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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RMANN 호기심의 가구 Record
독일과 오스트리아 경계에 있는 작은 산골 마을 바이에른에 위치한 아샤우 Aschau에서 가구 브랜드 무어만의 창립자 닐스 홀거 무어만을 만났다. 길 위에서 운명처럼 마주한 ‘가구 디자인’의 세계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호기심의 대상이다. 닐스 홀거 무어만 Nils Holger Moormann 가구의 형태와 기능의 관계를 실험하고 확장해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으로 탄생 시켰다 가구를 전혀 몰랐기에 가능했던 흥미롭고 새로운 접근 방식은 지난 40년 동안 지금의 NHM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현재는 새로운 세대에 회사를 물려주고 개인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32 평범한 법학과 학생이었던 당신이 가구 디자인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인가요? 삶이 항상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제가 가구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것도 정말 기분 좋은 우연이랄까요 법을 공부할 때는 새로운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어요 일어날 일도 없다는 편이 정확하겠네요 법을 대신할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학창 시절을 보낸 1980년 초 유럽엔 히치하이크로 유럽을 여행하는 것이 유행이었어요. 저도 장거리 이동을 하던 중에, 우연히 어떤 건축가를 태워준 적이 있어요. 건축가이면서 가구 디자인 일을 하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었겠지만,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고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디자인, 건축 등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차를 타고 가면서 얘기를 들을수록 점점 궁금해 미치는 줄 알았어요 바로 그때 가구와 디자인에 대한 제 호기심이 시작돼서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크리에이티브를 일깨워준 정말 행복했던 순간으로 지금까지 기억되요.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트럭 운전, 우체국 직원 등으로도 근무했다는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새로운 이력으로 접근이 쉽지 않았을 텐데 당신을 움직이게 했던 힘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디자인에 대한 열정만으로 다니던 법학과를 그만두고 먹고 살 생각을 하니 정말 불가능해 보였어요. 그래서 초반엔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물 위에 눈 뜬 악어처럼 기회를 탐하고 있어야만 했었어요. 가끔 정말 힘들기도 하고 지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디자인, 가구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그걸 생각하면서 힘을 내게 되었어요 디자인을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했을 땐 정말 힘들었어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이처럼 처음엔 여러 가지 생각들에 사로잡혀 갈피를 못 잡았던 건, 법대를 포기하고 진로를 변경하는 것이 망설여져서 그랬던 것 같아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었거든요. (웃음) 독일엔 이미 알려진 여러 가구 브랜드도 있었을 텐데, NHM은 초기엔 어떤 식의 차별화를 두었나요? 먼저 제가 한 일은 디자인 세계를 한 번에 찾으려 하지 않았어요 일단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보이는 걸 찾아보려고 했어요. 지금 와서 보면 너무 순진했던 거 같아요. (웃음) 다행히 비전공자인 덕분에 좀 더 넓은 시야, 마치 산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 것 같긴 해요 거기에 참을 수 없는 호기심도요 때로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모든 걸 계획하지 않고 시작해도 꽤 긍정적일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던 때였어요 보물을 찾아 떠나는 긴 여행에선 Record 호기심의 가구
34 35 특히 머리로만 짠 계획이 아니라 눈과 귀를 열어야 하는 것처럼요. 독학으로 시작한 이 일의 처음 가장 중요하게 추진했던 것이 바로 지역 내 작은 제작 공장이나 회사와 함께 일하는 거였어요 그렇게 조금씩 일을 같이하다 보니, 단순히 일을 수주하는 관계를 벗어나 동료가 되어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게 되었고 현재 NHM가 자랑하는 강점이기도 하죠 현재 NHM과 함께 일하는 서플라이어는 단순한 제작 회사가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공유하고 있는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로컬 네트워크 구축은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업계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델인데요. 마스터 플랜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회사의 형태가 만들어질지 불확실했어요 아샤우에 정착한 이유는 전략적으로 선택된 지역은 전혀 아니고요, 당시 제 마음의 소리가 자연과 산이 있는 지역을 원했어요 그런 지역 중에서 가장 좋은 곳에 터를 잡게 되었죠. 점차 회사가 성장할 때쯤, 어떤 목표와 접근 방식을 가져야 할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다른 가구 회사들처럼 생산라인을 구축할 생각은 없었어요. 인하우스보다는 이미 독립되고 자신의 분야에 특화된 서플라이어의 축적된 경험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로컬 네트워크 안에서 일을 시작하고 현재도 진행되는 이유는 정말 단순해요 지식의 상호 교환! 제일 중요하고 가장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죠 가구가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지속적인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거든요. 논리적으로 보면, 가구의 거의 모든 부분이라 할 수 있죠. 재료 그 자체, 재활용 시 분류될 수 있는지, 패킹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좋은 가구라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모두 다 해당된다고 할 수 있어요 (웃음) NHM은 모든 부분을 이미 로컬 전문가와 함께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NHM의 운영방식이 궁금합니다. 새 리더에게 회사를 맡기고 일선에선 물어났지만 창업자로서의 현재 역할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이 늘어도 회사는 작게 운영하는 것이 었어요 그리고 사무실에는 문을 없애 직원들이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서로 정보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회사 내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 이었죠.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실적이 좋거나 나쁘거나를 떠나 일 년에 한 번은 회사와는 연락을 모두 끊고 지내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에너지 재충전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시간이죠 물론 제가 없는 동안 직원들에게도 서로 회사를 운영하고 책임져볼 기회도 되었고요 현재는 어떤 것이든 NHM을 위해 의견을 물어본다면 당연히 제 생각을 어필하고 공유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습니다만 제가 없어도 NHM은 지금 정말 잘하고 있는 거 같아요 (웃음) 직접 제작 환경을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팀의 규모나 회사 내 직원들의 수도 적고, 시간이 흘러도 작은 팀으로 꾸준히 운영되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새로운 가구를 디자인할 때 프로덕션에서 마주하는 여러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향상할 부분을 찾고 세세한 디테일을 개발하는 것을 주 작업으로 생각해왔어요.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개발하고 도전하다 보니 자동으로 새로운 영역에 진입할 수 있게 되고 메인스트림을 향해 항해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회사 내부엔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열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요 이런 건 작은 팀으로 공유하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회사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꽤 큰 디자인 부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 디자인 업무 이외에도 트레이드 페어, 전시, 그래픽 아이디어와 결합 등의 일을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도 잘 자리 잡고 있는 NHM의 경영방식이기도 합니다 Record 호기심의 가구 상장과 상패로 가득 채운 본사 벽 한편에 위치한 “명예의 벽 월 오브 페임 Wall of Fame”. 명예의 전당이라는 뜻의 Hall of Fame을 재치 있게 차용했다 NHM 가구 철학에 경계가 없 는 것처럼 본사 명예의 벽도 경계 없이 천장까지 뻗어있다 마구간으로 쓰였던 닐스 홀거 무어만 NHM의 본사 건물 전경 알프스산맥으로 둘러싸인 아샤우 임 히엠가우 Aschau im Chiemgau 인간이 언제나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무어만의 가구도 우리 삶의 영원한 동반자로 남길 원하는 회사의 철학이 보인다 본사 디자인 팀 사무실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을 비롯해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작년에 10주년을 맞이한 프레스 체어 Presssed Chair의 새로운 색을 정하고 있다 유행이 변하기도 하니까 오랜 시간 두고 보면서 시간을 벌어보는 거죠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해서 정말 내 거라는 생각이 들 때 사면 후회 없이 나만의 가구를 고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38Record 호기심의 가구 NHM에 가구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어떤 점이 NHM의 가구를 특별하게 만드나요? 가구 디자인에서 특별하게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은 가구에 정말 작은 발견이 하나 이상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가구 제작에 있어 리소스를 절약할 수 있는 정말 영리한 방법이라든지, 도구 없이 간단하고 빠르게 조립할 수 있어 패키지 크기를 줄여 배송과 이동에 더 적은 자원을 쓰이게 하거나 말이죠. 가구가 일상의 기능을 충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 전체의 동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죠. 새로운 가구 제품 개발을 진행할 때,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 부분이 충족되면 다음 단계는 재료를 선별하는 일, 그리고 디자인을 덜어내는 정제 작업을 거쳐 가구의 본질, 즉 에센스만 남게 되죠 모든 과정이 무탈하게 진행되면, 꽤 오랫동안 사랑받는 제품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을 테고요 NHM의 협업 시, 디자이너 선정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많은 디자이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협업 에피소드가 있다면? NHM이 걷는 길은 언제나 쉽지 않고 꽤 오랫동안 함께 합을 맞춰야 할 때가 많아요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진정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하고, 저희와 함께하는 디자이너라면 그 어려운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어야 하겠죠. 해리 탈러 Harry Thaler의 프레스 의자 Pressed Chair 프로토타입을 처음 보았을 때, 디자인 본질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들었고 그 때문에 정말 흥미로운 프로젝트라 생각했어요. 극한의 흥분으로 시작한 개발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과 실패를 겪고 제대로 된 솔루션을 찾아 제작에 성공했어요 산이 얼마나 높은지를 모르고 오르는 것이 도움을 줄 때도 있는 거 같아요 의자는 매우 많은 무게를 견디고 그 반복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걸 철판 하나에서 이루어지게 한다는 것은 정말 큰 도전이었죠 가구 디자인 정규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당신에게 영감을 준 가장 큰 부분은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수많은 책 중에서 당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책이 너무 좋아서 미칠 정도입니다 (웃음) 내용에도 끌리지만 그래픽적으로 훌륭하고 잘 만들어진 책이라면 더욱더 매력적이죠 줄리안 슈티겔레가 Juliane Stiegele 편집한 ‘유토피아 툴 박스 Utopia Toolbox’는 내용도 훌륭하지만 그래픽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일단 잘 만들어진 책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거 같아요. 특히 제가 읽은 많은 책 중에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Christopher Alexander의 ‘Wabi Sabi와비 사비’ 그리고 언제나 창의적 영감의 소스가 되는 ‘A Pattern Language 패턴 랭귀지’를 추천해 주고 싶어요 건축적, 디자인적 그리고 조각적인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묘사하고 있는 책인데, 알면 더 보이고 주변과의 조화와 문맥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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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그래서인지, NHM 컬렉션 중에는 책장이 많습니다. 당신의 책장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오래된 농장을 리노베이션 한 집에 살고 있어요 NHM 책장과 가구들이 있고요 집에는 책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찾을 수 없는 건 아니고요, 제가 원하는 책을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웃음) 14살 때부터 읽은 책은 모두 노트를 만들어 정리해 놓고 있어요. 하지만 유독 디자인과 관련된 책들은 좀 정신없고 항상 정리가 잘 되어있지 않네요. 웃기지만 이런 부분도 흥미로워요 언제나 디자인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니까요 책이 많으니까 책장이 꼭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죠 모듈러 책장 시스템으로 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제 삶과 함께 언제나 늘어날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아요 하지만 주인공은 책장이 아니라 언제나 책이죠 (웃음) 책이 주인공이 아닐 수 있을 때가 있다면 책장이라는 조각의 한 부분이 되어도 좋을 거 같아요. 게스트하우스 베르게 Guesthouse Berge를 두고 ‘가구와 삶의 방식이 실체화된 곳’이라고 표현한 인터뷰를 본 적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루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삶의 여러 부분과 마찬가지로 게스트하우스 베르게도 우연히 시작되었어요 원래는 정말 급하게 가구를 놓아둘 창고가 필요해서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진 못했어요. 대신에 운 좋게 몇백 년이 지난 정말 오래된 집을 찾을 수 있었고 게스트하우스로 리노베이션 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NHM 가구와 건축, 풍경 등 NHM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공간을 만들 수 있었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일이 제일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너무 많은 디자인과 함께 사는 건 좋아하지 않거든요 (웃음) 단 하나의 가구를 소장해야 한다면, 어떤 가구를 남기겠습니까? 그 이유는요? 두말할 것도 없이 책이 가득 찬 책장 하나. 마지막 질문입니다. NHM을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로 기억하길 바라나요? 기능성과 유용성을 진정성 있게 융합한 흔적이 보이고 미니멀한 터치가 돋보이는 가구 브랜드! Record 호기심의 가구 게스트하우스 베르게 숙소 안 곳곳에 놓인 NHM 가구는 다양한 공간과 분위기에 맞는 공간 연출을 보여준다 특히 책장의 경우 공간에 딱 맞게 주문 제작되어 공간의 일부로 자리 잡은 것이 특징 게스트하우스 베르게 도서관 직접 디자인한 북키니스트 체어 Bookinist Chair와 악셀 쿠푸스 Axel Kufus가 디자인한 NHM의 베스트셀러 FNP 책장으로 제안하고 있는 공간 이다
48 49 Pressed Chair Seiltänzer Kampenwand ES Bruto Hub ab Gespanntes Regal Abgemahnt Bookinist Kurt FNP HochAcht WE LOOK FOR PEOPLE WHO UNDERSTAND THAT WHO UNDERSTAND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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