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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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
한 문제가 막혀서 다른 걸 다 놓쳐버렸어.
한 순간 막혀버리면 그곳에 스스로를 가두더라.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 잘 바뀌지 않았어.
학창시절 마음에 여유가 없이 그렇게 공부했어.
공부? 별거없어!
그냥 내가 가장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 생각했었지.
눈치를 많이 봐서
스스로 멋진 색깔을 입혀주지 못했어.
이건 내가 대학교 연구생 신분으로 있을 때
사수가 나에게 했던 말이란다.
‘넌 색깔이 없네?’
‘??’
‘그냥 무색이야. 투명한 것도 아니고.’
‘그게 필요한가요?’
‘…’
21살에 있었던 일이야. 아직도 바뀌지 않았더라.
과거도 길게보면 한 문제 아닐까?
앞으로 풀어갈 문제를 위해 그것은 묻어두고,
스스로 웃음꽃이 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러한 내 고군분투가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위로의 방법은 많다.
종교, 주변의 따뜻한 말, 그리고 가족.
어려운 걸 권하기는 어려워.
우리는 철저히 남이므로
나는 나만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단지 이 전시를 통해서
일면식도 없는 여러분과 내가 이어진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특전
<어머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라는 얘기는 조심스럽다. 한 발짝 뺀다.
하지만, 나의 버들 유 자를 쓰시는 어머니는 위대하다.
사랑이 '이거다!'하며 이곳저곳에서 목청 높이고 있는 요즘
나는 혼란이 온다. 사랑이 무얼까.
그런 나에게 사랑에 대한 정의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다.
버들 어머니는.
버들 어머니가 '학원을 더 가고 싶진 않았어?'라고 하실 때, 나는 항상 말한다. '아뇨. 전 충분히 만족하면서 공부했어요.'
국영수보다 중요한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교육.
아직도 내가 아는 사랑은 빙산의 일각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저렇게 까지 누구를 위해 헌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것을 받아본 입장에선, 나는 자신이 없다.
더욱이 나는 어머니가 주는 사랑이 순전히 '노력'이라는 것을 안다.
어머니는 아무리봐도 지하여장군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런 분이 나를 '공감'해주고 '표현방식' 맞추어 주는 것은 분명 노력이다.
내가 미취학 아동일 때, 엘리베이터에서 어머니한테 물었다.
'우리 모두 결국 다 죽는거 아니에요? 다 헤어지는 거에요?'
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그렇지, 하고 싶은거 찾으러 많이 돌아다녔으니
이젠, 서둘러야 겠다.
<새벽>
나는 가끔 새벽에 눈이 떠진다.
그 날 설레는 일이 있을 때가 그렇다.
아, 설레는 일은 자전거 타는 일이다.
새벽에 일어나면 항상 불이 켜져있는 아버지 방.
내가 초등학생 때도 그랬으니, 족히 15년은 넘었지.
어렸을 때 호기심으로 따라해보기도 했으나
나는 '올빼미 과'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새벽이 주는 서늘적함은 엄청나다.
난 차분한 편이지만
새벽에 일어나면 차분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고요함까지 있어서 마음이 참 편하다.
'아, 사람들의 시간은 이렇게도 다르구나!'
사람들은 뻔한 얘기에 지루함을 느낀다.
여태껏 사유하며 살아온 바에 의하면
세상에 대단한 비밀은 없었다.
'이렇게 까지 해야해?'
'해보고 말해.'
'진짜로 겁이 나고 무서워. 피하면 안돼?'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갈 순 없어.'
어느 날은 자연스럽게 새벽에 눈이 떠졌다.
바깥 세상은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내 안의 무언가도 태동한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아. 겁이 나지 않아.
이런 기분을 오롯이 가슴 속에 움켜쥐고 싶지만, 잊어버릴걸 알아.
다만, 분명 이렇게 모아둔 새벽 등대가 어두운 지평선을 향해
겁도 없이 빛을 비추어 줄거야.
<기적>
맞아, 형
기적의 뒤에는 누군가의 올바른 선택이 있었더라.
내가 기적 이라고 여긴 것을 두손 받쳐들고 방방 뛰며 좋아하다가
잠깐 내려놓았어. 나를 괜찮다고 손을 잡아준 사람들의 온기가 사라질까봐서.
나의 기적을 만들어준 사람들을 알아채가고 있어.
시간을 거슬러가는 일이 아닐까 싶어.
이토록 소중한 사람들이었다니, 놀라워.
이렇게 내가 걸어온 발자국 위에 서 있는 내 잔상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뒤돌아보지 않아도 될거야. 당당히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거야.
그걸 나는 기적이라고 부를게. 기적 같은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