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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한국문학 9/10 평론

전쟁이 만든 비평의 신세대 전쟁은 문단에 신세대를 등장시킨다. 합리와 부정에 대한 논의, 이념에 대한 적개심, 민족문학의 이념이 나타난다. 모더니즘, 뉴크리티시즘이 자리 잡고 허무의 의식에서 실존주의문학론이 자란다.

최일수(1924~1995)는 1950년대를 대표하는 평론가 중 한 사람이다.


인텔리겐치아 2653, 2015년 6월 25일 발행

이 무렵 발버둥 치며 일어났던 손창섭, 장용 학, 김성한 등도 광적일 정도로 현대를 갈구 하며 방향 없는 신경질적인 반항만을 거듭 하면서 6·25의 상처를 가누지 못한 채 고슴 도치처럼 좌충우돌적인 항체가 되어 버렸 다. 즉 그들에게는 오늘은 물론 어제도 내 일도 없었다. 그들은 오늘 이 순간에만 가시 돋친 신경을 곤두세우는 고슴도치였다. 모 조리 거부되었다. 다만 무한한 반항과 현대 라는 구호가 있을 뿐이었다. 이들의 이러한 방황은 양대 이데올로기의 격돌이 빚어낸 6·25의 민족상잔이 그들의 방향을 약탈해


가 버린 데서 오는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하 고 있었다. (…) 그들은 꽃이 피지 않는 봄 앞에 떨고 있 어야 했으며, 그리고 수확이 없는 가을 앞에 굶주림으로 온 신경을 움켜쥐어야 했다. 정 신적 파산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독립이 되 었는지 해방이 되었는지 분간이 안 되는 변 화 속에서 또다시 갈라진 38선 앞의 동족상 잔의 사상적 장벽을 쌓지 않으면 안 되었다. - <分斷의 文學>, «최일수 평론선집» 최일수 지음, 하상일 엮음, 200~201쪽


최일수 평론선집 최일수 지음 하상일 엮음 사륙판(128 *188mm) 2015년 7월 6일 출간 무선제본, 270쪽 20,000원


작품 속으로

分斷의 文學


20세기 전반기의 현대문학은 1차 세계대전 에 따르는 역사적 전환기를 계기로 하여 전 세대의 유산인 근대문학을 지양하고 靜的 인 觀照의 세계로부터 행동하는 인간 사회 로 이향하였다. 그리하여 자연 묘사에서 사 회 묘사로 인간성의 생리적 분석으로부터 사회적 가치판단과 心象의 세계로 그 문학 적인 원천이 옮겨졌다. 그런데 이에 비하여 후반기의 현대문학 은 역시 문학사의 계기적 과정이 되었던 2 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시민사회적인 자 유주의 문학이 집단적인 민족문학과 더불 어 ‘파시즘’의 위협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발 전시키려는 특수한 역사적 시대정신을 그


배경으로 하였다. 여기서 후반기 현대문학은 그 ‘리얼리즘’ 에 있어서 내면적인 유파와 외면적인 유파 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는 하나의 깃발 밑으로 융합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30년대 의 영국의 시문학을 비롯하여 ‘해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 또는 ‘토 마스·만’의 반‘나치스’ 문학 등이 나오게 되 었다. 이와 같이 전반기에 있어서 1차 세계대 전을 계기로 행동하는 인간 사회로 이향해 온 현대문학은 또다시 발발된 2차 세계대전 의 피어린 싸움을 통해서 그 승리가 역사적 으로 약속되어진 민주주의와 더불어 성장


하였으며 동시에 약소민족들의 자주정신이 고도로 성숙하면서 있는 그러한 현실 속에 서 발전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문학적 현 실은 1차 세계대전 직후에 있었던 내면성과 외면성이라는 ‘리얼리즘’의 유파적 형성보 다는 개인에서 사회로 자아에서 민족으로 그리고 감각에서 지성으로 그 현대성의 역 사적 기능이 이향하고 있는 과정이다. 더우 기 문학사의 조류가 민주주의의 재형성이 라는 전후의 현실적 정세와 합일되면서부 터는 인간 사회의 새로운 ‘모티브’로써 반영 된 민족성과 현실 참여의 문제가 보다 고조


되었다. 한국에 있어서의 6·25동란은 참으 로 피어린 수난 속에서 민족적이며 역사적 인 첫 시련을 통하여 널리 세계성을 띠었으 며 또한 현대문학에게 가장 첨예하고 풍부 한 민족의 현대사적 소재를 개시해 주었다. 그리하여 현대문학과 민족의식은 새로 분리시켜 놓고 생각할 수 없으리만큼 민족 적 특수성이 문학의 주제에 직접적으로 밀 착하고 작용하기 시작했으며 우수한 작품 일수록 민족적 상황이 암시와 내포의 전근 대적 형식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한결 직재 단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1955년 ≪뉴욕·타임스≫지에서 공모 했던 세계 단편 모집에 출품한 여러 나라의


대표적 작품들을 읽어 볼 때 대부분이 민주 주의적 인간상의 전후 감성을 묘사한 감각 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뉴우질랜드’ ‘핀랜드’ ‘아이슬랜드’ 등 이같이 후진 국가에서 출품한 작품들 가 운데서 유달리 민족적 현실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아이슬랜드’ 의 ‘에가아드슨’의 작품 ≪푸른 요정≫은 ‘괴 테’의 ≪파우스트≫처럼 자기 민족의 전설 을 소재로 하여 그것을 현대적 서사 정신으 로 반영하고 있었다. 그러한 반면에 英國, 美國, 佛蘭西와 같 은 선진 국가에서 출품한 작품들은 그것이 현대적인 휴우머니즘이 풍기면서도 감각적


인 수법이 짙게 흐르는가 하면 신변적인 잡 사한 소재가 그나마 주제에 밀착되지 못한 채 순수 심리에만 외따로 편중되고 있었다. 이처럼 같은 ‘리얼리즘’이면서도 전자는 외면적인 ‘리얼리즘’으로써 집단 된 민족의 식의 반영이요 후자는 내면적인 심리 묘사 로써 개인 감각의 반영이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때 현대문학의 특질이 란 인간 전체의 문제 또는 민족 전체의 문제 가 작품의 주제에 그대로 밀착하여 직재 단 명한 행동성이 일관되는 데 있는 것이지 결 코 개인의 감각이 의식 있는 체계를 회피하 면서 그저 순수 심리에만 집착되는 데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몇몇 개인을 동정했던 과거의 안이한 ‘휴 우머니스트’ ‘톨스토이’보다도 민족 전체의 핵심 속에서 울어나오는 새로운 휴우머니 즘이 한결 그 선진성을 약속할 수 있으며 또 한 ‘오스카·와일드’의 근대시들보다는 尹 東柱나 李陸史의 민족시가 얼마나 현대적

서사 정신이 깃들어 있는지 모른다. 20세기 후반기에 있어서 새로운 문학 정 신의 창조는 선진 국가에서 지향하는 내면 적인 신변잡사의 심리 감각보다는 오히려 ‘아시아’ 민족들의 강인한 자주정신의 행동 적인 사고방식에서 싹트고 있다고 본다. 이 것은 세계사의 조류가 자아의식의 단계에


서 무언가 새로움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며 또한 민주주의가 집단적인 민족의 자주정신과 역사적으로 결합한 시대에 들 어서게 된 후반기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후반기에 처한 현대문학의 성 격은 이미 역사적으로 기능을 상실해 버린 개인주의적 자아의식을 지양하는 민족적인 자주정신의 새로운 발현이며 동시에 그 선 진성을 역사적으로 약속받고 새로이 성장 하고 있는 현대 정신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1차 대전 후 정적이며 관조적인 근대문학에 서 현실적이며 진취적인 현대문학으로 이 양한 것과 마찬가지로 2차 대전 후에 있어


서 민주주의가 개인의 평등에서 민족 간의 평등으로 상향하고 또한 내면적인 신심리 주의와 감각파 문학의 경향으로부터 민족 적 ‘리얼리즘’으로서의 현대적 문학과 더불 어 지향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현대의 서정시도 다분히 이러한 성격 위에서 동행 하고 있다. 그리하여 후반기에 들어선 현대 문학은 한국을 비롯 ‘아시아’ ‘아프리카’ 그 리고 세계 각국의 민족들이 자주 국가를 형 성해 나가는 가운데서 후반기를 맞이하였 으며 또한 이러한 역사적 환경은 현대문학 으로 하여금 자아의식의 세계화 내지는 민 족화로의 이향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의 최근사를 회고해 보면 그 사조와 유파의 이향이 ‘보드렐르’적인 상징적 우연 성에서 ‘톨스토이’나 ‘고오고리’의 있는 그대 로의 자연으로 옮겨 왔고 또한 거기서 반드 시 있을 수밖에 없는 필연성과 행동성이 직 재 단명하게 주제와 밀착된 것이 현대성으 로 성장해 왔으며 동시에 현대문학은 이러 한 기초 위에서 뿌리를 박고 새로이 발전하 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근대의 침략주의가 ‘아시아’의 민족 형성을 제국주의적 수단으 로 낙태시켜 버린 것과 때를 같이하여 문학 에 있어서도 주관적인 개인주의 문학이 민 주주의적 평등 정신에서 이반하여 새로이 성장하는 민족의 통일된 자주정신을 분해


시키기 위한 온갖 보수적인 ‘모랄’로 대체되 었다. 일찌기 개인주의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발전적 계기가 된 것처럼 심리주의 문학도 역시 한때는 현대문학에 공헌한 바 컸었다. 확실히 ‘죠오지·엘리어트’의 심리적 ‘리얼 리즘’은 관조적이며 정적인 자연 세계로부 터 행동하는 인간 사회로 옮기게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잡사한 신변적인 것과 내면적인 생활로만 파고들면서 사회 적 환경이라는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또한 개인을 통일 있는 인격으로 서가 아니라 의식의 흐름으로 분해시키면 서 생리적인 생활에 멈춰 버렸다.


실에 있어서 예술의 본질을 구명하는 이 른바 예술 순화 운동을 일으킨 순수문학의 근본적 의도는 전후 문단의 유파적 혼잡을 계기로 하여 민족과 문학을 그리고 인간과 사회를 서로 관련될 수 없는 이질적인 세계 의 소산으로 단정하고 이른바 인간성을 민 족이나 사회적인 생활로부터 격리시키면서 감각적인 생리의 세계로 내향하기 위한 그 러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순수 인간과 영원성의 탐 구는 인간의 본질을 구명하고 있음에도 불 구하고 그 이면에는 사회악을 혐오함으로써 그것을 도리어 영속화하며 또한 인간을 원


시적 형태로 증류하면서 개성도 생활도 없 는 그저 범용 그대로 유형화하려는 이러한 전후 감정이 회고주의자들에게 파격적으로 영합되었던 역사의 낙후성에서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역현상이 유파적으로 대두되 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민족정신이 새로운 사조를 짊어지고 나왔으며 독자성 과 자유를 향유하려는 ‘아시아’의 민족적 현 실 정신이 새로운 창조의 기틀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른바 서구 의 문학이 감각적인 ‘리얼리즘’에서 정체하 여 기교에만 소일하고 있는 오늘의 경향에 비추어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


다. 오늘날과 같이 민주주의와 민족의 자주 정신이 불가분의 유기성을 가지고 결합되 었던 때도 없었으며 문학이 민족적 집단의 정치적 경제적 및 정신적인 통일 과정을 이 처럼 새롭고 풍부하고 ‘리얼’하게 표현하려 고 했던 시대는 없었던 것이다. 민족의식이 강하지 못한 대부분의 국가 들은 자기의 문학적 표현이 어떠한 사상성 을 지니고 있다든가 또는 유파적 속성을 띄 우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불합리한 현실에는 극히 무감 각하여 그저 마음 쓰이는 데로 자연스럽게


만 표현하면 민족의 현실이야 어찌 되었든 그것이 문학의 가장 본연한 것인 줄로만 알 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순수관을 일단 역사적인 현실 앞에 놓고 분석해 보면 거기에는 확연 하게 작가의 주관적인 유파성이 사상적으 로 존립할 수밖에 없는 그러한 처지에 놓여 있으며 또한 그것이 반민족적이며 보수적 인 유파를 도웁고 있었었다는 사실 등은 이 미 문학사적으로 입증되어지고 있는 것이 다. 2차 대전 후 ‘지이드’나 ‘발레리’의 순수적 전통을 물려받은 작가 ‘어네스트·헤밍웨


이’는 대전 전의 작법과는 달리 문학에 있어 서 치밀한 예술 본질의 공식을 추구하면서 ‘버지니아·울프’의 이른바 감각적 기법을 토대로 하여 문학으로부터 민족이나 사회 의식 등 사상성을 재건하려는 新心理主義 를 표방하고 나아가서 소위 이질적인 ‘리얼 리즘’을 개척하였다. 1954년도에 ‘노오벨’문학상의 수상 작품 으로 된 ‘헤밍웨이’의 근작 ≪바다와 老人≫ 속에는 하나의 통일화된 인격을 생리적 감 각으로 분해시키는 작용이 극히 자연스럽 게 묘출되었다. 즉 사상이나 관념이나 상징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도 없고 다만 바다에서 사는 노어


부가 대자연에서 단순하고 육체적인 행동 이 있을 뿐이며 이러한 순수 행동과 직결되 는 심리적 현상이 의식의 과정을 밟지 않고 순수 감각만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되는 大魚는 그대로 大魚 로만 보이지 대상을 수영하는 對心的인 사 상이나 의지나 개성은 전혀 없다. 그리고 노인과 소년은 그저 그대로이지 인간의 성분이나 직능이나 또는 사회성도 없으며 그리고 의인이나 선악의 모랄도 아 닌 참으로 백지처럼 순박하게 묘사되어 있 다. 이 밖에 바다는 바다 그대로이고 구름은 구름 그 자체이며 飛魚와 상어는 그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 그 대로의 정황을 과장하는 아무런 관념이나 사상이란 손톱만치도 개입되지 않았다. 낚 싯대에 날아 앉는 갈매기나 물에서 뛰는 고 기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이야기하는 이 너무나 순박한 내적 독백 속에서 실은 작 가 ‘헤밍웨이’가 하나의 통일된 인격과 의식 적인 인간을 고의적으로 소원하면서 문학 의 사회적 현실의 반영을 의식의 흐름 속에 서 생리적 감각으로 분해시키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일찌기 ‘제임스·죠이스’ 의 ≪율리시이즈≫나 ‘도스토예프스키’의 ≪罪와 罰≫ 그리고 ‘딕킨스’의 ≪二都 이 야기≫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사념의 단속이 논리를 극도로 무시한 인 상적인 순수 감각 그대로이며 ‘포에지’의 세 계에 있어서 듣는 사람이 없고 소리로 내놓 을 수 없는 내적인 곳에까지 파고드는 무의 식 그 자체는 결국에 생리적인 감각에서 오 는 것으로 귀결시키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無에 가까운 공백은 실에 있어서 현실 생활의 불안에 쌓여 초조한 사 념 분비가들이 그들의 마음으로부터 현실 을 격리시키려고 하던 공백 시대의 소산이 며 또한 통일된 인격과 민족의식을 공간적 인 환상으로 은폐하기 위한 그러한 것이었 다.


그리하여 자기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중 대한 판국에 맞서 있는 통일화된 민족이나 인간을 홀로 외떨어진 인간성으로 유인하 면서 함께 몰입하려는 이른바 ‘에고이스트’ ‘헤밍웨이’의 근본적인 의도를 말해 주고 있 다. 이것은 ‘앙드레·지이드’가 사회악에 지 쳐 버린 톨스토이의 ≪참회록≫을 읽고 느 낀 것이 현실 도피의 계기가 된 것처럼 ‘헤밍 웨이’는 ‘지이드’나 ‘모로아’의 영향을 받고 ≪戰場아 잘 있거라≫ 또는 ≪누구를 爲해 鍾은 울리나≫ 등의 일련의 행동주의에서

≪바다와 老人≫과 같은 인식의 가장 초보 적 형태인 순수 감각으로 복고하고 말았다.


이러한 사실들은 오로지 현대문학에 있어 서 감각적 유파의 문학이 정체 상태에 빠졌 다는 것을 말한다. 정치나 경제는 발전이 정체되면 과격한 수단을 택하는데 문학은 그와 반대로 ‘新’이 라는 새로운 표지를 붙여서 고전으로 돌아 가거나 또는 형식주의로 도피하는 경향이 많았다. 즉 예술파 문학이 정체 상태에 빠졌을 때 도 ‘도스토예프스키’나 ‘발작크’ 속에서 생리 적 요소를 색출해 내듯이 영국의 ‘버지니 아·울프’는 ‘투르게네프’를 연구하고 현대 음악에 지루했던 프랑스의 음악계가 ‘모오


찰트’를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新人道主義’ ‘新古典主義’ ‘新 心理主義’ ‘超現實主義’ 등 일련의 회고적

과정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리얼리즘’에 있어서도 내면적인 유파는 그 감각적 기법이 개인주의 소멸 성 장과 더불어 ‘만네리즘’에 빠지게 되자 새로 운 방법을 개척하기 위하여 이른바 ‘헤밍웨 이’의 10년간이란 기나긴 모색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헤밍웨이’의 ≪누구를 爲해 鍾은 울리나≫ 이래 10년간의 침묵은

전설의 현대적 造型밖에는 아무것도 낳지 못했다.


즉 그는 ≪바다와 老人≫ 속에서 하등동 물과 자연현상을 미적 세계의 가공적 대상 으로 정립해 놓고 내적 직감의 촉발과 무질 서와 체계 없는 悟性으로 자기와 독자를 전 설과도 같은 현실 이외의 세계로 함께 몰입 케 하려는 이른바 막다른 골목에 이르는 순 수 감각의 초조가 얽히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한편 ‘헤밍웨이’가 이 ≪바다와 老人≫ 속에서 즐겨 묘사하는 분석과 해부

와 개별화의 이른바 새로운 심리 묘사의 ‘스 타일’은 그 대상을 단순히 조형적이며 고전 적인 봉건성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었다. ‘발레리’는 ‘라·씨느’의 造型 詩를 현대 적 감각으로 분석만 하였고 ‘도스토예프스


키’는 ‘고골리’의 ‘알레고리’를 개별화시키는 데 그쳤지만 ‘앙드레·지이드’의 유일한 후 예인 ‘헤밍웨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정적 이며 靜觀的인 종래의 ‘리얼리즘’에서 부단 히 움직이는 ‘리듬’을 존재 속에서 인식하고 는 있으나 반면에 문학에 있어서 ‘리얼리즘’ 의 현실 정신과 지적 질서를 하나의 생리 문 학으로 대체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하나하나의 표현이 暗示나 隱喩나 回 諭를 그 기본 창작 방법으로 삼던 근대적 기

법에서 발전하여 주제에 직접적으로 밀착 되고 영향을 주는 이른바 현대문학의 동적 인 척도가 이루어졌으나 의식적인 지성과


체계가 주어지지 못한 점에서 본질적으로 보아 전전의 감각적 유파에서 답보하고 있 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는 말하기를 문학예술은 본질적으로 민주주의라든가 또는 민족의식 등 이러한 객관적 현실을 영합하지 않아야 하며 역사 적인 시대의 특수성을 하나의 군소한 목전 의 현상으로만 봄으로써 이에 개의치 말아 야 한다고 했다. 이와 같은 그의 순수 감각의 이론은 그가 1920년대부터 시도해 온 치밀한 예술소설의 순수 공식이 근대문학으로부터의 낡은 관조 적인 경험론의 전승과 그리고 너무나도 단 순한 그의 감수성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소


설 ≪바다와 老人≫은 이의 가장 표본적인 작품이라 할 것이다. 즉 이 소설은 근대문학에 있어서 자연주 의적 ‘리얼리즘’의 전승을 현대문학 시대로 지양함에 있어 몰사회적 몰민족적 태도와 범인간적 반응의 공식화로 내향하면서 주 의 깊이 순달시킨 가장 추상적인 형태를 취 한 작품이다. 그는 문학에 있어서 사상성의 개입은 소설의 소재를 더럽히고 위조케 하 는 관념을 조장시킨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감정과 의의를 혼란케 하 며 지적 흥미의 결핍과 또한 개념적인 것을 경험 대신으로 문학 속에 기계적으로 주입 시키려는 이른바 주입주의 작가들을 조소


하였다. ‘헤밍웨이’의 이와 같은 절대성과 소설의 단순미에 대한 공식적 이론은 그의 너무나도 관조적인 경험론에 입각된 것이 며 또한 이러한 주입주의에 대한 부정은 어 디까지나 현실 이외의 환상세계에서 사념 만 분비하는 감각파 작가 자신에게 한하는 자가당착적인 부정이었지 철두철미 현실성 에 입각한 현대적인 민족의식이나 인류 의 식에 철저한 작가에게는 그러한 조소를 보 낼 수 없다. 왜냐하면 작가가 민족과 인류의 자유와 자주라는 현실 속에 직접적으로 참여함으 로써 그 핵심 속에서 얻어 낸 소재의 현실성


과는 반대로 상아탑에 앉아서 사념의 분비 를 위주로 한다든지 또는 관조적인 경험의 천박한 지식을 유일한 소재로 하여 신변잡 사만을 묘사하는 그러한 것과는 그 ‘리얼리 즘’의 차질이 근본적으로 판이한 때문이다. 가령 여기서 ‘헤밍웨이’의 지론을 쫓아서 자기 민족의 자유를 갈망하는 의식으로 통 일된 인간에게 사상적 현실을 판단하는 비 판적인 관찰력과 민족성에 입각한 과학적 인 사고방식을 사상해 버리고 단순한 인간 성의 생리만으로써 생활하라고 한다면 그 것은 마치 인간으로부터 진실성을 사상하 고 또한 민족으로부터 자유 의식을 제거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있어서 민족문학은 창 조적 역능을 가진 작가의 민족적인 세계관 이 문학 속에 반영되는 그러한 필연적인 작 용을 적극 허용하고 나아가서 그 작가가 역 사적 시대정신을 통하여 자기가 옳다고 신 념하는 진실을 객관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 논리적 해명과 또한 이에 대한 형상적인 표 현의 합칙성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의 민족의식을 가장 객관적인 위치에 세워서 작품 속에 그 사상 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과 동시에 현실의 올바른 반영을 통하여 독자로 하여금 작가 가 지향하는 세계로 이끌어 올릴 수도 있고 또한 동화시킬 수도 있는 것을 강조하는 것


이다. 문학 속에 제시되는 작가의 이러한 민족 적인 세계관의 반영은 동시에 사상성의 반 영이기도 한 것이며 또한 작품 속에 작가의 민족의식이 반영된다는 것은 문학의 현실 적 참여에 대한 이론적 배경인 것이다. 그러 므로 문학의 사상성은 민족의식이라는 하 나의 역사적 시대정신이 주제에 직접적으 로 밀착하는 현대성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현대문학이 추구하는 민족적 ‘리얼리즘’은 이러한 역사적 시대정신으로 서의 통일된 민족의식을 있는 그대로 반영 하며 나아가서 약소민족들이 완전한 자유


를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두게 된다. 또한 주 권의 자립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역사적인 관점에서 현실을 파악하 고 인식하는 작가의 세계관이 문학 속에 구 체적으로 반영되고 또한 현실적으로 참여 하게 되는 것을 적극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밝혀 두어야 할 것은 그 작 가의 주관적인 편견에서 나온 개념적인 것 을 기계적으로 작품에 주입시키려고 한 것 이 문제가 될 뿐이라는 점이다. 문학에 있어 서 사상적 잘못은 이러한 주입주의에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입주의야말로 문학예 술의 형상적 본질을 극도로 무시하기 때문 이다. 참으로 현실의 있는 그대로부터 출발


한 ‘리얼리즘’이 행동하는 인간 세계에 있어 서 가장 커다란 문제인 ‘아시아’ 민족의 자주 성 확립을 위한 역사적 당위와 결합되어 있 는 것은 너무나도 필연적인 소산인 것으로 써 주입주의와는 정반대의 차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시켜 준다. 그런데 한편 민족문학과 순수문학과의 본질적 상이점으로는 비단 역사의식의 문 제에서뿐만 아니라 미의식에 대한 관점에 서도 볼 수 있다. 즉 하나의 대상에 대하여 사상이 개입되 었거나 안 되었거나를 불문하고 ‘헤밍웨이’ 의 지론대로 아름다운 꽃은 그저 아름다운 꽃일 수 있고 어여쁜 여인은 그대로 어여쁜


여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저 아름답고 어 여쁘기에는 우리들의 생활이 너무나 일이 많으며 또한 심각한 것이다. 단순이라든가 순진이라든가 하는 그러 한 순수적 사고방식으로서는 오늘의 역사 적 시대정신이 단 한 페이지도 엮어질 수 없 으며 또한 진전될 수도 없는 무력한 것이 되 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순수하기에는 너무나도 진실 이 앞서기 때문이며 또한 객관적 환경 속에 서 생활하는 사회적 인간이 대상을 보고 느 끼는 데 있어서 반드시 어여쁜 것과 아름다 운 것에 대하여 자기의 현실적인 고유한 생


활감정이나 또는 민족 감정과 분리시켜 놓 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의 고유한 감정과 공통된 그 러한 아름다움이 있다면 거기에는 순수한 것에 머물을 수 없는 의식이 선행하는 것이 다. 그리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름다워야 하는 것까지도 함께 향유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자유를 갈망하는 약소민족들에게 있 어서는 모든 아름다운 것이란 자유와 독립 이라는 그들의 최고 목표와 분리시킬 수 없 는 것과 같으며 또한 이것은 그들의 미의식 자체가 생활 속에서 진실과 함께 유기적으 로 반영되어진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사실 이라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민족적 진실성이 통일된 감수 성으로써 그 대상에 관련될 것이며 동시에 생활감정이기도 하는 이른바 미의식의 민 족적 대심력이 뚜렷하게 존재할 것이다. 그러므로 ‘코오헨’의 말대로 美는 인식이 나 의욕과는 대신에 순수 감정만이 그 근원 과 내용을 구성한다고 하기에는 우리의 현 실 생활이 너무나도 민족적이며 자주성에 대한 의식이 강열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마디 첨가하고 싶은 것 은 작가 ‘헤밍웨이’를 논평함에 있어서 그의 탁월한 예술소설의 공식을 완전히 묵살해 버리고 우리의 협소한 주관적 해석만으로 평가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첫째 ‘헤밍웨이’가 다른 순수 작가 ‘죠이스’나 ‘울프’나 ‘콕토’나 ‘지이 드’보다도 관조적 경험이지만 한결 행동적 이었으며 둘째, 그것이 극히 내면적인 것이 나마 외면적인 계기를 인식하고 포용했으 며 세째, 국한된 사념의 세계에서 벗어나려 고 하는 그의 새로운 감각적 기법 등 이러한 사실들은 문학의 현대사적 유산으로 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상적인 素材가 말초적으로 주입되어 있는 ‘사르트르’나 ‘까뮈’에 감동하 고 범저항적 실존주의를 신경질적으로 쾌 미하거나, 또는 ‘푸르스트’나 ‘포오크너’를


무조건 환영하며 ‘모더니즘’과 같이 난해와 기발적인 형식적 박식을 즐기는 등 이러한 편협에서 ‘헤밍웨이’의 순수성을 경시해 버 리기에는 너무나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여기서 본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문학에 있어서 민족의식의 표현이 있 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에 있는 것이 다. 즉 문학에서 민족의식을 제거하려는 ‘헤 밍웨이’의 이론적 배경에 본질적으로 흐르 고 있는 것은 그에게 행동적인 현대 감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이른바 절대성 과 영원성이라는 古典觀에서 출발하고 있


다는 점이다. 그는 고전을 하나의 영원성이라는 신비 스러운 개념 밑에 역사적 현실을 과도기적 인 것으로 경시해 버리는 왜곡된 관념에서 보고 있다. 그의 행동성은 어디까지나 역사를 하나 의 단순한 양적 축적으로서의 시대 잡사인 것으로 보거나 또는 그렇지 않으면 생명이 없는 기록이나 유행적인 것으로 보도록 함 으로써 고전성과 현실성을 서로 분리시키 면서 고전을 절대적 관념과 무의식성으로 대체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에 있어서 고전이란 어느 때의 작품이 고 간에 당시의 객관적인 환경 속에서 벗어


날 수 없으며 또한 역사적인 시대정신과도 불가분의 관련성을 가지고 성립되는 것이 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고전의 본질적 인 배경으로 존재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러나 ≪바다와 老人≫은 마치 박순한 백지 가 성장하고 있는 통일된 현대 정신의 조류 앞에서 초월적이며 영원적인 초시대를 외 치면서 극히 얄팍한 관조적인 경험을 유일 무이한 현실로 삼고 사념의 분비만을 열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분석해 본다면 아무리 순수하고 영원성이 표방된 고전이라 할지라도 당시의 역사적인 이데 아가 선진적이든 보수적이든 고사 간에 객 관적 형식을 통하여 작품 속에 흐르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독일 민족의 설화인 구비 문학을 소재로 하여 ‘칸트’철학의 역사적 ‘이 데아’를 철학자 중의 철학자로서의 ‘파우스 트’라는 전형으로 반영시켰던 것이다. 그리 고 그 작품 속에 흐르는 동경과 혜지와 건설 은 자연과학의 초기적 발달을 배경으로 하 였으며 그 시대적 정신으로서의 ‘칸트’의 합 리주의 철학의 정신 및 물질과 천국과 지상 의 대조로써 자연과 예술에서 새로움을 찾 는 지성적인 의욕이 민족적 전통의 형식을 통하여 표현되고 있다. 이와 같이 고전으로서의 ≪파우스트≫ 에 있어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민족적인


형식과 역사적 현실 정신의 내용이 뚜렸하 게 나타나 있다. 가령 여기서 집필 연, 월, 일만 안 써 놓으 면 백 년 전에 쓴 것인지 천 년 전에 쓴 것인 지 알 수 없는 황당무계한 작품일망정 소재 의 형태와 언어의 ‘스타일’ 그리고 표상된 생 활양식은 그 시대와 그 민족의 소산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이 고전이기에 는 그것이 보다 더 철저하게 역사적으로 선 진된 시대정신에 입각해야 하며 또한 민족 적 전통으로 하여금 새로운 시대로 발전하 는 데 함께 지양할 수 있게 개시해 주는 유 산적 성질이어야 한다고 본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우수성은 참으로 이러한 역사성 속에 있으며 ‘베토벤’의 음악 을 참다운 고전이라고 부르는 것도 역시 그 시대의 역사적 자유정신이 민족적 전통과 더불어 작품 속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한 시대에 고착되거나 또는 그 시대를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시 대정신이란 배경을 통하여 인간 전체 우주 전체 또는 민족 전체의 발전을 개시할 수 있 는 그러한 것이어야 한다. 즉 이러한 것이 참된 고전성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고전성이 ‘헤밍웨이’ 의 ≪바다와 老人≫ 속에 흐르고 있는가 하 면 그것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있는 것이라곤 문학 속에서 역사성과 그리 고 통일된 민족과 인간 의식을 사상하려는 유파적 연출력이 잠재해 있을 뿐이다. 그리고 허약해지고 소멸해 가는 개인주 의적 전 세대의 사고가 순수 감각의 소설인 ≪바다와 老人≫ 속에서 정화 작용을 일으 키면서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다와 老人≫이 무사 상적인 순박성과 공백의 존재라 할지라도 근대 사조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인간의 자 주정신이 세계사에 행동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러한 역사적 환경 앞에 서지 않을 수 는 도저히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민족문학의 현대적 정신은 민


족의 자주정신의 ‘모티브’를 가장 현실적으 로 반영하고 있는 ‘리얼리즘’과 결합된다. 그리고 작가가 객관적 인식에 있어서 어 떠한 유파에 소속되어 있는가를 불문하고 작품 속에 일관하는 것은 이러한 민족적 현 실 정신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특징적인 것이다. 또한 민족의 고유한 생활감정과 모랄 그 리고 자주의식 등 이러한 전통을 토대로 하 여 역사적 시대정신인 민주주의적 대의와 함께 호흡하고 동화하면서 작용하는 통일 된 인격의 구현이야말로 민족문학의 현대 적 정신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문학이 올바른 역사적 전 통의 계승과 현대성의 비판적인 섭취라는 2 대 명제를 눈앞에 두고 민주주의를 발전시 키기 위한 진지한 노력과 행동으로 하여 후 반기를 맞이한 역사적 과정의 초점에서 지 향해 나가야 할 길이란 무엇보다도 6·25의 체험을 토대로 하고 과학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방식과 민족 지성의 강인한 의지력으 로써 통일된 ‘모티브’와 전형성을 가져야 하 리라고 본다. <현대문학과 민족의식>, ≪최일수 평론선집≫, 최일수 지음, 하상일 엮음,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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