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입니다. 수면을 걷는 사람들 - 1.상아 / 글. 소한집 영화 수업 - 각색 (Adaptation)영화 / 글. KIM 뼈와 살들 - 글. 그림. 준가 옆사람 인터뷰 - 축제 도비 / 글. 정리. 이내 건축이 좋아 - 34. 안녕, 2016년의 공간들 / 글. aoikasa 지진파 - 성경, 원본 삼국지 도토루의 하루 - 그림. 호지 경계인 - 12화. 멋진 신세계와 섬: 얽힘에 관한 명상 / 글. 스푸트니크 의미 없는 이야기 / 그림. 글. 철민 한 쪽 눈으로 바라본 세상 - 12. 열쇠 / 글. exxx
12월이네요. 매해 오는 12월이지만, 유독 올해만큼은 더 스산하고 외롭고 슬프게 느껴집니다. 올 해도 이룬 것이 없다거나 뭐 그런 후회보다는, 되려 뭐하러 그리 열심히 살았 나 싶은 그런 기분이랄까요. 저는 올 해도 참 많이 걸었고, 참 많이 보았습니다.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났고, 그 렇게 사람들을 만나며 한 해를 차곡차곡 쌓아갔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인 데, 아무 돈도 되지 않는 일인데, 관성이라도 있듯이 다시금 길을 나서고 길을 걷 는 걸 보면, 분명 그 일을 저는 매우 좋아하나 봅니다. 혼자 걷는 걸 좋아하던 제가 최근엔 누군가들과 그저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울컥 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시절이 이래서인지. 월간 이리에 연재를 한 지 4년이 넘어갑니다. 참 오래도 썼네요. 그간 함께 걷던 분 들이 떠오릅니다. 서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어도, 이리에서 스쳐 지나며 함께 걸었 던 분들의 글과 사진, 그림들이 문득 문득 그리워집니다. 부산오뎅이야기, 회사옆미술관, 여기문학이필요한시간, 웹디자이너생존매뉴얼, 우 울한 청춘, 작곡가B의 노트. 0,0,0. 다들 잘 지내시나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네요. 혼자 걷지 말고 함께 걸으며, 이 겨울 잘 버텨냈으면 좋 겠습니다. 그 옛날 히로의 한 마디, “애써서 헛수고인 건 없어. 설령, 갑자원에 못 간다 해도 말야” 를 기억하며. 안녕, 2016.
-aoikasa 파란 우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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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을 걷는 사람들
글. 소한집(@condensed_bold)
1 상아 상아는 열일곱 살까지 농담을 했지만 이후로는 농담을 하지 않았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상아는 웃었다. 상아는 밤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방충망을 보다가 맥주를 사러 갔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고, 이튿날 자기 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반짝이는 냄비에 비친 자기 얼굴에 대고 화를 내었다. 이후는 똑같았다. 상아에게는 진주라는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은 횟집에서 헤어졌다. 진주는 횟집에서 상아에게 이야길 했다. 꼭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으나 신경쓰기 시작했다면 감춰서는 안될 이야기라고 했다. 진주는 대학생 때 학원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고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진주는 그와 횟집에 간 일이 있었다. 미닫이 문이 틈 없이 닫히고 머리에 두건을 찬 남자가 모난 도구들을 차고 들어와서 직접 생선을 써는 그런 횟집이었다. 날것들이 눈앞에 가지런히 발려지자 진주의 머릿속은 완전히 백지처럼 되었다. 진주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는 두건을 쓴 남자가 들어오기 전에 진주에게 가끔 용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주는 그 일이 거래처럼 생각되었다. 진주가 받아들인다면 가끔 용돈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뿐이다. 하지만 진주는 그런 일을 전공하거나(아니, 이 일을 어디에 가서 전공해야 할까, 라고 진주는 멍하니 말했다) 배운 적이 없고, 아무런 경력조차 없는데 그가 어째서 진주에게 그 일을 제안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학원에서 그는 진주에게 가벼운 복사를 맡길 때에도 미심쩍어했다. 가만히 서서 시급을 채우는 게 싫었던 진주는 일을 구걸해야 했다. ――모든 일은 혼자서는 증거나 이유가 되지 못한다. 진주는 말했다. 상아는 가만히 있다가 나가자고 했다. 횟집 입구의 붉은 천막이 펄럭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상아는 진주에게 사과했다. 진주는 상아의 사과는 따로 떼어놓으면 진실하지만 이 세상에 놓였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진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건 문장의 맥락과 비슷한 것이라고. 그러나 한참 후에 진주는 사과를 받아들였다. 시간 순서와는 무관하게 사과를 거절한 것만이 그들에게 남았다.
상아는 공원에 가서 혼자 공을 찼다. 상아는 혼자 돌아다녔다. 상아는 아무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상아는 진주를 욕망하기도 했다. 어떤 종류인지 모르지만 그건 분명히 욕망이었다. 상아는 이것을 기록하자고 생각했고 수첩에 한 문장 적었다. 상아가 진주를 욕망하다, 간절히, 매 순간, 잊지 않고. 상아는 공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있다가 학생들이 던진 또다른 공에 맞았다. 학생들은 야 맞았잖아 야, 야 이런 소리를 내더니 날아간 공을 찾아 멀어져갔다. 상아는 따먹고 싶다, 라는 말을 수첩에 적어보았다. 하지만 범죄니까 하지 않겠다, 라고도 적었다. 키읔도 적었다. 상아는 수첩을 들여다보았다.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학생들은 공을 찾아오지 못하고 서로를 탓했다. 상아는 일어서서 자기 공을 차주었다. 학생들은 이상한 얼굴로 상아를 보다가 저들끼리 흩어졌다. 그러다 누군가 상아가 찬 공을 만졌다. 상아는 공원을 돌아 나갔다. ――이해한다고 할 수도 없잖아. ――왜? ――그게 더 심한 짓이니까…. ――지금 그 말이 더 심해. 진주는 술을 마시고 골목과 골목 사이를 계속해서 걸어다녔다고 했다. 상아는 그 말을 사당역에서 들었다. 그 카페에선 다들 공부를 하고 있었다. 상아는 진주의 말을 새겨들으려 했지만 자꾸 졸렸다. 진주가 침을 맞았다고 얘기했을 때 상아는 정신이 들었다. ――다시 얘기해 줘. 피곤해서 잘 못들었어. 진주는 그 이전과 같은 눈으로 상아를 보면서 이야기했다. 영등포역이었는데 타임스퀘어는 진작 문을 닫았고 진주는 거리에 바로 접한 호프에서 술에 취해 있었다. 친구가 진주를 바래다주겠다고 했는데 진주는 끝까지 취하지 않은 척 하면서 그를 뿌리치고 나왔다. 진주는 어두운 길을 그냥 걸었다. 아무 느낌 없어서 계속 걷다가 안 쓰는 신문 가판대를 무심고 걷어찼고 조금 놀랐다. 그뿐이었다. 조금 후에 진주는 어떤 사람을 보았다. 그는 문을 닫은 옷가게 앞에 서서 넥타이를 고쳐매고 있었는데 그 행동에 의문이 들 정도로 차림새가 엉망이었다. 머리칼이 쥐어뜯은 것처럼 되어 있었지만 불콰해진 얼굴의 열기로 김이 서린 안경을 보자 진주는 그를 기억해냈다. 학원에서 만난 그 남자였다. 그날 횟집에서 나와 큰 길을 따라 걸어가는 내내 진주는 차에 타지 않을 구실을 생각했었다. 진주는 지금은 어떤 구실을 생각해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무언가에 발이 걸렸고 호되게 넘어졌다. 가방에서 쏟아진 것들을 반사적으로 주워담고 고개를 들었을 때 멍청한 경고문처럼 쇼윈도에 걸려 있던 남자의 얼굴이 진주의 정수리 위에 있었다. 허리를 낫처럼 굽히고 누런 끼가 있는 눈으로 바닥에 주저앉은 진주를 유심히 관찰하던 그는 별안간 진주의 미간에 침을 탁 뱉었다. 골목이 깊어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가만히 진주의 손이 인조가죽으로 된 자신의 가방을 더듬어 만졌다. 콧잔등으로 흘러내리는 미지근한 액체를 느꼈다. 남자는 어딘지 멸시하는 듯한 눈으로 진주를 내려다보다가 구두굽 소리를 내며 멀어졌다.
――나는 이 일이 어디가서 얘기할 만한 게 못 된다고 생각했어. 그 이상 큰일이 없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괜찮다. 다치지도 않았고. 이 정도는 별 일도 아니다. 어디서 떠들고 다닐 일이 아닌 거다. 하지만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나를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어. 상아는 잘 모르는 곳을 향해 흐르듯이 계속 걸었다. 공원에서 불었던 바람이 기분 좋았다. 바람은 움직이지 않을 때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아는 아무도 보지 않는 우체통과 다른 것보다 작고 구멍이 많은 맨홀 뚜껑을 유심히 보면서 걸었다. 상아는 다른 곳으로 통하는 길을 찾고 싶었다. 모르는 장소가 계속 나왔다. 그게 망연하고도 기뻤다. 편의점이 나왔다. 상아는 우뚝 멈춰섰다. 익숙한 프랜차이즈 간판을 올려다 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녹색 간판의 불빛이 밤하늘에 번질 듯 말 듯 어른거리고 있었다. 상아는 휴대폰을 들고 번호를 눌렀다. 연결음이 끊기자 침묵 속에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렸다. 너무 작고 조용해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상아는 참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슬프게 해서 미안해. 목소리가 떨렸다. 상아는 어떤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아는 상아의 성이 자주 상처입는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피곤하고, 또 고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더 유예할 수 없는 사람이 곁에 서있다는 것을 상아는 알았다. 오래 기다린 응답은 마치 처음처럼 흘러나왔다. ――나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전화해줘서 고마워. ――고마워. 언니. 정말 고마워. 상아는 웃었다.
** 식물의 분류나 생태, 인간 관련 의학, 퀴어 관련, 무속, 종교, 음악, 소설 이나 시와 같은 문학 관련, 사진, 일러스트 혹은 적어놓은 것 이외에도 무언가를 꾸준히 기고하실 분들은 언제든 exxx2x@gmail.com 으로 문의주세요. 설마 이런걸 연재가 될까? 하는 것들 다 되게 만들어 드립니다. **
영화수업
각색 (Adaptation)영화: 독자여, 관객이 되어라!
(출처; Box Office Mojo http://www.boxofficemojo.com/alltime/world/) 위의 표는 역대 가장 높은 흥행을 기록한 영화 리스트이다. 여기서 퀴즈 하나. 과연 위의 작품들 중 영화 순수 창작물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네 편; 아바타1)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와 퓨리어스7 그리고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이다. 타이타닉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실제 선박사고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영화다. 쥬라기 월드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쥬라기 공원의 후속작으로 소설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으며,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는 전세계에서 사랑받은 판타지 소설이 원작, 스카이 폴은 역시 소설 원작인 007 시리즈 중 하나이다.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와 다크나이트 시리즈, 캡틴아메리카, 아이언맨은 만화책을 원작으로 하며, 2013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겨울왕국(Frozen) 역시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 작품. 애니메이션 미니언즈는 인터넷 애니메이션인 Despicable Me가 인기를 얻은 후 극장 개봉까지 이어진 사례이고, 트렌스포머 시리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을을 토대로 한 영화이며, 캐리비안의 해적은 독특하게도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가 영화화 된 것이다. 한국에서 각색이라 함은 ‘소설이나 만화(혹은 웹툰)같은 출판 매체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 것’ 이지만, 영어권에서 Adaptation은 소설, 만화의 스토리를 반영한 것 뿐 아니라(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스포트라이트), 소설이나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겨울왕국, 타이타닉, 록키), 비디오 게임을 토대로 만든 영화(슈퍼마리오, 툼레이더) 때로는 캐리비안의 해적2) 처럼 놀이기구에서 영감을 받은 것 등 포괄적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순수 창작물을 따져봤을 때 그 퍼센테이지가 반에 반도 미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 1) 아바타는 표절논란이 있어서 ‘영화가 원작’ 이라 단정짓기엔 께름칙한 면이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소설가들과 그 팬들 등 다양한 작품들이 표절 논란을 제기하는 것도 독특한 현상. 중국과 미국 작가가 미 연방 법원에 낸 표절 소송이 모두 기각되어 아바타는 법적으로 순수 창작물로 인정받은 상태이다.
글.kim
지금이야 원작의 종류나 각색의 정도가 다양하지만, 초기 각색 영화는 고전 소설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십분 반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미디어 전문가인 유리키오와 피어슨(Uricchio, W. / Pearson, R.E.)에 의하면, 영화 매체가 막 태어났을 때, 영화 종사자들은 이 새로운 매체를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처럼 예술로서 존중받는 매체로 확립하길 원했다.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셰익스피어나 제인 오스틴 등의 고전 문학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고전 문학들은 이미 ‘검증받은’ 이야기들이며, 다량의 팬층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객몰이, 즉 돈을 벌기에도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이 전략은 실제 영화 매체의 입지 다지기와 경제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영화가 독립적인 매체로 인정받고, 영화만의 내러티브 이론이나 영상 이론 등이 발전하면서 ‘ 좋은 각색 영화’에 대한 생각은 점점 변화했다. 소설을 그대로 ‘배끼는’ 것은 더이상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다. 흥행에 성공하거나 관객(혹은 독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을 지는 몰라도, 영화 예술로서 인정받는기는 힘들다. 영화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야기보다는 영화로서의 ‘ 무엇’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예를 들면 화면을 구성하는 미장센이나, 이야기/캐릭터의 감정을 반영하는 카메라 구도, 카메라 워킹 그리고 빛이나 음향의 사용, 효과적 편집 등을 통해 영상을 이론적, 미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영화 각색의 가장 좋은 예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 Vertigo (1958)이다. 현기증은 영국의 영화 매거진인 Sight & Sound가 10년에 한 번 발표하는 The Greatest Films of All Time 2012에서 평론가부문 13)위를 차지한 작품으로, 프랑스 소설 죽은 자들 사이에서(D’Entre les Morts)를 각색했다. 보통 각색 영화들이 ‘원작 이야기를 얼마나 닮았나’를 가지고 논의되는 것과는 다르게, 히치콕의 현기증은 영화의 독특한 미술 디자인과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사용한 카메라 기법 ‘트랙 아웃 줌 인(Track-out/Zoom-in)’으로 회자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 나선형의 시각디자인을 공간, 캐릭터의 움직임, 인물의 특징 속에 배치한다. 트랙 아웃 줌 인 기법은 이 영화에서 나선형 디자인을 극대화시키는 데 사용됐다. 카메라를 뒤로 이동하면서 렌즈로는 줌인을 해 공간을 외곡시키는 효과를 주는 이 기법을 감독은 나선형 계단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주인공의 시점샷으로 사용했다. 이는 주인공이 느끼는 고소공포증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PDF버전에서는 링크를 누르시면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Track-out/ Zoon-in: https://www.youtube.com/watch?v=je0NhvAQ6fM (0:33-0:34)
2) 캐리비안의 해적의 경우, 각색으로 볼 수
3) Sight & Sound가 처음으로 The Greatest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디즈니랜드의
Film of All Time을 발표한 것은 1952년.
캐리비안의
디자인된
Critics’ Top Ten Poll과 Director’s Top Ten Poll
몇몇 장면(?)들을 영화가 차용해 보여준 것
로 나뉘어 있었다. 히치콕의 현기증이 10위권
등을 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각색으로 봐도
안으로 진입한 것은 1982년이었으며 순위는 7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위. 1992년에는 4위로 올랐으며, 2002년에는
해적
놀이기구에
2위, 2012년에 1위에 올랐다.
트랙 아웃 줌 인 기법은 이 영화에서 나선형 디자인을 극대화시키는 데 사용됐다.
뛰어난 각색 영화의 또 다른 예로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1950)을 들 수 있다. 일본 단편 소설의 아버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두 단편 소설 <덤불 속>과 <라쇼몽>을 한 편의 영화로 각색한 이 영화는 영화에서의 ‘빛의 사용’과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는 미장센, 카메라 워킹, 음악으로 유명하다. 영화의 뛰어난 영상미를 말하려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쓸 이야기가 많지만, 이 글에서는 영상미가 아닌 영화 각색의 ‘정도’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한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두 편의 단편 소설을 굉장히 다른 정도로 각색했다. 영화 라쇼몽은 액자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영화의 액자 밖 이야기는 소설 <라쇼몽>을 각색한 것으로, 감독은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인 라쇼몽4) 과 시대적 배경(지진과 기근으로 황폐화된 도시)만 가지고 왔다. 한편 액자 안 이야기는 소설 <덤불 속>을 각색한 것인데 캐릭터 한 명을 삭제한 것 말고는 구성도, 캐릭터들의 대사도, 캐릭터가 등장하는 순서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덧붙여 이 두 소설을 섞는 과정에서 감독은 <덤불 속>의 캐릭터들을 액자 밖 이야기인 <라쇼몽>에 배치했는데, 이 간단한 변화로 소설 작가가 제시한 염세적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세계관을 제시한다.
<라쇼몽>으로 나온 <덤불 속>의 두 캐릭터: 나무꾼과 승려 작가와 다른 감독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영화 <라쇼몽>의 가장 마지막 씬 라쇼몽(1950)은 각색을 즐겼던 구로사와 아키라의 초기 각색작으로, <덤불 속>의 각색 정도를 따졌을 때 원작에 (그나마)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라쇼몽 이후의 아키라의 각 색 영화들은 소설 <라쇼몽>의 각색 정도와 비슷하다. 감독의 생전 인터뷰를 보면, 아키라는 각 4) 숭례문, 흥인지문과 같은 문. 일본의 옛 수도 교토에서 가장 큰 문이었다.
색을 할 때 원작에 충실하기보다는 원작을 ‘날것의 재료(raw material)’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 했으며, 무릇 영화 각색이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2016년에도 할리우드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각색작들이 쏟아져나왔다. 관객몰이와 흥행 보장 이 된다는 면에서 영화 제작자들은 좋은 원작을 찾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고 있으며, 감독들은 자신이 영감을 받은 책들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각색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각색 영화가 발표될 때마다 피로한 점이 있다. 바로 ‘영화가 원작을 망쳤다’, ‘원작보다 못하다’, ‘원작과는 다르지만 꽤 괜찮다’ 같은 평들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각색 영화를 대하는 일부 대중과 평론가의 시선은, 현재까지 예술매체로서의 영화이론이 충분 히 적립됐음에도 불구하고, 현기증이나 라쇼몽이 등장한 1950년대와 그다지 많이 달라지지 않 은 것 같다.5) 이것은 아마 영화를 ‘원작의 영화버전’으로 보는 관객들의 오랜 ‘습관’때문인지도 모른다. (주류 영화 산업이 흥행수익에 집중하며 영화를 ‘내러티브적 오락 매체’로 격하시킨 영 향도 있을 것이다.) 작가 George Bluestone은 이렇게 말한다. “영화 A가 소설 B보다 더 뛰어 나다, 혹은 형편없다 하는 식의 평가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존슨 왁스 빌딩’(건축물)과 차 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비교하는 것처럼 쓸모없는 짓이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영 화와 소설은 건축물과 발레만큼이나 다른 미적감각을 가진 매체이기 때문이다.
5) 현기증은 개봉 당시 흥행에 참패한 것도 아니었지만 성공하지도 못했다. 라쇼몽은 개봉 당시
평론가들과
관객들에게
외면받았으며,
개봉 다음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재평가받았다
살들 그림 / 준가 junga.pic@gmail.com
깡마른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안고 싶은 충동이 인다 가느다란 허리를 약한 팔을 어느 새의 것 같은 목덜미를
옆 사람 인터뷰
walker, 여행하며 음악하기
21_ 축제 도비
일하면서 은지를 만났다. 신기하게도 둘 사이에 아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고, 그 친구들의 이야기며 비슷한 관심사 덕에 우리 �� ����는���� ��� 언제나 즐거운 일을 모색하는 은지가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꽤 빨리���� 가까워졌다.
�� ��� 밤�� �� ��� ���� 결
각이 스쳤다. 어디에 가도 있
요, 사람으로 펼쳐진 시공간이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고 만나고 있는 사람들 또한
스스로 축제 도비라고 의 하나였다. 여행을 이야기하칭한 1년이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12월까지라서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업도 하고 싶 어서 지원금 받을 수 생 있는 곳을 찾고 있어요. 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여행해볼 작정이라고. /
무슨 창업을 하고 싶은 건가요.
저희 동네에 시장이 있는데 그 시장에 빈 점포가 몇 개 있어요. 빈 점포를 문화 공간의 거점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는 다양한 삶이 오고갔다. 그 문화가 꽃피는 곳이자 동네의 커뮤니티가 되는 거예요. 커뮤니티가 있기는 하지만 친목회나 나이 많은 분들 위주고 젊은 친구 온 장기 투숙객이었는데, 여 들이 하는 것은 없어요. 젊은 사람들이 같이 놀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걸 통해 동네에서 축제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는 그의 하루가 꽤 정적이었 을 기획하고 인문학 강의도 하고 기타 등등 하고 싶어요. 장사도 같이 할 건데 무엇을 할지 모르겠어요. 자본금이 많이 들더라 간에서 편의점 음식을술이나 먹거나 고요. 아마도 생과일주스.
모아 놓은 교본을 옆에 두고
다. 내가 그의 반려자와 다름 동강 내기 전까지는(당분간
겠다고 설칠 일은 없으리라).
1년 가까운 시간 축제, 크게는 문화 기획과 관련된 일을 했습니다.
는이비틀즈와 로드리게즈 그의무엇인지 노래를 궁금해요.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만큼이나 이유가 있다면 좋아한다.
대학 생활을 돌아보니 기획하는 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무언가를 기획해서 실행에 옮기거나 운영하는 일을 되게 좋아하더라
고요. 의사가 축제에 관해서는 람들은 그가 될 것을서울 축제 모니터링단을 하며 흥미를 느꼈고, 문화 강연을 기획하는 동아리를 했어요. 풍물패를 하기도
했는데, 전수라고 악기를 배우러 갈때 예산알았는데 등 총대를시드니에 메고 준비한 때부터 그는 음악을 꿈꾸었다 조금 더 공간 오래대여부터 머물 줄 갔적이 있었고 그때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 나, 알았어요. 이런 일을 계속하고 싶기는 한데 그게 축제인지 마을이나 동네 관련한 일을 하고 싶은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오랜 시간 그대로였으나 대학 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그는 온전히 음악을 하기로
청소년과 청년 문화에도 관심이 있고요. 나도 오래 있고 싶었지만 관광비자만으로는 그
럴 수 없었다. 한국에 다시 가고 싶고 그전까 학교 다니면서 과외를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마음 아팠어요.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로 본 날, 직접 녹음한 아홉 지 시드니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비행기 사회를 멋지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저희 동네에 청소년이 많아요. 마음 편히 와서 이야기하고 사회에 대해 관 장을 선물로 받았다. 요즘 나 표를 사기 위해 잠시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 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창업을 얘기했는데, 제가 제공하고 싶은 건 시간인 것 같아요. 시간이 느리게 흐르 는 공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공간이요. 이 동네에 뭐가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고 싶어요.
우리, 얼마 전 빵파티를 열었어요. 한성대입구역 근처 민카인드라는 곳을 알게 되었어요. 카페 겸 문화 공간인데 거의 무료로 공간을 대여할 수 있어요. 일이 한 가해져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참여한 사람들도 즐거워하고.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임대업자 하고 싶어요. 농담이고요. 하하 꿈이 있다면 크게 두 개인 것 같아요. 큰 축제의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하 나는 마을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활동가로서 일하는 것. 그리고 또 있는데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나 자체로 혹은 나와 어떤 활동을 하거나 내가 만든 프로그램에 참여하 거나 사고를 확장시켜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저한테는 문화 기획인 것 같고요. 한국은 고정된 프레임이 강한 사회 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깨지는 못하더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게.
글, 정리 : 이내
건축이 좋아. #34. 안녕, 2016년의 공간들 aoikasa 2002년의 시간들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해마지않은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 언젠가 한 번 이런 거 해보고 싶었다. 2016년의 공간들. 올 한 해 내가 가장 사랑했던 공간의 그 순간을 기록해보는 것. 핸드폰 사진을 꺼내 공간의 기록들을 뒤져본다. 12개월간의 공간들을 기록해 본다.
1월의 공간 나주 잠사공장. 일제시기 만들어져 오래동안 잠사공장으로 사용되던 곳이 폐허로 변해 있었다. 불이 났었는지 불탄 지붕 테라스가 떨어져 있었고, 붉은 벽돌과 시멘트벽, 불에 탄 목재가 어우러져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도 찍 어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었더. 나주-목포 답사 시에 만났던 가장 강렬했던 공간의 풍경. 조 만간 개보수하여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다 하는데...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
2월의 공간 2월의 공간 직장 워크샵으로 가게 되었던 제주도. 하루 먼저 가서 섭지코지 쪽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그 중 단연 최 직장 워크샵으로 가게 되었던 제주도. 하루 먼저 가서 섭지코지 쪽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그 중 단연 최 고였던 곳은 지니어스 로사이. 돌담을 따라 걷다 물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작은 틈을 통해 보이는 성산 고였던 곳은 지니어스 로사이. 돌담을 따라 걷다 물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작은 틈을 통해 보이는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게 된다. 건축이 '공감각의 예술'인을 한껏 경험케 해주는 공간. 사진으로는 설명이 안 일출봉을 바라보게 된다. 건축이 '공감각의 예술'인을 한껏 경험케 해주는 공간. 사진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몸이 느껴야 하는 그런 공간. 되는 몸이 느껴야 하는 그런 공간.
3월의 공간 3월의 공간 향음악사와의 안녕. 신촌에서 십수년을 보낸 내게 향음악사 향음악사와의 안녕. 신촌에서 십수년을 보낸 내게 향음악사 는 뭐랄까 추억의 장소이자 설렘의 장소였다. 설계실에서 설 는 뭐랄까 추억의 장소이자 설렘의 장소였다. 설계실에서 설 계를 하다 토이5집이 나왔다는 소식에 향으로 뛰어가 토이5 계를 하다 토이5집이 나왔다는 소식에 향으로 뛰어가 토이5 집을 사와서 씨디플레이어로 좋은 사람을 들으며 펑펑 울었 집을 사와서 씨디플레이어로 좋은 사람을 들으며 펑펑 울었 던 기억. 한참 좋아하던 시부야k음악을 듣기 위해 종종 들려 던 기억. 한참 좋아하던 시부야k음악을 듣기 위해 종종 들려 CD를 사던. 주인 아저씨가 종종 건네 주던 포스터를 들고 신 CD를 사던. 주인 아저씨가 종종 건네 주던 포스터를 들고 신 나하며 매장을 나서던 그 기억. 3.12일인가 결국 매장을 비운 나하며 매장을 나서던 그 기억. 3.12일인가 결국 매장을 비운 향. 그 직후 토요일 그 앞을 지나다 텅빈 향음악사를 바라보 향. 그 직후 토요일 그 앞을 지나다 텅빈 향음악사를 바라보 며 찍은 사진 한 장. 앞에 서 있는 외국인들과 텅빈 향이 뭐랄 며 찍은 사진 한 장. 앞에 서 있는 외국인들과 텅빈 향이 뭐랄 까 익숙하면서도 익숙치않은 그런 낯선 느낌. 까 익숙하면서도 익숙치않은 그런 낯선 느낌.
4월의 공간 4월의 공간 서울의 개화시기를 알려준다는 그 곳. 서울 시내에 이렇게 낭만적인 곳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 서울의 개화시기를 알려준다는 그 곳. 서울 시내에 이렇게 낭만적인 곳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 운 꽃과 나무들이 가득한 그 곳. 서울기상관측소가 4월의 공간. 1930년대 지어진 백색의 건물과 그 앞 운 꽃과 나무들이 가득한 그 곳. 서울기상관측소가 4월의 공간. 1930년대 지어진 백색의 건물과 그 앞 의 벚꽃나무 단풍나무. 바람이 불며 벚꽃이 날리던 그 풍경은 마치 '4월이야기'의 오프닝을 연상케 했다. 의 벚꽃나무 단풍나무. 바람이 불며 벚꽃이 날리던 그 풍경은 마치 '4월이야기'의 오프닝을 연상케 했다. 예상을 깨고 야당이 승리했던 그 날. 총선날 들렸던 그 곳의 벚꽃비 내리던 풍경. 내년 벚꽃 구경은 이 예상을 깨고 야당이 승리했던 그 날. 총선날 들렸던 그 곳의 벚꽃비 내리던 풍경. 내년 벚꽃 구경은 이 곳에서. 곳에서.
5월의 공간 5월의 공간 우리 땅인데 들어갈 수 없는 곳. 일본군과 미군에 의해 점령당해 잃어버린 100년이 있는 그 곳. 용산미군 우리 땅인데 들어갈 수 없는 곳. 일본군과 미군에 의해 점령당해 잃어버린 100년이 있는 그 곳. 용산미군 부대. 지인의 초청으로 겨우 들어가볼 수 있었다. 중학교 때 영어회화배우러 다녔던 미8군은 그 때나 지 부대. 지인의 초청으로 겨우 들어가볼 수 있었다. 중학교 때 영어회화배우러 다녔던 미8군은 그 때나 지 금이나 여전해 시간이 얼어버린 공간 같았다. 병영 내 감옥이었다가 병원으로 사용했던 붉은 벽돌의 오 금이나 여전해 시간이 얼어버린 공간 같았다. 병영 내 감옥이었다가 병원으로 사용했던 붉은 벽돌의 오 래된 건물. 미군 사령부가 위치한 미색 건물. 일본군 주둔 시절부터 사용했던 2층 병영. 수많은 연예인들 래된 건물. 미군 사령부가 위치한 미색 건물. 일본군 주둔 시절부터 사용했던 2층 병영. 수많은 연예인들 이 드나들었을 드래곤 힐즈. 우리 땅인데 우리 땅이 아닌 용산의 공간들. 이 드나들었을 드래곤 힐즈. 우리 땅인데 우리 땅이 아닌 용산의 공간들.
6월의 공간 유유산업공장이었던 김중업박물관에 가다. 김중업 건축 6월의 공간 특유의 강렬한 매스의김중업박물관에 힘이 느껴지는 가다. 건물의김중업 느낌과건축 그 유유산업공장이었던 터가 무언지 모를 힘이 신선함이 좋았다. 김수근에 특유의주는 강렬한 매스의 느껴지는 건물의 느낌과비해 그 제대로 된 대우를 김중업의 철거되지 터가 주는 무언지 받지 모를 못하던 신선함이 좋았다.건물이 김수근에 비해 않고 그의 박물관으로 활용된다는 것이철거되지 반가웠 제대로 된 이름을 대우를 건 받지 못하던 김중업의 건물이 다. 오래된 느낌과 모더니스트들의 꿈 않고콘크리트와 그의 이름을벽돌의 건 박물관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반가웠 이 하얀 공간.오래된 옥상 위느낌과 공간들이나 외부 잔디밭 다.느껴지는 콘크리트와 벽돌의 모더니스트들의 꿈 의 주말에 일상을외부 선물해주었 이 시원함은 느껴지는 초여름 하얀 공간. 옥상꽤위괜찮은 공간들이나 잔디밭 다.시원함은 초여름 주말에 꽤 괜찮은 일상을 선물해주었 의 다. 7월의 공간 서울 내 스타벅스 2층 창가 자리. 신세계백화점(옛 미츠코시), SC제일은행(옛 조선저축은 7월의중앙우체국 공간 행), 조선은행)으로 1930년대의 서울을 만난다.SC제일은행(옛 이른 일요일 아침. 사람도 서울 한국화폐박물관(옛 중앙우체국 내 스타벅스 2층 창가둘러싸인 자리. 신세계백화점(옛 미츠코시), 조선저축은 차도 별로 없는 그 시간, 조선은행)으로 파란 하늘 아래둘러싸인 만난 20세기 초 석조건물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아침. 묘하게도 기 행), 한국화폐박물관(옛 1930년대의 서울을 만난다. 이른 일요일 사람도 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상이 미츠코시의 위풍당당한 옥상을 올려다보며 만났던 어느 차도 별로 없는 그 시간, 파란날자 하늘날자 아래날자꾸나를 만난 20세기외쳤을 초 석조건물들의 모습이 묘하게도 기 무더웠던불러일으킨다. 7월의 아침. 근대 경성의 시감을 이상이 날자풍경. 날자 날자꾸나를 외쳤을 미츠코시의 옥상을 올려다보며 만났던 어느 무더웠던 7월의 아침. 근대 경성의 풍경.
8월의 공간 우리 땅인데 우리 땅이 아닌 그런 공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런 공간. 용산 미군부대에 이어 이번 엔 영국대사관. 1880년대에 지어진 베란다가 있는 식민지 건축 양식이다. 최근 길을 터주기로 하긴 했지 만, 영국 대사관 내로는 경운궁 돌담도 지나가는데… 아무튼 이 곳 역시 주변에는 서울시청이며 서울시 의회며 서울의 중심시설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지만, 영국대사관만은 주변에서 철저하게 가려진 채 남아 그들만의 공간으로, 도심 속 섬으로 자리잡고 있다. 도심 속 시크릿 가든을 훔쳐보고 온 기분.
9월의 공간 오랜만, 소마. 작지만 울림이 있는 미술관. 전시도 늘 좋지만, 공간 의 힘이 그저 좋은 작은 미술관 소마. 10여년의 시간을 지내며 세월 의 흔적을 그대로 녹인 노출콘크리트벽을 따라 입구로 향하는 길의 고요하면서도 묵직한 힘이 좋다. 햇살좋은 어느 초가을의 주말, 소 마와 올림픽 공원.
10월의 공간 10월의 공간 언젠가 한 번 꼭 가보고 팠던 보성여관. 언젠가 한 번 꼭 가보고 팠던 보성여관. 1930년대 여관을 리노베이션 한 후 숙박 1930년대 여관을 리노베이션 한 후 숙박 시설로 사용 중이다. 1층은 온돌방, 2층 시설로 사용 중이다. 1층은 온돌방, 2층 은 다다미방으로 되어 있어 1층에서 숙박 은 다다미방으로 되어 있어 1층에서 숙박 가능. 태백산맥길을 만든다며 일본식 파 가능. 태백산맥길을 만든다며 일본식 파 사드를 콘크리트 건물에 덧씌워 만든 보 사드를 콘크리트 건물에 덧씌워 만든 보 성 거리가 어색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보 성 거리가 어색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보 성여관에서 보이는 한 조각 하늘과 작은 성여관에서 보이는 한 조각 하늘과 작은 중정의 정원은 꽤나 운치가 있다. 해질녘 중정의 정원은 꽤나 운치가 있다. 해질녘 과 새벽녘의 어슴프레한 빛과 비오는 소리 과 새벽녘의 어슴프레한 빛과 비오는 소리 가 인상적이던 공간. 가 인상적이던 공간. 11월의 공간 11월의 공간 최근 문을 연 한양도성안내센터. 1940년인가 최근 문을 연 한양도성안내센터. 1940년인가 일본인 영화업자가 만든 주택을 해방 후에 수 일본인 영화업자가 만든 주택을 해방 후에 수 리하여 서울시장 공관으로 사용하다 최근에 한 리하여 서울시장 공관으로 사용하다 최근에 한 양도성안내센터로 문을 열었다. 천정을 덜어내 양도성안내센터로 문을 열었다. 천정을 덜어내 어 목구조를 그대로 노출시킨 1층 공간과 프레 어 목구조를 그대로 노출시킨 1층 공간과 프레 임을 통해 성곽과 주변의 풍경들을 담은 건축 임을 통해 성곽과 주변의 풍경들을 담은 건축 가의 솜씨가 꽤나 매력적이다. 1층 까페에 앉 가의 솜씨가 꽤나 매력적이다. 1층 까페에 앉 아 울긋불긋한 가을을 처음으로 느꼈던 날. 아 울긋불긋한 가을을 처음으로 느꼈던 날. 그리고… 12월의 공간. 말 안 해도 우리 모두가 다 아는 그 공간. 그리고… 12월의 공간. 말 안 해도 우리 모두가 다 아는 그 공간.
지진파
성경
다른 책을 소개할 수도 있었겠지만.. 한달 사이 열어본 책이 오직 성경뿐이어서 다른 책을 소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성경은 지난 5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이야기 된다. 이것은 단순히 종교적 이유 뿐만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는 한 지점으로도 살펴볼 만한 가치를 지닌다. 물론 이 글 을 쓰고 있는 나도 아직 성경을 다 읽지는 못했다. 구약과 신약을 합쳐 약 2/3정도 읽 은 것 같고 흔한 소설이나 사회과학 서적을 읽듯이 아주 술술, 머리에 정보들을 담아 가면서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위에 썼듯, 성경은 아주 많이 팔린다는 이유만으로도 한 번쯤 열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만큼은 정말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선정하였다.
다만, 성경은 우리가 알고 있듯 종교적 용도가 있고, 그 이름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글 자가 모여있는 단순 책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 뿐 만 아니라 종교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판본이 존재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선별하여 읽을 것인지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 근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삼국지는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소개되곤 하지만, 솔직히 두어번 읽어본 결과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분명 재미는 있다.
한국에서 유명한 여러가지 버전이 존재하고 작가들이 자신의 의도에 따라 적절하게 수정된 버전들은 특정인물이나 장면이 부각되면서 매끈한 재미를 주기 때문에 단순 히 재미를 쫓는다면, 시중의 유명 삼국지들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훨씬 재미있 고 매끄럽고 그럴듯하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그런 유명 삼국지 를 읽어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인기 판본이 아닌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이 책이 삼국지의 본질인 구전의 형 태를 아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삼국지를 보고 있으면 왜이렇게 산만하고 인물의 성격이 들쭉날쭉 오락가락 하 지?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데?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권하는 것이다. 구전된 이야기의 윤색 형태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경 계인
12화. 멋진 신세계와 섬: 얽힘에 관한 명상
글. 스푸트니크 (salomet@naver.com)
월간이리에 이 보잘 것 없는 글을 실은 지 벌써 1년이 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이 글을 쓰면서 뒤죽박죽 쌓여있던 감정보따리들이 조금이나마 정리되었다. 일기 이상의 글을 쓴답시고 곱씹으며 객관화할수록, 불필요한 감정들을 먼지털듯 걷어낼 수 있었다. 이런 자기치유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음악작업을 하기 위해 아쉽게도 마지막 글을 쓰게 되었기에, 독자들께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인식전환의 순간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멋진 신세계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tempest 폭풍우)의 대사 Oh, brave new world! 를 제목으로 차용한 올더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우리가 더 많이 알고 있는 조지오웰의 1984가, big brother라는 철저한 감시체제를 통해 인민들을 통제했다면, 멋진 신세계는 유전자조작을 통해 차등적인 계급을 생산, 공동 세뇌양육하고 쾌락과 환각제(소마)를 통제의 수단으로 삼는다. 사실 작가인 올더스 헉슬리는 생물학, 의학의 대가들이 집안에 널려 있어, 그 역시 같은 의학도의 길을 밟을 뻔 했었다. 그러나 시력이 맹인 직전까지 쇠퇴한 뒤 소설가로 직업을 바꾸었다. 그러다보니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생물군으로서 객관적으로 조명한 과학적 성찰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 덕에 당시로서는 먼 미래였던 유전자조작이라던가 기술발전을 통한 정보와 자유가 넘쳐나고 무한한 욕망을 긍정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대한 선견지명을 작품속에 지니고 있었다. 일단, 이 소설에는 두 명의 경계인이 존재한다. 버나드 막스와 존이다. 버나드 막스는 태어날때 유전자 조작과정의 실수로 다른 알파계급에 비해 감정영역이 과다하게 발전했고, 외모 또한 조금 다르다. 그는 세뇌 받은 대로 쾌락과 소마를 통해 행복을 얻는 다른 동료들과 섞이지 못하고 그 이상의 무엇을 갈구하지만, 그것의 실체를 모른 체 방황한다. 그러다 동료 레니나와 야만인구역(자연적으로 아이를 갖고 기르는 ‘엄마’ 가 존재하고 기술문명이 닿지 않은 곳)으로 휴가를 갔다가 또 다른 경계인 존을 만나게 된다. 존은 버나드 막스처럼 똑같은 알파계급의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유전자 복제를 통해서가 아닌 자연출산이라는 ‘실수’를 통해 태어났고 야만인구역에서 자랐다. 존 또한, 다른 외모 때문에 야만인들과 섞이지 못하고 셰익스피어의 소설을 삶의 낙으로 살아온 터였다. 그래서 그 둘은 서로에게 급격하게 매력을 느끼고 버나드 막스는 그를 자신이
속한 사회에 데려다가 소개한다. 물론 신세계 사람들은 세익스피어의 명대사들을 생활언어(!)로 쓰는 존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존 또한, 그들의 너무 편리하고 쾌락만이 존재하는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마를 집어던지며 반란을 일으키고자 한다. 그러나 이미 어렸을때부터 세뇌당한 신세계사람들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그들에겐 현재의 행복을 댓가로 추구할 희생의 대상이나 숭고한 이상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무스타파 몬드와 함께 이 세계를 디자인한 10명의 과학자들은 어찌보면 지극한 이타주의로 이 거대한 계획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고 필경 죽어야할 운명의 인간, 노화와 질병을 겪고 감정의 그네를 타고 사랑때문에 죽고 못사는 인간의 한계를, 그들은 과학을 통해 타파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들은 세뇌와 유전자계획을 통해 인간에게 획일적인 생활방식을 주입함으로써 고통, 투쟁을 통해 발전하는 인간의 자율성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쾌락을 덧칠해 멋진 신세계를 완성한다. 이 소설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두개의 안정적인 세계- 야만인구역과 신세계 -의 한계선을 넘는 두 경계인들에 의해서다. 둘은 주류 깊숙이 몸담지 못하고 겉돌았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그래서 새롭고 이질적인 것에 열려 있었다. 두 주인공에게 둘의 만남은, 미지의 반대편을 경험함으로써 그들의 삶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가 더 명료해지는 계기였다. 존은 비극적으로 죽었어도, 버나드 막스는 아마 섬(신세계에서 적응할 수 없거나 너무 개성적인 사람들의 유배지)으로 쫓겨난 뒤, 오히려 행복하게 살았을지 모른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나는, 계급불평등에 대한 막연한 불만은 있어도 전체적으로 나 아닌 이들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다. 모든 이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각자의 출생환경이라는 한계속에서 그들만의 고통을 느끼고, 그 한계와 고투하며 살아간다는 인식이 전혀 없었기에, 나보다 좋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단지 부러워하거나 질투할 뿐이었다. ‘만약 내가 신세계의 알파계급으로 태어나, 고통을 모르고 노화를 모르고 행복하게만 산다면 과연 좋을까’라는 가정은, 내 삶에서 고통의 의미를 다시 규정하게 만들었다. 불교에선 삶을 고통으로 보기때문에, 윤회를 끊는 것이 수행의 목표로 본다. 그만큼,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듯,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삶은 고통을 동반한다. 그것을 모른 채, 상대 계층에 대한 이해,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막연한 적대감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던 것. 그 깨달음은 나를 불필요한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해방시켜주었다. 한편, 인류에 대한 측은지심과는 별개로, 창조주가 있다면 왜 이렇게 세상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나와 같은 독자의 반응을 예견하기라도 했는지, 올더스 헉슬리는 그 후 ‘섬 (Island)’ 에서 ‘멋진’ 신세계와 대칭을 이루는 유토피아를 그린다. 배경이 되는 팔라섬에 사는
팔라인들은 자연출산하긴 하지만, 아이가 여러가지 가족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돌아가면서 양자로 삼아 공동양육한다. 그들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최적의 교육환경을 만들었는데, ‘학생들에게 모든 생명체와 일체감을 심어주며 심리적, 생리적으로 각자의 기질적 독특성이 있어 각기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시킨다. 각자의 기질, 사고, 성격, 인식, 기억력에 따라 재능을 개발하고 선전이나 최면술에 넘어가지 않는 자유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곳에도 ‘소마’와 같은 비약이 등장한다. 이른바 ’ 모크샤’라는 이 비약은, ‘두뇌에 특이한 자극을 얻어 어떤 비전에 이르는 신비적 체험을 유도한다. 또한, 팔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매일 두 시간씩 땅을 파거나 육체적 운동을 하여 가장 좋은 심리적 상태를 유지하고, 식량이 풍족하여 경쟁이 없으며 협동조합, 신용조합 등의 제도와 인구조절, 과잉소비 통제 등으로 자치정부 연합체를 이룬다.’( 살림지식 총서 인용) 나는 마약사용을 지지하진 않지만, 집단황홀경의 효능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공감하고 ‘뽕’을 맞지 않아도 그것이 가능하다 생각한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장에서 모두가 공유하는 주파수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가! 그런가하면, 현재 매주 토요일 열리고 있는 광화문의 촛불집회에 가보라. 모든 이들이 하나의 염원을 가지고 구호를 외칠 때 느끼는 전율은 나와 다른 이를 이어주는 신비체험과 다를 바 없다. 그러한 경험은 비록 짧은 순간이어도, 각자 본인의 공간에 고립되어 지내던 개개인에게 서로 얽혀있음을 느끼게 하는 치유적 힘을 가진다. 결국, 섬이라는 작품은 그 이상향의 실현여부와는 별개로, 내게 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앞으로 내가 어떻게 이 세상에 힘을 보태야 할지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자연과 가까워지고, 땀흘리며 노동하고, 각자의 독특함과 차이를 존중하고, 얽혀있음에 대한 명상을 함께 나누며 사는 것. 그 여정의 첫번째 임무는 내가 아닌 이들을 이해하려고 마음을 여는 것. 경계를 넘는 것. 물론 지금의 나는 여전히 남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고, 사소한 일로 혼자 오해하고 벽을 쌓기도 하지만, 계속 경계를 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연관해서 감상하시면 좋을 자료들>
1. ’My Stroke of Insight’: 한국제목으론 ‘긍정의 뇌<윌북>’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저자인 질 볼트 테일러는 하버드대학교 뇌과학 교수인데, 스스로 뇌졸증을 겪고 8년간 재활치료로 회복된 자신의 경험을 썼다. 그녀는 좌뇌이상으로 우뇌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고 그를 통해 행복의 비결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는데 그 경험을 공유하는 책이다. TED강연으로 보는 것도 추천한다. 2. 펄스의 게슈탈트 심리치료<학지사>: 저자인 프리츠 펄스는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공부하다가 과학적 환원주의와 다를 바 없는 정신분석기법에 염증을 느끼고 그와 멀어진다. 그도 동양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아 보다 통합적인 인간의 이해를 돕고 ‘지금-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문하는 게슈탈트 치료를 창시하였다. 3.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 <열린책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나오는 미셸 제르진스키의 ‘얽힘에 관한 명상’만 읽어봐도 충분할 것 같다. 4. 올더스 헉슬리-오만한 문명과 멋진 신세계:살림지식총서 247 <살림출판사> 5. 멋진 신세계(1980)-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BBC에서 만들어진 영화. 당시 특수효과의 귀여움을 만끽하시길.
-그동안 부족한 글들 구독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의미없는 이야기 글. 그림. 철민
한 쪽 눈으로 바라본 세상 / 12. 열쇠 글. exxx
1년 동안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같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코너를 열었는데, 처 음의 뜻대로 잘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간 이 코너를 읽은 뒤 ‘장애’를 주제로 주변 사람들과 이 야기 한 일이 있다면 무척 행복할 듯 하다.
코너를 마무리 지으려는 지금 드는 생각은 그래도 일년을 썼는데, 이 코너를 읽어주시는 분들 에게 한 문장은 남겨야 하지 않나? 하는 희망이 있다. 그러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와 관련 된 이야기를 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한 지점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보다 쉬운 표현, 보다 와 닿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 다. 그러니까 모든 문제를 시작하고 공감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되는 키워드를 이야기 하 면서 코너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
나는 장애와 관련된 모든 논의를 시작하는 단어가 정체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정체성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
그러니까 정체성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이다. 나에게도 정체성이 있고 개에게도 있 고 고양이 에게도 있다. 우선 나의 경우 나를 이루는 물리적 요소들과 취향과 인간관계 그리고 내가 답을 찾아 가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여름만 되면 잘 체하는 체질이라거나 잘 때 입을 벌리는 등,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공부를 통해 깨달은 가치관과 같 은 그 무엇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강제적으로는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자신에 대한 모든 것 말이다.
그렇다.누구나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그것에 대해 의심하거나 문제 삼지 않 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고통스럽고 부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인 것을 왜 고민해 야 한단 말인가? (물론 할 수도 있다. 이 문장을 문제삼지는 말자.)
우리는 누구나 타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적으로 여길 때 내적 외적 괴로움에 처한다. 누군 가 우리의 정체성을 해결 해야 하는 문제라고 접근할 때 그 기분이 어떨까? 나는 그런 일을 겪 는다면 당장은 뻔뻔한 내색을 하겠지만 실은 무척 억울하고 서럽고 답답하고 분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익숙하다고 느낄 정도로 장애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접근한다. 제 도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영역에서도 말이다.
누군가는 어쩌면 장애를 정체성과 연관 짓는다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과하다고 이야기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장애와 정체성을 연관 지어 이야기를 해야만 정말로 마음속 깊숙 히 공감하고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접근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자.
장애가 정체성의 한 부분이라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을, 일방적으로 개인적 영역까지 침범하면서 까지 고치거나 개선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생각 해 볼 수 있다. 누군가 당신을 일방적으로 불편하거나 부족한 존재라고 정의한 뒤 정체성을 흐 트러트릴 정도로 다가가는 것이 정말로 상대방을 위한 것일까?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 을 요청했다면 모르겠지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분명 고민 해 볼만한 지점이다.
뿐만 아니라, 장애가 개인에게 정체성의 한 부분이라면 우리는 그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상 황들을 단순히 감정적으로 동정하기 보다 같은 시민으로 바라보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 록 법과 제도를 통해 보완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법과 제도의 보완은 넉넉한 이의 시혜가 아니라 동등한 국민 권리의 보장을 위한 행위가 된다.
이렇게 장애를 불편함이나 부족함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의 일부로 인식한다면 우리는 이와 관련해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막연하게 이해하거나 아끼거나 위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랑하는 사이 에서도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장애가 정체성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생각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되고도 현실적인 문제들 (예산의 분배율 과 같은)이 산적해 있을 것이 뻔하다. 하 지만 언제나 첫걸음이 중요하지 않은가. 그러니 그간의 여러 글은 다 잊어도 오늘의 내용은 잊 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 만으로도 분명히 이 코너는 의미 있는 종결을 하는 것이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