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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호

2011. 11∙12 www.womenlink.or.kr

민우ing ● 민우회원들은

● 반(反)성폭력

누구일까? 우리는 어떻게 함께할까? ● 너는

본디 공주였다

● 1,959개의

물음표를 풀다

운동, 물음표를 차근차근 풀어 갑니다 기획 ● 어쩌면

이건 당신의 이야기


표지 이야기

시민들이 직접 지어 응모한 250여 개의 이름 가운데

‘차림사’ 가 선정됐습니다.

식당노동자를 위한 호칭으로 금상인

우리는 모든 식당노동자에게 쓸 수 있는 호칭, 부르기 쉽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호칭, 식당노동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는 호칭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이 호칭이 널리널리 쓰이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이 호칭이 식당노동자의 노동을 보이게 하고 존중을 향상시키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이 호칭이 일하는 당신과 내가 만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악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심사위원

김미화(방송인), 김인숙(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신지영(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정아(고양파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 임지선(한겨레신문 기자), 최은순(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

사 차림


www.womenlink.or.kr

2011.11�12 02 민우ing

�민우회원들은 누구일까? 우리는 어떻게 함께할까? �너는 본디 공주였다 �1,959개의 물음표를 풀다 �반(反)성폭력 운동, 물음표를 차근차근 풀어 갑니다

06

14 민우칼럼 창

�죽어가는 자의 고독 vs 살아남은 자의 슬픔

16 人터뷰

�[추은혜의 페미니즘 서재]의 필자를 만나다

20 생생한 시각

�나, 우리, 그리고 녹색당 �타인의 고통 앞에 서다

25 기획

어쩌면 이건 당신의 이야기 �스물아홉 �마흔 단상

32

�다시 어린아이처럼 32 민우스케치 33 독자인터뷰 n문n답 / 이 아이는 누구일까요?

42

34 문화산책

�나의 일기 같았던 그녀의 12년 9개월

36 모람풍경

�모람 VS 모람 : 내공세미나 VS 자기성장모임

38 마포나루에서

�나의 손 끝에서 전해지는 텐션

40 나의 삶 나의 이야기 �내가 캐디였던 날들 42 생협이야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특별한 여행

44 9개의 시선

�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확대’ 를 위한 토론회를 마치고

46 지부소식 48 민우알림 � ‘함께가는 여성’ 의 필자명은 실명과 필명을 함께 씁니다. (단, 필명만 있는 것은 필자의 요청에 의한 것입니다.)

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김인숙 박봉정숙 편집인 주현정 발행일 2011년 12월 9일 통권 206호 편집위원 김민균 김희영 노재윤 문지은 배범호 이인화 임정우 디자인 일탈기획 031-771-8447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3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


민우ing

민우회원들은 누구일까? 우리는 어떻게 함께할까? - 회원 인터뷰와 토론회를 마치고 문성훈(나은)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야기 속에서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까?” ,“회원들과 함께 어떻게 운동해 나갈 수 있을까?” 란 진지한 질문들 위에 잘 정리된 인터뷰 결과가 쌓여가기 시 작했다. 여성운동과 지역운동 안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연구자, 활동가들이‘민우회 지역여성정책위원회’ 라는 이 름으로 모였다. 지역여성정책위원회에서는 각 인터뷰 자료 들을 일일이 검토하면서 우리가 짚어 내야 할 점은 없는지 를 찾았고 몇 가지 시사점을 뽑아내었다. 그 중간 결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공통의 고민을 모아 보는 자리로 토론회를 기획했다. 지난 11월 10일,‘함께일하는재단’교육장에서 민우회가 주

회원 인터뷰 진행과 분석 과정은?

최한‘여성운동 길잡이를 위한 토론회’ 가 열렸다. 이 토론

회원 인터뷰는 회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회원을 직접 만난다

회의 부제는‘민우회 회원 탐구를 중심으로’ 다. 지난 여름,

는 의미와 함께 토론회의 제목처럼 여성 운동의 방향을 찾자

민우회 활동가들은 각종 사업이 바쁘게 돌아가는 와중에

는 목적을 분명히 하려 했다. 지역여성정책위원회의 검토와

열심히 회원들을 만났다. 본부를 포함해 각 지부 별로 적게

수정을 거쳐 만들어진 인터뷰 질문지는 △민우회 회원들의

는 십여 명에서 많게는 스무 명 넘게 목표를 잡고 회원들과

특성 △회원들의 민우회에 대한 기대와 만족도 △회원들의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고, 인터뷰를 하고, 녹취록을 작성했

활동 참여에 대한 생각 △회원 참여를 위해 성찰 할 지점 △

다.“민우회원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회원들의 이

회원들의 생활 공간(지역)에 대한 욕구와 고민 △회원들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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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 풀어나갈 수 있는 운동 이슈를 찾아보자는 목적을 담았다. 일상적으로 다양한 사업이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도 지부와 본부의 활동가들은 회원들을 만났고, 녹음을 하고, 녹취록 을 작성했다. 본부와 지부에서 만난 회원 숫자는 총 115명. 회원들과 일일이 약속을 잡는 것도 힘들었지만 회원 한 명 을 만날 때마다 평균 한 시간이 넘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 결과 정말 방대한 양의 자료가 모였다. 인터뷰를 진행하 고 기록을 정리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논의에 필요 한 1차 자료들이 만들어지자 숨 돌릴 새도 없이 각 지부와 본부에서는 인터뷰 자료를 놓고 자체 토론을 진행했다. 지 부와 본부의 담당 활동가들은 이 토론 결과를 보고서 형태 로 정리해 내고, 토론회에서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프리젠 테이션을 다시 준비하는 수고를 겪었다. 각 단위별 토론과는 별도로 지역여성정책위원회(하승수, 김 정민, 박기남, 이숙진) 역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역여성정 책위원회는 각 단위별 토론결과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했을 뿐 아니라 회원인터뷰 녹취록까지 직접 검토하면서 회원들 의 소중한 답변 속에서 놓치는 점이 없도록 분석에 만전을

‘개인화’ 라는 개념은 최근 엘리아스, 벡, 바우만 등의 사회학자들이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짚어 낸 것이다. 전통적 구속으로부터 개인의 독립과 자율을 이야기하 던 근대 초기의 개인화와 달리 서구에서 1990년대 이 후 진행된 개인화는 강제적이고 강박적인 현상이다. 개 인들에게 무엇인가를 선택하고‘무엇인가 되어야 한다’ 고 강요한다는 것. 그런 선택을 위한 충분한 성찰의 기 회는 제공하지 않는 가운데서 선택의 강요는 자아에 관심을 집중하는 문화와 소비에 집중하는 쇼핑을 강제 하는 문화를 만들어 낸다. 개인화 경향이 확산되는 가 운데서 볼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은 바로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의 축소다.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문제보 다 자기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게 만들고 개인의 능력 으로 해결하지 못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예 선을 긋 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집단으로 문제를 풀어 가는 사회 운동의 약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의 토론회 자료집 참조)

기하고자 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지역여성정책위 원회는 직접 토론회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매우 부족한 시

박기남 정책위원은 많은 회원들이‘나’ 에 대해 집중하고 상

간 속에서도 춘천지부에서 활동하고 계신 박기남 정책위원

담, 치유 등에 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을‘개인화’현상으로

이 종합발제를 맡았다. 다른 지역여성정책위원들 역시 자기

설명하며서 급변하는 사회 현실 속에서 법제도적으로는 성

가 맡은 지부의 자료들을 검토하며 지부별로 조언할 수 있

평등이 구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여성 개인들

는 내용을 만들어냈다.

이 겪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점이 회원들이 민우회를 찾 게 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지속적으

신자유주의 시대,‘개인화’ 되고 있는 우리?

로 개인을 위축시키고, 개인이 겪는 어려움을 사회 구조적

토론회 발제문의 제목은‘민우회 회원들의‘구술’ 을 통해

문제로 해석하는 것을 방해하며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짚어 보는 민우회의 활동 방향- 개인화 시대의 여성 운동

때문에 흩어져 있는 개인들은 자아발견에 관심을 쏟게 되

방향 탐색 ‘이다. 115명 회원의 이야기 속에서 발제자인 박

고 시대의 압력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키는데 주력하게

기남 정책위원은‘개인화’ 라는 키워드가 민우회원들의 이

된다. 그리고 거대한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무력감을

야기를 해석하는 하나의 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느끼고 선을 긋게 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여성단체는 각 2011. 11∙12 3


개인이 겪는 문제들을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

40대 여성들이 더 많이 민우회와 만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색한다.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과 폭력을 한국사회의 구조적

생각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그 고

문제로 바라보고 함께 운동해 나가자고 설득한다. 바로 여

민들을 안고 돌아가는 토론회 참가자들을 보며 함께 머리

기에서 회원들의 다양한 요구가 드러난다. 어떤 회원들은

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해 나가는 자리로서의 토론회는 충

민우회가 사회적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운동을 보다 선

분히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도적으로 진행하길 요구한다. 또 다른 회원들은 민우회 안

이제 민우회는 한 해 사업을 평가하고 내년에 어떻게 살아

에서 친밀감과 소통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 가치들을 실

갈지를 고민한다. 한 해 동안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석

현해 나가길 원한다. 민우회는 어떻게 이 과제들을 함께 잘

해 낸 결과는 평가와 계획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다.

안고 갈 수 있을까? 어렵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즐거우면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 더 많은 회원들의 목

서도 또 가볍지 않게. 회원들과 함께 잘해 나갈 수 있을까?

소리와 의견, 칭찬과 비판이 필요하다. 그‘소통’속에서 팍 팍한 오늘을‘함께’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분출될 거라

‘함께’ 하는 여성 운동을 기대하며

고 믿기 때문에.

‘개인화’ 라는 키워드가 민우회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언 어가 될 수 있다는 제안에 대해 많은 활동가들, 특히 지부 활동가들이 공감했다. 어떤 이는 회원들의 다양한 요구들을 어떻게 수렴해 나갈지에 대한 막막함을 호소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내가 왜 그렇게 치유에 집중했는지를 알게 되었 다며 무릎을 쳤다. 2000년대 초반 민우회의 주축이었던 3040여성들이 이제 5060이 되는 현실에서 민우회 안에서 세대의 문제를 많이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30, 4

나은 ● 토요일 저녁 카페 안 풍경은 언뜻 평화로워 보인다. 문득 내 엉덩이가 너무 무거운 것은 아닌지 염려한다.


민우ing

너는 본디 공주였다 - 신가족주의 사회, 전업주부를 말한다

선백미록(신기루) ● 한국여성민우회 반차별회원팀

바리데기 공주는 삼나라의 어비 대왕과 길대 부인의 일곱째

의 기초 단위이기도 하다. 최근 가족은 보건 복지, 여성 가

딸인데, 어비 대왕은 길대 부인이 계속 딸만 낳자 일곱째 자

족, 노동 등 정부 부처는 물론 보수가 주목하는 제일의 공간

식인 바리데기 공주를 버렸다. 수양부모에게 자란 공주는

이 되었다. 2000년 이후‘아이낳기운동본부’ , 기초구별로

키와 얼굴이 엄청 큰 흡사 괴물, 무장승에게 시집가 나무하

생긴‘건강가족지원센터’등이 펼치는 활동 속에서 가족은

고 물 긷고 밥하고 빨래하고 일곱 아들을 낳아 준다. 그 대

정상성이 태어나고 자라는 곳이었다. 그 속에서 여성은 아

가로 얻은 생명수로 어비대왕은 죽다가 살아난다. 그가 남

이를 잘 낳고 많이 낳으며 가족의 위기를 관리하는 전문가

긴 말은“나는 힘과 재물로 세상을 다스리는데, 너는 사랑과

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경쟁력 있는 개인의 탄생을 최고의

윤리, 도덕 바로 인간됨 그 하나로 이 우주를 감동시키는구

목적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 기꺼이 운

나” 였다. 그녀가 저승 수문장에게 낳아 준 일곱 아들과 7년

전사도 되고 영양사도 되고 선생님도 되는 교육매니저의 역

의 결혼 생활은 여성의 무급 노동에 대한 압축적 상징이다.

할까지 강요한다. 신가족주의1)란, 여성의 역할을 아이 낳기

원한과 생명의 오구지왕이 된 공주는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

와 양육에 한정해 여성에게 가족을 위해 감정치료사, 교육

는 삶의 근원을 지배한 존재였다. 가족 토론회 사업은 열 명

매니저, 가정의 CEO가 될 것을 강요하는 담론이다. 저출산

의 전업 주부 여성의 이야기가 근간이다.‘화장실 쓰레기 치

담론, 건강 가족 담론과 호응해 여성의 역할을 가족을 위해

우는 제일 지저분한 것부터 제일 어려운 것까지 해야 되는’

구성하고 사용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담론의 횡

전업 주부에 대한 재해석과 지긋지긋한 보수와의 맞장이다.

포 속에서 현재 남성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전업 주부 여성 들은 무력하게 담론에 지배당하고 있지도 않았고 세 자녀를

변화를 원한다

낳았다고 마냥 자부심에 차 있지도 않았다. 인간과 삶의 복

우리 모두는 가족 안에서 자랐으며 그 제도에 대해 강한 느

잡성 속에서 전업 주부 주체는 자신의 현재를 고착되어 있

낌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최초의 감정과 사랑, 미움, 즐거

다고 보지도 않았으며 오히려‘변화’ 를 욕망했다.

움과 고통과 같은 양가적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곳이 가족 공간이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은 부, 생명, 정서 등 재생산

주1) 이박혜경,「신자유주의 주부 주체의 담론적 구성과 한국 중산층 가족의 성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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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우리가 만난 전업 주부는 중산층이라고 할 수도 없고, 노동

과는 달리 ‘직업’ 으로서 인식하지도 않는 것이다.

자층, 저소득층이라고 할 수도 없는 중간 계층이었다. 소위

인터뷰 내용 중 이렇게 말했다.“그런데 솔직히 그… 저는

강남 엄마 혹은 중산층 여성들이 대표하는 전업 주부의 단

아주 최근까지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누가 보는 것과 상관

일한 이미지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비가시화된 대상이었기

없이 저 스스로 생각은 구직자다. 실업자다 생각해요. 나간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시장노동에 종사한 경험이 있었으나,

적은 없지만 좌절됐을 뿐이지 언제든지 나갈 의향이 있고,

결혼∙임신∙출산∙육아라는 생애주기에 따라 각자의 고비

정말 나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뿐이지.”

에서 전업 주부로 입장을 전환했다. 이들이 인식하는 전업

또한 전업 주부에 관한 고질적인 이야기 중에 하나는‘곱상

주부의 정체성은 가사 노동보다는‘전업 어머니’ 에 가까웠

한 외모’ 에 일하는 엄마들과 갈등하는 존재들이란 것이다.

고 아이 돌봄의 종료 시기를 정하고 있었다. 대학 입학부터

일하는 여성(=취업 주부)와 전업 주부의 갈등은‘여자의 적

초등학교 입학까지 저마다 아이의 돌봄 종료 시기는 다양했

은 여자’ 라는 통념을 강화하는 한편 취업 주부는 전업 주부

지만 이 시기가 끝나면 자신의 일과 삶의 전망에 몰입하기

의 경제적 무능을, 전업 주부는 취업 주부의 이기심과 헌신

를 원했다. 전업 주부라는 것을 직업으로 인식하지도 않고

의 결여를 비난하게 만들어 여성들간의 허위적 갈등을 조

그것이 여성에게 붙어 있는 소위 자연스러운 꼬리표임을 너

장했다. 그러나 원인은 신자유주의가 가속화시킨 가족에 대

무도 잘 알고 있다. 이렇듯 ‘전업 주부’ 라는 정체성은 전 인

한 성별화된 구조화와 관련이 깊다.

생을 지배하는‘여성의 일’ 이 아니며 단일하지 않고 임시적,

예를 들어,“나라에서 아이들을 봐준다고 하면 엄마들은 뭐

유동적이며, 하나의 직업이라고 범주화하려는 사회의 흐름

든지 할 수 있어요. 어디든 가고. 욕구 발산도 되면서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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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당연히 그렇겠지만 직장여성이 아니더라도 엄마들

내듯 이들은 거기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 전업 주

이 억압되지 않고. 좀 더 건강해지는 거니까”라는 말은 상

부라는 개념 또한 절대 변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개념이 아

당히 의미심장하다. 일하는 여성과 마찬가지로 전업 주부

니다. 20세기 초의 인구 변화와 근대화, 산업화를 거치면서

여성에게 국가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여성들의 주

등장한 특정 사회적 산물이며, 전업 주부의 역할과 규모,

체성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전업 주부 또한 돌봄 서비스의

사회적 요구는 계속 바뀌었다.2) 따라서 얼마든지 변화 가

확대, 보편적 권리로서의 혜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시사

능하며 가족과 가족 중심 문화도 바뀔 수 있다.

한다. 또한 취업 주부와 전업 주부가 이해를 같이하며, 두 대상의 분리가 의미를 잃는 지점인 것이다.

신가족주의에 의해 신비화된 전업 주부의 이미지는 사실 모성과 사랑, 고급스러움으로 위장되고 미화된 것에 불과할

아무도 묻지 않았던 엄마들의 욕망

지도 모른다. 이러한 보수적 가족 담론을 무력화시키는 것

물론 이들은“애들은 엄마가 끼고 키워야 한다고 그러더라

은 능동적인 개인들의 다양한 도발이다.‘그런 전업 주부만

고. 애가 커서 나중에 사춘기 돼서 엄마가 나한테 해 준 게

있는 게 아니야’ 라는 메시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만약 보다

뭐가 있냐고 얘기하면 정말 할 말 없는 거라고 그러시더라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특정한 성

고” 와 같이‘내 아이는 내가 키운다’ 는 관념도 수용하고 있

별에 돌봄과 재생산의 역할을 강요해서도 안 되며 그것을

으며, 아이들이 자라면 과외 정보도 수집해야겠다고 생각하

미화하고 조장해서도 안 될 것이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

고, 아이에 대한 미안함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편의 경제권

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과 결정권을 부여하는 지향

에 의존하고 있고 정서적으로도 인간적인 대화를 할 수 있

성 아래 전업 주부 주체는 끊임없는 논쟁 지점을 던질 것

는 대상은 남편에 집중돼 있다. 강남 엄마들에 대한 열패감

같다. 돌봄, 가족, 교육과 밀착되어 있는 이들과의 대화 없

도 있고 정부의 저출산 정책의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서 무

이 다음 세대와 세상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료 예방 접종 항목을 늘리라거나, 자신들의 시간제 유급 노 동을 기꺼이 감춘다. 그럼에도 이들이 어떤 행위성을 갖는 가에 개입하고 누구와 소통하는가를 묻고 갈등하는 욕망 자체를 확인하는 일은 보다 광범위한 대중 여성 운동을 위 해서 뜻깊었다.

신기루 ● 7시에 밥솥에서 힘차게 증기가 뿜어져 나올 때. 할머니 박정금 씨, 엄마 선홍 남씨, 백씨 집안 다섯 딸들의 얼굴이 차례로 지나간다.

한국의 여성 비경제 활동 인구는 1,077만 명(2010)이며, 전

살아서는 뵌 적이 없고, 일본에서 하숙집을 했다던 외할머니의

체 비경제 활동 인구의 66.2%를 차지한다. 이는 통계 조사

하얗고 긴 얼굴도. 배고픈 아이들을 길러 말도 하고 밥도 짓게 한 젖무덤.

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이며 남성의 두 배다. 여성 비경제활

모씨와 같은 사람은 못 길렀어도 제 밥을 지어 먹을 줄 알게 하는 사람을 기른,

동의 이유는 육아나 가사가 67.2%로 이들의 상당수는 전

이와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를 움직인다고 믿는다.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하버드를 졸업해 나라 일을 하는

업 주부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심층 인터뷰 결과가 나타

주2) 정영애, 가족토론회 발제‘전업주부 범주의 사회적 의미와 여성주의 가족 담론의 방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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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1,959개의 물음표를 풀다 - 고용 평등 상담을 중심으로 -

최진협(나우)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작은 소리로 울리는 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의 상담 전화를

들은 임금 수준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높은 비율

받으면 무엇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목

로 노동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계층화된 남성 생계 부양자

소리를 만나기도 하고, 때론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쉼 없이

형’ 의 젠더 레짐은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화를 더욱 극명하

자신의 현실을 쏟아 내는 다급한 목소리를 만나기도 한다.

게 만들고 있었다. 또한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에서 여성은

메일과 게시판에 올라오는 상담의 행간에는 억울함과 막막

비정규직이면서 영세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로서 하층부에

함이 보이지 않는 말줄임표로 읽힌다. 그 이야기에 우리가

집중되었고 일부는 비공식 고용의 문제로 정의되어 사회

말해 줄 수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란 무엇일까?

안전망 사각지대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여성의 임금

민우회가 여성 노동 운동을 시작한 때부터 함께 시작된 고

은 남성의 60% 수준에서 20년간 정체되었고, 민우회를 찾

용 평등 상담은 여성 노동 운동의 의제를‘발견’ 하고 방향

은 수많은 여성 노동자 역시 이러한‘여성 노동의 현주소’

을 설정하는 주요한 좌표로서의 현장이다. 그런데 언제부턴

와 그 궤를 함께하고 있었다.

가 우리의 의제와 운동이 살아 움직이는 현장과 동떨어져 래서 우리가 읽어 내야 할 여성 노동자의 현실에 날을 세워

입직부터 퇴직까지, 생애 주기별 여성 노동의 현실

무엇을 의제로 할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다시 질문하기

20대는 용모가 곧 취업이 되는 과정에 좌절하고 취업이 된

로 했다. 질문의 지문은 5년간 상담을 통해 나눴던 1959개

후에도 수습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 성희롱 때문에 이직

의 여성 노동자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받아 안은 우리의 내

을 결심하는 이야기로 그 생애를 설명하고 있었다.

용과 운동이었다.

여성 노동자의 퇴직이 생애 주기 중 가장 대규모를 이루고

있는 고집 센 외톨이는 아닐까하는 위기 의식이 일었다. 그

있지만 30대는 여전히 임신, 출산, 양육으로 직장과 생활

대한민국 여성 노동의 현주소

사이의 불안한 곡예가 일상으로 구성되었고, 늘어나는 근속

이 땅‘대한민국’ 에서 벌어지는‘여성 노동의 현주소’ 는여

연수만큼 배제와 지체는 쌓여 가 직장 생활은‘버텨 내야’

전히 낮은 여성의 고용율 속에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 여성

하는 것이 되었다. 경력이 단절된 후 찾은 40, 50대 중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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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의 새로운 일자리는 저임금, 장시간을 위시한

에서 일어나는‘차별’ 에 주목한다. 부당 해고에 대한 상담이

손바닥만한 범주에 머물러 있었다. 40, 50대까지 단절 없

오더라도 성차별적인 요소는 없는지 살피고 성 인지적 시선

이‘버텨 낸’여성 노동자의 승진은 지체의 끝을 보여 주더

으로 읽어 내는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 여성 노동자들이 겪

니 퇴직에서는‘나이많은 여성’ 으로 그간 해본 적 없는, 안

는 현실은 힘없는 노동자가 겪는 부당함에 성차별이 얹혀지

해도 될‘1순위’ 로 고용이 단절되었다. 다양한 여성 노동의

고, 고용 형태에 의한 불안정함이 교차되었다. 하루하루 접

모습을 그려 낼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여성의 생애주기별

하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이 보이지 않았던 유리벽과 천장에

고정관념과 차별을 그려 내는 것은 그 대표성이 만들어지

빛마저 투과되지 않도록 매일 색을 덧칠하는 것 같아 더 아

기까지의 수많은 사회적 담금질과 망치질로 일그러진 우리

득해 진다. 상담하면서 그 아득함이 읽힌 것일까. 수많은 여

사회의 이면을 직면하는 일이다.

성 노동자들이 질문이 도돌이표가 되어 맴돈다. “그런 말로 회사가 설득이 될까요?” “저와 같은 상황에서

상담 활동에 대한 자원의 한계

이겨 낸 사람들은 없나요?” 라고 묻는 여성 노동자에게 전할

민우회 고용 평등 상담은 여성 노동자의 노동 조건과 환경

공감의 언어와 극복의 경험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내가

2011. 11∙12 9


민우ing

드러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을 묻고,“싸워 봐야 나만 힘들다고 하는데” 라며 저항할 힘을 잃은 여성 노동자 들 앞에서 우리의 운동은 다시 그려져야 했다.

우리를 향해 되묻기 그렇다면 이제 우리를 향해 질문을 구성 할 차례다. 그동안 차별을 입증하는 데 주력함으로서 우리가 놓쳤던 중요한 지점은 무엇인지, 여성 노동자의 현실과 개입된 상담 활동 과의 간극 속에 고용의 질이 인간다운 삶의 질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되물어봐야 할 것이다. 차 별이 인권 침해와 가해자/피해자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 며, 남성 대 여성 혹은 정규직 대 비정규직이라는 대립적인 것으로 연상되어 현실의 문제를 개인화함으로서 정작 중요 한 문제는 비가시화, 탈정치화되는 것은 아닌가? 차별 프레

권에 국한하기보다 시민권으로 확장하여 사회적 권리를

임이 여성 노동 주체를 형성하기 위한 실천의 가능성을 제

제기할 수 있는 의제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다른 질문, 또 다른 출발선에

소비자의 권리만 특권화되고, 노동자의 권리는‘기업의 경

서 있는 셈이다.

쟁력’ 이라는 명분에 침식되는 상황에서,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과 합의를 만들어 내는 과정도

다시 출발선에 서다

놓칠 수 없다.

토론을 시작하면서 여성 노동 운동 방향 모색을 위한 지도

여전히 구체적으로 채워야 할 것이 가득하지만, 지도가 있

의 조각들이 모아졌다.‘차별을 극복’ 한 이야기를 조직하

으니 지도를 놓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찾아간다면 지

고, 차별 규제와 금지의 언어를 넘어 당사자간의 이해가

금까지의 아득함은 조금씩 걷히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공동의 정의에 다가가도록 공감의 언어를 만들어 가는 것, 공감과 연대 의무, 책임 담론을 다시 치열하게 던지는 것, 위계 관계를 완전히 배제한 조직을 상정할 수 없다면 여성

나우 ●

노동자들이 그러한 관계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하

지난 5년간 1,959장의 상담 일지에‘상담원’ 난을 채운 이름들.

는 역량 강화가 여성 노동 운동의 본질임을 확인한다. 관 계핸들링에 대한 훈련과 동시에 관계 안에서 능동적으로 힘을 가질 수 있는 언어를 발굴하고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고립된 여성 노동자들이 어디서 만나고 연결될 수 있는지 등 연계망을 그려보는 것도 중요하다. 고용의 문제를 노동 10

은날, 신기루, 박봉, 바람- 당신들의 고민과 치열함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더이다. 아 콧날 시큰해지네.


민우ing

반(反)성폭력 운동, 물음표를 차근차근 풀어 갑니다 - 2006~2010년 상담 사례 분석 토론회를 마치며 최김하나(하나)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총 5,785회의 상담 진행과 3,340명의 내담자. 그중 성폭력

다.‘처음 이 기획을 제안한 것이 대체 누구냐’ 며갈곳없

에 관한 상담은 2,949명과 5,354회 진행. 지난 2006년부터

는 원망도 간혹 등장했지만, 애초 토론회의 기획은 반(反)성

2010년까지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5년 동안 진

폭력 운동에 대한 상담소 활동가들의 고민과 답답함에서

행해 온 상담 활동의 단편적 수치 입니다.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 5년 전에 비해 우리 사

그간 상담소의 상담 활동은 매년 초 회원 소식지와 홈페이

회에서‘성폭력’ 이라는 단어를 접하기는 매우 쉬워졌고, 성

지 게시글을 통해 전년도 상담 활동에 대한 통계 수치와 상

폭력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인지도 역시 기대 이상

담원들의 고민 몇 가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공유가 되었

으로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현실의 변화가 마냥

지요. 2011년에는 그 내용을 한데 모아 분석하고 그를 바탕

기쁘지만은 않은 것이지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핵심

으로 앞으로의 상담소 활동을 전망해보는 참으로 창대한

적인 고민을 추려 발제문에 담은 내용은 다음 세 가지입니

사업을 계획하였으니 이름하여‘2006~2010년 상담사례

다. 이는 또한‘반성폭력 운동이 담고 있는 가치를 실현하

분석 토론회 - 5,785개의 물음표를 풀다’ 입니다. 토론회

기 위한 활동은 무엇인가’ 에 대한 활동가들의 당면 과제이

는 지난 11월 8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80여 명에

기도 하고요.

달하는 참가자들의 열띤 성원에 힘입어 잘 진행되었습니다.

첫째, 아동 성폭력 관련 정책을 중심으로 한 국가 감시권

그 자리의 열기가 슬슬 가물가물한 당신에게, 혹은 함께 하

강화 흐름이 성폭력에 대한 사회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어

지 못한 아쉬움과 궁금함을 안고 있을 당신에게 토론회의

떻게 평가하고, 국가 주도의 성폭력 대책 속에서 어떤 활동

엑기스만을 추출하여 안겨드리는 빵빵한 A/S 글입니다.

을 만들어 가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지난 5년간 특정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여론

이 기획을 대체 누가?!

을 의식한 정부는 전자 발찌나 신상 공개 제도를 비롯한 강

5,785개의 상담 일지를 죄다 꺼내어 통계를 재정비하고 일

경 처벌책을 내놓는 것에 주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지를 검토한 뒤, 수차례의 논의를 거쳐 분석과 고민을 담은

사회적인 낙인과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일부 가해자의 범행

글을 발제문으로 내어놓기까지 장장 7개월이 소요되었습니

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성폭력 2011. 11∙12 11


민우ing

에 대한 성별 권력의 문제를 제기했던 반성폭력 운동의 문

한계점을 살펴보면서‘성폭력 사건의 해결’과정에 대한 고

제의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담소는 이에 대해‘신중해야

민을 다시 하는 것입니다.

한다’ 는 입장을 가진 채 대응 활동을 계획하는 것을 유보해

그간 성폭력 특별법을 제정, 개정하는 등의 법제화 운동을

왔지요. 하지만 이러한 정책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통해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근거

것으로 전망되어, 그에 대한 제동을 거는 움직임을 만들어

와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 낸 성과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움직임은 결국

과정에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성폭력의‘폭력성’

차별적인 성 문화와 성별 권력관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

을 강조하게 되면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맥락에 있어 여성

해 성폭력 예방 대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결론

의 다양한 경험을 드러내지 못하는 문제와 법적 처벌 외의

에 다시금 이르렀습니다.

다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기

이러한 장기적 안목과 계획은 강경 처벌 정국을 파고들어

도 했지요. 그리고 공동체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논의되는

균열을 내지 못한 채 계속 끌려 가고 있다는 무력감을 주기

방식이 개별 사안의 맥락을 고려하기보다는 관련 규정 해

도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지향점과 현실 과제 해결이 맞

당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핵심을 벗어난 논쟁이 발생

물려 진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과제를 발굴하고 모색하

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때문에 (여성) 피해자가 자신의 차

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별과 폭력 경험을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언어 만들 기를 모색하는 것과 동시에 궁극적으로 성폭력 문제의 해

둘째, 성폭력 개념이 법률 안에 갇혀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

결이 지향하는 바에 다시금 주목하여 개인과 집단 문화의

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공동체 해결에서 주요하게

성찰을 통한 근본적인 예방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

등장하는‘2차 가해’및‘피해자 관점’ 의 과잉 해석에 따른

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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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성 규범 속에서 여성의 경험을

조지영 님은“공동체 내 해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2차

해석하게 되는 조건들을 살펴보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

가해’ 와‘피해자 중심주의’같은 개념들이 단순히 명문화

규범을 해체하기 위한 새로운 담론을 발굴해야 한다는 고

된 규정 속 단어가 아니라, 활발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민입니다.

구성원들의 이해와 인식을 하나로 모아 가는 과정 속에서

여전히 여성의 성 경험에 대한 이중적 잣대가 강력히 작동

다시 한 번 재정립 되어야 한다” 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김

하고 있고,‘성폭력 피해자 유발론’격의 통념이 성폭력 피

영란 님은“반성폭력 운동의 출발 지점에서 사회 변화를 주

해자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현실 속에서 여성 스스로의

도하던 운동 중심의 활동과 개별 피해자에 대한 사회복지

내면화된 성 규범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이 마치 차원이 다른 일처럼 인식

문제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염

되면서 서로 간의 연대와 신뢰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려도 됩니다.

성폭력 상담이 무엇인지, 성폭력 상담소에서 이뤄지는 상담

그러나 사회 문화적 배경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더

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고 짚어 주셨으며, 이

불어 여성이 스스로의 경험을 해석하고 언어화하는 과정의

윤상 님은“성폭력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우리 운동에 맞는

주체로 서는 것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변화에서 오

‘상담과 지원’ 의 내용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점검하

는 고통을 설명해 내는 다양한 언어를 모색하고, 성폭력을

고, 보다 과감한 시도를 단행해야 하는 때가 아닐까 싶다”

성적 수치심의 여부로 판단해 왔던 관행을 해체하고,‘성

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경험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운 여성’ 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걸음씩 앞으로! 지금까지의 상담 활동을 통해 진전시켜 온 고민을 돌아보

우리 모두의 물음표를 향해

고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를 살폈으니, 이제 할 일은 조금

이러한 고민의 바탕에 바로 내담자와 활동가들의 5,785개

덜 망설이고 조금 더 과감하게 반성폭력 운동이 지향하는

의 물음표가 있습니다. 발제문은 위의 세 가지 고민과 함께

가치를 구체적인 활동으로 실현해 나가는 것이겠지요. 갈

5년간의 상담 통계 중 주요 내용을 분석하고, 일지를 통해

길이 멀어 보이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 위안이

드러난 몇 가지 주목할 경향을 살펴보는 것 또한 포함되었

되는 동시에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바심 내지 않

지요. (자세한 내용은 토론회 자료집을 읽어보시길!)

고 이 순간 또 한걸음을 떼는 것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잘

덧붙여 상담소의 분석과 고민은 다섯 분의 토론자들께서

해보겠습니다.

보태어 주신 알차고 진지한 고민 덕에 더욱 풍성해졌습니

지켜봐 주시고 함께 해 주세요. 호잇!

다. 홍성수 님은“반성폭력 운동 진영에서 일궈 온 법적 성 과가 실질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강화하는 데 기여 했는가 하는 점을 살펴봐야 하는 시점이며, 작은 것들의 정 치를 복원하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는 의견을 주셨습니

하나 ● 시간이 갖는 힘에 더욱 견고한 믿음을 걸어 보렵니다

다. 권김현영 님은“피해자를 어떻게 운동의 주체로 만들어 낼지에 대한 전망의 부재 속에서 반성폭력 운동 진영이 피 해자들을 대변하는 역할에 대한 권위와 정당성마저 감소하 고 있다” 는 문제의식을 제시하셨습니다. 2011. 11∙12 13


민우칼럼 창 Scene #1 직장(直葬)은 장례절차 없이 곧장 화장장으로 직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의 경우 연고가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유족이 장례를 거부한 경우에 행해지게 된다. 한국의 경우, 고독사

죽어가는 자의 고독 vs 살아남은 자의 슬픔

로 사망에 이른 사람의 통계는 없지만, 70살 이상 1인 가구가 79만3000가구이기 때문에 이 79만3000가구의 상당수가‘고독사’잠재 위험군이라는 신문보도가 있었으며, 작년에 일본의 유품 정리 회사의 한국 지사까지 설립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단어의 기원은 옆 나라 일본이다. 일본의 경우 2010년 NHK「무연사회:‘무연사’3만2천명의 충격」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홀로 살다가 무연사(혹은 고독사)에 이른 노인들을 방송으로 보도하면서 전 국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으며,「고독사」 라는 동명의 소설이 영화화되었다.

무연사 대신

Scene #2

사회가 책임지는 죽음으로

오랜 투병 기간 동안 헌신적으로 동성 파트너를 간호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아니라

부르면 어떨까?

는 이유로 고인의‘가족’ 들로부터 장례식장에서 배척당하고, 화장이 끝난 이후 고인을 보내 는 길에‘너는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끼리 가기로 했다는 이유’ 로 함께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가족 중심의 사회제도와 문화는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강고하게 지탱되

박건 ●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

고 있기 때문에, 그 제도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은 철저하게 고립되게 된다. 또한 그런 의미 로 죽음 앞에서 우리는 가족에게 의지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끼게 되고, 여러 가 지 이유로 그런 의지처를 구할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회의 동정 어린 시선 뿐만 아니라 본인들도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러운 느낌을 갖게 된다.

유족이 고인의 장례를 거부하면

죽음이라는 것은 떠나는 사람의 몫이기도 하지만, 남겨진 사람의 몫이기도 하다.

무연사? 국가나 사회 혹은 지역

떠난 사람은 비록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그 후에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를 상

공동체가 담당하면 될 일이다.

상하고, 남겨진 사람은 떠난 사람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마련이기 때

무연사 대신‘사회 혹은 공동체

문이다. 따라서 누구나 한번은 죽음과 조우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러한 부분에 대해

가 책임지는 죽음’ 로 불리면 될

서도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다만 우리는 이러한 현상과 신조어의

일이다. 무연사는 가족 이데올로

등장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죽음의 사이클을 피할 수 없고, 죽음

기를 강화하는 언어의 유희일

이라는 것은 홀로 갈 수 밖에 없는 그런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독사니, 무연

뿐이다.

사니 말을 하는 것은‘가족의 돌봄 속에서 죽는 일이 행복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인데, 생각해 보면 가족의 돌봄은 이미 간병인의 돌봄으로 변화 되었고, 가족이 하는 일은 돈을 지불하고,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최선 인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친밀성이 상품처럼 거래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거니와, 이처럼 돌봐 줄 사람이 없거나 돈이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사회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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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에서 간병을 제공하면 되는 일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

절차의 논의나 의례에 파트너나 친구는 참여조차 할 수 없게

에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사회적 비용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유

을 개인이나 가족에게 떠넘기기 위함이 아닐까?

족인 가족이 거부한다는 이유로, 평생을 같이 살아온 파트너 혹은 친구가 아예 유령취급당해도 어디 말 한마디 할 수 없

자신의 집 등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

는 그런 사회가 오늘날의 한국 사회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지이다. 혼자 살다가 어느 날 영면에 들어 이 세상을 떠나게

인연만큼 개인의 선택으로 맺은 인연도 법적으로 보장받아

되면, 그것에 대한 절차 역시 사회적으로 밟으면 될 일이다.

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역 사회 자체적으로 네트워크를 잘 갖추고 혹시 이른바 고 독사가 예상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꾸준히 우정과 애정의 관

물론 개인의 죽음에 대해 사회적인 책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심을 갖추도록 체계를 만드는 일이 요구될 뿐이다. 그리고 그

이를 사회나 지역 공동체에 맡겨 놓을 수 있는 부분만도 아니

체계 속에서도 홀로 돌아가시는 분들은 더 이상 무연사도 고

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가는 길이 기억되기를 원하고,

독사도 아니다. 가족이 없이 죽었다고 해서 무연사니 고독사

또 누군가를 기억하기 원하는 바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 제도

니 이름을 갖다 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고독사’ 는 1인

를 벗어나서 우정과 애정에 연대한 상호 부조 시스템에 대한

가구나 싱글족의 증가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그리고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점의 근거는 여기에 있다. 무슨

개인과 사회의 네트워크의 문제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이

일이 있어도 가족만큼은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보다

타인 및 사회와 개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연결되어 있지 못하

도,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사람들이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다는 것이 문제이지, 싱글족의 증가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믿음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친밀성에 근거한 연대만으로는 부

다. 죽는 순간을 함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음 이후 자신

족한 것 같다. 따라서 기존 가족 제도로 묶이기도 싫고, 묶일

의 유품이나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점이 더 걱정

수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가는 길을 서로 따뜻하게 지켜줄 수

스럽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임종 노트니 유품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고독사니 무연사니

정리 회사니 하는 것의 탄생은 이러한 걱정에서 비롯되었다.

하면서 기존 가족제도를 더욱 더 공고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

가족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근거한 고독사를 지탱해주는 환

은 단어들을 미리 차단하고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가꿀 수 있

상은 가족은 다른 어떤 것보다 우월한 연대의 틀이 될 거라

지 않을까? 성인들끼리 맺는 양자 인연을 매우 간단하게(결혼

는 환상,‘피는 물보다 진하다’ 는 자기 최면이다. 가족들이

하지 않은 경우에도) 맺을 수 있게 한 일본의 경우에는 우에노

고인의 장례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이것이 환상에

치즈코가 말하는‘양자 100명 갖기 운동’ 을 하여 친구끼리 양

불과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중

자가 되어서‘가족’ 처럼 지켜 주고 대우받는 꼼수를 부릴 수

심적인 장례 문화 혹은 죽음 문화는 우리 사회에 완벽하게

도 있을 것이다. 꼼수를 부려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싫지

내재되어 있다. 앞선 사례에서 보았듯이, 가족이 아니라는

만, 어쩔 수 없이 부려야 한다면 기꺼이 부릴 수는 있을 것 같

이유로 헌신적으로 간호했던 파트너가 모든 것에서 제외되

다. 우리의 꼼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는 사태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가족 중심적인 사회라는 것을 보여 준다. 비록 유족은 가족이 아니어도 될 수 있지만, 가 족 중심의 서열 구조에서 당연히 뒤로 밀릴 수밖에 없으며,

박건 ● 철이 없는 미성숙 불완전 인공 생명체. 놀았던 지역은 사회학 동네이고, 지금도 그 언저리에. 차별 문제 뿐 아니라 다양한 이슈에 관심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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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 뷰

여성주의 저널「일다」 에서“추은혜의 페미니즘 책 장” 이란 코너의 글을 쓰고 있는 추은혜님을 만났다.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20대 여성이 일상에서 부딪 하는 고민과 그 해답을 찾아가는 취지로 기획된 이 코너는「일상의 반란」 ,「왜 여성사인가」 ,「사랑받지 않을 용기」 등 각종 페미니즘 관련 책을 소개하고 있 으며 계속 연재 중이다. ‘래디컬한 사고의 전환’ 을 거침없이 해 나가는, 지금 보다 다음이 더 흥미로운 그녀와 여성주의 이야기를 나눠 봤다.

“추은혜의 페미니즘 서재” 의 필자와 나눈 여성주의 이야기 ●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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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인턴으로 근무하고,「일다」 에 글도

대학가서 제일 큰 수확은 멘토라고 할 만한 선생님을 만난

연재한다. 혹시 여성학을 전공했나?

거다. 선생님과 지금도 연락을 하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전공은 국제지역학과 언론정보학이다. 문화이론 수업 중에 대중문화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공부하면서 여 성주의에 흥미가 생겼다. 나중에 개별 연구 주제를‘사회주의

서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필자 소개에 썼던‘래디컬한 사고의 전환’ 을 처음 말해 준 분이다.

페미니즘’ 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여성주의를 개괄적으로나마

학교에 들어가서 뭔가 모든 게 당연하니까 오히려 반감이

공부하게 됐다.

들어서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때 선생님이 질문을 할 때마다 전제를 먼저 의심 해 보라고 말했다. 당연하게 생각

「일다」 에 글을 연재하고 싶다고 먼저 말했다고 들었다. 연재 를 시작한 이유가 있다면? 자료를 구하다「일다」 를 알게 됐고, 8년 정도 봐 왔다. 앞으

을 하고 질문을 하면 답도 똑같지 않겠냐? 토대를 뒤집어 생각 해 보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로 외국 대학원을 갈 생각이다. 그런데 외국 대학원은 입학이 내년 9월이다. 일 년 정도 비는 시간이 생겼다. 여성주의 책 을 자주 읽다 보니까 게재를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여성주의 책이 어렵기도 하다. 내 경험 같은 이야기엔 공감이 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고. 읽고 정리해서 글

여성주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웃음) 여성주의에 꼿힌 이

로 쓰기까지 쉽지 않을 거 같다

유라도 있나?

사실 여성주의 책이 어렵다. 최근에 게재한『젠더 트러블』 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이 없다.(웃음) 특별한 이유가 없다.

정말 어려웠다. 굉장히 흥미로운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됐고, 다 내 얘기 같아서 정말 재밌었다.

서 나에게 와 닿는 부분만 발췌해서 쓰는 것도 없지 않아 있 다. 근데 애초에 기획 자체가 엄청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내 얘기’같았던 책이 있다면?

완벽한 요약을 하기 보단, 아직 내가 20대고, 내 시각에서 느

소위 천상 여자라는 소리를 항상 들었다. 말하는 거나, 입는

껴지는 텍스트나 삶의 부분과 맞닿아 부분을 쓰는 거다. 제대

거나. 그래서 특별히 여자라는 생각 없이도 익숙하게 삶에서

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그게 기획 의도라면 의

묻어났던 거 같다. 근데 그게 굉장히 나를 가두고 있다는 걸

도라서 나름 만족하고 있다.

알게 됐다.『델자』 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는데. 작 가가 표현하기를“삶이 유리병에 갇힌” 거 같다고 했다. 그 책

여성주의 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느낀 거 같다

을 읽으면서 장애물처럼 다가오지 않았던 익숙했던 것들이

FM대로 살아왔다. 공부를 잘하면 좋겠다, 부모님 말씀 잘 들

내 몸이나 생각까지 제약하고 있구나 깨닫게 됐다. 그 후로

으면 좋겠다 정도였다. 이렇게 말하면 과거를 획일화하는 거

섹스나 젠더를 구분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흥미있게 듣게 됐

겠지만 별로 고민도 자극도 없었다. 대학 입학 후로 많은 변

다. 젠더가 구성된다는 얘기들이 흥미롭다.

화가 왔다. 가치관의 80% 이상이 새롭게 구축이 된 거 같다. 2011. 11∙12 17


가치관이 바뀌면서 힘들진 않았는지?

어떤 광고의 카피처럼“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혼자 NO”

오히려 좋았다. 모태 신앙이고 기독교 안에서 아무 의심 없이

라고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살아왔다. 그래서 대학도 기독교 학교를 입학했다. 근데 사람

대학 가서 제일 큰 수확은 멘토라고 할 만한 선생님을 만난

이 신기한 게 내가 속한 집단이 소수일 때는 그 가치가 당연

거다. 선생님과 지금도 연락을 하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한 것처럼 생각되는데, 내가 믿는 가치가 주류가 되고 보편화

서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필자 소개에 썼던‘래디컬한

되면 의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거 같다. 그래서 오히려

사고의 전환’ 을 처음 말해 준 분이다. 학교에 들어가서 뭔가

학교 다니면서 기독교에 대해서 제대로 된 신앙이랄까? 제대

모든 게 당연하니까 오히려 반감이 들어서 질문을 굉장히 많

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 어딜가나 꼭 동의하지 못하고

이 했다 그때 선생님이 질문을 할 때마다 전제를 먼저 의심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웃음) 그런 사람들하고 어울리면서

해 보라고 말했다. 당연하게 생각을 하고 질문을 하면 답도

영화도 만들고 좋았다.

똑같지 않겠냐? 토대를 뒤집어 생각 해 보면 전혀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앞으로도 여성주의 공부를 계속할 생각인가? 대학원에 가서 젠더학과 철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학기 중에 개별 연구를 끝내고, 공부한 것을 정리하 고 싶기도 했고. 논문 공모전이 있어서 응모 했다. 결과가 좋아서 해외 특전으로 스웨덴에 갔다. 굉장 히 좋은 경험이었다. 책에서 보던 여성주의가 거창 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현되고 있었다. 남편들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게 자연스 럽고, 여성 정당의 비율도 높고. 내가 배웠던 것들이 단순히 이론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구나.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스웨덴에서 재밌었던 일은 없었나? 해외특전이란 게 연구 주제를 정하고, 나라를 정하 면 모든 비용을 지원받는 것이었다. 가까운 나라를 갈 수도 있었지만, 리서치를 해서 스 웨덴을 선택했다. 근데 스웨덴 물가가 그렇게 비싼 지 몰랐다. (웃음) 교통비랑 생활비를 계산해 보니 기간이 열흘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스톡홀름 대학에 젠더학과 교수를 개인적으로 컨텍해서 인터뷰도 하 고 그분 연구 자료도 봤다. 18


사람이 신기한 게 내가 속한 집단이 소 수일 때는 그 가치가 당연한 것처럼 생 각 되는데, 내가 믿는 가치가 주류가 되고 보편화되면 의심할 수 있는 공간 이 생기는 거 같다.

은근히 일을 크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거 같다. 새로운 일을

많은 수가 피임법을 모르고 알고 싶다고 했다. 피임법을 발표

하는 걸 좋아하나?

주제로 삼고 시범을 보여야 해서 페니스 기구를 구해야 했다.

기회만 되면.(웃음) 그런 과정이 다 재밌다. 사실 시작 전에

그때 학교가 포항에 있어서 포항 민우회에 연락 했다.

준비하는 타입은 아니다. 여행도 아무것도 없이 갔다 온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근데

아, 포항엔 민우회가 없다.

되게 신기하게 모든 것들이 다 매듭이 되고 연결지어진다. 감

아! 난 민우회인 줄 알고 있었다. 여하튼 결국 구하지 못해서

사하게 생각한다. 지금도 대학원 입학 전에 뭘 해 볼까? 궁리

딜도를 사서 발표했다.

중이다. 페니스 기구를 문의했던 그 민우회는 아니지만 (웃음) 민우회 민우회와 함께 해도 좋겠다 (웃음) 민우회는 알고 있었나?

회원들에게 한마디 해 준다면?

민우회를 알게 된 게 좀 우스운 일이 있었다. 발표 수업 중에

일상적인 문제로 부대낄 때마다「일다」 나 민우회에 감사한

직접 시연하고 설명하는 게 있었다. 아까 말한 대로 학교가

거 같다. 내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고, 같이 공감할 수

보수적인 기독교 학교라서 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분위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해 준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공론

기다. 그런데 누가 혼전 성관계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더니,

화 되고 물위로 올라올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 2011. 11∙12 19


생 생한

시각

마흔넷이 되도록 한 번도 정당에 가입을 한 적이 없었습니 다. 기존에 있는 정당들의 문화가 낯선 탓도 있었겠지만, 정 당에 가입할 만큼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인 탓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 우리, 그리고 녹색당 하승수 ● 한국여성민우회 이사

이런 제가‘녹색당’ 이라는 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으니, 사람들 이 뜬금없어 하기도 합니다. 도대체‘왜 저러나’ 라고 의아해하 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을 만들자고 할 만큼 절박합니 다. 무엇이 저를 이렇게 절박하게 만들었을까요?

행복도가 최저 수준인 사회 지난 15년간 나름대로 시민운동, 풀뿌리운동을 하면서 사회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사회는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졌습니다. 물론 법제도가 바뀌고 사람들의 권리가 좀 더 보장되기는 했습니다. MB 정부 들어서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는 하지만, 군사 정권 시절에 비하면 민주주의에도 진전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나빠졌다고 느낍니다. 예전보다 물질적으로는 풍 요로워졌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의 행복도는 떨어졌다고 느낍 니다. 공동체, 공생(共生) 같은 단어는 사라지고‘각자 생존’ 의 세상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이 서로 돕고 살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모습은 그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5월에 발표 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 청소 년의 행복도가 최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였습니다. 사실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나라의 청소년들이 행복할 리가 없습니다. 당장 제 딸이 중학교 1학년인데,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행복도는 떨어질 것입니다. 이 아이가 청년이 되었 을 때, 아이 앞에 펼쳐질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아진 세상일까? 라고 질문을 던져 보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물론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는 어른들도 행복하지 못 한 사회입니다. 아마 어른들의 행복도도 엄청 낮을 것입니다. 세계 최장의 노동 시간에 시달리고, 성평등은 실현되지 않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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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며, 수많은 차별과 편견이 존재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청

임금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사회가 되려

소년인들 어른인들 행복할 리 없습니다.

면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이‘성장’ 이나‘물질’ 이 아니라 ‘삶의 풍요로움’ 과 행복이 되어야 합니다.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핵 발전소 3월 11일 터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더 큰 충격을 주

나의 녹색당에서, 우리의 녹색당으로

었습니다. 사고 후에 열심히 자료도 찾아보고 공부도 해 봤

핵 발전 문제를 살펴보면 더 심각합니다. 주요 정당들은 핵

습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아이에게 미안합니다. 핵 발전

발전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진보 정당들은 핵 발전을

후에 남은 사용 후 핵 연료는 10만 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단계적으로 폐지하자고 하지만, 수십 가지 의제 중 하나일

합니다. 핵 발전소 수명이 끝나면 안전하게 해체를 해야 하

뿐입니다. 이래서는 정책의 방향이 바뀌지 않습니다.

는데, 아직 해체 기술도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 이 부담을

그래서 저는 절박해졌습니다. 지금 사회의 흐름을 바꾸지

뒤 세대에게 떠넘기고 갈 것입니다. 지금은 21개의 핵 발전

못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내 아이의 미래도 없겠다는

소가 가동 중인데, 조만간에 이것을 34개 이상으로 늘린다

것을 생생하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녹색당같이 사회

고 합니다. 지금까지 핵 발전소에서 대형사고가 난 확률을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얘기를 하는 정당이 필요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 핵 발전소 중 한 군데에서라도 대형

하다고 느꼈습니다.

사고가 날 확률이 24%라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청소년들의 행복과 핵 발전 문제가 녹색

다른 어떤 사고도 인류에게 종말적인 결과를 초래하지는

당에 참여하는 동기가 되었지만, 다른 분들은 다른 이유로

않습니다. 그러나 핵 발전 사고는 그렇지 않습니다. 거의

참여하기도 합니다. 먹거리, 농업, 평화, 협동조합, 동물권,

전국토가 방사능 물질에 오염되고 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생명 존중, 성평등, 소수자 인권, 청년 노동과 주거, 국제연

일본의 모습을 보십시오. 그런데 정치를 보면, 아무도 이런

대 등등 녹색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양합니다.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정당과 정치

이런 다양한 관심사가‘나의 녹색당’ 을 만들고, 그것이 어

인들은 불과 1~2년 동안의 정치 일정만을 보며 정치를 합

우러지면서‘우리의 녹색당’ 이 되고 있습니다.

니다. 이런 정당과 정치인들이 몇십 년 동안 노력해야 풀릴

저는 막상 녹색당 창당에 참여하고 나자 마음이 편안하고

문제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해 봅니다.

즐거워졌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청소년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고 해도 큰 방향을 잡고

고민하던 사람들이 모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오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교육뿐만 아니라 노동, 복지 등

모임을 만들면서 녹색당을 통해 즐거운 상상을 하고 새로

여러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경쟁이 아

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 길에 같이 하고 싶은 분은 녹색

닌‘협동’ 이 사회의 기본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고등학교만

당 블로그(http://kgreens.org)나 카페(http://cafe.

졸업해도 자립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daum.net/Kgreens)에 들어와 보시면 됩니다.

대학 진학률이 50%밖에 안되는 덴마크 같은 사회에서는 오히려 고등학교 졸업자도 충분히 자립할 수 있습니다. 그

하승수 ●

런데 대학 진학률이 83.6%나 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

꿈꾸는 대로 살고 싶은 대책 없는 사람.

을 졸업해도 자립이 힘듭니다. 덴마크 같은 사회가 되려면, 학력차별이 없고 일하는 사람에게는 먹고 살 수 있는 생활

여러 시민단체와 지역 풀뿌리 관련된 곳에서 활동을 해 왔다. 몇 달 전부터 녹색당에 꽂혀서 녹색당 창당을 위해 달리고 있다. ‘될 것처럼 보이는 일’ 보다는‘꼭 필요한 일’ 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11. 11∙12 21


생 생한

시각

타인의 고통 앞에 서다

인간의 고통이 집단적인 동시에 개인적일 수도 있으며,

-‘낙태’ , 생명 대 선택을 넘어

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전통적인 이분법이 커다란

고통과 트라우마의 경험이 국지적이 동시에 세계적일 수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정책을 수립 하거나 낡은 정치적 담화를 수정하기 이전에, 먼저 언어 꼬깜(김희영)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와 아픔, 이미지와 고통 사이의 가장 근본적인 관계를 살 펴볼 필요가 있음을 이 에세이들은 주장하는 것이다.1)

11월 10일 11.10(목), 헌법재판소에서는 작년 6주된 태아를 임신중절한 혐의로 기소된 조산사의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변론이 있었다. 이번 공개변론은 낙태죄 269조, 270조의2) 위헌여부를 판단하 기 위한 자리였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공개변론은 약 4시간 여 동안 진행되었다. 청구인 쪽은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태아 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결코 분리되는 문제가 아닌 자신의 일부이며, 외국에서도 임신 초기 단계의 낙태는 허용 된다. 무분별하게 낙태를 허용하자는 게 아니고, 현행 법 조항 은 과잉규제의 측면이 있는 만큼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봐야 한다."고 주장의 요지를 폈고 상대편인 법무부 측은“현재 형 법상 보호법익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아니라 태아의 생명권 이 우선이다” 며 태아의 생명권을 반하는 어떠한 상황도 용납 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근 4시간 동안 법관들의 질문은 한결 같았다.“스티브 잡스나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미혼모 슬하에서도 똑똑한 사람들이 나

주1) 『사회적 고통』 , 아서클라이만 외, 2002 주2) 현재 형법 270조와 269조(일명 낙태죄)에 의거해 낙태는 불법이다. 강간, 인 척간의 임신 등 모자보건법에 명시한 몇몇 사유를 제외한 모든 낙태 시 여성 과 의사가 처벌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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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나. 더 나오기 위해서는 낙태는 불법화 되어 야 한다” ,“태아의 기준에서 보면 여성의 강자이다. 태아의 관점을 대변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지 않 나.” ,“누구나 태아였다. 태아가 간과 돼서는 안 된 다.” 는 등등. 사실 정말 충격 받은 것은 그들이 여 성의 출산이나 낙태, 임신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느 껴졌을 때였다. 세상 살면서 처음 하는 고민이라는 듯 아무리 여성의 재생산권이나 낙태죄의 존치 여 부가 낙태율과 크게 상관이 없다는 외국의 사례, 낙 태죄 존치가 여성의 시민권을 제약하는 문제 등에 대해 청구인 측인 양현아 교수가 설명해도 순간 끄덕이는

선택과 생명이란 구도는 흑백논리의 문제도 있겠지만, 더

듯 하다가 다시 태아의 관점은 누가 대변하는가로 귀결되

큰 문제는‘선택’ 이란 단어 속에 포함된 두터운 현실의 모

는 답변에 답답함을 넘어 절망감이 밀려왔다. 양현아 교수

습을 너무나도 단촐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출산 여부를 무

는“법관님들이나 다른 입법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참 놀라

슨 짜장, 짬뽕 선택하는 문제마냥 만드는 데 있다. 낙태 결

운 것이 태아의 관점에 대해서는 그렇게 절절하게 감정이

정 과정에는 하나의 단일한 이유로 답하기 어려운 거미줄

입을 하시면서 정작 그 결정을 해야 하는 여성의 관점에 대

같이 복잡한 이유가 있었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여성

해서는 누구도 감정이입하지 않는다.” 고 일갈했다. 공감하

의 경험과 사회적 관계와 거미줄 같은 그 복잡한 고리를 어

고 또 공감했다. 이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구나, 관점과

떻게 드러내고 언어화할 수 있을까. 특별하지만 비슷한, 같

경험의 문제구나 싶었다. 왠지 더 무기력감이 밀려왔다.

지만 다른 여성의 낙태 경험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그 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가 10/27(목), 성미산마을극장에

민우회에서는 올 해 낙태 경험이 있는 23명의 여성을 인터

서 있었다.

뷰 했다. 인터뷰 결과를 가지고 몇 차례 분석회의를 진행했 다.‘한국 사회에서 왜 여성들이 낙태할까?’이유는 구체적 이고 다양했다.

‘낙태’그리고 사회적 고통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낙태의 경험을 드러내기 위해 연 구자인 백영경 선생님은 발제를 통해 사회적 고통이란 관

남편이 정관 수술을 했다고 거짓말해서, 동생이 장애아

점을 제시했다. 사회적 고통(social suffering)이란 의료인

를 낳았는데 옆에서 보면서 두려워져서, 결혼하려 했으

류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으로 정치적, 경제적, 제도적 권력

나 시누이의 반대로, 지인의 죽음으로 충격이 심해서…

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으며 이

한편, 분명히 예상 가능하기도 했다. 결혼 하지 않아서,

들 권력이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통해서 야기될 수

복용하는 약 때문에,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본인이

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구조의 피해자일까 여성 개

너무 아파서, 출산이 두려워서…

인의 선택일까라는 두 가지 선택지 중에 취사선택할 수 있 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개인의 선택으로 여겨진 낙태 2011. 11∙12 23


생 생한

시각

문제 속에 존재하는 사회적, 정치적 차원의 조건에 주목함

이유는 사회적인 원인이고, 어떤 이유는 개인적인 문제일까

과 동시에 개인들의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를 고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

낙태 이후 죄책감이나 당시 심리적 고통도, 이유나 상황은

회와 개인은 연결된 고리 속에서 분석되어야 한다. 어떠한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공통점을 파악할 필요가

사회적 현상이든 그것은 전제하고 가야 하는 부분이다.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한 사회의 공론의 기조나 지배 가치 가 변화하면서 개인들이 겪는 문제를 표현할 수단을 찾기

낙태는 고통의 관점에서 다시 써져야 한다. 죄책감 없음을

어려워질 때 더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낙태

죄스러워하거나, 오히려 자신의 선택으로 함축하여 이해하

와 관련해서도 부합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면서 느끼는 후회와 죄책감에 짓눌려 살거나, 스스로를 가 해자로 인식하거나, 언어 부재로 고통 받는 여성들의 현실

헌법재판소에서 법관들의 태도와 관점 부재는 한국사회의

이 드러나지 않는 한 이것은 추상과 도덕으로 치장한 허황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인식 수준을 반증하는 열쇠다. 생

된 논의 이상이 되기 힘들다. 민우회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

명과 선택이란 구도 속에 함몰되면 낙태가 왜 발생되는지

회적 관계나 조건 속에 포함된 여성 현실로서 낙태를 접근

간과하게 되고, 낙태 경험이 있는 여성의 고통을 외면하기

하기 위한 사회적 담론 확장과 법개정운동을 끈질기게 진

쉽다. 이 구도는 마치‘정답’ 이 내재한다는 착각을 확신하

행할 예정이다.‘끈질긴 게 짱이다. 아무도 못 이긴다’ 고믿

게 만든다. 불가피한 현실은 부차적으로 밀어놓게 되고, 여

고 싶다.

성의 결정을 단죄해버리고 만다. 발제문에도 언급되었지만 사회적 고통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낙태를 보는 것은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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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깜 ● 문턱에서 매번 서툴다.


기획

연말에 가까울수록 나이듦에 불안하고 서툴다. 여자 나이, 서른, 마흔, 쉰. 요구되는 규범과 나다움의 진실 사이에서 방황하다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여울, 또세, 생기의 서른 전 여행과 마흔 넘은 공부와 쉰이 넘어 다시 나선 길. 여기 그녀들이 겪는 <오늘>의 이야기가 있다.


기획

어쩌면 이건 당신의 이야기

내 나이인 저 숫자가 과연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도통 모르겠다. 굳이 인지하며 살아야 하는가도 싶다. 현재 나는 혼자 서울에서 거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자 민우회 회원이고 술을 즐겨 마시는 기독교인이다.

스물아홉

회사원으로서 이런저런 못 볼 꼴들을 한 눈 질끔 감고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며 현실과 타협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찢긴 마음을 들고 민우회에 가서 치료받고 ,

여울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혼자만의 공간에서 나를 만나기도 하고, 진탕 술을 먹고 교회에 가서 회개하는 여자사람이다.

스물아홉, 다시 불러 봐 스물아홉, 그저 숫자에 불과해 도대체 왜들 설쳐

정말 모순적인 20대를 보내고 있나 보다. 위의 과정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니, 나를 찾아 주었다.

이것 참 왜들 설쳐

대표적으로, 스물 여섯부터 시작한 사회생활은

나에겐 아무 느낌 없는 숫자

세상을 실감하게 하는 동시에 잠재되어 있던 화와 공격성을

난 괜찮아 그저 똑같은 하루 난 괜찮아 모두 준비돼 있어 서른 돼도 난 문제없어 난 무섭지 않아 나는 두렵지 않아 지금 난 행복해 - 뮤지컬「싱글즈 」ost -‘스물아홉’중

자극하는 데 충분했고, 민우회는 내가 세상과 맞설 용기를 찾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 주었다. 과거에는 불편한 상황에서 그냥 넘겨 버리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던 나였다면 지금은 목소리를 낸다는 것. 나의 욕구와 기분, 상태를 좀 더 소중히 생각하게 된 것. 무엇보다도 혼란스러운 나의 가치관이 점차 자리를 잡아 가는 것. 그렇게 나의 이십 대는 불과 4~5년 사이에,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듯이 그동안의 나를 벗어 버리는 과정을 겪어 왔다. 나이가 들면서 겪는 또 하나의 변화는 진부하지만 역시나 겪게 되는 것은 주위의 ‘결혼에 대한 압박’이다. 무시할 수 있을 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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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른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는 주위의‘걱정’을 가장한‘압박’은 그동안 애써 찾은 나를 점점 잃게 만드는 것 같다. 이제서야 나를 찾고 삶을 알아 가는데, 세상은 나더러 다시 평범하게(?) 살기를 강요한다. 민우회를 알고, 독립을 하기 전까지 난 살아 있지 않았던 것과도 같다. 이제야 겨우 내 삶을 살고 자유를 갖고 내 삶을 살고 있는데… 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무언가 보여줘야 인정해 줄 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똑똑하지도, 능력 있다고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용감하지도 못하다.

여울 ● 당신을 더 빛나게 하는 사람

반찬 뚜껑을 끙끙대며 한참이나 열지 못해서

주위에서 자꾸 인지토록 강요하는 29살.

좌절감에 휩싸였던 적도 많다.

나는 나이를 인지하지 않고 살고 싶은데. 그게 편한데…

겨우 이런 것도 못하면서

앞서 말했듯이 진부하지만 역시나 나도 겪게 되는 통증인가 보다.

‘과연 혼자 살 수 있을까?

항상 생각이 많을 때는 본능적으로 바다가 보고 싶다.

겁도 많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

20대의 마지막 생일에는 더욱 그러했기에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들의 걱정 아닌 걱정이 떠올라서

2박3일 동안 부산의 바다를 보면서‘과연 나는 잘 살고 있나?’

사실은 두렵기도 하다.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일까?’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언제쯤일지 모르겠으나, 1~2년 정도

“많은 사람에게 내가 가진 사랑을 나누며 살자”

다른 나라에서 살아 볼 것이고,

이것이 바다가 나에게 준 대답이었다. 이제는 그동안 미웠던 사람들,

미친 듯한 열정적인 연애에 빠져

너그럽게 대하지 못했던 사람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

사랑하고 싶다. 지금까지 날 위해 살아왔으니

모두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고, 많은 사람을 사랑하자!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삶도

그래, 내가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나의 사랑이 필요한 순수한 사람들에게

살아 보고 싶다.

사랑을 나누어 주는 일인 것 같다. 예수님이 흠 많은 나를 사랑해 주셨듯이 말이다. 그리고 나는 강한 여자가 될 것이다. 거칠고 사나운‘강한 여자’가 아니라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세상이 들이대는 각종 잣대에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그런‘강한 여자’말이다. 2011. 11∙12 27


기획

어쩌면 이건 당신의 이야기

#1 어른들이 언제부턴가 나이 세는 것을 잊었다고 하시더니 내가 그러하다. 케이크 촛불을

마흔 단상 전경순(또세)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내 나이대로 다 꽂는 것이 나도 싫다. 요즘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여배우들이 대세라고 한 다. 내공 연기와 성숙한 외모, 나이를 잊은 자기 관리로 여주인공의 배역을 맡고 아울러 연 하의 남성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고 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어쨌든 이런 소 식이 내 어깨에까지 힘이 들어가게 하면서 흐뭇한 미소가 나오게 한다. 장서희가 어느 인터 뷰에서“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왜 벌써 마흔이야?”라고 했는데, 그녀의 외침이 곧 나의 외

우리 마을에서는

침과 같다. 그래,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어느덧 소심해지는 마흔이다.

묘비에 나이를 새기지 않는다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오 사는 동안 진정으로 의미 있고 사랑을 하고 오늘 내가 정말 살았구나 하는 잊지 못할 삶의 경험이 있을 때마다

#2 얼마 전 업둥이로 달고 온 강쥐 녀석 두 마리. 한 녀석이 책상 아래에서 내 발 앞을 지킨다. 나는 흔히 말하는 돌싱이다. 스물다섯 살에 결혼을 해서 두 사 내아이를 낳았다. 엄마의 가슴에는 어릴 때의 모습 그대로인데, 벌써 고등학생 이 되어 있다. 엄마에게만 순종했던 녀석들이 가끔 친구들과의 스케줄로 나와 한 약속을 미안해하며 펑크 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엄마가 없는 자리를 허전

사람들은 자기 집 문기둥에

해하지 않은 듯하니 마음이 놓이고, 한편으로는 내 옆구리가 허전하

금을 하나씩 긋는다오

여 울적하기도 하다.

그가 이 지상을 떠날 때

하지만 강쥐 녀석들은 내가 올 시각만 기다렸다가 이내 내게 안기고 자기 가슴

문기둥의 금을 세어

을 내맡긴다. 내가 어디를 가든 졸졸 따라다닌다. 이제 나 하나의 건강도 염려

이렇게 묘비에 새겨준다오

해야 할 시기에 귀하디귀한 또 다른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가볍지만은 않은

여기 묘비의 숫자가 참삶의 나이라오

결정이나, 이런 재롱에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 박노해, 삶의 이유 중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아이들은 어릴 때 부터 강아지를 키우자고 내게 졸랐지만, 내가 강아지를 만질 줄도 몰랐기 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런데 마흔 넘어서 강아지를 키우게 될 줄이야.

28


#3 마흔이 넘어서 내가 하게 된 일. 자전거를 탈 줄 알게 되 었고,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 민우회를 알게 되어 나의 의 식을 깨우게 되었다. 그리고 상담 공부를 하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교사가 꿈이었으나, 억지로 하는 공부가 싫었 다. 그냥 나의 꿈은 안개속 같았다. 그러나 봉사 활동을 나 가면서 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졌고, 특수교육학에도 관심을 가졌다. 교사라는 꿈 때문에 어린이집 시설장인 적도 있었 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허전한 삶을 승화시켜 상담이라는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또세 ●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또세

사이버대학교에 편입해서 상담 심리를 전공하고 대학원 진 학을 준비 중인데, 며칠 전 면접을 보러 갔을 때 교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경순 씨는 상담 일을 하는 다른 사람과 비

#4 세월의 모퉁이에서 뒤돌아보면, 후배들에

교해서 그냥 일반 회사만 다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상담에 대한

게 나는 참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아

열정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나는 순간 당황

직도 남자 잘 만나 결혼해서 편하게 살아 보

했지만 또랑또랑 대답했다. 그러고는 오늘에야 울컥 부아가 조금 나

겠다는 후배도 보이고, 꿈도 없고 목적도 목

는 듯하다.

표도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후배도 보인다.

상담사가 되기 위해 만학의 길에 접어든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

세월이 흐르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늙어 간

고민 중의 하나는 학업에 대한 것도 있지만, 경제적인 것에 대한 것

다는 것도 자연의 이치다. 나는 나이 들어간

도 있다. 우리 나이는 그러하다. 부모님께 손 벌려 공부할 수 있는

다는 것, 늙어 간다는 것에 감동을 느끼고 싶

나이도 지났고, 자식도 청소년이 되면 얼굴 보기 힘들다. 그래도 그

은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사과를 따서 먹을 손

녀석들에게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어 주어야 하기에 내 욕심만 차릴

주를 위하여 사과나무를 심는 노인의 염원처

수도 없다.

럼 나는 마흔의 나이를 기쁨으로 먹고 싶다.

민우회 가입 이후 알게 된 것이, 참 많은 여성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그러나 케이크의 촛불 개수랑 나이 세는 셈은

미혼들이 많더란 것. 그녀들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을지 궁금해

그냥 이대로 잊으며 살고 싶다.

진다. 싱글이 된 지 5년째다. 어렸을 때는 왜 나이가 차면 당연히 결 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때 민우회를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내 주변의 여자들은 나의 삶과 비슷했다. 마흔과 서른의 차이라면 30대에는 그래도 이력서를 내놓기가 좀 더 수월했다. 그러나 40대에는 이력서를 어디에도 내놓기가 어렵다. 2011. 11∙12 29


기획

어쩌면 이건 당신의 이야기

올해 초 생일 모임에서 후배가 내게 한 말,“이제 딱 반 살았네요.”나는 손사래를 쳤다. 와 닿 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오래 살고 싶지는 않았던 거다… 50대 중반의 내 나이. 정확히 55년, 와우! 그만큼 살아냈다. 물론 후배는 내가 느낄 수 있는 부담감을 덜어보려는 의도에서 한 이 야기라는 걸 안다. 희끗해진 지 오랜 나의 머리칼은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 받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어느 자리엘 가도 나이 많은 사람 축에 속한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거나 싫어 하는 것은 아니나, 사회∙문화∙경제가 돌아가는 장(場), 여기저기서 일깨워주는 숫자에 대한 부담감, 나이 듦의 무게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50대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 내용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여기저기 아프다는 것, 여행, 그리고 자식 떠나보낼 걱정들.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팔이 안 올라가 병원엘 가니 오십견이래, 무릎관절이 안 좋대, 눈이 침침해서 돋보기 없이 는 신문도 못 봐. 난 왜 이리 갱년기가 오래가는지 몰라.”. 서로 질세라 아프다는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 그러고는 이제‘살림과 양육’이란 여성살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다시 어린아이처럼

훨훨 시공간을 돌아다니고 싶은 욕망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놓지 못하는 주제는 자녀에 대한 책임감인 데 결혼이든, 독립이든, 자식을‘잘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염려로 애닳아 한다. 그 중 몸이 말하는 건강 수위 에 대한 관심과 나름의 처방이 최우선 순위다. 몸이 온 전해야 여행도 가고 자식 뒷바라지도 할 수 있다는 거 다. 그만큼 몸의 중요성을 자각하는 나이라 할까.

유경희(생기) ● 한국여성민우회 이사

나 역시 오십대에 들어서면서 사십대와는 확연히 다른 몸의 상태를 느꼈다. 40대 후반에 갑자기 찾아온 허리 디스크, 완경(폐경)을 전후하여 몸 곳곳에서 내는 아 우성의 강도가 달라졌다. 툭하면 담이 걸리고, 혈액 순 환이 안 되어 잘 붓는 데다, 눈의 피로도는 높아져 시

생기 ● 목소리가 씩씩하고 생기발랄해서 생기라고 불린다.

30

시때때로 눈물을 쏟는다.


얼마 전엔 책읽기용과 컴퓨터용 돋보기를 따로 장만했 다. 의사들은 당연하다는 듯‘퇴행성’을 강조했다. 그 래서 내가 내린 몸에 대한 결론은‘아프다는 것은 살아

지난 2년 반, 나는 휴식이 있는 외도를 했다. 아주 특별한 나만의 즐거움을

있다는 것, 느긋하게 살살 달래가며 살아야지!’이다.

찾는 아티스트 데이트! 그건‘줄리아 카메론’의 말대로 자신의 창조적인 자 아와의 데이트라 하기에 충분했다. 동네 구민회관에서 오랜 꿈이었던 수채

그런데 이건 웬걸 마음의 소리 또한 만만찮게 시끄럽

화를 만나고 목공 작업을 시도하였으며, 틈틈이 동글동글 포근한 발도르프

다. 나는 누구인가? 이제까지 잘 살아왔는가? 내가 원

인형 만들기에 도전하였다. 아르쉬지(수채화용지)와 물감, 나무와 천을 매개

하는 삶의 그림은? 알고 보니 그 시끄러움은 보다 집

로 한 다양한 손작업으로 머리는 가벼워졌고, 손은 뿌듯하였고, 마음은 더없

중하여‘나’를 만나는 소리였다.‘나’를 중심에 놓고

이 풍요로웠다. 새로운 나의 발견으로, 오묘한 충족감으로 신이 났다.

돌아보는 과정에서의 혼돈이었다. 스스로 이전의 삶을

하.지.만. 휴식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내 안에는 갈증이 생겨났다. 다른 질문이

해석해 보고 아쉬워도 하며, 다가올 미래를 긍정하기

‘스멀스멀’올라왔다. 내게 물었다.‘원하는 게 뭔데?, 어떻게 살고 싶은데?’

도 하고 한껏 기대도 가져본다. 헌데 마음 한쪽에서 일

곧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음….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하고, 세상 살아가는

어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 그 모호함의 정체는 무엇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함께 생각하고, 그 과정을 즐기고, 의미 있으되 재미나

지. 혹 나이 들어감에 대한 불안인가? 찬찬히 잘 들여

는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들을 하고 싶다.’꽤나 긴 여성 운동의 과정에서 내가

다보니 그건 나이가 주는 불안감이 아니었다. 또 다른

얻은 키워드는 관계, 열정, 변화다. 내 삶을 채워간 귀한 경험이며, 자산으로 남

삶의 전환점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데 따르는

아 있기에 가능했던 질문과 답이다. 스멀스멀의 범인은 여성 운동이었다!

긴장감,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까지의‘나’와 다른 모 습의‘나’를 만들어가려는 데 따르는 자연스러운 감정

다시 시작이다!

이었다. 여성으로 살기 55년, 보다 여유로움으로 사소

50대 중반에 다시 길을 나선다.

한 일상에 관심을 기울이며, 자신에게 우선순위를 두

혼자는 살 수 없기에, 관계의 소중함을 알기에, 배움에의 욕망이 있기에, 세

는 너그러움을 실천하는 나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상 변화에 대한 호기심의 발동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생기랑마음 �을 만들어 내는 힘이 되었다. 달풀’

�‘생기를 얻고 마음을 달달하게 풀어갑니다’라는 뜻이다. 12월 8 일에 개소하였으며, 망원동에 위 치한 상담&교육연구소이다. 여성 상담을 기본으로 글쓰기, 그림, 교육 등 자기성장 프로그램을 가 동하고 있다.

만남과 소통의 공간, 조금은 가볍게 출발하려 한다. 놀이처럼.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시작하려 한다. 니체의 말처럼. “어린아이는 순진무구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이며 최초의 운동이자 거룩한 긍정이다.” - 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011. 11∙12 31


민우스케치 � [기자 회견문] 공공정책 입법주권을 미국 투자자에게 양도 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을 반대한다

단하였다. 시청자는 방송 사업자들의 이익을 위한 방패가 아니다. 케이

공공 정책의 입법 주권을 양도

그리고 지상파 방송은 서둘러 디지털 난시청 해소를 위한 수신 환경

하는 한미 FTA 협정 비준안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미 미디어운동본부는 2012년 12월 아날로그방

반대한다. 미국에서 통과된 한미

송 종료까지 한시적 의무 재송신과 지상파의 디지털 직접 수신 환경

FTA 이행법에 따르면, 미국법은

구축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따라서 방통위는 이

한미 FTA 위에 있다. 그러나 한

러한 관점으로 시청자 입장에서 대책을 마련하여 시청자가 더 이상의

국법에서 FTA 협정은 특별법으로서 다른 법에 우선한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강행 처리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이미 드러난 독소 조항,

블 방송은 당장 중단한 지상파 HD방송을 원상 복귀하여야 할 것이다.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11월 29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입법 권한 침해 조항에 대해 제재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1%의 부를 위 해 나머지 99%가 고통 받는 미국식 카지노 자본주의가 우리의 미래 가 될 수 없다.

� [물길, 바다를 이루다] 촉(觸)발(發) 문화제

11월 3일 기자회견 참가 단체 일동

‘여성주의로 만나고’ (닿을 촉觸), 여성주의로

� 학력차별에 경종을 울리는 대학입시거부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세상에 가다 (쏠 발發)

대학입시만이 누구나 가야할 길이라고 이

라는 의미로 촉발문화

야기 하는 사회에 맞서는 대학입시거부선

제 이름을 만들었습니

언이 있었다. 학력차별사회는 소수자와 사

다. 물길캠프에서 만난 회원들은 각각 개성있는 팀을 만들어 문화제를

회적 약자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학교

풍성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발표하였습니다. 개그 코

에서의 차별을 견디지 못한 성소수자들은

너를 빌려 발표하기도 하고,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시

자퇴를 강요당하며, 취학시기 이주민의 40%인 17,634명은 내국인 위

간에는 여성주의 신명을 풀어내는 시간으로 '아승'의 어쿠스틱 공연, 창

주 교육정책에 적응하지 못하여 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또한 빈곤을 이

작 무브 공연을 한‘모멘토’ 팀의 공연, 페미니스트 액션 그룹‘2LP’ 의

유로 학교를 그만둔 사람들은 10대 때부터 노동을 하며 저임금, 고강도

공연까지 흥겹게 문화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11월 4일 마을극장

의 노동을 하며 삶을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차별에 저항하고 모든 사 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연대할 것이다. 11월 11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 [성명] 현대차 사내 하청 여성 노동자 성희롱 피해 산업 재 해 승인을 환영한다! 11월 25일 근로복지공

� [논평] 인화학교 사건에 따른‘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성폭력 특례법’ ) 개정 법률 시행에 대한 입장

단은 현대차 사내 하

10월 28일 국회에서‘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개정 법

피해를 겪은 여성노동

청 공장에서 성희롱

률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개정안 내용 중에는 수사 과정과 재판에서

자의 산업재해에 대해

장애인 특수성과 인권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거나 고민이 부족한 면면

최종적으로 승인 판정을 내렸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고

들이 우려된다. 통상적으로 개최하는 공청회조차 없이 법을 통과시켰

통이 산재로 인정받은 최초의 사건이기에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다. 성폭력상담소는 개정된 성폭력 특례법 6조의 수사재판절차상 법

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11월 29일 산재 승인 판정 기자회견 후 피해

적용 과정을 더욱 철저히 지켜보며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인권 보장을

여성노동자의 현대차 사업장 내 성희롱 실태 조사와 성희롱 특별 관리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감독을 요구하는 면담 요청을 받아 주지 않았다. 민우회는 여전히 모

11월 17일 성폭력상담소

르쇠 정책으로 일관하는 현대자동차와 피해 여성노동자의 의견을 묵

� [논평] 시청자를 볼모로 한 지상파 HD 방송 중단을 당장 그만둬라! 케이블방송은 지상파방송과의 협상 결렬로 지상파 HD 방송 송출을 중 32

살하는 안하무인의 여성가족부를 규탄한다. 12월 1일 한국여성민우회


독자인터뷰 n문n답

간단한 소개를 해 준다면?

어렵고. 모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입하면 좋을

상계동에 사는 강미영이라고 한다.

것 같았다.

「함께가는 여성」 을 구독하게 된 계기는?

그럼 아쉬운 점은 없나?

같은 야구팀에 있는 언니가 후원 해줬다. 직장인

깊이 생각 안 해봤다.(웃음)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야구팀 동호회에서 투수를 하고 있다

느낌이 든다.

운동 좀 하셨나 보다.

칭찬 하나 해 준다면?

아니다. 야구는 처음 해 본다. 다른 동호회들은 선

같은 여성이니까. 여성이 여성을 바라볼 때 편견

수를 했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

없이 보는 거 같다. 그리고 자유로운 거 같다. 그

동호회는 다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런 느낌이 좋다.

모였다. 마지막으로, 민우회에서는 별칭을 쓰는데 혹시 별 멋지다. 다시「함여」 로 돌아가서, 기억에 남는 글

칭이 있나?

이 있나?

태풍이란 별칭을 쓰고 있다.

모임에 관심이 있어서 모람세상 소개하는 글이 기 억에 남는다. 그중에서 기타 소모임(명치)이 기억에

별칭이 과격하다. (웃음)

남는다. 나도 기타를 배워볼까? 생각했다.

그런 걸 원하는 거다.(웃음) 체구가 작고 말라서. 별칭이라도 좀 커보이려고 (웃음)

회원들이 소모임 소개를 관심 있게 보는 것 같더라. 민우회에 관심이 있어도 개인적으로 찾아가기는

멋지다. 상계동에 사는 야구하는 태풍님 기억하고 있겠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

이 아이는 누구일까요?^^ 인큐베이터 출신으로 태어나‘콩새’ 라고 불리던 여자 아이. 시크한 표정으로 민망한 위치에 앉아 있는 이 아이 는 누구일까요? 현재는 자신을 꼭 닮은 강아지를 아끼며, 한편으론 임대주택을 꿈꾸는 경기도민 그.녀.는 누.구.일.까.요? 1) 하이디 2) 앨리스 3) 폴 4) 토토 5) 날리 6) siri 7) 돈데크만

지난 호 정답은 화끈한 그. 녀.‘프마’ 입니다.

정답은 문자로(010-3286-8232) 12월 30일까지 보내 주세요.

문자로 답변 주신 회원님들 고맙습니다.

2011. 11∙12 33


문화산책 처음 책을 받아서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책을 건네주었던 노동팀 활동가 바람을 붙잡고 말했다. “이 책을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어. 삼성에 다니지 않아도 직장 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겪는 모든 이야기가 다 담겨 있어. 거기다

나의 일기 같았던 그녀의 12년 9개월

치열하게 고민하고 몸으로 부딪히며 해결해 가는 이야기를 같이 읽고 나누면 좋겠어” 정말 그랬다. 민우회에 오기 전, 이은의 씨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가슴이 뛴 적이 있었다.

문지은(반아)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삼성과의 재판에서 승소한 누군가라서가 아니다. 싸움의 시작과 끝이 다른 이의 손에 좌지우지되지 않아서 좋았다. 시작의 선택도 스스로 하고,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도 선택해서 묵묵히 걸어 나가 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책에서도 자세히 나오지만 사소하게라도 회사에서 불편한 관계를 맺게 되면 잘 알게 될 것이다. 상사의 성희롱, 선배와의 불화, 사내 에서의 따돌림, 이해할 수 없는 내규 등등. 우리도 그녀도‘소속’안에 있으면 한 번쯤은 겪게 되고 목격하게 된다. 그때마다 깨닫게 된다.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망 속에 걸려든 나약 해진 모습을. 불편한 관계의 시작도 끝도 상사나 회사가 말하고 끝 낸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두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고 졸 여사원과의 사건을 다룬 부분이었다. 한 부서에 있던 고졸 여직 원이 몇 달 동안 아무 문제없던 호칭을‘언니’ 라고 부르라며 날을 세웠다. 그녀는 이 상황을 먼저 입사해서 경력이 많지만 비정규직 이고, 갓 입사한 대졸 여사원과 비교되는 불편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회사에서 고졸과 대졸의 차이가 공공연하다. 고졸 사원 들은 훨씬 앞서 입사하지만 승진도 어렵고 호칭이나 대우에서도 차별이 있다. 대졸 사원들은 입사 때부터, 명함이 있고 직함이 있 다. 연차가 올라가면 그에 맞게 달라진다. 하지만 고졸 사원들, 특

34


히 사무직 여사원들은 사원들이 갓 입사한 스무 살 그대로

시작도 끝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대한다.

어쩌면 다 자란 성인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들고

한 공간에서 똑같은 여직원임에도 느끼게 되는 차별은 갈

계약을 따내는 곳이라면 이래야 맞을 것이다.

등의 씨앗이 된다. 더구나 차 심부름이나 존중받지 못하는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결정에 전전긍긍하고 마음 앓으

언행이 빈번하면 갈등은 불꽃처럼 일어난다.

며 불편과 차별을 감수하며 산다.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립각으로 바라보며 서로 훈수

이름에서부터 윤이 날 거 같은‘삼성 직원’ 이라도,‘여직

를 둔다. 누가 참아야 한다, 누군 성격이 모났다.

원’ 이라는 건 어쩜 이렇게 판에 박히게 똑같을까?

나도 이런 경우 비슷하게 훈수를 두었던 거 같다.

회식에서 술을 따라 주는 것도,‘생리휴가’ 를 쓸 때 눈치

지은이는 어떻게 했을까?

봐야 하는 것도. 성희롱을 고발하면 눈엣가시 취급 받으며 수많은 시선을

어떤 사람들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며 동조를 구

온몸으로 참아내야 하는 것까지도 말이다.

했다. 어떤 상사는 좀더 입장이 나은 네가 양보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다시 쓰일 수도 있다.

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묻지도 않은 조언을 했고,

그녀는‘삼성’ 을 살았다기보단,‘직장 여성’ 이란 이름을

(중략) 도통 뭐가 옳은지 알 수 없었으나 두 가지

살아냈다. 현명하고 용기있게 말이다.

는 분명했다. 하나는 아무도 이 문제를 대신 해

제목을“나의 일기 같았던 그녀의 12년 9개월” 이라고 붙

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언니

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같이 나의 이야기 같으며 에필로

라고 부르냐 마느냐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그의 글들은 나의 일기에 기록해 두고 싶었다.

것이다 -『삼성을 살다』이은의, 2011, p.98 이 사회에서 여성이 직장을 다닌다는 것, 누군가 그리고‘언니’ 라고 부르던 사람이 해주던 일을 배워서 혼

를 만나고 사랑을 한다는 것, 청춘을 살아간다는

자 해 나갔다. 내키지 않지만 분위기를 수습하려 억지로

것, 그런 평범한 일이 그토록 힘든 것일 줄 미처

‘언니’ 라고 부르지 않았다.‘언니’ 를 다그치거나 위계를

몰랐다. 평범한 일상이 깨졌을 때 사람들은 내게

이용하지도 않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나갔다. 마

한발짝 비켜서면 다시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말

침 회사에서 비정규직 사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바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발 딛고 선 이곳을 믿기

늘방석 같던 관계는 해결됐다. 그리고‘언니’ 도 더 이상

로 했다. 타협하거나 도망치지 않아도 이곳을 지

‘언니’ 라고 부르기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키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나는 무릎을‘탁’치면서 감탄했다. 어떤 선배에게도 듣지 못했던 조언이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줄다리기도 필 요 없었다.

반아 ●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지만. 지나간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2011. 11∙12 35


모람풍경

모람 VS 모람의 세 번째 시간. 저 바다 건너 흑인여성학자 벨 훅스가 말했다.“자매애는 강하다.(Sisterhood is powerful).”자매애가 강하려면 일단 나 스 스로가 강해야 하는 법. 힘을 기르는 모람, 민우회에도 있다. 여성주의 책을 읽으며 파워업하는‘내공세미나’ 와 내면의 목 소리를 들으며 나를 둘러싼 관계를 돌아보는‘자기성장모임’ . 이 두 모람이 어떻게 에네르기파를 모으고 있는지 샅샅이 들 춰 보자. 회원팀 주

모람 VS 모람

내공세미나

VS

자기성장모임

현재 읽고 있는 여성주의 책은? 7월에 시작한 여성주의 내공세미나, 그러나 민우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느라 11월에 와서야 드디어 우리는 첫 책이었던『남성성과 젠더』 를 끝냈다. 엇, 그러 고 보니 어제 책 걸이를 해야 했는데, 그 뒤풀이가 그 뒤풀이였다!! 어쩐지 폴님 이 제일 신나보이더라는. 정말 여성주의 내공이 길러지긴 하는가? 어떤 내공이 채워지는가? 글쎄. 이게 게임에서 득템하는 것처럼 혹은 쿠폰 마일리지처럼 눈에 보이는 무 엇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면 참 좋겠지만, 이참에 내공이 길러진다고 세뇌라도 하 게 세미나 참석할 때마다 도장이라도 받아서 뿌듯해 하게, 쿠폰제라도 도입 할 까 보다. 우리가 나라도 걱정해야 하고, 의리를 위해 가끔은 튀어나가 주는 센스 도 발휘해야하는데, 얼마나 내공이 쌓이겠어요. 속세를 멀리하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며칠간 열심히 기를 모아볼까.(웃음) 뭐,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

회색연필

는다는데, 우리가 그래도 고등동물이니 천천히 한 삼년 있으면 길러지리라 믿고 열심히 해 보자! 내공 세미나, 파이팅~! 다음 읽을 책은 무엇인가?

회색연필 _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요즘「일다」 의“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 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거기서 소개

연필은 광택이 도는 회색에 더 가까운데 어떤 문

되었던 알리스 슈바르처의『사랑받지 않을 권리』 를 같이 읽자고 제안했다. 제목

제도 뚜렷하게‘흑, 백’ 으로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이 마음에 들었던 것도 있지만, 독일의 유명한 페미니스트이자,『아주 작은 차

걸 알게 되면서 나는 회색이 좋아졌다. 검정색과 섞이면 어두운 회색, 흰 색과 섞이면 밝은 회색 으로 결국에는‘회색’ 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

이』 를 썼던 알리스 슈바르처가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나 반박에 대처하는 주장 을 정리하여 11개의 섹션으로 묶어 내 여성주의 운동의 영역, 여성주의의 쟁점에

데, 어쩌면 회색은 정말로 진실을 찾을 수 있는,

대해 정리되는 느낌이라 개론서로 좋을 것 같아서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강력한 내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닮고 싶은 여성, 롤모델로서 힘 있는 여성은? 중학교 때 바바라 매클린톡의 전기인『생명의 느낌』 을 읽고 남성중심의 과학계에

36


서 여성과학자가 아니라 한 명의 연구자로 인정받기까지 그녀

를 날려주고 싶다. 20대 여성이라는 이유로 만만하게 대하는

가 보여주었던 열정,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성실함에

아저씨들, 쫙벌남들 등등, 다 죽었어! 그리고 여성주의적인 미

반해 나도 과학과 결혼해서 평생 열정적으로 연구만 하고 살

디어/문화운동에 참여해보고 싶다. 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가

자고 꿈꿨던 적이 있다. 지금은 더 이상 과학자를 꿈꾸진 않지

끔 문화 속에 내재된 왜곡된 성/젠더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불

만, 내 분야, 내가 하고자하는 것에서는 그녀와 같은 태도로

쾌하고 속상하다. 그래서 그런‘문화’ 매체들에 대해 여성주의

임하자라는 생각은 아직도 변함없음!

적인 시각으로 모니터링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미디어 매체

내공이 쌓이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운동을 하고 싶고,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뜻이 맞는 사람

일단, 열심히 내공을 모아 주변의 마초들에게‘에네르기 파~’

들과 대안적인 문화를 모색하고 만들어 나가고 싶다!

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 대인관계에서 오는 의문들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도 해보고, 해결책도 나누어 보며 인간관계에서의 상호교 류적인 능력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함께 하는 회원들의 매력 하나씩 짚어보면? 하토르님은 우리 모임의 분석가. (애니어그램

최강

에서 모두 하토르님은 두뇌형일거라고 입을 모 았다.) 조근 조근 이야기 하시는 모습이 항상 진지하나 귀여운 매력의 소유자. 타란님은 돗자리 깔아야할 것 같은 쪽집게 도

최강 _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사님 같은 포스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얼핏 까칠해 보이지만

항상 퇴근이 늦어 지각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알고 보면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 가득~ 프마님은 쿨하고

났지만 뒤풀이는 항상 빠지지 않았던 분위기 메이커가

터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게임 때 맞아봤는데 마이 아프다)

되고픈 회원, 요리도 잘 한답니다.

한마디로 화끈한 성격(형님 포스) 빈의자님은 조잘조잘~ 방 방방~ 유쾌한 낙천가. 하토르님과 투탁거리는 모습을 보고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나?

있으며 귀요미! 마지막으로 민우회의 활동가인 주가이님은 첫

현재는 애니어그램 강사님과 함께 회원들 각자 자신의 유형을

인상은 딱딱해 보였으나 알수록 부드럽고 다정하신 성격이 편

찾아보고 9가지 유형의 특징을 알아가고 있다. 직장 안에서의

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야누스적 매력의 소유자!

각 유형별 특징과 상사와 동료일 때 등 일상생활에서의 모습도

자기성장모임, 앞으로 갈 길은?

적용해보았다. 애니어그램 전에는 상담선생님과 함께 자신의

단기 모임으로 결성되어 장기 모임으로 이어 나가는 과정이라

이야기를 회원들과 나누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확실히 정해진 노선은 없다. 회원들이 모여서 하나하나 방향

정말 자기 성장이 된 부분이 있는가?

을 모색하고 정해 나갈 계획이다. 아직 체계적인 모임이라기

자기성장모임은 집단상담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서

보다 함께 만들어 나갈 모임이 될 것 같다. 새로운 회원 분들

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서 나만 그런 문제나 어려움이 있는

의 참여를 기다리며, 내면의 성숙함을 위해 전진하는 원동력

건 아니라는 안도감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사고의 확장

을 줄 수 있는 모임이라 생각한다. 2011. 11∙12 37


마포나루에서

뾰로롱~ 메일이 왔다.「함께 가는 여성」소식지 원고 청탁 메일이 었다. 사실 메일을 받기 전 반아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 었기에 메일을 받고 나서는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재미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스윙댄스만은 빼고 다른 주제로 써 보자.’일주일, 이주 일이 지나도 도통 이 주제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왜 다른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 걸까? 언제부터 스윙댄스가 내 삶의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게 되었을까? 무엇이, 어떠 한 매력이 나를 그렇게 한 것일까? 나도 궁금해지기 시 작해서 그냥 써 보려 한다.

모후아(지은정) ● 한국여성민우회 반차별회원팀

춤테라피로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타입이라 하고 싶은 말 이나 행동에 스스로 검열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을 좋아 하는지, 뭘 하고파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 답답함은 몇 년째 내 몸 저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 움직임은 둔해지고 답답한 마음만 더해졌다. 알 수 없는 마음의 무거움, 가슴 속 무언가 얹혀서 체한 듯한 느낌이 불편했다. 몸을 마음 혹은 욕망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든, 잘하던 못하든 간에 편안한 몸의 움직임으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싶 었다. 그런데 막연하다. 어떻게 하면 내 몸이 자유롭게 움 직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은 사실이다. 거울 속 나의 움직임은 어색하고 거울 속 나 를 보고 있는 것이 괴로울 지경이다. 38


그러다 어느 세미나에서 춤테라피를 짧게 경험하게 되었다. 원

더해지다 보면‘올레!’ 를 외치게 되는 매력이 있다. 춤추는

래는 몇 주 과정이지만 세미나 과정 중 1시간의 짧은 경험 속에

것만으로도 사람들과 친해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오랜 시

서 편안한 몸의 움직임에 마음이 치유됨을 경험하게 되었다.

간 함께 하지 않아도 말이다. 또 춤을 추는 이유는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고, 음악에 맞

스윙재즈와 스윙댄스의 매력 ♬

춰 스윙을 추고 나면 무언가 개운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춤테라피 과정, 세미

돌고 도는 마음의 텁텁함, 몸 구석구석 저 아래에 쌓여있

나 등등을 알아보던 중에 스윙시스터즈1)라는 동호회의 7주년

는 무언가가 흥을 타고 신명을 타고 날아가 몸과 마음이

파티에 친구와 함께 놀러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정말 즐거운

가뿐해진다. 일주일에 한 번 동호회에 나가서 다양한 매력

표정과 몸짓으로 스윙재즈에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

을 가진 사람들과 신나고 흥겹게 춤추고 나면 그 동안 마

다. 세상에 그렇게 재미나게 무언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본 것

음의 쌓인 더부룩함이 날아 가버리는 걸 느낀다. 그 매력

은(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처음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즐기는

에 나는 일요일 저녁 스윙을 추러 나간다.이 년 정도 스윙

사람들의 표정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해보였다. 아무

이라는 춤과 친하게 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몸

도 신경 쓰지 않고, 호흡을 함께 하고 눈을 마주하고 춤추는

을 움직일 때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거울에 비춰지는

두 사람.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많은 그 공간. 궁금해졌다.

내 모습이 어색하다. 아직도. 하지만 분명한 건, 춤을 추는

나도 그렇게 스윙댄스를 출 수 있을지(워낙에 타인의 시선을

동안에는 흥이 나고, 까르르- 웃게 되는 시간이다. 그리고

신경을 쓰니 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 곳에서는 내 몸이 긴

함께 춤을 추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다는 것

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었

그 자체가 에너지다.

다.(물론 배우는 과정에서는 긴장하여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쫀득한 텐션이♩있는 스윙! 나의 춤 이야기 ♬ 파트너와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스윙댄스. 나에게 스 윙댄스의 매력은 아무래도 파트너로 만난 사람과 서로 초초 초!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춤추고 있는 순간은 연애와

주1) 남자가 리딩하고 여자가 따라가는 커플댄스의 일관적 구도는 가부장제에서 제시하는 남성은 더 남성적일 것, 여성은 더 여성적일 것을 권장한다. 커플 댄스 중 스윙은 남녀의 절대적인 역할구도가 다른 커플댄스보다 상대적으 로 덜하다. 스윙댄스 동호회인‘스윙시스터즈’ 는 남자가 리드하고 여자가 따라가는 획일적 구도에서 벗어나 여성 스스로가 원하는 포지션을 선택할 수 있으며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고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여 성들만의 공간이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누구와 춤을 추느냐에 따라서 파트너 가 어떤 동작을 하려 하는지 손에서 어깨에서 등에서 텐션을 느끼며 알아간다. 미리 앞서나가서도 안되고, 그러기 위해서 는 무엇보다도 손을 맞잡고 있는 파트너에게 집중하며 눈빛 을 보고 호흡을 맞춰간다. 그러다가 음악에 호흡이 살포시 실리고, 두 사람이 아주 그냥

잘 맞아서는 흥이 더♩더 ♪ 더 ♬ 모후아 ● 민우회 안에 스윙댄서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우리 언제 한 번 다같이 춤을 춰보는 건 어떨까? 약속하지 않고 스윙음악이 나오면 말입니다요.

2011. 11∙12 39


나의 삶, 나의 이야기

내가 캐디였던 날들

나는 여러 직업을 거치며 많은 경험을 쌓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늘 일을 최대한 즐 겁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 중에서 골프장 캐디로 일했던 경험을 적어보고자 한다. 대학교 동아리로 탈춤패를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직 업 풍물인 으로 고되지만 행복한 생활을 몇 달 살았다. 그러다가 IMF외환위기가 터졌고 급격히 기울어진 집안 형편을 외면할 수 없어서 고심 끝에 풍물패 사부님들께 잠시 쉬 겠다고 말씀드린 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친한 동아리 언니가 학교를 일 년 휴학하고 골프장에 들어가 등록금을 벌어왔던 것이 생각났다. 그 언니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고는(세간에 골프장 캐디는 2차를 나간다는 말이 있었다. 물어봤더니 적어

그루 ●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도 본인이 아는 한 골프장에서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스물세살부터 경기도 여주의 한 골프장에 들어가 캐디를 이년 반 정도 했다.

일을 즐기기까지 처음 육 개월 동안은 일이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가면 몸과 마음이 무척 힘들어서 매일 울었다. 정말이지 초보로 보이는 캐디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평생 대접만 받으며 살아온 네 사람을 캐디 한 명이 한꺼번에 보조해야 했다. 골퍼들은 아직 골프장 코스에 익숙하지 않고 거리를 재는 것에 미숙한 캐디는 말 그대로 깔아뭉갰다. 골프채를 양 옆 구리에 몇 개씩 끼고(그때는 전동카가 캐디 생활 일 년 정도 되어야 운행 테스트 후 주 어졌다) 18홀을, 주말에는 36홀을 죽어라 뛰어 다녔다. 그러면 라운딩 도중 다리에 쥐가 나서 병원으로 실려 간 적도 있다. 첫 티업1)이 해 뜨는 시간이어서 해가 길어진 여름이 면 한 달 동안 매일같이 새벽 네 시 이십분까지 골프장으로 올라가 대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더 이상은 못하겠어…’생각만 할 뿐 엄청난 경제적 위기를 맞은 집 형편을 생 각하면 말로 꺼내놓을 수도 없었다. 아버지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집을 나서는 나를 따라 나오셨다 뒤돌아서서 눈물을 감추셨다는 것을 최근에 야 알았다. 육 개월을 고생한 후,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캐디로써 일을 잘 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버는 족족 집에 보냈지만 형편이 나아지려면 한참 멀었기에 풍물패로 돌아가야겠다는

주1) 골프 라운딩이 가능한 시간.

40


마음을 접고 즐기면서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때부터는,

니다!” 를 연신 외치며, 정작 본인들은 공을 대충 쳤다. 정말

일이 즐거워졌다. 어떻게 즐기면서 했냐하면, 거의 대부분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골퍼들이 캐디의 경력을 묻는다.“저는 3년 됐습니다.”라고

골프를 몇 타 치냐는 골퍼들의 질문을 많이 받아서‘아, 나

대답을 했다. 그러면 아마추어골퍼들은“오!”하며 흡족해한

도 배워봐야겠다.’ 는 생각에 일이 끝나면 연습장에 가서 친

다. 캐디들은 이직률이 매우 높아서 보통 샐러리맨들에게는

한 언니들과 공을 쳤다. 어떻게 공을 쳐도 서로“굿 샷!” 을

거의 초보캐디가 배정되기 때문에 실력 있는 캐디를 만나기

날려주면서 배가 아플 정도로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때의 그 즐거움 때문에 결심했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 면 꼭 골프를 배우겠다고!

너도 나도 박세리처럼 재밌었던 일화를 몇 가지 소개하자면, 그 당시 박세리 선수

골프장엔‘골프’ 만 있는 게 아니더라

의 활약상이 대단했고, 많은 골퍼들이 박세리가 치던 골프공

지금 드는 생각은, 꼭 한번은 예전에 일했던 여주의 금강 컨

과 골프채를 즐겨 쳤다.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이다. 박세리

트리클럽에 가보고 싶다.

가 연못에 공이 빠지자 벌타 수를 줄이고자 신발과 양말을

허겁지겁 국수와 샌드위치를 먹었던 그늘집(4홀마다 있는

벗은 채 연못으로 들어가 공을 쳐내 한 타를 줄인 적이 있

휴게소)이 그대로 있을지가 궁금할 뿐, 골프를 치고 싶다는

다. 내가 일하던 골프장에도 연못이 곳곳에 있었고 골퍼들의

생각은 없다. 접대 하면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골프이기

공이 많이 빠졌다. 골퍼들은 일단 공이 빠지면 신발부터 벗

도 하고, 홀인원3)을 하면 골프장에 식수를 하고 골프연습장

었고, 나는 말리느라 정말 진땀을 뺐다. 연못이 무척 깊어서

의 모든 사람들에게 밥을 한 끼 사야 하는 등의 잘못된 골프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문화에 일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서다. 물론 골프는

또 여주 옆, 이천의 조직폭력배들이 팀을 꾸려 골프를 하러

건강과 체력 단련에 좋은 운동이기도 하지만 돈을 많이 들이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이 년 경력이었던 나는 보스가 있는

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다른 운동도 많다. 골프는 배우지

첫 번째 팀에 배정이 되었다. 인사를 드리고 일을 시작하려

않으련다.

는데 소위 말하는 넘버 2,3,4 멤버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캐디 생활 이 년 반 동안, 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 중 하나가

“언니2)는 오늘 일하지 마세요. 저희 형님은 여자가 힘든 일 하는 것 싫어하십니다.”

사회 부조리였다. 이십대 초반, 골프장을 찾은 장관급 공무 원들이 고 정주영 회장에게 배꼽인사 하는 것을 보면서, 날

“괜찮습니다. 이것이 제 일 인걸요.”

아 온 골프공에 맞아도 산재 처리를 할 수 없는 동료 캐디들

“아닙니다, 저희가 다 알아서 합니다. 그래야 저희가 혼나지

을 보면서,‘아, 이 사회가 뭔가 잘못됐다’ 라는 생각을 조금

않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씩 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물다섯부터 시민 사회 운동에 눈

그래서 그 날은 운전만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넘버

을 뜨게 되었다. 그러니 캐디로 일한 경험은 내게 귀중한 선

2,3,4는 형님이라는 사람이 친 공을 찾아 헤매며 채를 갖다

물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고된 날들을 이제는 즐겁게 회상할

주느라 뛰어다녔고, 형님이 어떻게 공을 쳐도“형님, 굿 샷입

수 있다. 그루 ● 소모임 설로우 고고와 생활글쓰기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주2) 골퍼들은 캐디를 언니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주3) 길이가 짧은 홀에서 처음 친 공이 한 번에 홀컵에 들어가는 것-실력과 더 불어 굉장한 운이 더해져야 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채식을 하고 싶어하고, 걷는 것을 좋아해요. 헬렌 니어링 같은 삶을 살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한참 의지가 약한 것이 문제예요. 그래서 의지를 키우기 위해 노력중이랍니다.

2011. 11∙12 41


생협이야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특별한 여행

나는 아무 곳에나‘여행’ 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는 걸 좋아한다. 내게는 출퇴 근길도 여행이고, 가끔 혼자 산책하는 길도 여행이다. 그렇게 말을 붙이면

여성민우회생협연합회

조금 더 신난다. 가끔 출근하기가 너무너무 싫을 때, 그냥 여행이라고 생각한

2011 생산지 기행

다. 그러면 아주, 아주 조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슬비 ●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기획부

맛밤과 천일염을 만나러 갑니다 조합원들과 가는‘생산지기행’일정이 잡혔을 때도‘여행’ 이라는 단어가 먼 저 생각났다. 생산지기행은 매년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생활재위원에서 주 최하는 행사다. 평소에 잘 가지 못했던 생산지에 찾아가 생산자를 만나고, 생산 과정을 보며 서로의 신뢰를 더욱 돈독하게 하며 우리가 서로를 살리는 관계임을 확인하는 자리다. 이번 2011 생산지기행 목적지는 부여의 밤뜨래와 전남 신안의 마하탑으로 정해졌다. 밤뜨래는 밤양갱과 맛밤을 공급하는 생산 지고, 마하탑은 천일염을 공급하는 생산지다. 먼저 부여에 들러 밤뜨래 공장 을 찾아갔다. 국내산 밤 100%로 맛밤을 만드는 과정을 강봉석 생산자의 설 명과 함께 들었다. 일일이 손으로 밤껍질을 까던 과거와 달리 화염식 박피 기계를 도입해 밤이 기계를 통과하면 껍질이 벗겨진다니, 참 신기했다. 1차 껍질이 벗겨진 채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슬비 ●

부여에서 밤뜨래 공장 견학 후, 전남 신안으로 향했다. 여성민우회생협과 긴

혼자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시간동안 함께했던 마하탑 유억근 생산자를 만나러 가는 길. 거리가 멀어서

약간의 활자 중독증이 있고 무심함 ‘꿈, 자육, 가난, 하늘’ 의 마음으로 평생‘청춘(靑春)’ 으로 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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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까. 더욱 기대되고 떨리는 마음이다. 점암 선착장에 도착해 배를 타고 20 여분을 들어가니 마하탑이 있는 임자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유억근 생


산자의 안내로 마하탑 염전을 방문했다. 넓게 펼쳐진 네모반듯한 염전, 바다 내음이 그대로 전해지며 칸칸의 푸른 물빛이 넘실거린다. 바다, 태양, 바람으로 만들어진다 는 자연의 소금 천일염. 자연의 섭리가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소금이다. 파랗게 보이던 염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결정이 된 소금이 보인다. 네모 반듯한 큐브 모양의 소금은 살아 있는 임자도의 생명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미네랄 성분이 없는 재제염과 달리 미네랄이 풍부한 마하탑 소금은 짜면서도 고소한 맛이 었다. 유억근 생산자는 10년 전에 있었던 다이옥신 파동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볶은 소금에서 다이옥신이 다량 검출돼 다른 생협에서는 소금 공급을 중단 했을 때, 민우회생협만이 유억근 생산자를 믿고 계속 공급했다고 한다. 검사 결과 마하탑 볶은 소금에서는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았고, 유억근 생산자는 그 일을 어 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믿음을 간직한 채 유억근 생산자는 소금을 만들고 조합원은 그의 소금을 믿으며 먹는다.

달이 가로등이 되는 길 먼 길을 가서인지 곧 날이 저물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숙소로 향하는 길. 버스가 올라갈 수 없는 길이라 30분을 걸어서 가야 했다. 달이 가로등이 되어 우리의 길을 비춰 주고, 둘씩, 셋씩 모여 길을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이는 노래 를 부르기도 하고, 아이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 어릴 적 추억을 하나 둘 꺼내들 기도 하고, 집에 있는 가족이 걱정돼 전화를 거는 이도 있다. 조용한 시골길에서 낯 선 이들의 방문을 개가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동네가 울리도록 짖는다. 이 모든 광 경이 꿈같았다. 복잡한 서울 도심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고요함과 어두움이 마 음을 편안하게 한다. 반짝이는 네온사인이나 간판도 없고, 그 흔한 가로등도 제대로 없다. 달이 이렇게 밝았는지 처음 알았다. 생산지 기행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내가 홀로 즐기던 단순한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실타래처럼 엮인 관계가 있 고, 그 관계 안에서 보이지 않는 믿음이 존재한다.“그대가 만드는 것을 믿고 먹어 요” 라는 마음을 보여주러 찾아간다. 생각해 보니‘생산지기행’ 은 사람 여행이다. 사 람을 여행하러 길을 떠난다. 그의 일터를 보고, 일하는 마음을 본다. 특별한 여행을 배웠다. 조합원들과 그의 가족과 또 생산자가 조금은 어색하지만 곧‘생활재’ 라는 매개로 하나가 되는 모습. 어느 여행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하룻밤을 보내고 배를 타고 나오는 항구에서 그야말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 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고작 하룻밤을 보내고 아쉽고, 서운해서 눈물이 글썽인다. 파란 물길을 가르고 달리는 배에서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마음에 담는다. 생산자의 마음과 그 마음을 기꺼이 믿는 조합원의 믿음. 생산지기행이 더욱 아름다운 여행이 되는 건 바로 이들 때문이 아닐까. 2011. 11∙12 43


9개의 시선

시간을 거슬러, 2009년 어느 날 본부 교육실에 김인숙 대표 주변으로 몇몇의 활동가들이 둘러앉았습 니다. 칠판에는「가난 프로젝트 1차 기획회의」라고 큼지막하게 써 놓 았습니다.‘가난’ 을 경제적 결핍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인식전환을 통 해 사회적 낙인과 배제 효과를 극복하고 가난이 여러 사회구성 요소들 에 체화되는 방식의 차이를 드러내어 사회 담론화를 시도해 보고자 했 던 것이지요. 인사가 오가고 약 30여분, 아니 근 한 시간 가까이 서로 얼굴만 마주보고 난감해 했습니다. 막상 들춰 놓고는 우리가 감당이나 하겠나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만났습 니다. 많은 여성들, 특히 전업주부, 저학력 중장년 여성들로부터 선택 (?)되어지는 식당노동을 말입니다. 본부를 중심으로 각 지부들이 형편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확대’ 를 위한 토론회를 마치고

에 맞게 활동을 시작했던 지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시에서는‘식 당여성노동환경 개선 프로젝트’ 로 명명되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이어진 2011년 10월 20일 고양시 식당여성노동자들과 식당 영업주들을 대 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과 노동권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환경 개선책을 모색 해보고자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회원들을 중심으 로 정책을 집행하는 담당 공무원, 의회 내 해당위 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의원 및 도의원, 그리고 여성들의 일자리에 관심을 갖고 책을 낸 전 국회 의원을 비롯하여 식당여성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위해 발로 뛴 현황조사원들이 60여 좌석을 가득 채워 함께 했습니다. 처음 발제자로 나선 여성학 협동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김원정 선생님은 지자체 중점 과제로 노동환경 우수업소 지원과 모법업소 인증 기준에 노동권과 안전에 관한 내용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며 음식업 관련 통합조례 제정 운동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왕성옥 시의원은 별도의 조례가 필요하지만 조례가 상 위법을 규정하거나 예외일 수는 없으므로 먼저 본 사안과 관련된 상위 법 등에 대한 검토를 함께 해 나가자며 힘을 보태겠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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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 고양여성민우회


「고양시 식당여성노동 실태조사 결과」 를 통해서는 과거의 일한 경험이 어떠했건 오랜 시간 임노동 경 력단절 상태에 놓여있는 고양시 거주 40, 50대의 여성들이 택하는 주요 일자리는‘식당 일’ 이었습니 다. 전업주부가 어찌하다 찾은 일자리이다 보니, 내가 아쉬워 찾아들어간 곳인데.. 더구나‘식구처럼 지내며 일하자’하는 고용주와의 껄끄러움을 감수하고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이 계약서 작성률 16.5%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75.6%는 월 단위 급여를 받고 있었습니 다. 이는 별도의 휴게시간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노동시간이 파트타임보다 상대적으로 길어 고 용주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한 고용조건이 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소득노출을 꺼리는 저소 득 한부모 여성들의 경우 언제까지 자신이 임노동 종사자로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정 금액의 수입이 있을 경우 탈락하게 되는 수급권에 대한 불안이 사회보험가입을 꺼리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과 이로 인해 이 여성들의 경우 더욱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학교급식실은 일반 식당노동보다 나은 조건으로 알고 있었습니다.‘일찍 끝나지, 방학있지, 그리고 학 교잖아’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성노동자1인이 150여명의 학생들의 밥을 담당하고 있으며, 냉∙난방 전혀 안 되는 계단 밑 빈 공간을 막아 만든 휴게공간, 사고를 당해 병원치료를 한다 한들 분 명히 존재하는 산재보험 쉬쉬하며 쓰지 못하게 하는 기막힌 현실, 아이 졸업식 때문에 미리 휴가신청 을 했어도 대체 해 줄 인력이 없을 때 한 사람 빈 상태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 동료들이 힘들어 알기에 포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학생 수가 줄면서 고령자, 근무평점, 화합을 저해하는 사람 등등의 해고 기준으로 줄줄이 해고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윤행연 민노총 학교비정규직 단일노조 고 양지회장의 울분에 가까운 지정토론은 모두를 아연실색케 했습니다. 이렇게 발제와 토론이 이어지는 동안 간간이 들려오는 안타까움의 한숨 소리와 공감의 박수들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토론회 장소를 마련하고 회원들에게 공지하는 내내 얼마나 관심을 가져줄까 마음 졸였으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 지키 고 앉아 함께 하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애써 동의자들을 구하고자 했던 활동의 한 축을 세운 기분이었 습니다.

이제 2012년을 준비하며 고양시만의 모범식당 기준을 만들어 정책제안을 해보려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많은 일들은 올해 함 께한 회원들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또한 식당여성노동자를 부르던‘아줌마’ ‘여기요’ 가 아닌 새로운 호칭 확산 운동에 본부, 지부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지역 내 여성들의 주 요 일자리로서 좀 더 진전된 식당노동 환경이 만들어지는 현장에 있으렵니다. 회원 여러분 ~~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더욱 기대되는 새해가 되길 빕니다. 그리고 함께해서 행복한 민우 활동이 되길…

이정아 ● 일단 일 저지르고 보는 좌충우돌파, 머리 안되니 몸이 고생하는 딱 그 유형. 그래도 좋다네요

2011. 11∙12 45


�일시: 11월 18일(금) 오후 12:00~ 9:00 �장소: 밍호프(일산동구 장항동 라페스 타 먹자골목 엔담플라자 5층)

송년의 밤 일년을 마무리하며 만남과 소통의 장 �일시: 12월 15일(목) 저녁 7:00 �장소: 미정

서울남서여성민우회

광주여성민우회 광주

남서

다솜누리 문화체험 가을 단풍나들이

영화모임 하얀리본

�일시: 11월 3일(목)

�일시: 11월 16일(수) 오전 11:00

�장소: 내장산 및 곡성 기차마을

�장소: 목동 CGV

오롯이 즐기는 색깔여행 양천넷 식생활교육

지부소식 www.womenlink.or.kr

여성폭력피해자 지원 상담원들의

식생활 교육조례 및 교육을 위한

전문성 강화

네트워크 구성 설명회

�일시: 11월 15일(화) ~ 12월 2일(금)

�일시: 11월 22일(화) 오후 4:00

�장소: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및 상담소

�장소: 행복플러스 가게 3층 강당

인권학교 시설 상담원

송년회

(월촌중학교 정문앞) 인권 감수성 교육

활동가와 소모임 회원들 모두 모여

고양파주

�일시: 12월 20일(화)

지난 일 년 추억하기!

지역아동센터 [꿈틀이] 공간안정화를

�장소: 다솜누리

�일시: 12월 9일(금) 저녁 6:00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장소: 남서여성민우회 사무국

위한 송년후원행사 [꿈틀이 날개 달기, 지는 해 보내기]

성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과정

지역아동센터 [꿈틀이]는 정발산동에

�일시: 1월 31일~2월 14일 (주6일)

독서모임

있습니다. 함께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문의: 가족과 성상담소

로마인 이야기 1~15권

밝고 예쁜지 벌써 4년이 지나왔습니다.

�교육비: 30만 원

�일시: 11월 7일, 21일

2011년의 전세대란은 아이들이 있는

12월 5일, 19일

공간도 비켜가질 않네요. 여러분의 따

(첫째, 셋째 월요일)

뜻한 후원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오전 10:00

군포여성민우회

�장소: 남서여성민우회 사무국

해마다 회원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

군포

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자리로

회원토론회 [사회적기업탐방보고 및

마련했던 송년회를 올해는 [꿈틀이] 공

민우비전을 말하다]

간 안정을 위한 후원행사와 함께 꾸미

사회적기업 탐방보고 & 토론회

기로 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동행에

�일시: 11월 23일(수)

동북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장소: 교육실

육아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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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여성민우회


[사유하는 부모, 희망의 교육을 만든

�일시: 11월 10일(목)

다.] 라는 주제로 교육 강좌를 엽니다.

�장소: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 4층 돋움터

�강사: 고병헌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장소: 명석면 관지리 아동∙여성 폭력 추방 캠패인 노래공연. 퍼포먼스, 꽁트, 거리행진 등

�일시: 11월 22일(화) 오전 10:00 �장소: 나무야나무야(방학매장 뒤)

2011년 원주여성민우회 송년회

�일시: 11월 25일(금) 오후 3:00

�정원: 선착순 15명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네요~

�장소: 대안동 차 없는 거리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못 뵙더 얼굴들 달맞이와 함께 보는 여성영화

보며, 즐겁게 한 해를 마무리 해요.

성폭력가해자 교정∙치료 프로그램

영화 풍산개

�일시: 12월 미정

성폭력가해자 교육

�일시: 11월 28일(월) 오전 10:00

�장소: 원주여성민우회

�일시: 11월 30일(수) ~ 12월 23일(금)

�장소: 민우회 교육장

(2회) �장소: 진주교도소

도봉구 성폭력 안전도 모니터 결과 발

인천여성민우회

전체 운영위원 워크샵

표회

인천

�일시: 12월 6일(화) 오전 10:30

도봉구 지역 초등학교의 학교보안관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밥상

�장소: 진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

운영과 주민들이 느끼는 성폭력에 대

10주년 기념 재정사업

한 안전도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일시: 12월 9일(금) 오전 11:00 ~ 오후 9:00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한 지

‘해야 해야’지역아동센터 제2회 독서 문집 발표회

역을 만드는 고민을 함께 할 모니터

�장소: 부평구청 구내식당(청사 7층)

�일시: 12월 16일(금)

결과 발표회를 합니다. 관심 있는 분

�참가비: 만 원

�장소:‘해야 해야’지역아동센터

들의 참여 바랍니다. �일시: 11월 29일 (화) 오전 11:00 �장소: 미정

진주여성민우회

춘천여성민우회

진주

춘천

상담원수련회 마음치유프로그램

회원만남의날

�일시: 11월 15일(화)

신입회원들과 만나서 가벼운 산행하기

�장소: 김옥희 미술치유상담소

�일시: 11월 19일(토)

원주영상미디어가 위탁기간 만료됨에

알뜰 살뜰 번개시장

�장소: 남산면 문배마을

따라, 원주민예총이 위탁 운영하게 되

애물단지를 보물단지로 변신시키는 날!

었으며, 원주여성민우회도 함께 합니다.

�일시: 11월 19일(토)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내방

�장소: 신안동 주공1차 분수대

발표하기

박신양숙 사무국장님과 이야기도 하고

11월회원만남의 날

�일시: 12월 22일(목)

내년 원주여성민우회 사업 정보도 얻

고추장 담그기

으러 갑니다~

�일시: 11월 23일(수) 오전 10:30

원주여성민우회 원주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위탁운영

오전 10:00 ~ 오후4:00

오후 2:00 ~ 4:00

달팽이지역아동센터 [동지찻집행사] 송년회 겸 지난 활동들을 가족과 함께

저녁 7:00 ~ 8:00 �장소: 달팽이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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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알림

한국여성민우회 3/4분기 결산보고서 (2011년 1월 1일 ~ 9월 30일) (단위 : 원)

명랑性생활백서 워크북

Ⅰ. 수입내역

금액

회비수입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와 회원 물결, 용가리의

후원금

애정과 고민이 듬뿍 담긴 워크북이 나왔습니다.

사업수입

당당한 성적의사소통 문화를 확산하고

기타수입

정확한 성 지식을 유통하기 위해서~!

163,497,300 88,437,850 1,889,000 1,198,351 수입합계

명랑한 성 생활에 필요한 알찬 정보들과 그동안 선보였던 웹툰들까지 예쁜 디자인으로 모두 엮었습니다.

255,022,501

Ⅱ. 지출내역

금액

청소년, 성인 누구나 성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쉽게 얻고

인건비

스스로의 성적의사결정능력을 키울 수 있는‘워크북’ !

복리후생비

2,354,790

만나고 싶으신 분은 나루 3층 상담소로 놀러오세요~ ^-^

사무용품비

2,056,970

사무행정 잡비

2,063,480

사회보험금비

14,091,175

신입회원 여러분 반가워요! 2011년 10월 중순 ~ 11월 중순

김나리(1) 김나리(2) 김선미 박효금 손지연 유 나 이정미 강석주 강선란 강선주 강현아 구자경 구지원 권기범 권기순 권혜민 김경복

김경은 김기덕 김명옥 김미영 김보순 김순흥 김영란 김예숙 김은숙 김정민 김주원 김지운 김진숙 김혜리 김혜옥 김홍렬 동희선

류지은 박금자 박명종 박미정 박민국 박성형 박소민 박소정 박송이 박은미 박중구 박혜복 백현영 서경희 설경순 소세현 송미은

송숙영 송승은 신수연 심상희 안숙자 양선미 양승희 엄순영 여유진 오현미 유서연 윤선애 이복희 이상임 이서연 이서원 이성경

이소은 이순래 이영심 이예열 이정숙 이종인 이지원 이현숙 임경진 임연자 임예찬 정영미 정인열 조바다 조선미 조세영 조지영

주범선 주선화 주 지 진은경 채성희 천수경 천예진 천유진 최미희 최원석 최윤미 최종헌 최진숙 추은혜 타 란 허 은 허현숙

회비 인상 캠페인에 함께해 주신 회원님 감사합니다! 2011년 10월 중순 ~ 11월 중순

166,120,660

소모품비

1,338,250

연대활동비

2,420,628

제세공과금

2,807,180

지급수수료

1,865,025

지급이자

10,585,241

통신비

4,818,390

회의비

1,169,670

나루운영비

3,521,041

정보홍보사업비

24,361,507

조직활동비

16,741,720

정책연구교육사업

2,623,530

재정사업비

51,418,840 지출합계

Ⅲ. 당기수지차

310,358,097 -55,335,596

※ 2009년부터 분기별로 <함께가는 여성>과 민우회 홈페이지에 결산 보고서를 게시합니다. ※ 2011년 2/4분기 결산보고서는 민우회 홈페이지 게시로 대신합니다.

김민균, 노재윤, 박인필, 신진희, 안동춘, 조연주, 최윤선 반송된 우편물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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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에 기부금영수증이 발송될 예정입니다.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가 변경되셨다면 알려주세요. ※ 변경해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선물을 드려요. 문의 : 반차별회원팀 / friend87@womenlink.or.kr / 02-737-5763


百年佳偶 [백년가우] 한평생(平生)을 같이 지내는 아름다운 민우회 친구

평생회원은 100만원의 회비를 한번에 후원해 정회원이 되는 회원제도입니다. 2011년이 다 가기전에 민우회의 백년가우, 평생회원님이 되어주실 따뜻한 당신을 기다립니다. 문의 : 회원팀 friend87@womenlink.or.kr / Tel. 02-737-5763 후원 : [국민] 813-25-0011-869 (예금주 : 한국여성민우회)

유경희(생기) 2000년, 2002년 평생회원

회원 여러분, 민우회의 스위치를 켜주세요. 2011년 한 해 동안 민우회가 펼쳐온‘이야기’ 가 있는 활동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딸깍! 스위치가 켜지는 그 순간의 선명함으로 2012년을 준비하려 합니다. 총회를 상상하니 벌써 눈이 오는 것 같아요. 1월 28일에 꼭 만나요!

한국여성민우회 제25차 정기총회 2011년 1월 28일(토), 1시, 한국사회복지회관 6층 대회의실 (지하철 5호선 공덕역 6번 출구) 총회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 오시면 총회참가신청서 다운받으시고 이메일 friend87@womenlink.or.kr 로 보내주시거나, 전화로도 02-737-5763 가능합니다~


Korean WomenLink

참여하는여성이아름답다! 여성이웃는다! 세상이웃는다! 고용평등상담 T. 02-706-5050 F. 02-736-5766 미디어운동본부 T. 02-734-1046 F. 02-739-1047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T. 02-739-8858 F. 02-736-5766 상담 02-335-1858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T. 02-581-1675 F. 02-3679-2202 개포매장 T. 02-445-8703 반포매장 T. 02-537-8703 잠실매장 T. 02-417-8703 상암매장 T. 02-304-8703 낙성대매장 T. 02-883-8703

서울남서여성민우회 T. 02-2643-1253 F. 02-2643-1252 생협 사무실 T. 02-2643-5016 신정매장 T. 02-2643-6060 목동매장 T. 02-2643-6077 방화매장 T. 02-2662-6088 구로매장 T. 02-861-6090 철산매장 T. 02-2682-6073 서울동북여성민우회 T. 02-3492-7141 F. 02-3493-9221 생협 사무실 T. 02-3492-7140 방학매장 T. 02-3492-9999 중계매장 T. 02-934-7999 창동매장 T. 02-900-9958 삼각산매장 T. 02-945-8897

Korean WomenLink (121-847)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3층 Tel 02-737-5763 Fax 02-736-5766 E-mail minwoo@womenlink.or.kr 홈페이지 www.womenlink.or.kr 블로그 http://womenlink1987.tistory.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menlink 트위터 @womenlink

고양∙파주여성민우회 T. 031-907-1003 F. 031-907-5009 상담 031-919-1366 생협 사무실 T. 031-918-9774 주엽매장 T. 031-919-1774 마두매장 T. 031-902-3774 덕양매장 T. 031-938-9774 후곡매장 T. 031-919-9854 광주여성민우회 T. 062-529-0383 F. 062-529-0384 상담 062-521-1366 성폭력쉼터 T. 062-462-1366

군포여성민우회 T. 031-396-0201 F. 031-394-2343 상담 031-396-0236 원주여성민우회 T. 033-732-4116 F. 033-744-0113 인천여성민우회 T. 032-525-2219 F. 032-525-2256 진주여성민우회 T. 055-743-0410 F. 055-746-9771 상담 055-746-7462 생협 사무실 T. 055-746-7925 평거매장 T. 055-746-7077 춘천여성민우회 T. 033-255-5557 F. 033-243-9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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