. 크립키의 주장은 오직 고정 지시어5)들에만 유효 하다. 그러나 그것은 인과이론에 대해 선결문제 요구의 오 류를 범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실제로 중요한 무언가를 빠뜨렸었다. 만약 정신적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내 이론과 동일한 이론을 나보 다 앞서 1966년에 발표했던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 가 사용했던 탁월하고도 간결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단지
4) Kripke, 1972. 5) (옮긴이 주) 고정 지시어: 모든 가능세계에서 동일한 또는 고정된 대 상을 지시하는 명사를 말한다.
어떤 인과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동일한 정 신적 유형(type)에 속하는 개체(token)들의 인과적 역할이 서로 아주 다른 물리적 유형들에 속하는 개체들로 채워져야 할 (심지어는 경험적일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유형ᐨ유형 동일시 대신에 무한히 많은 물리 적 유형들의 선언문6)과 서로 관련된 하나의 정신적 유형만 을 가질 수도 있다. 물론 유형들의 선언문이 물리적 유형들 만을 포함한다면, 마음에 대한 물질론적 설명은 의심되지 않는다. 모든 정신적인 개체는 전적으로 물리적인 개체다. 그러나 만약 동일시 이론이 정신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의 유형ᐨ유형 동일시로 정의된다면, 나는 동일시 이론을 지지 할 것이다. 그러나 유형ᐨ유형의 동일시에 대한 이런 비판이 내게 주 어졌을 때, 나는 즉각적으로 그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 것을 받아들였던 일을 기억한다. 아마도 나의 오류는 내가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루이스는 유형ᐨ유형 동일시를 계속 지지했다.7) 그러나 그것이 가능
6) (옮긴이 주) 선언문(disjunction): ‘또는(or)’으로 연결되는 명제들의 관계를 의미한다. ‘a’와 ‘b’ 가운데 하나만을 의미할 때는 배타적 선언 문이라 부르며, ‘a’와 ‘b’, 그리고 ‘a와 b 모두’ 가운데 하나를 의미할 때 는 포괄적 선언문이라 부른다. 7) 그의 <Mad pain and Martian pain>(1980) 참조.
했던 이유는 그가 선언적 속성들에 대해 나보다 훨씬 더 유 연한 태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8) 나는 인과이론이 개념들에 관한 이론, 즉 일련의 논리적 분석들에 관한 이론이라고 주장했었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옥스퍼드대학교의 철학과 학생(1952∼1954)으로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나는 훨씬 덜 독단 적일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정신적인 것에 대한 우리 개념 들의 분석이 아니라 단지 정신적인 것에 관한 이론일 것이 다. 유전자들의 물리적 성질을 파악하기 전에, 유전자이론, 인과이론, 그리고 유전적 특질들을 산출하기에 적합한 요소 들에 관한 과학이론을 비교해 보자. 예를 들어, 목적된 것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과 시도의 관계가 아무리 부적절할지라 도, 실제로 정신적인 것에 대한 인과이론의 어떤 부분들은 선험적으로 옳은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인과이론은 어쨌든 부분적으로는 경험적 이론일 것이다. 나는 그 문제가 내가 한때 그랬던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플레이스ᐨ스마트와 내 이론의 한 가지 명백한 차이점은 그들과 달리 내가 그 이론을 단지 감각과 의식 과정만이 아 니라 모든 정신적 상태, 사건, 그리고 과정에 적용했다는 것 이다. 비록 플레이스와 스마트가 암묵적으로 인과 개념, 즉
8) 루이스와 내 인과이론의 다른 차이점들에 대해서는 나와 맬컴(N. Malcolm)의 1984년 논쟁을 볼 것.
자극이란 개념을 사용할지라도, 그들의 논문에서 인과이론 이 명시적으로 발견되지는 않는다. 어떤 잔상을 갖는 경험 은 (플레이스가 말했던) 빛의 초록색 부분 또는 (스마트가 말했던) 잘 익은 오렌지의 표면이 눈앞에 있을 때 우리가 갖 는 경험의 일종으로 표현된다. 경험은 그것을 산출하기에 적합한 것이 무엇인가를 통해 정의된다고 말할 수 있다. 정 신적 상태가 산출하기에 적합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고려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원했던 것처럼, 우리가 목 적과 믿음 같은 것들을 그 이론의 영역 내로 끌어들이길 원 한다고 가정해 보자. 거의 모든 것이 목적이나 믿음을 산출 할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이것들이 산출하기에 적합한 것 이 무엇인가라는 문제, 즉 행동의 문제에 주목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그 이론에서는 ‘산출되기에 적합한 것’보다 ‘산 출하기에 적합한 것’이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 행동론은 틀 린 이론이지만, 누군가 마음을 행동의 원인이라고 정의한다 면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스마트는 이렇게 확대시키는 것을 아주 신속하게 받아들 였지만, 플레이스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9) 플레이스는 철학 자인 동시에 심리학자였고, 또한 그는 스마트와 내가 그랬 던 것처럼 라일의 행동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나중에 는 스키너(B. F. Skinner)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았다.
9) 1988년에 발표된 플레이스의 논문을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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