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인연을 마시는 사람
吸 緣 者 出緣 출연
인터뷰잡지 ‘흡연자’의 탄생 배경과 안에서 다루는 내용에 대해 알아본다.
間接吸緣 간접흡연 흡연자들이 말하는 담배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느껴본다.
吸緣歌 흡연가 담배를 피울 때 즐겨 듣는 노래와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말한다. (C) Lee Sunghee 2019 Studio Photography, Samsung Art and Design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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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 緣
흡연자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잡지 ‘흡연자’
스몰 퍼블리싱이 각광을 받으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책을 출판 할 수 있게 되었다. 돈이 될 가능성이 있거나 전문적인 컨텐츠만이 책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극히 주관적이고 사적인 컨텐츠를 소규모 출판물로 제작하는 ‘독립 출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많은 출판물 중 잡지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있는 매체였다. 방대한 양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담아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만큼 글에는 글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런 시대적 상황과 개인적 관심이 맞물려 지극히 사적인, 소소한 이야기와 경험을 엮어낸 독립 담배잡지 ‘흡연자’를 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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緣
인연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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間 接 吸 緣 1
흡연, 첫번째 질문 요즘에는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담배값도 비싸고, 그 안에 포함된 세금도 상당한걸로 알고있는데 그런것에 비해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울만한 장소가 참 마땅치 않다고요. 비흡연자인 친구들을 만날 때면 담배를 피우고 올테니 기다려 달라는 말을 완곡하게 하느라 항상 눈치를 보고 있는것 같아요. 그 친구와의 관계가 친하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서 흡연자들끼리 노는게 마음이 차라리 마음 편하다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그 말을 입 밖에 내는게 그렇게 눈치 보일수가 없어요. 내 돈 내고 내가 피우는건데도요. 여러 친구들이랑 놀다가 흡연자들끼리 흡연하러 나오면요,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잖아요. 그 러다보니 흡연자들끼리는 조금 더 쉽 게, 빠르게 친해지는 것도 있는것 같아 요. 공통점이 있고, 소통을 더 자주하게 되니 장벽이 더 낮은 느낌이랄까요. 마음 맞는 사람이 흡연자인 것을 알게되면 속으로 ‘앗싸’ 하고 외치게 되죠.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알게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겨요. “혹시 흡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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間 接 吸 緣 2
밥은 굶어도 담배는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이야. 연말이라 그랬는지 이래저래 돈을 다 쓰고 나니 주머니가 가벼운 상태였어. 그래서 토요일인데도 그냥 집안에만 있었어. 뭐. 있다가 보니까 배도 고프고 해서 먹을게 없을까 하고 냉장고를 뒤져봤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는거야. 찬장에 든 햇반 말고는 김치도 없었어. 심지어 수중에 돈이라고는 오천원짜리 한 장이 전부였고. 그래서 이 돈으로 뭐라도 사먹어야겠다 싶어서 나왔어. 집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지만 나온 김에 바깥공기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려고 보니까 돛대인거야. 진짜 큰일났다 싶었어. 월급날까지는 이틀이나 남았었단 말이야. 오천원가지고 버텨야 했다고. 근데 어차피 주말이니까. 주말동안 굶을 수는 있어도 담배를 안 피울 수는 없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오천원으로 담배를 샀어. 그냥 맨밥 먹으면서 담배 한 입, 밥 한 입. 그렇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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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한개비의 담배를 속되게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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間 接 吸 緣 3
라이터가 또 담배는 안 들고나와도 괜찮아. 새로 사더라도 집에 놓고 나온 담배가 사라지는게 아니고, 언젠가는 내가 다 피울걸 아니까. 근데 라이터를 안들고 나오면 그건 진짜 짜증나는거 있지. 흡연자들은 다 공감하지 않나. 무슨 느낌인지 너도 알지? 아니,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집에 라이터가 30개는 있을걸? 지금처럼 안들고 나오면 그냥 사버리니까. 그러고 또 어딘가에 던져놓고 담배만 들고 나오는거지. 그러다보면 진심 한 트럭은 집에 쌓인단말이야. 라이터 값으로만 얼마를 쓴건지 계산해보고 싶을 정도야. 의미 없겠지만. 왜 그런거 있잖아. 물건이 사라지는 사차원의 공간? 분명히 갖고 있었는데 없어지는거. 내 친구중 하나는 계속 실핀이 없어진다고 하더라. 다른 애는 분명히 동전이 있었는데 쓰려고 보면 없다고. 나는 라이터가 자꾸 사차원의 공간에 빠져버리는 것 같아. 오늘도 그래. 집에서 분명히 들고나온 것 같은데, 담배 피우려고만 하면 없어 꼭. ... 근데말이야. 이렇게 사고나면 꼭 뒷주머니에서 라이터가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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吸 緣 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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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xx - Islands I don’t have to leave anymore What I have is right here Spend my nights and days before Searching the world for what’s right here Underneath and unexplored Islands and cities I have looked Here I saw Something I couldn’t overlook I am yours now So now I don’t ever have to leave I’ve been found now So now I’ll never explore See what I’ve done
글쎄. 다른사람이랑 같이 있을 때에는 안그런데 혼자 담배 피우면 이 노래를 듣고싶어져. 런던에 있었을 때에는 주로 혼자 피웠던 것 같아. 그리고 또 한국에 비해 담배값이 훨씬 비쌌거든. 그래서 막 아껴가며 피웠어. 담배 한 개비가, 그 시간이 지금보다 뭐랄까. 소중하게 느껴졌거든. 그래서 내가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피웠는데, 그 때 즐겨 들었던 노래가 이 노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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吸 緣 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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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 - 싸구려 커피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 바퀴벌레 한 마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뭐라고 설명을 잘 못하겠는데, 자취를 시작해서 그런가. 이 노래 가사가 내 상황이랑 딱 맞는건 아닌데 괜히 공감가고, 뭔가 괜찮아지는 기분이 들어. 옛날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노란장판 감성이 딱 이 노래잖아. 근데 또 노래 분위기는 장난스러워서 좋은 것 같아. 괜히 지치고 피곤할 때 담배 피우는거나, 이런 노래 들으면서 장난스럽게 신세한탄 하는거나 비슷한 맥락인것 같아. 이거 너무 자의식 과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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吸 緣 者 Paper 2 Coated Paper 150g/m Font Sandoll GothicNeo 1 Gotham Hiragino Sans 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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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에서 담배냄새 난다. ”
인터뷰 잡지 ‘흡연자’는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흡연이라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진 제목이다. 흡연, 담배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과 관계를 만드는 매개체이자, 소셜라이징 플랫폼이 되어 버렸다. 담배가 주는 무드는 분명하다. 공감각적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혹자는 잡지에서 담배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웃기지만 너무 감사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기획한 공감각적 심상을 그대로 읽어준 것이였다. ‘흡연자’에는 캐쥬얼한 이야기를 담았고, 가볍게 찍은 사진들과 함께 배치되었지만 어딘가 무겁고 매캐한 공기를 마신듯한 느낌을 받게한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느낌일 것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불쾌하거나 흥미로운 느낌일 것이다. 흡연은 각자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선택할 일이지만, 이 잡지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볼 거리이자 마실거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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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출판물 중 잡지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있는 매체였다. 방대한 양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담아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만큼 글에 공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이런 가능성과 개인적 관심이 맞물려 지극히 사적인,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독립 담배잡지 ‘흡연자’를 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