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는 어떻게 인공지능이 되었을까 -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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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더멋 튜링 케임브리지 대학교 킹스 칼리지와 옥스퍼드 대학교 뉴 칼리 지를 졸업했다. 법조인으로 경력을 쌓았고, 가장 최근에는 영국 최대 로펌 클리퍼드 찬스Clifford Chance의 협력 변호사로 일했다. 2014년부터 블레츨리 파크Bletchley Park의 이사 업무를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시작 했다. 작은아버지 앨런튜링의 전기 『Prof: Alan Turing Decoded』 (The History Press, 2015)를 저술했다.

옮긴이 김의석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후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정보통신공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삼성종합기술원을 거 쳐 삼성전자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새 로운 기술을 일반인에게 정확하면서도 읽기 쉬운 우리글로 알려주 는 사람이 되고자 번역가가 되었으며, 글밥 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 역 소속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역사를 바 꾼 영웅들』 (왓북, 2016), 『10대를 위한 첫 코딩』 (반니, 2016), 『수학 천재의 비법 노트』 (우리학교, 2017), 『꿈꾸는 10대를 위한 로봇 첫 걸음』 (프리렉, 2017), 『코더』 (풀빛, 2017), 『로봇&드론』 (길벗어린이, 2018) 등이 있다.


주판에서 알파고까지 거의 모든 컴퓨팅의 역사

계산기는 어떻게 인공지능이 되었을까?


계산기는 어떻게 인공지능이 되었을까 주판에서 알파고까지 거의 모든 컴퓨팅의 역사 초판 1쇄 발행 2019년 5월 3일 지은이 더멋 튜링 / 옮긴이 김의석 / 펴낸이 김태헌 펴낸곳 한빛미디어 (주) /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2길 62 한빛미디어(주) IT출판사업부 전화 02 – 325 – 5544 / 팩스 02 – 336 – 7124 등록 1999년 6월 24일 제25100 – 2017 – 000058호 / ISBN 979 – 11 – 6224 – 175 – 2 03000 총괄 전태호 / 책임편집 이상복 / 기획 이상복 / 편집 윤나리 디자인 표지 조현덕, 이아란 내지 이아란 조판 이경숙 영업 김형진, 김진불, 조유미 / 마케팅 송경석, 김나예, 이행은 / 제작 박성우, 김정우 이 책에 대한 의견이나 오탈자 및 잘못된 내용에 대한 수정 정보는 한빛미디어(주)의 홈페이지나 아래 이메일로 알려주십시오. 잘못된 책은 구입하신 서점에서 교환해드립니다. 책값은 뒤표지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한빛미디어 홈페이지 www.hanbit.co.kr / 이메일 ask@han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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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기는 어떻게 인공지능이 되었을까?


추천사 시원시원한 컬러 화보와 함께 컴퓨터의 역사를 주판부터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쉽게 풀어 쓴 책.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 흥미로운 뒷이야기, 중요한 인물과 회사와 제품 소개를 일목요연 하게 정리함으로써 컴퓨터 분야에서 큰 그림을 보고 싶은 분들께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갈지 학습 방향성을 잡아준다. 박재호, 피치파이브 기술 총괄, 전 엑셈 CTO, 전 ICON CTO

컴퓨터는 인류가 만든 발명품 중 아주 특별한 기계이다. 대부분 기계가 한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비해 컴퓨터는 프로그래밍을 사용해서 수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컴퓨터를 만 들기까지 인류의 고민과 도전, 그리고 컴퓨터를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서 사용하기까지 인류의 노력 과 결실을 많은 예제와 그림을 곁들여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앨런 튜링의 조카가 저술한 책이어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박근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컴퓨터는 우리의 삶 속에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개발된 후 ‘컴퓨터 하 다’라는 말은 더욱 우리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컴퓨 터 하다’라는 말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발전을 담고 있다. 많은 독자가 이 책을 통해 단순한 ‘계산하다’ 라는 의미부터 ‘정보 검색’, ‘프로그래밍, ‘인공지능’까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컴퓨터 하다’의 매력 에 빠져보길 바란다. 이의종, 세종대학교 정보보호학과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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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이 책을 의뢰받았을 때, 책 표지에 쓰인 ‘튜링(Turing)’이라는 작가 이름을 보고 내 눈을 의심하며 흥분 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컴퓨터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만큼이나 유명한 사람이 튜링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이름을 딴 ‘튜링 어워드’를 컴퓨터 공학 분야 의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그의 명성과 업적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살펴보니 작가 이름은 ‘앨런 튜링(Alan Turing)’이 아니라 그의 조카 ‘더멋 튜 링(Dermot Turing)’이었다. 그러나 조카면 어떤가? 어쨌든 튜링인데. 본 역자는 여러 일들로 바빴음에 도 불구하고 이 책을 늘 들고 다니며 마치 앨런 튜링이 쓴 책인 양 정성껏 번역했다. 물론 아내와 친구 들은 저자 ‘튜링’이 ‘앨런 튜링’이 아닌 그의 조카라는 사실을 알고 놀려댔지만 말이다. 이 책은 고대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컴퓨팅과 연관된 많은 것을 다룬다. 먼저 1장과 2장에서는 컴 퓨터가 등장하기 전 인류가 사용했던 여러 컴퓨팅 기기를 배경 이야기와 함께 소개한다. 3장에서는 컴 퓨터의 근간이 된 논리에 대해 설명한다. 4장에서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암호 해 독기를 포함해 전쟁을 겪으며 급속히 발전한 컴퓨팅 기술을 깊이 있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5장과 6장에서는 컴퓨터의 등장과 초창기 컴퓨터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7장에서는 요즈음 우리 주 변에 널려있는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 및 발전을 이야기하며, 8장에서는 컴퓨터가 다루는 데이터에 관 해 다양한 이슈와 발전 동향을 설명한다. 9장에서는 로봇을,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팅을 통해 미래의 컴퓨팅을 설명한다. 지금까지 간략히 설명했듯 이 책은 컴퓨팅과 관련된 수많 은 주제와 이야기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은 저자가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전공자로서 부끄럽기도 했다. 지금부터 약 30여 년 전 대학을 다녔던 본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며 전공인 컴퓨터 공학이 얼마나 깊 이 있고, 세상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미래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큰’ 학문이라는 것을 깨달 았다. 다시금 공부하고픈 생각도 들었다. 최근 컴퓨팅의 화두는 누가 뭐래도 인공지능이다. 구글 딥마인드 사의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을 꺾고, 여러 업체에서 앞다투어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놓으며, 시험용이기는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도 로를 돌아다니는 등 컴퓨팅은 다시 한번 큰 변화의 과정에 있다. 이런 때에 이 책이 컴퓨팅을 공부하는 사람과 컴퓨팅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자극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결과 세상 의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는 데 이 번역서가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면 지난 5개월의 수고가 아깝지 않을 듯하다. 김의석 5


목차

서문: 문제 해결 8

1장. 컴퓨팅 장치의 시작

13

천문학 문제에 대한 답 | 더하기 | 디지털 학교 파스칼 계산기 | 항해에 필요한 계산

2장. 증기를 이용한 컴퓨팅

33

기계 기술의 사용 | 해석기관 | 멋진 천공 기계 세금 문제 | 아날로그식 기계의 발전 | 전기의 사용

3장. 논리적 결정

53

올바른 방법으로 하기 | 규칙에 대한 규칙 결정 문제 | 이진 사고법

4장. 암호해독용 컴퓨팅

71

암호화 기기 에니그마 | 블레츨리 파크 | 새로운 생각의 분출 1 놀라운 기술 | 독일의 앞선 컴퓨팅 기술 | 새로운 생각의 분출 2

5장. 다양한 컴퓨팅 기계의 등장 회로적인 접근 | 특허 전쟁 | 존 폰 노이만 컴퓨터의 탄생 | 메모리 문제 | 지연 | 중고 부품과 방사능

6

89


6장. 틀에 박힌 사고

107

새로운 시도 | 외계어 | 소프트웨어 위기 임산부 프로그래머 | 팔방미인 컴퓨터, 시스템/360 | 쉽고 재미난 컴퓨팅

7장. 컴퓨터의 소형화

127

운전대 앞의 고객 | 컴퓨팅 혁명 | 윈도우 | 도스 | 개인용 컴퓨터의 혁신, 맥 재미와 게임 | 제록스 파크의 마우스 | 이메일 | 인터넷 닷컴의 비극 | 노트북 | 나노 트렌드를 거부하다!

8장. 우리가 사는 법

159

정보사회 | 인터넷 무료 정보 | 큰 세상, 작은 데이터 방화벽 | 시대의 표적 | 데이터와 과학

9장. 생명체 연구를 위한 컴퓨팅

173

다가올 세상 맛보기 | 언어에 대한 절망 | 두뇌 학습 | 인공지능 구현 아이디어 로봇의 발전 | 로숨 | 사이버맨 | 드론의 시대 | M-블록

10장. 미래의 컴퓨팅

197

슈퍼 두뇌 | 양자 컴퓨팅 용어 정의 204 도판 출처 207 찾아보기 208

7


문제 해결 ‘컴퓨팅은 단순히 컴퓨터를 다루고 연구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삶 전반을 다루는 일이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1995

컴퓨터는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만큼 곳곳에 널

컴퓨팅: 숫자 세기 그 이상

려 있다.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우리 삶 이

간추린 옥스퍼드 사전 1944년 판을 찾아보면 너

곳저곳에 영향을 끼치면서 말이다. 컴퓨터 없이

무나도 간단한 대답이 나온다.

살았던 시절은 이제 잘 생각나지도 않는다. 컴퓨 터가 사회 모든 곳에서 사용되는 방식과 이로 인

컴퓨트(compute) [동사] 계산해 답을 구하다. 값

해 우리의 생활환경이 바뀌는 속도는 정말 놀랍

을 추정하거나 세다. 고려하다.

다. 컴퓨터는 사회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까 지도 넓고 깊게 지속해서 변화시켰다.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컴퓨팅은 문제 풀기였으며, 문제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컴퓨터의 목적

는 복잡한 과학 계산이 들어 있었다. 컴퓨팅을 종

도 함께 변했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 질문이 떠

종 수학 문제 풀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오른다. 컴퓨팅이란 과연 무엇일까?

초기 컴퓨팅이 주로 연산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 이다. 때때로 연산을 숫자 세기라고 생각하는 사 람들도 있지만, 숫자 세기는 연산 혹은 컴퓨팅의 일부일 뿐이다. 예를 들어, 푸른 초원 위에 가축

문명이 시작된 이래로 인류는 누구나 수학 문제를 다루어왔다. 사람들은 문제를 쉽게 풀기 위해 기계를 만들어 이용하려 했다.

12마리가 풀을 뜯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12마리 라는 정보가 충분한 때도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정 보가 필요할 때도 있다. 숫양과 암양이 각각 몇 마 리나 있는지, 그 가운데 새끼 양은 몇 마리인지, 양들이 각각 몇 살인지 등이 궁금할 수 있다. 하지 만 이런 정보는 숫자 세기로는 결코 알 수 없다. 이처럼 컴퓨팅에는 숫자 세기 외에도 여러 가 지가 있으며 분류 또한 그중 하나다. 근대 컴퓨 팅에서 원하는 대상을 찾아 고르는 일은 수학 연 산만큼이나 중요했다. 계산이 필요한 문제도 점 점 늘어났으며, 항해, 암호해독, 각종 예측 등

8


서문

농사를 지을 때도 어느 정도의 연산이 필요했 다. 예를 들어, 가축 가운 데 암컷과 수컷이 각각 몇 마리인지 아는 일은 옛 농부들에게 중요했 다. 하지만 컴퓨팅은 단 순한 숫자 세기 이상의 일이다.

계산이 필요한 모든 일에서 빠른 계산이 필요했

사람과 기계

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 덕분에 컴퓨팅 기계가 등

어려운 계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컴퓨팅

장했다.

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컴퓨터computer ’ 즉,

사회가 점점 커질수록 정치 방식 또한 정교해

계산 전문가라고 불렀다.

졌다. 특히 수치화하고 수량화하는 일이 매우 중 요해졌다. 예를 들어, 세금을 거두기 위해 백성의 수를 알아야 했으며, 다른 나라에 팔 농작물의 양을 알아야 했다. 또한, 자 신들이 섬기는 신의 뜻을 더욱 잘 이해하 기 위해 해와 달의 움직임을 알아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필요한 계산을 특별히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 했다. 이런 것을 고려해 컴퓨팅을 다시 정 의한다면 컴퓨팅은 정치, 상업, 종교에서 복잡하지만 꼭 필요한 일을 도와주는 수단 이었다.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부활절 날짜와 계산 방법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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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8세기 영국 왕실 천문학자 네빌 마스켈린은

당했던 정보통신기술을 뜻한다. 이제 컴퓨팅은

최근까지도 항해할 때 사용했던 항해력을 최초

너무 다양해서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최근 컴퓨

로 만들었다. 그는 영국 전역에 흩어져 일하고 있

팅은 데이터 사이언스, 인공지능, 인공두뇌학과

는 계산 전문가들이 항해력 제작에 필요한 데이

같은 새로운 분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런

터를 계산해 보내오면 그 결과물을 적절히 취합

새로운 분야는 어려운 계산 연습 문제와는 거리

했다. 미국에도 비슷한 예가 있었다. 19세기 미

가 멀다.

국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 천문대장이었던 천문 학자 에드워드 찰스 피커링은 약 1만 개의 별을

변화하는 세상

정리한 헨리 드레이퍼 목록을 만들기 위해 여성

‘컴퓨팅은 곧 계산’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컴

계산 전문가를 채용해 계산 팀을 만들었다.

퓨팅을 다시 정의할 수 있게 된다. ‘사이버’가 더

그러나 이런 일조차 컴퓨팅을 대표하지는 않

는 로봇공학에 한정되지 않는 것처럼 컴퓨팅도

는다. 가령, 필자는 컴퓨터를 좀처럼 굉장히 빠

계산이라는 고전적인 정의를 벗어나 정보기술과

른 분류기나 계산기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신기술로 다시 정의되었다. 그러나 컴퓨팅이

정보를 얻거나 이메일을 보내기 위해 컴퓨터를

원거리 통신이나 데이터 전송에 쓰이며 이런 기

사용한다. 물론 대규모 계산, 기계 제어, 복잡한

술들에 힘을 불어넣기는 해도 이 기술들과는 다

시스템 제어를 위해서도 여전히 컴퓨터가 사용

르다. 어떤 사람들은 컴퓨팅을 데이터 사이언스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하거나

의 일부로 볼지도 모른다. 물론 학계에는 여전히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한

1936년에 논문을 발표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컴퓨

다. 오늘날의 컴퓨팅은 고전적 의미의 컴퓨팅인

팅 기계의 청사진을 제시한 앨런 튜링처럼 컴퓨

계산을 뜻하는 대신, 한때 백과사전과 전화가 담

팅을 순수 학문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도 있다. 이 책은 초기 문명 시대의 컴 퓨팅에서 시작해서 오늘날의 컴퓨팅과 미래의 컴퓨팅을 다 루고 예상한다. 아스트롤라베 와 주판으로 시작하는 컴퓨팅 의 역사는 사람들이 왜 그런 도 구를 필요로 했고 사용했는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계산 도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 천문대장이었던 에드워 드 찰스 피커링은 헨리 드레이퍼 목록 제작을 도와줄 여성 계산 전문가 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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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지자 효과적 인 코딩으로 거의 모든 문제에 컴퓨터 처 리 능력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구와 기계는 연산과 분류라는 기본 문제를 잘 풀

되었다.

수 있도록 점점 복잡해졌다. 20세기 전기의 발명

이 책은 박물관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덕분에 컴퓨팅 기계는 작아지고 컴퓨팅 속도는

잠자고 있는 고철 상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빨라졌으며, 이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 책은 우리의 생각과 우리가 사는 세상에 관한

것을 컴퓨팅 기계로 할 수 있게 되었다. 21세기

이야기이며, 오늘날과 같은 문명의 발전을 이루

에 이르자 컴퓨팅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갑자

기 위해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온 길에 관한 이야

기 세상 어느 것도 컴퓨팅과 상관없는 일이 없게

기이다.

컴퓨터는 점점 더 빠르게 발전하며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그러나 컴퓨팅은 컴퓨터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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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컴퓨팅 장치의 시작 컴퓨팅 장치의 시작은 인류 역사의 시작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 류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왔는데, 특히 천 문학 연구에서 두드러졌다. 이후, 계산이 점점 복잡해지고 추상화 되면서 컴퓨팅 알고리즘과 장치는 계산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만 드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계산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계산을 전문 으로 하는 계산 전문가computer라는 직업도 생겨났다.

천문학은 컴퓨팅 장치의 개발에 첫 번째 촉매제 역할을 했다. 오스 만 제국의 학자들은 이스탄불 천문대에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천문학을 연구했다.


1장

A는 주판Abacus의 첫 글자다. 주판이 아니라면 아 스트롤라베Astrolabe나 안티키테라Antikythera 계산기 또 는 수많은 구식Antiquated 계산 기기의 첫 글자일 수 도 있다. 인간은 문명이 시작된 이후로 줄곧 기 계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왔다. 즉, 모든 기계 는 지하에서 물을 끌어 올리거나 무거운 짐을 들 어 올리는 기계와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 하고자 만들어졌다. 이와 같은 기계들이 발전하 면서 계산, 측정, 천문 예측과 같은 지적인 문제 들은 기계를 사용해서 좀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기계들은 고대인이 만든 다른 인공물과 무엇이 다를까? 가령, 각도기, 다림줄,

기원전 3300년경 수메르에서 만들어진 별자리표로 점성술에 사용되 었다.

삼각자 등은 어떠한가? 사람들은 이런 기발한 장 치를 사용해 항해, 측량, 공학에서 생기는 실제

수 없다는 점이다.

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 고 확인한다.

천문학 문제에 대한 답

그러나 이 장치들에는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아시리아인이 중요한 계산 기술들을 처음으로

빠져 있다. 이 장치들이 계산 과정을 포함하지 않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점토판에 기록을 남긴 덕

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문제에 대한 답을 바로 줄

분에 그들의 생각하는 방식, 특히 그들의 수학 수 준을 오늘날에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분수, 제곱근, 이차방정식 등과 같은 매우 복잡한 산술 문제를 다루는 능력으로 보아 아시리아인들은 매우 수준 높은 지식을 갖추었던 듯하다. 이들은 하루의 길이나 원의 길이를 측정하고 나눌 수도 있었다.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사용하는 개념이 라는 점에서 참으로 놀랍다. 오래전부터 종교는 천문학과 매우 밀접한 관 계를 맺어왔다. 태양이 하루에 한 번씩 지구 주위 를 도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도는 것처럼 보일

아르키메데스 나선양수기는 기발한 발명품이지만, 문제에 대한 답을 직접 줄 수는 없으므로 컴퓨팅 기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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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다른 천체의 움직임은 훨씬 복잡하다. 달은 4주마다 주기적으로 차고


컴퓨팅 장치의 시작

아시리아의 각도 바빌론 공중정원은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테라스를 만들고 정원에 물을 공 급할 수 있었던 바빌론의 공학 기술은 다른 어떤 문 명보다도 앞선 것이었다. 바빌론에 이어 메소포타 미아 지역에 나타난 여러 문명에서(아시리아, 페르 시아, 수메르 및 여러 국가) 수학은 중요하게 다루어 졌다. 오늘날과는 달리 바빌론에서는 60진법을 사용했 다. 아마도 60이 2, 3, 4, 5, 6, 10, 12, 15, 20, 30 과 같은 많은 인수(배수를 취했을 때 특정한 큰 수가 될 수 있는 자연수)를 가졌기 때문인 듯하다. 바빌론 의 수 체계에서 소수 단위는 1/60, 1/3600(1/60 의 제곱), 1/216000(1/60의 세제곱)과 같다. 예를 들어, 바빌론에서는 루트 2의 값을 1 + (24/60) + (50/3600) + (10/216000)으로 나타냈다. 이 식 을 계산하면 1.414222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바빌론 공중정원은 고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바빌론의 높은 수학 수준에 기반한 뛰어난 공학 기술을 잘 보여준다.

1.414214와 거의 같다. 또한, 숫자의 상대적인 위 치에 따라 값의 크기가 달라지는 자릿수의 개념을

발명했다. 즉, 1과 2 두 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12와 21은 1과 2의 위치에 따라 각각 열둘과 스물하나를 나타낸다. 또한, 0도 사용했다. 만약 수학에서 0이 없었다면 좀 더 복잡한 계산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놓고 벌어진 수 많은 전쟁 속에 바빌론의 지적인 업적들 이 사라졌다. 그러나 한 가지는 계속 남 아 지금까지 전해졌는데, 바로 시간과 각 을 60이나 60의 배수로 나눈 방식이다. 즉, 60분과 60초는 각각 한 시간과 일 분 을 나타내며, 각도는 단위 각을 사용해 나 타냈다. SI 측정 단위를 조정하고 표준화 하는 국제도량형총회 담당자라면 분명 시 간과 원호의 크기를 10진수로 나타내고 싶겠지만, 시간과 각도에서는 바빌론에서 유래한 60진수 기반의 수 체계가 여전히

쐐기문자로 가득 찬 점토판. 바빌론은 60진법을 사용했으며, 오늘날까지도 시간 과 분의 길이에 그 영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

굳게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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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기울며 규칙성 있게 바닷물의 움직임에 영향을 끼치지만, 달의 움직임은 훨씬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일식과 월식도 일어난다. 많은 사람 이 일식이나 월식을 두려워하거나 재앙의 암시 로 생각했기 때문에 사람들을 달래고 진정시키 기 위해서라도 일식과 월식을 정확히 예측할 필 요가 있었다. 작은 별이나 행성의 움직임은 더욱 복잡했다. 이런 작은 천체를 계속 관찰하고 움직 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년에 걸친 연구가 필 요했다. 대수학이 나오기 이전의 사람들은 기구 를 사용해 천체의 움직임을 예측했다. 수많은 천문학 기구가 여러 시대에 걸쳐 세계 곳곳에서 개발되었다. 기원전 9세기경, 마야인

혼천의는 지구를 우주의 중심에 놓고 주변 천체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

은 천문학 데이터와 계산 결과들을 모아 일식과

서 발견되었다.

해 사용되었다. 혼천의는 고대 그리스, 중국, 이슬람 국가 등 세계 곳곳에

월식, 달의 크기 변화, 천체의 움직 임 등을 예측하였다. 고대 그리스와 중국은 각각 지구 주변 천체와 별들 의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혼천의 를 발명했다. 10세기 말 무렵, 페르시아 천문 학자 아부 마흐무드 하미드Abu Mahmud Hamid

는 지구의 기울기를 측정하기

위해 테헤란 근처에 육분의처럼 생 긴 거대한 장치를 만들었다. 15세기 초, 사마르칸트의 잠싯 알카시Jamshid al-Kashi

는 행성의 정렬을 예측하는 장

치를 개발했다. 이런 장치들이 많이

고대 마야인의 엘 카라콜 천문대는 일식과 월식, 달의 크기 변화, 행성의 움직임 등을 예측하기 위해 사용된 많은 건축물 가운데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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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팅 장치의 시작

있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장치를 하나 꼽

서기 900년경 시리아 혹은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으라면 인류 최초의 컴퓨터라고도 불리는 안티

것이다. 이슬람 문화가 스페인 남부를 통해 유럽

키테라 계산기이다.

에 퍼지면서 이슬람 지식, 장치, 계산 기술 등이

옥스퍼드 과학사 박물관은 아스트롤라베(천문

함께 전해졌다. 옥스퍼드 과학사 박물관이 소장

관측의)라는 놀라운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 천

한 또 다른 아스트롤라베는 서기 1300년경에 만

체관측 기구를 사용하면 별의 높이를 측정할 수

들어진 것으로 별을 가리키는 긴 부리의 새가 달

있다. 특정한 별의 높이는 위도에 따라 달라지므

려 있다. 르네상스 시대 유럽에서는 점점 더 정교

로 여행자는 이 기구를 사용해 자신의 위치를 좀

한 장식으로 꾸며진 아스트롤라베가 만들어졌지

더 쉽게 알 수 있었다. 옥스퍼드 과학사 박물관이

만, 육분의와 같은 기구보다 항해에서 사용하기

소장한 아스트롤라베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에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안티키테라 기계 1901년 잠수사들이 고대 그리스 안티키테라섬 앞바다 수심 20m까지 잠수해 내려갔다. 그곳에는 기원전에 만들 어진 배로 추정되는 난파선이 있었으며, 난파선 안에는 청동과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 가구, 항아리 등과 같은 유 물이 잔뜩 실려 있었다. 유물 가운데는 무슨 물건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장치가 하나 있었는데, 지름이 약 14cm 이고 나무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금속은 녹슬었지만 분명 금속이었다! 이 장치에는 서로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달려 있었다. 사람들은 이 장치의 기능을 알아내 기 위해 여러 기술을 사용했다. 특히 기 술이 점점 발전하자 여러 교수들이 신 기술을 사용해 장치의 기능에 대한 여 러 이론을 제시했다. 이후, 컴퓨터 단층 촬영, 엑스레이 촬영, 사진 촬영, 숫자 세기용 톱니바퀴 등으로 얻어진 정보를 토대로 공통된 의견이 만들어지기 시작 했다. 이 장치는 옆면에 달린 손잡이를 움 직여 작동시킬 수 있었다. 즉, 손잡이를 돌리면 톱니바퀴가 돌아가며 기계 앞면 에 태양, 달, 행성 등의 위치와 달의 변 화가 나타났다. 또한, 기계 뒷면에는 일

안티키테라 기계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컴퓨터다. 기원전 100년경에 만들어졌으 며, 시계와 비슷한 기계장치가 사용돼 태양, 달, 행성, 별 등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

식과 월식이 발생할 날짜가 나타났다.

었다.

17


1장

메카의 방향을 알아야 했던 이슬람교 신자들

그러나 아시리아에 관한 이야기에서 보았듯이

은 아스트롤라베를 사용해 메카의 방향을 찾았

하루를 일정 간격으로 나누는 것은 태양의 움직

다. 아스트롤라베는 컴퓨팅 장치라기보다는 측

임을 관찰할 때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정 보조 장치로 생각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그러

다. 해시계나 물시계를 사용해 시간을 아는 일을

나 그 안에 미리 저장된 정보를 사용해 사용자가

컴퓨팅이라고 분류하기는 쉽지 않다.

좀 더 빨리 원하는 답을 알 수 있도록 한다는 점

그러나 탈진기escapement를 사용하고, 태엽이나

에서는 인류 최초의 컴퓨터라 불리는 안티키테

시계추에 의해 움직이며, 움직임을 시간으로 표

라 기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시하는 기계식 시계의 복잡한 구조를 고려하면

측정 장치와 컴퓨팅 장치의 중간이라고 볼 수

컴퓨팅 장치와의 차이가 불분명하다. 사실상 이

있는 또 다른 천문학 기계로 다름 아닌 시계가 있

런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관찰해 시간을 알려주

다. 어쩌면 여러분은 시계가 왜 하늘의 움직임을

기보다는 시간을 계산한다. 만약 시간을 계산하

관찰하는 천문학 기계인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지 않았다면, 시계가 늦게 가거나 빨리 갔을 것

아스트롤라베 아스트롤라베는 속이 얕은 접시와 그 속에 들어가는 여러 장의 원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원판에는 지구 상의 특정한 지점에서 바라본 하늘의 모양이 평면에 투영된 형태로 새겨져 있다. 동그란 장치의 가장자리 에는 장치를 정확히 조정하는 데 필요한 각도나 시간 이 새겨져 있다. 각 원판은 사용자가 있는 위도에 대응 한다. 원판 위에는 정교한 모양의 구멍 뚫린 바퀴가 놓 여 있다. 바퀴 위에는 좀 더 작은 원이 있는데, 바퀴가 회전함에 따라 특정한 시간에 볼 수 있는 하늘이 나타 난다. 몇몇 아스트롤라베에는 기다란 시곗바늘처럼 생 긴 막대가 달려서 사용자의 관찰을 돕는다. 장치 위쪽에는 장치가 수직으로 드리워질 수 있도 록 끈이 달려 있다. 사용자가 기다란 막대를 해(별)와 일직선으로 놓고 장치 뒷면의 눈금을 기준으로 고도

아스트롤라베는 별을 올려다본 각을 측정할 때 사용한 항해 장치이

를 확인해 낮(밤)의 시간을 알 수 있다. 또한, 해 뜨는

되었다.

시간과 하루의 길이도 알 수 있으며, 별의 높이를 관 측한 결과로 사용자가 있는 곳의 위도도 알 수 있다.

18

다. 10세기경 처음 등장한 이후, 전 세계에 퍼지며 선원의 필수품이


컴퓨팅 장치의 시작

시계의 모양과 크기는 다양하다. 12 세기 경 알 자자리가 발명한 ‘코끼리 시계’는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하는 시계로 시간을 계산 하는 여러 기발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손꼽 힌다.

이다. 시간을 계산한 최초의 기계식 시계는 8세

으로 나누었는데, 계절에 따라 낮과 밤의 길이가

기경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유럽에서는 13세

달라지므로 6등분된 시간의 길이 역시 달라진다.

기 말 무렵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많은 교회

그러나 일본 에도시대(1603~1868년) 동안 서양 공

건물에 탈진기가 사용된 기계식 시계가 설치되

학 기술을 사용해 때때로 달라지는 일본 시간의

었다.

길이를 다루는 방법을 찾아 일정한 시간으로 움

시간의 길이가 언제나 일정했던 것은 아니었 으므로 시계 기술은 이를 반영해야 했다. 전통적

직이는 매우 아름답고 정확한 시계들이 만들어 졌다.

인 일본 시간 체계에서는 낮과 밤을 각각 6등분 19


1장

면을 움직이는 장치를 조금 조절해야 했다. 이는 계절에 따라 바뀌는 시간 간격에 시계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였 다. 유럽 르네상스 시절에 일정한 속 도로 동작하는 유럽 기계식 시계가 일 본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1873년 일본 의 전통 시간 측정 체계는 사라졌다.

더하기

해, 달, 별과 같은 천체의 움직임을 예 측하는 장치는 확실히 쓸모는 있었으 나 물건을 사고팔며 먹고사는 보통 사 람에게는 큰 효용이 없었다. 이들이 마주하는 문제는 일상적이고 재미없 었지만, 삶에서는 매우 중요했다. 말 이 먹는 잠두콩 한 자루를 4펜스에 살 수 있다고 하자. 마른 완두콩 한 자루 는 3펜스에 살 수 있다. 완두콩은 선원 시계는 시간을 측정한다기보다는 계산한다. 시계의 혁신은 탈진기가 장 착된 솔즈베리 대성당의 시계에서 보듯 교회에서 시작되었다.

에게 비싼 값에 팔 수 있지만 일부가 썩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잠두콩은 먼 마을 에 가지고 가서 팔면 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

척시계pillar clocks에는 서양 시계처럼 동그란 앞면

지만, 가는 도중 하룻밤 여관에 머물러야 해 추가

이 없었다. 대신 시간이 흐르면 위치가 바뀌는 추

비용이 든다. 자, 12펜스가 있다면 어떤 콩을 얼

가 있었다. 추는 시간을 표시하는 점을 지나가

마나 사는 게 좋을까?

20

는데, 점은 계절이나 밤낮에 따라 조정할 수 있

이런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그리 어렵지 않게

었다. 시계가 다 감기면 추는 원래 위치로 돌아

풀 수 있는 간단한 계산 문제이다. 그러나 이런

갔다.

간단함은 대수학과 숫자 모두에 대해 수 세기에

일본에는 앞면이 동그란 시계도 있었다. 도쿄

걸쳐 발전한 효율적인 표기법이 있었기에 가능

세이코 박물관이 소장한 시계로, 보통 시계처럼

하다. 사실 옛날에는 표기법이 그리 효율적이지

앞면은 동그랗지만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대신

못했다. 로마숫자를 사용해 계산하느라 고생했

시계 앞면이 움직이는 시계였다. 이 시계는 매일

을 로마 학생들을 생각하면 불쌍할 따름이다. 아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에 각각 한 번씩 시계 앞

마도 도형 문제가 훨씬 쉬웠을 것이다.


컴퓨팅 장치의 시작

로마숫자 로마숫자 CXLVII와 LXXXIX를 오늘날 사용하는 십진수로 바꾸지 않고서 어떻게 더할 수 있을까? 계산판을 사용하면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로마숫자의 덧셈이 어려운 이유는 40이나 9와 같은 숫자에 뺄 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로마숫자 XL은 L - X = 50 - 10으로 40이며, IX는 X - I = 10 - 1로 9다). 지금부터 덧 셈을 해보자. 첫째, 두 숫자에 대해 로마 계산판 대신 칸의 개수가 세 개인 표를 각각 그린다. 이때, 한 칸은 뺄셈용 이다. 둘째, 로마 계산판 위에서 사용했을 돌이나 동전 대신 표에 점을 찍어 두 숫자를 나타낸다.

CXLVII 단위 숫자

뺄값

LXXXIX

• •

C L

단위 숫자

빼기 전의 값

I

• ••••

L X

• ••

V

빼기 전의 값

C

+

X

뺄값

V I

셋째, 두 표의 점들을 합한다. 마지막으로, 점들을 서로 지우거나 옮겨 정답을 구한다. 이때, 50을 나타내는 L이 두 개이므로, L의 두 점을 지우고 100을 나타내는 C에 점 하나를 더한다. 단위 숫자

뺄값

C L X

V I

단위 숫자

빼기 전의 값

• •• •••• • ••

C

=

뺄값

빼기 전의 값

••

L X V I

••• • •

이런 계산법은 여러 단위(갤런, 파인트, 온스, 파운드, 실링, 펜스)의 값이 뒤섞인 계산을 할 때 상당히 오랫동안 사 용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중세 시대에 들어 로마숫자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을 때까지 정부나 기업에서 계산판이 사용되었다.

인류 최초의 계산 장치는 일종의 숫자 세기

래되고 널리 퍼진 것을 하나 고르라면 많은 사람

도구로, 상인 등은 이들을 사용해 중간 계산 결

들이 주판을 꼽을 것이다. 주판은 덧셈, 뺄셈, 곱

과를 계속 표시하며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셈, 나눗셈 모두를 할 수 있는 간단한 숫자 세기

손쉽게 할 수 있었다. 이런 도구 가운데 가장 오

도구다. 최초의 주판은 기원전 2700~2300년경 21


1장

에 바빌론에서 발명되었다. 또한, 이와는 별개

호를 사용하되 자리에 따라 크기가 지수 제곱으

로 기원전 1200년 이전에 중국에서도 주판이 발

로 증가하는 자릿수 개념과 빈 자리를 나타내기

명돼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여전

위해 특별히 0을 사용하는 방법을 십진수 표기

히 주판을 사용한다. 주판은 단순히 사용자가 중

에 적용한 생각은 위대한 이슬람 수학자이자 천

간 계산 결과를 잊지 않게 도와주는 도구이므로

문학자인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와 떼

특별한 기호나 알고리즘과는 상관이 없다. 오늘

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알 콰리즈미는 『완성과 균형에

날의 주판 사용법 또한 덧셈이나 곱셈 알고리즘

의한 계산 개론』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대수학’이

을 단순히 주판알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방식이

라는 용어는 이 책의 제목에서 유래했다).

비논리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꽤나 시대에 뒤떨

간단한 표기법이 새롭게 나타나면, 곧 좀 더 간

어졌다 마치 XIV와 IV을 곱할 때 로마 사람들의

단한 계산 기술이 뒤따라 만들어져 다양한 방식

방식을 사용하는 대신 두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

으로 사용되며 세상 모든 곳에 퍼졌다. 간단한 표

14와 4로 바꾸고 오늘날의 곱셈법(14×4=56)으로

기법과 계산 기술이 많이 쓰이면 쓰일수록 엄청

답을 구하는 것과 같다. 더 복잡한 산술연산 장치

난 양의 숫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필요가

는 더 정교한 기호가 나온 후에야 등장한다. 십

더욱 많아졌다. 이를 위해 계산을 도와줄 새로운

진수 표기는 6세기 말 인도에서 발명돼 수 세기

발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후 이슬람을 통해 유럽에 전해진 듯하다. 같은 기

무려 4500년 전에 바빌론에서 발명된 주판은 인류 최초의 계산 장치이다.

22


컴퓨팅 장치의 시작

알 콰리즈미는 숫자 0과 대수학을 발명했다. 0과 대수 학 덕분에 인류는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9 = 09 10×9 = 90 2×9 = 18

9×9 = 81

3×9 = 27

8×9 = 72

4×9 = 36

7×9 = 63

5×9 = 45

6×9 = 54

또한 숫자를 제곱했을 때, 복잡하지 만 훨씬 놀라운 규칙이 나타나기도 한다.

112 = 121 122 = 144 와 212 = 441 132 = 169 와 312 = 961

보통 사람들은 숫자를 그리 좋아하 지 않는다. 특히 큰 숫자 곱하기를 배 우는 일은 매우 힘들고 하기 싫은 일 디지털 학교

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힘들게 외웠던 구구

십진수 체계가 발전하며 수많은 학생들은 기계

단을 사용해 곱하는 것이다. 즉, 두 수 가운데 두

적으로 구구단을 외우거나, 큰 숫자끼리 서로 곱

번째 숫자의 첫째 자리 숫자를 첫 번째 숫자의 첫

하고, 심지어는 너무 어려워 두렵기까지 한 큰 숫

째 자리 숫자와 곱하고, 다음으로 둘째 자리 숫

자들의 나눗셈까지 해야 했다. 만약, 사람의 손

자, 셋째 자리 숫자 이렇게 계속 곱한다. 다음으

가락이 하나뿐이었다면 이런 불가능한 일들은

로 자리 올림을 기억하고 두 번째 숫자의 둘째 자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진수 체계는

리 숫자를 똑같은 방식으로 첫 번째 숫자와 곱셈

십진수 체계처럼 흥미나 매력이 없다. 어떤 학생

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곱셈하면 큰 숫

들은 십진수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규칙 찾기를

자 곱하기를 할 수 있으며, 이를 알고리즘이라 한

좋아한다. 예를 들어, 구구단의 9단을 거꾸로 쓰

다. 즉, 알고리즘은 계산을 하거나 문제를 풀기

면 다음과 같이 재미난 규칙이 나타난다.

위한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23


1장

빌헬름 시카르트의 계 산기는 덧셈, 뺄셈, 곱 셈, 나눗셈 등 사칙연 산에 사용되었다. 이 계산기는 여러 면에서 훗날 뒤이어 나온 수 많은 계산기와도 비교 할 만했다.

다른 알고리즘도 있다. 예를 들어, 곱셈은 곱

가지 공로를 세워 ‘영리한 사람’이라는 칭호를 얻

해지는 수만큼 반복해 더하는 것이므로, 첫 번째

었다. 첫 번째로 그는 곱셈할 때 쓸 수 있는 네이

덧셈을 한 뒤 1을 기록하고, 두 번째 덧셈을 한

피어 계산막대Napier’s bones를 만들었다. 곱셈표에 기

뒤 2를 기록한다. 이런 과정을 곱해지는 수만큼

반을 둔 네이피어 계산막대는 학교에서 배우는

반복하면 곱셈을 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큰

곱셈을 좀 더 간단한 과정으로 바꾸어준다.이 계

수의 나눗셈은 솔직히 말해 완전히 속임수다. 연

산막대 덕분에 계산 과정이 매우 간단해져 정확

속해 뺄셈을 하지만 결국 몇 번을 뺄 수 있을지

도가 크게 높아졌다. 그런데 이 계산막대는 사

추측해야 하므로 좀처럼 알고리즘으로 만들기

실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네이피어가 최초

어렵다.

로 발명한 것은 아니다. 네이피어가 사용한 방법

이처럼 교실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십진

은 12세기경 인도에서 발명된 이후 수세기에 걸

수 계산을 도와줄 알고리즘의 발명이 필요했음을

쳐 유럽으로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네이

알 수 있다. 일단 간단한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면

피어의 두 번째 발명인 ‘로그’는 확실히 네이피어

다음 문제는 정확도를 높이는 일이다. 즉, 복잡한

가 발명한 것으로, 단순화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계산의 정확도를 높이는 발명이 필요해진다.

차원의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커다란 발전이

존 네이피어는 산술연산을 간단하게 만든 두 24

었다.


컴퓨팅 장치의 시작

머키스턴의 8대 영주였던 존 네이피어는 천문학자이자 수학자로, 로그를 발명해 계산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에든버러 머키스턴의 8대 영주였던 존 네이피 어는 스코틀랜드의 귀족으로 1550년에 태어났

피어 계산막대는 그의 유골bones과는 아무런 관련 도 없다.

다. 네이피어가 태어났을 때 그의 아 버지는 겨우 17세였지만, 메리 여왕 이 다스리던 당시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존 네이피어는 1617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가 묻힌 곳이 세 인트 자일스 대성당의 가족 납골당이 라는 설과 세인트 커스버트 교회라는 좀 더 믿을 만한 설이 있다. 두 곳 모 두 에든버러에 있는데, 참고로 네이

네이피어 계산막대는 곱셈에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막대 로 이루어진 계산기다.

25


1장

CHAPTER 1

a

6×738 WHAT IS 6 은? × 738?

7

1 2

1

3

2

4

2

5 6

3

0

9

6

4

1

0 4

8 2

9

6

1

6

6 4

2

4

2+1

8+4

8

4

3

12

8

4

3+1

2

8

4

4

2

8

8

5

2

3

2

5

2

5

3

1

4

4

2

5

8

2

1

3

6

9

8

7

1 6

1

4

8

0 4

t t a s f l ‘ t y i

4 7

7

2

Napier’s bones are a set of rods containing the multiplication tables from 0 to 9, squared off for each multiplier, with 네이피어 계산막대는 0부터 9까지의 곱셈막대 the units in the lower right separated from 로 이루어져 각 숫자별 곱셈placed 결과 the tens있다. in the upper 막대에는 left. When adjacent to오른쪽 each 아래와 other, 왼쪽 the 위에는 numbers in 가 쓰여 있는데, 각각 the triangles drawn on the rods, or bones, 일의 자릿값과 십의 자릿값이 쓰여 있다. 곱셈을 can be read off in pairs along the diagonal (그림에서any 738)carries 의 각 숫자 서 하려면 and곱할 then값added; can 막대를 go across

of numbers had the same effect as multiplication: 22 × 23 is 4 × 8, or 32, which can also be written as수22+3 . Multiplication 계산막대를 사용해 쉽게 할 있다) . can be turned into addition if numbers 밑이 as 같은 거듭제곱에서 지수를 can네이피어는 be represented powers of the same base. In거듭제곱끼리 1615, Henry 곱셈한 Briggs,것과 the 결과가 Savilian같다 더하면 Professor of Geometry at Oxford, visited 2 는 사실도 알았다. 예를 들어, 2 ×23은 4×8 혹 John Napier in Scotland and they agreed 2+3 과 같다.method 결국 두 using 값을 밑이 은 32로 that the 2logarithm base같은 10 거

and then 때, the각answer arrived at. 안의 (You 로 붙여놓았을 막대에 is 그려진 삼각형 can do long-multiplication too using his 숫자들을 같은 줄에서 대각선을 기준으로 나누 bones, though this is not illustrated in the 어 주고, 각 나눔별로 diagram above.) 서로 더한다. 더할 때 올림 Napier adding the powers 이 발생하면 올림saw 값을that 왼쪽으로 넘겨준다. 이런

(log 10 = 1) should a standard; 듭제곱으로 각각 쓸be수adopted 있다면as곱셈을 덧셈으로 and it then fell to Briggs to begin the 바꿀 수 있다. 1615년, 옥스퍼드 대학교 기하학 tedious and complex job of computing 교수였던 헨리 브리그스는 있었던 the logarithms of actual 스코틀랜드에 numbers. This was done by finding square using10을 an 밑 존 네이피어를 방문했다. 두 roots 사람 모두

방식으로 곱셈 결과를 구할 수 있다(이 책에서 예제 24

으로 하는 로그법(log 10 = 1)을 표준으로 정해야

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좀 더 큰 수의 곱셈도 네이피어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실제 로그 값을 계산하

26


컴퓨팅 장치의 시작

는 지겹고도 복잡한 일은 헨리 브리그스 교수가

이 로그 눈금일 때, 읽은 결과는 덧셈 결과가 아

맡아 진행했다. 이 작업은 바빌론 시대 이후부터

닌 곱셈 결과다. 계산자는 1970년대 적당한 가격

알려진 알고리즘을 사용해 진행되었다.

의 전자계산기가 시장에 나올 때까지 수 세기 동

로그의 발명은 곧 계산 속도를 높여주는 도구 인 계산자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계산자는 움직

안 사용되었다. 다음에 이야기할 파스칼 계산기 또한 비슷했다.

이는 자를 눈금에 맞춰 밀거나 당겨 두 수의 덧셈 이나 뺄셈을 할 수 있다. 눈금이 로그 눈금이라

파스칼 계산기

면, 덧셈은 지수의 덧셈을 나타낸다. 지수는 변

블레즈 파스칼의 아버지는 절대왕정 시대 프랑

수(혹은 미지수)가 몇 번 곱해졌는지 나타내는 것

스에서 세무 공무원이었다. 열정이 넘치던 10대

으로 예를 들어. 변수 x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쓸

소년 파스칼은 아버지가 일로 해야 했던 엄청난

수 있다. x

2(x×x)

혹은 x

3(x×x×x)

. 계산자의 눈금

계산량에 관심을 가졌다. 수많은 덧셈과 뺄셈을

계산자 계산자에는 눈금과 함께 여러 숫자가 새겨져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수가 커질수록 숫자들이 모여 있다. 이는 네이 피어가 생각한 형태인데, 출발점에서 멀어질수록 움직인 길이가 숫자의 증가에 비해 작아진다. 움직이는 자에도 비슷한 눈금이 있다. 곱셈을 하려면 첫 번째 곱할 숫자, 예를 들어 21.5를 고정자에서 찾아 움직이는 자의 눈금 1 이 그 아래에 오도록 자를 움직인다. 다음으로 두 번째 곱할 숫자가 4.45라면 움직이는 자에서 4.45를 찾는다. 고 정된 자에서 4.45와 맞닿아 있는 숫자가 곱셈 결과이다. 요즈음 계산자에는 정확한 결과(95.675)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커서가 달려 있다. 계산자 하나를 사용해 소수점 이하 여러 자리까지 매우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러므로 정확한 계산을 하려면 계산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한 후에 결과를 합쳐야 한다. 움직이는 자의 눈금 1 이

곱셈 값을 계산하기 위해 움직이

고정자의 눈금 21.5 아래

는 자의 눈금 4.45와 맞닿아 있

에 오도록 움직인다.

는 고정자 위의 숫자를 읽는다.

27


1장

자동으로 계산하려면 계산기가 있어야 했다. 1642년 파스칼은 작업을 시작했다. 숫자판 이 달린 파스칼 계산기는 전자계산기가 나올 때까지 줄곧 여러 계산기의 기본 모델로 여 겨졌을 만큼 기발하고 효과적이었으나 상업 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파스칼과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독일의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 이프니츠는 파스칼 계산기를 소문으로 들었 다. 라이프니츠의 계산기가 사칙연산이 가능 했던 점으로 미루어볼 때 라이프니츠는 파스 칼보다 큰 목적을 가지고 계산기를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대량생산 기계장치가 오늘 날처럼 발전하지 못했던 때였으므로 두 발명 모두 높은 제작 비용과 정확한 제작 기술의 부족으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파스칼 계산기에는 0부터 9까지의 숫자를 보여주는 바퀴가 달려 있었다. 즉, 계산기에 값을 넣으려면 바퀴에 달린 작은 막대로 바 퀴를 돌려 원하는 숫자가 작은 창에 나타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레즈 파스칼을 수학자이자 신학자로만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계산 기술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도록 했다.

파스칼 계산기에는 옆 바퀴로 1을 넘겨 올림을 나타낼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이 기능은 모든 계산기의 필수 기능이다.

28


컴퓨팅 장치의 시작

두 번째 숫자를 더하려면 다시 바퀴를 돌려 더

시차는 간단한 계산으로 그리니치 자오선과의

할 숫자가 작은 창에 나타나도록 했다. 이 계산기

거리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정확한 시계는 구

는 두 수를 더할 때 생길 수 있는 올림을 처리하

하기도 어렵고 값도 매우 비쌌기 때문에 이 계산

는 뛰어난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바퀴가 한 바퀴

법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존 해리슨이 30여 년

를 돌면 다음 자릿수의 바퀴가 한 칸 움직이는 방

에 걸쳐 원거리 항해용 시계를 발명한 후에도 여

식이었다. 덧셈의 올림을 처리할 수 있는 이 기능

전히 어려웠다. 둘째, 달을 관측해 계산하는 방

은 가산기의 필수 기능으로, 자동차 주행 기록계

법으로, 바다에서 정확히만 관측하면 믿을 만한

나 미식축구 입장객의 숫자를 세는 회전식 개찰

시계 없이도 경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러

구와 같이 숫자를 세는 기계 등에서도 비슷한 기

나 달 관측 정보에서 경도를 계산하려면 어마어

능을 찾아볼 수 있다.

마한 양의 계산이 필요했다. 계산이 틀릴 위험은 둘째로 치더라도, 선장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하루

항해에 필요한 계산

에 몇 시간씩 선실에 틀어박혀 계산만 할 수는 없

이런 발명품은 계산기가 필요했던 일반인보다는

으니 두 번째 방법은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부자를 위한 신기한 장난감처럼 보인다. 대부분

무언가 좀 더 간단한 방법이 필요했다.

의 사람들은 여전히 연필과 종이로 직접 계산했 다. 게다가 계산량도 많았다. 기업과 정 부의 사무원들은 장부를 작성하고 수많 은 숫자를 더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도 점점 복잡한 계산들을 다 루어야 했다. 아마도 가장 극단적인 예는 항해 중에 경도를 계산하는 문제였을 것 이다. 처음 출발한 장소에서 동쪽이나 서 쪽으로 얼마나 항해했는지 알기 위한 여 러 방법이 있었는데 다음 두 가지 방법이 가장 대표적이다. 첫째, 가장 쉬운 방법 으로, 해를 관측해 정오가 되었을 때 그 리니치 자오선 기준 시계인 크로노미터 의 시간과 비교하는 것이다. 이렇게 얻은

존 해리슨은 항해하는 동안 경도를 정확히 계산해낸 첫 번째 사람이었다. 그는 경도를 계산할 때 필요한 시차를 측정하기 위해 원거리 항해용 크로노미터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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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메리 에드워즈 메리 에드워즈는 계산 전문가였다. 1773년, 성공회 부목사였던 남편 존 에드워즈에게 항해력(해상연감) 제작에 필요한 계산 업무가 주어졌다. 교구 신도들을 돌보는 일 외에도 화학물질을 만들고 망원경을 제작하는 일로 바빴 던 존은 로그 값을 찾아 서로 더하고 천문학 자료를 확인하며 새로운 값을 기록하는 일은 영 하고 싶지 않았다. 메 리 크로켄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표의 한 칸을 채우기 위해 계산 전문가는 12번에 걸쳐 표를 살펴보며 7~8자리 의 60진수 숫자들을 14번 연산해야 했다고 한다. 이런 지루한 작업은 메리의 몫이었다. 그녀는 모든 계산을 빠르 고 정확하게 해냈다.

1784년 비소 과다 흡입으로 남편이 죽자 그녀는 직접 항해력 업무를 맡아 계산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맡은 계 산뿐만 아니라 다른 계산 전문가의 계산 결과까지 확인하며 1811년까지 계속 일했다. 또한 이후에도 1815년 9 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간간히 항해력 계산 업무를 맡아 처리했다. 그녀가 이처럼 오랫동안 일했던 이유는 재미있 어서라기보다는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녀에게는 자식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 엘리자 에드워즈는 엄 마의 뒤를 이어 항해력 계산 전문가가 되었다.

이에 영국 경도위원회는 왕실 천 문학자인 네빌 마스켈린의 지휘 아 래 1767년 최초로 항해력을 만들었 다. 항해력에는 천문 측정 결과를 위치 정보로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미리 계산한 값이 표로 정리돼 들 어 있었다. 매년 새로운 표가 만들 어졌고, 위원회는 계산 전문가를 고 용해 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계산을 했다. 값을 미리 계산해 적어놓은 표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오랫동 안 사용되었다. 독자 여러분은 학 창 시절 수학 관련 표들이 들어 있 는 작은 책을 가지고 다녔을 것이 다. 로그, 삼각함수, 통계함수의 결 과를 미리 계산해 적어놓은 표가 들 어 있는 책 말이다. 모든 표는 누군 30

그림에는 로그 값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여러 도구들이 그려져 있다. 이런 도구들 없이 로그 값을 손으로 계산한다면 매우 지루할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린다.


같이 읽으면 좋은 한빛미디어의 책들

해커, 광기의 랩소디 : 세상을 바꾼 컴퓨터 혁명의 영웅들 스티븐 레비 지음 | 박재호 옮김

해커와 화가 폴 그레이엄 지음 | 임백준 옮김

긱 아틀라스 : 과학과 기술의 발상지 129곳 존 그레이엄-커밍 지음 | 윤진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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