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이리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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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입니다. EGG IN WONDERLAND / 그림. 안경미 같은 : [愛] / 사진. 황예함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 / 글. 사진. 이강희 회사옆 미술관 / 글. 사진. 강세기 극장으로 달아나다 / 글. 하태주 환타지와 모순의 조우 (遭遇): 영화로 읽는 時空間 (시공간) / 글. 곡주대비 세계의 직업 / 그림. 왼손이 독후소설 / 그림. 황은정 글. 김종소리 우울한 청춘 / 글. 그림. 철민 어느날 불시에 휴재 / 글. 이미지. demian K 부케 (Bouquet) / 글. 안언주 SEED- TO- CUP / 글.사진. 사선희

흔적 도감 / 글. 그림. 왼손이 Public Gastronomy / 글. 사진. 미식의 별 바다비 일요시극장 광고 밤마다 안주, 날마다 해장 / 글. 사진. Housedrinker 부산 오뎅 이야기 / 글. 사진. odeng INTO THE JAZZ / 글. 사진. 이상준 우울 / 사진. 박민수 월간이리와 무한에 관한 산문 / 글. 사진. exxx


표지가 어제 나왔습니다. 그런데 멋있더라 이런 농담으로 출간이 지연되는 것을 희화해 봅니다. 매달 새로운 연재가 시작되고 한달간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잘 되질 않고 그런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전히 건축과 패션, 그외 도서, 음악 관련 글 을 쓰실 분들도 꾸준히 구하고 있습니다. 신촌에 그랜드 마트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꼭대기 극장에서 러브레터를 봤던 아련한 추억이 있어서.. 아쉽기만 합니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아쉬워하는 저조차도 그 이후로 이 렇다할 방문이 없었으니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지요. 식사는 하셨습니까? 저는 아직입니다. 가을이 되었으니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한때 다들 즐겁 고 행복한 사이였으니. 이 좋은 날씨를 함께 즐기는 겁니다. 지난 이야기도 나누고 다음의 만남도 기약하는 좋은 9월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달에는 박민수님과 곡주대비 님의 연재가 새로 시작되었습니다. 쉬시던 분들도 다시 돌아오셨고요. 매번 바쁘신 와중에도 연재 해 주시는 여러 필 진들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월간이리의 공식 트위터는 @postyri 이고 온라인 페이지는 postyri.blogspot.com 입니다. 이곳에서는 컬러 PDF 파일과 바로보기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월간이리에 연재를 희망하시는 분은 언제든 편하게 공식 트위터로 멘션을 주시거나 월간이리 기고 안내문으로 검색하시면 잘 정리되어 있으니 편하 게 연락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안경미 www.lostinmirage.com








미술관 회사 옆

진. 글. 사

강세기

산책을 하다가 중앙일보 본사 옥외 광고판에 걸린 침대 사진을 보았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사진인데 어디서 봤더라. 알고 보니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였다. 실제 작품을 보니 듣던 것보다 훨씬 묘한 느낌을 받았다. 작 업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어서인지 몰라도 작품을 보면서 회사에서 요즘 느꼈 던 일이 연상되었다.

1. 올 여름에는 우리 부서는 유달리 인사이동이 심했다. 이직, 조산기 그리고 해외지부 파견까지. 그 빈자리를 남아있는 직원이 메우려니 아쉬운 쪽은 남아있는 자들이 었다. 게다가 실장은 사람은 데려올 생각 없이, 갈 사람과 없는 사람을 이해하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니 실장과 이 래저래 엎치락뒤치락 하며 스펙터클한 여름을 보냈다. 어영부영 답답한 실장과 없는 사람에 대한 뒷담화는 쌓 여만 갔다. 사람들은 나의 빈자리를 어떻게 기억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두려운 상상이었다. 딱히 잘 못한 게 없으면서도 괜 히 움츠러들었다.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가 사탕, 계, 전구처럼 대수롭지 않은 소품을 통해 그의 연인을 기리고 있음을 보면, 누 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에게 사탕을 통해 나를 기억하라면 어떻게 할까? 아그작 씹어 먹는 사람, 살살 녹여먹는 사람, 별별 사람 이 다 있겠지. 휴지통에 그대로 던지지만 말아다오.


2. 회사에서 누군가 배울 사람이 있 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특히 말씀 잘하시는 전무님이 그렇다. 자신의 의도한 바를 명확히 전하고, 잘 설득하여 상대방이 움직이도록 하는 힘, 볼 때마다 참 부럽다. 듣는 이에게 강요당하는 느낌보다는 선 택할 공간을 만들어주는 전무님의 능력에 상대방이 ‘말려드는’ 장면을 많이 보기도 했다.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전시를 통해 이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한 미술가의 전시를 보는 목 적으로 미술관에 들어왔지만, 널린 사탕을 주어먹고, 놓여 진 포스터를 가져가고, 구슬 커튼을 통과하며 연 인을 그리워하는 한 남자의 넋두리 이자 일종의 의식에 동참하게 된다. 짜장면 배달하러 장례식장에 들어 왔다가 같이 울어주는 꼴이랄까. 한 개인사를 공공장소인 옥외판과 미술관으로 끌어올려 많은 사람들 이 자신의 감정을 공유케 하고, 더 나아가 쿠바계 미국인이자 동성애 자로 자신이 처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데 일조한 그 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가히 ‘갑’ 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결코 손해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미술의 다른 지평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흔 히 미술작품이라고 하면 물리적으로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줄 알고있지만, 관객이 먹어볼 수도 있고, 소유할 수 있는 그의 작업을 보다보면 왠지 모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의 작업의 설치도 전시기획자의 소관에 맡겨 재량에 맞게 해석이 가능하게 했다니, 비록 그는 죽었지만 그의 작업은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3. 삼성생명 건물 얘기는 안할 수 없다. 더운 여름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산책하기에는 덥고, 그냥 들어가기는 싫을 때, 시청 인근에서는 삼성생명만한 곳 이 없다. 특히 지하에 널찍한 푸드 코트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점심 피크시간대만 피하면 편히 책도 읽을 만한 공 간으로 그만이다. 이 따끔 야외에서 열리는 공연도, 그리고 바로 옆에는 플라토가 있어 전시구경도 할 수 있다. 물론 요즘 실장이 점심 산책코스를 여기로 잡아 가을이 올 때까지는 잠정적으로 안녕이지만 말이다.


극장으로

carnage.2011

달아나다


우리모두의 교양은 안녕합니까 한정된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스펙타클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제외한 모든 장면의 배경이 집 안이다. 그리고 배우도 달랑 네명 (두 부부)나온다. 듣자마자 지루하다. 집 안에서 단 네명의 사람들의 이 야기를 두시간동안 들어야 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묘한 스펙타클을 보여준다.

사실 이런 류의 스펙타클은 이전에도 경험해본 바 있 다. 바로 <웃음의 대학>이나 <키사라기미키짱>같은 영화에서 말이다. 이 두 영화는 마치 문학이 스펙타클을 만들어내듯 개별 캐릭터의 디테일한 부분을 농밀하게 미리 정해놓음으로서 심지어 보여주지 않고 스펙타클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대학살의신>이 보여주는 스펙타클은 앞의 두 영화와는 조금 지점을 달리한다. 두 영화가 영화적 판타 지나 드라마의 화려함을 관객의 상상력에 기대 구현했다면, <대학살의신>은 각각 캐릭터 즉 개별 인간이 사회 적 개인으로서의 자신에서 한 인간 본연 그대로의 자신으로 가는 과정을 스펙타클하게 보여준다. 다시 말해, 앞 의 두 영화가 CG나 영화적 장면 구성에 공을 들이지 않고 유려한 이야기 솜씨로 그것을 대체했다면 <대학살의 신>은 실제로 그 스펙타클을 보여주긴 한다는 것이다.

이 세 영화의 공통점은 바로 영화뿐 아니라 연극으로 성공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런 태생적인 차이가 아마도 이 세 영화에게 모두 ‘한정된 공간’이라는 제약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요가 편리를 만들어내듯, 제한이 부리는 재주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배우의 노련함에서 오는 편안한 구경 집 안에서 단 네 명의 인물이 만들어가는 영화인만큼 이 영화는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네 배우 모두 연기력 으로는 정평이 나 있는 사람들이고, 또한 캐릭터와의 싱크로도 상당히 좋아서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몰입에 전혀 방해받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오랜만에 보는 조디포스터에게선 눈을 뗄 수가 없다.) 각각의 인물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을 그리고 있지 만 그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보여주 고, 발각되고, 감추다가 결국엔 스스로 ‘에라 모르겠 다’ 하고 발가벗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보통의 유머가 그러하듯 우리는 내가 아닌 다른 인간을 통해 어떤 공 통된 맥락을 읽을 때 즐거워한다. 그리고 마치 나는 안 그런 양 웃는다. 특히나 블랙 코메디의 존재방식은 대 체로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완전히 ‘웃기는’ 영화인 셈이다.


이유 따위 안드로메다로.. 이 영화 속 사건의 발단은 양쪽 집 아이들의 싸움에서 시작된다. 두 아이가 다투는 과정에서 한 아이가 막대기로 때려 다른 아이에서 상처를 입혀 두 부부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며 이 일을 원만하게 마무리하기위해 말하자면 ‘피해자’인 아이의 집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즉 아이들이 싸우지 않았다면 전혀 모르고 지냈을 두 부부가 갑자기 너무나 불편하고 민감한 이유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신속하고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싶다. 하지만 이 간단해 보이는 작은 합의는 이상하게 뜻대로 되지 않고, 시간이 길어지면서 각자 애써 감추고 있던 불편함 들이 발각되면서 서로를 조롱하고 폭로하고 또한 공격하게 된다. 이미 그런 수순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그들이 모인 그리고 갈등의 발단 이 된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다.

발각된 상대의 속내에 기분상해하면서 꼭 그만큼의 앙갚음을 해주고자 하는 졸렬한 본성. 그리고 그렇게 주고받 으며 점점 수습 불가능한 상태로 진행되는 이야기들. 모두들 그 과정이 끊임없이 불쾌하지만 그래서 다들 그만 하고 싶지만 전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냐’던 유행가 가사처럼 왜 모든 비극은 중단 되는 일이 없는가. 행복은 잘도 중단되면서 말이다.

우리 모두의 교양은 안녕합니까 처음에 보여준 이 두 부부의 모습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미국 영화 속 교양 있는 부부의 예시처럼 보일 수도 있 다. 물론 코폴라는 처음부터 깨알 같은 위태로움을 계속 놓아둔다. 그래서 관객조차 ‘제발 그만 좀 하지’ 내지는 ‘조금만 참고 얼른 나가라’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교양이 날아가 버리면서 우리의 헛된 기대도 점점 포기의 과정을 겪게 된다.


우리 역시 살면서 상식이나 교양이라고 하는 모호한 실체에 대한 요구를 받게 된다. 그것은 어쩌면 실체가 없 는 것이어서 모두가 추구하며 또한 대체적으로 모두가 남의 상태를 불 만족스러워 한다는 유일한 공통점을 가 지고 있다. 이제는 ‘상식’이라는 말을 들이밀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그 말은 훼손되고 오염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원작인 연극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는 코폴라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저 나는 이런 블랙코메디 도 처음 해 보지만 이렇게 잘 만든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 게다. (물론 그걸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 고 있긴 하다.)

이 영화를 보며 나는 굳이 나의 교양의 안녕을 살펴본다. 여러분들의 교양은 안녕하십니까.

글. Hatez


환타지와 모 순의 조우 ( 遭遇): 영화 로 읽는 時空 間 (시공간) ‘버려지는 여성들’의 정치학 제1화 : 70년대와 80년대 한국 에로/성애영화 장르의 시작 글. 곡주대비 “한국영화역사” (곽한주, 민은정, 주진숙 공저) 에 의 하면, 그 당시 한국 영화들은 “현실보다 환상, 피와 눈 군사 독재 정권 시대 였던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중

물보다 호기심, 사람들의 분노 보다 성적인 욕망, 노동

반까지의 한국 영화들은 이른바 ‘성애영화’ 라는 소프

보다 소비주의” 를 지향하는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었

트 포르노에 가까운 장르영화들의 전성기로 특징 지어

다고 기록하고 있다(49).

진다. 1974년에서 80년대 후반, 장르의 후퇴가 일어 나기 전까지 전성기 때의 에로영화의 수는 전체 영화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성인 영화들이 영화검열의 날이

제작수의 88% 이른다.

가장 첨예 했을 때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또한 전성 기를 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인 에로영화는 88년

멜로드라마 류에서 부터 호러에 이르기 까지 이러한 에

전두환 정권이 교체되면서 하향 길을 걷게 되고, 군사

로영화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성을 주제로 하는 줄거리

정권 후의 한국 영화는 ‘코리안 뉴웨이브’ 영화 – 정치

나 파격적인 수위의 노출이 상반된 이미지들이 지배적

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다양한 장르에서 다룬 – 들로

인 양상을 띄고 있는데데, 그러한 경향은 그 당시 군사

대체된다. 따라서 에로영화들의 양산이 정치적인 탄압

정권이 주도했던 영화 정책에서부터 하향 선을 타고 있

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명백한 논증이 될

던 영화산업까지 복합적인 영향들에 의해 생성된 것으

것이다. 이러한 70,80년대 한국영화의 상황은 1940,

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실제적으로 그

50년대 할리우드 영화들이 브린 오피스 와 헤이 오피

러한 영화들이 다루었던 파격적인 성적인 소재와 이미

스 의 컨트롤 아래 주로 성적인 묘사에 대한 항목으로

지 보편화에 기여하였던 것은 그 당시 군사정부가 주도

검열되었던 것과는 매우 판이한 (상반되는) 양상을 띄

했던 검열 정책이었을 것이다. 1960년 박정희 군사 정

고 있다.

권부터 본격적으로 수행 되었던 영화 검열 정책은 정치 적으로 매우 민감하여 영화들이 당시 한국 사회를 직접

놀라운 것은 그 당시 아무리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적으로 그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영화들이 많지 않았던 실정이라 해도, 이러한 에로영화 들이 대중에게 급속히 어필되었다는 사실이다.물론 외

특히 1972년 박정희의 유신체제가 시작되면서 시작된

화를 수입하기 위해서 일정양의 저렴한 b급 영화를 생

제 4차 영화법 개정은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영화를

산해야 했던 스크린 쿼터제에 대한 의무나, 앞서 언급

검열하는데 에 더 중요성을 실었다. 따라서 73년에 이

했던 정부주도의 검열도 요인들로서 타당하지만, 이러

루어진 영화 개정 이후로 한국영화의 제작 편수는 현격

한 성인영화들이 그토록 쉽게 대중영화로서 침투할 수

히 줄게 되어 그 당시 검열을 거쳐 최종 승인을 받은 영

있었던 것은 이러한 영화들이 그 당시 대중에게 신뢰를

화의 수는 73년 기준 고작 24편에 이르게 된다. 영화감

받고 있었던 이른바 ‘영화장인’ 들에 의해서 만들어졌

독들과 영화 산업 관련자들은 극심한 소재의 제한에 고

다는 점도 고려가 되어야 할 것 이다.그 당시 한국 사회

통 받고 있었고, 따라서 검열에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에서 신임을 얻고 있던, 이장호나 신상옥 같은 ‘믿을 만

멜로 드라마와 성인영화들, 즉 직접적인 사회 묘사가

한’ 감독들이 성애영화의 유행에 참여했으며 일련의 히

주요한 소재가 되지 않는 영화들의 제작에 치중하였다.

트작들을 생산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성애영화는 단순히 성을 소재로 삼아 지극히 쾌락적인 삼류 텍스트로 읽혀지진 않는 다. 그들의 영화는 여성의 몸과 섹스를 주제로 하고 비쥬얼화 하는 것을 공통점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성의 몸을 통해서, 성이라는 담론을 통해서 70 과 80년대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이슈들 – 정치적인 억 압이나 국가주도의 경제 발전 에서 오는 고통 받는 여성 노동층 등을 그려내는데 주력화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슈들이 극히 제한된 수준의 영화적인 재현 속에서 은유되거나 형상화 되어 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가장 단적으로 재현한 영화로는 김호선 감독의 1975년작 영자의 전성시대를 꾭을수 있다. 이 작 품에서 영자는 전형적인 하층민 여성으로, 처음엔 가정부로 일하다가 봉제공장의 여공으로 취직하지만 공장 사 장 아들에게 능욕 당하고 버스 안내양으로 전업했다가 사고로 한 쪽 팔을 잃게 된다. 졸지에 장애인이 된 영자 는 머지 않아 매춘부로 전락하게 되고, 영화는 그녀가 그녀의 첫사랑인 창수와 재결합 하며 헤피엔딩 아닌 해피 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비슷한 여주인공을 소재로한 또 다른 영화로 망령의 웨딩드레스 라는 작품은 시골에서 상경한 정임이 그녀가 서 울에서 우연히 만난 중소기업 사장 영하에게 강간 당하고 결국 억울하게 죽임까지 당한 여귀로 귀환해 (영화 결 말에 이 모든 것이 정임과 별장 영감의 계략인 것이 드러난다)영하와 영하의 부인에게 복수한다는 줄거리를 가 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작품들은 공포나 멜로드라마의 장르를 넘나들며 능욕당한 여주인공을 앞세운다는 것 과 당시 우리나라 사회에서 급속도로 시행되었던 정부 주도의 산업화 계획과 이에 부흥해 일어났던 시골처녀들 의 서울로의 이주에서 오는 사회문제들을 소재화 하는 것을 공통점으로 갖는다. 이러한 영화들이 다소 비판적으 로 보여질수 있는 사회 문제들을 필두로 함에도 불구하고 영화화 되는데에 비교적 문제시 되지 않았던 이유는 이 영화들이 갖는 신파적인 요소와 선정성이 다소 비현실 적인 장르로 여겨지는 멜로드라마나 공포/환타지 같은 프레임 안에서 극대화 되기 때문이다.


유지나는 린다 윌리암스의 “여성 몸의 장르” 라는 컨셉

영화는 이렇다 할 학문적인 집중을 받지 못했으며 종

을 빌어 호스테스 영화들로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에로

종 정치적인 암흑기의 ‘불편한’ 과거로 종용되어 온 것

영화들이 여성의 몸을 “스펙타클” 화 한다고 주장한 바

도 사실이다.

있다. 사실상 호스테스 장르부터 70년대 후반에 에로 공포물, 80년대 초에 에로 사극들까지, 이 시기에 한국

성애 영화의 전성기, 70년대 중반에서부터 80년대 중

영화들은 여성의 육체와 성에 집착적인 관점으로 여성

반까지 는 학자들에게 “한국영화사에서 “불명예로운

을 표현하고 있었다.

시기”, 혹은 “가장 하향 점” “부끄러운 시기” 등으로 서술 되어 왔다. 사실상 그 당시 영화 산업을 전반적으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여성 몸의 장르가 하나의 저

로 보면 그 시기가 가장 “낮은 점” 이었다는 것은 부정

항의식의 매개체로 여성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부정적인 기

이들이 만들어낸 에로영화들은 그 주제를 단순히 여성

술들이 군사정권 시대를 돌아보며 느끼는 암울한 대중

의 몸을 전시하는 것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적인 ‘트라우마’에 기초 하고 있을 거란 사실도 간과해

역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직업에 위치시키는 것에

선 안될 것이다.

그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호스테스 영화들은 시골에 서 올라와 공장에서 일하다가 매춘부로 전략하는 어린

필자가 이글을 쓰는 동안 시나리오 작가인 유지형 님의

여성들을 주제로 삼는다 (예: 김기영 작, 충녀, 1975).

저서, 김기영 감독과의 인터뷰집: 24년간의 대화 라는

혹은, 많은 에로 공포물들이 하녀나 식모를 공포의 원

책을 참고 하였는데 이 책에서 고 김기영 감독은 당시

천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박윤교 작, 망령의 웨딩드레

문공부 검열로 인해 난도질 당한 자신의 작품들에 대

스, 1981), 에로 사극 들은 기생이나 여자 종들 (혹은

해 토로하고 있다. 김기영 감독들의 작품들 역시 여성

하층민) 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때가 많다 (정진우 작,

의 성과 사회상을 몽환적으로 그려내는 대표적인 영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1981 ). 이 영화들이 가진 공통

들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어두운 시대에서 양산된 장르

점은 정치적인 억압과 정부주도의 경제정책에 의한 저

영화 들은 이 영화들이 제시하는 권력과 저항의 메커니

항을 심어내기 위해 여성을 피해자로 삼는데, 그런 과

즘으로 영화적인 언어로 이용되었던 여성의 몸과 성에

정에서 여성들은 단순히 노동으로 희생 당하는 것이 아

대한 담론을 읽어 내는데 가장 적절하고 중요한 문화적

닌, 성적으로도 희생 당하게 된다. ‘에로영화’ 라는 장

인 텍스트들중 하나이고 그러한 이유로 하나의 역사적

르적 특성을 실기 위해 여성의 성이 주체화되고, 그녀

인 기록으로도 회자 되어야 할것이다.

들의 성적 욕망이 과장된 화법으로 그려내어 지기 때문 에 결말에 흔히 보여지는 여성의 파멸은 극히 정당한 것으로 보여지게 된다.

이러한 에로영화들의 소재들- 술집 작부, 창녀, 남편을 유혹하는 식모- 이 지속적으로 번복 되면서 80년대 말 에 들어와 에로영화는 비디오 시장으로 옮겨가게 되고, 이 시기를 일컬어 많은 영화학자들은 한국영화의 “암 흑기” 라 서술한바 있다.그 결과 한국 성애영화 장르, 혹은 70년대 전체가 다른 한국영화 연구에 비해, 예를 들어 60년대 황금기의 멜로 드라마, 80년대 말부터 시 망령의 웨딩드레스

작된 뉴웨이브 영화들, 현저히 낮은 관심을 받은 것이 사실 이다.일본의 핑크 에가나 미국의 누디큐티 같은

다음 화 예고:

장르들이 하나의 문화적인 텍스트 로서 깊이 있는 연

여귀들의 반란: 고영남 감독의 <깊은 밤 갑자기>와 김

구로 역사적인 조명을 받았던 것 과는 달리 한국 에로

기영 감독의 <충녀>에 재현되는 식모 와 귀신 이야기


이리카페에서 전시를 희망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안내 글 이리카페의 전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전시를 희 망하시는 분들은 간단한 포트폴리오와 함께 이메일을 주 시거나 직접 방문해 주시면 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먼저 이메일을 주시고 방문 일정을 정하신후 직접 만나 전시 일정이나 방법 등의 세부 조율을 하시는 방법이 가장 이 상적 입니다. 기본 전시기간은 2주, 전 후의 전시 일정에 따라 약간의 조정도 가능합니다. 전시는 개인전을 중심으 로 많아도 2인을 넘지 않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리카페의 전시일정은 월간이리의 이메일 계정과 나뉘어 운영되오 니 아래 이메일 주소를 활용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yricafe@gmail.com





- 이 달의 선정 도서 『북극허풍담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백선희 역, 열린책들, 2012

이 책의 이야기들은 애매하다. 웃긴 것 같은데, 마냥 웃고 있을 수가 없다. 어딘가 정곡을 찌르는 구석이 있다.

그 정곡이란.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자본주의 세계에서, 천대받고 있는 정신과 믿음의 중요성.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일까? 물질만능주의의 대표적 물질인 돈을 생각해보자. 사실, 돈도 숫자로만 보일 뿐이지, 당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그것이 몇 백만 원이든, 몇 천만 원이든)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는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 정신과 믿음, 생각의 힘.

- 살인녀

‘한 잔 할래? 이 말에 넘어간 내가 잘못이지. 누굴 탓해.’ 진숙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섰다. 그러자 얼굴 에 열이 올라왔다. 진숙은 핸드백 속에서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비쳐보았다. 거울에 빨갛게 달아오른 진숙의 얼 굴이 비쳤다. ‘짜증나게 왜 이리 빨개졌지? 아…… 술을 마시는 게 아니었어……’ 진숙은 손거울을 핸드백에 집어넣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열두 시네. 차 끊기진 않겠네.’ 진숙은 플랫폼 앞에 서서 열차의 위치를 확인했다. 열차가 전 역을 출발했다는 안내문구가 보였다. ‘아, 어지러워… 그래도 앉진 말아야지. 앉으면 잘지도 몰라.’ “지금 인천, 인천 가는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고객 여러분께서는 안전하게 승차하시길 바랍니다.” 진숙은 한걸음 물러서서 열차가 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어서 열차 문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시간대엔 꼭 이런 냄새가 나더라.’ 진숙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의자 앞에 자리를 잡고 서서 코를 막았다. ‘내일 일 교시가 교육심리학인가? 재수강이니까 이번엔 학점 잘 받아야 되는데…… 교수님한테 잘 보이는 게 중요해. 아! 그리고 내일 학교 가는 날이구나.’ 진숙은 핸드백을 뒤져 전단지 한 장을 꺼냈다. ‘이번 수업 끝나면 뭘 듣지? 리딩은 그래도 점수가 좀 나오는데, 리스닝이 문제야. 회화를 들어볼까?’ 열차가 출발하고 실내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지하철 타고 다녀야 되는 거야? 엄마는 진짜. 차 좀 사달라니까 만날 졸업하면 사준다고만 하고. 그 럴 거면서 면허는 뭐 하러 그렇게 따라고 난리를 친 건지.’ “덜컹!” 열차가 크게 흔들리자, 진숙의 코 속으로 갑자기 시큼한 냄새가 들어왔다. 그러자 안 그래도 울렁거리던 속이 뒤집히며 위액이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진숙은 있는 힘을 다해서 목구멍을 닫고 위액을 억지로 삼켰다. ‘이 시큼한 냄새는 뭐지?’ 진숙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냄새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생각이 있는 거야? 이거 땀 냄새 맞지? 어떻게 지하철에 씻지도 않고 탈 생각을 하지?’ 진숙의 앞에는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가 앉아있었다. 진숙은 티 나지 않게 살짝 냄새를 맡아보았다. 할아버지 에게선 시큼한 냄새는 나지 않고, 쾌쾌한 냄새만이 맡아졌다. 뒤를 돌아보니 정장을 입은 남자의 등이 보였다. 진숙은 남자 등 뒤에 코를 들이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남자에게선 담배 냄새와 향수 냄새가 섞인 오묘한 냄새 가 났다. 진숙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남자 앞에 앉은 뚱뚱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 여자다!’ 여자의 티셔츠 겨드랑이 부분이 검게 젖어 있는 것이 보였다. 진숙은 단번에 시큼한 냄새의 주인공이 뚱뚱한 여자임을 직감했다. ‘악!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저 겨드랑이 땀 어쩔 거야? 저렇게 뚱뚱하니까 땀이 많이 나는 거 아냐! 게다가 저 멍청해 보이는 안경에, 저 뚱한 표정은 뭐야? 여자가 돼가지고 긴장감이 전혀 없잖아! 혼자서 두 명은 족히 앉을 자리를 차지하고……’ 진숙은 다시 한 번 속이 뒤집힐 것 같아 눈을 질끈 감고 침을 삼켰다. ‘저런 년은 살아있으면 안 돼. 같은 여자로서 용납할 수가 없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꼴을 하고 다니는 거지? 자기 하나 때문에 다른 여자들까지 욕먹을 거란 생각은 못하나?’ 진숙은 여자를 쳐다보고 있던 눈을 돌리곤 다른 칸으로 걸어갔다.

“이번 역은 주안, 주안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진숙은 핸드백 끈을 움켜쥐고 내렸다. 옆 칸에서 시큼한 냄새를 풍기던 뚱뚱한 여자가 내리는 게 보였다. 진숙 은 얼른 돌아서서 반대쪽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아, 뭐야! 저 여자는 왜 여기서 내려? 꼴도 보기 싫어!’ 진숙은 다시금 울렁거리기 시작하는 배를 부여잡고 계단을 올랐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계단을 다 올랐을 때, 갑자기 뒤에서 뭔가가 진숙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진숙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발목이 꺾이며 쓰러졌다. “뭐야!” 고개를 드니 뚱뚱한 여자가 진숙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여자는 양손을 모으고 진숙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됐어요! 가세요!” 진숙은 휘휘 손을 내저으며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역겨워! 빨리 꺼져!’

“엄마! 엄마!”

여자는 잠시 주춤하더니, 진숙을 향해 다시 한 번 꾸벅

“왜?”

인사를 하곤, 뒤뚱뒤뚱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엄마가 대답했다.

‘짜증나.’

“엄마! 뭐야! 왜 나 안 깨웠어!”

진숙은 한숨을 한 번 크게 내쉰 뒤, 핸드백을 챙겨서

“뭐야 이 년이. 엄마가 아까 널 얼마나 깨웠는데! 네가

일어나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첫 수업이라고 안 가도 된다며!” “내가?”

저 멀리 뚱뚱한 여자가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진숙 은 빠르게 걸었다.

“그래!” 엄마는 진숙에게 갔던 시선을 다시 텔레비전으로 돌

‘저 년, 또 눈에 밟히네. 내가 저 년 때문에 속이 몇 번 이나 뒤집히는 거야? 진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진숙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뚱뚱한 여자는 뒤에 서 누군가가 따라오고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뒤뚱뒤뚱 천천히 걸었다.

렸다. 진숙은 냉장고로 가 물을 꺼내 마셨다. ‘짜증나! 뭐야 이게! 망했어!’ 진숙은 냉장고 문을 세게 닫은 뒤, 다시 방으로 들어 와 침대 위에 누워 노트북을 켰다.

진숙은 여자 뒤에 바싹 붙어서 걸었다. 그래도 여자는 진숙을 의식하지 못했다.

‘어제 어떻게 됐더라…… 일단 민수랑 걔네랑 술을 마 셨고, 그러고 나서 지하철타고 집에 왔고. 아 맞아! 집

‘어떻게 이렇게 바싹 붙어 가는데도 모를 수가 있지? 하긴 저렇게 뚱뚱한데 밤길에 남자가 쫓아오거나 하진 않겠지. 그러니 겁날 일도 없을 테고.’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그러자 다시 시큼한 냄새가 진 숙의 코 안으로 시큼한 냄새가 풍겨왔다. “욱!”

에 오다 그 년. 그 미친년. 아우 짜증나. 진짜 뭐 그딴 년이 다 있어?’ 진숙은 인터넷 창을 켜고 뉴스를 이것저것 보기 시작 했다. 그중 진숙에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뭐야? 인천 주안에서 20대 여성이 죽은 채로 발견 돼?’

진숙은 다시 한 번 올라오는 위액을 간신히 삼키며,

진숙은 뉴스를 클릭했다.

여자를 노려보았다. ‘씨발. 너 같은 년은 죽어야 돼.’

2

다음날 아침. 진숙이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 어났다. ‘아… 머리야…… 어제 어떻게 된 거지?’ 시계를 보았다. ‘열 시 삼십 분……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오늘 일교 신데!’ 진숙은 이불을 걷어차고 거실로 나갔다.

오늘(21일) 새벽 2시경. 인천 주안의 한 주택가에서 20대 여성이 머리에 타상을 입고 죽어있는 것이 발견 됐다. 인천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타상의 상태를 보아 머 리에 벽돌과 같은 둔기로 수십 차례 타격을 입은 것으 로 보이며, 특별한 원한 관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경찰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에 대 해 조사 중이다. 기사를 읽은 진숙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설마……’ 진숙은 방에 널브러진 옷가지들을 뒤적이기 시작했 다. 어디에도 핏자국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진숙은 안 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인터넷 뉴스 창을 닫았다.


우울한 청춘 글.그림. 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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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 (Bouquet) 얼마 전에 종영한 「신사의 품격」 드라마 보셨나요? 마지막 회에서 신랑의 꽃인 ‘부토니어’의 유래가 간략하게 소개 되었는데요. 주제를 찾던 중 ‘이거다!!’했어요. 이번 연재에서는 여러분들에게 부케(Bouquet) 와 부토니어(Boutonnière) 에 대한 유래와 간단한 Tip을 알려 드릴까 합니다. 무더운 여름에 왠 부케와 부토니어 일까 싶으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날짜가 닥치면 여러 준비 로 경황이 없어지시니 미리 알고 준비하시면 훨씬 좋고, 만족도 높은 부케를 들고 버진로드를 들어가실 수 있으 실 겁니다. ◆ 부케 (Bouquet)와 부토니어 (Boutonnière) 의 기원 서양에서 결혼 부케를 들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4세기 부터라고 합니다. 이때는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곡물 위주의 다발이었고,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의 ‘쉬프’라는 곡물을 꼭 넣어 사용했답니다. 중세에 들어서 부케의 소재가 곡물에서 꽃으로 바뀌 었는데, 이는 들에서 나는 향기가 아름다운 신부를 질 병과 악령들로부터 보호한다고 믿는데서 비롯되었다 고 합니다. 신랑은 신부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들에 서 꽃을 꺾어 꽃다발을 만들어 애정의 표시로 신부에 게 건냈는데, 이것이 프랑스에서 ‘꽃다발’을 의미하는 ‘ 부케’로 불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현재까지 전 세 계적으로 결혼식에 신부가 드는 ‘웨딩 부케’의 어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부토니어(Boutonnière)는 신부가 신랑에게서 받은 꽃다발에서 한 송이를 빼어 구혼의 승낙의 의미 로 양복 깃에 꽂아 준 것에서 비롯 되었다고 합니다. 신랑의 사랑이 담긴 ‘부케’의 시작. 근래와 같이 트랜드에 맞는 화려한 다발은 아니지만 소소한 들꽃다발일지라 도 신부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그 어떤 꽃다발보다도 가장 멋진 부케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다양한 형태의 부케 (Bouquet) 스타일 1.둥근 형 (Round Style) 예전부터 가장 무난하게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형태의 부케입니다. 동그란 형태가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안정 감을 줍니다. 평균 지름은 약 25cm로 누구에게나 잘어 울리는 편이지만, 얼굴이 아주 동그란 신부에게는 둥 근 얼굴이 더욱 강조 될수 있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 다. 근래에 들어서는 심심했던 화이트 라운드 부케에 서 다양한 소재와 색감의 변형을 주어 차별화 되고 있 습니다. 그러나 강조색이 5% 이상이 되면 자칫 지저분 해 보이고 조화를 깰 수 있으니 꽃을 선택하실 때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2.타원 형 (Oval Style) 둥근 형태의 부케에서 변형된, 아랫부분을 약간 길게 연장한 물방울 형태의 부케입니다. 키카 큰 체형의 신 부에게 세련되고 우아하게 어울릴만한 부케입니다. 전체적으로 무게에 주의 해야 하는데 특히 아랫부분 꽃 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튼튼히 고정해야 하고 시 각적으로도 너무 무거워 보이지 않게 제작 되어야 합 니다.

3.초승달 형 (Crescent Style) ‘New Moon’이라고도 하고 ‘Half Circle’이라고도 합 니다. 뜻과 같이 반달형으로 양쪽 끝 라인이 우아하게 아래로 떨어지며 곡선을 그리는 형태입니다. 예술성이 돋보이는 부케로 안정적이고 조용하며 평 화로운 느낌입니다. 여성스러움이 강조되어 A라인의 드레스에 잘 어울리고 경건한 교회, 성당 결혼식과 도 잘 맞습니다.

4.작은 폭포 형 (Cascade Style) 타원 (oval style)의 형태보다 아래로 떨어지는 끝 선 이 조금 더 긴 형태입니다.물이 떨어지듯 꽃이 라인을 따라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아래로 연결 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1981년 영국의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에서 다이애나의 부케로 사용된 형태로, 식후에 그 인 기가 수직 상승했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멋이 나며 키 가 크고 마른체형의 신부에게 적합합니다.


5.폭포 형 (Water-Fall) ‘샤워 형’이라고도 불리는 형태입니다. 폭포의 ‘막 쏟아 져 나오는 형태’를 따라한 것으로, 일정모양을 유지해 야 하는 Cascade 형태와 다르게 꽃을 중심에서 사방 으로 흩날린 느낌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꽃 줄기를 그대로 사용하여 비처럼 흐르게 연출합니다. 우아함이 강조되는 디자인으로 적은 양으로도 풍성하 고 볼륨감이 있습니다. 어깨가 넓고 얼굴이 큰 신부에게 추천 합니다.

6.클러치 형 (Crutch Style) ‘Casual Bouquet’로도 불리는 형태입니다. 손으로 묶 어 만든 자연스러운 꽃묶음 형태로 자연스러움과 심플 함이 강조되는 부케입니다. 줄기를 묶어 만드는 부케 인 만큼 줄기가 되도록 강한 것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근래의 국내외 연예인들의 결혼식에 많이 사용되는 형 태로 비교적 한 종류의 꽃을 사용하는 것이 작은 규모 의 부케에서도 강조 되어 아름답습니다.

PSYFUN Florist / 안언주


Seed to Cup

커피 떼루아

영화 프렌치키스 1995년에 나온 이 영화는 당시 절정 의 인기를 누리던 맥 라이언의 깜찍한 연기와 케빈 클 라인의 감칠맛 나는 코미디연기 여기에 둘의 로맨스가 더해져 나를 극장으로 9번이나 불러들였었다.

커피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당시와는 다른 매력을 발견 하였는데 오늘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와인과 관련된 장 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 한다.

커피의 관능평가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중 보편적인 그리고 상업적 기술을 빌리자면 아로 마 키트를 들 수 있다. 영화에는 케빈 클라인이 직접 만 든 와인 아로마 키트가 등장한다.

와인을 한번 마셨던 맥 라이언에게 캘빈클라인은 어떤 맛이 나는지를 물어본다.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아로마 병을 꺼내어 향을 맡아보게 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금 시음을 하게한 후 맥 라이언에게 와인에서 어떤맛이 나느냐고 물어본다. 그때 맥라이언은 여러 가지 과일과 버섯등의 향을 말해내면서 신기하다며 캘빈클라인을 쳐다본다. 이것이 바로 아로마 키트의 일 종인 샘.

아로마 키트는 프랑스의 장 르느와르 라는 분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주로 와인에서의 활용 도구였던 아로마 키트가 커피의 스페셜 티 산업이 활발해짐에 따라서 커피에도 도입되기 시작 했다. 36개짜리 커피 아로마 키트 를 살펴보면 주로 커피에서 맡을 수 있는 향들로 구성되어있다.


Aromatic taints, Sugar browning, Enzymatic, Dry distillation 등 네가지 계열이다. Aromatic taints는 심하 지 않은 커피 결점두에서 나는 즉 외부요인에 의해 생성된 향의 결점, Sugar browning 커피를 볶을 때 당의 갈 변에 의해 표현되는 향미, Enzymatic은 커피가 나무에서 자라면서 생기는 선천적인 향미, Dry distillation 커피 를 볶을 때 건류, 건열에 의해 생성되는 향미 등이다.

이렇게 표현되는 네 분류로 보면 말이 무척이나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르니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이렇다. Enzymatics의 첫 번째는 Earth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흙, 혹은 땅의 향과 커피 아로마키트가 표현한 흙의 향 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지는 않은지...많이 궁금하신 분은 자주가시는 카페에 가서 혹 물어보시길..커피 아로마 키트 있으세요.?

굳이 이러한 방법을 동원하여 커피의 향을 분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피는 생두에서 원두로 가열, 가공되면서 만들어내는 향미의 요소가 1000여 가지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중 에 휘발되는 향미를 제하고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향이 적어도 36가지 이상은 된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커피 의 향미 중 몇 가지나 구분하실 수 있는지? 우리는 너무 단순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이러한 커피의 향미를 결정짓는 요인은 로스팅 뿐이 아니다.

여러분은 와인의 용어인 떼루아(terroir)에 대해 들어본적이 있으신지요...?

여기에는 토양, 강수량, 태양, 바람, 경사, 관개, 배수 등이 포함된다. 이 단어는 흙을 뜻하는 terre로부터 파생된 단어이다. 똑같은 품종이라도 각각의 테루아가 다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와인은 다 다르다는 게 유럽 사람들의 생각이다. 하여 유럽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포도품종 대신에 포도가 자란 지역을 상표명으로 한다

이와 같은 테루와를 커피에 적용한지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았다.

커피의 품종이 다양해지고 농법이 세분화되면서 커피를 농사짓는 토양의 요인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또 한 열악한 농부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이모작이 개발되면서 커피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이 더욱 늘어났다.

영화 싸이드웨이에서 와인소믈리에를 하는 마야는 이런말을 한다,


“와인의 일생을 생각하곤 해요. 그 포도들이 자라던 해 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햇볕은 어땠을까... 비는 내렸을까...포도를 가꾼 사람 들... 그 포도를 따서 와인을 담근 사람들은 누구였을 까? 그들 중 몇 명은 이미 이 세상에 없고 와인만 남아 있겠죠...

와인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이 좋아요. 같은 와인 이라도 오늘의 맛은 다른 어느 날의 맛과도 다르죠. 왜 냐면 와인은 살아있거든요.“

커피를 하고 있던 내게 이 대사는 충격을 주었다.

나는 그 이때만 해도 커피가 어떤 환경에서 나고 자라 는지에 대해 한 번도 궁금함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 문이다.

내가 접하는 커피는 그저 가공하기 직전의 생두이거나 가공된 원두이거나 였을 뿐..

언젠가 들었던 커피산지 프레젠테이션에서 인상 깊었 던 것은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의 경계쯤에 있는 커 피농장이었다. 아래그림을 참고하면 조금 더 나을 듯.

저 경계면을 따라서 한쪽은 엘살바도르의 커피이고, 다 른 한쪽은 과테말라의 커피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커피는 농작물이므로 일조량에도 고도와 일조 량에 꽤나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엘살바도 르의 커피농장의 커피열매와 과테말라 커피농장의 커 피열매가 같은 고도일지라도 크기나 당도가 전혀 달랐 다는 것이었다.

엘살바도르도, 과테말라도, 그리고 온두라스도 모두 중 남미의 커피 산업 국가이다.

그리고 지도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인접국가인 니카 라구아나 코스타리카 역시 커피로 유명한 나라들이다.

커피는 대게 고도를 요하므로 중남미 국가에서는 고도 가 높은 곳에 위치한다.

그러나 같은 표기인 해발고도라고 하더라도 인도양과 대서양의 해발고도는 다르다.

그러므로 해발 몇 미터에서 자란 커피라고 하더라도 어 느 지역이며 어느 쪽에 위치를 했는지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또한 같은 품종이라 하더라도 남미에서 자란 커피와 아프리카에서 자란커피는 또 전혀 다른 성 향을 가진 커피가 탄생된다.

커피를 학습하는 학생들은 복잡해질 일이고.. 커피를 마시는 대중들에게는 다양성의 기회로 감각들 이 즐거워질 일이다, 커피를 농작하는 농부들에게는 수입이 배가 될 테니 기 쁨이 될 것이다.

커피는 맛과 향을 즐기는 음료이다.

우리는 5000원 혹은 그 이상의 값을 지불하면서 너무 커피의 단면적인 부분만 경험하는 것은 아닐까?

단편적인 이 짧은 글을 통한 바램이라면 여러분들이 스스로 감각을 조금 더 활짝 열고 커피를 접하기를 바 란다.

점말 그 나라의 바람과 토양과 기후와 농부의 손길이 느껴지는 커피를 만나시길~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3-5번지 우도빌딩 2층 싸이펀 / 사선희


왼손이


Public Gastronomy 8회 - 망원동의 제대로 된 돼지국밥, 합천돼지국밥 글, 사진 / 미식의별 (트위터 = maindish1)

돼지국밥과 순댓국 대한민국에 돼지로 만든 국물요리라고는 돼지국밥과 순댓국 두 종류 밖에는 없으나, 순댓국이 서울을 비롯하 여 보다 많은 지역에 퍼져있다고 한다면, 돼지국밥은 조금 한정된 지역에서 사랑받고 있는 음식이다.(역사적으 로 우리 민족은 돼지보다는 소고기를 좋아하고 우대했는데, 이는 소 국물요리의 다양함에서도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홍대 인근의 저렴하고 맛있는 업소를 소개합니다.


돼지국밥은 부산 음식으로 유명하나 밀양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부산에도 밀양 못지않게 오래된 노포(老鋪)가 있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따지기가 쉽지 않다. 또한 6.25 때 피난 온 피난민들이 값싼 돼지고기 로 국밥을 만들어 먹은 것이 기원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나, 실은 그 이전부터 먹어왔다고 하고. 돼지국밥과 순댓국의 차이점은 일단 국물의 건더기가 돼지국밥은 돼지고기, 순댓국은 돼지 내장을 비롯한 부속 부위가 주로 들어간다. 그밖에 돼지국밥에는 부추(경상도 사투리로는 ‘정구지’)를 넣어 먹고, 순댓국에는 들깨가 루를 넣어 먹는다는 점에도 차이가 있고. 국물에 있어서는 돼지국밥이 (국물이 맑든 탁하든 간에) 보다 깊이가 있다면, 순댓국은 보다 터프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기를 못 펴는 돼지국밥 서울은 인구도 많을 뿐 아니라 문화와 소비의 중심지인 만큼 다양한 지방 음식 또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몇몇 지방의 대표 음식들은 서울에 올라오면 유난히 기를 못 펴거나 아예 올라올 생각조차 별로 하지 않 기도 한다. 돼지국밥 또한 서울 입성을 예전부터 계속해서 시도해왔으나, 성공적인 결과를 별로 얻지 못한 아이 템이라 할 수 있고. 그나마 최근에는 서울의 돼지국밥집들 몇몇이 인터넷상에서 회자되고 있기도 하나, 본인의 마음에 드는 곳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과 방문해본 지인의 2중 필터를 거쳐 본인의 레이다망 에 들어온 곳이 6호선 망원역 부근의 합천돼지국밥. 그러나 사실 직접적으로 가게 된 계기는 다른 목적지에 가 려던 중에 길을 잃고 헤매다 우연히 들르게 되었다는…. 그러니까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라 하지 않던가.(…) 드디어 만난 제대로 된 돼지국밥 지금까지 서울서 먹어본 돼지국밥은 형상은 돼지국밥이 맞는데 맛집이라 하기엔 기준미달이거나, 돼지국밥과 순댓국의 콜라보레이션 같은 느낌이 드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형태가 어떻든 맛의 방향성이 어떻든 간에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은 유감스럽게도 없었다고 할 수 있고. 그러나 합천돼지국밥(7천 원)은 지금까지의 것들과는 다른 느낌이 드는 물건이다. 일단 국물 맛에 있어서 맑고 담백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진다. 맛의 방향성도 명확하면서 일정 이상의 내공 또한 느껴지는 맛이랄까. 건더기도 매우 실하게 들어있는데, 고기질이 매우 뛰어난 편은 아니라 일말의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국밥을 맛있게 즐기 는 데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부산의 명점들과 비교하긴 힘들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서울의 돼지국 밥집 중 다시 찾고 싶고 정기적으로 생각날 것 같은 국밥을 이제야 만났구나 하는 느낌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공(Public)의 미식(Gastronomy)을 추구합니다.


상차림. 소면과 부추를 넣어 먹으면 된다.

부산에서는 국물에 밥을 토렴해서 내오지만 서울 사람

간은 새우젓으로.

들은 싫어한다. 따로 나온 밥을 말아먹으면 되는데, 사실 토렴이 맛에 엄청나게 영향을 끼친다고는….

단, 서울의 순댓국 문화에 젖어있는 대다수 고객의 입맛을 맞추다보니 국밥에 다대기가 기본으로 들어있고, 순 댓국에나 넣어먹는 들깨가루 또한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합천돼지국밥의 맑고 담백하면서 깊이 있는 국물을 제 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다대기도 들깨가루도 전혀 필요치 않으니 주문할 때 다대기는 빼달라고 하고 들깨가루 통 은 쳐다보지도 마시길. 돼지국밥은 이름에 ‘돼지’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통에, 돼지국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순댓국보다도 하드하고 어 려운 음식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오히려 순댓국을 잘 못 드시는 여성분들도 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식이며, 순댓국과는 다른 개성과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가본 적도 없는 외국의 음식을 먹고 즐기는 일은 어느덧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우리 음식에 대한 이해와 경험의 폭은 오히 려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건 아닐지.

주소 : 마포구 망원1동 57-13 전화 : 02-333-0623 위치 : 망원역 2번 출구 앞 골목으로 들어가 우회전 140m


9월은 추석으로 쉽니다. 10월에 만납시다.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참가신청은 매월 15일까지, http://cafe.daum.net/badabie


밤마다 안주, 날마다 해장

날마다 해장 #3 감자 계란국

9월입니다. 쌀쌀한 날씨가 곧 시작되겠지요? 아침 해장으로도 저녁 해장으로도 집에서 간단히 해 드실 수 있는 ‘감자계란국’을 만들어봅니다. 감자의 제철은 6월~10월 입니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제철인 감자를 먹고 겨울과 봄에는 땅에 묻어두었던 감자 를 꺼내어 또 먹습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훌륭한 식재료라는 생각이 드네요.

<재료 및 분량>

주재료:

간:

육수:

감자 2개

조선간장(국간장) 3~4큰술

멸치 한 줌

계란 1개

소금 약간

다시마 5cm~10cm

양파 1/2개 대파 10cm 정도 길이 한 마디

600ml (5컵~6컵 정도)


<만들기> 멸치다시물_ 1. 멸치는 잘 손질하고, 다시마는 살짝 씻어 물에 조 금 불립니다. 2. 체 혹은 망에 위의 먼저 멸치를 넣어 물이 끓으면 잠 기도록 넣고 10분간 중불에서 우려

냅니다.

3. 10분 뒤 불려놓았던 다시마를 위 냄비에 넣고 멸치 와 함께 다시 10분간 중불에서 약불

로 조절해가며

충분히 우려냅니다. 감자계란국 1. 준비한 멸치다시물에 한 입에 넣기 좋도록 1/2반달 모양으로 썰어두었던 감자를 먼저 넣고 끓입니다. 2. 감자가 어느 정도 익어갈 무렵 채 썬 양파와 알맞은 크기로 썰어 둔 대파를 넣습니다. 3. 감자와 양파가 익으면 잠시 냄비에 불을 끄고, 잘 풀어둔 계란을 조심스럽게 넣은 뒤 전가락 등을 이용 해 한 방향으로 살살 저어줍니다. 이 때, 잘 저어주어 야 국물도 맑고 풀어준 계란도 부드럽고 매끄러운 질 감을 보입니다. 4. 냄비에 불을 다시 붙이고 간장과 소금으로 기호의 맞게 간을 한 후 1~2분 다시 끓여내면 완성입니다. 가을과 겨울에는 뿌리채소를 많이 먹게 됩니다. 무엇이든 제철재료로 만들어 먹는 음식이 우리 몸에 좋다는군요. 특히 감자로는 국, 찌개, 조림, 부침, 튀김 등 다양한 조 리법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어디서나 쉽 게 구할 수 있고, 간단한 조리로도 맛이 좋은 식재료 중 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태풍 볼라벤이 서울 을 지나던 날 집에 밀가루나 부침가루가 없이도 전을 부쳤습니다. 바로 감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 어요. 생감자를 그대로 강판에 갈아 채 썬 애호박과 풋 고추 등을 넣고 프라이팬에 부쳐버리면 단시간에 아주 맛있는 감자전을 드실 수 있습니다. *지난 여름 두 번의 태풍이 한반도를 훑었습니다. 재래 시장에 나가기가 무섭습니다. 농부님들은 또 시장 상 인 분들은 얼마나 애가 탔을까요? 모쪼록 큰 피해가 없 었길, 혹여 있으셨더라도 잘 이겨내시길 기도합니다. @housedrinker


갈아서

부친다

손조심

타지 않게


부산오뎅 이야기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서...)

나는 개인적으로 심각하진 않지만 슬픈 질환(?)을 앓고 있다 그것은 바로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있는 줄을 모르고 맛없는 음식도 잘 모르는 질환(?)이다 하지만 맛없는 음식을 좀 더 잘 구분하긴 한다. 그래서인지 누가 어디에 가서 뭘 먹었느니 맛이 있었느니 다시 생각해도 침이 고인다느니 그 집 음식은 자기가 먹어본 음식 중 최고라느니 이런 말에 잘 현혹 되지 않는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영화를 보고도 별로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흥미를 보이지도 않고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내가 올해 유난히 입맛이 없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가끔 가던 밥집들을 전전하면서는 더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나는 나의 식감 을 만족시켜줄 밥집을 찾아 매일 점심을 다른 집에서 먹기로 결정했다. 메뉴도 매일 다른것들로, 철저하게 그날 그날 내 몸에서 원하는 것을 감지해 신선한 것, 기름진 것, 매운 것, 짠 것, 시원한 것, 뜨거운 것, 해장할 만한 것, 간단한 것, 복잡한 것, 조용한 곳, 줄서서 먹는 곳 가리지 않고 그날 그날 매일 다른 곳에서 먹는 실험에 돌입했다. 과연 맛있는 밥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이런 것들은 더 이상 먹기 싫었다. 먼저 홍대 놀이터 근처 닭곰탕을 먹어 본다. 그 다음 닭 칼국수를 먹어 본다. 합정동에 있는 들깨 수제비를 먹 어 본다. 보리밥을 먹어 본다. 망원동에 콩나물 국밥을 먹어보고 합정동 콩나물 국밥도 먹어보고 대흥동에 냉 면을 먹어 보고 성북동에 기사 식당에 가보고 광흥창 갈비탕, 목동 청국장, 동교동 코다리 구이, 독립문 도가 니탕, 신촌 설렁탕, 홍대 정문 앞 롯데리아, (구) 부산오뎅 자리 햄버거, 강화운수 옆 빅 버거, 상수동 콩국수 도, 서교동 카레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배달 충무김밥, 가게근처 백반, 도시락, 짬뽕, 심지어 파주의 두부 요 리집도 갔다. 연신내 내장탕, 송추 매기 매운탕, 물론 직접 해먹어보기도 하고, 전날 먹던 남은 치킨, 12가지 반찬의 한정식, 김밥천국 원조김밥, 내가 마치 맛집 여행을 다니는 식객인양 파워 블로거인양 사진도 찍어보 고, 수많은 밥집을 돌아다녔음에도 이제 이 밥집 탐험을 종료하고 딱 ‘여기다!’ 할만한 곳은 아쉽게도 나 타나지 않았다. 반대로 진짜 두 번 다시 못가겠다고 생각된 곳도 없었다. 그러나 안 다닌 것 보단 나름 괜찮은 것 같았다. 내가알고 있는 밥집리스트가 몇 배 늘어나며 나의 즐겨찾기 목록 또한 갱신되었다. 그러면서 몇 년 동안 대 여섯 군데의 밥집에서 무언가 나의 입맛을 채워줄만한 것을 찾고 선택이 잘못되었던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나이 드신 어른들이 매일 혹은 주말 마다 관광버스를 빌려서라도 방방곡곡 맛집을 다니는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맛집 찾아가시는 길이 즐거워서 버스 안에서 춤추는것도, 춤추다 힘들어서 주무시는 것도... 물론 매일 가는 밥집이 제일 맛있을 수 있고 집에서 싸오는 도시락 회사 앞 매일 가는 밥집이 맛있을 수도 있 다. 반찬이 많이 나오는 밥집도 좋고 배고플 때 제일 가까운 밥집이 맛있을 수도 있다. 맛있는 밥집은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 그렇게 수많은 밥집을 다니던 나는 의외의 밥집에서 맛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1 그 곳의 다른 메뉴는 기억나지 않는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들깨순두부...


순두부를 시키자 나오는 정갈한 오이무침과 가지무침, 여기에 순두부를 한 숫갈. ‘괜찮네.’하는 순간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6500원짜리 순두부에 반찬이 딱 두가지 이다. 심지어 김치도 없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테이블을 보니 먹을 만큼 만 떠먹을 수 있는 김치와 앞 접시가 있었다. 하지만 김치는 먹지 않기로 한다. 반찬 두가지 만으로 밥을 먹으면서 혼자 이런생각을 해 보았다.1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밥을 토끼 같은 와이프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 차려주는 상상. 냉장고에는 친정에서 장모님이 챙겨주신 신랑먹이라고 가져온 반찬이 여럿 있는데 토끼 같은 와이프가 반찬 꺼내기가 귀찮아서 “자기야 이거 두 개 만 먹으면 안돼? 반찬 더 꺼내줘?” “자기 김치 잘 안먹지? 김치 거기있으니까 덜어먹어-” “어? 어.. 어.. 괘... 괘... 괜찮아 두개면 충분해.” 라고 대답하는 나를 상상하게 되는 말도 안돼는 설정을 순두부집에서 하게 되었다. 심지어 두 가지 반찬이 맛있었는지 맛없는데 맛있어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어쨌든 두가지 반찬에 반찬 더 달란 말도 안하고 “잘 먹었습니다.“는 인사를 남기고나온다 나는 간 큰 남자 가 아니고 확실히 준비된 남자라는 안도감에 휴우~~하는 나지막한 한숨을 쉬며 8월의 마 지막 점심식사를 마쳤다

(편집자주. 아무래도 더위 먹었나 봅니다.)


into the jazz 글. 이상준 올림픽메달집계 어떻게 해야 하나? 2012년 런던올림픽이 막을 지난 달 내렸다. 이번 올림픽기간에는 유난스레 메달집계와 순위선정 방법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현재 메달집계는 금메달 우선순위 그리고 총 메달 수 순위 이렇게 크게 2 가지 방법이 있는 듯 하다. 금메달 우선 순위로 보면 우리 한국은 5위를 했고 총 메달 수로 보면 9위다. 캐나다 의 경우 금메달순위 36위 총 메달 순위 13위이다. 여러분들은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개인 적으로 어느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더 설득 력이 있는 메달집계를 위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먼저 총 메달 집계의 태생배경을 보자. 이 집계방식은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 이 방식을 도입한 곳은 다름이 아닌 Associated Press다. AP연합은 1846년 뉴욕에서 시작된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 단체 중 하나이다. (AP통신은 우리의 <연합뉴스>와 일본의 <교도통신>과 비슷한 언론단체이다. 더 자세한 것 은 www.ap.org에 가면 얻을 수 있다.) 미국의New York Times나 영국의 Guardian신문은AP가 전통적인 금메달 순위가 아닌 총 메달 수 방식을 처음 도입한 이유는 그것이 미국이 전체순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제치고1등을 지속적으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럼 같은 북미주의 캐나다가 금메달순위가 아닌 미국이 사용하는 총 메달 순위방 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이유 는 무엇일까. 첫째 캐나다언론이 AP통신에게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캐나다 신문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Globe and Mail, National Post, Vancouver Sun, 그리고 Toronto Star등 캐나다 내 유력지들이 AP 통신기사를 전체 그대로 또는 부분 인용하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AP의 영향력은 이렇게 북미주에 서 막강하다. 둘째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총 메달 집계 방식이 캐나다의 전체순위에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 다. 미국은 이 방식을 통해 1위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더욱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고 캐나다는 스포츠 C급에 서 B급국가로 올라갈 수 있다. 금메달이 늘 부족한 캐나다의 경우 금메달순위방법은 ‘에디오피아’ 또는 ‘크로아 티아’같은 스포츠변방국가와 늘 어깨를 나란히 한다. 결국 자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메달집계방식을 결정한다. 미국이나 캐나다가 총 메달 수 집계방식을 채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스포츠정신을 근간으로 은메달과 동메달 역시 금메달리스트와 같은 대우를 해준다는 다소 이상적이고 멋진 국가관의 논리가 한편에선 있다. 실제로 미 국이나 캐나다 같은 선진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아주 굳게 믿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우리 스스로 하는 자의적인 판단일 뿐 그다지 큰 설득력이 없어 동의하기 매우 힘들다. 최 근 캐나다국영방송CBC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총 메달 수 집계방식에 동의하는 캐나다사람은 불과 16.48%에 지나지 않는다. 금메달순위 또는 금메달에 더 큰 가치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60% 넘는 것으 로 조사되었다. 국민들의 일반적인 여론과 그 결을 달리하는 국가관이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 과연 존재할까. 명확하고 명백하게 이야기하자. 결국 자국의 이해 관계 속에서 채택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미국은 1위 자리를 더욱 더 견고하게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지킬 수 있고 캐나다는 같은 방법으로36위에서 13위로 뛰어오 를 수 있다. 마다 할 이유가 없다. 장단점을 보자. 총 메달 수 집계방식은 2등과 3등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굉장히 좋은 방식이다. 금메달보다 동 메달이 늘 더 많은 캐나다의 경우 금메달 달랑 한 개 만 있는 나라에게 순위가 뒤진다는 것은 정말 불공평한 일 이 아닌가. “1등만 살아남는 이 더러운 세상”이란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만 살고 인정받는 세상이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지 않나. 이렇게 한편으로 나름 합리적이고 올림픽정신이 담겨있는 것처럼 보이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러 모순점들이 있다. 총 메달 집계 방식을 주장하는 <아마추어스포츠정신>이라는 멋진 논리로 보면 올림픽에서 순위자체가 없어야 한다. 1등과 3등의 차등을 두지 않으면서 4등은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 논리에 전혀 부합하지 않다. 과연 3등과 4등의 차이가 1등과 3등의 차이보다 더 클까? 백 보를 양보하고 생각해봐도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오로 지 참가하고 스포츠정신만을 기리는 것이 총 메달 수 집계방식의 정신이라면 순위자체가 없어야 한다. 실제로 CBC설문조사에서 스포츠정신을 위한다면 순위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9.86%로 나왔다. 총 메달 수 집계방식이 가진 또 다른 문제점은 금메달리스트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1등만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이 되어서는 안되지만 1등이 무시되는 세상도 그다지 바람직 해 보이진 않는다. “더 높게, 더 멀리, 그리고 더 빠르게”라는 올림픽 구호가 필요 없다. “더”라는 표현은 비교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다. 인정하지 않는데 누가 더 빠르게 높게 또 멀리 뛰려고 하겠나. 정정당당하게 겨뤄서 지난 4년동안 가장 많은 땀을 흘린 사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 마라톤 선수는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는 불과 99도의 물과 100도의 물의 차이에 불과하나 그 1도차이로 물이 끓고 끓지 않는 다는 말을 한다. 작은 차이이나 그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 확실히 구분하고 인정해 줘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금메달우선순위를 보자. 이것은 전통적인 올림픽 메달집계방식이다. 북미주의 미국과 캐 나다를 제외한 전 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IOC도 이 방법을 공식적으로 사용 하고 있고 한국은 물론 언론의 메카인 영국과 유럽은 절대적으로 금메달우선순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외 적으로 가장신뢰도가 높다는 BBC방송과 Guardian지 역시 금메달수로 메달집계를 한다. 더 높게, 더 멀게, 그 리고 더 빠르게 뛴 선수에게 가치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기에 선수들은 더 인정받기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금메달을 한 개만 가지고 있

베이징올림픽성적에 적용하면 한국은 순위가 1~2위

는 나라가 금메달 없이 은메달만 100개 딴 나라보다

더 올라가 5~6위정도 하고 캐나다는 2~3위 내려가

순위가 앞서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캐나

17-18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언론기사는 물론

다처럼 동메달이 많은 나라에겐 정말 비합리적이다.

연구논문들도 찾아봤지만 어떤 경위로 언제부터 이 제

태릉선수촌처럼 제대로 된 훈련장소도 없고 초 전문적

도가 사라졌는지는 찾을 수 없었다.

인 스포츠과학기반으로 체계적인 훈련을 받기 보다 생

금메달우선순위와 총 메달 수 집계방식이 가진 문제점

활/사회스포츠중심으로 운동한 캐나다 올림픽선수가 ‘

을 해결하기 위해선 포인트제도가 매우 합리적으로 보

에디오피아’나 ‘이집트’같은 C급 스포츠국가로 분류되

이나 또 다른 주장이 요즘 흘러 나온다. 다름이 아닌

는 것은 정말 공평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 사회스포츠

인구수 비례 집계방식이다. 인구가 100만 200만밖에

적 환경에서 동메달을 딴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크

안 되는 나라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의 순위를 중국이

게 인정해 줘야 한다.

나 미국 같은 나라와 포인트제도를 일방적으로 적용해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도 그다지 맞지는 않아 보인다.

정리해보면 총 메달 수 집계방식은 오로지 승자독식

최근 영국의 Guardian지 온라인 판에 “Lastkozak”이

이 아닌 은메달과 동메달도 동일선상에서 인정해주는

라는 필명을 가진 네티즌은 메달집계는 인구수비례뿐

좋은 방법이지만 금메달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

아니라 GDP와 참가국의 올림픽 팀 규모 역시 고려해

하지 않는 모순점이 있다. 반대로 금메달 수 집계방법

야 한다고 글을 남겼다. 모두 맞는 이야기이다. 개인적

은 1등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만 은메달이 아무리 많

으로 전적으로 동의한다. (http://www.guardian.co.uk/

아도 금메달 1개를 뛰어넘지 못하는 다소 비합리적인

sport/datablog/2012/jul/30/olympics-2012-alterna-

방식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캐나다는 총 메달수가

tive-medal-table#data 에 가면 다양한 방법으로 메달

18개이지만 총 메달 수 4개인 노르웨이에 뒤져 36위

집계 한 데이타를 접할 수 있다.)

에 머물러있다. 캐나다는 18개메달중 금메달이 1개이 지만 노르웨이는 메달4개중 금메달이 2개이다. 결과적

나는 어느 특정방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

으로 메달집계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단 주장은 충분한

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포인트제

설득력이 있다.

도가 ‘정답’이라고 오랫동안 믿고 있었으나 최근 인구 수와, GDP, 그리고 올림픽 팀 규모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 메달집계방식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은 이미 지난

주장에 귀가 솔깃해진다. 어느 방법이나 문제점을 안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본격적으로 흘러나왔다. 2008년

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일방적으로 주장

8월 23일자 뉴욕 타임즈 보도를 보면 대부분의 스포츠

하고 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채택

기자들은 포인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동메달

하기 위한 노력이 아닌가 싶다. 올림픽메달집계방식뿐

은 1점, 은메달은 2점, 그리고 금메달은 4점으로 소위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눈앞에

4-2-1방식으로 총 메달을 점수로 환산해야 한다는 것

있는 어떤 것을 자기 입맛에 따라 일방적으로 단정하

이다. 축구에서는 이미 이런 비슷한 승점제도를 채택

고 선택하기 보다는 문제점을 잘 파악해 합리적인 새

해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다. 4-2-1방식으로 집계하면

로운 안을 충분한 토론과 토의를 통해 돌출해내는 것

우리 한국은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총 80점으로 7위

이 보다 더 실용적이고 건설적이지 않나.

캐나다는 총 36점으로 15위에 랭크 된다.

*이번 올림픽은 우리 태극전사들로부터 나는 크게 매

지금 상황에서 이 포인트제도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료됐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예선에서 탈락했던 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John Bowman이 작성한 8

과에 관계없이 나는 우리 선수들 눈 속에 자신이 하

월 9일자 CBC온라인기사를 보니 이 포인트제도는 이

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 자신감, 그리고 포기를 모르

미 104년전 1908년 런던올림픽 때까지 사용했다고 한

는 투혼을 보았다. 지난 17일은 그 어느 때보다 나에

다. 그 당시에는 5-3-1제도로 금메달5점, 은메달 3점,

겐 가장 영감적인 시간들이었다. 모든 선수들에게 대

그리고 동메달엔 1점이 부여됐다고 한다. 이 제도를

단히 감사하다.






월간이리와 무한에 관한 산문 @exxx2x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10년 전 쯤 전의 일입니다. 친구와 함께 홍익대학교 미대와 경영대학을 잇는 외부 계단을 내려가는중이었습니다. “사라지지 않을 인터뷰를 하고 싶다.” 당시 읽던 영화 잡지의 인터뷰가 워낙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꺼낸 이야기였겠지만, 이후로 이 질문은 십년도 넘 게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것, 영원한 것, 무한히 존재하는 것. 결국은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모든 것은 사라집니다. 그날 대화를 나누었던 절친했던 벗도 지금은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가 되었고, 열 심히 읽던 그 영화잡지도 구입하지 않은지 오년이 넘었습니다. 그날 문득 뱉었던 단 한마디에 대한 기억을 제외 하고는 모두 곁에서 멀어졌습니다. 저에게서 사라졌습니다. 열심히 음반을 모았고, 그것들은 지금 방 한구석에 박스채로 잠들어 있습니다. 언젠가 이사를 위해 박스를 열었 을 때 그 중 절 반 이상은 다시 듣고 싶지 않은 음반이란 사실에 웃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겠다며 발바닥에 땀나도록 모아온 것들 이었습니다. 취향도 취향이지만 이제는 CD라는 매체 자체가 거의 사 멸되어 재생기조차 구하기 힘들어졌으니 우스운 일이지요. 테이프처럼 늘어지지 않고 원음 그대로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고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던 그 장점들이 어느 순간 불멸의 부피를 자랑하는 짐이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무한이란 짐을 지고 있습니다. 불가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 골머리를 싸매고 앉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의 생에서 무한한 것, 저의 생을 넘어 후대까지 우습게 이어지는 것, 몇 백 년 정도는 쉽게 썩지 않는 비닐봉지 같은 글을 써야 합니다. 사라지지 않는 인터뷰를 보고 싶었습니다. 굳이 제가 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귀찮으니 남이 해주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냥 대충 살면서 그런 것들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원하던 그것은 도무지 가까워지질 않았습니다. 동네를 잘못 잡고 살아서, 괜한 멋이 들어서, 인디 잡지를 만들며 살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미래가 있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머니는 저를 홍익대학교에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고3때 “그 동네 재미있겠네.” 라고 말했 던 게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 알았다면 아니 소설의 인물처럼 막연한 불안감이라도 느꼈다면 어머니는 절대 제 가 이 동네로 떠내려 오는 것을 두고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가장 잘 알고 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어머니 에 대한 추론이니 아마 그랬을 겁니다. 언젠가 저에게는 하나의 바람이 있었고 거기서 7년이 지났을 때, 이리카페에서 하던 어느 싱거운 시 낭송회를 바라보며 <월간 고민과 잡담>이란 제목의 잡지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제목은 열흘 만에 a5 사 이즈의 텍스트 전용 잡지로 발화했고, 1년 반 동안 발간되었습니다. 당시 <월간 고민과 잡담>에 저는 많은 실 망을 했었지만 그것을 금새 까먹고는 이렇게 또 잡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눈이 많이 오던 12월의 경복궁 돌담길 을 지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갑자기 <월간 이리>라는 제목이 떠오르지도 않았을테고 말입니다. 그 리고 또 일 년 반이 지났습니다. 저는 무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월간 이리>도 무한하지 않습니다. 당장 저에게 사고가 닥치거나 책을 만들 수 있는 금전적 여유가 사라지면 조용히 사라질 겁니다. 저의 마음이나 바람과는 무관하게 사람들의 인지에서 벗 어나는 것이죠. 애초에 모르고 있던 사람들은 영원히 모르게 사라지는 것 입니다. 누군가는 그런 책이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는데 한쪽에선 버둥거리다가 물 아래로 사라집니다. 당신이 바다에 서있는 상상을 해보죠. 아침에 일어나 바닷가로 향합니다. 당신의 기분이 어떤지 모르지만 날씨 와 상관없이 크고 작은 파도가 들이칠 겁니다. 매일의 파도가 다른 의미와 시간을 지나 당신의 곁을 스치지만 당 신은 각각의 의미 따위는 중요하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합니다. 다만 파도라는 통칭이 당신과 함께 할 뿐입니다. 우리는 순간을 죄다 끌어 모아 경험으로 뭉뚱그립니다. 그리고 지나간 경험들을 미화시켜 추억으로 포장합니다. 채색된 것과 쓰레기 들을 경계 없이 쓸어 담아 놓고는 빛나는 것을 찾으려 애씁니다. 이런 말장난 같은 것들이 모 이고, 남겨지고 또 버려져 언젠가 새로운 시대의 창작으로 피어나고, 새로운 시대의 소문으로 떠돌게 될겁니다. 파도를 보았다거나 파도를 탔다거나 파도를 만들었다거나 파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우리는 당신이 볼 그 많은 파도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나뿐인 인생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월간 안테나의 기고 요청으로 쓴 글을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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