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입니다. 비밀동툰 / 글. 그림. BEAMIL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 / 글. 사진. 아홉시 영화로 읽는 시공간 - 간신 / 글. 곡주대비 작곡가 B의 노트 - 나의 노래 / 글. composer B 조선소 노동자 - 4.자유를 가져다주는 일터 / 그림. Min the Elephant 신당동 파르한의 음악소개소 / 글. 신당동 파르한 idology’s pick - 퀴어도 아이돌을 좋아해, [인터뷰] 울림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 옆사람 인터뷰 - 영화를 달음하다 / 글. 정리. 이내 #9b9a9a / 글. 사진. 김성연 건축이 좋아 - 21. “나는 심플하다.” 장욱진 시립 미술관 / 글. 사진 Aoikasa 구멍난 코너 - 퀴어문화축제를 다녀와서 / 글.exxx 의미없는 이야기 / 그림. 글. 철민 다른 나라에서 / 글. 황효정 Road - 7. 백종원 / 글. exxx
이달은 편집인의 책임 범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20일 경에 서면 인터뷰를 준비하고, 진행을 하다가 일자가 지연되어 포기하던 중 늦게 나마 답변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이것을 싣고 갈지 다음달로 미뤄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그 시점이 7월 4일 입니다. 만약에 인터뷰가 들어간다면 책은 15일 경에나 나올 것이고 사실상 7월호라 보기 어려운 그간의 편집 및 출간 일정의 근 간을 흔드는 일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책을 만들어온 사람에게 의견을 묻기도 하면서 근 5년간 하 지 않았던 진지한 고민을 했습니다. <월간 이리>에서 저는 어디까지 간섭을 하 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인지. 독단적 결정이 얼마나 많은 것을 뒤틀어 버릴지를 생 각해 보았습니다. 결국 인터뷰는 8월호에 싣는 것으로 결정되었지만 제 마음은 여전히 이달에 이것 을 정리하고 갔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남아있습니다. 개인의 욕망과 암 묵적 약속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마무리 글을 적습니다. 마감은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늘 마감 때문에 유효한 시점에 필요한 글을 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물론 저의 이런 쓸데없는 마음이 남들 이 보기에는 우스울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이거 몇명이나 본다고 그런 고민을 하고 앉았느냐고 말이죠. 그래도 합니다. 애초에 <월간 이리>는 타협이 되지 않았던 각자의 한 지점을 담고 싶어 시작된 잡지이기 때문입니다. 쓰다보니 쓸데없이 거창하고 비장해서 웃음이 납니다. 혹 이 서문을 기억해 주신 다면 다음달의 월간이리를 꼭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이 꼴이 우스울 정도로 아마 별 것 없을 것입니다. 월간이리 exxx 드림. 월간이리는 여전히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우리은행 : 1002 045 784310
공식트위터 @postyri
비 밀 동물툰
Animal Toon by BEAMIL
종이 한 장의 위압
* 2015년에도 여전히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나름 위트있게, 뜨끔하게 쓰고 그린 짧은 만화를 기고합 니다. 팩트를 뒷받침하는 기사와 간단한 의견도 함께입니다. 많이 공감해주세요. 제보도 감사합니다. twitter/ _beamilie 기사 원문의 훼손은 없으며, 요약 편집은 있을 수 있습니다.
* 사람의 세계에는 어디에나 반대가 있습니다. 크게는 정치문제나 가치관에서, 그리고 동물문제에 관해서도 말이죠. 그러나 유독 고양이에 관해서는 아직도 격한 찬반 논쟁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냥 너는 이미 태어났으니 그 곳에서 그리 살아가거라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 아닐 까요. 도와주지 않아도 돼요. 쫓아내지 않고, 죽이지 않고, 그냥 지켜봐주세요. 쓰레기 봉투를 뜯고, 아기를 많이 낳고, 너무 심하다 싶으면 그 냥 허, 참, 웃으며 같이 해결방법을 찾아요. 우리가 살아가듯이 걔들도 태어난 이상 살아야지요. 요즘 고양이 커뮤니티에 꽤 많이 올라오는 종류의 사진이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마시오”하는 종이 한 장. 저는 다행히도 사는 곳마다 길고양이를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곳이어서 직접 겪어본 적은 없지만, 그런 사진 한 장에서도 숨이 턱. 하고 막힘을 느껴요. 여야 의 타협이 늘 노답인 걸 보는 것처럼 답답한 기분이죠. 그런데 직접 겪는 사람은 어떨까요. 무섭고 두려울 것 같아요. 아래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마시오’사진에 올라온 사람들의 댓글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끼리도 많은 의견 충돌이 있어요. 그 런데 하물며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사는 현실세계에서는 더 하겠죠. 각자의 방식대로 의연하게 고양이들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facebook) 웃기냥 집사들의 마당 “경고안내” ‘고양이, 비둘기, 참새등에 먹이를 주지 맙시다. 전염병(조류 인플루엔자)등, 매개체가 되어 입주민의 위생과 건강에 막대한 위협을 줄 수 있으 며 많은 민원이 발생하므로 전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고발조치 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송0 자0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비둘기는 유해조류로 되어 먹이 주지 말라는 건 맞아요. 하지만 길고양이는 법적으로 보호동물입니다냥~^^ -윤00 옆에다가 동물학대법 포스터 붙이세욥 -김00 신고보다는 대화로 해결하세요 무슨 신고입니까 신고는;; -조00 음료수나 먹을 것 들고 가서 안 챙겨주면 봉지 뜯고 울고 한다고 어차피 길어야 2~3년 사는 애들인데 그 안에라도 잘 먹이고 싶다고 주변 정리 잘 할테니 양해 해 주시면 안되겠냐 얘기해보세요. -김00 정답은 없습니다. 고양이고 조류고 지구에 살아가는 생명인데, 그들의 땅을 우리는 파괴했습니다.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에요? 제가 고 양이 키우는 걸 떠나서. 최소한 동물들 존중은 해줘야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이00 맞아요.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피조물일 뿐입니다. -C00 길냥이들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사람들이 자꾸 버려서 라고 해요. 특히 대학가 원룸촌엔 품종묘들도 많이 보이더라구요 ㅠㅠ 이사감 서 졸업함서 등등 버리고 가요. 최선은 서로 대화로 합의점 찾아 도심생태계의 일원으로 우리 인간과 같이 가는겁니다. 근데 이게 안되 니 끊임없이 분쟁이 ㅜㅜ -윤00 여기 페이지 보면 가끔씩 너무 앞뒤 꽉 막힌 분들이 많은 거 같네요.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 사람들 입장 도 고려는 해줘야죠. 그 사람들 입장에서 고양이는 귀여운 동물이 아닙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랬구요. 길고양이 밥 주는 거 가지고 뭐 라하는 사람들을 동물학대자로 몰아간다면, 마찬가지로 극성 동물애호가 입장에서는 소돼지 먹는 사람들도 동물학대자가 될 수 있어 요. -박00 무작정 고양이가 싫다 그러니 밥주지말라 이건 그분들이 꽉 막힌거죠... -김00 1. 길고양이는 나라에서 보호받는 동물은 아닙니다. 그 보호받는 동물이라는 기준이 보호종으로 지정되느냐 되지 않느냐인데, 고양이 는 지정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야생동물보호종으로 지정 되어있기보단 기본 동물 보호법에 포함되는 하나의 우리와 살고있는 동물일 뿐 딱히 나라에서 따로 고양이를 분류해서 보호시키는 것은 없습니다. 2. 1번에서 언급한 동물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신체 학대시(먹이 주기 방해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 다만 먹이주기 방해가 독극물을 타 거나 하는 경우엔 학대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해당됨) 동물 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3. TNR은 점점 늘어나는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과 발정기시 소음 문제 때문에 진행합니다. 보호동물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애초에 잘못 된 것이, 고양이는 따로 지정된 야생동물 보호종이 아니기에 정확히 보호동물에서 제외되고 말고 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동물 보호법 이라는 것은 한국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국가에서 보호한다 공고하는 보호종 이외의 모든 동물들 포함 - 가축 등등 고기 용도식 도살 목적으로 죽이는 경우 제외) 기본적으로 학대나 가혹행위 시 동물 보호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그러므로 TNR을 한다고 해도 고양이가 학대를 당했을 경우 처벌이 가능합니다. -유00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히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 = 동물학대 <- 이거 길고양이가 아니라 개인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에 해당되는 말 같네요. -임00 00님 말씀처럼 저 부분은 개인 재산목록(반려동물이 개인 재산으로 분류됩니다)에 포함되어 있는 동물의 경우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길고양이는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고 자유롭게 스스로 해결하는 하나의 개체이므로 굶주림, 질병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동물학대에 해 당되지 않습니다. -유00 저도 캣맘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개체수 30마리 정도 밥 주는데, 어떤 동은 밥 주는 거 상관 안하고 어떤 동은 결사반대해요. 반대하 는 동은 밥 놓지 않아요. 냥이들 똑똑해서 알아서 찾아먹어요. 굳이 분쟁있는 곳에 보란듯이 밥 주는 건 냐옹이들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 돼요. 때려서 죽은 냥이도 있었고 다리 다친 냥이도 있었어요. 대립해서 싸워봐야 감정만 상하고 해결되는 거 없답니다. 우리나라는 지 금 도심에 사는 길냥이 문제가 심각해요. 정부에서 한다는 게 TNR인데 그것도 예산부족이라 일년에 할당되는 예산이 한 구에 300마리 정도라네요. (중략) 결국엔 길냥이 문제는 답 없어요. 운이 좋아 밥 주는 사람 있음 굶지 않고 그럭저럭 몇 년 살고.. 그것도 질병 이겨냈 을 때.. 그마저도 밥 못 얻어 먹는 냥이들은 음식물 쓰레기로.. 또는 쥐나 새 등등 사냥해서 근근히 살다가 별이 되겠지요. 지금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 모여있는 이 곳에서 길냥이 문제로 시시비비 토론하는 거지 대다수 사람들은 길냥이에게 관심없답니다.. 오랫동안 캣 맘 한 결론은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사료랑 물 챙겨주는 게 최선이예요. 지금 현실은.. -이00
영 화 로 보 는 시 공 간
간신 (2015,민규동 작) 의 향배 정확히는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 40분, 잠들기 전 까지 만의 무언가가 필요했던 중, 신경 숙의 책을 집어 들었다가 최근 그녀의 표절 시비를 보고 품고 있었던 풀리지 않은 노여움(?)으로 책을 치 우고는 민규동 감독의 ‘간신’ 을 보았다. 극장에 들렀을 때마다 몇 번 볼 기회가 있었지만 사극 장르에 물 리기도 했고 이렇다 하게 애정 하는 배우도 없었기에 무난히 패스했던 영화였다. 놀라운 것은, 잠 들기 전 몇 분만 할애하려던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퀜스는 ( 5분 정도) 공교롭게도 2시간여 되는 전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하고 내실 있는 단락 이었고 오프닝 에서 뿜어내는 이 영화의 ‘상서로움’ 으 로 잠이 아닌 몇 일 동안 누적된 몸살 기운 까지 잊은 채 몰입하였다. 간신은 갑자사화 (폐비 윤씨가 연산군의 친할머니인 인수대비와 그녀의 세력들의 질시에 의해 살해 당한 사건) 의 내막을 알게 된 연산군이 자신의 어머니의 참극을 조종한 배후 세력과 관련 인사들을 모조리 처 단하는 것으로 시작 된다. 이 시퀜스에서 연산군의 악행 – 예를 들어 철퇴로 무수리들의 머리를 박살 내 는 장면, 할머니인 인수대비를 본인 손으로 폭행하는 장면 등, 이 고속 카메라로 보여지는데 (300에서 스 파르타 군의 전투장면이 슬로우/패스트 모션을 넘나들며 보여지는 것과 같은 방식), 5분 여 동안 숨가쁘 게 계속 되는 연산군의 폭력의 향연은 조금 과장해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재현 한 오프닝 만큼이나 강렬하다고 생각한다. 오프닝에서 돋보이는 미장센도 그렇거니와 간신은 일반 사극 에서 많이 사용되는 나래이터 (narrator; 주로 구수한 목소리를 가진 성우) 대신 판소리로 나래이션을 대 신 하는데, 이를 위해 감독은 변강쇠 전의 ‘기물가’ 같은 타령을 이용하기도 한다. 숨넘어가는 오프닝이 끝나고 나면 영화는 서서히 그것의 주제인 ‘채홍’ 프로젝트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채홍이란 쉽게 말해 ‘미색 바치기 프로젝트’ 로서 조선 전역에서 15세 에서 25세의 여자들을 연산군의 놀 이감으로 색출해 바친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연산군을 보필하던 두 명의 간신, 임숭재 (주지훈 분)와
그의 아비 (천호진 분) ***에 의해 시작된 제도로 연산군 시대에만 존재했던 특이한 관행이라 할 수 있다. 채홍 프로젝트로 만 명에 가까운 여자들이 동원되고 이 여성들은 연산군의 ‘기쁨조’ 로 궁에 입궐하여 특 별 교육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만희 라는 여자 백정과 설중매 라는 기녀가 각기 다른 이유로 왕을 차 지 하기 위해 대결 하게 되는데 더 이상의 줄거리는 흥행에 패한 이 아까운 작품에 iptv 관객이라도 모아 주기 위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간신의 백미는 앞서 언급한 오프닝을 비롯해 여러 군데 에서 눈에 띄는 미장센과 아울러 배우들의 연기 다. 필자가 간신을 극장에서 보지 않은 이유가 이렇다 하게 좋아하는 배우가 없어 그렇다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김강우와 주지훈에 대한 생각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주연급 필모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던 김강우나 민규동 감독의 전작들에서 자주 볼 수 있었지만 김강우 처럼 시그니쳐 작품이 없었던 주지훈이 간신으로 크게 ‘다시 매김’을 한 것처럼 보인다. 과연 이 배우들의 역량이 저 정 도나 되었었나 싶을 정도다. 민규동 감독은 인터뷰에서 ‘배우는 텍스트’라고 말한 적 이 있다. 참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더군다나 왠만 한 사람들이 다 아는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어야 할 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미 수십 번도 더 만들어진 이 연산군 스토리에서 김강우는 손에 꼽을 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나쁜 군주자의 전형인 악쓰고 떼쓰는 왕 을 넘어서 그는 이 작품에서 나약하고 측은하며 애처롭다. 주지훈이 연기하는 임숭재 역시 간신배의 교활 함 보다는 ‘이상한 왕’을 모셔야 하는 생태계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절박함이 더 돋보인다. 만희가 연산군을 암살하려는 찰나 순자의 말을 인용해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 라는 대사를 읊는다. 뜬금 없지만, 트라우마가 있는 나약한 왕에게 하는 이 말이 현재 박정권과 묘하게 겹친다고 생각했다. 초반 5분으로 보는 사람을 후려 치고, 배우들 연기로 끄덕이게 하더니 중간 중간 대사와 타령들까지도 결국 상념에 잠기게 하는 값비싼 영화다. 최근 망작계(?)를 점유 하다 시피 했던 사극장르에서 단연 군계일학 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 곡주대비
작곡가 B의 노트 <나의 노래>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브람스 교향곡4번-
글.
composer B
1악장. 1945년의 베를린 1945년, 세계를 뒤흔들어 놓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그 비극적이었던 전쟁은 유럽 음악계의 권 력판도까지 바꿔놓았다.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던 빌헬름 푸르트뱅글러(Wilhelm Furtwängler)는 나치의 독일 통치에 협력했다는 의혹으로 인해 베를린을 점령한 연합군의 재판을 받 고 지휘를 비롯한 공식적인 활동을 금지당한 상태였으며, 당시 떠오르는 신예였던 헤르베르트 폰 카 라얀(Herbert von Karajan)도 나치협력의 혐의로 활동금지를 선고받은 상태였다. 수장을 잃은 베를 린 필이 전쟁 전의 명성을 회복하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앙상블을 다듬어 줄 새 지휘자를 데려 오는 방법이 그것이었다. 그 물망에 오른 지휘자는 러시아 출신의 독일계 지휘자 레오 보샤르트(Leo Borchard) 였다. 보샤르트의 지휘아래 베를린 필은 다시 활발하게 연주회를 열었고 이따금 점령군을 위한 연주회를 열어서 자신들의 활동을 인정받기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 해 8월, 보샤르트는 점령지 구의 초소에서 보초병의 오발탄을 맞게 되는 사고를 당했고 그는 현장에서 사망하게 된다. 또 다시 지
휘자를 잃은 베를린 필은 급히 대타를 물색해야만 했다. 하지만 전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중성 과 예술성을 겸비한 뛰어난 지휘자를 구하는 일은 막막했고, 푸르트뱅글러의 복귀 또한 가망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때 베를린 필의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자신이 학생시절부터 알고 있던 유망한 루마니 아인 지휘자를 추천했고, 베를린 필은 그 루마니아인과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신세계로부터」를 연주 했다. 콘서트는 대성공이었고 일약 스타덤에 오른 31살의 젊은 지휘자는 점령군으로부터 베를린 필을 지휘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은 뒤에는 독일 전역으로 연주여행도 다녔다. 그 루마니아인 지휘자의 이름 은 바로 세르지우 첼리비다케(Sergiu Celibidache)였다.
2악장. 방랑자의 이야기 연합군의 ‘예술가 비(非)나치화 위원회’에 불려가 재판을 받았던 푸르트뱅글러는 비교적 혐의가 가벼운 ‘단순 가담자’로 분류되어 (‘무죄’가 아니다) 베를린 필에 복귀했고, 카라얀 역시 복귀해서 빈 필을 지휘하며 활동했다. 1954년, 푸르트뱅글러가 사망하자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 자리를 놓고 두 사람이 경쟁을 하는 입장이 되었다. 한쪽은, 푸르트뱅글러의 음악적 후계자로 인정받았으나 단원들과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던 첼리비다케였고 또 하나는, 빈과 잘츠부르크, 런던등지에서 숱한 음반을 남기며 음악적인 내공과 국제적인 비즈니스 감각을 동시에 쌓아가던 카라얀이었다. 베를린 음악계는 첼리비다케의 승리를 점쳤다. 첼리비다케 역시 베를린 필이 카라얀처럼 음반녹음에만 열을 올리는 ‘속물’보다는 푸르트뱅글러의 공백기 동안 많은 연주회를 이끌었던 자신을(당연히) 선택해 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였다. 단원들은 음악적으로는 뛰어났으나 지나치게 민감하고 고집스런 성격에다 대외적으로 베를린 필의 단점을 서슴없이 말하던 첼리비다케를 내키지 않아했고, 운영진역시 당시 팽창일로에 놓여있던 음반시장에서 금전적인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쪽은 카라얀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후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은 첼리비다케는 베를린을 떠났고 스웨덴, 덴마크,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그리고 카라얀의 근거지였던 베를린과 빈을 제외한 독일과 오스트리아 각지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나갔다. 마치 하얀 지도에 색칠을 해 나가듯이 유럽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그의 음악은 세월이 흐를수록 훨씬 성숙해져있었다. 그러던 그가 만년에 정착해 음악인생의 화룡점정을 찍은 곳은 바로 뮌헨이었다.
3악장. 1979년의 뮌헨 첼리비다케의 뮌헨시절 녹음을 들어보면 그가 카라얀에게 ‘밀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 표현인지 의문이 간다. 70세 가까운 나이에 비로소 자신의 음악철학을 관철시킬 곳을 찾은 그는 뮌헨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게 자신의 모든 예술혼을 쏟아냈다. 젊은시절부터 악명 높았던 철저한 리허설, 단원들을 옭아매는 카리스마와 독설은 여전했으나 노년의 그는 음악적으로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특유의 느리고 깊은 시선으로 작품의 전체를 조망한 뒤 묵직하고도 섬세한 소리로 터져 나오는 클라이맥스의 감동은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그가 뮌헨 필의 현악기에 남겨놓은
세련되고 담백한 소리는 정말로 매혹적이어서 프랑스음악과 독일음악, 러시아 음악에 이르는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설득력 있게 소화해 낼 수 있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뮌헨 필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집착한 느린 템포에 있다. 물론 평생 동안 모든 작품을 전부 느리게 연주한 것은 아니었지만 선불교의 영향을 받은 그의 철학적인 면모는 어느새 음악에도 적용되어 있었다. 그는 음악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생각했고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와 삼라만상의 모습은 느린 템포에서만 오롯이 구현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의 이런 성향은 브루크너나 브람스의 교향곡, 종교음악처럼 거시적 능력을 요구하는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그의 느린 음악은 축축 처지는 법이 없다. 외려 빠르게 연주된 다른 지휘자들의 동곡 녹음들과 맞먹는 박진감과 음악적 생기, 높은 산에 올라선 듯한 압도적인 음량을 느낄 수 있다. 평생 동안 ‘죽은 음악’이라며 레코딩을 기피했던 첼리비다케는 뮌헨 필 시절에도 상업적 음반 발매가 아닌 방송기록용 녹음만을 허락했으며. 현재 나와 있는 음반들은 그의 사후에 유족들의 허가를 얻어 발매한 것이다. 특히 1980년대에 뮌헨에서 연주한 실황을 담은 그의 브람스 교향곡 전곡 음반은 1999 년에 발매되어 이미 수많은 녹음이 있던 브람스 교향곡 녹음들 중에서도 당당하게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4번 교향곡은 기존에 있던 다른 연주자들의 녹음과는 차별화되는 경지를 보여준다. 브람스가 만년에 쓴 이 작품은 인생의 막바지에서 느끼는 회한과 한숨, 후회, 고뇌가 얽혀있는 최고의 교향곡 중 하나이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지나친 자존심 탓에 마음 줄 곳을 쉬 찾지 못해 이곳저곳을 떠돌았던 첼리비다케. 그는 복잡 미묘하면서도 솔직한 이 곡을 마치 자신의 회고록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슴 깊이 공감하고 있다. 아마 그가 지휘했던 수많은 교향곡들 중에서 그의 인생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 연주가 끝난 뒤에는 청중의 박수도, 감격어린 눈물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침묵만이 있어야 한다. 다른 지휘자들은 4번 교향곡에서 자신의 음악을 통해 ‘ 브람스의 인생’을 들려주려 했지만, 첼리비다케는 브람스의 음악을 빌려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소 노동자 #4 자유를 가져다주는 일터
Min the Elephant @mintheelephant
신당동 파르한의 음악소개소
1. 더뜨겁게 - 로다운 30
2. LOST MY WAY - 빌리카터
3.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
[더뜨겁게](2015), 1
[Billy Carter](2015), 2
와이낫 [Low](2012), 2
‘더뜨겁게’는 잘 알고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빌리카터는 3인조 밴드로 최근 발매된
[Low]는 와이낫의 3장의 시리즈 앨범 중
한마디로 ‘듣자마자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첫번째 EP앨범 [Billy Carter]에는 한
첫번째 앨범이다. 이 곡은 요즘 큰 위로가
기분 좋은 곡’이다. 특히 자연스럽게
곡을 고르기 힘들 정도로 멋진 노래들이
되어주는 곡으로, ‘잎새 하나가 나지막이
옛날 영화의 시작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가득하다. ‘LOST MY WAY’는 컨트리
떨어져 맑은 하늘은 울고 말았지’라는 가사가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여러가지로
풍이면서도
잘
마음에 든다. 곡 시작부터 안정적이고 탄탄한
매력적인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색소폰
드러나고, 특히 파워풀한 드럼 연주까지
연주가 편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항상 웃는
연주가 김오키씨도 참여해 흥겨운 느낌을
합쳐져 아주 매력적인 곡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디선가 흘리고 있을
더해준다. ‘페이더를 올려 느낄 수 있도록’
딱 한번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이 곡을
눈물에 주목한다’는 앨범 소개글이 아주
이라는 가사가 눈에 들어온다.
듣고 꼭 다시 보고싶은 밴드가 되었다.
인상적이었다.
깊은
보컬의
음색이
이번달에는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밴드들이지만 최근에 다시 음악을 들어보면서 좋다고 생각한 밴드들을 소개합니다. 특히 이름만 알고 있었던 밴드들 부터 멋진 한국의 블루스, 포크 밴드들을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신당동 파르한 (@chungchoon98)
4. 지옥으로 가버려 - 김사월X김해원
5. 가자! 펑크동산으로 - 위댄스
6. 얼마나 더 -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
[비밀](2014), 2
[Unfixed 150614](2015), 4
우리는,](2015), 2
2014년 여름, 김사월X김해원의 공연을
‘가자! 펑크동산으로’는 가장 최근에 발매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은 대구를 기반으로
보고 한눈에 반해 ‘비밀’이라는 곡을
[Unfixed] 앨범 수록곡으로, 가장 먼저
하는 스케잇 펑크 밴드이다. ‘얼마나 더’는
소개한 적이 있다. 요즘 [비밀]을 다시
기발한 제목에 눈길이 갔다. 말하는 듯
스케잇 펑크의 특징인 빠른 드럼 연주와
듣고 있는데, 최근에는 거의 펑크 음악만
노래하면서 춤추는 위댄스의 매력이 잘
맑은 목소리가 어우러진 밝은 곡이다.
들었던 나에게 목소리와 잔잔한 기타연주
드러난다. 특히 더 말하듯이 노래하는 이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과
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주는 이 곡을
곡에서는 그것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밴드들의 음악은 곡을 쓰려고 노력하는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네이버
않는다. 공연장에서만 판매하는 [Unfixed]
나에게 자극이 되기도 하고 좋은 기분을
온스테이지 영상에서는 뮤지션들이 직접
앨범은 매번 기발하면서도 이해가 되는
주기도 하는데, 특히 서울이외에서 스케잇
참여해
제목과 가사들로 자극을 주곤 한다.
펑크를 하는 밴드들은 더 멋지게 느껴진다.
들린다.
내는
박수소리마저
특별하게
같은
펑크
아이돌 코드 : 퀴어도 아이돌을 좋아해 2015.07.02 by 박준우 | 전문 보기 : http://idology.kr/4771
이미지 ⓒ 퀴어문화축제
지난 28일, 시청 앞 서울 광장으로 나섰다. 퀴어문화 축제 중 무대행사와 부스행사, 퍼레이드가 있었다. 시 청 앞은 많은 사람으로 가득했고 부스 행사도 즐거웠 다. 예쁜 게 워낙 많아서 돈을 펑펑 쓰기도 했다. 어느 덧 유명해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봤고, 홍석 천, 김조광수부터 트위터 스타들(?)까지 많은 사람을 봤다. 퀴어 친구들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고, 여 러모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악을 들어보는 것이다. 소녀시대는 누가 봐도 ‘슈퍼 헤테로’지만, 이들의 곡 중에서도 ‘다시 만난 세계’는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퀴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만난 뒤 다시 접하는 세계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할 때 더 없이 적절한 가사를 가지고 있다. f(x)의 ‘Nu ABO’의 경우는 사랑의 대상과 “언니”란 호칭이 겹쳐지기도 한다. 이렇듯 같은 가사라도 누가 어떻게 읽는가에 따 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사에는 역시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무대나 퍼레이드에서는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비욘세의 ‘Crazy In Love’, 레이디 가가의 ‘Born This Way’부터 브루노 마스의 ‘Uptown Funk’, 엄정화의 ‘배반의 장 미’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개중에는 아이 돌 음악도 포함돼 있어서, 씨스타의 ‘Give It To Me’, ‘Lovin’ U’, 보아의 ‘Kiss My Lips’, 엑소의 ‘으르렁’, 레 드벨벳의 ‘Ice Cream Cake’, 가인의 ‘피어나’, ‘Paradise Lost’, 현아의 ‘빨개요’, 소녀시대의 ‘다시 만 난 세계’ 등 꽤 많은 곡이 흘러나왔다. 덕분에 즐겁게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성의 욕망을 드러낸 현아나 가인의 곡들 도 충분히 의미로 접할 수 있다. 김완선, 엄정화, 이효 리가 게이 아이콘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세 사람이 어 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이해할 수 있 다. 이들에겐 각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엄정화의 경우 보깅을 차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게이 들의 문화를 흡수한 바 있으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 랑을 담은 가사, 성적 매력의 표출 등이 그 이유였다. 게이 아이콘 중에는 카리스마 있는 여성 솔로 가수가 많다. 이들을 모아놓으면 어느 정도 ‘이쪽 사람들’의 취향을 읽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편협하 게 즐기는 것은 아니다.
아이돌은 이성애중심주의로 보일 수 있는데, 이들의 곡을 퀴어퍼레이드 안에서 즐기는 것은 재미있는 일 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신나는 분위기 자체를 즐기 는 것이기도 하고, 워낙 모두가 좋아하는 유명한 노래 이니 쓰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전복 의 장면이자 또 다른 재현의 순간이기도 하다. 아이돌 음악에서 의미를 찾거나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이다.
퀴어도 아이돌을 좋아한다. 아이돌은 대체로 모두에 게 행복을 주는 존재다. 게이 앤썸으로서의 아이돌 음 악 또한 충분히 상상할 수 있고, 또 이미 전례도 존재 한다. 생각해보면 보아는 2009년 샌프란시스코 게이 퍼레이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어쩌면 퀴어 문화축제에 아이돌 섭외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니 올해 좋은 축제를 접한 분들이라면 모두 후원하러 가 자. 후원의 힘을 더할 때 더욱 멋지고 알찬 축제를 볼 그렇다면 아이돌 음악을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퀴어 수 있을 것이다. 퍼레이드에서 이를 ‘의미’로 즐기는 것이 가능할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퀴어의 관점에서 아이돌 음 […]
미묘 : '첫사랑' EP가 팀 고유의 색깔을 보여주기보다는 프로덕션의 방향성을 천명했다면, 이번에는 지금 이 팀이 할 수 있는 것을 탐구한 다. 'Lucky'와 '숨바꼭질'은 취향의 차이는 있겠으나 힘 있는 댄스음악 의 미덕과 소녀풍 걸그룹의 화사함을 간직한 채로 걸그룹 음반의 정 형성에도 충실히 기여한다. '궁금해'는 별스러운 귀여움과 보이시한 씩씩함을 동시에 짊어지고 기세 좋게 달려나가는 곡으로, 레퍼런스와 현재의 조류, 팀 컬러의 모색 사이에서 훌륭하게 다져진 결과물이다.
CLC - Question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5년 5월 28일
CLC - “궁금해” https://youtu.be/hhlU34DloDY
박준우 : 시간이 지날수록 CLC가 표방하는 지점 같은 건 조금씩 느껴 진다. 'Hey-yo'에서 가져가는 분위기나 '궁금해'에서의 랩 등 이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요소들이 앨범 전반에 배치되어 있다. "병", "환 자"와 같은 단어나 가사 속 화자의 톤도 같은 접근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컨템포러리 사운드를 구현하거나 세련된 인 상을 주려면 지금의 작품보다는 훨씬 더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고, 오 히려 다른 그룹의 음악보다 겁 없이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별민 : CLC는 멤버 간 역할 분담의 밸런스가 잘 갖춰진 팀인데, 이번 앨범에서 특히 그 점이 잘 드러나있다. 현아(포미닛)의 신인 시절을 보는 듯한 장승연을 중심으로 하는 퍼포먼스가 상당한 안정감을 갖 추고 있다는 점도 그렇고, 메인보컬 오승희가 곡을 힘 있게 리드하는 와중에 장예은의 랩이 적당한 감초 역할을 해주고, 손과 최유진도 곳 곳에서 적절한 포인트가 되어준다는 점이 그렇다. 이전 싱글 'Eighteen'에서는 조금 밋밋하게 들렸던 보컬들도 이번 앨범의 경쾌 한 곡들에는 잘 녹아 들어가는 것을 보니, 앞으로의 발전도 기대해볼 법하다.
김윤하 : ‘아낀다’를 처음 듣고 떠오른 건 슈퍼주니어의 데뷔 곡 ‘Miracle’이었다. 12명과 13명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멤버 숫자와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예의 불만을 단번에 상쇄시키는 상쾌한 보 이 팝. 유명 작곡가가 아닌 멤버가 직접 쓴 곡이라는 점과 멜로디에서 비트로 옮겨온 중심축까지, 지난 10년 간의 국내 아이돌팝의 변화상 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아 더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보컬 유 닛, 힙합 유닛, 퍼포먼스 유닛이 나뉘어져 있는 탓에 'Ah Yeah’나 ‘Jam Jam’처럼 다소 이질적인 트랙들도 수록되어 있지만, 세븐틴이라 는 이름 아래 모두 무난하게 녹아 드는 것도 장점. 지켜볼 만한 신인 의 탄생이다.
세븐틴 - 17 Carat 플레디스 2015년 5월 29일
세븐틴 - “아낀다” https://youtu.be/9rUFQJrCT7M
별민 : 걸그룹을 방불케 하는 청순함과 아기자기함이 넘치는 뮤직비 디오부터, 한껏 발랄한 동작들로만 가득찬 무대 퍼포먼스, 그리고 잊 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아낀다"는 외침까지, 소년다운 에너지로만 가 득 차있다. 작곡가인 계범주의 목소리가 조금 신경쓰이지만 소년 특 유의 발랄함을 표현하는 데에 잘 어울리는 데다, 보컬 멤버들의 실력 이 워낙 좋아 아무튼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인 듯하 다. 걸그룹에 이어 보이그룹 씬에도 '청순' 콘셉트가 유행할 줄이야. 오요 : 도입부의 펑키한 기타 리프와 더불어 그루브 넘치는 베이스 라 인이 확실한 곡의 중심이 된다. 랩도 신인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설프지 않을 뿐 아니라 곡 안에서 확실하게 제 기능을 하고 있다. 브리지-훅의 전개 또한 군더더기 없이 탁월한 멜로디 하나와 그를 뒷 받침하는 코드 진행, 악기의 구성이 참 맛깔스러워서, 갓 데뷔한 보이 그룹만이 전달할 수 있는 청량함과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 곡 의 작사, 작곡, 편곡을 멤버 우지가 맡았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아니, 막 데뷔한 아이돌이 이런 곡을 프로듀싱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긴 말 할 필요도 없이 이 곡 하나만으로 이번 회차 Discovery!
미묘 : 동원할 수 있는 것들을 잔뜩 가져오고 있음에도 느긋한 편이다. 특별히 '여기서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부분이 없이, 좋은 취향과 영리 한 판단들이 적당히 느슨한 그물망처럼 짜여져 있다. 보컬도 각자 색 깔과 존재감은 분명하지만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다. 'Nobody Else'를 비롯해, '여름보다 뜨거운 너', 'RED' 등 좋은 취향을 던져놓기만 할 뿐인 곡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개중 '미칠 것 같아', 'Jump' 등 비교적 '달려주는' 트랙들마저 단단한 비트에도 불구하고 딱히 에너 지가 터지기보다는 업비트의 속도감만 느끼게 한다. 3박자의 'Good Man'으로 블루지하게 마무리하는 것 역시 정겨운 고전적 취향.
2PM - No.5 JYP 엔터테인먼트 2015년 6월 15일
2PM - “우리집” https://youtu.be/u2pFB1dCSo4
별민 : 오히려 이전작보다도 더 '박진영스러움'으로 돌아가 있는데, 단 점도 박진영에게서 왔으되, 장점조차도 박진영에게서 온 듯하다. 이 는 몸을 흔들지 않고는 못 배길만큼 과장된 그루브감의 리듬과 캐치 한 멜로디일 텐데, 이를 남자 아이돌 버전으로 그대로 번역했다고 할 수 있겠다. 동화를 은유함으로써 상대를 공주로 만드는 대신, 스스로 는 왕자보다는 능글맞은 늑대가 되어 보인 '우리집' 뮤직비디오가 전 체적인 작품의 이미지를 격상시킨다. 늑대임을 숨기지 않기에 늑대임 을 알면서도 넘어가게 만드는 이 능력은 남자 아이돌 시장 안에서 오 직 2PM만이 갖고 있는 것 같다. 오요 : 전체적으로 고른 질의 곡을 들려주는데 오히려 타이틀곡 '우리 집'이 심심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멤버들의 탁월한 보컬 퍼포먼스와 그를 전적으로 부각시키는 간결한 편곡이 돋보이는 'Nobody Else', '너만의 남자' 같은 곡들은 내가 알던 투피엠이 맞나 싶다. 이쯤 되면 인간 피라미드를 쌓던 투피엠은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김윤하 : 정통파 보컬그룹과 걸그룹 이미지를 끝없이 밀고 당기며 만 들어 온 긴장감 사이, 그간 주지해왔던 일종의 ‘여성향’ 취향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되며 한층 가볍고 다층적인 매력이 탄생했다. ‘남장’ 이라는 아이디어는 다소 뻔한 편이지만, 뻔한 그대로 유쾌하다. 멤버 들의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이 돋보이는 ‘Freaking Shoes’도 청취를 권한다.
마마무 - Pink Funky 레인보우브릿지 월드 2015년 6월 19일
마마무 - “음오아예” https://youtu.be/pFuJAIMQjHk
별민 : '여자다운 여자'보다는 '여자 그 자체'를 추구해온 마마무의 아 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간 앨범이 나왔 다. '아이돌'을 기대하고 이 음반을 듣는 누구라도 '식자보다 아이돌이 급진적인 시대'라는 말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데뷔 초부터 보이시한 이미지를 어필해온 문별이 본격적으로 남장까지 한 '음오아예'의 뮤 직비디오는 마마무다운, 마마무로서의 유쾌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 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하지만 적극적으로 걸크러쉬를 유도하고 있 어 어쩐지 거부할 수 없는 설득력을 갖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마마 무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은 장담할 수 있다. 오요 : 랩을 개선했으면 좋겠다! 제발. 아니면 랩의 비중을 덜어냈으 면 좋겠다. 정말 랩을 꼭 해야겠다면 랩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곡의 구 성이라도 좀 달라졌으면 한다. 탁월한 보컬이 시원하게 이끌어나가던 곡에 랩이 얹혀 된통 체했다. 타이틀 곡 '음오아예(Um Oh Ah Yeh)' 얘기다. 다른 수록곡('따끔', '갑과 을(No no no)')들은 이제까지 마마 무가 선보여 온 사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마지막 곡 'Self Camera'가 상당히 좋다. (물론 랩이 나오긴 하지만.) 재기 넘치는 이 때까지의 곡들도 물론 나쁘지 않았지만 마마무가 고전적인 '스탠다드 팝'을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다. 이 곡을 듣고 나니 내 기대 가 언젠가는 실현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인터뷰] 울림 엔터테인먼트 이중엽 대표 1) “남들과 상관없이, 우리 식대로” http://idology.kr/4521 2) “음악과 마니아라는 두 마리 토끼” http://idology.kr/4584
이돌이라는 껍질을 한 번에 깨려고 한다. ‘나 이제 아 티스트 누구랑 작업한다’, ‘난 이제 탈-아이돌이다’라 면서. 왜 뿌리를 잊어버리나? 뿌리가 아이돌인데. 출 발선은 지켜야 하는 거다. 굳이 그걸 자꾸 억지로 버 리려고 애쓰는 건 싫다. 인피니트는 멤버 전원이 유닛이나 솔로 활동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까지 유닛 활동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나. 본인들의 니즈를 채워주는 거다. 인피니트로서 할 수 없는 것들, ‘사실 이 친구는 인피니트가 아니었으면 이런 걸 잘 했을 텐데’하는 것들. 인피니트F 같은 경우 에는 이제 완전체로는 소화하기 힘든 청량함이나 밝 음을 보여주고 싶었고, 김성규 솔로에서는 인피니트 메인 보컬이 아닌 보컬 김성규로서 한 곡을 쭉 끌고 가는 힘 같은 걸 강조하고 싶었다. 인피니트H 같은 경 우에도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인피니트에서는 하기 힘든 강한 음악들에 힘을 많이 실었다. 투하트의 펑키 한 느낌도 인피니트 색깔과는 전혀 다르지 않나. 교묘 하게 조금씩 다른 세계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인피니 트의 유닛들은 그저 인피니트의 작은 팀들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팀이다. 러블리즈의 경우는 정말 순수하게 소녀가 꿈꾸는 소 녀들의 세상 같아 독특하다. 대부분 청순계 걸 그룹이 어찌 되었든 이성의 시선에서 본 소녀관이 반영되지 않나.
처음 러블리즈를 만들 때 우리 A&R 이사와도 그런 얘 2010년 6월, ‘다시 돌아와’로 데뷔한 신인 그룹 인피니트와 기를 했다. 팬덤이 있는 팀을 만들자, 그러려면 여성 소속사 울림 엔터테인먼트. 5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중소 팬을 공략해야 한다. 여자들이 찾으면 남자들은 자연 기획사의 신화’라 말한다. 탄탄한 팬덤을 보유한 보이 그룹 적으로 따라오게 돼 있다. 과 주목받는 신인 걸 그룹을 좌청룡 우백호로 두고 효율적 인 시스템을 갖춘 사옥까지 마련한 울림은 이제 명실상부한 ‘완전체’다. 대표님의 남다른 취향과 의지, 성실한 아이들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로 지난 5년간 거침 없이 도장을 깨 온 이들 앞에 휴식이 아닌 또 다른 도전이 주어졌다. 과연 울림은 새로운 과제에 어떤 해답을 준비하고 있을까.
호흡을 길게 두고 제작하는 편인 것 같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호흡이 길고 장기적이고 한 게 아 니라, 그냥 지속적으로 내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가려 는 거다. ‘나 2년 뒤에 이 팀 안 해’라고 생각하고 일한 다고 해서 내가 다른 방식을 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일 당장 나랑 계약이 끝나더라도 어쨌든 오 늘까지는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해야 한다.
이 사업을 괜히 했다 싶은 순간도 있나. 매일 하고 있다. 오늘도 하는 중이다. 사람을 파는 일 이니까. 아이돌 산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시스 템과 소비 방식이 비인간적이라는 이야기도 많이들 한다.
터놓고 말해 그건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대중들이 만 든 거지. 솔직히 우리 멤버들은 청문회 나가면 다 장 관 될 거다. 도무지 걸릴 게 없다. 세상에 이런 환경에 서 음악 하는 애들이 어디 있나. 세금 깨끗하지, 군대 문제 깨끗하지, 사생활 깨끗하지. 우리나라는 성직자 보다 깨끗해야 아이돌 가수로 살아남을 수 있다. 말이 대중적인 인기뿐만이 아닌 음악적인 면에서도 더 위 안 된다. 그런데 그걸로 먹고 사는 거다. 그걸로 불특 정 다수에게 자신들의 삶을 보여 주면서 끊임없이 비 를 바라보고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건가. 판 받고, 멸시 받고, 사랑도 받으면서 돈을 버는 아이 내가 그래도 에픽하이나 넬 같은 뮤지션들하고 계속 들인 거다. 작업을 해온 사람인데,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수 있겠 나. (웃음) 일단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고, 라이프스타 2015.06.08 | 진행/정리 : 김윤하 | 취재사진 : 별민 일이라든가, 이미지 같은 부분까지도 신경 써서 만들 이중엽 울림 대표 인터뷰 전문은 아이돌로지에서 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보통 사람들은 대개 아 확인할 수 있다. http://idology.kr/4521
5_ 영화를 달음하다
옆 사람 인터뷰
영화를 사랑하기를 탐구하던 때에 그는 영화영상학과의 조교로 있었다. 학과 사무실에 문을 두드리고 두서없는 1_ Granz Globewalker, 여행하며 음악하기 생각과 질문을 조심스레 쏟자, 친절한 답변과 함께 몇 편의 영화를 추천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제외하고는 설명할
하는 생각이 들었죠. 대학을 가야 할 시점에서 찾은 게 연극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김선욱 조교님(어떤 호칭보다 여전히
영화과였습니다. 영화라는 것도 언어라는 것을 알았죠. 필름
편한)도 이 영화족의 회원이라 하겠다. 열혈 회원.
언어. ‘영화적인 언어적 형상물이겠구나. 나는 이 영화를 언어
�� ���� ��� ��� ���� ���� ���� ���
로 읽고 싶다.’
����� ����� ��� 밤�� �� ��� ���� 결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 사람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어디에 가도 있 영화 이론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펼쳐진 준비하고시공간이 있습니다. 는 것은 사람이요, 사람으로 좀 더 었다. 좋은 논문을 위해 오랜 시간을 두고사람들 연구하고 있어 내가 쓰기 만났고 만나고 있는 또한
영화에도 연출, 촬영, 음향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이론을 공부하고 연구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요. 영화미학연구 모임인 영화달음의 대표로 있고, 서울시립 아름다운 여행지의 하나였다. 여행을 이야기하 청소년미디어센터에서 하는 청소년 영화카페 프로그램의 사 고 싶었으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생 회를 보고 있습니다. 각했다. 사람을 여행해볼 작정이라고. /
영화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영화를 모
영화를 연구하고 평론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영화달
에 없지요.
음은 어떤 모임인지 궁금합니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다양한 삶이 오고갔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에 대해 비평한다는 것이 제게는 어
랜트는 미국에서 온 장기 투숙객이었는데, 여 말 그대로 영화의 미학을 연구하는 모임이에요. 달음은 하던 온 몰아 사람치고는 그의 하루가 영화에 꽤 정적이었 행동의행을 여세를 계속한다는 의미입니다. 대한 분 다. 그는 공용 공간에서 음식을 먹거나 석을 통해 얻어지는 체험 그 자체도편의점 귀중하지만, 이와 더불어
르고 인생을 살았으면 불행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언 어 자체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영화 평론이라는 것은 이미지 도 있고 언어도 있는 접점인 것 같습니다. 사랑스러울 수밖
렵게 느껴졌어요. 내가 이 영화를 평가할 만한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영화 평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 금합니다.
비틀즈의 전곡을 모아자료를 놓은 더교본을 옆에 공유하 두고 이 모임에서 사유하고 연구한 많은 사람과 기타를 치고는있습니다. 했다. 내가 반려자와 는 방법을 궁리하고 크게는그의 서적을 출판하고다름 팟캐
간단히 이야기하면 영화를 알아보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할
스트를없던 만드는 것이고,두진행동강 중입니다. 이 모임을 만들 기타를 내기 제가 전까지는(당분간
수는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영화 자체를 비틀즈와 로드리게즈 만큼이나 그의 이해하는 노래를 것이
고 유지할 있는 데에는 영화를설칠 사랑하는 있습니 Hey 수 Jude를 배우겠다고 일은 마음이 없으리라).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요. 의미를 짚어줌으로써 보지 못한 것 좋아한다. 을 보게 하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 평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
다. 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음이 큰 힘이 됩니다. 좋은 사람들을어릴 만난때부터 것이 행운이지요. 면에서 저는 될 이미것을 성공 사람들은이런 그가 의사가 한 사람입니다. 기대했지만 6살 때부터 그는 음악을 꿈꾸었다
고 한다. 소망은 오랜 시간 그대로였으나 대학 영화와의 첫 만남이 궁금하네요. 영화 자체의 의미를 넘어 을 졸업한 후에야 그는 온전히 음악을 하기로 특별하게 다가온 때요. 마음을 먹었다. 재수를 할 때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샀어요. 시와 소설이란 무 그를 마지막으로 본 날, 직접 녹음한 아홉 엇인가에 대한 내용이 주였는데, 그 가운데 언어적 형상물이 곡이 담긴 한 장을서로 선물로 받았다.언어에는 요즘 나개 라는 단어가 눈에 CD 띄었습니다. 다른 뿌리로 인적 특성이 묻어난다는 것이고, 나라는 사람도 그렇겠구나
니다. 좋은 문체나 글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이 조금 부족하 더라도 영화가 말하는 바를 잘 짚어서 알게 해주는 것이 무 조금 더 오래 머물 줄 알았는데 시드니에 갔 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번드르르한 말은 영화가 파생시 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킬 수 있는 말은 맞지만 영화가 해주고 있는 말은 아닌 것 같 습니다. 그 이전에 영화가 진짜 하고 있는 말을 전해야겠죠. 나도 오래 있고 싶었지만 관광비자만으로는 그
럴 수 없었다. 한국에 다시 가고 싶고 그전까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지 시드니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비행기 표를 사기대사보다는 위해 잠시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 영 구구절절한 이미지를 통해 세련되게 전달하는 화가 좋습니다. 좋은 영화들이 많은데, 지금 떠오르는 것은 스
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입니다. 이 영화의 경우 그냥 볼 때와 분석해서 볼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다른데, 이런 것을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때 영화의 진가를 알아보게 하는 비평이 좋은 거겠죠. 학부 시절 철학을 복수전공했습니다. 철학과 영화의 관계 또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르놀트 하우저의 책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끝자락에는 ‘영화의 시대’가 위치합니다. 더불어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는 그 의 철학사 여정의 한 대목에서 영화의 영역으로 그의 역량과 에너지를 옯겨 갑니다. 저는 이러한 지적 전통의 거대한 흐름 속 에서 영화학을 연구하는데 큰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좋은 비평. 영화달음에서 준비하고 있는 책과 팟캐스트를 통해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 공유하고 싶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그런 영화를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눈으로 하는 영화 비평을 통해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다면 이것도 일종의 글쓰기 를 한 거죠. 좋은 평론에 이어 궁극적으로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회를 보고 있는 청소년 영화카페 프로그램을 마치고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아직까지도 낯선 인터뷰라는 말보다는 좀 더 가 까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달음의 마스코트인 진지녕 군과 더불어 우리 셋은 술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마다의 영화에 얽힌 이야기는 각자의 삶을 하나로 묶어준다. 좋은 사람들의 좋은 영화를 기대할 수 있음에 감사 한 밤이었다.
#9b9a9a
자기검열과 냉소주의 “주임님은 회사에 남아 있는 이유가 뭐예요? 일상도 없고 월급도 쥐꼬리만 한 이런 곳에서?” “무언가 배울 게 있으니까요.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잖아요.” 위 텍스트는 디자이너 동료와 나눈 대화 일부이다. 내가 재직 중인 회사 디자이너 사이 대화는 위 상황처럼 자기검열과 냉소주의가 짙게 깔려있다. 나 역시 이 둘이 빚어내는 자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는 문 듯 질문하고 싶어졌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래디컬하게 만드는지를. 언제나 촉박한 시간과 습관적 프로세스는 디자이너의 발목을 잡는다. 그런 어려움 끝에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탄생시킨다. 시안이라 불리는 것은 사실상 수많은 이견이 만들어낸 커뮤니케이션 덩어리인 셈이다. 이 덩어리는 곧 최종 확인자인 아트디렉터의 모니터로 향한다. 아트디렉터는 디자인이 소극적이라며, 클라이언트가 제공해준 소스 폴더의 위치를 묻는다. 폴더 속에서 그는 자신의 기호에 맞는 이미지 몇 개를 취해 도큐먼트에 띄운다. 포토샵의 갖가지 블렌딩 효과와 필터를 거치자 디자인은 독한 향수를 뿌린 사람의 눈빛이 된다. 그는 자신이 하는 행위에 조형을 가지고 논다는 주석을 달았다. 기획자와 팀장과 나의 이견이 축조해 낸 건축물이 한 사람의 기호로 인해 리모델링 됐다. 그 순간 나는 지독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모니터 뒤 창에 비친 내 모습이 마치 잘 길든 강아지 새끼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 속에서 싹 하나가 움트는 것을 감지했다. 그 싹에는 끝없는 배움의 길을 떠날 수도승이 웅크려있었다.
“주임님은 회사에 남아 있는 이유가 뭐예요? 일상도 없고 월급도 쥐꼬리만한 이런 곳에서?” “무언가 배울 게 있으니까요.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잖아요.” “솔직히 모르겠어요. 제 생각에 주임님은 부족하지 않은 것 같아요.”
개인의 탓 슬라보예 지젝이 매스컴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신자유주의 체제 속 국가는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더 이상 개인을 억압하거나 국가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단지 더 진정한 개인이 될 것을 명령한다고 말이다. 거칠게 말해 시장 경쟁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모든 사회적 영역에서 활개를 치고, 노동자는 공장을 벗어나 개별적인 (소)자본가가 되어 자유를 구가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 기업가(enterpreneur)이자 투자자(investors)이다!” 이제 각 개인의 결정과 결단이 중요해진다. 그것이 교육이든 건강에 관한 문제든 차별을 두지 않는다. 어떤 결정을 하든 그것의 결과와 거기서 초래된 리스크는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통치란 각 개인이 리스크를 감당하고 처리할 수 있는 자유만이 허락되는 환경을 제공한다. 슬라보예 지젝의 논의를 경유해 내 상황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 몇 가지 질문이 마련되어 있다.
질의 응답 Q.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주로 디지털 작업을 합니다. Q.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당신 결정이 불러일으킬 리스크를 감당할 용기가 있습니까? A. 제가 하게 될 결정과 리스크의 예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신다면 대답할 의사가 있습니다. Q. 에이전시의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것의 고단함에 지쳐 당신은 회사를 박차고 나옵니다. 당신은 독립된 디자이너의 삶을 꿈꾸어 봅니다. 당신을 위해 준비된 시간과 여유. 뭐 얼마간은 괜찮겠죠. 그러다 당신은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얼마 되지 않지만, 당신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끔 해준 급여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꽤나 큰 문제입니다.
A. 맞습니다. 그것은 꽤 큰 문제입니다. Q. 그리고 당신이 우여곡절 끝에 수주한 일거리 수준 또한 별 볼 일 없겠죠. 당신은 디자인 심층에 관해 많이도 이야기했더군요. 하지만 생활의 일선에서 당신을 호출한 클라이언트에게 고귀한 철학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저 자신들 앞에 놓인 시각적 문제를 해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A. 당신은 에이전시에서 독립된 디자이너의 삶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군요. Q. 금전 문제는 제대로 해결될까요? 소규모 스튜디오들도 결제의 어려움 때문에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 마당입니다. 개인의 경우 한두 번의 결제 문제는 생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A. 수익이 현재보다 작아지더라도 제 삶의 질은 분명 올라갈 거라 예상합니다. Q. 이유가 궁금하군요. A. 통장에 쌓이는 월급이나 시간이 지나면 올라가는 직급 같은 것들은 내가 무언가를 이루어가고 있다는 착시를 줍니다. 이것은 오래된 가치가 지어낸 원근법이 아닐까요? 이러한 착시에 속아 정작 자신 앞에 놓인 중요한 문제들은 등한시하기 쉽습니다. 저는 최소한의 생계를 해결하고 남은 시간을 그 문제들의 해결에 할애하고 싶습니다. Q. 당신에게 미래에 대한 풍요는 뒷전인가요? A. 앞서 말한 환상을 충실히 쫓는다 해도 미래는 풍요롭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평균 수명은 짧습니다. 저는 언제든 안정된 상황에서 이탈된 상황을 상상해야만 합니다. 저는 지금 그 상상을 져버리는 것에 대한 리스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것 또한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만. Q. 당신이 말하는 상상은 개인이 도맡기에는 꽤 버거워 보이는군요. A. 그렇습니다. 저는 언제나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⑴ 네이버캐스트 [지젝의 강의]
clichecliche@naver.com
건축이 좋아. #21. “나는 심플하다’, 장욱진시립미술관. aoikasa
좋은 건축을 만나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저 멀리 날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들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도, 준비하던 큰 일을 끝낸 후의 공허함도 다 날려버려준 고마운 건축. ‘나는 심플하다’라고 온 몸으로 이야기하던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언덕 위의 하얀 집. 그 곳을 찾아가는 길은 사실 쉬운데 그동안 멀단 이유로, 바쁘단 이유로 내내 망설였다. 작년 오픈 이후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던 이 미술관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은 건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었던 큰 일을 끝 내고 찾아온 공허함에 어찌할바 모르던 주말 오후였다. 오늘이 아니면 다시 갈 계기를 만들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에 가는 길을 검색해보니 대중교통으로 겨우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 강남 가는 거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니. 그 간의 게으름을 반성하며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그 곳으로 향했다. 유독 좋은 햇살 덕분일까. 분명 오늘의 답사가 성공적일 것이라는 예감은 그 곳으로 향하는 버스에서부 터 들기 시작하였다. 장욱진시립미술관이라는 안내에 따라 버스에서 내려 그 곳을 향하면, 우선적으로 는 차량 접근로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굳이 주차를 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 길이 아닌 천변 길 을 걸어 한 바퀴 돌아 미술관으로 들어가길 권장한다. 천변에서 소풍을 즐기는 가족들을 지나 하늘에서 반짝이는 크리스탈같은 미술관을 바라보며 몸을 돌리면, 연녹색의 잔디밭과 묘하게 하얗게 빛나는 미술 관을 만날 수 있다.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연상시키는 풍경. 그 뒤로는 진녹색의 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 다. 이 정도면 자연 풍경만으로 90점은 따고 들어간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미술관으로 향한다. 잔디밭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다소 단순한 집 모양이었던 건축물의 굴곡있는 측면이 펼쳐진다.
어 린 아이와 새와 집, 그리고 장욱진. 장욱진 미술관을 찾은 이유는 건물에 대한 관심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국 화가인 장욱진의 그림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의 그림과 그를 담은 건축이 얼마나 닮아 있는가가 궁 금했다는 게 정확한 이유일 듯 싶다.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대표적인 근대 화가로 꼽히는 정욱진. 1917년에 태어나 1990년에 돌아가셨으니 꽤 오랜 시간 작품활동을 한 화가이기도 했다. 장욱진은 내 느낌엔, 박수근과 김환기의 중간 즈음에 있
는 그림을 그린다. 박수근의 거칠고 토속적인 느낌을 가졌으면서도 김환기의 추상을 닮은 장욱진의 그림. 작은 크기의 캔버스에 치밀하게 계산된 구상을 몰입하여 그려내는 화가의 숨결이 그대로 나타나는 그의 그림은 사실 파울 클레의 그림들과도 닮아 있다. 특히 파울 클레의 작은 판화와 드로잉들에 나타나는 다소 거칠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그 느낌들이 닮아 있는 듯 하다.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 사실 이 얘기들 은 전부 내 느낌들일 뿐이다,) 그래서 사실 난 장욱진을 ‘한국적’이라는 표현으로 묶어두는 게 별로다. 그가 그려내는 어린 아이, 새, 집, 자동차, 나무들은 그가 살고 있는, 그가 좋아하는 풍경과 닮아 있기에 vernacular (토속적 혹은 토착적)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근대적 (당시로선 가장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 고 있기 때문이다.
((좌)장욱진, <부엌>, 1973, 캔버스에 유채, (우)장욱진, <자동차가 있는 풍경>, 1953, 캔버스에 유채)
아무튼, 처음에 언덕 위의 하얀 집으로 만난 장욱진 미술관은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장욱진의 심 플함에는 가깝지만 그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집’의 따스함은 느껴지지 않던 정제된 외관을 마주하며 장 욱진의 그림 ‘호작도’에서 모티브를 딴 건물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중정과 중정이 만나며 복합적인 구 성을 하고 있는 건물은 심플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에선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가 담겨 흘러가는 듯 했다.
집 속의 집. 미술관 속 숨어 있는 집들. 중정을 지나 유리로 된 입구를 지나면 왼쪽으론 미술관 로비, 오른쪽으로는 갤러리 까페가 나온다. 왼쪽 의 미술관으로 들어가보자. 먼저 눈을 사로 잡는 건 주변의 풍광과 빛이 들어와 비치는 온통 '하얀' 계 단실이다. 꽤나 디자인에 공을 들였을 법한 (계단참의 마무리 등 시공의 완성도는 안타깝지만) 계단은 지하에서 2층 까지를 관통하며 박공지붕이 있는 하나의 '집'과 같은 느낌을 준다. 장욱진의 스튜디오 부
엌에서 떼어온 타일작품까지 붙어 있어 이 공간을 채워주고 있으며 온통 하얀 계단실에 산란되는 빛들 이 지하까지 채워준다. 수직적으로 미술관을 관통하고 있는 작은 집 하나.
(지하1층, 1층, 2층에서 바라보는 계단실. 각각 작은 ‘집’의 형태가 발견된다.)
1층 미술관으로 들어가면 꺾이는 동선을 가지는 갤러리는 다소 차분해진 인상이다.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낮아진 조도와 차분해진 분위기는 중간 중간 만나는 중정과 돌출된 공간들로 그 흐름이 한 템포
씩 끊어진다. 그 중 인상적인 갤러리 속의 집. 바로 주변의 풍광을 담고 있 으면서도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 게 만들어주는 작품의 집이다. 현재는 장욱진과 김종영 작품이 동시 진행 중 이라 그 중심에 김종영의 조각이 놓여 있다. 그리고 이 공간의 한 귀퉁이 벽 에 쓰여진 장욱진의 심플에 대한 글귀. 그의 '심플'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 작은 집 또 하나.
“나는 심플하다. 때문에 겸손보다는 교만이 좋고 격식보다는 소탈이 좋다. 적어도 교만은 겸손보다 덜 위험하며, 죄를 만들 수 있는 소지가 없기 때문 에, 소탈은 쓸데없는 예의나 격식이 없어서 좋은 것이다.” – 장욱진
2층으로 오른다. 계단실을 통해 오른 2층 전시실 입구. 박공으로 이루어진, 그의 그림 속에서 사람들이 쉬는 천막을 닮은 듯한 집 하나를 만난다. 세 번째 작은 집.
전시실을 지나 그의 호랑이 그림을 만난다. 그리고 그 그림 뒤편에 숨어 있는 작은 집 또 하나. 다락방 같은 그 공간엔 계단이 빼곡이 채워져 있고 장욱진에 관한 영상이 상영 중이다. 그의 심플은 고도로 계 산된, 모든 걸 정제해 낸 심플이라는 미술 전문가의 평. 평상시엔 말이 없다가 술을 드시면 '나는 심플하 다'라고 말하던 화가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그에 대한 설명은 없어 그 의미를 유추해볼 수 밖에 없다는 그 이야기도 참 장욱진스럽다. 설명이 없으면 어떤가. 그의 그림이, 그의 그림이 채운 이 공간이 그 걸 다 설명해줄텐데.
햇살이 머물다 가는 곳. 갤러리 까페. 언젠가부터 미술관에 가면 그 곳의 까페를 기대 하게 된다. 좋은 그림과 좋은 공간, 그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좋은 향기. 마지막 작은 집은 갤 러리 까페이다. 재미있게도 합정동의 앤트로싸 이트가 이 곳에 있다. 좋은 향의 좋은 커피. 심 플한 가구들로 이루어진 내부. 갤러리와 마찬가 지로 온통 하얀 내부에서는 바깥으로 주차장 방향의 잔디밭이 보인다. 주말이라 어린 아이들 이 뛰어노는 풍경이 가득 담긴다. 나는 심플하다 라는 그의 말처럼 내 머릿 속도 심플해지던, 내 삶도 다 소 심플해지던 그 순간을 조금은 오래 기억해두고 싶어졌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최-페레이라 건축에서 설계한 이 미술관은 2014년 '김수근건축상'을 수상하였으며, 영국BBC '2014 위대한 8대 신설 미술관' '2014 한국건축가협회 '올해의베스트7'에 선정되었다. 구파발역에서 350번 버스를 타면 20분 안에 도착 가 능. 주변에 조각공원도, 권율장군묘도, 유원지도, 음식점도 많으니 햇 좋은 날 나들이가기엔 최적의 장소.
구멍난 코너 나는 오늘도 메우네 퀴어문화축제를 다녀와서 글. exxx
시청 광장에서 있었던 퀴어 퍼레이드에 다녀왔다. 정확히는 어떤 명칭이 있겠지만 일부러 검색하지 않고 쓰기로 했다. 나처럼 어정쩡하게 아는 사람이 정확하게 아는 사람보다 많지 않을까 해서 그렇다. (정식명 칭은 퀴어문화축제) 글을 쓰기 전부터 공격당할 것을 걱정하고 어디로 빠져나갈지 요리조리 고민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 보다 조금 더 위 에 있을 것 같았지만, 누가 뭐라고 한다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콕 집어 알려줄테니 혼나면 반성하자 는 마음으로 쓰기로 했다. 이 글로 어떻게 혼이 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것이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시 작한다. 나는 자라는 동안 동성애에 대해 조금의 우호적인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내 안의 생각이나 감정 뿐 아니 라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혀 모르는 세상의 일이었다. 추측하건데 내가 모르는 만큼 주변의 어른들도 잘 모를 확률이 크지 않았을까 한다. (지금 나는 동성애와 관련해 나의 부모님 보다는 더 알고 더 많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내 다음 세대의 사람들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알게 될 것이고,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더 많은 것을 알게 하고 전승해 주리라 믿는다) 그랬으니 지금과 같은 논의가 이루어지는 미래가 올 것이라는 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의 몸은 다 컸고 이제는 늙어가는 수순을 밟고 있지만 동성애와 관련해서는 지금의 초등학교 어린이 정도 밖의 지식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시선에서 본다면 이 주제와 관련해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조금 친절하게 말을 주고받을 필 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꼬마가 물어보면 친절한 것만이 해답이다. 힘들겠지만 친절하게..) 초등학교 시절. (1990년) 처음 이태원 근처로 이사를 와 아버지 거래처와 아저씨를 만나면서 게이라는 단 어를 처음 들었다. 주변의 남자들이 헤진 내의나 낡은 셔츠와 청바지 같은 허름한 복장으로 다니던 시절이 었는데, 그 아저씨는 머리에 무스도 바르고 귀도 뚫고 옷도 실크와 같은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다니곤 했 다. 때로는 망사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했다. 목소리의 톤이나 몸짓도 무척 여성스러웠다. 당시의 나에게 는 무척 이질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외형적으로 다른 것부터도 잘 이해가되지 않아 어머니 에게 물어봤었고 그때 처음 ‘게이’라는 단어를 들었다. 당연히 이해는 못했다. 이해도 안 되고 전혀 모르는 존재의 감각이어서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꺼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로 몇 년간 그 동네에서 살면서 그 아저씨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을 만났었고 그 후로 몇 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동성애라는 단어를 몰랐다. 거리에서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을 지나칠때는 게이 (그것이 뭔지는 몰랐지만)이구나 하고 말았다. 자라서 남중 남고를 다니는 시절 덩치는 컸지만 여성적인(이 표현 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말투와 행동을 보이는 선배가 한 명 있었 는데, 그 선배는 교복을 입고 다녀서 게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 선배는 선배들과 후 배들 사이에서 놀림의 대상이었는데 나도 당시에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선배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좋 은 시선으로 보지는 않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가끔은 누군가 괴롭혀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울 때 이외에는 피아노도 잘치고 밝은 성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막연하게 성 소수자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할 뿐이다. 대학교 다닐 때는 뭐 내가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사이 아버지는 목욕탕이나 거리에서 동성애에 대해 적대적인 모습을 보인 일이 몇 번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성소수자들과 친분관계를 쌓기 전까지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를 고민하기에 앞서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이라고 판단하는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 리고 나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며 자란 사람이 확률적으로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옹호 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놓인 환경을 생각하면, 깊이 고민하거나 생각해 보기 전에 판 단을 강요당했거나 습득했을 확률이 높고 그렇게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어찌 보면 서로에게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상황을 바라보면, 오늘의 주제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우 리는 모두 편견에 가득 찬 꼬마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내가 어린 시절 퀴어문화축제가 벌어진 광장 한 가운데 서 있을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많 은 사람들이 더 많이 이야기하고 나누다 보면 서로에게 낯선 것들도 보다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을 까. 긍정적 변화와 긍정적 미래의 한 가운데 더 많은 사람들이 서있게 될 것이다. 많은 변화가 그렇게 이루 어져 왔으니까. 이것도 다르지는 않으리라 이십대에 처음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들었다. 여기서 갑자기 왜 페미니즘이 나오냐고 이야기 할지도 모르 겠지만, 내가 전혀 모르던 어떤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의 첫 단계였기 때문에 꼭 이 단어를 써야했다. 페미니즘, 동성애, 환경, 빈곤, 공동체, 인권 등등 다 다른 문제들 이지만 나에게는 전부다 전혀 모르는 것 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전혀 모르는 것을 알리거나 알아간다는 점에서는 세상의 모든 문제들 이 다 비슷하다고 본다. 친절하게 더 많이 대화하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생각의 변화를, 세상의 변화 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퀴어 혹은 성소수자 라는 단어를 써야겠다. 퀴어문화축제에 다녀왔다. 퍼레이드도 따라다녔고 행사를 반대하는 건너편의 북치는 사람들도 보았다. 사실 나는 뭐 거창한 글을 쓸 것처럼 시작하고, 욕을 안 먹기 위해 요리조리 말을 늘여가며 글을 썼지만 솔 직히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 줄 정도 밖에 없다.
퀴어문화축제에 온 사람들 정말 행복해 보였다. 내가 여러 축제 다 가봤지만 그곳에 모인 사람들만큼 행 복한 사람들을 본적이 없다. 안 가본 사람들은 내년에라도 가봤으면 좋겠고 올해에 갔던 사람들은 내년에는 친구들 데리고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행복한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다. 축제 준비하신 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신. 다음해에는 웃는 얼굴 사진을 찍는 부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인데, 화제거리 가 되지 않아서인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들은 자극적인 것들이 많고 행복한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 는 것 같아서... 일부는 그런 사진들만 보여주면서 오해를 만들기도 하고. 그런것들이 무척 아쉽습니다. 웃 는 사진을 많이 찍어서 사람들이 퀴어문화축제를 검색했을때 환한 웃음이 가득한 화면이 나오기를 기대 해 봅니다.
의미없는 이야기 글. 그림. 철민
다
이곳에 온지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게 있다. ‘팁’
른
이다. 20달러 짜리 파스타를 먹고 싶다든지 20달러짜리 네일을 받으러 가고 싶을 때 수중에 마침 딱 20달러가 있다면… 갈 수 없다. 팁 때문이다.
나 라 에 서
서비스업종이라면 대부분 팁을 다 받는다. 레스토랑, 술집, 네일샵, 미용실, 택시 등등. 말로만 팁이지 사실 의무다. 지역마다 팁 가격은 다 다른데 내가 있는 뉴욕시의 경우 팁을 높게 받는 편이고 보통 지불할 이용요금의 20%를 팁으로 친다. 어제는 30달러짜리 패디큐어를 받고 팁으로 6불을 냈다. 요즘은 팁을 계산해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많다. 지불할 금액, 5%부터 35%까지 팁 비율, 지역 등을 입력하면 자동 계산해 팁 금액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팁 계산 요령도 있다. 뉴욕시 같은 경우 소비세가 재화나 서비스 가격의 9% 정도이므로 영수증에 제시된 소비세의 2배를 팁으로 주면 적당한 수준. 생각보다 많이 드는 팁 비용이 아까워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 보다는 테이크아웃해 집에서 먹은 적이 더 많지만, 그래도 팁이 주는 순기능이라는 게 있다는 걸 미국에 와서 배웠다.
서로 주고받는 게 있는 관계에서는 갑과 을처럼 위계적인 관계가 되지 않는다는 것. 나 같은 경우 천성이 소심한 사람인지라 직원이 친절을 베풀면 멋쩍어하고 몸 둘 바를 몰라 하곤 했다. 반대로 불친절하게 응대 받을 경우에는 불만스러워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받은 만큼 팁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 이용금액의 20%를 팁으로 내는 게 관례라곤 하지만 서비스의 만족도에 따라 덜 줄 수도, 더 줄 수도 있다. 얼마 전 뉴욕에서는 팁으로 3,000달러를 받은 웨이트리스의 이야기가 한동안 꽤 큰 화제거리였다. 팁을 준 손님은 쪽지로 웨이트리스가 3,000달러의 팁을 받는 이유에 대해 상세히 적었는데, 제일 큰 이유는 물론 친절한 서비스였다. 팁을 주기 때문에 직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누리는데 마음이 편하다. 혹여나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면 당당히 요구하는 데에도 팁문화가 크게 작용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도 팁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고객을 응대하게 된다. 본인이 제공한 서비스에 비해 팁이 지나치게 적을 경우 어떤 문제가 있었느냐고 고객에게 묻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여기에도 어두운 면이 없진 않다. 팁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의무화가 됐으며, 그 금액 또한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미국 팁 금액이 지나칠 만큼 높은 이유는 서비스 종사자들의
황 효 정
최저시급이 다른 직종 종사자에 비해 현저히 낮은 데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업주들이 부담해야 할 서비스 종사자들의 임금을 고객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인데, 최근 최저시급이 인상되긴 했지만 팁 지불이 이미 당연시된 상황에서 변화가 발생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아예 팁을 없애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고, 실제로 팁을 없앤 레스토랑이나 바 등도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아예 팁을 없앤 게 아니라 정가 금액에 미리 팁을 포함시켜 가격 인상을 시행한 것이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값인 이 팁이라는 게 지불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꼭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팁 줄 필요가 없는 우리나라가 훨씬 편하긴 하다. 그러나 이미 외국에 있고, 기왕 내야 하는 거, 기분 좋게 내려고.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속으로 팁이 아직도 아까워 죽겠지만 합리화하는 글, 맞다!
Road - 7 (백종원) 글. exxx 음식이 나오는 TV를 보고 있으면 단순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외에도 세계의 사람들은 이런 것을 먹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국음식, 일본음식, 이탈리아음식, 태국음식 등등
세계의 사람들이 생전 구경해보지도 못한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늘 흑과 백이 있다거나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는 꽤 혼란스러워 진다. 내가 생전 맛도 못 본 무언가를 먹으면서 저렇게 즐거워하다니...
사람마다 각자 입맛이 다르다고 말해버리면 쉽다. 하지만 그래서는 그동안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허상을 쫓아온 나의 삶이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그래도 나의 자존심이나 알량함과는 별개로 현실에는 각자의 맛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흔히 어머니의 맛이라 지칭되는 성장기 맛 기억과 선호는 각자의 미뢰의 성능 + 태생적 미각 선호도 + 어린 시절의 경험이 더해지는 것이니 그 차이는 있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 엄마는 이 스프에 산양의 젖을 남보다 2배 넣는다거나 카레의 스파이스 중 강황을 특히 많이 넣는다던가 김치에 꼭 굴젓을 넣는다던가 하는 상황에서 경험에 느낌표를 찍었는데 어디 다른 맛 기억이 끼어들 수 있을까. 그래! 스프에는 산양 젖이 2배는 더 들어가야지! 라거나 강황도 2배! 김치엔 굴젓! 같은 요소가 각자의 입맛에서 당연시 되는 일은 종종 있다.
뜬금 없는 시작을 했지만 계속 읽다보면 연관이 조금은 있을 것이다.
-
다시 오늘의 주제로 돌아와서, 백종원씨의 레시피와 그의 방송 강좌에 따른 갑론을박이 있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가 끼친 영향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요리를 벽이라고 느꼈던 사람이 그의 방송을 보고 스스로 벽을 허물어뜨리거나 뛰어 넘어 보고자 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금의 유행 혹은 과정이 조금 더 오래되고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면 우리는 전보다 발전된 (입맛의 상향화로 인해 먹을 만하거나 더 맛있는) 인스턴트 음식의 세계에 도달하거나 역으로 인스턴트 소비가 줄어드는 긍정적인 영역에 도달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의 교습법은 너무 뛰어나다.
그러니까 내가 이후에 무슨 글을 쓰더라도 그의 훌륭함을 깎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냥 추측이고 이렇게 생각하면 한국 음식의 다음세계가 어떤 차례가 올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 같은 것 정도로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
이 글에서 백종원이라는 제목을 꺼내기 까지는 총 3개의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했다. <마이리틀 텔레비전>, <집밥 백선생>, <수요 미식회> 각각의 역할을 살펴보자.
<마이리틀 텔레비전>에서 백종원씨는 본격적으로 요리하는 모습을 드러내며 슈가보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설탕을 ‘샤악~’ 이때만 해도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보다 맛있게 하기 위해 설탕을 더 넣는구나 하고 말았다. 영업용 음식에는 설탕이나 소금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은 집안에서 내려오는 된장찌개 조리법을 소개하는데, 무와 된장 그리고 소고기를 사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소고기를?’ 하고 말았는데,
<수요 미식회> ‘족발’ 편에서 최근 인기 있는 족발 집과 과거에 인기 있었던 족발집 사이에서 ‘단맛’ 이라는 큰 차이를 가지고 젊은 패널과 나이든 패널 사이에서 선호가 크게 갈리는 장면이 나왔다. 신동엽의 말에 의하면 젊은 친구들은 단맛이 강한 족발을, 나이든 사람은 상대적으로 단맛이 덜한 족발을 좋아하는 경향이 극명하게 갈린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문득, 앞의 장면들과 겹쳐지면서 백종원씨가 떠올랐다.
혹시 백종원씨는 고기(기름) 맛과 단(설탕) 맛에 일찍 눈을 떴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요리를 연구하면서 학습한 것도 있겠지만 그것에 앞서 어린 시절 맛 기억이 고기와 단맛에 민감하게 발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최근의 입맛과 딱 맞아떨어진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
백종원씨가 66년생인 것을 감안하면 단맛과 고기맛에 익숙한 것은 상당히 특이한 경우가 아닐까? 86년에 스무살이었으니 더 어린시절의 시대적 상황을 생각하면 상당히 소수의 감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매장들과 조리법이 최근에도 유효한 것을 생각하면 어찌보면 당시로서는 지금의 30대 만큼의 현대적인 입맛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제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분량도 모자라고 나의 필력도 모자라다. 이제 남은 문제는 사실 하나 뿐이다. 오늘 궁극적으로 하고자 했던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이 다음세대,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 후 <수요 미식회 > 족발 편에서 단맛을 선호했던 20대가 백종원씨의 나이가 될 즈음인 2035년의 한국음식은 어떤 맛을 내고 있을까?
상상해보자. 그것이 어떤 미래일지를 상상하고 맞이해 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