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이리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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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입니다. 수면을 걷는 사람들 - sns, 우리와 이야기 下 / 글. 소한집 사진. @photo.j.keith 도토루의 하루 - 그림. 호지 영화 비평 - 영화 비평의 세 가지 방법과 미덕 / 글. KIM 여기 문학이 필요한 시간 - 이규보 ‘이옥설’ / 글. 고수진 뼈와 살들 - 글. 그림. 준가 옆사람 인터뷰 - 24. 이내 다다르다 / 글. 이내 건축이 좋아 - 37. 빛으로 가득한 지성의 보고: 국립대만대학 사회과학 도서관 / 글. 사진. aoikasa 지진파 -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개를 기르다 의미 없는 이야기 / 그림. 글. 철민 대선을 앞두고 굴림체로 - 3. 탄핵을 기다리며 / 글. exxx


아.. 순댓국. 저희 동네에는 신의주 순댓국집이 있습니다. 체인점답게 맛은 특별히 깊거나 독특 하지 않지만 저는 이 신의주 순댓국을 무척 좋아합니다. 기력이 없을 때,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저는 순댓국을 먹습니다. 양념장이 풀어진 빨간 국물에 다진 청량고추를 훌훌 털어 넣고 들깨가루를 더 투 하 합니다. 그리고 후추도 조금 뿌리죠. 막 보글보글 끓여 나온 순댓국의 순대는 곧 바로 입속에 직행하면 너무 뜨거워 입천장이 아프니 다른 접시에 순대들을 골라 식혀 둡니다. 딱 4개 나와요. 아쉽지만 먹다보면 알맞은 양입니다. 국물 속에 두툼한 고기들이 있지만 먼저 국물을 맛봅니다. 그리고 고기들을 차례 로 새우젓에 찍어 먹거나 국물과 함께 떠서 먹기도 하죠. 그렇게 입 안에 순댓국의 향미가 퍼져 나갈 때 부추 무침을 살살살 국 안에 넣어 봅니다. 부추는 미세한 열 기에 서서히 숨이 죽기 시작하고 이때 밥을 반 정도 말아 넣습니다. 크...... 맥주도 한 병 시킵니다. 맥주, 순댓국 그리고 생양파&된장.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한 끼 식사입니다. (아 맥주는 하이트죠. 그저 송중기오빠 때문에...) 저는 지금 1월에 결심했던 진짜 이번에는 진짜다! 다이어트를 잘 지켜 나가고 있 습니다. 5월로 계획한 웨딩촬영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너무 순댓국이 먹고 싶습니다...엉엉.. 여러분은 새해에 계획한 다짐들을 잘 지켜내고 계신가요? 저는 역시 안 될 것 같 아요. 지금 쓰면서 입가에 침이 고여요.. 츄릅.. 이번 3월호는 편집장님을 대신해 인사를 드립니다. 약 2년만이네요. 여러모로 길었던 겨울이었습니다. 월간이리 3월호가 나왔을 때에는 이미 결과가 나왔겠네요! ‘사필귀정’ 반드시 그렇게 되어 있겠죠. 다시 힘을 냅시다.

-고수진 드림-

공식트위터 @postyri


수면을 걷는 사람들

글. 소한집(@condensed_bold) 사진. @photo.j.keith


sns, 우리와 이야기 下 처음으로 소리를 들은 친구는 욕조 안에 있었다.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소리는 세상에서 자주 들어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친구로서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소리를 들을 때면 누군가 이쪽을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어떤 식으로든지 의미가 있었다. 언제까지나 물 속에 잠겨 있을 수 없게 하기도 했다. 친구가 일어서자 몸에 있던 물이 바닥으로 내려와 수챗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또 다른 친구는 책을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친구는 영화관에 가서 멋있는 영화들을 세 편 연달아 보았다. 그 시간들은 너무 아름다웠지만 현실로 돌아왔을 때 두통을 유발했다. 친구는 비틀거리며 집으로 가는 도중에 소리를 들었다. 하드렌즈를 처음 끼던 순간처럼 그 소리는 낯설고 두려운 이물감을 갖고 있었다. 소리의 출처가 친구들의 모습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번 적응하면 마치 피부처럼 삶에 스며들 것이라는 사실 역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돌아다니며 놀이공원을 청소하던 친구도 소리를 들었다. 친구는 놀이공원의 다양한 소음 속에서 손쉽게 그 소리를 분리해냈다. 돌보던 천리향을 휴대폰 카메라로 스무 장이나 찍고 있던 친구도 셔터음과 셔터음 사이에서 그 소리를 인지했다. 뚜렷한 직업이 있거나 없거나, 공적인 장소이거나 사적인 장소이거나 친구들은 비슷한 표정으로 그 소리를 들었다. 소리는 불시에,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친구들을


건드렸다. 그들이 주고 받던 문자는 침묵했다. 마치 그 소리가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친구들을 거대한 공백으로 이끌고 있는 것 같았다. 친구들은 한동안 리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소리가 친구들을 찾아왔다가 떠나는 날들이 일정하게 불어났다. 시간은 그런 것이었다. 어떤 말들이 친구들의 안에 떠올랐다. 친구들은 그 말을 어딘가에 적고 싶었으나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종류의 말들은 사람을 무너뜨리고 흔들 힘을 갖고 있었다. 일시적인 죽고 싶은 마음이 다른 것들보다 진심이듯이, 추위, 배고픔, 주변에 아무도 없음 따위의 감각할 수 있는 정보들이 수로 된 기록보다 훨씬 생생하듯이, 그 말들은 가까웠다. 소리로 인해 친구들은 그 말을 들여다볼 기회를 가졌다. 물론 아무도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한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위협을 받았고 다른 한 친구는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그 말들은 아무것도 될 수 없었다. 소리가 친구들을 이끌었다면, 친구들은 아마도 가장 먼 곳까지 가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언제 끝날지 모르는 피난 같았다. 친구들은 이 침묵이 소리가 들리기 전부터 있어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문자는 어떠한 전조도 없이 다시 시작되었다. 친구들은 첫 문자를 기억할 수 없었다. 친구들은 리와에 한정되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문자가 읽혔다. 전과 달리 모든 친구들이 모든 문자를 읽게 되지는 않았다. 한 사람도 읽지 않는 문자가 생겼다. 문자를 하지 않을 때에 더 많은 일들이 친구들을 흔들고 무너뜨렸다. 친구들은 침묵으로서 어떤 소리를 발생시키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 말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될 수 없었다. 해를 넘기기 전에 친구들은 보다 눈에 익은 듯한 문자를 읽었다. 그래서 너의 욕조는 어떻게 되었니?



문자를 보낸 친구는 세상에서 규정지은 성별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 친구는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모두 묵묵한 싸움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것은 단지 이분법적인 언어의 책임만은 아니었지만 친구는 출처를 의미처럼 품고 온 소리를 유달리 반가운 마음으로 들었다. 친구는 소리가 오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전의 물결을 아직도 잊지 않은 친구들이 많았다. 침묵은 숨죽임을 포함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알고 싶었다. 리와를 보내주었는지. 그리고 리와가 다시 왔는지. 반짝임처럼 반복되었는지. 대답이 없었으므로 질문은 그 상태로 완결성을 갖게 되었다. 시간이 흘렀다. 어떤 친구들은 많은 말들 속에서 이어지는 한 줄기의 말을 찾아내어 읽을 수 있었다. 어디서부터 이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교실인지, 욕조인지, 고속도로인지, 장례식장인지, 출처를 모르는 그것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떨지 못할지 모르지만 나는 리와를 어느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 그건 리와와 내가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이겠지. 그 애를 부를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다. 내가 그렇듯이. 나도 리와의 모습이 뚜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아. 하지만 리와를 부르기 위해서는 언제나 조금씩 폭력적일 필요가 있었어. 리와를 부르기 위한 말들은 모두 그런 성격을 띠고 있었던 거야. 나는 그게 괴로웠어. 리와는 좋은 아이였고, 모두 리와를 좋아했으니까. 물론 나도. 리와가 사라진 후에도 우리는 일정한 규칙처럼 리와에 대해서 말하곤 했지.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그건 여전히 폭력적인 일이었는지도 몰라. 모두가 잘못했다는 뜻은 아니야. 잘못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 나일 거야. 나는 리와에게 욕조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어. 옷장이나 무지개처럼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장소라고 말이야. 욕조 안에서 내 몸을 들여다볼 때면 나는 자주 다른 세계로 가고 싶은 기분이 들곤 했거든.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그건 백 퍼센트 거짓말은 아니었어. 사실은 나도 숨기던 게 있어. 욕조에서 리와를 찾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가 날 누르는 돌을 치워준 기분이었어. 이상하지. 어쩌면 나도 너처럼 리와가 사라진 데 책임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구체적인 건 알 수 없어. 모든 게 반드시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세세한 것까지 다 말하고 나면 해소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잖아. 나는 어떤 식으로든지 리와를 해소하고 싶지는 않아. 리와가 별이나 물처럼 좋은 것이 되었다고 힘을 다해 믿어 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믿는다면 계속 얘기하고 싶어질 테니까. 분명히 이것도 좋지 않은 방법이겠지. 다른 세계로 간 건? 언어가 없는 세계. 우주. 사람이었던 걸 기억하지 못할 만큼 먼 곳으로. 그리고 영영 말을 할 줄 아는 존재를 만나지 않는 거야. 아무도 없는 발이 붕 뜨는 장소에서 행복한 일들을 기다리는 거지. 그건 너무 외로울 것 같아. 거기서는 외로움이 형태와 촉감을 갖고 있지 않을까? 갖고 있다고 하면 되지. 안을 수도 있을까. 안을 수도 있어. 물이 될 수도 있어. 오랜 시간에 걸쳐서. 그러면 어디로 흘러가는데? 이미 다 흘렀어. 도착한 거야. 아니야. 그럼, 날아갔나? 아래로 날아갔어. 우주로? 우주는 왜 계속 넓어지는 걸까. 우리가 자꾸 멀어져서.


어쩌면 우리가 듣고 있는 건 소리가 아닐지도 몰라. (*)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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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또 소리가 들렸어. 무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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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아니지만 다른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이게 뭐지? 무슨 뜻일까……저기, 우리는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걸까? 여기는…도무지 있을 데가 아닌 것 같아. 소리가 아니지만 도무지 다른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어디에서 흘러 오는데?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멀고 망각된 곳이 아닐까. 그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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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영화 비평의 세 가지 방법과 미덕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영화를 보지 않고 글을 읽어도 인터넷을 떠도는 수많은 리뷰들이 얼마나 영화적, 인문학적 지식이 모자란 채 쓰 인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 학자들이 이야기하듯,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전 세 계 영화 비평의 위기가 시작됐다. 인터넷 글쓰기를 통해 영화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보나 영화 매체(영화 예술)의 특성을 무시 한 채 개인의 감정에만 치우친 리뷰의 범람, 그리고 인터넷 글쓰기 경험만을 토대로 한 ‘프리랜 서’ 리뷰어/평론가들의 등장은 확실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한국의 영화 평론이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씨네필로부터 시작된 것과는 달리, (당 연하게도) 영화사 전체에서 영화 평론은 새로운 영상매체에 대한 학술적인 접근으로부터 시작 했다. 초기에 영화 제작과 연구를 동시에 하던 예술가들은 클럽을 만들어 영화의 정체성에 대 해 논쟁하기 시작했고, 기록했다. 그 결과 영화를 바라보는 이론들이 자리 잡고, 후대에 이 이론 들을 수용하고 발전시키면서 영화는 하나의 학문으로 정착했다. 영화가 대중의 취미로 자리잡 기 시작하면서 신문사들은 영화 전문가들을 고용해 조금 더 대중적인 영화 비평을 게재하거나, 영화 전문 잡지들이 출간되면서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영화 비평에 대한 학문이 별도로 생겨났다. 영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를 넘어 다른 관객들 에게 어떻게 소개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화 비평은 세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가장 넓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리뷰 (review), 두 번째는 영화를 공부하 는 학생이나 영화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적 비평 글(academic article/ book of criticism), 세 번째는 리뷰와 학술 사이에 있는 영화 비평 에세이(critical essay)다.

리뷰는 간단한 형식의 영화 소개 글이면서 ‘추천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 플롯 요약과 감 독, 주연 배우, 장르 등은 기본적으로 제시한다. 리뷰가 꼭 포함해야 할 것은 바로 영화에 대한 필자의 평가. 글을 읽는 사람이 영화가 볼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하게끔 쓰는 게 리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별점 매기기’가 리뷰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평론가마다 점수 매기기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추천/비추천의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매일 접하는 신문 등의 데일 리 매체에 주로 실리며, 최근에 개봉한 영화들을 주로 다룬다.


글.kim

학문적 비평 글은 영화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글이다. 필자는 영화나 감독 등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같은 장르의 다른 영화와 비교하거나 카메라, 조명, 미장 센의 사용이나 편집기법, 특수효과, 음악 등 영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에 대한 전문적인 지 식이 필요하다. 글의 주제나 목적에 따라서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 배경이나 영화가 끼친 사회 적 영향 등 영화 외적인 요소를 함께 분석하는 통찰력도 요구된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있을 순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보다는 정보수집을 통한 객관적인 영화 분석이 학문적 비평 글의 미덕이 다.

영화 비평 에세이는 영화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담기는 하지만 학문적 비평 글보다 필 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반영된 글이다. 보통 영화 전문 잡지나 문화 잡지 등에 많이 실리는 글. 형식이나 주제 면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볼 수 있지만, 대상으로 하는 독자층이 씨네필이나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 등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본 이상의 영화적 지식과 영화를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영화 학자 데이비드 보드웰(David Bordwell)은, 리뷰든 학문적인 글이든 에세이든 영 화비평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취향과 영화적 가치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쉽 게 얘기하면 내 취향에 맞다고 무조건 좋은 영화, 내가 재미없게 봤다고 무조건 나쁜 영화가 아 니라는 것. 예를 들어, 나는 개인적으로 이소룡의 무술 영화를 즐기진 않지만, 영화는 장르로서 분석할 만한 가치가 있고, 이소룡은 무술 영화의 전설적인 아이콘으로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 고 생각한다. 반대로 영화 스노우 워커 (2003)나 단델리온 더스트 (2009)는 최애배우인 베리 페퍼(Barry Pepper)가 단독 주연으로 나오는 몇 없는 영화라 심심할 때마다 자주 돌려보는 영 화들이지만, 누구에게도 이 영화를 한 번 이상 봤다고 말하기 망설여지는 길티 플래저이다. 영 화적 가치와 개인적 취향 사이의 줄타기는 영화 비평에서 핵심적인 요소이지만, 요즘처럼 대중 적 인기를 얻는 글이 곧 평론이되고, 누구에게나 영화 평론가로서의 길이 열려 있는 시대에서 는 그 중요성이 무시되기 쉽다. 개인의 블로그에 취미로 적는 영화 리뷰에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필요하겠지만, 영화 비평에 남들보다는 조금 더 진지하게 다가가고 싶은 사람 이라면 영화 비평을 대하는 보드웰의 자세를 한 번쯤 되새겨봄 직하다.

(링크) 데이비드 보드웰의 In Critical Condition 전문 David Bordwell (2008); http://www.davidbordwell.net/blog/2008/05/14/in-criticalcondition/

akakk_@naver.com


여기, 문학이 필요한 시간

백성을 좀먹는 무리들을 내버려 두었다가는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2017년 3월 새롭게 볼 작품은 이규보의 ‘이옥설’이다.

‘이옥설’을 쓴 작가 이규보는 고려 무신정권시대의 사람이다. 그는 뛰어난 문인으로 그가 창작 한 시와 산문들을 엮어 낸 책이 동국이상국집이고 이 책에는 가전체 문학인 국선생전, 영웅서 사시인 동명왕편등이 실려 있다. 앞으로 이곳에서 살펴 볼 작품들이기도 하다.

‘이옥설’도 동국이상국집에 실려 있다. ‘설’이라는 장르는 이치에 따라 사물을 해석하고 시비 를 밝히면서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는 문학 장르다. 주로 비유법이나 혹은 우의적인 표현을 써 서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지를 다루는 교훈적인 작품이다. 작가의 경험이 토대가 되어 창작되 는 경우가 많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자세를 논하기 때문에 현대 문학 장르로 따진다면 ‘ 수필’에 가장 가깝다.

‘설’의 내용 전개방법은 작가가 직접 작품 속에 등장하여 자신의 경험을 제시하는 경우(이럴 때 주체는 당연히 ‘나’가 된다), 작가가 창조한 허구적인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진 행하는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대화를 나누는 형식에는 일반적 상식을 가진 자와 그 상식을 깨뜨리고 깨달음을 주는 매개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 매개자가 작가의 목소리를 대 변하고 있다.


오늘 볼 ‘이옥설’은 낡은 행랑채를 수리하는 작가의 경험으로 시작된다. ‘설’이라는 작품들이 대체로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지 깨달음에서 끝나는 구조인데 이 ‘이옥설’은 정치 현실로 적용해 깨달음을 더 넓게 확장하고 있다. 즉 관념적인 주제를 정치개혁 문제로까지 구체화하고 있다. 글의 내용이 짧기 때문에 전문을 같이 읽어 보자.

행랑채가 퇴락하여 지탱할 수 없게끔 된 것이 세 칸이었다. 나는 마지 못하여 이를 모두 수리 하였다. 그런데 그 중의 두 칸은 앞서 장마에 비가 샌 지가 오래 되었으나, 나는 그것을 알면 서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이고, 나머지 한 칸은 비를 한 번 맞고 샜 던 것이라 서둘러 기와를 갈았던 것이다. 이번에 수리하려고 본즉 비가 샌지 오래 된 것은 그 서까래, 추녀, 기둥, 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 쓰게 되었던 까닭으로 수리비가 엄청나게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았던 한 칸의 재목들은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던 까닭으로 그 비용 이 많지 않았다.

나는 이에 느낀 것이 있었다. 사람의 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곧 그 자신이 나쁘게 되는 것이 마치 나무가 썩어서 못 쓰게 되는 것과 같 으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해(害)를 받지 않고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 니, 저 집의 재목처럼 말끔하게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치도 이와 같다. 백성을 좀먹는 무리들을 내버려두었다가는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그런 연후에 급히 바로잡으려 하면 이미 썩어 버린 재목 처럼 때는 늦은 것이다.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이옥설’의 ‘이옥’은 ‘집을 수리하다’라는 의미이다. 즉 집을 수리하며 느낀 이야기인 셈이다. 낡은 집채의 수리를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결국 수리시기를 놓치고 말았고 많은 비용까 지 쓰게 되었다는 경험을 제시하며 삶의 이치까지 깨닫게 되었다. 잘못을 미리 알고 고쳐 나 가면 해를 받지 않고 삶이 개선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나라와 정치도 이와 같은 준비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잘못을 알고 고치지 않아 고생했 던 집의 문제를 정치로 확장시켜 집을 지탱하는 서까래는 마치 신하와 같고 비에 썩어버린 서 까래는 백성을 좀 먹는 무리들로 비유하고 있다. 백성을 좀 먹는 무리들, 바로 탐관오리인 것 이다. 그들을 도려내지 않으면 결국 고통 받는 사람들은 ‘우리들’인 셈이다. 시의적절한 정치 개혁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두꺼비가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뛰어 올라가 앉아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흰 송골매가 떠 있기에 가슴이 섬뜩하여 펄쩍 뛰어 내닫다가 두엄 아 래 자빠졌구나. 마침 날랜 나였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다쳐서 멍들 뻔했구나.


이 작품은 조선후기 작자미상의 사설시조이다. 시어 ‘두엄’은 쌀가마라는 뜻도 있지만 지방 의 관리직 명칭이기도 하다. 두꺼비가 쌀가마 위에 앉아 있다. 파리를 물고도 쌀가마 위에 턱 앉아 있다. 어쩌면 지방 관리직이 쌀가마에 앉아 있는 모습도 떠오른다. 청렴해야 할 관리직 이 쌀을 쌓아두고.. 여기서 두꺼비의 상징적 의미를 눈치 챌 수 있겠는가? 바로 백성을 좀먹 는 무리, 탐관오리이다.

이 탐관오리가 연약한 백성을 물고 배를 퉁퉁 두들기며 지내고 있다가 자기보다 높은 관리 직인지 어쨌든 높은 존재인 것 같은 매를 보고 도망치다가 우스꽝스럽게 자빠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역시 내가 빨리 도망쳤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두꺼비의 마지막 말이 가 관이다. 약한 사람을 못살게 굴면서 강한 사람에게 꼼짝하지 못하는 자신을 위로하는 모습이 참으로 위선적이다.

이런 사람은 결국 자신의 잘못을 모른 채 선량한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고 정치로 간다면 이 렇게 도덕성이 결여된 자들이 결국 나라를 도탄에 빠뜨리는 것이다.

우리는 도탄에 빠지려고 투표를 한 것이 아니다. 어서 빨리 순리에 맞게 마무리 되기를 바랄 뿐이다. 평화로운 토요일 저녁을 맞이하고 싶다.

다음시간에 우탁의 시조 2편과 이조년의 시조작품을 보려 한다. 미리 살짝 예고한다면 우탁 은 늙음에 대해 한탄하는 작품을 썼고 이조년은 매우 낭만적인 시조를 창작하였다. 아.... 벌 써 33이라니...... 현재 고2 학생들은 00년생이다. 00년생이라니.. 대학교 때 00학번 선배를 한 번 뵌 적은 있다.

지각하면 보강이다.

글, 사진 고수진(gomin19@hanmail.net)


** 식물의 분류나 생태, 인간 관련 의학, 퀴어 관련, 무속, 종교, 음악, 소설 이나 시와 같은 문학 관련, 사진, 일러스트 혹은 적어놓은 것 이외에도 무언가를 꾸준히 기고하실 분들은 언제든 exxx2x@gmail.com 으로 문의주세요. 설마 이런걸 연재가 될까? 하는 것들 다 되게 만들어 드립니다. **


살들 그림 / 준가 junga.pic@gmail.com





옆 사람 인터뷰

walker, 여행하며 음악하기

24_ 이내 다다르다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을 아는 사람. 엮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인터뷰 하는 사람. 그녀는 스스로를 ‘이내’ 라고 소개했고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옆사람 인터뷰’를 마치는 그녀에게 모두를 대신하여 물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 ���� ���� ���� ���

�� ��� 밤�� �� ��� ���� 결

각이 스쳤다. 어디에 가도 있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요, 사람으로 펼쳐진 시공간이

고 만나고얼마 있는 사람들 또한 전 늦은 졸업을 했습니다. 자연이 좋아서 환경을 전공했지만 전공으로 저를 이야기하기에는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한 질

문이여행을 많은 듯해요. 지금은 잠시 백수. 여전히 자연과 예술을 사랑합니다. 의 하나였다. 이야기하

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생

어떻게 월간이리를 알게 되셨나요? 여행해볼 작정이라고. / 이따금 이리카페에 갔고 그곳에서 월간이리의 독자가 되었어요.

는 다양한 삶이 오고갔다. 그 인터뷰 연재를 결심하신 이유는? 온 장기 투숙객이었는데, 여

는 그의 하루가 꽤 정적이었 처음에는 여행 중 느낀 것들을 글로 쓰고 싶었어요. 홍콩을 여행하던 때였는데, 문득 내가 만났고 만나고 있는 사람들 또한 간에서 편의점 음식을 먹거나 아름다운 여행지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사람을 여행해 보자, 생각하고 그 방법으로 인 모아 놓은 교본을 옆에 두고 터뷰가 떠올랐어요. 다. 내가 그의 반려자와 다름 동강 내기 는있다는데 비틀즈와재미있어 로드리게즈 만큼이나 그의 노래를 정말 전까지는(당분간 다양한 사람들이 주변에 하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렇게 많은 ‘옆사람’을 지닐 수 있는

겠다고 설칠 일은 없으리라). 비결이 있나요?

좋아한다.

저는 내향적이고 람들은 그가 의사가 될 혼자 것을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에요. 이런 것과는 무관하게 내 주변에는 참 좋은 사람이 많구나 느낀 적이 있

어요.음악을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조금 생각하고, 새로운 삶의줄 방식을 지니고 시드니에 있고. 이런 다른 때부터 그는 꿈꾸었다 더 오래 머물 알았는데 갔 점들에 관심이 가요. 비결이라고 한다면

관심과 진심 정도가 있을까요. 저도 서툰지라 시원하게 말하기 어려워요. 오랜 시간이런 그대로였으나 대학 될 수다. 요즘은 관계에 어떻게있어 지내고 있나.

그는 온전히 음악을 하기로 인터뷰 하시면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사람과 그 이유는? 나도 오래 있고 싶었지만 관광비자만으로는 그

럴 수 없었다. 한국에 다시 가고 싶고 그전까 언니와 저의 단기 영어 선생님이기도 했던 자연주의자 Ben이 기억에 남아요. 물질적 욕심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었어요. 지 로 본 날, 직접 녹음한 아홉 지 시드니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비행기 금은 스페인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요. 한국을 떠날 때 씨를 몇 개 가지고 갔고, 지난 가을에 수확한 무를 한국 음식점에 팔았 장을 선물로 받았다. 요즘 나 표를 사기 위해 잠시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 다고 자랑하는데 재밌더라고요.


연재하면서 편집인이나 월간이리에 아쉬움이 있었다면 가감 없이 적어주세요 (절대 손 안댑니다.) 하하 없어요. 정말! 개인적으로 작년에 꿈꾸셨던 일이나 계획하셨던 일 중에서 이룬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너무 거창하고 추상적인 꿈을 꾸었나 봐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겠다는 반성을 했어요. 이룬 것이라면 매일 시 읽기, 졸업 하기. 하하 아름다움을 나눠요. 추천음반과 도서 1개씩! 앙드레 가뇽의 Monologue. 조용한 마음을 유지하고 싶을 때 듣기 좋은 것 같아요. 책은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 추천할게요. 다음에 연재하실 분들을 위해 선배로서의 조언이나 희망 넘치는 홍보 문구 하나 부탁드려요. 정말이지 연재가 될까? 하는 것들 다 되게 만들어 주신답니다!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하면 더 즐거운 연재가 되는 것 같아요. 올해의 다짐과 독자들과의 헤어짐 인사 부탁드립니다. 나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보다 뚜렷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좀 추상적이니 올해는 꼭 수영을 배워 서 바다에 가겠다는 다짐도 하나 추가할게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또 만나요.


건축이 좋아. #37. 빛으로 가득한 지성의 보고: 국립대만대학 사회과학 도서관(Koo Chen Fu Library) aoikasa

타이베이 현대건축을 찾아서. 타이베이의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것은 무엇일까? 타이베이 여행을 시작한 셋째날, 같이 건축 공부를 하고 있눈 대만 친구에게 물었다. ‘일제시기 건물들 말고, 산업유산들 재활용한 거 말고, 그러니까 옛날 꺼 말고 볼만한 타이베이 현대건축은 뭐 없어?’라고. 그 때부터 대만친구들의 고민은 시작. 무엇이 ‘현대’이지? ‘20 세기?’ ‘전쟁후?’ 뭘 얘기하는 거지? 대만의 현대는 무엇이지? 너무 어려운 질문을 던진 거 같아, 질문을 좀 더 단순화시켰다. ‘최근 가장 핫한(?) 건축물들’ 혹은 적어도 1960-70년대 이후 대만의 현대 디자인은 이 것이다 말할 수 있는 그런 거가 없을까? ‘역사성’보다 ‘동시대 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건물은 무엇일까. 그러자 바로 나온 대답. ‘타이베이101?’ 아, 그러게. 타이베이101이 대만 현대건축의 대표겠구나. 그런데 별로 안 가고 싶다. 타이베이 시내 어디에 서도 볼 수을 정도로 정말 높고, 뭐 구조 기술 등등 주목할 만한 데다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스타벅스까지 위치한다하니 그야말로 타이베이가 자랑하는 타이베이의 대표 현대건축물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건 너무 관상용 같고, 정말 타이베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현대건축물은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다. 한 참을 고민하던 대만 친구들이 날 데리고 간 곳은 바로 ‘대만국립대학’. 대만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이 곳에 있는 현대건축이 무엇일까. 내겐 경성제국대학처럼 타이베이제국대학으로 만들어진 일제 시기 학교 의 이미지가 강한 대만국립대학, 그래서 아마도 우리에게도 익숙한 1930년대 학교 건축물들이 있겠구나 싶어 큰 기대 없이 국립 대만대학에 들어섰다.

대만 현대건축의 집약판, 대만 국립대학 대만 국립대학의 정문은 일제시기에 만들어진 그대로인 듯, 작고 낮은 석조 기둥과 역시나 작은 초소로 만 들어져 있다. 대만 최고의 대학이라는 위용에 비해 정문은 아담하고 귀엽게만 느껴지는데, 안으로 들어가 서 메인 도로를 만나면 이 아담하고 귀여운 느낌은 사라져 버린다. 1928년 일본의 제국대학 시스템의 일환 으로 만들어진 타이베이제국대학은 타이베이시내에 있는 야자수가 늘어선 삼선도로가 캠퍼스의 중심에 늘어서 있고, 이 도로의 끝엔 도서관, 양 옆에는 학교의 주요 건물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 중심축과 주변부


건물들은 1928년 타이베이제국대학의 설립 당시 계획된 것으로, 현재도 1930년대의 풍광을 그대로 간직 하고 있다. 이 당시 지어진 건물들은 경성제국대학이나 비슷한 시기 한국에 만들어진 공공시설들과 사실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크림색 스크래치 타일 외벽과 중앙 돌출된 포치를 가진, 대칭적이고 근엄한 얼굴의 건물, 내부에는 복도를 두고 교실들이 배열되어 있고 포치와 연결되는 중앙부에는 2층으로 오르는 중앙계 단이 있다. 이는 일본제국의 공립교육기관 프로토 타입의 설계 방식이다.

(야자수가 늘어선 대만국립대학 중심도로(그 끝에 도서관)와 일제시기에 지어진 문학원 건물)

타이베이제국대학이 설립되었을 당시에는 문정학부, 이농학부 단 두 개의 학부뿐이었으나, 1945년 패전 즈음에는 문정학부, 이학부, 농학부, 의학부, 공학부 총 5개 학부로 당시 경성제국대학보다 많은 학부를 가지고 있었다. 1945년 이후 중화민국의 최고학부가 된 국립대만대학에는 이후 대만 최고의 건축가들이 현대건축물을 건축하여 현재의 국립 대만 대학을 만들어 갔다. 특히 60년대~70년대에는 대만에서도 ‘Chinese Modern’이라 하는, 대만의 색채를 가졌으면서도 현대적인 스타일이 유행하였는데 (우리도 비슷 한 시기 ‘한국성’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건축가인 王大閎(Dahong Wang)가 1961년 지은 ‘第 一學生活動中心’ 이다. 우리로 치면 학생회관 같은 건물인데, 강렬한 붉은 문 뒤로 펼쳐지는 공간에는 대 만 건축의 지역적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중정이 2개 있으며 (아쉽게도 현재는 이 중정이 내부화 되어 사용되 고 있다.) 푸드코트와 학생 휴게 공간이 별다른 구획없이 펼쳐져 있다.

(王大閎(Dahong Wang)설계, 第一學生活動中心건물, 1961)


(張肇康설계, 농업진열관, 1964)

정문에서 들어와 왼쪽으로 꺾으면, 농업진열관이 나오는데 이 건물 역시 1964년 張肇康가 지은 대만 의 ‘Chinese Modern’ 스타일의 건물이다. 과감한 노출콘크리트의 사용과 관을 박아서 구멍을 내어 만든 벽면, 그리고 그 사이로 햇빛을 인입시키는 특징을 가진 이 건물의 내부는 나선형 계단과 한 층 전체가 탁 트여 자유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외부의 타공 벽면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은은하게 퍼지는 이 공간은 농 과대학의 농업진열관으로 사용되고 있어 내부는 전시실 및 까페, 작은 서점 및 기념품점으로 구성되어 있 다. 이외에도 중국 건축의 처마와 기둥이 기념비적으로 표현된 1967년 지어진 鹿鳴堂 건물, 포스트모던한 어휘가 반영된, 아치형 창문의 반복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1962년 지어진 地質科學館(이 역시 王大閎 (Dahong Wang)의 설계) 등이 있다.

(좌: 鹿鳴堂, 우: 地質科學館)

빛으로 가득 찬 사회과학 도서관 NTU SSL 1930년대와 1960년대를 건너, 2000년대로 넘어오면 바로 이 건물이 있다. 국립대만대학의 사회과학도서 관. 토요이토가 설계한 이 건물은 2013년 건축된 '최신' 대만 현대 건축이다. 전체적으로는 대만적이라기보 다 '이토'적이지만, 21세기에 와서 대만적이란 것을 따지는 거 역시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 아무튼 다소 진 부한 표현이지만 빛으로 가득 찬 '지성의 보고'같은 국립대만대학의 사회과학도서관을 살펴보도록 하자.


캠퍼스의 주축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나오는 사회과학대학은 8층 규모의 현대적인 강의동과 단층의 도서관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버블 모양의 잔디 조경과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투명한 유리 외피의 도서관 내부로 들어서면, 온통 하얗다. 이 온통 하얀 느낌은 내부 인테리어의 색이 하얀 색이 주이기 때문이기도 전체 공 간이 하얀 빛으로 채워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센다이미디어테크에서와 마찬가지로, 도요 이토는 이 공간 의 주인을 기둥으로 설정한 듯 하다. 하얀 색의 버섯 모양, 혹은 나무 모양의 이 기둥들은 땅에서부타 천장 까지 이어지며 도서관을 지지하고 구성한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바로 이 하얀 기둥 숲에 들어온 것 같은 기 분이 드는 건, 이 기둥 외의 나머지 것들(벽, 천정 등)은 모두 빛으로 가득찬 공간 속에서 비물질화되어 날아 가버린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천정은 반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로 되어 있는데, 이 천정은 태양광을 부드 럽게 변형시키며 공간을 관통함으로서, 부유하는 빛의 공간감을 만들어 낸다. 부유하는 빛이 가득한, 하얀 기둥 숲 속에서 또 하나의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유곡선형으로 펼쳐진 서가이다. 도서관하 면 서가가 수직, 수평으로 바닥부터 천장을 가득 채우며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이 곳의 서가는 하얀 기둥 숲 사이에서 낮고 자유롭게 배치되어 사람들의 흐름을 유도하고, 이 하얀 빛 속 공간에서 홀로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센다이 미디어테크로 유명한 도요 이토이지만, 이 곳에서만큼은 ‘책’ 그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 을 보인다. 컴퓨터와 각종 디지털 도구가 아닌 오직 책으로만 가득 찬 공간. 책이 오롯이 주인공이 되는 그 런 전통적인 의미의 도서관이 가장 현대적인 공간에 펼쳐지는 것이다.


마치 연꽃이 핀 모양같다는 이 도서관은 낮에는 햇빛으로 충만한 공간이지만, 밤에는 그 자체가 빛을 발산 하는 공간이 되어 캠퍼스를 환히 밝힌다. 마치 연잎 같은 도서관을 둘러싼 외부 조경과 도서관을 내외부에 서 지지하며 천정으로 이어지는 연꽃같은 기둥,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물은 마치 이 곳이 하나의 연못인 듯한 느낌도 준다. 올라가보진 못했지만, 강의동 위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보면 이 연꽃과 연잎들이 연못 에 펼쳐져 있는 풍경이 보일 거라 예상된다. 중정 그리고 연못이라는 요소를 자주 사용하는 대만에서, 이 도서관은 어쩌면 ‘책’이라는 하나의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연못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 과한 상 상인 듯도 하지만… (방문객 등록을 하면 내부를 구경해 볼 수도 있고, 이렇게 귀여운 방문자 용 카드를 발급받아 출입할 수도 있다. 5명 이상 그룹투어는 홈페이지 http://web.lib.ntu.edu.tw/koolib/en/ 에서 미리 예약할 것!)

참고로.. 타이베이에 다녀온 후, 다른 잡지에 타이베이의 어제와 오늘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타이베이 도시 이야기 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http://www.redian.org/archive/108248


(국립대만대학 사회과학도서관 내부, 하얀 기둥 숲으로 가득찬 풍부한 빛과 그 속을 가로지르는 서고)


지진파

주의 이 책에는 사체나 미이라와 같이 혐오스럽게 느낄 수 있는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법의곤충학자이자 프리랜서 과학수사가인 마르크 베네케가 쓴 책으로 실제 사례와 과 학정보 그리고 많은 도판과 사진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볼만한 책. 초반의 이미지와 사례들이 거부감을 일으키지만 바로 그 지점이 책이 힘을 발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힘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2016년 출간되어 신간인줄 알았으나. 2008년 출간된 책을 디자인을 바꿔 새롭게 낸 것으로 2008년 판 또한 1999년 독일 에서 출간되었던 <범죄생물학>에 새로운 내용을 첨가하고 제3부 <낡은 범죄생물학> 을 덧붙여 새롭게 출간한 것으로 실제로 후반부로 갈수록 책이 갈피를 못잡고 흐느적 거리는 것을 느낄수 있다.

오히려 극 초반부만을 엮어 얇게 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흥미를 갖 고 보다가 주제가 바뀌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하면 그 자리에서 책을 덮어도 좋다. 나도 앞부분 만을 추천한다.


지난 2월 11에 타계한 다니구치 지로는 작가로 지내는 동안 <신들의 봉우리>, <고독 한 미식가>, <도련님의 시대>, <시튼> 등과 같은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내놓았다.

개인적으로 추천한다면 어느 도서관에서나 빌릴 수 있는 <신들의 봉우리>를 추천하 겠지만 최근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오히려 <개를 기르다>나 <고독한 미식가 >나 <에도산책> 이 아닐까? 가볍게 시작해서 깊이 읽으면 좋은 작가.

여러 책 중에서 <개를 기르다>를 추천하는 이유는 월간이리가 그렇게 어렵고 모진 잡 지가 아니라는 것은 은연중에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1992년의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보면 더욱 재미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작품들 도 먼저 보고 최초 출간일을 확인해 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의미없는 이야기 글. 그림. 철민


대선을 앞두고 굴림체로 글. EXXX

3. 탄핵을 기다리며

이 글이 나올 즈음이면 탄핵에 대한 결과가 나오거나 결과 발표일이 코앞에 다가왔을 것이다.

2016년 말부터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탄핵이 될 것 같냐고? 묻는다면 나는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시중의 소문처럼 기각이 되면 어쩌냐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금니는 한번 꽉 깨물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결론 에 다다르기까지 수없이 인내하고 무수히 일어선 것을 보았다. 그것은 그동안 살면서 인간에게 실망한 모든 것을 극복하고도 남을 정도로 눈부신 장면이었다. 누군가는 탄핵이 되지 않으면 이민을 간다고 하 는데,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탄핵이 되지 않는다고 이 나라를 훌쩍 떠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 도로 마음을 뒤흔드는 경험이었다.

탄핵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탄핵이 된다면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으면 좋겠다. 너 무 거대한 소식이어서 이미 다들 알고 있겠지만 친구에게 연락을 해 좋은 소식을 나누자. 우리가 승리 했다고 외치자. 술을 마시자고 불러내는 것도 좋다. 어떻게든 연락하고, 나누고, 즐겁다고 말했으면 좋 겠다. 우리가 고개를 들어 저 멀리를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웃으며 길길이 날뛰어보자. 선명한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탄핵이 안된다고 해도 좌절하지 말자. 비아냥 대지도 말고 좌절에 몸서리 치지도 말자. 뜨거운 마음을 안고 선선히 나갔던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자. 탄핵 안된다고 세상이 나쁜놈들 소굴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같이 광장에 서 있던 친구들이 변절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더 힘내자는 말도 하지 말자. 그냥 욕을 하자. 잘못된 것을 잘못된 길로 가게 하는 소수에 대해 분노하고 명확하게 비난하자. 그리고 친구 들을 만나자. 밥을 먹고 담배를 피고 커피를 마시고 술을 마시며 즐겁게 하루를 보내자.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도 부끄럽게 행동하지 않았으니 고개를 숙이지는 말자.

우리는 참 멋진 시대를 살고 있다.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손쉽게 책을 구할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다. 꽃도 선물할 수 있다. 몇개의 현실이 씁쓸하다고 슬퍼하며 스러질 것 까지 는 없다.

확실한 것은, 지난 겨울 우리 모두가 예술가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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