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Page 1

Red.

food and drinks and place


PHOTOGRAPHY BY KWON YONG SANG

c h i n a town





차이나 타운은 오래동안 내 기억속에 없다가 나타난 동네이다 화교 가족이 운영하는 만두집 『미식세계』 만두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휴일이 아닌 날 거리는 한산했다


중국물건을 파는 노점



샤또 무똥 로칠드,2000

옛 청일조계 계단에서 마주친 누렁이


Champagne story






outside play photographs by Kwon Yongsang












with Wine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엘리엇의 시처럼 4월이 시작되었다. 잔인한 달, 4월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4월이 주는 어중간함과 어정쩡함, 약간의 바람을 동반한 우울은 가슴 저릿한 연애소설에 손이 가기도 하고, 혼자 미술관을 찾아보고 싶기도 하며, 가끔은 술 생각을 나 게 만든다. 4월은 유난히 그렇다. 그런 마음이 들 때, 와인 한 병, 혹은 책 한권, 마음에 드는 그림 한 점은 마음 속 깊은 위안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찾게 되는 와인들이 있다. 아트가 느껴지 는 와인. 와인은 늘 예술 속에 있었지만 레이블 하나, 스토리가 담긴 와인, 문학 속에 등장했던 와인들을 찾아 마시다 보면 특이한 경험을 하 게 된다. 그런 와인을 마실 땐 특유의 공기가 있다. 와인 속에서 흘러나오는 기운과 함께 공명하면서 흘러나오는 예술적인 공기, 그 렇게 두 공기가 맞닿으면 물감이 섞이듯 마음이 번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다가 어 느 순간에 와인에 취해버린 듯한 느 낌이 찾아오기도 하고 그 속에 담긴 또 하나의 의미들로 입가에 미소

무라카미류 와인 한 잔의 진실


켄우드,2000

를 머금게 된다.

무라카미류 «와인 한 잔의 진실 무라카미류의 <와인 한 잔의 진실>에는 ‘로스 바스코스’, ‘오퍼스 원’, ‘샤또 마르고’, ‘라타슈’ 등 여덟 종의 와인과 관능을 소재로 쓰여 진 소설이다. 관능 속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 성들의 사랑과 눈물이 스며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성들은 자기 자신과 인생에 위화감 을 갖고 있다. 그녀들은 거짓말로 범벅이 된 사회 전체를 거부하고 한 잔의 와인 속에서 진실 을 발견한다. R


music

간,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숙희

무>.

는 독백한다.

‘그에게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로 시작해서 ‘아아, 나

전류같은 것이 내 몸 속을 달렸다. 나는 깨달았다. 현규가

는 그를 더 사랑하여도 되는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끝나

그처럼 자신을 잃은 까닭을, 부풀어 오르는 기쁨으로 내 가

는 이야기.여고생과 대학생 오빠가 사랑에 빠진다. 새아빠

슴은 금방 터질 것같았다.

를 ‘므슈’라고 부르는 감성적인 숙희. 소녀의 첫사랑은 다

지수의 러브레터는 숙희와 현규를 이어주는 메신저였다.

름 아닌 므슈리의 아들이자 ‘델리켓’한 목선을 지닌 청년 현

그야말로 ‘우울한 편지’인 것이다.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

규였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오누이의 사랑이야기라, 이

를 들으며 나는 알 수 없는 말들을 썼다.

순정만화 같은 이야기를 수업시간에 배우다니, 그래서 더 욱 알싸하니 자극적으로 읽혔던 것같다. 국어 시간에 같은

-우울한 지수를 위해 이 아름다운 곡을 바친다.

반 친구가 이 소설을 낭독했을 때 교실에 퍼지던 파르스름

-배신이란 사랑하는 자들의 특권이다.

한 낭만의 공기를 기억한다. 내가 쓴 문장의 의미를 언젠가 알게 될 거라고 예감하면서, 그 당시, <젊은 느티나무>의 BGM은 유재하의 ‘우울한 편 지’였다. 소설 속에는 현규의 친구인 지수라는 남자가 나온 다. ‘연회색 스포츠웨어가 잘 어울리며 휘파람을 불며 길을 걷는’그는 숙희에게 러브레터를 보낸다. 이 편지를 보게 된 현규가 숙희한테 화를 내면서 뺨을 때리는 데 바로 그 순

소녀인 나는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R

PHOTOGRAPHY BY KWON YONG SANG

열일곱 살의 나는 그 소설을 좋아했다. 강신재의 <느티나

TEXT BY SONG HYE RYEN

유지하 『먼훗날 같은 오늘』


favorite drink

시면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

당신의 말이 생각났다.

다.가끔씩 누군가 와인을 데워다 건네주었음 좋겠다.포근 히 기대어보고 싶은 그런 마음.따뜻한 와인 한잔 정도로

얇은 냄비에 붉은 와인을 붓는다.

낫는 병이라면 살짝 걸려도 좋을 것 같다.

가스불을 올리자 잠시 후, 쉭쉭 와인이 끓어오르는 소리

데운 와인은 ‘따스한’이라는 말보다 ‘따끈한’이라는 말이

가 들린다. 그에게 있어 와인은 일종의 치유제라고 했다.

더 어울릴 것같다. 그래서 따끈한 와인 한잔이다.

날이 춥거나,

누구는 한겨울 스키장 위에서 마시는 따끈한 와인이 제일

마음이 쓰릴 때,

이라고도 했지만잠이 쉬 오지 않는 밤, 데워 마시는 와인

감기에 걸렸을 때,

은 그렇게 ‘치유제’가 된다. R

오늘처럼 잠이 오지 않을 때, 그는 와인을 데워서 마신다고 했다. 가벼운 레드와인에 계피나 오렌지를 넣고 살짝 데워서 마

PHOTOGRAPHY BY KWON YONG SANG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따끈한 와인을 한잔 마셔보라는

TEXT BY SONG HYE RYEN

글루바인 와인은 혼자서 즐기기도 좋다


Red.

Red.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