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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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시작하는 말 이 책은 ‘나’ ‘우리’ ‘공동체’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에 서도 ‘나’ 는 개인적인 삶의 공간에 관한 불평등한 경험을 담았다. 저자 또한 20 살에 자취를 시작하면서 세상이 혼자 살기에는 얼마나 불편한지 몸소 겪어왔 다. 여러 자취방을 전전하며 여럿이도 살아 보고 넓은 집, 좁은 집, 오래된 집등 벌써 집을 옮겨다닌지 4년째. 이래저래 잘 몰라서 집주인과 다퉈도 보고 벌레와 싸우고, 지금은 없는 햇볕 아래 습기와 전쟁중 이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주거권 밖의 삶을 사는 고시원 사람들과 쉼터 사람들처럼 주거 에 대해 자신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차별 받 는 장애, 출신국가, 성적지향, 1인가구의 이야 기를 담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많은 소수자 들이 자신의 권리인 주거권을 차별받고 있다. 집다운 집을 구하기 어렵고, 돈이 없는 이들은 쪽방으로 내몰린다. 우리나라는 점점 발전하 는데 비해 좋은 주거를 위한 비용은 더 높아지 고만 있다. 나라에서 이를 도울 방법은 뭐가 있을까? 저자는 각자의 행복한 주 거권을 위해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산업화가 되면서 개인화가 되었지만, 이제는 공동체 사회가 되면서 물자를 공유하고 집까 지 공유하는 사회가 되어왔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함께해야 한다.



20대에게는 '주거권'이 없다.

_미류

서른 명이 모여 살았던 하숙집. 그 꼭대기 옥탑방이 나를 처음으로 받아 준 서울의 ‘방’이었다. 달랑 두 개였던 욕실에 온수가 나오는 시간은 딱 한 시간, 안에 누가 있어서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몇 번 한 끝에 욕실에 들 어간 어느 날이었다. 한창 머리에 샴푸를 묻히고 헹구려는데 갑자기 얼 음처럼 시린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차가워 머리가 아팠고 치아 는 덜덜덜 타악기처럼 울렸다. 눈에서는 뜨거운 물이 뚝뚝 떨어졌다. 집 주인에게 항의했더니 오히려 “집 나오면 다 고생이다”라며 격려를 하더 라, 이런. ‘주거권’이라는 말도 생소한데 20대라니.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 에 20대의 주거권은 중요한 사회 의제가 되어야 한다. 학교나 직장을 다 니기 위해, 또는 가족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독립을 ‘감행’하는 20대의 주 거 현실은 사람에게 집이 무엇인지 되묻게 하는 ‘청동거울’이다. 옆방에 서 코고는 소리까지 들릴 지경인 베니어 합판의 ‘섹시함’, 취사 공간이 없어 끼니를 거르거나 전자레인지에 라면 돌려 먹기를 반복한 끝에 ‘ 죄 사罪死하는’ 위장, 창이 없어 누렇게 뜨는 얼굴……. 이런 것들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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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20대에게 ‘모욕’을 권하는 사회라는 증거라면 과장일까. 주택 보급률이나 1인당 주거 면적 같은 수치가 개선되고 있다지만 고시원처럼 ‘가난한 청춘’을 위한 ‘열악한 주거 환경’은 각종 지표와 통 계의 바깥에서 여전히 번성한다. 거기에서 거둬들인 ‘눈물 묻은 돈’은 땅에 묻히고, 내 집 마련의 꿈도 상속받아야 하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 의 현주소다. 모든 사람이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적절한 주거 2

비부담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거권이다. 최저 주거 기준은 만 들었으나 이 기준에조차 미달하는 가구를 위한 대책은 전혀 없는 나 라, 공공 임대 주택 비중이 5% 에도 못 미치는 이 나라에서 물론 20대 만 열악한 주거 환경 아래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모든 20대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독립의 시기가 앞 당겨지고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지금, 20대를 살아가는 사람도 살 만한 집에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한국 사회는 주거 문화 의 실마리를 잡게 될 것이다. 20대에게는 고시원만 주어지는 사회 현 제도상 단신 가구가 들어갈 수 있는 임대 주택은 없는 것이나 마찬


가지다. 청약이나 주택관련 대출에서도 나이와 가구원 수가 중요하다. 주거비를 보조하는 정책 역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 쪽방이나 비 닐하우스 같은 전통적인 주거 빈곤의 문제는 20대의 옷을 입고 거듭날 것이다. 밥도 그릇이 있어야 먹는 것답게 먹을 수 있듯, 삶도 그릇이 있어야 사는 것답게 살 수 있다. 우리 삶이 오롯이 담기는 그릇인 집을 마련하 는 문제를 개인 못으로만 돌리는 사이에 낭창해지는 20대의 삶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혼자 사는 20대는 집을 나왔을 뿐 새로운 집으로 들어 간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 20대에게는 계약할 필요도 없는 하숙이 나 ‘잠만자는 방’, 고시원만 열어 주는 사회는 이 말을 들어야 한다. “날 울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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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소리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결국 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어느 순간인가 저절로 그런 능력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게 생활화되었고, 코 를 푸는 게 아니라 눌러서 조용히 짜는 습관이 생겼으며, 가스를 배출할 땐 옆으로 돌아누운 다음 손으로 둔부의 한쪽을 힘껏 잡아당겨, 거의 소 리를 내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 박민규의 소설 <갑을 고시원 체류기> 고시원에 살게 된 외로운 도시 청년의 이야기다. 글을 읽는 분 중에도 고 시원에 살아 본 적이 있는 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박민규의 묘사에 백배 공감이 갈 것이다. 고시원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기러기아빠와 대학생, 재수생, 직장인, 장애인, 노인, 일용직 노동자, 가출 청소녀/년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고시원의 방들 또한 굉장히 다양하다. 원룸에서부터 쪽방처럼 평수가 작은 곳까지, 다양한 넓이의 방들이 층별로 자리잡고 있다. 꼭대기에는 옥탑방이 있고, 3층과 4층과 5층에는 2평 남짓한 방들이 닭장마냥 빽빽 이 모여 있다. 고시원 건물 1층과 2층은 대개 그나마 살기 편한 원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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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방은 가격이 월 70만 원이나 80만 원 정도나 한다. 그리 좋지 않은 방이라도 15만 원에서 17만 원 사이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대부분 공동으로 사용한다. 고시원의 통로는 매우 좁아서 벽에 바짝 붙어야만 겨우 한명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정도다. 창문이 없는 방은 환기를 시 키기 어렵고, 설사 창문이 있다 해도 먼지 때문에 열어 놓기 힘들다. 그 리고 도로 옆에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답답하고, 쉽게 기관지에 무리가 올 수 있다. 고시원 방을 보면서 “감옥 같다”,“좁아서 산소가 부족할 지 5

경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시원의 가장 큰 단점은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시 원의 벽은 합판이나 엠디에프(MDF)로 된 곳이 많다. 심지어 스티로폼으 로 된 곳도 있다. 옆방에서 방귀를 뀌면 그 냄새가 내 방까지 온다. 라디 오도 못 듣고 전화도 못 하고, 심지어 커피 마실 때 후루룩 하는 소리조 차 내기 무섭단다. 그래서 시끄럽던 사람도 고시원에 가면 꿀 먹은 벙어 리처럼 좁은 감옥 같은 방에서 새우잠을 자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불이 났을 때와 같은 위급 상황에서 절대 빠져나가기 힘들다는 것 또한 큰 문제다. 비상구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는데 고시원은 통로 도 좁고 건물도 대부분 낙후되어 있다. 좁은 계단으로 다들 급히 내려가


다가 압사당할 위험도 있다. 물론 연기에 질식해 죽을 수도 있고. 안전에 도, 사생활 보호에도 취약하고, 건강에도 해로운 곳, 그곳이 바로 고시원 이다. 없는 게 죄야? 고시원에 살았던 사람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 살다 보니 정말 돈 없는 게 죄가 되는 세상이란 게 실감난다.” 왜 그들은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고시원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고시원에 들 어간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에게는, 돈을 벌 여건이 안 되는 사 람들에게는 몇 백만 원 보증금도 치명적이다. 반지하와 고시원, 시설이 좋지 않은 빌라, 그리고 오피스텔로 옯겨 가며 살았던 우리 이모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곳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그저 고맙고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처지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그 사람들도 집값이 안정적이 거나 싸고 환경이 편안한 집이 있다면 그곳에 들어갔겠지, 당연히. 그런 곳이 없으니까 그냥 이런 생활에 만족하며 살 수밖에……” 돈 없고 일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곳에서 살아야 하 는 건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지 만, 돈 없고 능력 없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은 모두 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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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곳에서 살아야만 하는 걸까? 국가에서는 집값이 함부로 오르지 못하게 해서 사람들이 좁 더 편하고 삶을 평화롭게 누릴 수 있는 집을 마 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고시원에 사는 사람이 언젠가 고시원을 벗어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들은 몸에 고스란히 남을 것이다. 좁고 불편한 공간에서 얻은 온 갖 통증들이나, 밥을 해 먹거나 씻기 불편해 생긴 속쓰림이나 작은 가려 움증 같은 것들. 인간답게 살지 못해도 목표만 있다면 괜찮다고들 말하 7

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좀 더 편안한 곳에서 자기 목표를 향해 달려갈 권리가 사람들에게는 있다고 믿는다. 살 만한 곳에서 살지 못하는 것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까닭으로 척박한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니 그나마의 잠자리라도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 까닭도 없다고 생각한다. 고시원을 집 삼아 사는 이들은 굉장히 많다. 그런데 그 집은 법적으 로 주거용 건물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불안하다. 고시원이 살 만한 집은 아니다. 고시원은 불안정한 주거 형태 중 하 나일 뿐이다. 그런 불안정한 주거 형태인 곳을 정말 살 만한 집으로 만들


고, 하루빨리 집값이 안정되게 하고,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에게 집이 제공되어야한다. 지금은 새벽 5시다. 고시원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구하러 길에 나갈 시간이다. 그러다 일을 구하지 못하면 술을 먹고 답답한 고시 원에서 한탄을 할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불편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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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끝에 있는 집 지금 집에서는 2006년 11월부터 살기 시작했어요. 감염인 요양 쉼터에 요. 동료 HIV/AIDS(에이즈) 감염인들과 돌봐 주는 수녀님들, 가사 일 도와 주시는 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주거비 부담은 하나도 없는 셈이 지요. 내게 ‘집’은 눕고 싶은 공간이에요. 밖에 나가 돌아다니면 피곤하니 까 집, 하면 들어가 눕고 싶은 그런 공간이에요. 지금까지 살았던 집들 9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은 아무래도 쉼터에요. 나한테 절실하게 도움 을 줬던 곳이니까. 아플 때마다 돌봐 주고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늘 쉼터가 기억에 남아요. 두 군데 쉼터에서 살았는데, 이번 쉼터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여기 들어올 때가 더 많이 아픈 상태였고, 지금 까지 있기도 하고, 여기 와서 또 많이 회복되기도 해서예요. 지금 살고 있는 쉼터에는 지난 8년 동안 세 번째 들어온 거예요. 그 동안 같이 살았던 많은 감염인들 어느 누구 하나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 이 없고, 절절한 사연들이 많았어요. 가족이나 어느 누구에게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어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서, 이 사회에서 내


몰리고 편견 때문에 자신을 밝힐 수 없어서,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하게 되는 곳이 쉼터지요. 프랑스의 정신심리학 박사가 에이즈 환자 쉼터를 운영하면서 겪은 일을 책으로 냈는데, 그 제목이 “이 세상 가장 끝에 있 는 집”이라는 거예요. 제목만 딱 들어도 딱 와닿더라니까요. 쉼터를 가 장 잘 표현한 말인 것 같아. 우리한테는 쉼터가 ‘이 세상 가장 끝에 있는 집’이에요. 이곳이 좋은 건 아플 때 돌봐 줄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갑자기 아파 서 응급실에 가야 할 깨 수녀님들이나 도와주시는 분들이 데리고 가 주 셨어요. 쉼터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내 침대! 집에 있으면 누워 있는 게 일이야. 많이 움직이지도 않고. 특히 요즘에는 눈 때문에 거 의 엎드려 누워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침대가 가장 소중한 공간 이지요. 근데 침대가 너무 딱딱해요. 병원에서 쓰던 걸 얻어 온 거라서 그 래요. 지금은 살이 좀 붙어서 낫지, 예전에 삐쩍 말랐을 때는 정말 힘들었 어요. 그때는 뭐 가져다 깔고 그랬어요. 가장 불편한 건 저녁 늦게 들어오기 힘든 거. 귀가 시간이 정해져 있 어서 늦은 시간에 들어오려면 아예 외박을 하거나 그래야 해요. 그리고 같은 감염인들과 살지만, 워낙 다양한 사람들과 살다 보니 소소하게 부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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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는 문제들이 있어요. 다들 각자 방 쓰고 밥 먹을 때나 만나니 자주 부딪 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음, 여러 사람들과 생활하니까, 내가 텔레비전 보 고 싶을 때 못 보고 내가 컴퓨터 쓰고 싶을 때 못 쓰고 그런 건 있어요. 그 럴 때는 예전에 혼자 살던 집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지금 다행히 방을 혼 자 써서 지낼 만해요. 전에 있던 쉼터는 방 하나를 두세 명이 써서 아쉬울 때가 많았어요. 시설의 규칙에 맞춰야 하는 것도 좀 불편하고. 먹는 것도 늘 해주는 밥만 먹으니까 어떤 때는 내 입맛에 안 맞을 때도 11

있어요. 하지만 몸 생각해서 해 주는 거니까, 내가 고기 잘 안 먹어서 음식 해 주시는 분이랑 투닥거릴 때도 있어요. 지금 지내는 게 크게 문제가 있지는 않지만 뭔가 다른 게 필요한 것 같기도 해요. 동정덕인 공간이 아니라 감염인들이 자기 삶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그런 개념의 센터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그 사 람 건강 상태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다양하면 좋을 텐데, 일자리 찾는 것도 막막하고, 쉼터 나가면 바로 완전 혼자 살아야 하는 거잖아, 감염인 스스로 자활 사업을 하거나 자활 지원 센터 운영하려고 할 때 정 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 같아요. 쉼터는 무한정 있을 수 있는 공간은 아니잖아요. 아플 때만 도움 받


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집이고, 또 언젠가 돌아 와야 하는 집이지요, 쉼터는. 지금 따로 부담하는 주거 비용은 없지만 임대 아파트를 알아보는 중 이에요. 올 초에 영구 임대 아파트 신청했는데 떨어졌어요. 될 때까지 계 속 하려고요. 이번 6월에 또 나온다는데 그래 또 해 봐야겠어. 대기자가 엄청 많다는데, 어휴…. 그냥 임대 아파트는 너무 비싸고 영구 임대 아파 트 보증금 정도는 모을 수 있을 듯한데…. 임대 아파트에 살고 싶은 건, 제일 싸기 때문이에요. 내가 살던 곳은 월세거나 하숙집, 고시원이었어 요. 앞으로 살아갈 공간은 저렴하면서 안정적인 공간이면 좋겠어요. 언 제쯤 살 수 있으려나. 이번에 나가게 되면 다시 아프면 안 된다고 각오할 거예요. 많이 아 플 때는 열심히 챙겨 먹다가 좀 괜찮으면 적당히 먹고 그랬는데, 이제 밥 도 잘 챙겨 먹어야 하고 혼자 잘 살 생각을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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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과 차별 금지 A. 현 상황과 문제점

① 시설에서 나올 수 없는 장애인들 1.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자립 생활을 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인대도 한국 정부 의 장애인 정책은 여전히 생활 시설 위주다. 전국적으로 장애인 생활 시설은 314개 이며, 21.709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미신고 시설 등을 포함하면 10만 명이 넘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살고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설에서 사는 장애인들의 대부분 이 지역사회로 나와 살기를 바라지만 자립 생활에 필요한 주거 서비스가 제공 되지 않는다. 13

2. 정부는 공동 생활 가정을 지원하지만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사생활이 제대 로 보장되지 않는다. 2007년 전국에 공동 생활 가정은 400개소,1.600명이 거주 하고 있다. 지적장애인, 자폐장애인이 15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양이다. 또한 거주인의 일상생활을 관리하는 직원이 상주하면서 서로 모르는 중증 장애인 대여섯 명이 한 공간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3. 그밖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전혀 없으며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에 게는 공공 임대 주택의 신청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아, 장애인이 시설을 나오는 것 은 매우 어렵다. 시설에서 나와 공공 임대주택으로 돌아갈 때까지 임시로 주거할 수 있는 공간과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아예 없는 상황이다.


② 장애인들의 열악한 주거 실태 1.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보다 열악하고 불안정한 주거 환겨에 거주한다. 2008년 전 체 장애인 중 85.5퍼센트가 소음·진동·악취·대기오염 등으로 거주에 적절하지 않 은 공간에 살고 있으며, 3퍼센트는 상가, 공장, 비닐하우스 등 비주거 공간에서 살 고 있다. RIR(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주거비 부담도 높은 편 이다. 전기세 등 공과금 미납이 10.5퍼센트, 난방 단절이 6.2퍼센트, 임대료를 내 지 못해 이사한 경험이 9.0퍼센트로, 주거비를 부담하지 못해 주거가 불안정한 상 황이다. 또한 주택 구조가 장애인이 거주하기에 적절하지 않아 주택 개조를 원하는 장애인은 18.3퍼센트에 이른다. 2. 임대를 거부당하는 등의 직접적인 차별도 심각하다. 장애를 이유로 계약 자체를 거 부당하거나 체결 후 취소당하는 경우 등의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을 갖춘 집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은 집을 구할 때 비장 애인보다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차별이 심각하지 만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제 절차나 주거권을 인정하는 판례는 아직까지 없다. 3. 장애인들은 주거비 부담이 적정 수준이 사회 주택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2005 년 추정 장애인 가구(1,944,791가구) 중 공공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 가구 는 2.5퍼센트, 그 밖의 기본 주택 임대 사업을 이용하는 장애인 가구는 3.8퍼센트 로 매우 낮은 실정이다. 장애인 가구의 소득은 월평균 가구 소득의 절반 수준이고 실업률은 두 배 이상 높다. 즉, 장애인은 주택 시장을 통해 적절하고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누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 반면,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이나 주거 복지 정책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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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실태 1. 한국의 이주 노동자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 실태 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이주 노동자들은 주택 정책에서 차별을 경험하거 나, 부적절한 위치, 과밀된 환경, 생활 설비가 거의 없는 집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2. 이주 노동자는 비거주용 건물에 사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의 조사에 따르면, 60퍼센트 이상이 공장에 딸린 방,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에서 거주한다고 응답했으며 20.2퍼센트만 거주 환경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좁고 비위 생적이고 냉난방이 안되는 점이 이주 노동자들이 힘들어하는 주요 이유였다. 「부산 지역 이주 노동자 인권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들은 심각한 과밀 주 거 상태에 놓여 있다. 설문 응답자의 49.8퍼센트는 최저 주거 기준(12㎡)에 못 미 15

치는 6.6㎡ 이하의 방에 거주하며, 이들 중 61퍼센트가 세 명 이상의 동료 와 함께 생활한다. 한국의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이 22.81㎡인 것과 비교할 때 심각한 불평 등이 드러난다. 3. 2004년 고용허가제의 실시로 고용주의 숙식 제공 의무가 사라졌다. 시업들은 이주 노동자들의 숙식비를 부담하지 않으려 하고, 정부는 이주 노동자들의 숙식비를 최 저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저임 금에서 20퍼센트까지 삭감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이주노 동자들은 최저임금 제도의 보호에서 배제될뿐만 아니라 현재의 열악한 주거 환경 을 더욱 개선하기 어려워진다. 4. 최근방문취업제를 통해 입국하는 이주 노동자들도 매우 많아져 31만 명을 넘어섰 으나 이들의 주거 실태 역시 조사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일터(식당,숙박업소 등)에 딸린 작은 방이나 고시원에서 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우 좁은 공간,사


생활의 침해 등을 경험하고 있다.

④ 1인 가구의 주거 실태 1.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20.1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정부의 주택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다. 1인 가구의 45.1퍼센트가 월평균소득 100만원 미만일 정도로 저소득츠이지 만 공공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수는 0.43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1인 가구는 2인 이상의 가구에 적용되지 않는 나이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35세 이상이 되어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다양한 주거 정책에서 1인 가구를 오 히려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있다. 결국 이들은 대부분 쪽방,고시원등 홈리스 상태 에서 살아가고 있다. 16

⑤ 성소수자에게 차별적인 주택 정책의 ‘세대’ 개념 1. 한국 정부의 주택 정책은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세대’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가정’ 의 개념은 폭넓게 해석되어야” 하며 “개개인은 연령, 경제적 지위, 집단 또는 다른 이와의 관계또는 신분 및 기타요인과 관계없이 적절한 주거를 누릴 권한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세대’는 이성애적 혈연관계만을 인정한다. 그래서 성소수자들의 동 반자 관계나 가족과 같은 비혈연 공동체들은 주택 정책에서 배재된다. 2. 성소수자들이 동반자 관계를 이루어 동거하는 경우‘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공공 임 대 주택에 거주할 수 없다. 또한 ‘세대’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이 승계 되지 않는다. 즉 동반자 관계를 이루어 동거하다가 한 사람이 질병, 유학 등의 이유 로 이주하게 될 경우, 임대차 기간을 보장받지 못하여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C. 결론 및 권고 1. 주거권을 누리는 데 장애, 출신 국가,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심각하게 우려된다. 한국 정부는 장애인, 이주 노동자, 1인 가구 등이 사회적 취약 집단 주거 대책에 차별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2. 정부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시설 장애인 들의 탈시설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서비스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정부는 장애의 유형, 정도, 성별 등을 고려한 최저 주거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장애인이 접 근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이 갖춰진 주택을 공급해야한다. 또한 장애인이 현재 거주 하고 있는 주택 개조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17

3. 정부는 고용주가 이주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숙식을 제공하도록 하고, 최저 임금 삭감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4. 정부는 ‘세대’ 개념을 이성애적 혈연관계로 제한하지 말고 성소수자 동반자 관계나 비혈연 공동체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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