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이리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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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입니다.

영화로 읽는 시공간 - 나는 왜 아가씨에서 섹스신이 거슬리는가? / 글. 곡주대비 영화수업 - 장르탐구 : 한국형 스파이 영화 / 글.김 지진파 -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뼈와 살들 - 글. 그림. 준가 옆사람 인터뷰 - 모두 잘 할 필요 없는 / 글. 정리. 이내 도토루의 하루 - 그림. 호지 Daily Archive - 이카루스 프로젝트 / 글. 김혜미 경계인 - 7화. 동등한 관계의 리트머스 / 글. 스푸트니크 의미 없는 이야기 / 그림. 글. 철민 한 쪽 눈으로 바라본 세상 - 7. 장애 여성 공감 / 글. exxx


비가 온다 안온다 하고 안오다가도 오고 책이 두꺼워 질꺼다 하면서 안그렇고 뭐 그렇습니다. 하하하. 저는 최근 살면서 처음으로 나의 인생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 니다. 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 뭘 먹고 살다가 뭘 남기고 갈 수 있을까? 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세상의 넓이에 비해 제 몸이나 능력이 비루한 것 같고 시원 찮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 돌아보면 인생은 다 비슷합니다. 잘난 놈도 못난 놈도 결국 죽고 죽 고 나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그러니까 살면서 지킬것은 지키고 괜한 고집이나 남을 괴롭히는 것에 공들이기 보 다 즐거운 일을 하시면서 무더위를 돌파해 내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렇다고 악행을 저지르는 무리들을 도외시하는 쓸쓸한? 씁쓸한? 인간은 되지 맙 시다. 모기를 잡듯 때려 잡을 것은 때려 잡는 다는 마음으로 슬슬하면서도 단호하 게 화이팅. ps. 월간이리 페이스 북이 있습니다. 페이스북 검색창에 ‘월간이리’ 를 검색하시고 좋아요도 좀 눌러주고 그래요. 도와주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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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에서 섹스신이 거슬리는가? >

*아가씨의 리뷰는 아닙니다. 이번 호에서는 영화에서 등장 했던 세 번의 섹스신 만을 언급합니다.

아가씨 에서는 두 차례의 거한 (?) 섹스신이 등장한다. 모두 김민희와 김태리 (아가씨와 하녀 분) 사이에서의 일어나는 섹스신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세 차례 라고 해야 할 수 도 있겠다. 초반 등 장하는 러브신 1 과 2막에서의 러브신 2는 같은 사건을 두 명의 시선에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 이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의 그랜드 피날레 (해피엔딩) 섹스신. 나는 이 섹스신 들 이 극의 몰입도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의 감정적인 발전을 돕거나 증명하는 것이 아닌 그것과 별개로, 별 다른 기능 없이 스펙타클 (spectacle) 로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보여주는 엄청난 비쥬얼 – 미장센과 편집, 앵글, 카메라 워크 들을 모두 포함한 – 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영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물이 가진 감정이나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에 대해 암시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에 뭔가 눈에 띄는 시각화의 흔적이 있다면 눈 여겨 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친절 한 금자씨에서 그 유명한 대사 ‘너나 잘 하세요’ 를 하는 이영애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익스트림 클로즈 업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금자씨의 행보가 그 전까지 보여졌던 수동적이고 당하 는 피해자 입장이 아닌 ‘복수’를 하는 능동적인 가해자 입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의 전조이다. 금자씨가 관객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셈이다. 반대로 아가씨에서의 섹스신들은 볼 거리 이외의 명분을 찾기 힘들다. 그녀들의 사랑을 증명 해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포르노 텍스트에서의 섹스신들을 분석한 영화학자 린다 윌리 암스의 주장을 그대로 재현한다: “The animating male fantasy of hard core cinema, might therefore be described as the (impossible) attempt to capture visually (the) frenzy of the visible in the female body whose orgasmic can never be objectively measured”; 하드 코 어 영화에서의 재현되는 남성의 성 환타지는 절대로 객관적으로 측정될 수 없는 여성 오르가즘 의 육체적 시각화의 불가능한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스, 1989, 50쪽). 박감독의 인터뷰에서 그는 최대한 여성 해방론 적인 입장에서 영화를 그렸다고 했다. 물론 그의 statement 가 감독이 궁극적으로는 남성으로 교육 받은 생체적 남성임을 부인하는 것임은 아닐 것이다. 다만 유달리 그의 섹스신이 거슬리는 이유는 실제 촬영 현장에서 스텝 없이 무인 카메


라가 찍었다고는 하지만 그가 디자인하고 주문 한 bodily (sexual) position; 체위 와 movement; 동작 들이 미학적, aesthetic 하다기 보 다 애크로바틱, acrobatic 에 가까우며 작위적 이라는 것이다. 가령 비교적 자세한 움직임들 이 그려지는 두 번째 섹스신에서 그녀들이 보

영 화 로

여주는 행위들은 지극히 전시적이다. 일단 그 들이 키스신에서 섹스신으로 넘어가는 순간부 터 그들의 액션 페이스 (action pace) 가 너무 빠르게 진행 된 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찰칵 찰

보 는

칵 하는 카메라 소리에 맞춰 기계적으로 예쁜 포즈를 짓는 것을 보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 포 즈들은 남성적 시선으로 흔히 호출되는 레즈비

시 공 간

언 섹스의 전형 (예. 가위치기, 69, 등) 의 향연 처럼 나열된다. 감독이 이 두 여성의 사랑의 결 실로 보여 주고 싶어 했다던 마지막 섹스신 에 서는 그 설정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히데코 를 옥죄던 장치로 등장했던 구슬을 이들은 섹 스 토이로 사용하는데 한 여성의 ‘해방’ 의 상 징이라는 것이 그렇게 밖에 쓰일 수 없었나 라 는 생각과 물리적으로도 전혀 ‘야하지’ 않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 었다. 물론 나 와는 상이한 느낌을 가진 여성 관 객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주변 지인 여성관객들 의 반응을 살펴 본 결과 아가씨의 섹스신에서 쾌감을 느꼈다는 여성의 반응은 아 글.

직 까지 보지 못했다.

곡주

대비

결과적으로 identification, 즉 동일시가 되지 않으니 감정적 흥분, arousal 도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씨퀜스 (길고 결정적인 부분을 차지 하는 이 두 개의 섹스 시퀜스) 는 누구를 위한 것 이며 무슨 기능을 하고 있는가. 이 두 개의 장대한 시퀜스에서 여성관객은 철저히 배제, exclude 되어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사실 이 대목에서의 비판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뿐 만이 아닌 많은 작품들 역시 피해 가기 힘 들다. 정말 좋은 작품을 섹스신 몇 개로 폄하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안 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거장 감독의 작품이기에 평가하는 bar 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것; 또 하나는 감독이 매체 인터뷰들에서 강조하는 ‘여성 중심’ 의 영화라는 논지다. 아가씨는 여러 가 지 미덕을 갖춘 작품이지만 적어도 (진정한 의미의) 여성 중심의 영화도 아니고 – 혹은 여성관객 을 위한 영화도 아니고 – 여성의 해방을 그린 작품도 아니다. 젠더, gender 라는 컨셉으로만 국 한을 시킨다면 아가씨는 여성이 주인공을 한 영화; 찌질한 남자들이 여성들의 피해자가 된다는 정도의 줄거리를 가진 남성 시선의 영화다. 아가씨의 전체 영화 평은 다음 호에…


영화수업

강의: 장르 탐구 한국형 스파이 영화

글. 김

영화가 장르를 나타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 글에선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를 언급하려 한다. 첫 번째는 이 야기 구조, 즉 내러티브를 통해 나타내는 방법. 두 번째는 영화의 배경(setting), 등장인물의 외모(Character appearance), 그리고 소품들(props)등 눈에 보이는 이미지들인 아이코노그라피(Iconography / Icon) 를 통해 나타내는 방법. 세 번째는 특정 장르에서 반복되는 장면인 컨벤션(convention)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다. 최초의 영화 장르인 헐리우드 서부극(Western)을 예로 들어보자. 서부극은 언제나 권선징악의 스 토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늘 미국 서부 개척시대이며 광활한 사막, 산 등이 주요 장소로 등 장한다. 서부극의 대표적 캐릭터들은 카우보이 복장을 하거나, 수트에 둥근 신사모를 쓰고 등장하며, 말, 권총, 기차등의 소품들은 서부극에선 빠질 수 없는 소품. 주인공과 악당의 일대일 대결장면이나, 말을 타고 황량한 사막을 달리는 장면 등은 서부극에 항상 등장하는 장면, 컨벤션이다. 장르의 특징들은 발전하고 때로는 변화한다. 20세기 초반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서부영화는 백인우월 주의 같은 정치적 오류가 문제로 제기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이탈리아산 ‘스파게 티 웨스턴 ’1)인데, 헐리우드 웨스턴과 같은 배경을 설정하고, 비슷한 소품들을 사용하지만 선과 악의 구분 이 명확하지 않은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새로운 인물상과 내러티브를 보여주었다. 스파게티 웨스턴이 등장 해 인기를 끌던 1960년대, 그 영향을 받아 아시아에도 ‘오리엔탈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탄생했다. 그중 한 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을 ‘만주 웨스턴’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은 영화가 일제강점기에 만주에서 활동하 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70년대 초까지 이어졌던 만주 웨스턴은 그 이후로 제작이 끊겼다가 2008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통해 다시 한 번 반짝 부활하기도 했다. 2014년에 개봉한 윤종빈 감독 의 군도: 민란의 시대도 영화에서 묘사한 공간적 배경이나,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방식, 음악 그리고 권선징 악의 스토리 구조 등을 고려하면 서부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만주 웨스턴으로는 분류할 수 없고, ‘ 조선 웨스턴’이라 부르는 게 더 적당하겠다.

1) 한국에서는 일본 평론가가 처음 사용한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대표작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 (1964)


스파게티 웨스턴이나 만주 웨스턴처럼 영화가 만들어지는 지역적 환경이 반영되면서 장르의 특질이 변화 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간첩영화’라고도 불리는 ‘한국형 첩보영화’ 역시 그중 한나이다. 영어로 는 ‘Espionage Cinema’ 혹은 ‘Spy film’이라고 불리는 첩보물은 1920년대 무성영화 시절부터 존재했지만, 1960년대 냉전이 한창일 때 본격 흥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흥행의 주역은 역시 007시리즈. 영국 비밀정보 국 소속의 제임스 본드가 악당들의 계략을 막는 플롯에, 영국 신사를 떠오르게 하는 수트, 최고급 자동차, 최신식 무기와 같은 아이코노그라피들, 미녀 본드걸 캐릭터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는 후에 만들어진 많은 스파이 영화에서 답습되었고, 장르적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할리우드와 영국의 스파이 영화들은 각국 의 비밀요원이 국가 밖의 악당을 막는, 흑백이 분명한 갈등구조를 보인다. ‘냉전’이라는 당시 세계 정세를 반영해 영화 속 공공의 적은 단연 러시아였으며, 2차대전의 영향으로 독일이 악당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 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악당이 북한이나 무슬림으로 변하고, 또 어떤 때는 이스라엘 비밀 정보기관인 모 사드 요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등의 변화도 있었는데, 이는 당대의 주류적 세계 정세가 반영된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스파이 영화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 바로 악당이 국가 외부에서 국가 내부, 그것도 주인공이 속해있는 국가 정보기관 내부로 이동한 것이다. 이 설정은 1996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곧 새로운 장르적 특징이 되었다. 하지만 해외의 스파이영화들은 여전히 선과 악 이 뚜렷한 갈등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형 첩보물’은 주로 남파된 북한 간첩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영국이나 할리우드 스파이 영화와는 확 연히 다른 내러티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주류 스파이 영화에 남북한의 관계를 대입한다면, 절대악인 북한 간첩과 정의로운 남한 정보국 요원의 대결이 돼야 하지만, 한국의 간첩 영화에선 그런 식의 선악은 존재하 지 않는다. 이는 바로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지역적, 역사적 특징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형 첩보 영화의 갈등 구조는 ‘선-악’보다는 ‘가해자-피해자’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여기서 가해자는 흔 히 ‘이념싸움’2) 이라고 불리는 남북의 충돌로, 영화에서는 각국의 기득권으로 형상화되지만, 두 나라의 ‘갈 등’이라는 실체가 없는 그 ‘상황’이 진정한 가해자라고 볼 수 있다. 피해자는 남파된 간첩과 남한의 정보국 요원, 즉 영화의 두 주인공들인데, 이들은 남북한의 평범한 국민들을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이런 영화적 설 정들은 한국형 첩보물뿐 아니라 한반도의 분단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 한국의 전쟁영화나 밀리터리영화에 서도 볼 수 있다. 당시로서는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기념비적 첩보영화로 남은 쉬리(1999)를 예로 들어보자. 쉬리 는 남북의 평화적 교류를 방해하려는 북한의 일부 세력이 남한에 내려와 공작활동을 하면서 시작된다. 그 일원중 하나인 이명현(김윤진)은 남한의 비밀정보기관 OP 요원인 유중원(한석규)의 연인으로 위장하던 중, 진심으로 중원을 사랑하게 된다. 이 영화에는 물론 박무영(최민식)이라는 북한군 악역이 등장한다. 하지만 악역으로 그려져야 마땅할 적군 명현에게 관객이 감정이입을 하도록 만든 것은 지금까지도 영국이나 할리우 드의 스파이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설정이다. 이런 설정을 통해 쉬리(1999)는 ‘진정한 악은 지배자들의 싸 움으로 인한 분단체제이며, 그 아래 놓인 사람들은 결국 피해자일 뿐’이라는, 남한 영화계가 한반도 분단을 바라보는 주요 시선을 처음으로 드러냈는데,3) 이는 <이중간첩(2002)>, <의형제(2010)>, <간첩(2012)>, <베를린(2012)>, <용의자(2013)> 등의 한국형 스파이물 뿐 아니라, 바로 다음해에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2000)>, <태극기 휘날리며(2003)> 등 밀리터리 영화나 전쟁영화등과 방향을 같이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서너 편의 한국형 첩보영화가 더 개봉했지만, 공동경비구역 JSA(2000), 태극기 휘날 리며(2003), 실미도(2003) 웰컴투 동막골(2005) 등의 전쟁/밀리터리영화 만큼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다. 쉬 리 이후 긴 침체기를 지나 한국 스파이 영화의 부활을 알린 것은 500만 관객을 모은 장훈 감독의 의형제 (2010)와 7백만 관객을 기록한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2013) 그리고 4백만 관객을 모은 원신연 감독의 용 의자(2013)이다. 이 세 영화의 공통점은: 첫째, 주인공이 남측의 정보국 요원, 북측의 간첩 두 명이라는 것. 둘째, 두 주인공이 서로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관계라는 것. 셋째, 영화의 주요 갈등이 남한 정보국요 원 대 남한정부, 북한 간첩 대 북한정부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형제의 주요 갈등 구조는 북한 간첩인 송지원(강동원) 대 또 다른 간첩인 그림자(전국환)이며, 해고된 국가정보원 요원 이한규(송강호)도 북한 간첩들이 아닌 자신의 조직과 갈등을 형성한다. 그리고 송 지원과 이한규는 서로를 돕고 신뢰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베를린에서도 북한의 영웅인 표종성(하정우)은 북 한의 기득권을 대표하는 동명수(류승범)와 대결구도에 있으며,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는 국정원과 청 와대 비서실장과 갈등한다. 반면 표종성과 정진수는 우정이라 표현하진 못할지라도 서로 협력관계에 있다. 용의자의 주요 갈등은 월북한 북한 특수요원 지동철(공유)와 대북정보실 김석호(조성하)의 관계이지만, 남 한의 공군대령 민세훈(박희순)과 김석호 역시 갈등 역시 영화의 주요 갈등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민세훈과 지동철은 적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2) ‘이념 싸움’이라는 단어는 주류적 관점과 충무로에서 남북관계를 보는 관점에서 사용한 것이다. 나는 북한의 체제를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자본주의로 보기 때문에 남북의 갈등을 이념 싸움이 아닌 한반도 권력 싸움으로 보고 있음을 밝힌다. 3) 영화의 이러한 설정은, 1998년 평화지향적 대북정책을 내놓았던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능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형 첩보물의 또다른 특징은 분단의 비극을 ‘가족’에 대입해 보여준다는 것이다. 의형제(2010)는 그동안 남한 전쟁영화에서 보여주었던 ‘한반도 분단과 흩어진 가족’ 컨셉을 스파이 장르에 잘 녹여낸 첫 영화이다. 예를들어 영화는 첫 시작부터 두 메인 캐릭터인 송지원과 이한규의 가족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남파된 간첩 송지원이 북에 있는 아내와 통화를 하는 모습, 그리고 남한의 국가정보원 소속 이한규가 이혼 한 부인과 통 화하는 모습이 두 캐릭터가 등장하는 첫 장면이다. 영화의 첫 에피소드는 김정일의 ‘육촌’ 김성학을 암살하 려는 간첩들을 국정원 요원들이 추격하는 것이며, 국정원에서 해고된 후 흥신소를 차린 이한규가 주되게 하 는 일이 도망간 결혼이주민여성들을 찾아주는 일이다. 윤희석이 연기한 손태순 역은 국정원의 정보원이 된 간첩인데, 이 캐릭터 역시 가정불화로 문제를 겪고 있는 게 드러나며, 심지어 고창석이 연기한 베트남 보스 역시 스토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캐릭터이지만, 라이따이안이라는 설정으로 ‘불완전 가정’이라는 컨 셉에 일치하는 걸 알 수 있다. 용의자(2013) 역시 주요 플롯이 월북한 북한 특수요원 지동철(공유)이 자신의 아내와 딸을 죽인 북한 요원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으로, 분단 체제와 가족의 비극을 연결시키고 있다.

베를린(2013)은 기존의 한국형 스파이물과는 약간 다르다. 위의 영화들이 남파된 북한 간첩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반면, 베를린은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 3국을 배경으로 베를린 북한대사관 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요 갈등의 원인이 남과 북의 무의미한 이념싸움보다는, 북한 내의 권력다툼에 더 맞춰져 있다는 것도 기 존의 한국형 스파이 영화들과는 다른 접근이다. 숙청대상이 되면서 누명을 쓰게 된 표종성(하정우), 베일에 가려진 무기 밀매사건을 추적하는 정진수(한석규)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베를린의 내러티브는 한국형 스파이 영화보다는 할리우드 스파이 영화를 더 닮은 듯 하다. 마치 한국판 본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느낌 이랄까. 영화의 결말에서 임신한 련정희(전지현, 표종성의 아내 역)의 죽음은 다른 한국형 스파이 영화가 보 여주듯 가족의 상실을 통해서 비극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남북한의 분열체제에 대입하는 것에는 무 리가 있어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에 한국식 스파이영화의 특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표 종성과 정진수 두 주인공이 자국 정부와 갈등을 한다는 설정, 그리고 두사람의 관계를 우정이나 동지애로 묶을 순 없지만 둘이 합심하여 갈등을 해결해나간다는 것은 다른 영화들과 일치한다. 만주 웨스턴, 조선 웨스턴, 한국형 스파이영화 등 한국화된 장르영화들이 만들어지고, 또 그것만의 내러 티브, 아이코노그라피, 컨벤션을 하나 씩 형성해나가는 현상이 무척이나 반갑다. 영상화된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을 넘어 심정적으로 공감하고,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 터나 유럽의 고전 명작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있다면, 현재 한국화된 장 르들이 앞으로도 그 명맥을 유지하는 것, 또 기존의 장르를 한국화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 되었으면 하 는 것이다. 끝


지진파

목차 들어가는 말 음식방송의 시대, 연봉 이야기는? 1장라면만 먹고 살 것인가, 캐비아도 먹고 살 것인가? 2장당신, 여기서 뭐하고 있나? 3장킥 다운 4장꾀와 지혜의 차이에 대하여 맺는 말 연봉과 개인적 행복 사이의 상관관계

추천이유 각자의 수입을 남에게 이야기하는게 조금 부끄럽거나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받지도 못하면서 이것을 쉬쉬 하기만 한다면 이는 정말 고용자 좋을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 시끄럽게 떠들어 도둑놈을 몰아내자.


** 식물의 분류나 생태, 인간 관련 의학, 퀴어 관련, 무속, 종교, 음악, 소설 이나 시와 같은 문학 관련, 사진, 일러스트 혹은 적어놓은 것 이외에도 무언가를 꾸준히 기고하실 분들은 언제든 exxx2x@gmail.com 으로 문의주세요. 정말 친절히 안내해 드리고 있습니다. **



살들

종일 창밖이 어두운 날에는 역시 어두운 방 안에서 내내 쭈그려 커피만 마시고 싶었다. 그러다가 큰 우산을 들고 방을 나서면 종아리 가득 감겨오는 빗물과 천지사방 물 내리는 소리, 철벙철벙 내가 지나가는 소리.

글, 그림 / 준가 junga.pic@gmail.com




16_ 모두 잘할 필요 없는 담백한 사람이 있다. 처음 알게 되었을 무렵 그는 영화제 일 을 마치고 인도 여행을 떠났다. 적은 돈으로 더운 나라에 가

옆 사람 인터뷰

기를 좋아했고, 더운 나라의 풍경과 잘 어울리기도 했다. 하 는 일이 자주 바뀌었지만 청년의 문제를 고민하고, 불합리한 일과 싸우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수줍은 얼굴 안으로 요즘은 어떤 삶을 꾸리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1_ Granz Globewalker, 여행하며 음악하기 네팔에 간다고 얘기해주었어요. 국제 교류 프로그램인데, 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말 단순한 생각이었다. 일하며 모은

떤 일을 하는 건가요?

돈으로 여행도 많이 갔다. 여행을 다니다 보니 삶에 대해 생 각하게 되더라. 30대부터 착실히 일하자는 계획이 지켜질지

���� ��� ��� ���� ���� ���� ��� 서울시��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서 하는 건데, 우리나라의

는 모르겠다.

마을 청년들이 청년들을 만나러 가는��� 프로그램이다. �����네팔 ����� ��� 밤�� �� ���� 결그 곳에서��공동체의 문화, 가치, 철학스쳤다. 등을 공유하고 사람이라는 생각이 어디에서로 가도배우면 있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에 함께 간 적이 있어요. 도슨트가 ‘

서 지속적으로 것이사람으로 목적이다. 펼쳐진 시공간이 는 것은 교류하는 사람이요,

청춘은 땡땡땡이다’라는 말에 좋은 답을 한 사람에게 선물

었다. 내가 만났고 만나고 있는 사람들 또한 마을 공동체라는 의미가 무엇이고, 어떤 긍정적인 면이 있다 아름다운 여행지의 하나였다. 여행을 이야기하 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고 싶었으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생

을 주었죠. 그때 청춘은 가난하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 요. 긍정적인 단어들 틈에서 유일하게 슬픈 단어였는데, 지 금은 어떤가요.

각했다. 사람을 여행해볼 작정이라고. / 급격한 현대화, 산업화 속에서 우리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

청춘은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난다. 젊기 때문에 인생에서 가

족, 친구, 공동체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기쁠 때 기쁨을 나누고

장 빛나는 때라고 생각한다. 청춘이 가난하다고 했던 건 빛나

슬플 때 슬픔을 덜 수 있는 일상의 공동체가 마을이라고 생 게스트하우스에는 다양한 삶이 오고갔다. 그 각한다. 조직과 단위가 커질수록 개인의 주도성과 자유의 범 랜트는 미국에서 온 장기 투숙객이었는데, 여 위는 줄어든다. 무리한 사회가 되고 국가가 되어 단위가 커질

는 때에 기성 문화의 틀에 갇혀 가난한 청춘을 소비하고 있 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가장 힘이 넘치고 반짝 이는 시기에 나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여행을 하고 음악을

행을 온 힘없는 사람치고는 그의 하루가힘을 꽤 잃게 정적이었 수록 평범하고 사람들의 목소리는 되지 않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꿈을 잃지 말았

다. 그는 공용개인과 공간에서 편의점 음식을 나. 어떠한 공동체든 공동체가 행복하게 지낼먹거나 수 있도

으면 좋겠다. 실패도 많이 할 거다. 행복해지는 것을 포기하지

비틀즈의 놓은 옆에공동체라 두고 록 최선을 다해야전곡을 한다. 그모아 해답이 잊고교본을 있던 마을

않았으면 좋겠다.

고 생각한다. 기타를 치고는 했다. 내가 그의 반려자와 다름

없던 기타를 두 동강 내기 전까지는(당분간

SNS를 통해서 음악을 만들고만큼이나 노래 부르는 걸 노래를 보고 있어요. 는 비틀즈와 로드리게즈 그의

다양한 일을 해왔는데, 일에 있어서 선택의 되는 게 Hey Jude를 배우겠다고 설칠 일은 기준이 없으리라). 있다면 무엇인가요?

공연을 하기도 하나요?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은 그가 의사가 될 것을 20대에는 여행을 많이 다니고 30대부터 일을 착실히 해서 가 기대했지만 6살 때부터 그는 음악을 꿈꾸었다 정을 꾸리자는 막연한 생각으로 20대를 보냈다. 재밌는 일을 고 한다. 소망은 오랜 시간 그대로였으나 대학 하고 싶었고, 그래서 20대에는 하고 싶은 일만 했다. 영화 보 을 졸업한 후에야 그는 온전히 음악을 하기로 는 걸 좋아해서 영화제에서 일했고 같은 이유로 시네마테크 마음을 먹었다. 에서도 일했다. 영화에 관해서 배우고 좀 더 영화를 많이 볼

아직 공연은 하지 않는다. 공연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

그를 마지막으로 본 날, 직접 녹음한 아홉

하고 공연하는 것에 큰 욕심이 없다. 가장 하고 싶은 건 밴드 조금 더 오래 머물 줄 알았는데 시드니에 갔 다. 대학 졸업 후 밴드를 만들기도 했는데 경제적인 여건으로 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얼마 못 가 흩어지게 됐다. 잘 살아야 좋은 음악도 나올 거다. 우선 잘 살아봐야겠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재밌고 마 나도 오래 있고 싶었지만 관광비자만으로는 그 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무대에 서는 건 언제나 꿈이고, 럴 수 없었다. 한국에 다시 가고 싶고 그전까

지 시드니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비행기


좋은 곡을 만들고 연습을 많이 해서 공연을 하고 싶다. 노래를 하기 시작한, 혹은 기타를 치고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때는 언제인가요? 중학생 때 클래식 기타반에서 기타를 처음 배웠다. 처음에는 손도 아프고 정말 어려웠다. 스무 살 즈음 김광석 아저씨의 노래 를 듣고 너무 좋아서 기타를 치면서 따라 불렀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게 되면서 음악을 할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들게 되 었다.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게 된 건 얼마 안 됐다. 처음 노래를 만들었을 때 신나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 직접 노래 만드는 데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만든 노래를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소소하게 공연도 하게 되니 즐겁더라. 소소하게 자 기 노래를 만들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모두가 잘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꼭 잘하지 않아도 자기 생각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노래든 그림이든 글이든. 지금 하고 있는, 혹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네팔에 가기 전까지 부산에서 지내게 됐다. 아는 기획자 분이 실험하고 있는 공유 공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서 부산에서 생활하며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다. 네팔에 다녀와서는 당분간 지방에 살며 마을 공동체에 관한 일을 하고 싶다. 태국 북 부 지방에 방을 임대해서 여행하듯 지내고 싶기도 하다. 서울 혹은 한국을 떠나 사는 것에 대한 삶의 실험을 계속하고 싶다. 글, 정리 : 이내




Daily Archive 이카루스 프로젝트

글. 김혜미 1909년, 브레샤(Brescia, Iataly) 에서 에어 쇼(air show)가 개최되었다. 에어 쇼는 1900년대 초 에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글라이더 비행을 성공시킨 이후 공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명된 엔진 비행기의 비행을 선보이는 이벤트였다. 당시의 시점에서 비행은 경마와 비슷한 것이었고, 부자 든 가난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지불한 값의 좌석에서 비행을 구경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단엽기, 복엽기, 3엽기까지, 이들의 속도와 고도, 그리고 거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을 구경했다. 사람이 기계로 오랜 시간동안 하늘을 나는 장면을 최초로 목격한 당시의 관람자들에게 에어 쇼 는 우승자를 맞추거나 놀라운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게 하는 것이 아닌, 비행 그 자체에 대한 순 수한 즐거움이었다 -세계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비행 기에 대한 세기말적 낙관이었다-. 이태리 북부에 위치한 브레샤에서 열린 에어 쇼는 당시 유럽에서 여러 번 개최되고 있던 초기의 에어 쇼 중 하나였다. 현재 브레샤 에어 쇼에 관해서는 역사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당시 에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비행기 조종사(루이 블레리오 Louis Bleriot)가 참여했을 뿐 아니라 우 연히도 여러명의 작가들과 예술가가 그 새로운 기계를 위한 쇼의 현장에 있었다.

1909년 9월에 카프카(Franz Kafka)는 친구 막스 브로드(Max Brod)와 그의 동생 오토 브 로드(Otto Brod)와 함께 이태리 북부 지역, 리바(Riva)로 휴가를 떠난다. 9월 4일 프라하 중앙 역에서 출발한 그들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르크(Innsbruck)를 거쳐 베로나(Verona)로 향하는 기 차를 탄다. 그들은 리바에 다다르기 전에, 다시 기차를 타고 로피오 강(Lake Loppio)의 푸른 협 곡을 따라 토르볼(Torbole) 마을을 향해 내려가면서 가르다 호수(Lake Garda)의 장엄한 풍경을 즐긴다. 로케타(Rocchetta)에서 과거에 지어진 탑으로 뒤덮인 깊은 바위산을, 리바에서 그림같 은 항구의 아케이드 광장과 고대의 시계탑을 감상한다. 이 화창한 나날의 장면은 오랫동안 카프 카의 기억에 감동적으로 남게 된다. 그들은 함께 톨비노 성(Castle Tolbino)에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오토와 카프카가 함께 찍힌 보기 드문 사진 -카프카는 태양을 등지고 헐렁한 모 자를 쓴 채 작은 보트 위에서 웅크려 앉아 있다- 이 이 여행의 기록물로 남아있다. 세월이 흐른 뒤에 막스 브로드는 이 여행에 대해 “회색의 긴 숲에 태양의 빛줄기가 들어왔고..., 반짝이는 도 마뱀들, 시원하고 조용한 장소...,” 라고 회상한다.

그들은 그들의 하찮은 이태리어를 즐기며 이태리 일간지 Semtinella Bresciana를 훑어보다가 9 월 9일자에서 관심을 한번에 사로잡는 내용을 발견한다.: 에어 쇼의 첫째 날. 카프카는 즉시 브


레시아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나중에 기록된 브로드의 회상에 따르면, 유명한 프랑스인 조종사 루이 블레리오에 관해 베를린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긴 하지만 -블레리오는 영국 해협을 최초로 비행하여 건넜다- 우리 모두 단 한번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본 적이 없어서 들떠있었다 라고 한다. 그들은 더 늦기 전에 다음 날인 9월 10일 오전에 데센차노(Desenzano)로 향한다. 데센차 노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브레시아 중앙역에 도착한다.

이 여행을 마치고 카프카는 프라하의 독일어 신문 보헤이마(Bohemia)에 “브레시카의 비 행기들(Die Aeroplanes in Brescia)”이라는 제목으로 이 에어 쇼에 관한 기사를 쓴다. 기사라기 보다 에세이에 가까운 이 글에서 흥미로운 점은 에어 쇼에 참여했던 비행사들과 그들의 비행기 가 날기까지의 긴 과정을 자세히, 그리고 관상학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점이다.

* (…) 큰 코를 가진 키가 작은 남자, 로저(Rougier)는 자신의 격납고 울타리에서 셔츠 소매를 올 렸다 내렸다 한다. 그는 극단적으로 무언가를 하기 바쁘다. 다소 불분명한 행위들, 예를 들면 자 신의 어깨를 내던지거나, 손을 흔들거리거나, 여기저기를 걸으면서 스스로를 툭툭 두드리고, 조 수들을 격납고 커튼 뒷쪽으로 보냈다가 다시 이쪽으로 부른다. (…) 커티스(Curtiss)는 격납고 앞 가까이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있다. 그는 커튼 사이로 우리가 믿는 것보다 더 큰 자신의 비행기를 바라본다. 우리가 그의 곁을 지나갈 때 커티스는 앞에 놓여 있던 뉴욕 해럴드를 집어 들고 한 줄을 읽는다. 우리가 30분 후에 그 앞을 다시 지나쳤을 때, 그 는 벌써 중간 지점을 읽고 있다. 다시 30분 후에 그는 그 장 읽기를 끝내고 새로운 장을 읽기 시 작한다. 그는 확실히 오늘 날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 나무 난간의 한 지점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정말 작아!” 프랑스인들이 아쉬워한다. 여 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그 평야 가까이로 갔다. 거기에 작은 노랑빛의 비행기가 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때 우리는 블레리오의 격납고를 볼 수 있었다. … 우리는 즉시 한 쪽 날개에 기대어 서있는 블레리오를 발견했다. 그는 그의 기계, 목 위에 단단하게 세워진 머 리,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모터 위에서 작동할지를 관찰하고 있었다.

한 조수가 날개의 프로펠러를 잡고 돌렸다.; 그는 잡아 당기고, 확 잡아챘다. 우리는 코골이 같 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프로펠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또 다른 시도가 이어진 다. 그들은 그 시도를 10번 정도 더 한다.; 가끔 프로펠러가 막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몇 번 회전한다. 문제는 엔진에 있다. 새로운 작업을 시작한다. 관람객은 이 작업을 하고 있는 조 수들보다 더 빨리 지루함을 느낀다. 엔진에 골고루 기름을 바르고 나사를 풀었다 조였다 한다.; 한 사람이 헛간으로 달려가 대체품 부분을 가져온다.; 여전히 맞지 않는다; 그는 다시 서둘러 돌 아가 두 다리 사이에 망치를 끼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일을 한다. 블레리오는 기계공 제자 르블 랑(Leblanc)과 자리를 바꾸어 번갈아 가면서 프로펠러를 잡아 당기고 있다. 그러나 엔진은 무 자비하게도 작동하지 않는다. …아니다, 그는 할 수 없다, 그는 계속해서 또 다시 막힌다. 그는 계속 같은 지점에서 멈추고 실패하기를 반복한다. 한동안 블레리오는 그냥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다. 6명의 조수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블레리오 주변에 서있다.; 그들은 모두 꿈을 꾸 는 것 같아 보인다.


(…) 프로펠러는 한번 더 회전한다. 전보다는 나아 보인다, 아닐 수도 있다. 엔진은 이상한 소리 를 내기 시작한다. … 그들은 많은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모든 시도는 관람객을 흥분하게 한다. (…) 긴 침묵 끝에 블레리오의 비행기는 하늘로 오른다. 당신은 날개 위로 쭉 뻗어 튀어나온 그의 상체를 볼 수 있다. 다리는 마치 기계의 일부가 된 것처럼 깊숙히 들어가있다. … 모두가 헌신적 으로 그를 올려다 보며 응시한다. 그것 이외에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의 공간이란 없다. 그는 작 은 원을 그리며 날고, … 지상 20미터에서 스스로 하늘을 날고 위험할 것 없는 나무 구조물에 한 사람이 갇히는 꼴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 붐비고, 허울뿐인 지상에서 그를 올려다본다. (…)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 커티스는 엔진을 급활성화시켰다. 여기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만큼 멀리 날아가고, 드넓은 평야를 가로질러 위로 솓아있는 먼 숲을 향해간다. 그는 시야 에서 사라지고, 우리는 숲을 바라본다. 집 건물들의 뒷편에서 다시 그가 보인다. 오직 신만이 어 떻게 이전과 같은 높이를 유지하면서 우리 쪽으로 향해 날아오는지 안다. 그가 하늘로 치솟아 태 양의 중심을 지나칠 때 우리는 평야 위의 일부분이 그림자에 기운 것을 본다. 그는 신호 깃발을 돌아 출발한 지점으로 돌아온다. 군중의 소음 앞에 태연하고 빠르게, 다시 작고, 외로워진다. 그 는 이 순회를 5번 선보였다. 49분 24초만에 50km를 날아 브레시아의 그랜드 프라이즈(Grand Prize of Brecia), 3000리라를 받았다. 이것은 숭고한 승리리지만 부질없는 숭고한 승리이기도 하다. … 그러나 커티스가 숲 위에서 온전히 혼자가 되었을 때, ... 군중은 그를 잊었다. 지금 어 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불평은 칼데라라(Calderara)가 날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기계가 고장났다.) 그리고 로저는 그의 Voisin 비행기를 이틀동안 고치는데 힘을 쏟고 있다는 것, 그리 고 그의 Zodiac, 이태리어로 ‘Zeppelin’ -로저의 비행기 이름이다- 은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다 는 것이다. ...

(…) 커티스가 승리의 비행을 마치고 소심한 미소와 함께 모자를 벗으머 나타나자 블레리오가 짧 은 순회를 시작한다. 이미 모두가 그는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로저는 자신의 통제 아래 신사처럼 책상에 앉아 있다. ... 로저는 결국 짧은 순회를 하며 날아오르더니 블레리오보다 더 높이 날아올라 그를 구경꾼으로 만들었고, 그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 사람들은 이 비행이 단순히 실험의 일환이라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벌 써 7시가 지났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 로저를 가리킨 다. … 로저를 가리킨다.; 초만원의 마차들이 로저 때문에 움직이지를 못한다. … 로저는 아주 높 이 우리 위에 있다. 그의 위치는 오로지 지금 아주 어두운 하늘에 보이는 별을 연구한 문헌으로 만 설명될 수 있어보인다. 우리는 돌아가는 도중에도 고개를 돌려 로저를 보는 것을 멈추지 않 았다.; 로저는 여전히 상승하고 있지만, 우리는 캄파냐(Campagna) 평원을 깊숙이 향하고 있다.

* 단 한번도 하늘로 자유롭게 날아오르지 못하는 카프카 글 속의 캐릭터들만 보아도 카프 카는 언제나 땅에, 그의 선조에, 의례적이고 반복적인 현실의 책임감에 발붙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프카는 하늘보다는 지표면과 지하, 수면보다는 물속을 상상한다. 위의 글에서도 얼 핏 드러나지만,: 예를 들어, 비행기를 ‘기계 / machain’이라고 부른다거나, 비행을 올려다보는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이 들어올 마음의 자리가 없다, 그리고 비행기를 탄 비행사가 나무 구조물 에 갇혀있다는 표현에서, 또 비행의 장면에서조차 일상의 면을 놓지 않는 태도에서 볼 수 있듯 이, 그에게 비행은 땅에 뿌리박힌 우리의 상태를 초월할 수 있다는 어린 아이같은 상상의 전망 이 아니라 지상의 지주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카프카는 이 여행을 마치고 정확히 4년 뒤, 1913년 9월에 다시 이태리 북부로 여행을 떠 난다. 이번에는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고자 요양차 리바로 떠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행 목적과 달리 리바로 가는 과정에서 -응급처치와 위생에 관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빈(Vienna, Austria) 을 먼저 방문한다- 끔찍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낸다. 그는 ‘침대에서 괜히 이리저리 뒤척이고, 머리를 냉찜질하다, 한참 동안 창가에 서서 골목길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이 몇 층만 더 아래쪽 에 있기를, 지금 흙속에 누워 있기를 소망한다. 그 일은 불가능하다.” 라고 일기에 적는다. 카프 카는 오토 피크(Otto Pick)와 알베르트 에렌슈타인(Albest Ehrenstein)과 리제 카츠넬손(Leese Katsnelson)과 동행하게 되는데, 이들에게 극심한 불쾌감을 느낀다. 이들은 함께 프라터 공원 (Prater Park)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대관람차와 보티브 성당(Votivkirche) 첨탑보다 더 높이 상 승하는 비행기가 그려진 배경판에 올라타 재미로 사진촬영을 한다. 이 사진에서 카프카는, 두통 과 불쾌한 혼란 중에도 불구하고, 그런 높은 허공에서 미소 비슷한 것을 지어보인 유일한 인물 로 남는다.* (*Vertigo, W.G.Sebald)

나는 지금껏 보지 못한 미묘한 미소를 하고 있는 비행기 안의 카프카의 표정을 이해하

기 위해 이 사진과 관련된 기록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브레샤 에어 쇼는 그 와중에 발견한 예상 치 못한 것이었고, 이 둘 사이의 이상한 연관성은 카프카의 수많은 여행/모험/이동을 연상시키 며 의문으로 남았다. 카프카에게 비행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그는 정말 하늘로 오르는 것; 지상 으로부터 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했을까. 카프카의 이 미소는 카프카식 유머일까.

(다음 호에 계속)




경 계인

7화. 동등한 관계의 리트머스 글. 스푸트니크 (salomet@naver.com)

‘청춘’. 듣기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단어다. 다들 대학입시라는 감옥에서 탈출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에너지를 주체 못하고 발산하는 시기. 마치 그 젊음이 영속적인 것처럼 끝을 생각할 수 없는 때, 그래서 더 과감한 행동들을 하고, 돌아보지 않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때. 그러나 그 자유분방한 20대 젊은이가 실은 마음이 여리고 애정결핍인 상태라면 이 자유분방함은 함정을 가진다 : 알게 모르게, 상대의 고삐 풀린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 유혹의 딜레마란 젊음의 치기에서 오는 매력을 그대로 발산하고, 내 쪽에서도 상대를 멋대로 주무르거나 울리고도 싶은 그런 나이이기에 오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이 원하는 것이 있어 다가올 때는 그의 진심과 맨얼굴을 알기가 어렵기에, 진심을 가려내는 리트머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혹시 이 글을 읽는 마음 여린 독자들이 있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몇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다들 뻔히 아는 이야기일테지만, 내겐 철저히 온몸으로 부딪혀서만 체득되었던 것들이라 혹시나 해서 풀어본다.

< 동등한 관계의 리트머스>

1.상대가 자신의 스트레스 및 힘든 이야기를 필터링 없이 내뱉는가:

보통 잘 보이고 싶은 상대에겐, 자신의 좋은 점만 보이고 싶어한다. 또한, 상대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힘든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게 된다. 사정이 그러한데, 상대가 마치 나를 자신의 감정의 휴지통 대하듯 한다면, 그런 사람은 멀리 해야 한다. 상대가 힘드니까라며 자꾸 용인하고픈 생각이 든다면, 자신에게 ‘구원자 컴플렉스’가 있지는 않은지 철저히 자문한다. 진정한 친구란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친구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쌍방간의 존중과 아낌이라는 필수조건을 만족시켰을 때에만 가능한 관계이다. 매번 만날 때마다 한쪽의 일방적인 ‘들어주기’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한쪽이 댓가없는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고작 한 시간동안 심리적 문제를 털어놓으려고 상담사에게 9만원을 쥐어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다) 진심으로 그런 이야기를 계속 듣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고 서로 좋은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만약 상대가 나를 아낀다면, 놀라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잘 조율해보겠다고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불쾌해하며 멀어지겠지만 그럴 사람이라면 멀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2.나에게 돈을 쓰는 것을 아깝게 생각하는가: 우스갯소리로 여자는 자신을 찼던 남자는 용서해도, 자신에게 짜게 군 남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근데 그건 여자든 남자든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 같다. 아무리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도, 누군가를 만나고 데이트를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이기에 그때만큼은 상대를 즐겁게 해주고 가치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법이다. 돈이 없다면, 다른 데이트 대안을 생각해야 마땅함이다. 같이 한강을 산책하고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준다던가 하는 그런 정성으로 충분히 보상이 가능한 것이다. 나는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쪽이어서 더치페이를 하거나 밥과 차 중 서로 번갈아 지불하는 방식을 선호했는데, 어떤 친구는 그런 점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나도 당시 몰지각하고 게으르고 사랑받는 법도 몰랐다, 인정한다. 그래도 그런 자존감을 깎아먹는 관계를 왜 계속했는가 하면, 그에게 배울 점이 많았고 나에게 잘할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디까지가 끊어야 할 마지노선인지 불분명했고 끝없이 자문할 수 밖에 없었다. 그후 서로 철이 들어가며, 친구로 잘 지내보려 서로 노력하기도 했지만, 역시 이후에도 그는 이따금씩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순간들을 제공했고 그래서 관계를 끊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니까,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챙기지 않으면, 상대가 의도했든 안했든 상처를 받고 본의아니게 이용당할 수 있다.

3. 지인들을 소개시켜 주지 않는가:

나를 부끄럽게 여긴다던가, 떳떳하지 않은 관계의 특징이다.

4. 슬픈 이야기이지만, 그와 나의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너무 다르진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판타지는 멀리하고 현실적으로 경계한다. 게다가 아무리 그 사랑이 그 순간엔 진실이라 한듯, 시간이 지나면 현실은 그 둘의 관계 자체보다 많은 것들을 요구하기에. 만약 죽어도 사귀고 싶은 남자 혹은 여자가 생겼는데 그와의 사회적 거리가 멀다면, 그걸 좁히는 노력을 혼자 해낸 후, 더 동등한 자격으로 만나기를 강권한다. 태어나서부터 제비뽑기로 주어지는 출생 환경 자체는 사실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물론, 그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인위적인 노력들은 제대로 규탄받고 수정되어야 한다.) 탓할려면 그렇게 만든 조물주를 탓해야하는데 어쩌겠는가. 차라리 한눈팔지 않고 내 힘으로 성공하기 위해 먼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결국 그런 동등한 관계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 노력이 버겁다면, 나와 비슷한 환경에 있고 날 이해해 줄 수 있어서 현재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낫다.

5. 진지한 대화를 피하는가:

아끼는 후배나 친구에게 술을 많이 먹이려는 사람은 없다. 진도를 빼려는 흑심이 아니라면. 또한, 술을 통해서만 친해진다고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제 정신으로 나눌 수 있는 대화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애초에 애정이 있었다면, 상대에게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고 그런 것들은 술의 힘을 빌리지 않아야 오히려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


6. 너무 급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갑자기 열정을 불태우며 다가오는 상대는,

자신의 이상형 프레임- a.k.a 콩깍지-에 나를

투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자신의 열등감이 심한 사람일수록, 그것을 떨쳐내기 위해 상대가 강한 사람이 되어 자신의 약점을 보상해주길 바란다. 그러니 나의 단점과 약점이 발견되면, 그 콩깍지가 벗겨지는 속도 또한 다가왔던 속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결국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를 좋아하는지는,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리트머스. 어차피 인연이라면 이어질 것이라는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사귄다면 불필요한 만남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7. 위의 항목들에 체크가 되는 관계라도, 벗어날 수 없거나 내가 너무 사랑해서 지속하고픈 관계인가:

절교가 무조건 만능도 아니고,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사랑받는 법을 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당시 뭔가 불쾌한 느낌이 듦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대우받는 것이 부당한지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어차피 알아서 자기 밥그릇 챙겨야 하듯, 내 대접은 내가 요구하고 챙겨야 하는 것이었다.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가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건전하게 불평하는 법을 모르는 나머지, 그렇게 내 자신도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된다면, 요구해야 한다. 처음엔 서툴러도 어차피 어떤 커플이나 관계든 그런 부단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고, 인생 자체가 투쟁이란 것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조금씩 익숙해지도록 한다. 내게도 아직 요원한 부분이고, 불쾌하지 않고 유도리있게 내 요구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 또한 완전히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개선의 여지를 느끼지만 당장 내게 에너지와 능력이 딸린다면 그런 타이밍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거리두기’이다. 나도 서투른 만큼 시원하게 대화하고 소통하는 법을 공부하는 반면, 상대에게는 약간은 거리를 두어 상대로 하여금 내 행동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유도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 어차피 오래갈 인연이라면, 절교를 하지 않고 몇달 정도 연락이 안된다하여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니 염려말고.

8.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관계에도 절대적인 리트머스는 없다는 관점을 가진 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고개를 끄덕일 부분이 있다. 때로 피했다면 좋았을, 거지같은 경험이 내 자존감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긴 했지만 그만큼 나를 강하게 만들었던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것만 보고 느끼며 살면 좋겠지만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은 역시나 실망과 쓰라림을 동반하는 것일텐데, 이런 경험들이 일종의 면역을 형성한 셈이다.


의미없는 이야기 글. 그림. 철민


한 쪽 눈으로 바라본 세상 / 7. http://wde.or.kr 글. exxx 얼마 전 강남역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후부터 여성이라는 단어가 한발 더 세상의 중심으 로 나오게 된 것 같다. 일부 사람들은 이 상황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환영해 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간 잘산다고 자부해 온 것이 무색할 정도로 사회의 그늘진 구석을 무시하며 지내온 것이 아닌가 한다.

이미 여성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절반과 관련된 문제들을 그 동안 얼마나 억누르고 덮어두었으면 사람들의 감정이 이렇게 단기간에 폭발하듯 표출되었을까? 많은 문제와 감정들이 더 미룰 수 없는 임계점에 가까웠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런 이유로 이번 일과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괜한 사건에 유탄 맞았다는 쓸데없는 분노보다 도대체 왜 이 많 은 사람들이 반응하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여성의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오늘은 장애인 중에서도 여성 장애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문제에 오랫동안 노력해온 한 단체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보려고 한다. 이 곳을 소개하는 것이 여성 장애인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선명하게 해 주리라 믿는다.

위의 제목에 해당하는 홈페이지 주소를 가진 <장애 여성 공감>은 1998년 창립하여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중인 곳으로 여느 단체들과는 달리 사이트 구성이나 각종 기획들이 최근의 흐름 에 걸맞게 잘 운영되고 있다. 이는 게시판만 봐도 깔끔하게 관리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놀 라운 수준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이곳을 글감을 찾는 중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충분히 둘러본 결과 이 정 도로관리 되는 홈페이지를 갖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곳이라면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위의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장애 여성 공감의 주요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이다. 그 외에도 메 뉴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장애 여성 극단인 ‘춤추는 허리’ 도 운영되고 있다.

먼저,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피해 장애여성을 위한 상담 및 지원활동, 장애여성 인권향 상을 위한 조사연구 및 인식개선, 성폭력 예방 및관련 프로그램 개발 활동 을 펼치고 있다. 이 활 동들은 세부적으로 아래와 같은 분류로 나뉜다.

· 위기개입과 상담 · 개별 및 집단 상담을 통한 심리적 지원 · 의료비 지원 및 연계 등 의료적 지 원 · 고소 및 재판지원 등 법률적 지원 · 피해자 보호시설(쉼터) 연계 · 장애여성 성폭력 피해 실 태에 대한 조사 · 성폭력 관련 법률 제/개정 활동 ·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 판례분석 및 연구 · 장 애여성 성폭력 전문 상담원 양성교육 · 장애여성을 위한 성교육 · 성폭력 피해 생존 장애여성 개 별 및 집단 상담프로그램 개발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은 장애여성 독립지원활동 과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이것들은 세부적으로 나래와 같은 분류로 나뉜다.

· 장애여성 동료상담 및 동료지지 프로그램 진행 · 독립생활 관련 정보 제공 · 장애여성 독립생 활 프로그램 진행 · 장애인 독립생활을 위한 권익옹호 활동 · 장애여성 자조모임 지원 · 장애여성 주택개조 지원 · 장애인 보장구수리 지원 · 장애여성 독립생활 관련 연구 · 이용자 - 활동보조인 연계 및 상담 · 활동보조인 보수교육 진행 · 이용자 및 가족대상 교육 진행

정말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이해되게 자신들의 활동 분야를 정리해놓지 않았는가? 여성 장애인 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이 단체에서 뭘 도와줄 수 있는지를 잘 정리해 두었다. 참말이지 내 가 백번 정리한 것보다 정확한 요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어찌 이런 단체를 소개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홈페이지 한쪽 구석에는 후원 방법까지 친절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월간이리의 확장력을 감안했을 때 이 글을 보고 후원자가 단 한 명이라도 늘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이 렇게 열심히 활동 하는 단체는 한 명에게라도 더 알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오늘은 이곳을 소 개하는 것으로 나의 부족한 글을 마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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