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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연구 KW-2013-03-0002호

재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재)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귀 하

본 보고서를 연구용역과제인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남녀 학생 대상 성인지공학교육교과 개발”의 최종보고서(초안)로 제출합니다.

2014 년 7 월 7 일

○ 사업수행기관명 : 울산과학기술대학교 ○ 사업책임자 : 김효민

※ 본 보고서의 내용은 연구용역과제 연구팀의 의견이며, (재)한국여성과학 기술인지원센터의 공식적인 견해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관리번호

KW-2013-03-0002호

연구기간

2013 년 6 월 1 일 ~2014 년 6 월 30 일

(한글)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남녀 학생 대상 성인지공학교육교과 개발

연구과제명 (영문) Gender-sensitivity Learning Material for Institutes of Science and Technology

연구책임자 (연구기관)

김효민 (UNIST)

참 여 연구원수

총 7 명

연 구 용역비

30,000 천원

요약(연구결과를 중심으로 500자 이내에서 개조식으로 작성)

면수 1

- 성인지가 어떻게 더 혁신적이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공학, 공학자, 공학 문화를 만드 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실질적 사례를 통해 남녀 학생들 스스로 고찰해볼 수 있도록 유도 하는 교재 개발 - 1장에서 성인지적 관점이 미래의 과학기술자에게 주는 의의를 논의 ◆ 성인지는 기존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경로에 알게 모르게 들어갔던 성편향을 제거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과학기술 지식산물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함. - 2장에서 생물학적 성차와 관련된 과학 지식의 형성 과정을 성인지적 관점 논의 ◆ 젠더에 대한 이해가 과학 연구의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고찰 ◆ 정자와 난자의 활동성,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의 생리활성, 포유류의 명명법, 진화 생물학과 같이 과학기술 전공자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사례 활용 - 3장에서 역사적 사례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이 시대적, 사회적 요구에 따라 변화 해왔음을 논의 ◆ 영국 신사와 일제강점기 신여성의 사례를 활용하여 흥미를 유도하고 성역할의 유 동성을 고찰 - 4장에서 성역할이 가족 관계 속에서 갖는 기능과 변화의 양상을 논의 ◆ 취업과 결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오늘날 우리나라 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상세히 설명 - 5장에서 변화하는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의료 기술의 발전 과정에 미친 영향을 논의 ◆ 2차세계대전 이후 자궁경부암 진단기술이 널리 보급되었던 과정과 1980년대 세계 보건의료기구에서 남성 피임약을 개발했던 사례를 소개 ◆ 구체적 사례 제시를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

한글

성인지, 과학기술, 혁신, 인력 다양성

영어

Gender-sensitivity, Science, Technology, Innovation, Diversity

색인어


관리번호

KW-2013-03-0002호

연구기간

2013 년 6 월 1 일 ~2014 년 6 월 30 일

(한글)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남녀 학생 대상 성인지공학교육교과 개발

연구과제명 (영문) Gender-sensitivity Learning Material for Institutes of Science and Technology

연구책임자 (연구기관)

김효민 (UNIST)

참 여 연구원수

총 7 명

연 구 용역비

30,000 천원

요약(연구결과를 중심으로 500자 이내에서 개조식으로 작성)

면수 2

- 6장에서 IT 분야의 젠더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커리큘럼과 네트워킹 프로그램 개 발 사례를 소개하고, 젠더 다양성이 IT 기술 혁신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 ◆ 유럽 5개국(이탈리아, 아일랜드,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에서 IT 분야 인력 다 양성을 높이기 위해 진행되었던 프로젝트 소개 ◆

미국과 유럽에서 시도된 다양한 여성 IT 인력 역량강화 전략 정리. 국내 환경과

비교 ◆ 여성 IT 인력 유입과 역량강화가 IT 기술혁신과 시장 확대의 관점에서 시도되고 있는 최신 경향 소개 - 7장에서 공학자를 “남성적”인 사람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를 국외와 국내의 사례를 통해 논의 ◆ 건축공학 작업 현장의 사례를 통해, 일반적으로 “남성”의 특징으로 간주되는 기술 적 전문성과 “여성”의 특징으로 흔히 여겨지는 사회적 전문성이 모두 실제 공학 프로 젝트 진행에 필요함을 논의 ◆ 남성성과 공학자의 역할이 둘 다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음을 이해하고 공학과 젠 더의 관계에 대해 유연한 시각을 갖도록 유도 - 8장에서 공학 분야에 남아있는 남성 중심적 조직 문화가 여성 공학자에게 미치는 영향 논의 ◆ 여성 공학자와 공학도가 현장에서 경험하는 남성 중심적 조직 문화의 사례를 인터 뷰를 통해 구체적으로 논의 ◆ 여학생의 공학 전공 이탈방지가 어떻게 가능할지 생각해보도록 유도 ◆ 남녀학생 모두가 논의에 관심을 보일 수 있도록 이공계 실험실 문화와 기업의 조 직 문화에 관한 상세한 묘사 포함

한글

성인지, 과학기술, 혁신, 인력 다양성

영어

Gender-sensitivity, Science, Technology, Innovation, Diversity

색인어


관리번호

KW-2013-03-0002호

연구기간

2013 년 6 월 1 일 ~2014 년 6 월 30 일

(한글)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남녀 학생 대상 성인지공학교육교과 개발

연구과제명 (영문) Gender-sensitivity Learning Material for Institutes of Science and Technology

연구책임자 (연구기관)

김효민 (UNIST)

참 여 연구원수

총 7 명

연 구 용역비

요약(연구결과를 중심으로 500자 이내에서 개조식으로 작성)

30,000 천원 면수 3

- 9장에서 미디어가 성역할 고정관념에 미치는 영향 논의 ◆ 대중문화와 물질문화 속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으며 이를 어 떻게 바꿀 수 있을지 논의 ◆ 광고, 영화, 의복, 장난감 등 구체적 사례를 이용하여 학생들의 흥미 유발 - 10장에서 조직 내 성차 관련 갈등 관리에 대한 경영학의 논의 소개 - 11장에서 남성적 리더십과 여성적 리더십에 대한 경영학의 논의 소개. - 12장에서 여성 과학자 도로시 호지킨과 여성 공학자 릴리언 길브레스의 생애를 논의 ◆ 호지킨과 길브레스의 리더십 스타일, 연구주제 선정 전략, 동료 및 멘토와의 교류 방식을 상세히 논의 ◆ 성공적인 과학기술자의 자질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흥미 유발. - 13장에서 성인지적 관점이 연구개발에 접목되어 젠더 혁신을 유발한 사례를 소개 ◆ 성인지적 관점을 통해 연구개발과 시장 개척을 위한 다양한 대안적 경로를 탐색할 수 있고, 새로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공학을 만들어나갈 수 있음을 논의 - <부록> ◆ 여성과학기술인 리더십 사례에 관한 수기(김명자, 백희영) ◆ 리더십에 관한 이론적 논의(KAIST 김소영) ◆ 폐경기 여성을 위한 호르몬 대체 요법 개발의 역사(고려대학교 조아라) ◆ 빅토리아 시대의 가족과 성 규범(가톨릭대 정인경) ◆ 젠더 스테레오타입을 바꾸려는 시도에서 만들어진 광고 이미지의 사례

한글

성인지, 과학기술, 혁신, 인력 다양성

영어

Gender-sensitivity, Science, Technology, Innovation, Diversity

색인어


문(국, 영문)

I. 제목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남녀 학생 대상 성인지공학교육교과 개발 II. 연구개발의 목적 및 필요 - 미래의 남녀 공학인을 위한 성인지공학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정기적 설강 을 위한 교재와 콘텐츠 개발 -

특히

5개

과학기술특성화

대학(KAIST,

GIST,

DGIST,

UNIST,

POSTECH)의 남녀 학생을 주대상으로 한 성인지공학교육교과 개발 필요 -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후반 이후 여성공학도의 수는 크게 늘었지만, 여 전히 여성에게는 남성중심의 조직 문화, 가사와 육아의 문제 등으로 인한 많 은 장애물이 존재하며 여성공학도의 사회 참여가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 에 대한 인식과 젠더파트너십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부족 - 공학이 남성의 영역이라는 전통적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여성리더십을 개 발함으로써, 양성평등 조직 문화의 기반을 조성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 - 최근 여성, 외국인, 장애인 등 소수계층 인력의 증가함에 따라 한국 사회 조직의 외형적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고학력화 및 지위 상 승으로 여성인력이 꾸준히 증가해 옴. 마찬가지로 기업 내 외국인, 장애인 고용 규모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경력 과 이질적 가치관을 지닌 구성원이 증가함에 따라 문화다양성 교육의 필요 성이 대두 - 문화다양성에 대한 선행연구 분석을 통해 문화다양성의 교육목적을 확인 하고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한 이론적 영역을 도출 III. 연구개발의 내용 및 범위 - 과학기술개발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5개 과학기술특성화대학 남녀 학생들의 수요와 눈높이에 맞는 성인지 공학교육콘텐츠 개발 -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성불평등구조가 어떻게 지속되고 재생산되어 성인지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한 교육콘텐 츠 개발 - 과학기술사회학(Science Technology in Society)과 인류학, 공학, 여성학 의 협력적 연구를 통해, 기존의 여성 개발 (Women in Development) 강좌 를 보완하고 남녀 공학도 모두를 위한 성인지 교과콘텐츠를 개발


Ⅳ. 연구개발 결과 - 2014년 UNIST 겨울학기 “성인지와 공학” 과목 설강 확정 - 단발성 특강을 지양하고,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의 성격에 맞는 연속적 성인 지공학교육 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교재와 콘텐츠가 개발됨 - 2013년 겨울학기, 2014년 봄학기 UNIST 문명사 수업 중 교재의 2장 “섹스와 젠더”, 5장 “공학과 젠더_의료기술”의 내용 중 일부를 강의자료로 활용 - 여학생만이 아니라, 남녀학생 모두가 참여하여 스스로 양성 평등, 상호 존 중, 다양성 존중의 중요성을 성찰할 수 있도록 지속적 학습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규 성인지교육과정 개발 Ⅴ. 연구개발 결과의 활용 계획 -2014년 UNIST 겨울학기 “성인지와 공학” 과목 설강 확정 -5개 과학기술특성화 대학과 협의하여 수업 포트폴리오 공유 및 학점 상호 인정 프로그램 운영하도록 노력 -2013년 후기 과학기술학회에서 성인지공학교육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하여 연구 성과를 홍보하고 의견 수렴 계획 - 양성평등 의식 확산 및 실천을 통한 젠더파트너십 강화, 인력개발 및 정책 수행에 의한 여성 역랑 강화에 기여 - 여성의 능력을 개발하고 여성 공학인을 격려하는 개념을 넘어서서, 젠더 파트너십 개념 정립으로 학부 공학교육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전략을 모색


SUMMARY(영문 요약문) Gender-sensitivity means the attitude or inclination toward

gender

equality through careful attention to how implicit and/or explicit gender stereotypes have possibly affected the implementation of influential policies. Since 2010, each central governmental agency in Korea is required to submit gender-sensitive budget analysis, which examines how budgets and policies impact certain groups of women and men and affect gender relations. Recently, literatures in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 have discussed how gender-sensitive perspectives might provide new research questions in science and technology, and consequently, new ways of problem-solving as well. Reflection

over

how

research

and

development

in

science

and

technology have so far intentionally or unintentionally shaped gender relations

does

not

aim

to

empower

women

over

men.

Rather,

gender-sensitivity is connected to theoretical and practical inclination of STS research, which attempts to find alternative pathways for the thus far underrepresented in science and technology. This textbook illustrates and examines how the still remaining gender-bias in science and engineering has been structurally and culturally

constructed.

engineering

education,

gender-diversity

in

It

also

research

society

discusses and

and

what

development

engineering

new could

types

of

increase

communities.

The

textbook provides many practical examples of engineering culture, institutional practices and disciplinary thought-styles in relation with engineering. In doing so, students are encouraged to think for themselves how the education, research and market development in and of engineering can be expanded to both males and females. Ultimately students are encouraged to find their own methods to harmonize gender-inclusiveness and innovation in diverse fields of engineering.


Contents Chapter 1 Why do We Need Gender-Sensitivity in Engineering? …………………………………………………… 11 Chapter 2 Sex and Gender …………………………………………………… 38 Chapter 3 Sex Roles and History …………………………………………………… 84 Chapter 4 Sex Roles, Culture and Family …………………………………………………… 112 Chapter 5 Engineering and Gender: Biomedical Technology …………………………………………………… 135 Chapter 6 Engineering and Gender: Information Technology …………………………………………………… 166 Chapter 7 Engineering Identity and Masculinity ……………………………………………………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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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 Engineering Culture and Female Engineers …………………………………………………… 211 Chapter 9 Media, Material Culture and Gender Stereotype …………………………………………………… 236 Chapter 10 Conflict Management and Gender …………………………………………………… 256 Chapter 11 Leadership, Followership and Gender …………………………………………………… 293 Chapter 12 Great Women in Science and Engineering …………………………………………………… 326 Epilogue Gendered Innovation for Men and Women …………………………………………………… 345 Appendix

- 2 -


목차 제 1장 왜 성인지인가 …………………………………………………… 11 11

성인지(gender-sensitivity)란 무엇인가?

17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성인지

24

해외 과학기술계의 인력 현황과 성인지

28

여성이 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차가운 환경”(chilly climate) 개선

35

나가며—남녀 과학기술인 모두를 위한 성인지

제 2장 섹스와 젠더 …………………………………………………… 38 38

들어가며

41

정자와 난자

45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

60

포유류의 탄생: 왜 포유류는 포유류라고 불리게 되었는가

68

진화론과 페미니즘의 행복한 만남은 가능한가?

81

나가며

제 3장 역사 속의 성역할 …………………………………………………… 84 84

들어가며

85

영국 신사, 엘리트, 남성다움

93

역사 속의 한국 여성: 현모양처, 신여성, 모던걸

111 나오며

- 3 -


제 4장 만들어지는 성역할 …………………………………………………… 112 112 들어가며

114 여성의 재생산노동 118 여성의 고용과 재생산노동의 시장화 127 ‘매니저 맘’: 출산에서 교육까지의 가족, 시장, 국가 133 나가며

제 5장 공학과 젠더 – 의료기술

…………………………………………………… 135 135 들어가며: 공학제품과 젠더

139 팹스미어 검사는 어떻게 가장 널리 쓰이는 자궁경부암 진단법이 되었을까? 150 왜 남성이 먹는 피임약은 없을까? 163 나가며

제 6장 공학과 젠더 – IT

…………………………………………………… 166 166 들어가며

169 비공식 학습 174 게임, 엔터테인먼트 183 교육 개혁 188 여성 개발자의 역량강화 193 나가며

제 7장 공학자의 정체성과 남성성 …………………………………………………… 194 194 들어가며

195 함께 만들어지는 공학자 정체성과 남성성 198 우리나라 공학자의 정체성과 남성 정체성 208 나가며

- 4 -


제 8장 공대 문화와 여성 공학자 …………………………………………………… 211 211 들어가며

212 새는 송수관 220 현실적인 문제들: 혼인, 육아 그리고 일 227 실험실의 문화 233 나가며

제 9장 미디어, 물질문화, 성 고정관념 …………………………………………………… 236 236 들어가며

237 미디어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243 만들어진 여성성과 남성성 248 물질문화와 성고정관념: 의복 및 장난감을 중심으로 255 나가며

제 10장 조직 내 갈등관리와 젠더 …………………………………………………… 256 256 서론

260 여성관리자에 대한 갈등 262 여성 관리자에 대한 평가 269 성 정체성 혼란에 의한 조직 내 갈등 272 젠더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갈등 276 젠더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갈등관리 279 젠더와 성격유형에 따른 갈등 284 갈등 관리의 유형 286 갈등 관리의 규범 287 갈등의 해결 및 조장방안

- 5 -


제 11장 리더십, 팔로워십, 그리고 젠더 …………………………………………………… 293 293 서론

295 리더십의 정의 298 리더십의 기능 및 유형 300 팔로워십의 정의 302 팔로워십의 구성요인 305 팔로워와 리더십 308 조직몰입의 정의 및 개념 309 여성리더십 320 기업조직 내 여성 리더십 322 성역할 고정관념과 여성 리더에 관한 편견 324 여성의 직무 및 조직생활 325 여성의 경력경로개발

제 12장 역사 속 여성 과학기술자를 찾아서 …………………………………………………… 326 326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 과학기술자는? 328 도로시 호지킨의 생애와 업적 335 릴리언 길브레스의 생애와 업적 342 여성 과학기술자의 생애로 본 젠더 문제

에필로그 남녀 모두를 위한 젠더 혁신 …………………………………………………… 345 Appendix 373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핵가족과 성규범 378 폐경기 여성 호르몬 대체요법의 역사와 특징 386 1980년대 이후의 남성성과 남성학의 등장 391 변화하는 젠더인식 393 여성 리더십 사례 ① -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406 여성 리더십 사례 ② - 백희영 전 여성가족부 장관 408 여성 리더십 - 6 -


그림 ․ 표 목차 제 1장 왜 성인지인가 그림 1.1 하이테크 분야의 여성 ························································································· 15 그림 1.2 2010년 남녀 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 (전체) ··················································· 18 그림 1.3 2010년 남녀 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 (정규직) ··············································· 19 그림 1.4 2010년 남녀 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 (비정규직) ··········································· 19 그림 1.5 기관유형별 과학기술연구개발인력 고용분포 (2010) ····································· 20 그림 1.6 일반직종과 과학기술직종에서의 연령 별 경제활동참가율 ··························· 21 그림 1.7 연도 별 순수과학 분야(좌측)와 공학 분야(우측)에서의 학력수준에 따른 여성의 비율 (2005~2008) ····································································· 22 그림 1.8 과학기술계 내에서의 성별에 따른 금전적 지원의 차이 ······························· 27

제 2장 섹스와 젠더 그림 2.1 난자를 수정시키려고 ‘침투’하는 정자 ····························································· 41 그림 2.2 정자와 난자가 결합할 때 각각이 표면에 발현하는 분자를 구조적으로 표현한 그림 ·························································· 44 표 2.1 1937년 영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새롭게 제안된 호르몬 분류법 ···················· 55

제 3장 역사 속의 성역할 그림 3.1 런던 제리미 거리에 있는 조지 블루멜의 동상 ·············································· 92 그림 3.2 빅토리아 시기 중간․상류계급 남성들의 복장 ················································· 92 그림 3.3 “신여자” 1920년 4월호 나혜석 판화, 김일엽 선생의 가정생활 ················· 96 그림 3.4 “신구대비(新舊對比)” ························································································ 101 그림 3.5 모던껄의 장신운동 (안석주) ············································································· 103 표 3.1 1930년 여학교 졸업생의 현황과 진로 ······························································· 107 표 3.2 경성부와 조선 전체 전문직 여성의 민족별 인구 (1) ····································· 108 표 3.3 경성부와 조선 전체 전문직 여성의 민족별 인구 (2) ····································· 108 표 3.4 1930년 15세 이상 노동 인구 직업과 성별에 따른 분류 (1) ························ 109 표 3.5 1930년 15세 이상 노동 인구 직업과 성별에 따른 분류 (2) ························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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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만들어지는 성역할 그림 4.1 2013년 11월 26일 COEX에서 열린 시간선택제일자리 채용박람회 포스터 ············································································· 124 그림 4.2 서점의 태교/육아 부스의 서적 ······································································· 129 그림 4.3 베이비페어에 전시된 고가의 유모차 부스 ···················································· 130 그림 4.4 EBS 다큐멘터리 '퍼펙트베이비’ ····································································· 131 표 4.1 남녀 경제활동의 연령별 차이 (2000) ································································ 120 표 4.2 2000년 남녀 고용 현황 (2000) ··········································································· 122

제 5장 공학과 젠더 – 의료기술 그림 5.1 남성을 위한 첨단 전자제품으로 처음 시장에 소개되었던 전자레인지 ··· 136 그림 5.2 앞바퀴를 높게 만든 초기의 자전거 ································································ 138 그림 5.3 팹스미어 검진과정 ····························································································· 140 그림 5.4 자궁경부암 분류체계 비교 ··············································································· 142 그림 5.5 ‘여성 야전군’(Women’s Field Army) 홍보 포스터 ··································· 146 그림 5.6 싱가폴에서 팹스미어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포스터 ··································· 148 그림 5.7 피임법에 따른 피임 성공률 ············································································· 150 그림 5.8 먹는 피임약의 발전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2007) ···································· 153 그림 5.9 여성 피임약 광고 (머시론, 2013) ··································································· 154 그림 5.10 남성 역시 피임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국의 공익광고 ··············································································· 155 그림 5.11 에딘버러 대학 연구팀의 남성 피임약 임상실험 피험자 모집 광고 ······· 161 표 5.1 자궁경부암 조기검진 권고안 (대한산부인과학회, 국립암센터, 2001) ········· 139 표 5.2 남성 피임기술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인 남성을 서술하는 방식 ··················· 142

제 6장 공학과 젠더 – IT 그림 6.1 유럽 남성-여성의 컴퓨터 사용 능숙도 비율 차이 (2011) ························· 167 그림 6.2 유럽 남성-여성의 인터넷 사용 능숙도 비율 차이 (2011) ························· 167 그림 6.3 2013년도 컴퓨터 게임 판매순위 ····································································· 180 그림 6.4 2013년 미국의 평균적인 게이머 특성을 나타낸 인포그래픽 ····················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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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공학자의 정체성과 남성성 그림 7.1 조국재건의 과학설계 ① ··················································································· 200 그림 7.2 <전자통신연구소장은 전연구원의 인사권을 장악해야 하며 3사(공동개발에 참여한 삼성반도체통신, 금성반도체, 현대전자)는 공동운명체로서 연구소장의 지휘 하에 순응 협조해야 함>이라는 전두환 대통령의 서명과 친필 메모 ························ 204 그림 7.3 기관유형별 연구과제예산별 여성 연구과제책임자 현황(2011) ················· 207

제 8장 공대 문화와 여성 공학자 그림 8.1 연도별 대학 전공계열 졸업생 중 여학생 비율 (단위: %) ························· 213 그림 8.2 대학교 공학계열 입학생 규모와 비율 (2004~2011) ··············································· 213 그림 8.3 여성 이공계열 박사 졸업자 현황 (2004~2011) ··················································· 214 그림 8.4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 및 변화 분석 ······························································ 226

제 9장 미디어, 물질문화, 성 고정관념 그림 9.1 1950년대 미국의 광고사진 ·············································································· 239 그림 9.2 남성 편과 달리 여성 편에서는 분홍색 꽃 숲 속에 서있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림 9.3 남성은 디지털, 여성은 아날로그? ·································································· 241 그림 9.4 여성을 전면에 등장시킨 아파트 광고 ···························································· 242 그림 9.5 TV 광고 <17茶> 중 ·························································································· 242 그림 9.6 다큐멘터리 <Killing Us Softly> 중 ······························································ 244 그림 9.7 Marlboro Man 246 그림 9.8 남자아이/여자아이를 위한 장난감 광고 ························································ 248 그림 9.9 수입 고급 소재의 한복 차림과 보석으로 꾸민 계층 의상문화 ················· 250 그림 9.10 여자 아이들에게 ‘적절한’ 레고 ····································································· 253 그림 9.11 1970년대와 오늘날 여자아이를 위한 장난감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 254

제 10장 조직 내 갈등관리와 젠더 그림 10.1 여성 관리자에 대한 평가에 작동하는 기저원리(원숙연, 2005) ·············· 263 그림 10.2 Rahim의 갈등관리유형 ··················································································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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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장 리더십, 팔로워십, 그리고 젠더 그림 11.1 리더십의 구성요소 ··························································································· 295 그림 11.2 P&T 컨설팅 삽화 ···························································································· 310 표 11.1 리더십의 구성요소 ······························································································· 296 표 11.2 리더의 4가지 유형 (Manz&Sims) ···································································· 297

제 12장 역사 속 여성 과학기술자를 찾아서 그림 12.1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김점동 ············································· 327 그림 12.2 결정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도로시 호지킨 ·················································· 328 그림 12.3 호지킨의 지도교수로서 과학의 현자로 불린 버널 ···································· 330 그림 12.4 노벨상 수상식에 함께 한 호지킨 부부 ························································ 332 그림 12.5 브리스틀 대학의 총장 시절에 호지킨이 어린이를 만나고 있는 모습 ··· 334 그림 12.6 “경영관리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는 릴리언 길브레스 ··························· 336 그림 12.7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길브레스 부부 (1) ························ 337 그림 12.8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길브레스 부부 (2) ························ 337 그림 12.9 프랭크 길브레스가 고안한 더블릭 기호 ······················································ 339 그림 12.10 릴리언 길브레스가 1929년에 브루클린에 있는 가스 회사를 위해 디자인한 부엌의 모형 ········································································································· 341

에필로그 남녀 모두를 위한 젠더 혁신 그림 1 볼보 자동차의 컨셉트카 디자인 ········································································· 345 그림 2 비엔나의 성인지적 도시계획 사례 (놀이터/공원) ··········································· 347 그림 3 코딩하는 소녀들(Girls Who Code) 홈페이지 메인화면 ································ 350 그림 4 재커리 리버만이 개발한 동체인식기구 (eye tracking devices) 활용 소프트 웨어 홍보사진 ······················································································································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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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 1장 1장 왜 성인지인가

성인지(gender-sensitivity)란 무엇인가? 성인지(gender-sensitivity)란 무엇인가? 우선 이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맥락을 살펴보자. 이 용어는 1995년 북경에서 열린 제4차 UN 세계여성대회에 서 회원국이 예산 결정 과정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하도록 명시하였고, 이 어서 2001년 브뤼셀에서 열린 유엔여성기금(UNIFEM) 회의에서 EU와 회원국 들이 2015년까지 성인지 예산을 실행하기로 협의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 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국가재정법 제정 시에 성인지 예산 제도가 도입되었고, 중앙부처는 2010회계연도부터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의 소개에 의하면 성인지 예산이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양성평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제도”이다.1) European Agency for Safety and Health at Work 1) http://www.mogef.go.kr/korea/view/policyGuide/policyGuide01_03_01.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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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소개에 의하면 성인지적 입법(gender-sensitive legislation)이란 “사회적, 경제적 정책을 통해 여성이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는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입법활동2)을 가리킨다. 따라서 성인지적 관점이 란 특정 정책이나 법이 여성 또는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성 역할 고정 관념이 개입되었는지 여부를 고찰함으로써, 성 편향성을 제거하고 양성의 관점 을 모두 수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지영 외, 2007). 이와 같은 정의는 여전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구체적 사례를 통한 작업적 정 의(working definition)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 에게 적합한 말투, 행동양식,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다. 성인 지란 사람들이 남성과 여성의 바람직한 역할 및 관계에 대해 특정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생각들의 집합은 단순한 개인적 관념의 영역을 벗어나 사 회적으로 중요한—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한동안 고속도로 휴게소의 남녀 화장실은 면적이 같게 지어졌다. 이는 남녀에게 같은 면적의 편의시설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공 정하다는 잠재적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여성용 변기의 면적은 남성용 변기의 면적보다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여성이 남성보다 화장실 앞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는 여성을 기다려야 하는 남성에게도 불편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성인지란, 남성과 여성 모 두에게 공정한 화장실 공간의 배분 형태에 대해 고민해보고, 이러한 고민의 사 회적 의미와 중요성에 관한 인식을 넓혀가는 활동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 자. 영어에서 mankind란 단어는 “인류”를 의미한다. 이 단어를 그저 과거의 관습이 남은 단어로 보아 계속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단어를 계속해 서 쓰는 사회에서, 여성들이 알게 모르게 자신은 인류에 기여할 만한 가치를 충분히 갖지 못한 이등시민인 것처럼 느끼고, 남성도 무의식적으로 여성의 가 치를 낮게 생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여, mankind를 humankind로 바꾸어 써보면 어떨까는 고민을 하는 것이 바로 성인지적 태도이다. 여기서 중 요한 것은 “고민”이다. 사회적 주류의 입장에서는 별 의도 없이 무심히 갖는 관념,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아무런 악의 없이 효율성의 원칙에 따라 배 분하는 예산과 같은 것들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여성, 노인, 저소득층, 아 이, 외국인노동자—에게는 그들의 취약한 처지를 굳히는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민감(sensitive)하게 인식하는 것이 성인지의 시작인 것이다. European Commission의 지원으로, 건강 및 의학 연구에 성인지적 관점을 2)

https://osha.europa.eu/en/faq/women-and-health/what-is-2018gender-sensitive-legislatio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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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한 분석 사례를 보자.3) 많은 질병 연구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것은 남성 의 증상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골다공증의 경우는 그동안 건강한 젊은 백인 여성의 정상 골밀도 수치가 기준이 되어 진단모델이 만들어져 왔다. 이는 남성 에게 피해를 입히기 위한 의도를 가진 활동은 아니었다. 초기의 많은 연구가 골다공증을 폐경 후 여성의 고유한 질환으로 인식하였고, 그러다보니 후속 연 구들에서도 남성의 골밀도 수치가 낮을 때 나타나는 특유의 증상들은 주된 연 구의 초점을 받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의학연구에서 성 편향(gender bias) 이 축적됨으로써 남성의 골다공증은 과소대표되는 연구주제가 된 것이다. 현재 까지 많은 경우 남성의 골다공증은 치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사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반골절의 삼분의 일은 남성에서 발생한다. 또한 골절로 인한 의학적 결과를 살펴보면 추가적 골절 발 생 위험률이나 사망률과 같은 위험성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오히려 2배에서 3 배 가량 더 크다. 대신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의 발병 시기가 남성보다 평균적 으로 10년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근거하여 골다공증을 남성, 여성에서 각각 미치는 영향이 다른 질환으로 재정의할 필요성이 최근 제기되 었다. 이와 같이 연구가 남성과 여성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히 재검토하는 성인 지의 관점은 과학기술 연구 과정에서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나타났던 성 편향 을 제거할 수 있게 한다. 성인지 관점은 성 편향의 제거를 통해 그 동안 기본 설정값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지식 형성의 경로를 더욱 포괄적으로 넓히고, 과학기술을 양적, 질적으로 향상시킨다 (Schiebinger, 2013). 또한 성인지적 관점은 현재 과학기술계의 인력구조를 되짚어보고 어떤 창조 적 개선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찰을 가능하게 해준다. 해외의 한 사례를 보자. 구글은 남녀에게 공정한 채용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과정에서 사려 깊은 성인 지적 관점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8월 23일 뉴욕타임즈의 기 사에 의하면, 구글은 채용의 어떤 단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탈락하는지 를 주의 깊게 분석하였고, 그 결과 많은 여성들이 전화 면접 단계에서 탈락한 다는 데이터를 확보하였다.4)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의 성취에 대해 자랑 하기를 꺼리는데, 전화 면접의 담당자들이 이와 같은 여성적 특성을 능력이 없 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실제로 능력이 있는 여성 이 단지 전화에서 자기 자랑을 잘 못하기 때문에 채용이 되지 않는 사례를 방 3) 4)

http://ec.europa.eu/research/science-society/document_library/pdf_06/gendered_innovatio ns.pdf www.nytimes.com/2012/08/23/technology/in-googles-inner-circle-a-falling-number-of-wom e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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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기 위해, 구글은 면접 담당자들에게 채용 후보자의 답을 더 자세히 보고하 도록 하였다. 이는 면접 담당자들이 채용 후보의 답에서 묻어나는 자신만만한 태도 등에 즉각적인 느낌으로 반응하는 것을 막고, 답의 내용에 더 집중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구글은 채용되지 못한 여성의 대부분이 남성 면접관 만을 거쳤다는 사실도 발견하여, 구글에 지원하는 여성은 채용 심사 과정에서 여성 면접관을 만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결과는 분명한 성과로 나타났다. 강제로 여성 쿼터제를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많은 여성이 채용된 것이다. 구글은 채용 이후 여성 인력의 보유나 역량 강화 과정도 성인지적 관점을 통 해 개선시켜 나가고 있다. 우선 “여성 인력은 왜, 언제 퇴사하는가?”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수집하였다. 조사 결과, 출산을 한 여성이 구글을 퇴사하는 비 율이,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의 퇴사 비율에 비해 두 배가 높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은 육아 휴가 기간을 3개월에서 5개월로 늘렸으며, 임금도 부분 지급에서 전부 지급으로 바꾸었다. 또한 구글에서 기술직이 승진하기 위 해서는 자신을 승진 후보로 지명해야 하는데, 여성의 경우 자신을 지명하기를 꺼렸다. 구글은 여성 상급자들에게 워크샵을 개최하게 했고, 이러한 워크샵에 서 여성들은 승진에 대한 노하우와 격려를 제공받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여성들이 승진의 기회를 누리게 되었다.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기 존의 사내 환경이 어떻게 의도치 않게 여성을 승진에서 배제시켜왔는가에 대 한 민감한 관심과 체계적 조사를 통해, 구글은 인력의 성 불균형을 개선해가고 있다. 이와 같은 구글의 인사 정책은 남녀를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여성에게만 특혜 를 주는 것이 아니다. 변화된 인사 정책의 결과 더 많은 여성이 구글에서 일하 게 되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이전의 매우 공정해 보이고 문제없어 보이는 인 사 정책을 통해, 충분히 일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많은 여성이 배척되어 왔음 을 시사한다. 예컨대 남성은 워크샵이 없어도 다양한 비공식 활동을 통해 상급 자와의 상호 지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고 승진 후보 지명에 관한 노하우 를 전수받을 수 있지만, 여성은 소수자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비공식적 인적 활용도가 낮다. 구글의 인사 정책을 통해 나타난 일련의 변화들은, 여성이 선 천적으로 프로그래밍을 더 잘 못하거나, 실리콘 밸리의 경쟁적인 환경을 견디 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라, 약간의 채용 과정 변화 또는 워크샵 개최 정도의 환 경 조성만 해주면 가사와 육아의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욕 적으로 일을 계속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우리는 여전히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들에서 여성 인력의 비율은 낮으며, 심지 어 2000년대 이후로는 꾸준한 감소 추세에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 보아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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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림 1.1 하이테크 분야의 여성 여성은 남성에 비해 컴퓨터 관련 전공학위자가 적은 편이다. 또한 컴퓨터 관련 직종에서 여성의 대표성은 이미 낮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 지난 10년간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다. *<Out of the Loop in Silicon Valley>, The New York Times, 2010.04.17.

이와 같은 IT 기업의 성별 불균형 현상은 IT 제품의 생산 과정에 영향을 미 치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유럽의 Strategies of Inclusion: Gender and the Information Society (2004) 보고서에 의하면 유럽에서도 대부분의 IT 관련 엔터테인먼트 산업체의 개발자와 프로그래머는 스스로 열정적인 게임 유저인 젊은 남성들이다. 이들은 제작자인 동시에 사용자로서, 자신들이 IT 제품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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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를 대표하는 아주 보편적인 집단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 에 이들에게는 자신과 다른 집단, 즉, 여성, 어린아이, 노인, 뿐만 아니라 게임 을 즐겨 하지 않는 (전형적인 남성이 아닌) 남자 아이와 젊은 남성으로 대표되 는 바깥 집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필립스 사에서는 여자 아이 를 위한 게임을 만드는 KidCom 프로젝트를 운영하였는데, 실제 소비자인 십 대 이전의 여자 아이들은 개발자들이 만든 분홍색 디바이스를 좋아하지 않았 고, 어두운 색상의 덜 유치한 디자인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KidCom 프 로젝트는 미개척 시장인 여아용 게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자 했던 시도였음 에도 불구하고, 여자 아이의 실질적 요구가 아닌 고정관념으로 존재하는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차이에 집중했고, 그 결과 시장에서 환영 받는 제품을 만 들어내지 못하였다. IT 산업이 이대로 계속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산업으로 남는다면, 이는 새로운 시장 창조의 동력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채용, 인력 유지, 승진의 과정에서 성별 불균형을 없애기 위한 구글의 노력은 여성을 우대하기 위한 정책이 아닌, IT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직업노동 환경에서 나타나는 성별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실정이 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대학 진학률은 80.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여성 고용률은 53.5%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57.2%)에도 미치지 못 한다. 2014년 1월 3일 조선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석·박사 학위까지 갖고도 일 하지 않고 전업주부로 사는 기혼 여성은 9만559명이며, 이는 석·박사 학위를 가진 기혼 여성 10명 중 3명꼴(31.4%)이다. 반면 석·박사 학위를 가진 미혼 여성이 일을 하지 않는 비율은 14.5%(1만2250명)에 그쳤다.5) 이 수치를 남성 과 비교해보면 상황의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2012년까지의 통 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활용을 분석한 결과, 남성의 경우 석·박사 학위를 갖고 도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결혼여부와 관계없이 10% 미만이었다. 즉, 똑같이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더라도, 우리나라의 여성에게는 남성과 달리 “결혼 여 부”가 일을 계속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혼 여성은 기혼 남성에 비해 분명히 더 큰, 일을 그만 두고 육아와 가사에 전념해 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승진 기회를 주기 위해 여성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멘토링 네트워크를 제공해주지 않는다거나, 육아 휴가를 충분히 주지 않아 기혼 남녀 모두가 “동 등한” 상황에서 직장과 육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은,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하게” 같은 면적의 화장실을 제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기계 5) <일하고 싶은 여성, 날개를 달아주자>, 《조선일보》, 201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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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평등에 불과하다. 경제 영역에서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좋은 교육과정을 이수한 능력 있는 여성들이 알아서 잘 헤쳐 나가기를 기대하는 것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즉 구글의 인사정책 개선과정에서 나타난 것 처럼, 그동안 무심히 공정하고 효율적이라는 가정 위에 지속시켜왔던 제도, 언 어, 습관이 사회적 과소대표층인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민감한 주의를 기울 이고 세밀하게 그 영향을 파악하며 개선책을 고찰하는 인지적 활동, 다시 말해 성인지적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성인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중 여성의 숫자와 비율은 꾸준한 증가 추 세에 있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Main Science and Technology Indicator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종사 하는 여성 인력의 수는 1997년 12,545명에서 2006년 33,682명으로, 2011년 에는 65,607명으로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전체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중 여성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도 1997년 9.06 퍼센트에서 2006년 13.13%, 2011년에는 17.34% 로 연속적인 증가 추세를 나타내었다.6) 수치상 으로만 보면, 점점 많은 여성들이 과학과 공학을 전공과 직업으로 선택하고 있 으며, 이와 같은 변화는 여성 과학기술인이 소수자로서 겪는 어려움이란 과거 의 이야기에 불과하지 않을까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능하게 한다. 게다가 과학 기술 연구개발이란 전문직으로서의 속성은, 다른 직종에 비해 편견이 아닌 능 력에 따른 남녀의 공정한 대우가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다음

그래프는

2012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KISTEP)의 “우리나라 여성과학기술인력 현황분석” 리포트에 나온 통계자료를 활용하여 작성한 것이다.

6) https://stats.oecd.org/Index.aspx?DataSetCode=MSTI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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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2010년 남녀 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 (전체) 도표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정도로 낮은 편이다. 세부적으로 여성인력의 상당수는 대학에 남아있는 경향이 있으며, 공공 기관이나 기업의 여성 과학기술인의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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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3 2010년 남녀 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 (정규직) 여성인력의 정규직 비율은 전체 평균보다 (17%)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의 안정적인 연구생활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못함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림 1.4 2010년 남녀 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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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에서 펴낸 2011년 여성과학기술인력 현황 보고서에 나온 통계자료를 보자. 2010년 여성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은 36,360명으로 전체 과학기술연구개발인력 210,685명 중 17.3%를 차지하고 있 다. 주목하여야 할 사항은, 이 중 정규직 여성이 16,834명, 비정규직 여성이 19,526명이라는 점이다. 즉, 여성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의 절반 이상은 비정규 직이다. 이공계대학의 여성 과학기술인력 고용비율은 23.8%로 언뜻 상대적으 로 높아보이나, 정규직 여성의 비율이 3.9%에 불과하다.

그림 1.5 기관유형별 과학기술연구개발인력 고용분포 (2010) * 2011년 여성과학기술 인력 현황 (교육과학기술부)

이것은 여학생이 과학, 공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문제로 환원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다. 2010년 기준 자연계열 학사의 여학생 비율은 54.6%, 석사는 49.1%, 박사는 36.6%이다. 떨어져나가는 여자 동료들을 바라보며 끝내 버티 어내고 박사를 취득한 여성 과학자들은 어떤 형태로 고용이 되고 있을까? 여 성 자연계열 연구개발인력 12,402명 중 50.01%는 시간강사이고, 10.76%는 비 전임교수이다. 전임교수의 비율은 17.87%에 불과하다. 공학의 상황은 더욱 심 각하다. 공학계열 학사의 여학생 비율은 17.6%, 석사는 14.6%, 박사는 9.72% 이다. 동료집단의 90%가 넘는 남성들의 틈에서 박사를 취득한 여성 공학자들 의 고용 형태를 보자. 51.95%는 시간강사, 11.36%는 비전임교수이다. 여성 공학계열 연구개발인력 중 13.64%만이 전임교수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 용형태별 남녀 비율을 보아도 여성의 과소대표 현상은 명확하다. 이공계대학내 전임교수

여성비율은

11.8%이며,

자연계열의

여성

전임교수

비율은

24.4%, 공학계열은 5.2%이다. 이 모든 수치들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여성인력의 불균형 문제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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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다. 높은 비율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여성인력이 비정규직으로 고용이 된 상황에서, 이들은 결혼, 출산, 육아를 계기로 경력 단절을 한 번 경험하게 되 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한다.

그림 1.6 일반직종과 과학기술직종에서의 연령 별 경제활동참가율 * 2008년 통계청 경제활동보고서, Lee, Kong-Ju-Bok (2010)으로부터 재인용

55세에서 59세 집단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 고용유지 비율이 남성에서는 무려 88.2%에 달하는 반면 여성에서는 28.6%에 불과하다는 것은 곧, 기관장 급과 같은 의사결정직에 여성 과학기술인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음을 의 미한다. 실상 2010년 공공연구기관 내 정규직 과학기술연구개발인력 중 책임 급의 여성비율도 4.9%에 불과하고, 선임급도 11.0%에 머물러있다. 2010년 100인 이상 민간기업 연구기관 정규직 책임급 이상 여성비율은 3.6%이다. 공 공연구기관의 최상급 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은 2010년 4.4%, 상급 관리자에 서도 5.2% 였다. 이는 상위직급에서의 이른바 “올드보이 네트워크”(Old boy Network)에 여성이 끼지 못하는 문제가 여전히 견고하게 남아있으며, 이 문제 가 단순히 여학생의 이공계 선택비율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 과학, 공학 관련학과를 전공하고 졸업하는 여학생은 꾸준히 늘어 나고 있으나 이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한다. 과학공학계열 전공 여성 집단에서는 인문사회계열 전공 여성과 달리 40세 이후 육아의 부담을 어느 정 도 덜고 난 시기에 재취업을 하는 M자형 패턴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한 번 떨 어진 경제활동참가율이 회복되지 않고 꾸준히 떨어지는 L자형 패턴이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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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것이다.

그림 1.7 연도 별 순수과학 분야(좌측)와 공학 분야(우측)에서의 학력수준에 따른 여성의 비율 (2005~2008) * 한국교육개발원, Lee, Kong-Ju-Bok (2010)으로부터 재인용

Schiebinger(2010)는 과학기술 인력의 젠더 불균형이 남녀의 선천적인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해지는 고정불변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 정 시간만 보내면 인류가 진보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도 아님을 역 사적 사례를 들어 강조한다. 예컨대 오늘날 독일의 여성 천문학자의 비율은 모 든 강사와 교수를 합쳐 약 5퍼센트에 불과한데, 오히려 17세기 독일에서는 천 문학자의 14퍼센트가 여성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는 17세기 천문학이 길드 계보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길드의 생산 작업 은 가정에서 이루어졌다. 천문학자가 있는 가정의 경우, 남편과 아내의 노동은 오늘날과 같이 구분되어있지 않았다. 즉 남편은 완전한 전문직 종사자로서 집 밖의 관측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 아내도 화덕과 가정에 날마다 매 여있는 가정주부가 아니었다. 길드의 천문학자들은 팀으로 일하면서 공동의 문 제들을 함께 나누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순번에 따라 관측을 했고, 따라서 그들의 관찰은 때로는 한 집의 다락방에서 며칠씩이나 중단 없이 수행되었다. 이들은 업무분장을 하면서 함께 관측했기 때문에 한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불 가능할 정도로 정확한 관측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다시 말해 17세기 독일의 천문학계에서 여성 학자의 비율이 높을 수 있었던 원인은, 독일이 현재와는 매 우 다른 사회경제적 생활 구조를 가진 사회였다는 역사적 사실로부터 찾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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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Schiebinger 1989). 이 사례의 교훈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여성 천문학자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천문학이 길드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 사례가 말해주 는 것은, 여성이 과학기술분야에 남성과 마찬가지로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 이 남성의 두뇌나 호르몬이 아니고, 막연한 시간의 흐름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만큼 과학지식의 생산에 기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지 여부에 결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여성이 태어난 사회가 갖고 있는 전반적 구조— 그 사회가 가정, 자녀양육, 경제 생산, 자원 이동, 수송, 학교, 그리고 정부를 조직하는 방식을 포괄하는 총체로서의 구조—인 것이다. Schiebinger는 다음 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진보를 믿는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점 점 더 나은 세상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내 머리를 도닥거리며 ‘조금만 기다 려, 여자들도 정상에 오르게 될 거야’라고 하는 말을 나는 얼마나 많이 들어왔 는지 모른다. 내가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여성에게 진보는 자연의 사실 이 아니라 개인, 제도, 그리고 정부 기관들 측의 주도면밀한 개입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뒤로 물러 앉아 모든 일이 저절로 바로 잡히기를 기다릴 수 없다.” (Schiebinger, 2010: 19) 정말로 우리는 모든 일이 시간이 지나 저절로 바로 잡힐 것이라 생각할 수 없다. 2006년에 제정된 국가재정법은 회계연도 2010년부터 ‘성인지 예산서 (gender sensitive budget)’를 제출하도록 규정하였다. 모든 정부부처와 공공 기관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분석한 보고서인 성인지 예 산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이 때 분석의 대상은 1% 정도의, 여성을 위해 별도 로 편성된 예산이 아니라 전체 예산이다. 성 중립적으로 보이는 모든 공공지출 을 젠더 관점에서 분석해 여성과 남성에게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미치는 영향 을 밝혀내고, 이후 자원이 평등한 방식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예산을 재구성하 기 위해 우선적으로 모든 예산에 대해 여성과 남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보고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2010년 5월 19일 중앙일보의 칼럼 기사에 의하 면, 외교통상부는 정부의 국·과장급 공무원과 공기업 간부급을 대상으로 43주 간 장기교육을 하여 국제관계 전문가를 키우는 ‘글로벌 리더십 국제관계 장기 연수과정’을 운영하였다. 사업 첫 해인 2008년 연수자 31명 중 여성은 1명이 었으며, 2009년에는 36명의 연수자 모두가 남성이었다. 매년 5억원 안팎의 국 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의 수혜자가 왜 그 동안 남성 위주로 선발되었는지, 수혜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상황 차이가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이 사업을 지속시켰을 때 외교부의 성 불평등 상태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이 사업의 내용을 2010년 성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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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서에 포함시키지 조차 않았다. 성인지 예산서를 제출하라는 규정은 있으되 피드백과 모니터링을 제공할 방법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인 것이다.7) 성인지 예산이라는 말이 2006년부터 쓰이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성인지가 무 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정부관계자도 많다. 성인지 예산 보고서의 사례는 하이 힐 뒷굽이 빠지지 않게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사업 같은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원론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성인지 예산서 제출의 목표는, 모든 예산과 자원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예산과정에서 고려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정부가 대규모로 펼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예산과 같은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이 예산은 성별과 무관해보이는 예산이지만, 현재 십억 넘는 대형 과학기술 연구과제의 연구책임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3.3%에 불 과하며 특히 대학 재직자에서는 0.5%에 불과한 현실을 보면 IBS 예산이 앞으 로 과학기술 연구분야의 성 불평등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찰이 시급해보인다. 현재 50%가 넘는 대학의 여성 과학기술 연구책임자들이 3천만원 미만의 연구 과제만을 운영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민감한 인식과 함께, 그동안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이 어떻게 남녀과학기술인을 상이한 사회적 계층으로 만들어내었는지 그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하여 개선해나가려는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다 (여성과 학기술인지원센터, 2011).

해외 과학기술계의 인력 현황과 성인지 다음은 과학기술 전문 학술지인 Nature에 2013년 출간된 “Mind the Gender Gap (성차에 유의하라)”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성차에 유의하라 (Mind the Gender Gap) 1970년대 초에 엔지니어 지망생이었던 린 키오프스는 학부 수업에서 곧잘 눈 에 띄는 존재였다.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온통 남학생 들에 둘러싸인 그녀와 몇 안 되는 다른 여학생들은 어떤 교수의 손쉬운 지목 대상이 되었다. 수업 첫날, “그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강의 실에 여학생이 보이는군. 여자가 공학에서 할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 네. 개인적으로 장담하건대 자네들은 모두 그만둘 거야.’” 그의 말은 허풍이 7) <‘성인지 예산’을 아십니까?>, 《중앙일보》, 201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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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다. 그날 강의실에 있었던 여학생들 중 한 명만 빼고 다른 모든 사람들 은 공학을 그만뒀다. 키오프스는 전공을 심리학으로 바꿨다. 그처럼 노골적인 성차별주의는 오늘날 거의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고 현재 뉴욕대학의 신경과학 교수인 키오프스는 말한다. 하지만 여학생과 여성 박사후 연구원들에 대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여럿 운영하고 있는 키오프스는 대다수의 대학들에 은밀한 편견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한다. 이는 여성들 중 일부를 과학의 경력 바깥으로 몰아내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여성들은 과학에서의 성별 격차를 좁히는 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 왔다. 그러나 전세계의 여성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에 따르면, 미국에서 과학과 공학 분야의 박사학위 취득자 중 대략 절반이 여성 이지만, 과학 분야 정교수 중 여성 비율은 21%, 공학 분야 정교수 중 여성 비율은 5%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볼 때, 그들은 미국에서 남 성 과학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82%만을 벌어들이며, 유럽에서는 이 수치 가 그보다도 낮다. 가장 끈질기게 남아 있는 문제들 중 하나는 자격을 갖춘 여성들 중 아주 초 기 단계에서 과학의 경력 추구를 그만두는 사람들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훨 씬 높다는 사실이다(‘Women in Science’를 보라). 예를 들어 런던에 있는 왕립화학회(Royal Society of Chemistry)가 화학전공 박사과정 학생들을 대 상으로 2006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1년차 여학생의 70% 이상이 연구직 경력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 반면 3년차 여학생은 37%만이 그러한 목표를 갖고 있어 3년차 남성의 59%가 여전히 그러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답한 것 과 대조를 이루었다. 왕립화학회는 화학 전공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 비해 자기확신이 낮고 교수의 지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여학생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경력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왜냐하면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볼 수 없기 때문이죠”라고 발렌틴 은 말한다. “그러한 효과는 매우 매우 강력해요. 어딘가에 속해 있지 못하다 는 느낌이요.” 수적 감소는 이후 단계에서도 계속된다. 2010년 미국 국가연구 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 조사에서 생물학을 예로 들어 보면, 여 성들은 조교수 중 36%를 차지했지만 정년보장 교수 후보 중에서는 27%에 그쳤다. 영국에서 화학 전공 학생들 중 상당수는 연구가 가정을 꾸리는 것과는 양립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활동이라고 보고 있었다. 학문 연구의 부 담스러운 일정을 맞추는 것은 자녀가 있는 여성이나 남성 모두에게 벅찬 과 제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가정을 꾸리는 것은 여성의 경력 목표에 더 과중 한 부담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법학 교수인 메리 앤 메이슨과 그녀의 동료 들은 자녀가 없는 박사후 연구원의 경우 연구직 경력을 그만두는 비율이 남 성과 여성에서 모두 20% 내외로 거의 비슷함을 발견했다. 그러나 부모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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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거나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는 여성 박사후 연구원은 비슷한 환경에 있는 남성들에 비해 연구직 경력을 그만두는 비율이 두 배나 높았다. 뿐만 아니라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분야에서 교수가 된 여성들은 동료 남성 교수들보다 자녀를 덜 갖는 경향이 있었고― 평균적으로 보면 여성은 1.2명, 남성은 1.5 명이었다 ― 아울러 자신의 희망보다 자녀를 더 적게 가졌다.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대학의 미생물학자 조 핸델스먼은 성차별 이 여전히 문제의 중대한 일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연구자들 하나이다. 그녀의 팀은 작년에 크게 화제가 되었던 실험을 통해 과학 전공 교 수들이 남녀를 불문하고 여성에 대한 무의식적 편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 다. 핸델스먼 연구팀은 여섯 개의 미국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생물학, 화학, 물리학 분야 교수 127명에게 실험실에 지원한 가공의 학생 두 명의 이력서를 주임교수로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수들은 두 사람의 이력서 내용이 동 일했는데도 제니퍼라는 이름의 학생에게 존이라는 이름의 학생보다 3,730달 러 더 적은 연봉을 제안했다. 과학자들은 또한 제니퍼보다는 존을 더 지도하 고 싶어했다. * 2013년 03년 06일자 Nature News Feature

위 글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여성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장벽이 여전히 높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여성 과학기술자와 남성 과학기술자는 매우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다른 계층의 사람이다. 여성 과학기술자는 수적으로 소수자일 뿐만 아니라, 더 적게 벌고, 직업 안정성이 더 낮으며, 덜 행복하고, 덜 중요하게 평 가받는다. 이들을 ‘배려’해주기 위해 1% 정도의 특별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남성 과학기술자와 여성 과학기술자가 이처럼 매 우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임을 인식하고, 피상적인 성 중립적 태도를 취하 는 데서 벗어나, 적극적 문제 파악과 대응을 통해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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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8 과학기술계 내에서의 성별에 따른 금전적 지원의 차이 여성이 NIH(미 국립보건원)의 연구지원금을 받는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여성이 수주하는 평균 연구규모는 남성에 비해 지속적으로 뒤쳐져 있다. * <Mind the gender gap>, Nature, 2013.03.06.

유럽의 경우 과학기술계를 더 여성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듦으로써, 남녀 과학 기술자에게 보다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구체적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 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뒤스베르크-에센대학은 대학 전체를 아우르는 멘토링 시스템, 대학의 강의를 통해 젠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전문성을 공유할 수 있는 전국적 네트워크, 대학 직원들의 성별 정보와 분포를 알 수 있는 온라인 포털을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친여성적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대학은 다양성 관리 전담 부총장까지 두고 있다. 또한 유럽 전체 차원에서는 유럽연구이사회 (European Research Council, ERC)가 2011년에 성평등 계획을 내놓았다. 이 계획에 의하면 ERC 내부의 모든 과정 ― 광고에서 연구비 지원 결정에 이 르기까지 ― 은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설계되었다. E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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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자체 동료심사 패널의 성별 균형에서 달성할 목표치를 설정하고 심사 패널 선정의 추진과정을 모니터링한다. 또한 ERC는 모든 평가과정에서 남성과 여성 의 지원율, 성공률, 지원액을 공개하는데 이는 평가 과정에서 성별 편견의 잠 재적 원천을 제거해야 한다는 일종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ERC는 소속 과학 담당관들에게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들은 평가 패널 과 함께 성차에 대한 인식을 논의한다.

여성이 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차가운 환경”(chilly climate)

개선

메건 우리 박사는 예일대학교 물리학과와 천문학과의 교수이며 예일 천문물리 학 센터 소장이다. 여자는 수학, 물리를 못한다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아 왔을 것 같은 경력—분명히 출중한 능력으로부터 비롯되었을—을 가진 그는, 그러나 “물리학과 천문학의 근본은 젠더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그 학문을 둘 러싼 문화들은 그 분야가 남성과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의 영향을 지 대하게 받아왔다.”고 술회하였다 (Schiebienger, 2008). 그가 말하는 물리학과 천문학을 둘러싼 남성주도적 문화란 무엇이며, 그것이 여성과학자인 자신에게 미친 “지대한 영향”이란 무엇인지, 우선 그의 글을 통해 들여다보자.

여성들은 예절 바르고 존경하는 태도를 갖도록 배우며 자랐기 때문에 물리학 계 문화는 여성에게 친숙한 고향 같은 곳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말할 때 경 청하는 것- 또는 더 나쁜 경우, 경청하는 과정에 자기의 입장을 바꾸는 것은 유약함의 표시로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물리학의 페르소나는 선천적으로 거만하다. 과학부의 많은 학과들은 사이언스 커피 또는 사이언스 티라고 부르 는 일상적인 의식이 있는데, 이때 동료들은 한데 모여 과학계의 새로운 소식 을 나누고 이야기한다. 이 시간은 과학에 관한 사고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 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그렇지만 또한 이 시간은 서로 잘난 체 하는 시간이 기도 하다. 나는 "당신은 요즘 어떻게 지냅니까?"라는 단순한 질문에 적절하 게 대답할 수 있기까지 여러 해가 걸렸다.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대로하는 사 교적인 답은 '그럭저럭. 당신은 어떠세요?'이다. 과학자로서 해야 하는 올바른 답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근사한 일에 대해 말해줄게요... 나는 얼마 전 특 수 바퀴를 발명했는데, 지금은 광속 여행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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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물리학을 회피하는 것은 그것[물리학이란 학문 자체]이 '남성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대신 여성의 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과학 전문직 종사자가 조성하는 불편한 풍토, 즉 경쟁을 강조하는 것, 언어와 사고의 엘리트주의 스 타일, 자기 자신을 증명하려는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자기의 연구의 정확성 뿐만 아니라 그것의 적합성, 중요도, 그 위업까지 옹호하는 것 때문이다. 미 국에서 현대 과학의 엘리트적이고, 경쟁적이며, 위계적인 환경은 미국 사회에 서 자라난 많은 여성에게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 여전히 주먹으로 가슴을 두 드리는 마초 스타일에 프리미엄을 주고 있고("나는 어제 새벽 3시까지 실험실 에 있었습니다. 당신은 어땠지요?" "나는 새벽 4시에 집에 갔다가 7시에 다시 왔답니다!"), 협력이나 상호 학습은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Schiebienger, 2010: 276-295).

우리 교수에 의하면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젠더 중립적인 반면, 물리학의 스 타일(문화)은 모든 면에서 젠더와 연관된다.” 미국의 물리학 문화는 단순히 표 현해서 한 마디로, “잘난 척 과시하며 가슴 두드리기”(chest beating)이다. 물 리학자는 연구도 잘 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성취를 “공격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기와 전혀 무관한 논문의 저자 목록에 이름을 내 기 위해 밀어붙여야 한다. 과학적 탁월성 때문이 아니라 이목을 끌기 위해 학 술대회에 강연자를 초청하는 것이 좋다.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경쟁자들을 비 판한다.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봉급 인상, 상, 초청 강연 기회를 얻기 위해 애쓴다. 젊은 동료는 같은 동료로 취급하지 않고, 자신을 내세운다. 매우 공격 적이고 눈에 거슬리게 위압적인 남성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다른 동료들의 존 경을 받는다. 학과장 역할을 맡고 있던 우리 교수가 학과 내의 여러 파벌들과 논의를 거쳐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을 때, 물리학과의 다른 남자 교수는 그 접근법이 “약하게” 보이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리더 한 사람이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고, 계획을 알리고, 구성원들을 집합시켜 행군 명령을 시달하면 된다는 것이 그 남교수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우리 교수는 5, 6년차의 물리학과 남자 대학원생들이 자신의 삶을 성공적이 라 평가하는 반면, 여자 대학원생들은 물리학을 혐오하고, 자신들이 커리어 선 택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능력에 대해 깊이 의심하고 있었으며, 이러 한 자기평가는 그들의 실질적 성취와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 를 소개하였다. 그의 추측에 따르면 물리학과의 남녀 대학원생이 서로 다른 수 준의 자기존중감을 보이는 원인은, 앞에서 묘사한 잘난 체 문화와 관련이 있 다.

어릴 때부터 예절 바르고 존경하는 태도를 갖도록 배우며 자란 여성들에

게 물리학과 문화는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여자 대학원생들은 우월감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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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유지하느라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우리 교수는 또한 여성 과학자의 경력 단절을 여성의 “자발적”인 가정 선호 로 보는 시각에 단호하게 비판적인 입장을 표현하였다. 연구조사결과에 의하 면, 교수 트랙에 도달하기 전인 상급반 대학원생과 박사후 연구원 단계, 즉 일 반적으로 자녀를 갖기 원하는 연령에 도달했을 때, 남성에 비해 훨씬 많은 여 성들이 물리학 분야를 떠난다. 혹은 풀타임 종신직 교수를 포기하고, 파트타임 직업 혹은 강사직을 갖는다. 과연 이것이 여성이 선천적으로 일보다 가정을 선 호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내리는 선택인가? 우리 교수에 의하면 여성은 풀 타임 종신직 교수가 되더라도 “으스스하고 질식할 것 같은”, 남성중심의 풍토 에서 지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낀다. 반면, 오늘날의 사회에서 교육 받은 여성 이 풀타임 자녀양육을 위해 자기 희생을 하겠다고 하면 “찬사”를 받는다. 따라 서 여성 과학자에게 경력 단절은 선천적 취향에 의해 선호되는 선택지라기보 다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종신직 교수가 되는 길을 버 리고 자녀양육을 선택할 때 여성 과학자는 처음으로, 끊임없이 가면을 쓰고 투 쟁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사회가 나의 “등을 도닥거려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차가운 환경(chilly climate)이라고 불리는, “으스스하고 질식할 것 같 은” 남성중심의 문화는 과학기술계의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묘사된다. “차가운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보고는, 여성의 과학기술계 이탈을 더 많은 경 제적 보상과 기회가 있는 직업, 혹은 스스로가 원하는 방식의 일-직장 균형을 찾아 가기 위한 “자발적”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음 을 시사한다. Preston (2004)는 미국의 과학 연구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과 미국 인구 조사(US Census)가 함께 1982년, 84년, 86 년, 89년 과학자와 공학자를 대상으로 시행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였다. 1982년에서 1989년 사이에 8.6%의 남성과 17.4%의 여성이 과학/공학 분야를 떠나 다른 분야로 이직하였다. 이 시기 공립대학의 졸업생에 관한 자료를 보면 이공계 탈퇴에서의 남녀 불균형은 더욱 심각하여, 15.5%의 남성과 31.5%의 여성이 과학 분야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Preston은 52명의 여성과 52명의 남성을 인터뷰하였는데, 인터뷰를 통해 나타난 여성의 과학/공학 이탈 원인은 복잡하고 다층적이었다. 더 많은 경제적 보상과 기회가 있는 직업을 원한다는 것이 분명히 이탈의 한 원인이기는 했지만, 긴 근로 시간, 가족과 과학/공학 관련 직업을 함께 유지하는 데서 겪었던 어려움, 과학/공학 분야가 여성에게 친화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모두 섞여서 이공계 탈출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Preston의 연구조사는 이공계를 떠난 여성들이 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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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소득이 높은 직종에 종사하게 된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도 밝혀내었다. 물리 학이 단순히 힘들고 매력 없는 직장이라서 여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라면, 굳이 물리학 교수의 여성 비율을 높이려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 에 대해 메건 우리 교수는 야유를 섞어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남자 물리학 교 수들이 자기 직업이 별로 매력 없다고 말한다고? 그들은 그들의 상사이다. 돈 도 많이 번다. 자기 일을 사랑하면서 살 수 있다. 이만큼 좋은 직업도 없다.” 2006년 한국과학문화재단과 주한 영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제1회 한·영 여 성과학자포럼’에 참가한, 크리스틴 데이비스 박사는 글라스고우 대학의 물리학 교수이다. 그는 물리학 전공 여성들 간에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 필 요가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에 따르면 물리학의 리서치 그 룹은 어떤 다른 분야보다 남성위주의 그룹으로 남성 특유의 “래디쉬 문화 (laddish culture)”를 갖고 있다. 래디쉬란 ‘어린애 같은’, ‘풋내기의’라는 뜻으 로 연구가 끝나고 나서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밤늦게까지 연구실에 남아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이상한 전통, 남자들끼리 축구하고 술 마시고 하잘 것 없는 노변정담이나 나누는 생산성 없는 문화를 가리킨다. 여성들은 여기에 낄 수 없기 때문에 이는 매우 불리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전통이다. 따라서 여성들 은 여성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 다는 것이다. 또한 공학에서 정규교육 외의 실습 경험(hands-on experience)을 통해 습 득되는 비공식 학습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이 공학에서 환영 받지 못한다는 자기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Faulkner, 2007). 이는 공 학 연구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에 실습 경험이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가 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축공학의 현장에 서 고객의 요구사항, 비용, 행정적 절차 등의 복잡한 문제 요인을 잘 조화시키 고 공학적으로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은 공학 연구과제를 성공시키는 데 있어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함께 연구과제 를 수행해나가는 동료들이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갈등해결과 같은 능력에 비 해, 실제로 현장의 일을 뚝딱거리며(tinkering) 해 본 경험을 중시하고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는 때때로 여성 공학자들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의도 치 않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Faulkner(2007)의 연구에서 이미 건축회사 의 관리자가 된 한 여성 공학자는 자신의 동료들이 “이 분야에서 이만큼 올라 왔으면서 아직 가스 파이프 사이즈를 직접 재 본 적이 없다고?”라고 물으며 (못마땅한) 놀라움을 표현했던 경험을 회고하였다. Margolis & Fisher(2002)의 연구는 카네기 멜론 대학의 컴퓨터 공학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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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학생의 인식에 대한 장기적, 심층적 인터뷰 조사와 설문 조사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의 설문조사에서 “나는 컴퓨터 공학과의 일반적 동료들과 다르다”고 대답한 비율은 남학생에게서 32%, 여학생에게서 69%였다. 삼분의 이가 넘는 비율의 여학생이 자신은 일반적인 컴퓨터 전공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다. 이 때 이들이 갖는 “일반적”인 컴퓨터 전공자에 대한 고정관념은 “어둠 속 에서 컴퓨터 앞에 딱 붙어 앉아 언제나 타이핑, 타이핑 (just there right in front of the computer in the dark and just typing, typing)”, “컴퓨터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견딜

없는(can’t

stop

talking

about

computers)”, “지적 관심의 범위가 그다지 넓지 않은(intellectual interests aren’t necessarily very broad)” 등의 언어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고정관념 은 다시 “나는 (컴퓨터에만 매달려 사는 괴짜[geek]가 아니기 때문에) 동료들 과 다르며, 어쩌면 이 분야를 전공하기에 필요한 만큼 동기부여가 되어있지 않 은 사람인 것 같다”는 부정적 자기 평가와 소외감으로 이어진다. 괴짜 정체성과 관련해 인터뷰에 참여한 여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언어로 자신 감과 소속감의 상실을 표현하고 있다—“나는 그들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 나 는 코드로 꿈을 꾸지 않는다. (I’m just not like that at all; I don’t dream in code like they do.)”, “나는 여가 시간이 생기면 다른 애들처럼 전공 관 련 책을 읽지 않는다. 그들을 보면 ‘세상에, 이건 내 길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컴퓨터는 취미이고, 일이고, 유일한 목표이다. (When I have free time, I don’t spend it reading machine learning books or robotics books like these other guys here. It’s like, ‘Oh my gosh, this isn’t for me.’ It’s their hobby, it’s their work, it’s their one goal.)”, “내 친구 중에는, ‘언어나 하나 새로 배워볼까?’ 하고서는 밤을 새는 애들이 있다. 나는 그만큼 열심히 하지 않는데, 그렇다면 나는 과를 제대로 선택한 걸 까? 내가 맞는 곳에 있는 걸까? (I have friends who will be like, ‘well, I am going to teach myself a new language,’ and they’ll go pull an all-nighter. I don’t have their motivation, so am I in the right department? Am I in the right thing?)” 이들은 괴짜 동료와 같은 만큼의 강도로 전공에 집중하고, 흥미를 느낄 수 없을 때, “내 남은 삶을 컴퓨터를 위 해 희생”하고 싶지는 않다는 거부감과 더불어, 그러나 그만한 희생을 하지 않 는다면 동료와 경쟁해 이길 수 없다는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거부감과 공포는 “나는 여기(컴퓨터 전공자 집단)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는 소외감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인터뷰는 언제나 컴퓨터에만 매달려 살고 컴퓨터 이야기만 하는 괴짜들에게 선뜻 동화되지 못하는 태도가 카네기 멜론 대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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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공학 전공 남학생들에게서도 나타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외골수 적으로 컴퓨터에 빠져있는 동료들 때문에 위협과 정신적 괴로움을 느끼는 성 향은 여학생에게서 더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차가운 환경” 문제는 실질적, 문화적, 심리적 요인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복잡한 현상이다. 또한 "차가운 환경"은 공식학습, 비공식학습, 동료와의 관계 맺기, 상급자 혹은 교수자와의 관계맺기, 직업 현장에서의 경험 등 남녀 과학 공학자가 맞닥뜨리는 다양한 맥락을 통해 구체화된다. Rosser(2004)는 1990년 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 NSF Professional Opportunities for Women in Research and Education (POWRE) 연구비를 받은 여성 과학자/공학자를 대 상으로 서베이와 인터뷰 조사를 하였다. 연구 결과, 이미 교육의 전과정을 이 수하고 성공적으로 전문직을 수행하고 있는 여성 연구자들조차도 “사내아이들 의

클럽

문화(boys’

club

atmosphere)”,

“동료관계의

부재(lack

of

camaraderie)”, “적대적 환경(hostile environment)”과 같은 단어로 이공계 를 묘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따뜻이 반기고, 덜 경쟁적이며, 협동적인 문화는 여성들에게 뚜렷한 호감을 준다. 이 사실을 인식하는 프로그램들은 여성 참여자의 수를 극적일 정도로 증 가시켰다. Harvey Mudd 대학의 총장이며 여성 컴퓨터공학자인 Maria Klawe 는

Harvey

Mudd의

컴퓨터공학

전공자를

10%에서

40%로

끌어올렸다

(2013-05-01, NPR). 그는 컴퓨터 과학 전공자라면 사회성 없는 너드(Nerd)로 보는 고정관념이 여학생을 위축시키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첫 수업부터 코딩과 설계만 필요한 과제를 산더미처럼 던져주어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을 없애고 (이런 방식으로 교과목을 운영하면 결국 남는 학생들은 다 섯 살 때부터 컴퓨터 캠프에 참가한 사람 밖에 없다), 대신 학생들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코딩의 개념을 익힐 수 있게 하 였다. 또한 이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여학생들은 여성을 위한 컨퍼 런스에 참가하도록 장려되었으며, 구글과 같은 대기업과 연계하여 진짜 문제를 푸는 연구 기회를 제공받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뛰어난 여성 강사를 고용해 여학생들이 롤모델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협동적인 교육문화에 관한 유사한 문제의식을 갖고서, 카네기 멜론의 컴퓨터 과학과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강좌가 개설되었다. Bernd Bruegge 가 개 설한 첫번째 강좌는 30명에서 50명의 전체 수강생을 하나의 소프트웨어 개발 팀으로 만들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하였다. 프로젝트를 실제로 수행하는 체험 을 위하여 Bruegge는 팀에 테크니컬 라이터(technical writer, 기술적인 내용 에 대한 전문작가)와 마케팅 전공자도 포함시켰다. 수강생들은 외부의 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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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트와 함께 일하면서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시스템을 설계하고, 시제품 (prototype)을 수행시키는 전과정을 체험하였다. Dan Siewiorek 은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 착용 컴퓨터)에 관한 자신의 코스에서 위와 비슷 한 교수법을 시도하였다. 이 코스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수강생들은 산업디자인, 기계, 전자, 소프트웨어 설계와 관련된 지식을 융합시켜야 했다. 수강생들은 다양한 전공과 학년(대학원생과 학부생 포함)의 학생으로 구성되었 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수강생들은 산업체의 클라이언트와 교류하면서 프로젝 트를 마쳐야 했다. Randy Pausch의 코스는 가상세계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은 소프트웨어 디자인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구성 (scripting), 그래픽 디자인과 관련된 기술도 익혀야 했다. 한 학기 동안 수강 생들은 세 팀으로 나뉘어 다양한 가상현실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팀의 구성원은 프로젝트 때마다 바뀌도록 하였다. 위 강좌들을 통해 남녀 수강생들 은 컴퓨터 과학을 한다는 것이 “어둠 속에서 컴퓨터 앞에 딱 붙어 앉아 언제 나 타이핑, 타이핑”을 하는 것 이상임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괴짜 문화에 동 화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컴퓨터 관련 분야의 전문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인 식을 갖게 될 수 있었다. Largesen(2007)의 연구는 컴퓨터공학 학과에 여학생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학습 환경 개선 시도를 보여준다. 노르웨이 공과대학(Norwegian Institute of Technology, NTH)에서는 남녀 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많은 남학생들이 생산이나 건설과 연결된 공학 주제에 높은 관심을 보인 반면, 여학 생들은 공학을 하면서도 “사회와 연관된 일(more directly concerned with society)”,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a job which is useful to society), 또는 “사람과 연관된 일(human element in technical areas)”을 하고 싶어했다. 또한 “좋은 기술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남자 공대생들이 경제성과 시장성을 든 반면, 여학생들은 고객의 요구, 기술 개발자의 근로 환 경, 안전성, 환경에 미치는 영향, 공간효율성, 유지보수의 용이성, 미래에 기술 을 더 확장시킬 가능성과 같은 복잡하고 다양한 요건들을 언급하였다. 이 설문 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노르웨이 공과대학에서는 기술적이고 수학적인 주제 에만 치중하던 컴퓨터 과학 전공 강의에 사회적인 주제와 예술을 접목시켰고, 그 결과 여학생의 전공선택과 유지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으 로, 현재 공대의 대부분의 기초필수과목들이 기술적인 문제 풀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함의에 관심을 갖는 남녀 학생들은 스스 로 가치를 부여하는 문제에 대한 학문적 갈증을 해소할 기회를 충분히 찾지 못하여 공학을 이탈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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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교과목 개선 사례들은 여성에게 적대적인 “차가운 환경”을 개선하기 위 한 시도일 뿐만 아니라, 공학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재평가하고 재구성 하는 창조적, 융합적 교육 활동의 사례로서도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성인지 관점을 반영하는 공학교육은, 과학공학 분야에서의 성 불균형뿐만 아니라 과학 공학의 사회적 의의에도 기여할 수 있다. 공학의 정의를 기술적인 문제 풀이로 한정 짓지 않음으로써, 공학을 남성중심, 기술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게 하고, 공학전공자에게도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이해하고 참여하며 리더와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의사소통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은 지속가능한 과 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매우 공격적이고 눈에 거슬리게 위압적인 과학자들, 연구가 끝나도 집에 가 지 않고 축구하고 술 마시며 정보를 공유하는 과학자들, 언제나 컴퓨터에만 매 달려 살고 컴퓨터 이야기만 하는 괴짜들, 이들의 문화에 끼어 동화되지 못하면 과학/공학 분야에서 버틸 수 없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차가운 환경”을 개선하 는 것은, 그 동안 특정한 남성만을 진정한 과학자, 공학자로 인식하고 인정해 온 조직문화적 환경의 명암에 대한 섬세한 성찰과 적극적인 변화 의지를 과학 기술계 관련자 모두에게 요구한다. 우리는 과학기술계에서 그 동안 과소대표되 었거나 충분한 격려를 받지 못했던 집단—여성 뿐만 아니라, 다섯 살 때부터 컴퓨터 캠프에 참가하지 않았고, 동료를 위압하기 보다는 존중하고 싶어하고, 기술의 사회적 영향에 유의하는 남성—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그 럼으로써 문제정의와 해결을 위한 새롭고 다양한 관점을 과학기술계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 동안 무심히 그저 과학기술계의 오래된 관습이 라 여겨졌던 조직문화적 환경이, 예의바르고 공손하게 행동하도록 요구받았던 여성에게 어떻게 의도치 않은 불안감과 박탈감, 자기 회의감을 주었는지에 대 해 주의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성인지적 관점이 필요하다.

나가며—남녀

과학기술인 모두를 위한 성인지

5개 과학기술특성화 대학 학생을 위한 성인지 교재를 집필하며 필자는 “그 교재는 남학생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되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 다. 성인지 교육은 분명히 여학생만이 아닌 남녀 학생 모두를 위한 것이며,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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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미래의 남녀 과학기술인을 위한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우선 젠더 불균 형의 문제는 여성과 남성 과학기술인이 모두 겪을 수 있는 문제이다. 성인지는 물리학과나 컴퓨터 학과 여학생의 역량강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가정학과나 간호학과에서 과소대표되고, 차가운 환경을 느끼는 남학생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성인지는 필요하다. 둘째, 과학기술 분야 인력의 젠더 불균형을 개선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과학기술 지식산물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작업이다. 컴 퓨터 게임 개발자의 대부분이 남성인 상황에서 회사는 여아용 게임이라는 새 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전형적인 남녀에 관한 대비적 고정관념에 의존하게 된다. 골다공증의 진단 모델이 건강한 젊은 백인 여성의 정상 골밀도 수치를 기준으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남성 골다공증의 정 확하고 정밀한 진단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기존의 과학기술 발전경로가 의도 적으로든 비의도적으로든 한쪽 성의 요구와 상황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젠더 불균형을 개선함으로써 어떤 종류의 새로운 과학기 술 지식 발전 혹은 제품 개발이 가능할지에 대한 논의를 통해 새로운 연구주 제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실질적 방안 모색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성인지 는 남녀 과학기술인 모두를 위한 활동일 뿐 아니라, 과학기술의 사회적 유용성 을 남녀 소비자 모두를 위해 높이는 활동이 된다. 그러나 미래의 남녀 과학기술인들, 이 교재의 독자들인 5개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의 학생들이 성인지적 관점을 함양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사회적 주류의 입장에서는 별 의도 없이 무심히 갖는 관념,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아무런 악의 없이 효율성의 원칙에 따라 배분하는 예산, 실험 실에서 쓰던 대로 쓰는 측정 표준과 같은 것들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여성, 노인, 저소득층, 아이, 외국인노동자, 공손하고 자기과시적이지 않은 성격의 남 성 물리학자, 혹은 남성 골다공증 환자—에게는 그들의 취약한 처지를 굳히는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민감(sensitive)하게 인식하는 관점을 통해, 미래의 남녀 과학기술인들은 과학기술의 사회적 함의에 대해 더욱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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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고 성찰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미래의 과학기술인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 에서 주어진 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과소대표 계층의 입 장을 이해하고, 그 동안 이들이 어떤 경로로 과소대표 되어왔는지 그 사회적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이들을 새로운 과학기술 지식생산 활동의 파트너, 지지 자, 감시자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다양한 인력의 포괄을 통해 새로운 지식 창조와 개인적 역량강화가 연결되는 장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의 과학기술 지식생산 활동이 만들어내었던 젠더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과학기술 지식생산의 경로와 젠더 관계가 모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제도적 조건과 미시적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되어왔 다는 인식과 함께, 이들을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과학-기술-사회-문화의 설계자로서의 역할을 과학기술인에게 부여한다. 그저 실험실, 회사, 연구소, 대학의 관습이라 무심히 받아들였던 언어, 행 동, 인간관계, 연구활동의 방식들이 나와 다른 위치에 놓인 과학기술인에게 어 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민감성은, 단지 여성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당연히 나와 동등한 기회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부여될 수 있는 조직과 다양한 유형의 전문성이 골고루 인정받을 수 있는 사 회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미래의 리더에게 필요한 인성이며 자질이다. 성인지는 궁극적으로 남녀 과학기술인 모두의 리더십 함양 을 위한 인지적 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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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섹스와 젠더

들어가며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섹스(sex)와 젠더(gender)로 나누어 설명하는 방식은 이 미 널리 알려져 있다. 섹스는 생물학적 차이에 따라 생기는 특정 성의 성질인 반면, 젠더는 인간이 성장하면서 사회·문화·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특정 성 정체성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아이는 엄마가 길러야 한다”와 같은 전 통적인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고, 개인이 역량과 성향에 따라 유동적인 성 역할을 맡는 양성평등 사회를 논의할 때의 성(性)은 섹스가 아닌 젠더에 주목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아이를 아빠보다 엄마가 주로 기르는 것이 낫 다는 것은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관습이지만, 애초에 이러한 젠더의 차이가 만들어진 근본적 원인은 엄마와 아빠의 신체적 차이, 즉 섹스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회·문화의 영향이란 비록 크더라도 결국은 타고난 생 물학적 차이에 의해 생겨나는 종속 변수가 아닐까? 여성이 사회적으로 남성적 인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해도 신체의 한계는 결국 극복될 수 없는 것이 아닐 까? 결국 여성에게 적합한 일과 남성에게 적합한 일이란, 사회문화적 고정관 념을 버리더라도 신체적으로 어느 정도 결정된 일이 아닐까? 우선 “남자아이 -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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