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별 05호 .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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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 내 눈엔 검은 눈물이 흐르네 강하고 아름다운 것을 지키려고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네 나는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해 -오로빌에서 그린 그림

긴 콩깍지처럼 생긴 저 껍질, 저 색깔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배를 가르니 검은 씨앗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반짝이는 씨앗을 보니 아름답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한 얼굴을 한 사람 말하고 싶지만 전하지 못하는 작은 입 당신,괜찮아요?



그 다음 날 갔더니 이렇게 사라졌다. 후련하다. 어제 나로 인해 순간 모였던 모든 것이 새로운 질서에 몸을 맡기고 떠나버린다. 순간이었어!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사라진다.

내 속에 이 아이 도움을 바라는 눈빛 모른 척 돌아서지 말자. 내 품으로 안아 토닥인다. 그래.나야 내가 보고 싶지 않아 했던 나 사랑하지 않았던 나 미안해.넌 나야. -오로빌에서 그린 그림










i l l ustby유리





라 엘

그 주말에 가슴에 무거운 기운이 느껴졌었다.여 신과도 같은,파워풀한 여사제 이신 선생님,그녀도 가슴에 무 거운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고 곧이어 나는 그녀가 이 십년이 넘도록 암 투병을 했으 며 최근 그녀의 몸속에서 암이 득세하던 참이라는,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가르치는 일이 끝나자마자 여신과도 같은 그녀가 바닥에 쓰 러졌다고 했다.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그녀는 내 꿈 속에 환하게 웃는 모습 으로 나타났다.그 날 밤 나는 수정을 꼭 끌어안고 잠들었었다.

요며칠,정체를 알 수 없는 무거움,어두움 등 마음 속에 거침이 있었다. 예전보다는 많이 자라서 이제는 고통스러워하는 자신과 고통스러워하는 자 신을 관조하는 자신이 훨씬 명확하게 구분이 된다. 관조하는 자신이 많이 강해졌다. . 그래도 어쩌지 못할 때에는 미친듯이 그림을 그리면서 가슴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풀어낸다.마음을 이완하면서 가슴 속에 숨어 있는 나의 조각 조각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귀를 기울여준다.

수치심,분노,두려움,의심,극치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도록 나 자신을 옥죄 는 것,내 빛이 환하게 마음껏 빛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제한시키는 것,극 치의 기쁨을 느끼려고 하면 우선 죄책감부터 느끼는 것. . . 이런 것들이 스멀 스멀 고개를 들고 정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에는 가슴 속에 숨어있었던 것들의 이름을 정 확하게 알지 못한다. 오로지 느끼면서 쏟아낼 뿐. . . . . 강한 물살처럼,폭풍처럼,파도처럼 무엇인지 모를 것들을 쏟아내면서 오직 하나의 소리,명확하게 들리는 것은,사랑한다,사랑한다,사랑한다 였다.


갑자기 친구가 줬던 현경 교수님의 빨간책이 떠올랐다.왠지 알수 없었지만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읽은 부분 다음을 읽으려고 펼쳐보니 마침 읽을 부분은 여신의 분 노에 대한 부분이었다. 사회적인 구조 속에서 부당하게 억압당하는 사람들의 분노,그 중에서도 가 부장제 속에서의 여성들의 분노를 정화하고 치유하여 살림의 에너지로 승 화하자는 주옥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나는 구절구절 눈물을 방울방울 흘 리면서 읽어내려갔다.

그러자 명료하게 이해가 갔다.아까 쏟아내던 폭풍 중의 큰 부분을 차지하 던 것이 분노였음을. . . 그런데 가슴을 열었을 때 분노가 쏟아져나오면서도 오로지 사랑의 소리만 이 들렸던 것은,나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의 나도 사랑이기 때문이다.

분명하고 커다란 소리로 내 안의 영혼의 목소리가 말했다.우주와 공명하 는 힘찬 목소리였다. 여. 자. 로. 태. 어. 나. 서. 참. 좋. 다.

모든 여성은 참 고귀하고 아름답고 훌륭한 사명을 띄고 있다는 깨달음이 분 명하게 떠올랐다.



모든 여성들은 어머니 지구를 치유하는데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한 명의 여성이 정화되고 치유되고 아픔을 삶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면 그만큼 어머니 지구도 치유되는 것이다. 가슴 속에 뜨거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여성으로 태어나서 참 좋다.참 행 복하다.참 고귀하다. 누구로부터도 인정을 구할 필요 없이,내 안의 깊은 곳에서부터 나의 존재에 대한,나의 여성으로서의 존재에 대한 깊디 깊은 인정이 솟아올랐다.

모든 여성들은 개인적인 그리고 집단적인 아픔들을 안고 있지만,그 모든 것을 사랑으로 승화해낼 수 있다. 그래서 가슴을 껴안고 먹물을 쏟아내더라도 밖으로 나오자마자 모두 사랑의 소리로 승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뜨거운 사랑이 솟구치는 것이다.나 자신을,남편을,아이를,모든 남 자들을,모든 여자들을,원형의 남자를,원형의 여자를,어머니 지구를,온 세상을 품어주고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사랑.사랑한다.사랑한다.사랑한다.

지난 주말,명상 중에 " 혈통은 사랑이다" 라는 메세지를 받았다. 남자들도 사랑이라는 뜻이었다.가부장제도 결국에는 사랑이라는 뜻이었다. 에고가 끼어들면서 폭력과 억압이 생겨나고,지금의 " 가부장제" 라는 개념이 나타나게 된 것이지,아이들을 낳고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것,그 안에서 어떤 영속성을 찾아가는 것. . . 이 모든 것은 사랑의 하나의


발현이었다. . . . 가족. . . 영혼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깊은 사랑. 항상 기억할께요.아빠가 머리에 꽂아줬던 진달래 꽃,그리고 우리가 함께 보던 루미나리에. 가족들과 보낸 시간들,가족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삶. . . . 너무너무 소중하 다. . .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남미의 카톨릭 신자들이 애용하는,유리병에 담겨 있는 과달루페의 성모마 리아 초를 사다가 켜놓곤 한지는 벌써 몇 년이 되었다.관세음보살에게 끌 린지도 몇 년이 되었다.작년인가에 자그마한 관세음보살상도 하나 집에 들 여왔었다. 그 둘이 며칠 전부터 확실하게 나에게 말을 걸듯이 내 마음 속으로 다가왔 다. . . . . 내가 그들에게 말을 건 것인지도 모르겠다. . . 그냥 그녀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이곳에 나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살포시 마음이 행복해진다. . . 정갈하게 두 손을 가슴에 모두고 있는 관세음보살 앞에 나도 다소곳이 두 손을 모으고 배시시 웃음지어 본다.

여신이. . . 사랑으로 오다. . . 내가 곧 그녀이다. .



나는 옷을 입은 채 온몸에 붕대를 헐렁하게 두르고 낡아 색 바랜 빨간 벽돌 기둥으로 돌진했다. 눈을 떠보니 나는 기둥을 통과해 묘하고 화려한 동굴에 들어와 있었다. 빛 한줄기 안 들어오는 지하세계에 촛농이 흘러넘치는 초가 곳곳에서 동굴을 밝히고 있었고 한쪽 벽에는 마법재료들을 수집해 놓은 수많은 병들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나는 넋을 놓고 방을 살피고 있었고 그때 마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푸석하고 까만 긴 머리에다 까만 원피스.그녀의 커다란 눈가도 시커멨다. 마녀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이곳에 올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며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차갑고 무뚝뚝하게 들리는 말투지만 나를 도와주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마녀를 따라 나는 조금 더 큰 공간으로 갔다. 그 곳에는 묘하게 빛나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조개가 있었다.


마녀와 나는 조개 앞에서 마주보고 섰고 마녀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빛나는 조개에서 알록달록 파스텔 색깔 산호 같은 것들이 길게 뻗어 나와서 나의 팔과 다리를 휘감더니 이내 온 몸을 뒤덮었다. 빛나는 산호 때문에 내 몸에서도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 빛을 촉감으로는 느낄 수는 없었지만 나는 가슴으로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 포근하고 친근하며 내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산호들은 사그라들더니 조개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내 안에 있는 나도 모르고 있었던 슬픔과 응어리 들이 모두 풀어져 버렸다. 내 몸과 마음이 마치 이제 막 태어난 것처럼 날아 갈 듯 가볍고 새 하얗다. 마녀는 이제 모두 해결됐으니 집으로 가보라고 또 다시 무뚝뚝하게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또 만나고 싶다고 다시 그녀를 만나러 올 거라고 신이 나서 얘기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고마움과 그리움과 슬픔이 아른거렸다. 나는 꼭 올 거라고!고래고래 소리를 높여 약속을 외치자마자 갑자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난 다시 내가 살던 세계로 돌아왔다.

그 이후 나는 그 곳으로 가려고 해봤지만 계속 실패했다. 아무리 벽에 돌진 해봐도 내 몸은 다시 벽을 박고 튕겨 나오기만 할 뿐이다. 아마도 마녀는 나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부엉부엉이 -겨울을 좋아하는 물고기자리



기간:201 2. 06. 1 7~06. 30 장소:삼청동1 26맨션1 층카페(www. 1 26mans i o n. c o m) 오프닝:6월1 7 일오후7 시 *편안히구경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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