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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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마동 草馬洞 권영민 ㅣ 이경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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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곳곳 프로젝트 여기저기 출판사는 서울에 곳곳에 숨어 있는 10개의 동네를 선정했다. 신중을 기울인 끝에 선별된 이들 동네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장소와 오래된 역사를 가진 장소를 한데 어우르고자 하였다. 때로는 엉뚱하고, 고급스럽거나, 소박하기도 하지만 이 안내 책자에 등장하는 다양 한 장소들은 늘 흥미 진진하며, 무엇보다도 그 도시만의 얼과 혼을 담고 있는 곳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주기를 감안했을 때, 취재가 진행되는 시점과 안내책자가 출판되는 시점 사 이에 기존에 소개된 장소가 문을 닫기도 하고, 새로운 장소가 나타날 수도 있음을 미리 안내 하는 바이다. 이러한 변동 사항들은 독자들이 스스로 고쳐 나가면서 책자에 반영하면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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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말을 타는 듯 통통 튀는 전개 -익명작가의 인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익명눈을 끄는 목차가 내용을 궁금하게 한다. - A.J 책속의 사진 속에서 초마동의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다. - C. Ronaldo 이미지와 텍스트 기막힌 조화!!! - 폴 버튼 초마동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를 재미있게 표현 - 토니 초마동... 간결한 문체가 돋보이는 담백한 여행기 -익명초마동의 마약인 초마토스트! 그 맛을 간직한 책 - 삼정섭 작가의 삶의 조각에 낭만이 담겨져 있다. -꽁뒤목차에서 제목들이 끌려 흥미를 가지게 된다.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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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이양승

이양승 씨는 태어난 장소와 부모님 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가 기억하 는 어린 시절은 어두운 방에서 자랐 던 기억과 이상한 사람들이 그에게 밥을 주고 자라게 했던 기억뿐이다. 지하방에서 그에게 주어진 것은 여 러가지 잡지책이였다. 그는 잡지를 보며 혼자 독학으로 서커스를 배우 게 되었고, 일주일마다 한번씩 밖을 나가 지하방에서 보던 어두운 모습과 다른 밝 은 서울의 모습을 보게된다. 어색한 서울 모습속에서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살고 자하는 마음이 커졌다. 어릴적부터 노예처럼 살아온 그는 결국 이러한 생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이태원을 벗어나게 된다. 이태원을 떠나 서울의 여러 곳을 방 황하던 이양승 씨는 점점 사람들이 무서워 졌고 어디론가 다시 어디론가 숨고 싶 어졌다. 그러던 중 이 지역사람들이 무언가 음침하고 무언가를 숨기려하며 서로 신경을 잘 쓰지 않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와 같은 모습의 그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줄거 같은 이 마을에 그는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그리하여 이 지역에 무 언가 그를 이끄는 힘에 의해 머물게 되는데. 그 지역이 바로 초마동이다. 이양승씨 가 초마동에 머물면서 겪었던 여러가지 경험과 진실들이 이 책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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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제 인생은 어느 누구의 삶보다 굴곡도 크고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어 느 누구보다 영화같은 인생을 살았지만 그러한 인생을 살았던 저는 정작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제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저는 어릴때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기억 또한 기억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기억하는 한가지는 어두운 공간안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기억뿐입니다. 저는 청소년기 이후에 처음으로 밖을 나가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본 서울의 처음 모습은 지하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밝고 복잡한 환경에서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 는 모습이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하방에서 나와 걷던 중 서커스장에 들어가 게 된다. 그때 서커스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이후 일주일에 한번씩 나갈때마다 서 커스일을 하게 되었고 아무것도 모른채 저는 이태원 쇼 클럽에서 노예와 같은 삶 을 살게 됩니다. 사람들은 저를 무시하였고 돈을 받지 못하고 일을 하는 경우가 허 다 하였습니다. 결국 저는 이태원을 떠나게 되었고 말과 눈을 잃은 것처럼 사람과 말하지 않았고 눈을 마주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떠돌면서 저는 어느 지역에 이 끌리듯이 빨려 들어오게 됩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모두들 저와 같은 사연들을 가 진듯 눈을 피하였고 서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모습에 이끌려 이지역에 머물게 되었고 머물면서 하나 둘 이 지역과 저와 관련된 이상한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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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야기 남들과 다른 삶을 살면서 현재 노인이 된 그가 서울의 한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과 거의 기억조각 하나하나를 찾아가는 형식으로 서술되고 있다. 과거의 기억들은 이 동네가 가지는 특징과 많이 닮아 있으며 일반 사람들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보는 시선 또한 특이한 점이 많다. 그가 태어난 공간과 과거의 기억을 가지 고 있는 물건 그리고 시간적 특징이 목차를 구성하고 있으며, 목차의 제목들은 그 의 삶의 이야기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억의 조각이며, 이 동네가 가지는 특 징과도 상당부분 연관된다. 동네를 설명하기 이전에 그가 이 동네를 오고나서 생 각한 이야기를 듣게되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알게된 사실을 설명하는 순서로 글 이 전개된다. 각 부분의 사진들은 그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이며 그 밑의 글들 또한 사진을 보고 든 생각을 서술한 것이다. 목차에 따라 그의 삶의 조각이 채워지듯 이 동네의 이야기 또한 조각조각 맞춰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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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수상한 반지하 15

지명과 역사

금요일에 만나요 20

음식과 놀이

어색함과 익숙함 30

사람들

네면의 벽 35

관습

고독한 아지트 40 통하는 옥상 45

건축과 사물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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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마동(草馬洞) 초마동은 조선시대에 중랑천이 인근에 있어 말에게 물도 먹 이고 강가 초원에서 훈련도 할 수 있는 마장으로서 최적의 지 형이였다. 좋은 말이 나오는 초원이라는 의미에서 이 지역의 동이름은 초마(草馬)동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서울의 최외곽 지역으로 외적의 침입이 많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용마산 밑에 동네 사람들은 모습을 숨기려는 행위나 어두운 공간을 만들어 그쪽으로 이동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 다. 중랑천의 말이 뛰어노는 모습과 산밑의 사람들의 어두운 모습은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말이 점점 없어짐에 따라 이 동네는 용마산 밑의 모습을 점점 띄게되는데...

초마동에 옛부터 내려오는 지도로 용마산과 함께 중랑천 주변에는 초원에서 말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 이 지도는 초마동 주민센터에 보관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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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반지하 태어난 이후의 기억은 거의 없고 유아기때 남아있는 기억은 계속 어두운 공간에서 나의 모습이다. 이 공간에서 먹고 자 고 움직였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내가 누구인 지 모른 채 내가 어떤 공간에 있는지 모른 채... 이후 내가 알 게된 것은 누군가가 나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있 는 곳은 한줄기 빛만이 밖의 공간에 대한 희망을 갖게 만드는 반지하에 있다는 것이다. 처음 이 동네에 오고 나서 여느 서 울 동네와 같은 곳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택가로 들 어가면 갈수록 초마동 사람들의 행동과 분위기가 내가 지금까 지 느껴왔던 서울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들의 모습은 내가 어 두운 공간에서 살아왔던 모습과 많이 닮아 보였다. 이 동네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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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마동 지명과 역사

역사

동네 오른편에 용마산이라는 큰 산이 위치한다. 용마산에는 아기장수 전설이 지명

전해지는데, 삼국시대에는 장사가 태어

조선시대에는 중랑천이 인근에 있어 말

나면 가족을 모두 역적으로 몰아 죽이

에게 물도 먹이고 강가의 초원에서 훈

는 때가 있었다고 한다. 백제와 고구려

련도 할 수 있는 마장으로서의 최적의

의 경계였던 이곳에서 장사가 될 재목

지형이기에 목장 겸 훈련하는 마장이었

의 아기가 태어났는데, 걱정하던 부모

다. 원래 천마리 중에 한 마리의 천리마

가 아기를 죽여 버렸으며 그 뒤 용마봉

가 나오는데 용마산과 함께 있어서 인

에서 용마가 나와 다른 곳으로 날아간

지 이 지역은 하늘을 날정도로 빠른 용

데서 용마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

마가 많이 나오는 지역이었다. 좋은 말

다. 이 이후로 산 아래 용마를 추모하는

이 나오는 초원이라는 의미에서 이 지

동상이 세워졌고 이 지역에 사는 사람

역의 동이름은 초마(草馬)동이다.

들이 아이를 가지면 동상에 제사를 지 내 아이의 건강과 미래를 기원했다. 이 동상은 현재까지 용마산 밑에 위치하고 있고 그 주변은 개발이 안 된 상태로 몇 안 되는 시골집이 있으며, 그 시골집 에 사시는 노인 분들은 아직까지 무엇 인가 기원할 일이 생기면 그 동상 앞에 서 제사를 지내는 관습이 있다.

초마동에서 많이 나온다는 천마의 모습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이 지역은 천 마리 중에 한 마리 나올까 말까하는 하 늘을 날정도로 빠르고 기센 말들의 모습을 조선시대 때 많 이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동네 곳곳마다 말이 흔적이 보인다.

용마산을 오르다 보면 드문드문 세워진 동상을 볼 수 있다. 이 동네 전설인 아기장수를 기리고 상징하기 위한 동상이 세워져있다. 아기장수와 나의 삶은 무언가 비슷해 보인다. 18 초마동


현재는 중랑천 쪽으로 주택이나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 있고 그 지역에 사는 사 람들과는 상반되게 산 아래 지역은 옛 모습을 많이 유지하고 있다. 조선시대 산 아래에 말 목장이 많았는데 용마가 태어나기를 바라는 목장 또한 그 동상 밑에서 제사를 지내는 관습이 아직까지 유지되어오고 있다. 많이 없어졌지 만 두 개의 목장만이 남아있으며, 옛날에 고구려랑 백제의 경계였기 때문에 위험 한 지역이었고 조선시대에도 동쪽에서 서울을 출입하는 큰 산이었기 때문에 사람 들이 많이 살지 않았다. 사는 사람들도 담을 쌓거나 덩굴을 만들어 집을 숨기려고 했는데 이 모습이 현재까지 유지되어 초마동에는 담과 함께 덩굴로 둘러싸인 집이 많다.

이 지역은 서울의 외곽 지역이었기 때문에 용마산 주변으 로 아직 성벽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담이나 덤굴로 둘러싸여 있던 집이 많이 보이는데, 역사적 지리적 맥락으로 과거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초마동이 가 지고 있는 모습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사 진은 과거의 외적의 침입을 막았던 용마산 외곽 담을 주변 으로 사람들의 산을 오르는 장면이다. 주택가에 위 사진 모 습이 덮여져 보인다. 내가 살 던 지하실도 무언가에 둘러싸 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친숙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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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산 밑쪽을 여행하다가 여러 학교가 모여 있는 것을 발 견했다. 이 지역의 전설을 기억하는 옛사람들은 용마산의 기운을 받아 용마 같은 아이들이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 에서 산 밑에 여러 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내가 자라왔던 주변모습은 과거 초마동 전설인 아기장수와 같은 어두운 환경이었다. 전설을 알게 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역사에 대한 들으면 들을수록 이 동네가 나에게 주는 과거에 대한 기억 또한 점점 강하게 만들고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학 교 앞에 애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유 또한 스산하고 무언 가를 숨기려는 이지역의 특징을 볼 수 있다. 혼자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과 과거의 전 설로 부터 학교를 지어 누군가를 키워내려는 사람들 반대 의 상황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 지역이 나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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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용마산 밑에 용마폭포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인공폭포로써 옛날에는 작은 폭포가 남아있어 폭포아래서 용마에 대해 기도를 하거나 제사를 지내는 등의 행위가 많이 일어나는 장소였다. 현대에 오면서 큰 인공폭포가 만들어지고 관광객들이 많이 오 면서 이런 의식이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까지 용마산 밑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관습 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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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만나요 어두운 공간에서 일주일마다 한 번씩 나와 서울 이태원을 아 무생각 없이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다 보면 배가고픈 나는 후 각에 의존하여 움직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금요일마다 열 리는 시장이었다. 시장에는 나의 코를 자극하는 많은 향들이 있었고 그중 빵집에서 나는 빵의 달콤한 향과 시장 특유의 시 큼한 향이 나의 코를 자극했었다. 그리고 시장에서 조금만 벗 어나면 아이들의 놀이터가 나왔고 그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놀 고 있었다. 그러나 잘 씻지도 잘 입지도 못하는 나는 놀이터 의 아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했었다. 너무나 놀고 싶었지만 함 께 놀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난다. 어느 추운 겨울이었다. 해는 중천에 떠있었지만 바닥에는 얼 마 전에 내린 듯한 눈이 녹지 않고 하얗게 남아 있는 날이었 다. 길을 가다 나의 코끝은 자극하는 향이 느껴졌다. 코끝을 자극하던 향을 따라가 보았다. 내 발걸음이 멈춰선 곳이 초마 동의 장이었다. 나의 코를 자극하던 어린 시절의 향과 놀고 싶던 놀이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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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만나요 25


초마동 놀이와 음식

어느 추운 겨울 새벽 세시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초마동의 어느 골목어기 좁은 공간에서 내리는 비 를 피해 날이 밝아 오기를 기다렸다. 순간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날이 밝아 있 었고 비는 눈으로 바뀌어 휘날리고 있었다. 눈오는 거리를 나서 조금씩 걷기 시작 하였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초마등은 원래 사람들이 많 이 다니지 않는 동네이기도 하다. 몇일을 굶어서 그런지 예민해진 나의 코를 자극 하는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목적지 없이 길을 다니지만 이번 만큼은 그 향의 끝이 나의 목적지인듯 나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향을 따라 가면서 어릴 때의 기억들 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어릴 때 시장에서 맡았던 향과 비슷한 향이라서 그런가 보다. 그 향을따라 가보니 초마동의 시장이 나왔다. 초마동의 시장에서는 어린 시 절 내가 갔던 시장과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었고 향또한 비슷한 향이 나고 있었다. 초마동의 시장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초마토스트이다. 나의 코를 자극하였던 그 향이 바로 이 향이었나보다. 초마토스트와 함께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놀지 못 했던 나의 아픈 추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향의 끝은 초마동의 시장이었다. 시장에도 사 람이 많지는 않은 것이 초마동 시장의 특징인 것일까?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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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초마동의 놀이

초마동은 강옆을 끼고 말들이 뛰어노는 초원이 많았다. 가을이 되면 초원에서 말 들과 함께 사람들은 축제를 즐겼는데, 이를 통해 말과 함께 한 몸이 되어 추운 겨 울까지 잘 버티려고 하였다. 말 굽에 줄을 매달아 양쪽으로 늘리고 두말씩 쌍이 되 어 십자가 형태의 줄 모양을 만든 뒤 사람들은 이 안에 들어간다. 말이 원을 따라 움직이면서 줄의 형태가 바뀌게 되고 사람들은 움직이는 줄을 피하게 되는 놀이이 다. 여기서 제일 먼저 탈락하고 꼴지가 된 사람은 축제날의 말과 관련된 모든 허드 렛일을 하게 된다. 십자가 놀이로 말과 함께 뛰어놀고 놀이 뒤에 먹고 마시며 말이 살찌는 계절과 어울려 말들도 건강해지는 날이 되었고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말들 의 건강을 점검하고 몸보신을 하는 목적의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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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초마동 사람들이 즐겨 만들어 먹는 초마 토스트

내가 어린 시절 시장에서 느꼈던 향을 초마토스트를 통해 다시 그 향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초마동의 사람들은 소박한 인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 을 보아도 소박함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초마동에서는 초마토스트라는 음식을 자주 해먹는다. 초마토스트는 말 그대로 토스트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토스 트만 보일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진한 치즈가 녹아있다. 단순함과 소박한 초마 동의 인심을 볼 수 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바나나와 상큼한 발사믹식 초소스를 더해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초마동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음식을 다음 페이지에서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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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마토스트 준비물 식빵, 페타 치즈(없는 경우 체다 치즈), 햄, 계란, 바나나, 꿀, 발사믹 식초, 카놀라유 요리 순서 1. 식빵의 가장자리부분을 자른 후 식빵을 눌러 준다. 2. 자른 식빵에 페타치즈를 올린 후 가장자리에 계란을 바른다. 3. 식빵 두장을 겹쳐 가장자리부분을 눌러 붙여 준다 4. 카놀라유를 후라이팬에 두른 후 식빵을 굽는다. 5. 소스는 발사믹 식초와 꿀을 1:1비율로 혼합하여 만든다. 6. 잘구워진 빵위에 바나나 조각을 올리고 소스를 뿌려 준다.

Tip 초마토스트의 포인트는 소스에 있다. 발사믹식초를 사용한 소스인데 발사믹식초는 시큼한 향이 강하다. 그러나 거기에 꿀을 첨가하면 향은 시큼하지만 먹었을 때 달 콤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반전이 있는 것이 소스의 특징이다. 초마동의 사람 들도 보기에는 어둡고 스산해 보이지만 그 뒤에 무언가 반전이 있다는 걸 반영하는 음식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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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함과 익숙함 어두운 공간에서 나와 보이는 모습은 서울의 복잡한 풍경과 그리고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였다. 내가 그동 안 살아왔던 어둡고 혼자 있었던 환경과는 완전히 달랐고 그 곳에서 벗어나 여러 동네를 지나다니다 보니 초마동에 오게 되었다. 이 동네는 서울에 있기는 하지만 기존서울에서 보던 사람, 풍경과 달리 내 과거의 모습을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스산하고 어두운 느낌의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점 더 나 의 과거의 기억조각을 찾게 되고 어색하지만 익숙한 이 동네 를 알게 된다.

용마산 근처 동네는 골목길에 사람이 잘 안 보인다. 보이는 사람들도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가고 있는데... 평소 서울 에서 보이는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이 동네 사람들을 따라 가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초마동 사람들 은 과거에 내가 느꼈던 사람들에 대한 모습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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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마동 사람들

신발굽 장인

옛날에 말이 많았던 지역으로 말굽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이 동네에는 익숙 한 소리였다. 지금에서는 많이 없어졌지만 그 소리를 못 잊는 산 아래 사람들은 그 소리를 이 동네에 간직하고 싶어서 운동화, 샌들, 장화 등등에 굽을 달아 초마동에 말발굽 소리가 간직되도록 장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평소에 일상적으로 살 아가고 주말이나 저녁에 장터로 나가서 사람들의 굽을 갈아주고 옛이야기를 전하 며 소리를 같이 이어나가자는 이야기를 전파하지만 현대로 오면서 점점 그들의 이 야기는 묻혀가고 있다.

용마산 밑에서 사시는 신발굽 장인 이모씨의 모습이다. 용마산 밑에서 지내시다가 주말마다 시장으로 나가서 신발굽을 고 쳐주는 일을 하고 계신다. 아저씨에게 요즘 이야기를 들었는데, 현대사람들은 옛소리를 간직하려는 의식이 사라져 가고 있 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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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틈에서 쉬려고 하는 사람들

건물사이에 좁은 틈, 지하실로 내려가는 공간, 건물에서 돌출된 부분 밑 등등 어두 운 공간에서 사람들이 쉬거나 잠을 자거나 하는 모습이 초마동에는 많이 보인다. 그 이유는 예부터 이 지역은 전쟁과 다툼의 중간지역이었기 때문에 담을 올린다거 나 덩굴로 숨으려는 행위들이 많이 있는데, 이와 더불어 어두운 틈이나 공간에 숨 으려는 사람들의 특징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서울의 최외각 지역으로 전쟁이 많이 일어났으며 외적의 침입 또한 매우 많았다. 초마동에 공간마 다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건물사이사이나 건물 밑 공간을 위주로 하여 어두운 공간에서 사 람들의 쉼의 행위가 일어나는 모 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를 보 고 배웠는지 동물들까지도 더 좁 은 틈을 찾아 신을 모습을 감추려 는 모습이 나타난다.

틈사이 공간은 어두운 공간으로 일반사람들은 답답하고 무서워 보이겠지만, 나는 이 공간이 편해 보이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었다. 이 공간에 들어가면 초마동 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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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의 달인

초마동은 발전한 동네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요즘 그 흔하다는 아파트 하나 제대로 발견하기 힘든 동네이다. 집들도 모두 3층 이상의 집들을 보기 힘들다. 이 러한 동네이다 보니 길목들도 좁고 차가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장소가 많다. 하지 만 그러한 좁은 길목으로 차들이 심심치 않게 다니고 이미 주차되어 있는 차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이삿짐을 하는 이 모 씨는 그 좁은 길을 직업특성상 어 쩔 수 없이 왔다 갔다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초마동 이곳저곳을 누비게 되었고 좁디좁은 골목길을 여러 번 다니다 보니 주차와 운전의 달인이 되었다. 차가 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정도의 좁을 길도 이 모 씨의 솜씨라면 충분히 이삿짐을 옮 겨 주리라 믿는다.

좁은골목길의 좁은 주차구역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주차구역 을 찾아 살아가는 모습을 초마동 곳곳에 볼 수 있다. 자동차 까지 틈으로 숨기려는 모습에도 초마동 의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된다.

Tip 초마동을 돌아다니다 보면 평소 보던 모습과 다른 풍경과 소리를 느낄 수 있다.신 발굽장인이나 좁은 틈에서 쉬는 사람 엄청 좁은 틈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그들에 게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물어보면 초마동을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것과 더 불어 다른 여러 모습의 이유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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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박영석

초마동에서는 용마의 기운을 받으러 산을 자주 오른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한 아 이를 위해 산을 매일 오르던 어머니가 있다. 그 어머니의 기도 덕분인지 아이는 또 래 아이들과 비슷하게 자라게 되었고 어머니를 따라 아이도 산을 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머니 따라 무작정 산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매일같이 산을 타게 되 었고 이제는 누구보다 산을 잘 타게 되었다. 그렇게 대학교를 진학하여 산악부에 들어가 산의 매력에 빠져 산만 타기 시작하였다. 여러 산들을 정복하고 결국 에베 레스트의 여러 산들을 정복하다 산에서 목숨을 바치게 된다. 그 사람이 바로 박영 석 산악인이고 어릴 때 초마동의 용마산을 시작으로 그렇게 산의 인생이 시작되어 산에서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박영석씨가 어머니를 따라 매일 산을 타고 정상까지 올라간 용마봉의 모습이다. 오른쪽 위쪽에 돌단에 올라가 산의 정상에 서 용마의 기운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박영석씨도 이곳을 매일 오르고 내리며 용마의 기운을 받아 세계 적인 산악인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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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모를 사람들

내가 어렸을 때 지하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의 이름, 직업, 나이 등을 알고 싶 었지만 알 길이 없었다. 초마동에는 어떤 이유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 의문이 드 는 사람들이 정말 많지만 지하방을 벗어나나는 물을 수 있고 직접 그 이유를 찾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산도 올라가보고, 틈사이로 들어가 보고 이런 행위 등이 이 동네를 이해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용마산을 오르다 문득 마주친 놀이공원이다. 표지판에는 용마공원이라고 쓰여 있지만, 폐허가 된 듯 보인다. 몇몇 사람이 이 공원을 배회하며 무언가를 찾고 있듯이 보이는데, 아직 그 이유를 묻지 않고 나는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왜 그런지 먼 저 고민하게 되었다. 이 동네를 온 이후부터는 사람들 행위를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용마공원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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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함과 익숙함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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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면의 벽 어린시절 지하방은 네 면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대낮에 만 조그마한 창문으로 빛이 들어와 벽을 비춰주었다. 나는 방 안에서 벽에 낙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각 벽마다 나만 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나이가 들수록 벽은 점점 채워졌 고 과거에 낙서 했던 흔적은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내가 이 곳을 벗어나려고 다짐했을 당시에 나는 네 면의 벽을 바라보 며 과거의 흔적과 함께 암울했던 과거도 지우려 다짐했다. 이 곳을 벗어나 초마동에 오고 나서 벽이나 담, 옥상 등에 의미 를 부여하고 무언가를 채우려고 하는 초마동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옛날 지하방에 대한 기억과 함께 네 벽면에 채워졌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모습들에서 초마동이 채워 나가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네면의 벽 41


42 초마동


네면의 벽 43


초마동 4가지 관습

초마동의 지하와 옥상 그리고 벽면에서 보이는 모습은 기존 서울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옛날부터 동네 사람들이 했던 관습이 이런 모습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벽면이나 집 마당 그리고 옥상에 흰 색깔을 가진 공간이었지만 초마동 사람들이 공간 한 조각조각을 채워나가고 면의 부분을 가꾸어 나가면서 점점 음산한 분위기 를 가지는 분위기의 동네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종교적인 부분 역사 적인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관습의 4가지를 이해한다면 초마동의 주택 가의 전체적인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하 바닥인 땅 부터 시작해 서 벽면을 타고 올라가 면을 채우고 줄기를 따라 옥상까지 올라가는 모습이다. 이 모습 을 보며 초마동이 공간에 다 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공간을 점점 채워간다고 생각 했다. 이 풀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옥상과 벽면 그리고 바 닥공간을 채워 갈 것이다.

44 초마동


초마동의 옥상

동에 바람이 불어온다. 서쪽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용마산을 넘지 못하고 다 시 불어오는 모양이다. 중랑천을 따라 많은 차들이 지나면서 바람을 일으킨 다. 하지만 그 바람들도 용마산을 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모양이다. 어느 누구도 언급하거나 얘기하지 않지만 이 곳은 이렇게 용마산의 기운이 용마산의 힘이 퍼져있는 지역이다. 어디에서든지 용마산의 꼭대기를 볼 수 있고 어디에 서든지 그 용맹한 용마가 다시 살아서 날아오를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지역의 사람들도 알 수 없는 그 용

어느 날 초마동 주민의 집을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마의 힘에 짓눌린 듯 그 용마에게 미안

지하로 부터 내려가서 다시 올라오는 구조였다. 여러가자

한 듯 매일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몰래 찍어 보았다. 초마교의 상징인듯 하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옥상에서만 혼자만의 시간이 생겨

이곳에서는 용마를 기리는 문화가 곳곳 에 자리 잡고 있다. 용마의 이야기가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보이 지 않는 용마를 느끼는 듯 다들 용마의 죽음을 조용히 기린다. 죄를 지은 듯 지키 지 못한 용마를 조용히 기리려는 흔적들을 곳곳에서 발견 할 수 있었다.

네면의 벽 45


마당의 감나무

초마동의 수상한 종교인

감은 제사상에 꼭 올라오는 과일이다.

땅의 힘을 많이 받아 그런지 종교인

그래서 그런지 감나무를 심은 집들을

가 많다. 그들은 밖으로 나와서 지내거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용마를 기리는

나 담으로 둘러싼 집에서 자신을 숨기

제사상에 올라오는 과일들인지 모르겠

고 살아간다. 그들은 느낄 것이다 이 지

다. 하지만 그 의도야 어떻든 이 마을엔

역의 땅의 용마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감나무가 집집마다 심어져있다. 가을이

를 어쩌면 종교의 힘이 아니라면 이 땅

다가오면 단풍 잎 물들 듯 함께 물들어

에 살아가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이러

가는 감. 가을이 되면 집집 사람들 모두

한 주술사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

나와 감을 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

용하는데 그 흔적들은 곳곳에서 발견

다.

할 수 있다. 그 언어를 통하여 종교인들 은 서로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린다. 언제 어디서 그러한 언어 를 배우는지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익 혀져 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언어들을 이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몇 없지 만 그 흔적을 한번 찾아보았다.

용마산자락을 걷던 중 알 수 없는 글이 벽에 새겨져있는 초마동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였다 집집마다 감나무를 키우고 있다. 알고 보았더니 모두들 제사상에 올리는 감을 직접 기르는 거라고 한다. 초마동에서는 길을 가다보면 집 집마다 감나무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6 초마동

걸 발견하였다. 그들이 하려는 말이 어떠한 말일까 궁금해 진다.


볼 수 없는 벽

무엇을 그렇게 숨기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집도 숨기고 싶었던 것일까? 집의 벽들을 담쟁이덩굴이 잡아먹듯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의 모 습을 잘 들어 내지 않으려 하고 숨기는 것이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러 덩굴을 키우는 건지 아니면 저절로 자라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담쟁이덩굴이 자란 모습이 눈에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무언가 비밀이 많은 듯 빠르게 빠르 게 지나간다. 주민들의 행동이 스산하면서 차가워 보이지만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그 모습들이 익숙한 듯 모두들 그렇게 살아간다.

벽의 모습을 잘 볼 수가 없다. 벽이 모두 덩굴로 덮여있기 때문이다. 초마동 사람들이 무언가 숨기려하는 느낌을 여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을 그렇게 숨기고 싶어 자신 의 집마저 숨기려는지 궁금하다.

네면의 벽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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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아지트 이태원에서의 하루하루는 모두 지우고 싶은 하루하루였다. 받지도 못하는 일당에 하루하루 힘들고 지쳐갔다. 노예생활과 도 같은 하루하루였다. 그러한 삶을 살다보니 점점 어디론가 숨고 싶어졌다. 어둡고 좁고 음침하고 나만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어느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고 어느 누 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런 공간이 필요했다. 이태원에서는 공연을 마치고 나서 힘이 빠진 채로 딸도 뒤로 한 채로 나만의 공간을 찾아 방황했었다. 어두운 골목길로 들 어갔고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러면 이태원 찬란한 거리 의 뒤로 어둡고 좁은 골목길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태원을 도망쳐 나온 후에도 나는 그러한 공간들을 찾아 헤 맸고 초마동이 나에겐 그러한 공간들을 제공해주는 지역이 되 었다. 내가 찾아 헤매던 공간들의 초마동에는 특히 더 많았고 찬란한 거리는 초마동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이태원의 찬란한 거리 뒤편의 어두컴컴한 어릴때 공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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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아지트 51


초마동 건축

내려가는 길

다른 지역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통 위로 올라가는 계단과 함께 있다. 그러 나 이 초마동은 위로 올라가는 계단과 함께 있는 것이 아니고 길에서 바로 내려가 도록 되어있다. 이 지역 사람들의 특징으로 초마동 사람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스 산한 느낌을 주는데 그것이 이렇게 되어있는 이유이다. 그래서 초마동 사람들은 지하를 입구로 사용하여 먼저 내려갔다가 집으로 올라가는 형태를 보인다.

길 옆으로 들어가는 길이 모두 지하로 내려간다. 집을 들어가기 위해 지하로 한번 내려갔다가 올라와야하는 초마동 지역의 집 특색이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왜 밑으로 내려가는 걸까? 지하 안에는 쓰레기도 보이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다녔는지 계단 끝부분이 기울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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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

해방 후 판자촌이었던 이 지역에서 개 발로 인해 많은 집들이 새로이 들어서 면서 초마동 사람들이 많이 이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많이 버리고 가게 되었고 집을 잃은 고 양이들은 집을 찾아 나선다. 밖에서 집 을 찾아 돌아다니던 고양이들이 새로 들어선 집들 사이사이 작은 어둡고 숨 을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들을 찾아 집 으로 해서 살고 모습을 많이 볼 수 있 다.

고양이가 나타나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 나를 쳐다보아 따라갔다. 자신의 집을 소개 해주는 듯 좁은 틈사이의 자신의 집을 보여주었다. 나를 이곳으로 왜 데리고 온 것인지 다시 또 숨어버렸다. 또한 초마동들 다니다 보면 아주 작고 좁은 공간의 계 단과 작고 좁은 공간의 철창 문등 여러 가지 좁은 공간들을 마주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나의 좁은 집이 떠오른다.

고독한 아지트 53


식물과 함께 변화하며 자라나는 건물

초마동의 종교인 천마교를 상징하는 건축의 한 종류가 식물이 건물을 타고 올라 가는 모습이고 식물을 통해 사람들도 말이 하늘로 올라가고자함을 투영시킨다. 그 래서 이 동네에는 건물의 전깃줄이나 건물외벽, 건물자체에 식물이 자라나 올라가 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종교적 의식도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지남에 따라 색도 변하고 모양도 변하고 높이도 변하기 때문에 이 건물은 사계절 다양한 변화 가 가능하다.

덩굴이 건물의 벽을 타고 전깃줄을 타는 모습을 초마동에서는 자주 볼 수 있었 다. 높이 올라가 있는 덩굴들이 인상적이다. 덩굴처럼 높이 올라가고 싶은 초마동 사 람들의 마음이이 투영되어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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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이나 철장으로 안보이는 공간

성을 쌓거나 군대의 외벽에 철장을 두른 것처럼 보이는 건물은 예부터 이 지역이 두 지역의 경계지역이자 서울의 가장 외곽지역 이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심리상 외 부의 침입으로부터 숨고자하는 의도에서 이 동네는 담과 철장의 건물이 많다. 밖 에서 안 보이는 이 숨은 마당에서는 사람들은 어떤 의식을 치르는 행위가 일어나 는 듯 느껴진다.

자신의 집을 막으려는 듯 지키려는 듯 벽에 철장을 두른 것처럼 보이는 건물이다. 못 보게 가려놓아 안이 더 궁금해지는 초마동의 집들이다. 지금까지 초마동의 이미지로 생각해 봤을 때 폐허가 된 듯 보이는 집 안에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생각 이 든다.

Tip 초마동의 집들이 이렇게 담으로 가려져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감출수록 더 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담에 붙어 담 너머를 보는 행위는 초마동에 서는 금기시 되는 행동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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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이삿짐) 홍보 건물

과거에 이 지역은 판자촌이었다. 서울이 점점 발전하고 88올림픽을 개최함에 따 라 이 지역은 개발지로 되었고 외국인들의 눈을 생각한 정부는 이 지역의 사람들 에게 조금의 지원금과 함께 새로운 집들을 짓기를 권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돈이 없는 초마동 주민들은 돈을 벌기위해 이삿짐을 하게 되었고 그 흔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돈을 벌기위해 아이들도 일을 하게 되었고 이삿짐 스티커를 붙이는 알 바를 아이들이 하면서 많은 스티커들이 붙었다. 이 행위가 점점 확대되면서 사람 들은 이런 스티커를 통해 벽이나 문을 디자인하기에 이르렀다.

이삿짐 스티커가 집집마다 많이 붙어져 있다. 예전에 이 지역에서 이삿짐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였는지 짐작이 간다. 이제는 이들도 스티커를 떼어내지 않고 이 마을의 특색으로 여기는 듯하다.

Tip 초마동에서는 이삿짐 스티커를 자기 지역의 특징으로 생각하여 기념품처럼 판매하 고 있는 곳도 있다. 그곳에서 스티커를 사서 누군가의 집에 붙여주는 것도 이 지역 을 돌아다니면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이다. 초마동의 디자인을 자신도 해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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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옥상 초마동에 온 이후에 나는 지하공간과 골목골목길에 대한 궁금 증으로 건물위에 공간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과거의 경험이 나의 관심을 이렇게 만든 것 같다. 문득 나는 길을 걷다 지하 공간과 반대인 옥상을 가보면 어떤 모습이 보일까하는 궁금증 으로 가보게 되었다. 옥상에서 펼쳐진 풍경은 수상한 표시의 장식물이 있는것과 어느 산을 향해서 기도를 하는 모습이었 다. 지하공간은 모두 벽으로 막혀있지만 옥상은 하늘이 뚫려 있어 다른 세계와 통하려는 사람의 모습처럼 보였다. 이 동네 사람들은 왜 이런 행위를 하는 걸까...

초마동 옥상에서 바라본 중랑천 모습이다. 내가 지냈던 지 하와 반대로 옥상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하늘이나 산으로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살면서 처음 느 껴 본 경험이었다. 초마동 옥상을 종교적 공간으로 사용하 는 모습이 눈에 띠었다. 통하는 옥상 59


60 초마동


통하는 옥상 61


종교

전파역사

처음에는 용마상에서 제사를 지내고 하 늘과 가까운 용마산에 올라가 기도를 교명

하는 등의 풍습이 많았다. 이후 조선시

천마(天馬)교

대로 와서 하늘로 날아갈 정도로 빠른

다시태어나 용마가 하늘로 올라간다는

말이 많이 태어난다는 의미에서 천마라

뜻으로 여기서 용마(천마, 죽은 아기장

는 용어가 생기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수, 영혼)은 용마전설에서 나오는 죽은

천마교라는 교명을 얻으면서 점점 커졌

아기장수를 의미 한다. 이곳의 사람들

다.

은 옛 전설을 믿으며 자신이 죽어 용마 가 되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 하고 종교를 따르고 있다.

교단 심볼

내부 원 안의 모양은 용마를 형상하며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교리

내부원은 현실세계 밖에 있는 원은 천

용마의 기운을 받은 자만이 천마로 태

상세계로 천마교의 사람들이 다시태어

어나 천상세계로가 영생한다.

나 용마로 환생해 현실세계에서 천상세

(천 마리 말 중에 한 마리 정도가 천마

계로 갈 수 있다는 점을 상징한다.

로 태어나는데 그 말만이 하늘로 올라 갈 수 있다. 신기하게도 이 지역은 천 마가 많이 나오는 지역인데 그 이유는 용마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사람 들은 믿는다.)

어두운 느낌의 심볼은 천마교의 스산한 느낌과 더불어 이 지역사람들은 용마에 믿음이 어두운 장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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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건축

천마교는 말로 다시 태어나 천상세계로 올라가려는 종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늘 로 올라가려는 욕망이 강하다. 그래서 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덩굴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집 담에 그리고 벽에 담쟁이덩굴을 많이 키운다. 그리고 담쟁이 덩굴로 자신의 집을 가리려는 의도도 있다, 이곳의 사람들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 난 것을 부끄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나 사람이 되면 천마교에 대한 믿음 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에 믿음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며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감추고 지내며 용마에 대한 믿음을 더 키우려고 한다.)

Tip 초마동을 돌아다니다가 벽이나 담장에 덩굴이 나 풀이 자라나는 모습 이 보인다면 이 건물은 종교적 믿음이 강한 사 람이 살고 있을 가능성 이 크다. 안에 들어가서 초마동의 숨겨왔던 종 교이야기를 들으면 어 떨까

통하는 옥상 63


초마동 옥상

용마산 밑에 종교적 색깔이 짙게 띤 영역과 더불어 초마동 곳곳에 내가 옥상에서 본 모습 이외에도 다양한 행동이나 공간등이 있었다. 옥상에서 본 수상한 모양의 장식품은 천마교의 교단 심볼이었고 사람들이 용마산을 향한 것은 용마의 기운을 받으려는 이유였다. 내가 생활한 반 지하 공간이 나에겐 의미 있고 내 기억속의 많 은 부분을 차지했던 공간이었다면 초마동 사람들에게는 밝은 옥상공간이 그들의 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간인 것같다.

Tip 용마산을 오르다 보면 옛날에 지어 논 높게 솟은 건물을 볼수있다. 이 건물은 천마 교가 생기기 전에 옛사람들이 용마의 기운을 받기위해 높은 공간으로 가려고 한 건 물이고, 현재에 와서 옛 종교적 건물이 중랑천 주변 동네까지 퍼져 옥상공간에는 다 양한 종교적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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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마동 출간일 2014년 12월 15일 지은이 권영민, 이경택 출판사 여기저기 주 소 서울시 성동구 성덕정 3길 10-1 herethere.kr ⓒ 권영민 이경택 2014 본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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