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link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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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호

2011. 9∙10 www.womenlink.or.kr

민우ing ● 호외요,

호외! 고수들이 노하우((Knowhow: �賀佑)를 공유합니다 ● 식당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며

● 작은

꽃 아픔으로 피다! 기획

● 국가를

지목한다!


표지이야기


www.womenlink.or.kr

2011.9�10 02 민우ing

�호외요, 호외! 고수들이 노하우(Knowhow: �賀佑)를 공유합니다~ �식당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며 �작은 꽃 아픔으로 피다!

11

08

민우스케치

12 민우칼럼 창

�서울시장 선거에 즈음한 생각

14 人터뷰

�여행작가 황희연을 만나다

18 생생한 시각

�아직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23 기획

국가를 지목한다 �찌질했던 나를 말하다

32

�사실, 나도 아직 답이 없다 �해군은 장벽을 만들고 평화는 길을 만든다 33 독자인터뷰 n문n답 / 이 아이는 누구일까요?

40

34 문화산책

�마당을 나온 암탉아, 너를 위해 날아봐!

36 모람풍경

�모람 VS 모람 : 다소 VS 작심삼일

38 마포나루에서

�서울말은↑ 너무↗ 어려워 →

40 나의 삶 나의 이야기 �나의 삶 나의 할머니 42 생협이야기

�그녀들의 화려한 휴가

44 9개의 시선

� “나의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

46 지부소식 48 민우알림 � ‘함께가는 여성’ 의 필자명은 실명과 필명을 함께 씁니다. (단, 필명만 있는 것은 필자의 요청에 의한 것입니다.)

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김인숙 박봉정숙 편집인 주현정 발행일 2011년 10월 4일 통권 205호 편집위원 김민균 김희영 노재윤 문지은 배범호 이인화 임정우 디자인 일탈기획 031-771-8447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3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


민우ing

호외요, 호외! 고수들이 노하우 (Knowhow : �賀佑�)를 공유합니다~ 이선미(너굴)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점심시간 설거지할 사람을 뽑기 위해 매일같이 가위바위보를

적인 싸움의 기술, 마음으로 지지 않기 위한 액션 도모 노

하던 어느 날. 유난히 자주 걸리던 H는 M에게 질문을 한다.

하우 모집’ 을 통해 본격적으로 노하우를 수집하기 시작한 다.

“어떻게 하면 가위바위보를 잘 할 수 있을까?” M이 대답한다.

‘반전’ 과‘액션’ 을 중심으로

“마음으로부터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해.” 데이트 관계에서 이어지는 스토킹의 경우 가해자들은 상대 그렇다. 설거지가 싫었던 H는 매번 자신이 질 거라는 두려

여성의 성경험을 협박의 도구로 삼는다.‘너의 섹스/임신/낙

움을 가지고 가위바위보를 했던 것이다. M의 조언 뒤 가위

태 등등의 경험을 주변에 알리겠다’ 는 것이 주요한 무기로,

바위보에 임하는 자세가 변했다는 H는 승률도 올랐다고 한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촬영물이 있을 경우 이 협박에 힘을

다. 두려움을 없애는 그 노력에는 자신이 설거지를 할 수도

싣게 된다.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포함되었으리라. 일종의 수학

여성의 성경험 폭로와 촬영물 유통에 대한 협박을 단순히 이

적인 확률로 계산될 것 같았던‘가위바위보를 잘하는 법’ 은

별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갈등으로 취급하는 문화에 대해 일

이렇게 정리되었지만, 이 일화에 감명받은 상담소 활동가들

침을 가하고,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임으로써 협박 장기화

은 여러 방면에서‘마음으로 지지 않는 법’ 을 찾기 위해 노

에 따른 피해 증가에 반전을 가져오기 위해 수집된 액션 노

력했다. 그리고 연애 관계에서 찍은(혹은 찍힌) 스킨십/나

하우를 공유한다.

체 사진과 동영상이‘나’ 를 공격할 때 대응하기 위한‘효과

싸움의 기술, 마음으로 지지 않기 위한 액션 도모 � 노(�:길 노) 하(賀:위로할, 보탤 하) 우(佑:도울 우)

2

협박을 받는 순간부터 내적 갈등, 가해자와 주변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반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전략이

새털처럼 가벼운 너의 말을 가볍게 돌려주겠다는 기술이다.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에 유용한 고수들의 노하우는 싸움의

단단한 내공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내공을 키우기 위한 활

기술이기도 하다.

동은 아주 소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는 것,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내공을 키우

영화「눈에는 눈 이에는 이」

는 방법 중 하나이니 주변을 둘러보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 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당신의 깨알 같은 행동이 모

협박에는 협박! 나의 힘을 과시한다 - 내 절친이 사이버수사대다! 나 그 친구랑 카풀한다.

영화「긴 산책」

여 내공이 될 것이다.

- 친구들을 다섯 명 이상 데리고 가서 삥 둘러싼다. 그리고‘밤

효율적 에너지 분배와 성숙한 시간 보내기

길 조심해라’ 라고 말해 준다 - 튼튼한 호신용 삼단봉과 가스총을 구입해 그 X의 집 앞에서 친구들과 대기하다가 가스를 살포 후 삼단봉으로 감전시킨다. - 동영상 유포하면 나도 네가 누군지 까발린다. 똑같이 네 신상

1. 10%의 힘은 일단 내가 왜 이런 놈을 골랐을까, 후회와 자

털어서 유포하게 만들 거다. 신상 털리고 싶으면 유포해 봐.

책을 합니다. 이때 앞으로 이런 놈을 안 고르게 사람 보는

똑같이 스토킹하고 신상 털기로 대응하겠다.

눈을 다져야 한다고 다짐해야 합니다. 2. 70%의 힘은 그를 단념시키는 데 써야 합니다. 단, 이제까

물리력의 충돌은 조금 무섭기는 하다. 감당할 수 있는 사람

지와 다른 모습으로 대처하며 상대에게 끌려가지 않도록 해

에게만 권한다. 하지만 이대로 참지 않겠다는 정신 무장이

야 합니다. 3. 20%는 진인사대천명. 그가 마음을 돌렸으면 하늘에 감사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고려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만에 하나 유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유포되었다

영화「과속스캔들」

면 최소 3개월간 수행하는 출가자처럼 묵묵이 보냅니다. 4. 3개월 후, 그동안 관찰하고 돌봤던 자기 마음과 생각을 정 리합니다. 그리고 6개월 후에는 서서히 바로잡는 시간을 시작해 봅니다. 일방적으로 희생하고 착취되는 관계를 거

찌질한 것! 쯧쯧쯧

절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계 방식을 보여 주면서 현명하고 성숙한 관계 전문가로 나아 갑니다.

- 소녀시대 사진도 합성하는 세상에 무슨 소리하는 거야. 그거 다 합성이잖아. 찌질한 네가 뭘 갖고 오든 그건

성숙의 시간을 가진 이후 지혜로운 상담자, 경험 많은 조언

다 합성이야. 마음대로 해

자의 위치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는 과정을 말하는 노하우

- 어차피 볼 사람만 보는데, 난 상관없다. 동영상 어디에 올 릴 거니? 그 영상 팔아 수익 생기면 그 돈 나눠 갖자. - 네 얼굴도 팔리는데 올리고 싶으면 올려 봐.

이다. 개그 콘서트‘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 를 능가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정확한 퍼센트와 시기별 제안이 돋보 인다. 2011. 9∙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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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와‘반사’ 의 기술을 연마하라 무릇 고수는 완력으로 상대를 이기지 않는다. 기합 소리 요란 하게 돌진하는 적을 고수는 무심히 응시한다. 결정적인 순간 살짝 발을 걸어 그를 쓰러뜨린다. 고수는 적의 힘을 파악하고 그것을 그에게 되돌려 준다. 유유자적하게 돌아서는 고수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싸움의 최고 기술을 볼 수 있다. ‘여유’ 와‘반사’ . 협박하는 전 남친을 하수로 보라. 마음의 거리가 생기면 먼저 나의 두려움을 바로 볼 수 있다. 전 남친이 쥐고 있는 패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동영상’ 이 아니라 바로 나의 두려움 이다. 전 남친의 패는 나의 불안과 수치심이다. 파악이 끝났 으면 이제 그것을 그에게 되돌려 주자.

‘마음의 거리가 생기면 먼저 나의 두려움을 바로 볼 수 있

하고 변화시킬 수는 없다.

다’ 는 이번 노하우는 자신의 두려움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

결국 우리가 함께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할 것을 제안한다. 상대의 협박은 나의 두려움에 대한 공격

여성의 성경험을 대하는 세상의 시선 환기를 위한 활동을 끊

이기 때문에 두려움의 실체를 파악한 후에야 반사를 하여 돌

임없이 기획하고 행동하는 것이 노하우와 보태졌을 때 빛을

려 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노하우의 핵심이다.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길 노) 하(賀:위로할, 보탤 하) 우(佑:도울 우) 고수들의 노하우는 짜릿함과 통쾌함을 주는 동시에 반전을

너굴너굴 ●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제안해 주고 있다. 그리고 노하우

지면의 한계로 인해 노하우의 내용을 발췌 또는 요약했다.

들의 공통점을 살펴봤을 때 여성의 성경험을 바라보는 차 별적인 시선에 대한 전복이 깔려있다. 이것이 바로 협박의 순간에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열쇠인 것 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구성된 시선을 피해자 혼자 감당 4

노하우의 완본을 보고 싶다면 민우회 블로그에 방문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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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며 안미선(낭미)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봄과 여름 내내 식당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설문조사

을 지나쳐도 불이 환히 켜져 있고 설문 답변을 해 준 낯익은

를 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노력했다. 세상에 잘 들리지 않는

분이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서서 일하는 게 보였다.

목소리를 들으려면 식당으로 직접 찾아가 얼굴을 마주하고 이

밤 10시가 되도록, 10시가 넘어도 그렇게 일하다니. 유리문

야기 나누며 설문지를 펼쳐야 했다. 본부의 활동가와 회원, 여

너머로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내가 쉬는 주말에도 그렇게

휴인

실천단,1)

그리고 아홉 개 지부의 활동가와 회원들, 또한

한결같이 웃으며 일해야 한다는 피곤함을, 나는 첫 번째 통

대학생들, 안내 광고를 보고 연락해 온 지역의 시민들까지.

계에서 느끼게 된다.

그렇게 모인 설문지들은 고춧가루도 묻어 있고 구겨져 있기

1~4인의 작은 식당에는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다(80%)고

도 하고, 구석구석 식당여성노동자들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

답변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나물을 다듬으며 설문지에

칠새라 옮겨 적은 말들까지 생생했다. 354부의 설문지, 354

눈길을 주지 않던 모습. 그렇게 쉴새없이 일한 대가로 한 달

명의 서로 다른 얼굴이 모인 설문지가 전국에서 모였다. 어

에 100만 원, 130만 원, 150만 원을 받는다고 적던 글씨들이

떤 말들일까? 때로 웃으며, 때로 귀찮아 하면서 때로 무심한

떠오른다.

표정을 지으면서.‘어떤 속내를 담아 놓으셨을까?’

하지만“현재 받는 임금이 깎이지 않는다면 하루 몇 시간 근

통계 속에서 무수한 얼굴들이 어른거리는 것 같다.

무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는 질문에 평균 시간이 8.7 시간이라고 답변했다. 8시간의 꿈. 묵묵히 장시간 일하는 식

“이봐요, 10분은 커녕 1분도 시간이 없다구요.”

당여성노동자들도 그렇게 소리 없이 말한다.

하루에 몇 시간 일하냐는 첫 번째 질문에 가장 많이 답변한 근무 시간은 12시간이었다. 종일 일하는 분들의 평일 평균 시간은 11.6시간, 주말은 더 긴 시간을 일한다. 집에 가는 길 목에 있는 식당에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밤늦게 그곳

주1)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휴식과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실태 조사 실천단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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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당신처럼 8시간을 일하고 싶다.”

일을 하면서 어떤 시간이 부족하냐고 물었을 때,‘가족과의

월 3회, 월 2회, 한 번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일주

시간’ 을 또박또박 써넣은 이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론

일에 적어도 한 번은 쉰다는 것이 식당여성노동자에게 해당

‘자신의 문화∙여가 생활’ 이었다. 다른 이들처럼 아이를 돌

되는 상식이 아직 아닌 것이다.

보고 함께 식사를 하고 싶은 것이다. 등산을 가고 영화를 보 고 여행을 하는 시간을 꿈꾸는 것이었다. 이 문항을 작성할

“대신 일할 사람이 없어서 휴가를 내기 어렵다” 는 답변이 가

때 잠시나마 따뜻하게 풀리며, 꿈꾸는 얼굴이 되던 모습이

장 많았고(46.6%) 임금이 줄어든다는 이유가 그 다음이었

생각난다. 그리고 이 문항을 다들 좋아하셨다. 몇 시간 일하

다. 그리고 휴가를 내면 임금이 깎였다.(62.3%)

고 싶냐는 질문 앞에서는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명절 연휴도 쉬었다고 임금을 깎을 때는 정말 힘들다” 고말

한 번도 생각 못해 봤다고 들떠했다. 무얼 하고 싶냐는 질문

하던 식당여성노동자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한 달에 평일 네

앞에서는 설레어 했다.

번 쉰다고 해서 평일 다섯 번 있는 경우 한 번은 더 못 쉬는

하지만 현실 속에서 식당여성노동자는 허리, 어깨, 팔다리 통

게 아쉽다던 말도 떠오른다.

증에 시달리고 있다.(77.1%) 심장 질환, 하지정맥류, 화상, 베임 같은 사고도 당한다. 우리 앞에 선 그네들은 화상으로

일주일에 몇 번 가족과 같이 식사를 하세요?

팔과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거나 다친 자리를 보여 주기도

우리는 설문지에 새로운 질문도 넣었다. 결과를 보니 다섯

했다. 약을 먹으며 버티는 일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들

명 중 한 명이‘없다’ 고 답변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답변이

중 많은 수가 병원이나 약국에 가서 자기 돈으로 치료하고

주1~2회(40.3%)였다. 일주일에 단 한 번도 가족과 같이 식

침묵했다.(67.2%)

사를 하지 못하면서 남의 밥상을 차려야 하는 속마음을 그려

“식당여성노동자가 5년 동안 싸워 대법원에서‘허리병은 산

본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밥을 같이 먹을 시간이 없다는 건

2)는 기사처럼, 이들의 병이 직업병 재’ 라는 승인을 받아냈다”

또 다른 허기다.

이라는 것은 아직도 사회에서 새로운 뉴스거리다. 오래된 고 통이 아직도 세상에서는 낯설게 받아들여진다.

“4대 보험은 특히 참 필요해요. 말은 안 해도 모두 정말 어

설문조사를 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도대체 몇 번을 들러도 식

려운 사람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 식당에서는 4대 보험을

당여성노동자가 가만히 앉아 있는 때를 찾기 힘들었던 데 있

해 주지 않네요.”

다. 유리문 안을 들여다 보면 항상 움직이고 닦거나 무언가 를 다듬고 있다. 대부분이 손님이 없어도 일해야 한다

나이든 식당여성노동자의 말이 생각난다. 4대 보험 가입을

(66.4%)고 답변했다. 그리고 핸드폰 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

하지 않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35%) 다음으론, 한 개 이상

었다.(52.2%)

가입한 경우(35%)였다. 그 가운데 1~4인의 소규모 식당은 4대보험에 전혀 가입하지 않은 비율이 전체의 84.1%였다. 식당일을 노동이라고 부르거나 식당아줌마를 노동자라고 부 르는 게 낯선 만큼이나 이들의 4대 보험 이야기는 낯설다. 6

주2)「한겨레」2011. 8. 19. 사회면 기사에서


“핸드폰은 출근하면 2층에 맡겨 놔야 해요. 퇴근할 때 찾아가야 하구요.” 이 말을 해 준 어떤 식당여성노동자는 12시간 넘게 일하면서 하룻동안 누구와도 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경우다. 서비스업 노동자로서 손님에게 겪는 일에 대해 묻는 문항도 빠지지 않았다. “요즘엔 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하면서 답해 준 것 을 모아 보니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전히 불쾌한 신체 접촉이 나 성적 농담을 당한다고 답했다. 한 쭈꾸미 음식점에 설문조사 하러 갔을 때, 무표정한 얼굴로

가장 마지막 문항은 원하는 요구 사항을 묻는 항목이었다.

성희롱이‘아주 많다’ 를 체크하던 식당여성노동자가 떠오른

답변 결과, 첫 번째가 임금 인상(34.8%)이었고, 두 번째가

다. 무언가 더 묻고 싶었다. 더 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근무시간 축소(20.4%)였다. 정당한 임금과 휴식을 원했다.

통계 안에 말없이 담겨 있다. 일하면서 손님에게서 겪는 힘든

그래서 우리는 그 의견을 전달하려고‘심심타파’ 를 슬로건

일을 물었을 때 무시하는 태도나 반말, 음식 재촉이나 잦은

으로 내걸었다.

벨을 들었다. 식당여성노동자의 [심하게 긴 노동시간과 심하게 낮은 임금]

“손님들도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야 해요. 벨을 습관적 으로 누르는 사람이 있어요.” “나는 임금이나 노동 환경은 식당 업종이 비슷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보는 편인데, 손님 때문에 거칠고 악해 질 때가 있어요. 모든 걸 다 해 달라고 하면 안 되지요.”

을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 하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식당여성 노동자를 더 이상 엄마나 아줌마가 아닌 노동자로 보고, 우 리도 더 이상 손님이 아니라 같은 노동자로서 문제를 공감하 고 함께 바꾸어 가자는 제안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무엇이 바뀔까요?” “나중에 무슨 일을 더 하게 되면 와서 알려 주세요.”마지막

‘왜 식당에서 손님은 왕이 되고 노동자는 하녀가 되어야 한

으로 배웅하며 묻던 식당여성노동자의 인사. 그 인사를 모두

다고 생각하는가?’하고 그 목소리는 묻고 있다.‘왜 밥 한

와 나누고 싶다. 그들의 목소리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진실

끼에 지나지 않는 돈으로 자신들의 영혼까지 상처를 줄 수

처럼, 우리의 목소리가 새로운 답변으로 가닿을 수 있게.

있다고 생각하는가?’하고 묻고 있다. 그리고 손님들은 그들 을‘이모’ ,‘고모’ ,‘엄마’ 라고 불렀다. 듣고 싶은 다른 호칭 을 묻는 질문에 어떤 식당여성노동자는‘모르겠다’ 고써놓

낭미 ● 읽고 싶은 세상, 쓰고 싶은 세상, 바꾸고 싶은 세상 속으로 오늘도 한 걸음.

았다. 다른 이름이 가능하고, 다른 이름을 통해 자신의 노동 이 드러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어떤 이름을 우리는 다함께 상상할 수 있을까? 2011. 9∙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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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픔으로피다! 이소희(바람)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추석 연휴 직전 비가 내리는 금요일 오후입니다. 연휴 직전

녀의 일상은 한순간에 흐트러지고 말았습니다.

마음이 들뜰 만도 하지만 그보다 걱정이 앞섭니다.‘그녀가

14년 동안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현대차를 만들었지만 그

있는 그곳은 지금 괜찮을까?’날씨가 궂으면 생각나는 사람

녀를 고용한 하청업체는 일곱 번이 바뀌었습니다. 2008년

이 있습니다.

금양물류라는 하청업체에 속해 일했고 그때부터 모든 것이

바로, 지금 청계광장 여성노동부 앞에서 100일이 넘도록 상

한순간에 바뀌고 말았다고 합니다. 금양물류의 소장과 조장

경 농성 투쟁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성희롱 피

은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인 농담을 작업장에서 대수롭지 않

해, 부당 해고 여성 노동자입니다.

게 내뱉었고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엉덩이를 툭툭 치는 것은

그녀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14년 동안 소나타와 그랜

예삿일이었습니다. 번번이 일어나는 직장 내 성희롱을 보면

저를 만들었습니다. 쉬는 날에는 텃밭도 가꾸고 강아지와 산

서 한동안은‘그래 농담이다. 농담이니까 참자’ 라고 생각하

책도 했습니다. 소소한 일상이 오랫동안 머물면 좋으련만 그

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소장과 조장의 농담의 수위는

8


점점 더 심해졌고 급기야는“오늘 밤엔 너랑 자고 싶다” 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땅 곳곳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

한밤중에 전화까지 했다고 합니다. 14년 동안 성실하게 일한

의 모습이 계속 오버랩되었습니다. 2010년 고용평등상담실

것밖에 없는데 왜 이런 날벼락이 떨어졌는지 답답하고 속상

상담 중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40.8%로 가장 높은 비율을

했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동료 직원에게 하소연을 했고, 결국

차지하였습니다. 성폭력상담소 2010년 상담 통계 중 가해

에는 그 하소연이 회사 전체로 소문이 나서 회사는‘선량한

자-피해자 관계에서 직장 상사, 동료, 거래처의 상담건수가

풍속을 문란’ 하게 만들었다며 그녀를 정직시켰습니다.‘선량

가장 높았습니다. 이처럼 통계만으로도 여실히 알 수 있듯이

한 풍속을 문란’ 하게 만든 당사자는 그녀가 아니라 원치 않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은 우리 일상 속에서 빈번히 일어나

는 신체 접촉과 성적 농담을 한 소장과 조장인데 오히려 그

고 있습니다.

녀가 징계를 받은 것입니다. 징계에 대한 재심 요청으로 정직 에서 감봉 3개월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지만 징계를 받는 것

억압된 현실에 대한 저항

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인사위원회에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성희롱 가해

가해자인 소장이 버젓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힘을

자에게 명징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성희롱 가해자는

내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그

주로 피해자보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1)이 대부분이기

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는 이유로 해고했습니다.

때문에 여전히 대부분의 회사는 가해자에 대한 관대함을 유

해고 이후, 현대차 아산공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가해자 처

지합니다. 성희롱 문제 제기를 한 여성에게“사회 생활 하다

벌, 피해자 복직’ 을 요구하며 일인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한

보면 다 한 번씩 겪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하거나, 가해자와

겨울 칼바람을 막아 줄 비닐을 빼앗기며, 현대자동차에서 부

단 둘이 해결하라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가해자 징계를

른 용역깡패에게 맞아 가면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위한 인사위원회가 구성되어도 가해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 이 인사위원회에 소속되어 가해자의 입장과 시선으로 사건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을 바라보고 형식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가해자 조장과 소장에게 각각 삼

또한 성희롱 문제 제기를 한 피해자에게 회사를 그만둘 것을

백만 원, 육백만 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것을 권고하고, 사

압박합니다. 일부러 과다한 업무를 준다거나, 업무 자체를

업주에게는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및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

주지 않거나,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따돌리는 등 다양한 방법

해배상금으로 구백만 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것을 권고하

을 통해서 그만두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였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녀가 다니던 금양물류는 폐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성희롱 피해 여성 노동자도 이와 같은

업신고를 하였고, 현대자동차 본사는 본인들과는 무관한 일

경험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억압된 현실에 저항하기

이라며 모르쇠 정책을 일관할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할 수

위해, 평등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어려운 첫걸음을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결심하고, 낯선 서울로 올라와

내디뎠습니다. 그녀의 싸움은 한 사람만의 과제가 아니라 평

여성가족부 앞에 농성장을 차렸습니다. 양재동 현대자동차

등한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한 만인의 과제라는 의미로 우리

본사 앞에서 일인 시위도 하고, 노동부도 찾아가고, 민사 소

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송도 시작하였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해 겪은 우울증 과 합병증에 대한 산재 인정을 요청하며 근로복지공단에도 찾아갔습니다. 서울에 올라온 지 9월 9일, 오늘이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주1) 고용평등상담실 성희롱 상담에 있어 가해자의 지위를 살펴보면 사업주, 상 사가 가해자인 경우가 86.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1. 9∙10 9


민우ing 바꾸려는 저항의 몸짓을 끊임없이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현 대자동차 본사도 고용노동부도 그녀에게는 조건을 바꾸기 위해 요구하고, 협상할 수 있는 대상이 전혀 없다고 말합니 다. 정말 대상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현대자동차는 실질적 인 사용자로서 불법 파견이라는 위법한 고용 구조를 갖고 있 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장 내에서 관리자들에 의한 성희롱이 일상화되도록 방치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녀는 원 청업체인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정몽구와 금양물류 사업주에 게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과 그녀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 는 소송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싸움을 통해서 우리는 직장 내 성희롱은 하청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청업체도

이것은 노동권과 인권을 위한 싸움입니다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전 조직적인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그녀의 싸움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봅니다.

내하청 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위한 싸움이기 때문입니 다. 우리는 2010년 여름에 있었던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을

그녀는 여성가족부 앞에서 3개월이 넘도록 텐트를 치고 농

기억합니다.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 하청 노동

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성희롱 예방 교육

자에 대한 해고 사건을 다루면서“직접 생산 공정 사내 하청

을 관할하는 기관일 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은 원청 기업(현대자동차)으로부터 직접 노무 지휘를 받는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이 내정되었던 지난 9월 1일 그녀는 새

근로자 파견 관계” 로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2년 이상 사

로운 여성가족부 장관은 다를 것이라고 기대도 해 보았습니

용한 노동자는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

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9월 2일, 용역깡패들이 몰려와

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 하

그녀의 터전인 작은 텐트 두 동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그

청 공장에서 14년 동안 일한 그녀는 현대자동차가 직접 고용

녀는 쓰러진 텐트를 세우면서 다시 힘을 내어 말합니다.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녀는

“직장 내 성희롱은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

현대자동차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였습니

가해자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저의 원직 복직

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여전히 하청공장에서 일어난 일이

을 주장합니다.”아픔으로 핀 작은 꽃이 온 세상에 만발하여

기 때문에 본인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

환히 채워질 날을 기다려 봅니다.

다. 그녀가 속해 있던 금양물류 사업주는 폐업 신고를 하고 다른 이름의 업체를 만들어 그녀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 심지 어 성희롱 가해자들까지 그대로 고용 승계를 하였습니다. 고 용노동부는 그녀를 고용했던 하청업체가 폐업 신고를 했으 니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이 처해 있는 조건을 10

바람 ● 일기를 매일 쓰기로 다짐해 봅니다. 일기를 쓰다 보면 답이 보이겠죠?


민우스케치 � [반차별 연속 포럼‘주체 논쟁’ ] 공정한 병역 이행‘남자가 말한다’ 이번 포럼은 군대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부딪히는‘여자도 군대 가라!’ 의 막무가내 태도는 물론, 남성 스스로 군대 내 문제나 인권에 대해서 침묵하는 이유에 대한 답 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25명의 참가자 들이 토론회에 모였고 여성, 청소년, 인권 운동에 관심 있는 활동가와 회원들이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6명의 발제자들이 정해진 공통 질문에 답했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어진 전체 토론에서는 각자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며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8월 30일 영등포 여성미래센터

열독 熱讀” 이 있었습니다. 한 시대를 대표 했던 페미니즘 고전을 읽으며 페미니즘 이 해를 높이기 위해 기획하였습니다. 강의 시작 전부터, 여성주의를 공부하고자 하는 참가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매 강의 마다 다른 책들로 꾸며져서 특별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책들은 다소 어려웠지만, 강사들의 개성이 책만큼이나 다양해서 매회 즐거웠다고 합 니다. 책들까지 할인가로 살 수 있었던 주머니는 가볍고, 즐거움은 가득 한 강의였습니다. 8월 31일 ~ 9월 28일 민우회 교육장

� [CEDAW]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문이 나왔습니다 � [성명] 강용석 의원 제명안 부결시킨 18대 국회를 강력 규탄한다! 국회 역사상 최초로 성희롱 국회의원 퇴 출이 눈앞에서 한나라당에 의해 좌초됐습 니다.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쳤으나, 재석 의원 25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134명으 로 과반수 이상의 반대표로 부결되었습니다. 한나라당이 전체 재적의원 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한나라당 의원들이 당론에 가까운 수준으로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부결시킨 것과 다름없습 니다. 특히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이“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이 여인에 게 돌을 던지라” 는 성경을 인용하며,“여러분은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나는 그럴 수 없다”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 식구 감 싸기에 급급한 18대 국회를 강력 규탄합니다! 18대 국회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강용석 의원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 8월 31일

� [성명] 농성장 침탈 규탄한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 참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성가족부 앞 에서 농성을 하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여 성노동자의 천막이 강제 철거 되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성희롱 예방 교육만을 권장할 뿐 해결할 힘이 없다는 설명만을 해 왔습니 다. 그러던 중 30명이 넘는 용역이 동원되어 농성장을 철거하였습니다. 농 성을 지지하는 지원대책위원회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피해자와 함께 모 든 노력을 다할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9월 2일 - 사진 출처「여성신문」

� 여성주의 고전 읽기 -‘열독 熱讀’ 교육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여성주의 무상 교육“여성주의 고전 읽기 -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7월 19일 오전 10시부터 17시까지, 뉴욕의 UN 본부에서 한국 정부의 제7차 정기보고서의 심의 (constructive dialogue)가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정부가 작성하고 보고하므로, 현 실을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여성 단체들(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NGO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 심사에 대응하고 국제 사회에 한국 여성 인권의 문제를 알리고, 정부에 대한 권고문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8월 하 순에는 한국 정부 심의에 대한 최종 견해 발표가 있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섯가지입니다.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여성가족부의 가족 업무와 양성평등 업무가 단일 부서 소관으로 합 쳐지는 것 시정 촉구. �형법을 포함한 성매매 관련 정책과 관련 법안들을 검토 요청. �비정규직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성을 준수할 수 있게 인권 전문가, 재정적 자 원들을 배치하고, 젠더 및 여성 권리의 분야를 포함한 감시 기능을 강화 촉구.

� 9월, 신입회원 만남의 날 8명의 신입회원들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 웠습니다. 예쁜 색지에 명절에 대한 질문 을 담아서 제비뽑기를 하며 이야기를 나 눴습니다. 뒷풀이에 알게 된 사실 하나! 회원들 대부분이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답 니다. 우연히 모인 8명의 사람들이 반려견을 키우고, 민우회에 가입하게 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지요? ^^ 앞으로 소모임 활동도 하고, 자주 얼 굴 보면 좋겠습니다. 9월 27일 민우회 교육장 2011. 9∙10 11


민우칼럼 창

서울시장 선거에 즈음한 생각

“자기 스스로 지도자입네 하고 금 간판을 달고 다니는 지도자를 청년들이 찾을 필요가 있는가? 차라리 벗을 찾아내 단결하여 이것이 생존의 길이 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는 것이 좋다.” - 루쉰,『아침 꽃 저녁에 줍다』중 ‘청년과 지도자’ 에서 얼마 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이다. 이 글에서‘청년’ 을‘사람’ 으로 대치하면,

유경희(생기) ● 한국여성민우회 이사

바로 서울시장 선거를 대하는 내 생각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멀지 않 았다. 시장 역할의 중요성을 일깨운 전 오 시장 덕분에 새 시장에 대한 기 대와 논의가 분분하다. 며칠 전, 오세훈 전 시장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들에게 보낸 것인데 그 내용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서울이 도시, 금융, 관광 경쟁력에서 트리플 강세를 나타내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는 것과 뉴욕, 런던, 파리, 동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력 5위의 도시로 오르는 것이 머지 않았다는 그래서 아름 답고, 품격 있는, 존경받는 세계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위원들이 계속 노력 해 주십사’ 는 내용이다. 시정을 책임진다는 일은‘소통과 삶의 질’ 이 최우 선임을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시장직을 물러나고도‘경쟁력과 품격’ 에매 여 있는 모습이 안타까운 건 나만의 생각일까. 한강르네상스, 디자인 서울에 그 많은 돈을 쏟아 붓더니만, 무상급식에 들

시정(市政)이란 주제의 문제 이기 전에 가치의 문제이며 실행해 가는 방법의 문제다. 이번 시장은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고 폭넓 은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는 열린 사람 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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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는 돈은 그렇게 컸던 모양이다. 가치의 우선순위가 다름으로 인해 벌어 진 현실 앞에 나 또한 당황스러웠다.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그예 투표까 지 끌어내더니 투표율은 저조했고, 시장 사퇴는 결국 10. 26 보궐선거를 치르게 만들었다. 정책은 정치 싸움이 되어 버렸고, 고집스러움과 무책임함 으로 재정은 더욱 빈곤해졌다. 무상급식 실시의 경우 서울시 부담액 695억 재정(편성 예산 외 실질적 부족액은 519억)때문에 거덜 날 것같이 하더니 투표에 들어가는 돈이 182억 정도라 했고, 시장 선거까지 다시 치르려면 앞으로 얼마의 재정(300억 추정)이 더 들어가려나. 참으로 황당하다.


오 시장 사퇴 후, 안철수의 시장 출마 선언으로 정치권엔 돌

밝은 눈으로 살펴야 한다. 나는‘시정(市政)’ 이란 주제의 문

풍이 일어났다. 안철수의 등장은 여야 정당이 갖는 긴장감

제이기 전에 가치의 문제이며, 실행해 가는 방법의 문제라고

과는 별도로 새 인물이 주는 참신함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시장은 진정으로 남(특히 기득권층에

다. 최근 젊은이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허심탄회 이야

서 배제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고,

기를 나누는 청춘 콘서트에서 비춰진 이미지와는 다르게 다

폭넓은 의견 수렴을 할 수 있는 열린 사람이기를 바란다. 시

가온 게 사실이다. 박원순의 시장 출마 결심이 연이어 보도

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각 단위별 네트워킹을 끌어내려는

되고, 안철수가 출마를 접기까지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련

의지와 실행력이 있는 사람, 무엇보다 공동체적인 삶의 가치

의 현상은 눈과 귀를 언론에 집중시켰다. 너나 할 것 없이

를 존중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내 욕심이 과한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 없 이 표현하고, 어느 때보다 토론의 과정이 나날이 뜨거워지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의 모든 분열은 가진 자가 그렇지 않

는 걸 보니 새판 짜기에 대한 열망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과

은 자를 포용해 내는 공동체성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연 그들은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한 달여의 과정을 마감

자신의 삶에 올인할 뿐 타인의 삶에는 애써 눈을 감는다. 비

한 이후, 새 시장은 삶의 질이 나아지기를 소망하는 시민들

정규직, 인권, 보육이나 저소득층 생활고 등 복지의 어려움

의 욕망을 실현시켜 줄 것인가.

은 산재해 있지만, 손에 쥐고 놓지 않으려는 기득권층의 견 고한 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다. 나는 요즈음 언론과 주변

서울시는 작은 정부다. 짧은 서울시 여성위원 활동을 통해 느

에서 이어지는 서울시장의 화제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

낀 것은 서울시 정책에 시민들의 욕구와 의견이 좀 체로 반영

서울시장이 누가 되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정 방향은 시장이 관심 갖는 정책에

은 오늘을 살아내는 삶의 동반자를 주위에서 찾아내는 게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시민의 질적인 삶, 계층 간의 차이를

아닐까? 하는 생각! 이들을 모아내어 일상의 불편함에 대

줄이기 위한 정책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의미 있는 변화

해, 더불어 살자면 달라져야 할 것들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를 위한 계획과 논의는 제자리를 크게 못 벗어난다.‘우선순

더 필요하다는 생각! 한 사람의 시장은 나의 일상을 바꾸어

위에서 밀리고, 예산에서 밀리고’ 를 반복한다. 보여 주기 위

내 줄 수 없지만, 삶의 동반자는 함께 소통하며 움직이면서

한 겉치레 정책에 시민들의 삶이 저당 잡히는 셈이다.

우리 일상의 변화를 위해 뛰어들 수 있기에. 변화는 나와 내 주변이 바뀌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기에.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산적해 있는 시정의 문제점을

생기 ●

단번에 해소하는 것은 그 누구도 불가한 일이다. 뛰어난 개

채우고 비우고 오늘 하루를 온전히

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울 시민으로 서울시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는가를

살고자 하는 여성. 게다가 생기와 함께 여유로움까지 챙기려는 욕심 많은 여성 ㅋㅋ

2011. 9∙10 13


人터 뷰

여행을, 행복을 이야기하는 사람 여행작가 황희연을 만나다

●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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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건네준 명함에는“글 쓰고 사진 찍는 사람” 이라고 적혀

아니고. 다 비우고 오고 싶었다. 그래도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왔

있다. 영화 잡지 편집장이라는 명함이 있을 때도, 갖고 다니던 개

을 때는 낭패감이 많이 들었다. 돈도 없고. 뭘 할 수 있을까? 여

인 명함이다. 이번에 출판한 책에 사인을 해 달라고 했더니 은색

행하는 동안에는 들지 않았던 생각이 마지막 여행을 끝나고 돌아

펜을 찾는다. 은색 펜을 좋아해서 갖고 다니는데 두고 왔다며 아

오는 비행기 안에서 들었다.

쉬워한다. 은색 펜, 보라색 명함, 파스텔 줄무늬의 안경 다리. 따 뜻하고 섬세한 색으로 가득하다. 그녀가 들려주는 여행의 즐거움

여행은 얼마나 다녀온 건가?

과 행복의 의미를 들으며 시간이 흘러갔다. (편집팀 주)

일 년 정도 있었는데. 여행을 계속 떠나 있었던 게 아니고 짧게 짧게 다녀왔다. 여행을 떠나면 적응을 할 때까지는 치열한 전투

첫 책은『일생에 한 번은 파리지앵처럼』 이라는 여행서였다. 그런

다. 그리고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그 기간에 행복이 있다. 여행을

데 새 책은 인터뷰집이다.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갈 때, 예약도 하지 않고 대충 마음에 정하고 갔었다.

인생을 바꾼 여자들을 만나 보고 싶었다. 흔하게 생각하면 직업을 바꾼 사람들이다. 그래서 처음엔 직업을 바꾼 사람들을 유심히 살 펴봤다. 근데 그게 다 통하는 거더라. 다른 일을 찾아갔지만 또

제일 좋은 건 오늘은‘뭐 하고 놀까?’ 를 고민하는 거잖아요

원점을 돌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바꾸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 고. 그래서 삶의 어떤 패턴? 기준을 바꾼 사람을 인터뷰하면 되

여행서를 읽어 보면, 산책도 하고, 여유롭게 하는 여행을 상상했

겠구나 생각하고 만났다.

다. 그런데 치열하다고 하니까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웃음) 여행 갔을 때 처음의 전투라는 거는 오래 머물기 때문에 내 마음

영화 잡지 편집장을 그만두고 떠난 여행. 일상으로 돌아와서 힘든

에 드는 좋은 숙소를 만나기 위해서 전투를 치르는 거 같은 거다.

점은 없었는지?

이후부터는 조금 편안하게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고, 싼 슈퍼마켓

여행을 떠났을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뒤를 돌아보는 성격도

찾으면서 다니고. 2011. 9∙10 15


서른 살에 프랑스에서 집을 렌트해 한 달 정도 살았다. 그때 나도 서울에서 파리지앵처럼 살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태도, 삶의 태도를 바꾼다면… 파리지앵이나 유러피안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성은 자신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고 투자를 하며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을 하고 나서 달라지신 게 있다면? 여행을 통해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을 하고, 사람을 보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서른 살에 프랑스에서 집을 렌트해서 한 달 정도 살았다. 그때 나도 서울에서 파리지앵처럼 살 수 있다 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태도, 삶의 태도를 바꾼다면. 파리지앵이 나 유러피안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성은 자신에 대해서 굉 장히 많은 생각을 하고 투자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전 에는 어떻게든 사회에 편입해서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아 그런 치열함은 일상에서도 느끼는 거 같다. 이사를 가거나, 직장

니면 가족들 잘 돌봐야한다는 이런 생각 때문에 나를 돌아보고

을 옮기거나. 여행지에서는 좀 다른가?

투자하는 데 되게 인색한 삶을 살았다.

많이 다른 거 같다. 일단 한국에서는 사회에서의 나의 위치, 가족

또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도 같았다. 내가 봤을 때, 인터

안에서의 나의 위치. 다양한 것들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야

뷰한 사람들이 보통의 평균적인 여자들보다는 인생을 잘 살고 있

하는 강박이 있다. 근데 외국에서는 한국 사람과 만나더라도 별로

다고 느꼈다. 왜냐면, 이 사람들은 자기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갖

그런 걸 따져 묻지 않는 분위기기 되는 거 같고. 그래서 내가 조

고 있었다. 그만큼 자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뜻이다. 나는

금 더 편하게, 생존에 대해서 치열하게 부딪힐 수 있는 거 같다.

어떨 때 행복한지, 어떤 옷을 입을 때 행복한지, 아주 사소한 것

먹고 마시는 것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정신이 되는 거. 하나 하

부터 묵직한 것까지 데이터를 갖고 있는데, 나에 대한 데이터를

나씩 다 생활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 되게 즐거웠다. 사실, 제일

많이 갖고 있어야지 남에 대한 데이터도 많이 쌓이고 또 알 수

좋은 건 오늘은‘뭐 하고 놀까?’ 를 고민하는 거다. 매일 이런저런

있다. 예전엔 그냥 멋있게 살고 싶고, 그런 선배였다면 지금은 더

고민 많은데.‘오늘은 뭐 하고 놀지?’그것만 고민할 수 있다는

편안하게 이젠 후배들하고도 진심으로 친밀감을 공유할 수 있는

게 정말 즐거운 일상이다.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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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전략은 그냥 내 마음을 다독이는 수밖에 없어요

완성된 게 아니고 끊임없이 뭔가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

여행을 떠나게 된 구체적인 계기는 없나? 계기가 있을 것만 같다.

여자들이 상상하고 기대하는 여행은 좀 다른 거 같다. 혼자 다니

30대가 되면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많이 생긴다. 20대 때는 되게

는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거 같다.

오만하다.(웃음) 오만해서 삶을 많이 그르친다. 나도 마찬가지로

여행 다니면서 정말 신기했다. 남자들은 혼자 와도 떼를 만들어서

그랬고. 20대 때 생각은, 30대가 되면‘회사를 관두고 프리랜서로

몰려다닌다. 근데 여자들은 혼자 와서 혼자 사색하고, 혼자 산책하

멋지게 살아 볼 테야’ 였다. 근데 30대가 되니까 프리랜서로 나간

고. 자기 몸을 혹사하면서 다닌다. 굉장히 씩씩하고 용감하고 강인

다고 해서 밥 먹고 살 자신도 없고. 거기다 사회적으로는 너무 일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와서 이 얘기를 주위에 했다. 왜 그렇

찍 편집장을 했기 때문에 여기 이상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막연한

게 여자들은 자기 몸을 혹사하면서 다닐까?(웃음) 여자들은 무신

불안감이 있었다.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켜 줘야 할 텐데,

경한 낙관주의가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은 거 같다.

같다 생각.

이제는 진짜 현실 감각을 가지고 생각해 봐야겠다. 그래서 오히려 삼십 대 중반에 저지르지 않으면 영원히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어쩌면 국내나 국외나 위험하긴 마찬가지라서 그런 게 아닐까?

인생을 살지 않을까 해서 과감하게 결정을 했던 거 같다.

국내는 어쨌든 말도 통하고 언제든지 편하게 돌아갈 수 있다. 하 지만 국외에서는 비싼 비행기 끊어서 가고. 주위에서‘좋겠다’소

30대가 지나면서부터는, 20대 보다는 안정기일 거 같은데. 또 다

리도 듣고 오면 쉽게 돌아가지도 못 한다.(웃음) 그런 공간에 일부

른 고민이 생기나 보다.

러 놔두면서 이열치열 진짜 살아있다는 느낌, 오롯이 나로써 있어

계속 안정기는 찾아오지 않는 거 같다.(웃음) 최선의 전략은 그냥

보고 싶은 기분을 느끼는 거 같다.

내 마음을 다독이는 수 밖에.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편안해지지 않는다 근데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순 있으니 까. 대체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많이 불안해하고 걱정하

제일 좋은 여행지는 다음 여행지예요.

며 산다. 근데 그게 없으면 행복하지 않는 거 같다. 행복과 불행 은 동전의 양면 같은 거라고 본다. 원하는 목표를 딱 이뤘을 때

그럼,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찾아지는 게 아니고 그걸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좌절하는 과정에

제일 난감한 질문이다. 어디든 좋고. 내가 떠날 다음 여행지가 제

서 느껴지는 희열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일 좋은 여행지다. 어떤 일상을 꿈꾸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보 면 다음에 어디 가고 싶은지가 나온다. 지금 꿈꾸는 하루를 말해 달라. 그럼 추천해 주겠다 (웃음) 마지막으로 민우회 회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각자의 삶에 안주하고 특히 나 생활인이 되다 보면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스토리를 잃 어버리고 산다. 인터뷰한 사람 중에 주부가 있었는데, 주부가 되 기 전엔 부스스한 얼굴에 애기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이 아무 이 야기도 없는 거 같았다고 한다. 근데 주부가 되고 보니까 다들 이 야기는 있는데,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끌려가면 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였다는 걸 알게 됐다고. 그래서 괴로웠다고. 내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갖고 있으면 행복해질 것 같다. 2011. 9∙10 17


생 생한

시각

최근에 있었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의 성폭력 사건(이하 사건)은 학내,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성폭력 인식 수준 및 반(反)성폭력운동 전반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등에 관

아직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하여 되짚어 보게 만들어 준 의미심장한 사건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이 반성폭력 운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앞으로 해당 운동의 주체들이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기초하여 어떠한 방향으로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사

랑 ●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석순」편집위원

건의 표면만을 건드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져 있 는, 성폭력을 향한 사회의 시선이 과연 바람직했는지를 보다 심 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동체 문제가 아닌, 성폭력의 문제다 지난 6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남학생들이 같이 여행을 간 동 기 여학생을 숙소에서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 학생은 학 내 양성평등센터에 사건 처리를 요구하는 한편 이와 동시에 가해 학생들에 대한 사법적 조치도 취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건은 사회 전반적으로 공론화되었고, 특히 가해 학생들이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여론의 관심은 더욱더 증폭되었다. 하지만 사건에 대하여 학내 및 학교 외부에서 보인 반응의 양상들은 실제로 바람직하지 않았다. 우선 학내 구성원들 중 대다수는 성추행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 추기보다 성추행 사건이 소속 학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더욱 주 목하였다. 다시 말해, 가해 학생들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하루 빨리 학교에서 퇴출시키기만을 바랐던 것이다. 성폭력, 그리 고 더 나아가 성폭력 기저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구조적 권 력관계를 뒤집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함에 도 불구하고, 대다수는 성폭력에 관한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 다만, 성폭력 가해자들을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서 쫓아냄으로써 하루 빨리 사건 처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 하였다. 사건에 대한 학교 측의 미온적인 대응 또한 매우 실망스러웠다. 처음에 나는 사건을 향한 섣부른 처리가 자칫 피해 학생에게 2차 피해로 18


다가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학교 측에서 신중하게 처

길고도 미지근했던 출교 조치 처분

리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몇 달이 지

상황의 흐름을 바꾼 것은 지난 8월부터 더욱 본격적으로 전개

나도 학교측에서 가해 학생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

된, 가해 학생들에 대한 피해 학생의 출교 요구였다. 가해 학

지 않는 것을 보고 사건 자체보다는 향후에 학교에 미칠 영

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 피해 학생

향만을 신경 쓰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의 요구를 외부의 여러 시민단체들이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하 여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점점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

반성폭력 운동이 필요하다!

심은 학교 측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판하는 데로 더욱 집중되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여론 역시 성폭력 사건 자체가

었다. 이뿐만 아니라, 가해 학생들 중 한 명이 소속 학과의 다

아닌, 성폭력 사건의 주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피해 학생이 본래 문란한 학생이

그에서(의대생이란 사실) 기인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는 점

지 않았느냐는 점 등을 담은, 다분히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설

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었다. 성폭력은 누구에 의하여 발

문조사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더 나아가 피

생하든 간에 어떠한 경우에도 합리화될 수 없는 중범죄이다.

해 학생 당사자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전화 인터뷰에 직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 매체들은 장차 사회 지도층이 될 명

접 응하여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면서 상황은 더욱 더 학교 당

문대 학생들이 이러한‘부도덕’ 한 사건을 일으켰다는 점을 자

국을 압박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지난 9월 5일, 결국

극적으로 상기시키는 데 급급할 뿐이었다. 성폭력에 대한 근

학교 당국에서는 가해 학생들에 대하여 출교 처분을 내렸다.

본적인 문제의식을 환기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하였다. 이에「석순」 을 비롯한 몇몇 학내 단위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반성폭력 운동이 필요함을 절감하고‘고려대학교 반성폭력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연대회의’ (이하 고반연)를 구성하였다. 고반연의 구성원들은

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나, 처벌로만 그쳐 버리는 이상 성폭력

사건을 향한 사회의 시선들이 자칫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

은 결코 근절될 수 없다. 성폭력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

다는 데에 공통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학내 전반의 성폭력

당사자 간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 성폭력이 강자(주로 생

인식 및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작하였다. 지속적이고 다

물학적 남성)와 약자(주로 생물학적 여성) 간의 구조적 권력

각적으로 학내 분위기를 환기하고, 반성폭력 교육을 하여 궁

관계로부터 기인하는 사회 현상임을 상기하고 그 권력 관계

극적으로 성폭력 자체를 근절하는 운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때에 비로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학내 다른 단위에서는 적극적으로

소 진정으로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당장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않는 듯하여 아쉬웠다. 사건 발생 및

앞으로의 학내 반성폭력운동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

공론화 당시가 여름방학 중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문제의식

선상에서 이끌어 나가야만 목표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어 낼

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학내 단위를 찾기 힘들었

수 있을 것이다.

다. 특히 총학생회는, 학내 구성원들에 의하여 직접 선출된, 따라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가장 정당성 있게 대변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에 대한 뚜렷한 목소리 를 내지 못하여 유감스러웠다.

랑● 여성주의를 알아 갈수록 해방감과 분노를 동시에 쌓아 가고 있는, 만성 조울증에 걸린 대학생 페미니스트. 요즘은 현실과 이상의 접점을 어떻게든 찾아보고자 분투 중.

2011. 9∙10 19


생 생한

시각

나를 불편하게 하는 아니 자꾸 피하게 하는 여성이 있다. 분홍 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 주차장에서 만나게 되는 여행 주차장1) 그녀. 그녀를 자꾸 피하게 되는 이유는 탄생 배경 때문이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 여성 전용 ���

그녀는 여성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탄생되었다. 안전을 위해 출입구에서 가까운 쪽 밝은 곳 에 마련한 배려는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아이를 데 리고 다니기 때문에 유모차 이용이 편리하고 아이들이 안전 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배려는

주현정(주가이) ●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정말 사양하고 싶다. 왜 아이들은 여성들만 데리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주차장에서 그녀를 만나면, 여성이라는 이 유로 선택받아 넓은 공간에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주차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단지 고맙지만은 않다. 그래서 나는 늘 그녀를 피하곤 한다.

불편한 탄생 배경 여행주차장 탄생의 진짜 배경은 우리나라 주차장의 현실이 다. 대부분 주차장의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에 초 보 운전자뿐 아니라 아이나 짐을 동반한 운전자들이 마음 놓 고 주차하기에 많이 불편하다. 모 아파트의 광고에서 10cm 더 넓어진 주차 공간을 크게 자랑하고 그것이 굉장한 브랜드 가치가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차장의 안전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여성 운전자들만을 대 상으로 하는 범죄가 심심치 않게 뉴스를 장식하고 있고 이것 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행 주차장이 마련되었지만 모든 여성 운전자를 수용할 만큼의 공간은 못된다. 그리고 여행 주차장 뿐 아니라 모든 주차장이 안전한 공간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

주1) 서울시가 여성이 행복한 도시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성들을 위한 여성 전용 주차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그것을 여성 행복 주차장 또 는 줄여서 여행 주차장 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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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은가? 사실 필요한 것은 여행 주차장이 아니라 주차장

‘지하철 보안관 제도’ 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에 대한 규격기준을 강화해서 모든 주차장이 넉넉하고 안전

언론 보도 이후 인터넷 상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었는데 반대

한 주차공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대 이유로는“여성 전용칸에 모 든 여성이 탈 수 없다” “그래도 지하철 성추행은 계속 발생한

여성 전용칸이 해결책일까?

다” 는 것들이었다. 네티즌도 다 아는 사실을 왜 행정당국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얼마 전에 지하철 여

는 모르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성전용칸이 부활한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언론의 전화

두 칸 남짓의 열차 칸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든 여성이 다

를 받았다. 순간 처음 생겨나던 때 있었던 논쟁을 또 되풀이

탈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 전용칸에 타는 일부 여성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답답했다. 아니 사실 짜증 났다. 지하

제외하고 나머지 더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과 같이 부대

철 성추행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한다는‘여성 전용칸’ 은밤

끼며 차량에 타야 한다. 어떤 누리꾼의 말대로 전동차를 반으

11시 반 이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의 10칸 중 중앙 2칸을

로 나눠서 여성 전용칸과 남성 전용칸으로 하지 않고서야 해

여성 전용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시범 운영될 예정이라고

결되지 않는 문제다. 그리고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

한다.

들의 경우, 환승이나 역을 빠져나가기 쉬운 칸에 탑승하게 되

지하철의 여성 전용칸은 1992년에 출근 시간대인 오전 6시

는데, 안전을 위해 이러한 편의는 포기하라는 말인가?

반부터 9시까지 2시간 반 동안 운영되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 아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2007년에도 6, 7호선에 여성칸을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노선이 지금

부활하는 방안이 추진되었으나 역차별 논란으로 반대 여론에

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 나는 정말 유동 인구가 많기로 유명

밀려 무산된 적이 있다.

했던 역에서 타고 내리고 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한 번도 제

당시와 바뀐 게 있다면 안정성 때문에 양쪽 큰 칸에서 중앙으

대로 내 발걸음과 템포로 자연스럽게 내려 본 적이 없었다.

로 위치를 조정하고 역차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전용칸’

늘 여러 사람들에게 떠밀려 내리고 탔으며 심지어는 나조차

을‘안전칸’ 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보조 장치로

도 혹시나 못 내릴까 봐 잔뜩 긴장하고 떠미는 인파에 합류하

2011. 9∙10 21


생 생한

시각

곤 했다. 그 시절의 지하철에 대한 기억은 정말 유쾌하지 않

로 하고 있다.

다. 사실 지금도 지하철을 꺼리게 하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마음 편히 여성들을 위한 배려로 고맙게만

조그마한 체구의 나는 늘 사람들 틈새에 끼어 숨쉬기도 불편

받아들일 수 없는 불편한 이유는 전혀 성 인지적이지 못하기

했을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손짓과 몸짓 하나하나에 정말 머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시가 배려하는 여성은 굉장히 편협하

리가 쭈뼛쭈뼛 섰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빈번히 교묘하게

기만 하다. 서울시가 배려하는 여성은‘자녀를 양육하는 주

일어나는 성추행의 대상이 되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었다.

부’ 인 여성에 많은 부분 한정되어 있다. 서울시가 여성 편의

정말 떠올리기도 싫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시설로 예시하고 있는 것들은 기저귀 교환대, 영유아 거치대,

처음 여성 전용칸이 도입되던 시기에도 지하철을 주로 이용

영유아실, 여성 전용 주차장, 수유실, 여성 보호 CCTV 등3)이

했는데, 사실 아침 시간에는 지하철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다. CCTV를 제외하고는 모두 육아를 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아무 칸에나 정신없이 올라타기 바

한 시설들이다.

빴다. 그래서 사실 전용칸을 이용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리

그리고 서울시의 배려는 여성들을 성역할 고정관념의 굴레에

고 어느 날엔가 소리 소문 없이 없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나도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서울

누구나 알 듯이 여성 안전칸이 생겨난 이유는 해마다 늘어가

거주 여성 중 하나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다 보면 기저귀를

는 지하철 성범죄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측에 따르면 지

갈아 준다거나 그 밖의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조차도 마땅한

난해 성추행범은 1,192명으로 예년에 비해 77%가량 증가했

공간이 없어서 결국 다시 엄마인 나에게 되돌아오는 경우가

다고 한다. 하지만 소량의 여성 안전칸 운영으로 변화될 수

많았다. 아이는 여성이 돌보아야한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에

있는 것은 없다. 결국 실효성도 없는 보여 주기식 정책들에

얽매인 정책 때문에 결국 나는 다시 아이의 주 양육자인 주부

대해 시민들의 논란이 계속되면서 여성 안전칸의 도입은 잠

가 된다.

정적으로 미뤄졌다. 그런데 무엇보다 불편한 진실은 엄마일 때의 나 말고는 내가

여성 전용의 진정한 의미 서울시가‘여행

2)라는 프로젝트’

어떤 배려를 받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이름으로 만들어 낸 여러

‘여성 전용 ���’ ,‘여성 우선 ���’들이 있다. 여행

이유로 서울시가 나를 위해 만들었다는‘여성 전용 ���’ 은 날 참 불편하게 한다.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브랜드인‘여행 화장실’ ,‘여행 주차 장’ ,‘여행길’ ,‘여행 공원’ ,‘여행 아파트’ 가 그것이다. 각 각은 여성들의 안전과 여성 편의 시설 확충을 주요 내용으 주가이 ● 후원 행사 끝나자마자 언제 더웠냐 싶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어안이 벙벙. 주2) 서울시가 여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사업의 이름이다. 주3) 여성, 가족이 행복한 서울 2011년 여성 행복 프로젝트 추진 계획.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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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을을 즐길 여유도 없이 이젠 총회 준비 해야겠구나 싶어지니 바람이 더 스산하게 느껴지고….


기획

‘일류 국방 경영’ ,‘강한 군대’ ,‘국민의 국방’ 을

이 수상한 기분은 뭘까요? 여러분도 느끼셨나요?

반드시 실현하겠습니다.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요.

국민 여러분들의 격려와 의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그럼 이 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워 주세요.

- 국방부 홈페이지의 인사말 중에서

강한 병사이기 보단, 찌질했다고 고백하는 제대 군인. 입대 전, 폭음이 아니라 여성주의 책을 읽었다는

군대에 대한 고민이 끊이질 않지만 국방부에선 이렇게

현역 제대자이자 여성 단체 활동가.

굳은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을 지키려다 해군의 적이 된 평화 활동가.

일류 국방 경영, 강한 군대, 국민의 국방이라… 고민하고 있는 문제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 기분.

바로, 이들의 이야기를 말입니다.


기획

국가를 지목한다

말하다 나를 찌질했던

우회 회원

민 ) ● 한국여성 오영식 (수풀

기억을 걷는 시간

다.) 축구 얘기는 내가 운동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그러려니 싶

2005년 12월이었던가. 제대한 지 거의 1년 만에 나는 현역병으

지만 도대체 군대에서 고생한 얘기는 왜 그렇게 무한 반복하는

로 복무했던 군 부대를 다시 찾았다. 후임들에게는 예의상 두 손

걸까? 훈련 중에 쏟아진 폭우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야삽으로

에 들고 온 피자를 던져 주고 장교들과는 한참을 어색한 안부

텐트 주변에 도랑을 판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화장실 바

인사를 주고받고 나서야 가까스로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닥타일 하나하나에 치약을 뿌려 손가락만한 칫솔로 물청소해야

수 있었다.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생활 공간인 내무반 건물로

했던 경험이 그렇게 재미있을까? 왜 그 고통의 경험을 희화화하

들어왔다. 욕실과 화장실, 체력단련장과 으슥한 뒷마당. 사실 내

는 걸까. 인정하자. 그저 시키면 해야 했던 찌질했던 시절의 무

가 보고 싶었던 건 사람이 아니라 그 공간이었다. 내 생애 가장

기력한 자화상 아닌가.

길게 느껴졌던 28개월의 생활 공간, 그 음울한 흔적… 제대한 나에게는 그 공간이 어떻게 다가올지 확인하고 싶었다. 2011년

혼란과 두려움의 훈련소

오늘, 나는 군 부대를 찾았던 그 겨울날의 심정으로 군대에 대한

군대, 나는 별 생각 없이 갔다. 사귀던 여자 친구랑 헤어져야 하나,

기억을 돌아보려 한다.

학교는 어떻게 하나 이런 고민만 했지 군대에서 내가 버텨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게 폭압적 분

공군 헌병으로 29개월 남짓을 복무하고 얼렁뚱땅 제대한 지 벌

위기의 훈련소 첫날은 충격, 그 자체였다. 동기 중 누군가는 경기

써 7년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군대 얘기가 불편하

를 일으키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쇼크로 구토를 하기도 했다.

다.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고통스러운 기억은 아니지만 군대 생

하루 해내기도 힘든데 이 짓을 30개월 동안 더 해야 한다니 눈앞

각만 하면 아련한 현기증과 괜한 헛구역질이 치밀 때가 있다. 속

이 캄캄했다. 내가 왜 욕을 먹어야 하나 서럽고 화도 났지만 그 상

된 말로 남자들이 만나기만 하면 수다를 떠는 세 가지 이야기

황에서 탈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 보니“아, 혼나지는

중 첫 번째가 군대 얘기, 두 번째가 축구 얘기, 세 번째가 군대에

말자, 튀지 말자, 훈련 잘 받아서 빠지자”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

서 축구한 얘기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것이다. 공교롭게도 나는

다. 막강한 국가 권력 앞에서 점점 찌질해져 가는 나를 발견했다.

군대 경험도 축구도 좋아하지 않다 보니 남자들끼리의 수다에

적당히 무난한 훈련병 연기가 익숙해질 무렵, 훈련소 기간이 끝

공감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내가 민우회를 찾는 건지도 모르겠

나고 남은 군 생활을 보내게 될 자대로 배치가 되었다. 이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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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본격적인 혼란과 좌절의 시작이었다. 여기서 나는 권력자에

를 포함한 몇 명 동기들은 그의 용기를 부러워했다. 화장실에서

철저히 종속된 일방적인 객체로서의 삶을 강요받았다. 지난 20

밀대 걸레를 질척질척 빨다가 문득 한숨을 쉬었다. 이러지도 저

여 년 동안 내 삶의 경험 속에서 자리 잡아 온 관계 맺기 방식,

러지도 못하는 비참하고 찌질한 나를 받아들이는 게 헛구역질이

특히 합의와 협력이라는 소통 방식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공간,

날만큼 힘들었다.

그것이 군대임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아무렇지 않게 적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미 군사화된 사회

“죽으라고 하면 죽을 수도 있어야 하는”일방향적인 강력한 명

생활을 먼저 경험한 사람들은 선행 학습의 영향으로 큰 어려움

령 전달 체계. 마치 오징어가 뜨거운 연탄불에 들볶이면서 오그

을 겪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형님이라는 호칭도 불편했던

라들 듯 그 압도적인 권력 앞에서 외부 체계와 단절된 나는 무

내게 발로 툭 건드리며 팔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TV 리모컨

력하게 쪼그라들었다. 그 주눅 드는 움츠림. 그렇다. 내게 군대에

을, 그것도 나의 복종을 시험하려고 일부러 명령하는 듯한 선임

서의 경험이란 주눅 듦.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을 나는 참아 내기 힘들었다. 그때까지의 내 삶 속에서 쌓아 온 인간에 대한 예의와 원칙이 군대에서 부정당했기 때문에 나는

새롭게 서사되는 경험, 그리고 가능성

갑자기 벌거벗겨진 것처럼 몹시 당황했고‘괜찮은 사람’ 의 반열

그러던 중 민우회 주최“반차별 연속 포럼 주체 논쟁-공정한 병

에서 탈락되는 게 두려워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어처구니

역이행, 남자가 말하다” 의 패널로 논의에 참여하는 기회가 있었

없는 이유로 욕을 먹거나 린치를 당하는 것도 무서웠지만 저 고

다. 마냥 회피하고 꺼리고만 싶었던 제대 군인이라는 정체성 덕

압적인 선임을 내일도 봐야 하고 지금 이 두려움을 내일 다시

분에 내 경험을 드러낼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나의 일부이지만 지

느껴야 할 것이란 사실이 두려워 견딜 수 없었다.

금껏 회피해 왔던 다양한 정체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기회 였다고나 할까. 꼭꼭 숨겨 왔던 불편한 내 정체성을 직면하고 단

찌질했던 나를 직면하다

절적인 경험에 새로운 서사를 부여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나를

항상 긴장한 채 누가 어깨를 건드리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며 기

긍정하게 하는 과정이었다. 홀가분하다. 나로부터 출발하는 운동

계어처럼 관등성명을 외쳐야 하고 일주일 사이에 150명이 넘는

의 동력이란게 이런 것이었나 싶다. 앞으로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선임들의 얼굴과 이름, 계급과 입대기수까지 줄줄이 꿰어야 하

의 나의 활동, 기대해 주셔도 좋겠다.

는 압박도 힘들었지만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선임들의 불쾌한 음담패설에 어울려야 하거나 인격적 모멸감을 선임의 신성한 권 리로 착각하고 있는 이들에게 경멸감을 드러낼 수 없는 것이었 다. 하루는 동기생 중 하나가 선임에게 반기를 들었다. 청소 불 량을 이유로 한밤중에 잠을 재우지 않고 4시간 동안 계속된 모 욕적인 비아냥, 참다 못한 동기생이 선임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그 사건으로 동기생은 상병을 때려눕힌 이등병이란 딱 지를 달고 타 부대로 전속되어 왕따처럼 격리되었다. 하지만 나

수풀 ● 젖은 군화를 햇빛에 말갛게 말리고 싶은 민우회 회원

2011. 9∙10 25


기획

국가를 지목한다

답이 없다 아직 사실,나도

회 여성노동팀

우 ) ● 한국여성민 문성훈 (나은

얼마 전 민우회에서는‘공정한 병역 이행, 남자가 말한다’ 는군

알고 있는 건, 나?’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참 우스웠다. 너 대체,

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반가웠고 내심 기대했다. 열심

뭐가 그리 억울했길래 이런 생각을 하는거냐.

히 활동하는 군필자 회원이 발제의 한 꼭지를 맡았다길래 기대 가 컸다.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지 않을까 싶어서. 심지어 나도

개구리 마크1)를 치고2) 집에 온 지3) 2년이 흘렀다. 고백하자면

발제 하나 맡겨 주면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전역 이후 지금까지 1년에 대여섯 번 쯤 군대 꿈을 꾼다. 레파

자신감도 들었다. 2년 전에 전역하면서 군 생활을 정리하는 글

토리는 늘 똑같다. 전역을 며칠 앞두고 말년 휴가를 나가야 하

을 어떻게든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멍석을 민우회

는데 못 나가게 되었거나, 휴가를 나왔다가 부대에 복귀해야

가 깔아 주는 것 같았다.

하는데 눈떠 보니 집이어서 졸지에 탈영병 신세가 되었거나.

하지만 이 글을 부탁받고 덥석 수락했음에도 나는 결국 이리저

왜 꾸는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의식 저 밑바닥 어딘가에서 아직

리 미루고 시간을 보내다 이제야 닥쳐서 글을 쓰고 있다. 대체

도 켕기는 게 있구나 짐작할 뿐. 게다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

왜 그런가 생각했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군대에 대해서 생각하고

랬고, 내년과 내후년에도 나는 1년 중 2박 3일을 군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을 짜증이 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입영해야 한다. 예비군 훈련 받으러 가는 민우회 활동가. 신선

토론회에서 든 생각

어쨌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분들은 진지하게 자신의 고민과

활동가라는 강박은 잠시 젖혀 두고, 토론회에서 수풀의 발제를

논의를 제출했지만, 나는 뒷구석에서 과거로 과거로 돌아갔다.

하지 않은가? ㅡ.ㅡ

들으면서 처음 생각한 것은‘아니, 공군이었단 말야?!’물론 시 대가 좀 다르긴 하지만 주변에 공군 갔다 온 친구들이 꽤 많았 던 나로선 6주마다 꼬박꼬박 휴가를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훨씬 낫잖아’ 라는 생각을 해 왔다. 발제자들의 군 생활 경력을 들을 때마다‘1년 하고 제대했구나’ ,‘뭐냐 장교였잖아.’ ,‘저 사 람은 너무 옛날에 갔다 왔잖아.’ ,‘음 결국 가장 최신(?) 정보를 26

주1) 예비역 마크를 뜻함. 왜 개구리인지는 잘 모름. 주2) 군복에 부대 마크나 이름표, 계급장을 미싱으로 박는데 이것을‘오바로크 친다’ 고 한다. 주3) 전역을 보통‘집에 간다’ 고 표현한다. 집에 가면‘엄마’ 와‘여친’ 이 기다리 기 때문이다.


전방GP 총기 난사 사건 이후로 아주, 조금, 달라진 듯 했던 육 군. 서른 줄을 바라보는, 중대장과 비슷한 연배에 겨우 작대기 하나를 달고 이등병 생활을 시작한 나. 대체 왜 계급 이름이‘이 등’ 병인 거냐고.‘이등 시민’ 을 의미하는 것 같아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군대하면 떠오르는 기억 모든 사람들의 말마따나 참 늦게도 입대한 나는 변질되지 않겠 다는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입대 직전에『대한민국은 군대다』 와 『페미니즘의 도전』같은 책들을 열독하고 들어갔다. 덕분에 2년 내내 참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하게 지냈다. 신병 훈련을 받는 기 간 동안에는 의외로 군대도 합리적인 구석이 있다는 착각을 잠 시 했지만, 2년을 보내게 될 자대에 가면서 참 별꼴 다 겪었다. 내가 처음 중대에 배치됐을 때, 병장 말고는 세탁기를 쓸 수가 없었다. 여러 사람이 많이 쓰면 세탁기가 빨리 고장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였지만, 실은 중대원 모두가 시간이 흘러 짬밥 4)이 이 차면 마치 게임에서 미션클리어, 레벨업하듯‘풀리는 것’

늘어가고 누리게 되는 것이 많아지는 시스템에 순응한 결과였

는 로봇처럼 기이한 자세로 각 잡고 앉아 있어야 하고 청소군기

다. 간부들 모르게 쉬쉬하면서 병사들끼리 만들어 놓은 계급 세

라는 희한한 게 존재해서 청소를 한다는 명목하에‘푸닥거리’ 를

계가

있다.5)

하고. 겪어 보지 않은, 듣는 사람은 듣는 사람대로 참 재미도 없

병장쯤 되면 짬밥이 맛없다고 밥 먹으러 가서 몇 숟갈 뜨지도

고 이해도 못할, 말하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대로 얘기할수록 힘

않는다. 일, 이병들은 그가 밥을 다 먹기 전에 미리 밥을 다 먹

빠지고 떠올릴수록 짜증 나는 것이 수십, 수백 가지는 된다.6) 한

어야 한다. 고참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덕분에 늘 배가

발자국 움직이는 것조차 누군가의 눈치가 보이고, 언제 어디서

고팠다. 모든 장난과 심부름은 있는 대로 받아 주고 생활관에서

고함과 욕이 날아올지 몰라 안절부절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

주4) 계급이 올라갈수록 처음에는 금지됐던 혼자 PX 가기, 걸어 다니기, 반팔런닝 입기, 바지주머니에 손넣기, 누워서 TV 보기, 사제속옷 입기, 체육복 깃 세우기, 야식 먹기 등등이 점점 가능해진다. 참고로 수십 가지임. 주5) 그런데 간부들이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다. 때론 교묘히 이용한다. 그래서 군대가 드럽다. 주6) 병사들 간의 생활을 잘 그린「용서받지 못한 자」 라는 영화를 추천한다. 백일 휴가 나와서 이 영화를 찾아보았다. 그런 나를 당시 애인이 매우 불쌍해했다. 참고로 하정우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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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는 평가를 다니. 너무 다행스럽게도 나는 동료 병사들과 범접할 수 없는(?) 나이 차이가 나서‘잘 돌아간다’

얻자마자‘형 대접’프리미엄을 얻은 데다 사회에서 고민하던 것이 있어 괴롭기는 해도 그럭저럭 내 자아를 조금 건질 수는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혹은 20대 초에 들어온 병사들은 이 희한한 세계(그러나 군사주의 사회 를 생각하면 너무나 상식적인)에 점점 적응해 갔다. 나는 어둠의 시대를 찢어 버릴 혁명가의 마음이 되어‘상 병만 되면 이 모든 것을 혁파하리라’ 고 불끈 다짐하며 친한 고참들과 후임들을 설득, 교화하려 애썼지만 변화 는 쉽지 않았다.“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는 저 유명한 말처럼 나중에 우리가 밥이 차면 다 바꿔 버리자고 불끈 다짐하던 동기들과 후임들은 어느새‘계급에 맞게’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변화는 쉽지 않았다. 어제의 성추행 피해자였던 친한 동기 녀석이 오늘의 가해자가 되는 것을 보면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답이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분량을 거의 다 채운 이 시점에 한숨만 푹푹 나오고 더 이상 글이 나아가질 않는다. 토론 회 사회를 본 박봉 대표가“군대 얘기는 재미는 없는 것 같다” 는 말을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역시 재미는 없 다. 이 글도 마찬가지고. 군 가산점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넘어서기 위해서, 제도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남성들의 군대 이야기를 좀더 끄집어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필 요하다. 그렇지만 당장 나부터도 여전히 똑같이 군대를 다녀온 친한 친구가 아니면, 특히 여성들에게 군대 이 야기를 꺼내는 것은 꺼려지고 불편하다. 이 마음의 꺼림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막상 얘기를 풀자면 꺼 낼 것은 많은데 왜 또 꺼내 보기는 싫은 것일까. 전역만 하면 이 문제를 붙들고 공부를 해 볼까, 동기와 고참 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해 볼까 마음도 먹었는데, 왜 전역하자마자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군대라면 돌아보기조 차 싫었을까. 모르겠다. 여전히.

주7)‘계급에 맞게’욕 먹지 않게 잘 행동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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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국가를 지목한다

조약골 ● 평화활동가, 음악인

강정마을은 평화의 섬 제주에서도 보석과도 같은 곳이라고 불린다. 구럼비 해안가에서 인근 범섬에 이르는 바다 속에는 천연기념물 연산호 군락이 천연 수를 놓은 듯 펼쳐져 있으며,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제주새뱅이 등의 멸 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었으면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존지역, 세계지질공원, 세계자연유 산으로 지정을 했을까. 한 번이라도 구럼비 바위의 넉넉함에 잠시나마 몸을 맡겨 본 사람이라면 유네스코의 3관 왕 타이틀이 절대 과장이 아님을 알 것이다. 제주도 절대 보전 지역으로 지정해 개발을 제한하려 했던 이유도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런 곳이 지금 해군 기지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9월 2일에는 강정마을 중덕 해안가로 가는 삼거리에 결국 가로막과 철조망이 설치되어 버렸다. 이제 그곳은 국방부 소유의 부지로 전락해 버려 해군의 허락을 받지 않고서는 그 천혜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조차 없게 됐다. 매일 들락거리며 슬픔과 즐거움을 나누던 곳에 어느 날 문득 거대한 장벽이 들어서고, 그곳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하는 그 통렬한 심정을, 나는 과거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새만금 갯벌에서 생합을 캐내며 살아가던 계화도 어민들이 그랬다. 방조제 공사가 완료되며 드넓은 갯벌을 살리 던 해수 유통이 차단되자,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며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던 그 보드라운 터전이 사막으로 변해 버렸다. 그곳이 죽기 전 맨손 어업에 종사하던 여성 어민들은 매일 갯벌에 나와 무수한 생명과 호흡하며 슬픔을 위로받곤 했다고 토로했다. 억만금을 주어도 바꿀 수 없었던 친구를 잃고만 것이다. 자식과도 바꾸기 싫다던 평 2011. 9∙10 29


기획

국가를 지목한다

택 대추리 황금 들녘도 그러했다. 노을이 지는 황새울 들녘에 서서 일상의 고단함을 녹여 내던 농민들은 어 느 순간 미군기지 건설로 막혀 버린 그 논밭을 보며 한국 경찰과 군대가 합작하여 자신들을 때리고 땅을 빼 앗아 버린 국가의 폭력을 저주했을 것이다. 불행히도 군사주의와 안보가 휘두르는 폭력은 평택이 끝이 아니 었다. 나는 다시금 힘을 내 해군이 빼앗으려 하는 이 보석 같은 강정마을에서 평화활동가로 살고 있다. 주민 들의 절절한 호소를 귀담아 듣기 위해서다. 마을의 중심이랄 수 있는 코사마트 사거리에서 기지 건설 예정 지인 중덕삼거리를 지나 강정포구 쪽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이내 해군이 쳐놓은 높다 란 담장이 나온다. 그곳에 누군가 다음과 같은 길귀를 적어 놓았다.

해군은 장벽을 만들고 평화는 길을 만든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나는 평화가 가장 위협을 받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왜 군대 는 장벽을 만들 수밖에 없는가. 그리고 평화운동이 만들어가는 길은 무엇인가. 강정마을에 오면 누구든 사거 리에 있는‘할망물다방’ 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가볍게 찾아와 커피 한 잔 마시고, 돈을 내지 않아도 괜찮은 곳, 주민과 활동가들이 어울려 수다도 떨고 사랑방처럼 모여 앉아 서로 회의도 하고 고충을 나누는 곳이다. 그 할망물다방에 며칠 전 서귀포 해양경찰관 한 명이 찾아왔다. 하루 바리스타를 하던 나는 순간 나도 모르 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별 일 아닌 듯 그에게 커피 한 잔을 내놓았다. 마침 옆에는 마을 할망도 앉아 있 어서 자연스럽게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대화가 이어지게 됐는데, 그 주민이“저 바당이 누구네 바당입니까, 왜 우리는 못들어갑니까?” 라고 하소연하듯 따져 묻자 그 해경은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그 경찰도 알 것이다. 바다가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 땅이, 이 바다가, 이 하늘이 모두가 골고루 공유하는 것임을 직감적으 로 알고 있다. 해군은 국가 안보를 위한 사업이라며 그곳에 장벽을 치고 말았다.

강정마을 해군 기지 건설 문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최 근에는 알자지라 방송에서 두 명의 기자가 찾아와 마을에 보름 동안 머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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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밀착 취재를 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 그 기자들은 왜 지구 반대편 변방 조그만 나라에서도 본토도 아닌 섬, 섬에서도 가장 남쪽 끝에 있는 조그만 마을까지 찾아온 것일까 궁금했다. 한국의 지배자들은 애써 숨기 려 하고 있지만 제주 해군기지는 초강대국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 패권 유지와 신흥 강대국 중국에 대한 견 제가 맞물리는 예민하고도 복잡 미묘한 문제이며,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대만의 이해관계도 얽히게 되는 중 요한 사안이라는 것이 그들의 대답이었다. 이는 결국 세계의 문제라는 것이다. 단순 명료한 대답이다. 그 알 자지라 기자들이 고권일 주민반대대책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나는 통역자로서 그 모든 대화를 중계 했다. 인터뷰 끝 무렵 기자들이 물었다, 당신은 이 싸움이 이길 것 같으냐고. 이 투쟁이 성공할 것 같으냐고. 어려워 보이는 질문에 고권일 위원장은 주저하지 않고 답변을 해 나갔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이 싸움 에 있어서 성공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가 국가 안보라는 것의 의미를 재구성 할 수 있으면 이 투쟁은 성공한 것이라는 것이 그가 한 답변의 요지다. 고권일 위원장은 구속 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발표한 최종 진술서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과연 누 구를 위한 안보인가? 누가 결정하는 안보인가? 두려움 없이 편하게 일상을 살아간다는 의미에서 안보는 해군 이 지금 건설하려는 군사 기지를 통해 지켜질 수 있는 것인가? 그 기지에 들어올 최첨단 이지스 군함이 강정 마을 주민들을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만들 것인가? 왜 안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모든 것이 칼날처럼 마을 주민들을 할퀴고, 찬성과 반대로 나눠 서로 몇 천 년간 이어 내려온 유대 관계를 철저히 짓밟아 놓고 있는가? 강정마을에 국가가 들어와 안보를 설파하고 군사기지가 필요하다고 강변한 뒤부터 마을에서의 삶은 지옥이 돼버렸는데, 그런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에게 국가는 다시 육지로부터 경찰을 내려 보내 감옥에 가두고 2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사법처리하고, 5천만 원이 넘는 벌금을 때리고, 지금도 마을 곳곳에 전투 경찰을 배치하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행복 추구권, 집회와 시위와 표현의 권리, 자유롭게 이동한 권리 등을 깡그리 무시하고 흡사 계엄령과도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과연 누가 누구를 무엇으로부터 지켜 준다는 말인가?

80%의 주민들이 매일같이 촛불을 들고 비폭력의 방식으로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곳에 극소수의 권력자들이 결정한 새로운 군사 기지 건설 사업이 그대로 진행되도록 내버려둔다면, 과연 그렇게 해서 튼튼히 지켜진다 는 평화는 누구의 평화인가?

“저 바당이 누구네 바당입니까, 왜 우리는 못들어갑니까?” 라고 하소연하듯 따져 묻자 그 해경은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그 경찰도 알 것이다. 바다가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2011. 9∙10 31


기획

국가를 지목한다

어느 날 깡패가 찾아와 마을 한복판에 진을 치고서 정신적으로 마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강탈해 버린 뒤 매일 협박을 하며‘내가 시키는 대로 말을 들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 고 한다면 그 말을 듣는 내 심정은 어떨까 상상을 해 보게 된다. 단 한 명이라도 격렬히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의 말 에 곰곰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를 지켜 준다며 사업을 강행하는 자들이 그 목소리를 한 번도 들 으려 하지 않는다. 안보는 기만이고, 그들이 군대를 통해 지킨다는 것은 소수의 이익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조그만 남쪽 마을에서 커다란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군대는 세상을 갈라놓는다. 다양한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갈가리 찢어 놓는다. 나와 적으로 억지로 나눠 버린 다.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 언제 어디서건 만나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 문득 나와는 반 대선상에 놓인 단일한 집단으로 묶여 적이 되고, 견제의 대상이 된다. 적이, 잠재적 안보의 위협이 없다면 군 대는 존재할 필요가 없어진다. 적이 존재해야 아군도 존재하므로, 본질적으로 군대가 존재하는 한 적의 위협 은 제거되지 않는다. 이것이 군사주의의 역설이자 함정이다. 이런 것에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군 사주의는 아예 뿌리를 뽑아야 한다. 나는 매일 저 장벽을 넘어 군사 기지가 없는 구럼비 바닷가로 가는 꿈을 꾼다. 강정마을에 와서 가슴이 두 근거리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일을 하다 고개를 든 순간 구럼비 바다 앞에서 돌고래 떼가 헤엄치던 모습, 그리고 길에 불을 밝히고 날아다니는 수십 마리 반딧불이들을 보았을 때. 강정은 보석이다. 이곳에도, 그리 고 더 이상 이 땅 어느 곳에도 군사 기지는 필요 없다.

조약골 ● 2003년부터 피자매연대 활동가로 지냈다. 인권, 생태, 여성, 평화운동의 경계를 넘나들며 평택 대추리, 용산참사 현장, 철거농성장 두리반 등에서 연대 활동을 했다. 현재 제주 강정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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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인터뷰 n문n답

동북지부 김성희 회원을 소개 합니다. ^^

그럼,「함여」 에서 고쳤으면 하는 점은?

동북 회원이 된 지는 7,8년이지만 활동 기간으로

지난번에 운영위원회 워크샵이 있었는데 민우 스

보면 새내기다.

케치에 조그맣게 나와서 아쉬웠다. 그날 지부분들

올해부터 운영위원을 맡았고, 생강팀(생활 정치를

도 많이 오시고, 역할 논의 등 많은 일들이 있었

건강하게 하자) 활동도 하고 있다.

는데, 실리지 않아 조금 실망했다. 다른 지부들 활 동도 자세히 알고 교류할 수 있게 지면을 좀더 늘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려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주간 행사 때, 여러 행사를 하다 보니까(마 을음악회, 강의 등) 힘들어하셨다. 한 분이 여기

민우회 활동 외에 취미가 있다면?

저기 일을 하니까, 나중엔 힘들어하셨다. 지난번

오카리나 소모임을 하고 있다. 처음엔 강사분에게

에 원전 반대 플래쉬몹 캠페인을 했는데 끝나고

배우고, 지금은 자발적으로 모여서 하고 있다. 나

나선 재밌어하시고 회원들이 많이 친해지셨다. 처

이가 들어서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 때, 악기를 다

음엔 어떻게 하냐고 하시다가 끝나고 나니까 또

룰 줄 알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하자고 하셨다. (웃음) 마지막으로 민우회 회원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함께가는 여성」첫 인상은 어땠는지?

직장 생활을 19년 동안 했다. 그래도 사회에서 마

요즘에 보면서 느끼는 점은, 전반적으로 젊은 분

음이 맞고, 생각하는 지향점이 맞는 사람을 만나

들 위주로 주제가 정해져 있는 거 같다. 지부회원

긴 힘들었다. 하지만 민우회 회원분들은 생각도

들 중엔,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쯤이 많다. 내

잘 맞고 좋은 분들 같다. 그래서 지부에 자주 나

가 고민하는 내용과「함여」 의 내용이 달라서 자세

가는 편이다. 다른 회원분들도 참새가 방앗간을

히 보지 않게 된다.

드나들 듯 자주 오면 좋겠다. ^ ^

이 아이는 누구일까요?^^

6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나 모든 사랑 독차지했을 것 같지 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 오빠 사이에서 외로웠다는 그녀입니다. 사춘기 시절 껌 좀 씹었던 그녀, 술자리 이탈 을 벌레보다 싫어하는 그녀, 누구보다 화끈하고 따뜻한! 그.녀.는 누.구.일.까.요? 1) 오스칼 2) 유이 3) 물결 4) 프마 5) 여울 6) 최강 7) 용가리 정답은 문자로(010-3286-8232) 9/30까지 보내주세요. 지난 호 정답은 <커피문>의 바리스타 나.디.아(김선화)입니다. 오답 없이 깔끔하게 문자로 답변 주신 회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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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마당을 나온 암탉」 이 애니메이션으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동화로는 드물게 백만 부를 찍어낸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에는 알을 품고 싶어 하는 암탉, 잎싹이 나온다. 그러나 잎싹

마당을 나온 암탉아, 너를 위해 날아봐!

의 현실은 그 꿈과 거리가 멀다. 자신이 낳은 알은 낳자마자 주인이 가져가 버리고 얼마 후에는 폐계로 찍혀 구덩이에 버려지게 되기 때 문이다. 다행히 청둥오리인 나그네의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지만 마당을 나온 그녀의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런 어느 날, 잎싹

박지숙 ● 동화작가

은 찔레덤불 속에서 알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잎싹의 꿈이 실현되 는 순간이었다. 잎싹은 주저 없이 자신의 알처럼 낯선 알을 품게 된 다. 그건 바로 청둥오리의 알이었다. 그때부터 잎싹은 청둥오리의 엄마가 되어 눈물겹게 청둥오리인 초록머리를 지켜 낸다. 그 덕에 초록머리는 잘 자라 하늘을 날 수 있는 진짜 청둥오리가 된다. 하지만 그 둘의 만남에서 예견됐듯이 청둥오리 떼가 저수지에 나타나면서 초록머리는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깨닫게 된 다. 그런 초록머리를 잎싹은 말없이 보내 준다. 마치 장성한 아들이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집을 떠날 때처럼 가슴 아파하면서 말이다. 이 책에서 보여 주는 잎싹의 모성애와 희생은 또 다른 생명을 살 리는 고귀한 희생이다. 거기에 대해 뭐라고 말할 것이 없다. 그리고 그 희생을 보면서 우리는 자신을 키워 준 부모님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잎싹의 그 끝없는 희생이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아주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어 떤 엄마인가? 나의 모성애는 어느 정도인가?라고. 나는 아무래도 이쪽에는 낙제점이 될 것 같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누구 못 지않지만 이 책의 잎싹이나 친정엄마처럼 무조건적인 희생을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첫 아이를 가져 만삭이 되었을 때 나는 남편의 발령지를 따라 전 주로 내려왔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 나는 아이를 키웠다. 나는 그 아이를 위해 나의 직업도 나의 꿈도 다 포기한 채 아이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 장마철에 아이의 보송보송한 엉덩이를 지키기 위 해 기저귀를 다림질까지 하며 키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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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만든 사람처럼 내 자신이 허물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아

하지만 방송에선 그것을‘아름다운 희생’ 이라고만 포장

이는 튼튼하게 잘 자라주고 남편은 회사를 잘 다녀 주었는

할 뿐 더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21세기가 된

데 나는 끊임없이 갈증이 나는 탄탈로스처럼 입이 바짝바

이 시점에서도 희생적 모성애는 각광받고 있고 현재 여성

짝 말라 갔다. 이대로 영원히 아이에게 매어서 내가 할 수

들을 흔들어 놓는다. 아니 요즘에는 모성신화를 상업적으

있는 일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까 봐 조바심이 났다. 다

로 훨씬 더 잘 이용하고 있는 듯도 하다.

시 둘째가 태어났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더 바빠졌

모성애를 간판으로 들고 나오는 연극이나 영화 그리고

다. 그리고 첫 아이가 학교에 가고 둘째가 유치원에 갔을

책들이 여전히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 환경 탓일까,

때, 나는 드디어 내 자신을 찾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아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자신의 꿈을 접고 아이를 위해 올인

이를 키우면서 동화의 세상을 알게 되었고 그 공부를 위해

하는 엄마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온갖 학원 정보와 입시

열심히 책을 읽어 나갔다. 도서관도 자주 찾았고 내가 가고

정보를 꿰고 하루 일과를 아이의 스케줄에 맞춰 산다. 게다

싶어 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가 그들은 나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한다.‘너 그렇게 아이

마음의 안정도 찾게 되었고 운 좋게도 일자리도 얻게 되었

키워서 성공시킬 수 있겠어?’ 라며.

다. 그때부터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일도 하고 밤에는 글을

그런데 그런 불안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나로 돌아와

썼다. 물론 일과 글쓰기 때문에 엄마 노릇은 잘 할 수가 없

뻔뻔하게 내 일을 한다. 왜냐고? 나는 다시는 나를 잃고 싶

었다. 아니 지금도 그건 현재진행형이다. 아침밥도 잘 챙겨

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블랙홀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주지 못할 때도 많으니까. 하지만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한

것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다. 최소한 내가 모래인간처럼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뒤를 따를 수가 없다. 그녀를 보고 울 수는 있지만 그녀처럼

하지만 TV나 대중매체 속에서 성공한 젊은이를 소개할

살 수는 없다. 대신 나는 아이에게 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때마다 그들 뒤에 잎싹과 같은 엄마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보여주고 싶다. 엄마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

사실을 알려 줄 때는 마음이 영 불편하다. 그들의 강한 모성

고 싶다. 그럼 언젠가 아이도 내 뒤를 따라 날아오르고 있지

애와 희생이 내 상상을 초월할 때 상대적으로 초라한 내 모

않을까? 나보다 더 높이 말이다. 그럼 우린 둘 다 행복한 비

성애를 자책하게 되고 무능력한 엄마라며 탄식을 한다. 그

행을 할 수 있을 거다.

리고 이렇게 계속 부족한 엄마로 남아도 되나 하는 불안감

그래서 나는 여전히 마당을 나온 암탉의 최후가 아쉽고

이 엄습한다. 아이들에게는 더욱 미안해지고 구멍 난 엄마

가슴 저리다. 단 한 번이라도 그녀가 그녀만의 꿈을 위해 초

역할 때문에 아이들이 성공하지 못할까 봐 걱정도 든다.

록머리와 함께 나는 연습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둘의

하지만 다시 그들을 냉정하게 보면 다른 이면이 보인다. 태양이 찬란할수록 그림자가 더욱 길게 드리우듯 자식의

행복한 비행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성공 뒤에는 그 엄마들이 포기한 수많은 꿈들이 희생되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희생을 딛고 세상의 꼭대기 에 오른 아이가 초록머리처럼 잎싹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가버리고 홀로 빈 둥지 속으로 돌아갔을 때, 그들의 외로움 은 그 어떤 외로움보다 훨씬 더 깊었으리라.

박지숙 ●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어요. kb창작동화제 최우수상으로 동화작가로 등단했어요. 현재는 전주에서 낮에는 아이들에게 독서 지도를 하고 있고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밤에는 글을 쓰고 있답니다.

2011. 9∙10 35


모람풍경

모람 VS 모람의 두 번째 시간. 내가 만약 괴로울 때면 누가 위로해줄까.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나의 등불이 되어 줄 ‘언니’ 들- 민우회 매력 만점 회원들(특히 평생회원! 심지어 앙코르 포함)이 대거 몰려 있는 소모임‘다소’ 와‘작심삼일’ 을 파헤쳐 본다. 아, 그네들의 엄청난 마력과 활동에 비해「함여」지면은 상당히 부족한 편. 사실 만나서 얼굴 보고 말도 좀 섞어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테니. 일단은 여기「함여」 로통 해보자. 다소를 소개하는 유이와 작심삼일의 마법소녀 이야기 속으로 고고! 회원팀 주

모람 VS 모람

다소 VS 작심삼일

다소 회원 캐릭터를 형용사로 설명하 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여성 문제 탐구자 이자 실천가인 정열의 소녀! 만나면 없던 기운도 샘솟는 열혈소녀 하이디, 언제나 남의 말을 귀담아 듣고, 조근조근 할 말도 잘하는 지혜가 가득한 다소의 안내자 최강다정 바람, 세상의 부조리와 못된 마초에게는 냉소적이고 까 칠하나, 옳은 일에는 큰 돈을 아끼지 않는 의로운 통 큰 기부천사(거금 쾌척!) 냉소천사 오서방, 진정한 도구의 인간 호모 파베르! 캠핑을 함께 가면 그 진가를 발휘하며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자상함과 멋 진 용모의 소유자 만능달인 오스칼,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가끔 정장과 넥타이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며 달변과 논리로 웬만한 마초들 눈물 빼 는 박학신사 로미오, 다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기대주, 적시적소 에서 빵~ 터트리는 재주를 가진 발랄신참 승짱,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 지 않으나 사람들에 대한 사소한 배려를 잊지 않는 무심시크 유이.

다소와 광고의 다이나믹한 역학 관계 별다른 과제 없이 자유로이 안 식년을 보내고 있는 다소. 그래서인지 요즘 광고의, 광고에 의한, 광고 를 위한 모임을 지향하는 듯하다. 광고에서 툭 던져진 화제로 토론을 하다 모임이 끝나기도 하는데…. 지난 모임에서 한국판 슬럿워크 (SlutWalk)가‘잡년 행진’ 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것에‘적절한 이름 이었나, 거부감은 없었는가’ 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민우회 이전 활

유이

동과 프로그램을 훤히 꿰뚫고 있는 10년차 이상의 회원으로 구성된 다 소모임에서 광고시간이 길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지사.

다소로 섭외하고 싶은 다른 모람 회원은? 어느 여름날, 엄산은 기타 유이 _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이 민망한 별칭에 대해 설명하자면‘이유’ 를 거꾸로 한 것이며, 사소한 것에도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 이유를 꼭 알고 싶어 왜?를 습관처럼 하고 다녀서이지요.^^ 다시

를 배우겠다며 다소를 떠나 기타 모임‘명치’ 로 갔다고 한다.‘명치’ 에 서 솜씨를 좀 갈고 닦았는지 모르겠으나, 풍문에 딱히 엄산의 활약이 들리진 않는다. 엄산은 이제 다소로 복귀해야 할 때라는 것을 스스로도

삶에 물음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즐거움을

알고 있을 것이다.

느끼고 싶은 유이입니다.~

다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영화는?「안토니아스 라인」 과 다소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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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점이 있다.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의

김소연(마법소녀) _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소유자들, 오래되었다. 그러나 다시 봐도 새로운 즐

인생의

거움과 자극제, 여성/남성, 동성애/이성애 등 이분

행복한 로맨틱 코미디를

법을 뛰어넘는 행복한 공동체.

꿈꾸는 사람

다소에게 평생회원이란? 항간에 다소의 자격 조건 에는 민우회가 주는 크리스탈 상패 한두 개쯤은 소 유하고 있어야 하고, 그중 하나가 바로 평생회원패 라는 설이 있다. 다소 과장된 감이 없진 않지만 다 소엔 평생회원이 다수 있다. 평생회원 후 다시 회원 회비 내기 운동에도 참여하며 회원의 기본적 소임을

김소연(마법소녀)

다하고 있는 다소에게 평생회원이란,‘평생 찐~하 게 여성과 민우회를 싸랑하겠 다’ 는 다짐이 아닐까. 소장하려고 했는데 순조롭게 진행이 되지 못해 좀 아쉽긴 하 지만 시간은 많으니깐. 언젠가는 완성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작심삼일인가? 맞다^^

작심삼일 회원을 무한도전 멤버들과 비유한다면?

매번 새로운 시도, 도전을 하려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울 정도로 각자 개성이 강하

는 마음을 가진 분들의 모임이라

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래서 잘 뭉치는 것 같다. 작삼의 카수

고 할까. 언제나 포기하지만 않

수풀! 노래방에서의 재능을 얼마 전에 알았다니. 16년간 손

으면 된다는 것, 고게 쪼께 필요

으로 뭐든 만들 수 있다는 손재주의 달인 살림, 외국에 나가

하다. 삼일마다는 아니지만 다양한 무한 즐거움을 찾고 초지

있어 요즘 볼 수는 없으나 제빵의 기술로 미각을 사로잡은

일관 새로움을 받아들임!

미친곰, 사회복지사가 아니었다면 배우로서 성공할 수도 있

작심삼일과 공작의 역사 회원 각자가 하고 싶은걸 주제로

는 단팥(민우회 송년회보신 분은 그녀의 연기를 기억하실 겁

여러 가지를 했는데 그러고 보니 멤버들이 무언가 만들기에

니다), 작삼의 유재석은 꼬깜. 안경이며 모임의 마무리를 항

재주가 많았다. 그동안 만들었던 게 뭐가 있었나 회상해 보면

상 깔끔하게 정리하는 그녀, 그러고 보니 생김도 닮았네. 꼬

단팥의 제안으로 작년 초에 신생아 모자 뜨기가 시초. 저체온

깜만의 개그 본능이 있다. 열정의 야구선수 프마는 운동도

증 아프리카 신생아들을 위해 부족한 솜씨지만 털모자를 떠

잘하지만 정이 많아 모든 사람들을 잘 챙긴다. (우리의 짱!)

서 아프리카로 잘 보냈다. 그리고 발렌타인데이 때 마법소녀

바빠서 자주 나오진 못하지만 빠질 수 없는 아리영, 지성과

가 수제 초콜렛 만들기를 통해 회원들께 작삼 소개도 하고

미모를 갖춘 미소천사다. 마지막으로 마법소녀.

초콜렛 판매를 통해 기부도 했다. 올 봄에는 살림의 준비로

작심삼일에게 MT란? 어울림과 하나되기인 것 같다. 작년

솟대와 나무목걸이를 만들었는데, 모람세상에 올라와 있으니

작심삼일과 근육의 숨결 멤버들과 칼봉산 연합 엠티에 갔다.

보시라. 얼마 전「함여」표지 보았는가? 수풀의 제안으로 각

작심삼일 멤버만이 아니라 다른 회원들과도 함께 굴업도에

소모임을 클레이 아트로 표현하기도 했다. 장하지 않은가?

도 갔다. 회원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싶어서, 단지 그것만으

호호호. 그리고 여성 감성사전 및 책을 만들어 개인적으로

로도 행복하니까. 작삼 엠티 포에버! 2011. 9∙10 37


마포나루에서 지하철을 타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어. 니 뭐 하는데?” 이 한마디를 하고 주변 눈치를 본다. 누가 내 말을 듣고 웃는 건 아닌지,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사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혼자 상황을 살피고 있다. 조금 주춤하다 가 다시 전화에 집중해 대화를 이어 나간다. 지금까지 살면서 서울말과 사투리가 다르다고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서울말을 쓰는 사람도 많이 없고, TV나 라디 오에서 듣는 말투와 내가 말하는 말투가 같다고 생각했다. 억양이나 다른 특이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 이다. 그래서 개그프로그램에서 사투리를 소재로 개그를 하 면, 그것을 보고 웃고 따라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친구나 사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 울에서는 서울말을 쓰고, 고향에서는 사투리를 쓴다는 말이 최윤라(민트)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서울 생활을 시작하 게 됐고, 서울말과 사투리의 차이가 들렸다. 그 감각이 피부 로 느껴지니 혼자 고립되고 자신감이 점점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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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말이 싫어요

느새 서울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하

지금은 극복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서울말 혐오증’ 이

루 종일 서울말을 하다가, 익숙한 사투리를 말하려고 하면

있었다. 20년 넘게, 서울에 방문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

오히려 잘 되지 않는 상황이 더 신기하였다.

데 올해 들어 자주 서울을 오게 되었다. 처음‘사투리와 서

그러면서 서울 사람들이나 지방에 사는 나나 비슷한 생활을

울말이 다르구나’ 라고 느꼈을 때, 그때의 느낌을 이야기하자

하고, 관심사, 생각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

면 서울 사람들이 같은 나라 안에 살고 있는 외계 생물체 같

투만 다를 뿐이지 서울 사람과 나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았다. 그만큼 서울말과 사투리의 차이는 엄청났기 때문이다.

게 되었다. 그 현상으로 자연스럽게‘서울말 혐오증’ 이 사라

서울 사람들 속에서 고향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지고 생활하는 데 말투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또 다시

목소리나 억양이 특이해서 사람들이 힐끗 쳐다본다. 그리고

느끼게 되었다.

모임에서는 말투를 놀리듯 따라하는 사람도 많았다. (예를 들면 누구를 부를 때의 말투를 따라하거나“지방 사람

언제까지나 사투리는 나와 함께

들은 문자 메시지 보낼 때도 사투리 써?” 라고 물어 봤다. 누

어느 지역에서 살든 어떤 말투를 쓰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구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싫었다. ㅠㅠ)

알았다. 일을 하고 서울 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점은 많이 없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서울말을 쓰는 서울 사람들과 나는 다

다.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사투리를 쓰든 서울말을 쓰

른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에서 생활하고

든 눈치 볼 일이 아니다. 신경을 쓰고, 콤플렉스를 생각하는

살아간다면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거란 생각에 절대로 서울

건 나뿐이었다.

에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정말로 아이러니하게도 전화를 받거나, 대화를 할 때

(지금 이 글에서도 사투리가 묻어나올 수도 있어요. PASS~)

일부러 서울말을 쓰려고 하면 잘 안 되는 것 같다. 적응했다 고 생각하고 막상 입을 떼면 나오는 것은 사투리다.

적응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일

그러면서 또 다시 느낀다. 서울말을 잘하는 것만이 서울 생

짧지만 관심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 서울, 경기권 사람들과

활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 보다는 적응을 잘하고

함께 일을 한 적이 있다. 2주 정도 함께 활동했는데, 상대적

생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으로 지방 사람보다는 서울 사람이 많았다. 그때도 사투리를 마구마구 쓰면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사 람들도 사투리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일 을 하는 과정에서 만 삼일째 되던 날에 나도 모르는 언어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은 바로 내가 신기하고 어렵게 느꼈던 서.울.말!

민트 ●

정말 의도치 않은 말투가 나와서 서울말을 하고 나서도 나만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당연한 낯익은 말이기 때 문에.‘서울말 혐오증’ 을 느끼는 나는‘내가 어떻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묻어 가다 보니 어

(서울말처럼 상냥하고 조금 조용한 말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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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이야기 몇 주 전,‘나의 삶 나의 이야기’ 라는 주제로「함께가는 여성」 에실 을 글을 써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워낙 말하고 글쓰기를 좋아하여 일단“너무 좋아요!”하고 대답을 하긴 했는데... 막상 마감 날짜가 닥쳐 쓰려고 하니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막막 해진다. 올해 서른이고, 학생이다. 학교 졸업 후, 천직이라 생각했을 만큼 적 성에 꼭 맞는 사교육 시장에서 수학 강사를 했다. 지금은 더 이상 미 룰 수 없다는 결심으로 시작한 여성학 공부가 이제 4년차에 접어들 었다. 아무런 준비도 계획 없이 시작했던 공부여서인지 힘들어서 눈 화정(빠른거북이)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물도 많이 쏟아 냈다. 우울증 때문에 한 시간을 멍하니 옷걸이만 쳐 다보며, 나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살아 보자!’ 고 다짐했던 순간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성으로서의‘나’ 와 평소에 느끼게 되는 셀 수 없는 차별적 문제들 을 학문으로 배우며 공부한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알았다 면‘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텐데’하는 후회도 일 년에 한 번씩 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면서 내린 결정 중에 가장 잘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공부를 시작하고 잃어버렸던 뜨거운 열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이에요. 오래된 습관이에요. 혼자 여행하기. 아무 생각 없이 앞으로 걷다가 갑자기 하늘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이 종종 일어요. 그렇게 찍고 나면 할머니가 느껴져요. 할머니가 불러서 사진을 찍었나 할 정도로 강하고 따뜻하게 느껴질때면 그냥 그 길에 앉거나 누워서 쉬다가요. 그래서 제 여행 사진첩엔 유난히 하늘 사진이 많아요. 그중, 꽤 오랜 시간 근처 바위에 누워 잠들었던 길과 하늘 사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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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여름. 그때부터 나의 열정, 나의 희망은

치 않으실 것 같았다. 다시 자랑스러운 손녀가 되고 싶었다.

완전히 없어졌다. 사라져 버렸다.

할머니는 항상 나의 모든 점을 자랑스러워하셨다. 그게 내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것 처럼…

자존감과 자신감의 원천일 것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바쁜 엄마와 아빠 덕분에(?) 외할머니와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배웠다. 특히,

함께 살았다. 집과 관련된 모든 기억에는 할머니가 주인공이

여성 노인 문제에 관한 수업 시간에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

다. 할머니는 삶 자체였다. 할머니는 친구고 든든한 지원자

다. 그리고‘나’ 에 대한 탐구로 시작했던 공부는‘여성’전체

였다. 할머니의 따뜻함과 무한한 애정 덕에 다소 거칠고 퉁

의 문제로 확장되었다.

명스러웠던 성격도 꽤나 부드럽게 순화(?)되기도 했다. 그러

지금은 예전에 할머니가 자랑스러워하셨던 -언제나 호기심

나 나이가 들수록 아빠가 장모님(외할머니)을 대하는 태도가

많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일단 부딪쳐보는 열정적인- 아

엄마가 친할머니(시어머니)를 대하는 태도와는 상당히 다르

이가 되었다.

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 그때부터 사회에 만연한 여성의 위치와 차별적 문제들

지금도 할머니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직도 책상 곁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의 작은 사진에도 금방 눈물을 쏟아내는걸 보면….

그러던 어느 날, 평생 함께할 것 같았던 할머니가 돌아가셨

그러나 종종 느낀다. 할머니가 따뜻하게 바라보시고, 어려울

다. 사고가 생겼던 그날, 할머니와 단 둘이 함께 있었다. 그

때면 도와주고 지켜 주시는 기운을.

리고 돌아가시던 때에도, 학원에서 전화를 받고 황급히 뛰어 온 내가 할머니를 부르자마자 세상을 떠나셨다.

‘나의 삶, 나의 이야기’ 는 모두 할머니로부터 시작된다. 모

그날 후, 매일 울었다. 밤에 잠들면 베개를 다 젖도록 눈물

든 가치관, 사고방식, 인격 형성의 99.9% 영향을 끼친 분이

흘리고, 길을 거닐다가, 버스 창문에 기대다가도. 불쑥불쑥

할머니다. 그래서 한 번은 입 밖으로 풀어 내야 가벼워질 것

할머니 생각이 날 때마다 나는 점점 가라앉았다.

같다는 생각을 해 왔다.

잘해 드리지 못한 죄책감과 평생 딸집에서 고생만 하다 돌아

이번 기회로 어쩌면 조금, 아니 생각보다 많이 마음의 짐을

가신 분께 큰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한 자책감이 무겁게 내려

덜은 것 같다. 민우회「함께가는 여성」 에 다소 무겁고 우울

앉았다.

한 이야기로 페이지를 할애했지만! I’ m so sorry but I love you~ 민우회 사랑해요~♥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 드라마, 음악, 영화 등등. 어떤 상황 에서든‘할머니’ 를 떠올리는 모든 것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나를 잃어 갔고, 열정도 따뜻함도 잃은 채 의욕 없는 뾰족한 인간으로 숨만 쉬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나’ 아닌‘나’ 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하늘에서 보는 할머니도 원

빠른 거북이 ● 말도 행동도 느리지만, 다혈질에 급한 성격 탓에 잘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조합된 이름을 갖고 있다.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뜨거운 사랑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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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이야기 2011년 8월 11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양평 농업기술센터 친환경 농업관에서‘2011 여성 생산자 소비자 교류회’ 가 열렸습니다.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는 여성 생산자 소비자 교류회는 생산자와 소비자가‘여성’ 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여 서 로의 마음을 나누고, 같이 몸을 움직이며 친분을 쌓는 시간입니다.

그녀들의 화려한 휴가 2011 여성 생산자 소비자 교류회

그냥 단순히 1박 2일을 같이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을 하면서, 소비를 하면서 어려운 점을 나누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이 사 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그녀들이 하나 둘, 각 지역에서, 생산지에서 모였습니다. 쨍쨍 해 가 뜨는 무더운 여름, 아이들 손을 잡고, 짐을 싸 들고 모인 그녀들 의 표정은 참 밝아 보였습니다.

이슬비 ●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기획부

먼저 안인숙 고양파주여성민우회생협 이사장의 진행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소개를 시작했습니다. 소속 단위 생협끼리 나와 인사하고, 생산자들도 한 명 한 명 나와서 이름을 듣고, 얼굴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몸풀기가 이어졌습니다. 처음 만났던 고상하고, 단 아한 모습을 뒤로 한 채, 승리를 향한 그녀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 했습니다. 간단한 몸풀기는 몸 만들기 프로그램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죠. 치열한 몸싸움을 하고, 서로 부둥켜안기도 했습니다.

‘여성’ 이라는 이름으로 진한 공감대를 이루던 시간들, 더 풍성한 교류의

장을 기대하며...

게임에서 걸리면 어쩔 수 없어요. 벌칙으로 춤도 추어야지요. 오늘 만큼은 부끄러움 따위는 벗어 던지고, 신나게 몸을 움직여 봅니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 함께 모여‘여성으로 산다는 것’ 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화날 때는 어떻게 하는지, 행복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사는 곳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달라도 다른 사람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아이가 없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이야기도, 아이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는 이야기도 다 공감합니 다. 어떤 사람은 화가 날 때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어떤 사람 은 청소를 하기도 합니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요. 생 산자와 소비자 구별 없이‘여성’ 이라는 이름으로 진한 공감대를 이 루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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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점심을 먹은 후, 친환경 피클을 만들기 위해 다함께 모였습니다. 팔 당 여성생산자회에서 준비한 이번 시간에는 친환경 오이, 무, 양파, 고추로 맛있는 피클을 담았습니다. 오후 시간에는 팔당 생산자 선생님들과 함께 팔 당 투어를 했습니다. 팔당생명부엌, 팔당생명살림생협, 두물머리 등을 둘러 보며, 4대강 사업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생산자들의 마음을 들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귀농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땅의 여자」 를 관람하기 위해 강당으로 모였습니다. 세 명의 여인들이 귀농을 결심하고 농촌에서 살 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입니다. 권우정 감독은 2년 동안 이들의 삶 을 가까이에서 포착해 그녀들의 갈등과 아픔, 환희와 웃음을 그려 냈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영화 주인공 중 한 명인 소희주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 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별한 듯하지만 평범한 우리 여성. 어디서 그런 힘과 용기가 나왔을까 싶다가도, 너무 평범한 그 모습에 함께 힘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성 농민으로 농사도 집안일도 만능으 로 해내야 하는, 하지만 농사꾼으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현실에서 꿋꿋이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싸움을 해 나가는 그녀들의 모습. 그게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습니다.

여성생산자, 소비자가 모여 만드는 화려한 휴가! 다음 날 아침, 여성민우회생협 김연순 회장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창립 소식부터 올 한 해 있었던 굵직한 변 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모여서 친환경 재료로‘썬크 림’ 을 만들었죠. 항상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아쉽습니다. 조금 더 오래 만나면 더 많은 이야기 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고작 하룻밤 사이에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순 없으니까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년을 기약합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깊 은 이야기를 조금은 익숙해진 얼굴로 나눌 수 있겠죠. 그리고 헤어진다는 것 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모두들 즐거운 모습으로 인사합니다. 안녕히, 그리고 내년에. 더 풍성한 교류의 장을 기대하며.

이슬비 ● 혼자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약간의 활자 중독증이 있고 무심함. ‘꿈, 자유, 가난, 하늘’ 의 마음으로 평생‘청춘(靑春)’ 으로 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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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시선

1. 당신이 생각하 는 미혼모의 나이 는? 10대 / 20대 / 30 대 이상

“나의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 미혼모 인식 개선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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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정(치우) ● 인천여성민우회

2. 당신 또는 당신 의 자녀가 미혼모 가 된다면 당신의 선택은? 낙태한다 / 입양을 보낸다 / 양육한다 3.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에 대한 생 각은? 판단력이 부족하 다 / 그들의 선택 을 존중한다 / 용기 있다고 생각 한다 4. 당신의 이웃이

미혼모라면? 아는 척하지 않겠 다 / 인사 정도는 하겠다 / 친하게 지내겠다

인천여성민우회는 한부모 사업을 10년 동안 해 왔다. 그

업은 이제까지 우리가 노력해 온 소외된 여성들의 문제이

것은 선배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러던 중

기에 꼭 필요한 사업이란 생각에 운영위를 설득하였다.

올해에는 한국미혼모협회의 제안으로 한국여성재단의

선배의 자문과 운영위들의 고심 끝에 몇 일 만에 프로젝트

‘미혼모 삶의 질향상’ 을 위한 프로젝트에 공모하게 되었

를 완성, 공모하였다. 제목을 선정 할 때도 여러 가지 이름

다. 인천은 다른 지부와 달리 상근자가 1명이라 모든 프로

들을 의논했지만 미혼모의 첫 순간부터 겪는 그들의 고통

젝트가 운영위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유독

과 선택을 존중하자는 의미로“나의 선택을 존중해 주세

프로젝트가 많아서 다들 프로젝트를 더 받기는 곤란하다

요” 라는 슬로건을 채택하게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

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한부모사업 중 하나인 미혼모 사

의 선택을 존중받아야 하며 여성 운동을 하고 있다면 더욱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

방안”이었다. 그리고 리플렛과 홍보물을 전하는 것으로 첫

하기보다 선택을 존중해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발을 디뎠다. 박영미 강사님의 강의는 미혼모에 대한 잘못

에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다행인지 행운인지 전국

된 인식을 데이터로 보여 주며 인식 개선을 하셨다. 많은

네 개 선정지역에 인천이 선정되었고, 인식 개선과 미혼

인원이 참여한 교육임에도 중간 중간 대답을 하고 호응하

모들의 상황을 알아야 했다.

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캠페인이 끝나고 9월 7일 인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앞에서 사회복지의 날 기념 행사장

‘왜 그들이 이 편견 속에서 살아야 하나?’

에서 2차 캠페인을 시작했다. 1차 때와는 달리 야외에서 맞

캠페인의 미비한 준비를 보완하고자 1차 교육과 워크샵은

이하는 캠페인에 리플렛을 나눠 주고 미혼모에 관한 인식

김미경(인천여성민우회 전대표, 현 부평구청 갈등조정관)

조사 스티커 붙이기를 시작했다. 준비해 간 리플렛이 모두

강사님과, 2차 교육은 박영미(한국여성단체연합 전공동대

오백 장이었으나 참여자가 많아 부족했고, 이백 명 정도가

표)강사님과 미혼모의 실태와 현실에 대한 교육을 하였다.

인식조사에 응했으며 미혼모에게 응원 메시지와 차별 메시

막연하게 알던 미혼모의 현실과는 달리 10대보다는

지를 적으며 참여해 주었다. 사회 복지와 관련된 사람이 많

20~40대 미혼모가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아서 그런지 호응도 좋았고 인식도 좋은 편이었다.

들은 많은 수가 양육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미혼

그리고 캠페인 장소에서 자신이 미혼모라며 당당하게 우

모 보호 시설들을 입양 기관에서 많이 운영하고 있고, 시

리에게 다가온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고맙

설에서 입양을 지지하고 있다. 입양을 하는 사람에게는 소

다는 말을 전하는 그녀가 우리는 더 멋지고 고마웠다.

득과 상관없이 12세까지 10만원의 양육비와 의료보호 1종

이 사회는 한부모로 살기에는 너무 어려운 편견의 시선과

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엄마인 그들이 양육을 하

경제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다. 그런데 미혼모로써 살기는

게 될 때는 최저 생계비 130% 이하인 경우만 월 5만 원에

한부모보다 더 큰 편견에 부딪히며 정신적,경제적 어려움

의료보호 2종을 지원해준다. 그 외에는 아무런 지원도 하

을 갖게 한다. 워크샵에서 한 미혼모가 했던 이야기가 생

지 않고 있었다. 워크샵에는 한국미혼모협회에서 나온 세

각난다.“이 시대가 우릴 잘 만난 거예요!”미혼모들을 둘

명의 미혼모들이 미혼모의 삶을 살기까지의 어려움, 가족

러싼 숨겨진 문제를 그들 스스로 걸어 나와 소리 내고 해

과 사회와의 단절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었다. 그녀의 당당한 자신감

자신의 아이를 키워 나가는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

이 우리를 더 힘나게 해 주었다. 미혼모 운동에 첫발을 딛

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은 엄마로써 가슴이

게 해 주신 리처드 보아스 박사님의 말이 늘 가슴에 남는

미어지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하면서‘왜 그들이 이 편견

다.“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키울 권리가 있습

속에서 살아야 하나?’이렇게 다양한 가족들이 사는 세상

니다.”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아이를

으로 바뀌는데 아직도 차별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키우는 그날을 기대하며 미혼모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해 나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우리의 위치이며 우리가 해야

갈 것이다.

만 하는 인식 개선 캠페인의 중요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1차 캠페인은 홍미영 구청장님의 도움으로 9월 2일 인천시 부평구청 공무원 400명 월례 회의의 교육이었다. 박영미 강사의 강의 주제는“미혼모 인식 개선과 저출산 대안 모색

치우 ● 2006년 인천여성민우회 회원 가입. 2007~9년 민우공부방 교사 활동, 반상근. 2009년~현재 운영위원 활동. 2011년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소장.

2011. 9∙10 45


지부소식 www.womenlink.or.kr

고양∙파주여성민우회 고양파주 2011년 고양시 민간 단체 공익 활동 지원 사업. 우리 동네 여성 임파워먼트 학교 ‘그녀들의 삶과 꿈에 날개를 달자’ �일시 : 9월 16일~10월 14일 (매주 수, 금) 오전 10:00~오후 12:00 (총 9강) �장소 : 고양파주 민우회 교육장 �문의 : 031-907-1003 김원희와 함께하는 에니어그램 에니어그램이란, 인간이 살아가면서 형성 하게 되는 아홉 가지 성격 유형을 체계적 으로 설명한 것으로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게 되는 내적 여정입니다. �일시 : 9월 19일~12월 2일 매주(월) 오전 10:00~12:00 (총 12강) �장소 : 고양파주 민우회 교육장 �수강료 : 정회원 10만원 민우회생협조합원 11만원, 비회원 13만원 �정원 : 15명 ‘가슴으로 대화하기’워크숍 나 자신과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하 는 방법을 배우기. �강사 : 신호승 (대안교육학부모연대 교육 위원장) �일시 : 9월 21일~10월 26일 매주(화) 오전 9:30~12:30(총 6강) �장소 : 파주성폭력상담소 교육장 46

�교육비 : 7만 원 (정회원 5만 원, 생협 조합원 6만 원) �문의 : 031) 946-2096 내 마음이 들리니 자녀 부부 나와의 행복한 소통을 위한 성평등 의사소통 교육 �일시 : 1기- 9월 21일~10월 5일 매주(수) 오전 10:00 (총 3강) 2기- 9월 29일~10월13일 매주(목) 오전 10:00 (총 3강) �장소 : 1기 고양파주생협교육장 2기 고양파주 민우회 교육장 좋은 길, 작은 길, 고양을 걷다 고양파주여성민우회와 함께 걷는 고양 올레 �일시 : 9월 27일(화) 오전 10:00 �장소 : 원당역 3번출구 던킨도너츠 앞 �참가비 : 3천 원 �준비물 : 물, 간식 ※ 사전에 접수받습니다. 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치유 회복 프로 그램‘자기 성장’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경험을 나누어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 을 도모하는 프로그램. �일시 : 10월 25일~11월 24일 (매주 화, 목) 저녁 7:00~10:00 �장소 : 고양파주민우회교육장 �참가비 : 무료 ※ 개별 상담 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광주여성민우회 광주 생애주기별 양성 평등 교육(성인기)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평등 교육 �일시 : 9월~10월 예정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등 민우데이 회원들과 함께하는 소모임 한마당 잔치(시 나페 공연 등) �일시 : 10월 8일(토) �장소 : 5.18 기념문화센터 대동홀 민우여성학교 페미니즘과 자녀교육, 페미니즘과 심리 �일시 : 10월 20일(목) 오전 10:30~오후 3:30

�장소 : 시청자미디어센터 2층 다목적 홀

군포여성민우회 군포 운영위원, 활동가 워크샵 민우회 비전 만들기 기획 워크샵 �일시 : 9월 18일(일)~9월 19일(월) �장소 : 원주 백운산 민우 방문의 날 오래된 회원 및 신규 회원 모두와의 만남 과 소통을 위한 만남의 장 �일시 : 10월 7일(금) 오후 7:00 �장소 : 군포민우회 교육장 민우여성학교 행복한 생활 설계하기 �일시 : 10월 19일(수) 오전 10:00 10월 26일(수) 오전 10:30 총 2회 �장소 : 군포여성민우회 교육장 위기의 미혼모와 한부모 가족을 위한 정책 포럼 사례 관리를 통한 정책 제안 �일시 : 10월 19일(수) 오후 2:00 �장소 : 군포문예회관(시청각실)

서울남서여성민우회 남서 걷기 모임 함께 모여 남산 걷기 모임을 합니다. �일시 : 9월 28일(수) 오전 9:00 �장소 : 5호선 오목교역 내 1번 승강장 민우여성학교 민우회가 함께하는 여성주의 강좌 �일시 : 9월 27일(화)~9월 29일(목) 오전 10:30 총 2회 �장소 : 신정 6동 주민자치센터 (27일) 신정 7동 주민자치센터 (29일) 강원도 옛길 바우길을 따라 선자령 코스 걷기 선자령에 펼쳐진 양떼목장, 풍력발전소. 숲 길을 만나 보아요. �일시 : 10월 20일(목) 오전 8:30~오후 6:00 �장소 : 양천문화회관 지하주차장 입구 일일호프 남서여성민우회 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호프


�일시 : 11월 2일(수) 오전 11:00~오후 10:00 �장소 : 목1동 즐겨찾기 �참가비 : 티켓 한 장당 만 원 �문의 : 02-2643-1253

서울동북여성민우회 동북 버마 청소년 볼펜 행동 Thanks Party 지난 여름 청소년들이 모아 온 볼펜 전달 을 위한 메솟지역‘사무터학교’방문기를 나눕니다. �일시 : 9월 8일(목) 오후 6:00 �장소 : 동북민우회 교육장 조정자 훈련 과정 갈등 당사자들의 의사소통을 도와 당사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조 정자 훈련 과정 �일시 : 9월 21일~10월 12일 총 4회 오전 9:00~오후 4:00 (매주 수요일) �장소 : 한신대학교 백선관, 도봉구 구민회관 �정원 : 20명 �수강료 : 6만 원 민우되살림 장터 환경과 나눔을 실천하는 되살림 장터 �일시 : 10월 7일(금) 오전 11:00~오후 4:00 �장소 : 민우회 생협 방학매장 앞 민우여성학교“지금 만나러 갑니다” 페미니즘과 심리 ‘널뛰는 나, 여성주의로 중심 잡기’ �일시 : 10월 10일(월), 10월 19일(수) 오전 10:30 �장소 : 동북민우회 교육장

원주여성민우회 원주 완경 캠페인 ‘폐경’ 을‘완경’ 으로 부르자는 길거리 캠페인 �일시 : 9월 7일(수) 오전 12:00~오후 3:00 �장소 : 원주 중앙동 농협중앙회 앞 완경 강좌 - 끝이 아닌 시작, 완경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일시 : 9월 15일(목)~10월 6일(목) 총 4강

�장소 : 원주여성민우회 밝음신협 교육장 �수강료 : 회원 3만 원, 비회원 8만 원 �정원 : 25명 민우여성학교 -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일시 : 10월 17일(월), 10월 18일(화) 오전 10:30 �수강료 : 만 원 �장소 : 원주여성민우회 제1회 원주다큐영화제 다큐멘터리를 청소년과 시민들이 함께 준 비하고 함께 보는 영화제 입니다 �일시 : 9월 19일~9월 24일 �장소 : 원주영상미디어센터 2011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순회상영 ‘고고시네마2011’ 국제여성영화제가 드디어 원주에서도 상영 합니다. �일시 : 9월 29일~9월 30일 �장소 :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인천여성민우회 인천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찾아가는 성교육 인형극 공연 �일시 : 9월 20일(화) �장소 : 삼산동 아이사랑 어린이집 �시간 : 미정 민우여성학교 �일시 : 9월 21일(수), 9월 28일(수) 오후 7:00 �장소 : 인천여성민우회 교육장 토닥토닥 3대가 함께하는 마음 여행 한부모 여성 명상 및 동반 자녀 미술 카 페에서 미술 활동 체험 �일시 : 9월 25일~11월 6일 (매주 일) 오후 3:00~6:00 �장소 : 인천여성민우회 교육장 4층 �정원 : 20명

진주여성민우회 진주 실무자 동영상 편집교육 �일시 : 9월 15일(목)~9월 16일(금) 오전 10:00~오후 12:30 �장소 :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민우여성학교 페미니즘으로 풀어 보는 부모 교육과 심리 �일시 : 9월 19일(월), 9월 30일(금) 오전 10:30~오후 12:30 �장소 :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알뜰살뜰 번개 시장 애물단지를 보물단지로 변신시키는 날!! �일시 : 9월 17일(토), 10월 15일(토) 오후 2:00~4:00 �장소 : 진주 신안동 주공1차 분수대 성매매방지법 시행 7주년 기념 캠페인 �일시 : 9월 중 �장소 : 미정 상담원 수련회 �일시 : 10월 중 �장소 : 미정

춘천여성민우회 춘천 민우여성학교 페미니즘과 자녀 교육, 페미니즘과 심리 �일시 : 9월 28일(수), 10월 5일(수) 오전 10:30~오후 12:30 �장소 : 담작은도서관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켐페인 식당노동자의 실태와 문제점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일시 : 9월 29일 (금) 오전 11:30~오후 12:30 �장소 : 춘천 명동 봄내벼룩시장 아끼고, 나누는 벼룩시장 �일시 : 10월 1일 (토) 오후 15:00~오후 17:00 �장소 : 춘천몸짓극장 춘천여성민우회부설 달팽이지역아동센터 이웃 주민과 함께하는 골목 축제 �일시 : 10월 25일 (화) 오후 3:00~5:00 �장소 : 달팽이아동센터 춘천민우회재정사업 후원 기금 마련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일일호프 �일시 : 11월 11일 (금) 오후 16:00~오후 23:00 �장소 : 카페‘내 너를 부르면’ 2011. 9∙10 47


민우알림

여성주의를 통해 좋은 사람, 새로운 시선으로 나 자신과 여성의 일상을 공유하며 지지해봅니다. 지난 달 8월 22일 여성주의 기술학교 농업교육에서 심은 무우입니다. 비료 한 번 준적 없고, 그저 벌레 잡아 주고 관

일 정 _ 10월 4일 ~ 10월 25일 (총 4회, 매주 화요일)

심만 보탰는데 어엿한 자태와 맵시 있는 잎사귀를 뽐내고

저녁 7시 30분 ~ 9시 30분

있네요. 교육의 성과를 눈으로 보는 듯한 뿌듯함과 기쁨을

장 소 _ 시민공간나루 3층

나누고자 사진을 남겼습니다. 10월 말이면 수확할 수 있다

(6호선 망원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고 하네요. 무럭무럭 자라는 무처럼 올해 민우회도 더욱

신청 및 문의 _ 회원팀 (폴, 신기루, 모후아, 하이디)

풍성한 마무리를 기대해 봅니다.

이메일 friend87@womenlink.or.kr

아직 진행중인 민우회 교육에도 꾸준한 관심 부탁드려요!

전 화 02-737-5763 교 재 _ 여성학 미래M&B

신입회원 여러분 반가워요! 2011년 7월 중순 ~ 9월 중순

고정갑희 권소영 권희란 김경희 김미림 김미연 김선미 김우이 김은숙 김은화 김정민 김주영 김향경 김홍남 류영미 류해령(눈사람) 박경희 박미숙 박민숙 박수봉 박슬기

박옥미 박재경 박지나 박하은 박혜성 백진아(월향) 변효현 서성란 서정은 설지혜 소진호 송원영 신진희 심재희 심지연 안라영 안수미 안정숙 양은영 엄주철 오윤성

1강 오혜진 우하나 유재춘 윤은영 이덕항 이신원 이아성 이연이 이재희(홍리) 이정숙 이정은 이현희 이화선 임금희 임성윤 임영주 임정미 전석우 정영순 정유선 정주희

조승유 지은미 천경하 최기숙 최다희 최영지 최옥란 최웅기 최윤라 최은영 최은희 최준희 최홍권 하인해 한석구 한춘복 허경미 홍석건

10월 4일 (화)

여성주의_ 당연히 믿어 왔던 것에 대하여 돌아본다! 이성애주의, 나이주의, 인종주의 등을 돌아보며 다양한 여성주의 실천을 상상하는 시간 �단편 인권 영화 다섯 개의 시선(2005) 중「남자니까 아시잖아요」관람

2강

10월 11일 (화)

여성 건강_ 예쁘기도 하고 건강도 챙겨야 하는 여성의 몸을 말한다! 우리 사회 여성의 몸을 둘러싼 다양한 말들을 나누는 시간. �외모주의 관련 영상「생긴 대로 살거야!」관람

3강

10월 18일 (화)

여성 노동_ 여성에게‘일’ 이 가진 다양한 의미를 찾아본다! 여전히 성별화 된 노동시장에서 여성노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양한 노동을 만나는 시간 �나의 노동 인생 곡선 그리기, 꼭 필요한 고용평등법 이해하기 등

4강

10월 25일 (화)

반성폭력_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구성한다! 성폭력에 대한 무수한 담론 나눔과 성폭력에 대한 오해를 걷고 대안을 찾아가는 시간 �성적 의사소통 체크리스트 점검 등

회비 인상 캠페인에 함께해 주신 회원님 감사합니다! 2011년 7월 중순 ~ 9월 중순

배수민 유지원 임정선 최유경 한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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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3/4분기 결산은 10월 정산을 완료한 다음 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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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하는여성이아름답다! 여성이웃는다! 세상이웃는다! 고용평등상담 T. 02-706-5050 F. 02-736-5766 미디어운동본부 T. 02-734-1046 F. 02-739-1047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T. 02-739-8858 F. 02-736-5766 상담 02-335-1858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T. 02-581-1675 F. 02-3679-2202 개포매장 T. 02-445-8703 반포매장 T. 02-537-8703 잠실매장 T. 02-417-8703 상암매장 T. 02-304-8703 낙성대매장 T. 02-883-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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