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회원문의 02-737-6050 팩스 02-736-5766 / 02-739-8871
호
고용평등상담 02-706-5050 팩스 02-736-5766 / 02-739-8871 미디어운동본부 02-734-1046 팩스 02-739-8871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02-739-8858 팩스 02-736-5766 / 02-739-8871 상담 02-739-1366~7 한국여성민우회 생활협동조합 02-581-1675 팩스 02-3679-2202 서울남부여성민우회 02-459-3519 팩스 02-3411-3519 서울남서여성민우회 02-2643-1253 팩스 02-2643-1252 매장 02-2643-6060 서울동북여성민우회 02-3492-7141 팩스 02-3493-9221 생협 02-3492-7140 생협매장 02-3492-9999 고양여성민우회 031-907-1003 팩스 031-907-5009 매장 031-919-1774 상담 031-919-1366
2007.1.2 www.womenlink.or.kr
광주여성민우회 062-529-0383 팩스 062-529-0384 상담 062-521-1366 성폭력쉼터 062-462-1366 군포여성민우회 031-396-0201 팩스 031-394-2343 매장 031-396-0261 상담 031-396-0236 원주여성민우회 033-732-4116 팩스 033-744-0113 인천여성민우회 032-525-1123 팩스 032-525-2256 진주여성민우회 055-743-0410 팩스 055-746-9771 매장 055-746-7077 상담 055-746-7462 춘천여성민우회 033-255-5557 팩스 033-243-9746 상담(노동) 033-254-2155
참여하는여성이아름답다! 여성이웃는다! 세상이웃는다!
제20차 정기총회와 모람한마당 민우ing 청소녀가 신나는 체육시간, 이제 시작이다 운동 -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아자, 걸파워! 쟁점과 현안 호�호� 캠페인을 추억하며 끝나지 않는 사건, 계속되는 질문 직군분리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대안일 수 있는가
Korean WomenLink (110-102)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Tel 02-737-5763 Fax 02-736-5766 E-mail minwoo@womenlink.or.kr 홈페이지 www.womenlink.or.kr
사진에세이
2007년은 민우회가 꼭 스무 살이 되는 해!
민우회스물잔치가이제시작됩니다~! 생활 속에서 시작되는 여성운동, 생활의 가치와 문화를 바꾸는 운동, 자신과 세상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간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민우회의 스무살은 특별합니다. 2007년 민우회의 스무 살, 여러분들과 함께 즐겁게! 뜻깊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20년 민우회 운동의미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전망을 밝히는 운동사 발간!
회원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민우회원 한마당! 민우 쑈!쑈!쑈! � ‘건강한 여성이 아름답다!’ 걷기 대회와 팔씨름 대회 � ‘여성이 웃는다 세상이 웃는다’ 사진전
영상으로 민우회 활동을 볼 수 있는 민우다큐 제작!
아트홀이 떠나가라 우리는 웃었다 웃음으로 날려보낸 모든 묵은 것들,
회원들의 글을 모아 ‘웃어라, 여성!’수필집 발간!
민우회의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기금사업!
웃음이 채워준 새롭고 신선한 기운. 그래 이렇게, 다시 시작이다!
민우회 20주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톡톡!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해주세요! 민우회가 꼭 한번 했으면 하는 대중캠페인이나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세요!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2007년 민우회 스무살 여행도 회원님들의 참여와 후원 없이는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민우회 스무살 여행, 함께 하실거죠? 민우회 20주년을 함께 꾸려갈 서포터즈를 모집합니다. 2007년, 소중하고 다채로운 경험으로 채워 보세요!
www.womenlink.or.kr
14
30
45
2007.1�2 02 민우ing 02
청소녀가 신나는 체육시간, 이제 시작이다 _ 타기
04
운동 -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_ 편린
06
아자, 걸파워! _ 정은지
09 민우칼럼 창 ● 여성운동의 기록보존시스템 마련, 시급하다 _ 권미혁 11
제 20차 정기총회와 모람한마당 11
2007년 민우회, 20주년을 즐겁고 화끈하게!! _ 박봉정숙
14
[프롤로그] 발산과 소통의 즐거움, 그리고 연대
15
하나, 핵심요약! 제20차 정기총회
16
둘, 작은 불편, 더 큰 행복! 회원실천 캠페인 - 기꺼이 불편해 지기
17
셋, 회원상 수상자와의 특별 인터뷰 - 이 분들, 궁금하셨죠?
19
넷, 회원의 눈으로 본 총회 - 소다의 정기총회 탑승기 _ 소다
20 쟁점과 현안 20
호�호� 캠페인을 추억하며 _ 다라
23
끝나지 않는 사건, 계속되는 질문 _ 이임혜경
26
직군분리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대안일 수 있는가 _ 최진협
28 국제통신원 ● 자식은 마환麻煩!? - 중국의 출산문화 이야기 _ 최혜선 30 문화산책 - 읽자! 보자! 놀자! ● 마법을 부릴 수 없는「마법사들」_ 홍하이영 32 평동 사무실에서 ● 안식년, 그 후! _ 여진 34 모람풍경 34
서른 즈음에 쓰는 두서없는 넋두리 _ 가락
36
어느 여성주의자의 영어공부 _ 박혜란
40 생협이야기 ● 자연주의 생활법 _ 김묵순 42 모람활동
44
42
[접속 해외사이트 : 그들도 우리처럼] 선택의정서? 그런 것도 알아야 해? _ 바닥
43
모람알림, 회원팀 알림
민우알림 44
민우회 20주년 특집 예고편을 소개합니다
45
민우스케치
46
지부소식
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유경희, 권미혁, 최명숙 편집인 정은숙, 박봉정숙 발행일 2007년 2월 15일 통권 177호 편집위원 권미혁 권수현 김희정 박봉정숙 손봉희 이인화 최정은영 주영은 디자인 일탈기획(02-2275-8447)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
민우ing
청소녀 프로젝트 - 체육시간을 바꾸자
청소녀가신나는체육시간, 이제시작이다 타기 ●
새해 1월 초 어느 날 서울∙경기 일대의 중고등학교에 체육선생님 앞으로‘청소녀가 신나 는 체육시간을 위한 체육교사 길라잡이(이하 길라잡이)’ 가 배달되었다. 이것은‘청소녀 프 로젝트, 체육시간을 바꾸자’ 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길라잡이를 펼쳐 보면, 사회에서 청소녀들이 뛸 공간이 없고, 공간이 있어도 따가운 시선 을 받는다면 그것이 바로 편견이므로 이를 직시하도록 안내한다. 일부 선생님들은 청소녀 들의 운동 의지부족을 종종 말하지만 민우회가 만난 청소녀들은 운동을 하면서‘직접 부딪 쳐 깨닫는다’ ,‘알이 배겨도 또 하고 싶다’ 고 말한다. 그렇다. 체육은‘직접 몸으로 느끼고 내외적으로 성장하는 것’ 이라서, 더 많은 청소녀가 하루빨리 이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청소녀의 체육활동 욕구를 드러낼 수 있는 편견 없는 환경을 만들고 청소녀들이 지속적으 로 운동하는 계기를 만나게 해야 한다. 또한 학교체육이 바뀌도록 길잡이가 필요하다. 그 리하여 우리는 체육선생님에게 청소녀 체육활동 인식조사와 여러 번의 간담회를 거쳐 얻 은 청소녀의 솔직한 목소리와 체육선생님들의 제안이 담긴 이 길라잡이를 제안하고자 하 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청소녀들이‘으악’ 하고 소리 지르며 뛰어보기만 해도 어떤 희열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누군가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기를 원하며’ ,‘운동기술 이 익숙하지 않을 땐 배려해주고’ ,‘피구 대신 다양한 종목을 배우고 싶어’ 하는 청소녀의 2
목소리는 우리 현실이 청소녀들에게 운동을 통한 작은 희
수 있기에 더욱 중요하다.
열조차 제대로 주지 못함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체육시간
길라잡이의 말미에 실린‘피드백 모음’ 을 활용하여 선생
에 선생님들이 생리와 생리통 등을 모른 척하지 않고, 체
님이 청소녀 눈높이에 맞춰‘못한다고 부끄러워 마라, 선
육대회가 남들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여자농구, 여자축구
생님도 못하는 종목이 있거든’ 이라고 말한다면 청소녀는
종목도 있으면 좋겠다는 청소녀의 소박한 목소리는 청소
피식 웃으며 잠자는 자신의 운동능력을 깨울지도 모른다.
녀에 대해 오해하거나 고민하고 있을 선생님들에게 즐거
지금 청소녀에게는 부단한 과정을 통해‘네 몸이 느끼고
운 고민거리를 안겨줄 것이다.
땀을 흘리는 과정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말해줄 사람이 절실하다. 또한 청소녀 스스로 몸의 건강을 확인하고 만끽
체육선생님들이 청소녀의 좋은 멘토가 되는 길은 체육시
하기 위해 운동할 권리가 있음을 다짐하는 것도 무엇보다
간을 운용할 때 쓰는 작은 팁에서 시작한다고 민우회가 만
중요하다.
난 체육선생님들은 얘기한다. 우선, 체육수업에 투기 종목 을 배치하여 청소녀들이 호신술 같은 방어훈련을 통해 자
유엔에서‘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기 몸을 조절하는 힘에 대해 느껴보도록 한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기 위해서’만든 여성차별철폐협약2)은
예를 들면 달릴 때 머리카락에 신경을 쓰는 등 타인의 시
10조 G항에서‘스포츠와 체육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선을 의식하는 습관을 가진 청소녀가 있다면 공을 안고 뛰
를 확보하도록 당사국에게 요구하고 수 있는 동일한 기회’
게 하는 것과 같은 작은 아이디어를 내놓아‘어쩔 수 없이’
있다. 우리나라가 이 협약에 서명한 것이 이미 83년의 일
몰입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생님들이 여러 번
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다.
강조하는 제안은‘힘을 주는 피드백’ 이다. 가령 게임규칙
민우회의‘프로젝트’ 는 끝이 났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체
을 학생들과 함께 정하고, 팀 내에서 학생에게 지도자 역
육활동에 대한 오래된 통념도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이것
할을 주어 서로 가르치게 한다면 그 과정은 또래를 역할
은 청소녀 체육활동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변화의 출발점이
모델로 삼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학생 하나하나
될 것을 믿는다. 그러니 선생님, 청소녀 모두가 함께 100
의 체육경험을 듣고, 체육일기를 써서 스스로 목표설정을
미터 출발선에서 엉덩이를 세우고 달려보자. 준비~땅!
하게 하고, 여자스포츠 종목을 관람하는 과제를 내주기도 하고, 수업평가를 쪽지로 받으며, 선생님이 동료들과 청소 녀 체육수업에 관해 함께 논의하여 방안을 찾아간다면 체
타기 ● 나에게‘체육시간 프로젝트’ 는
육시간 그 자체가 훌륭한 피드백이 되어 청소녀들이 운동
어느날 갑자기‘급호출’ 을 받아 그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
과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는 청소녀가 운동경험
헤어나지 못했으니까. 지금도 체육시간 프로젝트 금단증세에 시달린다. ^^;;;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한 봉달, 키라, 해송, 편린, 정화쌤의 마력에서
을 쌓고, 청소녀 운동장할당제1) 등 제도 도입으로 연결될
1) 미국의 아이오와 대학에서는 여성들이 뛰고자 하는 경우 체육관 코트 사용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다. 이와 비슷한 제도로 청소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운동장의 1/3은 여학생만이 사용할 수 있다.’ 는 내용의‘운동장할당제’ 를 고안해볼 수 있다. 2) CEDAW(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흔히‘씨다우’ 라고 불린다. 이와 관련한 글이 이번 호에‘여성주의영어자 료읽기모임-바닥’ 이 담당하는‘접속 해외사이트 _ 그들도 우리처럼’ 에 실려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2007.1∙2 3
민우ing
청소녀 프로젝트 - 체육시간을 바꾸자
운동- 자존감을높이는 가장좋은방법 편린 ●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다들 멋쟁이에다 할 일이 많아 보인다. 한동안 우울한 감상에 젖어있어서 그런지 나를 빼고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들 잘나 보인다.‘예전의 나는 이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보니 요즘의 나는 유난히 자존감이 떨어져서 그 런 것 같다. 생각해보면 자존감은 사람들이 저마다 제멋에 살게 하는 중요한 삶의 요소인 데 나는 지금 자존감을 경험할 일이 없어서 이렇게 우울함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인지 모 른다. 미용실에서 샴푸를 할 때, 나는 그 미용사로부터 굉장히 케어 받는 느낌이 든다. 나를 조심 히 다뤄주고, 헹굼을 하는 동안 내 머리를 보듬어 줄 때 상당한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기분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 때때로 미용실에 가거나 네일케어를 받으 러 가는 것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기분 좋은 경험을 통해서 자존 감을 높이려고 하면 경제적으로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경제적이면서도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 았는데 내게는‘운동하기’ ,‘성과 있는 일 해내기’ ,‘선의의 행동하기’같이 것들이 떠오른 다. 그중에서 내게는‘운동’ 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당장 운동을 하 고 싶어졌다. 4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시절의 여러 경험을 통해 일찍이‘깨우쳤거나 성장했는지 혹은 상처받았는지 ‘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한 사람의 생에 몸의 경험이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센터나 운동장, 그곳이 어디든지‘운동’ 을 하러 나가기까
식들은 내가 성장하는 동안 자아를 발견하는데 원동력이
지는 자신을 향한 집중과 성의가 좀 필요하겠지만 일단 마
되었다. 나는 몸을 통해서 굵직한‘앎’ 을 경험했고 이것을
치고 나면‘운동’ 만큼 자기만족도가 높은 게 또 있을까?
바탕으로 여태껏 살아오며 자존감을 쌓아왔던 것이다.
몸을 위해 움직이다 보면 그동안 숨겨져 있던 여러 감각과 감성들이 깨어난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다보면 호흡의 희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시절의 여러 경험을 통해 일찍이‘깨
열을 느낄 수 있고, 팔다리의 움직임에 집중해 보면 온몸
우쳤거나 성장했는지 혹은 상처받았는지’ 와 같은 이야기
의 활력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살아있음의 짜릿함이랄
를 하는 걸 보면, 한 사람의 생에 몸의 경험이 얼마나 크게
까…. 혹시나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면‘나는 외부의 시선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원초적이지만 결국
을 얼마나 의식하는가?’ 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땀을 통
몸을 통한 경험은 한 사람의 삶-건강, 자존감, 자아정체성
해 노폐물이 배출될 때는 영혼마저 맑아지는 것 같아 신이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나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엔 나를 위해 이렇게 운동하는
학술적으로도, 운동을 하면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하는 물질
자신이 얼마나 값진 사람인지도 알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특정 운동에 중독되는 사람들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운동’ 은 쉽게(의
있다는데, 꼭 그러한 기제가 아니더라도 운동은 건강과 움
지가 따라준다면)‘자존감을 높이는 좋은 방법’ 이라는 확
직이는 동안 새롭게 만나게 되고 변화될 수 있는 자아를
신이 든다.
위해서라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을 것이다. 현자가 말하길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 했지 않는가? 자존감도 회복하고
오늘날까지 자존감 높은 영혼으로 살아온 나는, 어린시절
또 다른 자아를 만나서 신나게 살아야 할 나는 이제 밖으
동네에서 엄청나게 놀았던 경험에서 그 기원을 찾아본다.
로 나가서 힘껏 달리며 우울함을 벗어내고 자존감을 높이
흔한 놀이지만 나는 구슬치기, 비석치기, 고무줄, 얼음 땡,
는 삶을 다시 살아야겠다.
총싸움, 미니 올림픽, 다방구 등과 같은 놀이를 통해 친구 들과 관계를 맺었다. 비록 애들 놀이였지만 그 시절의 놀 이에서 나는 많은 것들(구슬치기에서는 신중함, 비석치기 와 고무줄에서는 과감함, 얼음 땡에서는 전력질주와 순발
편린 ●
력, 총싸움에서는 넓은 시야, 미니 올림픽과 다방구에서는
‘다양한 움직임의 경험은 그만큼 여성의 삶을 확장시킨다’ 는
전술 전략)을 배웠다. 나아가서 이때 몸으로 경험했던 지
음악에 맞춰 춤추는 것을 좋아하며, 중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고 있다.
믿음을 갖고 많은 여자들과 운동하며 살아가고 싶은 편린.
2007.1∙2 5
민우ing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교육
아자, 걸파워!
정은지 ●
10대 소녀가 꿈에서 깨어난다. 깨어보니 무척 아름다워져 있다. 그리고 그렇게 원하던 쌍꺼풀이 생기다니 그녀의 꿈이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친구들은 미팅에 나오라고 하고 과일가게 아저씨 는 덤도 준다. 지나가던 남학생들은 그녀의 모습을 핸드폰 동영상으로 찍기도 한다.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을 위한 청소년 영상작품, 유나영 학생의‘미추환몽’중에서>
민우회에서는 지난 2006년 외모지상주의 인식개선 교육‘13-18 걸파워 프로그램’ 을 진행 하였다. 이 프로그램에는 13-18 청소녀 교육, 10대들 스스로 외모지상주의 문제를 극복하 고 대안을 마련하는 영상작품 제작, 청소녀를 대상으로 한 외모 인식 설문조사 등의 내용 이 포함되어 있었다. 2,000여명의 학생들을 교육하고 설문 조사하고 가능한 재미있는 강 의안을 구성하고 짬이 없는 아이들을 채근해가며 영상을 제작했던 지난 1년은 숨 가쁘고 아찔한 시간이었다. 이제 2006년 걸파워 프로그램을 되돌아보며 민우회가 10대 청소녀를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외모가꾸기’열풍이 거세지면서 여성들에게 거울보기는 때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지난 2004년 마리프랑스가 아시아 6개국 여성의 외모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여성들 이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 경우는 21.3%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만족도는 아시아 국가 6
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에 도브에서
(40.4%)’ ,‘외모로 성공한 연예인을 볼 때(23.7%)’ ,‘외모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여성은 자신이 스스로 아름답다고
가 뛰어나 학교에서 인기 있는 친구를 볼 때(16.6%)’외모
느끼는 경우가 1%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수치 역시 아시아
가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성형
국가들 중 가장 낮았고 성형 욕구는 53%로 가장 높았다.
수술을 하는 이유는‘자기만족을 위해서(37.2%)’ ,‘사회생 활에 유리하므로(24.3%)’ ,‘외모로 주변의 주목을 받고 싶
여성들에게 비만은 이제 어떤 질병보다 큰 재앙이고 내 몸
거나 받고 싶지 않아서(21.7%)’ ,‘취직 등에서 불이익을 받
의 지방은 곧 나의 적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외모에 만족
을 수 있으므로(11.0%)’등으로 답변하였다. 성형수술의
하지 못하는 여성의 자신감을 높인다는 이유로 미용성형
이유에 대해 자기만족일 것이라는 답변이 많았지만, 외모
수술은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모
로 인한 이익이나 불이익, 취업 시의 차별에 대해서도 아
열풍에 휩싸여 있는 것이 비단 성인 여성들 뿐이랴. 자라
이들은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외모
나는 10대 청소녀들 역시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차별의 문제와 10대 연예인의 증가, 또래 문화 속에서 흔
크게 다르지 않다. 걸파워 프로그램은 이런 사회 환경에서
하게 이뤄지는 외모 차별 및 평가 등은 청소녀들의 외모콤
자라나는 10대 청소녀들이 성장기 자신의 몸을 부정적으
플렉스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 보는 것을 극복하고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회복하여 개 성을 갖고 당당히 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교육이 끝난 후, 78%의 청소녀는 인식이 변화했다고 답했 다. 사람을 외모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로 보게 되었고,
2006년 걸파워 프로그램이 이뤄지기 전 청소녀 2,000여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도 만족하게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신의 외모에 만
이러한 인식변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자신
족한다고 답한 학생은 13.7%밖에 되지 않았다. 청소녀들
과 친구들의 장점 찾기, 다이어트와 성형에 대한 오해를
의 52%는 이미 미용성형수술을 고려하고 있었다.‘외모가
풀어보는 진실 혹은 거짓 퀴즈,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남성
내게 얼마나 중요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 95%가 50점 이상
과 여성의 몸 그려보기 등을 진행하였고 이러한 내용을 통
이라고 답하였다. 이러한 설문을 통해 청소녀 역시 외모가
해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내 안의 외모
자신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는 것
에 대한 인식이 어디에서부터 온 것이고 어떠한 문제가 있
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들에게 외모가 이렇게 중요
는지’다양한 토론과 참여수업 속에서 아이들은 느낄 수
할까?
있었다.
외모로 인한 이익과 불이익을 당하는 것 봤을 때 외모가 중
교육프로그램 외에 10대 청소년들이 스스로 외모지상주의
요하다고 느낀다.
인식을 극복하도록 하는 영상을 공모하였고 쌍꺼풀 없는 여고생의 콤플렉스를 그린‘미추환몽’ , 예쁜 사람과 못생
청소녀들은‘외모로 불이익이나 이익을 당하는 것을 볼 때
긴 사람에 대한 편견을 그린‘호모루키스트’ , 아름다움에 2007.1∙2 7
민우ing
지상주의 열풍 속에서도 꿋꿋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나무 를 싹틔웠다는 것은 큰 수확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채용 시 이뤄지는 외모차별에 대 한 규제방안이 사회적으로 논의되었다. 영국에서는 이미 케이트 모스 같은 마른 모델이 10대 청소녀의 거식증을 유 발한다고 지목되어 사회적 규제가 논의되었고 스페인이나 ▲ 청소녀가 느끼는 남녀의 이상적인 몸
이탈리아에서도 마른 모델에 대한 규제가 진행된 것처럼, 우리 사회에도 이제는 이러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
대한 사회적 기준변화를 그린‘미’ s 꼬레아’등이 제작되
히 취업에서 이뤄지는 외모차별과 미디어에 대한 규제는
었다. 또한‘미추환몽’ 의 제작과정을 담은‘나영이의 도움
절실하다. 누군가가 성형이나 다이어트로 죽거나 한국 여
닫기’ 도 교육용으로 제작하였다. 이 작품들은 외모지상주
성이 성형을 많이 한다는 식의 흥미위주 보도가 아니라,
의 인식개선 교육을 위해 활용되고 케이블 등에 배포될 예
성형수술이 그렇게 증가하는데도 외모에 자신 없는 여성
정이다. 영상작품들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외모콤플렉스,
이 계속 증가하는 사회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편견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그려내고 있
필요하다.
다. 쌍꺼풀을 만들기 위해 눈이 붓도록 아이참(쌍꺼풀이 지도록 눈꺼풀에 붙이는 테잎)을 붙이는 여고생,‘예쁜 애
착하고 소중한 것, 이타적인 것도 외모가 결정짓는다고 믿
가 뭐든 잘하지?’ 라는 편견을 깔고 있는 에피소드 등은 현
는 사회 속에서 여성, 남성, 노인, 청소녀 그 누가 외모 가
재의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다시금 인식하도록 한다.
꾸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이뤄져야 할 변 화 외에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내가 정말 소중하다
지난 1년 걸파워프로그램이 결실을 맺기 위해, 교육을 담
고 느끼는 사람을 왜 사랑하는가이다. 외모가 소중해서,
당하는 강사와 진행팀 모두 구슬땀을 흘렸다. 한 달 여 간
훈훈해서, 아니면 몸매가 이타적이어서~? 빛나는 사람을
의 강사 워크샵, 강의시연, 강의안 제출 등을 거의 몰아치
만드는 것은 외모만이 아니다.
는 일정으로 진행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외모지상 주의 인식개선’ 이라는 교육의 주제였다. 누군가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외모열풍이 거센 사회에서 교육을 나가는 강사와 진행팀도 우리안의 외모 지상주의부터 검토를 해 보아야 했다. 이런 저런 어려움도, 사건도 많았지만 이번 프로그램으로 2,000여명의 청소녀들의 마음에 자긍심을 키워주고 외모 8
정은지 ● 한국여성민우회 교육팀 활동가 비와 수다를 좋아하는, 로맨틱한 삶을 꿈꾸는 dreamer.
민우칼럼 창
민
우회가 어언 스무돌이 되었다.
아쉬운 점은, 그나마 민우회에선 꽤 남
게 없었다고 하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까
그래서 20주년을 기리기 위한
기려고 노력했음에도 1차 자료가 너무
울 것이다.
다양한 사업을 준비중이다. 우리나라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펴냈던 기
여성운동 역사의 적어도 한 페이지는
관지, 자료집, 평가서 등을 토대로 집필
활동의 기록과 보존에는 우선 이 업무
민우회가 쓰고 있다고 착각하며 사는
위원들이 작업하고 있지만 당시를 복원
를 전담할 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 그
나는 스무돌 행사 중에서도‘20주년
하기엔 한정된 자료 때문에 어려움이
리고 기록을 보존할 유, 무형의 공간과
운동사 펴내는 사업’ 을 제일 기대하고
많다. 그래서 상당부분 활동 경험자들
여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민운동의
있다.
의 구술에 기대게 되는데 문제는 구술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오로지 기록만
할 당사자들 대부분이 당시의 일을 희
을 담당할 상근자를 둘 수 없는 형편이
모든 역사서술이 그렇겠지만 사료가 잘
미하게 기억하고 있는데다 심지어 적합
다. 또한 대부분의 단체가 당면과제를
보관되어 있어야 제대로 된 서사가 나
한 구술자와 연락이 닿지 않기도 한다
해결하기에도 벅찰 만큼 격무에 시달리
온다. 지난 20년 동안 민우회가 해온
는 점이다.
고 있어 자료수집과 보존은 뒤로 미뤄
엄청난 일의 양을 생각하면 아이템만
1차 자료가 이렇게 부족한 데는 과거
지기 마련이었다.
나열해도 A4용지를 한참 넘길 것이다.
독재정권 시절, 정부의 사찰을 피하기
거기에 매순간의 치열한 고민과 평가까
위해 가능하면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올해 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지 생생한 육성으로 남아있다면 여성운
했던 전통도 작용했지만(초창기 민우회
협의회가 20주년이며, 평화여성회는
동사에서의 기록적 가치는 상당하리라
도 서대문서에서 담당형사가 수시로 들
10주년이다. 민우회 생활협동조합은 2
본다. 이런 과정은 여성운동 후배들에
락거렸었다) 기록을 분류, 보존하는 시
년 후 20주년을 맞는다. 또한 올해는
게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스템의 부족도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87년 6월 항쟁이후 20년이 되는 해이
아니 더 엄밀히 말하면 그동안 이런 관
다. 개인적으로 당시 6월 항쟁 전후해
리에 비용을 들일 만 한 여유가 우리에
서 여성들이 어떻게 싸웠고 그 성과가
여성운동의 기록보존시스템 마련, 시급하다
권미혁 ●
그런데 막상 운동사를 정리하면서 보니
2007.1∙2 9
민우칼럼 창
지금의 여성운동에 어떻게 이어지고 있
아놓는 것 이전에 동시대에 같이 운동
점을 반성하면서, 역사적 줄거리를 따라
는지를 쓰고 있는데 이 부분은 자료가
을 하는 우리들도 자신의 사업에만 매
가는 통사적인 방식이 아니라 몇 가지
더욱 없다보니 어려움이 많다.
몰되어 여성운동의 각 시대별 점검과
주제별로 서술하는 방식으로 정리하고
의미부여를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
있다. 예를 들어 민우회 운동의 논쟁사,
사정에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대부분
다. 현재 여성운동은 한편으로는 서로
리더쉽, 생활과 지역운동, 그리고 생협,
의 여성단체에서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
간의 차이를 드러내며 또 한편으로는
가족, 노동(노동파트는 따로 떼어‘20주
을 겪고 있으리라 본다. 해서 이참에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분화하여 가
년 여성노동운동사’ 로 정리되고 있다),
여성운동의 기록보관시스템을 공동으
고 있다. 이같은 분화와 다양화가 추세
섹슈얼리티와 건강, 미디어운동 등.
로 구축하는 것에 대해서도 잠시 고민
라면 더더욱 여성운동이 어디로 향해가
이같은 서술방식은 자칫 딱딱해지기 쉬
해 본다. 자료의 기록, 보관에 만만치
고 있는지에 대해선 서로 소통하고 확
운 역사기록에 재미를 줄 뿐 아니라 주
않은 자원이 들어간다는 점을 생각할
인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제에 따라 여성운동을 재구성해볼 수
때, 한 단체의 역량만으로는 어렵지 않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된
을까 싶기 때문이다.
현재 민우회 20주년 운동사는 그간의
다. 따라서 민우회운동사가 완결되면
게다가 사료의 선택 자체에 이미 일정
운동사 정리가 대부분 몰성적이거나 단
그 성과가 여성운동뿐만 아니라 사회운
한 철학이 담겨있는 것인데, 자료를 쌓
일한 범주로서 여성을 다루고 있다는
동 전체와 공유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이같은 운동사의 집필을 계기 로 연말에 민우회의 모든 단위들이 모 여 올해 운동을 정리하고 꼭 남겨야 할
활동의 기록과 보존에는 우선 이 업무를 전담할 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
자료의 목록을 같이 짜고 그것을 어떻
그리고 기록을 보존할 유, 무형의 공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게 보관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장을 만
시민운동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로지 기록만을 담당할 상근자를 둘 수 없는 형편이다.
그나저나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과연 가능하긴 할까? 그래도 힘들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은 해야 할 것 같다.
권미혁 ● 한국여성민우회 공동 대표. 밥과 찌개를 좋아하는 그녀, 빨강색을 좋아하는 그녀, 특히 민우회와 여성운동을 사랑하는 그녀
10
제20차 정기총회와 모람한마당
2007년 민우회
20주년을즐겁고화끈하게!! 박봉정숙 ●
해
는 어김없이 또 바뀌었고, 올해를 작년보다 더 잘 살아보고자 우리는 새로운 계획 을 또 세웁니다. 2007년은 민우회가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87년, 대중여
성운동의 깃발을 올린 민우회, 깃발아래 모이기보다 서로가 깃발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과 다채롭고 튼튼하게 엮어보고자 했던 20년이었습니다. 올해는 그 서로의 깃발의 색을 다시 펼쳐보고, 우리의 깃발들이 무슨 색으로 어디로 펄럭거리게 할 건지 누구와 그 깃발을 나눌 것인지를 돌아보며 새롭게 만들어가는 해가 될 것입니다. 민우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되, 박제된 기념이 되지 않기 위한 재창조 작업을 모색할 2007년의 민우회, 올해 이렇게 살아 가려 합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민우회 창립 20주년 활동입니다. 그 의미를 강조하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근데 우리 생각이겠죠?…하하하…쩝…) 그래서 87년 민주화대투쟁 당시 창립된 민우회 그간의 활동이 전체 운동에서, 여성운동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 고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많은 여성들이 민우회와 함께 해온 그 동력은 무엇이었는지, 과거의 민우회와 함께 했던 사람들과 지금 민우회를 함께하
2007.1∙2 11
첫째, 무엇보다도 민우회 창립 20주년 활동입니다. 두 번째, 올해는 조직강화가 필요한 해입니다. 세 번째, 여성비정규노동자 평등노동권확보를 위한 대응활동, 여성건강권 확보를 위한 체육교실, 호칭문화 개선을 위한 호락호락캠페인2 등 성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사업입니다.
제 20 차 정 기 총 회 와 모 람 한 마 당
는 사람들의 여성운동과 민우회의 활동에 대한 상과
기록하고 전망하는 책(섹슈얼리티, 재생산권, 노동,
기대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미디어, 생협, 지역, 가족대안운동, 리더쉽 등으로 구
함께 미래를 구성할 건지가 바로 올해의 가장 중요한
성)과 영상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일 같습니다. 누구는‘왜 10년 단위로 무언가를 기념
또한 조직체계 및 조직내 소통, 대중과의 소통방식
해야 하는가’ ,‘왜 21주년 22주년, 혹은 17 주년 이럴
등에 대한 그림그리기를 위해 비전위원회(가칭)가 만
때 하면 안되는 거냐?’ 라며 귀여운(^^;) 불평을 하기
들어졌습니다. 비전위원회는 민우회의 조직적 변화
도 하지만, 불평해봐야 소용없습니다. 21주년을 기념
및 분화, 통합, 발전방향을 보다 잘 논의하고 만들어
하면 아무도 안 알아주기 때문이죠. 음냐.
갈 수 있도록 기획, 조직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20주년을 회원, 대중들과 기뻐하고 기념하고 축하하
12
는 행사가 5월과 창립월인 9월에 있습니다. 5월 13일
두 번째, 올해는 조직강화가 필요한 해입니다.
에는 걷기대회와 팔씨름대회, 전시회 등 민우회 20주
작년 민우회는 정말 쉼없이 달려오며 다양한 정책사
년을 함께 즐기고 축하하는 행사는 물론 민우회 새둥
업들을 해냈습니다. 하지만‘회원확대’ 라는 기본사
지를 마련하기 위한 커다란 기금행사도 함께 한답니
업을 충실히 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
다. 이런 의미있고 재미나는 잔치에 민우회 모든 회
다. 그래서 올해는 본부 400명을 포함, 민우회 전체
원들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상암월드컵공원
적으로 3,065명의 회원을 확대하고 각 지역에서 지
에서 할 예정이니 5월 13일! 꼭 메모해두세요. 지갑도
역여성운동의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조직강화의 한
열어두시구요.(^^) 아참, 민우회 새둥지 이야기는요,
해로 만들 것을 다짐해봅니다.
현재 종로구 평동사무실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었
그리고 2007년에는 무려 5개지부에서 대표들이 새
습니다. 오늘 낼 공사한다고 매일 불안한 소문이 돌
롭게 선출되었습니다.(축하합니다!!) 조직에 새로운
고 있는 상황이라서 전세든, 집 장만을 하든 민우회
아이디어와 생동감이 넘칠 것이라는 기대도 생기지
는 올해 집을 구해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랍니다.
만 한편으로는 조직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위해 서로
9월에는 20주년의 운동을 평가하고 미래운동을 전
많이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각오도 필요한 상황인 것
망하는 심포지엄이 있습니다. 이때 민우회 20년을
같습니다.
따라서 보다 안정적으로 기반을 마련하고 활동이 풍
출발하여 1년동안 멋지게 활동한 미디어운동본부!
성해질 수 있도록, 그래서 각 지역에서‘여성’ 의제를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미디어운동의 확립을 위해 올
발굴하고 여성운동을 확산시켜 가는데 각 민우회 지
해 더 열심히 뛰어보려고 합니다. 올해는‘방송통신
부가 핵심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자 합
규제기구개편’ ,‘한미FTA체결’등 급격한 외적 변
니다.
화 속에서 수용자의 권익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 도록 정책감시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핵심적 활동으
세 번째, 여성비정규노동자 평등노동권확보를 위한
로 잡았습니다. 현업과의 연계를 통해 성인지적 방송
대응활동, 여성건강권 확보를 위한 체육교실, 호칭문
심의 가이드라인 수정 및 확산작업도 하구요. 작년에
화 개선을 위한 호락호락캠페인2 등 성차별 해소를
심혈을 기울이고자 했지만 미흡했던 영상제작, R&T
위한 정책사업입니다. 특히 올해는 모든 여성들이 함
운영을 올해 다시 시도해보고자 합니다.
께 공감하고 이해가 모아지는 일상속의 차별문화바
이제 부설독립 3년차를 맞아 안정기에 접어든 성폭력
꾸기, 성평등의식 확산하기 등의 활동들을 계속해 나
상담소! 생리주기팔찌 구슬을 꿰는 수공업노동으로
가면서 여성내 차이에 기반한 과제를 발굴하고 사회
멀티플레이어 상근자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
의제화하는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같은 정책과 법제
죠. 올해는 일상속 성폭력문화바꾸기, 성폭력법정사
도라도 여성이 어떠한 계층, 계급, 상황에 놓여있냐
용문구(공소장 등)에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에 따라 그 효과는 다릅니다. 그 차이에 주목하여 보
반영되어 의례적으로 사용되는 문구를 바꿔내는 경∙
다 여성들의 삶에 밀착한 구체적인 활동을 하고자 합
검찰 이렇게 할수 있다 프로젝트(가안), 당당한 성∙
니다. 그 예로, 작년 정부의 비정규보호법통과이후
안전한 성∙즐거운성 거리캠페인 등 성폭력적인 문화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소식이 여기저기서 더 많이 들
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만들고 대안을
려오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성별화가 가속되고 있
모색, 실천하고자 합니다. 또한 회원활동의 전문성 강
는 상황에서, 고용형태로 인한 차별금지, 동일가치노
화 및 안정화를 위해 상담원 모임, 성교육연구모임 등
동동일임금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비정규여성노동
다양한 영역의 회원활동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자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올해 민우회 활동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회원 위 모든 사업이 민우회본부(사무처, 부설기관)가 혹
여러분들이 함께 하실 것이기 때문에 별로 두렵지는
은 본부와 지부가 올해 함께 하고자 하는 사업의 방
않습니다. 멋지고 화끈한 20주년을 만들어 낼 수 있
향이자 사업내용이지만, 이외에도 독자적인 계획을
을 거라 믿으며 2007년을 희망차게 열어 봅시다.
가지고 있는 부설기관의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살 펴보겠습니다. 먼저 미디어운동본부! 작년 야심차게 부설기관으로
박봉정숙 ● 요즘 지구의 온난화를 심각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따뜻한거 좋아하지만,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잖아. 그죠?
2007.1∙2 13
제 20 차 정 기 총 회 와 모 람 한 마 당
제 20 차 정 기 총 회 와 모 람 한 마 당
발산과소통의즐거움, 그리고연대 2007년 1월 28일, 한국여성민우회 제20차 총회와 모람한마당이 막을 열었습니다. 이번 총회는‘모람한마당’ 과 함께 1박 2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정기총회는 의안 심의와 회원상 수상 등으로 차분히 진행되었 으나, 모람한마당은 민우회활동알기 빙고게임으로 시작해 팔씨름대회를 거치면서 열기를 더해 가다가, 각 지부가 열정의 무대를 준비한‘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 에서는 기어이 무대와 관중석이 혼연일체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민우회 홈페이지의 재미 난 총회 후기를 클릭하세요). 그리고 숙소에 둘러 앉아 이어진 끝나지 않는 이야기, 이야기… 발산과 소통의 즐거움과 그 안에서 의 연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민우회 전망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진 후,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님을 초청한‘한국사회 진단 및 전 망찾기’강연을 끝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마쳤습니다. 헤어지는 순간까지 팔씨름 대회 우승자인 장희정 님의 경이로운 팔힘과, 춘 천지부 선생님들의 빤짝이 스커트, 또 사회를 맡아주신 최현희 선생님의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멘트와 지윤정 회원님의 유려한 진 행솜씨가 두고두고 회자되었습니다. 자~ 이제, 2007년 민우회의 제20차 정기총회, 그리고 모람한마당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14
핵심요약! 제20차 정기총회
총회 1부
● 2006년 사업, 결산(안) 보고와 승인, 그리고 김양희, 김경애 선생님의 꼼꼼한 감사 ● 이인실(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님과 조희연(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님을 신임이사로 선출 ● 중앙위원회 구성과 부설기관에 대한 정관 개정 ● 김포여성민우회 자진해산 의결 ● 2007년 사업계획, 예산(안) 보고와 승인
제 20 차
▲ 정은숙 사무처장의 2006년 사업보고
총회 2부
정 기 총 회 와
▲ 이사로 선출되신 조희연, 이인실 선생님
모 람 한 마 당
● 감사패 증정 (2006년까지 열심히 활동해 주신 지부 대표님들께) 임선숙 님(광주), 권명애 님(군포), 김인숙 님(동북), 박현조 님(원주), 박영숙 님(생협) ● 평등다지기상 성 평등 사회를 향한 디딤돌을 놓아주신 정영임 님 ● 희망다지기상 민우회 살림을 풍성하게 해주신 김유임 님 ● 함께가는 회원상 박주경 님(고양), 김영준 님(춘천), 김현회 님(본부), 이원형 님(본부) ● 함께가는 모둠상 서울동북여성민우회 풍물패‘다푸리’ , 인천여성민우회‘막힘과 트임’ , 민우회본부‘여성주의영어자료읽기위원회-바닥’
▲ 감사패 증정
▲ 함께가는 회원상(김영준 님)
2007.1∙2 15
춘천여성민우회가 제안한 회원실천 캠페인‘기꺼이 불편해지기’ 는
작은 불편, 더 큰 행복! 회원실천 캠페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생활 속의 지혜들을 활용하고
기꺼이 불편해지기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삶의 방식을 찾아내고 스스로 실천하는 운동입니다. 민우회 모든 회원이 한 해 동안 열심히 실천해 보자고 굳게 다짐했답니다. 2007년 한 해, 기꺼이 불편해짐으로써 보다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 20 차 정 기 총 회 와 모 람 한 마 당
● 자기 컵 가지고 다니기
● 걷기 생활화하기 - 대중교통 이용하기 - 한 정거장은 걸어다니기 - 엘리베이터 타지 않기
● 젓가락 가지고 다니기
16
●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 내복입기
● 재래시장, 동네가게 이용하기
● 면월경대 사용하기
● 장바구니 사용하기
● 일주일의 하루 TV 끄기
● 출신지역, 학력, 나이 묻지 말기
● 열심히 듣고, 천천히 말하기
회원상 수상자와의 특별 인터뷰
이 분들, 궁금하셨죠?Ⅰ
작년 한 해 민우회를 빛내 주셨던 수많은 회원님들이 계시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사연이 궁금 한 두 분이 계십니다. 회사의 성차별적 승진체계와 직급정년의 부당함에 맞선 5년간의 싸움과 승소로 성평등의 디딤돌을 놓으신 정영임 회원님, 그리고 총회에서 감동적인 퍼포먼스로 장내 를 숙연하게 만들었던 인천여성민우회 소모임‘막힘과 트임’ 과의 심층 인터뷰.
평등다지기상
정영임회원과의인터뷰
■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45세 정년퇴임 규정에 걸려서 또 퇴직한 상태예요. 5년 전 일을 다시 겪어야 할 것 같아요.
■ 민우회와 함께 이러한 일들을 겪으시면서 느끼신 점이 있 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 민우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어요?
여성들의 처지가 많이 개선됐다고들 하고, 또 여러 가지 제도 개
2001년 12월에 40세 직급정년 규정으로 퇴직하고 나서, 부당하다
선도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여전한 것 같아요. 여성들은 여
는 진정을 내었는데 세 차례나 계속 기각됐어요. 그렇게 3년을 보
전히 회사에서 보조적인 역할, 주변인으로 여겨지는 거예요. 그리
내고 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에서 변호사가 여성단체의 도움을
고 복직하고 나서 느낀 건데, 남성들은 나이 들어가면서 조직에
요청해 보자고 했고, 2004년에 민우회와 만나게 되었죠.
서 더 중요한 사람이 되어 가는데 여성들은‘나이 먹는 것이 죄 다’ 라는 느낌을 가지게 해요. 이런 분위기가, 한 사람 한 사람이
■ 민우회가 도움을 좀 드렸나요?
그냥 개인의 일로,‘나 하나 참고 말지’하고 넘어갔던 것이 누적
그럼요.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들, 공론화나 언론 보도, 그런
된 결과 같아요. 그러다 보니 나처럼 그런 것을 참지 않고 이야기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기억에 남는 것은 협조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취급 당해요. 원인 제
한 뒤에 민우회가 처음으로 연 토론회1)인데, 토론회 개최 후에
공을 한 것도 회사고, 부당한 것도 명백히 회사인데, 마치 내가
이 사건을 보는 여러 시각들이 언론에 발표되고 그랬어요. 저 혼
특별하고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말이죠.
자서는 내놓을 수 있는 근거자료에 한계가 있잖아요. 새로운 자 료가 없으니까 첫 판례를 뒤엎기도 힘들었던 거고. 그런데 이 문
■ 상 받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제가 공론화되면서 나오는 의견들이 제 주장에 대한 새로운 근거
사실 의외였어요. 상은 민우회 활동 열심히 한 사람이 받아야 하
자료가 되어 준거예요. 승소 판결에 그 영향이 컸다고 봐요. 작년
는 건데. 나는 오히려 민우회한테 도움을 받은 사람인데, 내가 이
7월에 승소판결이 났고, 8월에 복직했습니다.
상을 받아도 되나. 미안한 마음도 들고.
■ 민우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우회한테는 고맙죠. 제 생각을 지지해 주고, 함께 목소리를 내줘서 많이 고마워요. 근데 앞으로 또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네요.^^;
1) 민우회는 2004년 10월 7일 긴급토론회‘정영임 40세 직급정년사건, 왜 성 차별인가?’ 를 열었습니다. 정영임님의 사례발표와 조순경 이화여대 여성학 과 교수의 주제발표(직급정년제와 간접차별), 양현아 서울대 법대 교수와 김 수정 변호사의 토론으로 진행되었으며 여러 매체에 기사화되어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7.1∙2 17
제 20 차 정 기 총 회 와 모 람 한 마 당
회원상 수상자와의 특별 인터뷰
이 분들, 궁금하셨죠?Ⅱ
함께가는 모둠상 - 인천여성민우회 소모임
‘막힘과트임’ 의 이경희선생님인터뷰
■ 모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제 20 차 정 기 총 회 와
■ 다른 작품도 있나요?
작년 인천여성민우회에서 열었던 '여성의 몸, 연극으로 치유여행'
‘여성의 막힘과 트임’ 이라는 퍼포먼스가 있어요. 여성은 태아 때
프로그램 수강생들이 모여 여성주간 공연준비하면서 만들어진
부터 막힘이 있다는 것으로 시작해서 트임을 향해 가는 내용이에
팀이예요. 지금 여섯 분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연극하시는 분, 동
요. 뱃속에 있을 때부터 딸이란 걸 알면 실망하고 그러잖아요. 성
화구연하시는 분, 민우회 생협에서 활동하시는 분 등 다양해요.
인이 되어서는 일과 가정에서 여러 가지 막힘을 경험하고. 이 퍼
또 다들‘막힘과 트임’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
포먼스에서 트임은 상대적으로 적게 표현되어 있는데, 그것은 한
하고 계세요.
두 번의 시위나 집회로 문제들이 일소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해요. 트임의 과정이 있을 뿐이지, 한 번에 확 풀리지는 않잖
모 람 한 마 당
■ 어떤 활동을 해 오셨는지 소개해 주세요.
아요.
여성주간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 요집회에서 공연하고 있구요,‘평등한 일∙출산∙양육 캠페인’
■ 상 받으면서 어떠셨어요?
등 인천민우회나 시민단체의 캠페인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10
기쁘죠. 작년에 처음 생겨서 퍼포먼스 공연 시작 한 후로 여러분
월에 있었던‘아줌마 문화축제’ 에서 칠공주 코스프레로 버금상을
들이 호응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책임감도 많이 생기고 자존감
타기도 했어요.
도 높아지고 그래요. 이러한 격려와 지지가 자기성장의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보람도 많이 느끼고. 앞으로 활동에 더욱 책임감
■ 총회 때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분들이 눈시
을 갖게 되네요.
울을 적시셨어요. 공부도 많이 하고 위안부 할머니들 직접 만나면서 이야기 들으면
■ 앞으로의 활동계획이나 비전이 있다면?
서 두 달 넘게 준비해서 만든 퍼포먼스예요. 사실 우리가 그거 만
지금까지의 두 작품은 여성 현실의 어두운 부분들을 드러내는 면
들 때 많이 울었어요. 그 안에 우리 자신의 경험과 상처를 쏟아내
이 강했어요. 앞으로는 조금 더 밝은 작품을 만들어 표현해 보려고
기도 했고, 또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이었거든요. 그런 자기치유와
해요. 인형극도 해 볼 계획이구요.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진정성 때문에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집회와는 1회성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연대를 만들어 가려고 해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문화홍보위원회 위 원장으로도 활동하게 되었구요. 그리고 지난 해 활동하면서 여성 문화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장기적으로는, 여성문화를 발 전시켜나갈 수 있는 여성문화센터의 기반을 만들고 싶어요.
갑작스런 인터뷰에 성의있게 응해주신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올 한해 더욱 활발한 활동 기대합니다~!
18
회원의 눈으로 본 총회
소다의 정기총회 탑승기 :
운전자의마음으로총회에참가하다 지윤정(소다) ●
운
전을 시작하고 나서 생긴 습관이 있다. 상상 속에서 브레이크, 엑셀을 번갈아 밟으며 내 운전습관을 운 전자와 겨루어 보는 것이다. 때로는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못 이겨 더 심한 멀미를 느끼기도 한다. 똑
같이 차에 올라탔지만 운전자의 마음과 탑승자의 마음은 다르다. 전망과 목표를 갖고 주도적으로 길을 여는 운전자는 멀미를 느낄 틈이 없다. 작년에 맨 처음 총회를 참석했을 때 내 마음은 탑승자였다. 뚜렷한 목적도, 명확한 기대도 없이‘구경 한번 해 보자’ 였다. 그래서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축파티의 들러리가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그에 비하면 올해는 운전자의 마음이었다. 누가 운전하라고 운전대를 넘겨 준 건 아니지만 1년의 모람활동이 내게 스스로를 총회의 운전자로 자리매김 시켜주었다. 각 지부의 동지들은 얼마나 오셨을까, 행사가 재밌어야 할 텐데, 떡은 맛있어야 할 텐데, 주무시는 방은 따뜻하려나… 등등 운전자의 눈으로 보니 챙기고 싶은 게 많 아졌다. 작년과 달라진 건 내 마음뿐이었는데 총회 프로그램은 하나하나가 추억이고 감동이었다. 특히 모람세상 한마당에서 각 지부별 장기자랑 시간에는 눈물과 웃음으로 범벅이 되었다. 어설프면 어설픈 대 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서로 소탈하게 웃어제낄 줄 아는 너그러움이 가득한 자리, 그것이 바로 소통이고 교 감이고 어우러짐이었다. 그 또한 구경꾼으로 보았다면 그리 까르르 재밌고 신났을까? 참가자 모두 운전자의 마음으로 함께 가꾸고 함께 챙겨내는 시간이었기에 더욱 흥겨웠을 것이다. 누구나 다 경험했겠지만 초보운전 때는 라디오 소리가 잘 안 들린다. 운전에 온 신경을 쓰느라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도, DJ 멘트도 듣지 못한다. 오로지 운전에만 총력을 기울이느라 여념이 없다. 반면 노련한 운전자는 운전하며 음악 듣고 경치 보고 때에 따라 방향도 튼다. 내년 총회에 한 가지 더 바램을 갖는다면 노련한 운전자였으면 하는 것이다. 계획된 프로그램 그 이상의 소통 과 의미, 참가자의 마음과 대중의 욕구를 헤아려 반영하는 자리가 되기를, 그래서 운전자 모두 가고자 하는 목 적과 전망을 함께 거둬가기를 소망해본다. 소다 ● 모람한마당 빙고게임과 팔씨름대회 사회를 맡아주신 소다님의 프로급 진행솜씨에 장내에는 감탄의 술렁임이 끊이지 않았다지요? 소다님의 소중한 관심과 참여에 감사드립니다.
● 민우회원여러분, 총회의 마침과 함께, 드디어 민우회 달력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 모두모두 더 행복하시고, 보람찬 한 해 만 드세요~!! (상근활동가들의 한해 시작과 끝은 총회를 기준으로 합니다. 총회준비로 워낙 바빠, 총회가 끝나기 전에는 한 해를 마무 리하는 휴식을 취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죠.^^;;)
2007.1∙2 19
제 20 차 정 기 총 회 와 모 람 한 마 당
쟁점과 현안
호�호�캠페인을 추억하며 다라 ●
‘여성이 여성에게 쓰는 호칭 바꾸기, 호�호�캠페인’ 은 12월 말 온라인사이트 를 오픈하고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호�호�캠페인’ 은 평소 사용하는 호칭 들이 결혼 제도 속에서 불편하게 다가온 경험 사례를 모집하고 드러내어 가족 내 호칭들이 가족관계에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가족 내 개인과 개인이 보다 평등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부르면 부를수록 즐거운’대 안 호칭을 함께 찾아보고자 시작된 캠페인 입니다. 1월 초, 주요 일간지에 캠페인 관련 기사가 실리면서 방문자가 급속히 늘며, 특 히 비방과 욕설, 악성 루머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이 문제와 함께 논쟁위주의 선정적인 언론보도, 진행상의 문제 등으로 인한‘며느리’ 의 어원 논쟁비화 등으
벌
써, 옛날 일이 되었다. 빛의 속도…까지는 아니지만 못지
않게 빨리 집중되었다 흩어지는 누리 꾼들의 관심이 호락호락 사이트에서 떠난 것이. 하지만 아직도 호락호락 사이트를 접속할 때면 가슴이 두근거 리면서 그새 습관이 된 긴장과 불안이 마음을 스친다.
로 캠페인의 취지가 흐려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제안으로 토론방을 개설하고, 안팎의 부단한 노력으로 어원논쟁과 욕설∙비방글의 불길
출근, 3개월 만의 일이었다. 똥글 처장
을 잡아 사이트 운영을 정상화 하였습니다.
이 의연하게‘이정도 백러쉬(backrush:
캠페인 취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게시판 내에 욕설∙비방글에 대해 자정노력
여성운동에 대한 역공세)는 예상했
을 기울여 주신 많은 누리꾼들께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 라고 말할 때, 나는 충격으로 연신
온라인게시판에는 캠페인의 충분한 근거가 되어 준 가족호칭에 관한 생생한 경 험과 의견들이 올라왔으며, 호칭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습 니다. 또한 사회적 쟁점이 되어‘다음’ 과‘인터넷 한겨레’토론방에서 찬반투표 가 진행되는 등 불평등한 가족 호칭에 대한 문제점이 공론화 되었습니다.
뻐끈한 뒷목을 두드렸다. 대표님들이 여유 있게 웃으며‘군가산점 폐지운동 때도 대단했었지.’하실 때, 나는 이상 하게 식욕이 없고 등과 어깨의 원인모 를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는 정
20
말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근신’ 과의 조우에 못지않게
요하고 사소한지를 자신이 결정할 수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하루 동안에
내게 중요한 사건은, 댓글을
있다는 태도는 분명 오만한 것이다.
수백 개가 넘는 글들이 올라오고 실시
통해 여성운동에 대한 적나라한 사회
더군다나 자신의 판단이 그 억압을 경
간 댓글이 달렸다. 상근자들의 출퇴근
적 통념과 마주한 일이었다. 물론 잠시
험하는 당사자의‘외침’ 을 배제하고
에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누리꾼도
게시판을 뒤덮은 글들이 사회의 평균
있음을(이런 글의 아래위로 특정 호칭
있었다. 퇴근하면 집에서 맛난 치킨
적인 인식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 사용이 불쾌하고 불편하다는‘당
사드시라는, 게다가‘껍질은 벗기고
상당히 세력화된 인식집단이 형성되
사자’ 들의 사례와 주장들이 올라와
드세요’ 라는, 격려인지 비아냥인지
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렬하
있다), 바로 그것이 그 억압을 재생산
알 수 없는 글에 황당해 한 적도 있었
고 일방적이었던 첫 만남에서, 이들이
하고 있음을 털끝만큼도 성찰하지 못
다. 댓글에 진지하게 대응하면 내용과
내뱉은 것들 중 일부는 내게 말을 걸어
하는 이런 말들은 충분히 불쾌하다.
상관없는 조롱과 비아냥이 되돌아왔
왔다. 대답하려고 애썼고, 함께 생각해
때로는 노골적인 욕설글보다 더욱.
고, 위트와 재치로 대응하면‘장난하
보고 싶었던 몇 가지를 적어 본다.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사건에 대한 기
냐’ 며 화를 냈다.(-_-;) 대응하지 않
게시판을 잠시라도 둘러본 분들은 알
사를 읽던 중에‘불쌍한 구녕들… 여
으면 논리에 자신이 없는 거라며 또
겠지만 이 캠페인이 다루는 내용이
성부는 뭐하고 있는지 쯧쯧…’ 과같
조롱이 붙었다. 이것 참… 어찌해야
‘사소하고’ ,‘쓸데없는 것’ 이며 세상
은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여성가족부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에‘더 중요한 문제’ 가 많으므로 그에
든 사회단체든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
대책이 안서는 게시판 상황에 당황하
더 집중하라는 내용이 참 많았다. 이
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는
고, 도를 넘어서는 일부 누리꾼들의
런 충고는 상당히 그럴듯해 보인다.
말이다. 그러나 여성들을‘구녕들’ 로
공격에 충격받으면서도, 거 참 이상
이 캠페인을‘쓸데없다’ 고 평가하는
환원시키는‘당신’ 의 시각이 바로 그
하지, 비상 등이 켜진 것처럼 눈은 반
것이, 자신이 결코 사회적 약자들에
러한 참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모른
짝, 게시판을 모니터하느라 하루종일
대한 감수성이 없어서가 아님을 드러
단 말인가.
컴퓨터 앞에 집중하고 있어도 피곤하
냄으로써 자기 방어를 할 수 있고, 동
또한‘더 중요한 문제’ 로 나열된 문제
지가 않았다. 그러면서 나도 결국
시에 이런‘쓸데없는’캠페인을 하는
들‘미혼모, 자녀양육, 성매매 여성들
‘그’ 를 만나고 말았다. 민우회 붙박이
사람들보다 도덕적으로나 사회를 바
의 새 삶터 제공…’ 을 보면, 그들이 인
신,‘야(夜).근(勤).신(神)’ 을…ㅠ.ㅠ
라보는 식견에 있어 우위에 있는 태도
정할 수 있는 여성운동은, 여성이 불쌍
(이제 그만 물러가라~물러가~! 훠이
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노골적인 성
하고 약한‘피해자’ 의 모습을 하고 있
훠이~!)
차별주의자로 판단받고 싶지 않은 사
어야 하거나,‘모성’ 처럼 자신의 권력
그렇게 호�호�캠페인은 나의 민우
람들이 즐겨 선택할 만한‘비판’ 이다.
에 위협적이지 않은 주제뿐이라는 것
회 생활에 굵직한 선을 그으며 여러
그러나 여성들이 겪고 있는 여러 형태
을 알 수 있다. 자신의 권위와 권력을
가지 추억을 새겨 넣었다.
의 억압, 고통에 대해서 무엇이 더 중
위협하고 주변의‘착한’ 여성들을 물들
‘야
2007.1∙2 21
쟁점과 현안
이는 일상적∙문화적 성차별성에 대한
러나 너무나 강력하고 절대적인 대상
문제제기는 수천 년이 지나도 그들에
(군대-국익-국가)에 대한 반항을 상
게‘중요하다’ 는 말을 못들을 것이다.
상조차 할 수도 없는‘착한(!)’남성들
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에게, 결국 군대는‘어른’ ,‘진짜 남
캠
또 하나는‘여자도 군대가라~!’이다.
자’ 가 되게 하는 곳으로 남는다. 그러
다. 반가워하고 지지해 주신 분들은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이 댓글은 그러
나 그러한 강박적인 순종에도 불구하
큰 힘이 되었고, 구체적인 비판과 조
나 여성주의적 이슈에 붙는‘고정 레
고 사라지지 않는 상처와 분노는, 더
언으로 부족함을 지적해 주신 분들
파토리’ 라고 한다. 게시판에서 재미(?)
쉽고 안전한 대상을 찾아 우회한다.
은 큰 도움이 되었다.
있었던 것이 있는데, 일부 누리꾼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병역기피 연예인,
호�호�캠페인이 여성들의‘피해의
된장녀, 여성운동….
식’ 에 의한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피
여성들은 사회 혹은 관습(즉,‘남성
‘말’ 속의 불평등 드러내기는 중요한
해의식’ 의 절정을 보여준 것은‘일부
들’ 이 구축한 세계)에 대한 자신들의
이슈이다. 여러분들이 짚어주신 부족
남성들’ 이었더라는 것이다.‘여성이
분노를 절대 쉽게 말하지 못한다. 자
함을 보완해, 좀 더 설득력 있는 기획
여성에게 쓰는 호칭’ 으로 캠페인 주제
신이 느끼는 부당함에 대해,‘내가 나
으로 다시 한 번 세상과 마주할 호락
를 한정했음에도, 그 먼 곳까지 일부러
쁜 년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내가
호락 캠페인Ⅱ를 기대해 주시길.
방문해 열성적으로 악플을 달고, 뜬금
너무 인내심이 없나’ ,‘불편함을 느끼
없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군대가라
는 것이 내가 잘못되어서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많은 부분‘남성’ 과‘여
~!’ 를 외치는 일부 남성들의‘피해의
끊임없이 반문한다. 여성문제에 있어
성’ 을 주어로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식’ 은 실로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다.
서‘공개적인’캠페인이 필요한 이유
갑갑하고 아쉽다. 호�호�캠페인 게
군대는 우리사회의 커다란 상흔의 대
중 하나는 자신들이‘실제로 느끼는’
시판에서 보여진 성별 동질성에 대한
량생산 공장이다. 수많은 젊은 남성들
부당함이 구조적인 모순과 연결된다
강박이 끔찍했음에도, 성별을 가로질
이 그곳에서 억울하게 죽고, 다치고,
는 것을 확인하고 그‘느낌’ 에 자신감
러 존재하는 다양한 정체성, 여성들
모욕당하고, 구타당하고, 연인을 잃
을 갖게 하는 데에 있다.
간의 차이, 남성들 간의 차이를 드러
고, 경제적 기회를 박탈당한다. 게다
우리가 지금껏 질리도록 해온 이러한
내는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분명 내게
가 그러한 박탈이 모든 남성들 안에서
자학적인 자기검열을 권하려는 것은
있는 성별적인 고정관념과 이분법적
평등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누
결코 아니다. 하지만 여성이슈에 대해
편가르기 때문일 것이다.
군가 이 모든 박탈을 고스란히 경험할
분노를 표현할 때 약간의 자기성찰이
때, 또 다른 누군가는 유유히 그‘신성
사회적으로 권장되기를 기대하는 것
한 국방의 의무’ 를 빗겨나가 연애를
은 아직 너무 이른 꿈일까. 지금 자신
하고, 돈을 벌고, 자존감을 지킨다. 그
이 내뿜는 분노의 대상과 이유가 정당
22
페인을 진행하면서 여러 분 들이 많은 의견을 들려 주셨
‘일상’ 의 옷을 입고 당연한 척 행해지 는, 그리고 그 당연함을 재생산하는
다라 ● 한국여성민우회 신입활동가 함여 원고쓰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뻔뻔한 얼굴로 다른 상근자들 원고 내놓으라고 닦달하지만 결국 항상 제가 제일 늦네요ㅠ.ㅠ
오
래 전,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열을 삭히지 못해
밤마다 울며 혼자 끙끙대고 고민하며 뜬 눈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그‘문 제’ 를 위해 내가 투여했던 마음과 정
끝나지 않는 사건, 계속되는 질문
신과 시간을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 을 정도다. 혼동과 괴로움에서 벗어 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선택한 이임혜경 ●
것이 그 사람과의 대면이었다. 그러 나 그 상황의 문제점과 내가 겪고 있 는 감정을 말로 한다고 해서 뭔가가 해결된다거나 고리를 풀 수 있을 거 라는 기대를 했던 건 아니다. 괴로운 상태에서만은 빠져나오고 싶었을 뿐
시민의신문 성폭력 사건의 개요
이다.
수차례에 걸친 시민의신문 이형모 대표이사의 성희롱에 대해 2006년 9월, 시
말문을 열었다. 쉼호흡을 하며 평정
민의신문 유관단체 간사이던 피해자가 진술서를 썼고, 2004년 11월에 발생했
을 찾고자 했으나 목소리는 떨렸고
던 시민의신문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이형모가 자신의 행위를 인정한 공문서
심장은 뛰었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를 이 진술서와 함께 시민의신문 간부 5인에게 내용증명으로 보내면서 사내에
내 감정은 격앙되어 갔고 서러움 같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에‘시민의신문 최고 경영자의 성추행사건에
은 느낌이 몰려오기도 했다. 그런데
대한 규탄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직원대책위원회’ 가 구성되었고, 직원대책위는 ‘이형모 사장 사태에 책임지고 시퇴하라’ 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형모 사장은 전 직원들 앞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 후 수 회에 걸친 이사회가 열리면서‘사표를 수리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 이 나와 표결을 통해 사표를 반려하기로 결의’ 되기도 했으나 4회 이사회에서 ‘이형모 본인이 사퇴 의사를 고수하여 9월 30일자로 대표이사 및 이사직 사표 를 수리한다’ 는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내가 말을 하는 내내 내 눈을 쳐다보 는 상대방의 눈빛으로 차분해지는 내 기분을 감지했다.‘진심으로’문제를 듣고 내 마음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 때문인 듯 했다. 얘기 중간중간 상대 방이 던진 말은 이런 것들이다.‘그런 의도가 조금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의도하지 않았 으나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다’ ,‘그 렇게 느끼고 있는 줄은 몰랐다.’흔히 2007.1∙2 23
쟁점과 현안
들 변명으로 치부될 수 있었던 이런
다. 이형모 전 사장의 지인 중에는 사
‘만약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성적인 사
말들이 변명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
건이 부풀려진 것이지 그럴 사람이
안을 이렇게 처리한다면 법원은 불필요하
로 느껴졌고, 분노와 상처라는 말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
다. 모든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을 것으
으로 똘똘 뭉쳐있던 내 마음이 풀어
고, 설사 성희롱을 했다하더라도 이
로 추정되는 피해자가, 법치주의를 채택하
지며 가벼워졌다. 이후 그 사람은 나
렇게 처리하기에는 아깝다는 말을 했
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사법적 판단에 의뢰
를 대하는 태도와 생활에서 변화를
을 것이다. 한마디로‘너무 한다’ 는
하지 않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모든 사회적
갖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것
반응이다. 이렇듯 떠도는 풍문 말고
직무를 포기하게끔 압력을 가하는 것은 과
이 읽혔다.
활자로 드러난 논평도 있다.
연 타당한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 점에선 C
값진 경험이었다. 진심으로 반성을
모간사의 가혹한(?) 요구에 승복한 이 전 대
하는 사과를 받는 것, 무엇보다도‘미
‘...이 대표가‘성희롱’ 으로 얼마만큼 큰 죄
안하다’ 는 말의 실천이 이렇게 내 분
를 저질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과문에
노와 고통을 가볍게 하고 홀가분하게
나타난 문맥으로는 그의 사회생활이 더 이
마지막 부분에 이 전 대표를 타박(?)
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 상대방의‘진
상 불가능한 것 같다. 한 인간이‘성희롱’ 으
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
심’ 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로 인해 오랜 기간 공인으로서의 생활을 순
다. 피해자가 가혹한 압력을 가했다
래,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것이다.
식간에 종지부 찍어야 할 정도로 이 사회는
는 것이다.
표도 할 말이 없긴 마찬가지다...’
정말 건강한지 시민사회단체의 알레르기 현
사건의 개요에 나타나 있듯이 이형모
상을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은 지
사건 발생 뒤 이형모 전 사장은 직원
전 사장은 지난 2001년부터 2004년
난시기 장원 씨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들 앞에서 사과문을 낭독했다. ‘시민의 신문과 시민운동 종사자들의
까지 4년 동안 4명의 직원을 성추행 및 성희롱하였고 이에 대해 자신의 행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내부 직
- 시민의신문 이형모 대표이사‘성희롱’관련 사 퇴, 문제 있다 (한국인권뉴스 최덕효 대표, 논설주 간. 2006.9.14) -
명예를 도매금으로 매도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책임 있는 모습을
원들에게‘사과’공문 발송과 재발방
보이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
지를 약속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시민의 신문 대표이사 사퇴는 물론
2006년, 이형모 전 사장은 또 다시
바로 다음 날인 9월 15일에 같은 사람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
직원을 성희롱 하였고 사과문을 발표
이 또 이형모 전 사장의 성폭력 사건
그러나 이형모 전 사장은 그 말에 잉
하고 사퇴를 한다.
과 관련된 논평을 냈다.‘사적 분쟁은
크도 마르기 전 10월, 아시아교육연
그 당시 이형모 전 사장의 사퇴를 두
가혹한 압력보다 사법부의 판단에 의
구원 개원식 사회를 보기도 하고 주
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던 것으로
뢰하는 게 합리적’ 이라는 중간제목
주총회에 나타나 사퇴를 번복하기도
안다. 내용은 사실 안들어도 비디오
아래 이런 내용이 이어진다.
하고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나
24
는 부끄러운 일을 안했다’ 며 관련 혐
황만 부끄러운 일로 번지기 때문에
을때 어려운 일이다. 해야 할 일도 지
의 일체를 부인했다. 급기야 지난 1월
(사퇴를)한 것이다.”
켜야 할 일도 많고 앞으로 성찰하고
9일에는 직원들을 상대로 1억 8천만
본인은 부끄러운 일을 안했고 현재도
반성할 일도 있는 것이다. 진정한‘사
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꽤 당당한 듯 보이는데, 글쎄, 이렇게
과’ 란 그런 것이다. 어디어디를 사임
제기했다.
몇 개월 동안의 이형모 전 사장과 그
하고 어떤 활동을 하고 하지 않고를
이렇듯 앞의 최 논설주간이 걱정한
주변인들의 행적을 따라가며 바라보
피해자나 조직과 합의할 수 있지만
만큼 이형모 전 사장은 사회생활이
는 나는 꽤나 당황스럽다. 그리고 내
무엇보다 본인이 알아야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고 물론 공인으로서
시선은 점점 가혹하고 냉정해진다.
더 중요하다. 서 있는 위치에서, 자신
의 생활에 종지부를 찍지도 않았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를 진정으로 아
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다 하는
그 정도로 이 사회가 건강하지는 않
끼는 사람이었다면 애초 가해를 했을
것이 반성이고 사과의 자세다.
다. 당신같이 가해자 걱정을 많이 해
당시 그것이‘범죄’ 이니 그만 멈추라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의 시민의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 사회는
는 말과 함께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신문의 복잡한 상황을 만든 것은‘기
이렇게 돌아간다.
보이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본적인 자세’ 라는 것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알지 못하는 당신 때문은 아닌지 반
반성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
이형모가 발표했다는 사과문에서부
성의 시간을 가져보라. 스스로 책임
은 아니다. 그러나 위 논평이 보여주
터 다시 시작해보자. 그 당시 당신은
지고 실천하는 반성의 시간을!
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가해자에게
무엇을 사과한 것인가. 그 이후부터
필요 이상으로 동정적이다. 사건을
지금까지의 행동은‘시민의 신문과
둘러싼 주변인들이 문제제기를 하면
시민운동 종사자들의 명예를 충분히
서 피해자가 감당해야하는 사회적인
도매금으로 매도’ 하고 있는 것 같은
부담보다는 한순간 흔들린 가해자의
데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하
권위에 대해 더 많은 마음을 쏟아주
다. 뭘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지도 궁
는 덕분에, 가해자는 스스로를 동정
금하고 누구에게 무엇을 사과한 것인
하게 된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
지도 알고 싶다. 당신은 반성을 위해
고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한다.
어떤 시간을 가졌나.
이임혜경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 힘든 일이 있을 때나 괴로우면 도망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주문을 겁니다. ‘그래, 이 순간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어.’
한 인터넷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근데 저 성장하고 있는 거 맞아요? ^^;
형모 전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원래
사과문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성 관련 문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
하지만 그것이 단지‘발표’ 에 끝나지
기가 어렵다. 사실은 못 밝히면서 상
않고 무게감을 갖기 위해 진심을 담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의 소식지인 [디딤] 통권 42호에 실린 내용을 일부 수정, 보완하여 실었습니다.
2007.1∙2 25
쟁점과 현안
작
년 11월 말 비정규직 관련법 안이 날치기 통과1)되자마자
이어진 소식은‘우리은행이 3천여명 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한다’ 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대 부분의 언론은 비정규직 법안의 효과 가 빛을 발하는 것으로 이야기하며 우
직군분리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대안일 수 있는가?
리은행측의‘용기있는’결단에 아낌 최진협 ●
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과연‘우 리은행식 정규직화’ 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크게 고용안 정확보와 차별해소에 있다. 우리은행 의 정규직화 방안은 비정규직의 고용
한다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승
분리하여 임금과 승진체계를 성차별
안정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
진제한의 경우 역량급제 도입안이라
적으로 운용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
로 평가되고 있는 듯하다.‘비정규직
고 해서 4단계 직위체계를 4단계 역
지금까지 은행 내 여성노동자는 여행
의 정규직화’ 라는 말 이외에 정규직
량급체계로 변경하면서 자동승진을
원제도와 외환위기 과정에서 주변화,
전환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일정 자격 취득제로 바꾸고, 승진연
외부화 되었고 제일 먼저 비정규직화
아직 발표되지 않아 그 실상을 정확히
한을 늘려 근속에 따른 승진을 제한
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몇 차례
하고 있는 것이다(이는 정규직 하위
차별적 직군분리제의 피해효과는 대
공청회 등을 통해 발표된 자료를 분석
직위에 대한 업적평가에 비해서도 강
부분 여성노동자에게 미칠 수 밖에 없
해보면 우리은행의 정규직화가 고용
화된 차별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임
다. 즉, 일차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재
안정확보와 차별금지∙해소와는 거
금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별도의
편되었던 여성들을 또다시 직군분리
리가 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직군으로 분리하여 역량에 따른 차등
제를 통해 승진을 제한시키고 임금을
우리은행의 정규직화는 직군분리를
지급을 통해 저임금을 받도록 제도화
적게 준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번
병행하는 것이다. 직군분리제는 기존
시켰다. 즉, 기존 정규직에 비해 훨씬
우리은행의 직군분리제를 두고 사라
에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하는
불이익한 승진제도와 저임금을 적용
진 여행원제를 또 다른 이름으로 부활
업무를 별도의 직군으로 분리하여 별
시키는 것이다.
시킨 것에 다름 아니냐고 묻는 것이
도의 급여체계를 적용하고, 과장이상
이러한 직군분리제는 90년대 초반까
다. 여행원제와 직군분리제가 그나마
의 승진은 불가하는 승진체계를 적용
지 수많은 은행에서 행원과 여행원을
다른 게 있다면, 여행원제가‘여(�)’
26
그러나 비정규직 법안의‘2007년 7월
통해 2007년 7월부터 시행될 기간제
이후부터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무기
법에서 정한 기간제에 대한 차별처우
계약 전환 조항’ 으로 인해 더 이상 그
금지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것이 불가능하자, 무기계약으로 전환
악용된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더
하게 된 것이다. 이는 그동안 계약기
욱이 직군분리제는 정규직 대 비정규
간을 두어 고용해온 관행 자체가 불합
직으로 양극화되었던 노동자를 직군
리하였음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분리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양극화 시
그런데‘무기계약 전환’ 이 곧 고용안
킬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그리고
정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은행
그 양극화의 아래는 여성노동자들이
의‘계약직 인사관리개선안(2005.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12. 29)’ 과‘인사연수제도 개선안 공
우리은행의 직군분리제를 통한‘정규
청회 자료(2006. 7)’ 에 따르면 3년 계
직화’ 는 비단 우리은행의 문제만 아니
약을 1년 계약으로 단축하고, 개인업
라 제1∙제2금융권으로 확대되고 있
를 명백하게 드러낸 것에 반해 이번
적평가제와 개인성과급제를 대폭 확
으며, 서비스∙유통부문, 공공부문2)
우리은행의 직군분리제는 형식적으
대 적용하여 2년 이상 고용 시 무기계
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직군분리제
로 직무를 기준으로 분리한 것처럼 보
약 전환 후에도 계약해지할 수 있는
가 확대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였을
이게 하여 성차별을 직접적으로 드러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어 실질적
때와 마찬가지로 차별현실은 전혀 나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으로 고용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지지 않고 고착화될 것이다. 따라서
또한, 이번 직군분리제를 통해 정규직
는 것이 확인된다. 이는 우리은행의
직군분리제가 갖고 있는 차별적 성격
화의 대상이 되는 창구텔러, 사무지원
‘정규직화’ 가 고용안정을 확보하는
이 과연 비정규직, 나아가 여성 차별
직군, 고객관리직군 등의 업무는 상시
방안으로도 불투명하다는 것을 보여
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적으로 필요한, 그리고 숙련도가 요구
준다.
문제의식의 공유가 필요할 것으로 보
되는 업무다. 그래서 그동안 은행은
이렇듯,‘우리은행식 정규직화’ 는고
인다.
형식적인 계약을 두어 원하는 만큼 계
용안정도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
약갱신을 통해 인력을 확보해나갔다.
라, 차별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 이를
최진협 ● 한국여성민우회 상근활동가 비정규직 관련 글을 쓰면 속이 많이 상합니다. 흑-
1) 비정규직 관련법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함께가는 여성 176호「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을‘날치기’당하다」참조 2) 제주대병원의 경우‘계약직노동자 운영규정 개정(안)’ 을 발표하였는데, 이 안에 따르면‘계약직’ 을‘고용직원’ 으로 명칭을 바꾸고,‘고용직원의 근로계약은 1년으로 하 되, 재계약은 할 수 있으며, 2년 이후 계약된 직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고용을 보장한다’ 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임금수준의 경우 기본급이 근속년수 9년 이상부터는 더 이상 오르지 않게 설계되어 있고, 정규직에게 지급하는 근속수당, 정근수당, 가족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출처 - 공공부문 비정규대책본부 주최,“비정규직노동자를 내쫓는 정부 비정규대책”중「공공노조 의료연대 실태보고(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
2007.1∙2 27
국제통신원
자식은 마환麻煩?!
중국의출산문화이야기
년, 중국에서 생활한 지 10년이 넘는
답해 웃는 적이 많았다. 마침 아랫집에 중국에서 넷째
다. 2000년을 북경에서 맞이하고 한국
딸(셋째가 아들)을 낳은 한국 사람이 이사를 왔는데, 수
으로 들어갔다가 2004년 다시 북경에서 1년 반, 광동성
영장에 네 명의 아이들이 나타나면 일하던 직원들이 몰
광저우로 와서 1년 반을 생활하고 있다. 3살이던 아이가
려와 신기해하면서 구경하던 것이 기억난다. 대부분의
17살이 되었고, 20대에 시작한 중국생활이 40대에도 계
중국 사람들은 아이를 둘 셋씩 낳는 한국여자들을 참으
속되고 있으니 내 인생도 알게 모르게 중국 물이 많이
로 대단하다고 찬사를 하는데, 이들에게 자식은 마환麻
들었다.‘중국생활 어떤가요?’ 라고 묻는 질문에 점점
煩(귀찮고 번거로운!)한 존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더 할 말이 없어지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중국은 거의 30년 동안 인구억제정책으로 1가구 1자녀
두 번째 중국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건 한류열
정책을 추진해왔다. 지금껏 직장에서도 둘째를 갖게 되
풍이다. 북경은 그 사이 한국 사람들의 진출이 두드러져
면 벌금은 물론 상사에게 보고를 해야 하고 진급에도 지
왕징(望景)이라는 한국타운이 생겨났고, 한국병원을 비
장을 준다. 공산당원은 결혼 및 이혼에 대한 상세한 보
롯해 식품점, 입시, 보습학원 등 중국어를 못해도 생활
고를 당에 해야 하는데, 최근엔 가정생활이 원만한 사람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상권이 형성되었다. 시장에
이 부정부패가 적다는 통계를 내기도 했다.
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추나 열무를 배달해주는
한국은 출산율과 여성의 사회 진출율을 상대적으로 봐
발 빠른 상인이 늘어났고, 소꼬리, 삼겹살 등 구색을 갖
야 하지만(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행복하게
춘 정육점까지 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까지 유학을
키울 수 있는 환경) 중국은 사회의 양성평등과는 상관없
오고 있으니 더 말해서 뭣하랴!
이 출산 억제정책의 효과가 의식 속에 깊게 뿌리 박혀
지금은 한류스타로 얘기가 이어지는 건 일상이다. 그러
있기 때문에, 자식은 마환(麻煩)한 존재, 요즘 말로 결혼
나 맨 처음 중국에 왔을 때는‘너는 다른 한국 사람들과
도 출산도 옵션이다. 도시에선 여자들의 결혼조건이 나
달리 아이가 왜 하나냐?’ 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중의병원에서 일하는 내 친구는
한국도 중국처럼 강압적인 가족계획(計劃生育)이 시행
결혼 후 생활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 없기 때문에
되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중국으
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한다. 광동에서 만난 양옌(�
로 이사 왔으니 중국가족계획을 따르는 것뿐이라고 대
彦)은 10년 동안 사귀어 온 애인이 있지만 결혼과 동시
2007
28
은 나라다. 그런 중국이 출산율 저하 를 우려해 새로운 출산 정책을 내놓 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급격히 늘어난 노인계층 과 경제발전의 잠재적인 원동력인 노동인력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그 동안 일상에 깊게 뿌리내린 나쁜 관 행들이 쉽게 사라질 지는 미지수다.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 에 아이문제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
로 했던 정부는 그 강제적 힘과 더불
렵거니와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음
에 결혼은 미루고 있다. 또 이미 결혼
어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지금은 한
은 이미 지금의 현실이 더 잘 보여주
한 친구들은 모든 것이 소황제(小皇
의사가 된 언니가 인턴으로 일하면
고 있다.
帝) 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 아
서 하소연 하던 말을 지금도 잊을 수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넌 한국
이에게 집중되는 정신적∙경제적 부
가 없다. 낙태와 불임이 너무 만연 되
사람인데 왜 화장을 안 했냐?’ 이다.
담을 무시할 수 없고, 국가에서 보조
어있고, 피임은 모두 여자책임이라
TV를 통해서 수없이 보도되는 한국
하는 탁아소나 유치원은 중산층으로
그로 인한 부작용도 다 여자들이 짊
의 성형수술, 연속극의 고정관념, 성
올라갈수록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어지고 있는데 무슨 남녀평등이냐
형미인, 화려한 외관을 무조건 따라
더 많은 사교육비와 유학비용에 근
고…. 아직도 농촌에는 아들을 낳기
하고 좋아하는 한류가 유행인 만큼,
심이 커지기만 한다. 이로 인한 사회
위해 딸을 내다 버리거나, 부랑아처
우리도 잃어가는 무언가가 있지 않
계층간의 상대적 빈곤감도 점점 늘
럼 호적에 입적 시키지 못한 채 방치
은가 걱정이 된다.
고 있다.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변에서
문화교류는 바람직하지만 원치 않는
중국은 2002년 7가지 예외규정을 가
지금껏 같은 말이라도 아이로 인해
한파까지 덤으로 쓸려가지 않는지
진 출산정책을 발표했는데, 소수민
행복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게 된다.
족, 첫 아이로 딸을 낳은 호적상의 농
‘둘이면 두 배의 기쁨?’
민부부, 첫 아이가 장애아인 부부, 한
이렇게 말하면 돌아오는
자녀를 양육하는 재혼부부, 외동아
대답은‘하나도 충분
들∙딸인 부부 등 예외규정을 두었
해!’ ,‘너무 많아!!(꺼
지만, 북경의 경우 60%이상이 둘째
울러)’ 이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
중국은 정책(管)이
다.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역시
미치지 못하는 곳이
나 관심조차 없다.
있을 정도로 땅덩어
폭발적인 인구 증가의 억제를 필요
리가 크고 인구가 많
최혜선 ● 90년 민우회 생협회원으로 가입한 후, 고양지부에서 생협활동을 했으며 미디어 운동본부에서 미디어 강사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중국 광동성 광저우에 거주하면서 민우R&T 중국통신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007.1∙2 29
문화산책
_
읽자! 보자! 놀자!
현
재 이후에 과거가 올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현재는 미래가 되고 과거는 현재가 되는 것인가. 혹은 과거가 미래가 되어 현재의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해독불가한 말장난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바로, 지금은 현재다.
마법을 부릴 수 없는 『마법사들』 홍하이영 ●
분절할 수 없는 시간, 분해되지 않는 시선. 영화 <마법사들>1)의 내용은 이렇다. 자살한 마법사 밴드의 기타리스트 자은을 추억하기 위해 깊은 산 속 구겨져 있는 카페로 밴드 멤버들이 모인다. 카페의 주인이자 자은의 옛 애인인 재성, 자신 때문에 자은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보컬 하영, 그런 그녀를 사랑하지만 주변에서 맴돌기만 하는 명수. 시간은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르지만 시선(장면)은 현재를 미루고 과거로 회 귀한다. 둘은 동시에 흐른다. 기이한 현상이다. 단 한 번의 컷(cut)뿐인 이 영화2)는 마치 인생이 한 컷이듯 연속적으로 진행 된다. 그래서 특별한 기법도 없다. 영혼이 되어 애인의 곁에 머물며 립스틱 을 들어 거울에 글을 쓰던 <사랑과 영혼>이나, CSI 특수 분장팀이 결합했다 는 <미녀는 괴로워>에 나올법한 장면이 없다. 오히려 영혼인 자은이, 앞으로 선을 보겠다는 재성에게 꿀밤을 준다. 명수와 재성이 마실 술잔을 선반에서 꺼내준다. 재성이의 유머에 제일 큰 소리로 웃는다. 이들은 옷을 바꿔 입고 손수 파우더를 얼굴에 바르고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카페 밖으로 장소를 옮긴다. 그러면 그곳은 과거가 된다. 자은은 여전히 마약
1) 부릴 수 없는 것인지 부리지 않는 것인지 한참을 고민한 결과! 그들은 전자였다. 이유는 맨 마지막 문장에서…. 2) 컷(cut)은 화면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A의 얼굴을 보여준 후 B의 얼굴이 나온 다면 이는 두 개의 컷이 사용된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카메라가 단 한 번도 꺼지지 않 고 완성되었다. 배우는 1시간이 넘게 진행될 모든 대사와 동작을 다 외워야 하는 것이다.
30
을 하면서 자해를 하고, 연락두절이던 하영이는 명수와 함께 핫초코를 마시고 있다. 그러다가 그들이 다시 예전 의 옷으로 바꿔 입으면 현실이 되고 만다. 노래를 부르면 죽는다는 하영이와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겠다는 소심 한 명수가 자리에 있다. 감독은 전작의 작품과는 다른 공간에 밴드를 배치한다. 세 여인들이 찾아갔으나 이미 사라진 <꽃섬>이나, <거미 숲>의 터널같이 불확실하고 해결되지 않는 공간이 아니 라 실존하는‘카페’ 를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진다. 정확히 는 사람들을 버려둔다. 이곳에서는 그들이 알아서 사건을 만들고, 그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 전하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침범하는 시간은 뫼비우스
에서는 정말 폭소가 터져 나온다. 보는 내내 앞으로 옆
의 띠처럼 끝나지 않는다.
으로 구를 정도로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영화의 유머는 사회비판이나 정치적인 선과 멀고 오히려 일상적이고
애초에 모이기로 한 시간조차 정해져 있지 않은 밤은 점
사소하다.
점 진해져가고 명수는 이미 취했버렸을 즈음 휴대폰도
살아있을 때는 사과의 아삭거리는 소리에 소름끼쳐 하던
안 갖고 다니는 하영이가 폭설을 뚫고 카페로 들어온다.
자은이, (옷을 바꿔 입은 후)자신의 제사상에 놓인 사과를
능글맞은 재성과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명수
먹는다. 영화 속에서 모든 확실한 존재는 불확실하나, 모
를 뒤로 하고 손을 비비며 춥다한다. 난로에서 떨어지지
든 불확실한 존재는 확실하다. 그렇게 밴드의 추억은 멀
않는 그녀에게 추위는 자책감이었을까. 아니면 아쉬움인
리 도망치지 못한 채 지나치게 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가, 혹은 후회인가.
현실과 과거의 만남은 옷 하나 바꿔 입으면 되는 것처럼
여기에 오늘 하산하는 전직 스님이자 전-전직 국가대표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스키선수가 끼어든다. 승복 안에 AUDI가 새겨진 스키복
하지만 내가 나의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내 과거를
을 입고 재성에게 맡긴 보드를 찾으러 온 것이다. 스님
다시 조작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내 능력의 부재는 영화
의 차분한 말투가 변신하여 마법사밴드의 노래를 부를
속 사람들과 마찬가지이다. 나 때문에 자살한 자은을 막
때, 자은을 위한 염불을 외다 중간에 목이 막히는 장면
고, 하영이에게 멋진 프로포즈를 한다 하고 마법을 부릴 수 없는 이유도 안다. 분절되어 있다면 잘라내서 던져버 리면 될 기억들이지만, 아무도 거부할 수 없듯 (누군가의 말처럼) 산다는 일의 상처는 개별성의 훼손에서 오기 때 문이다. 홍하이영 ● 민우회 신입활동가이자 마이더스의 손. 손만 대면 물건이 망가지는 신기한 능력의 소유자
2007.1∙2 31
평동 사무실에서
대
다수 사람들이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맞이 해돋이 이벤트를 통해 시작
과 끝을 반복하는 동안 나는 다른 시간테이블을 갖고 살아왔다. 그 다른 시계는 언제나 민우회였다. 적어도 최근 9년 동안. 지난해 사업평가와 올해의 사업계획을 의결하는 1월에 있는 민우회 총회. 그 준비로 12월부터 1월까지 눈코뜰사이 없이 보내다 보면 멀리서 들려오는 제야의 종소리는 아침잠을 깨우는 알람시계처럼 시끄 러웠고, TV 화면으로 보는 해돋이는 그림의 떡이었다.
안식년, 그 후! 여진 ●
마음 한 켠에서는 새해계획을 세워야지 하는 가슴속의 메아리에 대해 언제나‘새해 시작은 음력 설이야’ 라고 답하곤 하였다. 남들과 다른 뒤늦은 시작에 대한 조급 함과 사라져버린 1개월의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총회의 끝남과 동시에 홀연히 종적을 감춘다.
멜하바, 찐짜오, 하이, 오하이요, 안녕… 그것이 소통의 시작이고, 그 시작을 올해는 내가 먼저 하는 것이
그러던 나에게 2007년의 시작은 이전과는 달리 아주 생소하였다. 2006년 안식년을 끝내고 복귀하는 날이 마침 새해 문을 여는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나의 새해 계획이다.
복귀전이라 묘하게 긴장되는 기분으로 출근 전날 사무
소통의 시작은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실에 들고 가야할 물품을 정리했다. 그동안 길들여진
시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야행성 생활습관 탓에 지각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 로 목욕재개하고, 초등학교 이후 하지 않았던‘가방 싸 놓기’ 를 한 후,‘새 나라 어린이’ 의 취침시간에 맞추어 잠자리에 들었다. 2007년 시무식날임과 동시에 복귀 첫날, 전체 상근자들의 회의(굿모닝 위민링크- 본부 전 체 상근자들이 모여 일정을 공유하고 개개인의 삶을 나 누는 시간)에 앉아 있는데, 이상하게도 나 혼자 둥둥 떠 다니는 느낌을 받았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을 2006년 속에서 살고 있는 상근활
32
동가들(총회가 끝나지 않은 그들에게 새해는 아직 오지
여행을 하다보면 현지인들과 맨 처음으로 하는 말이 그
않았으므로)과‘과거는 없어요~’오로지 2007년의 시
나라의 인사말이다. 멜하바, 찐짜오, 하이, 오하이요,
작만 존재하는 나. 2007년의 달력은 나에게만 존재하
안녕… 그것이 소통의 시작이고, 그 시작을 내가 먼저
는 듯했다. 마치 400미터 계주를 하는 데 나 혼자만 아
하는 것이 나의 새해 계획이다. 소통은 아주 기본적인
주 멀리 앞서와 있는 듯한 생소함이었다. 너무나도 어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중요한
색하고 생뚱맞아 어리버리한 그 상황에서 문득 나의 새
것은 말로 시작하는 것이겠지만서도.
해 계획이 떠올랐다. 그 중 하나는‘많이 웃으며 지내 기’ 다. 너무 오랫동안 있었던 곳이었고, 함께 한 사람들
무심코 지나쳐 왔던 일상의 나의 모습들에 대한 부끄러
이어서 아주 쉽게 기분이 나쁘면 표정이 굳어버리고,
운 반성 속에서 올해 내가 만들어가고픈 한해의 모습은
화가 나면 토라져있던 나의 지난 얼굴에 대한 아주 부
일상에서부터 아주 작고 기본적인 것부터 새롭게 출발
끄러운 반성의 결과이다. 함께 일하고 지낸다는 것은 함
하는 마음과 실천에 옮기는 의지갖기, 그리고 그것에
께 활동을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함께 삶의 자세를 나누
함께 동참하려는 정겨운 얼굴들과 웃으며 격려하기다.
고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실천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실 복귀 1주일 후 이러한 나의 생각이 만만치 않음을
그리고 이런‘삶의 나눔자’ 들과 함께 거주(?)하는 곳이
뼈저리게 느끼게 되기도 하였다. 연초 떠들썩했던 그
바로 내가 일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아주 쉽게 서로에게
호락호락 캠페인 때문에 아침에 걸려 온 5통의 욕설 전
영향을 주고 받는다. 누군가가 웃지 않고 무표정하면 그
화를 받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손을 떨며 울었다. 불
것이 감기 바이러스처럼 나도 모르게 전염되어 옮기도
과 한달 사이에 많이 웃으며 지내기가 웃으며 성질내기
하고, 내가 그런 표정이 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로 바뀌는 시련(?)을 맞이한 것이다.
안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나한테 사소하게 취급되는 순간부터‘우리’모두에게 그것은 사소한 문제가 되는
터키 배낭여행을 하는 동안 튀르키예(터키) 사람들은
것처럼‘삶의 거주’ 공간인 이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가
항상 먼저 웃으며 인사하였다. 그래서 그 안에서 내가
알게 모르게 스스로 옮고 옮아가기 때문이다.
웃을 수 있었으며 즐거운 기운이 넘쳐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부터라도 좀 더 많이 웃으면 다른 사람이 웃
소중한 경험과 배움을 삶을 자세로 익히는 것… 그것이
을 수 있고 그러면 민우회에서 좀 더 빠사샤~한 기운이
내가 그곳에 받은 커다란 선물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는
흘러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생각이 든다. 쉽지 않은 계획이지만 소가 되새김질하는
나머지 하나는 먼저 인사하기이다.‘인사’ 는 타인과의
자세처럼 2007년에는 새해 계획을 되새김질 하며 지켜
소통의 시작이라고 한다. 멀리서 보이는 당신!‘당신이
나가고자 한다.
거기에 있었군요!’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첫 시작이 ‘인사’ 라는 것이다.
여진 ● 사무실에서 항상 먼저 웃으며 사람들을 맞이하는 여진, 1년간의 휴식이 만들어 낸 그 넉넉함과 여유가 오래도록 계속되길 바래요.
2007.1∙2 33
모람풍경
서른즈음에쓰는 두서없는
넋두리
바야흐로, 새해다. 사실 지난해는 이십대의 마지막 해이기 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여러 특별함이 공존한 한 해였다. ‘다사다난’ 이라는 진부하기 그지없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일의 측면에서는‘프리랜서’ 란 그럴듯한 타이틀 아래서 비
가락 ●
정규직 노동자의 빡센 나날을 보내기도 하고, 일 없으면 핑 핑 노는 불규칙한 생활 속에 돈 제때 못 받아서 전전긍긍하 는 나날을 보냈다. 때론 돈 때문에 내키지 않는 일도 해야 만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한 정글 속에서 웬만큼 이 세 계의 룰을 익히고 나니 다시 매일 출근할 곳이 있는 직장인 이 부럽다. 아무래도 새해에는 새 둥지를 찾아 날아가야 하 나 싶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맺은 새로운 인연 중에 가장 의미 있는 것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민우회와의 만남일 것이다. 사실 그 전까지는 딱히 여성의 관점을 가졌다기 보다는 여러 일 들에 대해 부당하다고만 생각했지 행동하지 않은 측면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여성’ 의 관점으로 보고‘여성’ 으로서 목소리 를 내기 시작했다는 데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 가장 단적인 예로는 민우회와 함께 난자 관련 소송을 하게 된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소송이 가장 큰 부담이면서 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한정되어있다는 데서 오는 스트 레스도 만만치 않지만, 후회하지 않을 싸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겠지만 그 사건을 통해 내가 조금은 발전한 것도 사실이니까.
34
사실 난“아니오” 라고 말하는 법을 알지 못했었다. 일터에서의 부당한 요구와 갖은 행태 등에 대해 힘겨 웠지만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그것에 의외로 큰 울림이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니 무조건 참고 말 하지 않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난 아버지와 남동생에게 갖고 있던 피해의식 때문인지 모든 남성들과의 관계에서 어딘지 모르게 굳어 있 었고 주눅 들지 않으려고 도리어 씩씩하고 털털한 척 해왔던 것 같다.‘내숭 따윈 필요없어!’ 를 외치면서 연애 전선에서는 늘 포커페이스로 제자리에만 앉아 있든가 아니면 먼저 치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메아 리를 기다리기 일쑤였다.
암튼 무언가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그다지 얻는 것도 없고 나이만 먹어가는 것 같아 우울하던 차에 어느 새 2007년이 다가와 버린 것이다. 마침 하던 일들도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끝이 났고, 그래서 여행을 떠나 기로 결심했다. 목적지는, 학창 시절부터 가고 싶었던 울릉도. 혹시나 간다는 말만 하고 용두사미가 될까 봐 주변에 여행 떠난다는 광고까지 해댔다. 그렇게 떠난 울릉도는 겨울이라 좀 스산하기도 했지만 번잡 한 곳을 싫어하는 내게는 최고의 여행지였다. 기암괴석과 갖은 지형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풍광, 제주도와도 비교할 수 없이 투명한 쪽빛 바다, 따스한 해양성기후와 관광지치고는 후덕한 인심. 낮에는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고 밤에는 민박집에서 <화성 의 인류학자>라는 책을 읽었다. 혼자 산길을 헤매다 이대로 죽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잠시, 살아야 할 이유라기 보단 아직은 할 일이 많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바닥을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 대인기피 는 어쩌면 평생 지고 가야 할 마음의 장애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게 가장 큰 즐거움도, 가장 큰 고통도‘사람’ 이지만 무조건 피하거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새해라서, 서른이 되었다고 해서 좋은 일만 생기리란 기대 따윈 하지 않지만 내가 먼저 누군 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다면 나 또한 소중한 존재가 될 테니. 2007년엔 더 많이 웃고 싶다. 물론 민우회 와 함께.
가락 ● 딴따라 기질을 주체하기 힘든 프리랜서 기자 혹은 작가 지망생
2007.1∙2 35
모람풍경
1995년 4월. 비행기 안
어느 여성주의자의 (여성단체에 회비 내면 여성주의자라고 우기는)
영어공부
나는 신혼여행 가는 신부. 목은 마른데 승무원은 온통 외국 인. 물 달라는 말을 하기가 어찌나 망설여지는지. 옆에 앉 은 남자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취침 모드. 겨우 물 한잔을 부탁하려니 자존심도 상하고. ‘나는 목이 마르다. 음~그래 thirsty! 근데 무슨 발음이었지. 번 데기였던 것 같은데. 내 번데기 발음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박혜란 ●
‘아니 그냥 쉽게 실례합니다. 물 좀 주세요 해야지. 근데 좀이 영어로 뭐지?’
지금 생각해 보면 쓸데없이‘좀’ 은 왜 영어로 생각하려 했 는지? 아무튼 점점 목은 타고 그럴수록 머릿속엔 불이 나고. ‘그래 제일 쉽게,‘워러 플리스’ 하는거야. 근데‘플리스 워러야? 워러 플리스야?’와~! 미치겠네’
그 날 나는 물은 마셨을까?
2006년 4월. 고양 민우회 사무실 그 후 민우회를 만났고, 여성학 책을 읽으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발견하는 즐거움에 학구열을 더해 가고 있 었다. 여기저기 외부강의도 들으러 다니게 되었고, 거기서 알게 된 선생님 몇 분이 대학원 진학을 적극 권유하셨고 나 도 그러고 싶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오호~ 통재라. 딱 걸렸어. 영어시험을 봐야 한다네! 중3때 총 각 영어 선생님 유학가신 이후로 그 쪽에서는 손 땠는데. 여기 서 걸릴 줄이야.ㅠㅠ 그러나 이렇게 눈이 번쩍 떠지게 하는 여 성학을 위해서라면…. 그래, 그럼 여성주의 영어책 읽기를 먼저 해서 영어 실력을 쌓자. 아자아자.’
이렇게 해서 회원과 상근자 몇 명의 의기투합으로 지부에
36
서 국내에 번역본도 없는 여성학 책을 복사하고 소모
에 반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커피를 마시러간 두 남
임도 꾸렸다. 그러나 문제는 그때부터.
녀. 올리버가 제니에게 묻는다.
단어 찾다가 시간 다가고, 겨우 찾으면 문장에 그 놈 의 that은 왜 그리지 자주 나오는지. 그래도 억지로 꿰어 맞춰 해석해 놓고 보면 무슨 뜻인지 정리가 돼야 발제를 하지? 점입가경도 유분수지. 아~뜨거운 학구
“왜 내가 마음에 드니?”
제니가 말한다. “I like your body”
이 대목에‘딱’걸렸다.
열을 단숨에 식혀 버린 차가운 실력이여! 해석자1: 여우같은 여자애가 먼저 꼬리를 치는 거다. 부자 라는 걸 알고.
2006년 9월. ��아파트 10층 1호 서재 ‘수명 100세 시대가 온다는데, 벌써 포기 할 수 없지. 환갑에 대학원 가면 어때. 혹시 알아? 고령자 특례입학이 생길지. 그 때를 대비해‘I am a wom’ 부터 하는 거야. 다시 한번 아자아자’
이렇게 해서 동네 영어 문법학원 원장님의 주부 특강
해석자2: 어떻게 여자가 처음 만난 남자한테 몸이 맘에 든 다. 어쩌구 그래요. 발칙하게. 미국 애들은 좀….
해석자3: 모든 외적 조건을 떠나서 사람 자체가 좋다는 뜻 아니예요? 나:‘바~디’ . 좋은 말이 예요.ㅎㅎㅎ. 이렇게 자기감정에 솔직하다니. 바디… 좋아 좋아.
갑자기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3개월을 듣고, 부모님이 수업료 주실 땐 안하던 공부 를 내 돈 써가며 하겠다는 몇몇 아줌마들이 분기탱천
나: 아니~, 우리 남편이 그렇다는 게 아니고. 170m도 안되고,
하여 스터디 그룹을‘또’만들었다. 먼저 쉬운 책으로
뚱뚱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돈이 없죠. 그냥 제니가 멋
독해 연습을 하자! 책은 멤버 중 한명의 추천으로 알
있게 보여서….
리 맥그로우 주연으로 유명한 영화‘love story’ 로골 랐다. 영화를 글로 옮겨 놓은 거라 문장은 짧으나 미
아직 내 정체를 모르는 군. 조심해야지.
국식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하니 첫 날부터 독해는 안 하고 전부 소설가가 되어서 각자 한마디씩…. 콧대 높 고 똑똑한 여주인공(제니)이 재벌가의 아들이자 하버
2007년 1월 마지막 날 오전.
드에 다니면서 유명한 아이스하키 선수이기도 한 남
��아파트 10층 1호 거실
자 주인공(올리버)과 커피를 마시게 됐다. 제니의 재치
한 달 넘게 소설 쓰는데 지친 나와 그들은 영화를 보
있는 말솜씨 때문에 커피를 사지 않으면 부잣집 멍청
기로 했다. 제니가 장학금을 받게 되어 프랑스로 공부
이가 되는 상황이라(물론 안경을 벗은 제니의 갈색 눈
하러 가겠다고 하자 올리버는 결혼하자고 한다. 제니
2007.1∙2 37
모람풍경
는 학생이란 이름으로는 평등하지만 졸업 후엔 서로
이번에도 관객들은 아무 말이 없었고, 영화는 계속됐다.
속한 세상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 때 슬픔가득한 눈으 로 제니를 간절히 바라보며 올리버는 말한다. “제발, 제니….”
삶에 찌든 제니는 트레이드 마크 같은 빨간색 옷은 입 지도 못하고 온통 검은색 바지, 흰색 티셔츠만 입고 나온다.
관객1 : 너무 멋있다. 청혼을 저렇게 하다니. 터프하면서 모성을 자극하는 매력…제대로야. 관객2 : 돈도 많은 남잔데. 같이 유학가면 될 걸. 관객3 : 저런 사랑 나 두 해봤으면….
나 : 빨간 옷 좋았는데…계속 입지 관객7 : 나 학교 다닐 때 빨간 바지 입는 여자는 맘대로 해 도 된다는 뜻이라서 아무나 입고 다닐 수 없었어요.
나 : 아니, 착한 여잔 죽어서 천당 가고, 나쁜 여잔 살아서 아무데나 간다는데. 그냥 유학가지.
나도 역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장롱 속에 있는 내 빨 간 바지가 자꾸 어른 거렸다.
관객들은 역시 아무 말이 없었고, 영화는 계속됐다. 눈치가 있지 여주인공 죽는다고 우는 사람까지 있는 올리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두 남녀. 열
데 더 이상 분위기를 깰 수 있겠는가? 영화는 끝났고,
받은 올리버 아버지는 학비를 주지 않고. 올리버의 법
관객8이 아주 조심스레 나에게 묻는다.
대 학비를 벌기 위해 제니는 음악을 포기하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녹초가 된다. 집에 오면 남편은 공부한
“남편하곤 괜찮으세요?”
다고 방은 온통 엉망이고, 우편물(세금 고지서에 대한 은유적 표현 아닐까)은 보지 않은 채 쌓아놓고 그렇게
이번에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젯밤 우리
사랑하는 제니가 왔는데 눈도 안 맞추고 책에 처박혀
부부 대화가 자꾸 들렸다.
‘배고파. 밥줘’ 한다.
관객4 : 저 남자 어쩜 저렇게 집중을 잘 할까?
2007년 1월 마지막 날 빼기 하루 전 날 밤, 우리 집
관객5 : 아휴~. 하버드 아무나 가나. 제니 봉 잡은 거지!
내용이 열 받게 해도 영어는 해야지. 아자아자.
관객6 : 우리 아들이 저거 봐야 돼. 여자 친구 생겼다고 공
공부하는 내 책을 힐끗 본 남편.
부도 안하고 맨 날 거울만 보고. 내 속이 터져요.
38
나 : 일하는 여성에게 두 배의 노동을 강요하다니. 그것도
“고3 때 독해 그 책으로 우리 학년 전체가 다 했는데 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주인공이 우리들 여신이었지(뭘 상상하는지, 누굴 상상하
저 동네나 이 동네나… 저러니 제 명에 죽겠어?
는지 황홀한 표정이다). 어~ 사진도 있네 한 번 보자”
그 소리 듣고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고?
될꺼라고 협박하고(끝까지 멋있게), 꼭 재혼하라고 그 래야 내가 편하게 죽을 수 있다고 신신 당부하고(끝까
“남자들의 여성에 대한 환타지의 결정판이지. 청순하면서 섹씨하지. 똑똑하면서 순종적이지.
지 아량있게) 환자 같지 않게 건강하고 예쁜 얼굴로 죽는다.
도전적이며 차분하지. 자기 장학금도 포기하고 돈 벌어 남자 학비 대고 살림까지 다하지.
나야 산 사람인데도 얼굴이 사흘 피죽도 못 먹은 사람
시아버지하고 덜 떨어진 남편 사이 화해도 시키지….”
같으니 저렇게 죽을 수는 없고, 다니라는 직장도 결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이 말한다)
했으니 다닐 수 없다고 때려 치웠고, 나 죽은 후에 재
“일찍 죽어주기까지 하잖아.ㅋㅋㅋ”
혼을 하든 삼혼을 하든 이 세상일 왜 신경 쓰겠어. 온 세상 차비 없이 구경 다니느라 바쁠 텐데….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근데 나의 목표는 영어였지. 여성주의 공부에 방해되 “세상에… 당신은 변호사도 재벌도 아니지.
네. 분석하지 말고 단어 외우자. 애 학원에서 오기 전
난 음악전공도 아니고 당신 공부 끝나고 만났고.
에. 아자아자!!
반대는커녕 마흔 다된 노총각 구제 해준다고
제니가 아이를...임신한 ; impregnate, 난공 불락의 ;
시부모님이 감사해 하는 결혼 했으니까
impregnable
난 일찍 안 죽을 거야. 아니 못 죽어”
이건 또 뭐야!!! 임신하면 난공불락이라고!!!
“아니 딴 뜻은 아니고. 그 사랑이…
아~ 단어도 못 외우겠다.
그러니까, 그게 아름답다고” “아름다워? 아름답지! 잘 됐다. 나 공부 계속할 꺼니까 당신 돈 벌어 내 학비 대고 공부에 집중 할 수 있게 살림도 해라. 진짜 아름답게”
박혜란 ● 닉네임은 평안이예요. 고양 지부에서 성폭력 상담원과 성교육 강사 활동 하고 있어요. '분열하는 주체는 아름답다'를 금과옥조로 받들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분열하는 주체가 평안을 찾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걸 시시각각 느끼며 살아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07년 1월 마지막 날 오후. 이 글을 쓰면서 제니는 죽는 순간까지 베트남 파병 용사가 돌아오는 얘기하고(끝까지 고상하게), 자신의 프랑스 유학 반대 한 것에 대해 올리버가 죄책감을 가지면 죽어서 귀신
2007.1∙2 39
생협 이야기
각종 유해한 물질로 인해 교란된 인체를 회복시키는 방법은 무 엇일까? 해답은 자연에 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오랜 세 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왔었다. 자연의 산물을 이용하여 인체 를 구성하였으며 해충(인간의 관점)과 먹이경쟁을 통해 적절한
자연주의생활법
개체수를 유지시켜 왔다. 하지만 짧은 시간(200년) 내에 5배로 증가한 인간은 지금까지 생태계에 존재하지 않던 막대한 양의 합성 화학물질을 생태계에 방출함으로써 환경을 파괴시키고 있
김묵순 ●
다. 진실과 정의는 이윤추구가 최대 목표인 시장논리에 밀려 퇴 색해 버린다. 독성실험을 통해 유해성이 입증된 물질이 소비자 의 거센 항의에 밀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시장에서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것을 대체해서 만들어진 또 다른 물질이 과연 안전 한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안전하다고 계속 앞으로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합성 살충제인 DDT도 처음 사용할 당시엔 기적의 물질로 칭송 받으며 노벨상을 거머쥐지 않았던가.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을 계기로 DDT는 인체의 생체호르몬 작용을 교란하는 물질로 규정되어 1970년대 후반 대부분 선진국에서 사용이 금지되었 지만 저개발국가에선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물질이다. 유기염 소계 농약인 DDT는 토양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기화되어 바 람과 구름을 통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어 생물을 오염시키는 데, 극지방에 사는 물개나 곰의 체지방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포유동물에 만성적인 독성을 야기하는 이 물질은 대표적으로 남자의 정자수를 감소시킨다. 예로 1930년대와 2000년대 30대
40
남자의 정자수를 비교해 보면 75% 감소율을 보인
대신 소금을 이용해 보자. 방향
다고 하니 가히 충격적이다. 여성의 경우는 호르
제와 방충제(나프탈린, 항균제
몬의 균형에 더욱 민감하여, 무기력증으로 일상생
품)를 없애자. 모두 유기인제 농약
활을 하기 힘들 정도가 되기도 하고, 숙명으로만
으로 만들어진다. 화장품에도
알고 견디는 월경통 또한 환경호르몬에서 기인하
환경호르몬 물질과 유해한 물
는 바가 크다.
질이 첨가되어 있다. 되도록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어로졸 타입의
이면 생협에서 공급하는 천
에프킬라만 보더라도‘퍼메트린’ 이라는 환경호르
연물질로 만든 화장품을 사용
몬 물질이 섞여 있다. 이러한 물질이 호흡을 통해
하자. 새 옷은 여러 날 햇빛에
서 인체로 흡수됨으로써 먹는 것의 1,000배에 이
널어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날려 보내고 입자.
르는 독성을 띤다는 사실을 우린 알고 있었는가. 덧붙이자면 해독을 도와주는 물질을 가까이 두는 독성물질을 인체가 해독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숯은 유해물질로 인해 손
세월이 필요한데 요즘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합성
상된 세포를 복구하는 힘이 있다. 가벼운 유전자
물질들은 그 양과 수가 너무 많다. 때문에 우리의
손상은 숯의 마이너스 전자가 복구시킨다. 아픈
건강을 지키는 길은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현대인에게 더없이 좋은 물질이다. 또한 식물은
인간의 욕심으로 합성해낸 물질들을 생활에서 줄
만병통치약처럼 인간에게 작용한다. 1m이상, 잎
여나가는 길밖엔 도리가 없다. 자연주의 생활법은
이 넓은 식물을 실내에 6개 이상 배치하면 유해물
우리 할머니 세대가 어릴 적 살았던 시대의 삶의
질을 흡착하고 좋은 물질을 방출해 준다.
방식을 떠올려 최대한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다. 결코 쉽지 않겠다. 많이 번거롭고 불편하겠지
김묵순 ● 생협의 자연주의 생활법 전도사
만 하다 보면 습관이 붙어 나중엔 아주 익숙해진
생협 홈페이지의“함께 키우는 아이” 를 클릭하시면
다. 합성샴푸를 쓰지 않고 비누를 사용하고, 치약
경험담을 들을 수 있어요.
김묵순님의 생생한“아토피 극복 노하우” 의
2007.1∙2 41
접속 해외사이트
_
그들도 우리처럼
선택의정서? 그런 것도 알아야 해? http://www.un.org/womenwatch/daw/cedaw 여성주의 영어자료읽기위원회‘바닥’
(Division for the Advancement of Women)
이번에 소개할 사이트는 UN산하 여성지위향상국(Division for the
그렇다면 CEDAW와 선택의정서는 무슨 관계인 걸까? 선택의정서
Advancement of Women) 홈페이지 중‘CEDAW’ 페이지(http://
는 CEDAW에 가입한 국가들이 추가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www.un.org/womenwatch/daw/cedaw/)이다. 이 페이지 오른쪽
가입한 국가가 CEDAW에서 보장하는 권리나 의무를 위반했다면
하단의‘CEDAW news’ 라는 글상자를 잘 살펴보면‘the Republic
UN에서 차별 시정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일종의 약속이다.
of Korea acceded to the Optional Protocol on 18 October
이 의정서는 여성차별철폐협약이 보장하는 권리를 당사국이 침해하
2006 (대한민국이 2006년 10월 18일에 선택의정서에 가입하였다)’
거나 협약의 의무를 위반할 경우, 당사국 국민 혹은 당사국 관할권
이라는 소식이 실려 있음을 볼 수 있다.‘선택의정서(the Optional
내에 있는 외국인이 직접 여성차별철폐위원회(Committee on the
Protocol)’ 라는 것에 가입하였다는 것은 그 나라의 성차별을 시정하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 CEDAW)에 진정을
는데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절차 하나가 추가되었다는 의미이다.
제기할 수 있는‘개인통보제도(the communications procedure)’ 와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에서 주의 깊게 주목하거나 보도하지 않
심각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위원회가 당사국의 동
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갔지만,
의 하에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는‘조사절차(the inquiry procedure)’
선택의정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선택의정서는 2007년 1
선택의정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흔히‘여성차별철폐협약’ 으
월 18일에 발효되었다.
로 일컬어지는「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조약
선택의정서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CEDAW에 위배되는 여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성차별사안을 국내법의 모든 절차를 다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차별
against Women : CEDAW)」 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조약은
로 판단하지 않았을 때, UN에 진정하거나 혹은 UN에서 직권조사
1979년 제34차 UN 총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가결된 것으로서, UN
함으로써 다시 한 번 차별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 1967년 제22차 총회에서 채택한‘여성에 대한 차별철폐선언’ 이
이는 UN 사무총장에 한국 사람이 당선된 것보다 우리 일상에서 더
단순히 선언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 조
중요한 사건이다. 일례로 선택의정서와 관련하여 한국여성민우회가
약은 1981년 정식으로 발효되었고, 한국은 1983년 일부 조항을 유보
가지고 있는 아쉬운 기억이 있다. IMF와 함께 한국의 여성노동계를
한 채 89번째로 서명하였다. 이 조약에 서명을 한다는 것은 그 나라
강타했던 농협중앙회의 사내부부 우선해고 사건. 이 사건이 2002
에서 정책적 개입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여성 차별이 사라질 수 있도
년에 대법원까지 모두 패소한 후 민우회에서는 선택의정서의 개인
록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조약이 여성차별철폐를 위해 제시
통보제도를 활용하여 UN에 진정할 것을 고려하였으나, 당시 한국
하고 있는 의무이행 사항을 준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약에 가입
은 의정서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 이 때 진정이 가능했다
한 나라의 정부는 자신들이 이 조약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4년마
면 한국 여성노동(운동)의 역사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선택
다 보고서로 제출하며, 그 나라의 NGO들 역시 별도로 정부의 이행상
의정서가 무엇인지 알고 활용하는 것은‘나의 권리’ 를 찾아가는 또
황에 대한 NGO 보고서(이를‘shadow report’ 라고 함)를 제출한다.
하나의 길을 갖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42
모람활동
모람 알림
회원팀 알림
‘다소 - 이 단어를 삭제하시겠습니까?’
연재를 마감하며…
새로운 회원팀을 소개합니다~!
회원확대 400명, 대학생서포터즈‘당당한 스무 살’ , 민우 회원이 만나는 날, 신입모임, 다양한 회원 소모임, 민우번개 등으로 회원 들과 함께 어우러질 장을 펼치려고 합니다. 올 해는 신나고! 즐겁 게! 되도록 자주 모여서 모람(회원)과 함께 할 2007년의 회원 조 직팀의 정겨운 얼굴들입니다.
지난 일년 동안‘여성주의 인권모임 - 다소’ 는 1∙2 월호‘처녀생식’ 을 시작으로 3∙4월호‘학부형’ , 5∙ 6월호‘집사람’ , 7∙8월호‘착한몸매’ , 9∙10월호‘산 부인과’ , 11∙12월호‘성차별적 속담’ 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버려야할 성차별적 단어를 모람활동에 연재했 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익숙하게 쓰이지만 한번 다시 생각해봐야할 단어들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꿔내기 를 바라는, 그래서 단어만이 아니라 생활 속 성차별
날리
날고픈 오리, <날리>입니다. 이번 총회에서 멋진 살 사댄스를 보여주기도 했지 요. 작년부터 회원팀에서 활동했던 중견(?)으로 사람 관계에 능수능란합니다. 교묘하다고나 할까? 불의를 참지 않는 정의파로 늘 깔끔한 일처리(혹은 뒤처 리)를 보여줍니다. 쾌활한 성격만큼이나 재치 있는 말투 의 소유자
● 어색한 포즈. 뽀샵이 진한
또한 바꿔보려는 작은 노력이었습니다. 이런 고민들
이 사진으로 넣어야 한다고
마지막까지 악을 쓴 고집쟁이
속에서 민우회의‘생생 프로젝트’ 에 함께 활동하였고, 12월에 민우회를 널리 알렸던(?) 호락호락 캠페인의
불립니다. 전기 아낀다고 <홍하> 혹은 <이영>이라고 와 연결되어 있어, 서버를 끈 멀티탭이 민우회 서버 까지 회원과의 통화에 다운시킨 전적이 있지요. 아직 는데 방해하기 일 일하 남 쩔쩔매며 땀을 닦습니다. 락을 싸고 다니 도시 운 싱거 늘 인자로, 몸 생각해서 독특한 정신 먹는 주로 빵을 와 지만 간식으로 과자
모태(^^;;)가 되었다는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단어를 만들어내기가 너무 어려워서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깊이 남지 만 우리 모두가 익숙한 것들에도 눈을 부릅뜨고 다시 보는 평등감수성을 키워나간다면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모임에서 새롭고 재미있는 활동과 이 야기들로 채워 주시리라 믿으며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홍하이영
세계.
이 마니아. 풀린 눈과 송충이 눈썹 .● 고 3때 사진. 이때도 검정
인상 깊군요.
이 자리를 넘깁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소 ●
서민자
올해로 민우회와 10년을 함께한 영광의 <심지상>수 상자. 작년 휴직기간동안 터키 등지를 여행했답니 다. 회원팀에서 벌써부터 여러 가지 일을 자처하는 열의를 보여 팀원들을 공포 에 떨게 만들기도 했지 요. 느긋느긋한 말투로 꼼꼼 히 일하는 스타일. 10주 년 기념으로 새로 별칭을 공모한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2007.1∙2 43
민우알림
민우회20주년특집예고편!
2007편집이루미소개 2007년 함께가는 여성과 함께해 주실 편집이루미입니다~
올 2007에 민우회가 스무 살을 맞는 것 다들 아시죠? 함께가는 여성에서도 민우회 스무살을 맞아 야심찬 기획을 준비했습니 다.^^ 본격적인 기획기사는 다음 호(3∙4월 호)부터 5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맨발 권수현 2006년에 이어 올해도 편집이루미에 남아주신 아
기획 1
웃어라, 여성!
‘여성주의를 하면 까칠해 진다?’ ‘까칠함’ 을 넘어 자기를 긍정하고 세상을 살아내는 힘∙소통의 힘 키우기!
이디어 만땅의 출석모범생이죠. 맨발님의 성실함에 항상 감사하고 있답니다.^^ 현재 한겨레신문‘야! 한국사회’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성찰을 통해 더욱 성숙해지기 위해, 진솔한 눈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봅니다. 이오 이인화 �하나,‘페미’ 로 산다는 것, 그 달콤쌉쌀함에 대하여 여성주의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방만한(?) 토크! �둘, 자매애는 있는가 여성들간의 차이와 소통, 그리고 자매애의 앞뒷면. �셋, 행복지수를 높여라! 그럼에도,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은? �넷, 여성운동, 위기와 변화 사이에서 변화된 사회, 변화된 세대에서 여성운동의 전망. �다섯, 그녀들의 새판짜기
맨발님의 꼬임에 이끌려 살짝 발을 들이셨다가 바 로 다음 모임에 짱짱한 연재 기획서를 가지고 오셔 야 했던 비운(?)의 주인공! 그러나 그러한 이오님을 만난 것은, 홍보팀으로서는 엄청난 행운!^^ 지금 여 성신문사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희도리 김희정 9∙10월호의‘똥귀저귀 폭탄’ 이야기를 기억하시나
운동의 안팎에서 자유롭게 자신과 공동체의 대안을 일구고 있는 사람
요? 맛깔난 글솜씨에 남다른 감각! 전 민우회 상근
들 이야기
자이기도 했구요, 지금은 아름다운 재단에서 열심 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획 2
민우 역사 기행
로미오 최정은영
민우회 20년 역사에서의 히트작들을 사진과 함께 돌아봅니다. 화제가
전 모람지기 출신(?)의 팔방미인 로미오가 편집이
되었던 사업, 캠페인, 그리고 그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추억과
루미에 합류합니다. 기획력! 추진력! 활동력! 무엇하
함께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 빠지는 구석없는 그녀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현 재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 민우회 정책위원으 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44
민 우 스 케 치 www.womenlink.or.kr �‘내 몸의 주인은 나’캠페인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함께‘반성폭력 징검다리 건너기’ ,‘성폭력 리플을 달아 라’등 체험식 프로그램을 통한 성폭력 예방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2006년 11월 28-29일 윤중중학교
� 2006 미디어바로보기교육 평가 워크샵 미디어운동본부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해 동안 미디어 바로보기 교
� her心탄회 스무살의 모놀로그
육을 진행해 왔습니다. 평가
한 해 동안의 희노애락을 허심탄회하게 마음껏 발산
워크샵을 마치고 카메라 앞에
하는 자리! 회원들과 함께한 송년회는 우리들의 20
선 든든한 미디어 교육분과
살 사진전, 모람들의 재미있는 활동발표, 벼룩시장과
선생님들! 앞으로도 우리 어
다양한 축하공연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린이들을 올바른 수용자로
2006년 12월 9일
이끌어 주삼! 2006년 12월 5일
� 푸른미디어상 시상식 올해로 9회째를 맞는 푸른미디어상 시상식이 개최되었습니다. 거센 상업화의 물결속에서도 공익적이고 공공적인 지상파 방송의 역할을 지켜나가고 있는 제작자들에게 용기와 긍지를 가지도록 격려하는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2006년 12월 14일, 서울 YWCA 강당
� 2007년 한국여성민우회
활동방향에 대한 간담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2007년 민우회 의 활동방향과 사업계획 등에 대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2006년 12월 21일
2007.1∙2 45
광주여성민우회
�장소 : 담양 테라스 �내용 : 새로 구성된 임원들과 상근, 비상근
지부소식 www.womenlink.or.kr
고양여성민우회 꿈틀이 개소식 �일시 : 3월 30일(금) 늦은 3시
광주여성민우회 제 7차 정기총회 보고
활동가들이 의기투합하는 자리입니
1월 26일(금) 정기총회를 잘 마쳤습니다.
다. 특히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활
회원한마당으로 시작해 2006년 사업평가 및
동가들 마음속의 벽을 허무는 자리
2007년 사업계획안 승인과 임원선출을 하였
가 될 것입니다.
습니다. 선출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동대표 : 안진, 전진숙
한부모 가정 반편견 교육을 위한
�이사 : 정인경, 임선숙, 김기태, 장미경, 최
한부모가정지도사 양성교육
선자, 최영, 허선자
�장소 : 꿈틀이 공간 �내용 : 꿈틀이의 개소를 축하하며 그동안
�일시 : 2월 20일(화)~23일(금) �장소 : 본회 교육실
성교육강사 모임/성교육 신입강사모임
�내용 : 한부모 가정지도사를 양성하여 한부
도와주신 분들과 기쁨을 나누는 자
�일시 : 2월 7일(수) 오전 10시
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
리입니다.
�장소 : 본회 교육실
고 다양한 가족이 존중되는 문화를
�프로그램 : 개회, 길놓기 및 고사, 지부대표
�내용 : 2007년 성교육 방향을 정하고 지역
만들어 갑니다.
인사말, 센타장 및 교사소개, 꿈
내에서 역동적인 성교육을 하기 위
틀이 경과보고, 앞으로의 계획
해 계획을 세웁니다. 지역내 중고등
여성학 스터디
학교에서 완소녀(완전소중한강사)로
�일시 :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통하는 성교육 강사팀 파이팅!!
�장소 : 본회 교육실
성폭력 상담원 교육 �일시 : 3/7~4/27일까지
�내용 : 2월 교재는 복지국가와 여성정책(새
�장소 : 고양여성민우회 교육장
2월 정세교양강좌
물결)입니다. 현재 8명의 회원과 활
�내용 : 제 5기 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이
�일시 : 2월 12일(월) 오전 9시 30분
동가들이 참여하고 있구요 언제든
시작됩니다. 상담원교육 후 상담실
�장소 : 본회 교육실
지 문이 열려있습니다. 오랜만에 공
습 및 교육기간을 거쳐 본 상담소에
�내용 : 회원 및 활동가 대상으로 매달 1회
부하는 재미에 한번 빠져보시죠.
서 활동하실 수 있습니다.
정치정세, 여성주의 담론에 대해 이
(문의 031-907-1003)
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회원과
�교육대상 :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자,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시설 및
활동가들에게 유익한 교육프로그램 이 되었으면 합니다.
단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
■ 대안생리대 만들기 (2월 14일(수)) ■ 회원 차마시는 날 (2월 26일 또는 27일)
력이 있는 사람, 가정폭력 보호
가족과성상담소 자원상담원 교육
■ 군포지역 활동가 워크샵 (2월 21~22일)
시설 상담소에서 상담원으로
�일시 : 2월 14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
■ 여성학 강좌, 마을모임, 성교육강좌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
�장소 : 본회 교육실
※ 교육의 90%이상 출석시 수료증 발급
�내용 : 섹슈얼리티 강의, 여성주의 상담 등의 교육을 통해 상담소 자원상담원을 양성
대보름 잔치
하고 여성주의 상담에 대한 전문적인
�일시 : 3월 4일(일) 정월 대보름 오후
학습을 합니다.
�장소 : 미정 �내용 : 풍물굿, 고사, 달집 태우기, 깡통 돌 리기, 풍성한 먹거리
46
군포여성민우회
(일시∙장소 미정) ※ 자세한 내용은 군포민우회로 문의바랍니다. Tel : 031)396-0201
서울 남부여성민우회
임원 활동가 수련회
신입회원만남의 날
�일시 : 2월 14일(수)~15일(목)
�일시 : 2월 1일(목) 10시30분
�장소 : 남부지부 사무실
인천여성민우회
�내용 : 얼굴 익히기, 생협 생활재 바로알기, 환경수세미 뜨기
자리입니다. “막힘과 트임”공연 �일시 : 2월 24일(토)
회원만남의 날
�장소 : 대방동 여성플라자
�일시 : 2월 8일(목) 10시30분
�내용 :“평등한 일∙출산∙양육” 을 주제로
�장소 : 남부지부 사무실
한 퍼포먼스 공연
진주여성민우회 FTA여성실천단 �일시 : 1월 29일 부터 매주 �내용 : 공부 한주, 거리캠페인 한주
�내용 : 건강한 밥상 (자연주의 요리법의 기본 - 김묵순)
나보고 회원들간의 결속을 다지는
회원의 날 �일시 : 3월 23일(금)
경남여연총회
신입회원만남의 날
�장소 : 미정
�일시 : 2월 13일(화)
�일시 : 3월 2일(금) 10시30분
�내용 : 소모임 활성화 방안을 위한 이야기
�내용 : 2006년 사업보고 및 결산, 2007년
�장소 : 남부지부 사무실
한마당,“기꺼이 불편해지기”운동
�내용 : 얼굴 익히기, 생협 생활재 바로알기,
활성화
환경수세미 뜨기
사업계획 및 예산안 승인 진주여성민우회 생협/축구단 명절 판촉
원주여성민우회
�일시 : 2월 설날 전후 �내용 : 생협 - 설 판촉 당번을 정하고 매장
정월대보름 놀이 한마당 �일시 : 3월 4일(일) 늦은 7시~9시
강원여성연대 자문위원, 운영위원 회의
운영, 축구단 - 재정마련 방안으로
�장소 : 개포동 근린공원 (양재천변)
�일시 : 2월 5일(월) 낮 12시
설 유과 판매
�내용 : 전통놀이 마당
�장소 : 원주여성민우회 �내용 : 창립 초기의 강원여성연대의 조직
새내기학부모교실
회원만남의 날
강화와 안정화를 위한 자문위원단
�일시 : 2월 22일(목)
�일시 : 3월 8일(목) 10시30분
을 구성하였습니다.
�내용 : 주민자치센터와 해야해야공부방이
�장소 : 남부지부 사무실
각단체 대표들과 함께 상견례를
촉석초등학교 교사와 입학생 보호
�내용 : 건강한 밥상 (강사-김묵순)
겸한 총회준비 전반을 논의하는
자들과 함께 새내기 학부모로서의
자리입니다.
애로사항을 이야기 하고 도움을 나
서울 남서여성민우회
눕니다. 강원여성연대 제1차 정기총회
강서양천시민연대 신년하례식
�일시 : 2월 7일(수) 2시
운영위원워크샵
�일시 : 2월 7일(수)
�장소 : 강원도여성정책개발센터
�일시 : 3월 10(토)~11일(일)
�내용 : 처음으로 진행하는 정기총회인 만
�내용 : 2007년 운영위원과 상근활동가들
녹색가게 교복교환전
큼 회원들의 참여와 2007년에 대한
�일시 : 2월 23(금)~24일(토) 11시~3시
결의로 총회를 성사시켜 강원여성
�장소 : 양천구청
연대의 발전과 연대의 틀을 더욱 공
의 워크샵
춘천여성민우회
고히 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남서민우회 풍물패 남서누리(강서구)와
강원여성연대 총회
독서모임2에서 함께 활동하실 회원을
회원의 날
�일시 : 2007년 2월 7일(수)
모집합니다
�일시∙장소 : 미정
�장소 : 강원도여성정책개발센터
�문의 : 사무국 2643-1253
�내용 :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회원들을 만
2007.1∙2 47
독자마당 회원이 민우회의 주인입니다. 삼색모람 �일시 : 2월 13일(화) / 3월 13일(화) 오전 10시30분 �장소 : 달팽이공부방
서울 동북여성민우회
[함께가는 여성]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듣습니다. [함께가는 여성]을 읽 고 느낀 점이나, 민우회에 바라는 의견을 보내주시면‘독자마당’ 을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채택된 의견에 대해서는 민우회가 마련한 감사의 선물을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독자의견은 민우회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동북여성민우회 생협 정기총회 �일시 : 2월 10일(토) 오전 10시 �장소 : 도봉여성센터 강당 �내용 : 2006 사업 및 결산(안) 승인, 제2기 임원 선출,
! 인상하기 웃어라 민우회! 민우회원 생활백서 사알~짝 회비
2007 사업계획 및 예산(안) 승인, 2007 차입금
�
민우회에 대한 나의 애정을 표현하고 싶다.
한도액 결정, 정관 개정(안) 승인
�
민우회로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낸다.
�
천원이든 만원이든 사알~짝 회비를 올린다.
�문의 : 동북여성민우회 생협 (02-3492-7140) 저소득층 아이들 간식 지원‘십시일반’ �일시 : 2월 14일(수) 오전 10시 �내용 : 저소득층 아이들이 공부하는 방과후 교실에 월 1회씩 간식을 직접 만들어서 가져다주고 있습니 다. 직접 간식을 만드는 활동을 하지 못해도 간 식비 후원으로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분 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원계좌 : 하나은행 592-910054-76607 김미혜 �문의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02-3492-7141, dbwomen@parna.com)
감사합니다! 어느 자리에서나 여성운동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과 애정으로, 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열려있는 자세와 성찰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하는 정강자 선생님. 2006년 연말, 큰 후원금을 보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후원금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사랑도 민우회에 큰 에너 지가 되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회비를 UP! UP! 해주셨습니다.
정원대보름 놀이 한마당
이숙경, 소현아, 안현숙
�일시 : 2월 25일(일) �장소 : 미정
신입회원 여러분 환영합니다
�내용 : 동북민우회 풍물패‘다푸리’ 가 펼쳐내는 풍물과 더
한준혜 황미라 지현주 이해리 최나리 송혜라 신혜선 전현주 박홍주
불어 회원들과 신나게 어울릴 놀이마당을 벌입니다.
노정림 오정현 변혜정 이유라 이인화 박은영 정진옥 김경남 김현정 김미선 이상극 강화숙 라윤주 장경민 이승영 장영미 이선형 심은덕
제1차 운영위원 워크샵
유태범 장수형 김장효영 김종희 김선민 강현미 손은정 임치순 장향순
�일시 : 3월 9(금)~10일(토)
김현자 이종하 민성희 조윤정 이학래 이광근 오은영 윤영선 최태산
�장소 : 봉도수련원
이지영 이영례 강미자 민정자 최금주 서준희 이해옥 이혜순 구재문
�내용 : 우리의 활동내용과 조직, 활동 방식에 대한 진단
조민행 이성준 박미경 이은정 한혜진 정정희 구윤신 김명화 석애경
을 하고 중장기발전방향 수립을 위한 논의를 시
안미란 박요순 이은주 전경희 이귀연 원미정 이국란 국가인권위자료실
작합니다.
동덕여대도서관자료실 (2006년 11월 11일~2007년 2월 1일)
48
178
회원문의 02-737-6050 팩스 02-736-5766 / 02-739-8871 고용평등상담 02-706-5050 팩스 02-736-5766 / 02-739-8871
호
미디어운동본부 02-734-1046 팩스 02-739-8871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02-739-8858 팩스 02-736-5766 / 02-739-8871 상담 02-739-1366~7 한국여성민우회 생활협동조합 02-581-1675 팩스 02-3679-2202 서울남부여성민우회 02-459-3519 팩스 02-3411-3519 서울남서여성민우회 02-2643-1253 팩스 02-2643-1252 매장 02-2643-6060 서울동북여성민우회 02-3492-7141 팩스 02-3493-9221 생협 02-3492-7140 생협매장 02-3492-9999
2007.3.4 www.womenlink.or.kr
고양여성민우회 031-907-1003 팩스 031-907-5009 매장 031-919-1774 상담 031-919-1366 광주여성민우회 062-529-0383 팩스 062-529-0384 상담 062-521-1366 성폭력쉼터 062-462-1366 군포여성민우회 031-396-0201 팩스 031-394-2343 매장 031-396-0261 상담 031-396-0236 원주여성민우회 033-732-4116 팩스 033-744-0113 인천여성민우회 032-525-1123 팩스 032-525-2256 진주여성민우회 055-743-0410 팩스 055-746-9771 매장 055-746-7077 상담 055-746-7462 춘천여성민우회 033-255-5557 팩스 033-243-9746 상담(노동) 033-254-2155
참여하는여성이아름답다! 여성이웃는다! 세상이웃는다!
연재기획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 민우역사기행 민우ing 상근활동가 교육 워크샵 참관기 태아의 성이 궁금한 진짜 이유 호주제 폐지… 그리고 2년 후
Korean WomenLink (110-102)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Tel 02-737-5763 Fax 02-736-5766 E-mail minwoo@womenlink.or.kr 홈페이지 www.womenlink.or.kr
쟁점과 현안 차이에 기반한 당연한 권리, 월경하는 여자로 수영하기 모성보호에서 권리 담론으로 - 수영장 생리 할인 논의와 관련하여 ‘가족’정책기본법의 험난한 여정
사진에세이
길을여는사람이되어주세요 여성이 웃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날들이 스무해가 되었습니다. 스무살 민우회는 회원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가들이 이사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올해는 그 꿈을 이루어보고자 합니다. 민우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분들과 함게 희망의 길을 열어가고 싶습니다.
● 길을 여는 사람들 한국여성민우회 창립20주년 기념
힘께 걷는 산책길, 이효재배 전국여성팔씨름대회, 참여난장
● 나눔세상 길잡이 : 10만원 이상 후원
● 웃음세상 길잡이 : 100만원 이상 후원
● 평화세상 길잡이 : 30만원 이상 후원
● 행복세상 길잡이 : 300만원 이상 후원
● 평등세상 길잡이 : 50만원 이상 후원
● 희망세상 길잡이 : 500만원 이상 후원
※ 4월 26일 까지‘길을 여는 사람’ 이 되시면 원하는 사진이 새겨진‘희망조각’ 을 5월 13일 행사에서 전시한 후 드립니다.
2007 5/13 [일] 오전 8시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의 공원 평화광장 앞
후원신청 : 02-737-5763
http://20.womenlink.or.kr
후원계좌 : 국민은행 813-25-0011-869
(한국여성민우회)
우리은행 064-121846-13-403 (한국여성민우회) 농
협 085-01-106544
(한국여성민우회)
※이 후원금은 여성운동과 민우회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됩니다.
www.womenlink.or.kr
3
12
43
2007.3�4 02 민우ing 02
2007 한국여성민우회 상근활동가 교육 워크샵 참관기 _ 따사
04
태아의 성이 궁금한 진짜 이유 _ 봉달
05
호주제 폐지… 그리고 2년 후 _ 양이현경
06 민우칼럼 창 ● 재미없는 세금이야기 _ 이인실 08 민우스케치 09 연재기획Ⅰ ●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 10
수다좌담 -‘페미니스트’ 로 산다는 것에 관한 수다
14
셀프인터뷰Ⅰ- 나의‘주홍글씨’ _ 박유
17
셀프인터뷰Ⅱ- 페미니즘이 내게 가져다 준 것들 _ 혁상
20 연재기획Ⅱ ● 민우역사기행 20
1997 민우회와 돌꽃, 지하철을 건들다 _ 박봉
23
들꽃모임의 권김현영 인터뷰
24 쟁점과 현안 24
차이에 기반한 당연한 권리, 월경하는 여자로 수영하기 _ 김이혜연
26
모성보호에서 권리 담론으로 - 수영장 생리 할인 논의와 관련하여 _ 키라
28 ‘가족’ 정책기본법의 험난한 여정 _ 다라 30 국제통신원 ● 할머니들의 여성운동 _ 정경자 32 문화산책 ● 제9회 서울여성영화제 - 트랜스젠더와 레즈비언 섹션「퀴어 레인보우」_ 김선아 34 평동 사무실에서 ●‘활사위’비공개문서 밀착취재 _ 락소년 36 모람풍경
41
36
느리지만 더불어 사는 삶의 행복, 기꺼이 행복해지기 _ 이정현
38
행복을 찾아 떠난 남인도 유람기 20days in India _ 이미혜
접속 해외사이트 : 그들도 우리처럼 ● 일하는 청소년, 나도 노동자! _ 바닥
42 생협이야기 ● 도시에서의 생태적 삶 _ 김묵순 44 모람활동 ● 2007년의 첫번째 새모람프로젝트의 신입 회원을 소개합니다! 46 민우알림 46
민우회 신임 지부 대표님들을 소개합니다!
48
지부소식
51
한국여성민우회 창립 20주년기념 행사광고, 독자마당
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유경희, 권미혁, 최명숙 편집인 정은숙, 박봉정숙 발행일 2007년 4월 4일 통권 178호 편집위원 권미혁 권수현 김희정 박봉정숙 손봉희 이인화 최정은영 주영은 디자인 일탈기획(02-2275-8447)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
민우ing
2007 한국여성민우회 상근활동가 교육 워크샵 참관기
비전∙열정∙전망의삼중주! 민우회 협주곡 한번 감상해 보시죠! 따사 ●
바로크시대에 유행했던 음악 중 다성음악(polyphony)이라
화음을 이루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는 것이 있다. 다성음악은 일반적인 화성음악처럼 하나의 주된 멜로디가 진행되고, 그 밑에 반주가 받쳐주는 것이 아
‘비전∙열정∙전망 나눔’ 을 슬로건으로 2월 21일(수)~23
니라 동시에 여러 개의 멜로디가 제 음가를 가지며 진행된
일(금) 경기도 파주 홍원연수원에서 이루어졌던 상근자 교
다. 음악의 아버지이자 다성음악의 개척자인 요한 세바스
육은 민우회의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그동안의 고민과 고
찬 바하는 대위법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각각의 멜로디가
충을 나누고, 함께 배우며 열정을 키우고 비전과 전망을 세
독립적 의의를 가지면서도 한 음가가 타 음가에 종속되지
워보는 자리가 되었다.
않고 동시에 화성을 이루도록 했다. 이런 이유로 바하의 음
워크샵 첫날 강의에서는 민우회 조직에 대한 이해를 높이
악을 들으면 우리는 개별 악기의 소리와 음원을 동시에 감
고, 조직 활동가로서의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상할 수 있다.
시간을 가졌다. 유경희 선생님의 <한국여성민우회 역사와
민우회 상근활동가 교육 워크샵 스케치를 하며 갑자기 바
전망, 비전 찾기>강의에서는 민우회 20년 운동을 살펴보고
하의 음악을 거론해“이거 번지수를 잘못 찾은 원고가 아
현재 민우회가 서 있는 지점과 운동의 변화과정을 조망해
닌가?” 라는 오해를 했을 수도 있겠다. 워크샵에 관한 원고
볼 수 있었다. 또 권미혁 선생님의 <지역여성운동, 희망을
를 청탁받고 어떤 식으로 워크샵에 대한 단상을 풀어나갈
찾아서>는 민우회 지역여성운동의 의미와 성과, 그리고 앞
지 2박 3일 내내 고민을 했다. 그런데 교육을 마치고 돌아
으로의 전망 등을 모색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오는 버스 안에서 워크샵에서 받은 민우회 활동가들의 이
털보아저씨의 후덕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던 김성훈 선생
미지가 바하의 다성음악 같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고
님의 <삶의 경험에서 가능성과 희망찾기>라는 강의에서는
지나갔다. 수많은 민우회 활동가들이 어느 한 음에 묻히지
조직활동가의 역할과 자세를 선생님의 산 경험을 통해 배
않는 고유한 음색을 간직하면서도 열정이라는 이름 하에
울 수 있었다. 특히“조직활동가는 인간관계의 예술가로서
2
관계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라는 말씀은 활동가로서 첫발 을 내딛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둘째 날에는 조직운동가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증진하기 위한 전문 강사들의 기획력과 리더십 관련 강의 가 있었다. 강사들은 그들의 명성에 걸맞게 현란한 PPT와 천재고양이 놀이, 3마일 게임, 리더십 유형 알아보기 등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으로 민우회 활동가들의 이목을 집중시 키며 강의를 진행해 나갔다. 그런데 이러한 전문 강사들의 훈훈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을 압도했던 프로그램이 있었
작되자마자 상근자들의 눈빛은 또렷해졌다. 이 강의를 통
으니, 그것은 박봉 처장의 까칠(?) 솔직한 입담으로 진행된
해 여성주의와 사회복지를 어떤 식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
<달콤쌉싸름한 조직 문화 맛보기>였다.
를 배울 수 있었고, 모든 교육일정을 차분하게 마무리 지을
이날 참석한 민우회 상근자를 대상으로 민우회 조직문화를
수 있었다
설문조사한 결과는 말 그대로 달콤하다 못해 쌉싸름했다. 60명의 민우회 상근활동가들이 민우회의 가장 자랑스러운
명함에 새겨진 활동가라는 정체성이 아직 혼란스러운 나
문화로 뽑은 것은‘나이, 지역, 학력 등이 위계가 되지 않는
에게‘열정, 전망, 나눔’ 의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워크샵은
것(32표)’ 이었다. 사실 나도 처음 민우회에 왔을 때 띠 동갑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2박 3일의 짧은 기간 동안 내
이상 차이가 나는 사람들끼리 별칭을 사용하며 친구처럼
가 직접 본 민우회 활동가들의 모습과 강연자들이 말하는
지내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했었다. 바꾸고 싶은
바람직한 활동가의 자세는 결코 하나의 상으로 축약될 수
문화로는‘아이디어 낸 사람이 책임지는 것(20표)’ 이 나왔
없다.‘민우회 활동가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활동가는 이
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
러해야 한다.’ 는 것의 답은 찾을 수 없었지만, 도무지 종잡
면서 열정과 의욕만큼 몸과 시간이 따라주지 않는 활동가
을 수 없는 활동가들 제각각의 음색이 내가 이일에 무모하
들의 서글픈(^^) 현실을 보는 듯했다. 설문결과가 근속 년차
게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와 맡은 직책에 따라 차이를 보인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다양한 음가가 화음을 이루는 바하의 다성 음악과 같이
강의가 끝난 후, 진주여성민우회 정윤정 선생님의 김제동
2007년의 민우회에도 제멋대로의 수많은 목소리들이 울
을 능가하는 무대매너로 진행되었던 빙고게임, 당연하지
려 퍼졌으면 좋겠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같은 날, 대위법
등은 오랜 강의로 지친 상근자의 피로를 눈 녹 듯 풀어주었
의 절정을 보여주는 바하의 브란덴 부르크 협주곡을 한번
다. 특히 본부의 박봉 처장과 똥글 처장의‘당연하지’게임
들어보심이 어떨는지.
대결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마지막 날 아침, 지난밤 뒤풀이의 후유증으로 초췌한 얼굴 로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하지만 한정원 선생님의 <여성주의 관점으로 본 복지> 강의가 시
따사 ● 따끈따끈한 민우회 신입활동가 열정과 냉정사이의 감성을 유지하며 언제나 따사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합니다.
2007. 3∙4 3
민우ing
태아성감별 처벌완화 논란에 대해서
태아의성이궁금한진짜이유 봉달 ●
민우회 캠페인‘편한 세상 뒤집어 살기’ 에‘출신지역, 학
는 순간‘태아’ 의 지위도 결정된다는 데 있다.‘출산용품을
력, 결혼여부 묻지 않기’ 가 있다. 누군가를 알게 되면 그 사
준비하거나 이름을 미리 짓기 위해’-출산용품이나 이름
람이 궁금해지고 자꾸 뭔가를 묻게 된다. 그 질문들은 서로
을 위해 성을 알아야 할 까닭도 없지만-태아의 성을 궁금
의 관계를 넓혀주기도 하지만 서로를 규정하기도 한다. 그
해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것이 문제인 것은 권력과 위계, 혹은‘정상성’ 의 범주를 규
이는 단순한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
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쉽게 질문을 하지만 그 답은 궁금
회에서 주장하듯이 남녀신생아 비율이 딸 100명당 107.7
증에 대한 해결로만 끝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명으로 낮아졌다고 하지만, 셋째아이의 경우는 127.7명이
그렇다면‘태아의 성’ 에 관한 질문은 어떨까? 현재 한국에
다. 노골적인 선호만이 사라졌을 뿐이며, 아들을 낳아야 한
서 태아의 성을 알려주는 것은 불법행위이다. 성감별을 할
다는 사회적 압력은 여전함을 알 수 있다. 부계혈연주의와
경우‘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에 처할
그것을 지속시키는 사회적 상황과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
수 있도록 의료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
면 태아성감별은 얼마든지‘여아’낙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부가 태아성감별에 대한 처벌수준을‘과태료’ 로 낮추겠다
있다.
고 발표하였다. 형량이 너무 높고 반드시 낙태로 이어지지
‘여아낙태’ 의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함에도 왜 의사들은 태
않으므로 형사처벌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성감별을 꼭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성감별뿐 아니라
의사들은 산모와 가족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태아
점점 많아지고 있는 산전검사 목록들은 누구를 위해 필요
의 성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태아의 성을 아는
한 것인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들은 이에 대한 답일
것은‘아이와 산모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을 예방하는 것’ 과
지도 모른다.
는 다른 문제이다. 말하자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사 실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사회에서는 성이 규정되 4
봉달 ● 이사한지 열흘정도 되었나? 집도 낯설고 집 가는 길도 낯설고 집 앞 슈퍼 주인도 낯설다. 내 일상도 낯설어지는 것 같다. 그 낯설음들이 고단하다. 얼른 적응해야지~~
호주제 폐지… 그리고 2년 후
“하루빨리새로운신분증명제도마련해야…” 양이현경 ●
2005년 2월 3일, 헌법재판소는 호주제의 헌법불합치 결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궁금했던 것은 당장 바꿀 수 있
정을 내렸다. 한 달 뒤인 3월 2일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느냐, 언제부터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2008년 1월부터 바
이 국회에서도 통과되고, 호주제는 폐지되었다. 하지만 우
뀐다고 이야기를 하면“아직 멀었군요..” 라며 내쉬는 한숨
리는 여전히 호주제의 영향력 아래 있다. 새로운 신분증명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어떤 사람들은 폐지됐으면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2007년 12월까지 유예기간을 두었
바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 유예기간이 너무 길지 않느
고,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2008년 1월부터이기 때
냐, 그러다 막상 그때가면 바뀌지 않는 것 아니냐는 등 걱
문이다.
정과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 당시 언론은 연일 호주제 폐지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그때 그 사람들의 걱정과 불만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단체들의 환영논평이 쏟아져 나왔고 민우회도 역시 환영
2008년 1월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호적법 대체입법이
논평을 발표했다. 그리고 호주제 폐지의 의미와 앞으로 만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호주제 폐지를 위해 애써온
들어질 신분증명제도에 대해 많은 인터뷰를 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호주제 폐지 후 성평등하고 개인정
호주제가 폐지되면 무엇이 바뀌는지에 대해 시민들의 문의
보가 충분히 보호되는 새로운 신분증명제도를 손꼽아 기
전화도 많이 왔었다. 호주가 없어지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국회는 대체입법을 하루 빨
것부터 이혼한 사람의 자녀 호적문제, 엄마 성으로 바꿀 수
리 통과 시키고, 관련부처는 새로운 신분증명제도가 2008
있는지, 아니면 부모 성을 둘 다 쓸 수 있는지, 자녀 양육권
년 1월에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만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은 어떻게 되는지 등 정말 다양한 내용의 문의가 있었다.
한다.
물론 민족의 뿌리 운운하며 이제 우리나라가 망했다고 한 탄하는 사람들의 전화도 받았다. ^^;
양이현경 ● 한국여성민우회 상근활동가
2007. 3∙4 5
민우칼럼 창
민
우회 회원들과 무엇을 함께 생각
하는 평생 의무이다. 미국을 건국하는데
보거나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국민에게
해 볼까 궁리하는데 역시 직업은
앞장 선 주역 중 한 사람인 벤자민 플랭
해주는 서비스의 질과 양 그리고 산업화
못 속이나 보다. 여러 생각이 드는데 전
클린은‘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 두
단계 등을 고려해 보면 외국보다 적게
공인 세금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지 있는데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
낸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도 어렵다. 특
있다. 그래서 재미는 없지만 세금 이야기
는 세금이다’ 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히 2000년 들어서 매년 세금증가율이
를 해볼까 한다. 몇 해 전 민우회가 일회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독립혁명도 영국
소득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면서 2002년
용생리대 부가세 면제 운동을 전개해 성
의 가혹한 세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
284만원이던 1인당 조세부담액은 2007
공을 거둔 적이 있는데 여성의 정체성을
이 계기가 되었고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년 383만원으로 5년 사이 100만원 가량
찾자는 차원에서는 적극 찬성이었지만
혁명의 배경에도 세금을 둘러싼 갈등이
이나 늘어나기도 했다. 세금 관련한 중요
세금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는 난
내재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도 세금을 둘
한 원칙 중에 국민이 예측 가능하도록
감했던 기억이 난다. 이어서 비슷한 종류
러싼 삼정(전정(田政), 군정(軍政), 환곡(還
해야 한다는 것이 있다. 죽을 때까지 져
의 세금이라고 생각되었는지, 일부 국회
穀))의 문란이 민란으로까지 이어졌던 적
야하는 의무라고 체념하고 있기엔 이런
의원들은 아기기저귀에 대해, 심지어 남
이 있다. 그래서 재미는 없을지 모르지만
증가율은 너무 급작스러워 적응이 잘 안
성들은 남성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며
내가 버는 것의 1/4은 세금으로 내야하는
된다.
면도기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해 달라는
만큼 가끔은 세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
세금해방일1 )이 매년 4월에 있는 것을 보
법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면 우리나라 국민은 1년 중 벌어들인 소
세금하면 사람들이 골치가 아프다는 생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세금
득에서 3개월 이상에 해당 되는 금액을
각이 앞서고 어떻게 하면 적게 낼까 하는
부담이 많지 않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세금으로 내고 있는 셈이다. 나는 소득이
궁리부터 하기 마련이다. 세금은 국가를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사실을
적어서 세금을 안 내겠지라고 생각하는
유지해 나가기 위해 숙명처럼 부담해야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소득에 대비해서
분이 혹시 계시다면 꿈 깨시라고 말하고
재미없는 세금이야기 이인실 ●
6
싶다. 소득세 말고도 세금은 30가지나 더
가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국민의 세금
다는 세무서 직원 때문이 아니라 세금이
있다. 우리가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잘 때
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이런 종류의
교육, 복지, 환경 등 공공서비스를 향유하
까지 소비하는 각종 물품에는 다 세금이
공공서비스는 지방세와 연관된 것이다.
는 대가이자 복지사회 건설에 함께 참여
붙어있다. 집이나 자동차에 대해서 재산
우리가 같은 소득과 같은 재산을 가졌다
하는 회비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세와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자동차세를
할지라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내는 세
적극적으로 낼 것은 내고 아낄 것은 아끼
내고 있고 술값에는 주세, 담배에는 담배
금의 크기와 받는 혜택이 매우 다르다.
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비세, 각종 공산품에는 10%의 부가세
대한민국 국민으로 치안과 국방 안보 등
또 어차피 낼 수밖에 없는 세금, 정확히
가 따라 다닌다.
은 같은 대우를 받지만 사회복지 서비스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
세금은 내가 쓰기보다는 정부더러 사회
는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자. 요즘 지자체 홈페이지에 어지간한 공
공동체를 위해 써 달라고 맡기는 것이다.
대기업 본사 같은 초고층 건물이 많이 있
공서비스에 대한 안내는 거의 나와 있는
요즘 필자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는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세 수입도 많아
데, 민우회 회원들도 지역사회에서 내 세
‘XXX긴급 출동’ 이라고 있는데 사회의
서 아무래도 주민을 위한 공공서비스의
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낭비되는 구석은
소외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치
양과 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
없는지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하는 재미
유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에서 시청
체에게 지방세를 걷을 수 있는 세율의 자
없는 생각을 해본다.
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극단적인 모습을
율결정권을 준 것은 지자체 스스로가 재
방송하기도 하지만 딱한 경우가 태반이
량에 의해 재원을 조달하고 지역주민에
다. 개인적 무지와 주위의 무관심 탓도
게 보다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있지만 상당부분은 정부 차원에서 구조
책임을 지도록 하는데 근본 취지가
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그런
있기 때문이다.
데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정부
이제 무덤까지도 따라온
1) 한 국가에서 세금해방일은 그 국가의 국민이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기 시작하는 날을 의미한다. 그 전날까지 벌어들인 소득은 세금으로 납부하여야 한다. 사람들 은 세금해방일 이후 벌어들인 소득을 가지고 자신의 생활을 할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이인실 ●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한국여성민우회 신임이사
2007. 3∙4 7
민우스케치 � 제8차 여성민우회생협 정기총회 제8차 생협 정기 대의원 총회가 열렸습니다. 90여명의 대의원과 30여명의 생산자, 내빈이 참여하여 2006년의 사업을 평가하고 2007년 에 펼칠 사업을 검토∙승인하였습니다. 또한 제4기 임원선거가 치뤄져 12명의 이사와 2명 의 감사를 선출하였습니다. 2월 24일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
� 2007 활동가 워크샵 � 한국여성대회
“비전∙열정∙전망 나눔”
제99주기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민우회 본부와 지부의 활동가 60여명이 모여
한국여성대회가 1500여명이 참여한
활동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살인적인 교육일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민
정을 통과한 참가자들과 준비팀에게 박수를!!
우회는 각 소모임에서 예쁘게 만든 입
2월 21일~23일 경기도 파주 홍원연수원
체 피켓을 들고“기꺼이불편해지기” 캠페인을 소개했습니다. 3월 4일 홍익대학교 체육관
� 3.8
세계여성의 날 반전평화여성행동
세계여성의 날 오전, 국방부 앞에서는 아프가 니스탄과 이라크에 있는 한국군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여성단체(대전여민회, 수원여성회, 여성환경연대, 통일연대 여성위원회,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성 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 우회)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3월 8일 국방부 앞
3.17 이라크 침략 4년 규탄 국제 반전공동행동
�
1500여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서울역 광장에 모 여 반전∙평화를 기원하는 집회를 가졌습니다. 명동을 지나 광화문까지 행진하려 했으나 경찰 의 저지로 광교 사거리에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3월 17일 서울역
이형모 사건 해결을 위한 금요 릴레이 1인 시위 �
성폭력 가해자 이형모 전 시민의 신문 사장은 명예훼손 역고소를 취하하고 성찰과 반성의 길을 택하라! 3월 9일 서울 광화문 재외동포신문사 앞 금요릴레이 1인 시위는 매주 금요일에 진행되 고 있습니다. 단체 및 개인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8
연재기획
Ⅰ.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 ‘페미니스트’ 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그리 녹록치 않은 경험일 것이다. 페미니즘을 필요로 하는 사회, 그러나 페미니스트가 낙인이 되는 사회, 그런 사회 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각자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정리해 내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 보자. 이번 호의 내 용은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정답과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각자 자신의 삶에 어떠한 의미인지에 대해서 소통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기획되었다.
Ⅱ.민우역사기행 “복잡한 열차 내에서 승객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를 하지 맙시다…” 라는 지하철 안 내방송을 들어본 적 있는지. 알고 보면 이 방송에 민우회의 역사가 들어있다. 민우 회의 20년 역사속으로 떠나는 <민우역사기행>의 첫번째 여행, 1997년‘지하철 성 추행 근절 캠페인’ 을 기억해 보자.
수다좌담
‘페미니스트’ 로산다는것 진행자 ● 맨발 / 수다참가자 ● 달리, 맨발, 소다, 신나, 현정 / 정리 ● 맨발
2월의 어느 날 땅거미가 내려앉은 시간, 5명의 민우회 회원들이 모였다.「모람터놓기」회원자유게시판에 올려진‘페미니스 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이 트로 산다는 것’체크리스트1) 를 보면서 각자‘페미니스트’
연 재 기 획 Ⅰ 페 미 니 스 트 로
야기들이 오고갔으나 지면의 한계로 인해 내용을 다 싣지 못한 점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양쪽 모두 은근히 재밌고 부러운 점이 있는데, 이 두개
첫 느낌 : 혼란과 딜레마
가 너무 극단적이니까,‘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아웃 소다 : 저는 체크리스트 항목 중에 가장 필 꽂혔던 게
3번2)
사이더 같다. 이도 저도 아니고 개념이 모호한 지조없
산 다 는
하고 5번3) 항목이에요. 재작년에 큰 맘 먹고 민우회에 왔는데, 낮에는 회사 사람들 만나고 1주일에 한 번씩은
맨발 : 그런 딜레마를 어떻게 처리하셨나요?
것
저녁에 민우회 사람들 만나잖아요. 가장 혼란스러웠던
소다 : 밝은 데와 어두운데 양쪽에 익숙해졌나 봐요. 처음 민
부분은 그 괴리가 너무 크다는 거였어요. 아주 밝은데
우회 왔었을 때는 그게 너무 혼란스럽고, 이쪽에서는
있다가 깜깜한데 가면 더 깜깜한 거 같고 깜깜한데 있
괜히 죄책감이 느껴졌다가 저쪽에 가서는 찔렸다가
다가 밝은데 가면 더 눈이 아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여기 오면 여기 세상에 맞추
에요. 회사 사람들은“네일 아트 어디가 이쁘더라” ,‘좋
고, 거기 가면“네일아트 어디서 했어?” 하고 물어보
은 남자’만나고‘명품 가방’사는 이야기를 하는데,
고… 적응이 됐어요.
는 펄럭귀인거 같다’ 는 딜레마에 빠졌었어요.
여기 오면‘제3세계, 성폭력, 한부모가족’ , 이런 얘기들
현정 : 그런 차이를 소화하는 과정이 다들 있는 것 같아요.
을 하는 거죠. 민우회에 오면 나도 네일아트 갔었다고
제가 있는 회사는 굉장히 보수적인 경향의 사람들이
얘기도 못하고(좌중 웃음), 회사에 가면 명품가방 사는
많아요. 하지만 힘을 실어주는 단체가 있기에 제가 느
데 같이 가고 싶어도“나는 안 갈래” 라고 하게 되고.
끼는 것에 대한 믿음 같은 것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1)「함께가는여성」편집팀에서는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하여 한번쯤 해 봤을 생각이나 상황들을 모 아 보았다. 민우회 홈페이지 모람세상 게시판에 올려져 있다. 2) 3. 나는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있을 때“페미니스트답지 못하다” 는 평가를 받을까봐 혹은 그들로부터 배척받을까봐 두려워 나의 생각이나 감 정에 솔직하지 못할 때가 있다. 3) 5.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페미니스트’ 라고 밝히면 나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까봐 염려가 된다.
10
사무실에 가면 화가 나는 거에요. 하지만 말로 표현할
같아요. 지하철에서 성추행 당하거나 목격해도 적극
수는 없어서 화를 삭이는 것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화
적으로 대응한 적이 없었는데 친구들 2명과 같이 성
를 내지 않는 걸로,“그래, 여긴 그런 분위기고 나는
추행하는 남자를 혼내준 적이 있었어요. 친구들과 같
이렇게 생각해” 라는 식으로 되어가는 것 같아요. 좋은
이 있으니까 용기가 나는 거에요.“야! 너 뭐야!”소리
건 아닌 것 같지만 소화를 하는 과정이 있더라구요.
를 질렀더니 감추면서 도망가요, 잡았지. 그랬더니 쌍 욕을 하는 거야. 공익이 보이길래 같이 경찰서 가고.
‘여자로서의 나’ 를 바라보는 방식
(현정 : 고개를 돌리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몸을 움직여 잡았다는 게 대단한 거 같아)
신나 : 제 마음이 가장 찔렸던 것은
1번4)이었어요.
저는 여자
인 게 싫었어요. 어릴 적부터 여자라서 별로 인정받지
까칠함, 그리고 관계에 대한 고민
못하는 것, 여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맞춰야 하
연 재 기 획 Ⅰ 페 미 니 스 트 로
는 게 많다는 것에 대한 압박도 있었던 것 같아요. 게
달리 :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여사원들은 대리나 과장을
다가 성격이나 생김새가 별로 여성스럽지 않아서 콤
달아도 사장이‘미스 정’이렇게 불렀어요. 그래서 스
플렉스가 많이 있었어요. 어릴 적부터 여성성과는 거
트레스 만빵으로 받고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내가 신
리가 멀었고 왠지 내가 남자들의 공간에 속한 사람인
경을 건드리게 되거나 싸우게 될까봐 항상 긴장되지
것 같고, 그 질서가 더 편하고. 그러면서 여자들의 세
요. 나 혼자 바꾸기에는 내 힘이 너무 미미하니까. 어
계가 무섭다고 해야 하나? 내가 여자인 게 별로 이로
느 부분은 포기하고 체념하게 되더라구요. 그런 부분
울 게 없는 것 같아서 여자인 게 싫었어요. 그런데
은 오히려 포기를 하니까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그런
산 다 는
‘나는 페미니스트야’ 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 여자
데 우리 집에 가서는 뭔가 바꿔 보려고 시도하곤 해
것
인 나를 긍정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페미니즘에
요. 최근에 친정에 가서 호락호락 캠페인 얘기를 했는
대해 공부를 하고 민우회에 들어오고 사람들을 만나
데, 오빠가 갑자기 신경질을 내면서“너만 입 다물고
면서‘나는 여성이구나. 여성인 게 나쁘지 않구나’ 라
있으면 집안이 조용한데, 너 때문에 맨날 시끄럽다” 고
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면서 억눌려 있었던 감정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안정된 틀을 깨는 그런
들, 여자들이 하는 걸 해 보고 싶다는 걸 자유롭게 받
사람이 되는 거에요.
아들이게 됐던 것 같아요.
신나 : 맞아! 나도 그랬어요.“왜 너는 보통사람들처럼 안 살
현정 : 저는 16번5)을 보는 순간‘정말 여자로 태어나고 싶지
고 비정상이야?”항상 그런 소리를 들어요. 나는 나로
는 않다’ 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남자로 태어나고
살고 싶고 나를 긍정하고 좀 더 독립적이고 누군가에
싶은 거에요?) 그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
게 의지하지 않고 살고 싶은 것 뿐인데요. 하지만 나
로서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 이런 사회구조라면
혼자서 골방에서 사는 게 아니라면 누군가를 만나서
태어나고 싶지 않아요.
문제들을 풀면서 나가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그런 과
달리 : 저는 어릴 적에 별로 격려 받고 자란 기억이 없어요. 대학 졸업하고 나서 다른 대학교 총여짱들 모임이나 들꽃모임을 하면서 여성주의 활동을 하는 여성들을 만나게 됐고, 그때부터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것
4) 1. 나는 내가 여자인 게 좋다. 5) 16. 만일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여성이건 남성이건 어느 쪽이 든 다 좋다.
2007. 3∙4 11
연 재 기 획 Ⅰ 페 미 니 스 트 로
정을 계속하려다 보니 너무 부대끼는 거야. 나도 상처
해?”그러고, 부부싸움도 하고. 회사에서도 그래요. 손
를 받고 그 사람들도 문화적 충격과 상처를 받고….
님들이 왔을 때 여직원들에게“커피 좀!”하기가 더 편
그런저런 감정들을 갖게 되니까 그 까칠함이라는 게
해요. 그런데 남자 직원들만 있으면“김대리! 커피 좀!”
나에게도 상처를 주는 거에요.
하기가 너무 미안해서 그냥 내가 탈까 한다니까. (하하
소다 : 제 경우엔 시댁식구들과 기존의 룰을 바꾸는 걸 도모하
하) 그리고 나서 자책해요.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다음
고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전략에 대해 고민을 해요. 명
에는 김대리 시키자’다짐하고. 그런데도 막상 여직원
절 때 남자들은 누워있고 여자들이 상보고 그런 게 싫
이랑 남자직원이 있으면 여직원 시킨다니까.
어서 바꿔 봐야겠다, 그러려면 내가 뭔가를 도모해야
신나 : 예전에는 내면이 좀 더 커지고 성숙해지면, 까칠해지
하지 않겠나, 그래서 각본을 짜고 명절 열흘 전에 형님
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포용하면서 갈 수 있지 않을
들에게 전화를 해요.“이번에는 반찬도 나눠서 만들어
까? 그게 진정한 운동가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 생각
오고 나머지는 밀가루 가져와서 남편들하고 같이 부치
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그게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면 어때요?”하고요. 형님한테 이야기할 때도 까칠하게
들어요. 그냥 까칠하게 살아야 할 거 같아.
얘기하면 안 되고 애교스럽게 얘기해야 해요. 명절 당 일 날 형님들이 아주버님들한테 전 부치자고 말해요.
페미니스트라는 낙인
그전에 저는 윷놀이를 한다던가 노래방을 간다던가 아
산 다 는 것
주버님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 놓죠. 이게 고객한테 접
현정 : 소모임에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처럼 페미니즘을 퍼뜨
대하는 것 같은 거에요. 명절 끝나고 나면 일은 안했는
리려고 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 적이
데 정신적 신경을 더 많이 써서 너무 피곤한 거야. 나도
있었어요. 제가 그랬어요.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고.
오지랖이다. 내가 이렇게 바꾼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닌
페미니스트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처럼
데…. 이런 지난한 싸움을 계속 기획해야 하는 짜증도
공식적으로 페미니스트라고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만만치 않죠. (그래서 전은 같이 부쳤어요?) 예. 역할분
속으로만 그런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날 때 얼마나 충
담을 해서 이쪽은 만두 빚고…. 그런데 그 과정에서 눈
돌이 심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꺼낼 수 없다, 전도하
치도 많이 보이고, 신경전도 있고요. 명절이 끝나면 남
기 너무 힘들다고 했어요. 페미니스트로 드러내놓고
편은“너는 왜 이렇게 오버냐? 그렇게 유별을 떨어야
사는 것은 굉장한 무리인 것 같아요. 소다 : 내면에 두려움이 있어요.‘페미니스트’ 라고 알려졌을 때 색안경을 끼고 볼 거 아녜요?“너 페미니스트면서 왜 하이힐 신었어?”그러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얘기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질 거 같 은 두려움이 있어요. 달리 : 민우회 활동을 하면서 나도 뭔가‘조직을 해야 한다’ 는 압박감 같은 게 있어요. (하하) 출산한 다음에 친구 를 좀 사귀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아파트 동호회 모임 을 통해 면생리대 만들면서 육아정보를 나누는 식의 모임을 만들었어요. 1주일에 한번씩 모이는데 분명히
12
일상 속에서 소통할 수 있고 고쳐나갈 수 있는 게 있
일반 사회에서는 페미니스트인데 여기서는 야매인거
어요.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할 수도 있고….
같은 거죠. 상대적 야매…. 이 모임을 통해 확인할 수
현정 : 정말 많은 여성들이 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거
있었던 것은‘남자니까 여자니까 이래야 해’ 라는 고정
같아요. 비슷한 불만이 쌓여있고 그래서 소통할 수 있
관념에 저항하듯‘페미니스트이니까 이래야 해’ 라는
을 것 같은데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 딱 벽이 생기는
우리 안의 감옥을 스스로 만들고 그걸로 인해 마음이
느낌….
짓눌려 있는 것은 페미니스트로서의 진정한 자아찾기
달리 : 그래서 난 아직 민우회 회원이라고 얘기를 안했어요.
를 위해서 썩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 않나…. 그것을
페미니스트라면 낙인 찍히는 게 있어서…. 남편 친구들
좀 더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내 안에서 모색
한테‘드센 여자’ ,“야! 너 ��이랑 사는 게 피곤하지
하고 페미니스트들과 소통하고 이런 시간을 목적의식
않냐? 네가 일 다 하지?”그런 소리 듣기 싫은 거에요.
적으로 가져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두 번이지. 그것도 나한테 대놓고 얘기하는 게 아니
현정 : 페미니스트라서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을
라 남편한테 얘기해요. 그게 싫었어요. 내가 소통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
싶은 사람이 아닌 사람한테 주절주절 얘기해야 하는
각이 들어요. 더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얘기를
상황이 너무 싫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되는 거죠.
할 수 있었으면 해요. 어떤 교육을 받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도 문제를 느끼면 좀 바꿔 보면서 살아보자는
수다모임을 하고 나서
그런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수다를 떨고 나도 마
연 재 기 획 Ⅰ 페 미 니 스 트 로
맨발 : 다들 어려운 발걸음을 내 주셨는데, 마무리로 오늘 이야
달리 :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게 정말 간만이에
산 다 는
기를 나누고 난 느낌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 아이를 낳은 지 19개월 정도 됐는데, 집에 있다 보
것
신나 : 내가 혹시 페미니즘을 모르고 결혼을 했거나, 아니면
니 아이를 돌보는 일이 사회적으로 평가를 받지 못하
다른 삶을 생각해 보지 않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면
고 스스로도 과히 즐겁지 않은 것 같고, 지금 에너지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 많이 떨어져 있는 때에요. 그러다보니 근래에는 이
요. 하지만 그 만큼의 똑같은 무게로 자신이 까칠해지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요. 아직은 소박하
는 것이 힘들고 두려워요. 황량한 벌판에 혼자만 버려
지만 오늘부터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
진 거 같은…. 한편으로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
죠. 나는 이렇게 간다고 했는데, 요만큼 왔다가 놓쳐
고 있기에 자신감이 있고 무엇이 닥쳐와도 부딪혀야
버린 듯한 느낌이거든요.
음이 편하지는 않아요. 답답해요.
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미쳐올 파장, 타
맨발 : 페미니스트의 땅에 들어가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인에게 받을 상처, 세상을 향할 독설들을 생각하면 굉
것 같아요. 소다가‘감옥’ 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나
장히 두렵고 불편하거든요. 하지만 그것을 계속 가지
를 보호해 주기도 하고, 답답하게 하기도 하는 어떤
고 갈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그 두려움을 내가 가지고
마음의 감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각자의 감
있는 만큼의 자신감과 위안으로 이겨나갈 수 밖에 없
옥과 감옥이 서로 소통하는 것, 아니면 각자의 감옥을
는 게 페미니스트의 삶인 것 같아요. 결론은 그래도
조금씩 넓혀 나가는 것,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이런 방
‘까칠하게 사는 게 낫다. 인정하고 까칠하게 살자.’ 소다 : 저는 아직도 내가 페미니스트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법들을 좀 더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늦은 밤까지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2007. 3∙4 13
셀프인터뷰Ⅰ
나의‘주홍글씨’ 박유 ●
연 재 기 획 Ⅰ 페 미 니 스 트 로
여성스러움에 대한 혼돈 점점 진해지는 화장, 점점 높아지는 구두굽. 외모지상주의에 굴복하는 건 남성중심사회에 편입하려 는 기생충 같은 짓이라고 말해온 나다. 하지만 내 일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게 문제이지. 예뻐지 려고 애를 쓰고, 돈을 벌면 얼굴에 칼을 대보는 건 어떨까 고민한다. 수려한 외모와 바람직한 몸매 가 능력을 넘어서서 하나의 권력이 된 한국사회의 오늘을 사는 나는, 개인의 힘으로 이런 시대의 조
산 다 는
류마저 거스를 수는 없다고‘미친’자기 합리화에 풍덩 빠져버리곤 한다. 더럽고 추한 모습이 아닐
것
‘미녀’ 로 살아보고 싶은 몽상에 잠기곤 한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 사는 게 한결 수월해질 것도 같
수 없지. 그런 걸 달관하는 경지에 이르러야만 페미니스트다운 건데 말이야. 가끔은 나도 한번쯤 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더군다나 여성스러움의 상징이자 요즘시대 미의 대명사가 되어버린‘S라인’ 의 부재. 정말 허전하 기 그지없지. 내 여성스럽지 못한 외모에 대한 불평불만은 끝이 없는 일상과 함께한다. 반복 재생 그리고 다시 반복. 페미니스트 하면 딱 떠오르는 B사감의 이미지. 사회적 편견이 그려놓은 그 모습 에서 나 또한 한 번도 붓 자락을 들고 고쳐 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야, S라인을 가진 페미 니스트가 되고 싶었어. 외모를 가지고 한 여성의 가치를 판단하고 값을 매기는 것은 분명 페미니즘 의 비난대상 1호잖아. 그런데 그것을 가지지 못함에 실망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을 땐 상당히 혼란 스럽다구. 자책도 해보고, 그런 기준을 마련해 놓은 사회에 대한 반감도 표현해 보지만 여전히 머릿 속은 복잡하다. 나는 마치 언행불일치 존재의 표상과 같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여성성과 이 사회가 정의해 놓은 것들이 어떻게 다른 거지? 다르기나 한 걸까? 자신이 던져놓은 그물에 자기 스스로 갇 혀 버리는 존재, 나의 또 다른 이름은 페미니스트.
<셀프인터뷰>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하는 방식의 인터뷰입니다.
14
에로스 상실의 영혼 에로스에 대한 환상을 난 이미 상실한 지 오래다. 로맨틱 코미디나 순정만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살짝 비웃어 준다. 에로스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포장된 결혼이 아니라 영혼을 옥죄는 쇠사슬 같은 것 이라고. 그리고 더 비극적인 것은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서 순응해 버린다는 것. 위계질서가 반듯한 남 성 중심적 가족체제 안에 안주해 버린다는 것. 그래서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부정하기 시작했고, 또 한 에로스도 거부하기 시작했다. 한 남자를 사랑하는 순간, 내가 견고하게 지켜왔던 가치관들이 우르르 무너질 것만 같다. 연인들의 평
연 재 기 획 Ⅰ 페 미 니 스 트 로
범한 일상과 데이트 따위도 내겐 많은 생각으로 인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 것이라는 이상하 고도 묘한 직감. 고슴도치처럼 다가오지도 못하게 그 가시들을 바짝 세워버릴 것만 같아서 나는 에로스 를 꿈꾸지 않는다. 꿈꾸지 않는 자에게 환상은 있을 수 없다. 상상만으로도 체할 것 같은 기분. 그대들 은 아는가? 이것이 자기비하의 또 다른 표현인지, 아니면 페미니스트와 에로스는 뭔가 그림이 어울리 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만의 착각인지, 난 잘 모르겠다. 에로스와 페미니즘의 접점이라는 게 있기나 할까? 에로스를 잃고 갈팡질팡 흐느적거리는 영혼, 나의 또 다른 이름은 페미니스트.
산 다 는
순결은 나의 힘
것
순결이데올로기나 혼전순결을 강요하는 사회는 내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향해‘반드시’ 반대 의견을 피력해야만 한다. 모든 여성에게 자신의 성적주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성생활을 영유할 자 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그렇다면 페미니스트의 성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 십계명처럼 지켜야 될 리스트라도 있는가? 일단 순결이데올로기에 굴복해서 남성중심의 성문화에는 거침없는 비 판을 퍼부었다 치자. 그 후에 그 모든 가치관과 선택의 중심을 오로지‘나’ 하나로 축소시켜 본다면, 정 말로‘글쎄올시다’ 야. 나는 왜 아직까지 내가 한번도 남자와 성관계를 갖지 않은 게 신기록처럼 자랑스 러운 거지? 내 영혼의 밑바닥에 순결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을 깔아두고 내 존재가치가 희소성과 맞물 려 급상승하는 듯한 쾌감을 느낀다.“나는 그렇게 쉬운 여자가 아니야.” 그래, 내게도 한계가 있겠지. 나는 분명‘신데렐라’ 와‘백설공주’ 를 읽고 자랐는데 갑자기‘흑설공주’ 나‘인형의 집’ 에 완전히 몰입하고 공감할 수는 없을 터였다. 그래, 적어도 내 딸에게는 공주시리즈를 마구 읽도록 방관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내가 그동안 접해왔던 남성중심의 문화나 가치관들이 한꺼 번에 말끔히 사라질 수 있겠느냐는 물음엔 고개를 젓겠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서 한 번도 되묻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말이야. 나는 어쩌면 페미니스트의 범위 안에서도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거나 혹은 댕강 떨어져 나가 있는
2007. 3∙4 15
지도 몰라. 발이 썩도록 동여매야 했던 전족과도 같은 상처. 그것 때문에 일부러 나를 페미니스트로 정 의하기 위한 이유를 찾아 해맨 건 아닌지. 부르다, 부르다 내가 지쳐 죽을 이름이여, 반인반수처럼 야누 스처럼 모순덩어리인 나의 또 다른 이름은 페미니스트.
나쁜여자, 독한여자, 강한여자 콤플렉스 약해빠져선 안돼. 애교? 그건 페미니스트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지. 페미니스트는 자고로 당차고 가 끔은 독설을 내뱉을 줄도 알아야 하고, 강한 기세로 남성을 구석으로 몰아붙일 줄도 알아야 해. 상대방
연 재 기 획 Ⅰ 페 미 니 스 트 로
이 공격할 틈을 주어선 안된다구. 두 눈 똑바로 뜨고 적을 응시하란 말이야! 나는 나를 무던히도 힐책하고 몰아세웠다. 욕을 먹어도 좋아.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낙인 찍혀도 좋아. 그런 주홍글씨쯤은 감당할 수 있지만 나의 존재가치에 흠집이 가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가 없지. 흔들 려선 안돼. 이런 끊임없는 자기암시 때문일까?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레 나쁜여자, 독한여자, 강한여자 가 내겐 참 매력 있는 역할모델이 되어 주었다. 페미니스트의 미덕은 누가 뭐래도 당차고 야무진 자세 와 독설을 퍼붓는 칼날과도 같은 세치 혀. 하지만 나도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속사포 같은 마초의 공격에 순식간에 우르르 무너진다.‘된장
산 다 는
하지 않아. 이렇게 안심을 하고 난 이후에야 그 논쟁이 모든 여성을 속물로 일반화해 비난하는 행위라
것
는 것을 볼 수 있었다는 것. 어떻게든 된장녀의‘오명’ 은 쓰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던 것이지. 역겹다.
녀’ 소동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을 때도 난 참으로 가식적이고 앙증맞았지. 된장녀의 조건에‘나는’속
으하하하하. 미쳐버릴 것만 같다. 나는 이 사회의 진정한 다중인격자인지도 모르지. 강한 척, 독한 척, 똑똑한 척하는 자아와 만날 때면 메스꺼움을 느낀다. 악마는 페미니즘을 입는다? 마귀의 가면을 쓰고 스스로를 숨기려고 애쓰는 자, 나의 또 다른 이름은 페미니스트. 나의 또 다른 이름이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나 같은 게 이 세상 모든 페미니스트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 고 전형성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 오해는 금물!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 앞으로도 그 정체성을 안고 살 아야 한다는 것은 썩 유쾌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아. 그냥 이게 내 자신의 한 모습이니까 받아들이고 인 정하려 노력하는 것 뿐. 가끔씩은 수챗구멍에 얽혀버린 더러운 머리카락처럼 나의 영혼은 혼란스러움 에 미쳐가지. 이게 나야. 내 주홍글씨를 구태여 숨기진 않겠다. 마음껏 봐라, 그리고 욕해라. 그리고 온 갖 사회편견을 내게 새겨 넣어라. 그래도, 나의 또 다른 이름은 여전히 페미니스트.
박유 ● 촌뜨기로 상경 후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 내면은 그 누구보다 비정상적인 것들과 특이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염세주의자.
16
셀프인터뷰Ⅱ
페미니즘이 내게가져다준것들
연 재 기 획 Ⅰ 페 미 니 스 트 로
혁상 ●
Q 긴장돼 보인다. 떨리나?
Q 이런 답변은 인기 관리를 위한 일종의 작업용 멘트
A 몹시. 당연하지 않겠나. 그러는 당신도 그리 편해 보
처럼 들린다. 혹시 그런 식으로 점수 따면서 다니는 것
이지만은 않다.
아닌가? 그나저나‘언니’ 라는 호칭을 쓰는 게 남자로서
산 다 는
는 다소 애매모호한데,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가? 이런 Q 왜 아니겠나. 본 인터뷰는 여성민우회의 <함께가는
건 확실히 따져야 한다.
여성>에 실린다. 생물학적 남성으로서 여간 긴장하지 않
A 솔직히…(머뭇거리며) 요렇게 말하면 점수는 좀 따
으면 안된다. 아마도 본지를 읽는 수많은 여성들이“저
더라. (웃음) 내가 말하는 언니들은 현재 함께 활동하고
놈들 뭐라 지껄이나 좀 보자” 면서 소매를 걷고 계시지
있는 여성주의 단체‘연분홍치마’활동가들을 의미한다.
않겠는가. (웃음) 그러니 함께 긴장 좀 하자. 이번 인터
워낙 허물 없이 동고동락하다 보니‘언니’ 라는 호칭이
뷰 주제가‘페미니즘이 내게 가져다 준 것들’ 이다. 단도
자연스러워졌다. 아! 그러고 보니‘언니들과의 만남’ 도
직입적으로, 대체 당신에겐 무엇을 주었나?
페미니즘이 가져다 준 선물이 아닐까 싶다.
것
A 글쎄…(눈치 보며 뜸들이다) 눈치? 눈치 하나는 잘
보니까. 여성주의자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눈치밥만 늘었
Q 자연스럽게 단체 홍보까지 하고 있는데… 적당히 해라.
다. 좋게 말하자면‘삶의 긴장감’ 이라고나 할까? 생물학
남사스럽다. 그나저나 남성으로서 여성주의 단체에서 활동
적 남성으로 태어나, 남자로서 커왔기 때문에 나도 모르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여성주의를 고민하는 남자들이
는 사이에 수컷의 본성이 튀어 나올 수도 있다. 솔직히
많은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부담감이 있을 수 있겠다.
여성주의적 삶이라는 것이 말은 참 멋지지만 실천의 과
A 그러니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희
정은 정말 고달프지 않나. 그것은 여성들에게도 마찬가
소성 덕분에 필요 이상의‘과찬’ 을 받는 경우가 있다.
지일 것이다. 그러니 남자인 나는 몇 배는 더 노력해야
남성 활동가로서 부담스러운 것이 바로 이거다. 물론 그
한다. 긴장 풀면 언니들한테 혼난다. (웃음)
런 시선 덕분에 반성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지만, 함께
2007. 3∙4 17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왠지 미안스럽기도 하다. 현장에서
못하더라. 그런 까닭에 난 아직까지 페미니스트를 자처
개인적 고민을 나누다 보면 같은 수위의 고민을 이야기
하는 남성들에게 동지적 신뢰를 느끼지 못 한다.
하는 여성 활동가들보다 높게 평가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거 몹시 부담스럽다.
Q 다소 흥분한 것 같지만, 이쯤에서 당신에게 꼭 해주
고 싶은 말이 있다. 너나 잘 해라.
연 재 기 획 Ⅰ 페 미 니 스 트 로
Q 내가 알기로 당신은 칭찬을 먹고 사는 인간으로 알
A 아…(잠시 허공을 바라보다) 너도 마찬가지다. 물론,
고 있는데, 공식적인 인터뷰라고 해서 너무 겸손 떠는
이런 비판 역시 나나 당신이나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것 아닌가? 그런 칭찬을 애써 마다하다니.
하지만 자신의 남성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반성하는
A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도 하지만 여성주의를 고민하
것이 얼마나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것인지 깨닫지 못하
는 남자라고 해서 더 칭찬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을 보면 좀 화가 난다. 남성이라는
다. 어쩌면 여성주의는 범인류적인 기본 소양인데 말이
육체와 존재만으로도 여성들에겐 폭력이 될 수 있는 세
다. 게다가 남자들, 자꾸 잘한다, 잘한다 해주면 안 된다.
상에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페미니즘이 준 것이 또 하
칭찬 계속 해주면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안다. 콧대가 하
나 있다.‘남성 혐오!’(웃음)
늘로 솟고, 어깨에 뽕 들어 간다. Q ‘비여성적’주체로서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산 다 는
Q 잠깐! 이건 또 다른 형태의 성차별주의 아닌가?
남성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반대로 여성 활동가들에
A 고백하자면…그렇다. (한숨) 난 성차별주의자다. 남
게 느끼는 아쉬움은 없는가? 당신이 같은 남성들에게 느
것
자를 잘 믿지 않는다.
끼는 혐오감이 이 정도라면, 일부 여성주의자들 역시 당 신을 곱게 바라보지는 않을 것만 같다.
Q 여성주의 남성 활동가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최근의
A (조심스레) 왜 없겠는가. 정말 마음 맞는 친구들도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 수위는 꽤나 문제적일 수도 있겠
많은 반면에, 아쉬운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 보통 본인
다. 부담스럽다면‘오프 더 레코드’찬스를 사용해도 좋다.
에 대한 반응은‘극단적 호의’ 와‘완강한 거부’ 를 오가
A 됐다고 본다. 많아지긴 했다지만 이 글을 읽을 남자
는 경우가 많다. 후자의 경우 이유는 자명하다. 내가 생
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말 나온 김에 좀 더 해보자. 얼마
물학적 남성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남자를 잘 믿지
전, 한 여성단체의 포럼에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는데,
못하긴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간단한 인사 조차
여성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남성 참가자들이 꽤 있더라.
거부하고 안면몰수 하시는 분들을 보면 난처하기 마련
그런데 어쩌면 하나같이 그리‘남성적’ 이신지. 밥 먹고
이다. 이해는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꽤나 상처 받는다.
빈 그릇 싱크대에 옮겨 놓는 것 가지고‘난 가사노동도
18
돕는 여성주의자요!’ 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남성 일반에
Q 남성으로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대한 여성 활동가들의 비판에 대해서 아쉽다며 볼멘 소
주제로 꽤나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 고민
리다. 여성주의적 삶을 고민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을 빌미로 근 2년 동안 주위의 활동가들을 괴롭혔다는
남성들은 자신의 언행이 얼마나 남성적인지조차 깨닫지
소문이 있었다. 이제서야 좀 정신을 차렸다고 들었는데,
그러한 고민을 어떻게 정리한 것인가?
다. 하지만 견딜 수가 없더라. 운동판의 감수성 자체도
A 여성주의가 서로 소통함으로써 연대하는 삶의 자세
보수적이었지만, 어쩜 그리 남성중심적일 수 있는가? 참
라고 한다면,‘성차’ 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태도 역
가관이더라. 남성 활동가들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은 그
시 문제라 생각한다. 물론 여성주의가 뛰어넘고자 하는
때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설명하지 않아도 눈에 선
세상의 모순이 바로 그‘성차’ 에서 기인한 것이어서 더
하지 않은가? 결국 그 때였던 것 같다. 개인적 생활부터
욱 민감하겠지만.‘생물학적 남성’ 이라는 조건이 문제의
라도 항상 반성하며 살자는 결심을 한 것이다. 여성주의
소지가 될 수 있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으로 아니, 최대한 남성중심적으로 살지 않겠다고 결
전략적 선택이 아닌, 무조건적 단절 역시 여성주의적인
심했던 것이.
연 재 기 획 Ⅰ 페 미 니 스 트 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Q 꽤나 거창하게 들리는데, 왠지 미화된 냄새가 풍기 Q 결국 남자들도 못 믿고 전적으로는 페미니스트들도
긴 하지만…. 정말 그랬는지는 다음 기회에 검증해 보기
못 믿겠다는, 꽤나 분열적인 결론에까지 이르렀다. 막 나
로 하고, 슬슬 지겨워지고 있는데 마지막 질문을 하며
가자는 건 아니었음 좋겠다. 그나저나 여기까지 와 보니
정리해 보겠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지금의 당신, 페
당신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되
미니스트인가?
었을까? 얼핏 들은 얘기로는 당신의 모친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데 사실인가? A 모친 영향도 있지만 부친과 함께 이룬 아름다운 불
A 흠…. (먼산을 바라보더니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빈다.
산 다 는
한참 동안 커피잔을 응시하다가) 후후. 그렇게 되기 위 해 노력하고 있는 남성…. 그 정도로 해두자.
협화음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겠다. 사실 가족이라는 울
것
타리에 살면서 젠더 모순을 깨닫지 못하는 게 더 웃긴
Q 재수없다. 그렇게 빠져 나갈 구멍 만들어 놓으니 마음
일 아닌가? 불감증 환자도 아니고. 어쨌든 남자라면 장
이 편한가? 왜 그리 용기가 없나? (테이블을 손으로‘쾅’
군이 되셨을 모친은 가부장적 가족 체계를 참아내기 힘
내려치며) 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 하는가?
들어 했다. 그 스트레스는 종종 자식을 향한 폭력으로
A 알았다. (뻘쭘) 나는, 페미…니…스…트…다. 됐는가?
표출되었는데, 그 덕분에 반폭력주의에 대한 욕망과 확 고한 신념을 어렸을 때 확립할 수 있었다. (웃음) 그런
Q 당신, 이제 앞으로 그 말에 책임지며 살아야 한다.
불안 속에서 살아내면서 어린 시절부터 고민했었던 것
여성주의자들 사이에서 <함께가는 여성>의 열독률이 얼
같다. 모친이 저 지경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 집안의
마나 높은 줄 아나? 이 글을 읽은 수많은 빅시스터들이
가장이라는 부친은 왜 저리 불행해 보이는가? 그러면서
당신을 지켜볼 것이다. 부디 건투를 빈다.
가족 이데올로기와 그것이 기반하고 있는 젠더 시스템
A 그대 역시. 이거, 이거, 눈치만 더 늘게 생겼다. (웃음)
을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가족이라는 단일한 계급 적 환경에서 최종 심급은 자본이 아닌‘성차’ 였다. 그런 데 가족을 벗어나도 상황은 비슷하더라. 대학에 입학한 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학생운동을 고민하기 시작했
혁상 ●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 활동가.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언니들이 있어 너무나 행복한, 여성주의를 고민하는 아직 설익은 남성 활동가. 아, 부끄부끄~ ㅋㅋ
2007. 3∙4 19
박봉 ●
연 재 기 획 Ⅱ 민 우 역 사 기 행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복잡한 열차 내에서 승객
1,0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2%의 여성이
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를 하지 맙시다.
지하철에서의 성추행 피해경험이 있다고 하였고, 응
열차 내에서 옆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불쾌한 행위
답자 중 97.2%가 지하철 성추행 방지방송이 필요하
는 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고 대답했다. 설문조사의 과정은 즐거웠다. 회원들은 직접 설문지
지하철에서 이 방송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알고 보
를 가져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돌리고 수거해 오는 성
면 이 방송에 민우회의 역사가 들어있다.
의를 보여주었고, 전화로 설문조사를 받은 회원들은 친절히, 시원시원히 답변해 주며 흥미로워했다. 그
’ 97년 장충동 민우회시절, 회원들은 자주 지하철 성
밖의 해결책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도 다양한 대답이
추행 대처 무용담을 풀어놓으며 울분을 토하곤 했다.
나왔다.‘승차권에 경고문을 넣자’ ,‘포크나 바늘을
그 와중에‘돌꽃모임’ 1)으로부터 빈번한 지하철 성추
휴대하자’ ,‘지하철 유리창을 이용, 남자가 뒤에 있
행 근절을 위해‘지하철 성추행 방지를 위한 광고방
을 때는 남자 쪽을 향해 서도록 하자’등. 주관식 설
송’ 이 지하철에서 나오도록 하자라는 활동제안을 받
문에 그렇게 답변이 많았던 경우는 지금까지도 보지
게 되었고 이 시의적절한 제안에 민우회는‘옳거니!’
못했을 정도로 여성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것이다.
설문조사 후 민우회는 돌꽃모임과 함께 서울시, 서울 지하철공사에 지하철 성추행 방지를 위한 대책을 요
우리들(민우회와 돌꽃)은 설문조사부터 시작하였다.
구하면서 광고방송, 포스터, 스티커, 지하철수사대
지하철 성추행의 일상적 피해경험을 알리고 방지방
확대, 비상벨 설치 등을 제시하였다. 비현실적인‘여
송의 필요성을 사전에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성전용칸’ 이 아닌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대책을
1997년 12월 중순부터 1998년 1월 14일까지 여성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공사측에 광고방송의 적당한
1) 각 대학에서 여성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들꽃모임’ 에서 만난 5명의 여성주의자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만든 게릴라 여성운동 조직
20
문구를 만들어 제시하였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홍 보물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위치를 관찰한 후 최 적의 자리를 제안(국가안보기획부 광고자리를 제안 하였다. 간첩 잡는다는 홍보스티커가 가장 좋은 자리 에 붙여져 있기도 했지만 다른 마음(멀까?^^)도 좀 작 용한 듯 하다)하기도 했다. 그리고 퍼포먼스와 언론보도도 진행하였다. 돌꽃모 임이 먼저 신촌역과 이대역, 그레이스 백화점2) 앞에 서 퍼포먼스를 벌이고, 그 후 민우회와 돌꽃모임이 함께 시청역과 을지로역에서 대대적인 홍보아래 퍼 포먼스와 피켓팅을 벌였다. 그 때 뿌려졌던 민우회와 돌꽃모임, 지하철공사노조 명의의 전단지 내용을 잠 깐 살펴보면, 월부터 녹음방송)을 실시하고 포스터와 스티커를 제
다리를 쫙 벌리며 일부러 여성의 신체에 닿는 것도 성추행입니다! <여성이 당하는 지하철 내 성추행의 종류> 술 취한 혹은 자는 듯 하면서 일부러 막 기대오는 경우/ 다리
작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내용에 대해서는‘성추행 은 범죄이며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는 문안을 기초 로 좀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민원 이 많으면 재검토한다는 단서를 달더니 결국 우려하
를 쩍 벌려서 여성의 다리에 닿게 해 여성이 계속 피하게 만
던 대로 시행 전날인 3월 1일, 지하철공사는 민원을
드는 경우/ 손을 여성의 다리 위에 슬쩍 올려놓는 경우/ 뒤에
이유로 기존 문안을 대폭 고쳐 방송을 하겠다고 일방
서서 뜨거운 입김을 노골적으로 뿜는 경우/ 자꾸 여성의 몸을
적으로 통보하였다. 그리고 3월 2일부터 방송이 시
위아래로 훑어보는 경우/ 뒤에 서서 밀리는 척하며 일부러 성
작되고 약 500장 정도의 포스터(위 사진)가 주요 역
기를 여성의 엉덩이에 밀착하는 경우/ 러시아워 때 팔이나 손 으로 슬쩍 여성의 가슴을 스쳐가는 경우(웃음까지 흘린다)/
에 부착되었다.
여자(들)에게 괜시리 호통치며 욕하는 경우/ 아예 자기 성기
애매한 방송문구, 눈에 띄지 않게 붙여진 포스터, 열
를 노출해 놓는 경우 등
차 안 공익광고문 게시 거부는 우리의 실망을 샀다. 특히 방송에‘성추행은 범죄’ 라는 핵심적 문구가 빠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서울지하철공사는 면담을
진 이유는 우리를 더욱 열 받게 했다. 방송 소식을 들
수락하였다. 면담 결과 지하철공사는 1998년 2월 24
은 시민들이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시민의 정서를 해
일‘지하철에서의 성추행방지를 위한 캠페인’ 의실
친다며 항의전화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우리가
행을 약속한다. 요구대로 방송(3월부터 육성방송, 11
격려전화는 한 통도 없었냐고 물었더니 한 통도 없다
2) 현재 신촌 현대백화점. 그레이스 백화점은 여자화장실 CCTV사건으로 유명해졌다가 곧 망했다.
2007. 3∙4 21
연 재 기 획 Ⅱ 민 우 역 사 기 행
고 했다. 이런 거짓말… 우리가
행 방지 캠페인 상황에 대한 항
사무실에서 회원들하고 했는
의 및 요구서’ 에 지하철공사의
데.) 또한 지하철 수사대에 성
논리의 허점을 짚고 다음과 같
추행 피해 신고가 늘어났는데
은 요구를 하며 강력히 항의하
성추행 방지 광고가 오히려 성
였다.
추행을 조장하여 성추행이 증 가한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언
연 재 기 획 Ⅱ 민 우 역 사 기 행
1. 열차내 방송문구에‘성추행은
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범죄’ 라는 것과‘법적 처벌’ 에
과연 성추행 현실이 시민의 정
대한 내용을 반드시 명시하라.
서를 해치는지, 성추행이라는
2. 출퇴근 시간에만 한정되어 있는
단어가 방송에 나오는 것이 시
방송시간대를 종일방송으로 확
민의 정서를 해치는 것인지, 성 추행방지 방송에 대해 모든 남 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 이라고 하는데 그럼 간첩신고방송은 모든 국민을 잠 재적 간첩으로 보는 것인지, 간첩이란 단어를 방송에
대하라. 3. 열차내 공익광고 포스터를 제작 하여 모든 열차칸에 부착하라 (여기에서도 성추행에 대한 내 용이 명확하게 들어가야 한다).
대고 하는 것은 선량한 시민 기분 안 나쁘게 하는지 물어볼 일이다.
결국 이 요구사항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방송 은 지금과 같은 내용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지하철
지금의 방송을 들으면‘불쾌한 행위’ 란 말이 지하철
에서의 성추행은 여전하다(2003년 472건-사당역
내에서 불쾌감을 주는 다종다양한 행위를 연상하게
으뜸, 경찰발표). 그리고 지하철은 점점 더 늘어나고
하여 처음엔 이것이‘성추행’ 을 의미했다는 것조차
연결되고 길어지고 있다. 8호선에 분당선에 이제 심
유추하기 어렵다. 예산상의 문제로 제외된 열차 내
지어 천안까지. 아마 전국으로 연결될 날도 얼마 안
게시물 부착(출입문 유리창에 붙어있는 기댐금지, 손
남은 듯 하다. 콩만한 한국. --;; 정확한 지하철 성추
낌조심 스티커에 성추행 금지 안내문을 적어 넣는
행 방지방송 요구. 민우회가 30주년을 맞이하는 날,
것)도 아쉬웠다. 다양한 디자인의 스티커를 모아가며
한번쯤 다시 해봐도 좋을 거 같다.
스티커를 제작하는 기획사까지 방문, 이런저런 도안 을 신나게 고민하던 차라 더욱 그랬나 보다. 다시 민우회는 돌꽃모임, 학내 성폭력 근절과 여성권 확보를 위한 여성연대회의, 성균관대, 국민대, 홍익 대 등 16개 총여학생회와 함께‘지하철에서의 성추
22
박봉 ●‘역사속의 민우기행’ 의 첫 테잎을 내가 끊은 것이 참 감격스럽다. ‘장단기 기억상실증’ ,‘머릿속의 큰 지우개’ 로 살아가는 내가 기억을 더듬는 원고라니… 어떻게 썼을까? 기억재생에 도움을 준 오이, 명숙 쌩유.
들꽃모임의
권김현영인터뷰 연 재 기 획 Ⅱ 민 우 역 사 기 행
Q 왜 그런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나? A 페미니스트 까페 고마에 앉아 있다가, 지하철과 버스 등에서 성추행 경험을 얘기하는 경우들을 종종 듣게 되면서,
이 문제를 이슈파이팅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지하철이 공사이기 때문에 문제제기 할 수 있는 통로 확 보가 용이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하철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 돌꽃모임 5명과 들꽃모임의 푸하와 나 등이 모여서 함께 했고 민우회에 지하철 쪽과 관련된 협상(?)하는 일 등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퍼포먼스 등을 짜게 되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재미있었던 혹은 기뻤던 일은? A 기억에 남는 일은 이대역 앞에서 퍼포먼스를 할 때, 당시 가해자 역할을 맡았던 땐싸에게 여고생들이“저 나쁜 놈”
이라며 물건을 던졌던 거다. 반응은 좋아서 매우 좋았지만, 한편 땐싸에게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크크)가 되었다. 퍼포먼스에 대한 간단한 시나리오를 써서 지역에 있는 대학 학생들에게 보내주어, 각지에서 그런 퍼포먼스 가 일어나게 된 것도 재미있는, 의미있는 일이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안 좋았던 일은 무엇인지? A 모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우리더러 나와서 그 퍼포먼스를 직접 하라고 한 적이 있었다. 거절했더니, 그 작가인지
PD인지가 우리에게 무책임하다고 뭐라 그랬던 것. 그런 보여주기식 얄팍함 말고 다른 기획을 찾아볼 생각은 안하 고 무책임하다니! 언론으로서 자신들이 더 무책임했음에도 불구하고!!! Q 지금 다시 그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다시 해보고 싶나?
이란 표현에 대해 패러디를 해서, 직접 방송처럼 녹음해서 A 지금 다시 한다면, 애매하게 처리된 경고방송의‘불쾌한’ 들려주는 라디오 게릴라 활동 같은 것을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
2007. 3∙4 23
쟁점과 현안
희망제작소가 월경기간 동안 수영장 요 금을 할인 해주지 않는 것은 성차별이 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여성의 61%가 한달의 5~7일 동안 월 경으로 인해 수용장을 사용하지 못한다 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자연적으로 발 생하는 여성의 피해를 보상하지 않는 것은 성차별이며 여성소비자의 권리를
차이에 기반한 당연한 권리, 월경하는 여자로 수영하기
침해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남녀 간의 차이로 인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김이혜연 ●
여성권리의 확보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 만 남성을 기준으로 하는 규정에 대한 문제제기 속에 나온 이러한 요구는 여 성노인, 임산부 등‘월경을 하지 않는
월경(月經)하는 여자들, 월경(越境)하다
시스템이 부재할 때, 그것들을 감당하
하면서 결국‘남성’ 과‘월경하는 여성’
한국에 실내 수영장이 처음 생긴 해가
다는 것을 이 사례는 여실히 보여준
을 또 다른 기준으로 설정한다는 점에
1963년.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수
다. (소비자보호원은 월경 중 수영장
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수
영을 배우고 수영장에 다녔을 터인데,
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피해’ 가아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의 의견과 이와
월경 때문에 수영장에 가지 못해도 한
니라고 한다. 왜? 지금까지 접수된 적
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는
달 요금을 다 내야하는 이러한 상황은
이 없으니까. 도대체 문제는, 피해는
의견을 게재한다. 글의 내용은 본지의
지금껏 한번도‘문제’ 로 여겨진 적이
어떻게 측정되는 걸까?!?!)
여성들’ 이나 여러 이유로 수영장 이용 에 어려움을 겪는‘장애인들’등 다른 차이를 가진 주체들의 존재를 비가시화
영장 요금 여성할인을 주장하고 있는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힌다.
없다. 왜 이 문제는 이토록 오래 수영 장 담장을 넘지 못했을까?
“월경때문에수영장을1주일못갔는데,
연기가 가능한가요?”
고 해결해야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 된
‘월경’ ,‘생리’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
여성에게 한 달 치 이용요금은 3주치 이용요금
뱉을 수 있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
희망제작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
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닥 놀라울 일
서치 플러스와 공동 진행한 여론 조사
다른 수영장에 가서 물어보세요.
도 아니지만, 아주 많은 여성들이 자
결과, 수영장을 다닌 적이 있는 여성
그렇게 해주는 데가 있나?”
신의 월경 주기에 따라 수영 강습 일
중 60% 이상이 월경으로 한 달 중 5
정을 조정하고, 월경 중엔 수영장에
일 이상 수영장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나오지 않는 등,‘알아서’하고 있었
대답했다. 한 달 치 이용요금을 내고
다는 것, 정말 놀랍지 않은가?‘이미
도 여성은 줄곧 3주밖에 이용하지 못
다른 차이들’ 을 반영하고 고려하는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이 한 달
“그렇게는 안돼요.
“다른 이유도 아니고, 월경 때문에 못가는 거잖아요.” “하여간 안돼요. 개인 사정을 어떻게 다 봐줘요?” 24
을 꼬박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 달 하
조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송파구는 올 3월부터 구립 수영장을
고도 한 주 치의 요금을 더 내야 한다
는 보상 규정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이용하는 여성들에게 이용요금 5%
는 것. 이 상황, 경제적 피해가 있음이
않다. 수영장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남
할인 또는 5일간의 시설 이용권을 지
분명하다.
성의 몸을 전제할 때, 월경으로 시설
급하기로 결정했다. 구립 수영장의 변
을 이용할 수 없는 것 자체가‘피해’
화가 어떠한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여성의 월경은 개인적인 사정?
로 사유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것이
지 기쁘게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또
그러나 수도권 내 수영장의 실태를 조
현행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의 적용을
소비자보호원은 소비자피해보상규정
사한 결과, 어떤 수영장도 월경 중 이
받으려면 월경은 여성소비자의 고의
에 월경으로 인한 시설 미사용을 소비
용 기간을 연장해 주는 곳은 없었다.
과실인 귀책사유가 되어야 하는 웃지
자의 피해 유형으로 규정하고, 이를
월경은 개인적인 사정이기 때문에, 일
못할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보상하는 규정을 마련해 재정경제부
일이 다 봐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
이처럼 남성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일
에 전달했다. 재경부가 어떠한 결정을
게 많은‘사람’ 들이 월경을 하는데도,
괄적으로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의 적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월경은 정말 개인적인 사정일까? 한
용을 받을 수 있지만, 여성들은 그렇
국수영장경영자협회는 수영장 요금
지 않다.‘소비자=남성’ 이 계속될 때,
그러나 남는 문제들…
은 이미, 남성들이 출장으로 강습을
남성과 이미 다른 여성의 차이들은 계
이 문제에 쏠린 언론의 과도한 관심
빠지고, 여성이 월경으로 빠지는 날을
속해서 여성 개인이 사적으로 해결하
은, 여성에 관한 문제들 중 어떤 문제
고려해서 책정되었다고 대답한다. 그
고 부담해야 할‘무엇’ 이 된다.
가 언론에 주목을 받는지, 그리고 언 론이 어떠한 방식으로 여성 문제를
렇다면 월경도 하고 출장도 가는 여성 들은 어떻게 하나? 그들이 생각하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수영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일괄적
헌법재판소에서 차별 여부를 판단할
것 같아 씁쓸했다. 월경은 어떻게 공
으로 남성의 몸을 가지고 있나 보다.
때 중요하게 가지고 오는 공평이란 개
적 개념이 될 수 있을까? 월경 경험은
념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
어떻게 사회화되어야 하는 것일까?
게 처우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
정말 급진적인 것은 월경혈에 대한 금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은 소비자 귀책
므로 이미 다른 조건들을 다르게 대하
기도 공포도 불안도 없이, 월경을 하
사유에 의해 수영장 등 체육시설을 다
지 않는다면 차별이라 할 수 있는 것
든 안하든 자유롭게 수영을 할 수 있
니지 못하게 될 경우도 소비자의 권리
이다. 여성은 이미 남성과 다른 몸을
는 것 아닐까?
확보와 피해 보상을 위해 이에 대한
가지고 소비문화로 진입한다. 이 다름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즉 소비자의
을 반영하고 고려한 시스템이 마련되
고의 과실에 의한 피해도 보상을 받을
지 않는 한, 여성소비자로서의 차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피해의 문제는‘문제가 아닌 문제’ 일
다. 그러나 여기에 월경이라는 생리적
뿐이다.
‘소비자=남성’ 이 아니라면
‘사소화’ 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김이혜연 ●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연구원 kunstbe3@makehope.org 영혼의 힘을 기르는 중. 으샤으샤~
2007. 3∙4 25
쟁점과 현안
최
근 생리 결석 인정 및 수영장 요금 생리 할인과 같은 이슈
에 대한 찬반 논의가 뜨겁다. 이에 대 해 주변 몇몇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 을 때 반응은 뚜렷하게 나뉘었다. 한 가지는‘당연히 구제해야 한다’ 는의 견이었고 다른 하나는‘개선된 제도
모성보호에서 권리 담론으로 - 수영장 생리 할인 논의와 관련하여
의 오남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대 한다, 역차별이다’ 는 의견이었다. 두 키라 ●
의견은 사실 팽팽히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두 의견이 근거로 들 고 있는 내용 자체가 논쟁을 불가능하 게 한다고 본다. 오남용을 걱정하는 측은‘생리 때문에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도 있다’ 라고 주장하고, 당연한
지에 묻은 상태로(그렇지만 개의치 않
여자들의 생리로 인한 불편함을 이야
구제를 주장하는 측은‘생리 때문에
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자를 본 적이
기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수영장에
고통스러운 사람도 있다’ 고 주장한
있는가? 대중 목욕탕 라커룸에서 생
있을 몸의 분비물은 생리 이외에도 많
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말은 둘 다 맞
리대를 팬티에 부착하는 여자를 본 적
다. 발톱 손톱의 때부터, 비듬, 콧물,
는 말이며 전혀 대립되지 않는다. 오
이 있는가? 교수가‘생리’ 를 휴강의
방귀, 소변, 머리카락 등등. 그 모든
히려 내가 지금 묻고 싶어지는 것은
사유로 학생들에게 이야기한 적 있는
것보다 생리혈이 더 불결한 이유는 무
두 가지이다. 왜 여성들은 이제까지
가?‘생리’ 가 모성보호라는 거대한
엇인가? 그것은 생리혈을 터부시하는
수영장에서의 불편함에 대해 침묵했
국가 담론에 포섭되어 갑자기 공론화
성별화된 규범의 해석이다. 생리하는
을까? 수영장에서‘표준의 몸’ ,‘표준
된 경향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갖
여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편
이지 않은 몸’은 무엇인가?
고 있는‘생리하는 몸’ 에 대한 터부는
하게‘변화된 정책’ 을 이용하려면 이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사적 경험으
러한‘생리하는 여자’ 에 대한 불편함
첫 번째로 묻고 싶은 것은‘생리’ 가
로 여겨지는‘생리하는 몸’ 은 사람들
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 불편함은
공적 경험인지에 대한 것이다. 여자의
을‘불편하게 하는 몸’ 이다. 수영장에
어떻게 사라질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생리가 이렇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서 피 흘리는 여성이 자신과 함께 물
서는 수영장에서의 변화 뿐 아니라 더
편안하게 이야기될 수 있는 주제인
에 몸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
넓은 영역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며 이
가? 언제부터 그랬는가? 생리혈이 바
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은 수영장에서
는‘생리’ 와 여성의‘권리’ 를 이야기
26
할 때 반드시 지적되어야만 한다.
것이 남성 국가가 수행해야 할 당연한
리로 인해‘극도의 고통’ 을 겪는다는
두 번째로 묻고 싶은 것은‘생리하는
의무로 여겨지는 가부장제에 전혀 도
것을 대표적 생리 경험으로써 담론화
몸’ 에 대해‘어떻게’접근하고 있는지
전하지 않는다. 따라서 생리하는 여성
하는 것은 제도의 변화에 의도치 않은
에 대해서이다. 소위 젠틀한 사람들은
의 몸을 이러한‘담론’ 에 의지하여 사
부정적인 효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생리와 관련된 문제를“ ‘가임 기간’ 의
회적으로‘구제’ 해야 한다는 것은 쉽
실제로 모든 여성이 생리를 동일하게
여성이 생리하는 건‘남녀의 자연적’
게 호응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
경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인 차이이고, 국가에서 여성의‘임신
한 담론은 모든 여성의 몸을‘예비 엄
주장은 궁극적으로는 생리통이 없거
가능한 몸’ 을 보호하는 건 당연한 것
마’ 로 위치시켜 결국 여성의 몸을 단
나 덜 심한 여성들의 경험을 설명하지
이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
일화하고 남성과의 차이를 본질화 하
못한다. 모든 여성으로 일반화할 필요
한‘상식’ 이 여성을 모성으로 등치시
는 담론을 강화하며 이와 무관한 여성
도 없이, 수영장이라는 공간에 특정한
켜 여성에 대한 본질적 사고를 강화한
몸-경험을 배제해 버린다. 그렇기에
여성들의 생리와 관련하여 불편한 경
다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이러
생리와 관련한 불편함에 대해 문제제
험들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한 사고는 여성을‘항상 임신해있거
기하는 것은 여성의 생리 경험을 모성
생리통이 너무 극심하기 때문에 여성
나, 임신할 준비를 하고 있는’존재로
보호 담론 안으로 끌어가려는 경향에
들을 구제한다기보다, 그 몸의‘다름’
취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리가 여성
의 도전과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이 경험으로 드러나고 그 경험이 공적
이‘가임 기간’ 임을 확인시켜 주는 기
영역에서 논의되고 해석되는 것을 통
제로서의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한편‘생리할인’ 에 대한 반대 의견 중
해 이것이 하나의‘권리’담론을 이룰
가임 기간의 의미가 큰(특정한 시공간
하나인 여성들이 구제책을 오남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여성이기
의)여성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것 이
것이라는, 한 마디로‘거짓말’할 수
때문에) 고통스러워서’ 라기 보다는
외에 여성들의 개인 몸을 통해 경험되
있다는 상상은‘생리하는 몸’ 의 구체
‘불편해서’ 여야 하며, 무엇이 불편한
는 생리의 내용, 생리가 이들의 일상
적 경험에 대한 상상력 없음에서 기인
지, 왜 불편하게 되는 것인지와 같은
과 연관되어 있는 방식, 생리가 여성
한다. 생리하지 않는 성인 남성의 몸
그 불편함과 관련한 몸 경험이 이야기
들에게 갖는 의미는 다양하고도 다를
이 표준인 곳에서 표준의 몸이 아닌
되고 축적되어야 한다. 그 경험을 들
것이다. 따라서 생리와 여성의 몸의
몸들은 의심의 대상이 된다. 생리라는
을 수 있는 귀가 먼저 필요하겠지만
차이를 이야기할 때에는‘모성 보호’
경험이 공적 공간에서 드러나고 그 경
말이다.
가 아니라, 개인 여성의‘생리 경험’
험의 내용의 다양함에 대해서 공유할
이 그 내용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수 있게 된다면‘거짓말’ 이라는 한 마
‘모성 보호’담론은 어머니가 될 몸을
디로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가능성에
보호하는 것, 건강한 아이와 건강한
대해서도 인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족의 수호자인 어머니를 보호하는
이와 함께 생리하는 여성들의 몸이 생
키라 ● 한국성폭력상담소
2007. 3∙4 27
쟁점과 현안
2
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건강가 정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 공청
회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오 늘의 공청회에서의 대립이 얼마나 첨
‘가족’ 정책 기본법의 험난한 여정
예할지 이미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방 청석의 분위기는 날카로웠다. 한 노인 단체에서는 이날 공청회 때문에‘버 스를 대절’ 해서 오셨다고 한다. 삼십
- 건강가정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 공청회를 다녀와서
다라 ●
여 석 되는 방청석에 미리 배정된 좌 석수를 훨씬 넘는 인원이 회의장 안팎 을 지키고 계셨다. 이분들은 건강가정 기본법을 대체하기 위한 전부개정법
에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기
본법 전부개정법률안(법명:가족정책
률안‘가족정책기본법’ 의 통과를 격
존의 가치와 제도를 고수∙강화함으
기본법)’ 은 말 그대로‘건강가정기본
렬히 반대하고 계신다. 현재‘가족정
로써 변화를 억누르려는 것이 법안의
법’ 에 대한 전면개정안이다. 이 법안
책기본법’ 은 대한 노인회와 여성단체
기조이다. 그래서‘혼인∙혈연∙입양
은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양산하는
협의회 등 일부단체의 개정안 통과 반
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 로
법명( ‘건강가정’ )을 중립적인 법명으
대 압력으로 인해 안건으로 상정되지
제한한 건기법의‘가족’정의나‘건강
로 바꾸었고, 건기법이 간과한 가족
못하고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
가정’ 이라는 개념은,‘이성애∙혼인
형태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월 째 표류중이다.
관계인 양성부모와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정의를 수정하였으며, 가족구성
자녀’ 로 구성되지 않은, 현실속의 많
원간의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 등에
은 가족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불
대한 조항을 수정∙보완하였다. 이러
보건복지부에서 제정하여 2005년 1
있으며1),
다양한 형태로
한 부분들은 건기법 시행 후 지속적
건기법)은 시행 전부터 많은 논란과
‘돌봄’ 과‘양육’ 을 나누고 있는 관계
으로 제기되었던 각계의 비판을 수렴
비판이 있었다. 이 법이‘저출산 쇼
들을 수용∙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에
한 것으로, 사회의 변화에 적합하고
크’ 나 이혼증가’ ,‘고령화’ ,‘가족해
대하여 여성계, 사회복지계를 비롯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한 기반을 마
체’ 등의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하고
각계의 비판이 있어왔다. 민우회 또한
련하고 정책지원에서 배제되거나 차
있으며, 이를‘문제’ 로 인식, 정상가
많은 여성단체와 함께 건기법의 개정
별받는 대상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
족이데올로기의 회귀라는 시대에 맞
을 촉구해 왔다.
력이 들어 있다.
월부터 시행된 건강가정기본법(이하
러일으킬 수
이러한 전부개정법률안의 수정 조항
지 않는 사고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현상의 근본원인을 묻고 사회의 변화 28
이날 공청회의 주인공인‘건강가정기
들에 대해 일부 단체는 강력한 반대압
력을 행사 중이다. 이를 조정하기 위
공청회 당일에도 이러한 점은 분명하
해 법사위에서는 11월 다시 법안심사
게 드러났다. 김화중 여성단체협의회
소위원회를 열어 여성단체협의회, 대
회장과 최성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 두 단체나 몇몇 개인이 아무리 싫
한 노인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반대
회장의 진술에서는‘가정파탄, 해체
다고 해도 사회는 변한다. 그러나 어
의견이 있었던 거의 모든 조항을 원래
조장’ ,‘탈선’ ,‘국가 위기’ ,‘일탈적
느 시대건 사회 구성원간의 유대와 돌
(건기법)대로 수정2)하여 의결하였다.
이고 비도덕적인 남녀관계 양산’등
봄, 다음 세대의 양육은 중요하고 가
의 선정적인 발언3)이 계속되었다. 게
치 있는 일일 것이다. 필요한 것은 변
그러나 이러한 수정절차를 거쳤음에
다가 이들은 공청회 자료집 진술요지
화에 대한 편협한 가치판단과 배제가
도 법안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사실혼
에 법안심사소위수정안 이전의 법안
아니라, 다양한 지향과 삶의 방식을
에 기초한 공동체를 지원 대상에 포함
을 실어놓고 이미 수정된 부분에 대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적합한
한 것과 법의 목적과 이념,‘가족/가
한 문제제기를 반복하였다. 가능한
‘가족’ 안에서 돌봄과 양육의 기능을
정’용어 등에 대한 일부단체의 수정
한 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해야 할‘진
잘 수행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
요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
술’ 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수렴된 수
도록 뒷받침하며, 또한 그 다양성이
니, 사실 원래의 건기법을 조금도 수
정안을 무시하고 굳이 수정전의 법
사회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
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안-갈등의 요소가 훨씬 많았던-을
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전혀 협상∙
언급한 것은 무슨 까닭이었는지, 혹
타협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함께, 사
시 더 많은 선정적인 발언을 위한 고
안타깝게도 법사위원회도 일부단체
회의 변화를 수용하여 여러 가지 이
의적인 선택은 아니었는지 의문스럽
의 근거없는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유로 사실혼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다. 그들의 선정적인 발언에 탄식과
듯, 개정안의 안건상정은 계속 미뤄지
공동체나 노인독거가구 등 실존하고
한숨으로 추임새를 넣으며,‘사악하
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
있는 다양한 가족형태를 지원대상에
고 나라망치는’전면개정안 통과에
할 때이다.
포함하기 위한 개정안이 가정해체를
대한 투쟁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짐하
조장하거나 경로효친에 위배되는 것
는 듯 결연한 눈빛을 서로 교환하는
처럼 호도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방청석의 노인들을 보면 더욱 그런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다라 ● 의원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와 편협한 가치판단으로 점철된 발언이 난무하던 공청회, 우울했어요.
1) (의도적이든 아니든)‘건강가정’ 이라는 개념이 논리적으로‘건강하지 않은 가정’ 을 도출하여‘정상가족’ 범주에 들지 않은 가족들을 위축시킨다는 사례가 있고, 같은 이 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가족 및 가정의 정의를 수정’ 하고‘중립적인 법률명으로 수정’ 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2005년 10월) 2) 가족정의에 포함하였던 사실혼과 단독가구 조항을 삭제하고 지원특례 규정을 두는 것으로 수정하였고, 개정안에서 삭제하였던 가정의례, 가족해체예방 등의 조항을 모두 살린 수정안을 11월 30일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의결하였다. 3)“가정을 없애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고 … 가정의 해체를 조장하고 있다 … 건강가정기본법 전면개정안은 우리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아주 무서운 일이다 ... 저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김화중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발언
2007. 3∙4 29
국제통신원
할머니들의여성운동 정경자 ●
호
주에 사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면 근접해 있는 공원,
원이라도 온 줄로 착각할 만큼 참석자의 대부분이 나이드
해변, 다양한 여러 나라의 문화와 음식 등이지만, 나
신 분들 일색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오신 분, 지팡이를 의
이에 관한 심각한 차별이 없는 것도 삶을 편안하게 한다. 대
지하고 오신 분, 한 분은 자신이 거의 90이 다 되었다고 자
종가집임을 큰 자랑으로 여기는 조부모와 부모 밑에서 자라
랑을 하기도 했다. 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소수였다.
면서 수없이 듣던 말이“나이에 맞게”였다. 한국을 방문할
한국의 여성단체협의회 격에 해당하는, 1896년에 세워진
때마다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던 것 중의 하나도 행동도, 차
National Council of women 의 뉴사우쓰웨일즈 사무국
림새도, 말도 나이에 맞게 잘 가려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을 꾸려나가고 있는 분들도 두 분의 할머니이시다. 이곳 시 드니 한인 공동체에서도 여성 운동을 이끌고 가시는 분들
호주의 여성운동 모임에는 언제나 할머니 활동가들이 꽤
또한 생업에서 은퇴한 나이 지긋한 분들이다. 그들은 자신
많이 참여한다. 이번 3월 10일 시드니 시청 앞에서 열린 세
의 시간과 능력과 재원을 투자해서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
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 s Day) 행진에도 예
보를 제공하고 이민여성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또
외 없이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노조원도 계셨고, 오랫동안
한 시청의 도움으로‘사랑방’ 을 마련해서 사회적으로 소외
여성 단체의 회원인 분, 또 70년대에는 여성운동의 선두에
된 여성들에게 친정과 같은 역할을 하고 계시다.
있었고 한동안 페모크라트(femocrat, 여성주의 관료)로 활 동하다 대학으로 돌아가 이민여성과 난민들을 도와주고
내가 일하는 곳에도 나이들어 전문학교에 다니시며 자원
있는 분도 눈에 띄었다.
봉사를 하러 나오시는 중국 분이 계신다. 나이를 물어본 적
이 모임을 주최한 사람들은 젊은 여성들이었는데, 사진을
은 없지만(이곳에서는 나이를 물어보는 결례를 범하는 일
찍는 사람, 비디오를 촬영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이 거의 없다), 60대 쯤으로 보이는 이분은 20대부터 50대
볼 때마다 사실 나는 깜짝깜짝 놀라고 있었다. 전위적이기
말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일하는 이곳에서 다른 활동가들
까지 한 차림새와 달리 그들의 얼굴에서 확인되는 나이 때
과도 아주 잘 어울리며 우리에게 타이치(체조)를 가르쳐주
문에…. 시위대 앞에서 북 등 악기를 울려대는 분들도 역시
시기도 하고, 25주년 행사준비를 위해 과거 활동가들의 목
나이 드신 분들이었다.
록을 정리하는 지루한 작업을 깔끔하게 해내시기도 한다.
호주에 온지 얼마 안되어 여성 단체 모임에 초대된 적이 있
우리 운영위원회에 비비(vivi) 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운
었다. 한 회원의 집에서 모임이 열리고 있었는데 흡사 경로
영위원은 25년을 우리단체의 활동에 참여해왔고 여전히
30
시설∙노인 부양, 복지 등에 대해 정 부에 정책 제언을 하고 있으며, 이밖 에도 권리 찾기, 토론, 영화, 음악, 연 극 등 다양한 모임을 이끌고 있다. 행진 중에도 그분들은 참 지혜로웠다. 빠른 속도로 행진하는 우리들에게 조 금 천천히 가자고 주문했다. 그래야 좀더 오랜 시간 우리의 메시지를 거리 에 즐비해 있는 사람들에게 전할 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신다. 이 분
이번 3월 10일 행사에는 특히 Older
있지 않겠냐며…. 이렇게 오랜 동안
은 호주 NGO의 상징적인 인물로,
Women’ s Network 라는 단체에서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존경스
그리스인 부모 밑에서 이민자로 호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다. 이 모임에
러웠고, 그러한 그 분들이 소외감을
주에 와서 이민여성 등 약자들을 대
대해서는 나도 최근에 알게 됐는데,
느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
변하는 일에 평생을 바치고 있다. 60
여성 노인들의 권익 증진을 위해 많
는 이곳 여성 운동의 분위기와 여건이
이 넘은 지금도 NGO의 대표로 실무
은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노인 여성
부러웠다.
를 담당하고 있는 이 분은 큰 체구와
들은 그들이 정치∙경제∙사회∙문
30도가 넘는 더위였지만 여유롭게 행
큰 목소리 때문에도 유명한데(보청기
화 생활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을 권
진하는 고참 언니들 앞에서 불평 한마
때문에 본인은 자신이 목소리가 얼
리가 있다’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디 하지 못하고 한 시간 여의 행진을
마나 큰지 모른다), 정부 부처에서 주
끼칠 수 있는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
마쳤다. 행진 중에 만난 예전 직장 동
관하는 모임에서 늘 예리한 비판과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는 원칙 아래,
료의 어린 딸 손을 잡고, 나 또한 할머
제언을 하기 때문에 이 분이 나타나
이 단체는 노인 여성들의 삶과 밀접
니가 되어도 이들처럼 여성문제와 여
면 공무원들이 긴장한다는 이야기도
한 관련이 있는 대중교통, 건강, 교육
성운동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기를 기
회자된다.
훈련기회, 재정적 안정, 경로∙양로
원하고 또 다짐하였다.
�
이 분이 정경자 님!
정경자 ● 서울에서 여성학을 공부하고 여성 단체에서 활동하다. 1995년 호주에서 여성정책학을 공부했다. 뉴싸우쓰웨일즈 대학에서 가 르치고 연구원으로 일하며 한국과 호주의 여성운동∙여성 정책 비교 등 을 연구했다. 현재 Immigrant Women’ s Speakout Association NSW 에서 정책관으로 일하고 있으며, 북한 이주 여성을 통해서 본 북한 시민 사회 연구, 호주 한국 성매매 여성에 관한 연구 등을 하고 있다.
2007. 3∙4 31
문화산책
트랜스젠더와 레즈비언 섹션
『퀴어 레인보우 Queer Rainbow』 제 9회 서울여성영화제 김선아 ●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라는 캐치프레이즈로 1997년 시작되어 올해로 9회를 맞은 서울여성영화제는 지난 11년간 세계여성영화의 최근 흐름을 소 개하고 아시아 여성영화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세계 여성영화축제의 장으 로 자리매김 해왔습니다. 또한 서울여성영화제는 국내 국제영화제 중 유일 하게 매회 관객 좌석 점유율 90%를 상회하는 영화제로서, 해를 거듭할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국내 관객들의 호응과 수준 높은 프로그램으로 이미 세계적인 여성영화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는 한층 더 두텁고 깊이 있는 영화 프로그램과 다양한 부대행사, 관객서비스로 서울여성영화제에 대 한 열렬한 관객의 애정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2007년 4월 5일부터 12일까 지 8일간, 활기 넘치는 봄날, 젊음과 문화의 거리 신촌 아트레온에서 특별한 영화와 만나는 감동과 그 이상의 즐거움, 자유롭고 열정적인 축제의 에너지 를 관객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32
햇
수로 10년을 맞이한 서울여성영화제는 처음으로 트
뛰어넘는 용기와 비범함을 지니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공동
랜스젠더와 레즈비언이 주인공인 섹션을 독립적으로
체적인 감수성을 지닌 우월한 정체성을 가진 주체로 변화한
마련했다.‘퀴어 레인보우’ 라는 이름의 이 섹션은, 이미 퀴어
재현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에 있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로제 트로
이번 서울여성영화제에서는 올해 초에 열린 제 57회 베를린
쉐 Rose Troche, 제이미 배빗 Jamie Babbit, 모니카 트뢰
국제영화제에서 테디베어상을 수상한 대만영화<스파이더 릴
트 Monica Treut, 쉐릴 듀네 Cheryl Dunye 등 레즈비언 여
리 Spider Lilies>와 단편을 포함해서 12개국에서 제작된 16
성 감독들의 영화를 여성 영화의 계보에 끌어들여서 여성
편의 퀴어 영화를 소개한다. 그 중 <하지만 나는 치어리더인
영화를 확장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들 감독들은 여성과
걸 But I’ m a Cheerleader>의 감독인 제이미 배빗은 오랜
남성으로 나뉜 성별 역할과 공간과 겹치지만 조금은 다른
만에 <이티비티티티 위원회 Itty Bitty Titty Committee>
위치에서 섹슈얼리티에 대한 문제를 혼성적인 영화 양식으
(2007)로 관객을 열광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참고로 <고 피
로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한편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성
쉬 Go Fish>와 함께 미국 레즈비언 영화의 선구적인 작품으
을 거부한 트랜스젠더에 대한/의한 영화 또한 젠더와 섹슈
로 <두 소녀의 신나는 모험 Incredibly True Adventure of
얼리티에 대한 여성주의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
Two Girls in Love>의 감독 마리아 마겐티 Maria Maggenti
에서‘퀴어 레인보우’섹션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퀴어
의 신작 <푸치니 초급과정 Puccini for Beginners>은 새로
레인보우’섹션에서‘퀴어’ 라는 용어는 이성애 정체성과 갈
운 물결에 포함되어 있다). <이티비티티티 위원회>는 페미니
등을 일으키는 모든 성 정체성을 지닌 주체를 포함하는 포
즘의 세 번째 물결 속에서 레즈비언 페미니즘을 통쾌하면서
괄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도 해방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레즈비언 영화가 미국 독립
영화사적으로 보자면 퀴어 영화는 루비 리치 Ruby Rich
영화의 전통에서 부활했다는 걸 전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
가‘호모 포모 homo pomo’ (포스트모던 시대와 함께 전성
지포 Gypo>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와 즉흥적
기를 알린 동성애자 감독의 동성애 영화)라는 용어를 사용
연기를 현재의 이슈들, 즉 여성의 국제적 이주와 변화 가능
한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이후 많은 사회적∙미학적
한 성 정체성 등과 결합, 형식의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 국
변화를 겪었다. 이전까지 할리우드 영화가 대표하는 주류
제 영화제 수상작이다.
영화에서 레즈비언은 부치 Butch 의 커밍아웃과 사랑을 비
한편 <단편 묶음: 오버 더 레즈보우>에서는 <고 피쉬 Go
극적으로 다룬‘다이크 드라마’ 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게
Fish> (1994)의 공동감독이자 배우, 시나리오 작가 등 다방
이와 레즈비언 감독들이 직접 영화를 만들게 되는 90년대
면에서 활동을 하면서‘레즈비언 퀸’으로 불리는 귀네비어
초반 모든 것은 극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들 영화에서는
터너 Guinevere Turner 의 단편 <거시기가 큰 Hung>을 비
커밍아웃 자체가 아니라 커밍아웃 이후의 삶이 더 중요하게
롯한 8편의 코메디와 판타지 장르 영화가 묶여있다. 그 외
되며, 게이와 레즈비언과 같은 성 정체성이 어떻게 이성애
에 독일, 네델란드, 남아프리카에서 온 세 편의 다큐멘터리
중심의 결혼, 가족, 국가에서 부침을 겪는지 등에 관심을 기
<트랜스가족 Transfamily>, <생일 The Birthday>, <레즈비언
울이며 더 이상 스스로를 일방적으로 비극적인 희생자이자
혐오사건 Rape for Who I am> 퀴어 레인보우에 진지한 색
피억압자로 자리매김하지 않는다. 특히 레즈비언 영화에서
깔을 불어 넣고 있다.
주목할 점은 레즈비언을 이전 영화들에서처럼 비극적이고 소외된 우울증적 정체성을 가진 주체가 아닌, 사회의 규범을
김선아 ● 제 9회 여성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예술학과 겸임교수
2007. 3∙4 33
평동 사무실에서
나
는 꽤 기가 세 보인다는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상당 히 예민하고, 섬세하다. 내가 밥을 많이 먹는다고
누가, 언제, 어떤 말로 비난을 했는지 혹은 나의 일방적인 관심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모두 서랍 속 비밀수첩에 기 록되어 있다. 이런 태도를 다른 말로‘소심’ 이라고 하던가? 아직 1년도 채 되지 못한 활동가지만, 나는 이 평동사무실 에서 민우회 사람들과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사실이 좋다. 그래서 이 기회에 활동가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나는 이 사 람들이 정말 좋다. 이건 진심이다.
본지 독점!
본 글은‘활사위’ (비밀조직‘민우활동가인물사전편찬위원회’ ) 의 비공개문서를 토대로 하였음을 밝힙니다. 본 문건의 입수 락소년 ●
경로와 제보자는 신변보호를 위하여 밝히지 않습니다.
광년 : 기분 안 좋을 때는 주로 검은 옷을 입는다. 기분 내기 위 해 입는 옷의 색은 검은색이다. 아무도 탐내지 않는 검은 가방을 항상 끌어안고 술자리에 임한다. 수전증이 심해 섬세한 수작업에 능하지 못하다. 나디아 : 교주의 끼가 있어 사람을 잘 홀린다. 잦은 야근으로 항 시 눈이 충혈 돼 있으며, 잦은 알코올로 항시 피곤해 보인다.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 예술가 기질이 있으나 노래방에서는 알 수 없는 팝송만 부른다. (가사도 음도 부정확하다) 나우 : 신기한 유머의 소유자. 나우의 유머에는 열광하는 마니아 들이 있다(마니아에게 대중적 인기는 중요치 않다). 책상 에는 가방이 최소 3개, 모자도 최소 3개가 진열되어 있 다. 그리고 퇴근할 때는 가방을 놔두고 간다.
34
날리 : 근무 중 틈틈이 살사를 연습하는 실력파로‘활동가 눈 크기’상위 3위 안에 든다. 전화를 받을 때는 목소리 음정이 #을 달고 한없이 하늘로 올라간다. 다라 : 귀여운 목소리를 가졌으나 음식이 눈앞에 펼쳐질 때는 유난히 작은 목소리로“같이 먹어요” 를 소근 댄 후 몰
비음이 약간 섞인 굵고 멋진 목소리를 가진 비난개그 의 일인자. 양희의 비난개그를 허락할게. 여진 : FM인 자신을 자책하지만 여진만의 진지함이 빛을 발 하기도 한다(아직 보지는 못했다). 강의를 나갈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의상편차가 심하다.
래 먹는 습성이 있다. 글을 잘 쓰며 노래를 잘 부른다.
은날 : 야근신과 함께 생활하며 남방과 커피를 좋아한다. 오
이 모든 것은 하루에 6끼를 먹는 식욕에서 나온다고
른손 둘째∙셋째 손가락을 이용한 특허 받은 특유의
볼 수 있다.
제스처를 소유하고 있다(자주 목격되었으나 본인은
따사 : 원색이 잘 어울리는 신입활동가. 탁월한 패션 감각을 갖 고 있는 따사의 열의가 사무실의 온도를 2도 상승시킨 다는 오늘 처음 듣는 말도 돈다. 2007년 기대 유망주.
아니라고 주장함). 술을 잘 마실 것 같으나 의외로 약 하다. 은지 : 명랑한 웃음소리+쾌활한 발걸음소리+화려한 의상.
똥글 : 모든 일에 빈틈이 없다가 어떤 때는 모든 것이 빈틈이
사무실에 오면 운동화를 벗고 10cm가 넘는 통굽슬리
된다(똥글의 생일편지에 쓰인 한 활동가의 글 인용). 자
퍼를 편하다고 바꿔 신는다. 독수리타법으로 키보드를
신과 똑같이 나온 사진을 이상하게 나왔다며 폄하한다.
친다. 독특한 색조화장을 즐겨하나 아무도 부러워하지
박봉 : 느끼한 웃음소리. 불리할 때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귀
않는다.
여운 애교를 펼친다고 하나 상대방이 딱히 달가워하지
홍하 : 본인은 부정하나, S라인∙팔등신 등 사회적인 미의 기
는 않는다. 신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존재. 카리스마
준을 모두 갖추었다. 음식, 패션, 문화 모두 다재다능
가 있는 것일까, 어색한 것일까.
한 근래 보기 드문 인재. 딱 하나 아쉬운 점은 회의시
봉달 :‘인기봉달’ 로 불리나 이유는 밝혀진 바 없다. 정말 썰
간에는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
렁한 유머를 하며 혼자 웃는다(자신만을 위한 유머구 사). 굵직굵직한 사업을 도맡아 해내면서 신임을 얻고
제보자가 누군지 정말 빤히 들여다보이는 본 글에는 미디
있으나, 그럴수록 일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어, 상담소, 대표단이 제외되어 있으나 차후 서서히 밝히도
신기루 : 신입인 것 같지 않은 신입활동가. 능수능란하고 동 그란 성격으로 좌중을 압도한다. 맑게 웃는 얼굴을
록 하지요. 제보자에게 가해질 온갖 비난과 욕설은, 이제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갖고 있다. 하지만 말은 직설적으로. 역시 드러난 것 보다 숨겨진 면이 많은 유망주. 양희 :“��하는 것을 허락할게” 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락소년 ● 진지하게 실없는 인간. 광대하게 편협한 눈을 가지고 있지만, 평등하게 자유로운 세상을 꿈꾼다.
2007. 3∙4 35
모람풍경
느리지만더불어사는 삶의행복
기꺼이 행복해지기 이정현 ●
불혹의 나이인 40을 넘기고, 사회가 빠르게 돌아갈 수 록 생활의 편리도 아주 당연한 것인 듯 지냈었다. 왼쪽 으로 더 왼쪽으로 기울여 보려는 머리와는 다르게 몸 이 얼마만큼 그 각도를 맞추고 있는지 한 번도 자문해 보지 않은 채 십 수 년이 지나고 보니, 맙소사, 이론과 실천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문을 읽고 논리를 펼치며 자기주장을 열어놓는데 투자하는 만큼의 반의 반도 생활을 바꾸지 못하고 있 다는 자기반성이 늘게 되는 거다. 하여… 생활을 바꾸 기 위한 작은 실천은 인색했었다는 자기반성으로 출 발하는“기꺼이 불편해지기”운동에 나 또한 기꺼이 함께 하기로 하였다.
지금의 운동에서는 활동가들 혹은 건강한 의식으로 철저히 무장(?)된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고민하는 것은 쉽지만 일상 속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 실천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 실이다. 이런 고민을 넘어서 함께 나누고 어울리는 삶 의 방식을 찾아내고 실천해 보자는 운동“기꺼이 불편 해지기” 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일상속의 여성운동이 며 환경친화적인 자기 반성적 실천운동이자 결국 나 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기꺼이 불편해지기 운동의 실천내용은 다양할 수 있 다.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장바구니 이용하기 등의 환 경친화적인 내용이나 재래시장 이용하기, 대중교통
36
이용하기 등의 보다 나은 공동체를 위한 실천내용도 있을 수 있다. 일상적 실천내용으로 이야기 된“출신지역, 학력, 나이 묻지 않기” 는 지역과 학교로 서열을 매기며 스 스로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사람을 묶고 끊임없이 재생산 해내는 우리 사회의 나쁜 관행에 대항하여 공동체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천이다. “이성애자로 단정 짓는 질문 하지 않기”등의 실천 내용도 있을 수 있다. 성소수자를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과 사고는 여전히 이성애자 중심이다. 이러한 실천 내용을 통해 다른 성적 지향성을 염두 에 두지 않고 당연하게 이성애자라고 단정 짓는 태도에 대해 성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열심히 듣고 천천히 말하기” 는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실천 내용 중 하나이다. 초등학 교 저학년 국어과목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언어란 말하기 기능만을 넘어 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타인의 이면을 포용할 줄 알며 경청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의 언어 기능은 어떤 수준일까? 혹 우리는 나의 말만 할 줄 알고 내 식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끊임없이 회원을 만나고 소통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우리로서 는 고민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타인의 말은 띄엄띄엄 듣고 말은 빠르게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더 불어 사는 삶의 방해요소임을 스스로 반성해 본다.
문제는 삶의 질이다. 빠르고 편리하기만 한 삶을 영위 할 수도 있고 조금 느리지만 풍족한 삶을 누릴 수 도 있다. 나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면, 더불어 사는 삶, 더 나은 공동체적인 삶을 위하여 기꺼이 불편해지는 건 어떨까. 회원 속에서, 주민 속에서, 모든 관계 속에서, 장바구니도 만들고 젓가락집도 만들며 출신에 얽매이지 않고 문명에 무조건 의존하지 않는, 나로부터 출발하는 작은 실천…. 그로 인한 공동체의 발전을 꿈꾸 어 본다.
이정현 ● 삼개월째, 햇수론 2년차 된 춘천지부 새내기 활동가 봄새댁. 김치 국물 흐르는 3인분짜리 도시락을 겨울 내내 꿋꿋이 옆에 차고 다니는 그녀… 그리곤 지나가는 사람 다 잡고 밥 먹고 가라하는 그녀… 그렇게 기꺼이 남을 불편하게 하는 그녀…^^ 도시락만큼 넉넉한 그녀의 웃음소리가 있어 오늘도 봄내는 떠나갈 듯 시끌복딱합니당~
2007. 3∙4 37
모람풍경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그 무렵 내 삶은 무작정 불행했다. 정확한 이유도 위로를 받을 만한 명분도 없
행복을찾아떠난 남인도유람기
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한 어느 저녁 그저 무심코 전자레인지 속에서 익어가는 3분 햇 반을 들여다보다‘삶이, 결국 3분 햇반’ 이라고 생각했 다. 눈을 뜨면 똑같은 질량과 맛과 생김새로 진공포장 된 일상들이 그제, 어제, 오늘이란 이름을 달고 차례로 공장의 트레이드밀러를 벗어나 나에게로 배달되어왔 이미혜 ●
다. 어느 것을 집어 드나 차이는 없었다. 하나의 유통 기한이 다하면, 또 다른 햇반이 기다리고 있을 뿐인 그 런 출근과 퇴근과 업무와, 사소하거나 좀 중대한-그 러나 전우주의 평화나 지구의 존폐나 남북전쟁발발위 기나 본인의 생사와는 아무 상관없는-몇몇 트러블과 그로인한 스트레스와 한 잔의 맥주 같은 소소한 행복 이 반복될 뿐이었다.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았다. 오늘 은, 내일은, 모레는, 다음 주는, 내년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일상은 이미 대량생산되어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세상을 바꾸기로 했다. 먹고 사는 장 소의 이동.‘열대의 야자수와 카레 향과 넘실대는 아 라비아 해의 태양과 코코넛, 히피들의 천국….’남인 도를 설명하는 이 모든 환상적인 수식어들은 더 이상 내일이 흥미롭지 않은 스물아홉이란 애매한 나이에도 충분히 흥미진진 할 만했다. 인도에 가자. 고아에 가 자. 오토바이를 타자. 계획은 그 뿐이었다.
엉성한 플랜이야 어찌되었건 말건 나태한 탑승자와 달리 꽤나 성실했던 비행기는 약속한 9시간의 비행 끝 에 이 오래된 대륙에 도착했다. 특유의 카레향이 밴 공 항엔 알아들을 수 없는 문자와 언어가 까맣고 눈이 큰
38
인파들과 뒤섞여 9시간 전의 생활인을 이방인으로 만들어 줬다. 숙소조차 정 해 두지 않은 탓에 당장 오늘부터 어디에서 잠을 자게 될 지, 그것부터가 이 방인의 새로운 미션. 자신의 의지에 따른 일상의 재구성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과정은 쉬울 리 없었다. 어렵사리 택시를 잡고, 뭄바이에서 관 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게이트웨이오브인디아’앞에 도착했지만 성수 기인 탓에 방이 날 때까지 무작정 밖에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숙소에 들 어간 건 한국을 떠난지 19시간 만의 일이었다. 게다가 싼 방이 없다는 이유 로 뜻밖의 거금 17만원을 들여 선택한 별 4개짜리 호텔의 아침 뷔페식당에 선 이틀 연속 바퀴벌레가 출몰했다. 목적지인 해안 도시 고아까지 가기 위 한 야간열차 역시 성수기인 탓에 이틀이나 더 기다린 후에야 예약이 가능 했고, 이젠 어엿한 인구밀도 세계 1위라는 인도의 명성답게 엄청나게 붐 비던 기차역에선, 세상에, 옆 자리의 아주머니가 의자에 앉은 채로 태연 하게 오줌을 쌌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을 할 수록 나는 더 피곤했다. 꿀라바 시장, 쪼파티 해변, 올 드고아의 포르투갈 양식의 성당, 돌고래 투어…. 관광 가이드 책에 소개된 숱한 관광지들을 다 구경 하고, 괜찮은 평점을 받은 음식점을 최대한 섭렵하는 사이 이상하게 하루는 한국에서보다 더 바빴고, 발은 늘 아팠으며, 어디를 가야할지, 무엇을 봐야할지, 머릿속은 복잡했다.‘왜, 굳이 한국을 떠나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일상을 벗어나면 행복이란 놈이 두 팔 벌려 달려올 줄 알았는데, 다가오는 건 이름대신‘꼬리아! 꼬리아!’ 를 함부로 외쳐대는 장사꾼과 무서운 마약상과, 먼지처럼 거리에 주저앉 았다 파리 떼처럼 달라붙는 걸인들뿐이었다. 한 차례 열사병마저 앓았다. 외로웠다. 그제야 에어컨도 없는 열대의 좁은 숙소 안에서 이 피로의 원인과 마주했다.‘여행을 떠나왔으니 무언가 색다른 추억 거리를 만들어야만 한다’ 는 강박관념. 난 숨가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한 국에서의 익숙한 습관대로 계획을 세웠고, 스케줄에 맞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의 한국 사람과 마찬가지로 쉬는 법을 몰랐다.
박제되었던 일상이 조각나고, 그 파편들이 내 의지대로 재구성되기 시작한 건 남인도에 도착한지 보 름이 훨씬 지나서였다. 이동을 멈추고, 남인도의 작은 마을 안주나에서 남은 일정을 모두 보내기로 마 음먹었다. 오래 머물기에 안전하고 편안해 보이는 숙소로 모든 짐을 옮겼다. 그 마을에서 제일 비싸다 고는 하나, 하룻밤에 3만원, 우리나라의 여관방보다 저렴하다. 에어컨은 물론 발코니와 수영장마저 갖춰진 그럴싸한 빌라였다. 특별히 해야 할 무언가가 사라지니 하루의 일과는 자연히 심플해졌다.
2007. 3∙4 39
이른 아침이든, 늦은 아침이든, 눈을 뜨고 싶을 때 눈을 뜨고 그날 의 기분에 따라 하루를 시작하면 그만이었다. 어떤 날은 수영장에 서 수영을 하거나 숙소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해변 에서 낮잠과 선배쓰를 즐겼다. 혹은 좋아하는 바닷가 카페‘주리 스’ 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오 토바이를 타고 인근의 맙사 시장에 들러 장을 봤고, 길거리의 전 단지를 얻어 그때그때 보고 싶은 시타르 연주를 들으러 가거나 공연이 열리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 리면 잠을 잤다. 이 모든 게 자연스럽다보니 과식을 할 일도 없 었고, 불면의 밤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찾고자 했을 땐 볼 수 없던 것들과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출렁이는 아라비아 해와 적도의 태양이, 원을 그리며 비행하는 창공의 독 수리와 어느 대륙에서 흘러왔을지 모를 구름의 조각들이, 야자수 잎으로 소리를 내는 바람의 수다가, 내 방 창가에 앉은 새들의 지저귐이, 그리고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들이….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밤하늘 을 바라보다 두 팔을 뻗으면 저 많은 별들 사이에, 그 우주에 내 몸의 일부가 담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좋아 오토바이를 타고 밤길을 내달릴 때도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하루 종 일 쉴틈없이 움직일 때보다 오히려 외롭지 않았다. 무리를 하지 않으니 피곤할 일도 없었다. 행복했다. 그 지극히 단출하고 행복한 생활 속에서‘어쩌면 그동안 나는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번 게 아니라, 먹고 싸기 위해 돈을 벌었던 것 같다.’ 고 생각했다. 더 많은 연봉, 더 좋은 집, 더 비싼 옷, 없어지면 그만일 그 많은 소모품을 위하여 금보다 더 귀하다는 시간을 허비해 온 것이다. 소비만 있고, 축적이 없는 삶이 었으니 허무할 수밖에…. 안주나에 머무는 동안 와가또르의 해변 식당에서 만난 한 인도 청년은 현재 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지금 이 대화가 당신의 마지막 말이 될 지 그 누가 알겠는가. 우리는 죽는 순 간을 알 수 없다. 왜 사람들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소중한 것들은 모두 놓치고서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사는가. 미래를 위해 살면서도 그들에겐 미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누구나 알고 는 있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의 진실. 9시간이나 날아온 이 낯선 땅에서, 2차선 도로 한 복판을 느 리게 걸어가는 코끼리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소떼와, 믿거나 말거나 갠지스 강에서 도 산다는 돌고래와 함께, 비로소 바람과 별과 하늘과 바다와 적도의 태양 아래 숨어있던 삶의 소중한 유물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공장의 트레이드 밀러를 벗어난 일상은 노릇노릇 익어간다. 한 겨울의 한국보다 38도쯤 높은 적도의 열기 속에서 오늘도 행복하게…. 이미혜 ● 세계를 내집처럼 생각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요즘 사진과 그림에 푹~ 빠져있다고 하네요!
40
접속 해외사이트
_
그들도 우리처럼
일하는 청소년, 나도 노동자! http://youth.eeoc.gov 여성주의 영어자료읽기위원회‘바닥’
Youth@Work 미국에 사는 기독교도인 아랍계 청소년 Salim은 슈퍼마켓에서
EEOC와 함께 이에 대응할 수 있다. 청소년 노동자가 자신이 경
일하고 있는데, 같이 일하는 아이들이 Salim을‘테러리스트’ 라며
험한 직장 내 차별에 대해 이메일, 전화, 우편, 방문 등의 방식으
오사마 빈라덴과 연루되었다고 비난했다고 하자. 이것은 직장 내
로 문제를 제기하고 진정서(Charge of Discrimination)를 작성하
차별(workplace discrimination)일까? 미국 청소년들은
면 EEOC는 조사(Investigation)를 진행하고, 법적 소송(lawsuit)등
http://youth.eeoc.gov를 클릭해 보면 안다. 이번 호에서는 일하
공식적 이의제기절차를 진행한다. 경우에 따라서 조사 이전에 보
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고용상 차별에 대한 교육과 예방, 대응
다 빠른 문제해결을 위해 중재(Mediation)를 거치기도 한다.
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이트, Youth@Work(http://youth.eeoc.
사이트의 메뉴 중 FAQs(Frequently Asked Questions)는 일하
gov)를 소개한다.
는 청소년들이 EEOC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도움
Youth@Work는 미국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 : the United
을 주고 있는데, 비용은 얼마인지(무료임!), 차별조사를 위해 고용
States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가 일하는
주와 면담을 하는지, 등 구체적으로 궁금한 부분에 답해주고 있
청소년을 위해 개설한 별도의 사이트로, 일하는 청소년들이‘노
다.“Challenge Yourself”코너는 직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동자로서 알아야 할 권리와 의무’ 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것이
상황들을 설정하고 이에 대해 차별이다, 아니다를 주장하는 두
고용상 차별인지, 고용상 차별을 당했을 때에 이에 어떻게 대응
등장인물의 대화문을 실어, 청소년들이 고용차별을 더 쉽게 이해
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글머리에서 언급한 Salim의
그렇다면 노동자로서 알아야 할 5가지 권리는 어떤 것일까? 이
사례도 대화문을 통해 판단을 하게 한 후, Salim이 인종을 이유
사이트에 따르면 노동자는 다음과 같은 권리를 갖는다. 1. 차별받
로 동료 근로자로부터 괴롭힘(harrassment)를 당한 것은 직장
지 않고 일할 권리(work free for discrimination), 2. 괴롭힘을 당
내 차별(job discrimination)이라고 명시하고, Salim은 직장내 매
하지 않고 일할 권리(work free of harassment), 3. 직장 내 차별
니저, 부모, 혹은 EEOC에 동료의 행위를 알릴 수 있다는 가이드
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을 권리(complain
를 제시하고 있다.
about job discrimination without punishment), 4. 당신의 종교
우리나라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일을 한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나 장애와 관련하여 직장이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면 이를 요
최저임금법 위반, 임금체불, 폭언, 폭행 등 노동자의 권리를 부인
구할 수 있는 권리(request workplace changes for your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소년
religion or disability), 5. 개인의 사적인 의학적 정보를 공개하지
문제하면 탈선만 이야기할 뿐 노동자로서 일하는 청소년의 문제
않을 권리(keep your medical information private)가 그것이다.
를 다루지 않는다. 미국의 Youth@Work 사이트는 일하는 청소
그리고 위법한 고용상의 차별 유형으로는 4가지가 제시되고 있
년을 노동자로 바라보고, 이들이 겪는 고용차별에 대해 문제제기
다. 즉, 일하는 청소년들이 민족, 피부색, 종교, 성별(임신)을 이유
하는 통로로서 의미를 지니며, 우리사회에도 이러한 통로가 마련
로 하는 고용상의 차별(employment discrimination because of
된다면 일하는 청소년의 고용차별 예방과 해결에 많은 진전이
race, color, religion, sex(including pregnancy))을 경험했다면
있으리라 기대한다.
2007. 3∙4 41
생협 이야기
며칠 전‘도시에서의 생태적 삶’ 이라는 제하의 원고청탁을 받은 나는 어쩔 수 없이 수락은 해놓고서 차일피일 글쓰기를 미루고 있었다. 자 꾸만‘넌 생태적으로 살고는 있는 거야?’ 라는 말이 떠올라서 글쓰기 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난 이 물음에‘그렇다’ 고 유쾌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했다. 그 동안 난 생태적 삶의 중요성을 얼마나 많이 떠들어 왔 는가 말이다. 오늘도 남부여성민우회에서 <자연주의로 살아가기>라 는 제목아래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에 대해 침을 튀기며 강의를 하지
도시에서의 생태적삶
않았던가 말이다. 하지만 나의 실제 생활은 저 물음에 긍정적 답변을 하기에는 부끄러운 점이 많다. 바쁘다는 핑계를 굳이 대가며 전기청 소기를 샀고 그것의 편리함에 나의 의지는 자꾸만 무뎌지고 있었다. 일년 전까지만 해도 걸레질을 해대며 가능한 한 철저하게 전기를 절
김묵순 ●
약해서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려고 애를 썼었는데…. 아이들이 많이 아팠었다. 아이들은 꽤 오랜 세월 병원을 다녀야 했고 셀 수 없이 많은 약을 먹어야 했다. 아이들 병명은 기관지 천식. 제대 로 뛰지도 못했다. 뛴다 싶으면 곧바로 심하게 기침을 해대며 주저앉 았다. 마치 발작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대책 없이 몇 년이 흘 렀고 드디어 난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매일 먹던 약을 끊어 버렸다. 그 당시 우리 아이들처럼 환경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었다. 최근 여러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된 각종 건강상 지 표들을 보면 기관지 천식이나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환경병으로 고생 하는 아이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파른 증가 추세 가 가히 위협적이다. 왜 아픈 아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해 환경전 문가들은 입을 모아 답하고 있다. 이유는 현대인의 삶의 토대인 현대 문명이 자연과 조화롭지 못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기 때문이라 고. 식량자원을 놓고 곤충과 먹이경쟁을 해야 하는 인간은 곤충을 해
42
충으로 판단, 살충제를 대량 살포함으로써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훼손시킨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지 못한 곳에서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겠는가? 인간 은 생태계의 일부이다.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 곳에서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 다. 또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경제시 스템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아낼 수 없 다. 여러 부정적 징후들로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 대
아이들이 건강을 회복한 후, 난 가정에서 개인적으
목이다. 기후온난화로 인해 이상기온 현상이 세계
로 실천했던 것들을 여럿이 함께 해보면 더 좋은 결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싶었다. 민우회에서 환경공 부모임을 조직하고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학습하
5년 동안 극심하게 아팠었던 아이들은 5년 전쯤 서
면서 지역의 환경관련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살피다
서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먹던 약을 모조리 중단하
가 시의 방역∙방제사업의 문제점이 눈에 띄기 시작
고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해 주던 일상용품 대신 <기
했다. 시는 적절한 안전기준이나 시설을 구비하지
꺼이 불편해지기>를 감수했더니 아이들 상태가 호전
않고 방역∙방제사업을 무분별하게 실시하고 있었
되기 시작했다. 겨울엔 난방을 최대한 줄였다. 실내
다. 시와 보건소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여 이를 토대
에서 내복은 기본이며 심지어 털옷을 입어야만‘이
로 문제점을 파악해 나갔다. 모임의 역량상 전문적
만하면 됐어’할 정도로 에너지 사용을 줄였다. 시작
인 부분은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자문을 구하였다.
은 아이들의 건강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기후온
작년 말 학습모임이 그동안 공부하고 모니터링 한
난화를 예방하는 효과를 낳았으며 그러한 실천을 통
결과를 토대로 행정담당자와 면담을 가졌고 모임의
해 생태적인 감수성을 키워나갔다.
구성원들은 담당자에게 시의 방역∙방제사업의 문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농법으로 생산한
제점을 조목조목 드러내어 시정을 요구해서 긍정적
생협 생활재를 책임 소비함으로써 지구환경을 되살
인 답변을 받아낼 수 있었다.
리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이 글을 계기로 나도 다소 느슨하게 실천했던 부분
수질오염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합성세제의 사용
들을 다잡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도 전면 중단했다. 세제의 주성분인 합성계면활성제 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으로 등록되어 있는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김묵순 ● 유쾌∙발랄한 생태적 삶의 전도사 올해부턴 생협의 이사라는 중책(?)을 맡아 더욱 바빠질 테지만 유쾌한 웃음소리는 쭈~욱 멈추지 않습니다.
2007. 3∙4 43
모람활동
멋진 페미니스트 되기! 2007년의 첫번째 새모람프로젝트의 신입 회원을 소개 합니다!!
누리 � 고민 고민 끝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어서. � 공부하는 과정에서 만난 60대 여성들. 그분들의 삶의
첫 만남의 날, 우리들의 만남을 시샘이라도 하듯 함박 눈이 쏟아졌다죠? 어이없는 3월의 눈보라(!)를 헤치고 평동의 험한 언덕을 올라오신 자랑스런 신입회원 여러 분~ 환영해요!! *^^*
Q 나를 소개 하면~ �
별칭 소개
�
민우회에 오게 된 이야기
�
자신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
페미니스트는 ------------ 다
이야기를 들으며 여성주의에 관심이 생겼고, 뭔가 꿈틀 꿈틀 움직이고 싶어서. � 딱히 동물에 비유할 수가 없다. � 페미니스트는 ( 뿌리부터 생각하는 사람 )이다.
바다 � 즐거운 바다, 슬픈 바다, 드넓은 바다 등 때에 따라서 다양하게 불릴 수 있어서. � 엄청 좋아했던 드라마를 함께 좋아하던, 잘 알고 지내 던 친구의 소개와 추천으로. � 사자 - 느릿하면서도 고고한 게 마음에 들어서. � 페미니스트는 ( 자심감 있고, 당당하 )다.
따사 � 따사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서 � 민우회에 오게 된 것은 너무 빡빡하게 살아오다가 한 번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내가 하고 싶던 일을 해 보고 싶었고, 일생에 한번쯤은 꿈으로 밥벌어 먹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서. � 캥거루 - 껑충 껑충 뛰어다니는 모습이 나를 닮은 것 같다. � 페미니스트는 ( 질문의 권력자 )다
44
모람활동
히로
신기루
� 그냥 히로
� 이름 아니고 별칭이에요. 왠지 신비롭지 않나요?
� 새모람 홍보 보고 바로 이거다 싶어서, 새모람 시작하는
� 나를 긍정하는 힘 - 여성주의!
날 바로 회원가입해서 달려 왔죠. � 개 -개의 습성 같은 것이 나를 많이 닮은 것 같아서.
� 개 - 함께 살고 있어서 닮아가나? � 페미니스트는 ( 재미있고 즐거운 사람들 )이다.
� 페미니스트는 ( 총합적이 )다. -소수자와 여성의 시각을 갖고 있고, 왠지 무정부주의자 일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짱 � 그냥 짱
누에
�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가 민우회 회원! 그 언니의 적극 적인 추천으로.
� 오래전 풍물을 했었던 때 불렸던 별칭.
� 땅강아지 - 비슷한 습성이 있어서.
� 모 영화제에서 만난 아는 언니가, 커피, 접대문화 등의 억울함에 대해 수다를 떨었더니‘그러면 민우회에 가~’ 라고 해서. � 누에 � 페미니스트는 ( 걸음이 느리 )다. - 천천히 함께 걸으며 주위를 변화시키니까.
호지 � 함께 살고 있는 개의 이름이‘단지’ 인데, 보물단지, 애 물단지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는 단지와 다 르게, 호지는 아무런 의미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 같고, 단지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호지로 결정.
치타
� 웹진에 홍보된 글을 보고, 새롭고 즐거운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때문에.
� 그냥 치타.
� 개 - 같이 살고 있어서 그런가?
� 청소년 상담, 인권 등에 관심이 많아서.
� 페미니스트는 ( 괴물 )이다.
� 원숭이-나를 가장 많이 닮은 듯한 동물.
- 다른 사람들의 시각(여성주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의
� 페미니스트는 ( 고민 중 )이다.
입장)에서 보면 별종처럼 조심스러운 존재고 남자에게
- 아직 내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내 언어로 만들 수
관심도 없는 그런 괴물 같은 존재
있을 때까지는…‘모르겠다’ 이다.
2007. 3∙4 45
민우알림
민우회신임지부 대표님들을소개합니다! 2007년, 지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켜 주실 지역여성운동의 기둥들!
광주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전진숙
사람이지만 감성 또한 ● 나는 ( 이름대로 전진하는 원인은? ● 내가 대표가 된 결정적
풍부 )한 사람이다.
사람이어서? 또는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했던 - 창립 때부터 민우회와 늘 사람이어서?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민우회와 )이다. 나누고 싶은 것은 ( 역동성
● 내가 대표로서 자체 )이다. ● 나에게 민우회는 ( 삶 그 하는 말은? 하고 싶은 말과 자신을 소개 ● 기타 회원 여러분에게 왔던 길인데 뭐가
광주여성민우회 상임대표 ● 나를 동물이나 사물에
안진 비유하여 소개한다면?
들과 함 아래로 향하여 밑바닥의 사람 - 물같고 바람같은 사람. 늘 있기에 는 물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고 께 하려고 노력하면서 흐르 , 무심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고 무명 물 같은 사람, 그러나 어느 바람처럼 살고 싶은 사람.
● 민우회에 이런 문화를
만들고 싶다
끈끈한 사랑 한 광주민우인이 될 정도의 - 한번 광주민우인은 영원 과 신뢰가 있는 곳. 를 바라는 사 남과 더불어 함께 행복하기 - 혼자서만 행복하기보다 람들이 모인 곳. 얘기에 귀 기 의 개성을 존중하고 남의 - 생각과 취향의 차이, 각자 평등주의자 는 못하 참지 차별을 보면 울이는 공동체, 그러면서도 공동체. 로서 민우마인드를 공유하는 것은 ( 사랑 )이다. 싶은 나누고
● 내가 대표로서 )이다. ● 나에게 민우회는 ( 샘물 말은? 싶은 말과 자신을 소개하는 하고 게 ● 기타 회원 여러분에
민우사랑방을 광주지역 동네 동네마다 - 광주민우회 회원여러분! 무슨 얘기든 과 분들 하자면, 회원여러 만들어가요. 저를 굳이 소개 요. 밥하고 이에 사람 집 아줌마들 중 한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이웃 면서 내 그러 …. 쉬는 한숨을 푸~욱 청소하다가 힘들어서 가끔 를열 인가 무엇 우며 혼자 밤을 지새 꿈과 할 일을 포기하지 못해 심히 할 때가 많은….
46
니다. 사람들은 늘 걸어 - 대표가 되면서 고민이 많습 봅니다. 익숙 길이기에 두려움이 더 큰가 어렵냐고 하지만 늘 걸어왔던 고, 잘 알고 있 생각을 하고 걸을까봐 두렵 한 길이기에 여전히 똑같은 던 길이기에 무뎌질까봐 무섭고, 항상 걸었 는 길이기에 새로운 변화에 새로운 정체성 봐 겁이 납니다. 또 하나의 마음의 준비를 소홀히 할까 바로 여러분입 힘과 용기는 회원 한분 한분 을 만들어야 하는 저에게 …. 게 새 동아줄이 되어 주시기를 니다. 부디 두려워하는 저에
군포여성민우회 대표
김영숙
. 한없이 따뜻 )한 사람이다 ● 나는 ( 매서워(?) 보이지만 만들고 싶다 ● 민우회에 이런 문화를 - 힘주고 힘받기 운동
활력소 )이다. ● 나에게 민우회는 ( 삶의 원인은? ● 내가 대표가 된 결정적
소, 사무국, 생 제가 고생문이 훤한 길을(상담 - 대다수 군포 운영위원들이 바람에. 할 수 있을 거란 착각을 하는 협을 함께 아울러야 하는) 감당
하는 말은? 하고 싶은 말과 자신을 소개 ● 기타 회원 여러분에게 을 위해 지역에 산재
재확립하는 자리매김 - 민우회의 정체성을 지역에서 시키고 싶습니 의사 개진하는 단체로 변모 하여 참여 한 현안문제에 적극 시간, 재능, 나의 . 니다 공유하며 하고 싶습 다. 그 일들을 여러분과 함께 니다. 싶습 고 말하 군포민우회 대표라고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내는
민우알림
남서민우회 대표
장경희
● 나를 동물이나 사물에
비유하여 소개한다면?
수록 맛있는 그런 구수함과 - 나는 질그릇이다. 오래 끓일
소박함이 있는 사람이다.
● 대표로서 올해의 공약은?
한 남서민우회 - 회원들과 함께하는 따뜻 남서민우회 - 소외된 곳에 관심을 쏟는 남서민우회 하는 생각 을 환경 과 - 여성운동 . 가슴에 남고 싶은 사람 ) 이다 ● 나는 ( 오래도록 사람들의
)이다. ● 나에게 민우회는 ( 샘물 하는 말은? 하고 싶은 말과 자신을 소개 ● 기타 회원 여러분에게 사회적인 문제라는
그것은 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 여성으로서의 불만이 개인 니다. 새내기 대표여서 었습 육이 원교 상담 회본부의 인식을 일으켜 준 것이 민우 원합니다. 혼자 하는 남서민우회를 이끌어 가기를 불안감도 있지만 회원과 함께 면 그 힘은 배가 될 의 친구나 회원들이 함께 한다 운동은 외롭고 어렵지만, 주위 살피겠습니다. 지역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것입니다. 늘 지역의 회원과
동북여성민우회 대표
홍은정
● 나를 동물이나 사물에
비유하여 소개한다면?
고 이는 마음으로 갯벌을 헤집 - 호기심 많은 꽃발게. 설레 물면 은 가끔 아주 아주 다. 다니며 아름다운 중년을 꿈꾼 (부당한 관행) 놓지 않는다. 있는 갯벌 )이다. 게 민우회는 ( 온갖 자양분이
● 나에
원인은? ● 내가 대표가 된 결정적
기서 아니, S라인이던가…(여기저 - 미모라고 말하고 싶은데… 듯. 일 사회변혁에 대한 열정 돌 날아오는 소리) 아무래도
● 대표로서 올해의 공약은?
원주여성민우회 대표
김정민
는 ) 사람이다. ● 나는 ( 사람을 귀중히 여기 . ● 나에게 민우회는 ( 벗 )이다 은? 원인 ● 내가 대표가 된 결정적
행복한 인생 아닌가? 로 하는 곳에 내가 쓰인다면 - 등 떠밀려서. 그러나, 날 필요 )이다. 고 싶은 것은 ( 우정, 의리
● 내가 대표로서 나누 하는 말은? 하고 싶은 말과 자신을 소개 ● 기타 회원 여러분에게 울 때가 있기도 합니다. 이미
보면 좋을 때와 어려 - 단체를 만들고 활동을 하다 로 삼아야겠다고 생각 여기고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 지나간 시련을 성장통으로 야겠지요? 길게 호흡하 성과를 바라는 조급함은 버려 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의 다. 저의 손을 잡아주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합니 며 강하게 마음먹고 다시 회원 시지 않겠습니까?
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단순하지 - 열화와 같은 지지(?)속에 대 없는 전략 다. 나섰 약속으로 무지막지하게 의미심장한 중장 의 운동 여성 지역 사업이던 표라고? 천만에. 그간 숙원 다. 것이 할 을 수립 기 비전
하고 싶은 말과 자신을 ● 기타 회원 여러분에게 하는 말은?
소개
.만 꿈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여러분과 지역여성운동의 된답니다. 저는 민우회와 함 인이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되 함께 꿈꾸고 그것이 현실이 께 했던 지난 시간 속에서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는 작지만 의미있는 경험들을 의 민우회와 마 우리‘스무살’ 저의 삶에 큰 힘이 됩니다. 들을 나누어요. 음껏 꿈꾸고 가슴 벅찬 경험
2007. 3∙4 47
고양여성민우회 지역아동센터 ‘꿈틀이’개소식
지부소식 www.womenlink.or.kr
‘환경지킴이’ 운동 �일시 : 미정(3월 말 확정 예정)
오랜 준비끝에 드디어 꿈틀이가 둥지를 틀었
�내용 :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군포시의
습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고
방역∙방제사업의 문제점을 점검하
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 토론회를 개최
3월 2일 개소에 이어 성원해 주신 분들을 모시고 조촐하게 개소식을 준비하고자 합니
제2기 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
다. 도움 주셨던 분들과 자리를 함께하고 싶
수료 후 상담실습 및 교육기간을 거쳐 본 상
습니다.
담소에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나눔장터
�일시 : 3월 30일(금)
�일시 : 4월말 예정
�일시 : 매주 금요일 생협 앞마당
�장소 : 꿈틀이 방화 후 공부방
�장소 : 군포여성민우회 교육장
�내용 : 아나바다 장터, 옹기 할인판매, 정수
�내용 : 고사, 문화공연
�문의 : 031-396-0261
고양여성민우회
용 맥반석, 음식마당
�문의 : 031-906-1033
요리소모임
걷기대회
이야기가 있는 요리소모임 시작합니다.
2007년 체육대회를 걷기대회로 진행합니다.
�첫모임 : 3월 20일(화) 오전10시
�일시 : 4월 21일(토) 오전 10시
민우들모임
�장소 : 매장2층 사무국
�장소 : 호수공원
작년에 회원들과 함께 체험하고 소통하고자
광주여성민우회
�내용 : 모임 이름 정하기, 1년 스케줄 짜기,
진행했던 민우사랑방을 올해는 민우들모임
반장 정하기, 쑥을 이용한 음식 해먹기
으로 새롭게 바꾸어 회원 여러분과의 아름
�신청 : 031-918-9774
군포여성민우회
다운 추억의 시간을 계획하였습니다. 들모임을 쭈~욱 함께 하고픈 가족 혹은 개
과일화장수 만들기
성인지 예산분석 강좌와 워크샵
인 회원을 모집합니다. 매월 1회, 노는 토요
�일시 : 3월 22일(목) 10시
�일시 : 3월 20일~4월 24일 매주 화요일
일을 이용해서 진행합니다.
�장소 : 매장 2층 사무국 �내용 : 과일 화장수(생협 감귤을 이용한 감 귤스킨 100ml), 각종 과일로 이용한 스킨 만드는 방법 배우기
오전 10시~12시
�일시 : 4월, 5월
�장소 : 군포여성민우회 교육장
�장소 : 구례, 순천
�내용 : 군포시의 여성정책과 예산을 성인지
�내용 : 산수유공장 방문 및 농촌체험, 우리
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모니터링단
밀 축제
구성과 토론회 개최의 토대를 마련 민우 DIY방
정회원의 날 그동안 많은 애정과 격려를 보내주신 정회원
회원의 날
나만의 것을 직접 만들고 배우면서 함께 웃
님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군포여성민우회 창립기념일을 맞이하여 회원
음꽃을 피워보아요!!
�일시 : 3월 24일(토) 오전9시 출발
의 날 행사를 개최합니다.
회원들이 만나는 작은 공간으로 DIY방을 열
�장소 : 감악산
�일시 : 4월 30일
었습니다. 우리 함께 만들어요~!!^^*
�준비물 : 따뜻한 물, 간단한 간식
�장소 : 수리산 산림욕장
�문의 : 031-907-1003
48
�일시 : 4월 19일(목), 5월 17일(목) 오전 10시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참가비 : 1만원 군포시를 생명살림터로 발전시키는
�내용 : 면 월경대, 리본 공예
김항심과 함께하는 여성학 강좌 여성 자신의 지난 삶을 의미화하고 나만의
남부여성민우회
자세한 시간은 미정 �장소 : 강서구와 양천구 관내 초중등학교 예정
서사를 써보고자 합니다.
신입회원 만남의 날
�일시 : 4월 6일(금)부터 매주 금요일
최근 3개월 이내 가입한 회원들과 함께 환경
민우여성학교
수세미도 뜨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어요.
여성이 주체적으로 미디어에 접근하면 어떤
�일시 : 4월 5일(목), 5월 3일(목) 오전 10:30
일이 벌어질까? 기존 미디어 환경 내 여성상
�장소 : 서울남부여성민우회 사무실
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비평해보고 미디어를
오전 10시~12시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그루터기 - 한부모 자조모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시간.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되어가는 추세를 반영
생산지 견학‘팔당으로 소풍가요~~~’
�일시 : 5월~6월 중, 시간 미정
하여 한부모 자조모임인‘그루터기’소모임
�일시 : 4월 14일(토), 5월 12일(토) 오전 9시
�장소 : 서울남서여성민우회 교육장
이 열립니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부모
�장소 : 경기도 팔당
�내용 : 대중매체와 여성
역할능력 향상 등 가족의 기능을 강화하여
�내용 : 생협 생산지에서 친환경농사체험,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과 자녀
두부만들기, 생태적 삶을 위한 야생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초 만남, 유기농 점심식사
�일시 : 4월 27일(금), 5월 25일(금) 오후6시 30분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11기 자원상담원교육 실시 �일시 : 4월 5일(목)~6월 7일(월) 오전 10시 (총 9강)
서울동북여성민우회
회원만남의 날
제36기 민우여성학교
건강한 가족만들기 - 식생활지기 김옥란 선
�일시 : 4월 17일(화), 4월 24일(화)
생님을 모시고 먹거리 강좌를 엽니다.
�장소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교육장
�일시 : 4월 20일(금), 5월 18일(금)
�내용 : 나의 성姓과 이야기하기, 나의 몸과
오전 10:30
화해하기
�장소 : 서울남부여성민우회 사무실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한돌배기 회원 만남의 날
�내용 : 여성주의 상담의 이해, 성폭력, 가정
2006년에 회원이 되신 한돌배기 회원들을
폭력, 부부갈등 및 외도, 성 지식, 이 상 성행동, 성병, 동성애, 자녀 성교 육등
남서여성민우회 아줌들을 위한 디카 &포토샵 강좌
위한 자리입니다. �일시 : 4월 24일(화), 오전10시, 오후 7시 �장소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교육장
나만의 감성을 표현하고 싶으시다구요? 포토 한부모가정지도사 소모임
샵과 사진찍기를 배우시면 새로운 세상을 만
양평으로 배꽃보러 가요~!
2월 한부모가정지도사 자격교육을 마친 선생
들 수 있습니다. 나의 시각으로 만들어가는
4월 산지견학
님들이 소모임을 구성하였습니다.
새로운 감성세상! 도전하세요!
�일시 : 4월 28일(토)
주 2회 스터디를 한 후, 한부모 가정에 대한
�일시 : 4월 매주 화∙목요일
�장소 : 양평 미디언 농장
반편견교육과 한부모 대상 자존감 향상 프로
�장소 : 강서영상미디어센터
�내용 : 배꽃 구경, 짚풀공예, 봄나물캐기 등
그램, 한부모 자녀 현실적응 프로그램을 통
�참가비 : 1만원 (비조합원 1만5천원)
해 여러분들과 만날 것입니다.
양성평등 교육
�일시 : 3월 13일(화)부터 격주 화요일
어린이들과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양성평
오후 2시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소모임방
�문의 : 02-3492-7140
등의식 함양 교육프로그램
어린이날 차없는 거리“나눔과 어울림”
�일시 : 4월~5월 총 4회
�일시 : 5월 5일(토) 오후 12시~3시
2007. 3∙4 49
�장소 : 도봉구 쌍문동
관한 공연 등
�장소 : 후평초등학교(예정)
�내용 :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및 전시 회원의 날
자매들의 벼룩시장
자전거도로 확보를 위한 거리캠페인
�일시 : 5월 18일(금)
지역주민의 물건나눠쓰기를 위한 환경장터
�일시 : 5월 말 예정 (일요일)
�장소 : 본회 교육장
�일시 : 4월 21일(토), 5월 19일(토)
�장소 : 도봉구내
�내용 : 외모지상주의 교육
�장소 : GS마트 건너편
수요집회 주최
들꽃 나들이
�일시 : 5월 23일(수)
가족과 함께 하는 생태체험 프로그램입니다.
�장소 : 일본대사관
보고 듣고 느끼고 담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
�내용 :‘여성의 몸’ 에 관한 퍼포먼스 공연
으면 합니다.
원주여성민우회 내 손으로 만드는 면 생리대 내 몸에 좋은 면 생리대를 직접 만들며 수다
�일시 : 4월 28일(토)
도 풀어보는 즐거운 시간 함께 해요~!
�장소 : 양구 생태식물원(예정)
�일시 : 4월 6일(금) 오전 11시
진주여성민우회
�장소 : 원주여성민우회
삼색모람 생생프로젝트
정해진 형식이나 내용이 없는 자유로운 회원
회원의 날 - 여성팔씨름대회
여성, 건강품고, 문화심고, 생태열다.
만남의 자리입니다. 회원들의 사랑을 확인하
민우회 회원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
�일시 : 3월 27일~4월 17일 매주 화요일,
는 찐~한 자리입니다.
한국여성민우회 2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여성팔씨름 대회 지역예선도 함께 열립니다.
총 4회 �장소 : 진주시청소년수련관, 생산지견학
4등까지는 5월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본선 에 진출하며 푸짐한 상품이 걸려있습니다.
여성팔씨름대회
일시 : 4월 28일(토)
�일시 : 5월 5일(토)
장소 : 치악체육공원
�장소 : 남강고수부지 특설무대 제6회 진주논개제
인천여성민우회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전화상담원 교육
동네방네 여성노래 한마당 �일시 : 5월 27일(일) �장소 : 촉석루 특설무대
�일시 : 4월 17일(화)~5월 17일(목) 총 10회 �장소 : 본회 교육실 �내용 : 여성주의 상담, 전화상담 이론 등
춘천여성민우회
팔씨름대회‘바로보는 여성’ , 민우체험학교
트랜스지방저감화방안 학부모교육
�일시 : 4월 28일(토)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트랜스지방감화방법과
�장소 : 인천대공원
실천을 나누기 위한 자리입니다.
�내용 : 팔씨름대회, 나의 몸 자랑하기, 몸에
�일시 : 4월 6일(금)
50
�일시 : 4월 10일(화), 5월 8일(화) �장소 : 달팽이공부방
한국여성민우회 창립20주년 기념
참여하는 여성이 아름답다! 여성이 웃는다! 세상이 웃는다! 성평등한 민주사회를 향해 내딛은 민우회의 발걸음이 어느새 20년이 되었습니다. 1987년 우리들의 출발은 새로운 여성운동의 물결을 만들자는 여성들의 희망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년,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우리들의 노력이 모여 나와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모든 인간의 가치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인간과 자연이 조화로운 사회, 여성의 인권과 성평등이 보장되는 민주사회를 향한 민우회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스무 살 길 위에서 희망으로 또 다른 길을 시작하려 합니다. 그 길을 여는 자리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 일시 2007년 5월 13일(일) 오전 8시 | 장소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의 공원 평화광장 앞 (6호선 월드컵경기장 역 2번 출구) | 행사 내용 함께 걷는 산책길, 이효재배 전국여성팔씨름대회, 참여난장 등 | 행사 프로그램 8:00 - 9:00 접수 및 오프닝 행사 9:00 - 10:00 함께 걷는 산책길 10:00 - 11:30 이효재배 전국여성팔씨름대회 서울지역 예선 및 문화공연 11:30 - 12:30 이효재배 전국여성팔씨름대회 본선 12:30 - 1:00 다함께 어울마당
| 행사참가비 1,000원 | 참가신청 02-737-5763, http://20.womenlink.or.kr | 신청기간 3월 23일~5월 4일 (당일접수가능, 단 팔씨름대회는 사전신청필수)
2007. 3∙4 51
독자마당 회원이 민우회의 주인입니다. [함께가는 여성]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듣습니다. [함께가는 여성]을 읽 고 느낀 점이나, 민우회에 바라는 의견을 보내주시면‘독자마당’ 을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채택된 의견에 대해서는 민우회가 마련한 감사의 선물을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독자의견은 민우회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아름다운 나눔이 있는 팔씨름 대회에
! 인상하기 웃어라 민우회! 민우회원 생활백서 사알~짝 회비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민우회에 대한 나의 애정을 표현하고 싶다.
내 몸의 힘을 느끼고 확인하는 과정, 마르고 연
�
민우회로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낸다.
�
천원이든 만원이든 사알~짝 회비를 올린다.
약한 몸으로 대표되는‘여성의 몸’이미지를 벗 어나 여성의 튼튼함과 건강함이 아름답게 인식 되는 사회를 희망하는 축제에 초대합니다.
감사합니다! 팔씨름대회 본선
회원분들의 사랑을 무럭무럭 먹고 자라나
| 일시 2007년 5월 13일(일) 오전 11시 30분
는 상근활동가들에게 맛있는 귤과 깊은
| 장소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의 공원 평화광장 앞
원두향이 묻어나는 커피를 선물해주신
| 상금 총 352만원(1등~32등) ※ 각 상금의 40%는 수상자의 이름으로 여성운동 기금에 후원됩니다.
현일숙 님!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향긋한 커피 마시면서 열심히 일할게요. 회비를 UP! UP! 해주셨습니다.
김현회, 손운경, 이숙경
팔씨름대회 지역예선 ● 강원지역
�원주 : 4월 28일 (토) / 원주여성민우회(033-732-4116) �춘천 : 5월 5일 (토) / 춘천여성민우회(033-255-5557) ● 광주∙전남지역 �5월 6일 (일) / 광주여성민우회(062-529-0383) ● 경상지역 �5월 5일 (토) / 진주여성민우회(055-743-0410) ● 인천∙경기지역 �고양 : 4월 21일 (토) / 고양여성민우회(031-907-1003) �군포 : 5월 4일 (금) / 군포여성민우회(031-396-0201) �인천 : 4월 28일 (토) / 인천여성민우회(032-525-2219) ● 서울지역 �5월 13일 (일) / 한국여성민우회(02-737-5763)
52
신입회원 여러분 환영합니다 황금소영 김재희 조한철 정진경 장복동 정혜윤 조성희 조세진 김지현 주인현 전길양 심미선 이용철 김수자 황인선 윤영애 이정화 박진희 김정미 우명숙 권혜진 명준희 안광현 이혜리 신영미 주설령 이우영 유선옥 김미숙 최상열 최춘열 이정현 변복자 이상범 황성희 현승재 함영옥 정진덕 김소영 정영희 조한철 유지선 이미경 민성희 (2007년 2월 2일~3월 23일)
정정합니다! 1∙2월호「어느 여성주의자의 영어공부」필자는 박혜정 님 입니다. 「호락호락 캠페인을 추억하며」 중 backrush를 backlash로 수정합니다.
179 호
2007.5.6 www.womenlink.or.kr
연재기획 자매애는 있는가 민우역사기행 민우ing 이런 저런 이야기 그리고 20주년 기념행사 「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 법률안」 에 대한 의견 지역여성정책위원회 - 지역여성운동의 발전을 위한 선택 1가구1주택국민운동을 아시나요? 쟁점과 현안 남성교사 할당제 도입, 누구의 욕구인가? 지속가능한 빈곤을 강요하는 한미FTA
사진에세이
기념 20주년 립 창 회 성민우 한국여
www.womenlink.or.kr
13
25
43
2007.5�6
02 민우ing 02
이런 저런 이야기 그리고 20주년 기념행사 _ 편집부
10 「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 법률안」 에 대한 의견 _ 은날 12
지역여성정책위원회 - 지역여성운동의 발전을 위한 선택 _ 김인숙
13
1가구1주택국민운동을 아시나요? _ 정은숙
14
민우칼럼 창 ● 동물의 왕국? 소비의 왕국! _ 정윤수
16
민우스케치
17
연재기획Ⅰ ● 자매애는 있는가 18
수다좌담 - 여성들 간의 차이, 그리고 소통에 관하여
23
자매애, 당위와 현실사이에서 지혜찾기 _ 이오
25 연재기획Ⅱ ● 민우역사기행 - 1988년 직장 내 폭력추방운동 _ 권미혁 29 쟁점과 현안 29
남성교사 할당제 도입, 누구의 욕구인가? _ 신기루
32
지속가능한 빈곤을 강요하는‘한미FTA’_ 이원재
34 국제통신원 ● OARS, 빈곤문제와 가정폭력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 _ 한설아 36 평동 사무실에서 ● 편식의 즐거움 _ 먼지 38 모람풍경 38
그 애기 엄마 잘 있겠지? _ 임계재
40
엄마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_ 이은숙
42 생협이야기 ●‘행복중심’ 으로 반포에 서다 _ 구명숙, 박영수 44 모람활동 ● 우∙행∙가의 베트남 여행이야기 _ 수달, 여진 46 민우알림 46
지부소식
48
독자마당
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유경희, 권미혁, 최명숙 편집인 정은숙, 박봉정숙 발행일 2007년 5월 28일 통권 179호 편집위원 권미혁 권수현 김희정 박봉정숙 손봉희 이인화 최정은영 주영은 디자인 일탈기획(02-2275-8447)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
민우ing
이런 저런 이야기 그리고 20주년 기념행사 민우회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 '2007 웃어라, 여성! 희망을 걸어라!'가 5월 13일,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치러졌다. 평등과 평 화를 느끼는 코스가 있는 걷기대회, 다양한 부스행사와 전시,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은‘이효재배 전국여성팔씨름대회’ , 즐겁고 신 나는 문화공연. 3000여명의 회원과 시민들이 모여 즐긴 축제였다. 사건이 있은 후에는 항상‘이야기’ 가 남는다. 그러나 같은 사건 에 대한 이야기도 화자에 따라, 경험한 시간과 장소에 따라, 시각에 따라 제각각이다. 모자이크처럼 짜 맞추어지기도, 서로 모순되 고 어긋나기도 하며 풍성하게 사건을 재구성하는‘이야기들.’이번 행사 스케치는 그런 다양한 시각의‘이야기들’ 로 구성해 보았다.
첫 번째 이야기 _ 신입, 투덜대다
한량신입의좌절 다라 ●
좀 상투적인 표현이지만,‘시간은 5월 13일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5월 13일 8시부터 1시. 차곡차곡, 또는 얼기설 기, 혹은 우왕좌왕(--;) 쌓인 몇 달간의 준비와 노력이 그 5시간 동안 아름답게 화(火)했다…. 그 불꽃이 정말 아름다웠 는지(또는 그런 불꽃이 정말 일기는 했는지)는 물론 중요한 문제이나 상근활동 7개월 차인 나에게는 무엇보다 그 행사 가 끝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끝났다…끝났다…끝났다…’ 를 되뇌어 봐도 왠지 실감이 안 나고 괜히 만사가 귀 찮고 힘든 것이 5.13의 후유증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 속에, 지금 이 글은 뭐랄까… 민우회의 괴력적 스케일에 질 린 신입의 살풀이(?) 같은 것이다.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마음의 병이 될 것 같은 위기감이랄까…. ‘임금님 ( 귀는 당나귀 귀’이야기의 이발사 심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20주년인 만큼 더 풍성하게, 더 의미있게, 더 많은 사람들과 함 께 하길 바라는 마음이야 누군들 다르겠냐마는 문제는 그 바람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가 태산(!)같은 일거리로 활동가 들 앞에 사뿐히 내려앉았더라는 것이다. 일과 휴식이 조화(기준은 묻지 말라)를 이룬 여유만만한 직장생활을 꿈꾸던 한 량기질 다분한 신입의 처절하고도 완벽한 좌절이었다고나 할까…. 뭐, 좋게 말하면 근무 태도를 새.로.이. 했다고 정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에헤라 디야 허이꺼이~~ @.@ 다라 ● 그래도 이제 좀 살 것 같다
2
두 번째 이야기 _ 우리, 위로받다
눈물나게좋은봄날에 봉달 ●
5.13‘웃어라, 여성! 희망을 걸어라!’행사를 준비하면서 상근활동가들의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무렵, 한 활동가가 쓴 글이 모람터놓기 게시판(회원자유게시판)에 올라왔다. 모두들 겪고 있지만 소리 내어 말 할 수 없었던, 실없는 농담으로 흘려버 리거나 혼자 깊은 한숨으로 덮어두던 그 무엇을 만져주는 글이었다. 회원들도 친구들 앞에서 민우회 콘서트 티켓을 꺼내면 서, 혹은 더 옛날 딸기쨈이나 유자차를 지인들에게 권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해 보지 않았을까. 여러 회원들과 나누고 싶어 이 곳에 소개한다.
갑자기 눈물이 후두둑 떨어질 때가 있다. 눈부신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사람이 많은 복잡한 길을 가다가 아무 이유 없 이 눈물이 나는 날이 있다. 얼마 전 한 상근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이 꽉 찬 버스만 왔다고 한 다. 그래서 버스 몇 대를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지나가던 다른 상근자를 만났다고 한 다. 그런데 그 순간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별 이유도 없이 그렇게 눈물이 나는 일이 요즘 많다고 했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 96년 나는 대학 5학년이었고 총학생회에서 일하고 있었다. 당시 난 졸업과 운동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헤매고 있다가 뒤늦게 총학생회에 결합한 상태였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인지 늘 혼란스러웠지만 누구와도 터놓고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학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2학년 후배가 시위 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 후부터 나는 아무것도 감당할 수 없었다. 현실도 무서웠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이 더 무서웠다. 진심으로 지지받고 소통하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도 울고 집회에서도 울고 플래카드 앞에서도 울었다. 내 현실이 감당하기 힘들 때, 내가 인정받고 지지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자꾸 왜곡될 때, 그 모든 것들이 내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나는 종종 무너지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현실을 함께 견뎌낼 사람들이 없다고 느낄 때 그 무너짐은 주체할 수 없어진다.
오늘 너무 파래서 눈부신 하늘 때문에 눈물이 날 뻔 하다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그 상근자의 마음이 함 께 떠올랐다. 지금 민우회 상근자들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 살며시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는 걱정도 같이. 20년 동안 우리는 진심으로 여성운동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그 힘으로 운동을 하고 있음도 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런 믿음이 자꾸 사라질 때가 있다.‘민우회가 이번에 20주년
2007. 5∙6 3
민우ing
인데, 집 마련 기금모금을 해. 좀 도와줄 수 있어?’이 말을 할 때 그렇다. 아니 내가 아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바라보며 누구에게 말해야 조금 덜 상처 받을까 생각할 때 그렇다.
나는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이 말을 하는 게 자꾸‘뭔가를 구걸하는 느낌’ 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나의 마음은 불편해지고 나는 한없이 작아지고 그런다. 이 말을 꺼내기 위해 수도 없이 마음을 다져야 한다. 수많은 기업을 만나고 그 기업들한테 퇴짜를 맞는 대표 선생님들도 그럴 것이다. 그동안 연락 한번 못 하다 갑자기 전화하여 어렵게 이 말을 꺼내야 하는 상근자들도 그럴 것이다.
결국 말도 못 꺼내보고 끊어버린 전화기를 바라보다가, 어렵게 꺼낸 말에 아무 답이 없는 친구를 원망하다가, 내 활동 이 그 만큼의 신뢰도 주지 못했음에 자책하다가, 이런 걸 자꾸 해야 하는 내가 초라해지다가, 집도 없이 가난한 민우회 에서 일하게 된 걸 원망하다가, 그러다가 나는 점점 구겨져 가는 내 얼굴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뭔가 잘 안 풀리는 것 같아서 화가 나고, 누군가 말을 걸려 하면 가만히 좀 내버려 달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민우회 활동을 하면서, 여성운동을 하면서 힘든 일은 수도 없이 많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지금 내가 버거워하는 일은 단지 그 중 하나일 수도 있다. 다만 더 괴로운 건 내 자존감에 생채기가 오래도록 남아 있기 때문일 거다. 나의‘자존 감’ 과 타인의‘자존감’ 이 서로 교감하고 함께 높아지는 활동을 꿈꾸는 내겐 더 그렇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뭘까?‘인정’ 과‘지지’ 가 아닌가 싶다. 괴로움과 어려움을 알아주고, 의심이 들 때마다 아니라고 말해주고, 내가 작고 초라해 질 때마다 넌 소중하다고 말해주고, 생채기가 생길 때마다 함께 아파해 주는. 내 옆 사람들과의 소통, 그리고 그들이 내게 주는 인정과 지지.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일은 아주 힘들기도 하지만, 민우회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직접 확인하게 되는 가슴 벅찬 경험이 기도 하다. 모두들, 괜히 화장실에 숨어 남몰래 눈물 닦지 말고 그 괴로움과 속상함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자. 그리고 열심히 정말 열심히 위로하고 격려해 주자. 서로서로.
2007. 4. 30. 봉달
4
세 번째 이야기 _ 사진으로 보는 5.13, 그리고 감춰진 이야기들
D-3, D-2, D-1, 여기는평동사무실 행사 날이 다가오면서 평동 사무실은 작업장으로 변해 갑니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을 때는 몰랐던 활동가들의 숨겨진 재능이 드러나는 시간!
드디어 5월 13일! 출근시간은? 새벽 2시!! 깜깜한 평화 광장에서 희망조 각을 매달고,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앉아 꿈지 이것이 탄생했습니다! 두둥~ 보 럭 꿈지럭 한 끝에… 셨나요? 걷기 코스 초입에 펼쳐져 있었죠.
사진도 한 컷! 우리 상근자들, 너무 예쁘죠?^^
글자 하나하나를 자르고 오려서, 청소년 부스 게시물이 만들어지고. (오린 글자를 전부 한 봉지에 담 아 두는 바람에 문장 만들 때 무 지 애먹었다는…. 게다가 분명 써 놓은 대로 오린 후, 써놓은 대로 문장을 만들었는데 나중에 글자 ‘께’ 과‘ㄴ’ 이 남는 미스테리가 있었더랬죠.^^)
‘너무 늦게까지 일하는 건 옳지 않아요~’10시면 문을 닫는‘달 개비 공방’ 의 숙련된 장인 달개비. 그러나 행사 직전에는 어쩔 수 없 이 공방 운영시간이 연장되고야 말았다는데…. 수많은 게시물이 그녀의 손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장하구나, 8년차 상근자의 힘!
날이 밝아오고… 민우역사길 만들기를 서두릅니다.
그 와중에 또 찰칵! 아아…예뻐요 예뻐ㅠ.ㅠ
2007. 5∙6 5
민우ing
드디어행사시작! 민우회 연합 풍물패의 길놀이로 걷기대회가 시작 되고 산책길에 준비된 평등∙평화 코스를 체험하 며 걸었습니다.
일상속의 차별을 생각해 보는 평등 팡팡길을 지 나 평등감수성을 체크하는 평등 오름길을 밟아 보고 자연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나무 심장소리 듣기도 체험해 보았지요.
처음에는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각 코스를 참여하고 나면 팜플렛에 스티커를 붙여주는 기획이 있었는데, 아…, 어린 친구 들이 스티커에 그렇게 목숨 걸 줄은 몰랐지요. 안 붙여 준다고 화도 내고… ^^; 결국 무섭게 몰려드는 어린 친구들(덩치는 웬만한 진행자들 보다 큰)을 감당할 수 없어 스티커 붙여주는 기획은 폐기하기로 급 수정 했다는 비화가….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 주세요!!” “비상! 비상! 아이들이 스티커를 향해 몰려든다! 통제 불능! 살려줘! 켁…!” -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던 어느 상근자의 외침(진짜?).
예쁜‘minwoo’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으로 걷기 코스 마무리~
6
평화광장에서는 여러 전시와 만들기 부스, 바닥놀이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희망조각 전시] 민우회의 이사기금을 후원해 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내주신 사진으로‘희망조각’ 을 만들어 전시 했습니다. 본인 사진, 가족, 친구, 애견사진까지!! 너무나 예 쁘고 뿌듯하더군요. ^^
[Her'story 민우 역사길]
‘여성운동의 [ 큰 이름 이이효재’전시] 여기서 또 하나의 미스테리! 이이효재 선생님 전시물 은 분명 총 6장이었는데 설치할 때 보니 한 장이 사 라졌다는?!(안그래도 어쩐지 이상하다 느끼셨다구 요? ^^;) 아아…실수를 미스테리화 하고픈 간사한 인 간의 욕망이여… ㅠ.ㅠ
작은 실수야 있었지만 어쨌든…. 희망모자도 만들고, 바닥놀이도 하고 , 축하공연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2007. 5∙6 7
민우ing
마지막 이야기 _ 회원 참관기
신입회원바다의내맘대로후기 바다 ●
오늘은 걷기대회 날! 전날 비바람 불던 날씨는 잠잠해져 있었고, 화창하다 못해 뜨 겁게 평화의 공원을 달구고 있었습니다. 행사 준비팀이 새벽에 나온다는 얘기를 듣 고 걱정했는데 그 몇 달 동안의 수고를 하늘이 치하해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안도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눈 밑 다크써클을 깊게 드리운 낯익은 상근활동 서울지역예선 사회를 맡으신 소다, 정윤정 회원님
가들이 무전기 들고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이네요. 살이 바싹 익어갈 만한 온도 속에서 이효재배 팔씨름대회 서울지역예선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가자 중에는 비공식 새모람 배 팔씨름 대회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호지, 누 에, 히로가 있었기에 몰려드는 인파를 헤치고 그들을 응원하러 갔드랬죠. 응원전 을 펼칠 찰나! 눈앞에서 히로가 아깝게 넘어가고, 가냘픈 외모의 누에는 2차전 스 티커를 가슴팍에 붙이고 위풍당당 웃고 있었고, 콧잔등 땀 송글송글 맺힌 호지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 있었습니다.
왼쪽의 힘쓰는 히로! 그러나 상대의 저 여유만만한 표정….
예상외로 비장함 마저 감도는 분위기에 압도된 우리는 누에의 선전을 기원하며 옹기종기 그앞에 늘어서 있었으나 순식간에 넘어가는 하얀 누에의 손목~ 아, 아 깝다! 결국 새모람이 배출한 선수들은 아무도 16강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서로 의 어깨를 한번 씩 두드려 주고 자연드림 무공해 쭈쭈바를 하나씩 받아 물고 널찍 한 바닥에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서울지역 예선전의 모습
16강 시작 전, 랩으로 평화를 노래하는 실버라이닝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세상에 저런 사람들만 있으면 좋겠다 이런 기분 좋은 상상을 잠시 했었습 니다. 백 마디 말보다 귀여운 몇 가락의 랩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거 더군요.
8
축하 공연 - 더 실버라이닝
달구어진 무대 위에서 이어지는 16강전! 어느새 사람들은 무대 바로 밑으로 몰려 가 응원전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8강전으로 이어지자 귀여운 소녀 에이스를 점 찍어둔 저는 에이스가 우승할 것 같다며 가슴 졸이고 있었는데 역시나 4강 까지 올라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오모나 이게 웬일…! 결승전이 있기 전 잠깐 잠시 쉬 오른쪽 수줍게 웃는 소녀 에이스! 혜 화여고 태권도부 민현선 양이랍니다.
고 있는 소녀 에이스를 찾아가 사진 촬영도 했습니다. 가까이서보니 주근깨 살짝 찍힌 에이스는 너무나 귀여웠다죠. 4강에서는 멀리서 오신 진주여성민우회 회원님들 중에 자매끼리 한판승부가 벌 어져 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결승전이 있기 전 막간을 이용한‘아주 특별한 경기’ 가 펼쳐졌는데 멋진 여성체 육인들과 여성정치인들의 깜짝 경기로 한층 더 분위기가 고조되었습니다. 환하
관중의 환호에 답하는 농구선수 박찬 숙님과 멋진 승부를 낸 축구선수 이성 주님 (출처-뉴시스)
게 웃는 여성체육인들의 당당하고 순수(?)한 눈빛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참, 우승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참가자들을 압도하신 박찬숙님께 돌아갔습 니다. 이어진 결승전에선 즉석에서 결성된(저를 포함) 팬클럽까지 몰고 다니며 인기몰 이 한 에이스와의 한판승부에서 진주에서 오신 서명희님이 영예의 1위를 차지하 셨습니다. 참가자모두 상금의 일부를 기부하기로 약정하셨다고 하니 이 또한 아
1위를 차지하신 진주의 서명희님
름다운 뒷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한 팔뚝 바쳐 상금타서 민우회에 기부하는 즐거운 상상을 했었는데 늦어서 참가도 못한 이 게으름을 깊이 반성 하며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바다입니다.^^ 마지막으로 BMK의 등장으로 무대는 멋지게 마무리 되었고 메시지를 담은 박이 터지면서 대회는 끝이 났습니다. 수 개월간 행사를 위해 수고해주신 민우회 식구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대들이 진정 여성을 웃게 하는 사람들입 니다. 바다 ● 기타반 etc에서 활동 중인 신입회원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비인증 사진사!
※ 이렇게 민우회 20주년 기념행사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참여해 주시고 성원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7. 5∙6 9
민우ing
「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 법률안」 에 대한 의견
직장∙가정생활양립의 실현을위해서는… 은날 ●
지난 3월 13일, 노동부는 직장∙가정의 양립에 대한 지원을 강화 혹은 명시화하기 위해서 기존 남녀고용평등법의 법제명 개정,‘배우자출산휴가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을 중심으로 하 는「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 법률안」 (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 글에서는 한편 그동 안 지속적으로 제기한 직장∙가정의 양립 지원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면서도 이 개정안에 담긴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1)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도입이다. 육아기 근로시 간 단축제도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남녀노동자가 육아휴직 대신 일정 기간 동안 노동시 간을 단축하여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육아기 아동을 가진 노동자들이 육아 휴직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을 놓고 현재 우리 노동시장의 상황 상 비정규직의 확대와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고, 이 제도의 도입이 발표된 이후에도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와 있지는 않 다. 따라서 이 제도가 현실에서 어떻게 운영이 되고 어떤 문제점을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세밀
1) 이 글은 지난 2007년 3월 27일 발표한「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법 전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여성∙노동계 의견서」 의 내용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10
한 검토를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가기간에 급여가 지급되지 않으면 남성노동자들의 활용률
그리고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일과 양육의 양립을 가능
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유급임을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
하게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보장되어
또 개정안에서는 영유아의 양육을 위해 필요한 경우 외에
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단축 후 근로시간의 범위
임신한 여성근로자가 필요에 의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를 1주 15시간~3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육아기 근로시
있도록 하였다. 현재 육아휴직은 남녀 노동자가 모두 사용
간 단축의 실질적 의미를 살릴 수가 없다. 따라서 단축 후
가능함에도 대체로 여성만을 위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근로시간의 범위를 법정근로시간의 1/2을 넘지 않도록 제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인식에서
한하는 것과 가능한 연장근로시간을 6시간 정도로 제한하
벗어나 남성들의 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
는 것이 타당하다.
면에서 볼 때 임신기 여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육아휴직이 여성중심의 제도라는 인식
이번 개정안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직장과 가정생활의
을 강화시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임신한
양립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향은 남성들의 가
여성노동자와 태아의 건강상의 문제로 인한 휴가의 경우
사∙양육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는 육아휴직이 아닌 별도의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
가사∙양육 노동이 여성만의 책임이 아니라 남성, 나아가 사회의 책임이라는 인식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법의 목적과 관련한 부분이다. 남녀고용평등
서는 지속적인 홍보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참여를 유도하
법(1987년 12월 제정, 1988년 4월 시행. 이하 고평법)은 제
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 마련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번 개정
정 이후 6차례 개정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기
안에서는 배우자 출산휴가만을 규정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고평법의 주
가사∙양육에 남성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에 대한 고려
요한 목적은‘남녀고용평등 실현’ 이었다. 이번 개정안은
가 부족하다.
법제명을 변경하면서 고평법의 목적을‘근로자의 삶의 질
예를 들어, 배우자 출산휴가를 살펴보자. 이번 개정안을 통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 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해 새로 도입되는 배우자 출산휴가제는 남성들의 양육 참
목적의 변경은‘남녀고용평등 실현’ 이라는 이 법 애초의
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이다. 그러나 이 휴가제
목적을 경제 발전의 논리로 환원하는 것이다. 고용상의 평
도의 휴가기간은 3일로 실질적으로 남성이 출산 후의 배우
등 실현은 경제 발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
자를 돌볼 수 있는 기간으로는 매우 짧다. 또한 무급으로
만으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의 목적을‘고
규정하고 있어 그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휴가기간
용평등 실현과 직장∙가정생활의 양립 지원’ 으로 명확히
은 배우자의 출산을 보조하고 양육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해야 한다.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으로 5일은 보장해야 한다. 또한 휴
은날 ● 젊은 날! 기쁜 날! 좋은 날!
2007. 5∙6 11
민우ing
지역여성정책위원회
지역여성운동의발전을위한선택 김인숙 ●
여성민우회에는 10개의 지부가 전국에서 활동한다. 활동
삶의 경험을 명료히 하고 이것에서 우리의 활동의제를 도
지역의 크기부터 지부가 만들어진 배경이나 시기 등도 다
출해 내는 것이 더 많은 지역여성들을 우리의 활동에 동참
양한 민우회 지부들은 상담소, 생협, 지역아동센터, 한부모
하도록 초대하는 방법이라 생각하며 지역민우네트워크 내
지원센터까지 너무도 다채로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
하나의 분과로 위치하게 되었다.
국적으로 2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벌이는 사업이니 그 내 용이 얼마나 많겠는가? 하루 종일 앉아 사업보고만 주고받
시작은 소박하다. 올해는 지역여성운동 사례를 모으고, 지
아도 하루가 빠듯하다. 지역마다 진행되는 사업들은 회원
역민우회 활동을 정리해 살펴보는 일을 하기로 하였다. 과
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현재의 알찬
거의 경험 속에서 발전시킬 것과 부족한 부분을 도출해 계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역을 변화시키는 세력
승, 발전, 보완하는 일부터 시작이다. 올해 목표는 소박하
으로서, 대중여성교육으로 때로는 지방 개발론자들과의
지만 지역여성정책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큰 발전을 이
싸움으로, 때로는 관과 파트너쉽을 이루며 대안을 보여주
루기 위한 큰 선택이 되어야만 한다. 분권과 자치, 생활 속
기 위한 노력까지 민우회 20년 역사 속에 지역여성활동이
에 여성운동 뿌리내리기, 주민이 참여하는 시민운동 만들
존재해 왔다.
기 등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을 펼칠 수 있는 힘 은 지역여성들의 활동에 달려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지역에서의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 많은 여성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의제개발, 운동방법에 대한 부족을 느끼며 이를 민우회 내
김인숙 ● 곧 50이다.
에서 조직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필요성이 이야기 되어 왔
민우회의 활동으로 아랫배에 지방층이 두터워졌고 뱃심이 팍 생겼다.
다. 그래서 2007년, 올해 처음으로 지역여성정책위원회라
여성이라는 것이 행복해진 50대! 이제는 딸이 사회로 나간다.
는 것을 만들게 되었다.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여성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 즉 지역에서 여성으로서 살아 온
12
내가 겪은 파란을 내 딸은 피할 수 있길 빌었는데, 그 파란으로 자신이 여성이라는 자각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길 바라게 되었다.
출처 : 1가구1주택국민운동
1가구1주택국민운동(www.1house.or.kr) 주택투기 근절! 다주택보유 규제! 주거약자보호제도 정착!
1가구 1주택 거리캠페인
1가구1주택국민운동을아시나요? 정은숙 ●
현재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105%(총주택수 13,222,641
1가구1주택국민운동은 다주택 보유가 불리한 제도적 환경
호/ 보통가구수 12,490,507가구)를 넘어 서고 있지만, 전
을 만들고, 무주택자를 보호 지원하는 제도와 정책을 확대
체가구의 40% 이상은 집이 없으며, 주택이라 부를 수 없는
하고 국민적 의식전환을 이루어 냄으로써 집을 본연의 기
열악한 주거환경(판잣집, 비닐하우스, 움막, 동굴 등)에 방
능인 거주의 수단으로 되돌리고 주거의 공공성을 실현하
치되어 있는 주거 극빈층도 68만가구, 160만명에 이르고
고자 하는 운동이다.
있다. 반대로 104만여 가구가 자기 집에 살면서 또 집을 소 유하고 있는 다주택가구이며, 5채 이상을 보유한 가구도 5
이를 위해 먼저 세제, 금융, 주택 등 각 분야제도에서 무주
만3천 가구가 넘는 등 다주택 보유가구 평균 4.6채를 소유
택 가구는 보호∙지원하고, 1가구 다주택 보유의 경우에는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이익을 주는 내용의 종합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이런 내
수치상 집이 남아도는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40% 이상이
용이 수용될 수 있도록 국민청원운동을 전개한다. 더불어
주거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주택을
국민적 참여와 의식전환을 동반하는‘1가구1주택 사회협
‘주거’ 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사용하기보다 재산 증식을 위
약’ 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을 유
한‘투기’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통용되는 사회가 지속
도하기 위하여 정계, 경제계, 학계, 법조계, 노동계, 시민사
되는 한 주거 안정 실현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국민의
회단체 등의 적극적인 협약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대
주거안정과 주거 공공성 실현을 위해서는 주택투기를 규
통령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이 주택이 투기적 용도로 악
제하고 거주 외의 다른 용도로 주택을 보유하는 것을 엄격
용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공약화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
히 제한해야 한다. 또한 임대료의 상승으로 수십 차례 이삿
다. 토지와 주택의 공공성은 그 나라의 공공성을 가늠하는
짐을 싸야 하고 스스로 노동해서 번 돈으로는 주거안정을
척도이기 때문이다.
이루기 어려운 주거 약자를 지원해야 한다.
우리 모두 1가구1주택 협약에 참여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래서 지난 4월 11일 41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서 시작했 다! 1가구1주택국민운동을!
정은숙 ● 열정도 많고, 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 우리 사무처장!
2007. 5∙6 13
민우칼럼 창
「어 둠 속의 댄서」,「도그빌」로 유명한
쾌락과 소비의 천국 테마 파크를 잠시 보
‘아쿠아리움’ 을 한바퀴 돌고 출구로 나서
라스 폰 트리에의 초기 걸작「유로파」 는
자. 서울 강남에‘코엑스 몰’ 이 있고 그
면 황당한 공간 배치에 당황하지 않을 수
모든 길이 차단당하여 어떤 방향으로 뛰
안에‘아쿠아리움’ 이 있다. 20세기 공학
없다. 그곳은 이제까지 구경한 온갖 물고
어도 여전히 미로 속을 헤맬 수 밖에 없
의 오랜 노하우와 신개념이 축조해 놓은
기들의 모형과 캐릭터 상품이 진열된 곳
는 악몽 같은 상황을 보여준다. 또한 최
코엑스 몰은 편리와 효율, 쾌락과 소비를
으로 우선 꼬마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인훈의「구운몽」역시 심야의 도심지 거
120% 만족시키기 위한‘합리적’동선으
그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절묘하면서
리를 끝없이 방황해야 하는, 그러나 탈출
로 짜여져 있다. 대규모 문화공간의 두 세
도 당당한 공간 배치다. 돈을 쓰지 않으면
구를 찾지 못하는 주인공 독고 준의 블랙
배가 넘는 주차비와 입장료가 제 몫을 하
안 되도록 설계된 것이다.
홀 같은 상황을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리라는 신화가 곳곳에 펼쳐져 있다. 원스
지역은 다르지만, 냉전 이후에 겪어야 했
톱 솔루션! 그러나 그것은 코엑스 몰을 실
그 뿐인가. 어느 일간지 사옥에 있는 거
던 지식인의 불안한 심리적 상황을 잘 보
체적 존재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갤러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곳의 출
여준 작품이다.
게나 통하는 얘기일 뿐 기나긴 삶의 어느
구는 미술 팬시 매장으로 이어진다. 피해
만약 요즘의 한국 사회에 대하여 이 작품
한 찰나를 잠시 토막 내어 들러보는 구경
갈 수 없다. 물론 다른 곳에도 매장은 있
들을 패러디 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말
꾼에게 있어 그곳은 황순원이 오래 전 단
다. 예술의 전당에도 있고 과천 현대미술
할 것도 없이 나는 오늘의 한국 사회가
편에서 쓴 바 있는, 출구를 찾아서 원형의
관에도 있다. 청와대 뒤의 환기미술관에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품의 미로,
미로를 계속 맴도는 착란 현상(린반데룽)
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출구로부터 조금
높은 장막이 쳐진 소비의 감옥, 어디로
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
은 벗어나 있다. 하지만 이 갤러리는 아
눈을 돌리든지 간에 무조건 몇 초 내에
다. 그럼에도 매우 세련된 소비 감각이 곳
예 출구 자체가 매장으로 이어져 있는 것
어쩔 수 없이 바라봐야 하는 광고의 세계
곳에 치장되어 있어 내면의 욕망을 애써
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누구도 이를 불
라고 말하고 싶다.
숨기지 않아도 될 듯한 안도감을 주는데,
편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응노 셔츠,
동물의 왕국? 소비의 왕국! 정윤수 ●
14
백남준 시계, 김창열 노트…. 미술 관람에
지만 청량한 대기권에 5분 가량 머물러
이터 안에 LCD모니터를 설치하느냐 마
쏟았던 정성보다 더 지극하고 진지한 시
이동하는 순간은 잔잔한 별미이다. 탈 수
느냐에 관하여 찬반을 다투는 소리다. 안
간이 시작된다. 미술품은 한나절의 정신
있는 놀이기구가 서너 개뿐인 너댓 살 꼬
내문을 보니 행정당국의 공고문, 관리사
적 드라이크리닝으로 충분했으며 눈앞의
마들에게도 리프트는 경이로움을 준다.
무소의 공지사항, 교양 문화 정보 등을
팬시상품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익힌
그런데 이 리프트가 아래쪽에 도착하면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한 작은 LCD모니
모든 감정교육과 소비성향을 집중하여
곧장 캐릭터 매장으로 이어진다. 상식에
터로 제공하는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인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실존적 명령의 계
입각하여 출구를 찾으려는 모든 사람들에
그 반대 의견이 흥미롭다. 비좁은 엘리베
기가 된다.
게‘매장을 통과하시면 출구가 나옵니다’
이터 안에서 그와 같은 사항들을 읽고 있
라는 안내문이 기다리고 있다. 그 안에는
어야 하느냐, 다른 단지들의 사례처럼 그
국내 최고의 테마 파크인 에버랜드 역시
꼬마들을 다독여 바깥으로 탈출하려는 부
런 안내 말씀 사이마다 인근 대형 백화점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우선 입장하기 전
모들의 고함 소리가 넘쳐나고 부모들은
이나 할인 마트의 광고가 끝없이 끼어들
에 지갑을 꺼내 카드를 확인한다. 무료입
자석처럼 장난감에 붙어 버린 아이들을
텐데, 집에 올라가는 몇 초 사이에도 광
장 혜택을 준다는 카드를 제시하고 신선
떼어내느라 소리를 지르기 일쑤다. 이처럼
고 문구를 읽고 있어야 되느냐 하는 것이
한 기분으로 입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
테마 파크는‘환상과 즐거움’ 을 주는 대신
다. 백번 옳은 얘기다. 우리는 지금 울타
체로 무료입장의 혜택을 입은 어른들은
지갑을 샅샅이 훑어 버린다. 산만하게 흩
리를 알 수 없는 광범위한 소비의 감옥에
그 보다 더 많은 돈을 쓰기 마련이다. 꼬
어 놓은 듯이 보이지만 테마 파크의 동선
갇혀 있는 것이다.
마들 데리고 몇 번 놀이시설을 타면 그곳
은 주도면밀하게 짜여져 있고 사람들은
의‘자유이용권’금액을 훌쩍 넘겨 버리
절묘하게 배치된 공간 구성을 따라 가면
는 것이다.
서 자주 지갑을 여는 것이다. 테마 파크는
에버랜드의 리프트 역시 정교하게 배치
인간에게 끊임없이 소비의 쾌락을
되어 있다. 입구를 지나 온갖 매장이 줄
요구하는 현대 문명의 이해를
지어 선 사이를 걸으면 장미 정원과 사파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리월드로 내려가는 리프트가 있다. 그것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며
을 타면서 잠시 즐거운 감상의 순간을 누
칠 전부터 웅성거리는
린다. 지상으로부터 불과 십여 미터 높이
소리가 들린다. 엘리베
정윤수 ● 문화평론가, 오마이뉴스 편집위원
2007. 5∙6 15
민우스케치
� 우행가 특별 강좌,‘베트남,
기억의 재구성’
공부해서 여행가는 소모임 ‘우행가(우리공부해서여행가 요)’ 에서 여행지 베트남에 대 한 특별 강좌를 열었습니다. 우행가는 오는 7월 드디어 베트남 여행을 떠납니다. 함
� 위풍당당 그녀들의 페달밟기 자전거 교실
께 가실 분은 연락주세요~!
나의 몸과 지구를 살리는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자전거
4월 18일 민우회 교육장
교실이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볕 좋은 토요일 오후 망원유 수지에서 전문가들의 자상한 지도로 진행되었습니다. 6, 7 월은 자전거 번개로 계속됩니다. 많이 참여해 주세요!! 4월 7일, 21일 망원유수지
� 여성민우회 생협 반포매장‘행복중심’개장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 성폭력 상담소의 몸/성
여성민우회생협 반포매
워크샵
장‘행복중심’ 이 문을 열었습니다. 행복중심이
성적존재로서의 내 몸의 느낌을
지역여성들과의 행복한
편안히 응시하고 나누고 찾아가
만남의 장이 되기를 기
는 시간. 요가로 이완하기, 기억
원합니다~!
과 느낌의 방 소그룹 작업, 상황 극하며 놀기 등의 프로그램이
5월 3일 서울 반포동
진행되었습니다. 5월 19일~20일
� 생식세포관리
및보호에관한 법률제정(안)에 대한 공청회 참가 보건복지부에서 주최 한 [생식세포관리및보
� 1가구1주택 협약에
참여하는 사회인사 1000인 선언
호에관한법률제정(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가해 연
모든 사람들의 안정적인 주거
구를 위해 잔여난자의 사용을 허용한 이 법안이 여
환경을 위해, 주택을 투기와
성의 인권과 건강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히 고 법제정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명했습니다. 5월 16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컨벤션홀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닌 거주의 용도로만 이용할 것을 약속하는 ‘1가구 1주택 협약’ 에 시민사회단체인사 1000인이 참여하여‘주 택국민운동 확산을 위한 1000인 선언’ 을 진행하였습니다. 5월 22일 인사동 남인사마당
16
연재기획
자 애는 매 있는가? ‘자매애’ 는 여성주의에서 당연한 것으로 혹은 당위적인 것으로 받 아들여져 왔던 측면이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여성들 간의 연대’ , ‘해방구로서의 여성주의 공동체’ 를 상징해왔던‘자매애’ 의 이상적 측면이 구체적 현실 속에서 어떻게 경험되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여성주의 조직이나 단체에 몸담고 활동한 적이 있거나 현재 활동 중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민우역사기행 민우회 20년 역사 속으로 떠나는 민우역사기행. 그 두 번째로 1988 년‘직장 내 폭력추방운동’ 을 돌아보았다. 빛바랜 사진 만큼 익숙하 면서도 낯선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가 밟고 선 땅이 수많 은 피와 땀의 언덕임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민우회의 역사뿐만 아 니라 여성운동사와 노동운동사에서도 빠지지 않고 기억되는 여성노 동생존권 투쟁활동,‘직장 내 폭력추방운동’ 과 다시 만나보자.
수다좌담
여성들간의차이, 그리고소통에관하여 수다참가자 ● 맨발, 원사, 오이, 연필, 오뎅(나중에 합류) / 정리 ● 맨발
남들은‘TGIF!’ 를 외치며 홀가분하게 일주일 간 쌓인 피로를 맥주 한잔으로 날리고 있을지도 모를 어느 금요일 늦은 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예전의 동지들이 평동 사무실에서 뭉쳤다. 한때 민우회에서 상근자로
연 재 기 획 Ⅰ 자 매 애 는
활동했던 혹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그녀들은 처음엔‘자매애’ 라는 주제에 대해 약간은 뜬금없어 하기도 했다. 그러나 멍석을 깔아놓으니 의외로 할 말이 많았던 것이었다. 이번에도 줄이느라 엄청 애 먹었다.
‘자매애’하면 떠오르는 것은…
있 는 가 ?
맨발 :‘자매애’ 에 대해서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부터 자유롭게 이야기해 볼까? 원사 : 나는‘자매애’ 하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어. 룰*, 공*, 생*. 내 안의 버거움이나 내가 제기하는 문제 때 문에 힘들었을 때, 내가 말하는 것에서 취할 수 있는 장점들을 많이 잡아 줬어. 민우회를 떠나고도 민 우회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게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에 그 사람들의 지지, 자매애 때문이었던 거 같아. 그래서 항상 고마워. 오이 :‘이상적인 자매애’ 라는 것이 나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아.‘자매애’ 라는 이름의 포장이 너무 크고 나에 게는 손에 잡히지 않아서 그 말이 내게 너무 힘들었어. 여기 오기 전에 사람들에게“자매애에 대해 뭐 라고 생각하냐?” 고 질문을 했는데 4명 정도는 회피했고, 2명은 짜증냈고, 1명은“밥이나 먹어!” 라고 했어. (하하) 원사 :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감싸 안아야 할 거 같은 게 불편한 거 같아. 오이 : 맞아. 모두 감싸 안아야 할 거 같은 부담감. 그래서“자매애는 있냐?” 고 물으면“특정인에 대한 자매애 는 있지만‘범여성적인 자매애’ 는 없다” 는 게 나의 답이야. 원사 : 나는 (자매애가) 있는 거 같아. 솔직히 그냥‘여성’ 이라는 이유만으로 편하긴 해.‘남자’ 라는 이유만으 로 불편함을 느끼는 것과는 반대로. 오이 : 어떤 사람이 그랬어. 자기는‘자매애’ 라는 말은 싫은데, 평범한 여자들에게 애정이 간다고. 그 여자가 잘됐으면 좋겠고…. 그런 것은 있는 거 같아. 연필 : 민우회에서 일할 때는‘자매애’ 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되니까 그런 게 너무 그리워지는 거야. 내가 일하는 곳은 여자도 많고 임신을 해도 노동조건이 안정되어 있지만 여성
18
주의적인 조직은 아니거든. 문화가 너무 달라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어. 민우회에서는 자기 얘기를 잘 하는 것이 운동의 시작이잖아? 자기 일상에서 과제를 잘 만들어 내는 게 능력이고 감수성인데, 그곳에 서는 그걸 굉장히 두려워하고 소위 격 떨어지는 것처럼 생각하고, 잘못 살고 있는 걸 서로 안 보여주 려고 하는 게 있어. 그래서 여자 동료들에게 자매애라는 걸 잘 못 느끼겠더라고. 지금도 민우회에 대한 향수병 같은 게 있는 거 같아.
이번 대담 제목, 유감! 연 재 기 획 Ⅰ 자 매 애 는
오이 : 이 대담 제목이‘자매애는 있는가? 여성주의자들 간의 차이와 소통에 관하여’ 잖아? 나는 이 둘이 묶일 수 있는 건지 모르겠어. 서로 다른 얘기 같은데, 오히려 같이 있으면 위험하고 서로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제목 자체가 불편해. 원사 :‘차이’ 와‘소통’ 은 서로 다른 지점들이 있고 그게 만나거나 부딪치는 건데 자매애와 같이 있을 때는 차이로 얘기되는 게 아니라 감정이 섞이는 거 같아. 자매애라는 게 관계를 굉장히 중시하는 용어이기 도 하잖아. 소통 자체를 막아 버리고 감정을 먼저 끌어내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면이 있다는 거지.
있 는 가 ?
오이 : 짝짝짝! 설명을 잘해줘서 고마워! 연필 : 여성이기 때문에 같이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그게 왜 필요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 민우회 안에서도 지부랑 본부랑 다른 점이 있잖아. 그런 차이가 서로를 발전시키고 있는 건데….‘우리가 여자 이기 때문에 모두가 같아야 한다’또는‘왜 우리는 이해가 같지 않는가?’ 라는 강박관념만 버리면 오히 려 새로운 연대감 같은 게 생길 거 같아. 아직도 뭔가 같이 가야 한다는 게 있어서 서로 불필요한 에너 지 낭비를 했던 경우도 있었던 거 같아. 오이 :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성이기 때문에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연필 : (내가 일하는 곳에서) 보육수당 때문에 연차가 같아도 급여가 높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미혼과 비혼인 여성들 사이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가 나왔어. 그랬더니 아이 키우는 사람들은 너무나 분개하 는 거야.‘여자도 다 같은 여자가 아니다’ 라면서 굉장히 어이없어 했어. 그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얘기해서 더 배신감이 있었던 거 같아. 그런 거에 대한 막연한 기대 있잖아. 자매애라는 말을 쓰지는 않아도‘같은 여자니까 사회적인 입장을 이해해 줘야 한다’ 는 기대가 있는 거 같아. 원사 : 엄마랑 같이 티브이를 보는데 성폭력에 대해 보도하던 기자가 여성들이 문제인 것처럼 말한 적이 있 어. 그걸 보신 엄마가“거 봐라 여자들이 문제란다”그러는 거야. 열 받아서 여성운동하는 딸을 둔 당 신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세상이 이 모양인 거라고 하면서 싸웠어. 내가 분노한 건‘엄마’ 여서 그런 게 아니라.‘나랑 유사한 경험을 가진 여자’ 라는 것 때문이었어. 연필 :‘자매애’ 하면 민우회가 떠올라. 월차 같은 거 받으면 민우회에 가서 그냥 앉아 있어. 그러면 피라미드 삼각방 같은 데 들어가 있는 느낌이야. 그 안에 들어가기만 해도 기운이 나는 거 있잖아. 민우회에 가
2007. 5∙6 19
면 아무 일 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기운이 나는 거 같아. 이십대 때 민우회에서 있었던 게 얼마나 다행 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엄마는 나를 여자로 태어나게 했지만 내가 여자로서 살아가는 법을 알게 했 던 것은 내가 선택해서 찾아 갔던 단체인 민우회였던 거 같아. 맨발 : 나는 3년 있었잖아. 그 이후에 시간이 많이 흘렀고….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고향에 왔다는 느낌 이 들어. 내가 하는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가 기계처럼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물 흐르듯이 연결되는 거 있잖아. 밖에 나가보니까 그런 걸 알게 되더라. 오이 : 맞아, 나가 봐야 알아. 그런데 난 (여기) 있어도 좋아. (하하)
연 재 기 획 Ⅰ 자 매 애 는
‘자매애’ , 이럴 때 불편하다! 맨발 : 근데 그게‘자매애’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불편해. 난 여성주의 운동에서도 자매애라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어. 오이 : 그게 언제 그렇게 느껴져? 난 별로 생각을 안 하고 살거든. 범사회적으로, 일상 속에서‘자매애’ 로강 요당하는 경험이 어떤 게 있을 수 있어? 공감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동질 의식, 그런 거야?
있 는 가 ?
연필 :‘여성주의자’ 라고 뭔가를 가르치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있어. 그러면 그 기준에 맞춰야 할 거 같 아.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건데, 그 사람을 만나면 왜 그 정도까지 여성주의자가 못 되는지 반성해 야 될 거 같은 거야.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더라고.‘혼나는 거 같다’ ,‘가르치는 거 같다’ ,‘반성문 써야할 거 같다’ 고…. 원사 : 난 그 사람 입장이 이해가 돼. 내가 그랬거든. 어떤 느낌이냐면 종교야 종교! 마치 종교같이 모든 게 그 기준으로 보이고, 맹신도들이 지하철에서 선교하고 싶어 하는 그런 느낌인거지. 그게 통제가 안 되는 거야. 맨발 : 세월이 흘러서 지금은 달라진 거야? 뭐가 원사를 달라지게 한 거야? 원사 : 자매애. 하하하. 아까 그 사람들 영향도 있고…. 근데 그건 자기 성숙이 있었던 것도 있어. 옛날에는 내 안의 그런 거 때문에 나 스스로도 버거웠거든. 근데 너무 웃긴 건, 요즘 그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있 잖아. 그 사람들을 만나기가 싫다는 거.(하하하) 연필 : 원사가 트러블 메이커였잖아. 논쟁을 일으키는 논쟁적 인간. 그런데 민우회에 원사 같은 사람이 있다 는 게 민우회가 살아있다는 느낌, 균일한 집단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위안이 됐어. 의외로 오래 있기에 ‘민우회가 포용력이 있고,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고 생각했어. 나가니까 되게 서운하더라. 맨발 : 사람들이 원사를 많이 그리워한다니까. 오이 : 변한 모습을 통쾌해 하는 거지.‘인간이 됐구나!’민우회 사람들은 원사를 굉장히 기특해 한다. 난 원사 를 싫어하지는 않았어. 원사는 그런 유형의 대명사였는데…. 하지만 사실 여성주의를 잣대로 다른 사람 들을 재단하는 사람들이 나는 굉장히 불편해. 어떤 말에 대해 자신의 잣대를 휘두르는 사람들이 불편하 고 싫고, 마음의 감정노동이 너무너무 심해. (하하. 원사 성토대회야?) 개인이 아니라, 이런 유형의 사람.
20
맨발 : 내가 들이받힘을 당한 적이 있거든. 민우회에 있을 때 내가 그 지랄을 해서 받힌다고 생각도 했었어. ‘내가 했던 만큼 되돌아오는 구나’그런 생각을 했어. 원사 : 그게 재미있어. 그때는 너무 몰랐던 거야. 오이 : 근데 내가 공격적이고 모나게 구는 사람들에 대해 들이받지 못하는 것은 주눅이 들어서 그런 거 같 아. 어떤 원칙에서 내가 벗어나 있는 부분,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까 봐.
연 재 기 획 Ⅰ 자 매 애 는
자매애, 있다? 없다? 오뎅 : 난‘자매애’ 에 대해 할 말이 없었어. 왜‘차이와 소통’ 을‘자매애’ 와 연결시켰을까? 궁금했어. 나는 연 결이 안 된다고 생각해. 자매애가 소통의 근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있는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매개 체가 되는 거 같지도 않거든. 원사 : 그런데 자기는 왜 여성을 만나? 여성단체는 여성들을 만나잖아. 오뎅 : 난‘자매애’ 가 있어서 여성들을 만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 여성들을 만나는 게 남자들을 만나는 것
있 는 가 ?
보다 편한 건 있어. 그런데 내가 이 사람들이 편해서 이 사람들과 운동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거든. 편 하다고 자매애라고 규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연필 :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떠나보니까 그게‘자매애’ 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오래 다닌 직장이어서 그런 가? 생각해 보면 그것과는 다른 차이가 있어. 내 생활이 운동이 되고 운동이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내 개인적인 얘기가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되는 것. 내 생활을 거침없이 얘기하는 것과 일을 하는 것 사이에 벽이 느껴지지 않는 것. 그런 공간과 사람 그리고 그걸 통해서 어떤 일을 하고 공동의 성취 를 얻었던 기억들. 오뎅 : 나는 민우회를 떠나 본 적이 없어서…. 여성이라는 게 자매애의 근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운동이란 게 생활운동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운동이기 때문에 그런 걸 추구하는 건데 그걸 자매애 때 문이라고 말을 하는 건가 싶기는 해.‘그게 과연 자매애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원사 :‘자매애’ 라는 용어자체가 불편하긴 해. 연필 : (그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은데 연대감 같은 게 나한테는 많이 힘이 돼. 특히 여자이기 때문에 느끼는 이해관계보다는 그것을 뛰어넘는 우리들만의 관계 맺기와 일을 풀어나가는 방식, 이런 거 있잖아. 그 런 경험을 통해 느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뭔가의 방식이 있는 거 같아. 어떤 상황에 직면해서 다른 사람과 그런 걸 공감하게 되면 자매애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 오이 : 누군가 말했는데, 자기는 자매애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지하철에서 어떤 여성이 남성에 의해 성추행을 당하고 있을 때‘내가 도움을 줘야겠다, 뛰어 들어야겠다’ 는 생각이 들어 도와준 적이 있다는 거야. 그 때 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서 서로 공감한다는 느낌이 들었대. 그것도 분절적이긴 하지만 저변에 뭔 가 깔린 다른 의미가 있는 거 같아.
2007. 5∙6 21
대담 소감 : 자매애가 중요한가? 맨발 : 이제 마무리를 해야 될 때가 왔는데, 한마디씩 소감이나 마무리 멘트해 줘. 원사 : 요즘 점점 할 얘기가 없어지고 입장이 없어지고 그렇지 않아? 활동을 오래하면 그런 거 같아. 자매애 도 뭐라고 할까? 잘 모르겠어.‘자매애’ 라는 게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어 쨌거나 그런 것들이 나에게 소중하기도 하다는 것. 굉장히 큰 힘이 되고 의미가 되기도 했고 어떤 때 는 그런 사람끼리 살고 싶기도 하고….
연 재 기 획 Ⅰ 자 매 애 는
오이 : 난‘자매애’같은 이상적인 말은 별로 안 좋아해. 그런 거 말고 구체적인 사람들에 대한‘의리’같은 게 중요해. 같이 일하면 싫어하게도 되지만 지속적인 관계를 갖게 되면서 서로 연결된 끈이 강해지는 느낌 같은 거 있잖아? 그게 더 와 닿아.‘자매애’ 라는 말은 나에게 추상적이고 와 닿지 않아. 강요하는 거 같고 불편함이 존재해. 주변의 구체적인 사람들에 대한, 많은 여성들에 대한 소중한 감정들은 있지 만‘자매애’ 라는 말은 인류전체에 대한 사랑 같아. 그래서 너무 추상적이야. 연필 : 나는 이 대담이 자매애나 여성주의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 조직문화가 다르다는 게 느껴지는데, 보통 이런 대담을 한다고 모이면 힘줘서 얘기하잖아. 1번부터 3번까지 정리해 와서 리포트 보면서 참
있 는 가 ?
고문헌 몇 개는 들먹거리면서 얘기해야 할 거 같아. 지금처럼 그냥‘잘 모르겠는데….’이런 말은 자기 를 깎아 내리는 행위지. (하하) 이렇게 가감 없이 얘기하고,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이 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게 중요하잖아. 그래서 이런 자리 자체가 나한테는 자매애를 확인 하는 자리야. (하하) 오뎅 :‘왜 난 여성을 만나는가?’생각해 보면, 난 여성이기 때문에 좋고 싫은 경험을 동시에 한다고 생각해. 솔직히 여성인 게 편할 때가 있어. 싫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싫다는 것조차 편하게 다가올 때가 있 거든. 그런데 다른 집단이든지 남성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데를 가면 같은 여자라 해도 불편한 게 있 어. 그게 서로간의 소통과 이해의 차이로 인해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원사 : 근데 뭔가 더 할 얘기가 남아있는 거 같아 아쉽네.
22
자 애,당위와 현실사이에서 매 지혜찾기
연 재 기 획 Ⅰ 자 매 애 는
이오 ●
오래 전, 짧은 기간 일했던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장이‘좋은 데서’한턱 쏘겠다면서 직원들을 데 리고 간 곳은 룸살롱. 그날 그 자리에서 날 짓누른 건 피로감이었다. 사장과 남자동료들에 대한 분노는 오히려 뒷전이었다. 여자 둘과 남자 넷이 있는 자리에‘접대’ 를 하기 위해 불려나온‘언니들’ 과 어떤 식
있 는 가 ?
으로 대화해야 할지, 마냥 침묵을 지켜야 할지, 아니면 과감히 일어서 나와야 할지, 박차고 나오면 그 여성들이 모욕감을 느끼진 않을지, 그런 것들을 순간순간 판단하고 교통정리 하느라 머리와 마음을 잠 시도 내려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속내를 감춘 채 마주앉은 여성과 술잔을 부딪치고, 급 기야 그 여성과 춤까지 추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나는 당시‘어떤 상황에서도 여자들끼리 반목하면 안 된다’ 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남자들이 만든 자리에 돈 받고‘서비스’ 를 하기 위해 불려나온 여성들, 그리고 그 남자들과 같이‘고객’ 으로 왔지만 결 코 그 자리를 즐길 수 없는 여자들의 마주침. 그런 상황에 불가피하게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대 처매뉴얼이 있을 리 만무했다. 다만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든 험악하지 않게 돌파해야 한다는 강박으 로 그 자리의 여성들과 말이라도 한마디 더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같은 가시방석에 앉아 굳어 있 는 여자동료에게는 마음을 쓰지 못했다. 박차고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여자동료들이 있으니 남자들도 조심하고 있는 거라고 내심 변명하 며‘지금은 협상 중’ 이라 합리화 했던 나, 경직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킨 까닭에 옆에 앉아 말붙이던 여 성마저 다른 자리로 옮겨 가게 만든 그녀. 이튿날 점심을 사겠다며 그녀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진심을 터놓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했다.“어젯밤에 불편하셨죠?” 란 말로 조심스레 입을 뗐으나 그녀는 쌀쌀 한 말투로“불편했어요. 그쪽은 잘 노시던데요.”그러고 끝이었다. 나중에 그녀의 말을 전해 들으니 나 는‘남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장단 맞춰 정치적으로 잘 노는, 그리고‘불결한 여자들’ 과도 잘 어울리는 한심한 여자’ 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그녀에게 나는‘남성그룹’ 에 속한 사람으로 비쳐졌다는 뜻이다.
2007. 5∙6 23
연 재 기 획 Ⅰ 자 매 애 는 있 는 가 ?
그 불쾌한 자리에서 빠져 나갈 용기는 커녕 센스조차
지르는 한가한 소리’ 라는 것이다. 이런 글일수록 막
없었던 나와 그녀. 그 일이 있은 뒤 힘을 합쳐‘그날
강한 추천수에 꽃까지 팡팡 달린다. 이처럼 치열한
밤 이런 이유로 불편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체험 삶의 현장’ 에서 통하는 자매애란 좀 심하게 표
좋겠다’ 고 사장과 남자동료들에게 단호하게 요구할
현하자면‘남편이 바람피운 상대녀를 같이 머리끄덩
수는 없었을까. 또 그녀에게‘그때는 이런저런 이유
이 잡고 흔들어 주는 것’ 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로 내가 오바했다’ 고 털어놓을 순 없었던 걸까. 그러
장에서는 페미니스트 관점에서‘정치적으로 올바른
나 그날 밤 강박적으로 행동한 나와 그 자리의 모든
발언’ 을 하는 것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보
사람에 대해 경멸적 태도로 일관한 그녀 사이에는 이
다는 발등의 불을 끄는 실질적인 방편이 먹힐 뿐이다.
정도의 소통도 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경험으로 깨달은 건‘자매애’ 가 하나의 이
요즘은 현실에서의 경험에 더해 인터넷 게시판에서
상(�想)이자 당위일 수는 있겠지만, 현실에서 서로
도 이 같은 소통불능의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다. 특
다른 처지와 조건의 여성들 간에 얼킨 문제를 풀 땐
히 여성문제에 공감하던 여성들끼리 남편의 외도 상
그 해법이 대단히 섬세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대나 유흥업소의 여성들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입장
지혜를 공유하지 못하는 한 애초의 이상도 실현 불가
이 확 갈리는 경우를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즉 여자들
능한 신기루에 그치게 되고, 그 가치를 소중히 했던
이 사회구조와 남자들을 향해 포문을 열 때보다 오히
여성들조차 지치게 될 우려가 있다. 그 누구도 자매
려 여자에 대해 말할 때 서로 반목하는 현상이 훨씬
애라는 화두를 놓고‘바로 그거야’ 라고 무릎을 치기
심해진다는 말이다. 여자들끼리 등 돌리게 하는 게
어려운 것은 그 말의 내포와 외연을 간단히 정의하거
가부장제의 지배전략이라는 당연한 분석이 이럴 땐
나 해석하거나 적용하기 어려운 까닭이 아닐까. 그래
심정적으로 별 도움이 못 된다. 적절한 언어를 찾아
서 현실의 복잡한 문제에 당면했을 땐 자매애라는 말
서 소통하지 못하는 내가 답답해지고 불만스러워진
을 서랍에 넣어두는 쪽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
다. 내가 무슨 해결사병이나 구세주병에 걸린 것도
리‘이슈에 따른 여성연대’ 라는 딱딱한 표현을 쓰는
아닌데 왜 이럴까.
게 어떨까 싶을 정도다. 그 대신 나는 자매애라는 말
그건 주로 페미니스트 관점을 지지하는 여성들과 외
을 하나의 이상적 은유로 받아들이고 싶다. 은유의
도의 실질적, 잠재적 피해여성들 간의 대립양상으로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많은 것들이 가능하니까.
비쳐지는 이런 언쟁에서 페미니스트들의 입지가 생 각보다 너무 초라하기 때문에 갖는 안타까움일 수도 있다. 단적인 예로‘여자들끼리 머리채 잡고 싸우면
24
안 되는 이유’ 를 설파한 여성에게 돌아온 반응이‘나
이오 ● 어느 날 느닷없이 편집위원이 됨.
는 페미니즘이 지긋지긋해요’ 였다. 한마디로‘내 이
평소 여자들과의 관계에 대해 크게 고민해 본 적 없으나
해관계와 생존기반이 흔들리는데 그런 이론은 염장
그 동안 여자관계 문제 많았구나!
이 글을 쓰면서 자신에 대해 모르던 것들을 깨닫게 됨.
연 재 기 획 Ⅱ 민 우 역 사 기 행 권미혁 ●
‘구
사대’ 란 말을 들어보았는지? 한마디로‘회사를 구하는 사람들’ 이란 뜻이다. 요즘의 정 서로 이 말을 이해하면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무언가 희생하거나 노력하
는 사람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1988년 당시 구사대는 생존권투쟁을 하는 노동자를 폭력 으로 깨부수려는 데 동원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1988년은 87년 6월 항쟁 이후 억눌렸던 각종 민주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던 시기였다. 그 중에서도 노동현장의 움직임은 가장 절실하고도 큰 것이었다. 87년 7~9월 하루 평균 40건 이 넘는 총 3,400여건의 노동자 투쟁이 있었고, 이는 1980~86년에 일어난 모든 투쟁수보다 많 았다. 새롭게 결성된 노조도 1,000여개에 이르렀다.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노동운동이 강력하게 억압되던 데 익숙하던 사용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 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 바로‘구사대’ 였다. 새로운 형태의 탄압수단이었던 것이다. 구사 대는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와 노조에 의한 생존권 투쟁을 단시일 내에 와해시키는 수단으로 사 용되었다. 구로공단 오트론 전자의 경우 노조가 만들어지자‘노조 집행부 불신임건에 대한 임 시총회 요구서’ 에 도장 찍기를 강요하면서 조합장인 송은숙씨를 남자 구사대 4명이 집단폭행 했다. 대원전기에 다니던 오범근씨는 구사대 폭력에 항의해 음독 자살하기도 했다.
2007. 5∙6 25
“풍정노동자 중‘노조파괴에 가장 앞장선 사람에게 수퍼마켓을 차려주겠다’ 는
연 재 기 획 Ⅱ 민 우 역 사 기 행
약속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오미령(당시 풍정산업 노조위원장)
무엇보다 가혹했던 것은 구사대가 같은 노동자였을 때였다. 구사대란 표현 속에 나타나듯 노조 를 만들려는 노동자는 회사를 해치는 사람, 노조 결성을 저지하는 노동자는 회사를 구하는 사 람으로 구분되었다. 노동자와 노동자를 이간시키는 분할지배의 전형이었던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은 3월 말경 부천 풍정산업의 구사대 2명이‘노조가 생기자마자 회사 측이 7명을 시켜 현 노조를 깨뜨리라고 지시했고 그에 따른 유흥비는 영수증만 주면 회사가 전액 부담했 다’ 라고 양심선언을 하면서 적나라하게 알려졌다. 민우회가 직장 내 폭력추방운동을 하게 된 것은 구사대폭력을 막지 않으면 노동운동이 발전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여성운동은 여성문제의 본질을 자본주의 사회체제의 모순과 연관시킨 소위‘기층민중 중심주의’ 라는 노선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여성노동자의 문제가 여 성운동의 주요 해결과제임은 당연한 것이었고 민우회도 노동분과를 통해 여성노동자운동을 시 도하고 있었다. 게다가 여성노동자들의 경우는 더욱 열악한 처지에서 단순 폭력뿐만 아니라 성 희롱, 성폭력 문제까지 연결되어 있어 처음의‘구사대 추방운동’ 에서‘직장 내 폭력추방운동’ 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왜 직장 내 폭력추방이 여성운동인가? 여성문제의 본질이‘여성노동에 대한 자본의 착취’ 인 만큼 여성노동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억압은 여성문제의 핵심이며 따라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은 여성운동의 핵심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여성노동자의 생존권 쟁취, 단결권 쟁취는 여성운동 의 주요과제가 되며, 때문에 직장 내 폭력추방이 여성운동의 실천과제로 되는 것이지요.” ( 출처 :함께가는 여성, 민우회 공개토론 자료에서)
26
이 사업은 1988년 2월 9일부터 한 달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사회부에서 맡게 되었다. 노동분과 가 있었음에도 사회부에서 이 사업을 맡은 것은 사회적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한 광범위한 캠페 인을 기획한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총괄책임은 사회부장이었던 내가 맡고 기획은 박난숙, 홍보및 자료정리, 연대는 김미숙, 폭력이 있는 회사 노동자들의 고발을 담당하는 고발창구는 조정하, 각종 대회담당은 최문희, 여연(여성단체연합)과의 협조는 당시 여연간사였던 한상실 등이 맡기로 하고 3월 9일‘직장 내 폭력추방운동 발대식’ 을 가졌다.
연 재 기 획 Ⅱ 민 우 역 사 기 행
민우회의 직장내 폭력추방운동은 금새 사회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다. 오트론 전자, 성남 옥산 무역, 부천 풍정산업 등 여러 노동현장에서 민우회에 고발을 해와, 민우회 대표자들은 문제가 되는 사업장에 진상조사와 항의를 위한 방문을 다니느라 바빴다. 평소 정장을 입고 다니지 않 던 나도 장롱에서 오래된 정장을 꺼내 입었었다. 민우회가 이 운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구사대 폭력의 진실을 알릴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는 갑자기 늘어난 노동운동과 노조결성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때문에
2007. 5∙6 27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폭력, 구사대 폭력은 노동현장 내 의 일로 치부되었다. 이런 시점에서 일어난 민우회의 폭 력추방운동은 사회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즉 민우회가‘폭력’ 이란 키워드로 여성노동자의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이 노동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연 재 기 획 Ⅱ 민 우 역 사 기 행
과정에서 우리는 노동운동의 정당성과 사용자의 노동자 “여성노동자를 구사대로부터 보호하자”
탄압을 폭로할 수 있었다.
88년‘직장내 폭력추방운동’선전전
새삼 기억나는 것은 당시 활동가들의 땀과 열정이다. 당 시로선 파격적인 방법이던 만화를 이용한 선전지를 만들기 위해 조정하는 밤을 꼬박 새기 일쑤 였다. 전국의 노동현장을 누비며 구사대 폭력을 수집하던 이미숙 활동가도 생각난다. 또한 박 난숙 활동가의 탁월한 기획력은 더 많은 이들이 이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 노동현장에서의 시위는 대부분 경찰서 연행이나 구속으로 이어지던 때에 구로공단 여기저기에 서 한 시간 넘게 폭력추방이라는 플랭카드를 들고 시위하는 것을 보고 노동운동가들이 감탄했 던 것도 기억난다. 민우회의 직장 내 폭력추방운동은 민우회 역사뿐만 아니라 여성운동사와 노동 운동사에서도 빠지지 않고 기억되는 의미있는 노동생존권 투쟁활동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운동의 중간 보고대회의 사회자로서 계속 ‘구사대 폭력운동’ 이라고 이야기하는 나를 조마조마한 맘 으로 지켜보던 그때의 활동가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과 하고 싶다. “미안!!! 얘들아. 추방이라는 글자를 빼먹긴 했지만 모두 폭력추방이란 뜻으로 알아 들었을거야. ^.^!!!!”
사회를 보고 있는, 잠자리안경의 권미혁 쌤
28
권미혁 ●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쟁점과 현안
인
간을 구분하는 가장 유구하고 전통적인 기준은 여성인가,
남성인가이다. 그 구분을 근거로 이어 지는 일련의 제도, 관습, 문화, 인식은 그대로 차별이라 불러도 좋았다. 비정
남성교사 할당제 도입, 누구의 욕구인가?
상적이라는 판단, 불쾌한 감정에 대한 근거로 가장 납득하기 어렵고 고리타
신기루 ●
분한 근거 또한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 이다. 문제로 부각되는 사안에 대해서 는 누가 이것을 문제로 보는지, 어떤 맥락에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설득 력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교사 중 여
보고 있다.
필요하다. 그리고 그 다음 과연 남성
성이 너무 많아 문제라고 한다. 이것
현재 초, 중학교에서 여교사의 비율
교사가 적은 게‘정말’문제인지를 살
은 정말 문제인가?
은 70% 정도이다. 24세 신임교사는
펴볼 일이다.
83.5%, 29세 신임교사는 95.6%가 여
교직의 여성화가 문제라고 보는 시선
통계적 불균형을 바라보는
성이다. 어떤 직종에서 한 성이 다른
은‘균형이 없다, 여성이 교직을 장악
두 개의 시선
성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라는 전제에
차지하는 것은 성별분업을 더욱 공고
서 출발한다. 그러나 교원사회에서 남
서울시 교육청이 남성교사 채용할당
히 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통계적
성들은 의사결정직을 독점하고 있다.
제를 추진하여 논란이 되었다.
불균형은 그 자체가 차별의 징후나
여교장과 여교감의 비율은 아무리 높
지난 4월 초 서울시 교육청은 각 언론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여성에 대
아도 15%를 넘지 못한다. 시간강사의
사에 보낸 보도 자료를 통해 전국시도
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적용하는
81%, 기간제 교사의 84%가 여성이다.
교육감협의회에서 논의 후 교육인적
데 수치 자체를 기준으로 4/5룰을 적
교원사회에서 낮은 임금과 높은 고용
자원부에 건의하여 남성교사 채용할
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 중요하
불안정에 시달리는 최하위층에 다수
당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
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그 통계적
의 여성이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고 발표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연도별
불균형이 사회적 차별로 인한 것인지
러한 불균형은‘문제’ 가 되지 않는다.
여교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저연령
에 대한 판단이다. 여성이 교직에 몰
평교사의 성별 불균형은 문제라고 말
여교원의 경우 그 비율이 더욱 커‘양
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차별이 발생
하지만 고위직에서 여성의 수적 불균
성불균형 현상’ 이 심화될 것이라고
하는 부분은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이
형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2007. 5∙6 29
쟁점과 현안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가르치는 학교 할당제 도입의 주요 근거 두 번째는 남성교사 부족으로 학교운영이 안 된
차 준비, 뒷정리, 심부름 등 주변업무에는 여성교사를, 엄격한 학생지도, 건물∙시설관리, 대외업무에는 남성교사를 배치한다.
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가능한
여성들은 야근, 숙직을 못해서 안 뽑는다는 말,
것은 여성교사와 남성교사의 일이 구
여교사에 대한 커피심부름 강요, 성희롱 소식도 꾸준하게 들린다.
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별고정관념에 근거해 여교사들은 주변 업무를 강요받고, 다수이지만
차 준비, 뒷정리, 심부름 등 주변업무
권력이 없는 여교사들은 언제든지 성희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에는 여성교사를, 엄격한 학생지도, 건물∙시설관리, 대외업무에는 남성 교사를 배치한다. 여성들은 야근, 숙 직을 못해서 안 뽑는다는 말, 여교사
학부모와 학생이 남성교사를 원한다?
에 대한 커피심부름 강요, 성희롱 소
할 뿐만 아니라 여성을 여성답게, 남성
식도 꾸준하게 들린다. 성별고정관념
을 남성답게 기르는 성별가치 규범까지
에 근거해 여교사들은 주변 업무를 강
재생산하는 곳임을 보여준다.
할당제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학
요받고, 다수이지만 권력이 없는 여교
학교 현장의 성별고정관념은‘남자아
부모와 학생들이 원한다고 주장한다.
사들은 언제든지 성희롱의 피해자가
이들이 여성화된다는 우려’ 에서 더욱
모 토론회에서 모 남교장은 자녀가 6
될 수 있다.
강하게 드러난다. 이를 문제로 인식하
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남교사를 만났
성별고정관념은 교수학습능력을 평가
는 주체는 교장, 교감을 포함한 남성
는데 다양한 체험활동과 교외활동으
하는 데도 반영된다. 한 교육관계자는
관리직과 남성교사, 남성행정직 집단
로 학교에 대한 애정이 상승하고 학습
여성교사가 많아서 아이들이 체육, 수
이다. 과거 교직에 남성이 더 많았던
능력도 향상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같
학에서 부진하고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시절 혹은 남성교사가 60% 이상을 차
은 자리에 참석한 학부모회 부회장은
고 말한다. 여성은 온순하고 감성적이
지하는 고등학교에서‘여성의 남성
자신의 자녀가 교사로부터 엄청난 영
며 언어에 뛰어나고 남성은 활동적이며
화’ 가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없다. 단지
향을 받지도 않을뿐더러 그 교사가 여
진취적이고 경영, 관리에 적합하다는
‘남성의 여성화’ 만이 문제시되는 것
성인지, 남성인지보다는 교사의 자질
생각은 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와 교직
은 남성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남
이 더욱 신경 쓰인다고 했다. 남성교
사회 내 역할배치에 그대로 적용되고
성성’ 을 잃는 것은 남성권위를 상실
사를 원한다는 학부모와 아이들의 욕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학교가 여전히 획
하는 큰 문제라고 바라보는 시선과 관
구 또한 일관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
일적이고 보수적인 사회규범을 재생산
련 있는 것은 아닐까?
니며 일반화할 만한 의미 있고 객관적
30
이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서 결과의
에 놓이게 하고 이를 재생산한다.
평등까지를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이번 남성교사할당제 추진은 남성정
남성은 교직사회에서 소수자인가? 차
책입안자들이 여성이 다수임을 위험
별의 피해자인가?
징후로 해석하여 남성을 피해자화한
또한 할당제는 고용을 원하나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관행, 차별로 인해 노동시장에 진입할
등장한 남성의 여성화 우려나 성역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남
이분법은 이미 90년대 중반 n개의 성
성들이 교사직을 택하지 않는 상황에
이라는 말이 등장하고 성역할의 유동
서 할당제를 통해 적극적으로 고용을
성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유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발
너무도 진부하다. 물론 남성이 소수
상이다. 여성에게 교사직은 동일직급
인 직종이 있을 수 있고 그 안에서 남
의 남교사에 비하여 비교적 차별 받지
성이 차별받을 수도 있다. 그러한 차
않고 임신, 출산으로 인한 고용의 단
별에 대한 깔끔한 문제제기와 상큼한
절이 그나마 덜한 유일한 직종이다.
제안을 통해 다양성이 확보되는 것은
교직을 원하지 않는 남성들에 대한
그러나 남성에게 교사직(특히 저학년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남성중심 직
적극적 조치?
의)은 돌봄과 양육이라는‘여성적’ 인
종이 여성중심이 되는 것, 남성이 여
일의 연장으로 특별히 선호하는 직종
성화되는 것 자체가 위기인 것은 아
그렇다면 교직이 여성화되고 있는 것
이 아니다. 차별에 의해 배제된 것이
니다. 오히려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
에 대한 문제해결수단으로서 할당제
아니라 스스로 기피한 것이다.
이 서로 바뀌고 섞이는 과정에서 그
인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
를 고민하는 것은 정당한가? 필요한 가? 효율적인가?
러한 구분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그
왜 다수의 여성이 교직으로 가나?
할당제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하
래서 누구든 성별에 따른 차별과 배 제 없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나로 간접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교직의 여성화에 대한 논의는 왜 다수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남성교사
이다.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되
의 여성이 교직으로 갈 수밖에 없는가
채용할당제 도입을 고민하기에 앞서
어 있는데 누적된 차별의 해소, 차별
에서 시작해야 한다. 여성은 모집채
학교 현장에 만연한 성별고정관념과
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치유의 의미
용, 배치, 승진, 교육, 임금, 정년, 퇴
낡은 성별분업체계를 돌아보는 것이
가 있다. 소극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직, 해고에서 단계마다 혹은 누적적으
우선되어야 한다.
것을 넘어 기회를 평등하게 준다고 해
로 차별을 경험한다. 이러한 장벽은
도 해소될 수 없는 개인 간의 자원 차
여성을 노동시장에서 주변적인 위치
신기루 ● 알프레도 반바지 입은 비오는 날 ㅋ 이 할당제 말고 다른 할당제 고민중.
2007. 5∙6 31
쟁점과 현안
노
무현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 로 한미FTA를 타결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한미FTA를 둘러 싼 열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 다. 아직도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않 고 있는 정부와 협상단 덕분에, 협상
지속가능한 빈곤을 강요하는 한미FTA
내용에 대한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이원재 ●
한국 사회에서는 대단한 이벤트가 되 어버렸다. 정부의 어설픈 비밀주의가 한미FTA의 흥행에 한몫하고 있는 셈 이다. 타결 직후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 내용
고 있다. 지난 1년 내내 협상 전략이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의약품, 스크
을 받아쓰기하며 자유무역의 장밋빛
라는 핑계로 내용 공개를 회피하더니
린쿼터를 비롯한 4대 선결조건은 물
미래를 예찬하던 언론도, 이제는 협상
이제는 협상이 타결되었음에도 온갖
론 사상 최악의 농업 포기 정책, 문화
내용의 문제점과 향후 동향을 주시하
변명을 늘어놓으며 협상 내용의 공개
공공성 파괴 정책 등에 합의한 반면,
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
와 평가를 가로막고 있다.
정작 이익이 창출될 것으로 강조했던
은, 한미FTA에 대한 많은 내용들이
물론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자동차, 섬유 등은 형식적인 관세철폐
언론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평가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
에서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더
정작 그 실체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
부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준다고 할지
욱이 협상 기간 동안 쟁점이 되지도
기 힘들다는 점이다. 도대체 한미
라도, 한미FTA 협상 결과는‘피해는
못했으나 노골적인 퍼주기 협상으로
FTA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한데, 이익은 지
상상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는 지적재
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다.’협상
산권, 금융 및 투자 분야 등을 고려한
먼저 한미FTA의 실체를 말하기 위해
내내 정부와 협상단은‘윈윈’ ,‘빅딜’ ,
다면 한미FTA 협상은 역사상 최악의
서는 현재 타결된 한미FTA의 협상
‘중간수준의 FTA’등 온갖 수사를 동
국가 협상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하
원했지만 결국‘한국은 최대한의 개
지만 정부와 협상단은 한미FTA를 타
방을 하고 미국은 최소한의 개방을 한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한미FTA가
결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협
불평등하고 비상식적인 협상’ 으로 마
단순히 개별 협상 내용이나 업종의 이
상 내용의 공개를 노골적으로 회피하
무리되었다.
해관계를 넘어 우리의 정체성과 미래
32
제를 통해 관철되고 있는‘살인적인
가 침해되고 해체되어 가는 과정이라
경쟁사회, 삶의 질 파괴’ 에 반대해야
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지난 2월 한미FTA 협상을 기습적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
로 개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사
개, 자동차 세제 개편 문제, 농업 개방
회적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을한
문제 등은 단순한 개별 업종의 문제가
미FTA의 주요한 정책 목표로 강조
아니라 우리의 생존권, 건강권, 환경
또 강조하였다. 하지만 협상이 타결된
권 등과 밀접하게 연계된 심각한 사회
지금 이러한 정책 목표의 달성 여부와
적 의제들이다.
그 구체성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서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한미FTA
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 언론의 주장처럼 단순히 한우 농
협상 결과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한미FTA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세
가들의 피해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추진한 한국 내 자발적 자유화 조치
계화는 노골적으로‘인간보다 기업을
아니다. 이는 한미FTA 협상 과정에
등은‘사회적 양극화의 가속화, 비정
위한’ ,‘생명보다 이윤을 위한’정책
서 언급되고 있는 LMO(유전자 변형
규직과 고용 불안정의 확대’ 를 향해
이다. 정확하게 한미FTA는 한국과
생명체) 문제 등과 함께 우리의 생명
달려가고 있다.
미국이라는 개별 국가의 국익이 아니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식품안전의
한미FTA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
라 국적조차 없는 초국적 자본의 이윤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현
는 교훈은 명확하다. 협상의 개별 내
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재 정부와 초국적 자본들은 광우병이
용과 업종별 이해를 넘어 자유무역 제
강조되는‘자유무역’ 이란 인간을 위
라는 거대한 인류의 재앙을 단순하게
도는 결코 시민과 민중을 위한 것이
한 자유가 아니라 초국적 자본을 위한
쇠고기 값 인하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미FTA를 비롯
자유일 뿐이다. 초국적 자본의 자유
있는 셈이며, 이는 초국적 자본의 이
하여 초국적 자본을 위해 고안된 모든
앞에서 인간의 정체성이나 생명 등은
익을 위해 질병의 세계화를 묵인하는
자유무역 제도는‘살인적인 경쟁사
존중하고 배려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과정에 다름 아니다. 또한 자동차 세
회’ 와‘지속가능한 빈곤’ 으로 우리를
이윤 창출을 위해 소비하고 거래해야
제 개편과 농업 개방 문제 역시 단순
이주시킬뿐이다.
할 상품일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
히 경제적 이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
FTA 협상의 세부적인 내용을 넘어,
니라 환경, 식량주권, 국가 공공정책
한미FTA라는 허구적인 자유무역 테
등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회적 권리
이원재 ● 문화운동가이며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공동상황실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 5∙6 33
국제통신원
OARS, 빈곤문제와가정폭력이라는 이중의고통을겪고있는여성들을위한프로그램 한설아 ●
저
는 미국 캔자스 로렌스라는 도시의 가정폭력생존
간 정도의 일을 해야 계속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 부조수
자여성을 위한 단체에서 사회복지석사교육과정의
혜 기간도 최장 5년으로 제한하는 공공부조개혁법을 통과
일환으로 지난 일년간 인턴으로 실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켰습니다. 이 공공부조 수혜자들은 역사적으로 대부분
이 단체의 이름은 Women’ s Transitional Care
가난한 한부모 여성들이었는데, 당시 가정폭력운동을 하
Services(WTCS)이고, 생존자여성들을 위한 쉼터 이외에
던 활동가들은 이 여성들 대부분이 빈곤문제뿐만 아니라
법률 서비스와 가정폭력예방교육 등의 여러 가지 프로그
심각하고 만성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려왔다는 것을 알고
램을 운영하고 있는, 이 도시의 유일한 가정폭력관련 여성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여성들이 가정폭력으로 인하여 직
단체입니다. 저는 저의 실습시간을 두 프로그램으로 나누
업활동을 하는 것에 심각한 장애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었
어서, 일부는 쉼터에서 위기전화를 받고 쉼터에 온 여성들
습니다. 특히 학대자들은 여성들이 일을 하지 못하도록 교
을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되었고 나머지 시간은 특별히 빈곤
묘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방해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였고,
문제와 가정폭력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
그런 명시적인 방해가 없다하더라도 가정폭력으로 인한
을 위한 프로그램, 일명 올스OARS 프로그램에서 일하게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손상은 여성들로 하여금 의욕적으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특히 올스 프로그램에 대해 잠시 소
로 직업활동을 하는데 큰 방해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개를 드리고 싶습니다.
서 일정기간 직업활동을 유지해야 계속 공공부조의 혜택 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은 많은 여성들을 그 혜택의 대상에서
올스OARS 프로그램은 영어로 Orientation, Assessment,
제외시키게 될 것이었습니다. 이에 가정폭력운동가들은
Referral, and Safety의 줄임말로, 가정폭력피해에 시달
캠페인과 로비를 통하여 공공부조개혁법의 일환으로
리는 빈곤여성들을 위한 캔자스 주만의 특별 프로그램을
Family Violence Option이라는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칭하는 이름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탄생배경에는 미국 공
이는 각 주 정부가 공공부조의 수혜여성들이 가정폭력생
공부조 정책의 역사적 변화가 맞물려 있습니다. 1996년 클
존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여 생존자일 경우 반드시 일을
린턴 정부는 공공부조를 받는 수혜자들이 반드시 일정시
하지 않아도 계속 부조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한편,
34
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 니다. 그러나 정부사회복지과에 가정 폭력문제만을 전담하는 활동가가 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복지사 들에게는 가정폭력과 빈곤문제를 연 결시켜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사회 복지사들이 충족시켜줄 수 없는 지원 혜택에 대한 욕구를 올스 활동가들이 지역의 가정폭력단체와 연계하여 여
활동은 여성들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
사례관리에 준하는 지원으로 충족시
성들이 폭력의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면서 전반적인 사례관리지원으로 이
켜 주는 기능도 하고 있어서 여성들이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
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원활동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하는 법입니다. 지방자치제가 발달
은 법원이나 육아시설 등 원하는 곳
자원이 되고 있습니다.
한 미국의 특성상 각 주마다 나름대
으로 여성들을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로 정책을 입안하여 실행할 수 있는
독립할 집을 구하는 일을 도와주는
저는 이 프로그램에서 실습을 하면서
자율권이 있는데, 제가 공부하고 있
등 여성들의 거의 모든 필요에 부응
여성에 대한 폭력과 빈곤의 연결고리
는 캔자스 주는 다른 어떤 주보다도
하는 아주 다양한 활동으로 이루어집
에 대해 직접 목도하고, 더 깊이 생각
여성운동단체와의 긴밀한 연계가 보
니다. 단순히 가정폭력이라는 문제에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
장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
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여성
다. 한국에서도 공공부조의 혜택을
고 있고, 그것이 바로 올스OARS라
들이 쉼터를 나가서도 안전하고 독립
받는 한부모 여성들 중에 과거에 가
는 프로그램입니다.
적으로 살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독
정폭력을 경험하거나 여전히 그 폭력
립이라는 더 큰 목표를 염두에 두면
의 영향 하에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
이 프로그램은 가정폭력생존자여성
서 지원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여
들을 위한 단체 혹은 사회복지기관에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필요로
성들이 겪는 빈곤과 폭력이라는 이중
서 활동가들을 직접 각 도시의 사회
하는 여성들에 비해 활동가의 숫자는
적 고통에 주목하는, 특히 한국적 맥
복지과로 파견하여 근무하게 하고,
턱없이 부족하여 충분한 지원을 할 수
락에 맞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고안되
그 활동가들은 정부사회복지사들과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가정폭
고 운영된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연계하여 공공부조혜택을 받는 여성
력에 대한 사회복지사들의 인식부족
생각됩니다.
들 중 가정폭력생존자들을 위한 특별
으로 인하여 여성들이 제대로 올스 프
한 지원활동을 펼치게 됩니다. 지원
로그램으로 연계되지 못하여 혜택을
한설아 ●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석사박사통합과정 / prana70@empal.com
2007. 5∙6 35
평동 사무실에서
어느 날부터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흥미로 운 일들이 일어났다. 우선 돈이 굳는다. 한 단에 1000원인 쪽파와 한통에 1000원인 양배추, 1000원짜리 애호박 하나면 일주일을 먹고도 남는다. 혀도 변한다. 풀 먹는 생활이 지속되면서 야채들이 가진 원래의 심심한 맛에 점점 더 길들고 있다. 사 먹는 음식들의 자극적인 맛에 점점 더 끌리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즐겁다. 고기를 먹지 않는 생활은 아슬아슬 하게 지켜가는 결심이나 금기가 아니라 나의 새로운 욕 망이 되어 가고 있다. 다이어트 못하게 하는 게 여성주의 인 줄 알았다가 여자들의 몸이면 어떤 몸이든 예뻐 보이 는 순간을 맞았을 때처럼. 지식으로 배워 말하는 것보다 먼지 ●
몸이 알고 그렇게 사는 것, 정치적으로 검열하기 전에 욕 망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즐겁다. 그러나 음식을 직접 해 먹거나 종류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들이 종종 생긴다. 고기는 흔하고 쉬운 음식이다. 만만한 회식 장소가 고기집이고, 만만한 야식이 통닭이 다. 힘내라며 사주는 특별한 밥 한 끼는 특별하기 때문 에 고기인 경우가 많고, 행사를 준비하며 먹기 위해 단 체로 주문한 야채김밥에는 햄이 들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자, 나는‘고기를 안 먹어 서요’ 라고 일일이 자신의 예외성을 확보해야 하는 사람 이 되었다. 더 흥미로운 일은 여기서 발생한다. 처음에는 단지 설명했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나를 설명하면, 모두들 자연스럽게 나를 인정해주었다. 고깃
36
집보다 더 비싼 굴 전문점에서 밥을 사주는 사람도 있었
가득 찬다. 고기를 먹는 것이 즐거운 이들과 어떻게 함께
고 회식 장소도 그냥 고기집에서 비빔밥도 파는 고기집
해야 할까? 취향의 경합 역시 정치적인 의제일 수 있음
으로 바뀌었다. 야식으로 통닭을 먹을 때면 골뱅이 소면
에 대해 더 구체적인 말들을 만들어야 할까? 취향을 경
도 함께 주문한다. 단체 주문한 김밥에서는 햄을 빼고
합하게 만드는, 그러니까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뭔가를
먹었고 대신 두 줄을 먹었다.(물론 햄먹던 시절에도 두
먹으며 관계를 확인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줄을 먹긴했다.) 이런 채로라면 불편할 것이 전혀 없을
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다수의 취향과 다른 취향을 가
것 같았다.
진 한 사람이 회식을 빠지고 야식 시간에도 동참하지 않 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라도 만들어 가야할까?
채식주의는 정치적 입장이다. 어떤 이는 대량 사육되는 동물의 몸들을 홀로코스트에서의 인간의 몸, 여성의 몸
나는 세번째 안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별로 자연스럽
을 육체로만 이용하는 강간에 비유하기도 하고,‘나는
지는 않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는 사람들이 고기집을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는 명제 이래 이성이 개
뒷풀이 장소로 잡는다. 함께 고생한 행사를 끝낸 뒤에
발되지 않은 동물을 지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뒷풀이에 빠지려는 사람을 아쉬워서라도 당연히 붙잡게
인간을 반성하기도 하고, 사유하지 않지만 살아 있음 자
된다. 그러나 편식자는 애초에 초대받을 수 없는 자리에
체로 충만한 동물의 감각을 오히려 인간이 회복해야 한
초대받았다. 그래도 결국 빠지겠다면 기분좋게 인사하
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편식의 출발이‘동물을
며 헤어지지만 가는 사람도 남은 사람도 마음은 편하지
존중하고 인간을 성찰하자’ 는 정치적 의제는 아니었다.
않다. 고기가 흔해 빠진 세상에서 식성이 다른 사람은
현재의 나에게는 풀 먹기 좋은 생활이 투쟁해서 공동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려 받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
으로 획득할 만큼 절박하거나 더 옳은 것은 아니다. 그
한 불편함을 느낀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결국
래서 나는‘편식’ 이라는 말로 내 식성을 취향의 문제로
함께 하지는 못했다’ 는 혹은‘충분히 배려하지 못했다’
명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은 발생한다.
는 불편함을 가질 것이다. 물론 그 정도는 나눠 가져야 하는 몫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풀 먹는 생활이 지속되면서 고기를 보는 것, 고기 냄새를 맡는 것, 고기가 씹히는 것을 보는 것 등등도 점점 싫은
아직은 여기까지이다. 이 불편함을 함께 감당하는 방식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단지 다른 선택지 하나를 옵
이 아마 나와 당신의 관계를 달라지게 할 것이다. 불편
션으로 마련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함은 서로를 도전시킨다. 변화를 낳는다. 불편함이 즐거
다. 비빔밥은 있지만 회식 장소는 고기집이다. 골뱅이 소
운 이유이다.
면이 있지만 통닭 포장을 뜯는 순간 사무실은 닭 냄새로
먼지 ● light my dust!
2007. 5∙6 37
모람풍경
70년대 초 중반, 계집애가 중국집에 가면 거저 배울 중국어를 비
그애기엄마 잘있겠지?
싼 등록금 내고 배우겠다는 것은 전혀 영양가 없는 처신이었다. 하다 못해 약대나 교육대학을 가면 제 등록금은 건져낼 수 있으 련만 짱꼴라, 동네에서도 가장 후진 중국집 사람들이 열 받으면 쑤알라대는 그 말을 돈 내고 배우겠다니, 이건 맛이 가도 한참 간 정신머리였다. 중문과 들어가면 내가 미쳐있던 장자 따위나 배 우는 것이려니 생각했지 희한한 성조의 약간 닭살 돋는 그런 말
임계재 ●
이 거의 전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애증이 점철된 나의 중국이란 개념은 시간을 더해가면서 이럭저럭 포개졌다. 별 생 각 없이 살아내다가 주변사람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아팠고 당 시로는 마지막을 앞 둔 내게 친구의 유혹은“어서 털고 일어나, 중국 가자!” 였다. 중국 가려고 그랬는지 희박한 회복의 확률을 뚫고 어쨌든 일어났고 밀레니엄시대가 왔다고 법석인 와중에 나 는 여름방학이 되자 도도한 양자강과 다시 대면했다.
박물관 견학이라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갓 배운 중국어로 바가지 를 써도 신나는 시장보다 훨씬 못한 것일 테고, 무식할 정도의 엄 청난 규모의 유물에‘와!’소리 한 번이면 선생에게 끌려 간 재미 없는 문화탐방은 끝일 수 있다. 그 젊은 무리를 뒤에 남기고 슬그 머니 내려간 남경박물관 지하 테라코타 룸에서 그 애기 엄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한시대(東漢, 後漢, AD 25- 220) 에 만들어진 흙덩이에 어미의 진한 숨결을 품고 이천년을 기다려 나를 만나준 그 젊은 여인은 품에 갓난쟁이를 안고 있었다. 중국 3대 화로 가운데 하나라는 남경(난징)은 천년 고도로 우리 나라 전주만큼이나 조신한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이다. 훨씬 이 전에는 변두리 중국 땅에 지나지 않았을 난징 그 언저리 어딘가 무덤에 숨어있던 이 여인은 이천년 지난 오늘 소중한 애기를 데 리고 우리 앞에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막 젖을 물리려 행복한 미 소를 머금은 채 말이다. 왼쪽 가슴을 열고 무릎에 놓인 새끼에게
38
젖 먹이려 준비하는 그 여인네는 말할 수 없이 따스한 미소
눈물 때문에 함께 간 사람들에게 들려 줘야 할 간단한 설명
를 짓고 있다. 수유기 여성 특유의 풍만한 가슴, 아직 젖 빨
에도 한참 뜸을 들여야했다.
리지 않아 탱탱히 불어있는 젖을 붙들고 내려다보는 무릎의
박물관 남자직원은 삼 년이나 소식 없다가 오랜만에 왔다고
아기, 제 배불려줄 어미를 쳐다보는 어린 것 입에서“홍홍”
몹시 반가워했다. 중년의 사나이는 매양 애기 엄마 앞에 붙
터지는 흐뭇하고 행복한 탄성이 금방이라도 내 귀에 들릴
어 떨어질 줄 모르던 나를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듯 하다. 처음 이 모자를 만난 순간 나는 40도가 넘는 바깥
보내 준 평화로운 반김 속에도 그 어머니의 따뜻한 젖이 여
날씨에 비해 터무니없이 쌩쌩 돌아가는 에어컨의 냉기 때문
전히 흐르고 있을 것이란 행복한 확신으로 다른 도시로 날
인지 진저리를 치면서 울었다.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눈
아 간 나는 늘상 죽도록 더운 중국에서의 끔찍한 여름을 잘
물의 근원은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 여인네의 무한한 힘이
넘겼다.
었다. 목숨 내 걸고 이 세상에 데려 온 그 여인네는 자신의 보배(중국사람들은 애기를 보배라 부른다) 애기에게‘이 어
‘내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 이
미의 젖 먹어 줘 고맙다’ 는 말을 속삭일 것 같았다. 아이 낳
모든 어미의 가장 행복한 심정이라는 말을 질리도록 들어왔
은 것은 여인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며 그것은 힘의 근원일
다. 그래서 내 새끼 편안하게 살게 하려고 아파트 사 쟁여놓
터이다. 나도 그렇게 내 어머니 젖을 빨며 자라 이 세상을 활
고 남이야 거리에 나 앉든 말든 내 새끼 편안하면 장땡이라
보하는 여성으로 잘난 척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 어머니가
고 악을 써대는 어미도 많다. 궁핍을 경험한 세대였으니 그
젖 물리며 짓던 미소와 이천년 전 중국의 젊은 여인의 사랑
럴 만도 하겠으나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 또한 어미의 마음
은 같은 질량으로 자식에게 향하고 있으리라. 숭고하다는
자리다.
단어를 육화(肉化)시킨 절실한 순간이었다. 더 무엇을 바랄
지금 힘 빠지고 우울한 어미가 있다면 나와 함께 남경으로
것인가. 나를 원초로 돌려놓은 가장 인상적인 상징물을 만
날아가자고 권한다. 안 이쁜 데 없는 내 애기에게 젖 빨리던
났던 것이다.
그 순간을 한 번만 기억해도 지금 닥친 우울과 슬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이천년전의 애기 엄마를 만나는 순간 단번에
겨우 눈물을 수습하고 돌아서며 나는 애기 엄마에게 약속했
사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장담한다.
다‘다음에 남경 오면 꼭 다시 찾아오리다.’그리고 다음 여
뱀발(蛇足을 이토록 장난스럽게도 말하더군요). 사나흘 모
름 수없이 여러 번 그 애기 엄마를 만나러 박물관을 드나들
든 것 잊고 봄바람 부는 차분한 도시에서 오롯이 기다릴 그
었다. 갈 때마다 저릿한 감동에 마음을 가득 채워 흐뭇한 마
여인은 복잡하고 비싼 여행성수기 아닌 지금 만나보기에 가
음으로 숙소로 돌아왔고 엄청난 의욕으로 사방을 헤집고 다
장 좋은 낯빛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울러 6, 7월 이전이면
닐 수 있었다. 삼 년을 결석한 지난 여름 자신들이 그리도 위
가격도 만만해진다.
대한 존재이면서도 자신감 떨어뜨리고 우울감에 허우적거 리는 어미 여럿을 이끌고 남경으로 날았고 다시 솟구치는
임계재(청요리집) ● 중문학자 숙명여대 지역학 연구소 중국학 책임 연구원
2007. 5∙6 39
모람풍경
내 엄마 우 여사는 올해 일흔 살이다. 그녀의 딸인 나는 마흔이다.
엄마미안해 그리고사랑해!
삼십년이라는 세월의 강폭은 짧은 것 같아도 넓고 깊다. 이제 그녀 와 나의 이야기를 하려하니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울컥하는 뜨거운 것이 목젖을 자극한다. 그동안 내게 있어 엄마는 가능하면 안보고 싶은 존재였다. 엄마로 부터 받는 상처가 싫어서 안보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을 하게했던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였다.
이은숙 ●
경제적으로 무능했던 아버지는 늘 엄마를 화나게 했고 그 화풀이 대상은 자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항상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것은 고스란히 상처로 남았다. 사업이 망하면서 극에 달한 엄마의 분노와 폭언을 견디지 못한 아버지는 다른 여자 와 바람을 피우다 들켜 지금껏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
어 버렸다. 십년은 족히 되는 세월이다.
아들이 둘 있어도 잇단 불행으로 큰 며느리는 사고로 죽고, 작은 며느리는 사고로 인해 평생 전신 마비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자식들의 불행을 안고 살기에는 너무나 힘드셨던가 보 다. 자신의 욕망도 버리지 못하고 자식이 욕망을 채워줄 희망도 없으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 지 못해 자식들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딸들은 그래도 엄마를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아들들은 자꾸 엄마와 멀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엄마는 그런 아들들에게 들은 말을 삭이지 못해 악을 쓰며 원망을 했다.
엄마는 딸인 나에게 고스란히 엄마의 감정을 전달하곤 했다. 처음엔 엄마를 위로하고 그 다음엔 엄마를 이해하려 하고 그런 다음엔 엄마를 진정시키려 애쓰지만 엄마가 쏟아놓는 그 말들을 듣 고 있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 엄마가 너무 싫어서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기도 했다. 자식이 엄마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존재로 낙인 찍혀 원망의 대상이 된다는 건 참으로 비참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지 난 더 이상 엄마를 이 해하기 보다는 원망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엄마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자식을 감싸주지 못하는 엄마가 얼마나 원망스럽고 싫던지. 잊으려 애썼던 지난 상처까지 고스란히 되 살아나 우리는 생채기를 내며 폐부 깊숙이 서로를 박박 긁어 대기 시작했다.
40
하지만 드라마나 주변에서 엄마와 다정히 있거나 엄마를 지극히 그리워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죄책감에 괴롭고 우울했다. 엄마가 다른 집 자 식들의 얘기를 하면서 은근히 우리에게 강요하는 뉘앙스를 듣는 것도 고통 이었다. 이러한 죄책감은 피해의식과 더불어 무섭고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가끔 집에 와서 주무시기라도 하면 고된 삶에 뼈 관절들이 아프다며 밤새 숨소리 가 거칠다. 힘들어하는 엄마 모습이 불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원망스러웠다. 그 이율배반 적인 감정들이 나를 괴롭게 했다. 어쩌다 우리 모녀가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 이다. 정리 되지 않은 마음과 대면하자니 힘이 든다. 잠시 숨고르기가 필요할 것 같다.
내가 민우회 활동을 한지 이제 7년이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내적으로 성장한 자신을 보면서 이제 엄마와도 화해 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우연히 접한 상담공부가 날 위로했고, 여성학 공부가 엄마도 한 여성일 뿐이라는 걸 알게 했다. 엄마로만 바라볼 때는 모든 게 용서가 안 되지만 그냥 한 사람인 여성으로 만나면 이해 못 할 상황도 아닌 것이다. 올해 노동자의 날에 난 내 자신에게 책을 선물했다.‘엄마 미안해’ 라는. 그 책을 통해 나 는 엄마와 화해하는 법을 알고 싶었고 엄마와 다시 만나고 싶었다. 내가 왜 그토록 엄마를 떨치지도 못하고 용서하지도 못했는지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난 엄마가 진정으로 내 게 아니 자식들에게‘미안하다’ 고 말해주기를 기다리며 그래야만 하는 줄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식과 어떻게 관계를 풀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엄마에게 말이다. 그러나‘미안하다’ 는 말을 듣지 않더라도 난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 이제야 엄마가 내 가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보다도 더 휑한 가슴을 품고 살아 야 했던 엄마가 이제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음을 알아 버린 것이다. 그동안 상처만 받아왔던 나는 모처럼 시원스레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창피하다며 환갑도 하지 못한 엄마는 이제 칠순이다. 언니, 엄마, 나 이렇게 여자 셋은 그동안 풀지 못한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여행을 계획 중이다. 그동안 타들어간 사막과도 같은 가슴은 사막에 가서 놓고 와야겠지만 비용과 거 리의 이유로 행선지 후보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이 글을 쓰는 시간은 내게 치유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또한 고통스런 시간이기도 했다. 아는 것은 곧 상처받는 것 이라고 했던가. 상처받기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살아왔던 시간만큼의 시간 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출발선에 선 나를 응원해 주기를 기대하며 내 엄마 우 여사에게‘사랑한다’ 는 말을 처음으로 써 본다. 엄마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이은숙 ● 원주여성민우회 사무국장
2007. 5∙6 41
생협 이야기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알림> 서초 조합원 번개팅 *2007년 2월 15일 오전 11시* 강남 영풍문고 앞 분수대 문자 370통을 보내놓고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설밑인데다 아무이유 없이 번개팅이라는데, 조합원들이 나올까? 전화가 왔다. “어떻게 만나지요? 얼굴도 모르는데….” “아직 이런 연락은 없었는데, 무슨 성격의 모임인지….” “제가 피켓을 들고 있을게요. 민우회생협의 새로운 계획도 이야기하고, 점심 도 먹고, 조합원들간 친목도 다지고…. 19년만의 첫모임인데 얼굴도 뵙구요.”
‘행복중심’ 으로 반포에서다
2월 15일 영풍문고 분수대 앞에는 9명의 조합원이 나왔다. 어떻게 시작할 지 가 걱정이었지만 일단 만나니 반가웠고, 조합원인 것만으로도 뿌듯한 자부심 을 느꼈다. 여성민우회 생협의 비전‘고령화사회에 대한 대응’ 으로서‘행복중 심-happy zone’즉,‘새로운 매장에 대한 사업계획’ 을 이야기 할 때는 모두 즐거워 하였고, 응원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그날 이후 조합원들은 매주 모임을 가졌다. 왜 매장을 개장해야 하는지, 우리
구명숙 ●
조합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합원이 바라는 매장은 어떤 것인지 등등 많은 희망과 기대 그리고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왔고 매장을 준비하는 데 모 두 담겼다. 김윤숙, 임영애, 신창기, 박미정, 박영수, 김현희, 이숙희 조합원님 등 수많은 조합원님들의 소중한 꿈들은 다른 듯 닮아있었다. 민우회생협 조 합원이라는 이름으로…. 그 결과, 조합원-생산자-직원이 모두 주인이 되어‘행복중심’여성민우회생 협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여성민우회생 협 매장이 되어야 한다는 희망과 의지를‘매장사업’ 에 담았다.
한편, 매장은‘반포상가 L동 105호’ 로 결정하고, 사무국에서는 첫 직영매장을 성공적으로 개장하고 운영하기 위한 6명의 특별팀(김자현 상무이사, 허경희 생활재개발관리과장, 임영미 전산개발팀대리, 양성희 홍보담당, 구명숙 매장 사업담당, 유통 컨설턴트인 최성원 유어초이스 대표)이 만들어졌다. 매주 회 의를 갖고 매장운영방안 등을 논의하고 준비하였다. 2월 24일 정기총회 후에‘민우회를 사랑하는 생산자모임’ 을 통해 생산자들에
42
게 민우회생협의 사업방향을 브리핑하였다. 생산자들도 매장사업에 대한 많은 관심을 표현하였 다. 3월 21일 매장을 계약하고, 생산자들의 참여와 출자가 이루어졌다. 조합원들과 직원들의 참여 와 출자도 진행되었다. 4월 2일 입점하여 설비와 인테리어를 시작하고, 공사 중 개장을 알리는 현 수막을 걸고, 조합원들은 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지역 홍보에 나섰다.
드디어 개장 전날, 간판이 달렸다. 고심해서 결정한 간판명은‘여성이 웃는다, 세상이 웃는다 친 환경식품전문점 행복중심 - happy zone.’생활재를 매장에 진열하며‘이 생활재를 통해서 지 역주민과 이제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의 꿈이 이 생활재에 담겼다’ 고 생각하니 내가 집에 서 공급받던 그 생활재가 아닌, 더 큰 가치를 지닌 무엇으로 보였다. 각 분야에서 조각조각 흘린 노력을 모아 매장의 형태를 갖추고 나니‘정말로 매장을 개장하는구 나’하는 생각과 함께‘과연 잘 될까’ 하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쳤다.
그리고 5월 3일! 첫 직영매장과 함께 여성민우회생협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이제 개장 후 보름이 지났다. 1천8백명의 지역주민과 조합원이 매장을 방문하였다. 도토리묵 생 산자 농민식품의 김영순 생산자가 장날을 열었고, 씨알축산의 냉장육 판매가 이루어졌다. 6월에 는 또 어떤 생산자가 우리와 함께 장날을 펼칠지 기대된다. 구명숙 ● 이전에는 조직활동을 하며 조합원을 만났었지만 이젠 매장에서 조합원들과 만나는, 하루의 거의 전부를 매장에 쏟고 있는 반포매장 점장.
‘챙 재쟁 챙챙’
나누는 열린 광장인 것이다. 물론 우리의 반포매장은 제 역할
꽹과리 소리가 높이 울렸다.
을 멋지게 해낼, 많은 좋은 것들을 되살릴 참다운 광장으로
여성민우회 생협 반포매장이 봄의 새싹처럼 고개를 내밀고
가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본다. 그렇기에 그 속에서
솟아오른 것이다.
활동가로 이름 지어진 나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이 공간이
그 동안의 많은 애쓴 날들과 애쓴 손길들이 거름이 되어 분명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생명의 광장이
쑥쑥 자라줄‘씨앗’ 인 것이다. 북적거림이 좋았다.
된다는 것에….
반듯하게 채비를 한 생활재들과 함께‘사람’ 이 있다는 것이
느낀 만큼 열심히 배우고 활동해서 더 필요한 사람, 더불어
좋았다. 예전엔 나도 말 한마디 할 필요 없는 인터넷 장보기
사는 세상에서 더 잘 쓰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나를 열어
를 이용했다. 나만의 닫힌 공간에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놓아야겠다.
매장은 만나고,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이라 할 수 있었 다. 생활재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박영수 ● 방배동 집에서 매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반포매장에서 오전 상근을 하고 있는 새내기 활동가.
2007. 5∙6 43
모람활동
여행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설레임으로 다가오 기도 하고, 때로는 낯선 사람들, 낯선 공간에서 ‘이방인’ 이 된 듯한 묘 한 긴장감을 가져다준다.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
우 행 가 의
상쾌한 바람과도 같은 여행은, 그 상쾌함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여행 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사소한 것들과 대면해야 하고, 그 대면의 순 간은 항상 무엇인가를‘결정’ 해야 하는 것으로 마감된다. 도미토리에 묵을 것인지, 돈을 더 주고 좀 더 좋은 숙소를 정할 것인 지, 음식은 어떤 것을 먹을 것인지, 자연경관을 보며 더 즐길 것인지,
베트남
건축물이나 미술관을 보며 여행을 즐길 것인지, 걸어갈 것인지 버스 를 타고 갈 것인지 등등. 어떤 여행정보를 선택하고 결정하는가는 개
여행이야기 수달, 여진 ●
인의 기호와 아주 밀접한 문제이기에,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매 순간 나와 다른 여행의 기호와 마주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것 이기도 하다. 서로의 여행 기호를 최대한 만족시키며‘공동의 결정’ 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여행가는 사람에 대한 신뢰는 좋은 여행의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유로움과 긴장감, 그 낯설고 새로운 상황 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하던 그‘누군가’ 가 아닌 아주 생소한‘누 군가’ 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여행을 하면 서 싸우지 않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 되어 버린다. 우행가(우리 공부해서 여행가요)는 무엇을 믿고‘같이 여행’ 을 가기 로 했는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놀라울 뿐이다. 아니면 그러한 것은 별 것 아니라는 배짱에서 시작했던 걸까? 어쩌면 여행을 갔다 와서
우∙행∙가(우리 공부해서 여행가요)는 지난 해 11월, 베트남 여행을 꿈꾸던
다행스럽게도 여행지에 대해 함께‘공부’ 하는 과정은 여행의 기호에
사람들이 모여 만든 회원 소모임입니다.
대한 서로의 차이를 좁히는 한 가지 방법이 된 것 같다. 공부를 통해
그동안 꾸준히 여행지에 대해 공부하며
서, 여행할 장소에 대한 서로 다른 기대와 인식을 맞추어 갈 수 있으
함께 여행계획을 세웠다지요? 7월 12일, 드디어 우∙행∙가 1기가 베트남을 향해 출발합니다. 소모임의 새로운 시도! 우∙행∙가의 여행을 응원하며 지켜봅니다~!
44
모임이 해체될 지도 모를 일이다.
니 말이다. 공부를 하면서 느낀 건 아는 만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쌀국수가 떠오르고, 모 항공사 cf로 기억되는 곳, 간혹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 요’ 라는 성차별적인 현수막 속에서만 존재하던 베트남. 그러나 우행
모람활동
가는 베트남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베트남에 대한 기억들을 새롭게 재구성해 나가기 시작하였고, 그 새로운 기억들 로 여행의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전쟁과 함께 살아 왔다’ 고 베트남 사람들이 말할 정도로 베트남 전쟁의 역사는 1000년에 가깝다. 거슬러 올라가면 중 국, 가까운 근∙현대에는 프랑스와 미국의 침략과 전쟁, 식민지배 속에 있었던 베트남. 그런 역사를 가진 베트남 사람 들은‘도이머이(쇄신정책)’ 라고 해서‘더 많은 국가와 손을 잡자’ 라는 평화∙화해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그 정책의 옳 고 그름의 판단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 긴 전쟁 피해를 가진 국가가‘평화와 화해’ 정책을 먼저 내놓았다는 것이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하였고, 그 사람들을 좀 더 특별하게 느끼게 한다. 긴 전쟁의 역사 때문인지 도시마다 잘 만들어진‘전쟁박물관’ 이 많이 있다고 한다. 베트남의 역사를 공부하고 가는 마 당에 이를 여행루트에서 빠뜨릴 수 없다. 여러 도시에 있는 것 중 가장 잘 되어 있다고 하는 호치민시의 전쟁박물관과 여성박물관으로 호치민시 여행의 하루일정을 결정했다. 그리고 호치민에 있는 구찌터널(전쟁시기에 베트남사람들이 숨 어서 지낸 곳)도 베트남 역사를 실제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여행지 당첨! 공부를 하면서 가보고 싶었던 곳은 위령비(미국의 침략전쟁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이루어졌고, 베트남 사람 들은 전쟁 피해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위령비를 마을에 세웠다고 한다. 보통 위령비에 사람이름을 적고 누구 외 몇 명… 이런 식인데, 베트남에서는 무명씨 30명이면 무명씨, 무명씨… 이렇게 서른 번을 써 놓는다고 한다.)가 있는 마을 인데, 그러한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베트남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여행 루트에서 아쉽게 제외되었다. 우리의 여행 경로가 꼭 베트남 전쟁과 베트남 역사를 체험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지는 않다. 나짱이라고 하는 멋지구리 한 해변도시에서 유유자적 해 보고, 베트남 속의 유럽이라고 불리는 호이안이라는 도시의 유명한 갤러리도 들르고 수 공예작품도 구경할 것이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하롱베이만에서 배도 타면서 유람할 것이다.
공부해서 여행을 가는 건, 그저 여행지에 발자국만 찍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고 더욱 친숙하게 경험하고 싶어서이다. 돌아올 때에는 베트남과 친구가 되어있기를 꿈꾸어 본다.
우∙행∙가의
베트남 여행계획
7월 12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하노이, 하롱베이, 다낭, 호이안, 나짱, 호치민을 둘러보고 22일 아침 귀국할 예정입니다. 우행가와 함께 베트남 여행을 가실 분은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 신청 및 문의 : fioretto@hanmail.net (수달)
2007. 5∙6 45
밤마실‘위편삼절’ 저녁 상 물리고 서둘러 나와 옆구리에 책 끼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을 마련해 보고자 합니다. 낮
지부소식 www.womenlink.or.kr
에 시간 내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한시적인 모임으 로 5회 진행합니다. (신청자가 5명이상일 경우 진행) �내용 : 1회 부의 법칙 2회 부자엄마 경제학
고양여성민우회 대안교육 소모임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갈
�대상 : 주엽동에 거주하는 초등 1~2학년 자녀 를 둔 부모 10인 내외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문의∙신청 : 918-9773
성역사 해설을 위한 교육 의사소통을 통한 건강가족 만들기 ‘진정 통~하였느냐?’
삶을 인식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습득 으로 내적인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 6/5(3회) : 아이교육, 부부호흡이 중요하다
합니다. 선착순 마감이오니 빠른 신청 바랍니다.
- 6/12(4회) : 눈높이 대화법
�일시 : 6월 13일부터 매주 수∙목 오전 10시
- 6/19, 26(5∙6회) : 대안교육 따라잡기-방법론 1∙2
�장소 : 본회 교육장
- 7/3(7회) : 학교생활을 행복하게
�모집인원 : 30명 선착순 마감
- 7/10(8회) : 대안, 지역 속에서 발견하다
�프로그램
�장소 : 생협사무실 �대상 : 5학년 이상 자녀를 둔 어머니 7명
(강사 : 이진아) - 2강(6/15) : 대화가 필요해? 연습이 필요해! (강사 : 김순태) - 3강(6/20) : 협박? 협상! 즐거운 가족회의 (강사 : 고보경) - 4강(6/22) : 이제 남편과 정통(淨桶▶正統)할 때
�일시∙장소 : 6월 9일(토), 장소 미정 �내용 : 입소자들의 쉼 및 재미있는 공동체 생 활을 위한 체험 여행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의 한여름밤의 작은 만남 �일시 : 6월 15일(금) 저녁 6시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내용 :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생 각을 나눕니다.
�일시 : 6월 20일(수)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내용 : 여성주의 관점으로 본 남녀공학 2007 여성주간 여성대중강좌 �일시∙장소 : 7월 3일(화) 예정, 장소 미정 �강사 : 오한숙희(여성학자)
(강사 : 강시현)
�문의 : 918-9774 (담당자 이경나)
- 5강(6/27) : 나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체험식 거리 성인권 교실
- 6강(6/29) : 커뮤니케이션 달인 되기 프로젝트
(강사 : 이진아) �일시 : 6월 2일(토) 오후2시~5시
다솜누리 문화체험
6월 정책포럼
- 1강(6/13) : 내가 결혼을, 결혼이 나를
�일시 : 미정
�내용 : 여성의 눈으로 본 여성역사 발굴 및 여
2007 고양여성민우회학교
�진행 : 8회는 주제를 가지고 만나고 그 다음은
지혜로운 대화법을 연습하는 모임을 만듭니다.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일시 : 6월 5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과 가족구조 이해를 통해 여성이 처한 현실과 나의
말로 상처를 주곤 합니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일시 :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12시
5회 동네 철물점은 왜 망하지 않았을까
�장소 : 고양여성민우회생협 사무실
우리는 종종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마음과는 달리
를 써 봅니다.
여성역사해설사 양성교육
2007년 상반기 고양여성민우학교는 한국여성의 삶
가족대화 훈련 소모임
여성 자신의 지난 삶을 의미화하고 나만의 서사
4회 사다리 걷어차기
�일시 : 5월 15일(화)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10시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합니다.
자기만의 서사쓰기 소모임
3회 잭 아저씨네 작은 커피 집
등하는 부모들이 만나 함께 길을 찾아보는 소모 임을 진행합니다.
�7월 : 식물원 체험(담양 한백꽃농원)
(강사 : 이진아)
군포여성민우회 성매매예방 캠페인을 위한 강좌 �일시 : 6월 11일(월) 오전10시 �장소 : 군포여성민우회
�장소 : 일산구 라페스타거리 �프로그램 :‘나의성평등지수는?’ 외 9개
고양여성민우회 하루 밥집
상담공부모임
�참여하시는 분은 예쁜 홍보물, 성폭력 예방지
아름다운 밥상, 당신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일시 : 6월 13일(수)
�일시 : 6월 16일(토) 오전11시~오후7시
�장소 : 군포여성민우회
침서, 생리주기 팔찌를 드립니다. �자원봉사학생 선착순 20명 (☎907-1003) 홍성 오리입식행사 안내 �일시 : 6월 9일(토) 오전 8시
�장소 : 라페스타 B동 4층 청송얼음막걸리
환경강좌 �일시 : 6월 중
광주여성민우회
성교육공부모임
�출발지 : 생협매장 앞
6∙7월 민우들모임
�일시 : 매주 금요일 오전10시~12시
�참가비 : 조합원 15,000원 / 비조합원 20,000원
�6월 : 매실따기 체험(순천 계월마을)
�장소 : 군포여성민우회
46
용 장터를 엽니다. 수익금은「민우사랑방(가칭)-
성매매예방캠페인
내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내 몸을 다
�일시 : 7월 3일(화)
른 누군가에게 그냥 맡겨놓고 계신 건 아닌가요.
이웃 여성가장과 아동을 위한 공간」 을 준비하는
�장소 : 군포문화예술회관 앞마당
내 몸을 내가 바라보는 시간, 그리고 가족의 몸
데 사용됩니다.
도 새롭게 보는 시간입니다.
�일시 : 6월 22일(금) 오전11시부터
�1탄 - 6월 14일(목) 오전10:30
�장소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생협 매장 앞
서울남서여성민우회
�2탄 - 7월 12일(목) 오전10:30 도봉구 여성리더의
민우여성학교 �일시 : 5월 28일(월)부터 6월 18일(월)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6:30 �장소 : 남서여성민우회 교육장
회원수련회
평화적 소통 능력 키우기 워크샵
�일시 : 7월중
�일시 : 7월 5일(목) 오전10시~오후4시
�내용 : 회원과 함께하며 힘모으기
�장소 : 우이동 봉도수련원 �내용 : 평화적 갈등해결의 기초적 이해, 평화
�내용 : 여성주의 강좌, apt교육, 문화탐방 남서민우회 회원 만남의 날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야호!! 즐거운 만남의 날 우리 함께 놀아요.
끝이 아닌 시작, 완경 - 내 안의 나를 만나다
�일시 : 6월 5일(화)
�일시 : 5월 29일(화)~6월 19일(화) 매주 화∙ 목 오전10시~12시
서울남부여성민우회 회원과 함께 하는 일일호프 서울남부여성민우회 재정마련을 위한 일일호프 를 엽니다. �일시 : 6월 3일(일) 낮12:00~밤12:00
를 만드는 말하기 듣기, 일상의 갈등해결을 위 한 관점과 기술 �대상 : 도봉구내 여성 40여명 (자활후견기관 프로그램 참가자 20여명) �참가비 : 5,000원
�장소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교육장 �프로그램 - 1강(5/29) :‘중년’ 을 디자인하라 강사 : 박어진(한겨레 칼럼리스트) - 2강(5/31) : 기, 운명, 행복 만들기 강사 : 설영상(참나찾기 수련원 원장)
완경 거리 축제 �일시 : 7월 7일(토) �장소 : 창동청소년수련관 광장 �내용 : 완경증후군 대처하기, 완경에 대한 잘 못된 상식 알아보기, 나이듦에 대하여
�장소 : 서울남부여성민우회 지하 호프 카스
- 3-4강(6/5, 7) :‘중년’ , 아직 낯설은…
6∙7월 신입회원만남의 날
- 5강(6/12) : 생애주기 그리기
�일시 : 7월 12일(목)
강사 : 이희숙(서울여대 강사)
�장소 : 직동 수련원
강사 : 황은영(자기성장연구소 샘물 대표) �일시 : 6월 7일(목) 오전10:30 7월 5일(목) 오전10:30 �장소 : 서울남부여성민우회 �내용 : 환경수세미 뜨기, 생활재 이야기
- 6-7강(6/14) : 내공훈련
서울동북여성민우회∙생협 활동가 확대 워크샵
�내용 : 동북민우회 활동 점검하기
강사 : 로리주희(줌마네 부대표) - 8강(6/19) : 지역에서 희망나누기 강사 : 윤정숙(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원주여성민우회 변화하는 시대, 가족을 말하다
생산자와 함께하는 직거래장터 및 시식회, 기꺼이 불편해지기 거리 캠페인
위풍당당, 그녀들의 페달밟기
�장소 : 중앙동 밝음신협 2층
팔당 생명살림 생산자와 함께하는 유기농산물
자전거 타고 중랑천 달리기
�1강 : 6월 12일(화) 오전10시
시식 및 직거래 장터입니다. 시식회와 기꺼이 불
�일시 : 6월 2일(토) 오후2시~4시
편해지기 거리 캠페인을 함께 합니다.
�장소 : 중랑천 녹천교 아래에서 출발
�2강 : 6월 20일(수) 오전10시
위풍당당, 그녀들의 페달밟기
�3강 : 6월 26(화) 오전10시
가족, 허물기와 다시 쌓기(강사 : 유은주)
�일시 : 6월 8일(금) 오후1시~5시 �장소 : 일원동 대치아파트
영화<쇼킹 패밀리>상영과 연출자와의 대화
자전거도로 확보를 위한 거리 캠페인
동상이몽-부부대화, 여성주의로 갈등이해하기
팔당 생산지 견학
�일시 : 6월 9일(토) 오전10시~12시
(강사 : 이향림(한알 심리예술센터))
깨끗한 팔당호에서 물을 지키며 친환경농업을
�장소 : 도봉구청 앞 광장
하는 생산자 분들을 만납니다.
�내용 : 관련 내용 부스 및 거리 캠페인 (도봉구
�일시 : 6월 9일(토) 오전9시~오후5시
청앞→방학사거리→선덕사거리→도봉
�장소 : 팔당 송촌리 농장
구청 앞)
여성 노동의 현실과 대안 �1강 : 6월 13일(수) 오후7시 여성의 일-선택인가 권리인가? (강사 : 박기남(춘천여성민우회 공동대표))
6∙7월 회원 만남의 날
환경과 나눔을 생각하는‘민우 되살림 장터’
나와 함께 우리가족 몸 바라보기 1∙2탄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생활용품을 모아서 재활
�2강 : 6월 19일(화) 오후7시 취업시장에서 여성의 지위와 불평등의 문제
2007. 5∙6 47
독자마당 (강사 : 강이수(상지대학교 교수)) �3강 : 6월 28일(목) 오후7시
진주여성민우회
전업주부는 집에서 논다?
창립10주년기념수련회
(강사 미정)
�일시 : 6월 9일(토) �장소 : 미정
한부모 여성의 아름다운 비행 �1강 : 6월 14일(목) 오후7시
논개제 여성노래한마당
이혼 및 사별후의 자녀양육에
�일시 : 5월 27일(일) 저녁7시
대하여 (강사 : 이남숙)
�장소 : 진주성야외공연장
�2강 : 6월 21일(목) 오후7시 한부모의 성과 재혼에 대한 이 해 (강사 : 한혜규(목동가족치료 연구소)) �3강 : 6월 26일(화) 오후7시
[함께가는 여성]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듣습니다. [함께가 는 여성]을 읽고 느낀 점이나, 민우회에 바라는 의견을 보내주시면 ‘독자마당’ 을 통해 소개해드립니다. 채택된 의견에 대해서는 민우 회가 마련한 감사의 선물을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 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독자의견은 민우회 이메일minwoo@womenlink.or.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춘천여성민우회 회원만남의 날 춘천여성민우회 창립기념일에 맞
한부모 관련 법과 제도
춘 회원만남의 날! 진한 수다와
(강사 : 유경희(한국여성민우회
기꺼이 불편해지기 사업특강이
상임대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시 : 6월 4일(월)
인천여성민우회
회원이 민우회의 주인입니다.
�장소 : 김회자 회원님 댁
단독비행
달팽이 공부방 역사탐방
�일시 : 6월 9일(토)~7월 8일(일)
의병마을 체험
�장소 : 인천여성민우회 교육장
�일시 : 6월 9일(토)
�내용 : 표현예술을 통한 자기
�장소 : 춘천 의병마을
신입회원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금순 김명숙 박진숙 황민숙 임영숙 박정옥 정영수 김애숙 최양례 김완정 윤수주 천성임 이재임 최미애 곽 도 채은진 전의삼 김경숙 장미희 이승영 임정남 양복희 김소담 김미랑 황순화 이예진 김수정 윤채근 현주화 손석현 오호창 이현실 정미영 임영빈 임현희 최병권 이희선 정순자 정수연 신원미 한금례 신주진 강영희 김 희 전소영 문경선 유가미 김혜미 조현희 김희정 김미주 박하윤경 박현진 이은옥 강연아 이인옥 이상덕 신창기 김희수 최승환 조윤경 김명숙 고현진 이수진 조인섭 최명숙 이미화 (2007년 3월 24일~5월 23일)
성찰Ⅰ,Ⅱ,Ⅲ / 한부모로서의 삶 나누기 / 가족 캠프
2007 여성문화제 춘천여성들을 위한 문화 한마당!
민우체험학교
여성들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일시 : 6월 23일(토)
자리입니다.
민우문화교실
�장소 : 춘천 고슴도치섬 내 예부룩
�일시 : 6월 23일(토) �일시 : 6월부터 상시 �장소 : 인천여성민우회 교육장
지역 여성 리더 교육
�내용 : 원예치료, 유리드믹스,
지역이 뜬다 주민이 뛴다
민화그리기, 웃음치료, 기천무
�일시 : 7월 첫 주 예정 �내용 : 지역 내 여성리더들을 위
재정사업(밥집)
민우어린이 인권캠프 꿈꾸는 달팽이
회원의 날
어린이 인권에 대하여 달팽이친
�일시 : 7월 28일(목)
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어
�장소 : 인천여성민우회 교육장
린이 캠프입니다. �일시 : 7월 마지막 주 예정
48
※ 늦게 신청하시면 사이즈에 맞는 티셔츠가 없을 수도 있어요.
한 교육, 지역의회 체험의 장 등
�일시 : 7월 13일(금) �장소 : 부평구청 식당
4월에 진행했던 <자전거 교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이어, 6 월부터는 <자전거 번개>가 시작됩니다. 매달 하루는 페달을 밟 으며, 건강한 나와 지구를 만들어가요. 참가하신 분께는 예쁜 티셔츠를 받을 수 있는 행운도 드립니다.
6월의 자전거 번개 �참가비 : 자전거 대여비(시간당 3000원) �문의 : (최강 회원팀)락소년, 여진friend87@womenlink.or.kr �신청은 6월 13일(수)까지 받아요!
6월 16일(토) 날 좋은 오후 4시 뚝섬유원지(지하철 7호선)
길을여는사람이되어주세요 여성이 웃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날들이 스무해가 되었습니다. 스무살 민우회는 회원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가들이 이사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올해는 그 꿈을 이루어 보고자 합니다. 민우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분들과 함께 희망의 길을 열어가고 싶습니다.
● 길을 여는 사람들 ● 나눔세상 길잡이 : 10만원 이상 후원
● 웃음세상 길잡이 : 100만원 이상 후원
● 평화세상 길잡이 : 30만원 이상 후원
● 행복세상 길잡이 : 300만원 이상 후원
● 평등세상 길잡이 : 50만원 이상 후원
● 희망세상 길잡이 : 500만원 이상 후원
※‘길을 여는 사람’ 이 되시면 원하는 사진이 새겨진‘희망조각’ 을 드립니다.
후원신청 : 02-737-5763
http://20.womenlink.or.kr
후원계좌 : 국민은행 813-25-0011-869
(한국여성민우회)
우리은행 064-121846-13-403 (한국여성민우회) 농
협 085-01-106544
(한국여성민우회)
※이 후원금은 여성운동과 민우회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됩니다.
회원문의 02-737-6050 팩스 02-736-5766 / 02-739-8871 고용평등상담 02-706-5050 팩스 02-736-5766 / 02-739-8871 미디어운동본부 02-734-1046 팩스 02-739-8871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02-739-8858 팩스 02-736-5766 / 02-739-8871 상담 02-739-1366~7 한국여성민우회 생활협동조합 02-581-1675 팩스 02-3679-2202 서울남부여성민우회 02-459-3519 팩스 02-3411-3519 서울남서여성민우회 02-2643-1253 팩스 02-2643-1252 매장 02-2643-6060 서울동북여성민우회 02-3492-7141 팩스 02-3493-9221 생협 02-3492-7140 생협매장 02-3492-9999 고양여성민우회 031-907-1003 팩스 031-907-5009 매장 031-919-1774 상담 031-919-1366 광주여성민우회 062-529-0383 팩스 062-529-0384 상담 062-521-1366 성폭력쉼터 062-462-1366 군포여성민우회 031-396-0201 팩스 031-394-2343 매장 031-396-0261 상담 031-396-0236 원주여성민우회 033-732-4116 팩스 033-744-0113 인천여성민우회 032-525-2219 팩스 032-525-2256 진주여성민우회 055-743-0410 팩스 055-746-9771 매장 055-746-7077 상담 055-746-7462 춘천여성민우회 033-255-5557 팩스 033-243-9746 상담(노동) 033-254-2155
참여하는여성이아름답다! 여성이웃는다! 세상이웃는다!
Korean WomenLink (110-102)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Tel 02-737-5763 Fax 02-736-5766 E-mail minwoo@womenlink.or.kr 홈페이지 www.womenlink.or.kr
180 호
2007.7.8 www.womenlink.or.kr
연재기획 행복찾기 민우역사기행 민우ing 시청자들의 힘이 절실하다! 비정규직 차별, 찾아바꾸기 호주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신분증명제도의 가능성과 우려 스포츠하는‘여성’ 을 위협하는 폭력과 차별, 이에 맞서는 아주 상식적인 대안들 쟁점과 현안 검은집, 해부학교실, 므이…그리고 생식세포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상상력이 필요한 때
사진에세이
터질듯이 심장이 뛰고, 온몸이 땀에 젖는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크게 웃는 웃음이 더 없이 상쾌하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이 들취진다고? 그러라지. 나는 지금
자유롭고, 또 아름답다. 2007년 7∙8월 진행중인 민우농구교실‘자신만만’
www.womenlink.or.kr
12
32
36
2007.7�8 02 민우ing 02
시청자들의 힘이 절실하다! _ 윤정주
03
비정규직법, 상상을 멈추게 하는 거짓말 _ 신기루
06
호주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신분증명제도의 가능성과 우려 _ 여진∙다라
08
스포츠하는‘여성’ 을 위협하는 폭력과 차별, 이에 맞서는 아주 상식적인 대안들 _ 박봉
10
민우칼럼 창 ● 이중적 성문화의 극복과 자율적 성영역의 확대 _ 조희연
12
민우스케치
13
22
연재기획Ⅰ ● 행복찾기 13
행복찾기 _ 로미오, 주설령, 이화영, 버사, 홍미용, 소다, 이오
19
맑은 피가 행복이다! _ 유기성
연재기획Ⅱ ● 연재기획‘자매애는 있는가’ 를 읽고… _ 강문순
23 연재기획Ⅲ ● 민우역사기행 - 성희롱 소속, 그 역사적 장정에 함께하다 _ 이수연 27
쟁점과 현안 27
검은집, 해부학교실, 므이…그리고 생식세포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_ 봉달
30
상상력이 필요한 때 _ 따우
32 문화산책 - 퀴어퍼레이드 ● 난 소중하니까요 난 내가 자랑스러워요_ 들통 34 평동 사무실에서 ● 임신이 상근활동에 미치는 영향 _ 나우 36 모람풍경 ● 고정희 기행을 다녀와서 _ 히로 38 생협이야기 ● 잘 늙어가기 _ 이서연 40 국제통신원 ●‘미국사회포럼’ 에서 울려 퍼진 여성노동자의 함성, “해가 뜨면, 우리는 일어나리라!”_ 박혜정 43 모람활동 43
[접속 해외사이트 : 그들도 우리처럼] 요그야카르타 원칙이란? _ 바닥
44
[세여소의 말걸기] 아이들 _ 누에
45 ‘멋진 페미니스트 되기 프로젝트’제2차 새모람을 소개합니다~!! 46 민우알림 46
지부소식
48
독자마당
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유경희, 권미혁, 최명숙 편집인 정은숙, 박봉정숙 발행일 2007년 8월 1일 통권 180호 편집위원 권미혁 권수현 김희정 박봉정숙 손봉희 이인화 주영은 최정은영 디자인 일탈기획(02-2275-8447)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
민우ing
‘나쁜프로그램’ 개선활동
시청자들의힘이절실하다! 윤정주 ●
#1 한국과 일본 여성들이 각 국 남성들 앞에서 그들을 흥분시키기
장면을 내보내는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거리낌 없이 무
위해 비키니 차림으로 춤을 추고 다리를 벌리거나 가슴을 보여준다.
시하기도 한다. 때문에 올 7월, 미디어운동본부 모니터분
#2 남성들 앞에 야한 속옷을 입은 여성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어느 속옷을 입은 여성이 남성들을 더 흥분하게 만드는지 관찰한다.
과에서는 유료방송을 모니터 하여‘나쁜프로그램’ 을 선정 하고 이를 개선시키는 활동을 시작하였다. (선정된 프로그 램은 YTNSTAR <그 속이 알고 싶다>이다.) 이 운동의 목 적은 유료방송에서 날로 심해지고 있는 여성을 비롯한 사
위의 #1과 #2는 얼핏 보면 포르노비디오를 연상시키지만
회적 약자의‘인권’ 을‘무시’ 하고‘차별’ 하는 유료방송의
사실 이 두 장면은 현재 케이블 및 위성을 통해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프로그램의 일부분이다. 이밖에도 유료방송에서는 시청자 들의 호기심을 채워준다는 명목 하에 비키니 입은 여성의
그러나 이런 개선활동을 하기에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
가슴, 배, 허벅지 등에 떡, 우유, 얌체공 등을 떨어뜨려 어
다. 그 중 가장 큰 어려움은 적은 인력의 모니터분과원들만
느 부위가 더 탄력있는지 실험을 하기도 한다. 또한 룸싸롱
의 힘으로는 지금 방송되고 있는 수백 개 프로그램 전체를
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이 입는 속칭‘홀복’ 과 관련된 내용
모니터링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프로그램이
을 방송하면서 팬티만 입은 여성을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
폐지되거나 개선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민우회 회
게 하고 카메라는 클로즈업으로 이 여성의 온 몸을 구석구
원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신이 본 프로그램 중 여성이
석 보여주기도 한다.
성적도구화 되거나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무시되는 것이 있다면 지금 즉시 전화 또는 인터넷으로 미디어운동본부
이처럼 현재 유료방송에서 내보내고 있는 국내제작사(국 내PP)들의 자체제작 프로그램들은 여성의 몸을 단지 남성
(02-734-1046)에 제보해 주길 바란다. 시청자의 힘만이 ‘나쁜프로그램’ 을 영원히 추방할 수 있다.
들의 성적인 즐거움을 제공해 주는 도구로 다루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출연자가 장애인에게‘병신’ 이라고 욕을 하는
2
윤정주 ● 여름이 잘 어울리는 그녀
비정규직 차별 집중상담
비정규직법, 상상을멈추게하는거짓말 비정규직 차별, 찾아 바꾸기
신기루 ●
7월 1일, 평범한 어떤 날이 특별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여성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
기간제및단시간노동자보호등에관한법률, 파견근로자보
고, 또 경영 위기든 국가의 위기든 위기가 올 때마다 가장
호등에관한법률, 노동위원회법. 이 세 가지 개정법률이 시
먼저 임금이 깎이고 해고되는 대상이므로, 비정규직 법 시
행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의해‘비정규직 보호법’
행과 관련된 일련의 문제는 여성노동계의 매우 중차대한
으로 불리고 노동자들에 의해‘비정규직 해고법’ ,‘비정규
사안이었다.
직차별확산법’ 으로 불리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법의 시행
법이 만들어낼 정세에 개입하기 위해 고용평등상담실은
을 전후해 7월 1일은 하나의 경계가 되었다.
「비정규직 차별, 찾아 바꾸기」 와「비정규직 차별 집중상 담」 을 진행했다. 이 법의 적용대상은 여성노동자들이 될
사용자 대표 단체 경총은‘인력관리체크포인트’ 라는 보기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여성노동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
좋고 읽기 좋은 법안 설명서를 펴내 이 법에 대응하는 사
고 있는지 궁금했다.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상황을 체
용자의 자세를 설파했다. 노동부에서는 지금도 경품 당첨
크해 보고, 법을 긍정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조
자가 발표되고 있는‘비정규직 보호법 바로 알기’사이트
금이라도 있다면 활용해 보자는 취지도 있었다. 참여게시
를 통해 법안 홍보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빠르게, 상당
판도 만들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인구가 800만이라는
히‘신선한’방식으로‘형식상’정규직화를 실시했다. 그
데 비정규직 스스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비정규
리고 지난 7월 1일 법 시행을 기념하여 노동부 직원과 이
직이 아니더라도 우리사회의 주요 과제인 비정규직 문제
상수 장관 등은 상징적으로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시루떡
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갖고 있는지‘800만의 상상’ 을 통해
을 자르고 가두행진을 하기도 했다.
알아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야심찬 게시판은 알만한 2007. 7∙8 3
민우ing
몇 사람이 주고받은 글들로 채워지고‘파리 날리는’
예퇴직을 해야 했고 바로 다음 날부터 똑같은 일을
상상 게시판이 되고 말았다. 이런 지경에 이른 데까
하는 계약직이 됐다. 그리고 7년 동안 계약서에 사
지 몇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어쨌든 이 법을 계기로
인만 하면서 일했다. 비정규직 관련법 시행을 앞두
비정규직 문제 전체를 풀거나 논하기에는 태생적인
고 남성노동자들은 경제사업장 등으로 전직하여 모
한계(?)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두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반면 창구텔러직 여성노
상반기에 접수된 비정규직 상담은 49건이었다. 전
동자 전원은 모두 계약 해지됐다. ㅁ씨는 한부모 가
체 상담의 28.2%를 차지하고 있으니 상당히 높은
장이 된 후로 생계와 양육을 책임지기 위해 단시간
셈이다. 상담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직장내 성희
노동자로 취업했다. 오후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
롱 상담은 18건, 성차별 해고 및 근로조건 차별 상담
는 줄 알았던 직장은 오전근무로 시간이 바뀌기 일
이 14건, 산전후휴가, 생리휴가 등의 상담이 8건이
쑤고 수당 없는 초과근로도 자주했다. 전화 건수를
었다. 법 시행을 전후해 상담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채우지 못하면 남아서 일을 해야 했고 남성 상사들
든지 하는 확연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의미 있
의 불쾌한 시선과 언어폭력, 무시에 시달려야 했다.
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제 날짜에 임금을 받는 정규직에 비해 언제 임금이 나올지 몰랐다. 여전히 비정규직이라서, 여성이라서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한 20대 여성노동자 ㄱ씨
받는 차별은 지속되고 있었다. 법이 일말의 효과라
는 정규직 채용공고를 보고 응시를 했다가, 한 달이
도 발휘했나 싶을 정도였다.
지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1년짜리 근로계약을 해야 했다. 정규직이나 마찬가지고 형식적으로 쓰는
비정규직 법 시행 때문에 몇 가지 차별과 부당한 대
계약서일 뿐이라고 했지만 계약기간이 종료되면서
우가 늘었다. 법 시행과 관련된 사례를 중심적으로
더 이상 일할 수 없었다. 4년간 계약을 갱신하면서
살펴보면, 비정규직 법이 해고의 직접적인 사유가
일한 ㄴ씨는 비정규직 관련법이 시행되기 전에 비정
되거나 시행을 앞두고 차별금지 규정의 회피 수단으
규직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동료 10명과 함께 계약
로 분리직군제, 하위직급 신설, 차별 채용∙배치 등
해지 됐다. 회사에서는 한 달을 쉬고 다시 나오라면
이 나타나고 있었다. 비정규직의 일부를 정규직으로
서 무기계약, 파견, 2년 계약 중에 하나를 고르자고
전환하되, 기존 직급외에 최하위 직급을 신설하여
했다. ㄷ씨는 10년을 일한 학교에 임신 사실을 알리
배치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우리은행에서 창의적
자 그동안 아무 의미도 없었던 계약기간이 끝났다며
으로 도입하여 정부와 타 기업에 훌륭한 응용 예를
그만두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ㄹ씨는 고등학교를
제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직무급제는 임금 차와 승
졸업하고 바로 농협에서 창구텔러직 일을 시작했다.
진 제한 등 차별을 존속시킨다. 분리의 대상은 대부
13째 근무할 무렵 IMF구제금융을 맞아 남편대신 명
분 여성노동자들이다. 여성노동에 대한 낮은 평가와
4
여성노동에 대한 낮은 평가와 성별분업의 두터운 벽을 인정하는 현 상황에서 분리직군제, 하위직급신설은 성차별을 더욱 공고히 할 뿐 아니라 또한 차별진정 제도를 희석시키는 방식으로 기능할 것이다. 성별, 고용형태에 의한 차별은 직무상 차이로 포장되는 것이다.
성별분업의 두터운 벽을 인정하는 현 상황에서 분리
리해고 했다. 영화 보러 가거나 피죤, 슬리퍼를 사던
직군제, 하위직급신설은 성차별을 더욱 공고히 할
그 홈에버는 파란 옷을 입은 계산원 여성노동자들의
뿐 아니라 또한 차별진정 제도를 희석시키는 방식으
파업현장이 됐다.
로 기능할 것이다. 성별, 고용형태에 의한 차별은 직 무상 차이로 포장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관련 법은 여성노동자의 시선, 관점, 이해,
2007년 7월 1일 시행된 비정규직 법률은 법안 제정
요구를 담은 법이었나? 혹자는‘2년 후 정규직전환’
과정에서 비정규직 차별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
과‘차별시정제도’ 라는 두 개의 장점에 희망적 시선
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온 바 있다. 6월 3
을 보내며 관리감독만 잘 해낼 수 있다면 이 법이 유
일 노동부가 펴낸 차별시정안내서와 6월 18일 발표
용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말도 했다. 7월 1일이
된 시행령은 차별을 시정을 하기에는 헐겁고 노동자
지난 지금은 이 물음에 대해 보다 명확한 답을 할 수
가 이용하기에 복잡한 것이 차별시정제도라는 점을
있을 것 같다.
드러냈다. 시행령을 통해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종사
차별과 불안은 인간을 파괴한다. 차별과 불안 중에
하는 사무직, 유통, 판매직에서 파견직은 확대되었고
무엇을 택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2년이 지나 정규직으로 전환될 사람은 너무 희귀해
있겠는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할 수 있는,
구경나게 생겼다.
비정규직을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7월 1일이 다가오면서 잠잠함이 불안하던 그 즈음에
아니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호
KTX 새마을 승무원 노동조합은 무기한 단식 농성
할 수 있는 법이 되어야 한다. 이 법에 대한 비판적
에 들어갔고 이랜드 일반노동조합은 매장을 점거했
질문을 던지고 재구실을 할 수 있도록 바꾸어 내는
다. 7월 1일이 시행이라면 설마 6월 30일까지만 일
노력이 남은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중상담이라
하라고 할 것인가, 그렇게 빤히 보이는 뻔뻔한 해고
칭할 것도 없이, 기간을 정할 것도 없이 찾아 바꾸기
를 할 것인지 의심스러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의 노력은 지속돼야 할 것 같다.
뉴코아와 홈에버에서 현재까지 1,000명을 해고했는 데, 시행령 전날인 6월 30일 뉴코아에서 300명을 정
신기루 ● 미록♡♡♡ 농구가 좋아
2007. 7∙8 5
민우ing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호주제를대체하는새로운신분증명제도의 가능성과우려 여진∙다라 ●
2005년 위헌판결을 받고 폐지된 호주제를 대신하여 2008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
년부터는 새로운 신분증명제도가 시행된다. 지난 4월 27
자관계증명서)로 분류하여 발급한다. 회사나 공공기관에
일, 국회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을 통과시킴
신분 증명이 필요한 경우 불필요하거나 공개를 원치 않는
으로써 드디어 새로운 신분증명제도를 마련하였다. 새로
개인정보 유출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은 본적
운 신분등록 제도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
과 성명을 알고 있으면 타인의 호적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
가 주목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만 새 제도 하에서는 본인, 직계혈족, 직계비속, 배우자, 형제자매만이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여 개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개인정보의 편제 방식에 있다.
인정보 보호가 강화되었다(라고 하지만 사실 이것이 당연
호적법에서는 일정 지역에 본적을 정한 가부장적 호주를
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남의 혼인∙이혼경력, 성명 변경,
기준으로 그 가족의 구성과 내력을 기록하였다(때문에 혼
성별 변경, 입양 내용 등을 타인이 맘대로 볼 수 있다
인 또는 이혼한 여성의 경우 아버지, 남편(시아버지)의 호
니..--;).
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새로운 법률은 모든 개인이 자신 의 기록부를 가지고 국적 및 가족관계 등 신분 사항을 기
새 신분등록제도에서의 변화 중 주목할 것 또 하나는 자녀
록하는 1인1적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들이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혼인신고 시 자녀들이 어머니의 성을 쓰기로 부부가 합의하고 출생신
호주제 하에서는 하나의 기록부인 호적등본에 모든 개인
고 시 한 번 더 신고하면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사용할 수
의 정보와 가족의 정보가 집적되어 있어 개인정보의 과다
있게 된다(그러나 자녀들의 성이 서로 다르면 안 된다고
유출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새로운 법률에서는 개인의 신
하니 첫째는 엄마 성, 둘째는 아빠 성 붙이는 재밌는 상상
분증명서를 증명 목적에 따라 5개의 증명서(기본증명서,
은 실현 불가능하게 되었다^^;).
6
호주제의 극심한 성차별성과 비인권적 문제점이 일부 수
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증명서 발급 시 불필요한 경우 변
정되었으나 이 법은 여전히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동내용을 삭제하고 발급하는 등 시행규칙(법을 실제로 시
우선 1인1적제를 기본으로 한다면서도 법률명을 ‘가족관계
행할 때 필요한 세부사항에 대한 규칙)에서 제정 된 법률
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이라고 한 것은 이 법의 가장 큰
의 한계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
한계이며 아쉬움이다. 이는 호주제 폐지라는 커다란 변화
다. 또한 모든 증명서에 필수사항으로 들어가 있는 본, 등
에 불안을 느낄 국민정서를 고려한 법률명이라고 하는데,
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도 신청인의 의사에 따라 취사
이러한 이름은 본 법률이 개인을 중심으로 한 신분등록제
선택하여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선택항목으로 변
임을 전혀 드러내고 있지 못한다는 데서 우선 부적절 할
경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개인의 신분을 가족관계안에 묶어 두 는 시각을 견지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신분등록부에는 개인의 모든 신분사항, 변동사항이 집적
또한 행정편의상의 이유로 개인의 신분 증명을 하는데 전
되어 있다. 국가 차원에서의‘효율적 관리’ 에만 집중하면
혀 상관없는‘본적’ 을‘등록기준지’ 라는 이름으로 존속하
개인에 대한 통제와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높고, 개인의
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않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고,‘본’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 크
과 주민등록번호가 모든 증명서에 선택의 여지없이 필수
다. 개인정보의 관리에 있어서 개인의 인권이 더욱 신중하
항목으로 들어가는 것도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과도한 노
게 고려되도록 계속된 노력이 필요하다. 여진∙다라 ●
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개인의‘신분사항’ 과‘신분변동사항’ 이 전혀 분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심각한 우려지점이다.주1) 개인 신분의 변동사항이 일반신분사항이라는 항목에 모두 기재되고, 증명 당시 신분상태와 상관없는 과거의 변동사항이 드러
기본증명서 예시 등록기준지
전북 군산시 나포면 옥곤리 1번지
구분
상세내용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일] 2008년 01월 01일
작성
[사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부칙○○호
나게 되는 것이다. 개명을 했거나, 성전환을 했거나, 국적 이 변화되었거나 하는 등의 내용이 원치 않아도, 필요하지
구분
성명
출생년월일
주민등록변호
성별
본
남
全州
본인 이철수(�鐵水) 1968년 12월 31일 681231-1○○○○○○
않아도 모두 드러나게 되고, 혼인관계 증명서에는 이혼경 력이나 재혼 사항 등의 변동내용이 기록되어있어 이를 알 릴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사적인 정보가 그대로 유출되고 마는 것이다. 이는 심각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성변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극심한 사회에서, 직 장을 구할 때 성변환 사실이 드러난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
일반신분사항
구분 출생
상세내용 [출생장소] 군산시 나운동 20번지
[신고일] 1968년 12월 31일
[신고인] 부
[신고관서] 군산시
국적 회복 개명
1) 민우회가 함께 활동한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 2004년부터 성평등과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 해소, 정보인권 보호라는 원칙 하에 목적별 신분증명제도를 만들어내고 입법화를 위해 노력해 왔던 시민사회단체 연대체로 신분사항기록부와 신분변동사항인 변동부를 분리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2007. 7∙8 7
민우ing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성폭력 사건
스포츠하는‘여성’ 을위협하는폭력과차별, 이에맞서는아주상식적인대안들 박봉 ●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성폭력사건이 발생한 지 두달이 지났다. 4월 26일 우리은행측은 박 감독이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사퇴하였다고 밝혔고, 박 감독은 5월 30일 구속수감 되었다. 그리고 6월 29 일 1차 공판이 있었다. 박 감독을 성폭력으로 고소한 피해선수와 박 감독 사퇴 이후 신임감독 선임과정에서 성차별로 인 해 채용탈락 되었음을 제기한 박찬숙 농구인, 두 여성의 용기로 폭로된 스포츠계의 성폭력과 성차 별은 6월 27일 민우회와 문화연대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사실 나는 스포츠에 그닥 관심이 없다. 소위 성별차이에 따라 달리 주어지는 체육, 운동의 경험, 접 근성, 비격려에 의한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원하지 않아도 몸 좋다는 이유로 체육부장이 되고, 잘 하지도 못하는데 선수제의를 받았던 나로서야 그렇게 주장하기는 좀 어렵고, 아마도 즐기는 것 이라면 춤이든, 노래든, 운동이든 몽땅 어색한 천성과 승부근성이나 집요함과는 거리가 먼 널널한 성격이 한 몫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남잔지 여잔지 프로농구단이 있다는 얘긴 들어본 거 같은데 선수 한 명 알지 못하고 프로농 구단 이름은 당연히 들어본 적도 없는 와중에 스포츠계의 성차별이라니!! 스포츠는‘페어플레이’ 가 기본이 아니던가. 그 곳에 다른 분야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비상식적 플레이가 횡행한단다.
8
현재 우리나라에 여성 프로팀이 있는 종목은 농구(6팀)와
한편,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박 감독은 우리은행을 사직했
배구(5팀) 2개 종목이다. 이들 팀을 이끄는 감독과 코치 22
다. 박 감독은 우리은행의 직원이다. 피해선수는 우리은행
명 중 여성은 단 한명이다. 실업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농
구단의 소속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은행이 할 일은 너무
구(5팀), 핸드볼(5팀), 축구(5팀), 하키(5팀), 소프트볼(2팀)
명확하다. 우리은행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환경을 제공
등 주요 종목에서 감독 중 여성은 2명뿐이다.
한 것을 사과해야 하고, 성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징계하지
이 외 44개 종목에 걸쳐 1859개의 여성 실업팀에는 여성
않고 사직으로 무마하려 한 것을 사과해야 하며, 피해자가
지도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대한체육회는 파악조차 하지
내외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선수생활과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다. 다만 비인기 종목인 것을 감안해 여성지도자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해야
수가 훨씬 적을 것이라는 예측만 할 뿐이다.
할 일이 많다. 우리은행도 알고 있을 것이다. 관련법이 만
그럼, 인재가 없어서냐. 체육의 꽃(이런 표현에 비호감이
들어진 지 벌써 8년이나 지났는데, 총자산 200조가 넘는
신 분들께 죄송하다-.-;)이라고 하는 올림픽에서 76년부
최정상급 은행이라면 법을 알려주는 변호사도 있을 테고,
터 96년까지 20년간 여성선수가 딴 메달이 전체의 40%에
은근슬쩍 모르는 척하기에는 너무 큰 기업이지 않은가.
달한다. 세계에서 이름 떨치는 스포츠인 대다수가 여성이
민우회,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는 6월 29일 우리은행 앞
다. 그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가고, 남자스포츠도 남자가, 여
에서 시위를 했다. 우리은행 성폭력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성스포츠도 남자가 지도자를 할까?
자세와 해결을 촉구했다. 선수를 트레이드한다는 소문도
박찬숙 농구인은 우리은행 신임감독 후보 6명 중에 올랐
있고, 박 감독은 재판장에서 몇몇 질문에‘술을 많이 먹어
다가 1차 과정에서 탈락되었다. 박찬숙은 이를 성차별로
서 기억이 안 난다’ 고 했다. 최모의원을 역할모델 삼았나
인권위에 진정했다.
보다. 우리은행이 처음부터 사건을 제대로 풀지 않아서다.
신임감독은 남자가 되었다. 10년 동안 여자감독은 한명도
다시 각을 잡아야 한다.
없었다. 우리은행장은 유승희 의원과의 통화에서“강력
문화관광부는 27일 토론회에서‘이 정도인지 몰랐다. 대
한 리더십을 가진 남자감독이 팀을 위해 필요하다” 고했
책을 세워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고
다고 한다. 우리은행 구단측은 6명의 감독후보를 나란히
했다. 미덥진 않지만, 믿는 거 말고는 대책이 없으니 일단
놓고 누가 가장 감독으로서 적합한지 꼼꼼히 살펴보았을
믿어보자. 두 여성의 용기로 스포츠계가 평등과 인권확보
까? 공정한 평가의 대상으로‘박찬숙’ 이 있었는지,‘들러
라는 가치를 돌아보고 새롭게 만들어낼 기회를 갖게 되었
리’ 로‘여성’ 이 있었는지에 대해 우리은행측은 대답을 해
다. 감사한 줄 알아야 한다.
야 한다.
박봉 ● 필자소개 매번 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는 게으른 봉처장
이 글이 씌어진 후인 7월 6일, 박 감독은 사회봉사 200시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우리은행은 같은 날 성희롱예방교육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만취와 국위선양이 감형의 이유가 되었다. 우리은행과 체육계가 약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해야 할지는 아직 모른다. 갈 길이 멀다.
2007. 7∙8 9
민우칼럼 창
올
해는 87년 6월항쟁 20주년이자,
‘민주정부’10년이 되는 해이다.
러싼 여론질서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
것이며, 다른 하나는 성매매에 대한 금지
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의(禁止主義)적 규율이다. 전자의 측면 에서 성매매특별법은 한국사회를 세계적
민주정부 10년이 된 오늘, 많은 사람들은 민주정부 10년의 실패와 한계를 이야기
나는 요즘 여성부와 여성운동의 여러 성
표준에 다가가게 하는 계기가 된다. 후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와 한계에도 불
과 중의 하나로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의
와 관련해서 논한다면, 자본주의 사회에
구하고 국민정부 하에서 이루어진 6∙15
시행을 둘러싼 실천이 뭔가 보완적으로
서는 성매매와 관련해서 금지주의(禁止主
남북화해,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부의 설
고민해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義)나 합법주의, 규제주의와 같은 쟁점이
치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여
그동안 진보적 여성운동은 우리 사회의
존재한다. 성매매특별법은‘금지주의’대
성 정무장관, 여성특별위원회를 거쳐
성매매를 극복하기 위해서 성매매특별법
‘합법주의’ 의 쟁점에서 전자에 선다고 판
2001년 국민정부 하에서 여성부가 신설
제정을 선도했고 현재 이의 철저한 시행
단된다. 성매매특별법을 합법주의나 성노
되었다면, 참여정부 하에서는 2004년 성
을 지원하는 입장에 서 있다. 이는 긍정
동자의 입장에서 쟁점화하는 입장도 있
매매 특별법의 시행, 2005년 3월‘호주
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자유롭고
을 수 있겠지만-물론 이것도 우리 모두
제 헌법불합치’판결이라고 하는 획기적
자율적인 성의 영역(여기서부터 성은 섹
의 고민의 주제이다-현재 우리가 서둘러
인 제도적 변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제도
슈엘리티보다는 주로 섹스의 의미에서
야 할 것은, 왜곡된 공식적인 성문화를
적 변화는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일부로
사용된다)을 확장하기 위한 급진주의적
변화시키는 노력이다.
성장한 진보적 여성운동이‘주류 여성운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 -사회전체적인 구도와는 별개로-으로
성매매특별법에는 두 가지 성격이 공존
주지하다시피 우리 사회에는 성(sex)에
전환되었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러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성노예 금
대한 이중적인 잣대가 존재한다. 공식적
한 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가부장적 질서,
지’ ,‘인신매매 금지’ ,‘여성에 대한 폭력
으로‘유교적’성비하(性卑下) 인식과 행
성문화, 젠더정치, 성(sexuality/sex)을 둘
근절’ 이라는 보편적인 규범을 구현하는
태가 존재하면서, 비공식적∙음성적으로
이중적 성문화의 극복과 자율적 성영역의 확대 성매매특별법, 금지주의, 도덕주의
10
조희연 ●
는 세계적으로 성매매에 가장 쉽게 접근
적인 성의 영역’ 을 확장함으로써 성매매
일정한 변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하나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
를 촉진하는 구조적∙관계적 근거를 동
의 제도변화는 다양한 현실적 결과를 가
현존하는 성에 대한 도덕주의적 관념은
시에 극복해 가야 한다. 이러한 자율과
져올 수 있다. 만일 호주제 폐지로 인한
‘공식적 성윤리와 비공식적 성문화’사이
자유의 증대는 다양한 성적 취향의 표현
가부장적 구조의 변화가 이중적 성문화
의 괴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
양상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더욱 개방성
의 지속과 맞물릴 때, 가족 관계의 변화
하면서, 성매매를 음성적으로 더욱 확대
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는 지체될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자율적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처벌받지 않는
금지주의 자체의 지향에 대한 해석이 다
성의 영역의 확대가 어렵게 될 수도 있
성매매는 역으로 이중적인 성문화를 다
양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사랑과 책임이
다. 성매매 금지노력과 호주제 폐지로 인
시 강화하는 악순환구조를 형성하고 있
수반되지 않는 성’ 이 아닌 권력과 돈, 폭
한 가족관계의 변화가 성문화의 자율성
다. 이런 점에서 성매매특별법이 전제하
력에 의한 성을 금지하고자 하는 지향일
확대와 음성적인 성매매의 축소라고 하
는 금지주의를 수용하되, 그것이 대중들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성매매 금지를 추구
는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는 보완적 노력
에게 성문화 일반에 대한 도덕주의적 규
하면서도 동시에‘사랑을 전제로 한 성의
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율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보완적인 실
자율적 영역’ 을 대폭 확장하는 노력이 함
주어진 젠더질서로서의 남성과 여성의
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께 가야할 것이다(물론‘사랑을 전제로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젠더정체성을
이런 노력에는 간통제의 폐지와 같은 제
한 성’자체도‘일부일처제적 성’ 과 동일
구성하고자 하는 진보주의자들 모두의
도적 변화에 대한 노력도 포함될 것이다.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책임을 전제로
몫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차원을 넘어서서 성인식
한 성’ 이라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우리 사
에 대한 급진주의적 전환이 더욱 근본적
회의 사회제도적 변화를 통해서-물론 가
인 것으로 생각된다. 성은 수치스러운 것
족을 둘러싼 성역할의 변화와 함께-
이고 은밀한 것이라는 인식을 바꾸어야
그 책임 자체의 하중(荷重)을 낮추
한다. 나는 성은 여성과 남성 주체들의
어 가야 할 것이다.
자기결정권에 따라 열려진 영역으로 생
여성운동은 또 하나의 쾌거인
각한다. 즉‘둘이 좋으면 맘대로 하게 하
호주제 폐지라고 하는 전환적
라’ 고 말하고 싶다. 사회지배규범인 공식
계기를 맞고 있다. 호주제 폐지
적인 성문화의 해빙(解氷)을 통해서‘자율
는 중장기적으로는 가족관계의
조희연 ● 성공회대에서 사회과학부∙NGO대학원 교수이자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한국여성민우회 이사로 함께하고 있다. 80년대부터 이론과 실천 영역에서‘학계의 마당발’ 이라고 지칭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해오다가 최근에는‘종합병동’ 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닐 정도로 '비실비실하게' 살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dnsm.skhu.ac.kr
2007. 7∙8 11
민우스케치
� 2007여성주의학교「여성노동,
가로질러사유하기」 여성노동과 신자유주의, 가족, 성, 건강을 조합한 주제로, 여성노동 을 둘러싼 다양한 의제들을 통합 적으로 조명해 보는 시간을 가졌 습니다. 6월 26일~7월 5일
� 제4회 달빛시위 성폭력의 책임과 원인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달빛시위가 있었습니다. 서울 곳곳에서 4
�「스포츠하는‘여성’ 을 위협하는 폭력과 차별,
이에 맞서는 아주 상식적인 대안들」토론회
팀이 출발하여 시내를 행진한 후 서울역 광장에서 모여 집회를 가졌습니다. 7월 6일, 서울역 광장
민우회와 문화연대는 전 우리은행 농구팀 감독의 소속 여성선수 성 추행 사건과 함께 스포츠계에 만 연한 성차별과 성폭력 실태를 공 론화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6월 27일, 배재학술지원센터
� 2007
상근활동가 워크샵 「연가리에서 쉬다」 산좋고 물좋은 강원도에서 즐겁게 쉬고 왔습니다. 7월 12일~14일
�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차별 실태 드러내기 증언대 �「여성건강포럼 :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으로서의 젠더」
(여성노동연대회의 주최)
여성건강정책 및 방향 모색을 위한 1차 여성
반노동기업 이랜드의 임금, 모성보호, 고
건강포럼을 열었습니다. 여성건강문제를 사
용불안, 직장내 성희롱, 공권력 탄압에
회적인 이슈로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대한 이랜드 여성 노동자들의 사례를 발
대안과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여성건
표하는 증언대를 열었습니다.
강포럼을 연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입니다.
7월 19일, 강남 뉴코아 점
7월 11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
※ 민우회는‘나쁜 기업 이랜드 불매 시민행동’ 에 참여합니다. 함께 해 주세요.(홈페이지 참조)
12
연재기획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 자매애는 있는가 ③ 행복찾기
연재기획
① ②
민우역사기행 ① ②
1997 민우회와 돌꽃, 지하철을 건들다 1988 직장내 폭력 추방운동 ③ 성희롱 소송, 그 역사적 장정에 함께 하다
Happiness
행 복 찾 기
때론 여성주의자들의 머리와 심장에‘행복칩’ 이 하나씩 들어 있는 SF적 공상을 해본다. 여성주의자들을‘까칠하게’만드는 지뢰밭이 여기저기 널 려 있어도 끄떡하지 않도록. 하지만 결국 행복칩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억지웃음을 짓지 않으면서도 꿀꿀함 속에서 새록새록 즐거움을 찾는 비법이 가득한 행복칩을…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나를,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가만히 떠올려 보자. 이래저래 서로의 지혜를 나눌수록 우리의 행 복지수는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연재기획‘자매애는 있는가’ 를 읽고… 어느 날, 함여에 실린 글에 대한 의견이 편집부로 전달되었다. 함여의 한 독자 분께서 5∙6월 호 연재기획‘자매에는 있는가’ 에 대해 다른 의견을 보내주신 것이다!! 뜨거운 관심과 열정에 감동한 편집팀은 이 페이지를‘경사났네’컨셉 으로 디자인해 달라는 오바스런 주문으로 기획사를 괴롭히기까지…;; 곰꼼히 읽 고, 생각해 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함께가는 여성」 에 대한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민우역사기행 민우회 20년 역사 속으로 떠나는 민우역사기행. 세번째 도착지는 1993년 서울대 성희롱 사건이다.‘직장내 성희롱’ 을 사회적으로‘문제화’ 하고 이에 대한 법과 제 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던 바로 그 사건. 한 여성의 용기와 사회의 연대가 이루 어낸 변화의 현장으로 함께 떠나보자.
하나의 사고방식, 하나의 생활방식을 강요하는 사회는 인간
행복으로가는길
사회가 아니다(트린 T 민하). 우리는 인간이길 거부한 건 아 로미오 ●
니지만 그‘하나’ 에 목숨 걸듯이 자신을 재단하고 저울질하 고 상대(대상)에게 맞추려 자신을 채찍질한다. 이렇다 보니 “너 행복하니?” 라는 질문처럼 당혹스러운 게 없다. 행복이
행복으로 가는 길 The way to happiness 가슴속에 증오심을 갖지 말고, Keep your heart free from hate, 마음속에 걱정을 담지 말라. your mind from worry. 검소하게 생활하고, Live simply,
연 재 기 획 Ⅰ 행 복 찾 기
란 게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자기 만족감이란 것을 아 주 잘 알고 있으며, 수많은 감정의 결들 속에서 행복감도 무수히 느꼈겠지만‘행복’ 이 무엇인지를 글을 배우는 아이 처럼 되짚어 가게 된다. 행복(감)은 따뜻함이고, 사랑스러움
기대는 적게 하며, expect little,
이고, 충만하면서도 날아갈 듯 가볍고, 온화하고, 부드럽고,
많이 베풀어라. give much.
흐뭇하며, 식물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대의 인생을 사랑으로 채워라. Fill your life with love. 햇빛을 퍼뜨려라. Scatter sunshine.
그러나‘내’ 가 중심에 있지 않은 채 타인∙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불행의 시작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라. Forget self, think of others.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나’ 를 희생하는 것은 애증을 낳고,
그들이 그대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그들에게 행하라.
분노와 상실을 느끼는 자신을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애
Do as you would be done.
도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못마땅해 하고 엄격한 잣대와
- H.C. Mattern -
칼날을 들이대는 사람에겐 행복이란 선물이 없다. 대신 안 타깝고 답답하고 실망스럽고 한없이 부족하고 화나고 존재
행복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멀지 않다는 가르침을 주는
감 없이 비참해진 어둡고 무거운 그늘이 어깨에 불청객처
H.C Mattern의 글이란다. 그러나 로미오는 이 글귀를 다시
럼 눌러 앉았음을 알게 될 뿐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쓰고 싶다.
아는 사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듯 내가 행복해야 관계도 행 복해지는 것 같다. 행복이 자원이나 꿈이나 열정이나 건강 이나 직업 등을 만족스럽게 가지고 있는 자들이 느끼는 마
가슴속에 분노를 갖되,
음의 호사/사치 같더라도 좋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하나’
삭이지 말고 현명하게 표출하고,
에 연연하며 내 눈으로 나를 보지 못했다면, 내 자신과 오
마음속에 응어리를 담지 말라. 내 마음의 사치를 한껏 누리고, 기대는 적당하게 하며, 나를 희생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베풀어라.
롯하게 만날 수 있는 시∙공(간)은 나의 행복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는 그 누구도 나에게 줄 수 없는 사랑스러운 ‘나’ 를 이미 가졌으니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두려움은 주저함을 낳고 그 주저함이 두려움을 현실로 만
그대의 인생을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채워라.
든다지 않는가! 자뻑이면 어떻고, 많이 부족하면 또 어떤가,
자존감을 퍼뜨려라.
나를 알고 나의 욕망을 알고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
어떠한 경우라도 자신을 잊지 말고
가다보면, 가는 여정 여기저기에 행복이 오종종 피어있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라. 그들이 그대에게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그들에게 행하라.
것을…. 캔디만 거울 속의 자신과 대화하지 않는다. 난 오 늘도 거울을 보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외친다.“나는 행 복한 로미오! 넌 어쩜 그리 멋지니!”
14
내가행복하게살수밖에 없는이유들
행복
주설령 ●
이화영 ●
하나. 다섯 남매의 셋째 딸, 어린시절부터 셋째 딸은 선도
자칭 무색, 무미, 무취인 내게 행복이란 통통 튀는 그 무엇
보지 않고 데려간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다. 위로 언니 둘
인 것 같기도 하고, 광채 나는 그 무엇인 것 같기도 하다.
과 아래로 남동생 둘. 가부장적인, 그것도 나이가 많으신 아
분명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도 어제 하루를 보내면서도 난
버지(나의 아버지는 이북에 처자를 두고 어찌어찌하여 홀로
그 단어를 여기저기서 보고 듣긴 했는데…. 추구해야 할 가
내려오신 분이다) 밑에서의 셋째 딸의 위치를 상상해 보시
치인가? 잠시 즐거운 느낌인가? 진하게 눈물 흘릴 수 있는
라! 눈치 100단이기에 누구와도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고
감동인가? 앗, 그냥 하루하루의 삶인가? 아무런 이유 없이
살아왔다. 나의 행복칩은 그렇게 시작되고 발휘되었다.
가득 채워지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야말로‘행복감’ 으로
둘. 사회로 직접 나가 돈을 벌진 못하지만 남편 월급이 내
보내는 시간이 있는 반면 행복의 의미들을‘굳이’되새김질
월급이 되는 월급날 25일 이후, 20만원쯤의 돈을 찾아 남
하면서 생활하게 되는 시간도 있다.
대문 시장으로 간다. 이름하여‘20만원의 즐거움.’
여유가 사라진 요즘의 내 생활. 오늘 아침에도 난 4분의 1
셋. 민우회에서 10여년을 자원활동가로 일하면서 북악산의
쪽이 되어야 했다. 마지막 시험날이라고 큰 딸은 누렇게 돼
사계절을 음미하게 되다. 상계동에서 광화문까지 번잡한 시
서 아침도 먹지 못하고, 둘째 딸은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내를 거치지 않고 일주일에 두 번은 피톤치드를 맡으며 북
어찌 그 모든 말들을 무시할 수 있을까? 한 숟가락이라도
악스카이웨이를 이용한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자욱한 날,
먹이려 뭔가 준비를 한다. 두 딸이 학교에 간 후 남는 건
정상에서의 커피맛이란…. 가끔은 향이 좋은 담배도…. 급
남편과 나. 일주일간 출장을 가는 남편의 비행기시간 대기,
기야는 내년 2월 북악산 자락의 우암동으로 이사할 계획을
그 사이 난 남편이 빠뜨린 옷가지 몇 개와 집안 정리를 후
하고 있다.
다닥 마친다. 남편이 떠난 후 가방을 챙겨 모초등학교의 미
넷. 각자 사는 게 바빠서 자주 못 만나는 사랑하는 친구와
디어 수업을 위해 발걸음도 당당히 나섰으나 왠지 머릿속
뜬금없이 만나 내가 자주 가는 곳이나 그녀가 자주 가는 곳
은 어수선하다. 학교에 도착하니 이미 우리의 몇 분 미디어
을 함께 걷는다. 서울 한복판에서 즐거울 수 있는 곳. 덕수
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분위기 전환. 그리고 애들과의
궁과 그 옆 돌담길의 미술관, 경복궁과 삼청동의 식당, 창
수업. 참 재미있고 유익했다고 인사해 주는 한 남학생의 말
경궁과 인사동 그리고 조계사 안뜰까지, 평창동 미술관과
에 미소로 답한다(때론 아이들의 수업태도에 조금 우울해지
카페, 성공회 교회 뒷마당과 찻집, 그리고 길상사….
기도 하지만).
다섯. 20여년 함께 살고 있는 시어머니랑 하루 종일 말 안
이번 주 내 일상의 모습 중 하나이다. 4분의 1이 된 나? 이
하고 지내보기. 처음 시도할 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몇 번
게 전부 나? 허나 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잠깐이나마 바람
하다보니 요령도 생기고 죄책감도 덜하고 묘한 쾌감도 있
을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맘이 맞는 친구와 전화로 수다
다. 자연스럽게 나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함께 집에
떠는 것, 일주일에 하루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 땀을 흘리
있어도 나는 행복하다.
는 것, 그리고 항상 새로움을 꿈꿔 보는 것. 이게 나의 행복
연 재 기 획 Ⅰ 행 복 찾 기
이 아닌가 싶다.
2007. 7∙8 15
진정행복을찾고싶다면 빨간약을삼켜라 버사 ●
다는 듯이 가지고 있다. 나에게 부모계는 다 똑같은 친족이 며 여기에 차별적인 인식과 관행이 존재하는 것은 이성적 으로 납득할 수 없었다. 과거 내가 성장한 70년대에 자녀의 양육은 여성에 의해 이뤄졌으므로, 외가는 친가보다 더욱 가깝고 친밀한 존재였다. 요즘은 어떤가? 모일간지에서는 증가하는 맞벌이부부로 자녀양육을 외할머니가 담당하면
연 재 기 획 Ⅰ 행 복 찾 기
여성주의자로서 행복했던 경험에 대해 생각해본다. 참으로
서, 사위가 장모눈치를 보는 모계사회가 도래했다고 뻥튀기
어렵다. 여성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그간 여성에게 배제되어
를 하고 있지만, 모계가 떠맡는 역할은 점점 커짐에도 불구
왔던 행복을 찾겠다는 개인의 강력한 행복추구권의 주장이
하고 그 대접은 여전히 형편없다.
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그간 나름대로 익숙해져버린 삶
내 연차휴가를 이용해서 외할머니 장례식을 마치고 회사로
을 버리겠다는 것이고, 빨간약을 대뜸 집어삼키고 가부장제
돌아왔고, 회사 동료들과 경조사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라는 단단한 그물망의‘매트릭스’ 에 도전을 해보겠다는 겁
공론의 장을 마련코자 했다. 예산의 한정이라는 흔한 변명
없는 용기이다. 한마디로 여성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고생을
앞에서 왜 선택의 문제에서 한쪽이 전면적으로 배제되어야
각오하라는 말씀이다. 하지만, 너무 의기소침할 것은 없다.
하는지 납득할 수 없으며, 기타 복리후생비용을 할애하거나,
비록 자주는 아니지만,‘고진감래’ 라고 힘든 노동 후에 새참
부계에만 전적으로 지원되는 비용을 반으로 줄여 부모계 똑
이 꿀맛이듯, 고생 끝에 맛보는 참 행복이라는 값진 결과도
같이 지원하는 등 방법을 고안할 것을 제의했다. 결과적으
있다. 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행복을 맛본 적이 있다.
로 최근 회사에서는 복리후생규정 자체검토를 통해 부모계
몇 년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내가 존경하던 몇 안 되
경조사 부담을 나누어 외조부모에 대한 경조사 지원을 가능
는 인물 중 한분이 외할머니였다. 여자도 책을 많이 읽어야
케 규정을 바꾸는 것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여성주의자로
하고 배워야 한다고 가르쳐주신 외할머니, 우리 집에 놀러
서 오랜만에 맛본 달디단 행복과 뿌듯함의 순간이었다.
오시면 꼭 내손을 잡고 근처 문방구로 데려가 책 한권을 고 르게 하셨다. 지금의 내가 가진 책에 대한 욕심과 활자 중 독은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유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행복은항상내곁에~
외할머니의 부고를 즉시 회사에 알렸다. 또, 조부모 사망 홍미용 ●
시 사용가능한 경조사 휴가내용과 지원비용에 대해 문의했 다. 인사부 직원은 조부모 사망과 관련된 복리제도를 설명 해주었다. 그러나 외조부모라는 사실을 얘기하자, 외조부모
16
“그래서 어쩌라고?” “네에~네에 알겠습니다~ 제가 원래
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부계에 당연히 지원되는 조
쫌 그렇거든요~” “그래도 엄마보단 나아!”
의금, 화환, 경조휴가 등이 모계에는 전혀 지원되지 않았다.
요즘 이 아줌마는 이제 막 사춘기로 접어든 반항끼 만빵인
나는 당황했고 분노했다.
초딩 5학년짜리 딸애랑 날이면 날마다 온갖 유치한 문제로
90년도에 민법에 친족 정의 수정이 있었다. 이전에 부계8
사사건건 전쟁 중이다.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한다고
촌, 모계4촌까지였던 것을 부모계 다 4촌까지로 수정하여
했던 귀엽고 사랑스럽던 내 딸은 어디로 갔을까? 눈을 흘
부모계의 차별을 철폐한 것이다. 하지만 기업체 복리규정에
기고 악다구니로 대들고 급기야는 은밀한 약점까지 들춰내
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인식과 관행은 여전히 가부장
서 엄마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12살짜리 어른인 척
제에 머물고 있으며, 모계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를 당연하
하는 아직 덜 자란 여자애! 세상에나! 천사 같았던 내 사랑
이 졸지에 웬수덩어리로 급변하다니 답답하고 괴로운 이 내 가슴을 누구에게 위로 받을 수 있을까?
행복
내 인생의 반쪽이라던 남편은 살벌하고 팽팽한 그러면서 이 소다 ●
루 말 할 수 없이 치사한 작금의 모녀 전쟁을 머리로 이해 하기를 포기한지 이미 오래다. 게다가 가슴으로 공감하기는 더더욱 어려운지라 못 들은 척, 못 본 척, 말 못하는 척, 만
나는 때때로 행복하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이 오기로 한
만치 않은 두 여자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 코가 석자다.
날을 앞질러 뜻밖의 시간에 고스란히 안겨질 때, 왈랑거리
그러던 어느 날! 내게도 뜻하지 않았던 행운은 찾아왔다.
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펼칠 때 나는 행복하다. 냉장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2박 3일로 캠프를
떨이를 할 작심으로 남은 반찬 모두 털어 넣고 큰 양푼에
간다고 했다. 얼마 만에 가져 볼 분쟁 없는 세상에서 조용
밥 비벼 아이들과 숟가락 쌈질을 해대며 얻은 든든한 포만
하고 평화로운 나만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
감에 나는 행복하고, 직원들과 열 띤 토론 후에 얻게 된 색
던가? 현관에서 섭섭한 척 배웅을 하고 돌아서는 순간 배
다른 아이디어에 화들짝 놀라며 행복하다. 받지 않으려니
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우선 깨끗하게 집안 청소를 했다.
각오하고 한 인사에 경비원 아저씨 소탕하게 웃음으로 화
그 다음엔 딸애가 분위기 따운이라며 질색하던 클래식 음악
답할 때 행복하고, 막히려니 마음 비우고 간 길이 뻥 뚫릴
을 틀었다. 카페인 중독자 되려고 그러냐고 잔소리 하고 시
때 나는 행복하다.
비 거는 사람도 없으니 커피도 하나 가득 내렸다. 꼴 내키는
하지만 때때로 행복하지 않다. 구조적 모순 속에 있는 그들
대로 신문도 보고 잡지도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케이블
에게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어설프게 강의하는 내 직업이
에서 19세 빨간 딱지가 그려진 영화도 봤다. 입이 심심하면
행복하지 않고, 해도 해도 뚫을 수 없을 듯한 유리천장, 유
슈퍼에 가서 다양한 주전부리를 사다가 뒹굴며 먹었다.
리벽이 나를 옥죌 때 행복하지 않다. 화장실 갈 틈도 없이
그런데! 딱 24시간, 만 하루였다! 슬슬 심심하고 무료해졌
동동거리며 바삐 일하고 돌아온 허기진 밤, 한 톨도 남지
다. 딸애가 있을 땐 악착같이 틈새를 노리면서 즐겼던 소소
않은 밥통을 보면서도 남편처럼 짜증 못 내고 눈치 봐야 하
한 일상들이 막상 아무런 제약이 없어지고 나니까 덜 재밌
는 내가 행복하지 않고, 학부모회 구석발치에서 애들 학원
게 느껴졌다. 게다가 얼굴 맞대면 또 으르렁거릴 걸 빤히
얘기, 성적 얘기 들은 날 밤, 좋은 엄마 못 된 자책감에 뒤
알면서도 웬수덩어리 딸이 없다는 것이 허전하기까지 했다.
척이며 행복하지 않다.
참 웃긴 일이다. 또 너무나 뻔한 사실이기도 하다. 지긋지
그래도 아직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내가 딛고 있
긋하다고 꼬리표 딱 붙여났던 내 생활이 결국은 소소한 것
는 이 땅, 내 방식으로 치를 수 있는 역할이 있고, 모자라지
들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조건이 되었다는.
만 내가 가는 길을 모델 삼아 꿈을 키우고 있는 후배들도
행복이란 말은 흔해빠지고 진부한 말이라서 별로 흥미로울
있다. 애면글면 함께 통탄하고 함께 헤쳐 나갈 식구들도 있
것도 없는 얘기꺼리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행복해지기
고 친구들도 있다.
위해 꼭 뭔가를 새로 가지거나 또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행복은 행운처럼 기다린다고 우연히 와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결
스스로 찾고 만들고 느끼고 새겨야 한다. 실낱같이 가느다
국 그냥 지금의 나를 또 내 삶을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면
란 행복의 기미라도 보이거든…. 꼭 붙잡자. 행복은 온전히
행복은 항상 내 곁에 있지 않을까? 딸아이와의 가열찬 전
내가 나를 위해 뜻매김하는 자축 파티다.
연 재 기 획 Ⅰ 행 복 찾 기
투가 내 행복의 일부분이라 여기며 오늘도 고고~싱이다.
2007. 7∙8 17
행복어사전
반려동물
▼
검색
이오 ●
맘보 : 연애하고픈 남녀는 개를 키워라. 행복하고픈 언니는 고양이를 길러라! 잠보 : 오잉? 고양이 두 마리에 강아지까지 식구가 불어나더
연 재 기 획 Ⅰ 행 복 찾 기
니 뭔 껀수 생겼어? 맘보 : 요즘 강아지 산책 델고 다니느라 말수가 늘었다니깐요. 처음 본 사람들이 막 말을 걸어요. 어제도 단추(강아지) 를 델고 나갔더니 어떤 훈남이 얘한테 말을 거네?
을까? 근데 동물과 함께 있으면 그런 순수한, 단순한 기쁨을 느낄 수가 있더라구. 그건 동물이 사람보다 극 도로 단순한 성질을 지닌 것에서 비롯되는 걸지도 몰 라. 사람을 대할 때 만큼 머리를 안 굴려도 되잖아. 맘보 : 특히 강아지는 기르는 사람들은, 얘들이 자신의‘확 장’ (extension of ego)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
잠보 : 같은 위치에 또 델고 나가봐, 마주치면 전화번호라도
이 잔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어요. 고양이는 약간의 얌
따게. 나도 공원에 머루(강아지) 델고 나갔더니 어떤
체성이 개성으로 돋보일 만큼 충분한 즐거움과 위안
아가씨가“어머, 넌 코믹하게 생긴 백설공주로구나!”
을 주어서 사랑스럽구요. 으으, 그녀석들이 저랑 나란
그러더니 떡을 한 봉지 안겨주데.
히 앉아서 텔레비전 볼 때 저 행복해용! 또 제가 문
맘보 : 강아지 앵벌이 시키는 주인님! 근데 짱구와 호동이(고 양이)는 앞발을 모으고 날 쳐다보는 모습이 얼마나 이 쁜지 몰라요. 고양이의 얼굴은 완전 대칭이어서 정말 아름다워요. 시각적 쾌감도 크다구요. 잠보 : 아름다움을 바로 옆에서 늘 접하는 것도 행복하지. 난
열고 들어오면 두 녀석이 박치기하듯 서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반가워할 때 좋아 죽겠어요! 잠보 : 내가 누우면 쫓아와서 척 내 팔베개하고 드러누울 때 뿌듯해~ 근데, 개나 고양이도 사람만큼 행복할까? 우 리만 행복해도 되는 거야?
그래서 길냥이 밥줄 때에도‘저 불쌍한 것들 도와준
맘보 : 걔네들의 행복을 최대한 보장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다’ 는 생각보다도‘저 이쁜 것들 조금 덜 배고프게 해
없겠죠. 동물을 기르면서 좀 식상한 표현이지만‘생명
야지’ 하는 생각이 더 들어.
에 대한 외경심’ 이 저절로 생겨나더라구요. 또 거창한
맘보 : 우울한 사람을 웃게 하고 팍팍한 도시인끼리 잠깐 동
말이지만, 살아있는 것들을 보살피다 보니까 인간을
안의 대화라도 나누게 하는 반려동물들의 힘은 어
기르는 것의 위대함, 그리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권
디서 나오는 걸까요? 그런 게 사람들을 잠시라도
리랄까, 그런 데 눈뜨게 됐어요. 퇴직금의 일부를 길
행복하게 하잖아요.
고양이 구제하고 중성화시키는 데 쓸거예요.
잠보 : 행복의 사전적�정의를 보니깐‘생활에서
18
만족’ 을 할 정도로 단순한 감정상태에 도달할 수 있
잠보 : 우리 언젠가 동물들의 행복추구권과 이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
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뭇한 상태’ 라네? 근데 내가 이런
얘기해보자. 오늘은 걔네들이 우리에게
행복감을 느끼려면 내 감정이 그
주는 행복에 대해서만 떠들어서 좀 미
냥 단순해져야 하는 것 같아. 사람이 아
안한 마음… 암튼 내 삶의 행복어사전
무리 성취를 하고 돈을 벌어도‘충분한
첫 페이지에는 반려동물, 두둥~
맑은피가 행복이다! 연 재 기 획 Ⅰ 행 복 찾 기
유기성 ●
‘행복.’이 평범하고 익숙한 단어를 얻기 위해 인간
야 한다. 그래야 당당할 수 있다. 하늘 아래 땅 위에
은 길고도 고통스런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수많은
‘내’ 가 가장 고귀한 생명임을 뼛속깊이 자각해야 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 그래야 어떤 실패와 모멸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바다로 가도 나 혼자
공짜 점심이 없다고 하듯 내가 보기에 공짜 행복도
산으로 갈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없다. 내가 원하는 행복의 양만큼 내 눈에서 피눈
그런 주체성 없인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다. 주체성
물 흘려야 그게 내 것이 된다. 간장종지만한 행복
은‘나를 알기’ 부터 시작된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
을 얻고 싶다면 그만큼 괴로워하면 되고, 항아리만
이 나인가. 스스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 가족도, 친
한 행복을 소유하고 싶다면 그만한 슬픔을 겪으면
구도‘나’ 를 온전히 알지 못한다. 나를 알 수 있는
된다. 하지만 태평양 같은 행복을 품고 싶다면 꼭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없다. 내 취향이 바로 나
그만한 싸움을 해야만 한다.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다. 내 싫고 좋음이 나이고, 내 욕망과 스타일이 바
사투를….
로 나다. 각자‘나’ 를 냉철히 파악해야 출발이 순조 롭다. 먼저 내가 나를 알고, 사랑해야 한다.‘관계 맺
진정한 행복엔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주체성이다.
기’ 나 소통도 그 다음이다. 내가 나를 귀히 여기고,
철저히 주체적이지 않곤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사회
어여삐 여길 때 정신적으로 직립(直立)할 수 있다.
통념에 따라 대충 살면 죽을 때까지 열등감에 휩싸
주체성 있는 사람이‘자기 고독’ 을 지켜낼 수 있다.
이고 불행해 빠져 허우적대기 십상이다. 전 세계 60
나는 이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본다. 자기
억 인구 가운데 똑같은 얼굴이 없듯‘나’ 는 이 세상
고독을 지켜낸 자와 그렇지 못한 자. 행복을 얻고자
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며 유일한 존재다. 신의
눈을 바깥으로 돌리면 언제나 허기지고 늘 상처받는
상품이 아니라 신의 작품이다. 그걸 투철히 깨달아
다. 행복을 원하면 먼저 자기 고독을 극복해야 한다.
2007. 7∙8 19
연 재 기 획 Ⅰ 행 복 찾 기
그래야 스스로 치유할 수 있고, 나눔의 관계도 원만
달라도 다르다. 얼굴이 환하고 빛이 난다. 너그럽고
히 형성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부모, 남편, 자식도
유연하며 충만하다. 기도하는 사람은 앞으로 전진
타인이다. 그런데 주위의 주부들 보면, 대개 가부장
한다. 남에게 용기 주는 말을 한다. 힘이 있다. 내 주
적 가족주의 이데올로기에 의식이 묶여 24시간‘돌
위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이 몇 있는데, 놀랍게
봄 노동’ 에 헌신하다 골병든 경우를 흔히 볼 수 있
도 그들 중 여러 명이 극단적 우월감과 매우 부정적
다. 주부는 하녀도, 가정부도 아닌데, 자존감 없는
인 의식 상태에 놓인 경우가 있다. 내가 갖지 못한
가족사랑은 피곤한 집착으로 식구들을 억압할 뿐인
부와, 사회적 명예와, 좋은 직장과, 명성을 손에 쥐
데… 같은 여성 입장에서 안타깝다. 지금 내 얼굴에
고 있는 사람들이 왜 얼굴에 웃음이 없을까? 왜 고
웃음이 없다면,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하지 않
운 미소가 없을까? 왜 긍정적인 감사가 없을까? 왜
은 것이다. 행복은 유예될 수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허약할까? 그리하여 타인
나는 어떤 종교적 신념도, 사회적 운동도, 인간관계
에 대한 믿음도 왜 얄팍한 것일까?….
도 자기 영혼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지켜야 할 가치는 없다고 본다. 난 주체성 하나는 있다고 자부하는 사
셋째, 상상력이다. 상상력 없인 행복할 수 없다. 현
람이다. 나는 홀로 당당히 내 길을 간다!
실이 아름다운가? 아니다. 현실은 너절하고 치사하 며 지긋지긋하고 역겹다. 악마적인 자본이 현실을
20
둘째, 긍정성이다. 기본적으로 자기 인생을 긍정해
지배하고 있으며 잔혹하고 삭막하고, 벽돌처럼 차
야 타인 또는 세상과 건강히 소통할 수 있다. 부정적
갑게 닫혀 있다. 어디에도 사랑은 없다. 어디에도 따
인 자의식으로 똘똘 뭉쳐 말끝마다 비관적인 뉘앙스
뜻한 정은 없다. 어디에도 진정으로 나를 아껴주고
풍기는 사람을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안 되는 사
위해주는 사람은 사실은,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람은 안 되는 이유가 있고, 잘 되는 사람은 잘 되는
더더욱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비정한 세상에‘내’
이유가 있다. 그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긍정’ 이다.
사랑으로 따뜻함을 열어가야 한다. 내 열정으로 사
긍정적인 사람이 자아 존중감이 높고 자기 충실지수
람들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
가 높은 법이다. 부정적인 에너지는 사람의 기운을
을 내가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다. 그래
빼앗아간다. 긍정의 퍼센트를 높여 가는 것이 바로
야 살아 있는 목숨이다. 선(禪)적인 직관 비슷하게
인생길이라고 본다. 그래서 삶은 본질적으로 구도
말해도 된다면, 몸뚱이는 다 살아서 왔다 갔다 하지
의 길과 흡사하다. 냉소적인 사람은 감사를 모르고,
만, 실상 진정 깨어있는 자는 몇 없다. 정말 영혼이
성찰과 자기반성도 없다. 긍정적인 사람이 하루를
깨어‘사랑의 빛’ 을 뿌리며 걷는 자는 극소수다. 기
돌아보며 일기도 쓰고 명상도 한다. 긍정적인 사람
존의 낡은 패러다임에 파묻혀 그냥 흘러가는 사람들
이 기도한다. 어느 종교든 기도하는 사람은 어디가
이 대부분이다. 깊은 명상을 통해 체득한 우주의 생
명에너지로 새로운 창조성의 지평을 열어가는 사람
줘 울었다. 정말 많이 울었다. 하루 종일 울었고, 밤
이 나는, 되고, 싶다!
새워 울었고, 식음을 전폐하고 울었다. 울다 울다 바 닥까지 내려가 보니 더 이상 울 일이 없었다. 아무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맑은 피다! 착한 사람
것도 기대할 것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의존할 이유
이 덜컥 암에 걸린 경우도 너무 많지만, 일부는 피가
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나였다. 사지육신 멀쩡하고,
혼탁해서 암에 걸린다. 요즘 암이 마치 감기환자처
오늘도 밥 세끼 굶지 않고 은행 빚이 엄청 나지만 그
럼 흔해졌지만, 역시 암은 오랫동안 쌓인 습관에서
래도 작은 보금자리가 있으니 감사하다. 총명하고
비롯된다. 스트레스라고 말을 하지만 그 실체는 바
건강한 자식들 있으니 고맙다. 비록 무명시인이지
로 부정적인 자의식이다. 남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만 시집도 냈고, 또 내 글을 마음으로 좋아하는 벗들
사랑이 부족한 일부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취약하
이 있으니 기쁘다.
연 재 기 획 Ⅰ 행 복 찾 기
다. 긍정과 감사가 풍부한 사람은 웬만한 어려움이 와도 너끈히 이겨낸다. 스트레스에 강하다. 당연히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4천 원짜리 주말 조조영화를
면역력도 높다. 똑같이 사회생활 해도 적극적이고
남편과 단둘이 볼 때도 행복하고, 내가 정신없이 글
기쁨이 넘치는 사람은 늘 입가에 미소가 머물며 피
쓸 때 중1인 큰 아들이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줄 때
가 맑다. 하지만 일부 냉소적이고 남을 무시하고 독
도, 잔뜩 쌓인 설거지를 초3인 둘째 아들이 다 해줄
선적인 자는 피가 더럽고 혼탁하다. 그런 사람은 표
때도 행복하고, 외국가기 전 만난 후배가 쿠바 여가
정도 구질구질하고 어딘가 굴절돼 있고, 지저분하
수‘알마 로사’ 의 음반을 선물했을 때도 감사하다.
며 영혼에서 악취가 풍긴다. 그런 자는 면역력도 나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 이미현 바른생협 이사장이
빠져 금방 외부의 질병에 지고 만다. 스트레스 지수
‘EM(미생물) 원액’ 을 주었을 때, 아는 출판사 사장
와 혈관노화도는 비례한다고 한다. 질병은 천 가지,
이 이시무레 미치코의 <슬픈 미나마타> 책을 건넸을
건강은 하나다. 행복을 원하면 피가 맑아야 한다. 몸
때, 집에서 혼자 쌀 씻으며 사라 브라이트만의 예리
은 거짓말 안 한다. 피를 맑게 하고 싶다면, 왜곡된
하게 빛나는 노래를 들을 때도 나는, 행복, 하다!
자의식을 버리고 무상한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이 순간에 나와 타인’ 을 진심으로, 지극정성으로 사랑
행복은 내 손안에, 내 가슴에 있다. 내 주체성과, 긍
하면 된다. 사랑의 표현만이, 따뜻함만이 정답이다.
정성과, 상상력과, 맑은 피에 있다. 어떤 조건과 상 황에 있지 않다. 행복은 내 마음에 있다. 그걸 내 손
겨우 이 정도 글을 쓰기 위해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이 울었다. 서러워 울고, 좌절해 울고, 외로워 울고, 가 난해 울고, 충분히 주었건만 상대가 내 진심을 몰라
으로 찾아내야 한다. 영혼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행복이라는 보석’ 을! 유기성(시인) ● yukeesung@hanmail.net
2007. 7∙8 21
‘자매애는있는가’ 를읽고…
연재기획
강문순 ●
연 재 기 획 Ⅱ 자 매 애 반 론
‘자매애는 있는가’ 라는 좌담과 자매애에 대한 이오님의 글을
절하기도 하였다. 어떤 이데올로기든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읽으면서 다른 기사들을 읽을 때와는 달리, 무조건 공감이 가
규범으로 작용하게 되면 개인을 힘들게 하고 좌절시킨다. 그
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 불편한 부분이 느껴
러므로 자매애가 우리를 통해서 규범처럼 타인들에게 요구될
졌다. 우선‘자매애는 있는가’ 라는 기사의 제목에서 좌담 참
때 나타나는 문제와 자매애가 여성의 경험을 실제적으로 드
석자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제목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좌담
러내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참석자들이 자매애와 소통을 연결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부분
좌담기사와 나의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듯이 후자에 초점을
에서도 다른 말이 하고 싶어졌다. 이 불편함에 대해서 왜 그
맞추어 논의를 한다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 나로서
럴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요즘 나오는 여성운동에 관한
는 자매애가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개념의 하나로, 그리고
글에서도 이와 비슷한 불편함을 느꼈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
여성주의가 지향하는 세상을 표현하는 개념의 하나로 아직은
었다.
유효하다는 생각이지만.
여태까지의 운동 방식에 대한 비판의 글들이나 이 기사에서
두 번째 불편함은 자매애가 추상이며 이상이라는 것에서 왔
내가 느꼈던 불편함은 무엇일까. 새로운 생각이나 이론들은
다. 여성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같은 생각을 하
당연히 기존의 생각이나 이론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
면 더욱 좋겠지만) 사람들이 있고 그 경험을 통해서 서로를
이고 그 비판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생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것이 자매애라면 그것이 다만 추상
각이나 이론들이 기존의 생각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해서 나
이거나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왔다는 점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어 기존의 생각들이 인정되
한 두 사람만 있어도 그것은 나에게 직접적인 힘을 주는 현
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라는 생각
실이다. 외도 피해자와 여성주의자가 부딪힌다면 자매애가
에 이르렀다.
추상적인 개념이어서가 아니라 자매애를 표현하는 방법의 차
운동이든 개인이든 생각의 흐름에는 단계와 역사가 있다는
이일 수 있다. 물론 그 여성주의자가 추상적인 개념으로 외도
생각을 한다. 여성들이 자매애를 느끼고 자매애를 얘기하는
피해자의 경험을 한정하려 하거나 외도 피해자의 경험을 이
단계가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자매애를 넘어서는, 개인 간의
해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사람들은
차이를 생각하고 존중하는 단계에 이르렀지 않았을까. 개인
그 피해자에게 여성주의적 시각을 알려주고픈, 그래서 그 피
적으로, 나 자신도 자매애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자매애를
해자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를 바라는 욕심이
느끼고, 자매애에서 힘을 얻고, 자매애를 통해서 여성들을 만
앞서서 부딪히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 자매애가 추상이나 이
나는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 개인 간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그
상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일 때 오히려 외도 피해자의 현실에
것에 민감해지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잘 공감하고 그 개인의 입장에서 그를 이해하게 될 것이
그러한 역사(단계)가 설명되지 않고‘자매애는 있는가’ (이 제
고 그래서 부딪힘이 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목의 정확한 의미는 자매애라는 개념이 실제적인 여성들의 경험을 드러내는 것인가라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라는 질문 이 제기되고 자매애가 강박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강조되는 것이 불편한 느낌을 준다. 물론 나 또한 여성주의를 통해 힘 을 얻기도 하고, 여성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좌
22
강문순 ● 진주여성민우회 회원, 열정적으로 여성운동을 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여성운동 속에서 살아 온 세월들 때문에 그리고 물리적인 나이 때문에 과거의 운동 속의 개념이나 운동방식을 비판하는 글들이 과거를 충분히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서운함을 느끼게 되나 부다.
연 재 기 획 Ⅲ 민 우 역 사 기 행
이수연 ●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1993년 9월경이었다.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다. 만남이 거 듭되고 겪어볼수록 힘들고 어려운 결심을 한 사람답게 당차고 야무진 사람이었다. 그녀는 내가 기다리 던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기다렸다고? 그렇다.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 당시 한국여성민우회 노동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필자는 1992년도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의 ‘성폭력특별법 제정추진 특별위원회(이하 특위)에 참여하면서 성폭력추방의 역사에 획을 그은 사건들 을 접할 수 있었다. 당시 특위에는 민우회를 비롯하여 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장애우권익문제연구 소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그 즈음에 발생한 김부남 사건1), 김보은∙김진관 사건2) 등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사건들은 성폭력이 피해자의 정신과 삶을 얼마나 왜곡시키는지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었다. 또한 사건의 정황과 재판결과 그리고 피해 사실에 대한 언론보도들은 우리 사회 도처에 성폭력이 만연 하다는 사실뿐 아니라 성폭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오랜 세월 은폐되었던 사 건들이 연이어 폭로되면서 여성단체들은 대책위를 조직하여 소송을 지원하는 한편 국회에 성폭력특별 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등 왕성한 대책활동을 벌여나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도 비 로소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이는 그 이전과 비교하여 실로 놀라운 변화였다.
1) 어린이 성폭행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 피해자는‘나는 짐승을 죽인 것이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다’ 라고 하였다. 2) 아버지가 딸을 수년 동안 근친강간한 사건의 피해자가 남자친구와 공모하여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
2007. 7∙8 23
민우회, 직장내 성폭력의 심각성에 주목하다 일하는 여성들의 노동권 확보를 중요한 활동과제 중의 하나로 내세웠던 민우회는 다양한 유형의 성폭력 중에서도 직장내 성폭력∙성희롱의 심각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상담창구를 통하여 가슴 절절한 사연들 이 접수되고 있었으나 정신적 고통에 시달림은 물론 직장을 잃으면서도 자신의 권리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피해자는 매우 드물었다. 속으로 앓으면서 참고 넘어가거나 조용히 직장을 떠나 버리는 소극적 대 응이 대부분이었다. 성희롱 문제가 여성의 노동권에 심각한 위협이 됨에도 불구하고 당시 분위기에서는 문제제기조차 힘들었다. 그것은 사회적인 인식 수준과 관련 제도나 시스템이 너무나 미약했기 때문이다. 당시 민우회에는 직장내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무직회원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회원들을 중심
연 재 기 획 Ⅲ 민 우 역 사 기 행
으로‘직장내 성폭력 연구반’ 을 구성하였고 필자가 간사를 맡았다. 소모임에서 회원들과 함께 성희롱 실태조사 설문지를 만들기도 하고, 서울시내 한 복판인 명동 거리에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단을 배포 하면서 호신용 호루라기를 하나라도 더 팔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뛴 기억도 있다. 또한 세미나를 하면서 자신의 직장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례를 의논하기도 하고 스웨덴에서의 성희롱 경험을 담은 책을 구해 공부도 하면서 외국의 제도와 비교할 때 너무나 열악한 우리의 현실을 함께 개탄하기도 하였다.
용기 있는 그녀를 만나다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계기로 제도적 보완책들을 하나하나 마련한 선진국들의 경우에 비추어 볼 때 우 리나라는 그야말로 여성인권의 사각지대였다. 피해자 중 그 누구도 사회에 고발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 무나 안타까웠다.‘누구 한 사람이라도 용기 있게 나서 주면 나는 그녀를 위해 이 한 몸 바칠 텐데…’하
1
2
� 성희롱 대책 시민연대가 주최한 성희롱 추방 거리 캠페인 (1995년 8월 23일) �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이하 사무노련)이 1994년 12월 14일 서울대조교 성희롱 사건 담당 재판부에 제출한 연대 서명의 일부. 사무노련은 같은 해 10월에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국제상업, 사무, 전문, 기술직노조연맹(FIET)이 개최한 국제여성회의에서 이 사건을 알렸고, 국제회의의 30여개국의 여성대표들의 연대지지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24
연 재 기 획 Ⅲ 민 우 역 사 기 행
3
� 1995년 7월 26~28일 항소심 판결에 항의하는 법원앞 시위 � 1차 공판에 대해 다룬 1993년 11월 24일자 동아일보 기사
4
는 소망을 품고서 나는 그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그 기다림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어느 날 우리 앞에 나타난 우조교를 만나게 된 것이 다. 그녀가 고통의 그늘 속에서 걸어 나와 역사의 현장에 등장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녀와의 만남을 고 대하고 있던 나는 마치 사랑하는 애인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설레고 감격스러웠다. 그녀는 서울대 내외 의 수많은 비난에 시달리며 심적 고통을 겪고 있었음에도 꿋꿋한 심지를 간직하고 있었다. 당차게 나서 준 그녀가 대견하고도 고마웠다. 자신의 직장에서 그것도 지성의 전당이라는 서울대에서 최고의 지식 인이라는 교수로부터 그러한 모욕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6년간의 역사적 장정에 함께 한 사람들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여연의‘특위’ 가‘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로 발 빠르게 전환하였다. 여성단체 활동가들, 변호사, 학생 등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서울대 공대 위 참여자들은 우조교를 중심으로‘환상의 콤비 드림팀’ 을 구성하여 장장 6년여 간의 역사적인 장정을 함께 하였다. 인권변호사는 법률적 전문성으로,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실무능력과 연대의식으로, 서울 대 학생들은 학내 문제에 대한 책임감과 정의감으로 법정, 거리, 토론회 등 어디서건 늘 함께 하였다. 사건이 발생한 1993년 당시에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구제제도와 관련 법률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우조교측에서는 가해자 신교수와 그 소속기관인 서울대, 서울대에 대한 감독책임이 있는 국가를 대상 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였다. 1993년에 시작된 소송은 승소와 패소가 엇갈리다가 소송이 시작된 지 6년이 지난 1999년 11월에서야 승소가 확정되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법원은 가해 자의 성희롱 행위만을 인정했을 뿐 사용자 책임과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2007. 7∙8 25
1993년, 직장내 성희롱에 대처했던 민우회의 자세 성희롱 소송이 진행되면서 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지 속적으로 성희롱 관련 법률과 제도를 만들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공공기관이나 직장에서의 성희롱 예방지침을 제정하여 이를 널리 홍보할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민우회는 공대위에 참여하면서 소송을 지원하는 한편 1993년 공대위에서 개최한‘직장내 성희롱 실태와 대책’ 토론회와 민우
연 재 기 획 Ⅲ 민 우 역 사 기 행
우리나라 최초로 사무직여성들을 대상으로 직장내 성희롱 피
회가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다룬 1993년 12월 9일자
해 경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응답자의 80% 이상
한겨레 신문의 기사
이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는데 이 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민우회는 또한 외국 에서 입수한 성희롱 예방 지침서를 참고하여 성희롱 행위 유형들을 소개하고 성희롱에 대한 대처방안을 제시한 소책자형식의 예방지침서를 제작하였는데, 노동부나 여성부 가 수년 후에나 이러한 성희롱 관련 홍보물을 제작하여 배포한 것에 비하면 몇 년이나 빠른 셈이었다. 사실 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이 정부에 대하여 성희롱과 관련된 컨 텐츠들(성희롱의 종류와 판단기준, 미국 EEOC의 가이드라인 등 외국의 관련 제도들과 성희롱 판례들, 성희롱 예방 대책에 대한 자료 등)을 먼저 제시하고 관련된 법과 제도를 만들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지 않았다면 정부차원의 움직임은 훨씬 더 느렸을 것이다.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당시 우조교를 정점으로 정의로운 공익변호사들, 여성인권 향상에 대한 열정이 드높던 여성단체들, 그리고 서울대 학생 중 행동하는 양심세력 등이 팀웍을 발휘하여 끝내 대 법원에서의 승소를 얻어내었기에 오늘날 성희롱 문제에 대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고 사 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담당변호사들 이 소장에서 언급하였던 표현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작은 물 방울이 바위를 뚫듯 작은 시냇물이 거대한 강물을 이루듯 원고의 이 용기는 우리 사회의 완전한 여성평등, 보다 인간적 사회로 가는 길목 이수연 ●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팀장으로 성차별, 성희롱 시정업무를 담당하고 있음. 그때나 지금이나 성희롱과 싸우고 있는데 본문에서 언급한 3쌍의 커플에 속함.
에 작으나마 뚜렷한 하나의 이정표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민우회에서 일한 덕분에 이러한 과정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개인 적으로도 커다란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 당시 공대위 활동이 인 연이 되어 3쌍의 커플이 탄생하기도 하였는데 그것은 이 사건의 또 다른 성과(?)였다. 공대위 활동을 통해 일과 사랑을 한 번에 이루어 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타쌍피가 아닐는지?
26
쟁점과 현안
검은집, 해부학교실, 므이… 그리고
생식세포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그렇다. 황우석 연구팀이 연구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만 남아있다. 꼭 기억해야 하는 것들조차 쉽게 사라지는 현 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상은 끔찍하지만 예측가능하 다. 황우석 연구팀이 줄기세포 1주라도 만들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열광은 상상초월일 것이며, 다른 목소리는 불가능할 것이며, 여성들에게는 난자기증의 성스러운 과업이 주어질 것이다.
봉달 ●
다른 얘기 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현실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있 어야 한다. 너무 당연해 식상한가. 하지만 현실에서는 좀 처럼 실천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과학기술 에 대한 맹목적인 신화, 국가경쟁력을 위해 획기적인 뭔
늘 같은 얘기
가를 필요로 하는 국가, 인권과 윤리에 앞서 연구 성과에
하느라 힘드시겠어요? 라고 누군가 말한다. 줄기세포, 황우
만 목매다는 연구자들, 여성들의 건강권보다 중요한 게
석, 난자채취 등과 관련하여 뭔가 말해야 할 때 자주 듣는
많은 의료진들, 출산의 압박에 시달리는 여성들. 이런 오
말이다. 사실 나도 이젠 좀 지겹다. 뭔가 다른 이야기들을
래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오래된 만큼 이를 변화시키려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 아닌가. 현
는 치열하고도 기발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실은 그대로인데, 변한 게 없는데, 어떤 다른 이야기가 가능
‘줄기세포 1주라도’ 의 끔찍한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할까? 그래서 난 지겨워도 계속 떠들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 지난한‘변태의 과정’ 을 무시한다. 속살이 돋기도 전에 그럴듯한 껍데기만 만들려 한다. 그
‘황우석’
들은 말한다.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를 만들면 모든 문제
이라는 사람이 등장하고, 세상의 주목을 받고, 이 사회에
가 해결될 것이라고. 그렇게 탄생한 법 중 하나가‘생식세
치명적인 흔적을 남기며 사라진지도 꽤 지났다. 그 이야
포관리및보호에관한법률’ 이다.
기는 사람들의 기억에‘황우석 사태 혹은 무엇’ 으로 남아 있을 거다. 하지만 세세한 내용들은 조금씩 지워지고 있
생식세포?
다. 우리는 무엇에 열광하고 분노했던가?‘황우석’ 이란
참 어려운 말 같지만, 생식세포는‘난자’ 와‘정자’ 를 말하
사람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나? 그 진실
는 것이다. 그러니까 쉬운 말로 하면 난자와 정자를 관리
은‘늘 같은 얘기’ 속에만 존재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도
하고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의미이다. 국가에서 난자와
2007. 7∙8 27
쟁점과 현안
정자를 별도로 관리하고 보호한다고? 우리 사회 너무나 초지일관하시다.‘황우석 사태’ 가 전혀 상식적이지 않았 다고 그에 대한 대안조차 일반의 상식을 초월한다. 그런 데 더 기막힌 노릇은, 이 법,‘황우석 사태’아니었으면 상 상 속에서도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데도, 그 목적 에 대해 사람들이 다른 소리를 한다는 거다.
불임부부의 고통 을 덜어주기 위해 이 법을 만들었다고 한다.‘불임치료 등 의 목적으로 생식세포를 채취, 기증, 이용함에 있어 적정 을 도모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 기 위한 것’ 이라나 뭐라나. 그야말로‘눈 가리고 아웅’ 이 다. 불임 ‘치료’ 라는 말도 기분 나쁜데,‘불임치료 등’ 이라 고 하면서 실제 목적은‘등’속에 포함시키는 비겁함이라
로 연구를 위한 난자이용이 굉장히 제한적일 것도 같다.
니. 이 법은 정말‘(불임시술과 연구를 위해) 난자와 정자
그런데‘잔여난자’ 라는 말에 속임수가 있다. 어디엔가 쓰
를 기증하는 경우’ 만을 규정하고 있다. 불임부부의 문제
고 남은 난자만을 뜻할 것 같은‘잔여난자’ , 하지만 정의
에 접근하고 싶다면 왜 다른 수많은 불임시술에 대한 규
를 보면 앞으로‘사용할(것으로 예상되는) 난자’ 를 제외한
정은 없는가? 왜 기증하는 경우만 관리하는가? 난자 또는
것도 포함된다. 즉 의료진의 판단으로 (본인이나 타인의)
정자를 기증 받아 이루어지는 시술은 전체 불임시술 중
불임시술을 위해 채취한 난자 중 일부가 실시간으로(채취
극히 일부일 뿐이다. 물론 이런 딴지에 대해 그들이 준비
하자마자) 연구를 위해 제공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연구
한 모범답안도 알고 있다. 연구를 위한 난자제공이‘잔여
자들이 말하는‘싱싱한 난자들’ 이다. 이것은 상상력의 산
난자’ 로 제한되어‘싱싱한 난자’ 를 공급받기는 불가능하
물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그 경로로
므로 줄기세포 연구는 물 건너갔다는 거다. 그러니 남은
수백 개의 난자가 황우석팀에 제공되었다. 연구자들, 좀
것은 불임시술뿐이라는 호소.
솔직해 보시라.‘잔여난자’ 여서가 아니라‘어떤 난자’ 든 줄기세포를 만들 수 없었던 게 현실 아닌가. 그럼에도 오
잔여난자
직 더 많은 난자를 쉽게 제공받는 데만 관심 있을 뿐, 반성
는‘본인의 불임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한 또는 사용할 난
은 없다. 더욱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들의 인권이라니. 그
자를 제외한 것’ 을 말한다. 얼핏 보면 연구자들의 주장대
들에겐 여전히‘연구의 발목을 잡는 일’ 일 뿐이다.
28
여성의 자기결정권 연구자들, 좀 솔직해 보시라. ‘잔여난자’ 여서가 아니라‘어떤 난자’ 든
을 뭐로 보느냐 하는 거다. 왜 자꾸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의심하고 타인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려는 것을 방해하느
줄기세포를 만들 수 없었던 게 현실 아닌가.
냐고 말한다.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절차에 의해 여성
그럼에도 오직 더 많은 난자를 쉽게 제공받는 데만
들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면 그만이지 않느냐는 거다. 자
관심 있을 뿐, 반성은 없다.
기결정권의 존중은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자기
더욱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들의 인권이라니. 그들에겐 여전히‘연구의 발목을 잡는 일’ 일 뿐이다.
결정권’ 을 왜곡시키는 현실의 힘이 너무 세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현실에서 동의절차는 그야말로 쉽게‘활용’ 된 다. 이미 정해진 방향대로 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익이 최우선인 사회, 성과만 중요한 연구진이나 의료진 과의 관계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 불임시술을 받는 여성, 난치병 환자를 가족으로 둔 여성, 불리한 위치 의 여성연구원들에게 다른 선택은 얼마나 가능할까? 일정 한 선택을 강요하는 강력한 힘들은, 그야말로 고래도 춤
난자기증자
추게 할지 모른다. 물론 동의절차는 필수일 테지만.
를 모집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대 놓고‘줄기세 포 연구를 위한 난자기증자’ 를 모집하는 것은 불법이다.
여성인권과 존엄성
하지만 불임치료를 명목으로 난자기증을‘권유 혹은 제안
이‘난자채취’ 에서 왜 거론되는지 모르겠다, 난자와 정자
(모집이 아니라)’ 한 후 그 일부를 연구에 제공하는 것은
를 사용하는 게 왜 다르냐, 위험성의 실체가 뭐냐고‘강력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히’주장하던 줄기세포 연구자(나름의 권위를 인정받는
‘난자기증’ 의 모든 절차는 불임클리닉(배아생성의료기관)
‘직책’ 을 가졌던)와‘난자기증’ 을 통해 여성에게 사회에
에서 이루어진다. 이제 불임클리닉이나 관련 병원을 방문
기여할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하던 모남성(체세포핵이
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가슴 절절한‘권유와 제안’ 이
식연구지원을 위한 시민연합)의 목소리는 생생한 현실이
쏟아질지도 모를 일이다. 또 난자기증에 대한 보상이 하
다. 이런 현실이 내가 지겨워도 같은 얘기를 또 할 수밖에
루 10만 원 정도까지 가능해진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 여름 줄줄이 개봉하는 공포영
성들에겐 비교적 쉬운 선택지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화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이런 현실이 아닐까?
어차피 난자채취는‘누구나 다하는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시술’ 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여기까지 말을 하면 사람들 은 꼭 이걸 묻는다.
봉달 ● 어느 날 나에게도 하얀 옷 입은 모간프리먼 아저씨가 나타나 내 말과 생각이 바로바로 현실이 되는 상상을 해 본다. 그러면 늘 새로운 이야기들이 무궁무진 할 텐데. 봉다르올마이티!!를 꿈꾸며….
2007. 7∙8 29
쟁점과 현안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로부터 8년. 그 동안 나는 (둘 사이에 큰 상관관계가 있
상상력이 필요한 때 따우 ●
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를 관두고 여성주의자가 되었고, 여성단체 활동가가 되었다(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니 나는 여전히‘비전문가’맞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권위가 땅 에 떨어졌는지, 사람들의 기억력에 계속 문제가 생기는 건 지,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군 가산점제는 잊을 만하면 누군가 한 번씩 들고 나오는 이슈가 되었다. 바로 얼마 전 에도 아무개 의원께서 터뜨리셨단다. 여성가족부와 여 성∙장애인 단체의 적극적인 반대로 국방위 통과가 미뤄 지기는 했지만, 어느 때보다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나.
군 가산점제는 여∙남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군인∙국가의 문제 비전문가, 군 가산점제에 대해 떠들다
IMF 이후에도 공무원은 여전한 인기 직업인지라 그런지
먼저 이 글의 청탁은 한두 다리도 아니고 몇 다리를 건넌
이번에도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토론방송에 나와 원색
후에 내게 건너왔음을 밝힌다. 전문가가 써도 될까 말까
적인 발언을 쏟아냈다는 아무개씨는‘거성’ 이라는 별명을
한 글을,‘재미있게 살자’외에는 별 생각도 없는 나 같은
얻었다 하고,‘양성’ 징병에 사회봉사 제도까지 군대 관련
사람에게 맡기다니‘함께 가는 여성’편집 팀도 어지간히
주장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가산점을 받고
급했나 보다. 어쨌든, 그만큼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써야
싶으면 여자도 군대 가거나(그럼 장애 여성과 남성들은 어
할 글을 내가 망치는 것은 아닌지 약간 걱정은 되지만, 비
떡해?), 군복무 기간만큼 사회봉사를 하라는 거다. 어쨌든
전문가라는 장점(!)을 살려 거침없이 얘기를 풀어 보기로
‘가산점을 받고 싶으면’말이다.
한다.
그런데 여전히 공무원 될 생각이 없는 나는, 문득 이런 의
일단 사실관계 확인. 1999년 헌법재판소는 군 가산점제가
문이 드는 거다. 왜 다들‘가산점’ 에만 목매는 거야? 8년
평등권,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판결
전의 의문이 스멀스멀 다시 기어 나온다.
을 내렸다, 고 한다. 하지만 정작 나는 관심이 없었다. 왜?
자, 보자. 공무원 채용할 때 가산점 달라고? 국가를 위해
나는 이미 취직을 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공무원이 될
봉사했으니 국가에서 실시하는 시험에는 가산점을 줘야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
한다고? 좋아, 그 정도 어렵겠나. 헛,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야? 우리나라에 공무원 하겠다는 제대군인(군필자)이 이렇
사기업에 취직하는 사람들은 어떡하나? 제대군인 간 차별
게 많았나? 공무원 할 거 아니면 그냥 조용히들 좀 있지?
아닌가? 아뿔싸, 그럼 사기업에도 줘야겠네. 응? 그럼 자
30
영업자는 어떡해? 자영업자한테도 군 가산점제를 주자(자
수 있다. 따로 보상해 줄 명분이 사라지니까. 가산점만 주
영업자한테 어떻게‘가산점’ 을 주냐고? 어허, 상상의‘여
면! 비민주적 군대문화? 낙후된 시설? 크게 투자할 필요
지’ 를 발휘하시라). 등등등 등등등. 그런데 이 방식은 결국
없다. 군대, 지금처럼만 하면 되는 거다. 어차피‘징집’ 이
벽에 부딪히게 된다. 국가가‘모든’제대군인한테 가산점
니까 반항한다고 어쩔 것인가. 다시 말하자면, 국가에게는
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혜택’내지‘보상’ 을못받
군 가산점제가 손 안 대고 코 푸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인 거
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 그들이 받는
다. 가산점제 하나로 모든 보상 의무를 나몰라라 할 수 있
불평등은 어떻게 해소할 텐가? 철푸덕. 대책이 없다(이쯤
으니까.
에서 여러분이 왜 이 문제가 여성∙장애인 대 남성의 문제
따라서 지금 논란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군 가산점
가 아니라 징집 제대군인 대 국가의 문제인지 눈치 채셨길
제가 아니라 무엇이‘대한민국 신체 건강한 남성’ 들을 상
바란다. 그러니 공무원 안 될 제대군인들이여, 단결하라!).
대적 박탈감에 휩싸이게 했는가, 이다(가산점제가 없어서
뭐, 대책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어차피 국가가 제대군인
그렇다는 말은 말자. 예전에 가산점제 있을 때도‘기꺼이’
을 평생 먹여 살릴 게 아닌 이상‘있을 때 잘해’주면 되는
입대한 사람은 별로 없었던 거 다 안다). 즉, 가산점 찬성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이제 여기서 군대문화 민주화, 사
이냐 반대냐 하는 이분법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다
병월급 현실화, 국민연금에 반영,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
(의원님들도 그렇고 여성∙장애인 단체도 그렇고 가산점
다. 결국 2년 동안의 군 생활이‘썩는 것’ 이라고 생각지 않
제 문제 터질 때마다 엇비슷한 얘기 되풀이하기 지겨울
게 되면 군 가산점제 논란은 자연히 없어질 거다. 물론 그
거다).
정도로 군대가 좋아지면 징병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
우리는 오랫동안 주어진 틀 안에서 생각하기를 강요받아
테고, 모병제 내지 군대 해체 주장이 등장할 테지만. 군대
왔고, 모난 돌이 열심히 정 맞는 것을 지켜봐 왔으며, A와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어떻게 군대가 없어지냐
B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윽박지름도 당해 왔다(그래서 가
고? 어허, 상상력!). 그럼 여기 따라오는 얘기. 그럼 세금
산점에 목숨 거는 사람들도 한편으로 이해는 된다). 그렇
더 낼래? 응! 얼마든지 세금 더 낼 용의 있다. 월급이 적어
지만 이제 새로운 제도, 새로운 세상을 앞당기기 위한 상
서 세금도 얼마 안 걷어가는 게 한 가지 아쉬움이긴 하겠
상력이 필요한 때다. 이 상상력이라는 게, 전국 어린이 사
지만.
생대회 나갈 때만 필요한 건 아니잖은가.
사고의 지평을 넓히자 그렇다면 군 가산점제가 도입될 경우, 이 제도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군필자? 남자? 땡! 바로 국가다. 가산점만 주면! 계속해서 최저임금을 들이대기도 어려운 월급으로‘신체 건강한’남성을 2년 가까이 부릴
따우 ● 회원에서 상근자로 다운그레이드 (downgrade)된 지 갓 한 달 지난 상근활동가. 회의는 싫다고 맨날 툴툴거리면서도 필요한 일은 어떻게든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재섭는(!) 캐릭터입니다, 흐흐.
2007. 7∙8 31
문화산책
_
퀴어퍼레이드
난 소중하니까요. 난 내가 자랑스러워요. 들통 ●
언
제나 5,6월이 되면 어김없이 마음이 설렌다. 그건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한껏 푸르러지는 날 씨와 함께,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면서 우리의 숨통을 틔워주는 퀴어 행사들을 친구들과 함
께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동성애자들의 집약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드러나 는 순간은 퍼레이드가 아닐까 싶다.
퍼레이드는 일년에 단 한 번, 한국에 사는 동성애자들이 종로 대로를 걸으며 사람들 앞에 자신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스스로에게 자긍심을 북돋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의식이다. 대사회적인 커밍 아웃은 아니더라도 동성애자인 개개인에겐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커밍아웃인 셈이고, 이 렇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결국 동성애자 스스로도 내면화하고 있었던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의 세균을 어느 정도 박멸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동성애에 대한 정치인의 왜곡된 발언이나 중대한 정치적 사안이 있을 때 한목소리를 낼 수 있 는 것도 퍼레이드에서 가능한 일이다. 올해 퍼레이드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 신문과의 인 터뷰에서‘이성애가 정상이므로 동성애는 반대한다’ 라는 망언을 한 것에 대해 그 발언을‘오바로크 한다’ , 즉‘꿰매버린다’ 라는 구호가 압도적이었다. <오바로크 이명박>이라는 피켓을 보고 얼마나 속 이 시원하던지 ㅋㅋ~!!
작년에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퍼레이드에 참석하지 못했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엔 꼭 나가리 라 결심했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과 함께 어떤 모습을 하고 나갈까 모의를 하다 교복풍의 옷을 맞춰 입고 동성애의 상징인 무지개 휘장을 두르고 나갔다. 역시 준비를 한 만큼 재미도 한층 더했다. 우리
32
무리(?)뿐 아니라 여기저기 에 재미있는 분장을 하고 온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70년대 다방 분위기의 뽀 글머리 멋쟁이 무리와, 천 사날개가 달린 헬멧과 반바 지를 착용한 인라인 스케이팅 팀 등 끼가 넘치는 퀴어들이 화
과 얘기해보는 짧은 다큐멘터리다.
창한 하늘 아래 퍼레이드를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원래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건, 미국에‘PFLAG(레즈비언과
나 역시 친구들과 함께 퍼레이드를 즐기고 있었지만,‘아는
게이의 친구들과 부모들)’ 라는 단체가 있다는 걸 알고 우리
사람이 종로에 왔다가 이렇게 행진하는 나를 봤으면 어떡하
도 주변에 있는 친구와 동료들로부터 시작해 한국의
지?’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아무 생각 없이 나를 아웃팅
PFLAG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막상 우리가
시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라는 두려운 생각도 가끔씩
커밍아웃을 했던 친구들과 동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하자,
고개를 들었다. 이런 순간이 찾아올 때면 그 두려움을 이겨내
한국의 PFLAG는커녕 그들의 말에서 포착되는 광범위한 호
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래도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퍼
모포비아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친구라고 믿었
레이드를 하다 보니 왠지 나와 함께 행진하는 사람들이 같이
다가 그들의 발언에 허거덕 놀라 쓰러진 우리는, 커밍아웃만
싸워주고, 자기 일처럼 생각해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해 놓고 친구들 물 관리(?)를 못한 우리의 잘못을 일단 반성
곁에 아무도 없는 게 아닌데 나는 왜 수백 명의 퍼레이드 행
하고 목표를 급 수정했다. 먼 훗날 한국의 PFLAG를 꿈꾸며
렬에 섞여 있으면서도 혼자 있는 것처럼 생각해 버렸을까.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가자고.
작년 퀴어 퍼레이드에서 홍석천 씨가 자기는 커밍아웃을 한
작년 퍼레이드 전부터 이 영화를 찍었는데, 꼭 오겠다고 했
덕분에 24시간 동성애자로서 살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그
던 친구들이 퍼레이드 당일에는 대부분 오지 않은 장면도
얘기를 듣고 친구들과 엄청 감동했던 기억이 났다. 행렬의
영화에 들어 있다. 하지만, 비까지 오고 약속했던 친구들이
맨 앞에 있는 홍석천 씨와, 사진촬영 금지를 위한 붉은 리본
안 와서 더 꿀꿀해 보이는 작년 퍼레이드는 이제 영화 속에
을 매지 않고 당당하게 걷고 있는 수많은 동성애자들을 보
만 존재하는 듯하다. 올해엔 다이포 멤버들의 이성애자 친구
면서 나는 아직 벽장 속에서 나가려면 멀었구나 싶었다. 하
들과 동생, 오랫동안 고민하다 처음으로 퍼레이드에 참여해
지만 그건 탄식이라기보다는 언젠가 저 사람들과 함께 지금
자신을 드러낸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우리의 축제를 즐겼으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를 드러내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니까. 앞으로 한 해 한 해 거듭될수록 친구들과 우리의 개체
이번 퍼레이드에 함께 참석한 친구들은 같이‘Dyke on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우리는 더 신나게 퍼레이드
Focus(다이크 온 포커스, 줄여서 다이포)’ 라는 영화제작모임
를 즐길 것이다. 퍼레이드 만만세~!!
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퀴어문화축제 기간에 개최되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영화제에서 작품이 상영되기도 했는데, 친한 이성애자 친구와 동료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난 후 그 때의 느낌이나 생각에 대해 그들
들통 ● 드럼통의 도량과 단단함을 닮고 싶은 인간 들통. 아웃팅 반사—!!
2007. 7∙8 33
평동 사무실에서 임신소식을 알리자 둘째언니는 자기가 꾼 꿈 얘기부터 시작했다. 갈치가 펄떡펄떡 뛰길래 잡아서 톡 잘라 갈 치조림을 해 먹었단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무슨 태몽 이 기이하지도, 멋지지도 않았다. 인터넷 지식인들에게 확인해보니 갈치는 딸 낳는 태몽이란다. 태몽으로 인정 하고 나니 갈치라는 말이 어찌나 입에 착 붙던지, 단박 에 태명은 갈치로 지었다. 그런데 얼마 후 엄마가 전화를 걸어“갈치 꿈은 태몽 아 니다”하신다. 참 뜬금 없고 맥락 없는 부정이었다. 그 래서 난 인터넷 지식인을 들먹이며 그것은 반박하기 힘 든 무척이나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이야기인양 얘기했 다. 엄마도 움찔했는지 그저“갈치 꿈 태몽 아니야~”메 아리를 울리며 전화를 끊고 만다. 엄마는 왜 그렇게 강하게 갈치를 부정했을까. 진실인 나우 ●
즉, 나의 탄생 후 서른 해가 지나 엄마의 고해성사가 있 었으니 나 역시 태몽이 갈치였단다. 물레방앗간에서 갈 치가 튀어 올라 온 꿈이었다나. 딸만 연달아 넷을 낳은 엄마는 딸 낳은 설움을 고스란히 그 딸이 안게 될까 무 척이나 노심초사 하고 있는 거였다. 엄마, 걱정 말라구. 내 까칠한 성격만 닮지 않는다면 솔직히 나 같은 딸, 멋 지잖아? 크하하. 민우회 상근자들에게도 임신소식을 알리자 축하인사 외에 두 가지 재밌는 반응이 있었다. 하나는‘좋겠다! 이제 쉴 수 있잖아. 흑!’ , 출산휴가조차 그저 쉬는 거려 니 부러워하는 걸 보면, 다들 피로가 극에 달해 있지 않 나 싶다. 또 하나의 반응은‘너 이제 어떡하니!’ 나 역시 이 두 가지 감정이 온전히 존재한다. 아이를 낳 아 본 사람이야 아이 낳고 키우는 것이 쉬는 게 아니다 이야기하지만, 경험한 바 없는 나로서는 휴가와 휴직기
34
간을 합한 1년이 그저 달콤한 휴식기처럼 기대되기만
각했다. 나의‘경이한 근로의 전환’ 을 위해서는 누군가
한다. 또 한편으론, 계획되지 않은 출산에 대한 당혹스
내 일을 가져가 줘야한다는 건데, 그건 가능하지도 않
러움에 겹쳐 양육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온다. 1년 후의
을뿐더러 누가 내 일을 떠맡아준다 한들, 그 마음 불편
나를 상상할 때면, 아이를 키우며 일 하느라 동분서주
한 상황이 임신한 내 몸과 마음에 긍정적일 것 같진 않
하며 힘들어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다. 결국 그냥‘내가 하고 말지’ 로 혼자 마무리한다. 근
아, 생각만 해도….
데 또 생각해보니 내가 노동상담을 하면서, 임신한 여
그래도, 내가 누군가. 민우회에 들어오자마자 평등한
성노동자라면 묻지 않아도 늘 덧붙이던 이 말이 얼마나
일∙출산∙양육 캠페인을 맡아 2년이나 거리에서‘평
실현하기 어려운 말이었던가도 반성하게 된다. 더 자세
등하게 나누면 직장과 가정이 양립된다’ 고 외치던 민우
히 듣고, 현실에서 실천 가능한 상담을 하자는 기특한
회 상근활동가 아닌가. 그래, 출산과 양육에 적극적으
생각까지 든다(눈치 챘겠지만 점점 혼자 칭찬하고 위로
로 배우자를 참여하도록 육아휴직을 분담하면 양육도
하고 힘주는 일에 익숙해지는 건 임신이 상근활동에 미
즐거울 수 있고 양립도 가능할거야. 그래서 내가 법적
친 지대한 영향 중 하나인 것 같다).
육아휴직 1년을 쓰고, 나의 배우자가 6개월을 이어받아 갈치를 키우기로 하였다. 그런데 사실, 나의 배우자 역
여하튼 점점 부풀어 오르는 내 배가 나도 신기한데, 상
시 자발적으로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하고, 무척 즐겁게
근자들도 같이 신기해하고, 나도 아직 갈치랑 말 트기
내년을 기대하고 있는 모양을 보아, 양육분담을 하려는
어색한데 먼저 조금씩 갈치에게 말을 건네던 모습. 내
기특한 뜻이라기보다는‘양육휴직은 곧 개인의 휴가’ 라
손발이 퉁퉁 부으면 자기 손발이 부은 것처럼 걱정해주
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혐의를 지우기가 힘들다.
고, 불량식품 못 먹게 잔소리 해주고, 후줄그레한 임신
뭐 어떠랴, 겪어보면 자기도 힘든 거 알겠지. 해보는 게
복을 고수하던 내게 칼라풀한 임신복을 깜짝 선물하는
중요하다.
상근자들을 보면서, 힘든 활동 속에서도 나름 임신은 즐거운 경험이 되곤 했다. 그렇게 민우회 상근자들과
임신을 하면서 나의 몸은 놀라운 변화의 연속이었고,
함께 활동하며 갈치를 맞이하고 축하와 염려, 배려를
마음도 하루에 몇 번씩 급변했다. 그럴 때에 과중한 업
받은 지 벌써 8개월째. 이제는 낳고 키우는 것만 남았
무는 때로 견디기 힘든 경험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내
다! 아, 떨려. 저 건강하게 갈치 낳고, 즐겁게 키우다가
머릿속에 떠오르던 문장 하나,‘사용자는 임신 중의 여
올께요!
성노동자에 대하여 당해 노동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 는 경이한 종류의 근로로 전환하게 하여야 한다’ 는 것. 그래서 언젠가는 어찌나 일이 쏟아지던지, 징징거리며
나우 ● 이 글이 실린‘함께가는 여성’ 도 사무실에서
경이한 근로로의 전환을 울부짖은 적이 있다. 사실 아
직접 건네받는 게 아니라, 집에서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겠지?
무도 귀담아 들어주진 않았다(-_-;). 그래서 또 혼자 생
아…그땐 함여도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
2007. 7∙8 35
모람풍경
여기 다 모였구나 이 불꽃이 바로 평등의 불꽃이요 이 기운이 바로 통일의 기운이요
고정희기행을 다녀와서
이 바람이 바로 해방의 바람 아닐손가 자매여 이제는 우리가 길이고 빛이다 이제는 우리가 밥이고 희망이다 이제는 우리가 사랑이고 살림이다
히로 ●
『자매여 우리가 길이고 빛이다』中, 고정희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가방 하나를 달랑 매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지인 신촌으로 향하였다. 여행이 설레였던 탓일까. 가장 먼 저 도착하여 버스의 한 켠에 자리를 잡은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씩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고정희 시인을 기리기 위해 함께 모였다. 그녀와 치열한 시대를 함께했던 동료 페미니스트 와 그 바통을 이어온‘영’ 페미니스트, 그리고 파릇파릇한 고정 희 청소년 문학상 예심 통과자까지. 잠시나마 우리는 퍽퍽한 현 실을 벗어나 고정희 시인이 그토록 염원했던 이상향인‘곤륜산’ 의 모습이 담긴 시간을 함께 보내다 왔다.
어느덧 16년째, 매년 6월이 되면 한국 페미니즘 운동과 문학에 있어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고정희 시인을 기억하려는 이들은 그녀의 생가가 있는 전남 해남에 모인다. 고정희 시인이 1991년 지리산 등반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후, 처음에는 지인들의 끈 끈한 동료애와 우정으로 시작한 추모모임이 어느덧 연례행사가 되어 해가 갈수록 더 많은 관심과 인파행렬로 이어지고 있다. 문 고정희생가
단에서도 시인이자 활동가였던 한 여성을 향한 이러한 끈끈한 우정과 정성에 부러움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올해 역시 또하나 의 문화, 해남 여성의 소리, 하자센터, 전교조, 늘봄 대안학교, 제
36
주 여민회 등 전국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커져가는
다시 되돌아간 그
고정희 시인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곳을 찾아가 보니
버스 안에서 함께 허난설헌 관련 영상을 보며 여행은 시작
오래 전 서거한
되었다. 고정희 시인의 생가와 묘지를 방문하여 추모제를
문인 혹은 활동
올리고, 고찰 미황사에서 지난 고정희 기행 영상을 보고 또
가라기보다 16년이 지
하나의문화 동인의 강좌를 들으며 담소를 나누면서 하루 밤
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친근하고 존경스러운 옆집 언니이자
을 보냈다. 다음날 다산초당을 방문하고 바닷길을 걷는 것
동료 활동가로 다가온다. 아마도 그녀가 생전에 시를 통해
으로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제기했던 많은 문제가 오늘날 현실에도 적용 가능하고, 그
고정희 추모제
청렴한 정신과 열정, 진솔함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진실되게 올해 처음으로 참가한‘고정희 기행’ 은 고인에 대한 추모행
전달됐기 때문이 아닐까.
사이면서 동시에 기행이라는 독특한 공간적∙정신적 경험 을 갖게 했다. 추모는 항상 떠나간 이에 대한 슬픔과 과거의
강산이 몇번이나 변했을 시간이 지났다 할지라도 페미니스
기억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이 공간에서는 그녀를 통해 세
트 사이에는 시대를 초월하여 교감할 수 있는 어떤 공통된
대, 나이, 소속을 넘어 새로운 문화공간과 소통의 잉태가 가
지점이 있다는 또하나의문화 동인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능해진다. 더군다나 그녀의 땅끝마을 고향이 주는 자연적인
“떠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라며 담배 한 개비와 함께 조
편안함과 어우러짐, 여유는 고시인의 방 한 켠에 적혀있던
용히 울먹이던 그는 세월의 무상함과 더불어 그동안 한국
좌우명‘고행, 묵상, 청빈’ 의 정신과 함께 생태 여성주의의
여성운동이 일구어 놓은 많은 사회적 변화를 고정희 시인도
공간적 경험과 실현을 순간적으로 가능케 하였다.
함께 볼 수 있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이번 추모기행을 키워드로 표현하자면 시대를 초월한 끈끈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 그리
한‘자매애’ , 열정과 드라이브로 모인 전국의‘다양한 여
고 정치적 리얼리즘이 팽배한 사회공간에서 잠시나마 벗어
성’ ,‘대안적인 문화공간’ , 그리고‘생태 여성주의’ 이다. 다
나 실험적인 시공간에서 소통하고 숨쉴 수 있어 일 분, 일 초
양한 배경을 가진, 그러나 열정으로 똘똘 뭉친 여성들이 만
가 더없이 값진 시간이었다. 고정희 시인이 이런 나를 그리
나 고인을 기리는 진지하면서도 신명 나는 시간을 만들고,
고 이런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면 위의 시와 같은 말을 하지
티끌 하나 없는 자연에서 숨을 쉬고 소통하며 우리가 서 있
않을까 싶다.‘여기 다 모였구나 이 불꽃이 바로 평등의 불
는 현재와 지나온 과거 그리고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미래
꽃이요 이 바람이 바로 해방의 바람 아닐손가 자매여 우리
를 얘기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를 이곳으로 이끈
가 길이고 빛이다’라고.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이번 추모기행에 참가하여 고정희 시인이 태어나 성장하고
히로 ● 민우회 얘기만 나오면 신바람 나는 신입회원(쪼아쪼아!). 유부초밥으로 점심 때우며 청탁글에 몰두 중(?).
2007. 7∙8 37
생협 이야기
#1 중학생인 우리 딸이 그 어떤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시험기간에도 꼭 챙겨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EBS 중학영어? 수학? 그러면 오죽 좋으랴마는 그렇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프로그램은 살찔까봐 안 본단다. 꽃미남 정일우 오 빠가 나오는‘거침없이 하이킥’ 을 거침없이 보고는 핸드폰 대기화 면에도 정일우 오빠가 살인미소를 거침없이 날리고 있다. 그렇게나 재미난 걸 학원시간과 겹치면 못 보게 되는 날이 있는데,
잘늙어가기
그런 날은 엄마가 대신 보고 꼭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며칠 전 저녁에도 혼자 앉아 문제의 시트콤을 보고 있었다. 등장인 물 중 문희 할머니는 가부장적 권위주의로 똘똘 뭉쳐있으나 결코 카리스마는 없는 남편 순재 할아버지에게 무시당하고, 똑똑하고
이서연 ●
당당한 한의사 며느리 해미의 반박할 수 없는 논리에 휘둘리며 억 울해 하는 인물이다. 많은 식구들 뒤치다꺼리에 지치고, 똑똑한 며느리, 잘난 척 남편에 상처받아 속상해 하던 어느 날, 문희 할머니는 친구가 다니는 댄스 교습소에 구경을 가게 된다. “아유, 난 그런 거 못해”하며 시작한 춤이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춤추는 재미에 폭 빠지게 했음은 예상대로였다. 그럼 이 어지는 스토리는? 예상대로라면 댄스교습소에서 만난 멋쟁이 할아버지와 살짝 설레 는 감정을 나누고 그에 비해 무뚝뚝하고 잘난 척 장이인 남편의 모 습이 마구마구 비교되고? 극중 해미가 즐겨 쓰는 말마따나“Never! Never!”결코 아니었다. 남자 파트너가 없어 다른 할머니의 남자 파트너 역할을 해 주면서 문희는 득도를 하게 된다. “내가 리드해서 이렇게 멋지게 춤을 출 수 있다는 걸 여직 모르고 살았네! 못된 영감탱이가 시키는 대로, 잘난 척 싹퉁바가지 며느리 가 시키는 대로, 내가 왜 그러고 살았을까? 이젠 나도 다르게 살 거
38
야! 내 인생은 내가 리드하겠어!”뭐 대충 그런 대사였다.
라, 이사를 해서 집이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지 않을
그러면서 아무도 없는 댄스 교습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 음
도리가 없다.
악을 틀어 놓고 상대도 없이 혼자 멋지게 당당하게 배를
둘째는 플릇 소모임에서 평생 처음으로 악기를 배운다. 어
쑥 내밀고 춤을 춘다. 이 대목에서 나는 헤벌쭉 웃으며 마
릴 때 피아노도 배워 본 적 없고 악기를 배우고 싶었던 적
구 박수를 쳤다.“와아! 짝짝짝!”
도 없으며, 배울 수 있다고 엄두를 내본 적도 없었던지라 꽤나 뜬금없는 행동이었다.
#2
그런데 플릇을 지도해 주시는 장선생님이 교습으로 끝내
민우회 20년, 생협 18년, 내가 민우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발표회다, 연주회다 멍석까지 깔
때 여섯 살이던 우리 딸은 열네 살.
아주시는데, 10년, 15년씩 계속 활동을 하고 있는 아마추
어린 딸에게 붙잡힌 손을 놓을 길도 없고‘무엇을 하며, 어
어 연주자들이 너무 부러워 보였던 거다.
떻게 살 것인가?’발 동동 구르면서도 동네 아줌마 하나
그동안은 어디 가서 무엇을 배우던 간에 배우는 것으로 끝
친구로 변변히 포섭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유폐시켰었다.
나 버렸기에 더 이상 뭘 배우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는데,
그즈음 표류해 들었던 민우회는 내게 구원이기도 했고 애
이 그룹에는 끈질기게 붙어 있으면 예순 살이 되어서도 드
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고여 있던 에너지가 폭발하며
레스 입고 플릇을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은-잿밥에 욕심
좌충우돌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아이는 커 있고 나와 민우
이?- 생각이 들었다.
회 친구들은 늙어 있다. 삼십대의 내 화두가‘무엇을 할 것인가?’ 였다면 사십대인
“서연씨, 입으로 폭탄 던져요?”
지금은‘어떻게 늙어 갈 것인가’ 가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
“서연씨, 그런 공사판 막노동꾼 같은 소리 말고….”
“우리 민우회 실버타운 같은 거 만들어서 늙으면 모여 살
선생님이 구박을 하거나 말거나 꿋꿋하게 플릇을 배운 지
자” 하는 말이 농처럼 나온 것이 몇 년 된 것 같더니 요즘
벌써 열 달이 되어 간다.
생협포럼 등의 주제로 노령화 사회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민우회 친구들아! 내가 할머니 돼서 드레스 입고 연주회하
보니 잘 늙어 가는 것이 나만의 화두는 아닌 것 같다.
면 꽃 사갖고 올 거지? 이서연 ● 차분차분한 말을 듣고 있노라면 숨가쁜 일상에서
요즘 나는 잘 늙어 가기 위해 하는 일이 있다. 첫째는 반겨 주는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민우회에 놀러간
한숨을 돌리게 되지만, 동북지부의 플롯 소모임 ‘여름숲 앙상블’ 에서 일명 터프녀로 불린다.
다.‘무엇을 할 것인가’ 에 골몰해 일만 보일 때는 내가 무 차별로 쏘아대는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사람’ 들이 보이 지 않았었다. 그러나‘어떻게 늙어 갈 것인가’ 로 관심이 옮
● 생협에선 고령화를 준비하는 생협포럼을 매달 셋째 목요일 마다 지역으로 찾아가며 계속하고 있어요. 7월엔 동북에서, 8월 엔 남서여성민우회 생협에서 만나요.
겨가고 보니 함께 늙어가고픈 친구들이 민우회에 지천이
2007. 7∙8 39
국제통신원
‘미국사회포럼’ 에서울려퍼진여성노동자의함성, “해가뜨면, 우리는일어나리라! ” 박혜정 ●
지
난 6월 26일부터 7월 1일까지 5박 6일 동안 미국
각종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일하는 유색인종, 풀뿌리 단체
조지아주 아틀란타에서 첫 번째‘미국사회포럼
들이 그 뒤를 따랐다. 굵직한 단체의 원로 대표자들이 맨
(US Social Forum)’ 이 열렸다. 미국 전국 각지와 국외에
앞줄에서 현수막을 들고 앞장서는 한국과 미국 진보운동
서 만삼천명이 참가하였고, 9백여 개의 본 워크샵과 영화
권의 관례(?)와는 영 달랐다. 소수자, 약자를 앞세우는‘새
상영, 문화공연, 천막 안 토론 등의 부대행사가 잇따랐다.
로운 운동문화’ 라 할 수 있겠다.‘핫틀란타(Hotlanta)’ 라
이번 행사는 미국 내 진보적 사회운동의 역사에 획을 그을
고 불릴 정도로 따가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아틀란타의 거
만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많은 진보운동 관련 행사들
리를 참가자들은 흥겨운 노래와 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
이 백인 남성 운동권에 의해 주도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는 구호를 제창하며 두어 시간 걸었다. 물론 선두에 선 장
행사는 저소득층과 유색인종, 풀뿌리 단체들이 주축이 된
애인들의 속도에 맞춘 행진이었다.
전국 행사였다. 이 행사의 준비위원회는 미국 주류사회로 부터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위한 모임의 장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곳 미국에서 일 년 넘게 한미FTA 반대투
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2003년 행사 준비를 시작했다. 행
쟁에 관여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과 이민노동자의 상황에
사 자체만을 볼 때는 1, 2년 안에 준비하고 마칠 수 있었겠
대해 더욱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터라, 여성노동자의 투쟁
지만, 준비위원회는 4년간 행사준비에 품을 들였다. 아래
이 공유되는 몇몇 워크샵에 집중적으로 참여했다. 행사 이
로부터의 참여를 중시하여 그 자체를‘운동’ 이라고 규정하
틀째에 열린‘군사주의, 이민노동, 신자유주의’ 라는 거창
고, 수많은 단체 및 개인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방대한 행사
한 제목의 워크샵이 열리는 방을 기웃거리다가 50여명의
를 추진한 것이다. 행사의 모든 참가자들은 45개의 풀뿌리
참가자들의 시선이 자그마한 체구의 60대 멕시코 출신 이
단체로 구성된 전국준비위원회에 큰 박수를 보냈다.
민자 할머니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카랑카랑
준비위원회의 세심함은 첫 날 아틀란타 시내를 가로지르
한 목소리로 서반아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자신의 투쟁을
는 행진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행진의 맨 앞줄에는 장애
열심히 설명하는 비올라 카사레스(Viola Casares) 할머니
인, 아이들과 그 부모들, 그 뒤로는 미국의 원주민, 그 외
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 자리를 잡고 앉아 그녀의
40
자리를 앗아갔고, 그 후에도 계속해 서 노동자들의 착취와 해고를 일삼았 다. 비올라와 페트라 할머니는 곧 2 월 12일‘후에르자 우니다’ 를 조직하 여 700명이 넘는 노동자들과 함께 리 바이스 투쟁을 전개해 나갔다. 6학년 이 최종학력으로 배운 것도 없고 재 봉사로 혼자 네 명의 어린자식을 키 우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 이야기를 들었다.
1990년 1월 17일 리바이스 회사는 산
던 비올라 할머니는 처음에는 분노와
한국에서도 젊은 층에게 인기가 좋
안토니오 공장을 다른 저임금 국가인
복수심이 끓어올라 투쟁에 참여하게
은 유명 브랜드 리바이스(Levi’ s)가
코스타리카로 옮긴다며 24시간도 채
되었다고 한다.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었는
되지 않는 폐업 공지 시간을 준 채,
‘후에르자 우니다’ 는 1990년 4월 한
지는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150명의 노동자들을 모두 거리로
인권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퇴직금 등
이 글을 통해 리바이스의 노동자 착
내쫓았다. 30년, 40년 근속하고,
을 요구하며 리바이스 회사를 대상으
취와 폐업에 맞서 투쟁을 전개해 온
85%가 멕시코계 미국 이민 여성이었
로 소송을 걸었으나 패소하였고 2년
비올라 카사레스 할머니와 페트라
던 그 공장의 노동자들은 당장 어떻
후 다시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마타(Petra Mata)할머니의 이야기
게 생계를 이어야 할지 몰라 울고 소
였다. 그 이후에도 그들은 끊임없이
를 전할까 한다. 이 두분은 미국 뉴
리치다가 지쳐서 기절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권리와 퇴직금을 요구하
멕시코주의 산안토니오에 소재한 리
리바이스는 1990년까지 미국 내 58
였고, 다른 지역에서 폐업으로 고생
바이스 회사에서 일하다 해고된 이
개의 공장문을 닫아 10,400명의 일
하고 있는 리바이스 노동자들을 투쟁
민 여성노동자이다. 함께 일자리를 잃고 영어로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 고 있는 남미계 여성들과 함께‘후에 르자 우니다 (Fuerza Unida, 단결 된 힘)’ 라는 단체를 만들어 17년 동 안 노동운동을 전개해 왔다. 두 사람 은 지금도 이 단체를 이끌며 저소득 층 여성들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후에르자 우니다 포스터
페트라 마타와 비올라 카사레스(왼쪽부터)
2007. 7∙8 41
� 2007년 USSF �
�
� 후에르자 우니다
에 동참시켰다. 또 폐업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노동자들을
그녀의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주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미리 조직하여 폐업을 막기도 했다. 비올라와 페트라씨는
거기에는 지난 17년간의 투쟁 기간 동안 흘린 눈물과 승리
노동자들이 초청하면 어느 곳이나 방문을 하여 교육을 하
의 웃음이 비껴 있었다.
였다. 리바이스의 정체를 밝히는 기사 보도문을 널리 보내
그날의 워크샵 이후에도 나머지 사흘 동안 이민노동자에
고, 수많은 노동자들과 퇴직자, 소비자들을 그들의 편으로
대한 워크샵 방에 들어설 때마다, 발제자들의 발표에 귀를
만들어 갔다.
기울이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받아쓰고 있는 비올라 할머
결국 7년 후인 1997년 리바이스는 폐업 8개월 전 사전 공
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몇 번의 만남에서 서로 낯이 익
지, 퇴직 후 18개월의 연장된 의료혜택 제공, 6,000달러의
어 대화를 주고받았을 때, 혹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에게 하
재교육 지원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한 노동자의 퇴직 정책을
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를 물었다. 할머니는 잠시 골똘히 생
발표했다. 비록 산안토니오 노동자들이 직접적으로 얻은
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혜택은 없었으나,‘후에르자 우니다’ 의 투쟁은 다른 리바
"한국의 여성노동자 여러분! 당신들이 외로운 투쟁을 하고
이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크게 향상시켰고, 미국의 노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의 팔과 손으
동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로 당신들을 감싸 안으며 당신들을 느끼고 당신들과 함께
가정과 공장일밖에 몰랐던 비올라와 페트라씨는 리바이스
합니다. 사는 것 자체가 투쟁이지만 해가 떠오르는 한 우리
투쟁을 통해 사회와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지역사회
는 모두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가끔
의 호텔 노동자, 철강회사 노동자들이 겪는 비인간적인 노
배가 아플 정도로 웃고, 가끔 소리쳐 울기도 하지만, 우리
동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지금은
는 해가 뜨면 늘 다시 일어납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와 FTA 반대투쟁에 앞장서는 산증인이
행사 마지막 날 나는 할머니에게 언젠가 한국의 여성노동자
되었다.
들과‘후에르자 우니다’ 를 꼭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현재‘후에르자 우니다’ 는 여성노동자들과 이민여성들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가슴깊이 새기고‘핫틀란타’ 를 떠났다.
공동체로서 그들 가족과 지역사회의 정의를 위해 일하고 있
언젠가 그 약속을 꼭 지키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다. 이 단체는 행사음식 판매, 재봉 창작품인 옷과 탁자보 판매, 빙고게임 수익 등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룩하여 왔 으며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데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비올라 할머니.
42
박혜정 ● ’ 82년 도미하여 재미동포운동단체와 풀뿌리 영상운동단체에서 활동해 왔다. 현재 펀딩익스체인지(Funding Exchange)라는 진보재단에서 미디아정의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접속 해외사이트
_
그들도 우리처럼
요그야카르타 원칙이란? http://www.yogyakartaprinciples.org 여성주의 영어자료읽기위원회‘바닥’
2006년 11월. 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에 있는 가드자흐마다 대
�(정치사회적)운동에 대해 자유로울 권리와 피난처를 찾을 권리
학 세미나에서 법률, 학계, 인권단체 등 다양한 영역과 배경을
로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학대로부터 피난처를
가진 저명한 인권 전문가 그룹이 이른바 요그야카르타 원칙
찾는 사람의 권리
(Yogyakarta Principles)이라 불리는 원칙을 채택한다.
�가족구성, 공공생활,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로 성적지향이나
정식 명칭은‘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관한 국제법 적용에 대한
성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그들 공동체의 가족생활,
요그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s on the Application
공무(public affairs), 문화생활에 참여할 인간의 권리
of International Human Rights Law in relation to Sexual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인권을 옹호하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이다.
고 증진할 권리를 인정하며, 이런 영역에서 인권 옹호자의 보
요그야카르타 원칙은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
호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인정한다는 내용, 그리고 권리침
사안들을 지적하며, 국가의 성소수자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사
해를 당한 이들에 대해 침해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과 충분
안들과 구체적인 권고안을 포함하고 있다.
한 배상을 보증하는 것의 중요성
● 요그야카르타 원칙 (Yogyakarta Principles)
지난 5월 22일 법무부가 최종확정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인권의 절대성과 모든이에게 차별없이 적용됨을 법앞에서 인
(NAP)1)을 발표했다. 2월에 발표한 초안에서, 사회적 약자 및 소
정하는 만인의 권리 �생존권, 폭력과 고문받지 않을 자유, 프라이버시, 재판접근권, 임의적으로 구금되지 않을 자유 �고용, 편의시설, 사회보장, 교육과 건강을 포함한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의 향유에 있어서 차별받지 않을 것
수자의 인권부문에서 성소수자를 병력자와 같은 항목에서 다뤄 성정체성의 차이를‘정신질환’ 으로 보는 편견을 강화하고 있다 는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안에서도 역시‘병력자 및 성적소수자’ 라는 항목을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가 국제적 기준 으로 삼았던 세계인권선언, 자유권규약, 사회권규약 외에 요그야
�의사표현, 평화적 집회 및 결사,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에
카르타 원칙을 참고하고,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인권실태와 관련
대한 권리로 국가의 간섭 없이 자기 자신, 자신의 정체성과 섹
법령, 인권보장 등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진지한 고민을 했더
슈얼리티를 표현할 자유
라면 좋았을 거란 아쉬운 생각을 해본다.
1) NAP은 인권과 관련된 법ㆍ제도ㆍ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범국가적 인권정책 종합계획으로 국내와 국제사회에 국가인권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의미 가 있다. 1993년 유엔 세계인권회의에서 채택된‘비엔나 ` 선언 및 행동계획’ 은 각 국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는 올해(2007년)부터 2011년까지 지난 5월에 확정한 NAP를 토대로 각종 정책을 이행하게 되며 매년 말 이행 결과를 국가인권정책협의회에 제출하게 된다.
2007. 7∙8 43
모람활동_세여소의 말걸기
아이들 오정희「유년의 뜰」 세계로 가는 여성주의 소설읽기의 누에
요즘엔 해가 깁니다. 초등학교 1학년 선영이가 학교 끝나고 집에
는 소리로 가득 차 있는’우물 속을 들여다봅니다. 가난하고 어
가방 놓고 나와 학원 가는 길에도 아직 해가 쨍쨍한 걸요. 아무
리기에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항상 묵묵한 이 아이가 우물
생각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양떼구름이 줄지어 종종종
에서 들은 소리는 무엇일까요?
어디론가 가고 있네요. 앗! 쟤네들은 어디로 가는 거지? 저렇게
다시, 요즘의 아이들을 생각해 봅니다. 글쎄요, 전쟁과 입시지옥,
가볍고 즐거운 몸짓으로 어디로 산책을 가나 보다. 부러워라.
이 둘을 함께 놓고 생각한다는 것은 무리겠지요. 하지만, 전쟁이
그나마 하늘을 올려다 볼 정신머리(?)라도 있으면 다행이죠. 하
무엇인지 채 알기도 전에 그 안에서 힘들게 버텨 내고 있는 어
늘과 구름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라도 한다면 아직 희망은 있
린 노랑눈이를 보며 아픈 마음은, 태어날 때부터 영어가 멋들어
습니다. 하지만, 회색빛 아스팔트만 쳐다보며 학교와 학원을 왔
지게 쓰인 동화책을 선물 받는 조카 선영이를 보며 씁쓸했던 마
다 갔다 하느라, 하늘이 무엇인지는 과학시간에나 잠깐 생각해
음과 참 비슷했습니다.
보는 것은 아닐까요? 걱정입니다. 그리고 슬픕니다.
왜 우리의 아이들은 이렇게 힘이 들까요? 왜 1950년대의 노랑
앗. 너무 멀리 왔네요. 오늘 저는 우리 모람에서 함께 읽은 오정
눈이는 한창 즐겁게 뛰어놀 나이에 말없이 우울한 가족과 이웃
희님의 단편‘유년의 뜰’ 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의 모습이나 지켜보며 무거운 몸으로 힘들게 움직이고, 2000년
‘유년의 뜰’ 은 한국전쟁 시절 참 힘들게 살아가는 한 피난민 가
대의 선영이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왜 배우는지 모르는 여러
정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없는 노랑눈이네 집에서는 어머니
가지에 눌려 피곤해 해야 하는 걸까요?
가 가장입니다. 저녁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어떤 일을 하며
‘유년의 뜰’ 은 슬픈 전쟁의 시대를 지나가는 피난민 가정의 이
돈을 벌어 오고, 오빠는 이런 어머니가 늦도록 들어오지 않아
야기입니다. 하지만, 자꾸 노랑눈이가 눈에 밟힙니다. 아버지가
기분이 나쁜 날이면 언니를 때립니다. 할머니는 잘 자라지 않는
돌아오던 날, 훔쳐 먹은 케이크를 토하며 들여다 본 똥통 속에
막내 손주를 업어 키우며 그럭저럭 집안을 돌봅니다. 노랑눈이
서 노랑눈이는 또다시‘무엇인가 빛 속에서 소리치며 일제히
의 관심을 끄는 유일한 이웃인 주인집 딸 부네는 작은 방에 갇
끓어오르고 있는’것을 봅니다. 다시 적응해야 할 새롭지만 희
혀 살고 있습니다. 그녀가 정말 거기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망 없는 삶, 그 앞에서 노랑눈이는 크게 외치고 싶었을지 모릅
만, 어느 날 죽은 부네는 지푸라기 인형이 되어 영혼결혼식을
니다. 나도 힘들다고, 이렇게 계속 버티기엔 너무 지쳤다고 말
올립니다.
입니다.
우리 노랑눈이는 뚱뚱합니다. 곁에 정다운 사람 하나 없는 노랑 눈이는 외로움을 달래려는 듯 먹고, 또 먹습니다. 할머니가 동네 에서 몰래 잡아다 삶아 준 닭을 배부르게 먹은 어느 날 밤, 목이 말라 연신 우물물을 떠 마시던 노랑눈이는‘고요하고 알 수 없
44
세계로 가는 여성주의 소설읽기 모임 ● 앉아서 세계의 여성, 문학을 만나는 모임. 귀찮은 것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소설에 대한 애정은 많음. 이번 책은‘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http://womenlink.or.kr/moram/에서 세여소를 찾으세요.
모람활동
2007년 ‘멋진 페미니스트 되기 프로젝트’ 제2차 새모람을 소개합니다~!!
� 파란 새모람에서 연상게임을 통해 만들어진 별칭 � 헤어졌으나 헤어진 것 같지 않은 애인과의 관 계가 지금은 아주 많은 부분을 메우고 있고,
이번 새모람은 무척이나 열정적인 토론으로 유 명합니다. 주변에서 야근하던 상근활동가들의 귀 를 쫑긋하게 했던 수다파워레인져~!! 그 주인공
취업과 앞으로의 진로, 심리상담, 가족걱정과
파란
어트, 내 미니홈피∙이메일에 누가 다녀갔을
들을 만나 볼까요?
까?,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자원활동 생각
Q 나를 소개 하면~ �
이름∙별칭, 별칭에 대한 간략한 소개
�
지금 나의‘뇌’ 에는 이런 생각들이 옴지락~
�
나에게 새 모람은 ------------ 다
생각, 나는 어떤 인간인가에 대한 생각, 다이
� 아쉬움이다. 끝까지 함께 못해서 아쉬운 마음 이 제일 남기 때문에
� 발리 자유 Valerino+가치 livereto 에스페 란토어 합성어예요. � 기본적으로 나의 대뇌피질을 둘러싸고 있 는 생각은‘행복하게 살기’그리고 그 안 에는 진로고민, 나답게 살기 그러나 다르
발리
게 살기, 애인, 가족, 생존의 문제 - 어떻게 벌고, 쓸 것인가, 외국, 공부
� 이정화 별칭사용보다는 있는 지금 현재의
� 기다림?! 너무 식상하기는 하나 너무 정확^^
나로 만족한다. � 맛있는 거, 가방, 다이어트,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뒷담화, 수다, 잘난 척 하는 것, 사기치는 것 등 � 방황 사무실이 민우회 근처인 관계로 모임시
이정화
� 자갈돌 물이 있는 곳에 다 있는 자갈돌은 물을
작 전까지 서대문 근처를 배회하기 때문에
정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아무데서나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자갈돌처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별칭을 쓴다. �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 길가메시 � 진로고민, 정의실현, 남편과 딸과 오순도순
수 있을까 하는 돈 벌 궁리, 재테크, 애인이
살 생각, 남편의 진로에 따른 외국어 스트
있었으면 하는 생각, 남편, 6살 딸, 고2의 딸,
레스, 종교, 책, 섹스, 놀고 싶은 것, 환경문
친정식구, 고모 등 가족생각, 취미생활인 운
제, 외모, 운동
길가메시
자갈돌
동, 쇼핑, 외모, 내가 존재하는 이유인 공부 � 자유의 시간
2007. 7∙8 45
자기성장프로그램
군포여성민우회
폭력피해여성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지부소식 www.womenlink.or.kr
폭력피해여성들을 위한 자기성장프로그램이 시
십대의 성
작됩니다. 집단프로그램과 심신회복캠프로 이루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
어져 내면의 힘을 기르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
많으신 분, 자신도 성교육 제대로 받아 보고 싶으
입니다.
신 분, 십대 대상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싶으신
�집단프로그램 : 9월 18일~11월 29일(매주 화,
분, 모두 모여 속 시원한 성교육을 만들어 봐요.
목요일 저녁 7시~9시) 분노조절과 자기표현 법, 의사소통 훈련, 미술치료, 춤 세라피, 나의
고양여성민우회
몸 나의 성을 만나다, 심리극 등 �심신회복 프로그램 : 마음을 여는 여행 (9월 27일부터 1박2일)
마당극 모임 우리의 재미난 일상과 분주히 돌아가는 세상을
�회비 : 무료
우리들의 몸짓과 목소리로 만들어 이야기극으로
�문의 : 031-907-1003
어내고 싶은 회원 환영합니다. �일시 : 관심있는 회원들이 모여서 일정을 조정
10시~12시 �장소 : 군포여성민우회 교육장 �참가비 : 1만원(회원 무료) �참가신청 : 031-396-0236 청소년 영어 연극동아리 �대상 : 초등4~중1학년
풀어볼까 합니다. 이야기를 함께 만들고, 노래도 소리도 몸짓도 함께 배웁니다. 배워서 나누고 풀
�일정 : 7월 13일~8월 31일 매주 금요일 오전
광주여성민우회
�일시 : 7월 24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2~4시 �장소 : 군포여성민우회 교육장
여성역사해설사 양성교육
할 예정입니다.
여성주의 시각으로 여성의 역사를 재해석하고
엄마가 읽어주는 영어 동화 읽기 모임
�문의 : 조미임 (010-7591-2320)
여성인물을 발굴합니다. 여성과 문화에 관심있는
�읽을책 : Snow White and the Seven
여러분 다~모여주세요~!^^*
Dwarfs, The Wizard of Oz
랄랄라 민우학교
�일시 : 8월 14일(화), 총 7강(2회 현장실습)
�일시 : 7월 24일~9월 11일 매주 화요일 10시
민우생협 어린이들이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장소 : 군포여성민우회 교육장
대한 지식을 쌓고, 자연을 만지고 느끼는 친환경
한부모가족 공동체‘그루터기’ 모임
또래 성교육
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행복한 나, 행복한 우리 가족!
사춘기라는 여행을 즐겁게 준비하자!
�프로그램
�일시 : 8월 30일(목)
�대상 : 초등 4~6학년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일시 : 8월 9일, 13일, 16일, 20일 10시
랄랄라 민우학교가 열립니다. 건강한 먹거리에
- 만화교실(2회) : 좋아하는 만화 컷 그리기 완성
�장소 : 군포 여성민우회 교육장
- 식생활교실(3회) : 우리 몸은 식품첨가물을 싫어해! - 목공교실(2회) : 가족메모판 만들기
상담원 수퍼비전
- 박물관교실(1회) : 생태계를 그대로 옮겨온
상근활동가 및 자원상담원의 상담능력 향상을
박물관에서 만나요. - 심학산 숲교실(1회) : 심학산에서 여름을 만나 요. 목걸이랑 솟대도 만들어요.
위한 수퍼비전 나누기 �일시 : 9월 5일(수)
남부여성민우회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합니다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개포초등학교 뒤쪽 개포4단지 아파트에서 여러 분을 만나겠습니다. 개포4단지 426동 108호입니
- 일기쓰기교실(4회) : 생활글∙마음글 자연스 럽게 써보아요.
서울남부여성민우회
회원 몸다지기 운동회 <민우 운동회>
다. 놀러 오세요~!
�일시 : 8월 6일~22일
회원들의 친목과 단합, 그리고 건강한 몸을 위한
�문의 : 생협사무국 (031-918-9774)
운동회를 엽니다! 선물도 풍성, 재미도 풍성한
생산지 기행 - 팔당으로 소풍가자!!!
여성들의 놀이의 장에 함께해요!
�일시 및 장소 : 9월 8일, 팔당생산지
초경&몽정파티
�일시 : 9월중 2007년 남부민우여성학교
�프로그램 : 멋지게 찰깍, 도전 사춘기 벨, 여성 주의 자기방어 �일시 : 초경파티 8월 20~21일 몽정파티 8월 22~23일 �대상 : 초등 5∙6학년 학생과 부모님 �장소 : 고양여성민우회 교육장
46
한부모가족 명절 한마당
● 제 1강 자녀와의 의사소통 훈련
�내용 : 명절 음식 만들기 및 전통놀이
�일시 : 9월 6일 오전10시30분
�일시 : 9월중
�강사 : 김희은(여성사회교육원 원장)
�장소 : 광주여성민우회 교육실
�장소 : 공신빌딩 6층(목양교회 교육실) ● 제2강 신나게 살자
�일시 : 9월 13일 오전10시30분
�일시 : 9월 19일
�일시 : 8월 31~9월 1일
�강사 : 박어진(한겨레 칼럼니스트)
�장소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교육장
�장소 : 인사동 쌈지길, 홍대앞 걷고 싶은 거리
�장소 : 공신빌딩 6층(목양교회 교육실)
�문의 : 생협 사무국 (02-3942-7140) 시민단체활동가의 날 갈등해결을 위한 평화적 소통 능력 키우기
인천지역 시민단체 상근활동가들의 소통과 휴식
심화 워크샵
을 위한 행사로 애니어그램 및 성교육 강의 등
방과후 공부방 개소
7월의 1차 워크샵을 통해 갈등을 이해하고 해결
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7월 2일 방과후 공부방을 시작했습니다. 부족한
을 위한 기본적인 소통 방법을 배웠습니다. 2차
�일시 : 8월 31일~9월 1일
점이 많지만 지역 여성들의 자녀 양육에 도움이
심화 워크샵에서는 해결 방법을 실습을 통해서
되고자 합니다.
익히는 시간입니다.
한부모가족 임파워먼트를 위한 설문조사
�이용시간 : 월~금요일 오후 2시~6시
�일시 : 9월 14일~15일 (1박 2일)
�내용 : 설문조사자 교육, 설문조사, 설문분석
�장소 : 남서여성민우회
�장소 : 봉도 청소년 수련원
�일시 : 8월~9월
서울남서여성민우회
민우어린이 학교 - 문화탐방 �일시 및 장소 : 8월 중, 미정
원주여성민우회 여성학공부모임
평등한 일, 출산, 양육을 위한 캠페인 �일시 : 9월 7일~8일 �장소 : 부평시장, 부평공원
민우여성학교
�내용 : 쉽게 배우는 여성학
�내용 및 일시 : 대중매체와 여성, 9월~10말 예정
�일시 : 8월중
회원의 날
�장소 : 원주여성민우회 교육장
�일시 : 9월 14일(금)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장소 : 인천여성민우회 교육장 면생리대 만들기 강좌
자전거 모임‘위풍당당’
�일시 : 8~9월
수요집회 주관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방법도 서로 나
�장소 : 원주여성민우회 교육장
민우회가 수요집회의 전체 프로그램의 사회를 보고, 퍼포먼스 공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누고, 중랑천가를 달리면서 중랑천 환경생태도 살핍니다. 더불어 자동차 도로를 안전하게 달릴
찾아가는 성교육 - 내 몸의 주인은 나
�일시 : 9월 19일(수)
수 있는 거리도 찾을 예정이랍니다.
�일시 : 9월중
�장소 : 일본대사관 앞
�일시 : 매월 1, 3주 토요일 오전 9시
�장소 : 관내 중학교 여성테마교육
�장소 : 중랑천 창동교 아래에서 <애니어그램> 집단 프로그램 시작
인천여성민우회
애니어그램의 다양한 질문을 통해 내 안의 나를
소중한 나, 우리
탐색하는 시간입니다.
만남과 성장을 위한 청소년 프로그램
�일시 : 매주 화요일 (2시간), 총 8회
�1회 -‘나는 누구인가’즉흥놀이
�일시 : 9월내 주2회씩 교육 예정 �장소 : 인천여성민우회 교육장
진주여성민우회
�2회 -‘가족 안에서의 나’상황연기
창립10주년 기념사업 사무실 이전
�3회 -‘학교 안에서의 나’상황연기
�일시 : 2007년 8월 말 예정
정회원 만남의 날
�4회 -‘나, 세상의 중심’독백
�장소 : 평거동 진주문고 후문 300m 전방
정회원들이 모여 지난 시간 동안 민우회 활동을
�일시 : 8월 25일~8월 26일
함께 얘기하고, 남은 2007년의 활동을 만들어가
�장소 : 영화공간주안
�장소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교육장
해야해야공부방 여름방학캠프 �일정 : 8월 8일(수)~8월 9일(목)
는 시간입니다. 정회원이면 누구나 모두~ 참여 하셔야 합니다.
공부방 일일 캠프
�장소 : 대아골 학생수련원
�일시 : 9월 2일
�내용 : 요리체험 및 물놀이
�내용 : 전공협 여름캠프
�장소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교육장
�일시 : 8월중 �장소 : 서곶 수영장
통일한마당 일시 : 8월 10일(금)
9월 조합원의 만남의 날 내용 : 스트레스 관리법, 옛돌박물관 여행, 재활
월경페스티발‘막힘과트임’ 퍼포먼스
장소 : 청소년수련관
용 코사지 만들기, 식품첨가물에 대한 공부 등
�주제 : 소녀들,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내용 : 통일한마당 기념행사
2007. 7∙8 47
독자마당 강의날 부스운영 �일시 및 장소 : 8월 16(목)~18(토), 남강고수부지 �내용 : 강의날 기념 행사 중 단체홍보및 생활재홍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 연수 �일시 및 장소 : 8월 24일(금)~8월 25일(토), 미정 생협강좌
회원이 민우회의 주인입니다. [함께가는 여성]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듣습니다. [함께가는 여성]을 읽고 느낀 점이나, 민우회에 바라는 의견을 보내주시면‘독자 마당’ 을 통해 소개해드립니다. 채택된 의견에 대해서는 민우회가 마 련한 감사의 선물을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일시 및 장소 : 9월 11일(화), 미정 세계인권선언기념사업회 진주협의회 토론회
독자의견은 민우회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일시 및 장소 : 9월 19월(수), 청소년수련관 �내용 : 진주시 인권조례제정을 위한 기반으로 각 분야별로 진주인권 현황을 발제하고 토론
춘천여성민우회 민우어린이 인권캠프 - 꿈꾸는 달팽이 어린이 인권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어린이 캠프입니다. �일시 : 8월 2일~3일 �장소 : 강촌 반딧불이야기
웃어라 민우회! 민우회원 생활백서
사알~짝 하기! 회비인상
�
민우회에 대한 나의 애정을 표현하고 싶다.
�
민우회로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낸다.
�
천원이든 만원이든 사알~짝 회비를 올린다.
삼색모람 �내용 : 8월 - 손수건천연염색, 9월 - 친환경발효세제EM만들기
신입회원 여러분 환영합니다
�일시 : 8월 14일(화), 9월11일(화)
주유정 김경례 나애자 박선화 권미희 문지현 권혜영 천성임
�장소 : 춘천여성민우회 사무국
전선화 김수행 박미란 이명희 임은주 김동숙 김미옥 김진선
들꽃 나들이 가족과 함께 하는 생태기행. 8월은 곰배령에서 우리 들꽃 이
민영재 이미실 이중희 장옥희 김애경 오민숙 김윤정 최형석 권택준 이정이 배은숙 이은정 박미경 김진경 유국군 노선애
야기로 진행됩니다.
정미혜 김경옥 하정희 최미경 김정미 김영녀 이지수 정유경
�일시 : 8월 25일(토)
홍정륜 김미영 양서영 손정희 임숙희 장은혜 정담빈 김호경
�장소 : 강원도 인제 곰배령
정영순 김해숙 장성주 강수분 문은미 채선화 전미숙 심민지 손경옥 유남이 윤영미 정현진 이진숙 정신애 김윤희 채종렬
자매들의 벼룩시장
안혜영 구현정 김용미 오세은
아껴쓰고 나눠쓰는 민우회 환경장터
(2007년 5월 24일~7월 25일)
�일시 : 9월 8일(토) 오전11시(예정) �장소 : GS마트 건너편
‘회원의 밤’ 기꺼이 불편해지기 캠페인 생활속의 친환경 여성운동 - 기꺼이 불편해지기를 홍보하고 참여하는 캠페인입니다. �일시 : 9월 추석명절 이전 (예정) �장소 : 춘천 명동 일대
48
민우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민우회를 아끼고 사랑하는‘민우 식구들’ 과 먹고 마시고 즐기는‘회원의 밤’ 이 준비중에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은 곧 공지합니다. 잊지말고 기다려 주세요!!
길을여는사람이되어주세요 여성이 웃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날들이 스무해가 되었습니다. 스무살 민우회는 회원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가들이 이사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올해는 그 꿈을 이루어 보고자 합니다. 민우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분들과 함께 희망의 길을 열어가고 싶습니다.
● 길을 여는 사람들 ● 나눔세상 길잡이 : 10만원 이상 후원
● 웃음세상 길잡이 : 100만원 이상 후원
● 평화세상 길잡이 : 30만원 이상 후원
● 행복세상 길잡이 : 300만원 이상 후원
● 평등세상 길잡이 : 50만원 이상 후원
● 희망세상 길잡이 : 500만원 이상 후원
※‘길을 여는 사람’ 이 되시면 원하는 사진이 새겨진‘희망조각’ 을 드립니다.
후원신청 : 02-737-5763
http://20.womenlink.or.kr
후원계좌 : 국민은행 813-25-0011-869
(한국여성민우회)
우리은행 064-121846-13-403 (한국여성민우회) 농
협 085-01-106544
(한국여성민우회)
※이 후원금은 여성운동과 민우회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됩니다.
회원문의 02-737-6050 팩스 02-736-5766 / 02-739-8871 고용평등상담 02-706-5050 팩스 02-736-5766 / 02-739-8871 미디어운동본부 02-734-1046 팩스 02-739-8871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02-739-8858 팩스 02-736-5766 / 02-739-8871 상담 02-739-1366~7 한국여성민우회 생활협동조합 02-581-1675 팩스 02-3679-2202 서울남부여성민우회 02-459-3519 팩스 02-3411-3519 서울남서여성민우회 02-2643-1253 팩스 02-2643-1252 매장 02-2643-6060 서울동북여성민우회 02-3492-7141 팩스 02-3493-9221 생협 02-3492-7140 생협매장 02-3492-9999 고양여성민우회 031-907-1003 팩스 031-907-5009 매장 031-919-1774 상담 031-919-1366 광주여성민우회 062-529-0383 팩스 062-529-0384 상담 062-521-1366 성폭력쉼터 062-462-1366 군포여성민우회 031-396-0201 팩스 031-394-2343 매장 031-396-0261 상담 031-396-0236 원주여성민우회 033-732-4116 팩스 033-744-0113 인천여성민우회 032-525-2219 팩스 032-525-2256 진주여성민우회 055-743-0410 팩스 055-746-9771 매장 055-746-7077 상담 055-746-7462 춘천여성민우회 033-255-5557 팩스 033-243-9746 상담(노동) 033-254-2155
참여하는여성이아름답다! 여성이웃는다! 세상이웃는다!
Korean WomenLink (110-102)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Tel 02-737-5763 Fax 02-736-5766 E-mail minwoo@womenlink.or.kr 홈페이지 www.womenlink.or.kr
181 호
2007.9 . 10 www.womenlink.or.kr
민우ing 민우회 스무 살 생일잔치 현장스케치 이랜드 불매운동 - 사회를 바꾸는 일상의 실천 떳다! 2007대선시민연대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 문서에서 ‘욕정을 일으켜’ ,‘욕정을 못 이겨’등의 문구 삭제를 요청합니다 쟁점과 현안 사형제 폐지 -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문화국가로
사진에세이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봄길 정호승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www.womenlink.or.kr
6
27
44
2007.9�10 02 민우ing 02
민우회 스무 살 생일잔치 현장스케치 _ 바람
04
이랜드 불매운동 - 사회를 바꾸는 일상의 실천 _ 은날
06
떳다! 2007대선시민연대 _ 똥글
08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 문서에서‘욕정을 일으켜’ ,‘욕정을 못 이겨’등의 문구 삭제를 요청합니다 _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검∙판사 이렇게 할 수 있다’기획단
11
민우스케치
12
민우칼럼 창 ● 신정아 스캔들과 페미니스트의 시선 _ 유선영
14
연재기획 ● 여성주의자,‘관계’ 속에서 나를 보다 15
우리‘사이’ , 관계의 온도와 거리 _ 돌싱R
18 ‘페미니스트’ 는 어떻게 시누이로 단련 되는가? _ 아비오 20 22
타자 새로 찾기, 그리고 나를 만나기 _ 이윤상
연재기획 ● 자매애란 이름과 여성들의 집단지혜 _ 이오
24 연재기획 ● 민우역사기행 - 희망선언, 여성의 노동할 권리를 ‘다시’ 외치다 _ 여진 28 쟁점과 현안 ● 사형제폐지 -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문화국가로 _ 김형태 31
접속 해외사이트 : 그들도 우리처럼 ● 우리 사회는 얼마나 노동자의 이익에 관심이 있는가 _ 바닥
32 국제통신원 ● 인도네시아 여성이야기 _ 김소연 34 문화산책 ● 서평∙감상 퍼레이드 - 여자들의 유쾌한 질주 36 평동 사무실에서 ● 직장인 건강검진 체험기 _ 나디아 38 모람풍경 38
지엄 또는 지음(知音) _ 청요리집
40
몽정파티를 다녀와서 _ 이정은
42 생협이야기 ● 서른아홉의 새로운 도전기 - 자출족 되다 _ 황윤익 44 모람활동 ● 우행가 1기의 베트남 여행이야기 44
위풍당당(?) 자전거 도전기 _ 타기
45
사막과 초원과 호수의 앙상블 _ 묘랑
46 민우알림 46
지부소식
48
독자마당
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유경희, 권미혁, 최명숙 편집인 정은숙, 박봉정숙 발행일 2007년 10월 15일 통권 181호 편집위원 권미혁 권수현 김희정 박봉정숙 손봉희 이인화 주영은 최정은영 디자인 함인선 일탈기획(02-2275-8447)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
민우ing
민우회 스무 살 생일잔치 현장스케치!
함께 있어 좋은 밤 한국여성민우회 창립20주년 기념행사
민우회 20년, 그 속의 사람, 사람, 사람 민우회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처음으로 저에게 주어진 역할은‘사진’ 첩 정리였답니다. 열 권이 훨씬 넘는 먼지가 쌓인 사진첩을 정리하며 사진 속의 시공간을 내가 다 받아 안을 수는 없었지만, 그때 언니들의 생동하 는 모습들을 정지된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나무 강당 에서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창립을 축하하던 사진, 80년대 종로거리 톰보이 여성 노동자 해고 규탄 집회 사진, 어느 산골 마을에서 도란도란 모여 앉아 딸기잼을 만들고 유자를 썰고 있던 사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대학로 거리에서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선 전물로 사람들을 만나며‘나’ 여기 캠페인을 진행하던 사진…. 20년이라 는 시간이 끊임없이 이어달리기를 하듯 사진들 속에는 민우회의 사람, 사람,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했던 거 있죠? 사진 속 정지된 사람들이 민우회의 스무 살 생일잔치 날, 성큼성큼 발걸 음을 움직여 같은 공간에 모여 서로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크게 웃 던 모습이. 과거 속에 정지되어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여전히도 20 년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곳곳에서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여성주의를 실천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짱가 음악에 맞춰 화려하게 등장한 명MC, MC Bong 그리고 MC Ddong 많은 분들이 이런 말씀을 하신 걸 들었답니다.“민우회에서 이런 곳에서 이렇게 모이기도 하고 신기하네~”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해산물 뷔페 에서 그리운 얼굴을 만나고, 술잔을 기울였던 시간, 스무 살 생일잔치는 그렇게 민우회의 환상의 콤비, 박봉처장과 똥글처장의 인사로 시작되었 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그날의 영상편지 기억하시죠? 어둠 속에서 촛불 을 들고 둥.둥.둥 등장하였던‘다소’ 의 그녀들, 그 모습이 머릿속에 제대 로 확 꽂혀 민우회 회원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던 분들도 삐져나오
2
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다소와 세여소의 손인형들이 만든 깜찍 한 영상과 희생과 박애의 포스가 뿜어져 나오는 ETC, 영어울렁증을 한 방에 날려주었던 유쾌한 바닥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여성주의를 실천하 고 계시는 지부 분들과 사람을 살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감을 영상으 로 보여주신 생협! 많은 모람들의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완소영 상! DVD로 만들어 주세욤! 소장하고 파요!ㅋ
싸랑해요! 위.민.링.크 눈빛라기, 미소기루, 깜찍다라, 랩퍼니나, 환상안무 먼지! 20주년 회원의 밤 - 그날 행사의 시작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그룹 위.민.링.크, 이날의 공연을 위해서 시간이 나는 틈틈이 한여름의 뜨거움 속에서 땀 을 흘리며 노래가사를 바꾸고, 안무를 만들고 행사 당일엔 행사장 구석 에서 연습을 해왔던 그녀들의 모습에서 열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민 우회 상근활동가들이 만든 깜짝 공연, 그날 참석하셨던 분들은 어떠셨어 요? 조심스럽게 위.민.링.크의 연말 송년회 무대를 기대해봅니다!
여자들의 유쾌한 질주 _ 유쾌! 감동!의 수필집 드디어 발간! 행사 당일 발간된 따끈따끈한 수필집이 행사장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20여년의 시간과 그 안의 오늘을 살아가는 언니들의 삶의 지혜가 오롯 이 담긴 한권의 책! 아직 수필집을 만나보지 못한 분들 꼬옥 꼬옥 한번 읽어보세욤! 강추! 그리고 주변 분들에게 선물해도 아주 좋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봄길 中에서)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민우회 스무 살 생일잔치. 보고 싶은 기 억 속의 회원들을 찾는‘보고 싶다! 기억 속에 그대!’ 순서와 쉼 없이 달려 온 민우회의 20년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다큐 영상까지. 바로 이 순간의 문제가 여성운동의 의제라고 말하던 언니들, 그리고 오늘의 우리 가 있기에 민우회가 이리 존재하는 건 아닐까 생각을 했답니다! ^-^* 함께 있어 좋았던 밤, 하지만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내기엔 너무나 짧 아 아쉬웠던 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 사랑이 끝난 곳 에서도 사랑이 되어‘희망’ 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바로‘당신’ 이 아닐 까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더욱더 쑥쑥 자라라 민우회! 스무 살 생일잔치 다시 한 번 축하해요~ 그리고 그날 함께 축하해주셨던 분 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서른 살, 마흔 살 생일잔치 그때까지 쭉쭉 얼굴 봐욤! 하핫! 바람 ●한국여성민우회 신입활동가 물 만난 물고기 마냥, 가을입니다!
2007. 9∙10 3
민우ing
이랜드 불매운동
사회를 바꾸는 일상의 실천
은날 ●
비정규직 관련 법
까지도 계속되고 있는‘이랜드 사태’ 이다.‘이랜드 사태’ 는 또한
지난 해 말에 통과되어 7월 1일 시행된 이 법의 한계와 문제점 에 대해서는 그간 지난‘함여’ 의 많은 글 속에서, 그리고 민우회 의 여러 활동 속에서 많이 이야기해왔다.
무엇보다도 여성노동자들의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 다는 현실과 그녀들의 노동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관련 법 자체가 많은 한계와 쟁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 에 시행 이후에 벌어질 우려스러운 사태에 대해서 예견하고 이를
‘나쁜 기업’이랜드
방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주장들도 많았다.
지난 6월 유례없이 많은 비정규직을 일시에 해고하면서‘이랜드
그러나 법 통과 이후 별다른 대책 없이 법은 시행되었고 우려했
사태’ 는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랜드가 홈에버, 킴스클럽, 뉴코
던 일들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성차별적인 분리직군제, 하
아, 2001 아울렛 등 유통업체에서 계산원 등 필수적인 업무에
위직급 신설, 외주화 등 간접고용의 확대 등이 그 우려했던 현실
고용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1,000여명을 일시에 해고한 것
들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여름부터 지금
은 비정규직 관련 법망을 피해가려는 의도에서였다. 비정규직
4
관련 법, 특히 기간제 법은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사용할 경우 무
비정규직의 문제이고 바로 나와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그리
기계약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피해보고자
고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 일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필수 업무를 용역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야말로‘사태’ 가된
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것이다. 그동안 위의 유통업체들은 3개월, 6개월, 9개월 심지어 0개월 백지 계약으로 비정규직의 고용을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
사회를 바꾸는 일상의 실천
라 강력하게 노동을 통제해왔다. 그러면서 단순히‘인건비 절
또 다른 곳에서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는 우리가, 일하고 싶
약’ ,‘부담’ 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과 어떠한 협의도, 외주용역
어도 비정규직으로밖에 고용되지 못할 우리가, 비정규직이 확산
화 이외의 다른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
되고 차별받는 것에 분노하는 우리가, 여성들이 즐겁고 평등하
고를 단행한 것이다.
게 일하는 세상을 원하는 우리가, 여성들의 연대의식을 보여주
그리고 해고된‘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과 그네
고 싶은 우리가,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사회를 정의롭게, 평등하
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알려지면서‘이랜드 사태’ 는 우리 사회
게 바꾸고 싶다면?
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
우리 사회 비정규직의 문제를, 여성 비정규직의 현재를 함께 이야
었다. 3, 6, 9, 0개월 계약이라는 무자비한 고용 계약, 최저임금
기해보는 것도 좋겠고, 해고된 노동자들이 격렬하게, 처절하게 싸
수준에 불과한 임금, 화장실 갈 짬도 없이 식사교대도 없이 8시
우고 있는 현장을 함께 해도 좋겠고, 비정규직 문제로 열심히 싸
간 내내 일해야 하는 노동 강도, 휴가∙휴일근무수당 등 각종 수
우고 있는 이들에게 격려의 편지를, 후원금을 넣는 것도 좋겠다.
당, 출산휴가 등의 당연한 권리 등에서의 배제. 그리고 한편으로
또, 사은품으로 할인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우리 동네의‘나쁜
130억원씩 십일조를 헌납하고 좋은, 바람직한 기독교 기업임을
기업 이랜드’유통업체(홈에버, 킴스클럽, 뉴코아, 2001 아울렛)
선전하는 이랜드. 이 두 얼굴의 이랜드는 정말‘나쁜 기업’ 이다.
에서 발길을 돌려 재래시장, 생협 등 다른 매장을 이용하고, 주 위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자고 권유하는 것도 좋겠다. 그래서
이랜드 불매운동 더 나쁘게도‘나쁜 기업 이랜드’ 는 일방적으로 해고된 여성 비
지금 당장의 현안이 되고 있는‘이랜드 사태’ 를 우리들의 참여 로 해결했으면 좋겠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에도,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
‘이랜드 불매운동-3690 장바구니의 기적’ 은 비정규직 문제라
고 판정에도, 여성∙노동∙시민단체의 문제 해결 촉구에도 묵묵
는 우리 사회의 정말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이다. 이 큰
부답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 자리에 잘 참석하지도 않고,
문제를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우리 여럿이 생활에서의 작은 실
애초의 외주용역화 계획은 변함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며 다른
천으로 해결해 가는 운동이다. 이것이 그야말로 ‘참여하는 여성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운동, 함께 하는 여성운동, 생활 속의 여성운동’ 이 아닐까.
해고는 정당한 계약해지였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렇게 이랜드 기업은 자본의‘이해’ 를 빌미로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에 대한 책임감도, 자신들의 사업장에서 노동하는 노동자의 기본 권리조차도 외면하며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감을 저버리 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로 인해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부정의에 대해서는 뒷짐지고 있으면서도 각 종 할인으로, 사은품으로 어떻게든 물건 팔아보려고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런‘나쁜 기업 이랜드’ ,‘사회적 책임감도 없는 기업 이랜드’ 가 자신의 행태를 반성하고 좋은 기업으로, 튼튼한
★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같이 실천해봐!
3∙6∙9∙0 장바구니 기적! 3 세 번. 주변 여성들에게 말해보세요. 여성에게 좋은 기업을 이용하자고요.
6 여섯 번. 사은품과 50% 할인을 무시해요. 9 아홉 번. 홈에버, 뉴코아, 킴스클럽이 아닌 다른 매장을 이용해요.
0 홈에버, 뉴코아, 킴스클럽 한달 사용액 0원을 만들어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은날 ● 세상에 내맘대로 되는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매운동은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이랜드 사태’ 가 전체 여성
어떻게든 내맘대로 해보려고, 2007년을 살아내고 있는 중.
2007. 9∙10 5
민우ing
떳다! 2007대선시민연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유권자 행동- 판을 흔들자! (Rock the Vote)
똥글 ●
민우회는 2007 대선을 앞두고 여성단체로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상근활동가 포럼, 중앙위원회 등을 통해 논의, 대선시민연대 활동을 함께하기로 결정하였다. 대선시민연대에 공동대표로 권미혁쌤이, 집행위원으로 똥글이가, 사무처로 나디아가 결합하여 열심이나 아적 그 활동의 티도 안나는 작금의 현실에 끄~억 거리며 슬퍼하고 있다. 회원여러분, 티나게 우리 함께해요!!!
S# 1. 대선시민연대 회의실 / 왜 모였니?
2007년 대통령 선거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선 거임을 모두 동의했어. 그리하여 이번 선거에 여러 시민단체들
등장인물 -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활1, 활2,…) 8월 더운 어느 여름날, 20여명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나름 심각 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활1 대선을 앞두고 지난 3월부터 수많은 모임과 논의 끝에 드디 어 30일 대선시민연대 출범을 앞두고 있어. 이쯤에서 다시 한 번 확인을 해볼까, 우리가 왜 모였는지 말야. 활2 다 알면서~~ (일동 웃음 ^^) 활3 그렇긴 하지(^^). 그래도 정리차원에서 이야기를 해보는 것 도 좋은 것 같은데…. 활1 (아주 진지한 표정, 낮은 목소리로) 음… 만인이 원한다면~.
6
이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반대를 넘어서 국가발전의 비전제 시와 정책경쟁을 끌어내기 위한 활동에 집중해보자, 이런 의미 로 모인거지. 그래서 첫 번째, 삶의 질 정책경쟁을 이끌어내 보 자! 두 번째는 유권자가 선거의 주인공임을 분명히 선언하자! 활4 (웃음을 머금고) 역시… 진지하네ㅎㅎ. 좋은 말인데, 추상적 으로 들릴 수도 있으니까 내가 덧붙여 볼게. 일단 우리가 모 이면서 고민한 이야기부터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시민사회단체가 위기다’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되고 있 었잖아. 이 말 자체는 세세하게 고민하고 평가해야할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
들의 활동들이 대 사회적 영향력이 감소되고 있거나, 연대
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다! 뭐 이런 말이쥐~~
활동이 내용중심이 아니라 형식화되어 소위 명함식 연대에
활7 (어지러운 표정으로) 아. 그 말도 어렵다(^^;). 이번 대선은 그냥
대한 비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거든. 활5 그렇지, 그래서 이번에 대선을 앞두고 함께 모여서 가장 먼 저 이야기 한 것은 그동안의 연대활동의 문제점들을 답습하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힘이 되 어 함께 바꿔서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 이런 말이지?? 일동 (큰 소리로) 그렇지!!!
지 말자, 무슨 시기이니까 그냥 습관처럼 모여서 형식적인 활동들은 지양하자, 이렇게 이야기 했지.
8월 30일, 전국 351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모여, 유권자와
활4 활동의 내용도 방식도 소수의 활동가 몇몇이 머리 맞대고
함께한 즐겁고 명쾌한 활동으로 기존 정치 ‘판을 흔들자’ 는 포부
쪼물거려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시민들과 함께 참여해
를 안고 대선시민연대가 출범했다. 삶의 질이 담보되는 대안적
서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이번 대선시기를 축제와 같이 즐
인 세상을 꿈꾸며 시민들 스스로 목소리를 만들어내고, 그 작은
겨보자,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지. 그래서 대선시민연대
목소리들이 하나 둘 모여 기존 대선정국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구조도‘삶의질정책운동본부’ 와‘유권자목소리운동본부’ 로
물결을 만들어내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시민들 곁으로 열심히 달
구성하구 말야.
려가고 있다. 물론 실현가능한 꿈이라 믿으며!!!
활6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정책제안도,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평가도 유권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기 획해서 진행해보자, 그러면서 제안된 내용들이 유권자들의
알아두면 무조건 득이 되는 대선시민연대 정보
정책검증을 통한 공약폐기운동(리콜나쁜공약-공약검증 시민
하나, 유권자 UCC 잘만 참여하면 선물 그득그득 (투표를 통해 선정)
실천단 10,000명),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적 7대 방향
주제 자유, 형식 자유, 중요한건 대선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무지개 과제) 제안, 그리고 유권자가 직접 자신들이 원하는
것! UCC는 영상, 사진, 음성, 글 등의 여러 모습으로 휴대폰,
목소리를 충분히 내게 할 수 있는 천 번의 번개, 천 개의 UCC(User Created Contents), 유권자 직접행동 유권 자 TV, 유권자목소리 신문 등이지. 활1 (역시나 진지한 말투로) 참고로 말하면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을 위한 7가지 무지개 과제는 1)중소기업, 영세상인, 비정규 직에게 희망을 주는 경제민주화 실현 2)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의 질을 높이는 녹색사회의 실현 3)국민누구나의 행복과 건강을 보장하는 적극적, 보편적 복지의 실현 4)미래의 다양
카메라, 녹음기, 만화, 편지 등 다 좋아 다 좋아! 자, 천개의 UCC를 향해 출발! 12월에는 유권자 UCC 상영 축제도 준비되 어 있다네. 또 유권자 TV를 통해서 방송되고 대선시민연대 홈 페이지에도 올려지고~ 둘, 폐기공약 유권자 심사단에 참여하면 내 맘에 뿌듯함 그득그득 대선후보 폐기공약 선정 및 폐기활동에 직접 참여해보자! 망설임은 이제 그만! 지금 당장 전화를 들고 신청, 아님 홈페 이지로 달려가서 신청.
한 인적자원을 키우는 공교육의 정상화와 교육복지 실현 5)
셋, 유권자들의 목소리만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UCC 방송국 유권자TV 10월 2일 개국!
편견과 차별의 남성중심 사회를 넘어 남녀가 함께 일하고
유권자들의 사연들, 바램들을 가감없이 직접 전달하는 것! 매주
돌보는 성평등사회 6)긴장과 대결의 안보국가를 넘어 한반
화∙목요일마다 광화문 일대에 간이 무대를 설치하고 공개 방
도와 동북아 평화를 선도하는 평화국가 실현 7)중앙 중심이 아닌 참여형 지역사회실현 이야. 활9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 복잡하고 길다~. 우쨋든 결국은 후 보자 중심에서 유권자 중심으로 판을 바꾸자! 시민들 삶의 현
송 진행! 말하고픈 이들 누구라도 공개 방송으로 찾아오라! 넷, 천 번의 번개 유권자 TV와 함께하는 대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 는 천 개의 번개. 그 자체가 유권자들의 생생한 토크쇼! 어떤 주 제로도 번개를 칠 수 있다. 번개를 조직해서 맘껏 때려봐!
실에 기반한 요구와 제안을 집약해서, 가장 우선이 되는 사회 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보자! 후보자 중심의 선거가 아닌 유권 자가 주인이 되는 선거만이 국민과 유리된 정치문화를 극복하
똥글 ● 시민들 곁으로 열심히 달려가느라 사무실에선 얼굴 보기 힘든 그녀. 잘 있수? 보고싶어!ㅋ
2007. 9∙10 7
민우ing
기획단 회의 모습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 문서에서
‘욕정을 일으켜’ ,‘욕정을 못 이겨’등의 문구 삭제를 요청합니다! 1)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검∙판사 이렇게 할 수 있다’기획단 ●
성폭력 사건 판결문에서‘욕정을 일으켜’ ,‘욕정을 못 이겨’ 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욕정’ 은 통제 불가능한 그 무엇이 아님에도 성폭력 범죄 사실을 설명하는데‘욕정을 일으켜’ ,‘욕 정을 못 이겨’ 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 평소에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모 여 6월부터 판례 검토, 인터뷰,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통해‘어쩔 수 없이 욕정을 일으켜’성범죄를 저질 렀다는, 가해 행위를‘이해’ 하려는 것 같은 혐의를 지닌 이 문구를 성폭력 범죄사실의 판시로 사용하는 실 태, 이유의 분석, 이 문구의 사용으로 인해 끼칠 수 있는 영향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1) 이 글은 검찰, 법원, 법무부, 사법연수원에 제출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 문서에서‘욕정을 일으켜’ ‘욕정을 못 이겨’ 등의 문구 삭제요청서]를 요약했다.
8
‘욕정을 일으켜’ ,‘욕정을 못 이겨’사용 실태
을 일으켜’ 라고 범죄사실을 기술하고 있다.
2006년 1월 1일부터 2007년 6월까지 대법원에서 운영하는
‘욕정’ 이란 누구나 갖고 있는 욕구이다. 욕구를 갖는 것과
종합법률정보에 공개된 24건의 성폭력 사건 중 범죄사실이
이를 실천한다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임에도 공소장, 판
명시되어 있는 17건의 판례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고 이 중
결문에‘욕정’ 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남성의 성욕은
9건(53%)의 판례2)에서‘욕정을 일으켜’ ,‘욕정에 못 이겨’
강하고 이는 억제하기 힘들다는, 즉 그렇기 때문에‘어쩔 수
가 판시되었음을 확인했다.
없는’또는‘이해할 만한 상황’ 이라는 사회의 잘못된 통념
가해자교육을 하면서 접한 50여건의 비공개 판결문 90%이
을 그대로 답습한다.
상에서‘욕정을 일으켜’ ,‘욕정을 못 이겨’ 가 사용되고 있는
이렇게 성폭력을 폭력의 문제가 아닌 성적 욕망이 잘못 표
것에 비하면 공개된 판례에서의 사용 비율이 현저히 낮았
출된 실수 정도로 사소화 하고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다. 따라서 비공개 판례까지 합계를 냈다면‘욕정을 일으켜’
가해자들은 성적 욕망이 일어서 자기도 모르게 가해를 했다
의 사용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다.
고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공개된 판례뿐만 아니라 예비 법조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
또한‘욕정’ 이 순간적으로 일어난다는 가정은 피해자가 가
인 사법연수원의 교육 자료인 [검찰서류 작성례](2002)에서
해자의 욕정을 일으킬 만한 어떤 행동을 했다는 피해자유발
도 이 문구3)를 2002년 이후부터 2007년 현재까지 똑같이
론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사용되고 있다.4) 교육을 받은 후 공소장이나 판결문을 작성할 때‘욕정을 일 으켜, 못 이겨’등의 문구는 관례적으로 사용되며, 공소장에
‘순간적으로 물욕을 참지 못하고’ 절도했다는 판결문은 없다!
사용된‘욕정을 일으켜, 못 이겨’등의 문구는 그대로 판결
타 범죄와 비교해 봤을 때도 절도죄의 경우‘타인의 재물을
문에 인용되고 있다.
절도할 의사를 가지고’ 라고 표현하면서 고의를 분명하게 밝 히고 있는 반면, 성폭력 범죄의 경우 성폭력의 고의는 없었
성폭력 범죄의 원인이‘욕정’때문이다?
는데 마치 갑작스런 어떠한 정황으로 인해 가해하게 되었다
남의 집에 침입하거나 어린 아이를 유인해서 성폭력 가해를
는 듯이‘순간적인 욕정을 일으켜’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했다면 명백히 계획된 범죄임에도 판례는‘순간적으로 욕정
있다.
2) 몇 가지 판례를 명시하면 피고인은 그 곳을 지나가던 피해자 공소인외(여,18세)를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욕정을 일으켜 피해자에게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길을 안내해달라고...(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06. 6. 7 선고 2005고합146) 초등학교 교장실에서, 혼자 청소를 하고 있던 위 초등학교 재학생인 피해자를 보고 욕정을 일으켜...(중략)...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것을 비롯하여...(중 략)...(울산지방법원 2006. 6. 13선고 2006고합32) ...(중략)...서울소재 놀이터에서 때마침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놀이를 하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피해자(여, 11세)를 발견하자 순간적으로 욕정 을 일으켜 피해자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서울서부지방법원 2006. 6. 29 선고 2006고합112) 3) 피고인은 2001. 3. 4. 23:00경 서울 강남구 세곡동 산24 뒷산에서 그곳을 지난던 피해자 강정자(여, 19세)를 발견하고 욕정을 일으켜 동녀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약 100미터를 뒤따라 가다가 인적이 없는 곳에 이르러 갑자기 동녀를 뒤에서 껴안고 소지하고 있던 위험한 물건인 길이 약 15센티미터의 드라 이버를 옆구리에 들이대며“말을 듣지 않으면 찔러 버리겠다” 고 말하여 동녀의 반항을 억압한 후 왼팔을 잡고 그 부근 숲 속으로 끌고 들어가 1회 간음하 여 동녀를 강간하고, 이로 인하여 동녀로 하여금 약 1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처녀막파열창을 입게 한 것이다. (사법연수원, 검찰서류작성례, p.46. 2002) 4) 본 판례분석에서는 2002년 이전 검찰서류 작성례는 검토되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2007. 9∙10 9
민우ing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중 귀가하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따라
‘욕정을 일으켜’ 는 삭제되어야 한다5)
들어가 현금 등을 강취하고, 계속하여 욕정을 일으켜 강간
외국 판례의 경우에도 성폭력 범죄에 대해 사실적 정황을
을 했다고 판시한 판례의 경우를 보면, 가해자가 강도로 재
설명할 뿐,‘욕정을 일으켜’ 라는 등의 문구는 사용되지 않는
물을 절취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는‘타인의 재산(재물)을 절
다. 그 이유는 이런 문구가 범행의 고의성이나 계획성을 배
취하기로 마음먹고, 상습으로,’또는‘���을 강취하고’ 라
제시키고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 기술하고 있음에도 성폭력 범죄사실에 대해서는‘성폭력
영국이나 미국 등 외국에서는 성범죄 사건 서류나 기록에
할 마음을 먹고’ 라고 쓰지 않고‘욕정을 일으켜’ 라고 쓰고
가해자의 범죄동기와 원인을 멋대로 추단하여 제시하는‘욕
있다.
정’ 이라는 용어는 결코 사용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 게, 누구를 등에 해당하는 객관적인 사실인 범행양태
이처럼 객관성을 유지해야하는 공소장이나 판결문에‘순간
(Modus Operandi)가 기술될 뿐이다. ‘성범죄 ( 수사, 기소,
적 욕정을 일으켜, 못 이겨’ 가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재판에 습관적으로 사용되는‘욕정’ 이라는 표현의 부적절성
이 문구가 계획범죄 또는 우발범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하므
에 대하여 ‘. 경찰대학 교수 표창원)
로 반드시 필요하다면 이는 충동적이건 순간적이건 범죄 실 행에 착수한 시점에서는 강간의 고의가 있었기 때문에 강간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 없이 범죄 사실을 기술하는 것
의 고의를 확실히 밝힐 수 있는 어구를 추가로 선택할 문제
은 법적 과정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국민들의
이다.
신뢰와 더불어 가해자나 가해를 예비하려는 자에게는 가해
또한 범죄를 저지른 목적이나 이유에 대한 설명이 굳이 필
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지는 과정이 있음을 알고 가해를 하
요하다면 절도나 강도의‘금품을 강취할 생각으로’경우처
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욕정을
럼‘강간할 의사를 가지고’ ,‘강간할 목적으로’정도가 더
일으켜’ ,‘욕정을 못 이겨’ 는 삭제되어야 한다.
명확한 표현이 된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검∙판사 이렇게 할 수 있다’ 기획단 ● 깜냥, 달개비, 로카, 로씨, 블루, 오이, 위니가 함께 했습니다. ^^
5) 현재 전국 60여개 관계부처에 삭제요청서를 발송했다. 요청서에 대해 10월 22일까지 답변을 요구한 상태이고 이후 대응활동을 계획 중이다. 각 기관에서 어떤 답변이 올지 기대된다.
10
민우스케치 � 잘못된 성폭력 통념 재생산하는
<성범죄예방가이드> 폐기 요청
� 버마 민중 학살 중단과 군부 퇴진
촉구 기자회견
여성의 옷차림과 늦은 귀가가 성범죄의 원인이라는 잘못된 통념에 근거한 내용의 <여름철 성범죄 예방가이드>에 대하여 민 우회 성폭력상담소에서 담당자들이 이 가 이드의 잘못된 점을 인지할 것과 현재 배 포된 가이드는 전량 회수하여 폐기할 것 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보냈고, 그렇게 하 겠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9월 3일
� 황색언론 문화일보 항의 집회
‘미혼’ , ‘여성’ , ‘누드사진촬영’ → ‘성로
버마 민주화 운동 현장 (출처 www.mizzima.com)
비 의혹’이라는 비약적 사고로 개인의 누드사진을‘특종’ 으로 공개해 심각한
군부독재의정권의 강압적 통치에 저항하는 버마
여성인권침해를 저지르고 저열한 여성
민중의 민주화 운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버마
인식과 황색언론의 극단을 보여준 문화
군부독재정권은 민주화를 외치며 평화적 행진을
일보. 공식사과와 담당자 징계를 요구하
하는 버마 민중과 승려들에게 구타와 발포, 야만
는 항의 집회가 있었습니다.
적인 무력진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10월 2일,
9월 14일, 문화일보사 앞
버마의 비극적 현실을 멈추기 위한 염원을 담아 버마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5 월의 광주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버마이주노동자,
� 창립20주년 기념 노동심포지엄
시민사회단체, 민중단체가 모였습니다. 민우회는
창립 시부터 한국 노동 시장의 성차별성에 문제제기하고 평등한 노동권을 위해 활
버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기 위한 연대단체‘버
동해 온 한국여성민우회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하여 노동심포지엄 <직장내 성희롱
마 민중학살 규탄과 민주화 지지 긴급행동(약칭
대응운동, 금지조항을 넘어서>와 <전환기의 여성노동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를 열
버마긴급행동)’ 에 함께 합니다. 10월 내내, 매주
고 그동안의 운동을 정리∙평가하고 향후
화요일 정오에 프리버마 캠페인이 열립니다. 캠
운동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페인 참여, 서명, 후원으로 함께 해 주세요.
10월 5일, 서울여성플라자▶
�관련 사이트 : http://cafe.naver.com/freeburma
10월 1일, 배재학술지원센터▼
�버마 현지 민주화운동 지원 모금 계좌 : 국민은행 210701-04-135352 (예금주 : MOE AUNG)
10월 2일, 버마 대사관 앞
2007. 9∙10 11
민우칼럼 창
<문화일보>에서 신정아 누드사진과
습성화된 집단적 인성구조라고 생각하
운 생활을 한 이중인격자, 기독교신자
관련 기사를 처음 보았을 때 가진 첫
곤 한다. 강자에게 순응하는 한편 약자
이면서 불교계를 들락거린 다중인격자
반응은 분노와 개탄이었다. 그리고 이
를 공격함으로써 자기효능감을 충족하
등 속속 드러난 그녀의 전력과 과거행
내 섬뜩해졌다. 유독 약자에게 가혹하
는 파시스트적 인성구조가 우리 안에
적들은 그녀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기
고 폭력적이며 잔인하기까지한 한국 사
있는 것이다.
충분한 것처럼 보였고 누드사진을 공개 해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처
회의 집단적 인성구조의 한 단면인 공
신정아는 미디어에 가짜 학위와 허
격성의 심연과 맞닥뜨린 듯한 섬뜩함이
위학력으로 교수가 되고 국제비엔날레
었다. 예를 들면, 도움을 청하는 성폭행
의 총감독이 되었다고 밝혀진 순간부터
사실 일이 이렇게 흘러가리라는 것
피해여성을 다른 남자들이 연이어 성폭
언론이‘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낙인
은 처음부터 짐작했었다. 신정아의 성
행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처럼, 규
찍힌 하층민’ 이자 약자로 전락하였고
공은 처음부터‘권력의 役事’ 임이 너무
율되지 않은 인간의 어떤 본성은 자신
그녀의 비리가 한 꺼풀씩 벗겨질 때 마
나 분명했던 것이다. 그래서 가짜학위
앞에서 울고 있는 약자를 보호하기보다
다 점점 더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하여
스캔들이, 그녀를 비호해준 권력의 실
자신의 욕망의 도구로 포획하는 경우가
우리는 그녀가 사람이라는, 권리를 가
체가 드러나게 되면 정치스캔들로 발전
적지 않다. 장애인, 여성, 비정규직 노동
진 인간이라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
하고, 이어 섹스스캔들로 마무리할 것
자, 이주노동자, 청소년과 어린이에 대
진 생명체라는 사실을 점점 잊어 갔다.
이 빤했다. 그래서 난 그녀의 진짜 남자
해 행해지는 비상식적인 폭력과 학대도
가짜학위로 출세한 여자, 권력 실세의
가 수면 위로 올라오길 기다렸다. 그리
약자를 만만히 여겨 분출하는 공격적
정부, 미술계 원로들과의(부적절할 수도
고 그 실체가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인성의 일면이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공
있는) 관계를 통해 성공한 여자, 다수의
선까지는 드러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
격성이 식민치하, 6.25전쟁, 그리고 오
남성들과 데이트를 한 전략가, 신용불
다. 모처럼 섹스스캔들을 만난 우리의
랜 군사독재체제를 지나면서 우리에게
량자이면서 명품과 BMW로 사치스러
하이에나 언론이 매일 새로운 소식으로
럼 착각하게 했다.
신정아 스캔들과 페미니스트의 시선 유선영 ●
12
믿음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사하고 야비한 속성을 확
조만간 대한민국의 고위 관료, 유력 정
인하고 싶었던 나의 기대는
치인, 소위 원로라는 지도급 인사들, 기
어느 정도 충족된 셈이었다.
업, 청와대 권력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
하지만 언론의 초점이 이렇
어 있고 그 안에서 권력이 어떤 식으로
게까지 집요하게 신정아만을
작동하고 있는지 그 숨은 진실이 일각
물고 늘어지리라곤 예상하지
을 드러낼 순간을 기다렸다. 밀실의 거
못했다. 배후가 밝혀지면 자
래는 충격적인 정치스캔들을 통해 비로
연스레 보도가 그 배후의 권
소 드러나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
력실세에게로 집중될 것이라
캔들이 충격적일수록 지배층과 권력구
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은 누
조의 문제점들도 적나라해진다. 스캔들
드사진이 나오면서 깨졌고
보도도 나름의 방식과 형태로 사회적
다음날‘신정아의 도홧살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신정아 스캔
낀 관상과 말년 곤궁한 운세’ 라는 기사
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곳은 대한민국
들이 없었다면 민주화에 대한 자신감을
까지 나오면서 철저하게 부서졌다. 이
이다. 기득권을 가진 자는 이를 나누어
곧잘 천명하곤 하는 2007년의 시점에
렇게 예상이 틀리게 된 것은 언론 또한
줄 사람을 고를 때 결코 능력만을 최우
서 한국의 유력 인사들과 권력, 영향력
권력의 순환고리 안에 한 자리 차지하
선으로 삼지 않는 곳이 이 나라이다. 사
을 가진 남성들-물론 일부겠지만-이
면서 현 권력체제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건의 핵심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
어떻게 서로 연루되어 있고 서로의 애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잠시 잊은 탓이다.
진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사랑을 얻을
2007년 9월 13일 문화일보
인을 위해 비밀한 거래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여성주의자로서의 자의식에
때도, 그녀에게 힘을 줄 때도 남자로서
들여다 볼 길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충실해서 이 사안을 살짝만 비틀어 생
자신이 가진 직위와 권력을 남용하고
이내 그녀 주변의 남자들, 대학 총장에
각했다면 처음부터 남성과 기득권 중심
사적으로 동원한 그 권력과 힘을 가진
서, 종교계의 유력실세, 미술계 실세들
의 언론생리를 간파했을 것이다. 신정
남자들인 것이다.
과 원로들, 전 총리이자 대선후보, 그리
아도 자신이 가진 자본인, 여성으로서,
누드사진보도는 이 점을 처음부터
고 참여정부 하에서 승승장구하면서 국
인간으로서 매력을 백분 활용한 능력
애써 외면한 나로 하여금 여성주의자로
가 돈을 주무르다가 청와대로 입성한
있는 여성으로 볼 수 있었다면 말이다.
서 보다 급진적일 필요가 있지 않는 가
정책실장 등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잘못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녀가
하고 자문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쨌듯 약자에게 군림하는 권력의
여자라는 사실 또한 잠시 제쳐둔 것이
유선영 ● 민우회 이사. 현재 한국언론재단에서 언론과 미디어에 대한 무지 다양한 연구들을 하고 있으나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전공은 한국문화사 또는 대중문화역사이다. 타고난 안티기질(?)로 여성주의자로 자타가 인정해주지만 실제 활동가로서 행동은 못하고 있음에 죄책감을 가진 채 민우회에서 부르면 달려가는 것으로 면죄부를 얻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수적 학회 내에서 여성이자 문화연구자로서 나름 목소리를 냈다는 자부심도 없지 않다.
2007. 9∙10 13
연재기획 ① ② ③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 자매애는 있는가 행복찾기 ④ 여성주의자,‘관계’속에서 나를 보다
여성주의자, ‘관계’ 속에서나를보다 우리는 자기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오직 거울을 보거나 다른 사람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을 뿐. 또 무엇인가를 통해 보게 되는 내 모습은 늘 변화무쌍하다. 나를 둘러싼‘무엇들’ 혹은‘누구들’ 은 수많은‘나들’ 을 만들어 낸다. 그런‘나들’ 은 끊임없이‘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 을 던지게 한다. 연애, 가족, 여성운동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여성주의자들이 자신의 어떤 모습을 발 견하고, 어떤 질문을 던지게 되는지를 들어보자. 다른‘나들’ 을 질문하며 주변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 가는 경험이야말로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힘은 아닐까.
14
대
부분의 사람들은 때때로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경험 을 한다. 꿈과 야망이 큰 사람일수록 그러하고, 시시콜콜하
고 사사로운 것 또는 그러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예를 들면‘연 애 따위’ 와 같은 것)이라며 제쳐 놓았던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러 한 것에 발목이 붙잡히는 것이다. 여성주의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사랑이나 연애는 혁명(!)의 적이고, 야망과 일에 대한 열정을 키우는
우리‘사이’ , 관계의 온도와거리
데는 도움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연하지 않아야 할 어떤 것이 며, 로맨스의 신화이고, 이데올로기적이기 때문에 사랑 타령을 하 거나 연애에 목숨 걸거나, 연애 때문에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볼 때 관대할 수가 없으며, 마음의 사치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그러한 것들이 자신에게 닥쳤을 때 자신에게 또한 냉정한 칼날을 들이대려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시시콜콜한 고민이나 잡담을 일삼을 때, 연애 나 사랑에 매몰 돼 있을 때, 자신을 검열하지 않고 즐기거나 떠벌이
돌싱R ●
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연애, 사랑, 관계처럼 제 발등 찍기에‘딱’ 인 것이 없다. 미시적인 권력관계와 그 밖의 거시적인 권력관계의 맥락 안에 위치하고 있는 ‘관계’ 라는 것은 그 나름의, 개인의 권력 망을 벗어나는 역학을 가 지고 있으며, 제 아무리 잘나고 현명한 여자들이라도 이 함정으로 부터 자유롭고 쿨(cool)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성학을 공부한 R의 일이다. 이성간의 결합만을 혼인이라 명명 하는 이 사회의 결혼제도 안에서, 여성주의자들의 이성 간 연애나 결혼 같은 것은 가부장제와의 공모를 의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많은 여자들이 그러하듯이 자신의 상대만큼은 다를 것이라는 기 대로 그 늪에 자처해서 빠지곤 한다. 결혼을 몇몇 친한 친구만을 불러서 쉬쉬하듯이 해치우고, 결혼 생 활의 힘듦에 대해 터놓고 말할 친구도 갖지 못했으며, 결혼 전과 후가 달라지지 않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R은, 지지해 주는 사 람도 없이 외로운 줄타기를 해야 했다.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괜찮 아야 할 것 같았고,‘결혼=가부장제와의 공모’ 라는 혐의(?)를 벗기
2007. 9∙10 15
연재기획
위해 기존의 남성과 여성의 모습에 복무시키기 보다는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남자와 같이 권력 있고 경제력 있
오히려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싸우는 투사로 스스로
는 사람들이 가족과 사회를 책임지며‘우리’ 라는 공동체
를 다그치고 있었다. 매번 검열에 검열을 거듭하며, 공
의식을 내재하고 있는 전근대적인 관념을 바탕으로 하
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수많은 에너지를 나도 모르게
는 관계가 hot이다. cool은 직설적이고 개인중심적이며,
허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옥탑방 K와 평등하게 가사노
관심 분야가 아닌 경우 냉소적일 수도 있고, 사랑은 움직
동을 나누고 각자의 삶을 위해 온전히 에너지를 쏟을
이는 것이고,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이 폭력이며,
수 있으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연애라는 것, 그리
개인의 행위성(agency)과 주체성(subjectivity)을 근간
고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거기에 그치는 일만큼의
으로 관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cool에게 hot은 지나친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R이 여성주의적인 사고
간섭이고 집착이며, hot에게 cool은 무관심이며 버르장
로 똘똘 뭉쳐 있고, 욕망의 주체되기, 사랑의 주체되기,
머리가 없다. 친밀한 관계 안에서도 이러한 온도차이는
성적 자기결정권, 몸에 대한 권리 갖기, 개인의 행위성
발생한다. 누구는 사랑한다 말하지 않는 것에 서운하고
등으로 인한 섹스-젠더-섹슈얼리티의 지형이 변화하
누구는 말하지 않는다고 몰라주는 것에 섭섭하다. 옳고
고 있는 세상을 산다 해도, 연애와 결혼(결합)의 실오라
그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 관계의 문제와 되도록
기들로 직조된 관계의 치밀한 함정들은 개인의 영역과
거리를 두려는 사람이 있고, 의사 표현에서 친밀한 관계
역량 밖의 무언가가 있었다.
의 편을 들지 않는 것이 관계에 치명적인 것이 되는 사 람이 있다.
관계의 온도 hot� -warm� -cool� 사랑과 배려라는 이름의 집착과 간섭은 관계의 온도 차
적당한 관계의 거리
이에서 발생한다. 무관심과 무시, 나는 옳고 너는 그르
관계에는 각각의 온도차 뿐만 아니라 거리의 차이도 존
다 역시 관계의 온도 차이이다. 내 관계의 온도는 hot-
재하고, 서로 상정하고 있는 거리의 차이에 의해서도 온
warm-cool의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또 상대의 관계
도차가 발생한다. 추울 때 붙어있으면 서로의 체온으로
의 온도는 몇 도 일까?
따뜻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너무 가까우면 hot이 되고
이 나라의 경우, 관계의 온도 차는 세대차로 재현되기도
너무 멀면 cool 또는 cold가 된다. 너무 가깝거나 멀면
한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을 의심해서는 안 되
상대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내
고 아무도 단절시킬 수 없는 끈끈한 피로 가족이 되고,
바로 옆에서 어깨동무를 해도 아무렇지 않으며, 내가 키
민족이 되고, 문제투성이 이더라도 감싸고 안으로만 굽
우고 있는 아이가 곧‘나’ 여서 모든 애정과 에너지를 쏟
어야 하는 팔, 여성과 아이는 나약하고 보호가 필요한 존
아 붓고서‘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라며 한탄하지
재로 믿어지고, 밤늦게 돌아다니거나 폭력에 노출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16
모든 관계는 적당한 거리두기를 필요로 한다. 함께 살건
는 등의 불안전한 관
그렇지 않건, 친밀한 사이이건 그렇지 않건, 사랑하는
계로 위치 짓는다. 관
사이이건 그렇지 않건 모든 관계에는 온도와 거리의 차
계는 본래 역동적이고, 온도차와 거리차로 인해 조합∙
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재조합될 수밖에 없다. 1:1의 배타성을 관계의 속성이
것, 또한 마찬가지이고 우리는 이러한 온도의 차이를 고
라 하더라도 그 속성이 관계의 제 맥락을 압도한 나머
려한 관계의 기술이 필요하다. 좋은 조건(정신적이건 물
지, 다른 관계 맺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관계의 문제
질적이건)의‘누군가’ 를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
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묻어두게 하거나, 하
라‘어떻게’ 가 중요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관계의 시작
나의 대상과‘영원히’일 것을 종용하게 되는 것은 폭
에 있기 보다는 과정에 있고, 언젠가는 잘 헤어질 수 있
력적일 수밖에 없다.
어야 하는 관계의 끝에 있다.
R이 K와 결혼(결합)한 직후에는 가부장제와 공모, 협상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제살 깎아 먹기도 종
1:1의 배타적 대응관계
종하였고, 헤어지기 직전까지는 이미 함께 살 이유가
이성간의 결혼(결합)만이 성립하고, 가족이 될 수 있고,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혼인의 해소-이혼이라는 것을
사랑할 수 있는 한국사회의 이성간 연애와 결혼은 반쪽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염려하며 그 거추장
짜리도 채 안되는 일부의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여성주
스럽고 무거운 테두리 안에서‘나는 괜찮다’ 라고 위로
의자에게 연애와 결혼은 가부장제와의 공모 혹은 협상
하며 바둥거렸다. 두려웠던 것이다. 관계가 깨지거나
으로 보일 수도, 혹은 그리 보일까 신경을 곤두세워야
새로 시작하거나 관계 맺기를 쉬거나, 그것은 큰 용기
하는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연애나 결혼
가 필요한 일인 듯하다.
에 있어서 내 발등을 찍는 것은 가부장제도, 이성애 중
R은 이제 옥탑방 K와 잘 헤어지고 C와 새로운 관계를
심주의도, 결혼 제도도, 가족도 그 무엇도 아닌 듯하다.
시작하고 있다. 적어도‘영원히’ 라는 건방진 말은 사용
관계는 어디서는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조합, 재조합하
하지 않으면서도 영혼(soul)의 자유로움을 침해하지 않
기도 하고, 나와 나로 이루어진 혼자가 될 수도 있다.
으려 노력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혼자인 나를 냉소적으로 보거나 외롭다 고 여기거나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하기 십상 이며, 1+1이 1이 되는 산술 방식의 연애나 결합을 진정 한 사랑으로 간주하고, 그것이 0이 되거나 2가 되거나 2이상이 되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한다. 또는 1+1이상의 조합은 바람둥이이거나 양다리 이거나 불륜이거나 하
돌싱R ● 엄마에게 효도하기 위해 결혼했다는 나에게, 그녀는 예전엔‘헛 똑똑이’ 라더니 이젠‘돌싱’ 이라고 한다. 이혼하면 부모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 을까 해서 미루고 버티고 여러 가지를 하다가 미친척하고 관계를 해소 하려고 한다 했더니 영화「카모메 식당(갈매기 식당)」 의 사치에처럼“네가 한 결정은 무엇이든 지지해주겠다” 며 쿨하고 다소 싱겁게 R의 고민의 화기를 진정시켜주 었다. 이번 명절엔 돌싱(돌아온 싱글)이 되어 방바닥을 한가로이 뒹굴 수 있을 것 같다.
2007. 9∙10 17
연재기획
난
남자매1)들이 결혼하겠다 할 때부터 다짐했었다.‘드라마 속 시누이’ 는 되지 않으리라. 그 파트너들과 잘 지내리라. 하
지만 어디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던가. 남자매들의 부인들과의 관계. 그것은 왠지 어색하고도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주로 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명절이다. 사실 명절이 아니면 딱히 만날 일이 없어서 생각해볼 일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만 날 일이 1년에 한 두 번 있는 나로서는 좋은 관계유지가 별로 어려 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생글생글 웃으며 좋지도 싫지도 않은 관계 를 대충 유지하는 것은 사회에 나와 2~3년간 굴러보면 누구나 익 힐 수 있는 기술이니깐. 그렇게 지냈었다. 한 1~2년간은.
‘페미니스트’ 는 어떻게시누이로 단련되는가? 아비오 ●
그런데 조카들이 하나 둘 씩 태어나고부터는 달라졌다. 어렸을 때 부터 부모와 따로 지냈던 터라 워낙 대면대면 하던 부모님과 남자 매들도 아이가 생기니 가족이라는 아우라가 생기게 되고, 특히 그 아우라는 남자매들과 그 부인들, 그리고 아가들을 중심으로 생겨나 왠지 그 경계밖에 나와 부모님이 있는 형세다. 아가들과 남편에게 헌신하게 되는 그녀들도 보게 되었다. 모두 모 여 밥을 먹을 때나 상에 올려지는 굴비니 갈비니 하는 특급반찬들. 같이 있는 시부모나 시누이를 면전에 두고 먼저 남편과 아이들 몫 을 챙기느라 여념 없는 그녀들을 보면(나도 일년에 한두 번, 집에 내 려갔을 때나 먹는다고!!) 왠지 얄밉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형식적으로라도 노친네들을 먼저 챙기지 않는 그녀들을 볼 때면 정 이 뚝! 친구 만나러 간다고 시어머니에게 애 봐달라고 전화 거는 그녀. 아 기 키우느라 친구 한 번 변변히 못 만나본 그녀의 외출을 지지하지
1) 위로 오빠, 아래로 남동생. 이럴 경우, 내가 남자가 아니니,‘남자형제들’ 이란 말도 적당하 지 않고, 그렇다고 그들이 남자이니‘자매들’ 이란 말도 적당하지 않고, 그래서 얼렁뚱땅 만들어본 단어다.
18
만, 자기도 스케줄 있다고 딱 잘라 거절하는 엄마가 멋져
매의 부인들, 그리고 나 중에 누가 해야 할 것인지 늘 고
보이는 건 머냐!
민이지만 결국 내 몫이다. 왠지 남자매의 부인들이 하게
친구들과 수다 떨 땐,“명절 때 가능하면 시집에 천천히
되면 시집에 와서 시누이와 시어머니는 편히 놀고‘올
내려가. 일찍 가면 일 밖에 더하냐?” 라면서, 당장 명절날
케’ 들만 일하는 그런‘집’ 이 된 거 같아 좌불안석이다.
상 차리는 시간이 되서야 집에 도착한 그녀를 보면‘정
그래서 못된 시누이가 된 거 같은 부담감에 시달리며 가
말 양심 불량이야. 울 엄마가 너네 밥 차려줘야 하냐? 오
시방석에 앉아 있느니 차라리‘내가 하고 만다.’그래서
면 자기네들이 다 먹으면서... 왜 노인을 부려먹고 그
가끔 명절은 나에게 고되다.
래?’ 라고 속으로 궁시렁 거린다. 그리고 스스로 그 이중 성에 괴로워한다.
그래도 내가‘페미니스트 시누이’ 의 어려움을 얘기할라 치면, 주변의‘페미니스트 올케’ 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페미니스트 시누이’ 되기 어려움의 정수는 밥 먹을 때,
‘올케’ 의 마음에 대해. 그래 그래, 서로의 자리를 충분히
그리고 밥 먹은 후에 발생한다.
이해하기가 이렇게 힘든겨.
아빠와 오빠, 그리고 엄마가 밥을 먹고 있는 동안에 그들
가족 안의 평등한 역할분담이 처음부터 이뤄지지 않았
의 밥상을 살피며 그녀들은 부산히 움직인다. 나는 남자
기에 여자들 사이에서 요구와 역할이 갈등한다. 작은 파
들만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게 배알이 꼴려 그녀들에게
이와 큰 부담 안에서 서로 발버둥 친다. 그녀들의 탓이
같이 한꺼번에 앉아 밥을 먹자고 하지만 그녀들은 거절
아니건만, 겉보기에‘여자들의 적은 여자’ 가 된다. 남자
한다. 이해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나에게나 쉬
들을 변화의 대상에서 제껴 놓은 채 여자들끼리 짜증을
운 일이다. 그녀들에겐, 우리가 온통 시집식구들이니 따
나눠 가지려니 쉽지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
로 먹는 게 맘이 편할 듯도 하다. 그래서 다 드시고 나중
겠다.
에 먹겠다 한다. 그러면 나도 먹을 수가 없다. 그녀들을
그래서, 이제 어쭙잖은‘페미니스트 시누이’ 되기는 관둘
시집의 밥수발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내가 밥상에 끼면
란다. 내가 중간에서‘착한 일’다 하면, 좋은 소리나 듣
안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도 같이 밥수발을 든다.
지, 변화란 없다. 나도 그 안에 끼어서 그녀들의 입장도,
진짜 열 받는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모두 밥을
내 입장도, 부모님의 입장도 같이 서로 나누는 것으로 하
먹은 다음에는,‘설거지를 누가 하느냐’ 라는 중대사가
자. 강박은 가라. 나도 살자.
남아있다. 명절 때도 장사를 하는 가업을 이어가는지라 밥 먹을 때 만 집에 들어오는 남자매들와 아빠에게 설거지를 시키 는 것을 평등하다 생각지 않는 나로서는 과연 엄마, 남자
아비오 ● 일이 생길 때마다 잠깐잠깐 불만을 토하기만 하던 주제이다 보니 도대체가 글이 정리가 안 된다. 살다보면 길이 나오겠지 싶은 생각이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던가.
2007. 9∙10 19
연재기획 이건 아니잖아… 우리는 젊다/늙다, 철없다(어리다)/철들었다 등을 나누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철저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물론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가 경험이나 경력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 라는 변수가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언제 누구와 동일시하는가, 어 떤 집단이 나의 준거집단이 되는가는 다분히‘선택적’ 이고‘상황 적’ 이다.
타자새로찾기, 그리고 나를만나기
부소장, 이름도 어중간하다. 소장도 아닌 것이,‘일반’활동가도 아니 다.‘내부총괄’ , 역할도 모호하다. 담당자도 아니면서 모든 사업에 참 견하는 역할. 누군가 나한테‘시어머니’ 라 했는데, 틀리지 않다. 한 때 나는 딱 부러지게 일하고 책임감 강하다고 칭찬받기도 했는 데, 이제는‘보수적’ ( 이라는 누명을 동반한) 원칙주의자란다. 한 때 나는 세상만사 마음에 드는 것 없이 문제제기가 많아 시끄럽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잔소리가 많아 시끄럽단다. 딱 부러지는
이윤상 ●
분명함이 기존질서를 옹호하는 원칙수호가 되고, 비판의식이 잔소 리로 변모했다는 것을 순간순간 느낄 때 마다 허겁지겁 당황하며 ‘나는 누구지?’ 를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누구지?’ ‘나’ 는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있다. 97년도(내가 처음 한국성폭력 상담소 활동을 시작하던 해)의‘나’ 와 2007년도의‘나’ 는 단지 시 간의 차이 때문에 다른 것만은 아니다. 집에서의‘나’ 와 사무실에서 의‘나’ 는 단지 공간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것은 아니다. 내가 다른 것은 그 자리에서 내가 누구를 어떻게 만나는 지가 달라서이다. 그 만나는 방식에 따라 어떤‘나’ 를 개발할지 과업이 달라지므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처음 여성운동을 시작 하였을 때, 나는 소위‘젊은 그룹’ 의 멤버였고,‘여성운동 경력이 좀 된 선배 그룹’ 과 맞서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맞서면서 나는 나를 젊은 그룹의 일원으로, 열정 넘치는 20대 여성으로, 변화에 대 해서 이야기하는 깨어있는 세력으로 그렇게‘나’ 를 만드는 게 의미
20
있고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상담을 어
진하기도 하다.
떻게 하는지, 사업은 어떻게 하는지, 언론 홍보는 어떻게
여성운동을 하는 나의 친구가 얼마 전에 이런 말을 했다.
하는지, 성명서는 어떻게 쓰는지, 동료들과는 어떻게 지
“나는 앞으로 몇 년간 실무자로 좀 더 일하고 그만둘 거
내는지, 여성운동은 무엇인지 등을 배웠다.
야. 절대 대표는 안 할 거야.”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냐고
지금 내가 매일 만나는‘젊은 그룹’ 의 활동가들은 하루
눈을 흘겼지만, 사실 나도 그 마음 충분히 공감하고, 그
에도 몇 번씩 나를 긴장하게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감
런 선택을 존중한다. 그 친구의 말에는 현재 준거집단에
각으로 무장한 그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뛴다. 나도 십
서 나와, 그들을 갑자기 타자로 만나는 경험을 하고 싶지
수 년 전에 저들만큼 훌륭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
않은 마음이 분명 있다. 그 그룹의 멤버쉽을 유지하면서
었던 것 같다. 그들이 나한테 무섭게 이의를 제기하는 순
하는 일과, 그 그룹의 멤버를 타자로 만나서 해야 하는
간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도 저렇게 막무가내
일은 어쨌든 크게 다르므로,‘선택’ 은 중요한 것이다.
였던가? 설마 내가 저랬을까….
나는 뺏긴 멤버쉽을 잊고 새로운 멤버쉽을 쟁취해야 하
이제 나는‘젊은 그룹’ 의 일원이 아니라 그들을 타자로
는 도전적인 과제를 안고 오늘도 출근하고,‘젊은 그룹’
만난다. 그것은 내가 더 이상‘젊지’않아서가 아니라, 다
을 만나고,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되 정말 다른 일을 하
른 자리에 섰기 때문에 더 이상 그 그룹의 멤버쉽을 갖고
면서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슬그머니 뺏겨버린 멤버쉽
있지 않기 때문이다.‘빼앗긴’멤버쉽이 못내 아쉬워 억
이 얼마나 멋지고 달콤한 것인지 잘 알고 있어 못내 아쉽
울한 순간도 있고 화나는 순간도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고, 새로 획득해야 하는 멤버쉽이 무엇인지 잘 몰라 당황
그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듯 싶다. 어쨌든 이
스럽기도 하다. 특히 많은 선배와 동료들이 여성운동 현
제 나는 그들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기도
장을 떠나, 지금 여기서 만날 수 있는 나의 준거집단이
하고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역할 안에서
썩 잘 보이지 않아 더욱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어
원칙주의자가 되기도 했다가 잔소리꾼이 되기도 한다.
려움에도 불구하고 준거집단이 누군인지 정확하게 알아
그들을 타자로 만나는 방법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방식이
보는 지혜와, 젊은 그룹의 타자성이 나에게 던지는 과제
있을 텐데, 원칙주의자나 잔소리꾼이 아닌 좀 더 매력적
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현명함이 있다면 과제 정복이 그
인 것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리 멀리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평등하되 역할이 다르고,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되
타자와 나
나의 비전을 잃지 않고, 책임을 혼자 짊어지는 우를 저
앞으로 몇 년 간은 나에게 큰 도전의 시기가 될 것 같다.
지르지 않으며, 조금 늦더라도 다양함을 인정할 수 있는
나는 여전히 여성운동을 본업으로 먹고사는 여성운동가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고, 그러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한
이지만, 누가 나의 준거집단이고 누가 나의 타자인지, 그
발 앞서는 민첩함을 갖춘 리더라! 정말 황홀한 과제가
들을 통해 나의 어떤 모습을 개발할 것인지는 새로 던져
아닌가!
진 과제다. 뭐, 두렵고 저항감도 생기지만 동시에 흥미진
이윤상 ●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2007. 9∙10 21
연재기획
자매애란이름과 여성들의집단지혜 - 강문순 님의 글을 읽고 이오 ●
‘함께 가는 여성’180호에 강문순 님이 쓰신 글( ‘자매애는 있는가를 읽고’ )은 그에 앞서 179호에 게재된, 자매애를 주제로 한 기획의 방향성과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로 보인다. 그 기획에 참여하고 글을 썼던 입장에서, 오랜 동안“여성운동 속에서 살아온”강문순 님의 진지한 관심이 반갑고 감사 하다. 자매애(라는 이름)를 고민하는 분들과 좌담에 참여했던 분들께 강문순 님의 진심이 전해졌으 리라 생각한다. 우선 자매애에 관한 기획의 취지를 다시 언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해의 폭을 넓혀보고 싶다. 차 이와 동일성이 교차하는 여성들의 다양한 관계를 성별 정체성을 주재료로 한‘자매애’ 라는 렌즈로 수렴하여 바라보는 것이 타당한지, 자매애가 여성들의 이상적 가치임이 분명하다면 현실에서는 어 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하나의‘고정된’여성 정체성을 전제한 듯한 자매애 담론을 넘어 여성들간의 차이와 소통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자는 것 등이 애초의 의도였다. 그래서 가벼운 수다좌 담의 형식을 취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합의된 것은 여성들 간의 연대와 지지 등 이 여성들에게 큰 힘을 준다는 당연한 전제였다. 역사 속에서 쌓아온 여성운동의 성과가 이를 증명 한다. 공적인 이슈들에서부터 공식적으로 언어화되지 못한 여성들의 감정적∙물질적∙관계적 문제 등 생활세계의 숱한 어려움들에 이르기까지 여성들 사이의 연대와 공감과 지지가 얼마나 여성들에 게 용기를 북돋우는지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들의 아름다운 관계를 두고 어떤 이는 자매애라 할 것이고,어떤 이는 자매애 라는 이름의 그릇에 담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또 후자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계 급∙인종∙국적∙학력∙지역∙장애유무∙혼인여부∙정치적 입장 등등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차이 를 아우르는 여성들 간의 연대가 어떤 부분에서는 가능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입 장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기 둘레의 가까운 사람, 혹은 자기가 신뢰하거나 지지하거나 연민 을 갖는 대상과의 호의적 관계는 자매애로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아예 자매애란‘없는 단어’ 로 여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한편“자매애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노력”
22
으로 보는 의견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뜻에서 자매애라는
성별 정체성을 기준으로, 나와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자
이름에 부여된‘과도한 믿음’ 이나 아우라를 한번쯤 되돌아보
매애’ 로 뭉뚱그려 포장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안에 따
자는 것도 취지의 일부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자
라 연대할 수는 있다. 그런데 어쩌면 자매애라는 말을 선뜻 입
매애는 있는가’ 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도 나오게 되었으며,
에 담기 어려워하는 여성들의 속내는 상당부분 이와 비슷한
이것이 곧바로‘자매애는 없다’ 는 주장으로 읽히리라고는 생
무늬를 띠고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이런 맥락에서 기획특집
각하지 못했다.
의 주제를‘자매애란 무엇인가’또는‘차이와 소통으로 본 자
최근에 만난 한 여성주의 활동가는 자매애라는 말에“여자 라는 이유로 모든 걸 감싸야 한다는 함의가 묻어 있어서”현
매애’ 정도로 했더라면 좀 더 폭넓은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혼자 뒷북을 치기도 한다.
실에서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마
여성들의 생존권과 복지, 건강권을 향상시키는 데 세계적으
치 특정 종교가‘형제, 자매’ 라고 호명함으로써 개인의 차이를
로 연대하고 지원하자는 취지의 해외단체들이 내건 웹상의 슬
지워버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아 불편하다” 고 덧붙였다.
로건으로‘시스터후드’ 가 자주 눈에 띈다. 이처럼 움직일 수
실제로 비정규직 탄압으로 악명높은 모그룹은 경영진과 직원
없는 진실, 혹은 모든 여성의 인권을 아우르는 공통분모 앞에
들과 프랜차이즈 점주들이 서로‘형제님, 자매님’ 으로 호명하
서는 나 역시 자매애란 이름을 굳이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끔 종용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그녀도 여성
지극히 복잡한 현실에서, 여러 차이를 지닌 여성들 사이에 얽
들이 지향하는(지향해야 하는) 이상적 가치로서 자매애라는 말
힌 문제를 마주쳤을 때 자매애를 적절히 발휘하기란 쉽지 않
이 계속 존재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이상적 가치가
은 일이다. 이러한 고민들을 풀기 위해서는 머리와 가슴에 간
존재할 때 비로소 현실타령만 하지 않고 그 현실을 바로잡고
직한 정치적 올바름의 가치나 페미니스트 잣대의 당위적 명제
개선하기 위한‘현실이성’ 을 발현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를 어떤 경우에나 최우선으로 들이대기 이전에 그것들을‘어
다시 생각하면 이 같은 이상적 가치를 반드시‘자매애’ 로명
떻게’현실 속의 여성들과 만나게 할 수 있을지 궁구해야 하
명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고,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한 지인이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성찰성이 크게 결여된
여기에는 수많은 여성들의 경험과 정보와 지성이 축적된‘집
데다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고 철저히 강자의 편에 서는 것으
단지혜’ 가 필요할 것 같다. 집단지혜의 장은 구하면 열릴 것이
로 많은 사람들에게 비쳐지는, 더구나 사회적으로 큰 힘을 갖
라 믿는다. 여성들이 엮는 지혜의 위키피디아1)가 열린다면 바
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여성이 생물학적 여성이라
로 지금의 이 주제를 첫머리로 올리면 어떨까 싶다.
는 이유로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겪는 일이 생긴다면 그 여 은 이랬다.“그 누구도 여자라는 이유로 폭력의 대상이 되는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 장미라고 불리는 저 꽃도 이름이 어떻게 달라지든,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고 여성으
향기는 결코 달라지지 않을 텐데
로서 훼손된 존엄성과 인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 셰익스피어의‘로미오와 줄리엣’ 中-
성을 도와줄 때 자매애라는 명분을 동원할 수 있을까. 내 대답
”
행동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내게 자매애는 아니다.”그 지 인은 웃으며 내게‘편파적’ 이라고 말했지만 굳이 반박하진 않
이오 ● 함께가는 여성 편집이루미
았다. 여성주의자라고 해서‘모든’여성에게 애정을 가져야 한 다는 암묵적 전제 같은 건 몹시 불편한데다 나는 폭력을 당한 그 여성에게 한 올의 애정도 지니지 않은 상태이다. 이럴 경우
1) 모두가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고칠 수 있는 체제의 사용자 참여의 온라 인 백과사전. 비영리 단체인 위키미디어재단이 운영하며 전세계 200여 개 언어로 만들어 가고 있다.
2007. 9∙10 23
연재기획
_
민우역사기행
① ② ③
1997 민우회와 돌꽃, 지하철을 건들다 1988 직장내 폭력 추방운동 성희롱 소송, 그 역사적 장정에 함께 하다 ④ 희망선언, 여성의 노동할 권리를‘다시’ 외치다
# 1998년 아버지 힘주기 캠페인의 아우성에 가려 우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듯 우리의 이야기 역시 존재한다. 단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희망선언’ 비디오 영상물「그 많던 여학생은 어디로 갔는가? _신규여성실업에 관한 보고서」 中에서
초고속 경제성장으로‘한강의 기적’ 을 만들었던 한국경제는 1990년 중반부터 급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하다가 결국 1997
희망선언, 여성의 노동할 권리를 ‘다시’외치다
년 말, 그 위기는 대폭발하여 일명‘IMF시대’ 를 만들었다. ‘한번 직장은 영원한 직장’ 이라는 신화는 경영상의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구조조정’ 강풍에 산산조각이 났고, 경제성장률 1% 내외라는 초유의 저성장은 매해 봄과 가을에 연례행사처럼 이루어져왔던‘신규채용’ 을 사라지게 하였다.
여진 ●
구조조정 강풍은‘고개 숙인 남자’ 로 대변되어‘아빠 힘내세 요~!’ 라는 CF송을 국민 가요화 시키며‘여성 해고 1순위’ 의 현실을 철저히 가리며 여성 1순위 해고가 당연시되는 사회분 위기의 주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로 인해 실업자의 70%가 여성이었으나 여성실업 관련한 대책은 여성단체가 그 심각성 을 제기하기 이전까지 결코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현실 속에 서 존재조차 인식되지 않았던 신규여성실업의 문제에 대한 논의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척박하였다. 존재하나 존 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던 신규여성실업의 문제는 ’ 98년부 터1) 대학 내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민우회는 ’ 99년부터 여성실업문제에 적극적 으로 개입하면서 신규여성실업자 조직을 만들게 되었다.2)
24
# 1999년 3월
과 만나서 함께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학교는 나에게 졸업장을 주었고, 사회는 나에게 실업을 주었다” 신규여성실업자 조직‘희망선언’ 가입신청서 中에서
실업대란 속에서 단지 사회에 진출한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 아주 상식적이었던 말들 메달이 있는데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보통 그렇게 주잖아요. 금메달
여자라는 이유로 신규여성실업의 문제는 이중 삼중의 고통 속에
은 취업도 하고 남자친구도 있는 완벽한 사람, 은메달은 취업은 못했
놓이게 된다. 취업을 앞둔 대부분의 여성들은 상대적 박탈감,
는데 남자친구는 있는 사람, 동메달은 취업은 했는데 남자친구가 없는
자신의 능력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심한 정신적 공황에
사람이고 목메달이 취업도 못하고 남자친구도 없는 정말 한심한 인간,
빠져있는 상황이다. <중략>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는데, 여자이기 때문에 은메달과 동메달의 위치
은폐되는 신규여성실업의 문제를 이제는 우리가
가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요.「99년 2월 대학졸업자, 이 � �」
우리의 손으로 문제제기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다. <이하 중략> 99년 3월 희망선언 발대식 선언문 중에서
신규실업의 대안이 마치 여성들의 경우는 결혼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몰아가면서 여성들도 취직은 안 되고 결혼이라는 것이 마지막 탈출구 가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
신규여성실업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데, 왜 ‘조직’ 까지 구 성해야 했는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다.
요.「여성노동권 확보를 위한 대학연대, 손 � �」 희망선언, 신규여성실업자 인터뷰 중에서
이에 대해 굳이 이유를 대자면, 신규여성실업자들은 대량 실업의 시기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인간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진‘노동할 권리’ 가 IMF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듣고 해결책을 만들어
인하여 신규실업자는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는 명제가 ‘여성’
가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들어가면 성립되지 않는다. 뿌리 깊은 성별분업이데올
그리고 실업자 양성소가 되어버린 학교를 졸업한 이후‘그
로기는, 여성에게 노동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없어도 되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사라지기 시
는 것’ 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노동해야 할 존재가 아닌 ‘여
작한 여학생들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의문이, 그 여성들
성’ 이 왜 이렇게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에, 젊은 여성들까지 나서서 ‘일자리 없음’ 을 이야기 하는 것인지, 더욱이 그것이
1) 대학 내 여성신규실업의 문제를 풀어내고, 여성이 배제되어 있는 노동 담론 속에서 여성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살맛나는 세상」 ,「여대생 먹고 살기 대책위원회」 ,「간호실업대책모임 준비위」 , 일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내 고, 여성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평가와 가치를 스스로 만들고 자긍심을 갖는 일들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여성경제공동네트워크 프리워」 등이 1998년 4월 부터 대학내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 99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는 여성실업문제를 주요한 활동과제로 가 져간다. 실업대상자에 따라 실업상태를 극복할 수 있고 임파워먼트 할 수 있 도록 대상자별 집단상담프로그램 실시, 대졸신규실업자 조직 가칭‘일을 찾고 있는 여성들’ , 고졸여성실업관련 토론회, 여성창업강좌, 실직자녀캠프 등의 활동을 계획하였다. 대졸신규여성실업문제와 관련한 활동은 가칭「일을 찾고 있는 여성들」 을 조직하여 성차별적인 모집채용 기업에 대한 감시활동, 공공근 로사업 등 고용창출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대졸여성들의 취업보장과 고용창출 을 위한 활동을 벌여나간다.
왜 사회구조적 문제인 ‘실업의 문제’ 인 것인지 인정하지 못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성들에게는 최상의 가치인양 결 혼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모 결혼정보 회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여대생 회원의 수가 무려 30배 이상 증가하여 전체 여성회원의 1%정도였던 여대생의 비율 이’ 99년 2월에는 16%이상을 차지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희망선언은 아주 상식적인 말 들만을 이야기하게 된다. 여성에게도 당연히 노동할 권리 가 있다고, 일하고 싶다고 말이다. 이런 상식적인 말들이
2007. 9∙10 25
연재기획
_
민우역사기행
신규여성실업문제에서 중요했던 이유는‘여성=결혼=취
모제한, 취업연령제 등)를 드러내었고, 정부의 실업정책을
업’ 이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정당하지 않음을 드러내
모니터한 결과 신규여성실업정책은 매우 미흡하다라는 뻔
고, 여성 스스로가 노동의 주체임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하
한 결론3) 속에서 정부지원 인턴사원제에 대한 대응활동을
는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기획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2명의 인턴사원이 부당해 고 사례를 희망선언에 제기하여‘인턴사원의 근로자성 여
# 일하고싶은여성이면누구나일할수있는세상을희망하며
부’ 에 대한 공청회를 조직하기도 하고, 정부산하 기관의 공
“나는 일하고 싶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다”
기업에 있는 50여명의 인턴사원들의 모임에 007작전4)으
“나는 일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나의 능력을 보여줄
로 함께 하여 인턴사원제와 관련한 대책을 모색해 보기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당당한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일하고 싶은 여성이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하며 신규여성실업자 조직‘희망선언’ 가입신청서 中에서
하였다. 가장 적극적인 대응활동 중에 하나는‘군복무가산제’ 에대 한 활동이었다. 군복무가산제 폐지를 위한 연석회의를 구 성하여 장애인실업자연대, 학생단위, 여성단체 등과 함께
흩어져 있던 신규여성실업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희망선
통신방에서 피해사례 접수를 위한 고발 창구를 개설하고,
언’ 이라는 신규여성실업자 조직을 만들어 발대식을 하고,
9급∙7급 공무원 시험장 앞에서 폐지요구 시위를 펼치기도
신규여성실업자들이 겪는 문제를 하나하나 드러내기 시작
하고, 유인물을 만들어 대형서점의 책에 유인물을 끼워 넣
했다.
는 깜짝 이벤트도 하였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는 아니겠지
여대생 350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실태 설문조사를 통해서
만(^^) 그 해 99년 12월말에 군복무가산제는 위헌이라는 헌
입직과정의 성차별의 문제(남성에게만 취업기회 부여, 용
법재판소의 귀중한 판결을 얻어내었다.
희망선언 발대식
26
# 희/ 망/ 선/ 언 1년간 실업자 조직이었던 희망선언은 그 다음해에 아스라
전국실업운동단체연석회의 실업대책 요구안
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였다. 우스개 농담으로 이름이 희망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안정 보장하라!
‘선언’ 이여서 선언만 하니 끝이 났다는 말을 하곤 했다. 개 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실업자 조직의 전망이 개인 의 전망과 동일시되는 부분이었다.
�실업자 노조 결성을 즉각 허용하라! �신규 실업자를 포함한 모든 실업자에게 실업수당 지급하라! �생계가 어려운 실업자 가정에 대해 각종 공과금을 탕감하라! �실업자에게 공공 교통을 무료로 이용토록 하라!
‘실업자’ 라는 존재의‘불확실성’ 은 언제나 모임의 안정성
�실업자와 가족의 진료 및 치료를 무상으로 지원하라!
을 추구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실업’ 은 벗어나야
�실업 가정의 학생들의 학비를 고등학교까지 무상으로 지원하라!
하는 상태의 무엇이지,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상태는 아
�실업자들을 위한 종합복지카드를 발급하라!
니기에 그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항상 우선
�취업연령 제한 철폐 법제화하라! �인턴사원제 반대, 정규직 확대하라!
시 된다는 것, 그리고 한번 실업자면 영원한 실업자가 아니 기에 실업자라는 정체성을 내면화하기 힘들다는 것, 끊임 없이 불완전한 고용상태를 넘나는 여성에게 있어 실업의 상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 가의 문제…. 그 래서 과연‘실업자 권리 운동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풀어낼 수 없어 조직의 전망을 찾기 어려웠고, 때문에 실업 자 조직은 지속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여진 ● 시간이 주는‘약’ 과‘독’ 의 경계에서 달콤, 쌉싸름한 치료제를 찾는 가을을 준비중.
3) 신규여성실업대책과 관련한 정부 정책은 인턴사원제와 공공사업에 여성할당 40%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 99년 노동부 여성실업대책 [여성가장 - 취업 훈련, 자영업지원, 기업의 채용장려금 / 신규미취업여성 - 인턴 공공사업 여 성활동 40%권장 / 기혼여성(남편실직 장기화의 경우) - 직업훈련 / 기타 고용상의 남녀차별 시정조치] 4) 정부지원인턴사원제는 해당 사업장에 6개월 동안 근무하게 되고, 그 임금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렇게 되다 보니 인턴사원들의 지위는 매우 열악하여 사업장에서 인턴사원들이 2-3명씩 모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여 인턴사원끼리 모이기 위해서는 몰래 숨어서 만나야 하고, 이후 불이익 여부로 인해 개인의 신상을 드러내지 못하였다.
희망선언 캠페인 군복무가산제 폐지 캠페인
2007. 9∙10 27
쟁점과 현안
2007. 8.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소위 인혁당재건위 사건으 로 1975년 4월 8일, 대법원 판결 확정 18시간 만에 사형 집행을 당한 8인에 대하여 대법원을 포함한 국가기관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수립이래 모두 998명의 목숨들을‘법’ 의이 름으로 사형에 처했다. 다행히도 지난 1987년 12월 28일 23명의 사형수들을 형집행한 이후 지금까지 10년째 사형
사형제 폐지,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문화국가로
집행은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2007년 8월 현재 구치소 에는 모두 64명의 사형수가 집행대기 상태에 있다. 10월
김형태 ●
10일, 세계사형제폐지의날에 천주교, 불교, 기독교 종단 및 엠네스티, 참여연대, 민변, 민교협, 민우회 등 20여개 단체들은 10년째 사형 집행이 없어‘사실상 사형폐지 국 가’ 로 분류되는 것을 기념하여 사형제폐지국가선포식을 열었다. 대륙에서 사형제도를 없애겠다는 목표 아래 가입조건으
왜 사형폐지인가
로 사형제도폐지를 내세우고 있으며, 이라크에서 수십만
누가 무슨 근거로 사람의 생명을 박탈할 수 있는가 - 흉악범
쿠르드인을 죽인 후세인에 대한 사형집행을 강력히 반대
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인
한 바 있다.
간의 생명에 대한 박탈권을 가지지 못한다. 헌법 제10조
응보를 넘어서서 용서와 화해로 - 고대 사회에서 정의 관념
에서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으로 강력히 요청되던 응보의 개념은 문명사회에서 교정
지닌“국민” 에는 선량한 자만이 아니라 범죄자도 포함된
과 재교육으로 바뀌었고 용서와 화해, 생명존중의 사상으
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로 발전해가고 있다. 아르헨티나, 칠레, 남아공 등에서 벌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기본권을 제한
어진 반인권적 탄압과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을 맡은
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위원회들의 이름도「진실, 화해 위원회」 로 되어 있다.
없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라도 자유와 권
사형으로 범죄예방은 어렵다 -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대
리와 본질적 내용인 생명권은 침해할 수 없다. 수십만명
표적인 나라들인 중국이 2002년 1060명, 이란이 113명,
이 학살당한 유고 및 르완다의「전범처벌을 위한 유엔안
미국이 71명을 사형집행 하였다. 예방효과가 거의 없음을
보리의 결의안」역시 전쟁∙학살범죄 등 반 인륜적 범죄
보여주는 증거다. 유엔에서 1998년, 2002년 이루어진 연
자에 대한 사형부과를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유럽
구조사의 결론은 이렇다.「사형제도가 종신형과 같이 그
28
위협도가 떨어진다고 간주되는 다른 형벌에 비해 큰 살인
없어서 폐지했는가. 시기상조라는 주장에 따르면 사형제
억제력을 가진다는 가설을 수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폐지는 영원히 시기상조다.
자세이다. 통계수치들이 일관되게 말해주는 것은 사형제 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 하더라도 급작스럽고 심각한
사형제폐지운동의 현황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
아시아에서 사형폐지가 가장 유력한 나라로 한국이 꼽히
이다.」캐나다는 사형제폐지 직전인 1975년 인구 10만명
고 있다. 일본은 5년간 사형집행을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
당 살인율 3.09명에서 폐지후인 1980년 2.41명, 2003년에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는 1.73명으로 줄고 있다.
또한 사형집행 사실 자체를 공표하지 않고 있으며 사형유
오판으로 죽은 사람은 어쩔 것인가 - 1975년 4월 8일 인혁
지 여론이 80%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한국의 사형폐지운
당재건위 사건으로 8명이 사형집행을 당했고, 이 사건에
동은 1989년 5월「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에서부터 시
대해 32년이 지난 2007년 1월 법원에서 형사 무죄가, 8
작되었다. 그 뒤「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와「한
월에는 극심한 고문, 장기구금, 사건의 허위조작수사 및
국기독교교회협의회」 를 중심으로 사형수 교화와 사형폐
잘못된 재판과 판결 그리고 사형집행 등의 불법행위에
지에 관한 홍보, 책자발간을 계속해 왔다. 2001년 1월에는
대해 민사배상으로 사형당한 사람 1인당 10억 원, 그 처
천주교, 개신교, 불교 종단이 중심이 되어「사형제폐지를
에게 6억 원, 자녀들에게 3~4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위한 범종교인 연합」 을 결성하여 폐지법안마련, 국회, 법
이 났다. 그러나 그 어떤 사후조치로도 죽은 이들의 목숨
무부를 상대로 한 청원, 연합기도회, 공청회 등을 통하여
을 되살릴 수는 없다. 1995년 시작된 치과의사모녀살인
사형폐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엠네스티 차원에서도
사건은 1심 사형, 2심 무죄, 대법원 파기, 2심 무죄, 대법
2006년을‘한국 사형폐지의 해’ 로 정하고 한국지부가 폐
원 무죄확정으로 2003년에야 매듭지어졌다. 다같이 자
지 운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2006년 3월에는 천주교
격 있는 법관들로 구성된 5개 재판부가 사형과 무죄의
추기경을 비롯한 현직주교 22명 전원과 신자 11만 명이 사
양극을 오갔으니 이러한 오판가능성은 사형제도를 묵과
형제도폐지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였다. 최근 들어서는
할 수 없게 하는 중대한 이유 중 하나다. 2003년 국가인
살인 등 강력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도 폐지운
권위원회의 설문조사에서 일반국민의 93%, 시민단체 상
동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다.
근자 99.2%, 언론인 94.5%, 국회의원 95.7%, 법관 69.9%가 오판가능성을 인정하였다.
사형제폐지에 관한 입장들
아직도 시기상조인가 - 베네수엘라는 무려 140여년 전인
여론을 보면 대체로 60% 안팎이 사형제도를 찬성하고 있
1863년에, 코스타리카는 1877년에 이미 사형을 폐지했
다. 프랑스의 경우 1981년 사형폐지 법안 논의 당시 우리
다. 1863년의 베네수엘라보다 2007년의 한국이 더 무질
와 비슷하게 폐지법안에 대해 66%가 반대했으나 프랑스
서한 나라인가. 1863년 당시 베네수엘라는 흉악범이 전혀
의회가“올바른 입법을 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2007. 9∙10 29
쟁점과 현안
것이며, 그것이 민주주의의 원칙” 이라며 사형제폐지 법안
사형제폐지의 전망 :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서 문화국가로
을 통과시켰다. 그 뒤 여론조사에서 70% 가량이 사형제폐
연초 이라크의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해 교수형을 집행하
지를 잘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세계 대다수 국가가 사형
는 사진을 보고 전 세계 사람들은 몸을 움츠렸다. 유럽연
을 폐지했지만 그 어느 나라도 여론에 의해 폐지된 사례
합, 로마교황청 등은 아무리 후세인이 주민학살을 했다해
가 없다.
도 사형은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반해 반
국회에서는 15대에서 91명의 의원들이, 16대에서는 과반
기문 유엔사무총장은“후세인의 잘못이 크다. 사형제도는
수가 넘는 155명의 의원들이, 17대 국회에서도 175명이 사
각 나라들의 입장에 맡길 일이다.” 라는 발언을 했다가 유
형폐지 법안을 발의하였다. 그러나 15, 16대 때는 법사위
럽 등 국제사회로부터 커다란 반발을 샀다. 사형을 반대하
심사도 하지 못한 채 자동폐기 되었고, 17대 국회는 법사
는 유엔의 입장에 어긋나고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한국출
위에서 2006년 4월 공청회까지 열었으나 법사위 의원들
신 반 총장이 지닌 한계라는 것이 비판의 요지였다.
의 찬반이 팽팽하다는 이유로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고 있
사형제도는 단순히 흉악범을 죽이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다.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정
넘어서서 한 사회의 가치수준,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
치적 이득이 별로 없다는 판단 하에 의원들은 가능하면 이
다. 세계에서 사형집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 이란, 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를 꺼려하고 있다.
우디, 몽고, 미국 순이다. 특히 중국은 2004년 한해 무려
헌법재판소에서는 1996. 11. 28. 84헌바1 사건에서 생명권
3,400여명을 사형시켰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헌법에서 사
역시 중대한 공익의 필요성이 있을 때는 제한이 가능하다
형폐지를 명문화하였다. 당초에는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
며 사형제도가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 소수의견은 사형
대적 종신형으로 시작하였으나 가석방도 가능한 상대적
제도는 헌법제10조에 규정된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보호
종신형으로 바뀌었다. 우리도 우선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
의 요청에 반하고, 헌법 제 37조 제2항 단서의 생명권의
한 후 사회가 좀 더 성숙되면 궁극적으로는 상대적 종신형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제한이므로 위헌이라고 보았다.
제로 가야 할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2004년 4월,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
지난 수십 년 우리는 사상 유례가 없는 짧은 기간 동안에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폐지되어야한다는 의견표명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서 진정
하였다.
한 문화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웃의 인격을 존중하
법무부의 경우는 장관의 태도에 따라 입장이 바뀌어 왔다.
고 흉악범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천정배 장관은 2006년 2월 법무부「변화전략계획」 을 발표
그 첫 단추는 바로 사형제도폐지다.
하면서 사형제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유인태 의원 법안에 대한 국회심의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장관이 바 뀌어도 국가기관인 법무부차원에서 수립된「변화전략계 획」 에 따른 연구 검토 작업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30
김형태 ● 변호사, 천주교 인권위원회 이사장, 사형제폐지 범종교인연합 집행위원장
접속 해외사이트
_
그들도 우리처럼
우리 사회는 얼마나 노동자의 이익에 관심이 있는가 http://www.job-watch.org.au 여성주의 영어자료읽기위원회‘바닥’
요즘 인터넷 정보는 가치에 따라서 이익으로 직결하는 경우가 많
first)’등을 분명히 적시하였다. 지나치게 상식적이라 노동자가 무시
다. 한 예로 소송당사자가 인터넷으로 판결 결과를 확인하는 소익
하기 쉬우므로 이렇게 명료한 언급은 매우 중요하다. 넷째로 임금
부터 인터넷 민원상담으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해결한 큰 이익
수령과 급여명세서(Getting Paid and Payslips) 편에서 노동자의
까지 말이다. 지금 소개하는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 주 노동자 권익
임금액 영향요인과 상향시기를 체크할 것과 급여명세서를 확인할
을 지원하는 비영리 법률단체‘Job Watch(이하 잡워치)’ 의 웹사이
것을 당부하고 있다. 임금은 받기만 하고 끝낼 일이 결코 아니다.
트(http://www.job-watch.org.au)는 이런 의미에서 노동조건의
급여명세서를 받아두고도 확인하지 않는 노동자라면 지금 당장‘사
법적 정보를 다룸으로써 노동자 이익을 지키는 정보채널이 된다.
용자의 연금지급사항, 세전∙후 임금총액, 수당산출내역 등’ 을 확인
잡워치가 단체 비전(vision statement)에서 밝힌‘동등한 노동기
해 보라!!
회, 성희롱, 부당해고 등 노동자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슈’
마지막으로 볼 범주인 <고용의 종결(Termination of Employment)>
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조언을 제공하는가를 살펴보자.
에서 부당 해고 이의제기 유효기간과 해고된 경우에 잡워치 제공
<구직의 함정(Job hunting traps)>에 보면‘무보수 수습직(unpaid
브로셔에서 법적 자격을 꼭 확인하길 당부한다. 구조조정의 경우에
trial work)은 수습기간 종료 후 유급이 될 경우는 드물다’ 고못박
는 사측이 사직 외에는 다른 대안을 제공하지 않은 점 등이 성립되
는다. 즉, 구직자들이 유급직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보수 수습직에
어야 하며, 이는 직장을 떠나기 전에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 필사적이라는 사실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함정을 조심하라며, 누
이렇듯 잡워치 웹사이트가 자기 지역 노동자들 노동권의 A-Z까지
구든지, 수습 중에 임금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경고한다.
쉽고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다음으로 <당신의 노동권(Your rights at work)>중 기간제 고용
말 안타깝게도, 부당해고 노동자가 자기 노동조건이 얼마나 불법적
(casual employment)편에서‘기간제 고용은 비공식성, 불확실성,
이었는지를 사측이 불법성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을 해고한 지경에
비정규성(informality, uncertainty and irregularity)을 띠며 지속 고
이르러서야 깨닫곤 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에겐 계약서에서 연금
용에 대한 기대가 없다(no expectation of regular and continuing
까지 노동조건의 수많은 범주의 법 규정을 확인하고 요구할 권리
employment) ‘며 자신의 고용이 의심되는 즉시 상담을 받으라고 조
또한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뒤늦은 일이 되지 말아야 한다.
언한다. 또 일반규칙보상(Common rule awards)1) 편은 고용에서의
그럼, 노동권의 필수 정보에 얼마나 접근하기 쉬운가의 책임은 정
노동자 권리를 규정한 법을 안내하며‘당신의 고용이 일반규칙보상
보를 다루는 곳에만 있을까? 오히려 사회가‘노동의 법적 조건’ 을
에 의해 보장받는지, 당신의 일이 이 법의 적용을 받는지 확인’ 하길
만들고 실행하고 판정하는 감시체제를 얼마나 잘 꾸리고 있느냐에
권한다. 셋째로 고용계약(Employment Contract)편에서는‘읽어 보
달린 게 아닐까 한다. 이것이 바로 그 사회의 노동자 권익에 대한
고(Read it), 이해하기 전에는 서명하지 마라(Do not sign anything
관심도를 반영하는 한 지표일 수 있다.
you do not understand), 서명하기 전에 조언을 구해라(Get advice before signing), 복사해두어라(Get a copy), 먼저 상담을 받거나 조언을 구하기 전에는 계약조건에 대한 어떤 변경에도 동의 하지 마라(Do not agree to any changes without getting advice
1) 일반규칙보상(Common rule awards)은 호주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제시하는 법제도로 빅토리아 주에서 2005년 발효하여 35만 이상 빅토리아 노 동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2007. 9∙10 31
국제통신원
인도네시아여성이야기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네시아
해를 살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내가 처음 인도네시아로 파견 나가게 되었다고 했을
인도네시아에 온 지 7개월이 훌쩍 넘었지만 자카르타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인도의 어디로 간다고?” 라고
한국 국제학교에 파견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관계로 주
되묻곤 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
변에서 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어서 나의
게 그리 잘 알려진 곳이 아니지만, 생각 외로 우리와
인도네시아의 경험은 한정되어 있음을 먼저 고백한다.
많이 친숙한 나라이기도 하다. 우선, 드라마‘발리에서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를 가지고 있으
생긴 일’ 로 급부상한 발리가 인도네시아의 유명 관광
며 크고 작은 300여 종족이 국민을 구성하고 있고 게
지이고, 가구 브랜드로 유명한‘보루네오’ 는 좋은 목재
다가 많은 섬-무인도를 제외하고도 10,000개의 섬-들
가 생산되는 인도네시아의 섬이다(현재 칼리만탄 섬으
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 사용하는
로 이름을 바꿨다). 또한 한국 커피 애호가들이 즐기는
언어와 생활상이 각기 다르다. 때문에 나의 경험을 인
수마트라 커피와 자바 커피가 생산되는 같은 이름의
도네시아 전체에 대한 것으로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
섬 역시 인도네시아이며, 자바 섬은 우리가 사회시간
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에 많이 들었던 자바원인이 출토된 곳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3천 만 명 중에서 대략 90%가
인도네시아 여성들의 지위
이슬람을 종교로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
보통 이슬람 문화권 여성들을 생각하면 머리와 몸을
가이다. 재미있는 것은,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지
칭칭 감고 다녀야만 하고, 남자에게 거의 종속 되다시
만, 모든 사람이 꼭 한 가지 종교는 가지도록 법으로
피 한 낮은 지위를 생각하게 되는데, 여기 인도네시아
정해져 있다. 때문에 종교가 뭐냐고 물었을 때 없다고
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여성들이 상당히
대답하면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와
자유로운 나라이다. 사람에 따라 머리를 가리고 다니
친한 인도네시아 동료는 무교라 하지 말고 아무 종교
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꼭 머리를
나 둘러대라고 웃으면서 말해 주었다. 괜히 이상한 오
가리고 다녀야 한다는 강제성도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
32
로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주말에는 남녀가 데이트
교에서 허용했던 일부다처제를 지금은 법으로 금해서
하는 모습이 흔히 눈에 뜨이며, 가슴 노출이나 길이가
공무원이 되는 길을 막았다곤 하지만 사회 다른 분야
짧은 치마도 서슴없이 입고 다니는 여성을 어렵지 않
에 진출하는 데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시골에
게 볼 수 있으니 우리가 고정관념처럼 가지고 있는 이
서나 일부지역에서는 행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슬람 여성에 대한 생각을 일소하기가 어렵지 않다.
때 과연 이 나라 여성의 지위가 어떻다고 얘길 해야 할
내가 접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남
지 나는 정말 난감하다.
녀차별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는 듯 했다. 대학교수나 정계 고위직에 진출하는데 여자들이 차별을 받지 않느
후일담
냐고 물어봤더니 왜 차별을 받아야 하냐고 되묻기도
이 글을 쓰기 위해 여기 저기 인터뷰하러 다녔는데, 내
했다. 본인의 능력이 되고 의지가 있으면 다른 사회적
가 여기 여성들의 지위가 별로 높지 않다고 가정하고
제약은 없다고 당당히 이야기해서 부럽기까지 했다.
질문을 한다고 사람들이 느꼈던 것 같다. 남녀 차별이
13년 전쯤에 이리로 건너 와서 이곳 대학을 졸업하고
별로 없다고 하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 사
직장을 구한 한국 여자 분은 여기 여성의 지위가 한국
회, 가정, 교육 등등의 분야에서 왜 차별이 없다고 느
보다 높다고 하시면서 한국 사회가 여성들에게 제약을
끼는지 설명해 달라고 하고,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
가하는 게 이젠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하셨다. 부
들로 이런 건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부 맞벌이가 증가하는 추세고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해대기도 했다. 아마 내가 인터뷰한 여성들이 혹시나
입주 가정부들이 일반화 되어있어 한국에서처럼 여성
그 쪽 분야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하고 캐묻
들이 사회 활동하면서 양육과 가사 일에 신경을 쓰지
다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한국보다 나은 조건에
않는다. 한국에서처럼 특별한 아들 선호도 없을뿐더
대해서는 부러워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인도
러, 이혼시에는 부인이 양육권에 대해 우선적인 권리
네시아 친구는 자카르타에서 내가 접하는 사람들에게
가 있으며 남편이 양육비를 대주게 되어 있다고 했다.
서는 내가 원하는 문제제기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면
그러나 내가 접하고 정보를 구한 인도네시아 여성들은
서 기회가 되면 수마트라섬의 미낭카바우 지역에 가보
최소 중산층이상이다. 그들은 다들 대학 교육을 받았
라는 말을 해주었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남성우월주
고, 아니면 받고 있으며, 집에 일하는 사람이 있으며,
의가 가장 강한 지역이라고 알고 있다고. 언제 한번 수
운전사를 두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교육이나 경
마트라 지역에 여행할 기회가 있으면 비교하는 글을
제 수준이 그보다 낮거나, 시골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써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달라질 것이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들렀던 시골의 경 우만 해도 여성들은 그저 부엌에서 가사일이나 하면서 학교도 못 다니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슬람 종
김소연 ● 인도네시아 국제학교에 영어교사로 파견중인 민우회원.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는 오늘도 인도네시아 각지를 누비고 있다.
2007. 9∙10 33
문화산책
_
서평∙김상 퍼레이드
든든한 큰 언니들의 지혜를 읽다 LAYLA●
처음 읽어나갈 땐 '언니네 방' 시리즈와 비슷하려니 했는데 다 읽고 나선 언니네 시리즈와 확실히 구별되는 이 책만의 무게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냥 겉으로 보기엔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엮은 이 책이 웹상의 글을 모아 엮은 언니네 방 보다 더 정치적이고 과격할 것 같지만 두 가지 다 읽어본 소감은 오 히려 그 반대라는 것. 언니네 방이 예민한 감수성의 소녀, 어린 여자가 상처를 받고 치유하는 과정에 서 여성주의를 만나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여자들의 유쾌한 질주는 젊 음의 불안함과 혼란의 시기를 견뎌낸 든든한 큰 언니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여 성주의를 실천하며 살고 있는지, 부딪힘의 고통을 통해 터득한 관대함과 여유로 네!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움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민우회원과 활동가들이 20년간 써낸 주
그래서 육아, 직장 내 성차별, 가족 등 일상적인 소재의 이야기가 책의 대부분을
옥같은 글들을 모아 편찬한 수필집,‘여자
이루고 있으며 실제 여성이 직장에서 부딪치는 차별에 대해 사례별로(^^;) 구체
들의 유쾌한 질주’ ! 조금 낯 뜨겁지만(^^;)
적으로 알 수 있고 육아와 관련해서도 마냥 남의 일만은 아니기에 '과연 나라면'
이번 문화산책은 수필집의 감상을 들어보
이라는 맘으로 읽을 수 있었다.
기로 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날마다
직장 내 차별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차별 받고 있는지, 여성이 겪는 갈등
판매순위를 갱신해가고 있는 화제의 그
이 어떠한 것인지 개인의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지므로 여성주의가 왜 필요
책! 감상을 통해 만나 볼까요?
한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나,‘실생활에서 여성이 무슨 차별을 받는다는 건 지 전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가볍게 타자 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듯 하다. 페미니즘에 관심은 있는데 페미니즘 이론서 읽는 건 죽어도 못하겠다면 이것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나의 10년 후, 2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을 통해 희미하게나마 그려 보기도 하였다. 나 역시 지금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으 리라는 작은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 지금을 만들어 낸 큰언니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34
어쩜 이리 똑같은지!!
여자를 알고 싶은 남자들에게 The스●
chika●
나는 감히 여자들에게 이 책에 대해서 머라 머라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아마 이 책을 선물 받지 않았다면 굳이 읽을 생
나는 어쭙잖지만 어설프지만 그래도 좀 이해를 해 보자는, 그들끼리는 진보적이
각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네 하는, 몇 줌 안되는 남자들에게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 싶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다. 왠지 모를 선입견이 이 책
머리로 안다는 건 몸으로 안다는 것과 별 상관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분명
역시 그저 그런 내용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내 머릿
히 난 여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머리로 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여자들의
속에 집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에 대해서 직감적으로 알지 못하며 그 판단에는 상당한 양의 산소 소모가
그런데… 정말 어쩌면 모든 이야기가 나와 나를 둘러
필요한 이성적 사고과정이 있어야만 한다.
싼 이들의 이야기와 똑같은지! 굳이‘페미니스트’ 라
'태생적 한계의 극복' 이란건 블레이드 러너에서 로이가 자신의 DNA를 모두 바
고 하지 않아도, 우리가 둘러앉아 수다 떨다가 나옴
꾸어 줄 것을 요구하는 것만큼이나 내게는 회의적이다. 한계를 빨리 인정하고
직한 이야기들이 한보따리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인식수준의 오프셋값을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만이 그나마 너무 빗나가지 않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야기라는 공감에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낼름 다 읽어버렸다.
여성주의에 대한 나의 최초 접근은 논문이나 문헌을 통해서이나 이게 너무나 넓
책 속에서 어느 누군가가 남자들은 모이면 남 얘기만
고 뒤얽힌 복잡다단한 다층구조임이 초반에 분명해짐으로써 가볍게 책 몇 권 봐
떠들어대지만 여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했
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계보 추적으로 전환하였으나 이 역
다. 그것의 단적인 예가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시 여의치 않아 이제 답보상태 내지는 포기 단계에 근접해 가지 않나 한다. 그런
거창하게 여성운동 어쩌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땅에
데 이 책은 바탐업(bottom up)으로서의 재시도 가능성을 보여준다. 흔한 개별적
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여성으로서(간혹 남성으로서)
인 사실에서, 공통적 즉 일반적 사실을 뽑아내는 것이다.
경험하는 이야기들에 대한 공감을 느끼고 싶다면 이
이 책에는 매우 원형적인 개인적∙개별적 사실들이 있다. 그 사실들을 낳은 현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실 속에서는 당신이 보지 못하였거나, 보고서도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하였거
이건 멀리 떨어진 별나라의 외계인 이야기가 아니라
나, 느낌은 있었으나‘좋은 게 좋은 거지’ 라고 넘어갔거나, 엉뚱하게도 태생적
바로 나 자신,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홀랑 읽
우월감으로 즐겼거나 간에, 이 책의 이야기들이 그저 잘나지 못한 여자들의 호
혀버리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내 말 믿고 한번 읽
사스런 불만족의 잔소리쯤으로 들린다면, 앞으로 그대들이 내뱉는 정의니 평등
어보시기를.
이니 공정이니 사랑이니 등등 이런 예쁜 말들은 공허 그 자체일 것이다. 아주 오래전 아부지는 어린 아들에게 그러셨다 "남들과 똑 같다면 살아야 할 이유가 머냐? 신이 왜 그런 낭비를 하였겠니?" "달라진다는 건 '왜' '왜' 에서 시작하는 거란다" 이 책에서 달라져야 할 이유를 재귀적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약간의 비용과 심하게 굳어지지 않은 가슴만 있다면 말이다.
2007. 9∙10 35
평동 사무실에서 아랫배가 묵직하다. 이건 똥배도 아니고 밥을 많이 먹어서 불룩해진 배도 아니다. 생리할 때도 아닌데…. 갑자기 머릿 속에 빨간불이 켜진다. 혹시 자궁에 이상이? 나이 서른이 넘어가기 이전에는 2박 3일 밤을 새워 일을 하 더라도 다음날이면 여느 날과 다름없이 나의 몸은 제 자리 를 찾아왔었다. 그러나 불규칙적이고 무절제한 생활이 길 어지면 길어질수록 체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어느 새 가족들이 몰라볼 정도로 나의 몸은 내 것이 아닌 듯 변
직장인 건강검진체험기
해버렸다.‘넌 누구냐.’5년여 정도만에 만났던 아버지의 놀라운 반응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여러 가지 노력도 했었지만 작심삼일이었다. 아흐~ 나의 이 놀라운 의지박약함이란…. 그러다 어느새‘그래 작심삼 일만이라도 자주 하자’ 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나디아 ●
몸에 좋다는 생식을 구입해서 저녁 대신 먹고 가급적이면 인간관계도 끊어버리고 술자리약속을 피하자고 굳게 결심 했다. 그러기를 한 달. 웬일인가. 배고플까봐 여러 숟가락 을 타 먹은 생식이 화근이었다(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허 기진 배를 조금 달래기 위해 먹었던‘약간의’저녁식사는 나에게 5kg이라는 몸무게를 선사하였다. 이러저러해서 원래보다 30kg이상 무거워진 살들을 모시고 다닌 지 어언 8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아침이면 바닥을 제 대로 딛을 수 없는 허약하지만 튼튼해 보이는 다리와 여기 저기 몸이 쑤시는 증세들을 달고 산다. 나이 서른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나의 몸과 건강에 대해서 자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이 상해진 나의 아랫배에서 생리통과 다른 묵직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겁부터 덜컥 났다. 나이의 문제인지, 환경이 그만큼 여성의 몸에 안 좋아져서인지는
36
알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자궁근종이나 여성질환에
었다. 그리고 뭔가 문제가 있다면 그 다음에 생각하고
걸린 이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대처하면 될 거라고. 의사는 나의 검진표를 잠시 본 후,
내 몸이 아프다는 것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치료비용
질문을 던졌다.
을 어떻게 감당할 지에 대한 걱정이 먼저 떠올랐다. 해지
“최근 아파서 병원 가본 적이 있나요?” “아니요.”
하고 남아있는 보험의 수를 헤아려보니 종신보험과 모
그리고 또 질문이 있을까 잠시 뜸을 들이고 있는데, 간
카드회사에서 싸게 홍보한 건강보험이 있었다. 그런데
호사가 검진표를 주더니만 나가서 기다리란다. 정말 얼
정작 그 보험으로 무엇이 적용되는 지에 대해서는 너무
떨결에 진료실에서 떠밀려 나왔고, 그 다음 사람이 진
나 무지했다. 약관을 받아놓고 꼭 읽어봐야지 했던 것이
료실로 들어갔다.
책상위에 먼지를 뽈뽈 날리며 빳빳하게 서 있었다. 이것
질문은 커녕 생각할 시간도 없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저것 알아보고 여성질환에 적용되는 보험을 가입할까?
옷을 갈아입으며 의사의 태도뿐만 아니라 건강검진 시
그리고 보험이 적용되는 6개월 뒤에 검사를 받는 거야,
스템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다람쥐 쳇바
그러면 설사 질환이 있더라도 마음은 놓이겠지. 하지만
퀴 돌리듯 진행되는 검진과정에서 이것저것 물어보지
이내 생각을 가다듬고 몸의 신호에 충실하기로 했다. 마
않고 그냥 시키는 대로 다 한 나의 모습에도 약간 짜증
침 직장 건강검진기간이라 내 몸이 자꾸만 전달하는 그
이 났다. 어쨌든 끝난 건 끝난 거니까, 원래 이런 건 줄
신호에 대해서 의사와 상담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몰랐어? 라고 되묻으며 기대할 걸 기대하라는 식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자궁경부암이나 자궁근종이 있는지 알려면 초음파 검
건강염려증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의사와의 상담을 통
사를 하는 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예전에 건강
해서 불안을 덜어보자는 생각은 너무 큰 기대였다. 같은
검진을 받았을 때는 할 건지 말 건지 물어봤었던 것 같
날 다른 시각에 검진을 받은 여진도 나와 같은 상황에서
은데…. 아니다. 미혼인 경우에는 아예 물어보지도 않
같은 이유로 짜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서로 공감대
았었던가? 천천히 검진센터를 둘러보는데 간단한 기구
를 나누다가 결국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친절하고 세심
들만 즐비하다. 여기서는 그런 검진은 안 하나? 추가 검
하게 상담을 한다는 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받기로 했다.
진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휴, 난 왜 이렇게 모르 는 게 많은 게야. 역시 게을러서 그런거야, 쯧쯧. 속으
건강검진을 받긴 했는데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여전
로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간호사가 들이미는
히 찜찜하다. 건강한 직장생활을 위해 한다는 건강검
검진표를 받아들고는 소변검사와 피뽑기, X-ray, 시
진… 적어도 병을 키우지 않는 건강검진이 되었으면 한
력∙청력검사를 정신없이 해댔다. 마지막으로 키와 몸
다. 그리고 어차피 비용을 들여 시행하고 있는 것인데,
무게를 재고 나니 15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마칠 수
이왕 하는 거 신뢰감을 주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있었다. 그리고 의사와의 면담시간! 불안하게 생각되는 나의 몸신호가 별 게 아니라는 의사의 확답을 받고 싶
나디아 ● 우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북해의 은하수와 가슴 속까지 시원한 바다바람을 되새기며 살아가는 중
2007. 9∙10 37
모람풍경
“요게가 남해거덩, 니 말대로 지엄인 분 전원주택에 왔다 아이 가!”지엄? 그게 뭐지? 친구 언니의 전화를 받고 헤맸다. 아무리
지엄또는 지음(知音)
생각해도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머리를 한참 굴린 후 가까스로 해독했다. 지음(知音: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이르는 말)의 경상도 버전이 었다. 청요리집 ●
중국을 대표하는 강 두 개는 황하(黃河)와 장강(長江, 즉 양자강) 이다. 한국에서 가려면 중국 국내선 비행기 갈아타는 코스 가운 데 양자강에 둘러싸인 도시인 무한(武漢)이 있고, 무한의 바다처 럼 물결 넘실거리는 강가, 여간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한적한 곳에 고금대(古琴臺)1)가 있다.
춘추시대, 대단한 음악가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유백아(兪伯牙), 중원에서 이름을 떨치던 그 마 에스트로는 자칫 줄 잘못 섰다가는 목숨이 날아갈 어지러운 정치판을 피해 강가로 몸을 숨겼다. 초나라를 휘돌아 흐르는 長江, 양자강은 오죽이나 길고 넓은지. 구석구석 절경이 널린 어느 계곡 으로 숨어든 그는 물가에 앉아 자신이 가장 잘 연주하는 금(琴)을 튕기기 시작했다. 물 흐르는 소 리, 새가 우짖는 소리를 비집고 세상 최고의 고수 유백아의 연주가 울리자 어떤 나무꾼이 말을 걸 었다.“당신이 지금 연주하는 곡을 듣자니 높은 산에 흐르는 물소리 같구려.” 어라? 다름 아닌 <고산유수(高山�水)>를 연주한 참인데 이 촌사람이 어떻게 이 곡 명을 알았지? 세상에 모습 드러내지 않은 채 나무꾼으로 살아가는 은자(隱者) 종자기(種子期), 그리 고 군웅할거에 아수라장이던 중원 땅에서 이름 날리던 음악가 유백아는 이렇게 음악 1) 중국 무한 시내 거북산 서쪽 한강이 양자강에 합류되는 언덕에 있는 옛 정자와 같은 건축물로, 지음 고사를 기념 하기 위해 지어졌다.
38
사 장면 져 있는 지음고 고금대에 꾸며
한 곡으로 서로의 내공을 알아봤다. 구태여 구구한 설명은
동하지 않는 안정적 신뢰의 관계다. 자칫 목숨 놓을 뻔한 상
필요하지 않은 관계가 됐단 말이다.
황이 되었을 때 마지막 얼굴이라도 봐야 나머지 삶을 이어
얼마 후 백아는 자신의 유명세를 원하는 간절한 요구에 중
갈 거라며 울면서 먼 나라에서 달려온 지음 말이다.
원으로 돌아가면서 일 년 후 돌아오겠노라고 약속했다. 그
‘부모 팔아 친구 산다’ 는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던 젊은
러나 그 일 년은 새끼를 치고 또 쳐 몇 년이 되었고 드디어
시절, 서툴고 불안전한 그 시절에, 세상에 별 일이 다 있다
약속을 지키려 양자강 기슭 종자기가 사는 곳에 왔을 때 친
는 것을 도대체 받아들일 수 없어 펄펄 뛰는 나는 편협 그 자
구는 반갑게 맞아줄 수 없었다. 종자기의 무덤에 이른 유백
체였고, 친구는 지긋한 사투리로 나의 그 꽉 막힌 물꼬를 탁
아, 가슴을 훑어낼 통곡이야 누구라도 짐작할 터이고 이제
탁 틔워주었다. 서울서 갇혀 자라며 겨우 중고등학교에서나
는 더 이상 자신의 음악을 들어줄 사람이 세상에 남아있지
우수했던 밥맛 없는 범생이에게 인간의 삶이 얼마나 여러
않으니 앞으로 금을 연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람, 인간에 대한 선의
었다. 그래서 유백아는 그토록 아끼던 거문고의 줄을 끊어
(善意)를 끝까지 놓지 않았던 큰 그릇을 친구로 삼을 수 있
버렸다.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전해지는 백아절현(伯牙
었던 내가 얼마나 복 받은 인간인가는 젊었을 때는 몰랐다.
絶鉉), 또는 지음 고사의 배경이다.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그러나 살아갈수록 새록새록 지음의 존재를 깨닫고 지금은
주고받았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진정으로 마음이
순간순간 감사하고 산다.
통하는 존재, 막힘이 없고 해석이 필요하지 않은 채 마음 통
목숨의 귀함을 가장 높은 순위에 올려놓고 지푸라기 같은
하는 행복이 어떤지는 잘 안다.
힘이나마 다른 이에게 보탬이 됐으면 하는 최근 나의 움직 임에 선의의 불을 지펴 준 나의 지음은, 여전히 돈 안 되는
지음(知音), 또는 서양식으로 말하면 <영혼의 친구(soul
여성 운동하느라 삐쩍 곯은 모습으로 수십 년째 지독한 사
mate)> 쯤 될 이 말은 세상 어떤 일이 있어도 신뢰하고 서로
투리 억양의 외국어를 나름대로 유창하게 구사하며 눈썹 휘
에게 북돋움이 되는 사이를 말하는 것 아닐까. 어떤 경우에
날리도록 곤경에 처한 여성들에게 힘 돋워주느라 바쁘다.
도 일단 편들고 긍정할 사람, 완벽한 신뢰와 의심 없는 지지 를 바탕으로 하는 관계인 사이. 세속적 이해관계나 뭐 주변
모든 것을 다 품고 받아들이는 대지의 여신인 여성들이여!
에서 흔히 잘못 해석되는 자존심 따위는 끼어 들 여지가 없
나처럼 운 좋은 사람이 부럽다면 그대들도 지음을 하나씩
는 사이 말이다. 삶에서 자존심과 자신감이 생기게 해 주는
갖도록 하자. 자잘한 이익일랑 휙 내던지고 서로의 소리를
사람이 지음이기 때문이리라.
어디서고 대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지음 덕분에 오지게 행 복한 인생이 되도록 말이다.
개인적으로 친구라는 단어에 몹시 인색한 내게도 이런 친구 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선 편들고 긍정할 수 있는 사 이, 주위에서 무슨 험담을 해도 당장에 맞장구치고 부화뇌
청요리집 임재계 ● 중문학자 숙명여대 지역학 연구소 중국학 책임 연구원
2007. 9∙10 39
모람풍경
몽정파티 예정일 한 달 전쯤 내 맘대로 참가신청을 하고 6학년인 아들에게 파티참여를 끈질기게 한 이유는 아들 녀석의 신체적
몽정파티를 다녀와서
변화를 내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물론 녀석은 파티 직전까 지도 안가면 안 되냐며 볼멘 얼굴이었고 그 며칠 전엔 안 가겠다 며 엉엉 울었었다. 학교에서 다 배웠다며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하마터면 속을 뻔 했지만 그럼 몽정이 뭐냐고 물어보니 고추에 털이 나는 거라고 이정은 ●
대답하는 그 천연덕스런 얼굴이라니. 학교도 엄마도 시원스레 알려주지 못하는 자신의 신체적 변화를 지루한 강의가 아닌 파 티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은 참으로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어 끈질 기게 아들 녀석을 설득했다. 그리고 또래 엄마들에게도 함께 참 가하기를 권유했는데, 미리 알려줌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걱 정하는 이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들 녀석의 변화는 올 초부터 있었던 것 같다. 얼굴에 여드름이 하나, 둘씩 나기 시작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포옹이나 키스장면 이 나올 때 엄마를 꼬옥 껴안는다거나 잠들기 전 뽀뽀해달라며 입 을 내밀어 해줄라치면 혀를 날름거리며 엄마 입에 침을 묻히질 않 나 나중엔 누워있는 엄마위에 덥석 엎드려 스킨십을(뭘 알고 그러 는지 모르는지?!) 즐기질 않나, 그럴 때마다 녀석이 상처받지 않 도록 조심하며 덥다는 둥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아이를 밀쳐냈지 만 내심 당황스러워 어찌 대처해야할까 여기저기 아들 둔 엄마들 에게 묻기도 했었다. 다행히 고양여성민우회에서 몽정파티가 있 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말 필요한 시기에 아들을 참여시킬 수 있 었다. 몽정파티가 아니었다면 아들과 지금처럼 거리낌 없이 몽정 과 자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 녀석은 그 날 뾰루퉁한 얼굴로 참가해서는 만족한 얼굴로 파티를 끝냈고 나도 다른 엄마들과 함께 세 시간 정도의 교육과
40
이야기 나눔을 가졌다. 엄마들은 대부분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도 다양 하였다.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거나 다른 말로 관심을 돌리거나 훌쩍 큰 아이에게 유아틱한 설명으로 어물쩍 넘어가거나 그때그때 다르거나…. 비록 처음 만났지만 서로에게 공감을 느끼며 또래 아이 키 우는 지혜를 교환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또한 엄마들 자신의 몸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나의 생식기, 남녀의 생식기능 중 40년 넘게 몰랐던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서로 놀라워들 했다.
몽정파티를 통해서, 아이들을 대하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우리 아이들의 성지식이나 성의식을 파악하여 아이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을 아이들 수준에 맞게 알려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한 몽정파티를 경험한 아이들과 부모와의 소통이 더 자연스럽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내 자신이 입증했음은 물론이었다. 또래 아이들에게 모두 경험시켜주고 싶은 이런 소중한 시간 이 학교 교육 안에서 이루어 질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 앞날이 더욱 건강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만족한 얼굴로 파티를 끝낸 아들 녀석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어때! 재미있었니?” 라고 물으니 “아니, 별로…” 란다. 참내, 중간중간 잘 참여하고 있나 문틈으로 보았을 때는 즐거운 표정이더니 꼭 엄 마가 물어보면 무뚝뚝 오리발이라고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데 몽정하면 무얼 선물해 줄 거냐 묻는 다. 받고 싶은 선물이 무언지 생각해보라고 답하며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있는 동자같다는 생각을 하 며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나 아무래도 몽정 벌써 한 것 같아
그 며칠 후 아들녀석 왈 “엄마! 나 아무래도 몽정 벌써 한 것 같아” “그래? 언제?” “6학년 되고 얼마 안됐을 때 아침에 팬티가 젖어있어서 그냥 갈아입었었어.” “엄마한테 얘기하지 그랬어!”
그게 몽정인줄 몰랐지
그래? 언제? 엄마한테 얘기하지그랬어!
“그게 몽정인줄 몰랐지…. 근데 선물은 언제 줄 거야?” “지나간 일은 소용없어! 담번에 하면 그 때 선물할께. 선물받고 싶으면 꼭 얘기해!” 허걱, 당장 뭐든지 선물해주고야 싶었지만 미주알고주알 모든 일을 얘기하는 딸과는 달리 이 무뚝뚝 한 아들과 다음에도 그에 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욕심에 맘에도 없는 말이 퉁명스레 튀 어나와 버렸다. 이정은 ● 고양여성민우회생협 활동가
2007. 9∙10 41
생협 이야기
구의동에서 성산동으로 이사하다 구의동에서 약 7년여를 살다가 아이의 학교가 있는 성산동으로 이사 를 한 것이 지난 4월. 일터가 잠실이라 손쉽게 출퇴근하던 시절을 뒤 로 하고, 서울의 서쪽 끝자락에서 동쪽 끝자락을 매일 오가는 상황에 직면했다. 다른 걱정에 앞서 출퇴근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었고. 막상 출퇴근을 하니 은근한 스트레스가 피부로 와 닿았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성산동에서 잠실까지???
서른아홉의 새로운도전기
친한 회사 동료 중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이른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는‘(초보)자출족’ 이었다. 그가 나에 하는 말 은 대충 이랬다. ‘성산동’ 과‘잠실’ 은 한강변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 도심을 통하지 않
자출족 되다
고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탈 수 있으며, 이는 천혜(?)의 조건이다.‘성 산동’ 과‘잠실’ 의 거리는 출퇴근하기에 최적의 거리다. 황윤익 ●
상식적으로‘성산동’ 과‘잠실’ 을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게 말이 되 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의 대답은‘그렇다’ 였다. 그 말이 어찌나 간단 하고도 명료했는지 차라리 퉁명스럽기까지 했다.
일단 저질렀다. 그 말을 듣고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바로 자전거를 사러 갔다. 그 동료 자출족의 추천을 받아, 다양한 모델과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는 면목동 소재 자전거 가게에 갔다. 그리고 바로 샀다. 자전거와 최 소한으로 필요한 장비 몇 가지(헬멧, 장갑)를. 그리곤 중랑천을 따라 면목동에서 성산동까지 귀가하고, 다음 날 아침 성산동에서 잠실까지, 그리고 거꾸로 잠실에서 성산동까지 자전거를 탔다. (이틀 사이에 대 략 80km를 넘게 탄 거다.) 나의 기분은 어땠을까? 지하철과 마을버스에선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자연이 주는 상쾌함과 성취감에 도취되어 날아 갈 것 같은 기분을… 느낄거라 예상했지만. 사실은 그 날로 약 일주일간 자전거 근처도 가
42
지 못했다. 몸살이 나고, 정상적으로 걷지도 못했고, 놀림
유는 달리기나 걷기처럼 힘들거나 지루하지가 않다. 따로
도 받았다. 시간도 편도 1시간 반이나 걸렸다. 그리곤 내
운동 시간을 낼 필요없어서 좋다는 점도 좋다. 처음엔 부
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건가 처량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담스러웠지만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는 날 보다 기분이 훨
객관화해보기도 했다.
낫다. 참고로 나는 각종 일정으로 인해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자
놀란 다리가 가라앉을 즈음
전거로 출퇴근한다. 각종 일정이 없다 해도 아직 나에겐
놀란 다리가 가라앉을 즈음 다시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
매일 자출은 무리다.
다. 처음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지 4달이 되어가는 요즘은 1시간 정
22.9km vs 27km
도로 시간이 단축됐다. 운동으로 인한 피로를 야기하는
서울시 전체 통행속도는 시간당 22.9km에 불과하며, 도
젖산 분해 능력도 점점 배가 되는지 휴일이면 조금 먼 거
심 지역의 경우 14.4km다. 종로는 약 15.9km 정도라고
리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기까지‘좀 더 자전
한다. 저 통계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를 기준으로 했고,
거 잘 타기’ 를 목표로 운동을 따로 하진 않았으나 약간의
어느 지역을 대상을 했는지도, 몇 년도 통계인지도 모르
장비의 도움도 있었다. 한강변에 길게 형성되어 있는 날
겠지만, 나의 자전거 속도는 대략 27km 정도니까 저 통
파리들 때문에 시선과 호흡에 지장이 있어서 고글과 마스
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내가 차보다 낫다.
크를 샀다. 그리고 또 짧지 않은 거리로 인해 필연적으로
자전거 타는게 대기오염을 줄일 수도 있고, 그래서 환경오
따르는 사타구니 통증을 방지하고자 사이클용 져지와 타
염도 막거나 줄일 수 있는, 그리고 결국 교통체계를 바꾸는,
이즈를 샀다.
그럴싸한 담론을 최근 들어 많이 접한다. 그런 마음까지 갖
처음에 자전거 탈 때는 옷에 고글에 헬멧에… 겉 멋만 들
추고 자전거 타면 나쁠 건 없겠지만 다섯 달을 타고 나서도
어서 다들 챙겨 입었구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불과 네달
저 거대한 담론들은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에 끼지 못한
사이에 나도 그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 내 경우엔‘건강’ 과‘재미’ 가 큰 이유인 것 같다.
입문 다섯 달을 앞두고
출퇴근을 하며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지나는 차들을
초등학교 1학년 우리 딸은 아빠가 자전거 타고 잠실로 출
보면 미련해 보이기도 하지만 좀 부럽기도 하다. 무슨 어
퇴근한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여긴다. 듣는 이들의 놀랍다
린아이의 푸념처럼 들리겠지만, 차는 어디든 갈 수 있어서
는 반응에 신이 나서 더 자주 하는 눈치다. 그리고나선 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차도 옆에 자전거길이 잘
가 나선다. 일터와 이웃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많이 권하
돼 있음 다른 모습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훨씬 행복하
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나로 인해 자전거를 시작하는 사
고, 건강하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람이 주위에 생기고 있다. 난 그들에게 왜 자전거 타기를 권하는 걸까? 가장 큰 이
황윤익 ● 여성민우회 생협 구의동 조합원 전이미경 님의 남편 되쉽니다.^^
2007. 9∙10 43
우∙행∙가
우리 공부해서 여행가요
우행가 1기의
베트남
여행이야기
위풍당당(?) 자전거도전기 타기 ●
베트남에 온 지 3일째. 술자리에서 무심코 던진‘여행이나 갔으면…’ 하는 바람이 실현되었 다. 첫 기착지 하노이를 떠나 다낭에 도착하니 비가 흩뿌린 오후였다. 곧 호이안행 승합차를 타 고 1시간 남짓 온 뒤 한 호텔에 멈췄다. 주변을 보니 그림 같은 물가 옆 카페가 영화의 한 장면 이다. 어찌하여 호이안 시내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라는 이곳이 숙소가 되었다. 그‘5분 거리’ 가 내겐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데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짐을 풀자마자 길을 나선 우리 는 호텔직원이 즉석 섭외한 동네 청년이 모는 오서방의 오토바이를 길잡이로 하고, 호이안 옛 거리에서 자전거로 집결하기로 한다. 그런데 가도 가도 호이안 옛 거리는 나오지 않고, 길잡이 오토바이는 종적이 묘연해진 것이다!!!‘5분 거리’ 라는 여정은 그렇게 처절한 모험으로 바뀌어
우행가는 여행떠나기를 목표로 꾸려지는
가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내 표정은 사색이 되어갔고, 맨발로 자전거를 모는 내 기색을 살피
단발성∙자발성 소모임입니다. 멋진 민
며 일행은 조심스럽게 나와 보조를 맞추었다. 좁은 도로에서 지나치는 차량들은 계속 경적을
우회원들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추억
울려댔다. 그 소리는 서울에서 교통전쟁에 익숙한 긴장한 나에겐“이봐, 비켜 서. 당신 때문에
을 만들고 싶다면! 당신이 우행가 2기를
갈 수가 없잖아” 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다른 차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으려 인도 쪽으로 바
꾸려보세요~!!
짝 자전거를 몰았다가 인도 턱 아래 고인 빗물 덕에 양 다리는 흙탕물 범벅이 되었지만, 최강 자전거 초보는 이를 신경 쓸 1초의 여유조차 없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베트남에서 경적은 ‘앞으로 가겠소’ 하는 소극적인 의사표현이란다. 나처럼 필사적으로 길을 비켜줄 필요가 없었다. 좀처럼 호이안 옛 거리도 보이질 않고 도로엔 어스름이 짙다. 나는 자꾸‘나, 갈 수 있을 까? 숙소로 돌아갈까?’하며 초초해 했다. 일행의 배려로 잠시 쉬어 물 파는 할아버지에게 안내받은 갈림길로 들어서 좀 더 가니 그때 신기하게도 호이안 옛 거리와 오서방과 한 번에 마주쳤다. 오서방에게 원망을 퍼부었지만, 그도 나름대로 가이드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마 음고생이 심했나보다. 상봉의 눈물을 거두고 구경을 하는데, 난 진이 빠지는 듯한 피로감과 일행에게 미안한 마음이 뒤엉켜 구경도 하는 둥 마는 둥 여전히 심란했다. 작은 하천 건너편 식당에서 주린 배를 채우니 그제야 웃을 수 있었고, 호이안 거리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늦 은 저녁을 먹고 자전거 운전에 능한 두 사람이 먼저 출발했다. 남은 셋은 식당에서 부른 택시 가 작아서 타지 못하고,‘지옥의’야간 운행을 해야 했다. 오서방은 오토택시로, 나와 여진은 자전거로. 이미 기력이 바닥나 처질 때마다 난 호텔에 가야한다는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페 달을 밟았다. 위태해 보이는 나를 보며 베트남 주민들이 미소로 응원하는 것 같 았다. 상체에 힘이 빠져 자전거가 저절로 역주행하는 위기일발의 순간도 지나면 서 드디어 호텔이 보였고, 반가운 마음에 그만 나는 주차장에서 자전거와 함께 미끄러져 넘어졌다. 그때 자전거를 일으켜 세운 관리 아저씨의 환한 미소가 눈 물 나게 반가웠다. 이때 내가 지른 한마디.“I ’ m sorry…….” 늦어서 미안하고, 자전거를 못 타서 미안하고, 나 때문에 고생한 여진에게 미 안하고, 모든 게 미안한 채로 이렇게 나의 호이안 첫 날 밤은 처절한 기억을 남 기고 깊어갔다.
호이안 시내와 우행가들
44
타기 ● 지금도 호이안‘지옥의’레이스에서 살아 돌아온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사막과초원과호수의앙상블 묘랑 ●
의기양양 시작한‘우리 공부해서 여행가요’ 였다. 모임 빠지기를 숨 쉬듯 하다 마지막 모임에 불쑥 나갔다. ‘묘랑, 너두 우행가냐?’ 부터‘가긴 가는구나~’ 까지. 애매한 독려(?)를 받으며 꿋꿋이 베트남으로 향했다. 하노이Hanoi에서 시작해 호이안Hoi An, 나짱Nhatrang을 거쳐 호치민Saigon까지 종단할 계획이었다. 그 런데 여행지에서 만난 이의 권유로 일정을 바꿔 마지막 여정은 호치민에서 200km 떨어진 해변가 작은 마 을 무이네Mui Ne로 정했다. 호치민에서 5시간 반 가량을 달려 새벽 한시 반 도착. 짭쪼름한 소금 내음과 파 도소리가 바다가 지척임을 알린다. 오랜 버스 여행에 지친데다 가로등이 없어 깜깜한 낯선 바다로 달려갈 용 기도 나지 않았다. 방갈로라 허술하고 침대도 눅눅하지만, 시장이 반찬이듯 피곤이 곧 숙면이었다. 다음날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티엔닷Tien Dat으로 숙소를 옮겼다. 차양이 드리워진 원목의 발코니에 앉 아 우아하게 책을 읽는 여인! 꼭 해보고 싶던 일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영장 비치의자에 앉아 쉬 엄쉬엄 책을 읽다가 수영도 즐기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냈다. 저녁을 먹고 수달, 여진, 오서방은 낮에 봐둔 마
무이네 해변에서
사지 숍으로 향했다. 나는 마지막 밤을 위해 마사지는 아껴두기로 했다. 대신 타기, 엄산과 함께 밤바다로 나아갔 다. (무지 우아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밤바다 별을 헤며 우리는 드라마 제목 잇기 놀이를 했다.) 그렇게 또 아까운 하루가 가고 마지막 날, 우리는‘선셋 투어’ 를 했다. 창문도 없이 골격이 앙상한 짚을 타고 처 음 도착한 곳은 피싱 빌리지Fishing Villege. 뜨거운 한낮이라 내게는 대형 광주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배가 정박해 있을 뿐 한산하다. 잠시 사진 찍고 화이트 샌듄White Sand Dune으로 이동했다. 화이트 샌듄으로 가는 길은 자체로 ‘이국적’ 이었다. 그동안 사실 한국의 시골마을에 온 거 같았지만 드디어 관광책자에서나 보던 드넓은 초원이 지평선 과 만나고, 소떼와 염소떼가 풀을 뜯는 풍경을 만났다. 도로를 횡단하는 소떼들이 우리 차를 멈춰 세웠을 땐 이색적 인 경험이 오히려 기쁨이었다. 도착한 화이트 샌듄, 푸른 초원과 작은 숲(?)을 지나 나타난 사막은 장관이었다. 한쪽 에는 호수와 초원이, 반대편은 하얀 모래 언덕이 하늘과 맞닿았다. 신기해하며 정신없이 그리고 열심히 걸었다. 모래 에 발이 묻혀 걷기도 어려웠지만 눈앞에 펼쳐진 하얀 언덕을 지나칠 순 없었다. 사막과 초원과 호수가 빚어내는 감 동의 앙상블이었다. 화이트 샌듄에 너무 많은 감동과 환호를 한 탓인지 이후 만난, Yellow Sand Dune과 붉은 협곡 으로 그랜드캐년을 닮았다는 Red Canyon은 찬밥신세가 되었다. 마지막 코스인 요정의 샘(Fairy Spring)까지. 밤이 되자, 지치고 지친 몸을 마사지사에게 맡겼다. 처음 받는 마사지라 부끄러움이 앞서다가 나중에는 나보다 훨씬 체격이 작은 그이에게 미안함이 들었다.‘너무 커서 미안해요.’피로를 풀고 인근 슈퍼의 맥주를 싹쓸이해서 티엔닷으로 돌아왔다. 여행 중 우리와 함께해 준 타이거와 바바바(333) 맥주로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래본다. 새 로운 음식만 나오면 냄새부터 맡아보던 오서방, 초지일관 타이거와 함께한 음주가이드의 달인 수달, 방랑자의 여유 가 묻어나는 여진, 어쩐지 허술한 타기와 어울리지 않게도 예민한 산적과 함께한 멋진 여름을 위해 브라보~
묘랑 ● 바빠서 얼굴보기 힘들지만 중요할 땐 꼭 나타나는 열심회원^^
무이네 사막, 화이트 샌듄
2007. 9∙10 45
지부소식 www.womenlink.or.kr
고양여성민우회 가을걷이 나눔 잔치
성평등 사회를 꿈꾸는 여성주의 학교
여성학 공부 모임
(1) 여성주의 영화읽기 - 10월 10~31일, 매주 수요일
10월 - 권인숙 저「양성평등 이야기」
(2) 성평등 여성학 강좌 - 10월 중
11월 - 정희진 저「페미니즘의 도전」
�장소 : 본회 교육실
�일시 : 격주 토요일 10시 �장소 : 본회 교육장
짧은 만남, 긴~나눔 - 성폭력피해자보소시설 보 금자리 및 운영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밥집
되살림 강좌
일일밥집과 재활용품 장터를 개설하여 든든하게
내가 원하는 재료, 디자인으로 실내용 덧신, 가
밥도 먹으며 선행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합니다.
방, 면월경대, 수저집 등 만들기
관심과 후원 부탁드려요!
�일시 : 11월 예정
�일시 : 10월 25일(목) 오전 10시~오후9시
�장소 : 본회 교육장
�장소 : 광주 북동신협(5층) 성인 성교육‘성울림’
생산자들의 수고와 땀의 결실인 벼를 소비자와 함께 수확하며 따듯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
민우 운동회
자신의 성을 제대로 모르고 아이들의 성을 말할
을걷이 나눔 잔치가 열립니다. 아이들을 위한 체
회원들의 친목과 단합, 그리고 건강한 몸을 위한
수 있을까요?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싶은 분,
험도 별도로 운영합니다.
운동회를 엽니다. 운동화 단단히 묶고 얼른 모입
부부의 성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 자녀의 성
�일시 : 10월 7일 고양매장 앞 7시 30분 출발
시다용~!
교육에 대한 걱정이 있으신 분들은 함께해요~
�장소 : 충남 홍성군 장곡 월계리, 광진 운용리
�일시 : 11월 3일(토)
�일시 : 10월 12일~11월 9일 매주 금요일 10시
�장소 : 수창초등학교 실내체육관
�장소 : 본회 교육장
파주 배나무 가족 배따러 가는 날 1년 동안 정성스레 배농사를 지었습니다. 배꽃 따고, 배 봉지 씌우러 두 번 갔는데 벌써 수확이네요.^^
군포여성민우회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일시 : 10월 7일 오후2시
군포시 예산과 여성정책에 대한
[제37기 민우여성학교]
�장소 : 임진강 기차역 앞 주차장앞으로 집결
성인지적 평가 토론회
지구에서 여자로 행복하게 사는 법 - 교양강좌
�일시 : 10월 9일(화) 오후3시~5시
내용 : 창조성 키우기 - 아티스트웨이, 부모역할
�장소 : 군포시의회 간담회장
훈련(APT), 자녀글쓰기
호수공원 함께누리 가족굿
�일시 : 10월 5일부터, 각각 수, 목, 금, 주1회씩
�일시 : 11월 3일 오후2~5시 �장소 : 호수공원
성매매 예방 캠페인
�장소 : 본회 교육장
�일시 : 10월 13일(금) 오후2시~4시
광주여성민우회
�장소 : 중심상가 농협 앞
조합원만남의 날6 기분 좋은 가을여행 함께 가요!
성폭력 가해자 교정 치료 프로그램
민우여성학교
�일시 : 10월 17일(수)
�일시 : 매주 금요일 오후 4시~6시(진행중)
�내용 : 김수행 교수의 페루와 베네수엘라 돌아
�장소 : 경기도 마석 모란미술관
보기, 신순옥의‘여성의 삶에 대한 새로운 전 여성역사해설사 답사 및 후속모임
망’ 등(총 3강)
어린이박물관학교2 철도 탄생의 비밀
지난 여성역사해설사 교육생이 답사 후 매주 후
�일시 : 10월 16일~10월 30일, 매주 화요일
�일시 : 10월 21일(일)
속모임을 갖고자 합니다.
�장소 : 민우회 교육장
�장소 : 경기도 의왕시 철도 박물관
�일시 : 10월 12일(금) �장소 : 서울여성사전시관 외
내적 치유와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입 다물도록 하는 부당한 사회에 대항하여 성폭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수수께끼 성! 징검다리 건너기!
력(강간∙성추행∙직장내성희롱 등)피해자들이여
대중매체를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기
�내용 : 섹슈얼리티 수다방, 성평등으로 가는
speak out~!!
1강(10/16) 드라마와 여성-강남엄마 따라잡기 외
�집단상담 일시 : 10월 15일~12월 17일(매주 월
2강(10/23) 인터넷과 언론-신정아 누드사건을
징검다리 건너리, 따따부땅 피임방 등 �일시 : 10월 11일(목)~12일(금), 10월 25일 (목)~26일(금), 11월 1일(목)~2일(금) �장소 : 광산중학교, 전남여자상업고등학교, 월계중학교
46
요일 오후6시~10시) �장소 : 민우회 교육장
계기로 본 언론 3강(10/30) 대중매체속에 나타난 여성과 가족 4강(11/6) 모니터링의 방법
�일시 : 매주 화요일 10~12시 �장소 : 본회 교육실
촬영, 평등부부서약서, 지침서 배포 �일시 : 10월 12일(금), 13일(토), 11월 9일(금), 10일(토)
양천평화마을축제
�장소 : 월미도, 동암역, 홈플러스, 신세계
집에 둔 애물단지를 들고 나오면 다른 사람의 보물단지가 될 수도 있어요! �일시 : 10월 20일(토) �장소 : 신안동 인라인스케이트장 뒤
10/20 파리공원(오후1시~5시) 10/27 주민과 어린이가 함께하는 녹색알뜰장터,
알뜰살뜰 번개시장
회원의 날 행사
되살림을 위한 환경운동과 체험, 아동과 주
�일시 : 11월9일(금)
지역민우네트워크
민의 알뜰장터 - 양천구분수광장(10~1시)
�장소 : 본회 교육장
�일시 : 10월 24일(수) �장소 : 진주여성민우회
10/31 민우어린이공부방 기름마련을 위한 일일 밥집(오전11시~오후9시) 11/10 주민과 어린이가 함께하는 녹색알뜰장터, 되 살림을 위한 환경운동과 체험, 아동과 주민
여성테마교육 �내용 : 춤을 주제로 1박 2일간 여행을 할 예정
상근자 쉼프로젝트
�일시 : 11월 24일(토)~25일(일)
�일시 : 10월 24일(수)~26일(금) �장소 : 울릉도
의 알뜰장터-신목초등학교 운동장 (10~1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프로그램
서울남부여성민우회
�한부모가족 임파워먼트를 위한 설문조사 분석 토론회 (10월~11월 중)
평등상 시상식 �내용 : 성폭력, 성차별을 없애고, 여성인권 신 장을 위해 노력한 단체나 개인에 시상
단독비행 심화과정
�교육 강좌-행복한 재혼(11월~12월 중)
�내용 : 표현예술을 통한 자아성찰 워크샵과 가
�자조모임(매주 1회, 한부모가족지원센터 교육실)
�일시 : 11월 24일(토)
�후견인 맺기 - 후견인을 통해 성별이 다른 부
�장소 : 청소년수련관
족캠프 �일시 : 10월 7일(일), 14일(일), 21일(일), 10월 27일(토)~28일(일) �장소 : 본회 교육장
모 역할을 함으로서 한부모 가족 자녀의 정서 지원(매월1회, 한부모가족지원센터)
민우학교
�순회상담(10월 중, 한부모가족지원센터)
�내용 : 본부 미디어 교육팀 강연
�자조모임 야외 가족 행사(10월 28일, 인천대공원)
�일시 : 10월 23일 오전 10:30
‘07 남부민우여성학교 �주제 : 일상에서 실천하는 여성리더십 - 세계 최고의 부모되기 �강사 : 김은경(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상담원 심화교육 �내용 : 전화상담원 교육 이후 심화교육과 수퍼 비전을 통해 한부모 상담예정
춘천여성민우회 작은 마을 큰 잔치 - 나누어 먹고, 나누며 즐길
�일시 : 10월 18일(목) 오전 10시30분
�일시 : 매주 금요일 오전10시~12시
수 있는 체험마당
�장소 : 목양교회 교육실(빵굼터빵집 건물 6층)
�장소 : 한부모가족지원센터 교육장
�일시 : 10월 13일(토) �장소 : 사북면 고탄 송화초등학교
팔당으로 소풍가요!!! �일시 : 10월 27일(토) 오전9시~오후5시 �내용 : 친환경농사체험, 생산자와 만남, 야생초 관찰, 유기농점심식사, 농가방문
원주여성민우회
들꽃 나들이 - 가족과 함께하는 생태기행
강좌-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일시 : 10월 27일(토)
�내용 : 여성의 주체적인 사회참여와 리더십
�장소 : 대관령 삼양목장
�참가비 : 2천원
�일시 : 10월 11일(목)~11월 1일(목)
�출발장소 : 개포동 경기여고 맞은편 국민은행앞
�장소 : 밝음신협 2층 교육장
여성주의 학교 - 힘내라 여성 1. 여성의 삶과 페미니즘
인천여성민우회 테마기행
여성리더십 워크샵-힘내라,여성!
2. 여성, 어떻게 진화 할 것인가
�일시 : 10월 19일~20일
�일시 : 10월 16일(화), 10월 18일(목)
�장소 : 춘천 베어스타운
�장소 : 석사동 광장 서적
영종도에 가서 백운산과 용궁사를 둘러볼 예정 입니다. 함께 가요~~! �일시 : 10월 27일(토) 영종도
진주여성민우회
여성리더 워크샵 변화하는 시대, 리더로서 여성의 역할 찾기
생협 10월 먹거리 시식회
�일시 : 10월 19(토)~20일(일)
평등한 일 출산 양육을 위한 캠페인
�일시 : 10월 19일(금)
�장소 : 춘천베어스타운
�내용 : 거리퍼포먼스, 설문조사, 평등가족사진
�장소 : 진주여성민우회 생협매장
2007. 9∙10 47
독자마당 회원이 민우회의 주인입니다. 연락처가 매우 궁금한 회원들!! 회원들의 무한애정을 먹고 자라나는 민우회 회원팀에서 올 가을 회원 분들께 특별한 사연을 띄웁니다. 이메일이나 연락처가 없어 직접 접 하실 수 없는 회원들입니다. 1년에 3~4번쯤은 소리로, 글로 회원분들
[함께가는 여성]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듣습니다. [함께가는 여성]을 읽고 느낀 점이나, 민우회에 바라는 의견을 보내주시면‘독 자마당’ 을 통해 소개해드립니다. 채택된 의견에 대해서는 민우회가 마련한 감사의 선물을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을 접하고 싶은 회원팀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회원분들의 전화번호, e-mail 주소를 꼬~옥 알려주세요. 서초구 반포동 박미, 광진구 구의동의 박재영, 노원구 하계동 이정순, 강남구 대치동 이화순, 대구 달성구 용산동 이주향, 안양시 비산동 백선정, 서초구 잠원동 조윤기, 성남시 분당 김정희, 도봉구 창동 김형심, 종로구 청운동 민순옥, 강남구 개포동 박혜선, 종로구 명륜동 송은숙, 동작구 상도동 오성숙, 구로구 구로동 이순옥,성남시 중원구 이충숙, 성북구 삼선동 정미영, 수원시 팔달구 지윤정, 마포구 서교동 권은희, 금천구 시흥동 김유정, 수원시 권선구 박선희
회원을 찾습니니다!! 민우회 회원분들인데, 주소까지 없어서 전혀 회원분들의 안부를 알 수가 없습니다. 회원님! 잘 계신 건가요? 정말 궁금합니다~ㅠ.ㅠ 김옥인, 백혜진, 이혜라, 문수정, 강성옥, 한남희, 오승일, 임경배, 정춘자
위의 회원분들의 연락처를 알고 계시거나 소식을 나누고 있는 민우회
독자의견은 민우회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사알짝 회비 인상하신 고마운 회원분들!!! 김미영 서운영
신입회원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소희 최인혜 이규정 정하나 심민경 허해선 이은아 양수안나 전성칠 김기식 이안진아 김영춘 김양영희 박애란 강민정 이정숙 서혜정 표정자 최해정 신순옥 김경희 김영녀 김혜정 박미희 민사라 장분선 안연숙 이형표 서춘연 최선희 김연자 안재련 강동균 박문숙 배윤설 박혜숙 김영복 김인경 장혜영 배순직 주종미 문재승 김소희 황인자 김유나 최용주 황행자
정영순 이문환 이정란 김진희 권영순 이창실
(2007년 7월 26일~10월 4일)
회원분들은 회원팀으로 꼬~옥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여러분의 많은 제보(^^;)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회원팀(friend87@womenlink.or.kr/02-737-5763)의 락소년과 여 진에게 알려주시면 됩니다.
여성건강교육 동요로 알아보는 20주년 기념
민우회 회원확대 캠페인
여�∙신身∙별別∙곡曲 그녀들의 건강 레시피
남성 중심의 의학 속에서 여성의 몸과 건강이 어떻게 다뤄져 왔는지
민우회회원확대를 위한 캠페인은 친구 1명
살펴보고 여성주의 시각으로 여성의 몸, 건강, 의학을 바라볼 수 있는
더 가입시키기, 한달 회비 1번 더 내기, 친구와 함께 회비인상
기회를 가져봅니다. 또한 여성의 생애주기별로 나타나는 몸과 건강의
하기 등 참여 가능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함께 합니다.
문제를 바로 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함께 부르면서 즐겁게 참여해요!
1강 남성의 의학을 넘어서 - 권복규(이화여대 의대 교수) 2강 <월경 레시피> 생리통이 병이야? - 고경심(메이산부인과 원장)
떴다떴다 비행기 노래에 맞춰서 불러요~♬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에 맞춰서 불러요~♬
48
함께하면 좋을시고 11월엔 1+1 함께해요 회원확대 캠페에인 반짝반짝 지인 1명 회원가입 권유해 서쪽사는 회원도, 동쪽사는 회원도 회비1번 더내고, 회비인상 해봐요
3강 <Sex 레시피> 그녀들, 월담하다 - 윤하나(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의사) 4강 <우울증 레시피> 그녀들의 속사정 - 이나미(정신과 전문의, 융분석심리학자) 5강 <노화 레시피> 나이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한인권(HL클리닉 내분비내과 의사) �일시 : 10월 17일(수)~10월 31일(수) (총 5회 : 월, 수) /저녁 7시 �장소 : 민우회 교육장, 자세한 내용은 민우회 홈페이지를 참조하세요. 02) 737-5763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20년의 한국여성민우회 운동을 평동사무실에서 잘 정리하고 21년째 새로운 여성운 동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성산동에서 채워보려 합니다. 새로운 공간에서는 다른 세 단체-환경정의, 녹색교통,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함께 하게 됩니다. 그 의미를 살려, 이전하는 과정, 그리고 이전 공간 자체가‘운동’ 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7년 희망의 길을 열어주신 629명의 힘으로 154,928,000원의 이전기금이 8월 28일 현재 모금되었습니다. 함께해 주신 분들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전을 준비하는데 있어 아직도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달리겠습니다. 그 달리는 길에 여러분들이 꼭 함께하시리라 믿습니다. ^^
그동안 민우회 20년 역사동안 함께한 회원들과 활동가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모은 10주년기념 수필집!「여자들의 유쾌한 질주」 가 출간되었습니다. 책이 너무나 좋다는 서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박을 향한 민우회 회원들의 실천 백서~!! 첫째~~ 서점에서 얼른 책을 사도록 한다. 사고 나서도 서점이 보이면 들어가「여자들의 유쾌한 질주」 가 있는지 물어본다. 입으로, 발로 하는 홍보마켓팅!! 두번째~~ 집근처, 지역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한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거주지역에 있는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한다면!! 전국방방 곳곳에 「여자들의 유쾌한 질주」 가 행복하게 날아다니지 않을까요? 세번째~~ 가까운 지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수필집으로 전해본다.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분들, 민우회 콘서트, 걷기대회 등 민우회 회원은 아니 지만 민우회 재정마련에 언제나 도움을 주셨던 주변 지인께, 직장동료의 생일선물로 강추!!! 네번째~~ 여자들의 유쾌한 질주 웹홍보물을 널리널리 퍼나른다!! 자신의 블로그를 비롯하여 미니홈피, 클럽, 동호회 등에 웹홍보물을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깔끔한 웹홍보물이 여러분의 따뜻한 실천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회원문의 02-737-6050 팩스 02-736-5766 / 02-739-8871 고용평등상담 02-706-5050 팩스 02-736-5766 / 02-739-8871 미디어운동본부 02-734-1046 팩스 02-739-8871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02-739-8858 팩스 02-736-5766 / 02-739-8871 상담 02-739-1366~7 한국여성민우회 생활협동조합 02-581-1675 팩스 02-3679-2202 서울남부여성민우회 02-459-3519 팩스 02-3411-3519 서울남서여성민우회 02-2643-1253 팩스 02-2643-1252 매장 02-2643-6060 서울동북여성민우회 02-3492-7141 팩스 02-3493-9221 생협 02-3492-7140 생협매장 02-3492-9999 고양여성민우회 031-907-1003 팩스 031-907-5009 매장 031-919-1774 상담 031-919-1366 광주여성민우회 062-529-0383 팩스 062-529-0384 상담 062-521-1366 성폭력쉼터 062-462-1366 군포여성민우회 031-396-0201 팩스 031-394-2343 매장 031-396-0261 상담 031-396-0236 원주여성민우회 033-732-4116 팩스 033-744-0113 인천여성민우회 032-525-2219 팩스 032-525-2256 진주여성민우회 055-743-0410 팩스 055-746-9771 매장 055-746-7077 상담 055-746-7462 춘천여성민우회 033-255-5557 팩스 033-243-9746 상담(노동) 033-254-2155
참여하는여성이아름답다! 여성이웃는다! 세상이웃는다!
Korean WomenLink (110-102)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Tel 02-737-5763 Fax 02-736-5766 E-mail minwoo@womenlink.or.kr 홈페이지 www.womenlink.or.kr
2007.11. 12 www.womenlink.or.kr
182 호
연재기획 여성주의자,‘관계’속에서 나를 보다 : 두 번째 이야기 -‘엄마와 딸’ 민우ing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 부르면 부를수록 즐거운 호칭문화-호�호� 캠페인Ⅱ 쟁점과 현안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 는 판결을 걱정하는 몇 가지 이유
www.womenlink.or.kr
22
27
34
2007.11�12
02 민우ing 02
여성건강포럼 후기 -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 _ 봉달
05
부르면 부를수록 즐거운 호칭문화 만들기 - 호�호� 캠페인Ⅱ _ 바람
07 민우칼럼 창 ● 민우회, 20주년의 끝자락에서 _ 생기 10
연재기획 ● 여성주의자,‘관계’속에서 나를 보다 : 두 번째 이야기 -‘엄마와 딸’ 11
그녀의 사모곡 _ 박유
14
엄마노릇과 내 삶의 중간성적표 _ 안태윤
17
사랑하는 남자를 살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잃고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인어공주, 엄마 _ 희정
20 연재기획 ● 민우역사기행 - 기억하십니까? 1999년, 나여기 캠페인을!!! _ 정은숙 24 쟁점과 현안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 는 판결을 걱정하는 몇 가지 이유 _ 김창연 27
민우스케치
28 국제통신원 ● 우리의 역사는 다르지 않습니다 _ 조모아 31
모람풍경 31
M본부 상륙작전 - 대학생 여성주의 세미나에 상륙하다! _ 페달
34 ‘끝이 아닌 시작 - 완경’내안의 나를 만나다 _ 권주희 36 문화산책 ● 읽자! 듣자! 놀자! - 올 겨울 준비할 월동 물품 2개 _ 체리향기 38 평동 사무실에서 ● 우리들의 행복한 이사 _ 날리 40 생협이야기 ● 팔당유기농슬로푸드 전시 체험관,‘달팽이 숲’ 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_ 김병수 42 접속 해외사이트 : 그들도 우리처럼 ● 연재를 마치며 - 연재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 43 새모람소개 ● 2007년‘멋진 페미니스트 되기 프로젝트’제3차 새모람을 소개합니다~!! 44 모람활동 ● 일이삼반 이반이 일반에게 물어봤어 - 일반이 이반에게 대답했어 _ 김류지희 46 민우알림 46
지부소식
48
독자마당
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유경희, 권미혁, 최명숙 편집인 정은숙, 박봉정숙 발행일 2007년 12월 17일 통권 182호 편집위원 권미혁 권수현 김희정 박봉정숙 손봉희 이인화 주영은 최정은영 디자인 함인선 일탈기획(02-2275-8447)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
민우ing
여성건강포럼 후기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 봉달 ●
임산부 건강관리, 임부체조교실, 임산부에게 철분제와 엽산제 제공, 신생아 도우미 파견…. 이런 사 업들을 하는 곳은? 바로 지역보건소이다. 지역보건소에서 모자보건사업으로 임산부를 위해 제공하 고 있는 사업이다. 이외에도 보건소는 각종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 등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주 민들의 편의를 위해 야간진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왜 이런 정보는 낯설기만 할까? 단지 보건소에 대한 나의 무관심과 선입견 탓 일까?
2
보건소가 궁금한 이유
위험 임산부에 대한 풍진검사, 기형아검사, 임신성당뇨검사, 초 음파검사도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알건 모르건 사실 보건소는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사업이 보여주듯이 모자보건사업은 임산부 및 영유아를 위
금주, 절주, 운동사업 등 건강증진사업,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한‘의료봉사’ 라는 협의의 영역으로 국한되어 있다. 그래서 모성
불편한 저소득층 사람들을 방문하여 진료하고 간호하는 방문
및 영유아의 건강증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는 부합하지 못하고
사업, 만성정신 장애인에 대한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정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특히 모자보건사업의 대상이 결혼제도
보건사업, 관절염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관리사업
내의 임산부, 즉 정상적인 가정의 모성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
에서 모자보건사업까지. 내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거나 알게
은 중요한 지적이었다. 현재 모자보건사업에서 비혼모나 비혼여
된다면 공짜로 혹은 아주 싼 가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성의 가임기 건강문제 등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수 있다.
는 다양한 여성들의 의료접근성 및 형평성의 면에서 문제가 되
그래서 보건소를 자주 이용하자고? 보건소가 궁금한 이유는 단
고 있는 부분이다.
지 그것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성건강과 관련하여 거의 유일한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모자보건사업의‘모성’ 은 누구인가?
보건소에서 하는‘모자보건사업’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건소 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낯선 것처럼, 실제 그 지원과 관심이 어
두 번째 발제2)는 모자보건사업이 어떤 방향과 담론 속에서 시작
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효과는 어떤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
되고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른다. 보건소와 복지부의 담당자들은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목표에서 드러나듯이 모자보건사업의 주요 관심사는‘여성 혹은 모성’ 이라기보다는‘인구’ 였다.‘모성 건강’ 은‘인구 억제, 출산
모자보건사업이 뭐야?
력 향상, 인구의 질적 상승’ 을 위해 시대에 따라 관리되거나 통 제되는 대상이었다. 따라서 여성들이 원하는 수준에서 적절한
지난 16일 민우회는 이러한 모자보건사업의 내용과 방향에 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가임기 여성의
해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검토해 보는 포럼을 진행했다. 모자
임신과 출산 이전 시기나 이후 시기의 건강문제는 공적 보건 서
보건사업의 구체 내용, 담론과 방향의 문제점, 여성건강의 관점
비스에서 배제되었던 것이다.
에서 보완되거나 변화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
이처럼 배제되어 있는 여성건강 영역, 즉 가임기 여성(임산부가
어졌다.
아닌)의 건강문제를 모자보건 정책 속에 포괄하는 안이 제안되
첫 번째 발제1)는 모자보건사업이 뭔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었다. 이를 위해 먼저 여성건강의 개념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사
에 관한 것이었다. 모자보건사업의 목표는?‘생애주기별 모자보 건서비스 제공을 통한 인구자질 향상’ 이다. 이를 위해 임산부와 영유아 건강진단,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산모∙ 신생아도우미사업, 불임부부지원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 히 임산부를 위한 소변검사나 혈액검사 등 기본 검사는 물론 고
1)‘여성건강 관점에서의 모자보건사업의 현황과 발전방향’: 황나미(한국보건사회 연구원 공공의료팀장) 2)‘모자보건사업의 담론 및 방향에 대한 검토’: 조영미(서울시 여성가족재단) 3) 토론자로는 정진주(미래사회와 건강연구소)님과 배은경(서울대 여성학협동과 정)님이 수고해 주셨다.
2007. 11∙12 3
민우ing
여성건강 증진을 위해 모자보건사업을 확대할 것인지, 이와는 별도로 여성건강 증진을 위한 인프라가 필요한지는 더욱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모자보건사업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공적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성주의적 개입이 당장 시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회, 심리적 건강으로 개념화하고 기존의 의료틀 내에서 여성건
실시되고 있는 불임부부 지원 사업은 모자보건사업의 개입이 필
강의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 바탕 위에서 모자보건사업
요한 정책의 예로 언급되기도 했다.
이 원치 않는 임신 예방사업의 활성화, 모성건강과 관련된 포괄 적인 예방서비스, 임신 전, 임신기, 임신 후의 모든 건강 문제에
‘아무도 몰랐던’모자보건사업의 내용과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관한 관심, 소수자 여성에게 문화인지적인 모자보건서비스의 제
무엇보다 모자보건사업의‘모’ 는 과연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남
공 등을 포괄하는 방향에 대한 고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겼다. 여성건강 증진을 위해 모자보건사업을 확대할 것인지, 이 와는 별도로 여성건강 증진을 위한 인프라가 필요한지는 더욱
모자보건사업에 개입하기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모자보건사업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공적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대상이 존재
그리고 열띤
토론3)이
이어졌다. 모자보건사업에서 여성의 몸은
한다는 것은 여성주의적 개입이 당장 시급함을 보여주는 것이
국가의 인구조절 기제로 대상화되어 왔던 현실이 지적되었다.
라 할 수 있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 속에서 수혜를 받는 대상은
여성은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갖기보다 사회적 분위기와 강
‘정상 가족 내의 가임 여성’ 이라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
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로 인해 모자보건사업에 객체로
요할 때이다. 보건소 혹은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무지는 무관심
편입되어 왔다. 또한 모자보건사업 내에는 인구정책, 어머니(모
과 선입견의 탓이 아니라 내가 그‘대상’ 이 되지 않았기 때문은
성) 담론, 여성주의적 담론 등 세 가지 담론이 공존하고 있다는
아닐까.
분석도 있었다.‘어머니 담론’ 과‘여성주의적 담론’사이의 긴장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비판과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앞으
을 유지하는 가운데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어떤 질문을 구성할
로 이에 관해 민우회가 어떤 활동을 벌여나갈지 모두 지켜봐 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라. 물론 거침없는 조언과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개입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비혼모 등 제도권 밖의 여성들과 낙태를 한 여성들에 대한 서비 스, 제왕절개 분만율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등이 모자보 건사업에 포괄되어야 하며, 여성의 재생산권을 둘러싼 문제들도 모자보건사업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지원 정책으로
4
봉달 ● 인도로 간다. 가슴이 먹먹하다. ‘삶은 여행’ 이고‘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다’ 는 그녀의 노래처럼 나도 강해지고 싶다. 이 작은 여행이‘나에게 없는 걸 아쉬워하기보다는 있는 것들을 안을 수 있는’내가 되는 시작이 되면 좋겠다.
민우ing
부르면 부를수록 즐거운 호칭문화 만들기
호� 호� 캠페인Ⅱ 바람 ●
‘짜잔’ 호�호� 캠페인Ⅱ, 세상에 딴지를 걸다!
으로 유지되고 있는 가족간의 불평등한 관계는 가족간의 호칭에 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2007년 한 해 동안 함께한 호�호�캠페인, 캠페인Ⅰ에서 캠페
첫번째 캠페인에서는 많은 분들이 호칭을 사용하고 불림에 있어
인Ⅱ까지 이 캠페인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하고 있나
서로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며 때로는 타자가 되어 캠페인의 의
요?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족 간의 호칭문화, 하지만 그 당연함
미성을 온몸으로 동의하며, 견고할 것만 같던 관습의 벽에 딴지
속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호칭으로 인한 관계
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고착된 가족 간의 호칭을
의 불평등함을 느꼈다면 이에 대해 당당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은 쉽지 않았습니다. 악플러들의 근거 없는
것이겠죠?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한 호�호� 캠페인은 많은 분
당당함과 터무니없는 공격을 잠재우기 위해 캠페인Ⅱ는 조금 더
들을 만나기 위해 긴 호흡으로 1년 동안 준비되었습니다. 수많은
견고하게 캠페인의 근거를 마련해 나갔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악플러의 공격으로 많은 상근활동가들을 심리적 공황 상태로 몰
1000여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이러한
아갔던 첫 번째 캠페인(캠페인의 그 수많은 난관들을 직접적으
조사를 기반으로“ ‘집사람’ ,‘바깥양반’ 대신‘배우자’ 를 써요.” 라
로 경험하지 못한 나인지라 그 괴로움을 다 느끼지는 못했지만
는 한 가지 실천과 평등하고 즐거운 관계맺음을 위한 다섯 가지
홈페이지에 남아있던 그 흔적들과 활동가들의 증언(?)을 통해서
실천지침을 제안하며 온라인 캠페인(http://hoho2.womenlink.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 난관들을 유연하게
or.kr)을 시작하였습니다.
대처하고, 견고하게 갈고 닦은 입장으로‘짜잔’ 사람들을 만나게 된 캠페인Ⅱ까지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회원수다방과 호.랑.이들
‘말’ 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우리의 생각과 문화를 그대로 표 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말’ 을 변화시키기 위해 민우회는 호�
신문에 호�호� 기사가 나고 홈페이지 오픈까지 완벽한 준비를
호� 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문화의 변화를 통해 함께 행복
하였습니다!(인터넷 누리꾼 호랑이 친구들 모임까지 만들었으니
한 관계를 맺기 위한 제안이 시작된 것이죠! 지금까지도 관습적
까요!-여기서 호랑이는“평등한 호칭을 사랑하는 이들” 의 줄임 2007. 11∙12 5
민우ing
말로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논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다수
지, 옆지기, 짝궁 혹은 짝지 등등 다양한 대안호칭이 제안되었
의 사람들을 설득하고 캠페인을 지지하는 인터넷 누리꾼입니다.)
습니다. 그 중 익숙하고 그 의미가 잘 알려져 있고, 두 사람의
8월 중순 뜨거웠던 어느 여름밤 길가메시, 승리, 달마, 보영, 깜
관계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는 중립적인
양, 여진, 다라가 민우회에 모여 호칭에 대한 발랄하고 경쾌한
말인“배우자” 라는 호칭을 많은 분들에게 제안하였습니다. 호�
아이디어를 나누었던 회원 수다모임, 그 자리에서 아가씨∙처제,
호� 캠페인Ⅱ를 쭈욱 되돌아보니 갑자기 김춘수 시인의‘꽃’ 이
도련님∙처남이라는 호칭과 시가-처가의 관계, 친할머니와 외할
라는 시가 떠오르네요. ^-^;;
머니, 결혼한 남성들이 분가한 후 부모님 댁을‘본가’ 라고 칭하 는 경험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날 수다모임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서는‘오빠’ 에 대한 호칭, 이야기가 가장 오래 이야기되었습니
그는 다만
다. 왜 남성들은‘오빠’ 라는 호칭을 좋아하는지 다른 측면으로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오빠’ 라는 호칭을 활용(?)하거나 그 호칭에‘적응’ 했던 경험들. 그 말을 둘러싼 혹은 그 말이 만들어 내는 권력관계 등 각자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경험담과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고갔습니다. 회원 수다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꽃’
모임을 통해 현재 우리의 호칭문화가 어떠한 모습을 띠고 있는 지를 파악하고 이러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
호칭의 의미에 대해 골똘하게 고민하기 보다는“이렇게 써왔으
습니다. 그리고 9월, 20여명의 인터넷 누리꾼 호랑이와의 정기
니까, 그동안의 관습이었으니까” 라며 당연히 받아들였던 습관에
적인 만남. 호랑이 모임에서는 가족 간의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딴지를 걸고, 관계의 평등을 위한 운동인 호�호�캠페인. 캠페
나누며 신선한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연령과
인은 호칭을 사용하는 이들의 의견이 존중되어, 일방적인 강요
항렬의 얽힘으로 인해 발생하는 곤란함, 대학 내 선배라는 권력
가 아닌‘합의’ 와‘선택’ 으로 서로가 부를수록 즐거운 호칭문화
이 만드는 관계의 폭력 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호칭에 대한 고민을 시작 한 당신, 우린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의‘몸짓’ 에서 ‘꽃’ 이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되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가족 간의 호칭문화를 바꾸 기 위한 실천, 가족의 범주를 뛰어넘어 일상생활에서 부르고 불
가족 간의 관계에서는 개인으로서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는 것보
리는 호칭에 대해 생각하며 우리 변화를 위한 행동들을 하나하
다 항렬, 연령, 여남이라는 복잡한 관계지도에서 개인의 존재와
나 만들어가 봐요! 한 가지 실천과 다섯 가지 제안! 기억하시죠?
지위가 자리 지워지고 있음을 설문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
자자!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우리 다양한 대안호칭에 대한 아이
다. 설문 조사 결과 남성은 자신의 배우자를 소개할 때, 성역할
디어를 한번 팡팡 쏟아볼까요?
고정관념을 담고 있는‘집사람’ 이라는 호칭을 절반 이상 이용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평등한 호칭문화를 위해‘집사 람’ 을 대신 할 대안호칭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자는 제안에서부터 서로만의 별칭을 만들자는 제안, 연리
6
바람 ● 민우회 상근활동가 함박 눈 내리는 날 눈길 위의 강아지 마냥, 겨울입니다.
민우칼럼 창
올
해 초 총회를 준비하면서 창
웃음의 잔치를 만들었다. 마무리 축하
립 20주년이라는 뿌듯함에
공연에서 참여자들은 하나가 되었고
못지않게 부담감이 컸던 게 사실이
미소로서 인사를 나누는 정겨운 행사
다. 여성운동에 있어 결코 짧지 않은
로 마무리되었다. 당시 미국에 계셨던
20년 운동을 어떻게 정리해 내고, 새
이이효재 선생님과의 통화에서 민우
로운 전망을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
회다운 발상이라며 팔씨름 대회에 대
한 고민이었다. 더불어 참여와 열정
광장에 마련된 민우회 초대회장‘여
한 기대를 특유의 웃음으로 보여주셨
으로 그 논쟁의 역사에 함께 했던 회
성운동의 큰 이름 이이효재’선생님
던 애정과 따뜻한 축하 글은 활동가
원들과의 만남의 장을 어떻게 신나게
의 활동 부스, 민우회 이사기금을 후
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구성할 것인가, 스무살 민우회는 대
원해 주신 분들을 담아 낸 희망조각,
중들과의 소통을 어떤 방법으로 만들
민우회 활동의 역사길 전시는 참여자
스무살생일잔치‘함께있어좋은밤’
어갈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였다. 한
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산책길
9월 12일 생일을 며칠 앞두고 열린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20주년
에 마련된 평등ㆍ평화 코스별 참여
스무살 생일잔치‘함께 있어 좋은
활동을 중심으로 되돌아본다.
부스들과‘웃어라, 여성! 걸개그림’ 은 그야말로 민우회만이 작업해 낼 수
‘웃어라, 여성! 희망을 걸어라’
있는 섬세한 손길이 그대로 전해지는
‘웃어라, 여성! 희망을 걸어라’축제
참여의 장이었다. 광장에서 벌어진
한마당이 5월 13일, 상암동 월드컵
‘이이효재 배 팔씨름 대회’ 의 열기는
평화의 공원에서 펼쳐졌다. 평화의
평화의 광장을 들썩이게 하는 커다란
민우회, 20주년의 끝자락에서
생기 ●
2007. 11∙12 7
민우칼럼 창
밤’ 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반
엇을 할 것인가>에서는 민우회 20년 활
리고 몇 차례의 회의를 거쳐 연대기적
가움과 행복한 연대감(?)을 갖게 하였
동을 중심으로 한 고용상의 성차별 철
서술보다는 노동, 가족, 섹슈얼리티, 건
다. 그리고 민우회 다큐 영상물, 소모임
폐를 위한 여성운동의 개입 그 성과와
강, 생협, 지역, 리더십, 논쟁사 등 주제
들의 기발한 축하영상, 활동가 그룹 위
과제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
별 집필로 방향성을 잡고 정리와 평가,
민링크의 깜짝 공연 등으로 웃음꽃이
하고, 민우회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운동
과제를 모색하는 차원으로 진행되었다.
활짝 피었던 자리였다. 함께하는 이유
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여성
연구자와 활동가들에 의해 집필된 운동
를 묻지 않아도 만남의 소중함에 대해
비정규직 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폭넓게
사는 내년 총회를 앞두고 발간될 예정
느끼며 허심탄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나누는 자리였다. 두 차례의 심포지엄
이다. 9월 초에 출간된 수필집,『여자들
감동과 아쉬움이 어우러진 시간이었다.
을 통해 민우회 노동 운동의 현주소를
의 유쾌한 질주』 는 발간 당시 알라딘의
인식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키워가야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
하는 책임감 또한 갖게 되었다.
고 있다.‘혼란의 시기를 견뎌낸 든든한
창립 20주년 기념 노동심포지엄
큰언니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여성주의
8
20주년 운동사, 수필집 발간
를 실천하며 살고 있는지, 부딪힘의 고
20주년 사업 중 핵심은 20년 운동에
통을 통해 터득한 관대함과 여유로움이
대한 정리와 평가, 전망 세우기였다. 그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행복한 여
중심은 민우회 20년 운동사 발간작업
성주의자들이 들려주는 삶과 사람과 일
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일상에서의 여
에 대한 이야기, 유쾌! 감동!’이라는 평
노동운동 20년을 정리하는 창립 20주
성운동을 알려내는 기획으로『함께가는
을 남겨준 그들과 함께 여성운동은 쭈-
년 기념 노동심포지엄이 있었다. 그 첫
여성』 등 소식지와 홈페이지에 실렸던
욱 계속될 것이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번째 10월 1일, <직장내 성희롱 대응운
글들을 모아 수필집으로 펴냄으로써 대
가져본다.
동, 금지조항을 넘어서>는 민우회 활동
중과 만나는 것이었다.
을 중심으로 한‘직장내 성희롱 대응활
운동사의 기본인 자료 찾기와 자료 분
동의 평가와 과제’ 를 내용으로 법제화
류, 보존되어 있는 기록을 바탕으로 재
의 성과와 한계를 넘어서는 활동에 대
구성하는 일 등 20년 역사 정리는 방대
한 모색의 자리였다. 10월 5일의 2차
한 것이어서 많은 시간을 요하는 작업
심포지엄, <전환기의 여성노동운동, 무
이었다. 20주년운동사 연구위원회를 꾸
자리가 정해졌다는 것이다. 민우회는
‘기꺼이불편해지기’회원실천캠페인 보다 일상적인 실천을 운동으로 가져가
2008년 7-8월 중 성산동으로의 신축
려는 민우회는 올해 총회 때‘기꺼이
이전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가고 있
불편해지기’회원실천 캠페인을 결의하
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살아 온 평동
여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하였다.
사무실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컵 가지고 다니기, 손수건 갖고 다니기,
계기로, 논의의 과정을 거쳐 환경정의,
재래시장ㆍ생협 이용하기, 걷기 생활화
함께하는 시민행동, 녹색교통 등 4개의
하기, 면월경대 사용하기, 장바구니 사
시민단체들과 함께 사무실을 이전하기
용하기, 일주일에 하루 TV 끄기, 젓가
로 방향을 정하였다. 공간 이전이 새로
락 가지고 다니기, 출신지역ㆍ학력ㆍ나
구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삶과 여성운동
운 운동의 의미가 될 수 있게 하기 위
안에서의 행복 찾기, 자매애에 대한 생
한 노력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각과‘관계’인식에 대한 진지한 소통 을 시도하였다. 아울러 민우회 활동 중
20주년 알찬 마무리
기억에 남는 지하철 성추행 근절 캠페
운동의 과정을 돌아보면, 창립 초기나
인, 직장내 폭력추방운동, 서울대 성희
지금이나 그때그때의 어려움과 뿌듯함
롱 소송의 역사적 장정, 희망선언, 여성
이 동시에 존재한다. 민우회 운동 하나
의 노동할 권리, 나여기 캠페인 등 화제
하나, 그 역사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많
이 묻지 않기, 열심히 듣고 천천히 말하
사업, 캠페인, 에피소드를 엮어 낸 민우
은 회원들의 관심과 애정, 비판이 있었
기, 내복입기 등을 각 달의 실천주제로
역사기행을 연재하여 과거의 열정적인
기에 가능하다. 운동이 어려워졌다고
선정하고 전국적인 회원실천 운동으로
활동 모습들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
하는 이 시점에도 민우회 20주년은 알
확산시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였다.
차게 마무리되고 있다. 마음으로 후원 으로 희망의 길을 열어준 회원들과 열
<함께가는 여성> 20주년 특집
새로운 보금자리 성산동으로의
악한 조건에도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
연재기획
신축 이전 결정
는 활동가들, 민우회를 아끼는 여러분
한편, 민우회 소식지인 <함께가는 여성>
20주년을 마무리하는 변화 중 무엇보
들의 기(氣)로.^^
에서는 20주년 특집으로 연재기획을
다 커다란 것은 민우회의 새로운 보금
생기 ●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2007. 11∙12 9
연재기획 ①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 ② 자매애는 있는가 ③ 행복찾기 ④ 여성주의자,‘관계’속에서 나를 보다 ⑤ 여성주의자,‘관계’속에서 나를 보다 두번째 이야기‘엄마와 딸’
보다 계’속에서 나를 관 ‘ , 자 의 주 성 여
두 번째 이야기
지난 호에서‘모녀 관계’ 에 관한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후문이다. 그만큼‘모녀 관계’ 에 대해서 할 말 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엄마들’ 과‘딸들’ 의 이야기를 담아보기로 했다. 우리 사회 에서 가장 강력한 영웅 신화는 아마도‘위대한 어머니’ 의 신화가 아닐런지. 여기에 실린‘엄마들’ 과‘딸들’ 의 이야기는‘어머니’ 를 둘러싼 신화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새롭게 만들어가는‘모녀 관계’ 에관 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 이야기들은 또 하나의‘위대한 모성’신화가 아니라 오히려‘그것에 관한 이야 기’ 이다. 즉‘나쁜 엄마’ 와‘완벽한 엄마’ 라는 이중적 속박을 살아내는 우리들, 그리고 그 관계를 새롭게 풀고 만들어가는 우리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10
1994년 6월 6일, 우리집 앞마당에 엄마의 옷과, 언니의 책과, 내 자전거가 불에 타고 있었다. 멀리서나마 숨죽이고 그 광경을 보 면서 작은 어깨를 바들바들 떨었다. 눈물 대신 이루 말할 수 없는 공 포감에 목이 졸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엄마는 죽지 않고
그녀의 사모곡 박유 ●
무사히 저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으니까. 엄마가 아주 먼 곳으로 떠나서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기를, 하루빨리 이혼해서 평화롭게 살 기를 간절히 바라던 11살의 여자아이. 그게 바로 나였고, 그날의 내 심장은 철저히 난도질당했다. 그래, 난 가정폭력이 난무한 그런 집에서 자랐던 불우한 아이였다. 어린아이가 무슨 죄냐는 동정과 함께‘술병신’아비를 둔 딸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아빠는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부 수고, 엄마를 때리고…. 엄마는 맞고, 울고, 집을 나가고, 다시 돌아 오고…. 순간의 위태로운 평화는 예상대로 쉽게 깨어지곤 했다. 지 금까지도 나를 괴롭히는 정서불안과 불행에 대한 익숙함은 아마도 어린 시절 기억에 대한 조건반사인지도 모르겠다. 깨진 술병 조각과 응고된 피가 내 육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한 아주 더러운 느낌.
엄마, 엄마…. 제발 도망가 엄마를 발로 차려는 아빠 옆에서 울고불고 매달리면서 불쌍한 우리 엄마 때리지 말라고 빌었다. 차라리 날 좀 죽여 달라고도 했다. 엄마 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땅바닥에는 머리카락이 한 움큼이다. 나는 또 재빠르게 엄마의 머리를 내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런 지긋지긋 한, 역겨운 곳에서 엄마는 별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난, 그냥 괴 롭고 미쳐버릴 것만 같았고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 그 끔찍한 폭력 의 현장만 목격하지 않으면 됐다. 그걸로 족하니 제발, 제발 멀리 도 망가라고 엄마의 어깨를 떠밀었다. 그래도 항상 엄마는 돌아왔다. 우 리 곁에서 밥을 했고 빨래를 했고 품을 팔러 나갔고 끊임없이 일했 다. 엄마가 없었다면 나는 대학은커녕 지금쯤 어디 창녀촌에 처박혀
2007. 11∙12 11
연재기획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정폭력과 가난 속에서도 이것이 자
상에 참 촌스럽게 들리는 사모곡이 내겐 유난히도 아픈 까
신의 운명이겠거니,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담담함으로
닭이다.
내 곁에서 늙어가셨다. 나는 엄마의 고통과 희생을 뜯어먹 고 사는 기생충과 같았고, 그렇게 기름지게 내 배를 채우고 다녔다. 예쁜 옷 한 벌, 좋은 화장품 하나 사본 적 없는 그런 나의 성모마리아의 무릎에 어느 날, 종양이 생겼다고 했다.
앞 산 노을 질 때까지 호미 자루 벗을 삼아 화전 밭 일구시고 흙에 살던 어머니. 제발, 제발 내 곁에 있어줘요.
내가 그녀의 무릎을 병들게 한 것이다. 호미자루를 닮은 엄마가 담긴 시골들녘 풍경 안에서, 나는 오른쪽 다리 무릎에 물혹인지 악성종양인지 모를 그 무언
그 자리에서 한 시도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달라고 애
가가 생겼을 때도 농사일이 바쁘니 병원에 갈 시간이 없다
원한다. 아마도 나는, 우리 가족은 엄마의 희생이 좀 더 필
고 고집을 부리셨다. 가슴 속 깊이 서러움이 매여서 그렇
요한 모양이다.‘자유’ 와‘젊음’ 과‘여자’ 의 의미들은 그
게도 당신 자신을 돌보지 않는 모습이 답답해서 미친 듯이
녀에게 사치와도 같은 것, 그녀는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
화를 냈다. 매일매일 전화로 병원에 가라고 윽박지르던 나
않아, 그녀는 이미 우리에게 하나의 성모마리아상이 되어
였다. 알았으니 걱정 말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희미해질 때
서‘속박’ ,‘늙음’ ,‘어머니’ 의 의미에만 익숙하다. 그녀의
쯤이야 나는 어릴 때 그 모습 그대로 굵은 눈물을 뚝뚝-
곁에서 우리는 그녀의 삶을 탐하면서 주린 배와 허기진 영
흘렸다. 수술 날이 다가오고, 아직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
혼을 채운다. 그녀가 해 준 따끈따끈한 쌀 밥, 그녀가 쥐어
았을 때 나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넋을 잃었고, 겨울
주는 돈과 관심, 점점 약해지고 늙어가는 그녀의 손 등에
바람처럼 차갑게 감정이 말라버렸다. 아직은 아니라고, 아
서 가끔, 그리고 잠시 동정의 미소를 짓다가, 자신의 삶은
직 당신은 내 곁을 떠날 준비를 해선 안 된다고, 늘 그 자
오로지 자신을 위해 장식하려고 그녀를 향해 벽을 만든다.
리에 있어야 한다고…. 내게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주어
그게 나고, 그게 너고, 그게 가증스러운 우리다.
선 안 된다고, 아직 내가 당신에게 보상할 시간을 주지 않 았다고 원망과 두려움에 갇혀있었다. 역시, 엄마는 나만의 성모마리아. 다행히 악성종양이 아니
엄마가 많이 못 배워서, 완벽한 엄마는 아니었던 것 같아. 남들처럼 학원 못 보내줘서 미안해.
었고, 수술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병원도 수술 비가 제일 싼 곳으로 가서는 퇴원하는 날엔 의료보험이 되
그만, 당신은 내게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었고,
어서 돈이 적게 나왔다고 행복해 하던 그 모습. 수술상처
당신은 희생과 사랑으로 충만한 나만의 여신과도 같았으
가 아물기 무섭게 다시 일을 하러 나가던 그 모습. 요즘 세
니, 그만. 당신이 부족했다는 말을 당신 입으로 하는 것은
12
내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으니까. 자신과 같이
정도로 익숙해져있는지도 모르겠
고된 삶을 살지 말라고, 너는 배워서 책상 앞에서 편히 일
다. 스물넷에 이 세상 눈물겹고 독
하라고.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너 하나만큼은 끝까지
하게 살아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옭
공부시켜주겠다고. 그런 가슴 아픈 말, 이젠 더 이상 듣기
아매던 나였으니까. 다음생애를 기약
싫으니 그만, 그만하라구요.
하려고 할 때, 나는 그녀의 엄마로 생 을 살아내고 싶었다. 그녀의 한평생에 한이 되었던 중학생
친척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서 내게 데려다달라고,
교복을 입혀주고, 마음껏 연애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외국
맘껏 의지하려고 했던 그 뒷모습이 얼마나 나를 아프게 했
에 나가서 공부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으니까. 눈물겨운 3
는지, 달랑 2만원 주고 사드린 분홍색 셔츠에 어린아이처
류 드라마에 철지난 유행가 가사 같다고 해도, 유치하다고
럼 고맙다고 말하던 그 목소리가 얼마나 나를 아프게 했는
해도, 말만 그럴듯하다고 비아냥거려도 나 또한 그녀만의
지, 나는 그녀가 이 모든 아픔을 알아주기를 바랬다. 항상
성모마리아가 되고 싶고, 그녀의 눈 속에서 호미자루처럼
자상하고 검소한 모습으로 남아주기를…. 조금이라도 변
아련하게 남아 있고 싶다.
하면 그녀에게서 나의 애틋함과 사랑을 거두어 갈까봐 겁 이 나기에, 그대로 있어줘요.
멋진 커리어우먼, 있어 보이는 고학력자, 잔뜩 꾸민 옷차 림과 화장.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온갖 찌꺼기들에
학처럼, 선녀처럼…
게 거침없이 세치 혀를 놀리는 당당한 여자. 모성애의 신 화로부터 자유롭고 남편과 늘 동등하게 양성평등을 참실
그러나 나는 엄마처럼 살 자신이 없어서 결혼도 싫고, 한
현하는 해방가. 일과 가정 속에서 삶의 균형을 잃지 않으
아이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구역질이 난다.
면서도 자식을 영재로 길러내서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하
언젠가 나 또한 내 딸의 심장 한가운데에서 이 세상에서
는 페미니스트. 이 따위 겉멋과 영혼의 주변에서 맴도는
가장 눈부시고 아름답고 치열했던 삶의 주인공으로 남고
수식어구들은, 알아. 내게 어울리지 않다는 것. 나는 지금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내 부정하고 싶다. 엄마가 걸어온
이 순간도 내 젊음을 어떻게라도 희생해서 그녀의 삶에 위
길을 보고, 그녀의 인생 속에서 보호받고 자랐던 나이기에
안이 되고 싶으니까. 이게 바로 그녀를 닮은 나니까, 난 그
이 학습된 공포를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다.
녀의 딸이니까….
엄마에게 땅을 사드리고 싶어요. 난 어쩌면 이미 엄마를 닮아버렸고, 그런 삶에 소름끼칠
박유 ● 그리운 그녀의 모습, 계속 내 안에 두고 살게 하고 싶으니까….
2007. 11∙12 13
연재기획
누
가 나에게 이제까지 해본 일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 어냐고 묻는다면 당근 나는 자식키우는 일이라고 대답
할 것이다. 올해 대학에 들어간 큰 딸은 스무 살이 되었건만 중 학교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그녀의 방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이다. 이 딸이 돐이 되어 마악 걸음을 떼기 시작했을 때 나도 대학원 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공보육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일본 이어서 좀 다행이었지만 처음 보육원(우리나라의 어린이집 같 은 곳)에 돌백이를 떼어놓고 나올라치면 안 떨어지려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보육원 건물을 나올 때까지 멈출 줄 몰랐다. 그 울 음소리가 마치 나의 뒷덜미를 잡는 듯 했다. 엄마랑 강제로 떨 어지는 이 경험이 어딘가 아이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아 혹시 성 격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나를 괴
엄마노릇과내삶의 중간성적표
롭혔다. 게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5년 반 동안 보육원 을 다니면서 거의 매달 감기를 달고 살았다. 나 때문에 아이가 안 걸려도 될 감기를 자주 앓고 안 먹어도 될 약을 먹는다 생각 하니 그것도 속상했다. 그래도 한 번도 공부를 그만두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음~ 뭐랄까 이 외국땅에서 아이 보면서 집에만
안태윤 ●
틀어박혀 사는 내 인생을 상상할 수 없었다. 이런 희생을 치르 고 대학원을 나와서 딱히 뭘 할 수 있을까 알 수 없었고, 아니 매우 불투명했지만 어머니라는 정체성 하나만으로는 내가 안정 되게 설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귀국해서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흙만 가지고 놀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었 다. 동네에 사는 같은 학교 친구들은 요일마다 영어니 체육이니 팀으로 하는 과외를 하느라 바빴다. 그 팀에는 누구 한 사람 나 올 때까지는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갔다. 유치원 때부터 짜여 진 팀이란다. 아이는 그런대로 잘 적응해갔지만 나는 아이들 교 육에 극성을 떠는 엄마들 모습에 적응이 잘 안 되었다. 그 첫째
14
이유는 솔직히 내가 무슨 대단한 교육관이 있어서라기 보
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에서와 다른 선생님의 반응이
다 실은 내 공부하랴 강의하러 다니랴 바빴기 때문인지도
너무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모르겠다. 아이가 3학년때 쯤이던가 수학이 너무 떨어져서
딸애는 혼자 미국에 남아 고등학교를 다녔다. 처음엔 순조
동네 학(부)모에게 과외를 시켰다. 어느 날 그녀가 나에게
로와 보이더니 고3 마지막 학년에는 써스펜션이라는, 한국
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아이가 이렇게 수학이 안되는데
으로 치면 정학인지 근신인지를 한 여덟 번 쯤 받았다. 학
어떻게 밖에 나가서 남의 아이들 가르치고 있느냐고. 다음
기말엔 대학의 입학허가서는 받았으나 고등학교를 졸업
날 그녀는 나에게 전화로 사과했지만, 난 그게 그녀의 본심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간당간당한 지경이었다. 정학을 알리
이라고 생각한다.
는 편지가 하도 와서 우체통 열기가 두려워진 때였다. 아이 가 집에 전화를 해도 가슴이 철렁했다. 학교가 싫어진 아이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영 적응을 하지 못했다. 아침마
는 고등학교 졸업 못해도 상관없다, 한국으로 오겠다고 고
다 오늘 학교에 가기 싫다, 가지 않으면 안되냐고 하였다.
집을 피웠다. 어떨 땐 불러들이고 싶고 어떨 땐 너무 화가
수업분위기나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이 싫다는
났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주위엔 온
거였다. 아이의 그런 마음이 드러났는지 몇 번 선생님들에
통 조기유학가서 아이비리그에 들어간 똑똑하고 착한 범
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찍혔는지도’모르겠다. 급기야는
생이 어머니들이 쓴 자랑스러운 수기뿐이지 않은가. 그간
담임선생님께 불려가 수업분위기를 해친다는 야단을 듣고
보니 아이를 조기유학 보낸 엄마들은 가만히 있는 게 아니
죄송하다는 사과를 했지만 선생님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었다. 미국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학원의 설명회에 다니고,
했다. 결국 나의 연구차 미국에 갈 때까지 한 학기 동안 아
아이들이 방학때 오기가 무섭게 스케쥴을 관리해서 과외
이는 매우 힘겨운 학교생활을 해야 했다. 나중에 이런 사정
를 시키고 학원을 보내는 건 기본이었다. 추수감사절 같은
을 중학생을 둔 친지에게 이야기하자 예상치도 못한 충고
짧은 방학엔 엄마들이 가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과
가 나왔다. 처음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갔을 때 빈 손으로
외를 시킨단다. 대학입학에 유리하도록 해외 오지를 찾아
갔느냐고, 일이 악화된 원인은 거기에 있다는 거였다. 나는
‘봉사활동’ 을 보내고, 원서작성은 전문가에게 돈을 주고
아연했다.
맡긴단다. 그런 극성스런 모습들을 비웃었지만 막상 아이 가 이렇게 되고 보니 뿌린만큼 거두는 건가, 내 정성이 부
미국에 가서 사는 동안 이미 시작된 딸애의 사춘기는 멈출
족해서 아이가 이렇게 된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논문 막
줄 몰랐다. 한번은 학교에서 난데없이 경고장같은 것이 날
바지에 바빠서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못(아니 안)간
아왔다. 체육시간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있으니 이번 학
일, 수업 참관에 안간 일, 아침에 아이보다 늦게 일어난 일,
기 낙제를 할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한국에서의 경험이 있
운동회때는 끝날 무렵에 가서 처음부터 본 양 아는 척했던
어 잘 해볼 요량으로 학교에 전화를 걸어 우선 체육선생님
일, 바쁘고 피곤해서 숙제를 물어오는 아이에게 숙제는 혼
에게 죄송하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선생님왈, 나한테 어머
자 힘으로 하는 거라고 짜증냈던 일 등 내 일과 공부때문에
니가 죄송할 거 없다, 아이가 태도를 바꾸면 된다는 간단명
많고 많은 나의 어머니 노릇 대충대충하기(혹은 유기)의 무
2007. 11∙12 15
연재기획
수한‘전과’ 들이 떠올랐다.
임이 몇 퍼센트 포함되어 있는지 따져보게 될 것 같다.
아이가 한창 방황하던 작년과 올해 나는 우리 딸이 고등
그리고 언젠가처럼 아이에게‘도대체 엄마가 뭘 잘못했
학교도 졸업하지 못하는 사회의 낙오자가 되면 어떡하나
느냐’ 고 따져 묻게 될 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중학교에
고민했었다. 그리고는 내 인생의 중간성적표를 그려보기
들어간 둘째딸의 반항도 이제 막 시작이다. 한 번 연습을
시작했다. 나의 학위취득이나 취직과 같은 성취도 아이
했건만 또 새롭다.
가 고등학교 졸업이나 대학입시에 실패한다면 상쇄되고
휴우~ 숨 한 번 고르고 또 전쟁같은 어머니노릇을 계속
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같은 부모의 입장이지만 남편은
해내야 한다.
달랐다. 그는 자신의 성취와 아이의 문제를 별개로 생각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아이로 키워내야 하는 임무와 호
하고 있었고 나와 같은 어떤‘근원적인’죄책감도 없었
락호락 그렇지 되지는 않는 아이들, 그리고 한 인간으로
다. 머리로는 모성은 본능이라는 본질론에 반대하고 있
서 사는 정체성을 주는 나의 일, 이 세 가지 사이에서 아
었지만 가슴으로는 자식의 문제에 내 책임이 몇 퍼센트
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게 나의 어머니로서의 현
일까 끊임없이 따져보고 있었다.
재 성적표이다. 여기까지 쓰면서 돌아보니 이제까지 그 런대로 이 줄타기에서 아슬아슬하게나마 균형을 잡아 온
아이는 유학 가 있는 동안 여러 가지 비행을 골고루 다
것은 두 가지 덕분이 아닌가 한다. 하나는 모성은 이데올
해본 듯 했다. 화도 나고 속상한 건 이루 말할 수 없었지
로기이며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깨달음을 준 페
만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기회도 되었다. 나 역시‘바
미니즘과, 또 하나는 자식농사의 부실한 점수 때문에 상
람직하지 못한’행동을 많이 했지만 딸에 대한‘소박한
쇄되더라도 전체 내 인생의 성적표가 마이너스가 되지는
믿음’ 을 가졌던 어머니 덕분에 크게 문제화되지 않고 넘
않도록 해줄 수 있는 나의 일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어갈 수 있었다. 전엔 몰랐지만‘우리 엄마만큼 엄마 노
여성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참여의 기회가 주어지고 그
릇하기도 어려운 거구나’뒤늦게 어머니가 존경스럽기
래서 여성들이 어머니로서만이 아닌 인간으로서 자기만
도 했다.
의 정체성을 가질 때 모성의 굴레도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을 거라고.
아이는 운 좋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도 들어갔지 만 그렇다고 고민이 끝난 건 아니다. 아니 산 넘어 산이 다. 한 학기도 보내기 전에 딸애는 일찌감치 휴학을 결정 한 듯 하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찾아야 겠단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란 우선 대학을 때려치는 일이다. 딸이 정 원한다면 그렇게 하게 할 수밖에 없겠지 만, 나는 또 딸의 그런‘바람직하지 못한’행동에 나의 책
16
안태윤 ● 경민대학 교양과 전임강사. ‘사회적으로 바람직한’아이로 자라주지 않는 아이 덕분에 왜 아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어머니에게 가는가 하는, 개인적이며 동시에‘반사회적인’울분에서 모 성을 연구하기 시작. 역사적으로 보니‘한국사회에서 모성은 사회와 국가와 남 성들의 ‘밥’ 이었구나!!!’ 가 저서『식민정치와 모성』 에서 내린 결론이다.
사랑하는남자를살리고자신의목소리를잃고 물거품으로사라지는인어공주, 엄마 희정 ●
글
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벌써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엄마를 보지 못한 지 오늘로 4달째이다. 사실 엄마를 이 보다 더 오래 보지 못한 적은 많다. 그러
나 지금은 의도적으로 보지 않고, 모든 연락을 끊고 있기에‘엄마’ 를 생각하는 순간 눈 물이 흐른다. 엄마는 이제 팔순을 눈앞에 둔, 언제 운명을 달리할지 모를, 그래서 동정 심을 가져주어도 좋을 그런 노인이거늘 난 올 해 여름 끝 무렵 엄마가 더 늙고, 더 힘이 없어지고, 더 죽음과 가까이 가 있어 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때가 올 때까지 절대 엄마를 보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모든 연락을 끊었다.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고 있는 엄마는 예뻤다. 나는 예쁜 엄마가 자랑스러웠지만 언제 나 그랬던 건 아니었다. 엄마와 달리 둥글넓적한 아버지를 닮은 난 지겹도록 듣던 말이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란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난 엄마가 미웠고 질투심을 느 꼈다. 그런데 내가 듣기에 엄마는 당시 여성으로서 흔치 않았던 사범학교 교육까지 받고 작은 오빠를 낳을 때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지낸‘직업’ 을 가진 여성이었다. 그러나 이런 엄 마의 경력을 말하는 사람은 엄마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수많은 친척들이 들고 났지만
2007. 11∙12 17
연재기획
아무도 엄마가 과거에 어떤 공부를 했고 무슨 직업을
여 훈장도 받으셨다. 이제 엄마의 동선은 부엌, 학위 수
가졌었는지 입 밖에 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여식장, 그리고 훈장수상 축하모임 장소 등으로 확대되
매일 목격하는 엄마의 모습은 부엌에서‘식모 언니’ 와
었다. 그리고 엄마의 자신의 과거 경력에 대한 이야기
음식을 장만하던 고단한 모습,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는 더욱 잦아졌다. 얼마나 예뻤으며, 얼마나 유능한 교
아빠를 기다리며 대문 밖을 내다보는 모습, 그리고 공
사였는지. 여든이 다 되어가는 아버지는 여전히 당신이
부하지 않는다고 오빠들에게 불호령하던 무서운 엄마
죽기 전까지 일을 그만둘 수 없다 하시고 아침 여덟시
의 모습이었으니 엄마 스스로가 당신의 경력을 말하지
면 출근을 하고 엄마는 출근하는 아버지를 위해 식탁을
않았다면 나는 엄마가 원래 태어나서부터 그렇게 사는
차린다.
사람이려니 했을 것이다. 내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아버지는 승진을 하셨고
그런데 아버지는 초지일관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
엄마는 고운 한복이나 세련된 양장을 한 모습이 자주
심이 변치 않는 반면, 엄마는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긍
목격되곤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엄마는 부엌을 맴 돌
정과 부정의 양극을 오가는 분열적 태도를 보인다. 교
았고, 거의 2-3년에 한 번씩 조금씩 넓은 집으로 옮기
사를 그만 둔 것을 후회하는 엄마에게“고집을 부려서
기 위해 이삿짐을 쌌으며, 해마다 김장철이면 벽 하나
라도 계속하지 그랬냐” 면 대답은 늘 같았다.“내가 시
를 족히 가릴 정도로 높이 쌓인 배추들을 다듬어 김치
집을 올 때 여느 새색시들은 고개도 못 들고 수줍어했
를 했다. 아버지의 승진이후 우리에게 달라진 것이 있
지만 난 당당히‘희망의 나라로’ 를 불렀다. 나 남편 훌
다면 간혹 아버지 직장의 기사가 운전을 하는 차를 타
륭히 키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럴 자신 있었다, 그러
고 놀러 다녔다는 것이다. 우리는 놀러 간 곳에서 돗자
니 남편을 먼저 키워야지.”그리고 돌아서선 또 반복한
리를 깔고 엄마가 준비한 찬합 속의 음식들을 먹었다.
다.‘내가 그때 직장을 그만두지만 않았던들…’ . 엄마
지금 보면 그 때 사진 속 엄마는 몸에 붙는 투피스를 입
는 가족이 함께 밥 먹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고 스타킹을 신고 그리고 검정 하이힐을 신고 돗자리에
감격에 겨워 말하면서도 한 끼의 식사를 차리는 내내
쭈그리듯 앉아 열심히 음식을 풀고 있고, 나는 김밥을
음식 하는 일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 일인지 도무지
한 입 가득 넣고 볼이 불룩해진 채 엄마 옆에 있던 사이
아느냐고 옆에 있는 아버지를 닦달한다.
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음식을 챙기기에도 바 쁜 엄마를 아마 목이 말라 재촉하고 있던 모양이다.
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리 고 집안이나 조건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는‘진짜 사
이후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고, 늦게 학위를 받으시고
랑’ 을 하고 그 사람과 결혼해서 멋지게 살리라 생각했
일흔이 다 될 무렵 한 분야에 끼친 공헌이 인정된다 하
다. 사랑을 했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그리고 십
18
년이 흘렀다. 그리고 나서야 내 삶에서 만들어지고 있
기미가 없었다. 아니 그 강도가 더 심해졌으며, 결국 견
던 동선이 엄마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
디지 못하고 내 쪽에서 연락을 끊고 말았다. 가끔 나는
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역할을 강요하는 결혼제도가 바
엄마의 음성 메시지를 듣는다.‘이제 정말 가스 불 어떻
뀌지 않는 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도 엄마처럼 자
게 켜는지 모르겠다.’ ‘도둑이 문고리를 흔들다 갔다.’
신의 목소리를 내어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엄마가 이렇게 된 것은 엄마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난
물거품이 되어버릴 삶을 살 것이 뻔히 보였다. 그래서
알고 있다. 엄마는 여성의 희생을 담보로 그 존재감을
난‘가족의 울타리’밖으로 걸어 나왔다.
확인하는 가부장적 결혼제도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또한 아버지의 사회적 성공으로 그 제도가 주는 이익의
엄마는 먼저 울었다. 그 눈물은‘천륜’ 과도 같은 가족
수혜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아버지의 목소리로 나를 비
의 연은 끊을 수 없다는 논리의 전개와 함께 줄초상이
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해보지만 그럼에도 불
난 집처럼 서럽게 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태도
구하고 엄마의 분열과 조울을 견디기엔 아직 역부족이
에 내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더 격한 감정을 드
다. 나 역시 쉽게 깨어지는 내 감정을 추스르기에도 버
러낸다.“그 사람 말년에 너한테 다시 온다. 아무리 거
겁기에. 그래서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이미 늙
부해도 운명이다. 그러니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이 쯤
은 엄마가 더 늙어 더 이상 내 삶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되면 넋두리가 아니라 거의 저주에 가깝다.
않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내가 너무도 무력하기에…,
또 한편으로 엄마는 나의 독립에 매우 안도한다. 혼자
그리고 아직도 설거지 거리와 걸레 사이를 오가는 엄마
사는 삶이 편하다는 것이다. 엄마가 독립모드에 호응해
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기에…. 어린 시절 읽었던 왕자
올 때는 꼭 나와 함께 살고 싶다고 하신다. 이제 더 이
님의 화려한 모습 뒤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가는 인어
상 걸레질 할 힘도, 아버지 식사를 차릴 힘도 없다는 것
공주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기에….
이다. 그러면서“애야, 나 이제 가스 불 켜는 것도 잊어
나는 타인의 노동과 눈물이 사랑으로 찬미되고 희생이
버렸다” 하면 난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죄인이 된 심
사랑과 동의어로 통용되는 그런 사회가 살기 힘든 사회
정으로 초조해지곤 했다. 그래서 장을 봐서 달려가 저
라고 생각한다.
녁이라도 차려드리고 나면 설거지를 하는 내 뒤통수에 대고 제 가족은 다 버리고 여기 와서 이러고 있으면 되 겠냐고 이제는 애아빠하고 다시 합쳐야 하지 않느냐고 퍼붓는다. 엄마의 두 개의 뒤엉킨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잦아들
희정 ● 문화미래 이프 사업국장. hjcaro@naver.com
2007. 11∙12 19
연재기획
_
민우역사기행
① ② ③ ④
1997 민우회와 돌꽃, 지하철을 건들다 1988 직장내 폭력 추방운동 성희롱 소송, 그 역사적 장정에 함께 하다 희망선언, 여성의 노동할 권리를‘다시’ 외치다 ⑤ 기억하십니까? 1999년 나여기 캠페인을!!!
민우회는 여성들의 경험과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생활 속의 여성운동과제를 개발하고 언어화하기 위한 시도와 더불어, 함께하는 여성운동, 생활 속의 여성운동, 참여하는 여성운 동의 확산을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삶의 현장성을 담아 내기 위한 활동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활동을 기반으로 나여기(나의여성차별드러내기∙21세 기평등세우기)캠페인은 1999년 한 해 동안 20세기가 가기 전에 꼭 없어져야 하는 수많은 여성차별들을 드러내고 없애 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고, 여성들의 일상적 체험으로부터 출발하였다. 1999년 당시 여성들의 차별의 체험과 배제, 소 외, 억압들은 여성운동가나 학자들에 의해서 주장되고 연구
기억하십니까? 1999년, 나여기 캠페인을!!!
되고 있었다. 이에 여성들‘개인’ 이 직접적, 간접적으로‘생 활’속에서‘경험’ 했던 그리고‘지금’ 도 경험하고 있는 성차 별 이야기들을 듣고자 하였고, 그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부 터 나∙여∙기 운동은 시작되었다. 나여기 캠페인은 민우회 회원들이 주체가 되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적극적 참여속 에서 보다 풍부하게 진행되었고, 여성들이 독립된 개인으로
정은숙 ●
서 자신들의 차별체험을 스스로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 나여기, 일상 속 여성들의 차별 경험을 스스로 드러내자! 나여기 캠페인은 차별드러내기, 차별버리기, 평등말하기, 평등세우기 등 전체 4단계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 째, 차별드러내기는‘나여기수첩’ 을 제작∙배포, 공간별(가 정, 학교, 직장, 미디어, 관공서 등)로 직간접 차별사례들을 자신의 언어로 생생하고 자유롭게 기록하게 하였고, 전국적 으로 2,000여건의 10대~50대 여성들의 차별사례들이 접수 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생활속 의식, 관습, 문화의 차별의 이야기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전달되었고, 나여기수첩 기록
20
과정자체가 여성들의 차별체감을 높이는 기회가 되기도
주는 계기가 되었다.
하였다.
생생하게 드러난 2,000여건의 여성차별사례 분류 및 분 석을 통해 20세기 우리사회 성차별 11가지를 선정하고,
“사원 모집공고를 내면서 직장상사는 이렇게 지시했다.‘공식적인 모 집은 남자, 여자 뽑는 것으로 내고, 사원은 남자를 뽑도록 해. 그래야 오래 진득하게 있지. 여자는 조금 있다 나가고, 결혼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언론의 관심은 극대화되었 고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는데 성공하였다. 1999년 당시 선 정된 성차별의 유형과 순위는 다음과 같다.
“여성운전자의 실수로 사소한 접촉사고가 있었다. 순간 여기저기서 쏟 아지는 욕설들,‘기집년이 아침부터 왜 지랄하고 쏘다녀 재수없게. 운 전면허증을 빼앗아야 해!’그런데 많은 남자들이 욕한 그 여성은 40대 쯤으로 낡은 티코에 납품할 물건을 싣고 가던 중이었다.”
전체 순위별 성차별 1위
“아버지는 몇 년만에 처음 저녁식사로 밥을 볶고는 자랑을 하셨다. 과 2위
연 밥은 여자만 해야 하는 것인가?” “선생님 왈,‘이번 학생들이 선택한 교복은 너무 활동적이고 여성스럽 지 못한 것 같아요. 자고로 여중생은 적당히 몸에 붙고 얌전한 치마를
명절, 제사상의 성차별 “명절, 여자에겐 중노동, 남자에겐 쉬는 날” 양육상의 성차별“아들 하나 열 딸 안부럽다”
3위
학교, 직장, 공공장소에서의 성희롱“여자의 NO는 YES”
4위
도로상의 성차별“집에서 애나 보지, 여자가 웬 운전?”
5위 수업내용상의 성차별
입어야 교실에서 뛰지도 않고 말썽도 안 부리는데 말이에요.”
“여자가 공부는 뭐하러 해? 시집만 잘가면 되지” 6위 커피, 카피, 잔심부름“미스김, 커피 한잔”
나여기수첩 차별사례 중에서 (1999)
7위
모집과 채용상의 성차별“이왕이면 날씬하고 어려야”
8위 선정적 광고“벗길수록 잘 팔린다”
나여기수첩을 통해 드러난 내용들은 성차별이 공사 영역 모두에서 일상적인 행위, 관습, 언어, 문화, 의식으로 아 직도 생생하게 뿌리 깊게 현존하고 있으며, 일상적으로
9위 생활관습상의 금기와 터부“여자가 아침부터 재수없게” 10위 신용상의 성차별“남편의 보증이 필요해요” 11위 성차별적 민원태도“아줌마 등본 나왔어요”
겪는 성차별은 연령별, 생애주기별로 달리 경험되고 있음 을 알려주고 있었다. 또한 가부장적 성별분업 관행과 의
두 번째로 진행된 차별버리기는 1999년 7월 대학로에서
식, 권위주의 등의 요소로 인해,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행
축제 형태로 진행, 성평등한 사회 만들기에 남녀 모두의
사하지 못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주었다. 이는 여성운동은
의식변화, 노력 그리고 참여가 필요함을 알려내는데 주력
여성들의 생활 속의 경험에 천착하고, 관행, 의식, 문화,
하였다. 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경험한 차별의 내용들을
언어상의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야한다는 방
다양한 전시물, 노래와 춤, 퍼포먼스 등의 공연, 게임, 타
향성을 제시해 주었고, 일상생활 속의 성 평등은 여성과
임캡슐에 11가지 차별모형 묻기 등 여러 방법으로 나타내
남성 모두가 함께 그 대상이며, 주체가 되어야 함을 알려
며 시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2007. 11∙12 21
연재기획
_
민우역사기행
1999년 7월 대학로에서 진행된 「20c 차별 버리기∙21c 평등 세우기」여성축제
“명절에 시댁 현관문을 들어서면서부터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가사
관점에서 전면적으로 제기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웃어
노동을 하게 된다. 남편과 모든 남자들은 먹고 누워 TV보는 일뿐.
라, 명절! 캠페인을 통해 명절의 문제를 전면화하고 대안
아! 나의 허리여, 물에 불은 손이여!” “아들과 며느리가 제사를 차릴 상황이 못 될 때, 왜 딸들이 차리면 안 되는 것인가?”
을 고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여성 뿐만 아니라 30~40대 남성들도 적극적 관심과 반응을 보였으며, 각종 언론에서 쏟아지는 취재요청에 사무실이
“해마다 명절이면 제사가 끝난 후 나는 친정에 가본 적이 없다. 시
마비될 정도였다. 웃어라, 명절! 캠페인은 이후 2004년
누이 남편이나 그 밖의 손님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자식
도까지 민우회의 대표적 대중실천 캠페인으로 자리매김
인데 명절이나 제사 때 친정에 갔으면 좋겠다.” “내 동생이 장남이라고 나보다 세뱃돈을 더 받았다. 충격!!!” 나여기수첩 차별사례 중에서 (1999)
하며, 전통과 관습이라는 미명하에 명절에서 겪는 억울 함과 고통을 속내로 감춰야 했던 여성들과 남성들에게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시대적 전환점을 마 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22
차별버리기의 일환으로 9월에는 추석을 맞아 차별빈도
세 번째 단계인 평등말하기는 10월에 개최된 문화마당
수가 가장 높았던‘명절과 제사상의 성차별’관련하여
[여성파워, 21세기 평등을 열어라]로서, 여성들 스스로
[명절과의 평등한 만남- 웃어라, 명절!] 캠페인을 기획,
가 21세기 대안적 삶을 말하는 자리였다. 마지막으로
진행하였다. 이전까지 명절과 제사상의 문제를 여성의
12월에는 일년간의 나여기 캠페인을 정리하고 전문가
들의 정리와 대안 모색을 시도한“나여기, 우리여기, 평등
~2007년) 등, 대중적 여성주의 운동을 실천하는 데 소중
세상으로”자료집을 발간, 지속적으로 성평등 사회를 향
한 기반이 되었다.
한 실천 활동들을 계획하는 등 우리사회에 평등을 굳건히
1999년 나여기캠페인을 통해 드러내고 버리고자 했던 그
세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수많은 성차별들, 8년이 지난 2007년 12월 현재, 모두 사 라졌는가? 물론 아니다. 다른 형태로 옷만 바꿔 입고 여전
# 나여기, 우리여기, 평등세상으로!
히 우리사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여성들의
나여기 캠페인은 여성대중이 참여하는 여성운동의 대중
다양한 경험들로부터 시작되는 여성운동은 여전히 중요
실천프로그램의 모델로, 여성들이 겪는 생활 속의 차별들
하다. 보다 대중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구체적인 삶에
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하고, 언론의 관심과 대중의 공감대
서의 문제의식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언어화 해가는 작업
를 형성하면서 성평등의식 향상과 확산의 계기를 마련하
들을 활성화 하고, 나아가 여성들의 삶에서의 일상적인
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나여기가 우리여기로, 그리
문제의식, 경험, 해답들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활동
고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생활, 문화, 의식의
의 장을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보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
변화에 대한 노력, 세대별, 성별로 다양한 접근방식의 필
의 삶과 밀착한 공간에서의 실제 경험들을 드러내고, 그
요성, 지속적인 프로그램개발 등의 운동적 과제도 남겨주
문제들을 조직화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대안적
었다. 이러한 1999년 나여기 캠페인의 경험은 이후 성평
실천의 내용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등한 기업문화 만들기-회식문화 바꾸기 캠페인(2002년), 가족차별드러내기∙실천적 대안 찾기 캠페(2005년), 평
정은숙 ●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등한 호칭문화 만들기-호락호락(呼�呼�) 캠페인(2006
1999년 10월「여성 파워, 21세기 평등을 열어라」
2007. 11∙12 23
쟁점과 현안
최근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세 가지 판례1)가 뒤통수 를 잡아당긴다. 세 판례 모두 비슷한 점이 있다. 성희롱 가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 는 념을 답습한다는 점, 그래서 앞으로 다른 성희롱 사건에 해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본다는 점, 그리고 부당함 의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한 오랜 통
대한 판례가 어떻게 나올지 심히 우려된다는 점에서 그러 하다. 세 판례에서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가해자가 술김에 한 실수이니
판결을 걱정하는 몇 가지 이유
고의성이 적다’ 는 것이고 둘째는‘피해자의 진술에 일관
김창연 ●
성도 없고 성희롱을 본 목격자도 없으니 피해자의 주장이 객관적이지 않다’ 는 것이며, 셋째는‘가해자는 오랫동안 성실하게 근무해 온 직원이니 해고까지 하는 것은 심하다’ 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K여고 사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학생들
가 (…) 들뜬 상태에서 술에 취하여 우발적으로 여직원들
에 대한 가해자의 성희롱 행위가“원고의 성적인 의도나
에게 지나친 행동을 하게 된 것” 으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
동기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원고가 술김
로 I공사 사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는 가해자의 몇몇 성
에 학생들에게 과도하게 친밀감을 나타내면서 도가 지나
희롱 행위가“목격자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객관
쳐 실수한 행동” 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가해자는“지난
적인 증거가 부족” 하고 피해자의 진술에“일관성이 부족”
30년 동안 별다른 과오 없이 성실하게 교직생활에 헌신하
하며“(가해자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목격자 등 객관
여 온”직원이기 때문에 해임은 과중한 처분이라는 것이
적인 증거가 없다” 고 보고 있다.
다. 마찬가지로 S생명 사건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은“원고 어떤 일이든 잘못한 사실에 대해서 징계나 처벌을 내릴 때 에는 그 정도가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약하거나 과하지 않 1) 세 판례는 다음과 같다. 수학여행 도중 학생들에게 성희롱한 K여고 교사를 해임 처분한 교원징계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2007구 합12866), 여성 직원들에게 성희롱한 S생명 주식회사 D지점장을 해고한 것 이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을 취소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2006누9285), 여성 직원을 성희롱한 I공사 팀장을 해고한 것이 부당해 고라고 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중앙2007부해108)이 그것이다.
24
은지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징계 나 처벌의 정도가 잘못에 비해 적절하지 않을 때 이를 조 정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이는 성희롱 사건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징계의 정도가 과하다거
법원 및 구제기관이 사용한 논리들은 직장내 성희롱 혹은 성폭력 관련 판단에서 버려야 할 시각으로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것이다.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해서 고의성이 없었다거나 죄의 정도가 약하다고 보는 시각은 오직 성희롱 사건에서만 되풀이된다.
나 혹은 약하다고 판단하게 되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있다.
판결은 피해 여성들의 노동권 등 기본적인 권리보다는 가
위의 세 사건들은 피해자의 권리와 가해자의 권리가 충돌
해 남성의 일할 권리를 더 보호하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I
할 때, 법원 및 구제기관이 어떠한 논리를 통해 궁극적으
공사 사건 역시 중앙노동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진술에는
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K여고
귀를 막은 채,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손을 들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안전하게 공부할 권리와
어주었다.
내가 원하지 않을 때 타인에 의해 나의 신체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는 가해 교사의 일할 권리와 충돌한다. 이 상황
이 과정에서 법원 및 구제기관이 사용한 논리들은 직장내
에서 서울행정법원은 피해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눈을 가
성희롱 혹은 성폭력 관련 판단에서 버려야 할 시각으로 오
린 채 단지 가해자가 술에 취해 있었고 성실한 직원이었다
랫동안 논의되어 온 것이다.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해서 고
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선택을 하고
의성이 없었다거나 죄의 정도가 약하다고 보는 시각은 오
있다.
직 성희롱 사건에서만 되풀이된다. 더군다나 가해자의 성
S생명 주식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희롱 피해자인
적의도 유무가 성희롱 여부를 결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
여성 직원들은 직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은 성희롱 판단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따라서 술에 취했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서울고등법원의
든 그렇지 않든 가해자에게 고의성이 있었는가, 즉 가해자
2007. 11∙12 25
쟁점과 현안
법원 및 구제기관의 위와 같은 판단기준은 직장내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 여성이 아닌 가해 남성의 노동권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여성의 노동권보다는 생계부양자로 전제되는 남성의 노동권을 일차적으로 고려하는 성별 역할에 대한 통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혐의를 가능하게 한다.
에게 성희롱을 할 의도가 있었는가의 여부는 성희롱 유무
위해 사용되는 방법은 피해자의 주장을 듣지 않는 것이다.
를 판단함에 있어 개입되어서는 안 될 요건이다. 또한 성
여성의 노동권은 남성의 그것에 평등하지 않다.
희롱이나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목격자나 명확한 증거가 있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성희롱 사건 유무
이 세 판결을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러한 법원 및 구
의 판단이 증거나 증인에 의존할 경우 대부분의 성희롱 사
제기관의 태도가 앞으로의 직장내 성희롱 사건의 해결에
건은 발생 자체가 부인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또한 마
미칠 영향 때문이다. 이 판결들은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를
찬가지로 성희롱 유무를 판단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될 수
징계하고자 하는 회사측의 의지가 법원의 부적절한 논리
없다. 가해자가 오랫동안 성실하게 근무해 온 직원이었다
로 인해 꺾인 사례이기도 하다. 직장내 성희롱을 근절하고
는 기준 역시 논의의 여지가 있다. 성희롱 가해자가 성실
예방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여전히 아쉬운 현실에서 이러
한 직원이어서 징계의 정도가 경감되어야 한다는 인식에
한 사례는 오히려 그러한 노력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후
는 피해자가 성희롱 가해자와 계속해서 얼굴을 맞대고 일
다른 판결에서도 이 세 판결의 기준이 반복될 수 있다는
해야 하는 같은 직원이라는 고려가 없기 때문이다.
점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 및 구제기관의 위와 같은 판단기준은 직장내 성희롱
이러한 판결들로 인해 지금까지 쌓아 온 직장내 성희롱 관
사건에서 피해 여성이 아닌 가해 남성의 노동권을 보호하
련 성과들이 뒷걸음질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고 지지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여성의
해묵은 논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원 및 구제기관의 성
노동권보다는 생계부양자로 전제되는 남성의 노동권을 일
인지성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두 눈
차적으로 고려하는 성별 역할에 대한 통념에서 비롯된 것
크게 뜨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라는 혐의를 가능하게 한다.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해 안 전하고 즐겁게 일할 수 없다는 여성과 성희롱 가해자임에 도 불구하고 이 직장에서 계속 일해야겠다고 주장하는 남 성을 두고 법원이 옹호하는 것은 남성이며, 그를 보호하기
26
김창연(곰)●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올 겨울 외로움과 추위를 잘 이기고 내년엔 한 달에 한 번쯤 영화를 보고 두 달에 한 번쯤은 1박 2일짜리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우스케치
� 제 3차 여성건강포럼-모자보건사업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
� 민우회 주관 정기수요시위
여성건강 정책 및 방향모색을 위해 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최하고 한국여성민우회
행 중인 여성건강포럼은 세 번째로 모
가 주관한 788차 수요시위가 있었습니다. 굳이 사람을
자보건사업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 여
모으지 않아도 여전
성주의적인 관점에서 검토해 보는 시
히 많은 분들이 이
간을 가졌습니다.
시간을 기억하며 모
11월 16일(금),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이고 계십니다. 추운 날씨에도 나오신 생 존자 할머니 세 분과
� 여성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미디어비평과 케이블방송 토론회
함께 진행됐습니다.
미디어 운동본부에서는 여성주의관점
11월 21일(수) 일본대사관 앞
의 모니터링의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 로 과제에 대해 논의하였으며 케이블 방송프로그램에 나타나는‘성폭력의
� 가을 농구교실
상품화’ 와 관련된 문제를 짚어보고
11월부터 4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던 제2탄 농구교실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토론회를 진행
이 12월 1일 마무리 되었습니다. 스무 명 가까이 되는
하였습니다.
여성들이 이은숙 선생님의 지도 하에 추운날씨에서도
11월 21일(수),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즐겁게 땀 흘리며 멋진 시간을 만들어 갔지요. 마무리 이벤트로 여자프 로농구관람도 다
� 차별금지법의 올바른 제정을 위한 액션!
성적지향, 학력,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등 7
녀왔다고 합니다.
개의 차별사유를 삭제한 차별금지법안에 반대하는 여러 가지 행동이 진행
정말 흥미진진했
중입니다. 11월 21일 여러 회원, 시민
다는 후문입니다.
들과 함께 한 별달시위, 12월 4일 차
12월 1일(토),
별없는세상을 만들기 위한 촛불 문
홍대 운동장
화제, 12월 10일 차별금지법의 올바 른 제정과 반차별공동행동 구성을 위한 토론회로 이어졌습니다. 11월 21일(수), 광화문 사거리
� 민우회 새 보금자리 착공식
내년 여름 완공 예정인 민우회 새 보금자리 착공식이 있었습니다. 서울 망 원동 주택가, 낡은 건
� [특강] 완전한 소통을 위한 그녀들의 대화법!
물의 철거를 끝낸 자
잘 말하고 잘 소통하고 싶은 여성을 위
리에서, 함께 이사하
한 완소특강이 있었습니다. 민우회원이
는 녹색교통, 함께하
자 교육컨설팅 파도인 공동대표인 지
는 시민행동, 환경정
윤정 님의 재미있고 열정적이고 유익
의 활동가들과 함께
한 강의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습니다.
했습니다.
12월 5일(수), 민우회 교육장
12월 8일(토), 망원동 2007. 11∙12 27
국제통신원
우리의역사는다르지않습니다 조모아 ● Zaw Moe Aung
버마의 역사
가격을 2배로 올렸습니다. 이에 대한 효과는 즉각적이었습
버마는 1886년부터 1942년까지 영국 식민지배를 당했고
니다. 대중교통수단의 비용이 2배로 올라서 위성도시에 사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식민지배를 받았습니다.
는 시민들은 직장에 출근할 차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사태
1945년부터 1948년까지 영국이 다시 식민지배를 했고 버
가 일어났으며 택시와 버스의 배차량이 감소되는 지경에
마는 1948년 1월 4일에 독립했습니다. 그리고 1962년 3월
이르게 되었습니다. 수시로 전기가 끊기는 사태를 방지하
군사정권이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고자 디젤 발전기에 의지하여 상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버마에서는 1988년 8월 8일에 민주항쟁이 발생했는데 군
강제로 상점의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습
대가 3000여명 이상의 스님들, 시민들, 학생들을 유엔에
니다. 등교를 하기위해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 대학생
서 사용을 금하는 G3총으로 죽이고 수천여명의 민중들과
들과 지방의 농부들은 석유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수많
스님들을 감금했습니다. 1988년 9월 18일부터 군대가 다
은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또한 이러한 석유 값의 증가에
시 쿠데타 일으켰고 1990년에 총선거를 실시했습니다. 아
의한 도미노 현상으로 식료품, 의류와 기초적 생필품의 가
웅 산 수지가 총장을 맡고 있는 버마민족민주동맹이 82%
격이 급등하였습니다. 쌀의 가격은 10% 증가하였으며 식
지지율로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군사정권은 정권을 이양
용유는 20%, 육류는 15%, 마늘과 달걀은 50% 인상이 되
하지 않았고 버마 민주주의 지도자 아웅 산 수지 총장도 가
었습니다. 식당에서 사먹을 수 있는 국수의 가격은 3배로
택연금을 계속 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버마 감옥 내에는
올랐습니다.
1300여 명 이상의 정치적 양심수들이 감금되어 있고 국회 의원 13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후 몇 주간 버마의 수도 양곤에서는 수년 동안 가장 크고 조직적인 시위가 진행되었습니다. 수백여 명의 양곤 시민
버마 민주화 운동 현황
들은 랑군의 거리에서 시위를 주도하였으며 수많은 사람
석유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군사독재는 2007년 8월 15일
들이 이를 지지하여 주었습니다. 군사독재는 시위를 저지
수요일, 아무런 통보도 없이 주요 독재소유 주유소의 석유
하기 위하여 수많은 수단을 사용하였으며 특히 독재의 동 료들은 폭력배들을 가담시켜 시위를 저지하기도 하였습니
28
다. 주말 무렵에는 100여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체포당했으
때리고 총을 쏘았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부처님 아들 승려
며 다른 주요 지휘자들을 체포하려고 혈안이 된 당국은 활
들을 학살했습니다. 군대가 낮에는 총으로 쏘고, 밤에는 민
동가들의 가족에게 심한 압력을 주고 있습니다.
주화 운동과 관련된 절을 찾아가 경내에서 나무 봉으로 승 려들을 때리고 주지스님들과 스님들을 구속했습니다. 다
9월 6일에 만데레이 두 번째 수도 근처 바콕꾸시에서 스님들
른 절 경내에 계신 스님들은 밖으로 못 나오게 군대가 막고
은 법언을 낭송하면서 평화적으로 가두행진을 했습니다. 평
시민들은 절 경내로 출입을 금지시켰습니다. 군사독재 세
화적으로 가두행진을 하는 스님 두 분을 독재 세력들은 나무
력들은 큰 스님들과 스님들을 공업학교 안에 구속하고 있
에 묶고 때렸습니다. 스님들은 많이 다쳤습니다. 그래서 9월
습니다. 양곤 수도 체육관 안에서도 2000여 명을 구속하
18일까지 군부가 사과하라고 스님들은 항의했습니다.
고 공업학교 내에도 500여 명 스님들을 감금했습니다.
9월 17일에는 독재 세력의 공양을 거부하였고, 18일까지
군부 방송국에서는 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수십
사과를 안하자 여러 지역에 계신 스님들이 모여서 법언을
만 명에게 총을 쏘았는데 9명만 사망했다는 것은 말이 안
낭송하면서 평화적으로 가두행진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됩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알려지는 숫자는 1000여 명 사
승려들은 주민 3천여 명과 함께 버마의 수도 양곤에서 3시
망, 400여 명 이상 사상, 국회의원 15명과 NLD(National
간 동안 16㎞의 거리를 불경을 외면서 평화행진을 벌였습
League for Democracy)당원 200명을 포함해 6000여 명
니다. 22일에 아웅 산 수지 여사의 자택 앞에서 가두행진
구속입니다. 군사독재 세력들이 구속 된 스님들의 승복을
을 하였습니다. 아웅 산 수지 여사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벗기고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고 외신 방송국을 통해서 소
군부는 25일부터 양곤 수도와 만데레이, 두 도시에서 60일
식을 듣습니다. 민주화운동가들의 휴대폰들은 차단당하고
동안 야간 통행과 집회를 금지한다고 공포했습니다.
일반 집전화기들도 통화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버마 내
스님들은 군부와 세력들의 공양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 유혈진압에 대해 인터넷으로 외신에 소식이 나가기 때
시민들이 공양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문에 지금 인터넷 선들을 차단했습니다.
1) 물건 값을 내려라 2) 정치적 양심수들을 석방하라 3) 화 해할 수 있도록 즉각 정치적 대화를 하라
버마의 여성들
스님들은 이렇게 세 가지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버마 여성들은 군부독재 치하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들, 연예인들, 가수들, 학생들, 시민들은 승려들에게 공양
압제를 감내해내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강제노동, 강제이
하고 함께하고 있습니다. 모든 종교들이 함께하겠다고 발
주, 고문, 강간, 강제매춘 및 인신 매매 같은 군부가 자행하
표했습니다.
는 다양한 방식의 인권유린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습니다. 버마 정부는 보건이나 교육 서비스에 비해 군대에 대한 지
26일부터 군대가 쉐다공 파고다와 수레이 바고다 앞에서
출을 훨씬 더 늘려왔으며, 버마 여성과 아동은 그러한 불균
평화적으로 가두행진을 하는 스님들과 시민들, 학생들 속
형의 직접적인 피해자입니다.
으로 최루가스를 발사하였습니다. 그 다음에 나무 봉으로
2002년 미 국무부에 따르면, 버마정부는 국내총생산 2007. 11∙12 29
국제통신원
(GDP)의 40%를 군비로 지출하고 GDP의 단 1%만을 교육
600명도 넘는 여성들에게 강간을 자행했습니다. 강간은
에 지출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학교, 훈련된 교
대개 구타, 신체절단, 질식 같은 극심한 폭력과 고문을 동
사, 학교운영비 등의 부족이라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런 이
반했습니다.
유와 또한 매우 비싼 수업료로 인해, 많은 버마인들이 학교
인신매매 또한 버마 전역을 통틀어 심각한 문제입니다. 많
에 갈 엄두를 못 내거나 기초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
은 여성들이 인접국인 중국이나 태국 등지로 팔려나가고
하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버마내 빈곤, 정치적 불안정,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버마 군부정권의 경제 실정,
성역할(Gender role) 등의 측면에서 젊은 소녀들은 가장
만연해있는 부패와 취업기회 부족 등입니다. 현재 태국 매
심각한 피해자들입니다.
춘 굴에만 약 4만 명의 버마 여성들이 취업하고 있는 것으
버마 전체에서 소녀들은 소년들보다 교육 받을 기회가 더
로 알려지고 있는데, 대부분이 소수민족 출신입니다. 일부
적으며, 전체 여학생의 1/3 가량이 초등교육을 완전히 끝내
는 강제로 납치당했으며, 대부분은 취업시켜 주겠다는 거
지 못합니다. 여학생의 학습 중도포기 비율이 이처럼 높은
짓 약속에 속아 팔려옵니다.
것은 조혼, 임신, 성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사고때문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만약 버마 군부독재가 장악한 지역을 건
한국과 버마 역사는 일제 식민지, 군사독재의 쿠데타, 민주
너 통학해야 한다면 학부모가 딸을 학교에 보내기를 거부
화운동들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도 민주화 운동에 대
하기도 합니다. 군인들에게 강간이나 기타 성적 학대를 당
한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운동과 활동들을 했다고
할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형편상 자녀 가운데 한 사
들었습니다. 한국인 여러분, 한국과 버마는 아시아 내에서
람만 교육시킬 수 있다면 이들은 또한 대부분 딸보다는 아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버마 민주화
들을 택합니다.
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버마 여성들은 다양한 종류의 성폭력을 포함한 조직적인 인권유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강간은 내전이 벌어지는
조모아 ● 버마민족민주동맹(자유지역)한국지부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Liberated Area)) 집행위원
지역에서 가장 흔히 벌어지는 범죄
버마(미얀마) 국경지대에 평화의 라디오를 보내요!
입니다. 군부정권은 강간을 전쟁의 한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 히 카렌, 카레니, 산 주 같이 무장
2007.11.14-12.31
투쟁이 잦은 지역에 사는 여성들은
www.peaceradio.kr
군부가 자행하는 강간과 기타 조직 적인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샨 여성 행동 네트웍(SWAN)에 따 르면 버마 군대는 1996년에서 2001년에 이르는 기간에 샨 주에 30
action@peaceradio.or
후원계좌 110-228-482259 (신한은행 / 예금주 : 오관영)
내 이름을 새긴
피스 라디오
오랜 군부독재 아래에서 안팎의 소식이 차단된 버마 사람들을 위해 태국-버마 국경지대에 라디오 기기를 보내는 캠페인 입니다. 5,000원 이상, 라디오 기금을 기부하고‘버마가디언’ 이 되어 주세요. 버마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민주화와 평화의 소리를 함께 나누어 주세요.
모람풍경
여성주의로 뭉친 언니들, 작은 풀꽃웃음을 피우다 지난 7월과 8월에 민우회 자원활동을 하였던 오디의 소개로
M본부 상륙작전 -
처음 M본부의 문턱을 넘던 그날의 작은 설레임이 새로운 만
대학생여성주의 세미나에상륙하다! 페달 ●
남의 풀씨를 날려주었다. ‘참 편하다 이 동네’ 로 시작된 그날의 느낌은 깊디깊은 5호선 지하철역을 나서며, 가파른 언덕에 하악대고, 과연 내가 가는 이 발길의 선택이 옳은 길인가를 한 두 번쯤 자문할 때, 비로 소 나타나는 민우회 사무실, 바로 우리의 M본부로 쉬지 않고 나를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여성주의로 세상을 향한 눈빛은? 첫 모임 이후 두 번째부터 우리의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성주의 이바구(*이 야기의 옛말)는 M본부 5층의 방바닥에 엉덩이를 찰싹 붙이고 앉아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왜 여성주의인가’ 로 시작된 물음에서‘객관성’ 이란 무엇을 뜻함인가, 그렇다면 과연 여성학은 객관적인 학문이며 시각일까라는 원론적인 물 음까지, 우리의 깊은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페미니스트’ 가 되려면 어떤 규칙이 있나요? 세미나 모임의 유일한 남성회원인 민이의 물음에 우리는 쓰디쓴 웃음 한 조각을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마냥 웃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세상이 정해놓은, 그리고‘페미니스트란 이래야 한다!’ 라며 우 리 스스로도 그 규정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바로 그 모습들이 이 한 마디에 outing 당하던 순간이었으니까. 여성성을 부각시킬수록 주어지는 특혜(가령, 불리한 순간에 연약함을 무 기로 쓴다거나, 난 여자니까 남자인 니가 이거 해줘! 등) 속에서, 또 여성 주의 시각을 지닌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내 안에 상충하고 있던 불편함을 깨버릴 수 있는 물음이기도 했다.
2007. 11∙12 31
모람풍경
‘페미니스트가 되려면 이러이러 해야 한다’ 라는 기존의 우리 안에 스며있었던 불편함과 부 담감의 틀을 말끔히 허물어 버렸다.
너의 덧니와 찢어진 눈이 좋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가 세 번째 토론 주제였다. 여성과 남성, 자연과 문명, 몸과 정신으로 이분화 되어버린 사회에서, 왜 여성은 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우리는 또다시 입을 열 었다. 세상이 정해놓은 44몸매에 맞춰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여성스스로 몸에 대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우리는 자기 몸을 사랑하자는 10가지 약속을 소리 높여 읽기도 하 고 서로를 릴레이 형식으로 칭찬하는 시간도 가졌다.
나는 니가 웃을 때 귀엽게 도드라지는 덧니가 참 좋아. 너의 찢어지고 치켜 올라간 눈매가 난 참 매력 있어.
따뜻한 눈빛으로 한 사람 한사람을 향해 사랑의 화살을 겨누며 우리는 그 화살에 아파하기보 단 너무나 행복해서 마치 집단 상사병에 걸린 듯 모두의 얼굴이 발그스름해졌다.
너의 자위는 안녕하니? 가장 친한 친구에게 조차 이야기 할 수 없는 많은 비밀(?!)들이 오갔다. 언제나 쉬쉬하고 모른 척 했던 우리의‘그’이야기는 2시간이 넘도록 쉴 새 없이 계속 되었다. 부끄럽고 감추어야 할 것이 아닌 자신있게 드러낼 수 있는 당당한 性, 아프거나 눈물 이 아닌 웃음과 행복함이 넘쳐나는 즐거운 性, 그리고 당당히 즐기기 위해 필요한 안 전한 性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는 나누었다. 진솔의 펭귄모양과 애벌레 모양 마스터베이션 도구 사용 후기에 모두 숨 넘어 가듯 깔깔깔 웃고 서로 빌려달라고 아우성치기도 하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자위의 경험과 즐겁지 않았던 성관계 경험까지, 심도 깊고 진한[!] 性스러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32
떠나지 않게 했으며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감싸주는 이해와 소통의 시간이 되었다. (이 시간 이후 이 모임을 함께 했던 사람들끼리 급속도로 친해졌다.ㅋ)
행동하는 여성주의는 아름답다 지난 11월 20일,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한 달빛시위에 우리 세미나 식구들이 광화 문 사거리 그야말로 길 위의 여성들이 되어 만났다. M본부에 모여 앉아 의논하고 이야기 하며 쌓아온 내면의 지식을 몸으로 발산 할 수 있음에 우리 모두는 코끝이 시린 줄도 모르고 피켓을 들고, 목청껏‘차별 금지법 저지!’ 를 외쳐댔다.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우리는 서로의 눈빛과 미소를 난로 삼으며 함께 행동할 수 있음 에 모두 마음만은 따듯했으리라.
대학생 여성학 세미나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번외토론까지 마치고 나면 우리 의 모임도 끝이 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 모임이 여기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아마 모두 가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함께 모여 즐겁게 이야기하고 아픈 곳을 보듬어 주며 자신의 깊은 마음까지 내보이던 이 공간에서의 만남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웃으면서 눈물지으면서 함께 했던 나의 벗님들 여진, 바람, 가을, 몬드, 꿀벌, 수, 진솔, 민, 오디, 달로 우리 이제 또 다른 도약을 꿈꿔보아요. 처음 만난 날 우리는 서로 작은 풀꽃 내음을 피워냈지요. 만남이 거듭될수록 우리의 향기는 더욱 짙어지고 그러면서도 연해졌어요. 각자의 향기가 그리고 우리의 향기가 아름답게 상생할 수 있는 만남이 되길.
페달 ● 대학생 여성학세미나 모임 회원 여성주의에 눈을 뜬 이후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들로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아직 갈길을 정하지 못한, 그러나 그래서 더욱 열정적인 페미니스트 수달입니다.
2007. 11∙12 33
모람풍경
‘완경’ 에 대해서 생각할 때, 나는 먼저 나의 월경 역사를 떠올려 보게 되었다. 그러 던 중 발견한 사실 하나는 올해가 나의 월경 20
“끝이 아닌 시작-완경”
주년이라는 것이다. 1988년 5월 8일에 초경을 했으니 바로 얼마 전이 딱 20년이 되는 날이었던 거다. 이런 안타깝다. 조금만 더
내안의 나를만나다
일찍 알았더라면 조촐하게나마 기념식이라도 하는 건데…. 초경을 했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금이야 초경파티 도 하고 그렇지만 그때는 뭔가 창피하고 감춰야 하는 것으로 생각 권주희 ●
해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초경 이후의 월경은 나에게 귀찮음, 긴장, 당혹스러움과 같은 부정적 인 느낌부터 나눔, 즐거움, 당당함과 같은 긍정적인 느낌까지 다 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주기나 양을 통해 나의 몸 상태를 진단해 볼 수도 있으니 지금까지 월경은 나에게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것 같다. 완경은 보통 40대부터 시작되니깐 그냥 이러고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긴다. 이젠 월경 후반부에 접어든 것이다!! 완경이 찾아왔을 때 초경을 했던 날처럼 당황하지 않도록 완경 이 후의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좋 아하는 사람들과 모여서 완경 파티도 꼭 해볼 것 이다. 그런 나에 게“끝이 아닌 시작-완경”강좌라는 좋은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새내기“달맞이” 에 합류하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에 온지 얼마 안 되어 난 달맞이팀과 함께하 는 완경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지금의 달맞이팀은 작년 면월 경대 교육, 완경카페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여‘여성의 몸, 여성 의 지혜’ 란 책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완경이라는 주제 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모든 것이 아직 낯설기만 한 나를 달맞이팀 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책을 발제해 와 이야기를 나누 고 그녀들의 지혜를 들으며 달맞이팀의 놀라운 능력을 확인한 후 엔 그녀들과 함께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34
명동부터 부천까지 사전 인터뷰로 만들어진 완경 강좌, 비빔밥 파티~ 올해는 완경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강좌와 거리축제를 하기로 했다. 첫 강좌는 한겨레신문에 ‘박어진의 여성살이’칼럼을 쓰고 있는 박어진 선생님의“중년을 디자인하라” 로 중년여성인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다. 사실 처음 기획할 때는 박어진 선생님은 강의 경험이 전혀 없다고 해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직접 만나보니 말씀을 너무 잘 하셨고 강좌 역시 성공적이었다. 두 번째 강좌는“기, 운명, 행복 만들기” 로설 영상 선생님이 강의를 해주셨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다음은 황은영 선생 님의“중년 아직은 낯설은-애니어그램”강좌가 두 번에 걸쳐 이뤄졌는데 애니어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로는 아쉬워 후속모임까지 이어지는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다섯 번째 강좌 역시 황은영 선생님 에고그램 강좌를 통해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여섯 번째 와 일곱 번째는 로리주희 선생님이 줌마네에서 진행하고 있는“내공훈련” 을 하여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기위한 내공을 키웠다. 마지막 시간은 윤정숙 선생님이“지역에서 희망 나누기” 로 마무리 해주셨다. 8회까지 진행된 모든 강좌 하나하나가 다 의미 있고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 중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점심시간에 비빔밥을 같이 준비해 먹은 것이다. 생협에서 재료를 준비해 달맞이팀에서 직접 밥도 짓고 나물도 만들어 큰 양푼에 비빔밥을 만들어 다 같이 모여 먹었다. 양푼에 있는 밥이 너무 많아 처음엔 다들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마지막엔 즐겁고 깨끗하게 비울 수 있었다.
완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10월 5일엔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앞 거리에서 작은 축제를 마련했다. 나 의 창조성을 새로이 발견하기 위한 완경에 관련된 책, 완경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음식, 행복과 축복의 기원의 상징인 타투, 다양한 내 안의 모습들을 만나게 되는 여신타로, 땅에 떨어져 쓸모 없어 보이는 열매들의 재발견 메타세콰이어 열매로 목걸이 만들기 등의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나는 여신 타로 코너를 맡았었는데 타로에게 묻는 질문은“완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였다. 그때 사람들한테 나왔던 카드는 정말 놀랍게도 새로운 시작 0번의 타라여신,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는 펜타클6개, 내적인 힘을 나타내는 11번의 오야여신 등이다. 그럼 나는? 행운과 번영의 여신인 10번의 락슈미 여신이 나왔다. 나한테 뭔가 대단한 행운이 찾아오는 걸까?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완경기엔 카드에 나오는 커다란 새를 타고 즐 거운 여행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본다. 권주희 ● 동북여성민우회 활동가
2007. 11∙12 35
문화산책
_
읽자! 듣자! 놀자!
11월 셋째 주, 때 이른 한파가 몰아치면서 첫 눈도 내리고 노랗고 불그레한 나뭇잎들을 다 떨궈내면서‘겨울이 다가왔다’ 고 알리며 지나갔습니다. 곧 겨울이 한창이겠지요. 거리를 덮는 하얀 눈, 아침에 보는 얼음, 김장, 추워 내는 하얀 입김, 난방비 걱정 이런 게 다 겨울의 이미지이겠지요. 우린 월동 이란 말로 추운 겨울을 준비합니다. 겨울잠을 자거나, 따뜻한 곳을 찾아가는 새들 다 월동을 하는 방법들입니다. 겨울은 조용하고 움츠리고 봄을 기다리는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추운 야외 보다는 따스한 방과 고구마 간식으로 다가오는 우리의 겨울밤, 온난화로 예
올겨울준비할 월동물품2개 체리향기 ●
전 같은 혹한은 아니지만 그래도 춥고 얼음 얼고 눈 내리는 계절, 우리도 월동 준비 해 볼까요? 제가 준비한‘문화적’월동 물품은 음악 시디 한 장과 산문집 1권입니다. 참 흔한 월동 물품이지요? 너무 흔하지만 또 그 만큼 어렵지 않게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짝거리는 시디를 얹어 놓고 재생 단추를 누르 는 느낌도 참 좋은 일입니다. 두꺼운 책도 훌륭하지만 그리 두껍지 않은, 가 볍게 우리 일상을 돌아보는 책도 참 좋은 책입니다.
여린 것들을 보듬는‘대륙의 목소리’ 첫 번째 물품은 한국의‘월드뮤직’팬들에게 아주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메 르세데스 소사의 1982년 귀국 공연 실황 음반,‘en Argentina’ 입니다. 1978 년 메르세데스 소사가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정권에 저항하다 해외로 추방 당하고 망명 생활을 하다 1982년 귀국해서 공연한 실황 음반입니다. 이 실 황 공연의 분위기를 전한 어떤 평론가의 말을 빌리자면 정확히 기억나진 않 지만“약간의 공포, 더 많은 설레임 더 많은 환희와 열정이 넘친” 공연이라 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군부 독재 정권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이었으나 여전히 공포 정치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소사의 귀국 공연을 앞두고 군부는 소사에게 공연을 취소하라고 협박을 했습니다. 신변의 위협
36
속에서도 소사는 공연을 감행했고 소사의 공연장을 찾은 아르헨
배 록가수 레온 히에코와 같이 불렀습니다. 신에게 내가 정의에
티나 민중들은 소사의 용기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수 만 명
무감하지 않고 이웃의 아픔에 무감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노래하
이 공연장을 찾았고 소사의 노래 하나 하나에 환호하며 소사를
고 있습니다. 소사의 민중들에 대한 애정과 자유에 대한 희망이
지지했습니다. 이 열광하는 수 만 명의 열망 속에서 소사는 그의
뚝뚝 느껴집니다. 이 외에도 이 음반에는 소사의 진면목을 볼 수
대표곡 ’ Gracias a la vida(삶에 감사를)’ 를 부르다 흐느낍니다.
있는 노래들이 그득합니다.
이 흐느낌에 공연장을 아르헨티나 민중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환호로 화답합니다. 소사의 노래와 아르헨티나 민중들의 열망이
월동품 두 번째, 나희덕 산문집‘반통의 물’
하나로 만난 것입니다.
제가 소개하는 두 번째 월동품은 나희덕 시인의 산문집‘반통의
소사의 노래가 그토록 민중들에게 하나의 희망이 된 것은 소사
물’ 입니다. 시인의 산문집인 게 느껴지듯이 시와 같은 감성에 산
의 포용력 넘치는 호소감 짙은 목소리와 더불어 소사의 이력때
문의 옷이 입혀져 있습니다. 산문의 역할이‘사색’ 이라고 할 때
문입니다. 1935년 아르헨티나 북부 뚜꾸만에서 태어난 메르세데
나희덕 시인의 산문은 이 말과 잘 맞습니다.
스 소사는 민요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뒤 성공한 가수의 길을 걷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과 질문, 지나간 기억과 옛 우화들
습니다. 우선 소사의 울림 넘치는 목소리는 흔히 사람들이‘대륙
이 적절히 인용되어 이 산문집은 조용한 질문과 세심한 감성들
의 목소리’ 라고 부르는데 좀 과장되었다 하더라도 소사의 목소
로 충만합니다.
리를 비유하는 데 딱 어울립니다. 울림 깊은 목소리의 소사는 소
산책을 하다 하루살이의 움직임에 울컥 눈물을 쏟고 작은 텃밭
외받고 억압받는 이들의 슬픔과 사랑, 희망을 노래합니다. 칠레
을 가꾸다 자신의 욕심과 마주치기도 합니다. 그건 시인의 일이
의 비올레타 파라, 아르헨티나 아따유왈파 유팡끼 등이 주도한
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욕심과도 연결 되겠지요. 추운 북쪽에 사
‘누에바 깐시온(새로운 노래)’운동은 남미 민중들의 슬픔과 희
는 토끼가 먼저 봄을 느낀다는 우화를 통해 간절한 기다림이 희
망을 노래하는데 이 가운데에 소사가 활동합니다. 이 운동의 중
미해져 가는 우리 세대를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심에서 소사는 남미 인디오들의 억압을 노래하고 민중들을 핍박
시인이 머리말에서 말하고 있지만 이 산문집은 명쾌한 답보다는
하고 착취하는 군부를 비판하며 자유를 노래합니다. 계속 되는
‘질문’ 을 좀 더 던지고 찬란한 순간 보다는 아쉬운 기억을 좀 더
군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자유의 노래’ 를 계속했던 소사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반추하며 오래 오래 생
아르헨티나 민중들은 자유와 희망의 상징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각하게 하며 가슴을 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부의 폭압 아래 숨 죽이던 민중들은 희망의 상징인 소사를 열
밤 길은 추운 겨울 날 밤, 소사가 자유와 희망에 대한 열망으로
광과 환호로 맞았던 것이지요.
한 곡 한 곡 토해낸 노래들을 들으며 나희덕 시인이 조근조근하
이 음반에는 소사 음악의 중요한 노래들이 많이 담겨 있다고 합
게 말하며 던지는 일상의 자잘한 질문들과 함께 이번 겨울을 보
니다. 비올레타 파라의 곡이지만 소사가 불러 유명해진‘Gracias
내봤으면 하는 것이 제가 제안하는 월동품입니다.
a la vida(삶에 감사를)’ 는 소사의 대표곡이 됐습니다. 이 노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시작됩니다.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 눈, 들 을 수 있게 해준 귀, 문자, 행진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체리향기 ● 약간 간지러운 별칭을 지닌 체리향기는 세여소의 열혈 모람이며
말하다 나중에 흐느끼죠.‘Solo le pido a dios’그의 유명한 후
열혈 지지자이기도 합니다. 현재 노동넷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07. 11∙12 37
평동 사무실에서
대학 4학년 때였나? 둘이서 한방을 써야했던 좁은 하숙집 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나만의 방, 부엌, 화장실을 갖게 되 었던 그 때의 그 행복한 기분을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도 눈을 감으면 느낄 수 있다. 부모님의 원조로 마련하게 된 작은 전셋집이었지만 앞으로 달라질 생활을 기대하며 얼마 나 뿌듯하고 설레였는지…. 그렇게 처음으로 서울 바닥에 나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 후 나는 북쪽과 서쪽을 넘나들며 다섯 번 이사를 했다. 집 의 크기는 조금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했으나 물론 아직 전 셋집이고, 여전히 재계약시점이 오면 전셋값이 오를까 마 음이 조마조마하고 괜히 부동산 유리창 광고지를 꼼꼼히 보게 된다. 다섯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항상 느끼게 되는 것! 날리 ●
하나, 이사는 참으로 신경이 많이 쓰이는 귀찮은 일이라는 것. 둘, 서울의 전셋값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셋, 이 많은 집들 중에서 내 몸 하나 뉘일 곳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 넷, 도대체 뉴스에서 떠들 어대는 서울 어딘가에 몇 십 억 하는 집들은 누구네 집인가 하는 궁금증. 다섯, 우울증을 동반한 상대적 박탈감(?) 등등 이다. 평소에는‘뭐 꼭 자기 집을 가져야 하는 건가, 월세를 안내고 사는 것도 어딘가’ 라고 생각하고 살다가도 이사 때 가 되면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쓰린 속 저 밑에서 꿈틀 대며 잠을 설치게 되기도 한다. 가난도 운명인지 옮겨 다녀야 하는 건 내 집만이 아니다. 내가 일하는 민우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충동 여성평 화의 집에서 이곳 평동으로 옮긴지 5년. 전세였지만 2030명은 너끈히 앉을 수 있는 교육장도 있고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서 회원들이 들르기에도 좋고, 여기저기 토론회 찾
38
아가기도 좋았었는데, 이 동네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
적인 상들이 조금씩 뚜렷해지고 여름에는 이사 갈 땅
되어 곧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평동 언덕배기
을 정하고 드디어 계약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곧
에 여기저기 걸린 각종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나붙기 시
기반공사에 들어가고 내년 8월에는 준공될 예정이다.
작하면서 상근자들의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게다
(와우~!)
가 올해는 민우회 창립 20주년! 어찌 보면 열심히 활동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사무실 이전 사업이 한해를 마
한 반증이겠지만 그래도 창립 20주년인데, 회원이 만
무리하는 지금에는 맨땅에 삽질을 하게 되는 성과를 남
칠천 명인데 여전히 비싼 임대료에 관리비를 내면서 이
기게 되어서 참으로 뿌듯하다. 많은 분들이 기금을 모
사 걱정까지 해야 하다니….
아주셨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총 필요
결국 올 한해 우리들은 각자의 저 깊은 속에서 꿈틀대
예상 기금은 6억, 현재 기금모금액은 1억 5천만원…
는 내 집 마련의 욕구를 모아모아 사고(?)를 치기에 이
억!!!ㅜ.ㅜ) 연말에 일일호프도 해야 하고 여전히 기금을
르렀다. 이름하야 사무실 이전기금마련 프로젝트!
요청하는 전화를 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새로
회원들의 빽을 믿고, 민우회를 아끼는 분들을 믿고,
생길 안정적인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생각하면 가슴 한
나를 불쌍히(?) 여기는 친구들을 믿고 시작한 사무실
켠이 살살 떨리는 것이 기분 좋은 설렘이랄까… 마치
이전 계획은 이제 스물여섯 명 활동가들의 에너지를
첫 자취방이 생기던 그때의 그 기분을 다시 느끼는 것
시험하기에 이르렀다.(흠, 사실 고백하자면, 그 과정
같다. 더 이상 이사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것, 회원들
에서‘왜 이사를 가야하는 걸까?’ ,‘그냥 건물이 무너
과 함께 할 수 있는 우리들의 활동공간이 생긴다는 게
질 때까지 끝까지 버텨볼까?’ ,‘철거투쟁을 해야 하는
내 집이 생기는 것 보다 기쁘고 배부르다. 무엇보다 기
거 아니야?’ ,‘우린 왜 이리 가난한 걸까?’등등의 넋
금마련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분들, 재개발을 걱정하며
두리들을 쏟아놓기도 하였다.) 몇 백 번 아니 몇 천 번
이것저것 물어보는 회원들, 자녀의 돌잔치를 대신해서
의 전화와 이메일과 만남과 걷기대회와 회원의 밤, 앞
기부한 S, 적금을 털어 기부한 K언니, 여행자금을 선뜻
으로 계획된 일일호프까지(헥헥…) 큰 행사도 많았고,
내놓은 그 분, 익명으로 기금을 내어주신 분들, 민우회
다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해
의 안정적인 보금자리 마련에 마음을 모아주신 많은 분
야 할 때다.
들, 그 분들의 설렘과 기대와 함께하는 우리들의 이사
올해 초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이게 과연 가능할까?’
는 행복하다. 눈감으면 행복한 연말이다….
싶었는데 마침 이사를 준비하는 세 단체(함께하는 시 민행동, 환경정의, 녹색교통)를 만나 함께 건물을 짓자 고 의기투합을 하며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되는 좋 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멀게만 보이던 이사의 구체
날리 ● 열라 날고픈 오리!
2007. 11∙12 39
생협 이야기
달팽이의 꿈 달팽이들이 곤충나라 달리기 대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 다. 그동안 열린 곤충나라 달리기대회에서 해마다 꼴찌만 독 차지 해 왔었지만, 올해에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때문 이죠. 혜성처럼 나타난‘뒤돌아보는 달팽이’ 가 어찌나 달리기 를 잘하는지 그동안 한 번도 일등을 놓친 적이 없었으니 달팽
팔당유기농슬로푸드 전시 체험관,
이들이 기대하는 것도 허무맹랑한 꿈은 아닐 겁니다. 그동안 ‘느림보’ 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모든 곤충들로부터 놀림만 당 했던 것을 단 번에 앙갚음해 줄 수 있겠다 싶었으니 얼마나
‘달팽이숲’ 으로 여러분을초대합니다
기대가 크겠습니까? 드디어 곤충나라 달리기대회 날입니다. 날개를 이용해 빨리 달릴 수 있는 배짱이, 풍뎅이는 물론 남들보다 몇 배나 많은 다리를 이용해 빨리 달릴 수 있는 지네까지 금메달을 노리고 모두 출전했습니다. 모든 달팽이들의 꿈을 한 몸에 업고 출전
김병수 ●
한‘뒤돌아보는 달팽이’ , 출발은 조금 느렸지만 조금 지나지 않아 배짱이를 따르고, 풍뎅이를 앞지르더니 드디어 꿀벌까지 추월해 선두로 치고 나갑니다. 모든 곤충들이 의외의 상황에 놀라 자빠집니다. 그런데 성질 급한 배짱이가 그만 넘어져 팔꿈치와 무릎이 까 져 피가 흐릅니다. 그러자 선두를 질주하던‘뒤돌아보는 달팽 이’ 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거꾸로 달려 배짱이에게로 달려가 그를 부축해 함께 달려가는 겁니다. 당연히 꼴찌로 결승테이 프를 끊습니다. 올해도 달팽이들은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그러 나 이제는 아무도 달팽이들을 느림보라고 놀리지 않습니다.
팔당에 개관한 유기농슬로푸드 전시체험관 작은 극장에서 상 영되고 있는 에니메이션 ‘달팽이의 꿈’ 의 내용입니다. 흔히 달 팽이를 느리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람의 속도와 비교해 그렇 다는 것이지 달팽이 처지에서는‘자기속도’ 로 살고 있는 것이
40
죠. 달팽이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가만 들여다보면 세상만물은
한 곳입니다. 전시관은 세계 각국의 슬로푸드와 국제 슬로푸
저마다 자기 나름의 속도가 있고 그것에 맞춰 살아가고 있습
드운동을 소개하는 존과 패스트푸드의 폐해와 문제점을 보여
니다. 어쩌면 모든 생명체 중에서 사람만이 자기 속도에 불만
주는 존(Zone), 유기농업∙생명농업을 소개하는 존, 어떤 것이
을 갖고 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동차
자연 생태적 삶인지 보여주는 존, 팔당상수원과 유기농업을
도 만들고 비행기, 제트기에 컴퓨터 같은 것들을 만들어 이용
소개하는 존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한 에니메이션, 영상
하고 있지요. 이런 도구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은 먹는
물 등을 볼 수 있는 작은 극장과 강의실, 초현대식 시설을 갖
것마저 빨리 기르고 빨리 만들어 빨리 먹으며 삽니다. 소, 돼
춘 조리 체험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시형태는 관람객들
지, 닭에 성장촉진제를 줘가며 빨리 기르고, 그런 농산물에 온
이 시각적 감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상물, 캐릭터,
갖 화학첨가물까지 보태 패스트푸드를 만들어, 먹는 것도 빨
사인그래픽과 시청각 교재 등으로 구성돼 있어 아이들은 물론
리 먹어 버립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겁니까?
성인들도 한 번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게 짜여져 있습니다.
자기의 속도를 무시하고 빨리빨리 살다보니 몸도 망가지고 자 연생태계도 망가지고 우리가 행복을 느낄 기회를 별로 못 갖
가족과 함께 달팽이 숲 즐기기
게 됩니다. 우리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데 주변을 둘러보며 산
달팽이 숲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개관하며, 관람
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죠.
을 위해서는 전화나 인터넷(www.paldangfood.com) 예약이 필요합니다. 체험프로그램은 모든 연령층이
슬로푸드, 슬로라이프 넘치는 것보다는 조금 모자란 것이 더 낫다고 합니다. 남으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농장체험, 전시관 관 람, 유기농슬로푸드 점심식사, 슬로푸드 조리체험, 영 상자료 관람과 교육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버리게 되고 여러모로 좋지 않으니까요. 너무 빨리 가려는 것 도, 너무 급하게 먹는 것도 넘치는 것과 같습니다. 슬로푸드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자연스런 삶의 리듬을 회복하는 맛있고 깨끗하고, 올바른 먹을거리입니다. 달팽이처럼 느려도 스스로 제 삶의 속도를 유지한다면 그것이 알맞은 삶이겠죠.
슬로푸드 매니저 과정 지난 10월 9일부터 10주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 3시 간씩, 전국의 음식관련 훌륭한 강사 분들을 모시고 열띤 강의를 함께 들은 28명이 수료증을 받았습니다. 푸드매니저 2기 개강은 내년 3월입니다. 수강신청은 선착순 40명까지 입니다.
팔당올가닉푸드가 추구하는 이런 정신과 삶의 모습을 담은 멋 진 전시 체험관이 드디어 개관을 했습니다. 팔당올가닉푸드 신축 건물 2층에 기획회사 이마주(대표 이형주)의 도움으로 2 년간의 준비와 1년여의 작업 끝에 드디어 완성된 150여 평의 멋진 전시 체험관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는 유일
김병수 ● 팔당올가닉푸드(주) 대표. 팔당올가닉푸드(주)는 팔당의 유기농업가와 소비자, 한국여성민우회 생협 등이 공동출자하여 설립한 유기농업회사법인입니다. 민우회생협에서 생활재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2007. 11∙12 41
접속 해외사이트
_
그들도 우리처럼
바닥의‘접속! 해외사이트 - 그들도 우리처럼’연재를 마치며 이 연재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 여성주의 영어자료읽기위원회‘바닥’
민우모람들에게는…
민우모람과 바닥에게는…
2002년 시작한 여성주의영어자료읽기위원회 바닥은 날로 출중
바닥 나름대로 매호 정성을 다하여 국제적인 소식(?)을 전달했는
해지고 있는 영어실력을 민우모람들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아
데, 과연 함여 독자들인 민우모람들은 어떻게 읽고 있는지…. 연
무도 시키지 않은 사명감을 스스로에게 부여하였다.
재는 끝날 테지만 바닥과 민우모람들의 소통은 계속 될지니, 이
그리하여 2004년 [평등다지기]의 연재를 시작으로, 2006년 하반
후에라도 많은 반응들을 보내주시길. 가령, 다음과 같이 말이다.
기부터 현재까지‘접속! 해외사이트 - 그들도 우리처럼’ 이라는 꼭지를 맡아 연재를 해왔다.
함여 독자와의 인터뷰
이 공간에서 바닥은 해외의 여성주의 단체, 관련 기관 등의 사이
오 이 : 함여에서 바닥이 담당하던 꼭지 알지? 근데 이 꼭지에
트를 찾아 그 내용을 소개하였다. 이를 통해 다른 세상에서 활동
대해서는 아무도 평가를 해주지 않더라. 재미는 있는지,
하고 있는 많은 단체들의 활동내용과 이슈들을 민우모람들과 나
도움은 되는지, 읽고는 있는지.
누고,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글로벌’ 한 감각도 나누는 등 유
이성미 : 난 재밌게 읽고 있었는데?
용한 정보 제공하고자 하였다.
오 이 : 띠옹~~~ 정말? 어땠는데? 이성미 : 먼저 주제가 흥미로웠어. 그냥 해외사이트 돌아다니면
바닥에게는…
애매하고 막막한 게 있고 영어니까 들어가 찾아가 보기
매호 연재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은 해외사이트를
도 어렵잖아. 근데 매번 주제를 잘 정해서 내용 소개해
선정하는 일이었다. 민우모람들과 함께 공유할 해외사이트는 글
주고 그러니까 도움이 되더라고. 그리고 짚어주는 내용
쓰는 사람이 찾기도 하고 서로 추천하여 선정한다.
도 시의적절했고. 예로 선택의정서말이야. 뭔 내용일까
그렇다면 바닥 사람들은 어떻게 사이트를 찾아볼까? 포탈사이트
궁금했는데 딱 그거 설명해주는 사이트 소개여서 나에
에서 여성단체를 검색, 이걸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기도 하고,
겐 유용한 꼭지였지.
국내단체의 홈페이지에 링크된 해외단체 홈페이지를 참고하기도 한다. 또는 해당 나라 정부 부처에 들어가 링크의 링크의 링크를 통해 찾기도 한다. 그래서 글쓰기를 담당한 사람이 사이트를 쭉 읽어보고 한 사이 트를 선정해 함께 해석하기도 하고 원고 수정도 한다. 이러한 과
오 이 : 이런 평가를 듣고 싶었어!! 그래도 내용도 너무 많고 글 이 너무 빡빡하지 않았어? 이성미 : 빡빡하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그럼 이 꼭지 함여에서 계속 연재되는 거야? 오 이 : 헐~~ 아니.
정 역시 영어를 가지고(!) 여성주의 공부를 하는 바닥의 또 하나 의 중요한 내용이었으니…. 42
바닥 ●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그럼 안녕히.^^
새모람소개
2007년 ‘멋진 페미니스트 되기 프로젝트’ 제3차 새모람을 소개합니다~!!
안나잘나
� 안나잘나, 세례명이‘안나’ 이고, 딸 셋을 잘 낳았다. 그래서“안나잘나” � 돼지띠라서 황금돼지 (간단+명료. 안나잘나만의 스타일) � 처음 만났지만 지인같은 사람들 앞에서, 가슴 속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해우소 같은 곳
2007년을 보내는 마지막 새모람! 그동안 너무 친해져서 새모람 끝내기가 싫다던
생초
� 야생초의“생초” 입니다
그녀들의 귀여운 절규와 해맑은 명랑함,
� 닮은 이유로 강아지! (꺄오~발랄랄한 생초)
함께 나눠요.
�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
Q 나를 소개하면~
윤혜정
이유로 PASS) � 동물로 비유하기 힘들어요. 저는 사람이 좋아요
이름 �
� 별칭은 따로 없어요. (6주 내내 지으려 했지만 갖은
(역시 확고한 캐릭터의 윤혜정님)
이름, 별칭에 대해 소개하자면
�
나를 동물에 비유해 보아요
�
나에게 새모람은?
� 기쁨+로또, 세상을 비춰 주는 밝은 촛불이다
어린
� 열린 마음의‘어린’ 이라는 뜻 외에 수 십 가지 이 유( ‘어른’ 이라고 부르면 무지 싫어함) � 물고기, 자유롭게 움직이는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 다. 그리고 몽구스, 호기심이 많다. � 서먹함 녹이는 따끈한 손난로^-^
나잘나 , 오른쪽이 안 왼쪽이 생초
니나
� 가상의 인물이에요. 신비로워서 -_-;; � 해태, 분위기가 신비롭잖아요(신비컨셉 고수 중) � 잊고 있던 초심을 다시 돌이켜준 모임, 내 메말라 가던 심장을 다시 뜨겁게 만들어 줬어요. 새모람이 모든 이들에게 그런 의미를 부여해 주는 작고 따뜻 한 공간이 되길 항상 소망합니다.
왼쪽이 정진희 님, 오른쪽이 윤혜정 님
그리고 함께 참여했던 무사와 정진희님까지 모두 함께 다시 만나요. 2007. 11∙12 43
모람활동_일이삼반
김류지희 ●
담쟁이B 있잖아 지희야, 내가 더는 이성애자로 살지 않고 동성애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현재 동성애자로 살고 있잖니.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너에게 그게 어떤 모습으로 비 춰졌고, 네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디따 궁금하더라. 지
희 성정체성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던지라 조금 당황스러웠지. 그렇기에 지지의 문제와는 별개로 실제 그것이 가능할까라는 물음이 있었어. 그런데 언니가 동성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현재 연인을 만나 이성 친구를 만났을 때보다 더 안 정적인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거야.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성정체성은 선택가능 한 것이며 자신에게 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방향으로 변화해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한편으로 나도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동성애에 대한 이 러저러한 글들을 읽게 되었어. 일종의 학습의 과정이 있었던 거지. 그러면서‘성’ 이라 는 것이 굉장히 정치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고정불변한 무엇이 아닌데도 그것에 고정된 역할을 부여하고,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그것의 진실과 상관없이 정 해놓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거지. 그러면 누군가는 이득을 보지 않 겠어? 남∙녀 관계나 이성애∙동성애 관계에서 명확하게 보여지지 않아?‘성’ 의 언어 를 지배독점하면서 차별을 생산하고 있는 거지. 오히려 언니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어 져. 지배독점한 사람들이 내린 처방전을 먹고 몽롱몽롱 의식이 흐려진 나를 깨워줘서 고맙다고. 다시 말하면, 언니의 성정체성 전환은 나의 인식의 전환으로 이어진 게 아닌 가 해. 그것도 바람직하고 건강한 전환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이제 보다 정확한 표현 을 알 거 같아. 성정체성이 타고 나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성’ 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다! 라는 걸.
44
담쟁이B 이번에 차별금지법의 올바른 제정을 위해 보수단체들에 함께 대응하면서 느낀 점이나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차별금지법에 삭제된 7개 조항 : 학력, 병력, 가족형태 및 가족 상황, 출신국가, 언어, 전과자 및 비보호처분, 성소수자) 지
희 성소수자 부분만 얘기할게. 우선 아예 멍석을 깔아놓고 사람을 차별하겠다는 발상에 분노가 치밀었어. 그리고 인간이 살아가는데 생명만큼 중요한 것이‘자율성’ 이라고 생 각하는데, 그 자율성에 맡겨야 하는 성적 지향의 문제를‘다름’ 이 아니라‘틀림’ 의문 제로 왜곡시킨 것에 화가 났지. 그래서 자율성을 마구 훼손시키는 성소수자 삭제의 사 건이 결코 이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어. 나의 성적 지향도 너의 것도 고정불 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자율성을 가지고 선택할 순간이 올 수 있기 때문이 지. 그리고 이번 사안과 성정체성에 대해 보수단체들에게 우리 아버지가 날려주신 말 씀!“남의 연애문제에 왜들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거야?!!”
담쟁이B 동성애자를 지지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 있다면? 흐흐. 혹시 불 편한 건 없니? 지
희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사실 이번 차별금지법 대응과정에서‘왜 나 는 동성애운동에 참여하는가?’ 라는 질문이 계속 나를 따라다녔 어. 이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맞지만, 이런 식으로 해석 하면‘세상 모든 문제에 천착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질문에 매번 당면하게 되는 거야. 그런데 이제 좀 알겠더라. 내가 하고 자하는 일을 찾아주는 나침반이고 과정이라고. 비폭력운동, 치유, 평화인권교육 등에 관심이 큰데, 여성주의와 동성애를 접하면서‘성’ 과 관련된 폭력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과정을 겪으면서 앞으로의 내 일을 구체 적으로 잡아가고 있는 나를 보게 된 거야. 언니와 함께 평화인권교육으로서의 성인지 교육을 준비하게 됐잖아. 이게 다 우연이 아님을 믿고 있어. 일반과 이반이 함께 준비 하는 성인지교육 프로그램. 개인적으로도 많이 기대되는 프로젝트야. 다시 질문으로 돌 아가서, 동성애 지지자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라면 음, 동성애자들과 주로 만
김류지희●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지향이 삭제된 차별금지법에 분노하 는, 민우회 소모임 ‘일이삼반’ 담쟁이B의 친구.‘차별금지법 대응 및 성소수자혐오, 차별 저지를 위한 긴급공동행동’ 에 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기 때문에 나의 짝을 찾는데 애로사항이 있다는 정도(?) 빼고는 없는 거 같은데. 사 실 성정체성을 넘어 여자들끼리 있으니까 더 편하고 좋더라. 헤헤. ● 일이삼반 이구동성(異口同性)은 성정체성이 다양한(다른) 사람들이 모여 성소수자(동성애)인권과 성에 대해 말하는 민우회 소모임입니다.
2007. 11∙12 45
지부소식 www.womenlink.or.kr
차 초등교과과정은 생활과 활동을 통해 자
1부 : 청소년 영어연극
기주도적 학습을 하도록 계획되어 있어서,
2부 : 기타선율 속에 즐거운 파티
이를 활용하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스스
�일시 : 12월 말 예정
로 서고, 함께 서는’아이들을 키우는데 도
�장소 : 본회 교육장
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가비 : 50,000원 (조합원40,000원/ 회당 10,000원)
고양여성민우회
[생협포럼] 21세기 비전만들기 - 한국의 워커즈 사례를 중심으로
�일시 : 12월 5일~28일, 매주 수, 금요일
�강사 : 김정희
�프로그램
�일시 : 12월 20일(목) 오전10시-12시
시식체험단 모집
5차(19일) 수학-수준에 맞게 공부하는 방법
시식 체험단은 한달에 한번 모여 개발 중인
6차(21일) 국어-지식 입력의 창구인 국어 과 이해
생활재를 시식하고 모니터합니다. 우리에게
�장소 : 본회 교육장 군포여성민우회 제8차 정기총회
필요한 생활재와 개선이 필요한 생활재에
7차(26일) 영어-실제 교과서의 구성 이해
�일시 : 2008년 1월 19일(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실 수 있습니다. 생활
8차(28일) 예체능-삶을 즐기는 교육의 중
�장소 : 본회 교육장
재를 사랑하는 조합원 여러분의 참여를 기
요성과 의미
다립니다. �문의 : 031-918-9774, 017-399-1580(박정아)
노래 소모임
서울동북여성민우회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생협 사무실에서 모입니다. 노래를 사랑하는, 노래를 가까이
도봉구의원 의정활동비 결정시 진행된
냉장육 먹는 날
하고 싶은 분은 오세요.(강사비는 월단위로
주민의견수렴조사에 대한 주민감사청구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은 매장으로 냉장육
각출합니다.)
지난 12월 5일 도봉구의원 의정활동비가 기 습 통과되어 연 5700만원으로 확정되었습
한우예찬 소고기와 해올림 무항생제 돼지고
니다. 이에 반대한 도봉구주민들과 함께 의
기가 오는 날입니다. 안심, 로스, 삼겹살 등
광주여성민우회
과 더불어, 평소에 공급이 어려웠던 특수부
정활동비 결정과정에서 진행된 주민의견수 렴조사 과정의 문제점을 밝히기 위한 주민
위도 옵니다. 냉동육도 냉장고에서 서서히 녹이면 맛이 떨어지지는 않으나, 냉장육의
한부모가족공동체‘그루터기’ 송년모임
감사청구를 진행합니다. 주민감사청구를 위
고소한 맛을 조합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일시 : 12월 27일(목) 오후 6시30분
해서는 100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마음으로 매장에 달려오십니다. 많은 참여
�장소 : 본회
함께 하실 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일시 : 12월 13일~12월 17일
있으시길 바랍니다. �일시 : 12월 5일(수), 19일(수), 1월 일정은 문의 바랍니다.
광주여성민우회 8차 정기총회 �일시 : 2008년 1월 24일(목) �장소 : 북동신협 4층
2008년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정기총회 지난 2007년 활동 내용과 성과를 함께 나
품앗이 교육-제 7차 초등 교육과정의 이해
누고, 2008년의 새 계획을 함께 만드는 자
‘기적의 품앗이 학습법’ 의 저자 홍도미 선
군포여성민우회
생님과 함께 제7차 초등교과과정에 대해 살 펴 봅니다. 우리는 학교교육의 부족한 점을
리입니다. �일시 : 2008년 1월 15일(화) 오전10시
메우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들여 많은 사교
군포여성민우회 회원송년회
육을 시키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제7
�프로그램
46
�장소 : 도봉구의회 3층 회의실
�장소 : 도봉여성센터
서울남서여성민우회 민우공방의 1강 대안생리대 만들기
2008년 원주여성민우회 정기총회
회원의 날
�일시 : 2008년 1월 중
�일시 : 2008년 1월 11일(금)
�장소 : 민우회사무실(변경가능)
�장소 : 본회 교육장
조금 불편하셔도 만드는 재미와 여성의 몸 을 생각하여 대안 생리대를 만들어 보아요.
인천여성민우회
�일시 : 12월 17일(월) 오전10시~12시
진주여성민우회
�장소 : 남서여성민우회 교육실 송년의 밤 - 붉게 물든 밤의 작은 음악회
해솟음수련회
민우공방의 2강 크리스마스리스 만들기
�일시 : 12월 18일(화) 오후 7시
�내용 : 총회를 앞둔 회원들의 공유의 장
�일시 : 12월 20일(목) 오전10시~12시
�장소 : 미정
�일시 : 2008일 1월 12(토)
테마기행
�장소 : 해야해야 공부방
오후 4시
�장소 : 남서여성민우회 교육실 함께 여행하면서 친목을 다지며 모처럼의
서울남부여성민우회 서울남부여성민우회 회원송년회
휴식을 취하는 날~!
진주여성민우회 제11차 정기총회
�일시 : 12월 22일
�일시 : 2008년 1월 17일(목) 3시
�장소 : 미정
�장소 : 진주여성민우회
�일시 : 12월 20일(목) 오후 8시 �장소 : 카스 (개포동 공신빌딩 지하)
한부모가족 문화체험 프로그램
대상관계부모교육
�준비물 : 만원과 즐거운 마음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으로 문화체험 기회가
�내용 : 김옥희 선생님과 함께하는 부모교육
�드레스코드 : 노랑색~~!
적은 한부모 가족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일시 : 12월 5일~2008년 1월 30일
가족간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장소 : 진주여성민우회
서울남부여성민우회 제3차 정기 총회
�일시 : 12월 23일(수)
�일시 : 2008년 1월 17월(목) 오전 10시30분
�장소 : 강촌리조트
춘천여성민우회
�장소 : 목양교회 (개포동 공신빌딩 6층) 공부방 일일 캠프
원주여성민우회 내가 만드는 크리스마스 선물-소품만들기
야호! 눈썰매장에 놀러 간다~!
간담회(일본지방자치노조 사무국장)
�일시 : 2008년 1월 17일(목)
�내용 : 일본 지방자치노조 현황, 풀뿌리
�장소 : 인천대공원
�내용 : 퀼트 동전지갑, 규방공예와 매듭, 손뜨개 소품 만들기 �일시 : 12월 3일~12월 18일/매주 월, 화 요일∙오전 10시30분
민주주의 �일시 : 12월 28일(금)
2008년 인천여성민우회 총회 �일시 : 2008년 1월 18일(금) 예정
회원 활동가 워크삽
�장소 : 본회 사무실
�내용 : 2007년 사업평가, 2008년 계획짜기
�장소 : 민우회 사무실
�일시 : 12월중 상담원심화교육
여성학 공부 모임 �내용 : 여성학관련 서적과 비디오시청 및 토론
�내용 : 전화상담원 교육이후 심화교육과 수퍼비전을 통해 한부모상담
�일시 : 격주 화요일(변경가능)
�일시 : 매주 금요일
�장소 : 민우회 사무실
�장소 : 본 센터 교육장
2008년 정기 총회 �일시, 장소 : 미정
2007. 11∙12 47
독자마당 회원이 민우회의 주인입니다.
2008년을맞이하여보내는 구조SOS
[함께가는 여성]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듣습니다. [함께가는 여성]을 읽고 느낀 점이나, 민우회에 바라는 의견을 보내주시면‘독자마당’ 을 통해 소 개해 드립니다. 채택된 의견에 대해서는 민우회가 마련한 감사의 선물을 드립 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독자의견은 민우회 이메일 minwoo@womenlink.or.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함여를 통해 할 이야기가 있다고 비집고 들어와 작은 칸 을 빌려 씁니다. 회원분의 소중한 회비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는 회원팀 입니다. 내년에도 민우회를 향한 무한 애정과 관심, 비판 과 제언으로 함께 해 주세요.
! 인상하기 웃어라 민우회! 민우회원 생활백서 사알~짝 회비 �
민우회에 대한 나의 애정을 표현하고 싶다.
�
민우회로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낸다.
�
천원이든 만원이든 사알~짝 회비를 올린다.
올해‘민우회 이전한다’ 는 이야기를 여러 지면을 통해서 보셨을 테지요. 사무실 이전이, 없는 살림의 민우회에게는 그리 녹록치 않은 부담이 되어, 이전기금을 모으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도 아직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사알짝 회비 인상하신 고마운 회원분들!!! 김지숙 최인혜
그래도 어디로, 언제 이전하는지 관심 가져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모든 따뜻한 목소리에 감사드려요. 저희는 마포구
신입회원 여러분 환영합니다
성산동으로 춥지 않은 날 이전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조진희 안정인 이용화 정진희 김지민 김은희 윤다림 정영남 최유리
바래요.^-^
조을선 성치훈 유웅열 윤혜정 지민숙 조승필 권경순 이필구 김강필
사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올해 민우회 회원확
백선영 박진희 황혜정 허필용 김고운 신미옥 김지희 한정연 나혜영
대가 많이 되지 않아서, 회원회비가 전반적인 감소추세입
김경미 정현오 서미숙 김용희 김상덕 이훈남 변선미 강재은 문선영
니다. 많은 회원분들이 열심히 회비를 내어도 여전히 민
장명임 최윤영 황선아 송젬마 이미월 윤미정 주형규 안범준 마경희
우회 살림은 팍팍하네요.
김현순 최애리 이인환 김미애 이정아 정미영 이난희 김태훈 오주섭
2008년부터는 회비를 2천원, 3천원 살~짝 더 올리는 건 어떨까요? 회비를 월마다 내시는 분도, 1년 단위로 내시
이복임 문춘희 한현희 한연희 강미숙 허경화 양정아 박종님 안병일 한송임 박안수 김상표 안병일(2) 박연성 배순직 배정아 (2007년 10월 6일~12월 11일)
는 분도 조금 더 회비숫자를 높게 변경해 보아요. 2008년 새해계획을“회비인상” 으로 시작하시기를 기원하 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회비인상을 결의하신 회원님은
정정합니다!
언제든 회원팀으로 연락 주시면 돼요. 회원팀 02)737-
9∙10월호 모람풍경「지엄 또는 지음(知音)」 의 필자 성명을‘임계재’ 님으로
5763이나 메일 friend87@womenlink.or.kr로 연
정정합니다. 임계재 선생님 죄송해요!!
락 주셔요. 항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회비에 목이 말라, 건조해진 목을 부여잡고 일하는 회원
48
팀입니다. 콜록콜록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하고 건강하게
2007년 한 해 동안
보내세요.^-^
민우회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문의 02-737-5763 팩스 02-736-5766 / 02-739-8871 고용평등상담 02-706-5050 팩스 02-736-5766 / 02-739-8871 미디어운동본부 02-734-1046 팩스 02-739-8871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02-739-8858 팩스 02-736-5766 / 02-739-8871 상담 02-739-1366~7 한국여성민우회 생활협동조합 02-581-1675 팩스 02-3679-2202 서울남부여성민우회 02-459-3519 팩스 02-3411-3519 서울남서여성민우회 02-2643-1253 팩스 02-2643-1252 매장 02-2643-6060 서울동북여성민우회 02-3492-7141 팩스 02-3493-9221 생협 02-3492-7140 생협매장 02-3492-9999 고양여성민우회 031-907-1003 팩스 031-907-5009 매장 031-919-1774 상담 031-919-1366 광주여성민우회 062-529-0383 팩스 062-529-0384 상담 062-521-1366 성폭력쉼터 062-462-1366 군포여성민우회 031-396-0201 팩스 031-394-2343 매장 031-396-0261 상담 031-396-0236 원주여성민우회 033-732-4116 팩스 033-744-0113 인천여성민우회 032-525-2219 팩스 032-525-2256 진주여성민우회 055-743-0410 팩스 055-746-9771 매장 055-746-7077 상담 055-746-7462 춘천여성민우회 033-255-5557 팩스 033-243-9746 상담(노동) 033-254-2155
참여하는여성이아름답다! 여성이웃는다! 세상이웃는다!
Korean WomenLink (110-102) 서울시 종로구 평동 27-9 동평빌딩 4층 Tel 02-737-5763 Fax 02-736-5766 E-mail minwoo@womenlink.or.kr 홈페이지 www.womenlin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