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이리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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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이리


순서 입니다. 비밀동툰 / 글. 그림. BEAMIL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 / 글. 사진. 아홉시 영화로 읽는 시공간 - 위플래쉬에 비친 사제삼세 / 글. 곡주대비 기록에 대한 기록 - 그 남자가 영웅이 되지 못한 이유 <크로니클> 리뷰 / 글. 박이현 한국영화 돌려 깎기 - 공범 / 글. 최지원, 곡주대비, 박이현 여기 문학이 필요한시간 - 향가 / 글. 고수진 낭만 스파이 - 잊지않을게 / 글. 사진. 낭만스파이 옆사람 인터뷰 - 농사짓는 젊은이 / 글. 정리. 이내 조선소 노동자 - 그림. Min the Elephant #A39B7C / 글. 사진. 김성연 건축이 좋아 - # 19. 건축은 아름다워.. / 사진. 글. aoikasa idology’s pick - 케이팝과 쇼와가요의 병렬식 : 프로듀서 남기상의 아이돌 팝 신당동 파르한의 음악소개소 / 글. 신당동 파르한 다른 나라에서 / 글. 황효정 게임 노동 일지 / 그림. 글. 철민 물질과 비물질 - 15. 벽돌 / 글.김종소리 사진. 황은정 Road - 4. 나물 / 글. exxx


식목일을 맞이하여, 표지가 도착하는 이런 현실.. 예술가와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이상점을 찾아가는 으와와아아!!! 그런 거 없습니다. 마감은 마감. 세금은 세금. 그렇습니다. 오늘도 정신이 피폐해지며 마 감을 하고 있는 편집인입니다. 지난 달에는 좋은 일들이 있으셨는지요. 저는 음원수입으로 3800원을 벌었답니 다. 하하. (그래도 5월 4일에 또 신곡이 나옵니다요.) 세상이 이처럼 빡빡해도 웃 고 사는 4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벚꽃에 대한 인사를 쓰려고 해도 이 책이 나올 즈 음이면, 그 꽃들 다 지고 가지만 남았을 것 같아, 머쓱하니 그런 인사는 남기지 않 겠습니다. 많이 웃고, 많이 먹고, 많이 돕는 4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달에는 새로운 코너와 일시적으로 구멍난 코너가 생겼으니 무엇인지 지난달과 비교해 보는 재미를 (혹은 충성도의 확인)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년 째, 식목일을 맞이하여 펄프에게 미안한 작업을 하지 않았길 기원하며 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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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이리 exxx 드림.

공식트위터 @postyri


나는 누구일까요?

there was a thick growth in the woods.

city buildings.


I’m Ferret.

*

3년 전에 동대문에서 한 번, 몇 주 전 신촌에서 한 번. 저는 도시에서 보기 힘든 동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둔한 외모를 가진 오소리도 아니고 털 색이 특이한 담비도 아니고 물론 너구리도 아닌 무언가였는데요. 아주 작은 인기척만으로도 크게 놀라며 도망을 치던 모습이었습니다. 녀석은 페럿. 족제비과의 동물로 위에 언급한 다른 동물들과 달리 페럿은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애완동물로 각광받았고 현재는 애완, 가축동물로만 길러진다고 해요. 그런데 왜 번화가인 신촌의 어두운 구석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던 걸까요? 페럿과 고양이의 생식사료를 판매하는 분께 물어보니 ( Instagram @ loveytummy ) 페럿은 고양이와 같이 어느정도의 적응은 가능하지만 더위에 약해 날이 더워질수록 길에서 생존하기가 위험해진다고 합니다. 페럿은 귀여운 외모에 날렵한 몸매를 가져 훌륭한 나의 애완동물이 되어줄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악취가 날 수 있고, 장난기가 많아요. 이러한 단점도 있기에 쉬운 마음으로 입양을 결정했다면 쉬운 마음으로 떠나보내기 쉽죠. 도시에서 페럿이 돌아다니고 있다면 그건 반려인의 부주의로 잃어버린 것이거나 버림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어떤 동물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엔 책임이 따르고 선택에 있어서도 신중해야 합니다. SBS ‘TV 동물농장’ 에서 3월 15일 방송된 버려진 페럿 21마리와 함께 사는 아주머니 이야기를 소개하며 끝마칠게요. 특유의 냄새와 재빠른 성격 등 단점도 가지고 있는 페럿이지만 정말 깨끗하게 길러내시는 모습에 감명받았달까요 :)

한국일보

버려진 페럿 21마리 키우기 TV동물농장 (SBS 3.15 AM 9:30) 족제비과의 동물인 페럿을 무려 21마리나 키우는 집이 있다. 작은 강아지 크기만한 페럿은 귀여운 외모와 붙임성 좋은 성격으로 사람과도 잘 지내는 동물이다. 하지만 이 집에 모인 페럿들은 집을 잃거나 주인에게 버림을 받은 이력이 있다. 주인아주머니는 페럿 들과 한 가족처럼 지내며 그 녀석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늘 안고 보듬어준다. ...




공간 :

는시 화로 보

제삼세

위플래

친사 쉬에 비

개인적으로 요즘 들어 사제삼세 (스승과 제자와의 인연은 전세, 현세, 내세에 까지 지속된다는 말) 라는 말 을 참 많이 했다. 갑자기 강의가 늘어서도 그렇고, 그로 인해 잊고 싶지 않은 제자들이 생겨나기도 했기 때 문이다 (물론 늘 그런 주옥 같은 학생들은 있어 왔지만). 모든 사자성어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 말 은 참이다. 좋은 사제 지간은 삼세를 간다. 혹은 삼세를 살아보지 않았으므로, 삼세를 ‘가고 싶게’ 만든다. 위플래쉬는 음악 영화고 이 영화에서 아주 기막힌 사제지간이 등장한다. 위에 서술한 내용과는 사실상 상 반되는 이유로 ‘삼세’가 갈 성 싶은 스승과 제자다. 영화는 고군분투하는 늘상 2인자 드러머 앤드류와 독 설을 뿜어내는 것이 제일 효과적인 교육 방침이라고 믿는 음악 교수 플랫쳐와의 이 갈리는 배틀을 그려 낸다. 다시 말해, 서로 너무나도 애틋하여 오래 가고 싶은 관계가 아닌 서로를 향한 증오가 흐르고도 넘쳐 다음 세상까지 넘겨질 것만 같은 그런 사이다. 뛰어난 드럼 솜씨로 명문 음악 학교에 입학한 앤드류는 고등학교 때 날고 기었던 것은 맞지만 군계일학 들만 모아놓은 명문 음대에서는 그저 그런 드러머로 매번 일인자 뒤에서 악보 넘기는 일만 하고 있는 중 이다. 그래도 노력은 꾸준히 하는 개미파 인지라 혼자 연습실에 남아 혼을 불태우던 중 성질 더럽기로 악 명 높은 교수, 플레쳐에 눈에 띄어 그가 리드 하는 재즈 합주 팀, 스튜디오에 합세 하게 된다. 그의 고생문 이 훤히 열리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잘해보라는 식으로 격려도 하던 플래쳐 교수는 앤드류가 박자를 못 맞 춘다 던가 하는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물건을 던지거나 따귀를 때린다거나 (미국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레벨의 체벌이다) 하는 악행을 일삼는다. 도를 넘는 플래쳐의 폭언이나 (가정사를 들추는) 폭력을 꾸역 꾸역 참아내면서 앤드류는 문자 그대로 ‘ 피’ 가 나는 연습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밟아 대는 플래쳐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무대 위 에서 폭발하고 이로 인해 정학을 당한다. 시간이 좀 흘러 식당 알바로 전전하고 있던 앤드류는 플래쳐 역


시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우연히 지나가던 재즈바 에서 공연하던 플래쳐를 마주치 게 되고, 그의 권유로 카네기 홀에서 자신의 모든 커리어를 건 드럼무대를 설 수 있게 되는데 이 무대 역 시 예기치 않은 대립을 빚어 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위플래쉬는 꼭 보았으면, 혹은 또 한번 보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더 이상의 스포일 러는 자제 하겠다. 허나 꼭 언급해야 할 것은 이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의 클로즈 업 씬 이다. 이 마지 막 클로즈업이 이 영화의 주제임과 동시에 메이저 스펙타클이며 결론이라고 까지 말하고 싶다. 즉, 이 클 로즈업 한 장면을 위해 앤드류는 오만 모욕과 피를 감내했고, 관객은 두 시간 여 동안 끈기 있게 이 두 사 제의 처절한 서사를 지켜본 것이다. 관객 마다 평가하는 플래쳐의 방법론의 옳고 그름이 다를 것이다.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필자 입 장에서 플래쳐 같은 선생은 절대적으로 없어야 한다고 생각 하지만 누군가는 그의 노력을 숭고하다고 평 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내내 그를 증오하다가도 마지막 클로즈업 씬 하나를 곱씹어 보 면 역시 세상의 이치는 결과를 목적으로 제시되어야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자문 까지도 든다. 그런 의미 에서 보자면 이 영화가 ‘사제삼세’ 라는 성어의 함의를 잘 그려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 면 앤드류에게 그 마지막 클로즈업은 삼세가 아닌 삼십세가 넘도록 회자될 ‘그것’ 이기 때문이다. 독자들 의 의중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몇 십대의 따귀, 집안사를 넘나드는 모욕 그리고 몇 컵의 피 흘림을 감내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한국에서 받은 교육이 위플래쉬에서 보여준 방법론과 얼마 나 많이 닮아있거나 혹은 이질적인가. 필자를 포함한 8-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독자들의 대부분이 전자에 가까운 방법론으로 훈육되었을 것 이라는 추측을 해볼 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우리는 어 떤 결과물로 빚어졌는가. 글. 곡주대비


기록에 대한 기록 : 그 남자가 영웅이 되지 못한 이유 <크로니클> 리뷰 박이현(현대쎈타 http://medium.com/centah-news)

<크로니클>(2012, 조쉬 트랭크 감독)은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되었지만, 영웅이 되지 못한 소년에 관한 영화다. 왜 영웅이 되지 못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영화의 주인공 앤드류가 기록하는 방식과 그 기록이 유통되는 방식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버드맨>이 원테이크를 고집하듯, <크로니클 > 역시 하나의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데, 바로 영화에 사용된 모든 영상이 허구 세계 내, 즉 앤드류 혹은 누군가의 카메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설정이다. 이 영화는 제3의 위치에 카메라를 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있는 <크로니클>은 누가 편집한 것인가? 촬영이 서사 내 인물에 의해 이뤄졌다고 설정해둔데 비해, 편집 및 상영 얘기는 따로 없다. 이는 모크-다큐멘터리 <개를 문 사나이>(1992)와 비교된다. <개를 문 사나이>는 제작진들이 한 연쇄살인범을 취재하다가 사건에 휘말려 총에 맞고 다 죽어버리는 다큐멘터리 양식의 영화로, 끝까지 허구가 아닌 채 가장하며 제작진이 다 죽었지만 누군가가 이 영상을 촬영했다는 자막을 삽입해뒀다. 그런데 <크로니클>에서 촬영된 클립들을 누가 편집했는지, 누구에게 상영되고 있는지는 얘기되지 않고 있다. 앤드류가 찍는 영상이 어디에 업로드 되고 있는지, 누구에게 공유되고 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앤드류는 어머니에게 “수백만이 보고 있다”고 말하지만, 막이 내릴 때까지 증명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크로니클>에서 보는 앤드류가 촬영한 영상들은 서사 내에서 누군가에게 상영되지 않은 영상인 셈이다. 애당초 앤드류는 누구 보여줄 생각으로 촬영을 시작하지 않았다. 파티 장면을 회상해보자. 캐시라는 여자애는 블로그에 올리려고 찍는다고 말한데 반해, 앤드류는 그냥 찍고 있다고 말한다. 이 이유는, 미지의


동굴을 탐험한 이후 그들에게 초능력이 생긴 이후 바뀐다. “난 그냥 찍고 있어(I’m just filming.)”라고 말하며 초능력이 생기기 전부터 촬영을 해오던 앤드류는, 이제 초능력이 생긴 친구들에게 “우린 이걸 기록해야만해 (We should document this.)”라고 말을 바꾼다. 외톨이 앤드류에게 초능력이 생긴 후, 친구들과 초능력을 이용해 카메라로 촬영하며 친해진다. 셋 사이에 우정의 공동체가, 카메라의 매개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편, 기성의 영웅물에서 미디어는 보다 커다란 공동체를 매개했다. 그런 기록들이 있기에 영웅은 영웅일 수 있다. 영웅이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강한 힘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사랑과 지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영웅에 대한 기록, 미디어에 의한 전파가 필수적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에서 베트맨과 빌런 역시 미디어를 둘러싸고 서로 투쟁한다. 어떻게 고담시티 주민들의 시각을 쟁탈하고 독점할 것인가? 베인이 시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첫 연설을 하며 자기 모습을 비친 건 관객이 가득 찬 운동장 한 가운데 즉 동시간으로 생중계되는 미디어의 중심이며, 영화의 엔딩에서 웨인의 위대한 희생은 도시 주민이 다 볼 수 있는 창공에서 이루어졌다. 한편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경우도 있다. 즉 본인이 영웅이자 영웅의 행적을 전파하는 미디어의 역할까지 하는 경우 말이다. 피터 파커(스파이더맨)는 비정규직 사진가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 언론에 특종을 제공하며, 클라크(슈퍼맨)는 그 자신이 기자다. <크로니클>의 주인공 앤드류 역시 앞의 둘처럼 행위자이자 동시에 기록자이다. 초능력자이자 캐논 카메라를 든 소년이다. 하지만 그 초능력은 고작해야 장기자랑을 위한 트릭으로 활용될 뿐이며 그마저도 관객은 동창생에 제한된다. 그래서 앤드류는 영웅이 되지 못했다. 경이적인 능력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 폭주 씬을 제외하고) 더 커다란 공동체로 중개/중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앤드류의 성격이 반사회적이라는 점은 큰 문제가 되지 못한다. 스파이더맨이란 반례가 있지 않나. 피터 파커는 공명심, 복수심, 이기심 등 젊은이가 가질 만한 비영웅적 자질을 죄다 갖고 있지만, 미디어에 전파되며 영웅으로 불리고 그것이 종용한 책임감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았나? 아무쪼록 엔딩 장면과 폭주씬을 비롯해, <크로니클>은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 관해 통찰할 만한 많은 아이디어를 던져준다. 다음 달에는 비슷한 키워드로 <버드맨>(2014,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을 살펴보겠다.


최지원:

곡주대비 (hjkanjy@gmail.com) :

기자를 꿈꾸는 ‘다은(손예진)’은 15년 전에 있었던 유괴살인

오“공범”은

공소시효라는

문제적인

사건의 실제 범인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아버지인 ‘순만

제도가 존립하고 있는 몇몇 나라 (우리

(김갑수)’를 떠올린다. 다은은 범인의 목소리와 아버지의

나라를 포함한) 에서 제작 될 수 있는

목소리가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를 의심하기

흥미로운 영화다. 게다가 한국영화의

시작한다.

단골 흥행 요소 중 두 가지 – 눈물 뽑는 부성애 그리고 실화의 재현 등 영화

이것이 이 영화의 설정이자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흥행 면 에서 실패 하기 힘들어 보이는

설정밖에 없다. 즉 이 영화는 출발점은 있으나 전혀 나아가지

매력 포인트들을 한데 버무리고 있는데

못한 채 제 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영화에서 순만은 “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 정말 꽝이다.

끝나는 순간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내게 있어서 이 영화는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끝나버린 영화다. 특히

어여쁜 여주인공 손예진은 아버지가

영화는 ‘과연 아버지가 범인일 것인가.’, ‘아버지가 범인이라면

오래된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내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지만,

되고 결국 기자로서의 직업윤리에 기반해

질문들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다.

아버지를 법의 심판대에 서게 해야

우선 영화는 순만의 정체를 너무 뻔하고 쉽게 밝혀버린다.

하는지 아닌지를 갈등한다. 이 영화에서

순만의 정체에 대한 암시는 영화 곳곳에 널려 있다. 특히

가장 거슬렸던 점 중 하나는 바로 이

앞에서 언급했던 순만의 대사는 영화 내내 여러 번 반복되어

부분인데, 서술 된 자체로 보면 별 문제

등장한다.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암시들은

암시나

복선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순만의 정체를 확신하게끔 하는 확실한 증거가 되어버리고 만다. 때문에 이 영화는 스스로 감성 스릴러 영화라고 하지만, 우리는 영화에서 긴장감이나 긴박감을 느낄 수 없다. 이른 시점부터 순만에 대한 의심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맥 빠진 스릴러 영화를 마주 보게 된다. 이 영화가 스릴러 영화로서는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남아있는 것이 하나 있다. 영화 포스터에도 쓰여 있는 ‘감성’이라는 단어다.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했기 때문에 애초에 순만의 정체가 밝혀지는 시점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이 영화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의심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잘 그려냈는가, 두 사람의 감정은 잘 전달되었는가, 또 이 영화를 보고 나는 동요했는가.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의심스럽다. 특히 영화에서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두 사람의 캐릭터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긴장감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다 지워버리고 만다. 차라리 이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더 내밀하게 그려냈더라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는 집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없는 플롯 장치인 듯 하다. 아버지는 범인이고 딸은 기자? 그래 갈등 좀 되겠지. 허나 안타깝게도 영화는 그러한 여주인공의 프로페셔널한 직업의식을 그려내는 대신 그녀가 뿜어내는 감정을 아버지와 유난히 애틋했던 딸로서의 분노, 괘씸함, 배신감 등의 (울 아빠가 어떻게 그럴수가…) 가족으로서의 시선으로만 국한 시키고 만다. 혹은 이것은 시나리오의 문제일 수 도 있다. 다시 말해 시나리오상 그녀의 어떤 대사도 ‘되먹은’ 기자로서의 명분 (아버지를 신고하는데 있어) 을 합리적으로 설파 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종류의 대사가 지나치게 극화되면 변호인의 송강호 법정씬 처럼 클리쉐로 보일 수 있을 것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이 영화가 가족 vs. 사회 라는 굵직한 아젠다를 표방하는 한 꼭 필요했던 요소가 아닌가 싶다. 두번째, 김갑수 배우의 연기. 사실 이것은 비단 김갑수 배우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하디 선한 인간이 알고 보니 나빴더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한국 영화 배우들의 대부분이 선한 파트에서는 지나치게 오버스러운 선함 악한 파트에서는 지나치게 오버스러운 잔인함을 보여주려고 한다. 물론 혹자는 그것을 연기의 스펙트럼이라고 읽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기를 해야 한다면 찰흙을 반토막 내듯 캐릭터를 분화하기 보다 심리묘사에 있어 좀 더 납득 할 만한 복선 정도는 관찰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갑수의 아버지/범인 연기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손예진의 아버지로서는 지나칠 정도로 순박하고 비현실 적으로 헌신적이다가 범인을 연기할 때의 그는 그의 캐릭터의 연장으로서의 악인이 아닌, 단지 자아 분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왠 싸이코패스로 그려지는 것이다. 소재만으로 보면 흥미로울 수 있는 영화가 여지없이 신파극으로 빚어진 것이 안타깝다.

한 기깎 국

영화 돌


박이현 : 아침 드라마는 말이 많다. 왜냐하면 아침엔 사람들이 출

그마저도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할까봐 불안했는지 <

근 준비로 바쁘기 때문이다. 바쁘기에 화면만 쳐다볼 수

공범>은 굳이 형사의 입을 빌려 주제의식을 부연하

없으니, 평소에 비해 눈보다 귀를 더 써야 한다. 인물들

고, 플래시백을 통해 정순만에게 변명의 여지를 남겨

이 구구절절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말로 설명하는 이

준다. 하지만 결국 감독이 모호하게나마 말하려 했던

유다.

모든 것들은 심준영(임형준)이라는 존재를 통해 어긋 난다. 악마라 불리는 사람에게도 나름의 사랑과 사연

아동용 애니매이션도 말이 많다. 왜냐하면 아동들은 자

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감독의 말은 순수하게 나쁘기만

신이 보고 있는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

한 놈 심준영 하나 때문에 빗겨가고, 공소시효가 지나

정을 표현할 때도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관객들이 반어

는 등 인간의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더라도 악인은 결

적인 표현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가

국 천벌을 받게 될 거라는 형사(의 탈을 쓴 감독)의 말

남직한 상황에선 화가 난 사람들이 할 법한 대사를 하는

도 영화 서사 내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심준영의 존재

게 아니라, “나는 화가 났어.”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한다.

로 무너진다.

<공범>은 15세 이상 관람 가능한 극장용 영화다. 아침 드라마도 아니고 아동용 애니메이션도 아니다. 관객들 은 아침밥을 먹으며 졸린 눈을 비비는 학생도 아니고 넥 타이를 매는 직장인이 아니다. 물론 애도 아니다. 그들 은 영화를 보기 위해 왔다. 스크린과 스피커에 주의집중

..

까 오니

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그래서 지루하 다. 영화가 지루한 건 아이디어가 나빠서가 아니다. 오 히려 나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무서운 사람일 수도 있다는 기본 설정이 무척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끔찍한 범죄의 공범이었다니. 하 지만 <부당거래>나 <타짜> 같이 맛깔 나는 대사를, 이 영화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지루한 건 대사만이 아 니다. 이미지 역시 그러하다. 몇몇 쇼트들은 다른 정보를 담은 것도 아니며 다른 감정을 만드는 것도 아닌데 군더 더기처럼 삽입되어있다. 말이 없어진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는다. 정순만(김갑 수)이 드러눕고 정다은(손예진)이 나부러질 때 <공범> 은 스스로 이야기이길 포기하는 듯 보인다. 그나마 몇방 울 남은 개연성이 바닥에 고꾸라지고 차가 들이받는 순 간 죄다 증발해버린다.

도 그래

이 예진


깨끗하고도 아름답다(詞淸句麗)’ - 「균여전」 기록에서

글. 고수진

집을 이사했다. 원래 살고 있던 아파트가 재건축을 하게 되어 30년 동안 살던 정든 동네를 떠

나게 되었다. 우리 집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커다란 벚꽃나무가 아주 예뻤다. 꽃망울이 언제

쯤 파바박 터지나, 출 퇴근 길에 보며 계절을 짐작했었는데 이사를 가며 지금 그 벚나무가 가 장 아쉬운 것을 보니, 나는 우리 동네를 참 좋아 했었나 보다. 이사 온 곳은 천호동인데 아파

트 단지에 나무가 있긴 하지만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얇은 나무들이다. 그래서 이게 무슨 나 무인지 예측도 못하겠다.

부모님의 재산이 두둑해 지니 재건축은 반길 만 한 일인데 자꾸 나는 뒤를 돌아본다. 정이 제

일 무섭다. 아! 새로 이사 온 동네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함은 지하철 역 뒤쪽으로 상권이 아주

잘 발달 되어 있어서 퇴근길 술 한 잔의 유혹을 쉽게 떨 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전 화해서 “만나?”가 아주 쉽게 나온다는 것이다. “어댜?” “나 천호” “오 만나” “내린다” 아주 물 흐 르듯 자연스럽다. 절친한 친구들이 죄다 5호선을 중심으로 천호, 명일, 고덕에서 살고 있고,

사실 기존의 동네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았기에 좀 더 상권이 발달한 천호에서 모이게 되었다.

나야 집 앞이라 좋고.. 큰일이다. 더 미루지 말고 집 앞 필라테스를 시작해야겠다. 건강한 야식 의 삶을 위하여!

오늘 우리가 함께 볼 작품은 3개의 작품인데 모두 장르는 향가이다. 향가란 향찰(鄕札)로 표

기된 정형시가이다. 먼저 향찰이라 함은 세종이 한글을 만들기 이전 우리말을 기록할 고유의 문자가 없었기에 한자어를 바탕으로 기록을 했었다. 그러나 한자어로 우리말을 표기하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이 한자어를 우리말 구조에 맞게 그리고 우리의 발음에 맞게 표기한 독 창적인 문자체계였다. 이 향찰을 바탕으로 형식을 지켜 시를 창작 하였는데 이를 향가라고 부

른다. 신라시대로부터 고려 전기까지 창작되었고, 창작 계층은 주로 도력이 높은 스님들이었 다. (여기서 도력이 높다는 것은 손에서 장풍이 나가고 이런 것이 아니라 불교, 철학 등 정신 체계가 높은 스님들) 향가의 다른 명칭은 사뇌가라고도 한다. 현재 전하는 향가는 「삼국유

여기, 문학이 필요한 시간

향가는 ‘뜻하는 바가 매우 높고(其意甚高), 그 구절들이


사」에 14수, 「균여전」에 11수로 모두 25수이다. 향가의 형태적 특징은 4구체, 8구체, 10

구체 향가로 나뉠 수 있다. 4구체, 8구체, 10구체로 나누는 기준은 줄 수에 있다. 4줄이면 4구 체 이런 식이다. 다만 10구체 향가는 낙구라는 감탄사가 존재하는데 그 모습은 아아, 아으 등 으로 해석되며 이 낙구는 시적화자의 감정을 집약해서 뱉어 낸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 감 정은 당연히 시의 주제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10구체 향가는 향가 중에서도 TOP, 가장 완성 형이라고 볼 수 있다.

자 그럼 오늘은 4구체 향가의 대표인 서동요, 8구체 향가의 대표인 처용가, 10구체 향가의 대

표적 작품인 제망매가 이렇게 3작품을 보고 향가를 끝내려 한다. 먼저 4구체 향가 서동요의 내용은 이렇다.

善化公主主隱

선화공주님은

薯童房乙

맛동(서동) 도련님을

他密只嫁良置古 夜矣卯乙抱遣去如

남 몰래 정을 통해

밤마다 몰래 안고 간다.

굉장히 야시시한 노래다. 선화공주가 밤마다 서동을 만나 정을 통한다니, 그것도 공주님이!!!

정숙하고 가냘플 것 같은 그런 이미지. (아, 이런 게 편견이라는 것인가?) 편견일 수도 있겠 다. 아마 이 공주님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찾아 다녔을 지도 모른다. 공주 신데렐라 백

설공주. 뭐 그런 이미지가 공주에 대한 선입견을 낳았을 수 있다. 반성합니다. #자아반성 #공 주님도밤마다나갔을수도

사실 이 서동요에는 배경설화가 있다. 백제 서동은 마를 캐던 사내였다. 서동의 출생은 다소

비현실적인데 어머니가 꿈에 용과 정을 통하여 낳았다고 전해진다. 어라 비범한 출생이다. 냄 새가 난다. 후에 엄청난 인물이 될 것 같다. 서동은 신라의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예

쁘다는 소문을 듣고, 신라의 수도인 서라벌(경주시)로 간다. 그 당시 국경의 경계가 삼엄했기

때문에 머리를 빡빡 깎고 중의 신분으로 국경을 넘는다. 남자다. 상 남자. 그러고는 서라벌의 아이들에게 마를 주는 선심을 쓰고, 선화공주가 ‘맛둥서방’과 몰래 사귄다는 ‘서동요’라는 노래

를 전해주어 부르게 하였다. 이 노래로 진평왕은 크게 노여워한다. 공주의 행실을 문제 삼아 공 주의 신분을 빼앗아 내쫓는다. 선화공주는 신라 왕실에서 쫓겨났고, 이를 기다리고 있던 서동 이 선화공주에게 다가간다. “나쁜 사람 흐흑”


이런 천하의 찢어 죽일 놈이 아닌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멀쩡한 공주를 모함하다니. 이런 장

르의 노래는 참요라고 하며 목적성이 매우 뚜렷함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선화공주를 데리고 간 후에 그의 꿈에 용이 나타나 “나는 네 아버지인데, 동굴 안에 황금이쪙. 그걸로 너 왕 해.”라는

예지몽을 꾸고 백제의 무왕이 되었다는 배경설화이다.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무왕과 선화 공 주의 결혼이 사실상 후대에 꾸며진 허구라고 인식하는 분위기이지만 흥미로운 배경설화이다. 또한 참요이기 때문에 내재적 주제와 외재적 주제가 다름을 알 수 있다.

다른 4구체 향가도 이러한가? 대체로 4구체 향가들은 목적성이 뚜렷한 작품들이다. 목적성이

강하다는 말은 시를 통해 자신의 소원, 집단의 소원을 이루고자 했음을 뜻한다. 시를 통해 불 안한 마음과 불안한 사회를 안정시키고자 했다. 다음은 8구체 향가 처용가이다.

東京明期月良

서울 밝은 달밤에

入良沙寢矣見昆

들어와 자리를 보니

夜入伊遊行如何 脚烏伊四是良羅 二隱吾下於叱古 二隱誰支不焉古

本矣吾下是如馬於隱 奪叱良乙何如爲理古

밤 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 것이지만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것(아내)이다만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응? 다리가 4개? 어마 내 머릿속에 음란마귀가 있나보다. 빨리 배경설화를 살펴보자. 처용이 신라에 와서 벼슬을 하던 어느 날, 그가 늦게까지 놀고 있는 사이에, 역신이 매우 아름

다운 그의 아내를 흠모하여 몰래 동침했다. 집에 돌아와 상황을 안 처용은(What the fu..)이

절로 나왔을 테지만 침착하게 저 노래를 불렀고 역신은 처용의 넓은 도량에 크게 감복하여 용

서를 빌고 이후로는 공의 형상을 그린 것만 보아도 그 문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후 로 사람들은 처용의 형상을 문에 붙여 귀신을 막았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란과 전쟁을 떠올려 선 안 된다. 워허이 물러가라 음란마귀여! 역신! 이 단어에 주목하자. 역신은 전염병을 관장하

는 민속신이다. 사실 처용의 아내는 전염병에 걸린 것이고 처용의 지극한 정성으로 그녀가 나 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전염병을 관장하는 역신을 막고자 처용의 시를 붙이는 신라인들의 절박하고 순박한 모습과

무속에서는 아무리 악신(惡神)이라도 즐겁게 하여 보낸다는 풍속으로 연결 지어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직까지 8구체 향가 역시 주술적이고 목적성이 있음에 주목할 만하다. 아직 시의 덕목인 아

름다운 서정성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 10구체 향가에 그 서정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앞서 얘 기 했듯이 가장 완성형, 10구체 향가이다.

生死路隱

삶과 죽음의 길은 여기에

吾隱去內如辭叱都

나는 갑니다 하는 말도

此矣有阿米次 兮伊遣 毛如云遣去內尼叱古 於內秋察早隱風未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一等隱枝良出古

去奴隱處毛冬乎丁

阿也 彌陀刹良逢乎吾 道修良待是古如

있으나 두려워지고

다 못하고 가버렸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피어서

가는 곳은 모르는 구나

아아 미타찰에서 만날 나는 도를 닦아 기다리겠다.

이 작품은 월명사가 지은 제망매가이다. ‘제사를 지내다, 죽은 누이를 위한’ 이렇게 해석이 가

능하다. 여동생이 죽고 슬픔 속에 월명사가 지은 이 노래는 요절한 여동생의 죽음을 종교적으 로 극복하려고 애쓴 모습이 역력하다. 고도의 상징성이 (부모=한 가지/ 요절=가을 이른 바람/ 누이= 떨어질 잎) 두드러진다.

가을은 겨울을 맞이하기 전의 계절이다. 생명들이 땅으로 떨어져 한 생애를 마치는 장면을

포착하여 거기에 동생의 죽음을 표현한 시어들을 보면 월명사의 고도의 집중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10구체 향가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낙구를 보자. ‘아아 미타찰에서 만날 나’의 구절

부터 시적화자의 목소리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겠는가? ‘아아’ 이전에는 쓸쓸한 가을, 나뒹구

는 낙엽들 사이로 오빠 나 가요, 라는 말도 못하고 요절한 여동생의 목소리로 얼룩져 있다. ‘나 는 갑니다 하는 말도 다 못하고 가버렸는가.’


그러나 곧 월명사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래! 미타찰(불교에서는 극락세상, 곧 저승)에서 우

리는 다시 만나지 않겠는가? 우리는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살고 떠난다. 다시 누이를 만날 수 있

다. 영원한 이별이란 없는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도를 닦겠노라하며 다짐한다. 이때 아아는 깨달음의 아아인 것이다.

향가를 수록하고 있는 「균여전」에서는 향가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뜻하는 바가 매우 높고(其意甚高), 그 구절들이 깨끗하고도 아름답다(詞淸句麗)’

배경설화들을 다소 재미있게 소개했지만 시의 구절을 살펴보면 왜 이렇게 소개하고 있는지 파

악이 된다. 신라인들의 소망, 편안하게 살고자 했던 소박한 마음, 자신의 왕을 숭배하고자 비범

하게 표현 마음, 개인적인 슬픔에 불교의 철학적 사상을 녹여 극복하고자 했던 단단한 정신력.

짧은 몇 줄에 이것을 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말말말. 말보다 단 몇 줄의 시구가 사람의 마 음을 이렇게 이끈다. 말로 어디까지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어디까지 마음을 드러낼 수 있을까? 햇볕은 점점 따뜻해지고 밖에서 커피를 마시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2년전 인가? 3년전 인

가? 내가 좋아했던 그가 이런 얘길 했었다. 일본의 하이쿠는 참 아름다운 것 같다고.

하이쿠란 일본의 단시로 5·7·5의 17음(音)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짧은 몇 줄에 서정성이 집약

된 시의 형식이다. 봄날 벚꽃 같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은 배꽃을 보며 사색을 즐겼었다. ‘이화우’란 구절을 자주 썼는데,

‘이화우’란 비처럼 떨어지는 배꽃 잎을 뜻한다.

아쉬웠다. 우리의 고전 시도 무척이나 아름다운데, 봄을 알리는 벚꽃도 있지만 우리 시에는 배

꽃이 담겨 있다고. 봄날 배꽃 같다고. 난 애국자는 아니지만 우리의 시를 많이 알리고 싶다. 특 히 고전시가를. 우리의 시는 비어있는 공간이 많다. 그래서 좋다. 가만가만 들여다보게 되니까. 어쨌든 결국 그와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끝맺음을 냈다.

그 시절 우리 선조들은 배꽃을 보며 사색을 즐겼었다. ‘이화우’란 구절을 자주 썼는데, ‘이화우’란 비처럼 떨어지는 배꽃 잎을 뜻한다.

겨울이 지나 갔다. 마지막 발악을 해대던 3월의 중순이 지나니 이제 햇볕이 따뜻하다. 이러지

도 저러지도 못했던 어중간한 계절이 지나가니 한 계절이 성큼 와 있다. 흘려보내지 말자. 배 꽃이 아름다운 곳은 어디지? 검색을 해서 다녀와야지.

다음시간에는 고전소설 조신설화를 살펴보겠다.

지각하면 보강이다.


이제 1주년입니다.

그리고

글 김강산

2014년 4월 16일 믿을 수 없을 만큼 허술했던 정부의 재난관리 시스템과 사회적 병폐들은 세월호에 타고 있던 304명의 소중한 생명들을 구하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 밑으로 잠기게 놔두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죽음에 슬퍼했고 미약했던 국가의 대응에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리라 결심하며 노란 리본을 달았습니다.

letmeflywoo.tumblr.com

ⓒ NANGMANS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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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달아주는 아주머니는 광화문 광장 맨 안쪽에 있는 텐트에 계십니다. 이 곳은 각기 다른 종교의 사람들이 모여 유가족과 희생자들 그리고 진실을 위해 기도하는 공간입니다. 모두 다른 종교를 가졌지만, 안타까워하는 그 마음은 닮았기에 서로를 의지하며 지금까지도 계속 시민분들께 노란리본과 팔지를 나누고 계십니다.


그것이 핑계가 되어서는 안되지요.

세월호를 국민의 세금으로 인양한다고 해서, 불우이웃이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닐껍니다. 세월호를 인양하는 것에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닐껍니다. letmeflywoo.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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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분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때까지, 그릇된 것들이 바로잡아질때까지 노란리본을 달아주세요

1년이 지난 지금도 광화문 광장에서 자리를 지키시며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계신 유가족, 자원자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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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 농사짓는 젊은이

옆 사람 인터뷰

이달은 농사지으러 간 친구, 혜주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1_ Granz Globewalker, 여행하며 음악하기 지난가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골로 이사를 간다기에 한 번 놀라고, 취업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농사를 짓겠다고

함께했다. 작년까지도 계속해왔다. 귀농은 부모님의 오랜

하기에 두 번 놀랐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그는

꿈이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께서 이 일을 더

정말로 서울을 떠났다.

서두르신 것 같다.

�� ���� ��� ��� ���� ���� ���� ��� 정말 농사를 짓고����� 있는 건지, 어디서 지내고 있는지 ����� ��� 밤�� 어떻게 �� ��� ���� 결

요즘 취업이 어렵고 치열한 만큼, 아버지를 따라 농촌으로 간

궁금하다. �� 사람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어디에 가도 있

것이 도피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는 것은 사람이요, 사람으로 펼쳐진 시공간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의 집인 경상북도 봉화군에 내려왔다. 었다. 내가 만났고 만나고 있는 사람들 또한 이곳이 오랜 고향인 할머니, 12월부터 먼저 내려와 있던 아름다운 여행지의 하나였다. 여행을 이야기하 아버지, 그리고 나, 이렇게 산다. 의심을 많이 하는데 정말 고 싶었으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생 농사를 지으려고 온 거다. 다만 지금까지는 새로 지은 집과 각했다. 사람을 여행해볼 작정이라고. / 밭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할머니만 기존에 하던 일을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마음이 움직이는 게 진짜 원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가 두려운 건지. 젊을 때 도시에서의 경험이 나를 더 성장시킬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스스로 의심스럽더라. 지금은 내 결정을 긍정하고 응원한다. 이곳이 좋다. 대학교에서의 4년이

부지런히 이어온 셈이다. 이제 집이 정리되었으니 아버지와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나도 열심히 움직여야겠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다양한 삶이 오고갔다. 그

위한 거였다면 지금 충분히 만족한다.

장기않은 투숙객이었는데, 여 어린 랜트는 나이에 미국에서 귀농이라니온흔치 일이다. 그 배경이

하루일과가 궁금하다.

행을 온 사람치고는 그의 하루가 꽤 정적이었 무엇인가. 다. 그는 공용 공간에서 편의점 음식을 먹거나

농사가 우리의 주된 일이겠지만 지금까지는 터전을 잡고

특별한비틀즈의 이유가 있는 것은 모아 아니다. 충분한 설명이 되지두고 않을 전곡을 놓은 교본을 옆에

이곳에 적응하는 일에 바빠서 고정된 생활이 없었다. 정리가

수 있지만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언제나 시골을 기타를 치고는 했다. 내가왔다. 그의나는 반려자와 다름

되면 해 떠 있을 때는 농사짓고 해지면 내 일을 하지 않겠나.

더 좋아했고 가능하면두도시를 싶었다. 아버지를 없던 기타를 동강 벗어나고 내기 전까지는(당분간 따라서 온 건데, 반대할 줄 알았던 아버지가 나를 내치지 Hey Jude를 배우겠다고 설칠 일은 없으리라). 않은 덕분이기도 하다.

뚜렷한 하루일과는 없었지만 일찍 일어나시는 는 비틀즈와 로드리게즈 만큼이나 그의 노래를할머니 덕에 나도 하루를 빨리 시작하게 됐고 기상 시간과 취침 좋아한다. 시간이 규칙적으로 바뀌었다. 집을 새로 지은 거라 다듬고

어릴 때부터 사람들은 그가 의사가 될 것을 그곳에 내려가기 전의 생활을 짤막하게 이야기해주면 기대했지만 6살 때부터 그는 음악을 꿈꾸었다 좋겠다. 고 한다. 소망은 오랜 시간 그대로였으나 대학 을 졸업한 후에야 그는 온전히 음악을 하기로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생활이었다. 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음을 먹었다. 졸업하고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정리할 것이 많았다. 아버지는 내게 자연, 농촌 관련된 책을 읽어보라고 하셔서 간간히 책을 읽기도 했다. 할머니의 일을 조금 더 오래 머물 줄 알았는데 시드니에 갔 돕고 아버지와 함께 마을 어른들을 뵙고, 돕고, 또 배웠다. 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할머니 혼자 하시던 깨, 고구마, 감자, 콩, 고추, 옥수수 등을 그대로 가지고 가되 점차 키워가기로 했다. 하루일과를 나도 오래 있고 싶었지만 물어보니 이제부터는 내 시간을관광비자만으로는 어떻게 쓸 것인가를그생각해

스펙이라는 것을 많이 쌓지는 못했고, 대신 틈틈이

럴 수 없었다. 한국에 다시 가고 싶고 그전까 봐야겠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날, 직접 중학생 녹음한 때부터 아홉 아르바이트하고 여행을 많이 다녔다.

지 시드니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비행기

곡이 담긴 CD 한 장을하는 선물로 받았다. 요즘 나도 나 부모님께서 주말농장이라고 텃밭을 가꾸었고,

표를 사기 위해 잠시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


시골에서의 삶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앞으로의 계획은.

도시보다 자연이 더 많은 곳을 선호했던 이유는 시각의 변화에

우여곡절이 많을 것 같다. 우리가 대농사를 짓는 것은

있었다. 도시에서는 누릴 것이 다양한 만큼 상대적인 것들이

아니지만 우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실천하는 것이다.

많았고 그런 와중에 느끼는 외로움이 컸다. 자연에서는 나를

농사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나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공기가

같은 경우에는 다른 일자리를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좋고 소박한 재미들이 있다. 고추를 따는 등의 단순노동은

이번에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다. 작은 마을이지만

몸을 혹사시키는 정도가 아니라면 즐겁다. 단점으로는

여기도 시간제 일을 할 수 있더라. 사실 가족들은 내가 완전한

문화 시설이다. 약국이나 병원 같은 것도. 나는 영화를 보고

농부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나 또한 시골과 도시를 잇는

전시회에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곳에서는 불가능하다.

꿍꿍이 계획을 세우고 있고. 이건 결정이 되면 알려주겠다.

요즘은 혼자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하면서 그 틈을 대신하고 있다. 얼마 전 젊은 층의 귀농, 귀촌 인구가 증가했다는 뉴스 기사를

그곳에 있는 혜주에게 나는 조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봤다.

다행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까. 그는 똑똑하고, 몸도 마음도 튼튼해 보였지만 어쩐지 도시에서의 경쟁에서는 뒤처지고는

정말 그런 것 같다. 우려되는 점은 귀촌은 상관없지만 귀농은

했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는 훨씬 경쾌하고 행복해

정말 만만하지 않다. 나의 경우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보였는데, 아마도 그와 어울리는 장소를 찾은 것이리라.

농사를 지으셨고 아버지도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도우셨다. 나 또한 시골에 가면 반 강제로 농사를 거들어야 했는데 그게 꽤 즐거웠다. 어쨌든 농사 경험이 있다는 것은 백지 상태에서의 결정은 아니었다는 거다. 그리고 내가 있는 마을은 할머니와 아버지의 고향이기에 마을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데, 새로 오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게 또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나다운 삶인 것 같다. 너무나도 다양해서 그냥 나다운 게 이상적인 것이 아닐까. 사실 나다운 것을 찾기도 어렵다. 도시가 그립지는 않은가. 나를 그리워하는 거겠지? 나는 친구가 많지도 않은데 이렇게 내려오고 나니 그립다는 친구들이 많더라. 하하 글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고는 못 배길 때, 도시스러운 옷을 사고 싶을 때 한번 가고 싶다. 도시 음식도 먹고.

글, 정리 : 이내


조선소 노동자

Min the Elephant @mintheelephant


#A39B7C


#일탈 인스타그램에서 ‘#일탈’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한다. 쏟아지는 이미지 더미에서 어떠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대부분 얼굴이 프레임 바깥으로 달아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외설적 이미지를 공적 장소에 노출함으로써 얻는 쾌감과 익명성을 보장받기 위한 소극적 자세가 동시에 담겨있다. 며칠 전 sns 상에서 ‘#일탈’과 그 밖의 유사 태그들이 금지됐다. 사람들은 곧바로 새로운 해시태그를 만들었고, 그 아래 다시 모여들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 또한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검열과 도주는 욕망이라는 주인공이 만들어낸 끝나지 않는 연속극이다.

얼굴없는 천사 성기에 금기가 집중되어 있는 사회는 대부분 가부장제의 지배를 받는 사회다. 재산과 권력을 자신의 혈육에게 양도하기 위해서, 가부장제 사회는 순결과 금욕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냈다. 현실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자신의 성기를 함부로 보이거나 만지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정 해시태그 아래에서는 타인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이성을 전제로 형성된 로고스(logos)가 아닌 에로스(eros) 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곳은 끝없이 생성되는 미지의 샘이다. 드문드문 보이는 균열의 틈 사이로 자신을 내던지려는 에로스의 자기 파괴적 면모는 나르시시즘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렇기에 파멸과 생성의 울타리를 넘는 에로스의 모험은 실로 반역적이다. 에로스적 충동은 근대적 개인의 특질인 ‘고립’을 넘어 '타자와 하나 되기'를 갈망한다.


외설과 포르노 여성을 남성의 능동적 성을 수용하는 수동적 존재로 취급하는 여성 재현의 문법에 따라 생산된 모든 작품은 포르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대상이 무대가 되어 관람객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거리를 가지는 것 또한 포르노다. 여기에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설이란 관람자를 위해 대상을 무대화하는 장면이 없는 재현이다. 보는 이가 대상과의 거리 없이 육체와 마주쳤고, 거기서 불쾌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외설이다. ‘#일탈’에서 보이는 이미지나 영상은 관람자와의 거리를 고려하지 않는다. 분비물을 뿜어대는 여성의 질이 익스트림 클로즈업 되어 전면을 뒤덮고 검정 화면에서 사정되고 있는 성기로 급작스레 넘어가버리기도 한다. 여기에는 근대적 상징체계가 발명한 ‘여성’과 ‘남성’은 홀연히 사라지고 육체의 생생함만이 잔존한다.

친외설주의 포르노그래피의 여배우는 남배우를 쳐다보고 있지만 동시에 쳐다보고 있지 않다. 그녀의 눈은 자신을 감상하고 있을 수많은 익명의 눈들을 향해 달콤한 자신의 육체를 전시한다. 이때 여배우 앞의 남자는 집에 배치된 가구와 다름없다. 관람자는 사물화된 남배우의 몸에 자신을 투사해 그녀의 직장 상사가 되기를 갈망한다. 반면 ‘#일탈’ 아래 모인 사람들은 서로가 배우이며 관람자이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안전장치가 없는 모험을 감행해야만 한다. 모험 속 어떤 이미지는 포르노적 상상력을 자아내지만 다른 이미지는 불쾌감을 자아낸다. 남과 여의 식별이 불가능한 클로즈업 샷도 있다. 얼굴도 성차도 계급도 사라져 버린 이미지에는 금기를 넘어선 모호한 평등이 깃든다. 명확함과 흐릿함, 파괴와 생성 위에는 시대마다 자신의 모습을 달리 드러내는 에로스의 맨얼굴이 떠있다. 그 얼굴은 아름답기보다 추악하며 불명확하기에 단번에 재현되기를 거부한다.

⑴ 양효실, [새로운 시대의 페미니즘] ⑵ 강신주, [사랑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 ⑶ 릭 포이너, [거인에게 복종하라]

clichecliche@naver.com


건축이 좋아. #19. 건축은 아름다워.. aoikasa

쓰던 원고를 다 엎어버렸다. 조금만 더 쓰면 완성인데…. 굳이 다시 주제를 잡고 원고를 쓴다. 늘 건축이 좋다며, 이런 저런 아름다운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 왔지만, 차원이 다른 건축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직업상 건축계로 막 들어선 어린 학생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건축을 하는 의 미를 잘 못 찾겠다고, 의사가 되면 아픈 사람들을 살릴 수도 있고 좋은 일도 많이 할 수 있는데 (물론 안 그런 의사도 많으며 이런 말을 하는 학생들도 정작 의사가 되었을 때 그렇게 할련지는 의문이지만) 건축 은 돈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거 아니냐는. 건축은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기에 이러한 질문이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 건축에서도 역시 의미, 특히 누군가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 는 일은 많다.

최근 ‘건축’을 통해 소외된 이들을 돕고, 저개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경험 속에서 아마 나 자신도 ‘건축을 하는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으며, 새로운 차원의 ‘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건축. 生과 死의 문제. 부동산 가치나 거주자의 품격(?)이 더 중요한 오늘날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사실 건축이 ‘生’과 ‘死’의 문 제라는 건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불과 100여년 전에만 해도 건축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지킬 수도 있는 그런 역할을 하였다. 사람들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것은 보통 재해와 전쟁, 그리고 전염병에 의한 것이다. 그 중 재해, 특히 자연 재해는 우리의 힘으로 막기 어려운 것이며 전쟁은 거대한 힘의 충돌에 의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 피해를 줄이기가 어려운 것인데 반해, 전염병의 문제 는 사실상 위생 문제만 어느 정도 해결되어도 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성격을 가진다.

근대화 초기를 다룬 ‘진’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면 ‘콜레라’라는 질병이 19세기 말 얼마나 많은 사 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콜레라와 같은 질병은 수인성, 즉 물로 전염되는 질병 이기에 물만 깨끗하게 관리되어도 전염병의 확산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 그래서 근대 도시 계획에서는 도시 위생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상수도 시스템을 만


들고, 또한 다 쓰고 난 물을 깨끗이 버리기 위한, 즉 오염된 진창을 만들지 않기 위한 하수도 시스템을 만들고, 쓰레기와 분뇨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고 일정한 곳으로 운반하여 제대로 처리하는 것과 같은 도시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였으며, 햇볕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창을 만들고 또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바닥과 벽을 가지고 있으며 오수와 배수 처리가 잘 되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 역시 필요하였다. 또한 전염병의 위험 등과 같은 위생 문제 외에도, 적정한 개별 공간의 확보와 밝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여 줌으로써 사람들 간의 충돌을 막고 또한 각 개인의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분명 건축은 단순히 예쁘고 화려한 무언가가 아니라 삶의 가장 직접적인 요구에 대응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으며, 生死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비단 100여년 전만의 상황은 아니다. 오늘날에도 지구 곳곳에서는 깨끗한 물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고,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원래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이들도 많다. 또한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한 가운데에서도 삶의 안위를 걱정해야만 하는 그런 동네들도 있다. 아이티나 동 일본처럼 재해 이후 삶의 터전이 모두 사라져버린 그런 곳들도 있다.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경제적인 원조도 도움이 될 것이고, 새로운 도시와 집을 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것 이 지속가능하려면, 단발성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오랜 시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려면 ‘디자인’이 필요하 다. 그저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게 해주는 것이 아닌, 그들이 그들의 삶의 터전에서 그들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의 행복감이라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단순한 원조가 아닌, 일찍이 빅터 파파넥 이 말했듯이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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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MI, 이웃돌아보기. 최근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진행된 BaMI라는 비영리단체에서 하는 ‘이웃돌아보기’ 사업에 동참하였다. 늘 말로만 ‘배워서 남주라’라고 외치면서 최근 바쁘다는 핑계로 자원봉사에 게으른 나를 극복하기 위하 여, 건축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건축학도들에게 이러한 차원의 건축 일도 있다는 걸 경험시켜주기 위하 여, 주말 하루, 12시간을 투자해 본 것은 그 시간 이상의 가치를 남겨주었다.

이제는 서울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달동네, 중계동 백사마을.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이제는 몇 가구 남지도 않은 이 산자락 마을(가수 션이 연탄봉사가는 그 마을이다)의 한 할머니가 사시는 집을 고쳐주 는 게 이번 이웃돌아보기의 주요 일이었다. 우풍이 심한 방에서 주무시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쓰지 않 는 문을 막고, 단열재를 다시 붙이고 허물어질 거 같던 벽체를 보수하고, 대문이 성치 않아 밤마다 무서 우셨을 할머니를 위해 다시 대문을 만들고, 물이 자꾸 새서 수도도 제대로 못 쓰시던 할머니를 위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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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빅터 파파넥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 그리고 도요 이토의 ‘내일의 건축’, Architecture for humanity의 ‘design like you give a damn’을 읽기를 추천한다.


도 공사도 하고 전기 공사도 하고. 이에 더해 할머니가 집에 올 때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기분 좋으실 수 있게 외벽에 예쁜 벽화도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서는 벽과 재래식 화장실 벽에도 하트를 수도 없이 그리며 화사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내부도 마찬가지, 창이 없어 어두웠던 실내에 하얀 페인트를 칠하고 꽃무늬 벽지도 바르고 전구도 새로 갈아 밝은 실내를 만들었다. 이 같이 많은 작업은 약 20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겨우 12시간 동안 해 낸 것이었다.

(백사마을 할머니 집의 원래 상태. 출처: https://www.facebook.com/bami001)

(백사마을 할머니 집 고치기 작업 현장. 출처: BaMI 제공)


(새로 만든 대문과 벽화로 새로워진 외벽, 그리고 페인트칠과 도배 및 씽크대 리폼 작업을 한 부엌. 출처: BaMI 제공)

여기에서 주목해보고 싶은 것은 디자인을 통해 누군가를 한 번 더 웃게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무너져 가는 벽체를 다시 세우고 고장난 설비들을 고치고 대문을 만들고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 이겠지만 여기에 예술적 감각들이 더해질 때 그 공간은 비로소 활기를 띄며 그 곳의 사람들에게 말을 건 다. 화려하고 대단한 디자인이 아니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 걸로 충분하 지 않을까. BaMI의 활동은 그저 살 곳을 마련해주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삶터'를 만들어준다는 데에 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같이 간 학생의 말처럼 '진짜 건축'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랄까.

Fit in Community. 이 번엔 아프리카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Fit in Community라는 프로젝트. 말 그대로 이 프로젝트는 커뮤니티 안에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건축 도시 프로젝트이다. 비영리단체인 Mtree의 건축 파트를 담당하는 문동환 대표와 전 세계에서 모여 든 자원봉사자들이 몇 년 전 케냐에 집 하나를 짓고 오면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그들과 함께 하는 지속가능한 건축을 꿈꾼다는 데에서 차별 성을 가진다. 2013년부터 매해 계속되고 있는 Fit in Community의 케냐에서의 프로젝트는 처음에는 작은 집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하여 올 해에는 커뮤니티 센터를 만드는 규모로 확장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그야말로 '함께 함'이다. 우리 모두가 근대도시화의 과정에서 겪었었던 상황, 즉 ' 개발'의 논리에 기존의 우리의 거주 환경과 자연 환경은 모두 파괴되어 버리고, 선진 문물의 무조건적인 이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재료로, 그 지역의 사람들이,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간직한 채 만들어내는 새로운 '성장'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2013년에는 Mtwapa라는 지 역에서 그들의 방식대로 흙벽돌을 굽고 연결시켜 흙벽돌 집을 지었으며 2014년에는 마사이족의 마을인


Massailand에서 곡물 포대에 흙을 담아 그 것을 쌓아 구조체로 사용하고 빈 병을 사이 사이에 끼워 빛 을 받아들이는 매개체로 사용한 흙집을 만들었다. Fit in Community를 이끌어 가는 문동환 대표의 말 에 따르면 아무 것도 없는 듯한 그 땅에는 많은 양의 흙이 있었고, 또 이 일들을 잘 할 수 있는 많은 노 동력이 있었다. 그러기에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전통적으로 흙을 다루는 노하우와 자원봉사자들 의 건축 노하우가 만나니 새로운 종류의 깨끗하고도 튼튼한 집을 짓는 게 가능해졌다. 두 번째 프로젝 트였던 마사이족 마을의 경우에는 이들이 집을 함께 짓고 떠난 이후, 마을 안에서 자생적으로 계속하여 '포대에 흙을 담고' 역시나 '빈 병을 군데 군데 끼운' 흙집들을 만들기도 하고 양계장을 만들기도 하는 등 즉각적인 영향이 계속하여 나타났다.

(2013 Fit in Community, Mtwapa in Kenya, 출처: http://www.mtree.org/architecture )

(2013 Fit in Community, Massailand in Kenya, 마지막 사진은 마을 사람들이 지은 건물, 출처:http://www.mtree.org/architecture)


마사이족 마을의 흙집 같은 경우 밤에는 빈 병 사이사이로 그 빛이 너무 아름다워 마치 밤 하늘의 별자 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는 끊임없이 그 지역 커뮤니티와 의사소통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그들 스스로 이 집을 지을 수 있게 해 주었기에 가능했던 변화였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느낌의 이 흙집들은 참 아름답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색색깔의 포대들을 쌓아 벽을 만들고, 곱게 흙을 발라 미장을 하고, 또 빈 병을 감각적으로 틈새에 끼워 넣음으로 그냥 집이 아닌 '예쁜 집'을 만들 수 있 게 된 것이다. 올 해는 Kilifi 마을의 커뮤니티 센터를 건축하고자 하는데, 이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그 마을 전체를 '개발'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게 도우려고 한다고 한다.

그래, 건축은 아름다워. 최근 이 두 프로젝트를 만나며, '건축'에 대해서 다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세울 建 그리고 쌓을 築. 세우고 쌓는다는 가장 원초적인 행동들이 만들어진 건축이라는 단어 속에는 단순히 세우고 쌓는 것 만이 속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세우고 '어떻게' 쌓느냐의 문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 의 문제일 것이다. BaMI의 이웃돌아보기나 Mtree의 Fit in Community가 반가운 건 이들이 하는 작업 이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작업일 뿐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그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삶터를 아름답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르니니의 그 웃음 가득한 걸음걸이처럼 건축은 아름답다. 아니, 이 특별한 건축들이 참 아름답다. 2

(출처: http://www.mtree.org/architecture ) 2 참고로, Bami의 웹사이트는 http://bami.or.kr/, http://www.mtree.org/architecture 이다.

Fit

in

Community의

웹사이트는


케이팝과 쇼와 가요의 병렬식 : 2015.03.07 by 돌돌말링 | 전문 보기 : http://idology.kr/3717

아이유가 본격적으로 일본 데뷔를 했을 때에, 많은 팬들이 아이유와 쇼와 아이돌, 특히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의 유사성을 언급하더라고요. 작고 마른 체구, 귀엽 지만 어딘지 아련해 보이는 표정과 스타일링, 또래 가수 중에도 튀는 표현력 및 성 량과 가사 속에 그려내는 독특한 세계관까지. 이 글에선 아이유의 ‘너랑 나’, 그리 고 마츠다 세이코의 ‘時間の国のアリス(시간 나라의 앨리스)’를 버무려봅니다.

작사가인 마츠모토 타카시(松本隆)가 진짜 주제로 삼 은 동화는 바로 〈피터팬〉이에요. “반팔 스웨터를 입 은 그대가 초승달에 걸터앉아 손 피리를 불고있어” 같은 가사를 보면 분명해 보입니다. 세이코는 이미 성인이었지만, “마법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같은 가사나 피터팬 레퍼런스에서 ‘영원히 소녀이고 싶은 동화 속의 아이돌’의 이미지를 견고히 하려는 듯합니 다. 그러고 보면 아이유의 ‘너랑 나’와 세이코의 이 곡 모두, 앨리스가 떠오르긴 하지만 사실은 ‘시간을 뛰 하지만 실제 가사를 읽어보면 앨리스에 대한 레퍼런 어넘는 것’이 가장 중심 되는 주제라고 볼 수 있겠네 스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노래와 요. 뮤직비디오가 일관되게 담고 있는 서사는 ‘영특하고 조금 남다른 소녀가 어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미래 ‘너랑 나’에는 어른인 그 사람을 사랑해서 시간 여행 로 가서 어른이 되어 그와 맺어지고 싶어한다’이죠. 까지 불사하는 소녀가 등장합니다. 또, 다음 앨범인 어린 소녀가 어른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판타지적 “Modern Times”에서도 타이틀곡인 ‘분홍신’을 비롯 인 색채로 표현하기 위해 쓰인 듯한 레퍼런스들이 훨 해 여러 곡에서 동화적인 정서가 등장하며 아이유라 는 기획에 일관성을 유지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싶었 씬 많이 보여요. 던 소녀가 진짜 어른이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환상적 마츠다 세이코(이하 세이코)의 ‘시간 나라의 앨리스’ 인 동화 속 세계로 듣는 이들을 초대하는 점은 같아 도 그래요. 제목에선 앨리스를 표방하고 있긴 한데, 요. 가사를 보면 앨리스만 얘기하고 있지 않아요. 달에 걸터앉아 손피리를 불고 하늘을 나는 소년, 호박 마 반면 ‘시간 나라의 앨리스’는 노래를 듣는 팬들을 단 차, 독이 든 사과… 다양한 동화 레퍼런스가 쉴 새 없 순한 유사 연애의 세계에서 아예 다른 세상으로 데려 이 등장합니다. 제목에 앨리스가 등장한다는 것을 빼 가 버려요. 그 세계에 사는 세이코 역시 ‘어른이 아닌 면 실제로 앨리스에서 따온 것은 현란한 동화적 세계 소녀’의 모습을 간직한다는, 일종의 선언이 아니었을 까요. 와 어린 소녀의 이미지 정도밖에는 없어요. […]

‘너랑 나’의 시각 콘셉트 중 가장 대표적인 요소를 꼽 자면, 전 ‘앨리스 룩’이라 불린 그 미니 원피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끝이 둥근 피터팬 칼라와 같은 색 의 커프스, 그리고 그것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배색과 질감의 원피스를 주로 입었죠.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기억이 흐려진 시점에 ‘너랑 나’를 떠올려보니, 저도 모르게 무심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하 앨리스) 콘셉트였다’라고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프로듀서 남기상의 아이돌팝 2015.03.26 | 전문 보기 : http://idology.kr/3879

들어 보고 싶지만 잘 안된다. 각설하고 이 곡을 만들 때 나는, 노래를 잘 못해도 잘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고, 엄마와 딸이 마트 에서 장을 보다가 이 노랠 들으며 공감하여 대화로 이어질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나미 씨의 ‘빙글빙글’을 통해서.

엔싱크(N’Sync) – Bye Bye Bye 꽤 길었던 무명 기간에서 단번에 엔싱크를 최고로 만 들어준 곡이 아닌가 싶다. 프로듀서 맥스 마틴이 컴 퓨터 기반의 소프트 신스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시 기이며, 간결한 멜로디와 편곡으로 엔싱크의 색깔 뿐 만이 아니라 팝의 새로운 구성형식을 만들어 냈다. 심지어 가요의 댄스 구성에서 아직도 쓰이는 중이다.

소녀시대 – 소원을 말해봐 프로듀서 남기상

단연코 최고였다. 콘셉트와 음악, 스타일, 안무까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고 이루 고 싶은 스타일의 ‘나만의 걸그룹’을 위한 교과서가 됐다. 곡과 콘셉트로 소녀시대를 여신 포스 나게 하 여, ‘무대가 인간을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 줄 수 있구 나’라고 느꼈다. 장마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곡을 들 을 때만큼은 신났으니까.

2001년 데뷔한 프로듀서 남기상은 쥬얼리의 ‘Be My Love’, ‘Passion’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며 V.O.S, 티아라 등의 음반에 참여하던 중 걸스데이의 프로듀스를 맡아 ‘기대해’와 ‘여자대통령’에 도달하기까지 유독 극적이었 던 초기 걸스데이의 치열한 행군을 함께했다. 단단하고 과감한 사운드 운용과 사랑스러운 멜로디, 인상적인 테 EXID – 위 아래 마와 디테일의 가사에 이르기까지 남기상의 뚜렷한 스 하니를 보고 있자니 왜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는지 알 타일은 어디서든 확연하게 묻어나는 개성을 드러내며, 수 있었다. 음악과 아티스트가 완전히 하나가 돼서 팀 컬러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 결합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면서 인트로 테 다. 현재 비트윈의 프로듀서로서 전력투구 중.

팀 컬러를 잘 잡은 곡들 쥬얼리 – Again 쥬얼리의 ‘Again’이 나왔을 당시의 반응은 음… 약간 과장해서 지금의 레드벨벳이 컴백했을 때의 느낌? 전혀 새로운 미디엄 템포 스타일의 리듬과 스트링 쓰 인 댄스 음악, 거기다가 스웨덴 팝 같은 멜로디 전개 가 팀을 단번에 고급스러운 아티스트처럼 느끼게 해 준 박근태 프로듀서의 놀라운 곡이었다.

마가 귀에 걸리고, “위 아래”라는 구절이 머리에서 떠 나지 않으며 급기야 흥이 나기 시작하더니 방송에서 하니가 나오면 더 집중하게 됐다. 음악은 이렇듯 가 수를 돋보이게 해줄 때 비로소 더욱 빛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동방신기 – Rising Sun

사실 난 동방신기의 ‘주문’을 매우 좋아하지만 그 전 에 ‘Rising Sun’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거라 본 다. 다소 SMP 같은 요소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요소의 정점에 이르고 나니 대중들을 아우 르게 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각멤버들의 개성 있는 파트에 중간중간 크게 변하는 템포와 분위기, 보아 – No.1 과거의 프로디지 음악의 공격성을 답습한 듯한 사운 몽환적인 판타지 스타일의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드는 아직도 동방신기를 가장 동방신기스럽게 만들 가사였지만, 뭐랄까 정말 잘빠진, 가요의 성장을 가 어준 것으로 기억된다. 져다 준 느낌이며 세상에 보아를 처음으로 ‘어리고 서지영 – 하얀 일기 실력 좋은 친구’가 아닌 가수이자 진짜 가슴 열리게 하는 스타로 만들어준 멋진 곡이었다. 이때부터 보아 샾에서 출발한 서지영이 솔로 곡을 내면서 나왔던 수 록곡으로, 지금도 나의 음악 “Favorite” 폴더에 있다. 는 진정한 스타였다. 솔리드한 리듬과 전조로 이루어진 멜로디가 너무 세 걸스데이 – 반짝반짝 련돼서 제이팝을 연상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역시 스 아직도 생각이 난다. 뮤직비디오가 처음 만들어지고 윗튠 초창기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최고의 작가로 자 모니터하던 때에 지금까지 내가 만들었던 곡과는 다 리잡았지만 세련된 느낌이 이때부터 묻어나서, 역시 른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소위 말해 뭔가 터질 것 같 작가는 타이틀이든 수록곡이든 최선을 다해서 작업 은(?) 요소들이 들어가 있는 느낌? 다시 그 느낌을 만 을 해야 한다는 불변의 법칙(?)을 깨달았다. ^^


김윤하 : 무엇보다도 ‘안녕(Hi~)’이 좋다. 가볍고 애틋한 톤의 스트링 이 조심스레 시작되는 순간부터 두근거린 마음은 노래의 첫 소절 "너 의 기억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의 ‘걸’, 감춰왔던 속마음을 한 번 더 살 짝 눌러 숨기는 음에서 녹다운 되어버렸다. 간주의 "헤이!"하는 외침 에까지 닿으면 이건 좀 치사하지 않은가 싶을 정도다. 깨끗하게 그려 진 건강하고 맑은 소녀들의 마음을 언제까지라도 들여다보고 싶다. 리패키지로 함께 수록된 ‘놀이공원’의 완성도와, 본 앨범과의 결합이 조화로운 것도 프로듀서진의 저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러블리즈 - Hi~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3일

러블리즈 - “안녕” http://goo.gl/Vabxhk

별민 : 아이돌이 누구나 되고 싶은 무언가를 묘사하고 표현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아이돌은 사실 무엇을 해도, 그리고 무엇이 되어도 어색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절대로 될 수 없을 것 같 은 동경의 존재가 기꺼이 되어 보이는 것. 그래서 보는 이들과 동경의 방향성을 나란히 하는 것. 언뜻 모순되어 보이지만 분명 불가능하진 않은 이 과정을, 러블리즈는 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아직 충분히 소녀'들보다 '더 이상 소녀가 아닌 소녀'들에게 '향수'로서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제상 : 대단하다 러블리즈. 에이핑크와 여자친구가 그야말로 박 터 지게 싸우고 있는 '청순 여고생 콘셉트'라는 좁은 영토 위에 윤상 풍 의 노래로 발을 딛은 셈인데, 노래를 들어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믿 는 구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고전적인 느낌을 전한다는 데에 는 앞의 두 그룹과 크게 다를 점이 없지만, 노골적인 오마주 형태의 곡을 발표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평자 입장에서는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다.

맛있는 파히타 : 수록곡인 'Somethin' Kinda Crazy'에 대해서만 쓰려 고 한다. 걸그룹에게 꼭 필요한 영롱하고 반짝이는 느낌이, “하늘의 별이 내려와 꿈꿔온 사랑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과 어우러져 꿈결 같 은 느낌을 전해준다. 귓전을 간지럽히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 예요?"하는 속삭임은 이 모든 것이 현실임을 확인시켜주는 킬러이다. 단언컨대 이 정도로 정공법의 걸그룹 노래는 앞으로도 찾기 쉽지 않 을 것이다.

레드벨벳 - Ice Cream Cake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17일

레드벨벳 - “Ice Cream Cake” http://goo.gl/IjFah1

미묘 : 무척 논쟁적인 음반이다. 화해될 수 없는 두 개의 축 위에서, 거의 얼굴 없는 아이돌인 레드벨벳을 통해 프로덕션이 음악적 주체 로서 자아 표현을 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 던, 아이돌 산업의 실체가 레드벨벳 속에 담겨 있다. 그것을 긍정하거 나 부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겠지만, 이것이 새로움이란 점, 예정된 미래를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낸 진화형이란 점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롭다. 별민 : 언젠가부터 SM이 기획한 아이돌에게 멤버 변동이 있을 때 그 사실을 작품 안에서 느끼기란 무척 힘들게 되었는데, 이것을 기획력 의 승리라고 불러도 될까. 희망적인 부분과 회의적인 부분이 상념처 럼 동시에 머릿속을 떠다니지만 여기서는 말을 줄인다. 어쨌든 이것 은 S.E.S.일 수도, 소녀시대일 수도, f(x)일 수도 있었지만, 결국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새로운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어쩐지 '이것이 레드 벨벳이다'라고 선언하기에는 아직 뭔가가 부족한 듯도 느껴진다. 그 게 뭘까? 이제 겨우 첫 앨범인데 너무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아닌 지. 조금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편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아이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충분히 그렇긴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양의 아이돌 신보를 리뷰하는 아이돌로지의 1st Listen 코너는 각 음반에 대 한 다양한 필진들의 단평을 모아 보여준다. 발매일 기준 열흘 단위로 묶어 리뷰한다.


미묘 : 이 음반에서 가인은 세속과 신성의 대비 속에서 환상의 의미를 묻는다. 'Paradise Lost'가 신성의 옷을 입고 반(反)-신성을 노래할 때, 가인은 환상 세계의 아이돌에서, 탈-아이돌도 비-아이돌도 아닌 반 (反)-아이돌이 된다. (말하자면, 종교적 의미 없이, 예수와 적그리스도 같은 관계다.) 그런 용감한 주제의식에서, 이 음반의 매너리즘을 양식 의 완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완성 뒤의 새로움을 더 기대하기로 한 다.

가인 - Hawwah 에이팝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12일

가인 - “Paradise Lost” http://goo.gl/56zsMK

MRJ : 케이팝의 기이한 음악적 별종이다. 최대한 긍정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보컬을 완벽하게 다듬는 것은 케이팝을 가장 널리 알려지게 한 주된 특질인데, 'Paradise Lost'는 사실 그렇지 않다. 가인은 날 것 이어서 인상적인 보컬을 선보이는데, 그런 거친 측면이 곡을 더욱 급 박하고 격렬하게 들리도록 하는 음악적 장치로서 사용된다. 레코딩과 퍼포먼스의 견지에서 보컬이 꽤나 별난 것에 더해, 팝에서는 드문 형 태인 악기 편성 또한 (특히 파이프 오르간) 매우 잘 짜여졌다. 무척이 나 인상적인 곡이다. 오요 : 가인이 대중가요계에서 점하고 있는 위치는 상당히 독특하다. 섹시 콘셉트를 자기애로 승화시켜 ('피어나') 성에 대해 자신감과 여 유 넘치는 태도를 보이는 여가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원죄를 범한 하 와로 분한 이번 음반에서도 가인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떳떳하 기만 하다. 다만 이런 훌륭한 태도를 뒷받침해야 할 음악에 느낌표보 다는 물음표가 더 많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완성도를 위해서 넣었 을 작은 디테일들은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몇몇 곡들은 아이유 음반 에 들어있었어도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박준우 :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새 걸그룹이라는, 거창하게 느껴지는 출사표와는 달리 평범한 미니 앨범이다. 재기발랄한 가사와 퍼커션으 로 구성된 '카페모카 주세요'가 오히려 타이틀곡이었으면 좋았을 법하 다. "후비루에 페페"라는 가사 자체가 억지 춘향이지만, 'Pepe' 뒤로 등장하는 네 곡 모두 익숙하다 못해 ‘굳이 이걸 해야 했을까’라는 의 문이 든다. 일단 시작하고 색을 정해보자는 전략은, 눈에 보일 만큼 계단형 발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 지금 시장에서는 위험한 방법 중 하나다. 기획사에서 좋은 전례가 있었음에도 다소 모호한 정체성 을 들고나와 아쉽다.

CLC - 첫사랑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19일

CLC - “Pepe” http://goo.gl/quepf0

별민 : 가벼운 듯 탄탄하고, 밝은 듯 강렬하다. 보컬은 잘 다듬어져 있 고, 볼거리도 퍽 잘 마련돼 있다. 트랙들도 괜찮은 곡으로 골고루 잘 갖춰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문제는 레퍼토리의 고갈이 우려된다는 점인데, 원더걸스와 레이디스코드 등이 이미 청순도 섹시도 아닌 팝 콘셉트를 지향하며 레트로 멜로디나 브라스 편곡 등을 시그니처 사운 드로 하여 팀 컬러를 구축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무척 공을 들이지 않으면 작금의 걸그룹 신인 대전에서 니치 마켓을 선점 하려 했던 것치고는 큰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사람 들이 쉽게 가지 않는 길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큐브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유제상 : 이제 데뷔 EP를 내었으니 좀 더 지켜볼 일이긴 하지만 콘셉 트를 다소 애매한 '실력파'로 잡지 않았는지 우려된다. EP 속에는 무려 다섯 곡이 들어 있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를 찾지 못한 것도 불 안한 점이다. 십 대 여성을 노리는 타깃은 분명한 것 같으니 이 부분 에 전력을 다한다면, 글쎄.

2015년 2월 하순 http://idology.kr/3738

2015년 3월 초순 http://idology.kr/3821 2015년 3월 중순 http://idology.kr/3901


신당동 파르한의 음악소개소

1. in the beginning - 체인리액션

2. Loser - 슈가도넛

3. Never say good bye - 오버헤드

[re-echo](2015), 1

[Phantom Pain](2006), 3

[Everlasting](2014), 10

밴드 체인리액션의 데모앨범. 체인리액션

2011년 해체 후 2014년에 활동을 재개한

오버헤드는 우연히 가게 된 멜로펑크

은 2015년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5

슈가도넛. 나는 최근 발매된 앨범으로

밴드들의 기획공연에서 발견한 밴드이다.

인조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이다. 사실

슈가도넛의

듣기

밝은 멜로디에 어울리는 가사와 빠른

하드코어에

시작했지만 공연장에서 ‘GO!’를 외치는

연주가 멋지다. 멜로펑크에서 자주 나오는

공연에서의 강렬한 드럼 연주가 인상적이

관객들이 정말 인상적이었던 이 노래는

4비트에서 8비트로 바뀌는 드럼 연주를

었다. 드럼 연주로 시작하는 인트로부터

알고 보니 슈가도넛의 명곡이었다. ‘더낫게

듣고 있으면 안정감이 느껴져서 좋다.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한 연주들이 좋다.

되리라고’나 ‘내가 원했던 그것이 되리라고’

특히 이 곡은 뒷부분에서 다시 빨라지는데,

연주는 센데 가사는 ‘이 자릴 벗어나 나를

라는 후렴구는 슈가도넛의 노래들이 주는

마지막 곡으로 이 곡을 연주할 때 마지막을

찾고 싶어’와 같이 노래를 듣고 이런저런

좋은 느낌들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하고,

장식하기 참 좋은 곡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을 하게 되는 가사라 더 마음에 든다.

실제로도 라이브를 보고 큰 힘을 받은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노래였다.

노래를

본격적으로


이번 달에는 모두 장르는 다르지만 독특한 가사, 탄탄한 연주, 또는 신선한 발상 등으로 요즘 자주 듣게 되는 노래들을 소개합니다. 신당동 파르한 (@chungchoon98)

4. 모든 것이 되어줘 - 코가손

5. Eulalie - 원 트릭 포니스

6. 그여자네집 - 서교그룹사운드

[오늘부터](2015), 3

[Yalla Yalla](2015), 3

[우리들은](2012), 9

코가손은 서교그룹사운드, 포니 등을 거친

앨범 설명을 읽고 ‘에드가 앨런 포의 시에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밴드 서교그룹사운드

기타리스트와 포니 출신의 드러머, 그리고

곡을 붙였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마치

의 1집. 개인적으로는 이 곡의 드럼 연주가

푸르내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처음부터 노래였던 것처럼 가사가 멜로디와

좋아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베이시스트로 구성된 3인조 밴드이다.

무척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영어 가사가

의미가 큰 곡이다. 차분히 시작하다가 점점

전체적으로

맞아떨어지는

어색함 없이 잘 어우러지는 것이 멋지다.

강해지고, 다시 차분해지는, 지금 들어도

연주가 기분 좋은데 특히 ‘내게만 모든

로큰롤 밴드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들었는데

여전히 마음에 꽂히는 연주들이 인상적이다.

것이 되어줘’라는 부분이 좋다. 앨범

발랄한 건반 소리와 함께 기타 연주에서도

서교그룹사운드의 노래를 들으면서 항상

설명에 있는 ‘펑크를 연상시키는 사운드’

스카 음악의 느낌이 나는 재미있는 곡이다.

가사가

보컬과

좋다고

생각했는데,

곡도

를 세명의 멤버가 빈틈없이 합을 잘 맞춰

독특하지만 또 제목과도 잘 어울리는

연주한다.

가사들이 돋보인다.


다 른

이사를 왔다. 여자 혼자 이사하는 건 정말 꽤나 만만치 않은 일이다. 새 가구를 들이고, 배치하고, 정리하고 청소하고 하느라 꼬박 주말을 다 썼다. 중간엔 남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 때문에 화딱지까지 났다. 남자였다면 덜 힘들었을 텐데

하면서. 이렇게나 피곤한 걸 벌써 몇 번째 하는지. 참고로 난 한국에서는

에 서

한 동네에 20년 넘게 산, 이사 한 번 경험하지 않은 토박이였다. 바로 그 전에 살던 집은 3층짜리 오래된 주택이었다. 이사를 온 이유는 먼저, 바퀴벌레 때문이다. 바퀴벌레와 눈이 마주친다는 느낌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네들은 퇴근 후 집에 들어가는 나를 매일같이 반겨주었다. 한밤중에 물 마시러 부엌으로 나와 불을 키는 순간, 싱크대 밑으로 잽싸게 들어가던 녀석들. 장난 삼아 빠르게 불을 껐다켰다 할 때마다 움직일까 말까 고민한 듯 몸을 움찔움찔하던 놈 하며. 한 번은 나와 마주친 바퀴벌레가 은근슬쩍 그 큰 몸집을 검은색 핸드폰 충전기 전선 밑에 우겨넣고 숨는 일도 있었다(그렇게 하면 내가 못 볼 거라 여긴 것 같다). 이사를 결정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쥐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본 적은 없지만, 매일 쥐들이 벽을 타고 우다다다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그 집에 사는 동안 매일 바퀴벌레와 전쟁을 치뤘었다. 대학생 손주가 있는 집주인 할아버지가 결혼하기 전부터 살았다는 집, 그만큼 오래됐고 그 세월만큼 바퀴벌레와, 쥐와 동거동락 했으리라. 그처럼 일반 주택, 아파트, 공공시설을 비롯한 대부분의 건물들이 참 오래됐다. 그 세월만큼 해충과 건물이 ‘동거동락’ 해왔음은 물론이다. 바퀴벌레나 쥐뿐만 아니라, 젊은 또래에게는 베드버그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빈대며, 진드기, 좀벌레… 등등이 미국의 그 오래된 건물들에는 참 많다. 주먹만한, 날아다니는 바퀴벌레와 팔뚝만한 쥐가 사는 뉴욕 지하철은 지은 지 100년이 됐다. 일반 사람들이 사는 주택도 100년 된 주택이 아주 흔하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해충들이 사는 그 오래된 건물들에, 여전히 사람들도 산다. 시설 또한 꽤 낙후돼 사용하기 번거로운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산다. 오래됐다고 해서 건물을 헐거나, 싹 전체 보수하거나 시설을 신식으로 바꾸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오히려 한국이 더 시설이 첨단이다. 지하철만


해도 미국은 한국과 달리 여전히 실시간 위치알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나 같은 경우, 새로 이사온 아파트에는 영화에서만 봐왔던 손으로 직접 문을 여닫아야 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손꼽히는 뉴욕 명소 브루클린 브릿지 또한 100년이 훨씬 지났다. 보수비만 억 단위의 달러가 든다고 한다. 이 곳에서 만난 한국인과 “한국 같았음 다리 그냥 폭파하고 그 옆에 새로 세웠겠다”는 잡담을 나눴더랬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벌써 헐고 재개발에 들어갔을 곳들이, 최소한 전체 리모델링에 들어갔을 곳들이 미국엔 수두룩하다. 그러나 함부로 손대지 않고, 오래된 그 상태 그대로 두고, 필요하다면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고쳐서 사용하고, 가능한 한 끝까지 옛날을 보존하려는 그런 태도가 미국에는 있다. 사실 “미국이 도대체 왜 선진국이야” 라는 생각 – 이라 쓰고 살기 불편하다고 투덜대는 불만이라 읽는다 – 을 품었다가, “미국이 과연 선진국이야” 라는 얼마간의 납득을 얻었다고 할까. 정말 뜬금없이 얻은 깨달음이라 이게 어느 정도 이치에 맞을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그 자세 덕분이 분명 있지 않았을까 싶다.

황 효 정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불편함 그 자체를 당연히 받아들인다. 급하게 급하게 새로움을 쫓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가치를 둔다. 여전히 뭐가 더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 옛스러움의 고매함도 중요하고, 분명 새로움의 편리함도 중요하다. 판단은 나보다 더 똑똑한 누군가가 하겠지.


게임 노동 일지

글. 그림. 철민



생맥주 오백을 석 잔째 시켰다. 앞에 앉아있던 여자는 블랙 러시안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술을 주문했다. 블랙 러시안? 이름을 듣는 순간 러시아 국적을 가진 흑인이 떠올랐다. 백인들의 나라에서 흑인으로 태어나 평생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사는, 같은 것을 공유하며 오랜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안들에게 배척당하는 사람. 납득하기 힘든 슬픔 속에서 지독히도 외로울 것이다. 저 술에는 그의 슬픔과 외로움의 맛이 날까? 나는 그 여자를 그날 처음으로 보았다. 어렸을 적,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안부를 묻는 대신 “여자는?”이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이성관계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여자는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지 않게 되었다. 모든 관계에는 시작이 있기에 자연히 끝이 존재했다.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여자가 있든 없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게 “여자는?”이라 물었다. 나는 “여자는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이지”라 답했다.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 있는데 만나볼래? 요즘 만나는 사람 없으면”이란 친구의 말에, “너랑 만나고 있는데?”라 답했다. 혼자가 편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전시를 보고, 혼자 여행을, 독서를, 산책을 하며 내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편이 좋았다. 여자와 함께, 아니 꼭 여자가 아니라도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은 거추장스러웠다. 가끔 술이나 한 잔 할 수 있으면 됐지, 그 이상은 귀찮을 따름이다. 그런데 “싫음 말고”라는 말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언젠가 “싫음 말고”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때가 있었다. 내 곁에 있던 누군가가 자주 그 말을 했었는데, 그 누군가가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싫음 말겠지만 싫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말 것도 없다. 대개 이런 식으로 생각하곤 했는데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었다. 꺼냈다면 아마도 “넌 그래서 안 되는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싫지 않아. 그래서 말지 않을게. 만나볼게. 연락처 줘.” 그 연락처의 주인공이 내 앞에 앉아있던 그 여자였다. 특별히 나와 어울리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들긴 했다. 짧은 커트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물론 화장을 하긴 했겠지만 그리 진하게 하지는 않은, 그리고 조금 낮은, 적당한 저음의 목소리와 흑백 톤의 심플한 옷차림. 심플하긴 한데 그리 재미없게 느껴지지는 않는. 이따금 뜬금없이 기억 속 어떤 장면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녀가 술잔에 입을 댈 때마다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마치 입술이 플레이 버튼이라도 되는 것처럼 술잔에 입술이 붙으면 장면이 플레이되고, 떨어지는 순간 일시정지되고를 반복했다. 나는 그 장면이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했던 것인지 기억해내려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밤이었고, 옥상이었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벽돌이 보였다. 그 장면의 파편들을 떠올리게 만든 그녀가 고마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장면은 몇 달 전 갔던 벌집이라는 공간에서의 기억이었다. 어째서 이름을 벌집이라고 지었을까? 벌을 좋아하나? 육각형을 좋아하나? 꿀을 좋아하나? 우연히 알게 된 작가가 운영하는 술집 겸 전시공간이었다. 술집 겸 전시공간이라 하니 갤러리 카페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 공간은 2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부암동에 위치한 단독주택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는 작가의 설명을 듣곤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기대감을 안고 방문한 공간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나무 천장과 나무 계단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삐걱거리는 소리, 흐릿한 노란 불빛의 전등, 아이스박스에서 꺼내온 맥주, 은박지 위 김밥, 창문을 떼어 만든 테이블, 의자 대용 맥주짝들, 빈 와인병, 화려한 패턴의 벽지. 떠올리면 이렇게 쉽게 그려지는 공간이 그날 그녀의 플레이 버튼에 의해 떠올랐을 때에는 흐릿하기만 했다. 그녀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것 같은데 어째서 그 장면이 떠올랐던 것일까? 벌집 옥상에서 작가의 친구라는 사람과 함께 담배를 피웠다. 이런 집에서 산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비싸겠죠? 부암동에 단독주택, 그것도 2층짜리니까요.” 작가의 친구는 그곳의 주인이 한의사인데 미술애호가여서 작가에게 그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주었다고 알려주었다. 무료라니. 세상에. 그림을 그렸어야 했어. 근데 그림을 그렸으면 이런 집을 얻을 수 있었을까? “곧 리모델링할 생각이라나 봐요. 그 전에 잠시 대여해준 거죠. 빈집으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10층짜리 건물도 한 달이면 뚝딱 지어내는 마당에 리모델링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린다고 그걸 통째로, 그것도 무료로 대여를 해주나. 블랙 러시안을 마시고 있었던 그녀와 함께 벌집에서 산다면 좋겠다. 2 층 방에서 번역을 하는 동안 그녀는 1층 부엌에서 요리를 한다. 단촐한 식사. 1인용 플레이트에 요리들을 담고, 삐걱삐걱 계단을 올라와 플레이트를 건넨다. “밥 먹어.” 노트북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그녀를 본다. 사랑스러운 모습.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사랑스러운 그 모습을 기억 속 서랍에 잘 정리해둔다. 언제라도 꺼내어 볼 수 있도록. 식사를 마치고 함께 옥상으로 올라가 벽돌 더미에 앉아서 부암동 풍경을 바라본다. 담배를 함께 피운다. “우린 언제쯤 담배를 끊을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래 살겠다고 이 좋은 걸 끊어?” 이런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그 작가는 왜 벌집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걸까? 그냥? 그는 “싫음 말고”의 세계에 소속된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태도를 보면 그렇다. 아님 마는 거고, 싫어도 마는 거다. 어차피 기회는 계속 찾아오니까. 이름이야 무엇이든 어떠한가. 벌집이든 나비집이든 그 공간은 아름다웠다. 그녀도 아름다웠다. 그녀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녀와 함께 살아간다면 조금 덜 외로울 수 있을 것이다. 블랙 러시안의 곁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을까? 알 수 없다. 내 상상 속의 인물일 뿐이니 내 상상에 따라 그의 삶은 변할 수 있다. 나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내 생각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녀와 함께 하는 삶이 될 수도,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이 매력적인 벌집 옥상에서 벽돌을 깔고 앉아 야경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슬픔과 외로움을 담은 검정색 그림. 맥주를 마시며. 그때에 문득, 그녀의 입술이 술잔에 닿을 때마다 벌집이 떠올랐던 장면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생맥주 오백을 네 잔째 시킨다.


Road - 4 (나물) 글. exxx 바야흐로 추위가 물러가고 해가 미소를 띄는 봄이 돌아왔다. 그 송곳니를 들어내기 전 계절을 즐겨보자.

봄을 즐기는 수만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리고 대부분 즐기기도 전에 봄이 가고 말지만 그 계절에 한국인이 빼놓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나물 반찬 한 두가지를 챙겨 먹는 것이 아닐까? 서구의 습속을 받아들여 내내 빵과 파스타를 먹는 일상을 살다가도,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슬쩍 올라오는 봄나물 하나에 웃음을 질 수 있는 그런 행복. 나물에는 그런 소박하면서도 일상적인 맛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고로 오늘은 나물의 이야기이다. 드디어 3회만에 지인의 조언으로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다. 이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한다.

서두에 마치 봄의 전유물인양 나물을 이야기 했지만. 사실 나물은 봄의 것도 아니고 어느 계절의 것도 아니다. 그저 뜯어먹는 어떤 것 일 뿐이다. 한국의 여러 음식문화가 있지만 이렇다 할 빼어난 일품 요리가 없으면서도 한국의 음식문화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 놓을 수 없것이 나물이리라. 어느 책에서는 한국인은 나물을 먹는 천가지 방법을 아는 민족’ 이라는 은유적 표현을 쓸 정도로 한국의 음식문화에서 나물이 차지하는 부분은 크고도 독특하다.

나물이 무엇인지는 한국어 사전에 보면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혹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삶거나 볶거나 또는 날것으로 양념하여 무친 음식’

결과적으로 보면 씹어 삼킬 수 있는 풀과 그것의 조리법인데, 일상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그걸 누가 다 먹어 본 것이냐?’ 라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쯤에서 한번 감탄하고 넘어가자. 그래 누군가는 그 풀의 조리법을 찾겠다고 고생한 시절이 있는 것이다. 초근목피도 벗겨먹던 시절이라는 역사의 어느 부분이 자연스럽게 나물과 함께 있다.

나물은 명사로 쓰이기도 하지만 ‘나물하다.’ 라는 동사도 갖고 있다. 의미는 나물을 뜯으러 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나물을 채취하는 것이 무척 잦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물+하다 가 생겼겠는가. 나물과 비슷한 말로는 푸성귀 라는 단어도 있다. 푸성귀는 ‘사람이 가꾼 채소나 저절로 난 나물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보통은 볼품없는 먹거리에 이 단어를 쓰곤한다. (예문 - 애미에 어째 식탁에 죄 푸성귀 뿐이냐~)

나물의 조리법은 위에도 적혀 있는 것처럼 데치거나 볶거나 가 일반적이다.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거나


참기름이나 들기름 간장과 다진마늘 깨소금 등등 각각 나물의 맛에 어울리는 조리법이 있다. 하지만 그 조리법의 골자는 데치거나 볶거나 이다. 이런 일반적인 나물을 생각했을때 명이나물은 독특한 단어가 된다. 명이는 사실상 절임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물이라는 말을 쓰지만 풀이 아니라 열매를 갖고 만드는 나물도 있다. 호박나물이나 가지나물 등이 그러하다. 같은 야채에 조리법은 갖고 재료가 조금 다른 형태여서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위에서 나물을 씹어 삼킬 수 있는 풀이라는 표현을 적어놓았지만 이부분을 선후관계를 좀 더 정확히 하자면 식용이 가능한 이라기 보다. 식용이 가능하게 끔 이루어낸. 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 씹고 맛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가공하는 것이다. 풀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 무언가를 해야한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해낸다. 풀을 먹어야만 한다면 생명을 걸고 먹어보고 먹을만하게 다듬어서 문화로 고착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 풋풋하고 참한 생김새에 비해 만드는 이의 수고는 참으로 씁쓸하고 고된 것이 나물이다. 정말 맛있게 만들려면 신경도 많이 써야 하고 기껏 해 놓아봐야 티도 나지 않는다.그러니 오늘을 기회로 나물의 소중함도 좀 알아주자. 비빕밥에 고추장 너무 많이 넣어서 나물 서운하게 하지말고 말이다.

나물의 종류나 이름 같은 것은 안쓰려고 마음먹었는데, 아무래도 전보다 한식이 푸대접을 받는 듯 하니 나물 종류를 좀 써보겠다.

냉이, 달래, 쑥, 두릅, 돈나물, 혼닙나물, 엄나무, 참나물, 기린초, 망초, 소리쟁이, 둥글레, 취, 민들레, 길경, 더덕, 씀바귀, 묵나물, 질경이, 시금치, 방아, 고들빼기, 고비, 깨나물, 미역취, 짚신, 천궁, 청가시, 구기자, 쑥부쟁이, 각시취, 고사리, 방풍, 삿갓, 지장, 우산, 등등 글을 쓰는 나도 못먹어본 것이 그득하다. 타이핑 만으로도 입맛이 돈다. 최근에는 나물 음식점이나, 뷔페등도 있다고 하니 신경써서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닐까 싶다.

나물은 아직까지 건나물의 개별 포장 정도가 상품화되고 대중화 되었지만, 한국인의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나물의 맛이 크게 잊혀지지 않는다면 인스턴트 식품에도 나물 계열이 한 몫을 단단이 할 날이 올 것이다. 이미 코스트코의 곤드레밥이 인터넷 유저들 사이에 화제가 되는 것처럼 밥과 나물이 아니더라도 취나물 버거라던가 그런 음식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 꽤 맛있지 싶다. 당장에는 케찹이나 마요네즈 같은 해외 식재료가 나물과 충분히 조화를 이루지 못해 그렇지 시금치 파스타가 있듯 다른 방향의 조합법을 찾는다면 장기적으로 맛있는 음식들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삼각김밥과 같은 주먹밥 계열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먹을 것 같다. 심지어 콩나물 주먹밥, 취나물 주먹밥 두개 사서 고추장 좀 풀어서 비빌 수 있다면.. 아마 우리 엄마도 사먹지 싶다.

이달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대충 늘어놓아 보았다. 부디 조기종영을 원치 않는 독자가 있다면 나에게 신청을 해보자. 그거 꼭 쓰겠다. 끝.

@exxx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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