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나른한 외로움 아침 햇살이 침상 곁 병풍에 빛난다. 천천히 화장하고 머리를 빗는다. 꽃을 꽂고 거울에 비춰 본다. 예쁘다. 옷을 입는데 수놓은 새 한 쌍이 눈에 띈다. 쌍쌍이 금빛 자고새. <오동사녀>, 예전(倪田) 그림, 1883
인텔리겐치아 2675, 2015년 7월 9일 발행
이지운이 옮긴 ≪온정균 사선≫ 小山重叠金明滅 병풍에 그려진 작은 산에는 금 빛 반짝이고,
鬢雲欲度香腮雪 흐트러진 머리는 눈같이 희고 향기로운 뺨을 덮고 있네.
懶起畵蛾眉 느지막이 일어나 눈썹을 그리고 弄妝梳洗遲 화장을 하고 천천히 머리를 빗네. 照花前後鏡 꽃을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니 花面交相映 꽃과 얼굴이 서로 잘도 어울리네. 新帖繡羅襦 새로 지은 비단 저고리에는 雙雙金鷓鴣 쌍쌍이 금빛 자고새.
-<보살만(菩薩蠻)>, «온정균 사선», 온정균 지음, 이지운 옮김, 21쪽
인용구 끝에 붙은 ‘보살만(菩薩蠻)’이 이 작품 의 제목인가? 아니다. 사조(詞調)의 하나다. 사(詞)의 악보 인 셈이다. 내용과는 무관하다. 온정균은 열 네 편의 <보살만>을 지었다. 열네 편 가운데 당신이 이 작품을 꼽은 이유는? 열네 편 모두 여리면서 농염하고 화려하다. 그 가운데 이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여성의 외모와 그녀의 거처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묘사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여인의 나른한 외로움이다. 겉으로는 보이 지 않지만 몇 장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장면인가? 이른 아침 창가의 햇빛은 침상 곁의 병풍을 비추어 빛난다. 잠에서 덜 깬 듯한 여인이 천 천히 화장을 하고 머리를 빗는데 이는 누구 를 위한 것도 아니다. 머리에 꽃을 꽂고 거울 로 이리저리 비추어 본다. 옷을 입다가 문득 보니 저고리에 자고새 한 쌍이 수놓아져 있 다. 쌍으로 다니는 자고새는 외로운 처지에 있는 여인과 대조를 이룬다. 작자가 누구인가? 온정균(801?~866?)이다. 당나라 말엽의 시인 이자 사인이다.
그의 사는 무엇을 노래하는가? 여성의 미모나 감정을 다룬 것이 많다. 주제 는 여성의 자태, 사랑, 그리움, 이별과 원망 이다. 온정균 개인의 성향과 사의 초기 성격 이 그랬다. 그는 어떤 성향을 지녔나? 출중한 재주를 지녔으나 자신의 재주를 믿 고 주색에 빠져 염려(艶麗)한 문사만을 지었 다. 권력자를 비꼬거나 비판했다. 사의 초기 성격은 어떤 것이었나? 사는 사조에 가사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지 어졌다. 음악과 긴밀했으므로 유희성이 강 했다. 내용도 술, 여색, 애정, 희롱에 대한 것 이 많았다. 서정적이고 감상적이어서 깊고
섬세한 내면을 완곡하고 함축해 표현하는 경향이었다. 중국사의 역사에서 온정균은 위치는 어디인 가? 사가 문학 양식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음악 재능을 살려 여러 사조를 만들었 다. 평론가들은 그를 ‘화간파(花間派)의 비 조’로 부른다. 어째서 화간파의 비조가 되는가? 사의 풍격과 성격을 규정하는 데 크게 기여 한 «화간집(花間集)»에 그의 사가 가장 많 이 수록되었기 때문이다.
온정균 사의 특징은 무엇인가? 대상의 천착에 뛰어났고 색채미와 음률미 가 있었다. 여인의 규정을 담은 섬세하고 정 교한 작품이 많다. 완약(婉約)하고 염려하여 사의 정격으로 인정받는다. 도시 상류층의 향락을 담은 그의 사는 당시 문화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 그는 무엇을 남겼는가? 생시에 이미 «악란집(握蘭集)» 3권, «금
전집(金荃集)» 10권, «시집(詩集)» 5권, «한남진고(漢南眞稿)» 10권이 있었다. 단 성식(段成式)·여지고(余知古)와 함께 엮은 시문합집(詩文合集)으로 «한상제금집(漢 上題襟集)» 10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하는 것은 없다. 지금 온정균의 시사는 «화간집», «전당시(全唐詩)», «전당문 (全唐文)»에 보존되어 있다. 이 책은 무엇을 저본으로 삼았나?
류쉐카이(劉學鍇)가 쓰고 중화서국이 2007 년에 출간한 «온정균전집교주(溫庭筠全集 校註)»다. 이 책은 온정균 작품이 실린 여러 판본을 정리하고 교감한 후 주석을 달고 해 설했으며 평론가의 평을 수록했다. 저본을 따라, 위작 논의가 있는 것과 시와 중복된 것 을 제외하고 사 59수를 골라 옮겼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지운이다. 전통 시기 여성 작가를 연구한 다.
여자의 나른한 외로움 아침 햇살이 침상 곁 병풍에 빛난다. 천천히 화장하고 머리를 빗는다. 꽃을 꽂고 거울에 비춰 본다. 예쁘다. 옷을 입는데 수놓은 새 한 쌍이 눈에 띈다. 쌍쌍이 금빛 자고새. <오동사녀>, 예전(倪田) 그림, 1883
온정균 사선 온정균 지음 이지운 옮김 2009년 10월 15일 출간 사륙판(128 *188) 하드커버, 128쪽, 12,000원
작품 속으로
온정균 사선
01. 보살만(菩薩蠻)
병풍에 그려진 작은 산에는 금빛 반짝이고, 흐트러진 머리는 눈같이 희고 향기로운 뺨을 덮고 있네. 느지막이 일어나 눈썹을 그리고 화장을 하고 천천히 머리를 빗네.
꽃을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니 꽃과 얼굴이 서로 잘도 어울리네. 새로 지은 비단 저고리에는 쌍쌍이 금빛 자고새. 小山 重叠金明滅, 鬢雲 欲度香腮 雪. 懶起畵蛾眉, 弄妝 梳洗遲. 1)
2)
3)
4)
5)
6)
照花前後鏡, 花面交相映. 新帖 繡羅襦, 雙雙金鷓鴣.
해설
온정균은 모두 14편의 <보살만>을 지었는데 여성의 생활을 주로 묘사해 전체적으로 여리면서 농염하고 화려한 특색이 있 다. 특히 이 사는 그중 가장 유명한데, 여성의 외모와 그녀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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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이른 아침 창가의 햇빛은 침상 곁의 병풍을 비추어 빛나고, 아직 도 잠에서 덜 깬 듯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하나도 급할 것이 없 다는 듯 천천히 화장을 하고 머리를 빗으니 이는 누구를 위하여 화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녀는 머리에 천천히 꽃을 꽂고 거울로 이리저리 비추어 보면서 자신을 들여다본다. 옷을 입다가 문득 보니 저고리에 자고새 한 쌍이 수놓아져 있다. 쌍 으로 다니는 자고새와는 달리 여인이 지금 외로운 처지에 있음 을 대조시키고 있다. 이 사는 겉으로는 심리 묘사를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몇몇 장면을 통해 여인의 나른한 외로움을 짐작하 게 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1) 小山(소산): 작은 산. 여기서는 침상 근처에 두는 첩첩이 접히고 펴지 는 병풍을 이른 것이다. 병풍이 접혀 구불구불한 것이 마치 작은 산과 같 아 보임을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다른 견해가 있다. 하나는, 눈 썹 모양이 산과 같다는 것이다. 당대 여성들이 눈썹을 그리는 양식 중 ‘소 산미(小山眉)’라는 것이 있고, 뒤의 구에 여인의 외모를 묘사하고 있으므 로 여인의 눈썹을 지칭한다고 보는 견해다. 다른 하나는, 여성의 머리에 꽂는 빗으로 보기도 한다. 머리 위에 꽂힌 빗이 반짝거리는 모양을 쓴 것 이라는 견해다. 필자는 온정균의 다른 사에서도 비슷한 표현이 나오는 경 우를 참고해 머리맡에 놓인 병풍이 산과 같아 보이는 것으로 해석했다.
2) 鬢雲(빈운): 구름같이 검은 여성의 머리. 3) 腮(시): 뺨.
4) 帖(첩): 붙이다. ‘첩(貼)’과 같음. 비단을 도안대로 잘라 옷감에 붙이거 나 금박을 만들어 옷에 장식하는 것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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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襦(유): 짧은 저고리.
6) 鷓鴣(자고): 자고새. 여기서는 저고리에 수놓아진 자고새 도안을 가리
킨다. 항상 쌍으로 짝지어 다녀 원앙과 함께 금실 좋은 부부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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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보살만(菩薩蠻)
수정 주렴 속 수정 베개 따뜻한 향기는 원앙금침에서 꿈결을 인도하네. 강가의 버들가지는 연기처럼 뿌옇고 기러기는 새벽달 걸린 하늘로 날아가네.
옷은 흰색에 인승은 들쭉날쭉 잘려 있고 두 귀밑머리에 꽂은 꽃 옥비녀 꽂은 머리에서 살랑살랑하네. 1)
2)
水精 簾裏頗黎 枕, 暖香惹夢鴛鴦錦. 江上柳如煙, 雁飛殘 月天.
藕絲 秋色 淺, 人勝 參差 剪. 雙鬢隔香紅, 玉釵 頭上 3)
4)
5)
6)
7)
8)
風.
해설
이 사는 섬세한 언어로 여성의 생활환경을 묘사해 여성미를 부 각시키고 있다. 상편의 1·2구는 여인이 잠든 실내를, 3·4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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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실외 풍경을 묘사했다. 그 풍경이 이별할 때의 풍경인지, 떠 난 임을 그리는 정의 기탁인지, 여인의 심경을 표현한 풍경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이 모든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함축적인 표현 이기도 하다. 하편에서는 여인의 옷과 장식, 머리와 걸을 때마 다 흔들리는 장신구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그에 따른 인상과 느 낌을 전했다. 여성의 미묘한 심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대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함축미를 더했다.
1) 水精(수정): 수정(水晶).
2) 頗黎(파려): 파리(玻璃). 천연 수정. 3) 藕絲(우사): 연실. 여기서는 연실의 색인 흰색 옷을 이른다. 4) 秋色(추색): 가을에 어울리는 색. 예로부터 오색(五色)과 오행(五行) 을 사시(四時)에 대입해 가을은 금(金)에 해당하며 해당 색은 흰색이라 했다. 어떤 학자는 오행과 상관없이 가을에 쉽게 볼 수 있는 색으로 풀어 황색과 녹색 사이의 색이라 했다. 이 사에서는 의상의 색이므로 둘 다 통 한다고 할 수 있는데, 필자는 흰색으로 보았다. 5) 人勝(인승): 화승(花勝), 춘승(春勝)이라고도 하며 여자들이 머리에 꽂는 장식품이다. 6) 參差(참치): 나란하지 않은 모양. 여기서는 인승의 모양이 일정치 않 음을 의미한다. 7) 玉釵(옥채): 옥으로 만든 비녀. 8) 頭上風(두상풍): 머리에 바람이 인다. 머리 장식이 걸음을 옮길 때마 다 흔들거림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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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보살만(菩薩蠻)
이마의 노란 분 지워졌는데 비단창 너머로 어제 화장 지우지 못한 이 미소를 거둔다. 함께 모란을 볼 수 있었던 그때 잠시 왔다 다시 가버렸기 때문.
비취로 상감한 금비녀는 두 고로 되어 있고 비녀 위로는 나비 한 쌍이 춤을 춘다. 이내 마음 누가 알까 달 밝은 밤 가지에 꽃 만발했다. 蕊黃 無限 當山額, 來還別離. 1)
6)
2)
3)
宿妝 隱笑 紗窗隔. 相見牡丹時, 暫 4)
5)
7)
翠釵 金作股 釵上蝶雙舞. 心事竟誰知, 月明花滿枝.
해설
모란이 피었을 때 찾아온 임은 금방 다시 떠나버려, 여인은 화장 을 새로 하는 것도 잊고 미소도 잃어버렸다. 그녀의 외로운 마 음은 쌍을 이루는 비녀의 고나 나비들 때문에 더욱 부각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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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마음 누가 알까라며 ’ 스스로 동정하고 탄식하며 원망하고 있다. 마지막 구는 경치 묘사로 맺고 있는데, 여인의 한탄과 달 밝은 밤 만발한 꽃 경치 사이에 무한한 고독과 슬픔이 함축되어 있다. ‘꽃과 같이 아름다운 것도 한때, 시간은 금방 흘러버릴 것 을, 무정한 임은 그것도 모른 채 그냥 떠나버리고 말았구나라는 ’ 구구절절한 사연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1) 蕊黃(예황): 액황(額黃). 육조 시기부터 당대까지 여성들이 화장할 때 노란 분을 이마에 뿌리거나 발랐는데 그 색이 꽃술과 같이 노래서 예황이 라 했다. 2) 無限(무한): 한계가 모호하다. 여기서는 이마의 노란색이 점점 옅어지 는 것을 이른다. 3) 山額(산액): 이마. 이마가 불룩 솟아나와 있어서 이렇게 이른다. 4) 宿妝(숙장): 어젯밤의 화장. 5) 隱笑(은소): 미소를 거두다. 6) 翠釵(취채): 비취로 상감한 비녀. 7) 金作股(금작고): 두 고로 만들어진 금비녀. 두 고로 된 비녀와 한 쌍의 나비 장식은 여성이 짝이 없이 외로움에 처해 있음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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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리 입을 기쁘게 해주는 것과 같다.”
孟子曰: “富歲, 子弟多賴; 凶歲, 子弟多暴, 非天之降才
爾殊也, 其所以陷溺其心者然也. 今夫麰麥, 播種而耰
之, 其地同, 樹之時又同, 浡然而生, 至於日至之時, 皆熟 矣. 雖有不同, 則地有肥磽, 雨露之養, 人事之不齊也.
故凡同類者, 擧相似也, 何獨至於人而疑之? 聖人與我 同類者. 故龍子曰: ‘不知足而爲屨. 我知其不爲蕢也.’ 屨
之相似, 天下之足同也. 口之於味, 有同耆也. 易牙先得 我口之所耆者也. 如使口之於味也, 其性與人殊, 若犬馬 之與我不同類也, 則天下何耆皆從易牙之於味也? 至於 味, 天下期於易牙, 是天下之口相似也惟耳亦然. 至於 聲, 天下期於師曠, 是天下之耳相似也. 惟目亦然. 至於 子都, 天下莫不知其姣也. 不知子都之姣者, 無目者也.
故曰: 口之於味也, 有同耆焉; 耳之於聲也, 有同聽焉; 目 之於色也, 有同美焉. 至於心, 獨無所同然乎? 心之所同 然者何也? 謂理也, 義也. 聖人先得我心之所同然耳. 故 理義之悅我心, 猶芻豢之悅我口.”
<진심 상편 21장> 맹자가 말했다. “넓은 땅과 많은 백성은 군자가 바라는 바이 먹는 가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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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군자의 즐거움이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니다. 천하의 가 운데 우뚝 서 사해의 백성들을 안정시키는 것은 군자가 즐 거워하는 바이지만 군자의 본성이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니 다. 군자의 본성은 그의 이상이 크게 행해졌다고 해서 더 늘 어나는 것도 아니고, 곤궁하게 숨어 산다고 하여 더 줄어드 는 것도 아니다. 본래의 명분이 이미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 다. 군자의 본성은 인의예지가 그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므로 맑고 밝게 생색이 나서 얼굴에 드러나고, 등 뒤에 비추고, 사지에 퍼지게 된다. 사지에 행동으로 드러나므로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깨닫게 된다.” 孟子曰: “廣土眾民, 君子欲之, 所樂不存焉. 中天下而 立, 定四海之民, 君子樂之, 所性不存焉. 君子所性, 雖大 行不加焉, 雖窮居不損焉, 分定故也. 君子所性, 仁義禮 智根於心, 其生色也睟然, 見於面, 盎於背, 施於四體, 四 體不言而喻.”
<진심 상편 38장> 맹자가 말했다. “사람의 형체와 용색은 하늘로부터 타고난 본성이다. 오직 성인만이 그 타고난 형체를 온전히 실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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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수 있다.”
孟子曰: “形色, 天性也; 惟聖人, 然後可以踐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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