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 이야기
부모로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갖는 것
2021년 4월 5일
딸이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 그간 같은 학교 독서 반 친구들과 함께 분기별로
기 음악을 하라는 부모님, 정확하게는 아버지의 생각과 결정에 따라 나는 언제나
책을 엮을 때, 한 페이지를 정도를 쓴 책이 발간된 적은 있었지만, 단독으로 자기
그래왔던 것처럼 불공평한 출발선에서 먼저 시작한 이의 누적된 물리적 시간을
글만 오롯이 담아 출판한 책은 이 번이 두 번째이다.
따라낼 순 없더라도 무조건 열심히 해서 대입을 치루고, 평범하게(?) 합격을 했
이번엔 아예 독립출판사를 차렸다. 사업장 허가부터 등록, 편집, 디자인, 인쇄,
다. 그때부터 나는 아마 진짜 내 인생을 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재정적 독립과 물
홍보, 유통, 택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혼자 스스로 했다는 점에서 딸도, 그걸
리적 독립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신앙생활도 내 삶도 모두 스스로 알아
지켜보기만(?) 했던 나에게도 특별하고 뜻 깊은 경험이 되었다.
서 하도록 하셨다. 마치 더 이상 가르쳐 줄 것이 없으니 하산하라고 했다는 어느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아마,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 아닌 창업을 했나보
내 자신을 보살피는 부모
제 92호(2021년 4월호)
스승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다 하겠지만, 우리 딸(이하, 소명)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가장 보편적인 선택이
나는 나의 삶을 스스로 직면하면서, 내 삶의 전부를 좌지우지했던 하나님과 1:1
라고 믿었던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분투하며 삶을 살아가는
의 관계를 갖기 시작하였다. 지독하게 치열하고, 전투적이고, 실험적인 삶 가운
이제 막 스물이 된 사회초년생이다. 이 선택을 지지하기까지 우린 참 치열한 공
데... 절망, 좌절들이 내 앞에 끝도 없이 펼쳐졌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하나님을 제
방전을 벌였다. 돌아보면 소명이의 선택을 지지하기까지 우리 가족은 지난 3년,
대로 만나고부터 의식적, 무의식적 가정들로 가득찬 무질서했던 내 믿음을 정돈
냉탕, 온탕을 오가며 주장하고, 설득하고, 토론하고, 토의 하는 긴 시간을 보냈었
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많은 순간을 지나, 나는 꽤 흔들리지 않을 만
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단지 지난 3년간의 기간으로 '지지'를 결정했던 것만은 아
한 신앙심을 가진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할 즈음, 내 인생에 또 다른 사건, 결혼,
니었다. 어쩌면 소명이의 19년 인생과 우리 부부의 90년 인생의 여정을 돌아보
육아가 시작되었다. 난 참 임신의 순간부터 아이를 위해 많이도 기도했다. 내가
고, 반복하여 질문하며 합의의 지점에 도달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항
만난 하나님을 1년이라도 먼저 만나길 바라며, 하나님을 사랑하고, 신뢰하며 그
상 하나님이 계셨다.
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좋은 삶에 대한 특정한 비전을 새겨 넣어 주고 싶었다.
나는 순종적이고, 반항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하고 존재감 없는 유년, 청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어느 순간 휩쓸리기도 하고, 미성숙한 판단을 하게 하는
소년기를 보냈다.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입학과 졸업을 달리하는 스
복잡한 세상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기억하고 소망하게 만들겠다는 결심은 오간데
펙타클한 삶 속에서 평범함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예를 들
없이, 미숙하고 완전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진리엔 타협의 여지가 없
어 어제 전학 와서 오늘 예고 없는 시험을 쳐도 중간이상은 가는 평범함(?)을 유
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종종 여기 저기 표류하게 되었다.
기독 학부모 신문 발행처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발행인 박상진 편집기자 도혜연, 이지혜, 박미향, 이현경 디자이너 채혜진 주소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로78길 44 크레스코 308호 연락처 02.6458.3456 / 010.4898.3454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참 웃을 일도 많고, 감사한 일들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당혹스럽고 버 거운 감정도 함께 공존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 삶의 주인이 바뀐 것 같은 현실을 마주했을 때였습니다. 아이가 너무 어릴 땐 먹고, 자는 것과 같은 아주 소소한 내 삶의 선 택들도 스스로 할 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아기 띠를 하고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 ‘이게 뭔가’ 싶어 실소 가 나왔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이가 좀 커서는 내게 주어진 역할이 너무 버겁다 느꼈던 적도 있습니다. 한 아이의 삶에 책임자로서의 삶을 사는 것은 단순한 맘고생을 넘어 몸고생까지 시킵니다. ^^;; 학교에 보내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아이를 찾고, 저녁을 먹고, 숙제를 봐주고, 씻기고, 재울 때 그날 퇴근 이후 처음으 로 집에서 앉아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건 또 뭔가’ 싶어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엄마 노릇이 버겁다고 생각하면, 아이 존재 가치를 평가절하시키는 것 같아서, 때로는 믿음이 없는 부모 인 것 같아서 부정적인 감정을 눌러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크리스천 정신의학과 교수님이 쓴 책 의 글귀에 한참을 머물렀던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주어진 상황에서 참 잘했어, 많이 애썼어.” ※ 부모노릇, 엄마노릇을 하며 사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위로의 문장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말인가요? 함께 그 문장으로 서로를 위로해주세요.
이 문장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처음 마주하는 부모, 엄마라는 역할이 낯설어 몇 년을 계속 신입사원처럼 고군분 투 하는 느낌입니다. 마주한 과제를 넘으면 또 다른 낯선 과제가 생깁니다. 어느 정도 육아의 노하우가 생길만도 한데, 부모노릇의 연차가 더해갈수록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 누군가의 부모, 엄마 로 사는 우리에게 위로의 한 마디가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그의 성전에 계신다. 주님은 그의 하늘 보좌에 앉아 계신다. 주님은 그의 눈으로 사람을 살피시고 눈동자로 꿰뚫어 보신다.” _시편11: 4 “주님, 주님께서 나를 샅샅이 살펴보셨으니, 나를 환히 알고 계십니다. 내가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주님께서는 다 아십니다. 멀리서도 내 생각을 다 알고 계십니다. 내가 길을 가거나 누워 있거나, 주님께서는 다 살피고 계시니, 내 모든 행실을 다 알고 계십니다.” _시편139:1-3 ※ 말씀에서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라고 하시나요? ※ 하나님은 우리의 어떻게 보살피시는 분이신가요?
지하고, 교회에서 성경 암송 대회, 성경인물 경연대회, 성경 퀴즈대회 등 온갖 대
소명이가 비대입을 선택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고, 나는 그렇게 다시 그리스도
회를 열면 참여 인원이 50명이 됐든 100명이 됐든 목회자 자녀인 나는 3위 안에
인으로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진리가 내 안에 머물지 않고 지나
오늘 말씀을 찬찬히 읽어보니,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세밀하게 살펴보고 돕는 분이심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는 들어야 평범한 것이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우리교회 집사님이 우리 반 담임
쳐 가도록 방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음을, 나의 믿음의 현주소, 민낯을 보여주
보살핌을 받는 존재, 우리도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고 돕는다’는 뜻을 가진 보살핀다는 말
이 되셨는데... 나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지만, 1년 내내 전교 1등은 아
는 신호탄이었다. 소명이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어떤 선택 가운데도 소명
은 우리 삶에 있어서 자녀를 대상으로 많이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자녀를 보살피는 자로서의 삶을 수년 간 익숙
니라도 교인들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을 만큼의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
이를 붙드시고, 하나님께로 인도하실 하나님에 대한 진정한 확신과 믿음을 가지
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하나를 놓친 것 같습니다. 바로, 우리가 보살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고, 친구들과 관계도, 옆 반, 그 옆 반 선생님들과 관계도 이슈가 되지 않을 만큼
고 나는 기도하고 있었는가? 나는 소명이에게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다가
조용히 지내는 것이 내게는 중요했다. 그런 나에게 중고등학교 시절 "사. 춘. 기"
가 얘기하고 있지 않음을 발견했다.
가 올 법도 한데, 나는 반항의 그네를 타지 않았다. 어쩌면 반항의 그네를 타는 방
내가 그리도 원망했던 나의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법 조차를 몰랐거나, 두려웠거나 그랬던 것 같다. 돌아보면 그 중심에도 늘 하나
나는 부모로서 가정의 신앙교사가 되어야 하지만, 그 여정 가운데 부모 역시 교
님이 계셨다. 나를 둘러싼 지칭들과 높은 벽에 둘러싸여 내가 갈 길은 그 한길밖
육되어지는 과정임을 이해하게 되었고, 나의 부모님을 향한 존경심이 우러나왔
에 안보이던 그 때도 담장 너머를 궁금해 하지 않았던 이유는 하나님에 대한 막
다. 나는 지금도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경험하는 삶 가운데 실패하지만, 다시 제자
연하고 무한한 믿음 때문이었다. 교회에서 봉사하라는 삶을 살라고 어느 날 갑자
리를 찾는 과정을 오롯이 보여주는 것 자체가 소명이에게 부모인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범임을 알았다. 소명이의 두 번째 책에는 소명이의 글 속, 그 즈음의 사건과 상황들이 그려지며, 내가 몰랐던 소명이 마음을 이해하게 하는 부분도 있고, 대견한 마음에 웃음짓게 도 하지만, 또 어떤 부분은 미성숙해 보이고, 오만해 보이기도 해서 아쉽기도 하 다. 아마 그것이 오롯이 하나님께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
‘나 자신’말입니다.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기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정작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모를 때가 많이 있습니다. ‘나를 보살핀다’... 아직은 저에게는 어색한 말입니다. 누구나 자신 안에 에너지를 담는 그릇이 있습니다. 그 그릇이 비워지면, 어느 정도 채워야 또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나를 보살핀 다는 것은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일정 시간을 나에게 할애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적극적인 부모역할 프로그램’에서는 부모들에게 다섯 가지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나. 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 신체적인 건강을 돌보기 위해 매일 얼마동안 자녀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둘.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대화 나누기 :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셋. 정신을 맑게 하기 : 필요하다면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기, 음악듣기, 책 읽기, 산책하기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넷. 조직적인 삶을 살기 : 매일 해야 할 일 목적을 적어두고 관리하고, 모든 가족 구성원의 활동들을 적어두어 놓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 배우자와 함께 하기 : 배우자와의 관계를 잘 보살피는 일이 중요합니다. 가끔 둘이서만 외출을 하거나 대화를 하며, 부부의 사랑의 관계를 지속해야 합니다.
만, 나는 이제 기꺼이 내 딸과 함께 내 딸이 겪을 난항들을 하나님이 이끌어 가실
365일 쨍쨍할줄 알았는데 지은이: 백소명(솜) 출판사: 구월
것을 고백하며, 용기를 내고 용기를 주며, 미래의 전망을 함께 만들어 가고자 "지
한 달 동안,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녀인 나를 어떻게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 무
지"의 결정을 내렸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달려갈 길, 그리스도인의 성공적인 삶이
엇을 할 때 마음이 안정되고 행복한가요? 무엇을 하면 에너지가 충전이 되
란 무엇인가! 그 기준을 분명히 한다면 수시로 흔들리고 요동치는 가운데에서도
나요? 기독학부모로서의 무게감을 잠시 내려놓고, 하나님의 보살핌
올바른 곳을 향한 시선과 걸음을 멈 추지 않고, 달음질하기를 향방 없는 것 같이 아니하고 싸우기를 허공을 치는 것과 같지 아니하며(고전9:26), 신앙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리를 마련하고, 장성한 분량까지 자라가도록 기꺼이 함께 할 용기 를 내 보았다.
에 귀 기울이고, 하루에 일정 시간은 자신을 보살피는 우리가 되 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