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인물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사진집 낸 로저 쉐퍼드
“백두대간으로 하나되는 평화의한반도를 바랍니다” 글 이영준 기자 사진 로저 쉐퍼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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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부터 지리산까지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는
퍼드는 책을 쓰며 “이 길에 담긴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너무나도
거대한 산줄기로, 단지 지리학적인 의미만이 아닌, 한민족의 정
풍부하고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백두대간을 걸
“백두대간은 한국을 발견하고 배울 수 있게 하는 아름다운 길이
으며 모두 공통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북녘
기도 하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의 백두대간을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
있습니다. 수 천년동안 숭상의 대상이었으며 한반도의 분수령입
을 처음 해낸 사람이 있다. 뉴질랜드 국적의 로저 쉐퍼드(47)씨는
니다. 강력한 에너지가 백두산 천지로부터 시작해 척추를 타고 내
2006년 처음 한국에 와 백두대간을 접한 뒤 2011년과 2012년 두
려와 한라산까지 한국을 한민족으로 연결해 줍니다. 이 에너지는
차례에 걸쳐 북녘의 백두대간을 걷고 최근 사진집 <코리아 백두대
여러 정맥과 지맥을 통해 더욱 분산되어,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간 남과 북의 산들>이라는 사진집을 출간했다.
수 없는 산줄기 시스템을 이루고 있습니다.”
8년 동안은 아프리카에서 야생관리원으로, 8년간은 뉴질랜드 경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이런 생각을 얻게 된 그가 나머지 반쪽에 대
찰로 근무했던 그가 백두대간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7년 전 휴
해 궁금증을 가진 건 당연한 일. 노력 끝에 평양에 있는 조선뉴질
가차 한국에 온 그는 백두대간이라는 산길을 발견하고 너무 좋았
랜드친선협회의 도움을 얻어 세계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았던 미
던 나머지 이듬해 친구 앤드류와 함께 다시 찾아 그 길을 걸었다.
지의 땅, 북녘의 백두대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남한 백두대간을 걷고 난 뒤 영문 가이드북을 출간하기도 했던 쉐
“남한에는 백두대간의 반 밖에 없으니 북한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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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
❶ 세계 처음으로 남북한 백두대간 전 구간을 걷고 사진집을 펴낸 뉴질랜드인 로저 쉐퍼드.
일입니다. 남쪽에만 집중한다면 제가 하고자한 일이 불완전한 것
❷ 로저 쉐퍼드의 사진집
이겠죠. 백두대간은 하나의 덩어리이기 때문에, 남한과 북한처럼
<코리아 백두대간 남과 북의 산들>
갈라진 두 쪽이 아닌, 하나의 독립체로서 연구하고 다뤄야 합니 다. 북한에 있는 백두대간 지역은 매우 야생적이며 오염 없이 깨 끗합니다. 북한은 도로시설이 부족해서 삼림이 개발이 되지 않고 자연히 보호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남한에 있는 산들이 가파 르고 날카로워서 더 아름답다고는 생각하지만, 북한에 있는 큰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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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특히 양강도에 위치한 백두고원과 개마고원은 훼손되지 않은 야생이 많고 해발 2000미터의 고원 위에 거대한 낙엽송림이 있습 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다양한 식물과 조류를 찾아볼 수 있으며, 야생 곰도 있습니다. 늑대도 아직 존재한다는 루머도 있고요. 호 랑이는 더 이상 없다는데 저도 이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편견 없이 한반도의 신비하고 놀라운 산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야생관리원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봤을 때, 아무르 표범이 거
계속 북한의 산에 대한 책을 더 출판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기 산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닙니다.”
백두고원, 압록강, 두만강을 포함한 백두산의 사계절에 대한 자
누구도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고 온 그이에게는 아직도 그 벅찬 감
연/야생 다큐멘터리를 만들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힌 로저는 “제
동이 남아있는 듯 했다. 그는 백두대간에 대해 “아직은 바깥에 알
작품이 산을 통해 한반도의 민족이 평화로운 이해관계를 형성할
려지지 않아서 보호가 되어있다는 점, 그리고 굉장히 아름다운 경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으며, 산과의 오래되고 특별한 관계
치와 오래된 산 문화가 가장 매력적”이라며 “반면 아직까지 많은
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이 백두대간의 난이도를 과소평가하고 있고, 이는 백두
하지만 이런 속에서 그가 겪은 어려움도 있다. 로저 쉐퍼드는 “이
대간이 다른 대륙의 산에 비해 높지 않아서 더 쉬울 거라 생각하는
번 사진집을 한국의 대형서점에서 판매해보고 싶었지만 시스템
데, 매일 넘어야 하는 산도 많고, 산마루 위나 근처에서는 물을 찾
이 너무 복잡하고 약간 부패한 면이 있는 걸 알았다”며 “보통 전
기가 어려운 점 등 결코 만만한 산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 서점들은 개인출판자들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수용을 해주
한글과 영문 설명을 덧붙여 이번에 출간한 사진집은 몇몇 한국인
는데 한국 서점에서는 개인출판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출판
들의 도움을 받아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작업한 것들이다.
시장이 아직 글로벌화 되지 않은 듯 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
로저 쉐퍼드는 “개인적으로 출판했다는 건 제가 만들고 디자인까
도 했다.
지 다 했다는 뜻”이라며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
책의 첫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보와 숙식제공 등 도움을 많이 주었고 특히 남한에서 후원을 가장
‘이 책을 코리언들과 코리아의 산에 바칩니다. 그들이 다시 하나
많이 받았던 단체는 산림청과 녹색사업단, 북한에서는 조선뉴질
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랜드친선협회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세상에 하나 뿐인 책을
로저 쉐퍼드씨는 “대단한 열의와 사랑으로 제 프로젝트를 대해 주
냈다고 생각하며 훗날에는 최초로 사진을 통해 백두대간을 하나
신 많은 한국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한국인들이 저처럼 갈라진
의 산 체계(One Mountain System)로 인식한 독특한 책으로 인
한반도를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것에 대해 가끔 죄책감이 느껴지
정받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기도 합니다. 언젠가 한국인들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지도록 제
그는 현재 속리산 아래서 하이크 코리아(HIKE KOREA)라는 회
작품들이 기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백두대간 남북통일!”
사를 3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외국인들
이라고 말했다.
을 위한 지도를 만들며 산악을 통해 한국인의 자주성을 발견하고
<코리아 백두대간 남과 북의 산들>은 그의 홈페이지(www.
자 하는 일”이라고 회사를 설명하는 그는 “앞으로도 한국 사람들
hikekorea.com)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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