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the Sao-tome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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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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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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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Prologue

연말 송년회에 소주 한 잔 들고 지난 한 해를 회상하듯, 아프리카의 자그마한 나라에서 매일 마시던 그윽한 에스프레소가 그리워 질 때면 이 책을 펼쳐들 것이다. 야외에 있는 펍에서 거품 그득한 맥주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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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약해 잘 보이지 않는 새까만 현지인들과 ‘유로 2012’를 응원하던 순간들. 숙쓰럽게 여자친구의 사진을 꺼내며 나로부터 입에 발린 칭찬을 기다리던 티아고의 표정. 딱히 특별한 일 없는 소소한 생활들이었지만 그 곳에 묻혀 지내며 오감으로 느낀 원색의 강렬함은 특별했다. 일주일에 닷새를 지하철에 갇혀 점차 색을 잃어버릴 때, 이곳에서의 회상은 수채화 물감 번지듯 다시금 활기를 채워준다. 상투메 프린시페에서의 32일은 신사동에서 먹는 근사한 스테이크보다는 어머니가 차려주신 김치 한 쪽과 밥 한 숟갈이었다. 강렬하지 않지만 그윽하게 나를 있게 해주는 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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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Contents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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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 프린시페 정보

1. 수도 상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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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 가는법 상투메를 그리다

2. 동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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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아이제, 산타나

3. 서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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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베스, 산타카트리나

4. 중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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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린다데

5. 남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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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리쉬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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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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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 프린시페 정보

정식명칭은 상투메프린시페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Sao Tome and Principe)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서쪽으로 약 320km 떨어져 있으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다. 화산섬 인 상투메섬과 프린시페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도의 명칭은 상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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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다. 기후는 열대우림기후로서 고온다습하다. 연평균 기온은 저지대 기 준으로 27℃, 고지대 기준으로 20℃에 이른다. 계절은 크게 우기와 건기로 나뉜다. 우기는 9월부터 5월까지, 건기는 6월부터 8월까지 이다. 연평균 강수량 많은 관계로 여행은 건기가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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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상투메프린시페는 포르투갈이 발견해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 때문에 주민의 대부분은 흑인노예들의 후손으로 구성되어 있다. 1950년대에는 상투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해 앙골라, 모잠비크 의 노동자들이 대거 몰려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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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대부분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며, 종교는 가톨릭이 많다. 인구는 약 15만명으로 서울시 종로구 인구(2010년 기준)보다 약간 적다. 그 중 5만2천여명이 수도 상투메에 거주하고 있다.

역사 상투메프린시페는 1470년 포르투갈인이 발견하였으며, 1485년 경부터 노예가 수입되어 당시 최대의 설탕생산지가 되었다. 그 후 1822년 카카오 재배가 시작되어 세계 최대의 카카오 산지로 번영 하였다. 그러나 1905년 주민들의 노동조건이 노예상태와 다름없다 는 것이 전세계에 폭로되었고, 그것이 농업생산량 감소의 한 원인 이 되어 1913년 가나에 그 지위를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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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모잠비크·앙골라로부터 약 3만 명의 아프리카인 노동자가 이주해 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커피·코프라·코코야자 등의 농원 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1963년에 포르투갈 해외주가 되었으나, 상투메프린시페 해방운동 이 전개되어, 1975년 7월 12일 독립하였다. 1975년 12월의 헌법개 정으로 국회의원과 초대 대통령이 취임하였다. 1995년 내부 군사쿠데타가 발생하였으나, 미국과 EU에 의해 진정 되었다.

상투메 프린시페를 발견한 포르투갈 항해사들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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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나를 기다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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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친구로부터 전화 가 왔다. 유명한 미술대학 Mal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이하 MICA)에 다니는 친구는 학교 여름캠프로 아프리카에 간다고 했다. 덫 붙여 상투메 프린시페 와 카보베르데라는 나라에 간단다. 인터넷 을 검색해보자, 상투메 프린시페는 한 주간 평균적으로 20명 남짓의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매우 희귀한 국가임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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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독특한 국가의 방문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어릴 적부터 아프리 카에 꼭 한번 가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타 학교생의 참가 가능 여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돌아온 답변은 MICA 교수의 흔쾌한 허락이었다. 운이 좋다. 게다가 장학금까지 받아 갈 수 있단다. 역시 밑져야 본전 찔러 보길 잘했다. 바로 대략적인 경비를 산출해보자, 방학 중 가려던 미국 서부 여행보 다 저렴했다. 그래, 결정했다. 그 어느 매체로도 접해보지 않은 모르 는 길로 들어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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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 없이 여행을 해봐라. 늘 아는 길만 다니는 것은 안전하기는 해도 지루하다. 모르는 길을 헤매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운다.

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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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A학교의 상투메 여름캠프 리플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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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베르데 Cape Verde

상투메프린시페 Saotome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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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서 카포베르데Cape Verde 카포베르데에서 상투메Sao tome and Principe로 비행기를 갈아탄다.

공항의 끝자락 까지 하염없이 걸어갔다. 그제서야 우리가 이용할 아 프리카 항공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상투메를 그리다

생전 처음 보는 항공사의 이름 ‘TAAG’. 앙골라의 대표 항공사 이름 이다. 따라 불러보고 싶은 강한 악센트에 매료되어, ‘타아아아그’를 반복적으로 외친다. 조그마한 계단을 통해 비행기에 들어섰다. 비행 기 시트에 얼룩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본다. 곰팡이가 숙쓰러운 표정 으로 피어있다.

이렇게 덜그럭 거리며 비행기는 하늘을 뚫고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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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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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처음 가보는 낯선 땅에 대해 상상을 한다. 지금의 상상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하는 상상과는 다를 것이다. 도착 전 여행지에 대한 나만의 상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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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함이 있다.

소개팅에 나가기 전 처럼.

물론, 소개팅에서의 실망감 같은 기분은 없을꺼야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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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렇게 못생겼나?

우웩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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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리카에 대해

이 정도의 상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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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는 섬나라이니까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있을꺼야 파란색 물고기를 매운탕으로 끓이면 과연 무슨 맛일까? . . . . . 배고프다.

파란물고기는 진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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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를 그리다

기내식으로 카스텔라와 삶지 않은 야 채가 나왔다. 생야채를 본 것은 아프리카에 있는 동안 이 기내에서 본 게 마지막이 되었다. 좌석 앞에는 앙골라에서 발행 된 잡지가 있다. 상투메 프 린시페는 역사적으로 앙골라와 매우 밀접하다. 공통적으로 두 나 라 모두 구 포르투갈령(領) 식민지였으며, 1950년대에는 카카오 및 커피의 농업이 발전하면서 앙골라와 모잠비크에서 약 3만 명이 상투 메 프린시페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매체들이 상대적으 로 발전한 나라인 앙골라로부터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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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비행기에서 착륙에 앞서 벨트를 착용하라고 방송한다. 창 밖 으로 점차 육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비행기에서 육지가 보이기 시작 할 때면, 그 나라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할 때에는 황량한 사막에 간간히 건물들이 보 였다. 인천공항에 도착 할 때에는 서해바다와 갯벌들 그리고 작은 섬 들이 보였다. 일본 오사카는 하얀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이번에는 산호색 바다와 짙은 녹색 의 우거진 숲이 보인다. 상투메다. 인공적인 요소라고는 하나도 있지 않은 순수자연이 보인 다. 착륙이 시작되고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자, 승객들이 박수를 치 고 휘파람을 불렀다. 성공적인 착륙을 환영하는 소리에 나도 덩달아 신이난다. 귀향의 기쁨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아프리카 땅을 처음 밟는 설레임 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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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도착. 아프리카의 태양이 강하게 내리쬔다. 8월의 해운대에서 쬐는 햇볕보다 세 배쯤 강하게 느껴진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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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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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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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를 그리다

상투메 프린시페의 수도. 5만 2천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14세기 후반 포르투갈 군에 의하여 수도로 지정되었다. 그 이유는 해안의 형태가 둥글게 파여있어 배가 정착하 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수도에는 대통령 관저, 공항, 중앙시장, 항구 등등 모든 주요 기관이 응집되어 있다. 이들 사이는 대부분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밤에는 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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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관계로 매우 어두우니 조심해야 한다.


수도 상투메에 위치한 성당에는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발 디딜틈이 없다. 아프리카 맑은 하늘을 향해 우뚝 선 첨탑만큼 주민들은 서로의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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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30분동안, 창밖으로 새로운 문화들이 유수같이 지나가자 눈이 혼란스러웠다. 피부가 검은 아프리카 인들(생각보다 피부톤이 다 양했다. 포르투갈의 긴 식민통치로 인해 혼혈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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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히 있다.), 형형색색의 옷, 수 없이 많은 야자수와 바나나 나무,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등. 그러나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은 우리뿐 만이 아니었다. 상투메의 주민들이 차량 안에 있는 우리들을 신기하게 보며 저희끼리 수군댄다. 개중에는 경계의 눈빛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손 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다. 각양각 색의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하였다. 연간 관광객 수가 적은 관계로, 상투메 주민들이 외지인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적다. 그래서 흰 피부가 지나가면 신기하게 쳐다본다. (나의 누리끼리 한 피부도 그들에겐 흰 피부다.)

마치 국민학생 시절, 대전 시내를 돌아다니다 지나 가던 흑인을 보고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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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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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도착했다.(명칭은 호텔이지만 여관크기라고 생 각하면 된다. 상당히 깨끗하다.)

바로 길 건너에는 분홍

색의 큰 저택이 보인다. 마치 일산에 있는 부잣집 저택 같다. 운전기사 아저씨께 무슨 건물인지 묻자, 대통령 관저란다. “네? 대통령 관저요?” 상투메는 인구 15만 명 남짓의 매우 작은 국가다. 대 통령 관저와 관공서, 중앙시장, 항구 등등 모든 주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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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들이 모두 수도에 위치해있는데, 각 시설 사이의 거리

한 앞에 위치 숙소 바로 저 대통령 관

를 도보로 20분 내로 모두 갈 수 있다. 구지 비유하자면, 집 앞에는 청와대가 있고 오른쪽엔 동 대문 시장이, 왼쪽에는 인천항이 있는 것이다. (놀라웠다. 걸 리버 여행기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걸어서 웬만한 곳에는 다 갈 수 있다니.)

대통령 취향 참 독특하다. 분홍색이라니. 혼잣말 을 하는 중에 방배정이 끝났다. 호텔 안으로 향하는데, 한 직원이 호텔 안쪽에 위치한 야자수에서 코코넛을 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환영의 의미로 코코넛을 하나 씩 주었다. 약간은 떨떠름하지만 목 끝 에서 시원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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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조심 하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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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나와 10분정도 걷다보니, 음식점 단지가 나왔다. 입구와 가 까운 건물부터 각 숫자가 매겨져 있다. 우리의 발길이 멈춘 곳은 24번째 건물. 커다랗게 B24라고 쓰여 있 다. 노란색 창살과 밀집으로 엮어만든 지붕이 인상적이다. 이미 두명 의 손님들이 삶은 야채와 과일을 안주삼아 낮 술을 한 잔 하고 있었다. 표정를 보아하니 이런 대화가 아닐까. '자네 얼굴에 고민이 역력하군, 독주 한 잔 걸치고 어디 허심탄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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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말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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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오늘 조리가 가능한 생선 이름이 적혀져 있다. 음식점 주인 들은 아침이 되면 시장에 나가 생선을 사온다. 오늘은 청새치 2조각, 코르비나2조각(사전에는 조기류로 분류되어 있지만, 큰 놈은 크기가 1m에 달한 다. 한국에 이만한 크기의 조기가 있다면 명절선물로 제격이겠구나),

날치 십 수

마리를 가져온 것 같다. 음식점에는 보편적으로 냉장시설이 없기 때문에 그 날 사온 생선은 그 날 다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정말 먹고싶은 생선이 있 다면 하루전날 예약을 해야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만약 가져온 청새치 조각이 오늘 안 팔리면, 그날 음식점 아들은 호 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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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투메 프린시페에서 내가 꼽는 가장 매력적인 음식은 바나나튀김이 다. 다양한 생선요리와 독특한 과일들도 뛰어나지만, 흔하디흔한 바나나 를 그냥 튀긴 것은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튀김이 주는 적당한 느끼함과 함께 담백하고 달달한 맛이 난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우유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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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튀긴 바나나는 껍질보다도 더 노랗다. 아프리카 대륙의 뜨거운 태양과 식당 주변을 둘러싼 녹색 숲이 노란 색을 더욱 밝혀준다.

대부분 의 아프 리카국 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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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먹 는 바나 나 튀김

황금빛이 난다!


2. 레스토랑에 혼자 갔다. 브라질산 맥주 한 병에 바나나 튀김을 먹을 심산이었다. 메뉴판을 펼치자 Batata Frita 라고 쓰여 있다. 단어의 생김새를 보아하니 튀긴 바나나 같아 보이길래 자랑스럽게 주문했다. 그러자 식탁 앞에 나온 것은 감자튀김이다. 포르투갈어로 Batata는 감자(Potato)고 바나나는 그대로 Banana이 었던 것. 바타타건 바나나건 무엇이든 어떠하랴. 태양아래 바닷바람을 솔솔 맞으며, 야자수 그늘 아래서 먹는 데에는 무엇이든 용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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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를 그리다

상투메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있다.

개도 있다.

돼지도 있다.

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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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간혹 교통체증이 일어난다.

빵!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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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상투메를 걷는 동안 만나는 소소한재미 중 하나는 바로 벽화다. 건물마다 가끔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매우 독특하다. 우리는 보통 사람을 그릴 때, 흰 바탕에 그림을 그린다. 검은색으로 선을 그리고 살색을 채워 넣는다. 여기에서 본 벽화는 대부분 검은 바탕에 인물을 그렸다. 피부가 어둡기 때문에 발상을 전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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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문양들과 발가벗은 인물들의 표현이 무척 아프리카스럽다.

다산을 의미하려는지, 여성 나체 그림이 많다.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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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 시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벽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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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 시내에 있는 시장에 들어섰다. 온통 노란색과 녹색이다. 바나나, 파파야, 스타후르츠 (Star Fruit, 별모양의 열대과일, 모서리 부분만 갉 아먹어 별모양을 원모양으로 만드는 재미가 있다),

망고, 오렌지 그리고 정체

모를 과일들. 조심스럽게 한 개씩 사고 싶어 교수님께 통역을 부탁했다. 그러나 열매를 까고 있던 아주머니는 들은 체 만 체다. 더 많이 사가 라는 심술이다. 시장을 가득 매운 노란 빛 물결들이 시장의 활기를 더욱 불어넣어 주 는 듯 보인다. 나도 덩달아 활력이 나서 그런지 시장에 온 이쁜 처자들만 보인다. '저와 함께 망고 한 입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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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 가는법 대한민국에서 상투메 프린시페로 가기에는 솔직히 무리가 있다. 그러 나 불가능 하지는 않다. 상투메 프린시페의 방문에 관심이 있는 의지의 한국인을 위해 가는 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한국에는 상투메 프린시페에 대한 가이드북이 없다. 심지어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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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찾아봐도 정확한 정보가 없는 실정이다.)

비자 상투메 프린시페에 들어가기 위해선 비자가 필요하다. 한국에는 대사 관이 없는 관계로 가봉에 위치한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상투메 프린시 페를 겸임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봉 주 대사관에서 비자발급 업무가 가능하다. □ 주한 가봉대사관 :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8-20 / 전화 : 02-793-9575 □ 가봉 내 대한민국 대사관 : B.P.2620, Libreville, Gabon / E-mail :gabon-ambcoree@mofat.go.kr / 전화 : (241)73-4000, 05-30-1900 / http://gab.mofat.go.kr/korean/af/gab/main/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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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발급을 위한 물품 사증신청서, 여권사진 2매, 숙박예정지 확인서(호텔로부터 이메일을 통 해 발급), 입국시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Yellow Fever)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의 입국을 위해선 이 예방접종 증명서가 필요하 다. 인천 검역소에서 외에 타 검역소에서 발급 받을 수 있다. □ 국립 인 천 검역소 인천 중구 항동 7가 1-17 / 032-883-7503 (반드시 사전에 전화로 상담 및 예약을 해야한다. )

황혈병 예방접종 증명서. 입국 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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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상투메 프린시페로의 항공편은 2회 이상의 경유가 불가피하다. 일단 리 브르빌 공항 (가봉)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리브르빌 공항 근처에 주 대 한민국 대사관이 있기 때문에, 상투메 프린시페로 가는데에 문제가 생겨 도 여기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나이지리아나 앙골라를 통 해 가는 방법도 있다. 가봉으로 가는 방법은 프랑스 항공사를 이용하여 프랑스를 거쳐 가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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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한 회사로 연계가 가능하다. 에어프랑스와 루프트한자 항공을 알아볼 것.), 국내 항공사를 통해 케냐 나이로비까지 간 후에 가봉으로 가는 방법 이다. 이 후 리브르빌에서 상투메 프린시페로 에어 나이지리아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상투메로 들어가는 항공은 보통 일주일에 2,3번 밖에 운행되지 않기때문에 꼼꼼한 일정계획이 필요하다.

교통 교통편은 크게 버스와 택시 그리고 오토바이가 있다. 혹은 현지에 있는 여행사를 통해 다른 여행객과 함께 다닐 수 있다. 택시와 오토바이의 경 우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많다. 타기 앞서 내국인에게 평소 택시비가 얼마인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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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로 가는 항공표

상투메에서 나오는 항공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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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적 한국에서 상투메 프린시페에 대한 서적이 없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미 국에서 책을 구입해야 한다. -『 Sao Tome and Principe 』By Kathleen Becker. The Bradt Travel Guide (필자에게 현지에서 가져온 여행가이드가 있다. 포르투갈어와 영어로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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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있다. 필요하신 분이 있다면 공유가 가능하다.)

숙박 다양한 호텔이 있지만, 필자가 숙박한 곳을 강력히 추천한다. 싱글 침대 기준으로 60유로 (85000원)정도 한다. 조금 비싼 편이지만 매우 깔끔하 고 에어컨의 이용이 가능하며, 대통령 관저가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추가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Hotel Avenida Av. da Independência, C.P.257 Ilha de São Tomé Phone:(+239)222368 / Fax:(+239)221333 Revenida@sol.tome.telepac.net http://www.saotomehotels.st/aguagrande/residencial-avenid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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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 상투메 프린시페의 화폐단위는 도브라(Dobras) 이다. 환율은 1달러 =18000도브라 정도된다. 한국에서는 환전을 할 수 없으며, 상투메 공항 에서 달러를 이용해 환전해야 한다. 시내에 위치한 국제은행에서 신용카 드로 현금인출이 가능하지만, 인출하기가 매우 버거우므로 현금으로 가 져갈 것을 추천한다.

의약품 황열병 예방접종은 필수이다. 추가로 상투메 프린시페는 말라리아 감염 위험 지역이므로 말라리아약을 섭취해야만 한다. 가까운 보건소에서 받 을 수 있다.

전기 상투메 프린시페는 220 볼트를 사용한다. 미국식 플러그(110볼트)의 경 우 어댑터가 필요하다.

안전 상투메 프린시페는 매우 안전한 나라이다. 마을 주민들이 서로를 다 알 정도로 인구 수가 적기 때문에 범죄 자체가 없다. 그래도 상투메의 밤은 전기가 없어 매우 어둡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소매치기가 있을 수 있으니 목걸이 혹은 벨트형 지갑을 소지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칠흑같은 밤에는 사람이 가까이있어도 잘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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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펴고 맨발로 나와 식당 의자에 앉았다. 아침 6시인데 이미 해는 중천이다. 습관처럼 바나나 3개와 에스프레소 한 잔을 가져온다. 가지런히 잘 려진 주황빛의 파파야도 4조각 정도 가져온다. 6조각 이상 먹으면 배 에서 꾸루룩거리니 조심해야 한다. 여차하면 오후 즈음 이동 중에 아 픈 배를 붙잡고 숲으로 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향과 맛이 아득한 아프리카산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마신다. 아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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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움을 쫓아낸다. 그러나 효력은 단 10분이다. 이 내 다시 졸린 눈 으로 5번째 바나나 껍질을 깐다. 그래, 이렇게 멍하니 있지 말고 오늘 아침은 드로잉을 좀 해보자 하 는 생각에 스케치북을 가져온다. 하지만 아침 8시 즈음의 아프리카의 온도는 이미 펜을 든 손등의 땀구멍을 스멀스멀 열기 시작한다. 결국 스케치북을 덥고 찬 우유와 함께 6번째 바나나 껍질을 깐다. 아, 오늘은 파파야를 3조각 반 밖에 먹지 않았는데 꾸루룩 배에서 요 동친다. 안되겠다. 조우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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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호텔 종업원


바나나와 함께 하는 에스프레소는 일품이다. 앞에 있는 종업원의 몸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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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이번 캠프의 리더이자 교 수. 상투메에 사는 여인 을 아내로 둔 낭만주의 프렌치가이. 가끔 길을 걷다 이것저것 주워 작품 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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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드라. 교수이자 작가. 키가 크 다. 아프리카에서의 전시 를 위해, 키와 맞먹는 길 이의 지통(도화지를 넣는 도구)를 들고 왔다. 그래 서 처음 만날 때, 겁먹었 다. 미소가 이쁜 그녀.

딩딩. 아프리카에 운동화 한 켤 레 없이 굽 있는 샌들만 들고 온 딩딩. 어리벙벙 한 모습과 이름이 어울리 는 아이. 비틀 비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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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항상들고다 닌다

다니엘 칫솔을 가져오지 않아도 기타를 들고 온 아이. 축 구팀 FC바르셀로나의 광 팬. 무척 활발하다. 길거 리를 방랑하는 가축들만 1000장정도 찍고 돌아왔 다. 무색한 카메라.

몰리 무지갯빛으로 머리 을 한 남자보다 더 같은 여자아이. 락 트를 막 마치고 온 포스.

항상 흘러내리는 브레지어 끈이 무기

염색 남자 콘서 듯한

클로이 20일만에 상투메의 킹카 남자친구를 만든 아이. 마지막 떠나는 날 가장 큰 선물을 받았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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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나이에 비해 앳돼 보인 다. 언제나 고독을 즐기 는 듯하지만, 누군가 사 진을 찍기 시작하면 어느 새 뒤로 가 천진난만 한 포즈를 잡는다.

상투메를 그리다

짠!!!

새롬 살타기가 죽기보다 싫어 한다. 일행 중 가장 작은 몸집이지만, 가장 큰 모 자를 쓰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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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맷. 뉴욕 토박이. 상투메에 스케이트 보드를 가지고 왔다.

드레드헤어스타일을한맷. 아프리카와잘어울린다. 냄새가나는것빼고.

한가지문제는맷은흑인남자들을 무척좋아하는(?)동성애자라는점.

Hey! Minjae. Did you see the guy who have a super sexy hot body?

그게뭐 어쩌라고

민재!너저기섹시하고 미끈한몸의남자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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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열대지역인상투메에서남자들은 대부분웃옷을벚고다닌다. 맷에게그들은아마도이렇게보이는가보다.

상투메를 그리다

응?

샬랄랄라

아..........

휙-

너무좋은나머지가끔은 거친숨을몰아쉬기도한다.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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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오오오

소리만은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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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우리를 가이드 해주는 버스기사 레네 아저씨. 그의 얼굴과 어깨에는 예사롭지 않은 흉터가 있다. 그는 앙골라 내전 당시 군인이었으며, 흉 터는 그 당시 생겼다고 한다. 상투메 프린시페로 온지는 10년 정도 되었다고 덫 붙였다. 1975년 앙골라는 포르투갈로부터 독립 이후, 30년간 내전을 하였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앙골라의 내전은 소련 및 쿠바를 지지하는 공산세력과 미국을 지지하는 연합세력의 충돌이었다. 이 내전은 엄 청난 사상자를 낸 채, 2002년 평화협정이 체결됨으로써 종식되었다. 아마도 아저씨 역시 내전 간 경험해야만 하는 끔직한 과거가 있을 것 이다. 궁금했다. 그러나 묻지 않았다. 아저씨의 손은 투박했지만, 운 전대를 사뿐히 잡은 모습은 차분했다. 그는 상투메로 와 결혼하고 세 아들을 낳았다. 과거가 어떻든 지금은 그 어느 순간보다도 행복해 보 인다. 아저씨에게 막대 사탕을 하나 주자, 무척 고마워하며 흉터 난 손으로 사탕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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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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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일화 된 건물들에는 역사 속 고통이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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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 프린시페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방 문한 마을의 이름은 아구아이제 AGUA-IZE. 하얀 시멘트로 만들어진 규격화된 건물들 이 줄지어 있고, 마을의 끝자락에는 페허가 된 병원이 있다. 상투메 프린시페에 있는 몇 안 되는 마을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 째는 건물 및 도로등이 인공적으로 정 비되어 있는 마을. 둘 째는 일정한 틀이 정 해지지 않은 자연적인 마을이다. 전자의 경 우는 보통 과거 포르투갈에 의해 플렌테이 션(대농장)으로 이용되던 마을이다. 아구아이제 역시 포르투갈에 의해 커피를 생산하는 대농장 지구였다. 5세기가 지나 독립후에서야 생산이 중단되었다. 지금은 모두 농업과 어업을 통해 자급자족을 한다. 그래서 마을 중앙에는 과거에 쓰이던 병원 및 관공서의 폐 건물들이 있다. 그리고 몇 몇 주민들은 그곳에 터를 마련하였다. 오늘 날에는 병원을 가야 할 경우 수도에 위치한 개인 병원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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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철골만 남은 지붕과 까맣게 그을린 벽들 사이로 아프리카의 따스한 빛이 들어온다. 어느새 칙칙한 건 물 내부가 환해진다. 마치 지금의

상투메를 그리다

아구아이제 상징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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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팬 잘 안 사인회 는 하는 데말 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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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아이들을 찍기 위해 사진기를 들면, 갑자기 너도나도 포즈를 취하곤 한다. 간혹 지나가는 나를 붙잡고 본인을 찍어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면 참 곤혹스럽다. 여자아이들이 취하는 포즈는 정말 프로페셔널 하다. 흡사 고깃집 벽 면에 붙어있는 소주 포스터의 모델과 같다.

상투메를 그리다

오옷! 포토제닉감 소녀 발견!!

헛 !!

잠깐만 기다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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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와 !!

질질

짠! 이젠 나를 처음처럼의 그녀처럼 찍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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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멍멍아 제대로 포즈좀 안잡을래?

꽈악..

76 아구아이제AGUA IZE 의 폐허가 된 병원에서


아닛!!! 저 시꺼먼 물체는 카아메라!

!

이 아이들은 본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모델의 끼'를 알 수 가 없다. 평생 카메라를 가질 수도, 만져 볼 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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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계속해서 병원을 돌아보던 중, 한 아이가 다가왔다. 마치 기관총에 쏘인 듯 구멍이 송송 뚫린 옷을 입고 있었다. 아이는 손짓 발짓을 해가며 아이들이 어떻게 자고, 먹고 심지어 싸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말이 통 하지 않기에 바디 랭기지를 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친구들과 어 울리는 것을 보고 선, 이 아이가 벙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말을 할 수 있는 아이보다 더 반갑게 이방인을 대하던 그 아이의 눈

상투메를 그리다

은 정말 맑았다.

화장실의 위치과 방법(?)을 알려주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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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 의하면 이들은 나무에 올라가 브래드 후르츠(Bread Fruits) 와 바나나를 따 먹는다. 판자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공간에서 요리를 하며, 다른 공간에서 잠을, 또 다른 공간에서 볼일을 본다. 그러나 각 공간이 쉽사리 구분되지 않는다. 그저 가족 내에서 각 공 간의 역할을 정한 것이다.

요런느낌?

침실ㅇ

부엌ㅇ

화장실

근데 꼬마야 화장실에서 밖이 다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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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에는 색깔이 있다. 옥상에도 강에도 바위 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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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ae

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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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아이제 플렌테이션


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이 나라에서는 이방인을 보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아이들은 여러가지 표정으로 이들을 맞이한다. 보통의 아이는 웃으며 반갑게 인사하고

어떤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위화감을 조성한다.

뭘봐? 바나나 로맞 고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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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쟤가 처 다보는데 ?

전에 지기 던 신발 라! 저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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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를 그리다

생후 2개월의 알렉산드리나는 커서 화가가 되고 싶은가보다 연신 내 갈색 색연필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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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마을 전체를 둘러보고 적당한 공터에 앉아있자 아이들이 한두명 오 기 시작했다. 맑은 눈으로 나를 똘망똘망하게 쳐다본다. 아이들을 스케치북 담고 싶어진 나는 색연필과 펜을 꺼내 들었다. 24개의 색상이 들어있는 색연필 통을 꺼내자, 저희도 그리고 싶다고 난리다. 몇 자루를 빌려 주었다. 어디서 찢어진 박스를 들고와, 너도나도 가 장 좋아하는 색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상투메를 그리다

살색이 아닌 갈색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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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을 꺼내 분홍 원피스를 입은 눈이 이 쁜 여자아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는 동안 아이는 계속 지적을 한다. 분홍색 원피스에 있는 꽃을 빼먹었다고, 머리 장식의 색을 다르게 했다고, 왜 눈이 아랠 향하고 있냐고(네가 도통 앞을 안 보고 그림을 보는 바람에 그렇잖니.).

그림을 그리는 동안, 스케치북과 나 사이에 반복적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머 리장식이 왔다갔다한다. 여자 아이들의 머리장식이다. 여기 아이들에게는 패션 아이콘 중의 하나이다. 모빌 처럼 매달려 있는 머리장식이 내 앞을 한동안 왔다갔다 하자, 작은 멀미가 난다.

아이는 꽃은 이렇게 그리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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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주렁

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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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길을 건다보면 종종 검지와 엄지를 비비며 돈을 요구하는 아이들이 두루 있다.

친구야! 여기야

상투메를 그리다

응?

안녕?

슥슥

히히 돈 좀 주라

그럴때는 역발상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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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이


짠! 나도줄래?

윽!

으응? 슥슥슥슥슥슥슥슥슥슥슥슥

으으..

동전도 괜찮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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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나의 해변에 다다르자 에메랄드 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 다를 향해 야자수들이 허리를 굽히고 있고 그 아래 나룻배가 가지런 히 정렬되어 있다. 저 멀리 청록색 지붕의 리조트가 보인다. 프랑스인이 운영하고 있단 다. 같은 해변의 한편에는 깔끔한 투숙객들이 리조트 앞에서 자외선 을 쬐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아이들이 해변

상투메를 그리다

에서 뛰어 놀고 있다. 나는 아이들과 이 곳에 서서 저 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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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여행을 하다보면 상품화되어 있는 단면들만 보고 지나치기 일쑤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물론 이 나라에 여유롭게 정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4일만 온 것이라면 저기 보이는 리조트 수영장에 앉아 파파야 주스를 마시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프리카 상투메에서 시간을 두고 주민들과 어울리며 보낸 시간은 마치 다른 세상과 시대로 느껴

상투메를 그리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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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산타나 해변에는 고기잡이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몇몇의 아낙네들이 있고,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은 놀다 지쳐 쉬고 있다. 해변 뒷편에 허름한 판잣집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때고 저녁준비가 한창이 다. 요리하다 남는 음식을 기다리는 듯 개와 돼지, 닭들이 집주변을 배회한다. 오늘 일을 나가지 않은 몇몇 어부들은 정박된 배안에서 통 발을 다듬고 있다. 마치 부모님의 어린 시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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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바나나 잎을 잘라 줄기만 남기고 잎을 떼어낸다. 뾰족한 나뭇가지를 주워 이쑤시개처럼 이용하여, 각 줄 기들을 고정 시킨다. 돛대와 각자 그 린 깃발을 배에 매단다. 각자의 배가 만들어졌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이들은 크고 정교한 배를 만들 었다. 하지만 작은 배를 가진 어린 아이 들에게 그것이 부럽지는 않다. 작은 배 라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나만의 배니까. 아이들은 다 같이 바다로 나아가, 푸른 바다 위에 배를 두둥실 띄운다. 떠나가는 배를 하염 없이 바라본다. 파도와 바람을 타고 배는 점점 깊은 바다로 나아간다. 형체가 아른아른하게 보이기 시작하자, 아 이들은 축구공을 들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놀기 시작한다. 배가 아깝지는 않다. 어떤 배가 더 멀리 더 빨리 가는가도 중요하 지 않다. 배는 그저 각자의 꿈이 담긴 깃발을 달고 하염없이 나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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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해변에 앉아 그림을 그리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묘사를 위해 구석구석 관찰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풍경에서의 숨은 매력을 발견한다. 막 자라나기 시작하는 바나나 잎,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코 코넛 열매, 배의 구석구석에 쓰여 있는 포르투갈 식 이름들.(대부분 가톨릭 선교사의 이름들이다.), 숲 속에 기거하는 형형색색의 새들과 벌레들. 샤드라가 정박되어 있는 보트위에 걸터앉았다. 스케치북을 펴고 물

상투메를 그리다

감을 꺼낸다. 아, 물감을 짤 팔레트를 놓고 왔단다. 주변을 두리번거 리더니 적절한 크기의 나뭇조각을 주워들었다. 팔레트가 하얀색인 이유는, 물감을 섞을 때 어느 색이 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샤드라가 주워든 나뭇조각은 짙은 갈색이다. 이 위에 선, 그녀가 원하는 색상을 만들 수가 없다. 그래도 그녀는 물감을 짜 고 발밑의 바닷물에 붓을 적셨다. 스케치북에 색을 칠하기 시작하자, 예상치 못한 색이 나온다. 게다가 바닷물의 염분 때문에 반점들이 생 겼다. 이렇게 그려진 그림은 오히려 감각적이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졌다. 자연의 색과 질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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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사람들은 몸매가 좋다. 남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보는 듯하고, 여 성들은 그냥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게다가 남녀 모두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물론, 지방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사정도 있지 만, 근본적으로 근육과 골격이 좋다. 역시 피부가 달라도 글래머의 몸매에 눈길이 가는 건 매한가지다. 간혹 몸매 감상(?)을 하다가 여인과 눈이 마주치면, 침을 닦고 가던 길을 향했다. 꼭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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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나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데 비가한 한 방울씩 뚝뚝 떨어졌다. 빗 방울은 자연스럽게 물감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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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나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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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베스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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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베스는 서쪽에 위치한 마을로, 전적으로 어업 생활에 의지하며 살 아간다. (이렇게 플렌테이션이 없는 마을은 몇 안된다.) 수도 상투메나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는 동쪽해안과는 달리, 이곳은 외부인의 인적이 드문 시골이다. 그래서 상투메의 전형적인 삶을 매 우 잘 보여준다. 네베스에 있는 집들은 모두 나무로 지어져있다. 벌레들과 가축들로 인한 질병을 피하기 위해 집은 1미터 가량 공중에 떠있다. 집의 밑에

상투메를 그리다

는 십 수 개의 목재가 전부다. 그래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단다. 상투메 프린시페는 해류의 영향이 적어 홍수나 태풍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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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연재해로 인해 집을 잃는 경우가 없다. 만약 무너지는 경우 에는 어떻게 하는가라고 묻자, 까짓것 다시 지으면 된다는 표정이다. 너무나 간단한 대답에 놀랐다. 집의 내부는 커다란 하나의 사각형에 천막으로 방의 경계를 만들었 다. 워낙 작은 집이기에, 방의 구분을 시키지 않은 곳도 두루 있다. (음, 방의 경계를 나눈 곳은 신혼부부의 집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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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인들은 3개의 손을 가지고 있다. 오른손, 왼손 그리고 머리 위. 여기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물건을 머리에 이고 다닌다. 그래야 양손으로 다른 일들을 할 수 있으니까.

상투메를 그리다

부엌에서 쓰일 장작도

마실 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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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SUMOL)도

50KG 짜리 물고기도

오오미!!

한번쯤 해보는 재미있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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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 이 장작을 한 가득 머리에 이고 나에 게 왔다. 나무 장작을 한번 들어보자, 헉! 무게가 상당하다. 이렇게 무거운 것을 이고서 빨리 집에 도착해 내려놓 고 싶을 텐데, 이방인들을 보겠다고 발걸음을 멈추고 연신 인사를 한다.

상투메를 그리다

알란의 말에 의하면, 상투메의 아이 들은 약 6살이 되면 가족의 일손이 된 다. 어려서부터 양동이에 물을 기르고 장작을 주어 집으로 가져간다. 한창 친구들과 학교에서 뛰어 놀 나이에 이 아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노동의 전선 에 뛰어든다. 그래도 이 아이들, 이렇게 힘들게 하 루를 보내는데도 얼굴에는 웃음이 그 득하다. 가만, 이 여자아이 어렸을 때부터 이 렇게 무거운 것을 이고 살아왔는데 왜 나랑 키가 비슷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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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의 어부들은 두가지의 낚시 방법에 의하여 물고기를 잡는다. 첫 번째는 통발을 이용하여 주로 작은 물고기 사냥하며, 둘째로 큰 물 고기를 사냥하기 위해 낚시를 이용한다. 주로 청새치sword fish를 잡 는데 이 청새치를 잡다 보면 간혹 상어를 낚는 다고 한다. 상어를 잡 으면 보통, 지느러미만 떼어내고 남은 부위는 버리는 타국과는 달리, 이들에게 상어는 매우 귀중한 단백질 원이다.

여보, 빨리좀 와요! 상어 반토막이 뭐가무겁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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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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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오후가 되자 어부들이 들어왔다. 오늘은 수확이 좋아 보인다. 주민 모두가 나와 배가 육지로 들어오도록 돕는다. 정박이 끝나면 주민들은 오늘 저녁에 먹을 날치들을 산다. 어느 여인 이 오늘은 아들 생일이라고 큰 물고기를 산다.

저녁을 먹고나면,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윽고, 밤이 되면 네베스는 온통 어둠으로 뒤덮인다. 집에는 보통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거리에 드문드문 놓인 가로등 빛만 아른거린다. 하늘을 한가득 채운 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한겨울밤에 내리는 첫 눈 같다.

네베스(Neves)의 뜻은 눈(Snow)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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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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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Neves 눈이 평생 오지않지만 눈이라는 뜻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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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베스의 호수119


São Tomé and Principe

오전 8시. 네베스에서 조금 더 내려와 또 다른 서쪽마을 산타카트리나에 다다 랐다. 상투메를 그리다

어부들은 고기잡이를 떠 난지 오래다. 남자들은 아침에 먹을 코코넛을 따고 있다. 아낙네들은 빨래를 하고 있다. 몇몇 아이들은 등교 중이고, 다른 아이들은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있다.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학교가는 친구와 인사한다. “조금 있다 갈 거야. 그때까지 시가(Seega)* 시작하지말기다“

*Seega : 5x5 판에서 상대방의 말을 빼앗는 아프리카 전통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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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를 그리다

아침이 되자, 아이는 스마트폰을 만지며 무거운가방을 매고 등교를 한다. 이어폰에서 아이돌의 최신곡이 흘러나온다.

지구반대편에선

바나나를 따고 물을 기른후, 비닐봉지에 책을 넣고 등교한다. 새가 지저귀고 숲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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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카트리나의 아침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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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산타카트리나에 위치한 봉제공장으로 향했다. 조금 걸었을까, 요란한 기계 소리가 울려퍼진다. 숲 한복판에 위치한 건물에서 나는 소리다. 들어가보자, 5개의 재봉틀 기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지각색 무늬의 천들이 옷으로, 가방으로 탈바꿈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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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70cm 남짓한 이 칼은 여기에선 없어선 안 될 물건이다. 그만큼 매우 다양하게 쓰인다.

상투메를 그리다

코코넛을 반으로 가를때도,

코코넛 열매의 상단을 자를 때도, 슈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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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를 딸 때도,

바나나 꽃은 매혹적이다

표면이 뾰족한 패션후르트를 딸 때도,

브래드 후르트를 딸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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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를 그리다

남녀노소 누구나 칼을 들고 다닌다. 5살배기 꼬마도 예외는 없다.

지지지 지직

퍽! 128


저리비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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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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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산타카르리나에서 수도 상투메로 돌아오는 길에는 바오밥나무가 있다. 별명은 '물병나무'란다. 물병같이 생겼으며, 줄기 속에 물은 흠뻑 담고있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오아시스 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리운 그녀의 종아리를 닮은 나무다.

Mi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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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를 그리다

상투메의 전통문화

칠로리(Txilioli) 칠로리는 상투메에서 가장 큰 문화적 행사다. 구성은 연극이다. 30명 의 연기자, 악사가 5시간 동안 공연을 펼친다. 공연은 16세기 중반, 유 럽열강이 사탕수수를 빼앗기 위해 아프리카에 침범한 시대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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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들는 크게 상투메 프린시 페 국가 지도층과 침범해온 유럽 국가의 왕족을 연기한다. 양국 간 의 이해보단, 갈등으로 인해 결국 가족까지 잃는 내용이다. 그 외 여 러 가지 교훈적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극 중에는 분위기를 살려주는 2 명의 앞잡이가 있는데, 이들은 관 객과의 소통을 통해 웃음을 유발 한다. 뒤에는 대여섯 명의 악단이 연극에 맞추어 연주를 한다. 재미있는 점은 연기를 하는 모든 이들은 얼굴이 그려진 하얀 망을 쓰고, 표정을 숨기고 있다.

나 지금 널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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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등장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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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댄스콩고 (Dance-Congo) 댄스콩고는 앙골라에서 넘어온, 상투메 프린시페의 대표적인 전통 춤 이다. 전통 악기연주와 함께 스토리가 있는 춤을 춘다. 성공적인 어업 을 기원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탈출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어부의 형상을 한 대여섯 명의 춤꾼과 악사들, 그리고 한 쌍의 부부역 할을 하는 광대들이 있다. 이 광대들은 관객을 웃기는 역할을 하는데, 매우 성적이다.(부부 모두 남자가 역할 한다는 게 아쉽다.)

으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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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칠로리

칠로리 공연과 이를 관람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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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를 그리다

트린다데는 상투메 프린시페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마을이다. 15세기 포르투갈인들은 이곳에 카카오 및 커피 농장을 세우기 위해 개발시켰다. 그래 서 붉은 지붕의 포르투갈 양식의 건축물들이 다수 있다. 가장 뒤늦게 발전된 마 을로 세련된 건물들이 많다. 가까운 곳에는 가장 큰 커피 생산 공장인 몬테카페에 갈 수 있다. 마을의 꼭대기 로 올라가면, 상투메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대통령 별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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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가끔 교수는 터무니없는 제안을 하곤 했다. "저기 높은 산에 갈 사람!?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을꺼야" 이에 표현이 자유로운 미국학생들은,

대한민국 예비역 상투메를 그리다

싫어요

다리아파요

저요!!! Zz

남아서 그림그릴래요

결국, 나만 교수를 졸졸 따라다니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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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면 간혹 별난 체험을 겪곤 한다.

민재, 산꼭대기에 있는 집에 가보자!

민재, 이 주먹만한 달팽이 좀 먹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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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민재, 이 물고기 좀 들어볼래? 정말 무거워

상투메를 그리다

팔딱팔딱

민재, 이 여성이 너와 춤추고 싶어해!

컴온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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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를 따라다리면서 본 장면들은 '몸매가 정말 섹시한 흑인 누나들' '대통령의 별장 관람(저택 경비원과 타협했다.)' '호수에서 목욕하는 여인들' . . 등등이 있다.

이건 마음에 쏙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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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 프린시페의 중앙 산지에 위치한 트린다데에 갔다. 도착하자 마자 저 멀리 산꼭대기에 웅장한 저택이 보인다. 전혀 일반인의 집처 럼 느껴지지 않는다. 알란 교수의 눈이 반짝였다. ‘민재, 우리 저길 가보자’. 힘겹게 뒤따라 가자 나온 곳은 대통령 별장. AK47 소총을 들고 있는 군인이 저택을 지키고 있었다. 대통령은 없지만 내부 진입은 불가 하단다. 나도 한 때는 군인 이였다고 동질감을 형성하며 살살 꼬드

상투메를 그리다

기기 시작했다. (마치 징집 병이 아닌 특전사라는 듯이 설명했다. 배 나온 나를 보고 연신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군인은 고민 끝에 우릴 들여보내주었다. 와, 대통령 저택이라니.. 상투메 프린시페이기에 가능한 상황 이었다. 들어가자 하얀 저택과 야외 수영장이 보였 다. 가지각색의 식물들도 보인다. 무엇보다도, 웅 장한 숲과 함께 트린다데가 한눈에 보이자,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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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린다데의 붉은지붕들

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포르투갈 건축양식의 다홍색 지붕들이 아프리카의 태양 빛과 사방을 둘러싼 숲을 만나 강한 정취를 풍긴다. 500년간의 식민지 통치로 받아온 고통을 대변하는 듯, 지붕들은 처마를 아래로 향한 채 그저 고요하다.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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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21살의 티아고는 우리 팀 버스기사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아들사랑(?)으로 우리와 항상 동행하게 되었다.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아버지 마음은 어디나 똑같구나.

그렇게 긴 동행으로 티아고와 나는 떼어낼 수 없는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고, 많은 이야기를 오갔다. 그러나 가끔은, 나의 끝없는 질문으로 상투메를 그리다

조금은 지쳐 보이기도 한 티아고다.

코코넛 열매나 패션 후르츠는 익으면 자동으로 떨어진다.

티아고, 그럼 열매에 맞아 죽는사람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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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공학분야에서 공부 중인 티아고는 유달리 그림그리기를 좋아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조용히 나에 게 와 펜과 종이를 빌려간다. 그리고 다 그 린 그림은 나에게 간단한 메시지와 함께 전 해주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인 메시지의 시작은, ‘My friend’였다. 나도 4만 km 떨어져있는 친구 에게 편지를 썼다. 사진찍히기를 좋아하는 My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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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티아고, 너 한국에 대해 알고 있니?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청년에게 한국의 존재는 미비하다. 이 나라 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아시아 인종은 중국인이다. (이들은 중국인을 ‘치 나’라고 부른다. China를 보이는 그대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몇몇 중국인들이

사업상의 목적으로 잦은 방문을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은 ‘치나’ 주변에 위치한 소국 즈음으로 보는 모양이 다. 그래서 난 티아고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티아고, 네가 가장 동 상투메를 그리다

경하는 나라가 포르투갈 이라고 했지? 한국은 말이야 거기보다 경제 수준이 훨씬 뛰어나.” 열심히 대한민국의 소득수준이니 경제수준이 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찰나에 문득, 내가 사는 나라에 대해 자랑하고 있는 내가 부 끄러워 졌다. 가난한 나라에 사는 청년에게, ‘내가 사는 나라는 이만 큼 선진국이야’ 하고 있던 것이다. 재빨리 한국에 대한 설명을 중단하 고, 포르투갈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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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고, 너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포르투갈이랬지? 그곳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야.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아름답고, 역사적인 가치가 출 중한 나라지. 그 곳에 꼭 가고자 하는 너의 목표를 달성하길 바란다, 임마.”

“그래도 네가 지금 쓰는 핸드폰은 한국 것이라는 점만 알아둬.”

으앙ㅠㅜ

이제 널 놓아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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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린다데Trindade 에서 목격한 러브스토리


São Tomé and Principe

트린다데의 근처에 위치한 몬테카페(Monte Cafe)가 보인다. 이 곳 은 상투메 프린시페에서 가장 많은 커피를 생산하는 곳이다. 또한 대 부분의 플렌테이션이 외국인 (특히, 포르투갈인과 프랑스인.)에 의해 운영되는 반면, 이곳은 상투메 정부에서 운영한다. 그러한 만큼 주민 들의 거주환경이 나은 편이며, 커피의 질 또한 좋다. 커피 농장에서 바로 마시는 에스프레소 한잔의 향은 코 끝을 지나 목 구멍까지 느껴진다. 쌉쌀한 듯 하지만 향과 중화되면서 금세 사라진

상투메를 그리다

다. 평생 마셔본 커피 중 단연 으뜸이다. 이곳의 주민들 역시 과거 포르투갈 군에 의해 핍박을 받았다. 그 당 시 쓰이던 화물용 철도가 아직도 있다. 철도는 여러 가지 커피공정 시 설을 지나, 산을 향한다. 산등성이를 넘어서면 그제야 보이지 않는다. 마치 당시 노동자들의 갈망을 대변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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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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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트린다데에서 멀지않은 곳에는 아고스틴호 네투 (Agostinho Neto)가 있다. 상투메에서 가장 큰 폐 병원이 있다. (건물 길이가 100m 넘는다.) 그 앞에는 과거 플렌테이션 농장이 있고,

상투메를 그리다

100년전 운행이 중단 된 화물용 철도가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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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가 폐허

158 된 병원

교회

나무 이루 세 가로


마을 아고스틴호네투 (Agostinho Neto)의 모습.

TV 뿐인 나 에하 마을 오 카카

공장

의 저택 과거 농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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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19세기말 유럽 열강은 아프리카 분할하여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영국은 종단정책으로 세로방향에 있는 국가들을 지배하려 하였고 프랑스는 횡단 정책으로 가로방향에 있 는 국가를 지배하려 했다. 결국 이들은 충

상투메를 그리다

돌하기에 이르른다.

카카오 이와 상관없이 포르투갈은 앙골 라 주변 국들에서 기호식품의 재

커피

배에 열중하고 있었다.

유럽 열강은 티격태격 한 끝에 아 프리카 영역 분할을 마치고, 1800

하자 이제 그만

년대말 식민지의 노예제도를 폐지 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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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래


그러나 19세기 초 여전히 앙골라, 모잠비크, 상투메 프린시페등에서 포 르투갈의 노동력 착취와 수탈은 노예 수준과 다름이 없었다. 이러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영국은 아프리카 국민에 대한 인간권 을 지켜줄 것을 요청한다. 이제 그만 괴롭혀 임마!

그러자,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짠!

국가에 '보이기용'으로 병원등의 복지시설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 리곤 계속 주민들을 혹사시킨다.

결국,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원 심을 산 포르투갈은 국민들의 거 센 반발과 독립운동으로 물러나 기 시작했다.

상투메에는 폐병원, 폐건물이 많은 이유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에서 기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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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를 그리다

상투메의 대부분 마을에는 가로세이루라 불리는 나무가 적어도 한그루 씩은 있다. 가로세이루는 가로로 길게 자라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그늘을 제공한다. 학창시절 자주가던 등나무 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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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이루 나무 163


가로세이루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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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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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 프린시페 국민들은 우리나라처럼 축구에 열광한다. 흑인답게 길거리 축구 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번은 같이 플레이를 하게되었는데, 그들만이 가능한 기술을 보게되었다. 바로.. 공밟기!

헙!!

푸슉-

공에 바람이 다빠져있어서 가능한 기술이었다. 아무리 낡은 공도, 그들에겐 하나뿐인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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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에 있는 동안 마침 유럽 축구의 꽃 유로 2012가 개막되었다. 포르투갈 인들과 수세기 동안 융화된 상투메인들은, 마치 자신들의 국가를 응원하듯 포르투갈 국가 대표 팀을 응원하였다. 거리에선 대형스크린이 아닌, 가로세로 40cm 남짓의 텔레비전 앞에 수십 명의 군중이 서서 응원하였다. 흡사 2002년 월드컵을 보는 듯 하다. 그 열기에 취해 나도 융화되어, "이르! 이르!(gogo!)" 를 외쳤다.

-

히익! !

여자 아이들의 슛도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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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카카오 열매를 식용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직 익지 않은 초록빛의 카카오 열매를 반으로 잘라, 씨 앗을 둘러 쌓고 있는 속살을 쪽쪽 빨아먹는 방법이다. 매우 달다. 물 론 맛 없는 씨앗은 뱉는다. 두 번째는 빨갛게 익은 카카오의 열매를 로스팅하여 초콜릿을 만드 는 방법이다. 알다시피 대부분은 후자를 통해 상품화한다. 그러나 숲 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익지않은 초록빛 카카오의 유혹은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감이 홍시가 되기를 기다리실 때, 참지 못하 고 먹다가 호되게 혼났다. 여기서도 아이들은 익지 않은 카카오 씨를 쪽쪽이고 있다가, 형한테 걸려 뒤통수를 맞는다. 그러자 먹다 만 씨가 앞으로 튕겨 나온다.

어허 ! 줄을 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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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이 되면 아이들은 이렇게 생긴 새총으로 박쥐를 잡는다.

상투메를 그리다

쭈우우욱

박쥐를 맞추는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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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잡은 박쥐는 식용으로 쓰인다.


티아고, 새총 사용법좀 보여줄 수 있어?

쭈우우욱

25m

! 미 오 오

퍽!!

근데.. 박쥐는 무슨 맛이야? 별거없어, 그냥 고양이랑 비슷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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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한 꼬마아이가 나무로 만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삐걱거리며 내려 온다. 땅이 울퉁불퉁 한 관계로 금세 보드는 뒤집어지지만, 아이는 다 시 올라서서 제동을 가한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적인 시도 끝에, 보드가 한동안 똑바로 내려간다. 아이는 고생 끝에 얻는 행복감과 순간의 짜릿함을 느낀다. 칠전팔기 아니던가. 먼 이국땅의 아프리카 꼬마에게서 인생의 한 수

상투메를 그리다

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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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우 우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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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린다데에 상투메로 향하는 길. 버스(9인 승합차)를 잡기 위해 보도블록 끝에 섰다. 3시밖에 안되었는데 퇴근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기에는 해가 금방 지는 관계로 퇴근이 빨라진 듯 보인다. 저기 버스가 온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이 꽉 차있다. 심지어 몇몇은 무릎위에 앉아있다. 버스 문이 열리고 보조 기사가 내리더니, 승객 한명을 꼬깃꼬깃 쑤셔

상투메를 그리다

넣는다. 이제 9인승 버스에 승객은 14명이다. 겨우겨우 차문을 닫은 버스는 덜컹거리며 출발한다. ‘저기요 알란, 우린 언제 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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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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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 프린시페의 북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직 북쪽까지 포장 도로가 깔리지 않았기 때문에 차가 매섭게 흔들렸다. 슬슬 멀미가 올 라오기 시작할 때 앙골라레스에 주변 마을에 다다랐다.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그저 커다란 폐건물하나만 있을 뿐이다. 이곳 의 이름은 솔리다드. 고독한 섬(Lonely Island)이다. 외딴 곳에 위치 한 낡고 녹슨 건물과 바나나 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마을 이름과 제

상투메를 그리다

법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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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회색에 물든 나에게 아프리카의 다양한 색들은 내 안의 무채색에 색을 채워 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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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물에는 보통 몇 가족이 어우러져 산다. 그러나 수세기가 지난 건 물인 만큼, 거의 무너지기 직전의 모습이다. 건물 앞에서 서성이자, 한 여자아이가 나의 손을 잡았다. 건물 내부 를 보여주고 싶은가 보다. 준비해놓은 소꿈놀이가 안에 있는가 보다. 아이를 따라 안을 들어서자 중세양식의 계단이 보인다. 1세기를 살아 온 건물은 나름대로의 고풍스러움을 풍기고 있었다. 2층 복도에 들어가자, 삐그덕 소리가 요란하다. 바닥에는 몇몇 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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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없어 아래층이 보인다. 그때, 마을 주민 한 명이 경고했다. 간혹 판자가 무너져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지만 이미 50m를 걸어 온 상황이었다. 아, 큰일났다. 그의 말을 듣고 다시 돌아 갈 생각에 오싹하다. 아차, 나를 데리고 온 여자아이는 복도를 지나지 않았다. 아직 계단 주위에 있다. 그 아이, 어떤 소꿉놀이였기에 나를 이 위험한 곳에 몰 아 세웠던 것일까? 바람난 남편 역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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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길 왜 들어왔지?

삐그 덕 삐그 덕 183


São Tomé and Principe

앙골라레스에 들어서자, 한 아주 머니가 집에서 나와 우릴 반갑게 맞이한다. 손님을 위해 귀한 달팽이 요리를 주겠단다. 때마침 그녀는 달팽이 해체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상투메의 산속 개울 주위에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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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만한 달팽이가 다수 서식한다.

형, 저거 우리친구들 아니야?

아주머니는 갓 잡아온 달팽이를 빼내어 낡은 프라이팬에 굽기 시작 했다. 노르스름하게 익기시작하자, 얇은 나뭇가지에 달팽이를 찍어 나에게 건냈다. 내키지 않지만 입에 재빨리 넣었다.

엇? 보기보다 맛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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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기르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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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상투메를 제외한 각 마을에는 보통 300 ~ 1000명의 주민이 산다. 이들은 태어나서 황혼에 이를 때까지 한 마을에서 평생을 산다. 옆집 순이와 결혼하고, 앞집 철이와 고기잡이를 나선다. 세 블록 떨어진 뚱이와는 잡은 고기와 바나나를 교환한다. 근대화 이전, 산에 둘러싸여 마을을 형성하던 한국의 모습과 비슷하다. 품앗이와 두레가 있던 공동체의 삶과 같다. 그래서 상투메 프린시페에는 도둑이 없다. 아니 범죄가 없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보는 기분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따스한 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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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고, 여기에선 물고기를 항상 굽거나 끓여먹어? 다른 조리 방식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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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없어

나라에서는 그렇군, 우리 기도 해. 고 하지. 날 생선을 먹 밥(Sushi)이라 초 은 혹 i) 회(Sashim

정말?? 말도안돼.

응, 진짜 싱싱할 때는 물고기가 식탁에 나왔는데도 숨이 붙어있곤 해.

으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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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리야, 그 회 한점을 입에 딱 넣으면, 입 속에서 팔딱팔딱 펄떡펄떡..

우웩..

여담이지만 개중에 진짜 비싼 부위는

한 접시에 만원씩 해.

상투메의 평범한 노동자의 월 임금은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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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해안가의 두 여인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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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해변에 앉아 그림을 그리자, 아이들이 하나둘 모였다. 아이들 과 함께 하고 싶어진 나는 모래사 장에 주변 사물을 이용해 조형물 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저 희끼리 깔깔거리며 하나 둘씩 만 들기 시작했다.

상투메를 그리다

자갈, 조개 껍데기, 꽃송이, 버려진 캔, 낙엽, 벌레 등을 이용한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은 정형화된 틀이 없는 순수 그 자체였다. 그렇게 상투메의 항구 해안에 앉아, 아프리 카 꼬마 아티스트들과 나는 해가 저물 때까지 조형물 만들기를 계속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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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가끔, 활발한 장의 활동으로 비상사태에 직면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야회화장실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어느날 아랫배에 묵직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하하호호

상투메를 그리다

웁!!!

뿡-

다행히도 가까운 곳에 경찰서가 있었다. 다, 다행이 있겠지? 아 아 이 아 화장실 저기엔 저 화장실좀 써도 되요? 그러니까.. 그게 아으.. 어버버버버버버버버

똥? ?

소통의 벽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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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니까 이렇게 뒤로 팍! 나오는 그거 똥?

어 저쪽에 있

슝-

우왔 나온다!!

다행히도 좌변기

하아아아아아아

무사히 성지에 입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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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큰일났다 화장지가 없네.. 응? 근데 저건 뭐지?

이면지..???

그렇다. 상투메 사람들은 일회성인 휴지를 쓰지않는다. 대신, 다른 사물(?)을 이용한다. 이면지나 날짜 지난 신문지 혹은 마른 잎사귀 등등.. 개굴

터왜 민재, 아까부 엉거주춤해? 걸음걸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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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야..

엉기적 엉기적


바닷물로 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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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의 최남단에 위치한 콩그란데(Cao Grande). 커다란 개라는 뜻이다. 이유는 모른다. 주인을 지키는 도베르만의 의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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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많은 말티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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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우리는 빨간 불이면 멈춰서 기다리고, 초록색 불이면 앞으로 나아간다. 일이 수월하게 풀리면 초록, 안 풀리고 막히면 빨간 불이다. 기쁘고 즐거우면 초록 불, 무섭고 두려우면 빨간 불이다. 인생을 교차로의 신호등 같이 움직인다.

상투메를 그리다

안절부절하며 빨리 초록 불이 켜지길 기다린다.

상투메에는 신호등이 없다. 빨간 불이 들어와도, 초록 불을 목매달며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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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에 있는 동안 만난 값진 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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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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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 아티스트들의 작품. 폐허가 된 카카오 공장에 공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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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를 그리다

나무로 만든 조각품

지푸라기를 엮어 만든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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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숫가락 조각품.


바나나 잎을 갈아 물에 불려 만든 종이

여러가지 얼굴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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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의 해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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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르면, 그 동안의 일들이 무성영화처럼 떠오른다. 풍경화를 그리는 동안, 서울에서 쓰지 않던 색을 꺼내들었고, 화려한 천으로 그녀를 위한 인형을 만들었다.(그러나 그 인형은 지금 내 방 한구석에 있다.)

단단한 씨드레라 나무에 조각을 한다고 설치다가 조각칼을 망가뜨렸고, 아프리카 여인과 기가 막힌 탱고를 추었다. 신고 있던 운동화는 노랗게 변해있었고, 손은 자라난 손톱길이 때문에 마귀할멈 손 같다. 가져간 사탕 200개는 아이들 입속에서 다 녹아내렸다. 너무 많은 정보들을 오감을 통해 받아들였지만, 떠나는 순간 즈음되니 가물가물 하다. 그러나 여기서 느낀 감동의 응어리는 가슴 속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상투메는 내게 많은 것을 남겼다. 내 삶에 영원히 남을 추억이란 활력소, 극소수의 한국인만 왔다간다는 이 땅을 밟았다는 자부심. 그리고 아프리카 글래머 여성을 발견하는 순발력 등.. 이번 32일간의 상투메 프린시페는 나의 친구이자 선생님이었고, 영감에 찬 모험이었으며 가장 큰 보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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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메를 그리다 São Tomé and Principe


안녕, 상투메. Adeus São Tomé. Vê-lo novam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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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ão Tomé and Principe 상투메를 그리다

초판 1쇄 인쇄일 | 2012년 10월 29일 초판 1쇄 발행일 | 2012년 11월 1일 글·그림

| 박민재

펴낸이

| 박민재

펴낸곳

| 생각에 물주기

주소

|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타운하우스 8-203

전화

| 010 5416 4163

이메일

| vrotoss@gmail.com

등록번호

| 제2012-000018호

ISBN 978-89-969589-1-8 03980 잘못된 책은 바꾸어 드립니다.

ⓒ2012 생각에 물주기.CO.,LTD. All rights reserved.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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