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시동 自時洞 우현석 ㅣ 조민관 지음
나의 영역표시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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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곳곳 프로젝트 여기저기 출판사는 서울에 곳곳에 숨어 있는 10개의 동네를 선정했다. 신 중을 기울인 끝에 선별된 이들 동네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장소와 오래된 역사를 가진 장소를 한데 어우르고자 하였다. 때로는 엉뚱하고, 고급스럽 거나, 소박하기도 하지만 이 안내 책자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소들은 늘 흥 미 진진하며, 무엇보다도 그 도시만의 얼과 혼을 담고 있는 곳이다. 빠르 게 변화하는 도시의 주기를 감안했을 때, 취재가 진행되는 시점과 안내책 자가 출판되는 시점 사이에 기존에 소개된 장소가 문을 닫기도 하고, 새로 운 장소가 나타날 수도 있음을 미리 안내하는 바이다. 이러한 변동 사항들 은 독자들이 스스로 고쳐 나가면서 책자에 반영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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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일기를 통해 보는 작가의 신선한 관점. 다음날은 뭘 했을까 궁금해진다. -꼬미 여자친구
지도의 완벽성과 강아지라는 주인공의 독특함이 예술적이다. -피카소
강아지를 의인화하여 우리들이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을 잘 표현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천재적이다! 강아지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팀 버튼
지도의 멋과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여 책에 집중하기 좋다. -임준언
개의 시선을 집요하게 써내려간 점이 매우 훌륭하다. -김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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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작가는 2012년 12월 2일 출생으로 올해 나이 22살이다. 어린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서 항상 사랑이 부족하고 외로운 존재였 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작가에겐 한 남자의 구원의 손길이 있었다. 그 남자 는 추운 겨울 혹시나 추울까봐 작가를 항상 품어 넣어 다니고 잠도 같이 자며 어린 시절 엄마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그 남자에게서 듬뿍 받았다. 그런데 2013년 3월이 되자 그 남자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었고 작가 는 잠시 다른 집으로 가게 되었다. 작가는 항상 그 남자를 그리워했다. 그 렇게 7월이 되자 다시 그 남자는 돌아 왔고 작가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엄 마처럼 항상 그 남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또 그 남자는 9월이 되자 사라지 더니 1월에 나타났다. 이렇게 4개월에 한번 씩 그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비 록 자길 오랫동안 키워줬던 사람은 그 남자가 아닌 다른 사람 이였지만 작 가는 그 어떤 사람보다 그 남자를 제일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하고있다. 작가는 이런 어릴 적 경험을 토대로 한 시집 <일편단심>과 에세이 < 여.유.방-여자를 유혹하는 방법>, <깔끔하게 배변하기> 등 다양하게 저서 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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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여행을 떠나기 앞서,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들은 나에 대 해 알고 있는 것이 없을 것 이다. 그래서 잠깐 내 소개를 해볼까 한다. 내 이름은 꼬미 다. 혈통 있는 푸들이라고 할 수 있다. 혈통 있는 푸들이었 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지도 모른다. 나는 여행을 시작 하 기 전 꽤 풍족한 환경에서 살 았었다. 화목한 가정 속에서 제때 주는 사료라는 걸 먹고, 따뜻하게 잠잘 곳이 있었다. 아마 그런 좋은 곳에서 잘 살 고 있었으면서 왜 갑자기 집 을 나와 여행을 떠나려 하는 지 도무지 이해를 못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게. 나 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런 데 한가지 분명한 건 현재 내 일상이 너무나 지루하고 무
아도 여러분은 충분히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거기다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똥, 오줌 이었다고 할 수 있 다. 아니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 도대체 똥, 오줌을 왜 정해진 장소에서만 해결해 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 스트레스 받는 일상 속에서 살다 보니 나름의 자유가 필 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여행 을 떠나기로 결심을 한 것이 다. 너무 주저리 주저리 쓸데 없는 얘기를 많이 한 것 같은 데 지금부터 내가 여행한 곳 에 대해 여러분들에게 설명을 해줄 테니 부담 없이 읽어주 길 바란다.
미건조 했다는 것이다. 집에 서는 항상 몇 가지 재롱을 떨 어줘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몇 가지의 재롱은 말하지 않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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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p10 주인공이 여행하는 지역에 대해서 알아야 할 정보들 p14 지도 p16 2014년 3월 5일-일탈 p24 2014년 3월 6일-시작 p34 2014년 3월 7일-파라다이스 p44 2014년 3월 8일-떠돌이 나그네 p56 2014년 3월 9일-기승전..결? p68 2014년 3월 10일-집 나가면 개고생 p74 책을 끝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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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여행하는 지역에 대해서 알 아야 할 정보들 자시동 자시동이란 스스로 동을 만들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자시동 은 지금처럼 도시화가 되기 이전 그야말로 논과 밭뿐인 농촌지역 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 정권 당시 도시화 개발 을 이루어야 한다는 명목하에 무자비한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자시동에 살고있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이자 개발 을 반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다. 주민들은 이런 개발을 반대하면서 시위를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반짝 시위로 그칠 것이라 예상했지만 주민들 은 그와 반대로 더욱 거세게 시위를 진행했다. 그러자 정부에서도 위기감을 느낀 것인지 자시동의 주민들에게 대안책을 제시 했다. 그 대안은 다음과 같다. 1. 자시동의 논과 밭을 일부 남겨두어 자시동의 특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보존시키겠다. 2. 자시동의 개발과 관련하여 주민들에게 발생할 모든 피해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고, 주민들에게 평생 연금을 지급하겠다. 이런 정부의 의견이 자시동의 주민들에게 잘 전달되어 개발은 무사 히 진행되었다. 그 결과물로 현재의 자시동이 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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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시동은 도시와 농촌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다른 지역들의 롤 모델로 꼽히고 있고, 개발이 이루어 지면서 땅값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강남에 버금가는 부자 동네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외국에서 도 좋은 개발 사례로 꼽힐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있다.
퇴무교 퇴무교는 모든 일에는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 라는 정신을 가지고 있는 종교로서 자시동의 지역종교이다. 퇴무교는 이순신 장군을 숭 배하는 종교이다.
퇴무교의 탄생신화 퇴무교가 자시동의 지역종교로 발전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주 오래전인 조선시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젊었을 적 지금은 자시동이 지만 옛날에는 압구정동이라 불렸던 곳에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었 다. 어느날 산적들이 압구정동으로 내려와 한바탕 마을을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자 마을 사람중 한명이 이순신 장군에게 도 움을 청하러 달려왔다고 그러자 이순신 장군은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칼 한자루만 들고 습격이 일어나는 곳으로 달려가 모든 산적 들을 소탕했다고 한다. 당시 이순신 장군은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 도록 다쳤지만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산적들과 싸웠다고 한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을 마을의 은 인으로 여기며 떠받들기 시작했다. 이 것이 오늘날 자시동에 까지 전해져 내려와 하나의 종교로 자리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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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교리 이 종교의 핵심교리는 임전무퇴 사상이다. 임전무퇴란 싸움에 임 해서는 물러남이 없다는 뜻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 명랑대첩 당시 겁에 질린 병사들에게 했던 말씀이시다. 이 사상의 핵심은 어 떤 일에 임하는 데에 있어서 물러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이란 본디 나약하고 두려움에 떠는 존재다. 해가 지고 어둠이 하늘 을 가리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에 온 정신이 잠식당하고 마 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항상 어떤 일에도 물러 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를 계속 끊임 없이 실천하다 보면 한낱 나약한 인간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놀이 옛날 자시동은 강을 끼고 있고 넓은 평야로 인해 논과 밭들이 아 주 많았다. 그리하여 자시동 사람들은 가을에 모든 수확을 다마치 고 넓은 땅밖에 남지 않은 곳에서 동사람들 다같이 모여서 즐기던 전통 문화가 있었다. 어떤 놀이냐 하면 간단하게 신고있던 신발을 멀리 벗어 던져 가장 멀리 던진 사람이 그 놀이에서 이기게 되는데 이때 진사람들은 이긴사람의 농사일을 함께 도와주는 것이다. 이 놀이는 같은 동에 살고 있지만 모르던 사람들과 서로 친해지게 되 는 계기가 되었고 놀이를 하는 3월 9일은 이제 농사를 시작하기 전 마지막으로 자시동의 사람들이 한가롭게 놀던 날이었다. 현재는 논과 밭들이 많이 사라지고 그런 놀이를 큰 행사처럼 여기지는 않 지만 아직도 자시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날이 되면 삼삼오오 공원에 모여 이 놀이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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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자시동에는 그들만의 전통적인 음식이 존재한다. 뒤에서도 그 음식 에 대해서 여러번 묘사가 되겠지만 지금 미리 소개를 해볼까 한다. 이 전통음식은 자시동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농사를 짓다 새참을 떼울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우연하게도 탄생된 음식이다. 자시동 에서 생산되는 밀과 치즈를 바탕으로 샌드위치와 같은 음식을 해먹 었던 것이다. 이 음식이 오늘날에는 좀 더 발달된 형태의 모습을 갖 추게 되었다.
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레시피는 다음과 같이 묘 사한다. 그는 모처럼 침대를 샀다. 그는 침대를 조립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서 그는 침대 틀을 짜고 나서 푹신한 매트를 깔았다. 그런데 그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이불을 한겹 더 깔았다. 한결 푹신했다. 하지 만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화려한 이불 한장을 더 깔고 나서야 비로소 행복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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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5일-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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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5일 9시> 아침이 밝았다. 내 주인들은 전부 다 밖에 나가고 없다. 아무래도 지금이 여행을 떠나기 제일 좋은 때 인 것 같다. 사실 따로 여행 준비를 하진 않았 다. 몇 일 전부터 갑자기 어디로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준 비시간도 없었을 뿐더러 나는 뭔가를 준비하는 성격이 되지 못하기 때문 에 그냥 빈 몸으로 떠나려 한다.
<2014년 3월 5일 11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우리는 훨 씬 더 똑똑하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 다. 이제 어디로 떠날지 선택을 해 야 했다. 뭔가 집 근처는 여행이라 고 할 수 도 없을뿐더러 재미도 없 을 것 같았다. 그렇게 집 앞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트럭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저 트럭 뒷 칸
주인공이 발견한 여행을 시작할 교통수단
에 탄다면 나는 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트럭에서 내린 사람이 돌아오기 전에 재빠르게 트럭 뒷 칸에 숨어 들어 갔 다. 운이 좋게도 이 트럭은 음식을 배달하는 트럭이었나 보다. 그렇게 노 력할 필요도 없이 눈 앞에 놓인 음식들을 즐겁게 먹었다. 아, 그런데 졸음 이 몰려온다. 원래 밥을 먹고 나면 이렇게 졸린 건가?
<2014년 3월 5일 19시> 얼마나 오래 잔 건지 모르겠다. 여긴 어디지? 내가 갇혀있는 걸 보니 나 22 자시동
를 발견한 트럭 운전사가 나를 옮 긴 것이 분명하다. 이곳은 어디고 또 어떻게 나가야 하지…좋은 방법 이 떠올랐다! 예전에 내 주인에게 몇 번 써먹었던 방법인데 아픈 시 늉을 하면 여기 있는 사람이 날 우 리 밖으로 꺼내줄 것이다. 역시나
주인공이 발견한 긴 칼을 들고 서있는 로봇
우리 밖으로 나오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우리에서 나를 꺼내준 사람 이 걱정 스런 눈길로 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도망갈 수 있는 기회는 지 금 뿐이었다. 나는 저만치 보이는 열린 문을 향해 뛰었다. 그 사람은 뒤에 서 도망가는 나를 잡기 위해 쫓아왔다. 하지만 재빠른 나를 잡는건 불가능 에 가까웠기 때문에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그렇게 도망치다 보니 어떤 큰 운동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 운동장은 정말이지 매우 컸기 때문에 언 제까지고 뛰어놀 수 있을 것 같았다. 운동장을 뒤로 한 곳에는 매우 큰 건 물이 보였다. 그런데 그쪽으로 가보기가 좀 무섭다. 웬 로봇같이 생긴 사 람이 저 쪽에서 긴 칼을 들고 서 있었다. 건물에 못들어가게 막고 있는 사 람인지는 몰라도 어쩐지 가보기가 꺼려졌다. 오늘은 이 운동장의 귀퉁이 에서 잠을 청하기로 하였다. 다른 놈들이 내 영역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영역표시를 끝마쳤다. 우선 잠을 좀 자고 내가 어떤 곳으로 온 것 인지 알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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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6일-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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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6일 6시>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집에서 잘때보다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 하지만 사 람이 없는 이른 시간에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기 때문에 서둘 러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어제 트럭을 탈 때 음식을 먹고 계속 먹질 못해서 그런지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아침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고 마땅히 음식을 구할 데도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아침식사는 건너뛰어야 할 것 같다.
<2014년 3월 6일 9시> 한참을 걷다 보니 내가 도착한 이 곳은 내가 살던 곳과 별반 다를 것 이 없는 도시가 분명했다. 달리는 자동차들 하며 높은 건물들이 빼곡
귀여운 주인공이 목격한 죽음을 무릅쓰고 서있
했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어
는 정신병자는 사실 자시동에 사는 사람들이
제 칼을 찬 사람을 오늘 도로 한 복
다. 자시동 사람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과는 다
판에서 목격했다는 것이다. 죽음을
신으로 숭배하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르게 그들만의 신을 섬기고 있다.
무릅쓰고 서있는 것인지 아무튼 정 신병자임에 틀림없었다.
<2014년 3월 6일 12시> 나는 지금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다. 내가 집에서 나오기 전 생각했던 여 행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일단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기력이 거의 다해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던 그때 웬 논과 밭 이 보였다. 이런 도시에 논과 밭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질 못했기 때문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 이었다. 논과 밭들을 가로질러 걷 30 자시동
다 보니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능적인 직감이랄까 저곳에 가면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는 많은 집들 중에서 아무 곳이든 열린 집에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음….나는 파란 색을 좋아했기 때 문에 파란 대문의 집으로 들어갔다.
주인공이 발견한 파란대문의 집
내가 집안으로 들어가 낑낑거리며 기운 없는 시늉을 하자 인자하게 생긴 할머니가 나에게 밥을 내어 주었다. 할렐루야! 내 직감은 틀린 적이 없다.
<2014년 3월 6일 13시>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배부르게 먹고 나니 한결 마 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이 집에서는 뭔가 다른 생명체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나와 저 할머니 말고 다른 것의 냄새! 나는 그 냄새가 나고 있는 곳을 따 라가 보았다. 냄새가 점점 강해지는 곳을 도착했을 때, 나는 하마터면 오줌을 지릴뻔 했다. 내 앞에는 뿔이 달린 큰 괴물이 풀을 뜯어먹으며 서있었다. 나
주인공이 말하는 괴물
는 재빠르게 도망을 치려 했지만, 그 큰 괴물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 다. 그는 자신이 소라는 동물이며 우식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본인 을 소개했다. 나는 겁에 질린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겁먹을 것 없다며 자신은 채식을 하기 때문에 나를 잡아먹을 일이 없다고 하였다. 그 제서야 나는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나도 그에게 내 소개를 해주었다. 그 와 대화하는 시간은 정말이지 흥미롭고 재밌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해주었으며 자신은 이곳에서 태어난 이래 한번도 다른 곳 을 가본적이 없다고 했다. 이 곳이 옛날에는 온 땅들이 전부 논과 밭이었 지만, 지금은 도시들로 빽빽하게 뒤덮였다는 얘기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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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6일 14시> 그렇게 한참을 대화 하던 중, 그는 나에게 노인이 잠에서 깨기 전에 얼른 이 집에서 떠나라고 하였다. 내가 그 이유를 묻자 그가 말하길, 이 집에 온 나 같은 개들은 항상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나는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감지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는 그에게 감사 인사와 작별 인사 를 하고 집을 나왔다.
<2014년 3월 6일 17시> 그 집에서 나온 후 꽤 걸었다. 쭉 아래로 걸어 내려 오다 보니 인간들이 많 이 지나 다니는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지나다니는 인간들이 전부 나를 쳐 다 본다. 개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 고 왜 이렇게 나에게 관심을 가지 는지 모르겠다. 그때 한 젊은 여자 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경계심 에 슬금슬금 뒤로 피했다. 그러자 그 여자는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음식을 나에게 주었다. 어떤 것이 던 잘 먹는 나는 바로 그 음식을 먹 기 시작했다. 맙소사! 그 음식의 맛 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딱딱하면서
착한 여자가 주인공에게 건네준 음식은 자시동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간식이다. 이 음식 의 주 원료들은 전부 자시동의 논과밭에서 생 산되는 농산물들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음식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맛은 자시동의
도 부드럽고 끈적거리면서도 달콤
음식연구가만의 비법으로 탄생된 것으로 다른
한 그 맛은 내가 살아오면서 먹었
럼 원래의 맛이 나오질 않는다고 한다.
지역 사람들도 이 맛을 흉내내려 하지만 좀처
던 개사료, 모든 간식등을 제쳐두고 최고의 맛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고마움의 표시로 그 여자 의 손을 마구 핥았다. 그 여자는 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하긴, 내가 인기가 좀 많은 편이긴 하다. 고마움의 답례를 하고 난 계속 그 거리를 걸 었다. 32 자시동
<2014년 3월 6일 19시> 거리를 둘러보며 쭉 걷다 보니 피곤이 몰려왔다. 오늘 하루 잠을 청할 곳 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어제처럼 그냥 아무 땅바닥에서나 쉬어야 겠 다고 생각 하고 있었을 때, 저 만치 조그만 상자 여러 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상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 가자 이미 몇몇 상자 안에서 쉬고 있는 다른 종족의 개들을 볼 수 있 었다. 그들에게 상자 안에서 쉬어도
인간들이 동물들을 위해 마련해놓은 잠자리
되냐고 물어보자, 그들은 인간들이 떠돌이 개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잠자 리이니 들어와 쉬어도 좋다고 얘기했다. 나는 상자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상자 안은 헌 옷들이 깔려있어 나름 포근했다. 이런 상자를 만들어 놓은 사람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나는 인간들은 우리들만큼 따 뜻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2014년 3월 6일 21시> 자기 전에 다른 개들이 넘보지 못하도록 영역표시를 해두었다. 이 곳에서 보낸 첫날은 매우 정신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은 된 것 같다. 내일 부터 제대로 여행을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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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7일-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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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7일 8시> 쌀쌀한 꽃샘 추위로 인하여 자는 내내 너무 추웠다. 잠시 집에 돌아 가고 싶었지만 아직 내가 돌아가기 엔 너무 이르다. 바깥 생활은 춥고 배고픈 거 빼고는 내가 원하는 삶
새롭게 알게 된 친구 '플란더스'
이기에 아직 그 정도 어려움 때문에 ‘일탈’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오 늘은 어제 잠을 자던 곳에서 친구들이 가보라고 했던 곳들을 가려고 한다. 친구들 중에 플란더스라는 똥개가 말한 장소가 가장 끌렸다. 플란더스는 어젯밤 알게된 친구인데 그는 길바닥 생활 5년차 라고 한다. 그 친구가 말 하길 길을 따라 가다 보면 파라다이스가 나온다고 한다. 그곳은 미팅의 장 소이자 사랑의 결실이 이루어 지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너무 궁금해 당장 이라도 그 곳에 가보고 싶었다.
<2014년 3월 7일 12시> 플란더스의 도움으로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곳에 도착하였다. 그곳은 내가 주인과 같이 산책을 나가던 운동장과 비슷했다.다른 점이 있다면 물이 흘 러가고, 숲이 울창하고, 동물들을 위해 마련된 음식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가 통하는 또래 강아지들이 정말 많았다.
<2014년 3월 7일 13시> 사실 난 주인이 항상 억압한 탓에 아직 모태솔로이다. 이런 삶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수많은 내 또래의 암컷들을 보고 있자 그들과 40 자시동
주인공이 한눈에 사랑에 빠진 그녀
함께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저 멀리서 빛이 나는 그녀를 보았다. 멀리서부터 빛이 나고 고운 털에 부드러운 꼬리에 늘씬한 몸매 딱 내 스 타일이다. 먼저 그녀에게 관심을 끌고 싶었다. 내 주특기인 구르기와 달리 기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 른 접근을 하기 위해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그녀는 귀찮은듯 저리 꺼 지라고 말했다. 충격적이였다. 내가 살던 곳에선 나름 인기가 많은데 말이 다……..
<2013년 3월 7일 16시> 단호한 그녀에게 보기 좋게 차인 후 플란더스가 나를 위로해주었다. 플란 더스는 상심에 빠진 나를 걱정해주었지만 이상하게 위로를 받으니 기분이 더 우울해졌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렇게 무시당한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 차인것에 대한 슬픔보다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2013년 3월 7일 17시> 플란더스는 참 착한 아이인 것 같다. 주인과 같이 살 때는 저 똥개들은 더 러운 모습에 성격도 이상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거리에서 만나 친해지 니 마음도 따뜻하고 지금 내 모습과 다를거 없었다. 파라다이스라는 이름 처럼 지상낙원일 것 같은 곳에 간다는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 내 기분은 너무 실망스럽다. 이제 저녁이 되어가는데 슬슬 춥고 배고파지 기 시작한다. 어디든 가야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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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7일 19시> 저녁이 되자 파라다이스의 수많은 상점들이 있었고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다. 너무 추워서 밥이고 뭐 고 어디든 들어가고 싶었다. 플란 더스는 나에게 들어가 쉴만한 좋은 곳이 있다고 말했다. 플란더스를 따 라가자 특이한 공간이 나왔다. 플란 더스가 말하길 그곳은 내부는 아니
이들이 말하는 외부공간을 개조한 곳이 여러분 들이 이해가 안갈수도 있기에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글에서 말하고 있는 공간은 바로 음식 점에서 테이블을 늘리기 위해 외부에 간이 시 설물을 설치해놓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지만 인간들이 외부를 새롭게 개조 한거 라고 했다. 내부처럼 따뜻하진 않았지만 바람을 막아줄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이 곳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음식점들의 사이에 위치해 있 어서 인간들이 흘려놓은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다. 급한 배고픔을 해결하 기에 안성맞춤 이었다. 배도 부르고 바람도 막아주니 나른하다. 뭐 한 것 도 없는데 오늘 하루가 벌써 끝나가고 있다.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은 내 일 활기찬 하루를 보내기 위해 지금 다 잊어버려야겠다. 다른 개들이 우리 의 자리를 넘볼리는 없겠지만 만일을 대비해 영역표시를 해두었다. 이젠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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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8일 8시> 꿈나라를 헤매고 있던 나를 플란더스가 흔들어 깨웠다. 아침이 밝아 사람 들이 많아지기 전에 이만 이곳을 뜨자는게 그의 의견이었다. 나는 정말 조 금이라도 더 자고 싶었지만 나보다 경험이 많은 플란더스의 말을 따르기 로 하였다.
<2014년 3월 8일 10시> 플란더스를 따라나오긴 했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배도 고팠지만 무 엇보다 이젠 좀 씻고 싶었다. 그 동안은 그냥 저냥 버텼지만 이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짜증이 나서 궁시렁거리고 있으니 플란더스가 내게 무 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다. 나는 제발 씻고 싶다고 말했더니 플란더스는 진 작에 왜 얘기를 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나는 더러운 그의 모습을 보고 씻 을 곳이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더니, 플란더스는 호탕하게 웃는 것이었다.
<2014년 3월 8일 11시> 지금 나는 플란더스를 따라 목욕을 하러가는 길이다. 알고보니 이 곳에는 근처에 동물들을 위해 마련된 무료 목욕탕이 있다는 것이었다. 플란더스 가 그렇게 더러웠던 것은 단지 그가 씻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플란더스를 따라 걷다보니 꽤 많은 개들이 줄을 서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저 줄이 목욕탕을 이용하는 개들이라고 한다. 공짜로 씻을 곳이 있다는 것 만으로 정말 감사했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쯤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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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8일 13시> 조금만 기다리면 될 줄 알았는데 2 시간을 기다리고 서야 목욕탕을 이 용할 수 있었다. 목욕탕을 들어가보 니 앞에 먼저 들어간 개들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목욕탕의 개수도 적은 편이었고, 더 러운 개들이 씻는 곳이다 보니 오 래걸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
사실 주인공과 플란더스가 이용한 목욕탕의 욕조는 인간들이 사용하는 싱크대라는 장소 다. 자시동에 사는 어떤 사람이 강아지들을 위 해 못쓰는 싱크대들을 개조시켜 목욕욕조로 만들어 놓은 것을 강아지들은 좋은 욕조라고 생각하고 이용하는 것이다.
말 놀라웠던 건 목욕탕의 시설은 공짜라고 생각하기에는 정말 좋았다. 이제 따뜻한 물로 피로를 풀어야겠 다. 시원하다.
<2014년 3월 8일 14시> 꿀 같은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 왔다. 밖으로 나와 플란더스가 어 딨나하고 살펴보았는데 플란더스가 보이지 않았다. 그가 어디간거지 하
몰라보게 깨끗해진 플란더스
고 생각하던 중에 잘생긴 개가 내앞으로 다가왔다. 플란더스였다. 나는 내 눈이 믿기지가 않았다. 같은 개라고는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너무 멋있 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플란더스가 엄청 못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지 금 보니 나보다 잘생긴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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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8일 15시> 플란더스가 지금 이 곳에 특별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며 나에게 구경시켜 주겠다며 나를 끌고 갔다. 그는 옛날 건물 같이 생긴 곳으로 나를 끌고 갔 다. 그곳에는 이 곳에 처음 도착했 을 때 봤었던 도로 한 복판에 서 있는 미친 사람이 보였다. 나는 플 란더스에게 저 도로 한복판에 있 던 미친 사람이 왜 여기 있냐고 물 었다. 그러자 플란더스는 뭐가 그 리 웃긴지 나를 보고 낄낄 웃어대 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기분이 나 빠 뭐가 그리 웃기냐고 정색을 해 보였다. 플란더스는 저 칼찬 사람은 미친 사람이 아니라 이 곳을 대표 하는 인물이라고 하였다. 그의 말에
자시동의 사람들은 매년 3월 8일이 되면 퇴무 교라는 종교의 연례행사를 치르기 위해 사진속 의 장소로 모여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행사를 진행한다. 비록 대한민국에서는 3월 8일이 공 식적인 공휴일로 지정 되어있진 않지만 자시동 의 사람들은 매년 3월 8일을 그들만의 공휴일 로 지정하고 이순신 장군을 기린다.
따르면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저 기 있는 저 칼 찬 동상을 신으로 모시면서 숭배한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 을 알게되자 조금 민망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그 동상 뒤에 있는 사람 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구경하고 싶어서 가까이 가보았다. 동상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전 부 이상한 옷들을 입고서는 뭐라뭐라 떠들어대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슨 의식을 치르는 모양인 것 같다. 플란더스가 말하길 이 곳 사람들은 매년 3 월 8일이 되면 이런 이상한 행사를 치른다고 내게 알려주었다. 예전에 나 를 기르던 집주인은 에수인가? 뭔가를 엄청 떠받들었는데 여기서는 저 칼 찬 사람이 그런 존재인 것 같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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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8일 16시> 드디어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내 배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요 즘 진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질 않아서 그런지 살도 빠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돌아다닐 때 기운도 없는 것 같다. 플란더스에게 밥을 먹을 곳이 없 냐고 물어보자 집없이 떠돌아 다니는 개가 좋은 밥을 먹길 기대하면 안된 다며 먹다 남은 음식들을 찾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는 수 없이 길거리 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버려놓은 음식들을 주워먹으면서 대충 배를 때 웠다. 계속 이런 음식만 먹다가는 병에 걸릴 것 같다.
<2014년 3월 8일 17시> 플란더스와 대충 끼니를 때우고 나서 소화도 시킬 겸 잠깐 벤치에 앉아 쉬 고 있다. 플란더스는 고기 찌꺼기가 이빨에 낀 것 같다면서 이빨을 벤치에 갉아 대고 있다. 플란더스와 오늘 남은 하루를 어떻게 유익하게 보낼지 의 논해봐야겠다.
<2014년 3월 8일 18시> 재밌는 것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 플란더스가 신기한 것을 보여주겠 다며 나를 끌고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다. 그는 이곳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특이한 장벽이 있다면서 나
사실 이곳에 세워진 담장은 플란더스가 말하듯
를 꼭 구경시켜주고 싶다는 것이었
이 자랑을 하기 위해 세워진 담장이 아니라 자
다. 그는 그렇게 나를 끌고 갔는데
진행하는 데에 대한 반대의 시위로 담장을 세
진짜 저만치 큰 담이 보였다. 그런
시동의 주민들이 농촌을 밀어버리고 도시화를 우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자시동의 상징이 된 것이다.
데 가까이 갈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자시동 53
걸 느꼈다. 여태까지 봐왔던 그런 담이 아니었다. 가까이서 보게 된 담장 은 정말이지 태어나 처음 본 모습이었다. 오래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담장 이 어떻게 생겼고, 주로 어떤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지에 대한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랬던 이유는 바로 담장이 빈병들 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많은 병들로 담장을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놀라웠다. 그런데 문득 이 담장이 도대체 왜 세워져 있 는지 궁금했다. 당연히 플란더스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플란더스는 인 간들이 자신들이 마시고 난 병들을 자랑하기 위해 이렇게 높이 쌓아논 것 이라고 내게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됐다. 인간들 이 아무리 생각이 없다하여도 저렇게 멍청한 짓을 해놓을 것 같지는 않았 다.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았지만 알아볼 방법이 없었으므로 아쉽지만 담장을 뒤로한채 돌아왔다.
<2014년 3월 8일 19시> 피곤한 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일찍 쉬고 싶었다. 플란더스와 함께 처음 우 리가 만났던 곳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오늘은 저번보다 다른 강아지들이 훨씬 많이 모여 있었다. 조금만 늦게 왔었어도 잘 곳을 얻지 못할뻔 했다. 나와 플란더스는 두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상자에 들어가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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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9일-기승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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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9일 6시> 웬일로 이른 아침 눈이 떠졌다. 간밤의 꿈 때문인 것 같다. 꿈 속에서 나의 주인이 온 얼굴이 눈물로 젖어 나를 찾고 있었다. 나는 그런 주인을 보며 반가움에 달려갔다. 그런데 나의 주인은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만 가고 나 는 계속 쫓아갔다. 그러다 잠이 깼다. 꿈에서 깨고 나니 문득 나의 가족들 이 생각나면서 그들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미친듯이 찾아 헤 매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플란더스의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 혼자 다시 돌아가기가 미안해져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이내 접었다.
<2014년 3월 9일 10시> 플란더스가 일어났다. 플란더스는 왜 일어났으면서 자신을 깨우지 않았 다고 나를 구박했다. 잘 자고 있어서 안깨웠는데 어이가 없다. 나는 플란 더스가 어쩌다 떠돌이 신세가 됐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플란더스는 그냥 버려졌다는 말만 한채 자세한 대답을 피 했다. 나는 궁금함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더 이상 물어보진 않는 게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3월 9일 11시>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이곳에서는 특이한 볼거리들이 많은 날이다. 플란 더스가 오늘이야말로 많은 것들을 구경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렇게 해 서 지금 플란더스와 함께 근처 공원으로 가고 있다. 플란더스에게 파라다 이스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자, 우리는 파라다이스에 가는 것이 아니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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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9일 12시> 플란더스를 따라 공원에 도착했다. 나름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많은 사람 들이 공원에 모여있었다. 가만 보니 사람들이 무슨 놀이를 하는 것 같았 다. 갑자기 하늘위로 신발들이 날아 갔다. 뭐지…신발이 날 수 있었나.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자신들이 신 고 있는 신발들을 발로 던지고 있 는 모습이었다.저 신발을 멀리 던져 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도 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한건 저 신발을 멀리 던진 사람은 매우
앞에서 설명했지만 사진 속의 놀이는 자시동의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말 신
주민들이 이 날이 되면 삼삼오오 공원에 모여
기한 광경이었다. 많은 것들을 봐왔
또한 옛 문화를 체험하면서 전통을 되새기는
지만 이런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
사진에서 보이는 놀이를 즐기며 친목을 다진다. 기능을 한다.
람들이 있다는게 신기했다. 들판에 널부러져 있는 신발을 물어다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눈 에 띄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았다.
<2014년 3월 9일 13시> 좀전에 재미난 광경을 보고 나서 플란더스와 조금 걸어가다 보니 맛 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 데 그 냄새가 너무도 익숙해서 나 는 얼른 그 냄새를 향해 쫓아갔다. 너무나 맛있어보이는 음식이었다. 엄 청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 는 음식이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줄을 서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더 구나 너무나 익숙한 냄새였기에 더 궁금했다. 나는 너무 배가 고파 음식을 자시동 63
받은 사람들 근처를 서성거렸다. 조금 야비하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사람 들이 측은히 여겨 나에게 음식을 조금 나누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 제나 그렇듯이 내가 불쌍한 표정과 자세로 서성거리니 한 어린 아이가 자 신이 먹던 음식을 내게 내어주었다. 음, 정말 맛있고 익숙한 맛이었다. 어, 이 음식은 내가 이 곳에 온지 얼마 안됐을때 어떤 여자가 준 음식과 똑같 은 맛이었다. 그 맛은 너무나 환상적이었기 때문에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 다. 여기선 이 음식이 매우 인기가 많은 듯 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음식 하나 먹기위해 그 많은 줄을 서 있을 리가 없다.
<2014년 3월 9일 15시> 플란더스와 나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여 기에 온지도 벌써 5일이 지났다. 돌이켜 생각을 해보니 플란더스가 없었 다면 이렇게 재밌게 돌아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가이드가 되어준 플 란더스가 새삼 고마웠다. 이 곳에 와서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 다 보니 힘든 점이 여간 많은 게 아니다. 또한 이 곳에서의 삶과 주인과 같 이 살던 삶이 새삼 비교가 되었다. 그러자 갑자기 내 주인 얼굴이 보고 싶 었다. 하지만 집을 찾아갈 방법도 없었고, 플란더스를 두고 혼자만 돌아갈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2014년 3월 9일 16시> 플란더스와 빈둥거리면서 쉬고 있다. 이젠 더 이상 볼 것도 없고 갈데도 없고 그저 무기력한 상태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집이 그리워진다. 플란더 스와 나는 날아가는 새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 때 어떤 푸근 한 인상의 아줌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눈에 봐도 경계를 취해야 할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아줌마는 우리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 었다. 나는 뚱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아줌마는 플란더스와 내 64 자시동
배를 쓰다듬었다. 정말이지 누군가 내 배를 쓰다듬어 준다는건, 얼마나 행 복한 일인지 설명하기 조차 힘든 일이다. 그렇게 너무 기분이 좋아 넋이 빠져 있는데 갑자기 천 쪼가리가 다가오더니 나를 덮었다. 나는 두려움에 발버둥치며 심하게 짖어보았다. 하지만 그런 무의미한 저항은 아무 소용 이 없었다.
<2014년 3월 9일 17시> 나를 덮어씌운 천 쪼가리가 벗겨졌다. 이곳은 그냥 무슨 집 같았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옆에 플란더스가 있었다. 플란더스에게 무슨 일이 냐고 묻자 자신도 도무지 알 수 가 없다는 것이었다. 뭔가 불길했다. 우릴 잡아온 사람이 우릴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끔찍한 상상들이 떠 오르며 두려웠다. 그때 저 쪽에서 우릴 잡아온 그 아줌마가 다가왔다. 그 녀의 손에는 무슨 접시가 들려 있었다. 나는 저 접시로 우리를 내려찍겠구 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조금씩 뒷 걸을질을 쳤다. 그러다 달아날 곳이 없어지자 이내 체념을 하고 마음을 비 웠다. 그녀는 접시를 나한테 가져오더니 내 머리를 내려치지 않고 내 앞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응?,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그녀는 내게 먹을 것을 내 어준 것이다. 갈피가 잡히지 않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나를 해치려는 건 지 도와주려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플란더스와 나는 이 어리둥절 한 상황 속에서도 너무 배가 고팠던 나머지 그녀가 준 음식을 깨끗이 핥아 먹었다. 그리고 나서 플란더스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했다. 하지만 궁금증도 풀리지 않았고 이 상황이 조금도 이해가진 않았다.
<2014년 3월 9일 18시> 집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줌마와 같이 사는 사람인 것 같다. “꼬미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만, 내 주인이 아니고서야 내 이 자시동 65
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가 없었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 지 더니 이내 얼굴이 드러났다. 맙소사, 내 주인님이었다. 이건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우리 주인이 어떻게 알고 이 집에 왔는지 정말 신기했다. 반 가운 주인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달려가 품에 뛰어들었다. 나의 주인은 기 쁜 표정으로 나를 쓰다듬었다. 나의 주인님은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 했다. 그때서야 플란더스가 생각났다. 플란더스는 기뻐하는 나를 보면서 축하한다고 말해 주었지만 그의 얼굴은 어딘가 슬퍼보였다. 나는 플란더 스를 두고는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었다. 나는 주인이 보는 앞에서 플란더 스를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 그러자 주인은 당황스러워 하며 나를 플란더 스로부터 떼어놓으려 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 고 있었기 때문에 주인도 나를 말리지 못했다. 그러자 주인님은 한참 동안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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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0일-집 나가면 개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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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0일 6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아쉬움이 남고 좋다면 좋다. 힘들게 바깥에서 생활하다 집으로 다시오니 새삼 우리집이 최고란 걸 깨닫게 되 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바로 내 평생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 내 옆에선 플란더스가 자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인 가 하면 어제 주인과 다시 재회를 했을 때 내가 플란더스와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 고집을 피운 덕분에 우리 주인은 고민을 하던 끝에 나와 플란더스 를 같이 데려오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 오고 플란더스는 새로운 주인과 집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내 옆에서 자고 있는 플란더스는 그 어느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처음 일상이 지루해 집을 뛰쳐나갔던 게 몇일 전인데 돌이켜 보니 한달은 지난 것 처럼 느껴진다. 밖에서의 생활도 물론 자유롭고 유쾌했지만 역시나 우리집이 가장 편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집 안에서만 틀어박혀 지내다 처음으로 바깥에서 지낸 며칠간의 생활은 내 삶에 있어서 값진 경험을 하게 해주었 다. 언젠가 또 기회가 된다면, 내 삶이 무료해 진다면 주저없이 세상 구경 을 떠날 것이다. 너무 일찍 잠에서 깼더니 푹 잔 것 같지 않다. 좀 더 누워서 자야 겠다. 이 렇게 아무 생각없이 편안한게 얼마 만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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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끝마치며. 이 책을 만들기 앞서 어떻게 하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우리의 자시동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해 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또한 일반 적인 설명글로 표현하게 된다면 글은 딱딱함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생 각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독특한 시각에서 자시동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이 책의 주인공 ' 꼬미'이다. '꼬미'는 사람이 아닌 강아지이다. 즉 강아지 '꼬미'의 시각으로 기록된 여행기이다. 일반적인 사람이 여행하는 것과 강아지가 여행하는 것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책을 쓴 우리와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들은 모두 한마리의 강아지 '꼬미'가 되어 여행하는 것이다. 인간의 시점에선 당연하 게 여겨졌던 모든 것들이 강아지에게는 전부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 다. 그래서 우리의 자시동은 좀 더 독특하고 신기한 하나의 마을로 탄생하 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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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시동 - 나의 영역표시 여행기 출간일 2014년 12월 15일 지은이 우현석, 조민관 출판사 여기저기 주 소 서울시 성동구 성덕정 3길 10-1 herethere.kr ⓒ 우현석, 조민관 2014 본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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