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이리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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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입니다.

영화 수업 -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용 영화’일 뿐일까? / 글. KIM 영화로 읽는 시공간 - 영혼을 쥐어짜는 영화 대사들순서 없이 10선 / 글. 곡주대비 뼈와 살들 - 글. 그림. 준가 퀴어 시를 스케치하다 - 벽장 밖으로 1 / 글. 루나 옆사람 인터뷰 - 메이커스 / 글. 정리. 이내 건축이 좋아 - 33. 시간의 건축: 베니스의 시계탑, TORRE DELL’OROLOGIO / 글. aoikasa 지진파 - 신의 탄생, 주기자의 사법활극 도토루의 하루 - 그림. 호지 경계인 - 11화. 입속의 혀 - 외로울수록 달콤한 그것 / 글. 스푸트니크 의미 없는 이야기 / 그림. 글. 철민 한 쪽 눈으로 바라본 세상 - 11. AAC? / 글. exxx


안녕하세요. 월간이리에 ‘의미없는 이야기’를 연재중인 ‘철민’입니다 많고 많은 필진분들 중에 제가 첫주자로 글을 쓰게 되어 무한한 영광과 함께 우쭐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도 편집장님이 그간 저의 월간이리 연재짬밥을 고려해 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백수 일 때 놀면 뭐하나 싶어 시작한 연재인데 이렇게 몇년째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사실 원래 제 계획은 연재 중에 대형포털에 웹툰작가로 데뷔해서 전형적인 언더그라운드 출신의 메이저 데뷔 성공담을 남기고 아름답게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상이라도 하나 받으면 월간이리에 관한 소회를 털어놓을까 했지요. 물론 계획대로 되진 않았지만 저는 게임회사에 취업해서 백수 생활도 청산하고 여전히 월간이리에도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역시 뻔한 성공담보다 훈훈한 미담이 좋죠^^ 긴글을 안써봐서 아무말이나 하려니 힘드네요.... 어쨌든 제 만화를 봐주셔서 감사하고 저는 더욱더 의미없는 만화를 그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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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업

애니메이션 읽기 :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용 영화’일 뿐일까? 나이가 먹을 수록 애니메이션을 보러 영화관을 가는 것이 점점 꺼려진다.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온 세대로서, 성인이 된 이후까지 픽사, 디즈니의 할리우드식 애니메이션을 즐기긴 하지만, 머리가 크고 나서는 ‘기대’ 이상의 작품을 만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5년 큰 성공을 거둔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은, 여기져기서 들려오던 호평과는 다르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었던 영화이다. 감정들을 의인화하고,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경험들을 그려낸 디테일을 볼 때는 그 대단한 창의성에 놀라기는 했지만 결국 큰 그림을 봤을 때 스토리는 신파를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애니메이션=아이들을 위한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었다. 한두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전체에 대해 회의를 가지는 것은, 헐리우드식의 애니메이션을 곧 애니메이션이 영역의 전체로 인식하는 것에서 나온다. 기본적으로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은 수익성을 고려한 창작물이기 때문에 주제나 내러티브에 있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컨텐츠의 한계는 종종 표현의 한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단지 영화라는 큰 틀에 속해 있는 부속품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은 영화를 벗어난 한 독립적인 미디어 장르이며, 그 표현방법이나 주제 역시 ‘영화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영화와 분리된 애니메이션 이론이 시작된 것이 21세기에 들어서였다. 그리고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애니메이션을 따로 가르치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때문에 아직 대중적으로 애니메이션의 다양성, 전문성, 표현 방법, 창의성, 예술성 등이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현재로선 너무나 당연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영화 애니메이션, TV 애니메이션이 아닌 다른 애니메이션을 접하는 게 평범한 관객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게중에는 이미 보고도 이게 ‘애니메이션’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폴 웰즈(Paul Wells)가 자신의 책에서 지적하듯이 1928년, 애니메이션 역사의 초기부터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만화영화’ 혹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편협한 인식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정의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들을 이해하면 영화 애니메이션 바깥의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프레스톤 블레어 (Preston Blair)는 애니메이션을 ‘실제같은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캐릭터를 연속적인 상태로 그리고 촬영하는 과정’이라고 했으며, 노먼 맥라렌 (Norman McLaren)은 애니메이션을 ‘그려진 움직임’이라고 했다. 즉, 사람이 ‘그려낸 움직임’은 무엇이든 애니메이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Dumb ways to die (2012) 오스트렐리아의 멜버른 철도 공사가 만든 Dumb ways to die는 영화관에서 상영되거나 TV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에 구독자가 있는 Youtube에서 1억 4천만 뷰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아마 한국에도 이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 애니메이션은 열차와 보행자/운전자의 충돌사고


글.kim

(니어미스near-miss 사고)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익광고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제각각 어리석게 죽는 방법들 - ‘자기 머리에 불 붙이기’, ‘유통기한 지난 약을 먹기’, ‘마약상의 새 차를 긁기’, ‘초강력 본드 먹기’ 등 – 을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지하철 역 난간에 서기’, ‘ 기차레일 안전바 무시하고 운전하기’, ‘플랫폼 사이로 건너다니기’를 보여주면서, 이것들이 앞에 나왔던 어리석은 죽음의 방법과 다를 바 없이 멍청한 짓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Dumb ways to die 발췌 장면) Dumb ways to die의 성공 이유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만이 가질 수 있는 유머러스함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의인화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창조하고, 실사영화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죽어도 죽지 않는’ 설정을 취했다. 어떤 방법으로 죽든 천진난만하게 웃는 표정이나,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춤추는 모습은 끔찍함보단 웃지 않고는 못 견디는 귀여움을 선사한다. 이 애니메이션 공익광고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은 어마어마한 조회수만이 아니다. 멜버른 철도공사는 이 광고를 게재한 이후 니어미스near-miss 사고가 30%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애니메이션이 관객들에게 재미, 즐거움만 준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만이 가진 표현방법과 그 장점을 이용해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2020 도쿄 올림픽 홍보영상 (2015) 애니메이션은과 그 기법들은 그 창작에 한계가 없다는 장점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 중 애니메이션의 Penetration 기법은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기법으로, 실사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추상적이거나 감정적인 것들을 시각화 하여 보여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무기로 알려져 있다. 이 기법은 또 모든것이 순수한 그림으로 창작된 애니메이션보다는, 실사 영화와 결합된 애니메이션에서 추상적, 환상적진 장면을 연출할 때 자주 사용된다. 그 예로, 한국에도 알려진 영화 애니메이션 중에는 NBA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루니툰 캐릭터들을 주연으로 한 스페이스 잼 Space Jam (1996), 그리고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Who framed Roger Rabbit (1988) 가 대표적이다. 두 영화가 흥행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고 평단에서도 좋은 평을 듣지 못해 이후 헐리우드 시장에서 비슷한 컨셉의 영화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았지만, 관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주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와 스페이스 잼 발췌 장면) 가장 최근에 위의 두 영화와 같은 Penetration 기법을 잘 살린 애니메이션 영상이 있다. 바로 일본이 도쿄 올림픽 홍보를 위해 만든 홍보영상이다. 브라질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처음 공개된 이 영상은 초반에 일본의 야경과 일본 대표 선수들이 직접 출연한 스포츠 동작을 다이나믹하게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중반부터는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만화, 게임 등의 캐릭터를 등장시키는데, 그 중 마지막 슈퍼마리오 등장씬이 압권이다. 이 씬은, 일본의 아베 총리가 리우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일본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 속 아베가 마리오로 변신해, 게임 속에서 마리오가 초록색 원통을 타고 공간이동을 하듯, 일본에서 지구 정 반대편의 브라질까지 순식간에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환상적인 애니메이션 연출은 영상에서만 끝나지 않고, 아베가 슈퍼마리오 옷을 입고 리우 페막식장에 설치된 원통에서 직접 등장하며 실사영상과 애니메이션, 실제를 넘나드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 호평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기법의 활용이 아니었다면 만들어낼 수 없는 독특한 연출이었다.

(2020 도쿄 올림픽 홍보 영상 발췌 장면) 이렇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애니메이션은 지금까지 미디어의 한 형태가 아닌 영화의 하위장르로써 오랫동안 인식되어 온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애니메이션이 파인 아트로, 독립 영화로, 혹은 아직은 이름 붙여지지 않은 새로운 형식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지만, 플랫폼의 한계나, 주류 애니메이션 산업의 그림자에 가려서 주목받지 못하는 것 또한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백분 활용한 창작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애니메이션의 무한한 가능성이 앞으로 많은 창작자들에게 날개가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곡 주대비

아무도 의뢰하지 않은 가을 특집 영혼을 쥐어짜는 영화 대사들순서 없이 10선


일상에서, 혹은 때때로 조우하게 되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뇌리를 스치고 가는 영화 대 사들이 있다. 본인을 시네필 (cinephile) 로 규정하고 있는 독자라면 외워 놓고 있는 영화 대사 삼 십 개 정도는 있지 않을까? 물론 희망사항이다. 심금을 울리고 짰던 대사 세네 개 정도만 외우는 사람이라도 그 감성이 남다름이니 평생의 벗 리스트에 올려놔도 좋을 듯하다. 지금부터라도 좋 은 영화 대사 몇 개 정도의 구색을 맞춰 놓고 싶은 1인이라면, 이번 호에 소개 할 이 명대사 리스 트에 올려진 것들 중 몇 개를 선택해도 좋을 듯 하다. (리스트는 순위가 아니며 몇 작품만 AFI 선 정 인기 영화대사 100위에서 발췌 하였으며 나머지는 필자의 기준이다).

영 화 로 보 는 시 공 간

1. “If you let my daughter go now, that’ll be the end of it. I will not look for you, I will not pursue you. But if you don’t, 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만약 내 딸 을 지금 풀어준다면, 그게 끝이야. 난 당신들을 찾지도, 쫓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난 당신들을 찾을 것이고, 끝까지 쫓아서 죽일 것이다” (Taken, 2008) 금발의 이 (제는 60대 할배 가 되어버린) 근육질의 아저씨가 딸 찾기를 시작 한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간다. 그는 이제 딸 도, 아내도 찾았고 이제 더 이상 복수 할 데 도 없을 것 같았지만 잊을 만 하면 나와서는 열심히 운동하고 싶게 만든다. 테이큰, 2008. 2.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당신은 내가 더 나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 (As Good as It Gets, 1997) 때때로 내가 왜 이 정도 사람 밖에 못 되는지 슬프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탐이 나서 혹은 그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이유가 여러 가지 일 수 있겠으나 이 영화에 서는 전적으로 나 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그녀와 함께이고 싶어서다. 잭 니콜슨의 찌 질한 결벽증 환자 역할이 빛이 나던 영화,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1997. 3. “I’m just one stomach flu away from my goal weight.”: “내 목표 몸무게로 가기 위해서 이제 딱 배탈 한 번 남았어” (The Devil Wears Prada, 2006) 난생 처음 패션지 (VOGUE) 회사에서 인턴 으로 일하게 된 앤디는 허구헌 날 다이어트와 거식증을 오가는 동료들에 둘러 쌓여 몸무게 타령 을 듣는 것이 일상이다. 패션 업계의 허울에 진저리를 치던 그녀는 본인이 원했던 신문사에서 일 하게 되지만 보그를 떠날 때의 앤디는 10키로는 족히 빠진 몸으로, 온 몸에 명품을 걸치고 있다. 허영끼 빼고 살자고 샤넬 옷 입은 여자가 말하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 4. “Magic Mirror on the wall, who is the fairest one of all?”: 모든 여자아이들이 어릴 적 한 번 쯤 해 본 짓이 아니던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ves, 1937) 이제는 물어보고 싶지도 않은 질문이지만 원문이 뭔지는 알고 묻자. 직역 으로 보면, 누가 제일 ‘예쁘니 (beautiful)?’ 가 아닌 ‘괜찮은, 최고 (fairest)’ 가 된다. 이 세상에서 누가 최고니? 백설공주, 1937. 5. “I don’t want to survive. I want to live.”: “난 생존하고 싶지 않아. 난 살고 싶어” (12 Years a Slave, 2013) 솔로몬은 나름 잘 나가던 음악가였으나 시대를 잘 못 타고난 죄로 결국 노예로 팔려 가게 된다. 생존이 아닌 삶을 원했던 그는 12년 동안의 개고생 후 결국 가족과 재회한다. 노예 제 도가 사라진 지금, 우리는 생존 중 인가, 살고 있는가. 노예 12년, 2013. 6. “You is kind. You is smart. You is important.”: “넌 친절하고, 현명하고, 중요한 사람이야” (The


Help, 2011) 사실 이 대사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뉘앙스를 잃는다. You 의 be 동사인 are 가 아니 라 is 를 쓰는 것은 노예 시절 미국 남부지방의 사투리 같은 것인데 주로 흑인들의 말투에서 많 이 보여지는 언어적 특성이다. 이 대사는 헬프 (2011) 에서 주인공인 흑인 하녀, 에이블린이 주 인집 소녀를 무릎에 앉혀놓고 하는 말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하녀지만 절절한 눈빛 으로 소녀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이 장면은 누구나 아는 저 세 단어가 얼마나 강 력한 지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헬프, 2011. 7. “Keep your friends close, but your enemies closer.”: “친구를 가까이 둬라. 그러나 적은 더 가 까이 둬라” (The Godfather, Part II, 1974”) 이미 너무 많은 곳에서 패러디 되고 읊어진 대사 아닌 가. 친구 보다 더 가까운 존재, 적. 은 필수 불가결한 그런 것이다. 대부, 1974. 8. “Would you love me for the rest of my life?” “No. I’m gonna love you for the rest of mine.”: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남자는 여자에게 묻는다. “내가 죽을 때 까지만 날 사랑해 주겠소?” 그 리고 여자가 답한다. “내가 죽을 때 까지 당신을 사랑할 거에요” (phenomenon, 1996). 존 트라 볼타가 로맨틱한 남자주인공으로 나왔던 마지막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그는 살 찌 고 엉망이 되었지만 이 영화를 생각하면 나도 그를 위해 ‘열녀’ 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페노메논, 1996. 9. “The greatest trick the Devil ever pulled was convincing the world he didn’t exist.”: 악마의 가장 성공적인 속임수는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세상이 믿도록 한거요 (The Usual Suspects 1995). 케빈 스페이시는 이 대사와는 반대로, 세상으로 하여금 본인이 만들어낸 카이저 소제의 존재를 믿게 만들어서 탈출에 성공했다. 혹은 그의 존재를 철저히 파묻어서 마치 없는 사람처럼 속였으니 그는 악마보다 더한 악마가 아닐까. 유주얼 서스펙트, 1995. 10. Dracula: “Listen to them. Children of the night. What music they make.”: “(드라큘라) 들어 보게, 밤의 아이들을…. 그들이 만드는 음악을. (Dracula 1931): 드라큘라의 모든 대사는 성경처 럼 외우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브람 스토커의 원작도 그렇고 31년작 영화 버전도 그렇다. 특 히 드라큘라 백작이 노래하는 ‘악의 찬양’은 너무나도 시(時) 적이고 농염해서 새벽에 먹는 아이 스크림처럼 자꾸만 삼키고 싶다. 드라큘라, 1931.


살들 그림 / 준가 junga.pic@gmail.com





퀴어 시를 스케치 하다

[장면1] 커밍아웃(coming

out)은

성소수자가

스스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말하며, ‘벽장 밖으로 나오다 (coming

out

the

closet)’라는

어구에서

유래되었다.

일반적으로, 커밍아웃은 세 가지 단계로 설명된다. 첫 번째 단계는 “스스로 알게되는 것”으로, 정체성을 자각하게 되며 동성 간 관계에 열려있는 상태다. 이것은 종종 내적인 커밍아웃이라 불린다. 두 번째 단계는 가족, 친구, 동료 등 타인에게 커밍아웃하기로 마음먹은 것을 말한다. 세 번째 단계는 LGBT로 드러내놓고 살아가는 것이다. -한국어 위키피디아

[장면2] “동성애자인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께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그들이) 더 이 상 갈 곳이 없다. 그 친구는 정말 목숨을 걸고 부모님만이라도 이해해달라고 얘기한 것이니, 제발 내치지 말고 안아주시길 바란다.” -홍석천 “부모들이 동성애 자녀 내치지 말았으면” (스타뉴스, 2013.10.17)


[장면3] “아들이 동성애자라고 말했을 때 제 세계는 무 너졌습니다. 저는 아들 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했습니다. 8개 월 전, 제 아들은 다리 를 뛰어내려 자살했습 니다. 저는 게이와 레즈 비언에 관한 지식이 없 던 걸 깊이 후회합니다. 제가 듣고 배웠던 모든 것들이 편협한 생각과 비인간적인

모함입니

다. 만약 제가 들은 것 외에 더 조사해 봤더라

[장면4]

면, 아들이 저에게 마음 을 열었을 때 아들의 말

난 나의 부모님과 형제와 친구들에게 아들이

을 들었더라면. 후회하

동성애자임을 말했다. 우리 가족들은 아이가

면서, 여러분과 여기에

차별받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서 있지도 않았을 겁니

가장 중요한 일은 자녀를 지지하여 자존감을

다.”

높이고, 사회로부터의 차별과 혐오를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수많은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

세월을 홀로 감당해냈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중, 바비의 어머니 메리

않고 이겨내며 살아가려고 하는 용기 있는

의 발언.

아이들이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커밍아웃 스토리] 2. 나를 성장시켜준 아들. (글 지인. 2016.10.24)


벽장 밖으로 1 사랑하는 나의 나무야 나는 너의 가지를 치지 않으련다 너의 꽃을 잘라내지 않으련다

스물 한달 씨를 심어 싹이 튼 순간 가녀린 잎싹에 나는 떨었어 무엇이 될지 몰라 그랬었을까 무엇이 되버릴까 염려했을까?

가지치기 끄떡않고 뻗은 줄기에 그대로 자라잖길 기대했지만 나무야. 이제는 나도 안단다 너를 심었단들 그것마저 내 일이 아님을

어쩌면 지상, 어쩌면 지하 향해 누군간 아니라는 꽃을 피워 내게 준 나의 나무야, 사랑하는 나의 나무야 너의 꽃을 기뻐하며 받으마

누군가는 물을 주고 누군가는 서리를 주는 겨울이 낭낭할지 모를 너의 피워냄 나는 믿으니, 부디 그 꽃 피우려무나 천리 넘어 향 퍼지게 키우려무나

나무야. 나는 너를 참으로 사랑한단다

루나 @QueerPoemLuna https://www.facebook.com/QueerPoemLuna


** 식물의 분류나 생태, 인간 관련 의학, 퀴어 관련, 무속, 종교, 음악, 소설 이나 시와 같은 문학 관련, 사진, 일러스트 혹은 적어놓은 것 이외에도 무언가를 꾸준히 기고하실 분들은 언제든 exxx2x@gmail.com 으로 문의주세요. 설마 이런걸 연재가 될까? 하는 것들 다 되게 만들어 드립니다. **


20_ 메이커스 언젠가 연락이 왔다. 그의 취미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글쓰기 와 그림 그리기가 일이 되었다는 소식을 안고. 놓치지 않고 있던 꿈 한 자락을 보다 가까운 곳에 두게 된 것 같아서, 그

옆 사람 인터뷰

소식을 듣자 나도 기뻤다. 몇 계절을 보낸 시월의 끝에 그를

1_ Granz갔다. Globewalker, 여행하며 음악하기 만나러 세운상가에

세운상가에 지인을 도와주러 왔다고 했어요. ‘2016 서울상상력발전소 : 세운상가 그리고 메이커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 고 있는 행사예요. �� ���� ��� ��� ���� ���� ���� ���

����� ����� ��� 밤�� �� ��� ���� 결 세운상가의 기술자와 참여 메이커가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행사였어요. 산딸기마을이라는 팀을 도와주러 왔는데, 이 팀은 3-4 �� 사람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어디에 가도 있 년 전부터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테크 DIY 관련 모임을 지속해 왔어요. 이틀간 라즈베리파이라는 손바닥 PC로 2인용 아케 는 것은 사람이요, 사람으로 펼쳐진 시공간이 이드 오락기를 만드는 워크숍을 진행했고 인기가 정말 많았어요. 었다. 내가 만났고 만나고 있는 사람들 또한 아름다운 여행을 뜻이에요. 이야기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메이커스를 직역하면여행지의 무언가를 하나였다. 만드는 사람이라는 고 싶었으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생 각했다. 여행해볼 작정이라고. / DIY를 하는 사람은사람을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 스스로 만들고 즐기는 데 그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은 없었지요. 최근 온라 인 커뮤니티가 발달하고, 미니컴퓨터나 전자 부품의 가격이 저렴해지고, 오픈 소스가 많아지면서 자기가 만든 걸 보여주고 알 려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었어요. 메이커라는 게 직업도 아니고 특별한 그룹을 칭하는 것도 아니에요. 자기가 만든 걸 보여주 고 공유하고,게스트하우스에는 이를 향유하는 문화라고 보면삶이 될 것 오고갔다. 같아요. 기술뿐 다양한 그 아니라 메이커 문화에 있어서 분야가 제한되어 있지도 않아요.

랜트는 미국에서 온 장기 투숙객이었는데, 여 웹툰 작가로서의 첫발도 이 메이커스와 관련되어 있어요. 행을 온 사람치고는 그의 하루가 꽤 정적이었 다. 그는 공용 공간에서 편의점 음식을 먹거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방황할 때였어요. 취업 준비도 하고 대학원 준비도 하고 그랬는데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어요. 이 시간에 비틀즈의 전곡을 모아 놓은 교본을 옆에 두고 뭐할까 생각하다가 이렇게 고민하느니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해 보자 해서 메이커 관련 만화를 만들게 되었어요. 만화도 좋 기타를 치고는 했다. 내가 그의 반려자와 다름 아하고 메이커 문화도 좋아해서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예요. 네이버와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네이버는 호응이 없었어요. 반면 없던 기타를 두 동강 내기 전까지는(당분간 는 비틀즈와 로드리게즈 만큼이나 그의 노래를 페이스북 한국메이커모임이라는 곳에서는 반응이 좋더라고요. 조금 있으니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메이크올이라는 홈페이지 Hey Jude를 배우겠다고 설칠 일은 없으리라). 좋아한다. 에 연재해 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뜻밖에 온 좋은 기회였어요. 어릴 때부터 그가 연재하는 의사가 경험은 될 것을 취미로 만화를 그리던 때와사람들은 일로서 웹툰을 또 다를 거예요. 연재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그때의 경험이 궁 금해요. 기대했지만 6살 때부터 그는 음악을 꿈꾸었다

고 한다. 소망은 오랜 시간 그대로였으나 대학

조금 더 오래 머물 줄 알았는데 시드니에 갔 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일주일에을 한 번씩 연재했는데, 일주일이 웹툰 음악을 한 회를 만들기에는 짧은 기간이더라고요. 그래서 힘든 점도 있었는데, 지나고 졸업한 후에야 그는 온전히 하기로 나니 뿌듯해요. 등장하는 사람들은 실제 메이커예요. 그래서 나도 그분들을 만나고 취재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 마음을만화에 먹었다. 오래직접 있고 싶었지만 관광비자만으로는 그 다 반겨주셔서 좋았어요. 좋은 말도 많이 들었고 쓴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17화까지 이어졌고 다른 일을 시 럴 수웹툰은 없었다. 한국에 다시 이후에는 가고 싶고 그전까 작하게 되었어요. 하는 일이본 듣기에 수도 있는데 아버지 일을 함께하게 되었고,한다. 이 일도 재밌게 그를 지금 마지막으로 날, 재미없을 직접 녹음한 아홉 제약회사예요. 지 시드니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비행기 하고 있어요. 곡이 담긴 CD 한 장을 선물로 받았다. 요즘 나

표를 사기 위해 잠시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


전공은 전자공학이었어요. 다양한 분야에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기후변화 관련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 데, 틈틈이 만화를 그리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어릴 때 집에 있던 이면지를 가져다가 매일 누나랑 바닥에 누워 그림을 그렸어요. 나는 이 캐릭터를 만들고 누나는 저 캐릭 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었지요. 가족이 다들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옛날에 아버지께서 그림을 그려주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메이커 활동이나 웹툰 연재도 지속하고 싶은 거지요. 얼마 전 메이커 페어에서 전시를 했어요.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도 보고 좋았는데 조금 그렇기도 했어요. 이전에 함께하던 친구 들이 다들 잘하고 있더라고요. 그 사람들도 힘들기는 하지만 재밌게 뭔가 계속하는 걸 보니까 나도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안 할 수는 없어요. 이렇게 사는 게 답이다,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아무쪼록 끈을 놓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처럼 주말이나 틈나는 대로 전시에 참여하고 싶고 웹툰도 언젠가 다시 시작할 거예요. 이전에 웹툰을 연재하면서 느꼈던 부족한 면들을 채우기 위해 조금씩 공부도 하고 있어요. 다시 하게 되었을 때 그때는 좀 더 잘하고 싶으니까. 웹툰을 볼 수 있는 곳도, 메이커스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곳도 알려주면 좋겠어요. 메이크올(www.makeall.com)이라는 홈페이지에 연재했고 개인적으로 Makers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했어요. 메 이커 관련 정보를 얻고 싶다면 페이스북의 한국메이커모임이라는 그룹이 도움이 될 거예요. 글, 정리 : 이내


건축이 좋아. #33. 시간의 건축: 베니스의 시계탑, TORRE DELL’OROLOGIO aoikasa

어느 날 아침, 잠에서 막 깨어난 그가 말했다. "시계가 갖고 싶어. 이 곳에 시계를 하나 설치해야겠어."

이 한 마디로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15세기, 베니스.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에 벌어진 이야기이다.

시계가 갖고 싶다 외친 이는 베니치아 공국의 총독(Doge)이었고, 그의 외침에 따라 베니스의 상원위원 들은 산 마르코 광장의 오래되고 낡은 시계를 대신하여 새로운 시계를 설치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계탑도 경복궁 내 건청궁의 서재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 역시도 어느 날 아침 고종이 ‘짐도 시계가 갖고 싶노라’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을…)


그러나 당시 베니스에는 시계를 만드는 기술자가 없었고, 따라서 인근 지역인 Reggio Emilia에서 시계 장인을 불러올 수 밖에 없었다. 일주일이 걸려 도착한 시계 장인 Zuan Carlo Rainier는 코발트 블루와 금빛으로 빛나는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으나, 이 시계가 실제로 설치되는 데에는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이 시계를 설치하기 위해선 12세 기에 지어진 Vecchie Procuratie(베니스 제 2의 권력자인 시장의 집무실이자 거주공간)의 일부를 대대 적으로 개축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Vecchie Procuratie의 일부를 헐어내고 만든 시계탑에는 시계뿐 아니라 여러가지 장치들이 함께 설치 되었다. 베니스의 총독이 살고 있는 두칼레 궁 방향, 즉 산 마르코 광장 방향으로는 푸른 바탕에 금빛 별자리가 새겨진 아름다운 시계와 아기를 안고 있는 마리아, 동방박사들과 가브리엘 조각상들이 설치되 었다. 이로써 석호(Lagoon)에서 산 마르코 광장을 바라보면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계와 조각들 로 치장된 시계탑이 사람들의 두 눈을 사로잡게 되었다. 반면 시장쪽을 바라보는 면에는 그저 시계만 하 나 달랑 설치되었는데, 이유야 뭐 분명하다. 그가 원하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이 시계탑은 베니스에서는 좀 특별한 것이다. 아니, 적어도 내 생각에는 이 시계탑은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것일 듯 하다.

산 마르코 광장의 focal point. 지금도 베니스의 주요 교통수단은 배이다. 바포레토라 불리는 대중교통수단인 수상버스, 수상택시, 곤 돌라 등을 타고 사람들은 이동한다. 시계탑이 설치되었던 500년 전도 마찬가지였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가 자신이 배가 돌아오길 간절히 기다리듯, 그들에게 석호를 통해 들어오는 배는 외부 세계와 베니스를 이어주는 유일한 연결수단이었다.

베니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산 마르코 광장으로 다가오는 배는 저 멀리에서부터 산 마르코 광장의 맨 앞에 있는 기둥 두 개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베니스의 상징인 마르코 성인과 사자가 맨 위에 올라 가 있는 이 두 개의 기둥은 마치 베니스로 들어가는 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두 개의 기둥 가운데에 이 시계탑이 보인다. 온통 하얀 (좀 더 정확히 밀해서 옅은 회색 빛의) 광장에서 유일하게 푸른 색과 금색으로 빛나는 건물, 그 사이에 있는 시계에 눈이 가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바포레토를 타고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하며 찍은 사진.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하는 중심점에 푸른 빛 시계가 위치 하고 있다.)

오로지 시계를 위해 봉헌된 건축 궁의 일부를 고쳐 만들어진 이 시계탑은 그저 탑 위에 시계 하나를 부착한 그런 시계탑이 아니다. 이 건 축의 전부는 바로 이 시계를 위해 봉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시계탑 건물의 1층에는 산 마르코 광장과 베니스의 (옛) 중심 상점가인 Merceria를 잇는 아치 통로가 있고 그 위에 바로 시계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 위엔 아기를 안은 마리아상과 양 옆으로 각각 로마 숫자와 아라비아 숫자로 되어 있는 숫자판이 보인다. 그 위에는 베니스의 상징, 산 마르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사자상이 있고, 그 위 옥 상에는 종과 종을 치는 두 사람의 조각이 있다. 즉, 이 시계탑에는 시계의 역할을 하는 요소가 3개나 있 는 것이다. 맨 아래의 천문 시계(Astronomical Clock)와 5분마다 시간을 알려주는 위층의 디지털 시계, 그리고 매 시간을 알려주는 종까지.

먼저, 시계탑의 중심에 위치한 천문 시계부터 살펴보자. 그냥 멀리에서 보면 일반적인 다이얼 시계라 생 각할지 모르나 이 시계에는 각종 천문 정보들이 담겨 있다. 지구를 중심으로 해와 달이 돌고, 황도의 위 치가 표시된다. 원형 시계의 네 모서리에 있는 원형 창에는 원래는 아스트롤라베(천문 기구)가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없어졌다.


이 시계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하지만, 이 시계 위에는 또 하나의 시계가 더 설치되어 있다. 아기를 안은 이 시계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하지만, 이 시계 위에는 또 하나의 더 설치되어 있다. 안은 마리아상 양 옆으로 설치된 푸른색 시계가 바로 그 것이다. 원래시계가 이 자리에는 두 개의 창이아기를 있었고, 매 이 시계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하지만, 이 시계 위에는 또 하나의 시계가 더 설치되어 있다. 아기를 안은 마리아상 양 옆으로 설치된레일을 푸른색따라 시계가 바로 그 것이다. 원래 이 자리에는 개의 성모 창이 마리아에게 있었고, 매 시간 이 창을 통해 설치된 동방박사 3명과 가브리엘 천사가 나와 두 아기와 마리아상 양 옆으로 설치된 푸른색 시계가 바로 그 것이다. 원래 이 자리에는 두 개의 창이 있었고, 매 시간 이 드리고 창을 통해 설치된되어 레일을 따라 그러나 동방박사 3명과메카니즘과 가브리엘 천사가 나와 아기와 마리아에게 경배를 들어가게 있었다. 복잡한 잦은 고장으로 인해 성모 1755년 이후 이 시간 이 창을 통해 설치된 레일을 따라 동방박사 3명과 가브리엘 천사가 나와 아기와 성모 마리아에게 경배를 드리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잦은 고장으로 인해축소되었다. 1755년 이후지금 이 이벤트는 일년에들어가게 두 번으로 (1월 6일(예수 공헌복잡한 축일)과메카니즘과 예수승천일(부활절 40일 후)) 경배를 드리고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복잡한 메카니즘과 잦은 고장으로 인해 1755년 이후 이 이벤트는 두 (로마자가 번으로 (1월 6일(예수 예수승천일(부활절 40일 후)) 축소되었다. 의 푸른 색일년에 시계는 시간, 숫자가공헌 5분축일)과 간격으로 분을 알려주는) 1858년 설치된 것인데, 지금 이런 이벤트는 일년에 두 번으로 (1월 6일(예수 공헌 축일)과 예수승천일(부활절 40일 후)) 축소되었다. 지금 의 푸른기계 색 시계는 시간, 숫자가 5분 간격으로 분을 알려주는) 1858년 설치된 이런 타입의 시계가 (로마자가 공공을 위해 설치된 것 역시 세계 최초였다. 여전히 1년에 두 번은 이 것인데, 시계를 빼고 의 푸른 색 시계는 (로마자가 시간, 숫자가 5분 간격으로 분을 알려주는) 1858년 설치된 것인데, 이런 타입의 기계 시계가 공공을천사가 위해 설치된 것 역시 세계 불고 최초였다. 여전히 1년에 번은 이 시계를 빼고 동방박사 3명과 가브리엘 나와 천사는 나팔을 동방박사들은 각자의두방식으로 경배를 한다 타입의 기계 시계가 공공을 위해 설치된 것 역시 세계 최초였다. 여전히 1년에 두 번은 이 시계를 빼고 동방박사 가브리엘 천사가 나와 불고 한다. 동방박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경배를 한다 고 하니, 이3명과 날짜에 맞춰 베니스에 다시 천사는 가보고 나팔을 싶어지기도 동방박사 3명과 가브리엘 천사가 나와 천사는 나팔을 불고 동방박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경배를 한다 고 하니, 이 날짜에 맞춰 베니스에 다시 가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고 하니, 이 날짜에 맞춰 베니스에 다시 가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맨 위에는 종이 설치되어 있다. 이 종은 두 사람의 무어인(아프리카 사람을 일컫던 말)이 매 시간 치게 맨 위에는 종이 설치되어 이 종은나이 두 사람의 무어인(아프리카 일컫던젊은이가 말)이 매한시간 치게 되어 있는데, 광장에서 볼 있다. 때 오른편의 든 사람이 먼저 치고 바로사람을 이어 왼편의 번더 친 맨 위에는 종이 설치되어 있다. 이 종은 두 사람의 무어인(아프리카 사람을 일컫던 말)이 매 시간 치게 되어즉있는데, 광장에서 볼 때 12시라면 오른편의 24번의 나이 든종이 사람이 먼저 되는 치고 것이다. 바로 이어 젊은이가 한 번 더 친 다. 1시라면 2번의 종이, 울리게 왜 왼편의 하필 무어인이었을까? 정확 되어 있는데, 광장에서 볼 때 오른편의 나이 든 사람이 먼저 치고 바로 이어 왼편의 젊은이가 한 번 더 친 다. 이유는 즉 1시라면 2번의 종이, 12시라면 종이 울리게 것이다. 왜 세고 하필 강하니까 무어인이었을까? 정확 힘이 바람이 불고 한 모르겠지만, 이 곳을 안내해24번의 준 Elena는 아마도되는 무어인은 다. 즉 1시라면 2번의 종이, 12시라면 24번의 종이 울리게 되는 것이다. 왜 하필 무어인이었을까? 정확 세고 강하니까 바람이디테일 불고 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지키며 곳을 안내해 준 Elena는 아마도 무어인은 비가 와도 언제나 이 곳을 종을 지키는 게 아닐까? 라는 대답을힘이 들려주었다. 이 조각상을 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곳을 안내해 준 Elena는 아마도 무어인은 힘이 세고 강하니까 바람이 불고 비가 와도 이 곳을 지키며 지키는 게 아닐까? 라는 모습을 대답을 하고 들려주었다. 이 조각상을 디테일 하게 뜯어 언제나 보면 햇빛에 그을린 잔종을 근육이 발달한 강한 남자의 있어 Elena의 말이 이해가 비가 와도 언제나 이 곳을 지키며 종을 지키는 게 아닐까? 라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이 조각상을 디테일 하게 뜯어 보면 햇빛에 그을린 잔 근육이 발달한 강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어 Elena의 말이 이해가 간다. 하게 뜯어 보면 햇빛에 그을린 잔 근육이 발달한 강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어 Elena의 말이 이해가 간다.500년 전에 이토록 놀라운 시계를 만들고, 시계탑을 세운 베네치아인들. 시 무려 간다. 무려 500년청각적으로, 전에 이토록그리고 놀라운다양한 시계를이벤트로 만들고, 시계탑을 세운 알려주는 베네치아인들. 시 건축은 그냥 예쁜 시 각적으로, 시간과 절기를 이 시간의 무려 500년 전에 이토록 놀라운 시계를 만들고, 시계탑을 세운 베네치아인들. 시 각적으로, 다양한 이벤트로과학과 시간과예술, 절기를그리고 알려주는 이 시간의 건축은 그냥 예쁜 시 계가 있는 청각적으로, 탑이 아니다.그리고 이는 베네치아인들의 종교가 다 합쳐진 결과물이었으며, 각적으로, 청각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로 시간과 절기를 알려주는 이 시간의 건축은 그냥 예쁜 시 계가 있는 탑이대한 아니다. 베네치아인들의 예술, 했다. 그리고 종교가 다 합쳐진 결과물이었으며, 이들의 전통에 오랜 이는 시간의 노력이 합쳐진과학과 결과이기도 바로 이 시계가 1999년까지 전통적인 계가 있는 탑이 아니다. 이는 베네치아인들의 과학과 예술, 그리고 종교가 다 합쳐진 결과물이었으며, 이들의 전통에 대한 오랜 시간의 매일 노력이 합쳐진 했다. 바로 이 시계가 1999년까지 방식으로, 즉 종지기가 수동으로 매일 종을 결과이기도 울렸다는 점은 그저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전통적인 이들의 전통에 대한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이기도 했다. 바로 이 시계가 1999년까지 전통적인 방식으로, 즉 종지기가 수동으로 매일 매일 종을 울렸다는 점은 그저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방식으로, 즉 종지기가 수동으로 매일 매일 종을 울렸다는 점은 그저 놀라울 수 밖에 없었다.

(시계탑 내부에 있는 시계탑 도해도) (시계탑 내부에 있는 시계탑 도해도) (시계탑 내부에 있는 시계탑 도해도)


그렇다면 이 시계 뒷 공간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시계가 위치한 건물의 내부 공간에는 물론, 시계가 작동하기 위한 각종 장치들이 있다. 앞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복잡한 시계의 기계 시스템이 건물 내부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 공간은 시계탑을 지키는 이, 즉 종지기의 집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주거공간이 수평적으로 배치되는 것과는 달리 이 집은 수직적으로 각 실이 배치되어 맨 아래 층이 거실, 그 위층이 식당, 그리고 그 위가 침실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거실의 바로 앞에는 거대한 시계의 추들이 내려와 있고, 집의 가장 좋은 공 간들, 그러니까 남쪽 햇살이 드는 산마르코광장을 향한 실들은 전부 시계가 차지하고 있다. 이 시계탑 이 완성된 것이 1499년이고, 종지기가 이 곳을 떠난 게 1999년이니 무려 500년동안 종지기의 가족들은 종일 시계가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소리와 진동과 함께 이 곳에서 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 곳을 단 하루 도 떠나지 않고 매일 종을 울리며 말이다. 이쯤 되면 이 곳에서만큼은 사람보다 시계가 먼저였던 것이 아닐까…

(시계탑의 전면부와 그 뒤에 숨겨진 기계 장치들, 그리고 상점가를 향해 있는 시계탑의 후면부)

시계가 뭐길래. 15 세기를 즈음하며 베니스 외에도 밀라노, 파도바 등에는 시계탑들이 다수 건축되었다. 시계탑에도 종이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시계탑이 종탑과 다른 것은 대형 시계가 그 전면에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청각이 아닌 시각으로 시간을 알려주기에 시계탑은 종탑만큼 높지 않았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만한 위치인 광장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르네상스 시대 시계탑의 등장은 곧 신의 시간, 즉 종교적 시간에 지배받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 시간, 즉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시간에 지배를 시대 받게 시계탑의 되었음을 등장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기계적 지배받는 시계의 등장 르네상스 곧 신의 시간, 즉 종교적 시간에 것이 아니라 기계적 시간 이전에 사람들의 삶은 자연의 시간, 즉과학적인 해가 지고시간에 뜨고 달이 차고 기울고 하는상징적으로 시간에 영향을 받거나, 객관적이고 지배를 받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기계적 시계의

혹은 신의 시간, 즉 기도하고 예배하는 시간에 규정되었다면, 기계적 시계의 등장과 기계적 사람들의 삶은의해 자연의 즉 해가 지고 뜨고 르네상스 시대 시계탑의 등장은 곧 신의 시간, 즉이전에 종교적 시간에 지배받는 것이시간, 아니라 기계적 시간, 즉달이 차고 기울고 하는 시간에 영향을 받거 시간관의 등장 이후에는 지금과 같이시간, 시,분,초로 작은 요소로 쪼개진 시간, 일종의 사회적 약속으로서 혹은상징적으로 신의 즉 기도하고 예배하는 시간에 의해 규정되었다면, 기계적 시계의 등장과 기계적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시간에 지배를 받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기계적 시계의 등장 객관화된 시간에 의해 현대인의 삶은등장 지배당하게 된 것이다.같이 시,분,초로 작은 요소로 쪼개진 시간, 일종의 사회적 약속으로 이후에는 이전에 사람들의 삶은 자연의 시간, 즉 해가 지고시간관의 뜨고 달이 차고 기울고 지금과 하는 시간에 영향을 받거나,

객관화된 시간에 의해 현대인의 지배당하게 혹은 신의 시간, 즉 기도하고 예배하는 시간에 의해 규정되었다면, 기계적 시계의삶은 등장과 기계적 된 것이다. 이처럼 시계탑은 그 자체로 현대적 시간관을 담고 있는 시간의 건축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너무나도 시간관의 등장 이후에는 지금과 같이 시,분,초로 작은 요소로 쪼개진 시간, 일종의 사회적 약속으로서 흔해져버린 시계이기에 화려한 성당이나 높은 산 시간관을 마르코 광장에서도 별 주목을 받지 할 수 있다. 지금은 너무나 시계탑은 그 종탑에 자체로 비해 현대적 담고 있는 시간의 건축이라 객관화된 시간에 의해 현대인의 삶은 지배당하게이처럼 된 것이다. 못하지만, 지금으로부터 500 여년 전에는 Modern화려한 Time 의 상징이자, 베니스인들의 자랑이었을 흔해져버린 시계이기에 성당이나 높은많은 종탑에 비해 산 마르코 광장에서도 별 주목을 받지

것이다. 그렇기에 아마도 그들은 온 정성을 다해 시계탑을 만들었고 그 것을 유지하기 위해 종지기는 못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전에는 Modern Time 의 상징이자, 많은그 베니스인들의 자랑이었 이처럼 시계탑은 그 자체로 현대적 시간관을 담고 있는 시간의 건축이라 500 할 수여년 있다. 지금은 너무나도 뒤의 작은 공간에 그의 평생을 바치며 500 여년의 시간을 것이다. 시계탑을 이 것은 오로지 시계만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마도 그들은이어왔을 온별정성을 만들었고 그 것을 유지하기 위해 종지기 흔해져버린 시계이기에 화려한 성당이나 높은 종탑에 비해 산 마르코 광장에서도 주목을다해 받지 위해 봉헌된 건축, 베니스의뒤의 시계탑 작은이야기이다. 공간에 그의 평생을 바치며 500 여년의 시간을 이어왔을 것이다. 이 것은 오로지 시계만을 못하지만, 지금으로부터 500 여년 전에는 Modern Time 의 상징이자, 많은 베니스인들의 자랑이었을 봉헌된만들었고 건축, 베니스의 이야기이다. 것이다. 그렇기에 아마도 그들은 온 정성을 다해위해 시계탑을 그 것을시계탑 유지하기 위해 종지기는 그

뒤의 작은 공간에 그의 평생을 바치며 500 여년의 시간을 이어왔을 것이다. 이 것은 오로지 시계만을

위해 봉헌된 건축, 베니스의 시계탑 이야기이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 바라보이던 시계탑) (산 마르코 광장에서 바라보이던 시계탑)

(산 마르코 광장에서 바라보이던 시계탑)


지진파

이 책의 원제는 GOD 으로 책의 한국어 제목을 보았을 때에는 신의 존재와 그 시작에 대한 송곳같은 논파 인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신들이 다 양한 지역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실제 책의 구성도 하나를 아주 깊게 파고들기 보다 교나 신에 관심이 많은 두 명이 술 을 마시면서 이야기 하는 듯한 산만함과 가벼움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깊 은 것을 찾기 보다 두루 쉽게 이리저리 훑어본다는 생각으로 집어든다면 즐길만한 재 미가 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 가벼움과 공평함 때문이다. 딱히 어느쪽으로 치우쳐서 옹 호하기 보다 이지역은 이렇고 이지역은 이렇고 하면서 대충 세계를 오락가락 하다 마 는 동네 뷔페의 맛이 있다.

결과적으로 원제인 GOD는 잘 고른 제목이 맞고 한국어판은 흥미를 끌기 위해 약간 뒤틀린 것. 물론 그것에 끌려 보긴 했지만...


나온지는 좀 되었고, 나름대로 유명한 사람의 책이라 본 사람도 많겠지만 굳이 소개 하는 이유는 팬심에서 비롯하여, 이 책이 조금 더 많이 팔리길 원하는 마음이 아니다. 그럼? 이 사람이 쓴 책중에 이책이 가장 재미있어서?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재미라 면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쪽이 조금 더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 책이 실용서 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실용서다. 정말이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시위도 해보고 시비도 좀 붙고 억울 하게 법원이나 검찰에 가서 조사도 받을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 읽어두면 유용한 꿀 같은 정보로 가득차 있다. 뿐만아니라 적당한 경험담까지 들어가 있어 이해도 잘되 고 술술 읽힌다. 이 얼마나 좋은 책인가.

우리 살면서 잘 산다고 살아도 걸라치면 걸리니 미리미리 읽어두자. 변호사 살 돈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읽어두면 도움이 된다. 변호사 살 돈이 충분하면 사고도 더 칠 확 률이 높으니 역시 읽는게 남는 것이다.




경 계인

11화. 입속의 혀 - 외로울수록 달콤한 그것

글. 스푸트니크 (salomet@naver.com)

외롭고 힘들 때, 내 몸 가누지 못해 엎어지고 싶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사람. 불가항력으로 다가오는 것일수록 철처히 뿌리쳐야 할 것. 1. 언젠가 연재에서 언급했듯, 불교의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내가 베푼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선행)가 교리에 있는 까닭은 그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거나 사람들이 잘 지키지 못하는 덕목인 것을 반한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 그 다음에 되돌려 받기를 원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빈정상한다. 도움 받은 이는 마치 빚을 진것처럼 혼자 끙끙 앓으며 감정노동을 할 수도 있다. 특히 도움의 기간이 길수록 ‘충성’에 대한 부담과 강박이 생긴다. 그러므로 누군가 천사처럼 나의 곤경에 두팔벌려 환해도, 그 다음을 책임지지 못할거라면 그 품속에 섣불리 다이빙하지 말아야한다. 나는 졸업후 거의 2년동안 4명의 그룹원들이 어에세이를 쓰고 스승님께 첨삭받는 모임에서 공부했었다. 무상으로 이루어졌기에 크나큰 혜택이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다. 외국서 오래 생활하셔서 한국에 친구가 별로 없는데다 혼자 생활하시는 교수님과, 영화와 책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져 흉금을 털어놓고 지내다보니, 거기엔 함정이 있었다. 그룹원 사이엔 일종의 충성의식이 있었는데, 이전에 몇달 못 채우고 나간 전멤버를 욕하면서 성실히 오래 모임에 참가할 것을 암묵적으로 압박하는 식. 그러다보니 졸업도 했겠다 내 진로를 위해 그 그룹모임을 그만두는 결정마저 하나의 배신으로 느껴질만큼 압박이 느껴졌었다. 게다가 음악한다고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다보니 예전만큼 그분께 시간을 내지 못하게 되자, 매번 연락할 때의 어조나 분위기에서 ‘원망’의 감정이 느껴지곤 했다. 친해질수록 더 지켜줘야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힘든 일로 감정을 여과없이 표출하는 것도 일종의 감정노동을 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그랬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무상교육이 아니었구나’ 하는 배은망덕한 생각이 들기시작했고, 공사의 구분선을 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를 뒤늦게 깨달았다. 더 관계가 어그러지기 전에 솔직히 내 생각을 말드렸고 그러기를 몇번 했지만 그 분은 항상 새로운 개인사로 힘들어하셨고, 마찬가지로 힘든 나는 어떻게 더 도울 수 없는


처지가 되자, 그 소식을 듣거나 지켜보는 것도 괴로운 지경이 되었다. 내가 의리없는 인간인지를 수없이 자아비판하면서. 그러다보니, 정말 최악의 상황이 생겨도 그분께 연락을 하지 않게 된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도 내 한계와 처지를 알게 되었기에 똑같이 위로를 되돌려드릴 수 없으니 아예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겠다 다짐하게 된 것이다. 2. 외롭고 힘든 때일수록 합리적인 의사판단을 할 수 없는 시기이다. 이를테면 무능력해서 후견인이 결정을 대신해야 하는 이를 법률상으로 ‘금치산자’라고 한다. 그러한 가운데 거짓말 같이 후견인을 자처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자신의 삶을 꾸리는 것만도 녹록치 않은 세상에 남의 짐을 선뜻 지고 가겠다는 사람. 게다가 그가 낯선 이라면 더욱 그가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

내가 스물셋 정도나보다. 고등학교 동창이 오랫만에 좋은 알바자리가 있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 친구는 중학교때 짱이었지만 고등학교 와서는 얌전하게 지내는 친구다. 한번은 같이 롯데월드를 갔을 때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서다가 타학교 일진과 실랑이가 있었다. 이 친구는 살기어린 눈과 맷집으로 상대아이들이 깨갱하고 달아날 정도로 깡다구 있는 친구다. 나는 원래 의심이 많은데다, 이미 다단계에 대한 경험담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내 기억속 그 친구는 강하고 멋진 사람이었기에 의심없이 초대에 응했다. 이에 논현역 근처 멋진 건물에 면접보러갔더니 내 또래 아이들이 바바했는데 정말 어색할정도로 포옹을 해대며 격하게 반겼다. 원탁에 둘러앉았더니 각자 데리고 온 친구가 등뒤에 어깨를 잡은 채 서 있다. 그 때 이미 눈치를 챘다. ‘나는 지금 괴수동굴에 들어왔구나.....’ 정신을 차리고 친구를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눌러앉아 환호와 함께 등장하는 루비 마스터, 사파이어 마스터, 다이아몬드 마스터와 싸우기 시작했다.

친구는 당황했지만 3일째 ‘연수’를 마치고나면 나도 동참하게 될거라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것도 자신만만하게... 그러나 이틀째에도 내가 다른 사람과 합세하여 계속 끝판왕을 공격해대자 친구가 울면서 사정을 털어놓았다. 자신의 집안이 기울어서 돈을 많이 벌어야했고 이미 멤버가 되기 위해 상품을 300만원어치 샀다는 것이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전화했더니 당시 다단계고발법이 허술했다. 대신 미개봉 상품은 환불가능하단 확인을 받았다. 더 깊이 개입되어있던 다른 동창들이 있어 고발할 엄두는 못냈지만, 함께 사무실에 가서 환불을 받고 친구는 그 단체에서 탈퇴했다.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내가 간곳은 감금을 하는 무식한 짓은 하지 않았고, 환불도 해주는 나름 깔끔한 다단계다. 그러나 더 무서웠던 것은, 감금하지 않아도 제발로 그 함정으로 들어오도록 유인하는 그들의 전략. 우선,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지 얼마안된 신입생이나 2,3학년들이면서, 경제적으로 궁한 학생들을 주요 타겟으로 삼았다. 법률상 나이로는 ‘금치산자’에서 벗어났지만 사회경험을 해보지 않아 뭣모르는 나이의 친구들이었다. 다들 솜털 보송보송한...... 그런 이들에게 매끄럽게 사회생활을 하거나 직업인이 될 수 있는 일종의 훈련이라며 ‘입 속의 혀’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기술을 어필했다: 꼭 눈을 마주보고 말하기, 매끄럽고 자신감있게 ‘성공’을 팔기. 대놓고 비난해도, 눈하나 깜짝 안한다는 듯이 여유있게 대처했는데 그게 더 약이 올랐다. 사기꾼이 대단한건, 상대가 듣고싶은 이야기만 골라말하고, 모든 걸 인내하면서 상대의 수족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도 환불받고 난 뒤에는 ‘뭐 저런 X이 다 있어!?하고 내 욕을 했다고. 현재 대통령과 그 여자의 관계를 보면서, 그때 생각이 났다. 힘들수록 그 입속의 달콤한 혀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냐며 동정하기엔, 대통령은 너무 막중한 자리이고, 그걸 알면서도 묵인하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챙긴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쩌면 계약과 돈이 얽히지 않은, 사심없는 선의의 도움이라는 건, 판타지인 것이다. 나도 나약한 인간이면서, 남에게 그런 초월적인 힘을 바라는 것도 욕심일지 모른다. 그러니 제발...

만약 정말 무너질 것 같은데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돈을 내고라도 전문적인 상담을 받자. 지금의 대통령도 그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그래서 나도 지난달 20일 2년만에 다시 상담을 위해 돈을 냈다.

아래 링크는 그 상담사분께 경제적으로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추천해주신 곳이다. 일종의 협동조합 형식이기에 어느정도 타협의 여지가 있을수 있다고 한다.

http://www.traumahealingcenter.org/


의미없는 이야기 글. 그림. 철민


한 쪽 눈으로 바라본 세상 / 11. AAC? 글. exxx 글감을 찾는다고 뉴스를 뒤지고,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누군가가 재미있게 보지는 않을 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글을 쓰고 친구를 만나 그동안 본 것들을 이야기 하는 삶을 살면서 이것 이 행복이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뻔뻔하게 또 장애와 관련 된 글을 써야지 하고 글감을 찾던 중 우연히 ‘보완대체의사소통도구’ 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좋은 글감이다. 입맛이 당긴다. 라는 표현이 솔직한 순간의 마음이었고 그 다음은 비참하다는 생 각을 그리고 이제 얌전하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보완대체의사소통. 약어로는 AAC 라고 사용한다. 보완대체의사소통 이라는 말을 처음 보았는 데 AAC라는 표현이 눈에 익다면 아마 애플에서 주로 밀고 있는 음성압축 규격을 알고 있을 확 률이 높다. 둘 사이의 탄생시기를 감안해서 생각한다면 보완대체 의사소통 보다 음성압축 기술 이 더 과거의 일은 아닐 것이니 이것도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특수교육학 용어사전>에 따르면 보완대체 의사소통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독립적으로 말이나 글을 사용하여 의사소통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를 감소시키고 언어능력 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구어) 이외의 여러 형태의 의사소통 방법. 말의 발달이 늦거나 조 음의 문제가 있는 아동의 말을 보완(augment)하여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 상호작용을 보충· 향상·지원하거나 성대 수술이나 조음기관의 마비로 인해 발음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말 대신 에 의사소통 도구 등 다른 대체적인(alternative) 방법을 통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포함한다.

말하기와 쓰기에 심한 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의 장애를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보완해 주는 임 상치료 행위의 한 영역으로, 의사소통을 지원해 주고,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개인의 의사소통에 사 용되는 상징(symbol), 보조도구(aids), 전략(strategies), 기법(techniques) 등에 관한 총체적 인 접근방법이다. 상징이란 실제 사물, 제스처, 수화, 사진, 그림, 표의문자, 낱말, 점자 등을 말 하며, 보조도구란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받는데 사용되는 의사소통 책, 의사소통판, 음성출력도 구 등을 의미한다. 전략은 의사소통 기술을 신장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말하며, 테크닉이 란 의사소통 도구나 상징을 이용하여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직접 선택하기, 눈 응시, 스캐 닝 방법 등을 말한다.

아주 쉽게 설명 하면 아이들이 말을 배울 즈음 보는 낱말카드나 언어표현 동화책 같은 것을 떠 올리면 된다. 이것이 복잡해지면 휴대용 소형 카드판 이나 블록이 될 수도 있고 스마트폰이나 태 블릿의 앱이 될 수도 있다. 의사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모두 이에 해 당한다. 가끔 팟캐스트에 등장하는 글자를 읽어주는 컴퓨터 음성 같은 것도 훌륭한 보완대체의 사소통 도구에 해당한다.


위의 이미지들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것들이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이다 태블릿이 발 달하면서 앱으로 많이 수용되었다. 아래와 같은 앱도 있다.

My KVC(의사소통 장애인을 위한 소통도구) AAC 이런 흐름에 발 맞추어 NC 문화재단 에서는 2015년 보완대체의사소통 공모전을 개최하였고 삼성 창의 개발 연구소에서는 경기도 재활 공학 서비스센터와 함께 장애 아동·성인을 위한 의 사소통 보조기기 개발 및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30개월의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이 사 업은 1차년도에는 AAC개발, 2차년도에는 전국 보급, 마지막 3차년도에는 사례관리 사업이 진 행될 계획이다. 2차년도에 접어드는 올해에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2,000여명)에 게 보완대체의사소통보조기기 보급사업이 실시될 계획으로 이번달 9일 정식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나 태블릿과 같은 제품 개발 능력, 그리고 사회 전반적인 발달 상황을 보았 을 때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단계적으로 사회가 나아가고 있 다는 것과 보완대체의사소통 이라는 표현도 함께 알려 지나가는 기사라도 관심을 갖고 읽어볼 수 있도록 해보자는 마음으로 정리해 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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