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의 보물 그이 이름은 화수분, 재물이 나오는 보물단지다. 지금 가진 것은 단벌, 냄비, 지게, 그리고 아내와 딸이다. 부부는 겨울 벌판의 긴 밤을 견딘다. 아침이 되었을 때 둘은 죽었고 아이는 살았다. 이제 다시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다.
근대 초기 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전영택(1894~1967)
인텔리겐치아 2631, 2015년 6월 11일 발행
오창은이 엮은 ≪초판본 전영택 단편집≫ 화소분은 양근셔 오정이 거이 되여서 나 서 해 저갈 즈음해셔 백 리를 거이 와서 엇든
놉흔 고개를 올나섯다. 칼날 갓흔 바람이 을 친다. 그는 고개를 숙여 압흘 내려다보다
가 소나무 밋헤 히무르한 사람의 모양을
보앗다. 그것슬 곳 달녀가 보앗다. 가본즉 그 거슨 옥분과 그의 어머니다. 나무 밋 눈 우에 나무가지를 고, 어린것 업는 홋누덕이를
쓰고 한으로 어린거슬 싸가지고 옹크
리고 고 잇다. 화소분은 왁 달녀들어 안엇
다. 어멈은 눈을 스나 말은 못 한다. 화소 분도 말을 못 한다. 어린거슬 가운데 두고 그
냥 안고 밤을 지낸 모양이다.
- <화수분>, «초판본 전영택 단편집», 전영택 지음, 오창은 엮음, 17쪽
화수분, 아니 화소분이 사람 이름인가? 작품명은 화수분, 본문에는 ‘화소분’이라 씌 어 있다.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 물단지’를 말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 다. 그의 아버지가 자식 이름을 첫째는 ‘장 자’, 둘째는 ‘거부’, 셋째는 ‘화수분’이라 지었 다. 가난한 삶으로 고통을 겪는 화수분의 처 지를 생각하면 역설이다. 이것이 작품의 비 극성을 고조시킨다.
어멈과 옥분이가 한겨울 나무 밑에서 밤을 지 새운 이유가 뭔가? 화수분의 아내는 남편 없이 한겨울 날 일이 막막했다. 어린 딸 옥분을 업고 엄동설한에 길을 떠난다. 도중에 눈보라를 만나 나무 밑 에서 밤을 지새우게 된다. 화수분이 어딜 간 것인가? 다친 둘째 형의 농사일을 도우러 양평에 갔 다. 몸살로 누워 있다가 아내가 양평으로 온 다는 편지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양평 에서 오정에 떠나 걷다가 해 질 녘에야 아내 와 딸을 발견한다.
사는 형편이 어떤 집안인가? 작품 속 화자의 집에서 행랑살이를 하는 처 지다. 단벌 홑옷과 조그만 냄비, 날품팔이 지 게가 전부다. 견디지 못해 큰딸 ‘귀동이’를 강 화에 사는 사람에게 주고 나서 후회한다. 가난의 이유는? 원래는 벼 백 석을 지으며 남부럽지 않게 살 았다. 아버지와 맏형이 죽으면서 가계가 기 울었다. 농사 밑천인 소 한 마리를 도둑맞고 는 ‘거지 신세’가 되었다. 이제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인가? 그러지 못했다. 옥분이만 살아남는다. 소설 은 사연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튿날 아침 나
무장사가 지나다가 그 고개에 젊은 남녀의 껴안은 시체와 그 가운데 아직 막 자다 깬 어 린애가 등에 따뜻한 햇볕을 받고 앉아서 시 체를 툭툭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어린것 만 소에 싣고 갔다.” 부부는 얼어 죽었다는 말인가? 어린 것을 둘 사이에 껴안고 밤을 지새웠다. 엄동설한이었다. 죽지 않고 다른 길이 있었 겠는가? 전영택의 메시지는 뭔가? 생명의 강렬함이다. 근대 초기 단편소설의 백미로 꼽힐 정도로 강렬한 충격을 준다.
이 작품을 우리 문학사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삶의 비극을 아프게 그려 냈다. 근대소설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는 평이다. 뒷이야기를 독자의 상상에 맡기 는 것도 근대소설의 기법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어떤 것인가? 삶의 아이러니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포기하지 않는 다. 인도주의를 지향했다. 초기 작품은 지게 꾼, 버림받은 노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형상 했다. 사회의 모순을 인식한 것이다. 전영택 문학의 개성은? 기독교 세계관에 서서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그렸다. 과감한 생략과 감정을 배제한 서술 이 특징이다. 단편소설 발전에 기여했다. 어떻게 살다 갔나? 1894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1919년 최초의 종합 문예지 «창조»의 창간에 참여했다. 1923년 아오야마 학원 신학부를 졸업하고 서울 감리교 신학대학 교수가 되었다. 1927 년 목사로 취임한 이후 목회 활동에 전념했 다. 독립운동 단체인 수양동우회 활동을 했 고, 1944년 평양 신리교회 재직 중 설교 사건 으로 구금되기도 했다. 해방 후 조선민주당 문교부장, 문교부 편수관, 국립맹아학교 교 장, 중앙신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1961년에 는 한국문인협회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1967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신은 누구인가? 오창은이다. 중앙대학교 교양학부대학 교수 다.
모든 인간의 보물 그이 이름은 화수분, 재물이 나오는 보물단지다. 지금 가진 것은 단벌, 냄비, 지게, 그리고 아내와 딸이다. 부부는 겨울 벌판의 긴 밤을 견딘다. 아침이 되었을 때 둘은 죽었고 아이는 살았다. 이제 다시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다.
근대 초기 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전영택(1894~1967)
초판본 전영택 단편집 전영택 지음 오창은 엮음 2012년 4월 26일 출간 사륙판(128 *188) 무선제본, 180쪽, 16,000원
작품 속으로
화수분
一 첫겨울 치운 밤은 고요히 깁허간다. 뒤ᄉ들 창 밧갓헤 지내 가는 사람 소리도 어지고 잇다금 찬바람 부는 소리가 휘 −ᆨ 우수수 하고 밧갓의 칩고 쓸쓸한 것을 알니면서 사람 을 위협하는 듯하다. “만−쥬노 호야 호오야.” 길게, 그리고도 힘업시 웨치는 소리가 보지 안어도 치워 서 숙으리고 웅크리고 가는 듯한 사람이 몹시 처량하고 가 엽서 보인다. 어린애들은 모두 잠들고, 학교 댄기는 아이들 은 눈에 조름이 잔득 몰녀서 입으로만 소리를 내여 글을 닑 는다. 나는 누어서 손만 내노아 신문을 들고 소설을 보고, 안해는 리불을 들쓰고 어린애 저고리를 짓고 잇다. “누가 우−나.” 일하든 안해가 말하엿다. “아니야요, 그 절늠발이가 지나가면서 무슨 소리를 짓거 리면서 가나보아요.” 공부하는 애가 말한다. 우리들은 잠시 그 소리를 들으랴고 귀를 기우렷스나 다시 각각 그 하든 일 을 계속하야 다시 주의도 하지 아니하엿다. 그리다가 우리 는 모두 잠이 들어버렷다.
나는 자다가 결가치 ‘으으으 으으으’ 하는 소리를 들엇
다. 잠간 잠이 반 엿스나 다시 잠들엇다.
잠이 들랴고 하다가 작 놀나서 엿다. 그리고 안해 의게 물엇다. “저게 누가 울지 안소?” “아범이구려.” 나는 벌ᄉ덕 니러나서 귀를 기우렷다. 과연 아범의 우는 소리다. 행랑에 잇는 아범의 우는 소리다. ‘엇지하야 우는가, 사나희가 엇지하야 우는가. 자긔 시골 서 무슨 슬픈 상사의 긔별을 밧앗나 무슨 원통한 일을 당하 엿나?’ 나는 생각하엿다. ‘어이 어이’ 늣겨 우는 소리를 들으 면서 안해의게 무렷다. “아범이 웨 울.” “글세요 웨 울요.”
二 아범은 금년 구월에 그 안해와 어린 계집애들을 더리고 우 리 집 행낭방에 들엇다. 나희는 한 설흔 살 먹어 보이고 머 리에 상투가 그냥 달나붓터 잇고 키가 늘신하고 얼골은 길 음하고 누루퉁퉁하고 눈은 좀 큰데 사람이 퍽 순하고 착해
보엿다. 쥬인을 보면 어느 든지, 그 방에서 고달푼 몸으로
밥을 먹다가도 얼는 니러나서 허리를 굽혀 절하엿다. 나는 그것이 너머 미안해서 그러지 말나고 닐늘냐고 하면서 늘 그냥 지내엿다.
그 안해는 키가 자그마하고 몸이 하고 니마가 좁고
항상 입을 다물고 아모 말이 업다. 적은 돈은 회게할 줄을 알어도 ‘원’이나 ‘백 량’ 넘는 돈은 회게할 줄을 모른다. 그리 고 어멈은 날 회게할 줄을 모른다. 그러기에 저 나은 아이들 의 생일을 아범이 그 젼날 내일이 생일이라고 닐너주지 아 느면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속일 줄은 모르고 무슨 일 이던지 하라는 대로 하기는 하나 얼는 대답을 시언이 하지
아니하고 물물 오래 하는 것이 흠이다. 그래도 아참에
는 일즉이 니러나서 기름을 발나 머리를 곱게 빗고 간 댕
기를 드려 을 고 나온다.
그들의게는 지금 닙고 잇는 단벌 홋옷과 조고만 남비 하 나밧게 아모것도 업다. 세간도 업고 물론 닙을 옷도 업고, 덥흘 니부자리도 업고 밥 담아 먹을 그릇도 업고 밥 먹을 숫 가락 한 개가 업다. 잇는 것이라고는 보기 실케 생긴 들과 쟈근애를 업은 홋누덕이와 , 아범이 버리하는 지게가 하
나 ― 이것이다. 밥은 위선 주인집에서 내여간 사발과 숫 가락으로 먹고, 물은 역시 주인집 어린애가 먹고 뷔인 ‘가루 우유통’을 갓다가 먹는다.
아홉 살 먹은 큰 게집애는 몸이 좀 하고 얼골은 컴컴 한데 니마는 어미 달마서 좁고 볼은 애비 달머서 축 느러젓 다. 그리고 닐느는 말은 하나도 듯는 법이 업다. 그 어미가
아모리 욕하고 리고 하야도 볼만 부어서 닥업다. 도로 혀 어미를 욕한다. 서서 어미보고 눈을 부르대고 “죠 정이가 왜 야단이야” 하고 욕을 한다. 먹을 것이 생기면 자 식 먹이고 남편 대접하고 자긔는 늘 굼는 어미가 헛입 노릇 이라도 하는 것을 보게 되면 “저 망할 게집년이 무얼 혼자만 처먹어?” 하고 욕을 한다. 다만 자긔 어미나 아비의 말을 아 니 드를 아니라 ‘주인마누라’나 ‘주인 나리’가 무슨 말을 닐너도 아니 듯는다. 먼 데 잇는 것을 갓가히 오게 하라면 손소 붓들너 와야 하고, 갓가히 잇는 것을 빗기게 하랴면 붓 들어다 치워야 한다. 다음에 적은 계집애는 돌을 지나 세 살 먹은 것인데 눈이
커다랏코 입술이 죽 나오고 거름은 겨우 둘둘 것는
다. 그러나 여태 말도 도모지 못하고 새벽부터 하로 종일 빗
들어 매여 녀가는 도야지 소리 갓흔 크고 흉한 소리를 내
여 울어서 해를 보낸다. 울지 안는 라고는 먹는 와 자는
이다. 그러나 먹기는 썩 잘 먹는다. 먹을 것이라고 눈압
헤 보이기만 하면 죄다 아서다가 두 다리 사이에 넛코 다 리와 팔노 웅크리고 ‘웅웅’ 소리를 내면서 혼자서 먹는다. 그
러케 심술 사나운 큰 계집애도 다 앗기고 졸연해서 어덕
먹지 못한다. 이러키 문에 적은 것은 늘 그 어미 뒷잔등에
업혀 잇다. 만일 내려노아 버려두면 그냥 바닭에 버슨 몸
으로 두 다리를 턱 내버치고 묵겨 가는 도야지 소리를 동내 가 요란하도록 냅다 지른다. 그래서 어멈은 밤낫 적은 것을 업고 큰 것과 싸홈을 하면
서 어더먹지는 못하고 물 깃고 걸네 치고 네하고 서서 도 라간다. 그러면서 적은 것의게는 젓을 먹이고 큰 것의 욕을 먹고 셩화밧고 밤에는 사나희게 ‘웅얼웅얼’ 하는 잣말1)을 듯는다. 밥 지을 쌀도 업는데 밥 안 짓는다고 욕을 한다. 그 리고 아범은 밝기도 젼에 지개를 지고 나갓다가 밤이 어두
어서 드러오지만 하로에 두 니를 못 려 먹고, 대개는 버
리가 업서서 새벽에 나갓다가도 오졍 나 되면 일즉 드러 온다. 드러와서는 흔이 잔다. 이런 는 왼죵일 그 이튼날
아참까지 굶는다. 그마다 말 업든 어멈이 ‘옹얼옹얼’ 바가 지 긁는 소리가 들닌다.
어멈이 그 애들 문에 그러케 애쓰고 그들의 살님이 그
러케 어려운 것을 보고, 나는 잇다금 이러케 생각하엿다. 안 해의게 말도 한다.
1) 잣말: 잔말. 잔소리.
“저 애들을 누구를 주기나 하지.” 우에 말한 것은 아범과 그 식구의 대강한 졍형이다. 그러
나 밤중에 그러케 설ᄉ게 운 닭은 무엇인가.
三 그 이튼날 아참이다. 마침 일요일이기 문에 내게는 한가 한 틈이 잇서서 어멈의게서 그 내용을 들을 긔회가 잇섯다. “지난밤에 아범이 웨 그러케 울엇나” 하는 안해의 말에 어멈의 대답은 대강 이러하엿다. “어멈이 늘 쌀을 팔려 댄겨서 저 뒤의 쌀가개 마누라를 알지오. 그 마누라가 퍽 고맙게 굴어서 잇다금 안저서 니애
기도 햇서요. 로 ‘그 애들을 더리고 엇더케나 지내나’ 하
고 무러요. 그럴 적마다 ‘죽지 못해서 삽지요’ 하고 아모 말 도 아니 햇서요. 그랫는데 한번은 가닛가, 큰애를 누구를 주면 엇더냐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더리고 잇다가 먹이면 먹이고 죽이면 죽이고 하지 제 색기를 엇덕케 남을 줍닛가? 그려고 원악 못 생기고 아모 철이 업서서 에미 애비나 길르다가? 죽이드래 도 남은 못 주어요. 남이 가저갈 게이 못 됨니다. 그것을 더
려가시는 댁에서는 길너 무엇 함닛가, 도야지면 잡아나 먹 지요’ 하고 저는 줄 생각도 아니 햇서요. 그래도 그 마누라는 ‘어린것이 다 그러치 엇던가. 어서 조흔 댁에서 달나니 보내게, 잘 길너서 시집보내 주신다네, 그려고 여태 졀문이들이 버러먹고 살어야지. 애들을 다 더 리고 잇다가는 인제 차차 날도 치워오는데 모두 한번에 굴머 죽지 말고’ 하시면서 여러 말노 대−구 권하셔요. 말을 드르닛가 그랫스면 조흘 듯도 하기에 ‘그럼 저이 아 범보고 말을 해보지요’ 햇지오. 그랫더니 그 마누라가 붓석 달녀붓허서 ‘내일 그 댁 마누라가 우리 집으로 오실 터이니 기 애를 더리고 오게’ 하서요. 해서 저는 ‘글세요’ 하고 도라 왓지오, 도라와서 그날 밤에, 그제 밤이올시다. 그제 밤이 아니라 어제 아참이올시다, 요새 저는 정신이 하나 업서요. 그래 밤 에는 드러와서 반찬 업다고 밥도 안 먹고 곤해서 쓰러저 자 길내 그런 말을 못하고 어제 아참에야 그 니야기를 햇지오. 그랫더니 ‘내가 아나, 님자 맘대로 하게그려’ 그려고 니러서 지개를 지고 나가버리겟지오. 그리고는 저 혼자서 온종일 요리저리 생각을 해보앗지 오. 아모러나 제 자식을 남을 주구 십지는 안치만 엇더케 함 닛가. 아씨 아시듯키 이제 색가 하나 생김니다그려. 지금
도 어려운데 엇더케 둘식 셋식 길름닛가. 그래서 참아 발길
이 안 나가는 것을 오정 가 되여서 더리고 갓지오. 짐생 가튼 게집애는 아모것도 모르고 라 나가요. 압서 가는 것
을 뒤로 보면서 생각을 하닛가 엇재 마음이 안되엿서요” 하 면서 어멈은 울먹울먹한다. 눈물이 핑 돈다. “그런 것을 더리고 갓더니 참말 웬 알지도 못하는 마누라 님이 안저 게서요. 그 마누라가 이걸 호이라 군밤이라 감 이라 먹을 것을 사다주면서 ‘나하고 우리 집에 가 살자. 입 분 옷도 해주고 맛나는 밤도 먹고 좃치. 나하고 가자 가자’ 하시닛가 이것은 먹기에 밋처서 대답도 아니하고 안젓서 요.”
이 말을 드를 에 나는 그 계집애가 우리 마루 헤 서
서 우리 집 어린애가 감 먹는 것을 바라보다가, 내버린 감 지를, 나를 처다보면서 집어가지고 나가는 것이 생각낫다. 어멈은 다시 니야기를 니어 ―
“그래 졔가 엇져나 볼냐고 ‘그럼 너 져 마님 라가 살년? 나는 집에 갈 테이니’ 햇더니 져는 본 체 만 체 하고 머리를
덕덕해요. 그래도 미심해서 ‘정말 갈 테야. 가서 울지 안을 테냐’ 하닛가 저를 한 번 힐 노려보더니 ‘그래 걱정 말고 가어’ 하겟지오. 하도 어이가 업서셔 내버리고 집으로 도라왓지오.
저 혼자 그리고 도라와서 가만히 생각하닛가, 아범이 무어라고 하는지 몰나 엇재 안되엿서요. 그래 밧비 아범이 일하러 댄기는 데를 차저갓지오. 한 번 보기나 하랄나고. 염 충교 대리로 남대문 통으로 아모리 차저야 잇서야지오. 몃 시간을 앳써 차자댄기다가 할 수 업시 그 댁으로 도루 갓지 오. 갓더니 게집애도 그 마누라도 벌서 나가 버렷겟지오. 그 댁 마님 말슴이 저녁 여섯 시 차에 광핸지 광한지로 낫다고 하서요. 가시면서, 보고 십흐면 설 에나 와보고 와 살녀면 농사짓고 살라고 하섯대요. 그래 하는 수가 잇습 닛가. 그냥 도라왓지요. 와서 아모 생각이 업서셔 아범 저녁 지어줄 생각도 안이하고 공연이 밧게 나가서 왓다 갓다 도 라댄기다가 드러왓지오. 저는 엇재 눈물도 안 나요. 그리다가 밤에 아범이 드러왓기에 그 말을 햇더니 아모 말도 아니하고 그러케 통곡을 햇담니다. 저녁도 안 먹고 우
는 거지 가이업기 좁살 한 줌 잇든 것 리고 댁에서 주신 찬
밥 어린것 먹다가 남은 것을 먹으라고 햇더니 그것도 아니 먹고 도라안저서 그러케 울엇담니다.
여복하면 제 자식을 에도 보두 못하는 사람의게 주겟
셔요. 할 수가 업서셔 그러치오. 집에 두고 굶기는 것보다 날ᄉ가해서 그랫지오. 아범이 본래는 저러케는 못살지는
안엇담니다. 저히 아버지 사랏슬 에는 볏백이나 하고 삼
형뎨가 양쥬 시골서 남부럽지 안케 사랏담니다. 일홈들도 모두 죠치오. 맛형은 ‘쟝자’요 둘재는 ‘거부’요 아범이 셋잰 데 ‘화소분’이람니다. 그린 거시 제가 간 후로부터 시아버님 이 도라가시고, 그리고 맛아달이 죽고 농사 미천인 소 한 머 리를 도적맛고 하더니 차차 못살게 되기를 시작하야 죵래 저러케 거지가 되엿담니다. 지금도 시골 큰댁엘 가면 굼지 나 아니할 거슬 붓그럽다고 져르고 잇지오. 사내 못생긴 건 할 수가 업서요.”
우리는 인졔야 비로소 아범이 어졔 울든 닭을 알엇고
이에 나는 비로소 아범의 일홈이 ‘화소분’인 거슬 알고 양 평 사람인 줄도 아럿다.
四 그런 지 몃츨이 지낸 어느 날 아참이다.
화소분은 새 옷을 닙고 갓을 쓰고 길 날 행장을 차리고
안으로 드러온다. 그거슬 보닛가 지난밤에 안해의게서 들 은 말이 생각난다. 시골 잇는 형 ‘거부’가 일하다가 발을 다
처서 일을 못하고 누어 잇기 문에 갓다가나 흉년인데다가 일을 못해서 모두 굶어 죽을 지경이니 아범을 오라고 하니
가보아야 하겟다는 말을 듯고 나는 “가보아야겟군” 하닛가 안해는 “김쟝이나 해주고 가야 할 터인데” 하기에 “글세 그 럼 그러케 닐느지” 한 일이 잇섯다.
아범은 에서 허리를 한 번 굽히고 말한다.
“나리 당겨오겟습니다. 제 셩이 일하다가 독기로 발을
어서 일을 못하고 누엇다닛가 가보아야겟습니다. 가서 추수나 해주고는 곳 오겟습니다. 거저 나리댁만 밋고 갑니 다.” 나는 엇더케 대답햇스면 조흘지 몰나서 “잘 댄겨오게” 하엿다. 아범은 다시 한 번 절을 하고 “안령히 게십시오” 하면서 도라서 나간다. “저러케 내버리고 가면 엇더캄닛가. 우리도 살기 어려운
데 엇더케 불 주고 먹이고 닙히고 할 테요. 그러케 곳 오 겟소?” 이러케 걱정하는 안해의 말을 듯고 나는 밧비 나가서 화소분을 불너서 “곳 당겨오게. 겨울을 나서는 안 되네” 하엿다.
“암 곳 당겨옵지오.” 화소분은 뒤를 도라보고 이러케 대 답을 하고 다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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