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모범생 한러 브라질월드컵 숙명의 대결
>> R8
이 섹션은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 러시아>와 중앙일보가 협력해 제작발간합니다.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제15215호
러시아 인사이드
새 출발하는 루블화 러시아 경제의 올해 성적과 내년 전 망을 러시아 포커스의 경제담당 에 디터가 짚어봤다. 2013년은 상반된 지표가 나타났다. 장기침체 국면에 들어갔지만 기업환경평가에서는 순 위가 올라갔다. 문제는 2013년 침체 를 야기했던 요인이 2014년에도 계 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연방 경제개발부는 2.2% 성장 전망을 제 ▶R6
시한다.
우주에 발전소 띄운다 러시아의 ‘로스아톰’이 우주시대의 새 장을 여는 걸음을 시작했다. 우주 궤도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
기자 1300명과 4시간5분 회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통을 즐긴다. 2013년 12월 19일에는 국내 1000명, 외국 300명의 기자를 한자리에 모아 대규모 기자회견을 했다. 크라스나야 프레스냐 국제교
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동력 부
역센터에서 열린 이 회견은 4시간5분이나 계속됐다.
족으로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
[리아 노보스티]
게 된다. 가까이는 골칫덩어리인 우 주쓰레기 처리가 있고 멀리는 심우주 유인 탐사의 꿈도 가능하다. ▶R7
‘하산 할아버지’ 피격 1년 러 마피아 시대 저무나
Culture & Life
<조지아 출신 러시아 마피아 두목>
드미트리 신 기자
2013년 1월 16일 오후 2시쯤. 모스 크바 시내 볼샤야 니키츠카야 거리 의 교통체증에서 빠져나온 고급 외 제차 행렬이 캅카스 식당인 ‘스타리 파에톤’ 레스토랑으로 접근했다. 다 른 차에서 내린 검은 슈트 차림의 건 장한 경호원 몇 명이 재빨리 중심 차 량을 에워쌌다. 작은 키의 노인이 방 탄 벤츠에서 내려 레스토랑 문으로 느린 걸음으로 걸어갔다. 1월의 차가 운 날씨 속에서 발길에 밟히는 눈이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냈다. 노인이 다가서자 문이 열리고 젊 은 여종업원의 친절한 얼굴이 나타 났다. 그 순간 총성이 울리면서 레스 토랑 안뜰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 로 변했다. 여섯 발의 총성이 연속적 으로 울렸다. 총알이 노인의 머리에 명중했고 이어 등의 경동맥을 관통 했다. 경호원들의 응사가 산발적으 로 이어졌다. 노인은 죽었다. 여종업 원은 척추에 심각한 총상을 입었다. 한 시간 뒤 중앙언론은 뉴스 특보 로 도배됐다. 러시아 범죄계의 대부 로 ‘하산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가
진 75세의 아슬란 우소얀이 암살된 것이다. 우소얀 피살 소식은 한때 트 위터 톱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 는 2009년 러시아 언론이 ‘캅카스 마피아의 두목’으로 꼽은 인물이었 다. 1980년 후반부터 러시아 남부의 범죄조직을 관리하면서 불법 도박, 마약 및 무기 밀매, 천연자원 채굴에 주로 손을 댔다. 문제는 2006년부터 그가 동향인 조지아 출신의 ‘타로’ 라는 별명의 타리엘 오니아니와 갈 등을 벌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소 얀은 ‘하산 할아버지파’의 두목이 었고, 오니아니는 ‘쿠타이스카야파’ 의 두목이었다. 그 때문에 우소얀의 피살을 러시아 최대 마피아의 전쟁 으로 보는 관측이 퍼졌다. 언론들은 범죄 전문가들에게 “우소얀 피살로 러시아 마피아들 간에 피의 복수가 시작되느냐”고 물었다. 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긴 했다. 그럼 에도 이 싸움이 범죄조직 간의 싸움 이긴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들의 갈 등이 외부로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 라는 점에서는 의견이 대부분 일치 했다. 1990년대식으로 칼라슈니코 프 자동소총을 난사하는 일은 먼 과
올초 암흑가 대부 사망 이후 범죄조직 행태에 변화 조짐 양대 파벌 몰락 총격전 실종
미ㆍ러 합작 마피아 영화 낯선 여인의 한 장면.
[일리아 바자르스키]
거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조직범죄 전문가인 경찰청 알렉 산드르 구로프 중장(러시아 경찰은 군인 계급을 사용)은 일간 ‘콤스몰 스카야 프라우다’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범죄계 대부들은 구멍 난 부 츠를 신고 핀란드제 단도를 차고 금 니를 박아넣는 짓을 하지 않는다. 이 들은 거대 사업체 대표가 됐다. ‘집 단 난투극’식의 마피아 전쟁은 이제 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는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니아 니도 체포돼 겉모습으로 러시아 마 피아의 두 거대세력은 침몰하는 듯 하다. 통계가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경찰청과 통계국의 범죄통계에 따 르면 2013년 범죄는 소련 붕괴 이후 가장 낮은 2386만 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2628만 건, 2011년 2404만 건, 2012년 2302만 건 으로 줄어드는 추세이기도 했다. 이 는 러시아의 범죄 환경이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사법 당국에 가장 힘든 한 해는 2006년으로 꼽힌다. 경찰청 의 블라디미르 오브친스키 준장은
2006년을 ‘범죄의 극성기’로 꼽는 다. 그해에 3855만 건의 범죄가 있었 다. 소련 붕괴 직후인 1990년 1839만 건, 1995년 2755만 건, 2000년 2952 만 건, 2005년 3554만 건으로 증가 했다. 더불어 ‘마피아 범죄’로 불리 는 조직범죄도 늘었다. 2000년 17만 건, 2001년 12만 건, 2002년 12만 건, 2003년 14만 건, 2004년 22만 건으 로 증가 추세였다. 러시아 특유의 2006년 피크였던 범죄가 줄어드 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새해맞이 풍경 푸틴 대통령이 벌인 ‘범죄와의 전 쟁’을 꼽는다. 2006년에는 전쟁이 12월 31일부터 일주일 이상 계속되 막 시작돼 검거율이 높았으며 이후 는 러시아의 연말연시는 떠들썩하 엔 범죄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다. 더구나 연휴가 러시아 성탄절인 1 다. 최근 열린 범죄방지대책 확대회 월 8일로 마감되면서 열기는 더해진 의에서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다. 새해맞이 러시아의 풍습은 뭘까. 시장은 “올해 모스크바의 범죄 상황 떡국 대신 뭘 먹을까. 술을 마실 텐데 은 안정됐다. 강도, 약탈, 음주운전은 해도 되나 같 절도, 차량 절취, 난동과 은 연말연시의 궁금증을 다음호는 같은 조직 중범죄가 대폭 대탐험 했다. 거의 1월 24일 줄었다. 거리와 광장, 유일하게 러시아 발행됩니다 기타 공공장소들에서 인이 하나의 마음 벌어지는 범죄도 15% 이 되는 명절이라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고 한다.
▶관계기사 R3
▶R4~5
R2
Russia포커스 ┃ 문화
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Russia포커스가 돌아본 2013 문화계
Old & New 붉은광장 ‘루이뷔통 가방’ 굴욕사건 눈길 옛것새것 공존하며 진통과 발전 작은 클럽서점들이 새 문화 주도 푸시킨미술관장 수십 년만에 교체 로마노프왕조 400돌 기념전 성황
영화 스탈린그라드의 한 장면.
얀 센크만, 드미트리 로멘딕 기자
러시아 문화의 변화는 1년 전 힙스터 문화의 형태로 작은 클럽이나 서점, 자율 강연회와 거리에서 시작됐다. 우선 수십 개 문화시설의 책임자가 새 얼 굴로 바뀌었다.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컨템 퍼러리 아트(contemporary art)의 마리나 로샤크 관장이 수십 년간 ‘푸시킨 국립 미 술관’의 관장을 맡아온 이리나 안토노바를 대신해 미술관의 새 관장이 된 것이다. 혁신가들이 등장해 모스크바 문화를 세 계 문화의 흐름에 합류시켰다. 선진화된 세 계 수준에 맞게끔 모스크바의 공원을 정비 하고, 중심가에 인도를 설치했다. 야간에 열 리는 연중 문화행사인 박물관의 밤, 도서관 의 밤, 음악의 밤, 예술의 밤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축제 목적은 독특한 방식으로 문 화를 소개해 시민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전 파하기 위해서다. 자랴디예 공원=크렘린 바로 뒤쪽에 ‘자 랴디예’라는 공터가 있다. 7~8세기에는 모 스크바 강을 통해 들여온 상품을 거래하 는 시장이 있었다. 1812년 나폴레옹의 침 공으로 모스크바가 불탄 후 이곳에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19세기 중반에는 시내 에서 유일하게 유대인 상인의 거주가 허가 된 유대인 게토가 들어섰다. 소련 시절 그 자리엔 대형 고층 호텔 로시야가 있었으나 2006~2007년 철거돼 공터로 변했다. 2012 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곳에 공 원을 꾸밀 것을 제안했다. 뉴욕의 ‘하이라 인(Highline)’ 고가철도 공원을 멋지게 디 자인한 미국의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 (Diller Scofidio+Renfro)’ 건축설계소가 공
루이뷔통이 러시아의 심장쯤 되는 붉은광장에 명품 가방을 흉내 낸 높이 9m, 길이 30m 전시관을 만들었다가 하루 만에 철거하는 망신을 당했다.
모에서 우승했다. 모스크바 시내 공원들이 눈에 띄게 현대화되고 있지만, 앞으로 자랴 디예에 세워질 공원과 견줄 만한 곳은 없다. 루이뷔통 가방의 대망신=올해 건축 분 야의 주인공은 붉은광장에 세워졌던 다 층 건물 높이의 루이뷔통 가방이다. 루이뷔 통 측은 국영백화점 굼(ГУМ) 옆에 전시장 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방 모양의 임시 건물 을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포장을 걷 고 건물이 공개되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 다. 많은 블로거와 정치인은 러시아의 중심 광장에 ‘웬 프랑스 가방’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분개한 여론이 크렘린 성벽을 넘자 루이뷔통 측은 개장 바로 다음 날 황급히 전 시장을 해체했다. 아마 이 전시장은 세계 건 축사에서 가장 수명이 짧은 건물이었는지도 모른다. 동성애 영화제=누구나 새롭고 낯선 것 을 쉽게 받아들이진 못한다. 2013년 상트페 테르부르크엔 역경도 찾아왔다. 이 지역의 원리주의자(공산주의자나 단순한 보수주의 자, 그다지 교육수준이 높지 않은 사람들)는 비전통적 예술이라면 모두 치를 떤다. 이 때 문에 정기 동성애영화제 ‘나란히(Бок-обок)’가 온갖 비난과 개최를 막으려는 시 도 속에 힘겹게 치러졌다. 반대 여론은 당연 했다. 오래전부터 ‘게이’라는 말이 욕으로 만 쓰이는 나라에서 열리기엔 너무나도 생 소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영화제가 개최됐다는 사실은 뭔가 변하 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영화 ‘스탈린그라드’와 ‘하드 투 비 어 갓 (Трудно быть богом)’=러시아 고전 영화 감독 알렉세이 게르만은 10년 넘게 판 타지 디스토피아 영화 ‘하드 투 비 어 갓’을
촬영했다. 그는 올해 초 세상을 떠났고, 아 버지처럼 감독이며 이름도 같은 그의 아들 이 제작을 마무리했다. 러시아 영화관에선 아직 개봉되지 않았지만, 지난 11월 열린 로 마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영화는 무겁 고 자연주의적이며 난해하다. 조심스러운 평론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움베르토 에코 는 감격에 차 이렇게 말했다. “게르만의 작 품을 보고 나니 타란티노의 영화는 디즈니 만화영화 같다.” 표도르 본다르축 감독의 ‘스탈린그라드’ 는 제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인 전투 중 하나
였던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영화다. 매 우 애국적인 고예산 영화이며, 동시에 수익 성이 좋은 영화이기도 하다. 약 3000만 달러 의 제작비가 들어갔는데, 개봉 11일 만에 손 익 분기점을 넘었다. 평론은 부정적이었고,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과 줄거리의 오류가 발견됐다. 움베르토 에코도 스탈린그라드에 대해선 입을 닫았지만 대중에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2013년에는 모든 것, 즉 옛것 과 새것이 공존했다. 많은 모스크바 시민이 로마노프 왕조 400주년 기념 전시회(이콘,
[리아 노보스티]
왕가의 유물, 초상화 등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그에 못지않게 많 은 사람이 세속적이고 격식 없는 작품을 전 시하는 ‘박물관의 밤’을 관람한다. 전통 축 제만큼 현대적 축제가 열리고, 대중 영화만 큼 컬트영화와 예술영화가 있으며, 유명인 사가 출연하는 ‘크렘린 궁전’의 공연보다 열 배, 스무 배 많은 클럽 공연이 열리고, 표는 없어서 못 구할 정도다. ‘옛것과 새것의 병 행’이 지금 이 순간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대립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러시아가 거쳐 가는 정상적인 발전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혼돈 거듭되는 볼쇼이극장
황산 테러 이어 총지휘자 사직 “표류하는 큰 배 신세” 블라디미르 코즐로프 기자
지난 12월 초 볼쇼이극장 총지휘자 바실리 시나이스키가 사직했다. 음악감독 책임을 맞은 시나이스키가 ‘돈 카를로스’ 베르디의 오페라를 맡은 지 2주 만에 발생한 일이어서 다들 경악했다. 그 사건은 러시아 최고 극장 에 깃든 불행한 사태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 여 주는 것이다. 지난해 볼쇼이극장은 갈등과 운영진 교 체의 진통을 여러 차례 겪었다. 극장장이 바 뀌었고 주연급 무용수와 예술감독이 연루 된 범죄가 발생했다. 몇 년 전에도 러시아 대 중은 볼쇼이극장을 주시했다. 대규모 보수 공사 때문이었다. 비용이 예산을 한참 초과 하고 기한도 늦어져 2011년 겨우 마무리됐 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여러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단원들은 새 단장을 마친 무대에서 마음껏 공연할 수 없었다. 지난 1월엔 볼쇼이극장 예술감독인 세르 게이 필린이 얼굴에 황산테러를 당해 시력 을 거의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법원은 볼쇼이발레단의 무용수인 파벨 드미트리첸코에게 테러 사주 죄로 6년 형을 선고했다. 공범과 도주를 도운 운전사 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볼쇼이발레의 무대 뒤편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스캔들이 대중의 주 목을 받기 시작했다. 발레단도 드미트리첸코 를 옹호하는 편과 필린의 손을 들어 주는 편 으로 갈렸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발레단 을 나왔던 유명 무용수 니콜라이 치스카리 드제도 가세해 극장의 숨 막히는 분위기와 독단적인 주역 배정 행태를 폭로했다.
볼쇼이극장(왼쪽)과 예술감독에게 황산 테러를 주도한 파벨 드미트리첸코.
치열한 경쟁과 스캔들 표면화 독단적인 주역 배정 폭로까지 공연 수준 하락 잡음도 계속 전문가들은 볼쇼이 정도 수준의 극장에서 는 비슷한 스캔들과 경쟁이 심심치 않게 일 어나지만 그 일이 극장 밖으로 새어 나가는 일은 드물다고 했다. 러시아국립인문대학의 바딤 가예프스키 극장학 교수는 “사건이나 경쟁이 없는 발레단과 오페라단은 어디에도 없지만 대부분 내부에서만 회자하고 대중이 알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갈등은 발레와 오페라 공연의 수준 하락 으로 이어진다. 그네신 음악아카데미 성악 과의 아긴 교수는 “몇 년 전부터 공연의 질 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볼쇼이극장이 선보 인 ‘예브게니 오네긴’과 ‘루슬란과 류드밀 라’ 오페라도 별로였다. 극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볼쇼이극장 퇴보의 원인으로 아
[로리, 포토 익스프레스]
나톨리 익사노프 전 극장장을 지목한다. 그 가 재임했던 지난 13년 내내 볼쇼이극장 보수 공사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완공 은 3년 지체됐고 공사비는 당초 18억 달러보 다 16배나 불어났다. 결국 블라디미르 메딘스 키 문화부 장관은 2012년 여름 익사노프를 퇴 임시키고 블라디미르 유린을 임명했다. 아긴 교수는 “유린 극장장은 전임자 밑에 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여러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극장 운영 경험이 풍부한 유린에게 도 꽤 버거운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볼쇼이극장에는 최고 수준의 예술가도 부족하다”며 “러시아에 훌륭한 성악가들이 있는데, 볼쇼이 측은 이들을 영입하려는 노 력을 조금도 안 한다. 무대감독도 더욱 적극 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극장의 미래를 위한 결정은 유린 극장장에게 달렸다. 가예프스 키 교수는 “볼쇼이극장은 방향이 분명하지 않은 곳으로 선회하는 큰 배에 비유할 수 있 다. 지금은 모든 게 불확실한 시기”라고 덧 붙였다.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Russia포커스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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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3
쇠락해가는 러시아 마피아
합법 사업체로 탈바꿈 전 조직원, 교수의원 변신도 1994년 4월의 시원한 저녁, 모스크바의 크라스노프레스넨스키예 사우나에서 건 장한 체격의 캅카스 출신 남자가 걸어 나왔다. 건장한 보디가드들이 둘러쌌다. 걸음걸이와 도도한 눈빛…강력한 보스 임을 알 수 있었다. 자동차 쪽으로 천천 히 걸어가던 그가 한순간 멈추는가 싶더 니 폭발 소리처럼 총성이 울렸다. 첫 발 은 가슴을, 두 번째는 목을, 세 번째는 머 리를 명중시켰다. 경호원이 그를 감쌌지 만 늦었다. 1990년대 러시아 범죄계 대 부 가운데 한 사람이자 거대 사업가였던 오타리 크바트리시빌리가 이렇게 피살되 었다. 며칠 뒤 모스크바의 고급스러운 바 간코보 공동묘지에서 성대하게 열린 그 의 장례식에는 유명 운동선수와 예술가, 사업가들이 참석했다.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마저 조의를 표했다. 러시아 사회 에 범죄 세계가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 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시기의 일이다.
드미트리 신 기자
러시아 마피아는 1980~90년대 소련 붕괴를 전후로 활개를 쳤다. 정치적 불안정, 국가권 력 약화, 러시아인 대다수의 빈곤화, 총체 적 실업의 시기를 틈타 뒷골목 건달 들과 운동선수들, 아프가니스 탄 참전 병사들, 경찰과 심지 어 KGB 출신까지도 범죄 대열 에 대거 휩쓸려 들어갔다. 이들 은 보통 지역을 기반으로 뭉쳐 도 시를 분할 관리했다. ‘손체보 마 피아’는 모스크바 남서부 손체보 지역을, ‘포돌스크 마피아’는 모스 크바 교외 도시 포돌스크를 관리했 다. 당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중소 사 업체들은 곧 마피아 손아귀에 들어갔 다. 대표적인 지역 마피아 활동은 뒤를 봐준 다며 갈취나 다름없는 보호세를 받아내는 것이었다. 갈취는 너무 흔해 사업가라면 어 떻게 하든 그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유 명한 러시아 헤비급 권투선수 출신으로 현 국가두마(하원) 의원이기도 한 니콜라이 발 루예프는 마피아 갑(甲)질을 했다. 수사 기 록에 따르면 당시 장래 세계챔피언으로 꼽 히던 그는 ‘콜랴-쿠발다’라는 별명으로 통 했다. 2m12㎝의 장신으로 엄청나게 체격이 큰 발루예프의 ‘협박 게임’을 견뎌낼 자가 없었다. 그의 첫 번째 트레이너는 한때 매점 들의 ‘뒤를 봐주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를 데리고 갔다. 어느 날 한 사업가가 끈질기게 말을 듣지 않자 트레이너는 그에게 “그래, 저 친구가 널 손봐줄 거야”라며 발루예프를 가리켰다. ‘콜랴-쿠발다’는 말 없이 사업가 의 눈을 쳐다봤다. 갈등은 곧 끝났다. 이 때 일로 발루예프가 경찰에 끌려가자 사람들 이 나서서 문제를 덮어줬다. 지역 마피아와 함께 인종별 마피아도 무 수하게 생겨났다. 이들은 저마다 고유한 특 징이 있었다. 아제르바이잔 마피아는 시장 상권을 관리했고, 집시 마피아는 마약 사업 을 관리했다. 체첸 마피아는 가장 대담하고 잔인한 갱단으로 통했다. 영향력이 큰 체첸 인들은 은행업뿐 아니라 대규모 투기에 관
주로 업소 뒤 봐주며 보호세 갈취 지역별·인종별로 사업 분야 달라 푸틴 이후 쇠락 “미 영화서만 활개”
미국의 러시아 연구 소가 만든 ‘마피아 카드’.
여했고 석유 사업을 관리했다. 조무래기 체 첸인들은 몸값을 노리고 사람들을 납치했 다. 1990년대에 활개쳤던 마피아 범죄는 블라 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이후 입지를 잃 기 시작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특히 마피아 단속반으로 불리는 러시아 내부무 특수부 대를 꼽는다. 공식 명칭 ‘조직범죄 단속반’ 인 이 부대는 연방보안국(FSB)과 우열을 다 툴 만큼 경찰 최정예 부대로 통했다. 정부가 목을 조여오자 마피아 가운데 일부 는 거대 사업체로 무대를 옮기는 등 커다란 변 화가 있었다. ‘손체보 마피아’의 전직 보스 중 세르게이 미하일로프(별명 ‘미하시’)는 법학 박사가 돼 교수 겸 유명 자선가로 변신했다. 알렉세이 김(별명 ‘코레시’ 또는 ‘고려인’)은 레슬링 도장 ‘토르페도’의 관장이 되었는데, 그의 제자 중에는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올림 픽 챔피언 하산 바로예프가 있다. 안드레이 스 코치(별명 ‘스코치’)는 하원 의원으로 러시아 판 ‘포브스’지에 따르면 2012년 자산 규모 79 억 달러로 ‘러시아 부자 사업가’ 순위 19위에 올랐다.
내분도 마피아 약화의 또 다른 배경이 됐 다. 그런 일이 바로 모스크바 최대 조직인 오 레호보 마피아에서 일어났다. 끝없이 벌어 진 내분 결과 보스 24명 중 22명이 살해됐다. 1990년대 말 경찰은 이 조직이 자행한 범죄 대부분을 밝혀냈다. 살아남은 보스들은 스 페인으로 달아나 숨었지만 모두 검거됐다. 이 조직에서 가장 유명한 킬러로 ‘병사 레 샤’라고 불린 알렉세이 셰르스토비토프는 2013년 수감 중에 청산자: 전설적 킬러의 참 회록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오레호보 조직범죄단 내부를 솔직하게 보여줬 다. 킬러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신보다 더 멋지게 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그리고 살아남았으나 마침내 깨달은 자유와 가정의 진정한 가치들을 꿈꾸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 목숨 을 바쳐 길을 내주고는 이 책을 읽을 시간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사람에게 바친다.’ 2013년 10월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인기 가수 그리고리 랩스를 ‘러시아 마피아의 메신저’로 꼽고 그 에 대한 제재안을 도입했다. 기자들이 묻자 랩스는 “과거에 음악가라면 누구라도 그런 교제가 있었다”고 답했다. 일간지 ‘소베 세드니크’와의 인터뷰에서 랩스 는 “모든 일이 이들에겐 그저 우 스울 뿐이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범죄단 출신은 극소수만 남았다. 모두 손을 뗐거나 이제는 죽고 없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사 업에 종사한다. 모든 것은 이미 역사의 뒤 안길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러시아인들은 20년 전의 마피아 방식이 사라진 지 오랜데 러시아 밖, 특히 미국 의 할리우드가 ‘냉전’은 물론이고 러 시아 마피아, 아랍 테러리스트 들, 북한 간첩들과 같은 상 투적 괴물들을 내세우는 것을 불편해한다. 2013년 5월 미국의 러시아연구소는 ‘러시 아 마피아’라는 이름의
카드 한 벌을 출시했다. 카드에는 러시아 조 직 범죄 대표 48명이 모여 있다. 연구소의 보도자료에는 ‘러시아 마피아는 전 세계적 규모의 현상이자 범죄 세계의 핵심 세력이 다. 이 카드가 해당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 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쓰여 있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으로 뉴욕에 사는 라 리사는 “미국인들은 러시아 마피아에 관해 이야기하길 굉장히 좋아한다”며 “상점을 나 서는 할머니의 물건을 빼앗은 ‘러시아를 말 하는 미성년자’가 체포되면 온 나라가 러시 아 마피아를 체포했다고 떠들썩한데 웃기는 일이다. 러시아 마피아 신화는 러시아 사람 들만 빼고 모든 사람이 믿는다”고 말한다. 러시아에선 ‘러시아 마피아’라는 용어 자 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러시아 범죄 전문가 인 경찰청의 블라디미르 오브친스키 소장 은 “러시아 마피아라는 용어는 1970~80년 대에 소련 출신 유대인 이민자들의 범죄조 직에 처음 사용됐다. 이보다 더 넓은 의미로 는 소련 출신들이 해외에 조직한 범죄단체 를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 다”고 말했다.
마피아 영화 ‘죽은 남자의 블러프’(왼쪽). 1994년 9월 경찰 조직폭력 단속반이 범인을 체포하고 있다(가운데). 납치해 50만 달러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지아 출신 타리엘 오니아니가 재판을 받기 위해 모스크바 하모브니체스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RUSSIA OUT, 리아 노보스티]
황폐해져가는 러시아인들
30년새 자제력 줄고 공격성 증가 러시아 가정 25%, 일상 폭력 경험 타티야나 블라디키나 기자
러시아인들이 황폐해지고 있다. 러시아 과 학아카데미 심리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11년 사이 러시아인은 거칠 고, 사나워졌으며 자제력을 잃었다. 연구소 의 안드레이 유리예비치 부소장은 “1981년, 1991년, 2001년, 2011년 10년마다 한 번씩 70 개의 다양한 척도로 평가를 진행했다”고 말 했다. 여러 평가 부문 중 하나가 사회심리조 사였는데 특히 대중교통이나 상점, 거리에 서의 행동과 운전자의 운전방식을 조사했 다. 일상적 관계 실험에 따르면 러시아 가정 의 25%가 일상 폭력을 겪고 있다. 물론 모든 러시아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사회 전반의 심리 상태, 즉 ‘병원 환자들의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심리조사 소련 붕괴 뒤 급격한 변화 주요인 정부 향한 분노가 다른 데로 분출
평균 체온’이 그렇다는 것이다. 안드레이 부소장은 “공격적 범죄 문화가 러시아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말이며 그때부터 비속어가 많 이 나타나고 불법행동도 많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비어로는 наехать - 목적을 위 해 압력을 행사하다, крышевать - 은 폐하다 같은 것이 생겨났다. 배우자의 불륜 을 밝히거나 ‘벌주기 위해’ 킬러를 고용하 는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행태도 등장 했다. 현대 러시아에서는 ‘공격적’이란 단어가 긍정적인 뉘앙스를 띠는 경우가 많다. ‘공격 적 광고’는 효과가 큰 광고를, ‘승용차의 공 격적인 디자인’은 훌륭한 디자인을 의미한 다. 축구 팬이나 민족주의 기관 등 다양한 하
위문화 역시 공격성이 유행하는 데 일조했 다. 정부와 많은 언론사도 마찬가지였다. 안 드레이 부소장은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공격 성을 낳는다. 일반 시민은 정부에 ‘접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정부에 대한 분노가 일반 시민 사이에서 분출되거나 여러 사회적 그 룹에 전가된다”고 말한다. 외부 자극을 통해 지각하는 폭력도 주요 원인이다. 러시아 방 송에서는 특정 국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주변 상황이 적대적이고 위험한 것처럼 보여 주는 프로그램을 꽤 자주 방영한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연구원들은 “소비에트 이데올 로기의 특징인 ‘타자라는 적’은 요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한편 긍정적 흐름도 있다. 안드레 이 부소장은 “한 나라가 오랫동안 극도로
공격적인 상태에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러시아는 소련이 붕괴한 뒤 급격한 사 회 변화가 일어난 90년대 초의 모습을 매일 떨쳐내며 안정을 찾아가고 새 현실에 적응 하고 있다”고 말한다. 많은 러시아인이 휴양 차 외국으로 여행 을 가며 대개는 우 호적인 관계에 있 는 유럽 국가로 가 는데 거기서 사람 들 사이의 호의적 관계가 일반적이라 는 것을 느끼고 그 QR 코드를 스마트폰 앱 런 분위기를 러시 으로 스캔하면 멀티미디 아로 유입시킨다는 어로 만들어진 뉴스를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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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포커스 ┃ 라이프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Russia포커스 ┃ 라이프
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러시아의 새해맞이
1~8일 새해맞이 휴가 1일 한러 비자면제협정 발효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
‘털외투 청어’ 먹으며 샴페인 건배 거리마다 폭죽
러시아 예수 생일은 1월 7일 이때 점 보면 ‘족집게’ 7일 이반 쿠팔라의 날 하지의 악령을 쫓는 밤
<셀료드카 포드 슈보이 샐러드>
7일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
26일 러시아 해군의 날 리자 레비츠카야 기자
7~23일 2014 소치 동계올림픽 23일 조국수호자의 날 (남성의 날)
8일 국제 여성의 날 7~16일 11회 장애인 겨울올림픽
12일 우주항공학의 날 20일 부활절
유리 가가린
1일 노동절 9일 2차대전 전승 기념일 22~2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2012년 12월 31일 밤. 블라디보스토크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자정이 되자 스베틀란스카야 거리의 한 집 창문이 활짝 열리더니 한껏 빼 입은 사람들이 고개를 내밀고 외쳤다. “오라! 새해여, 오라!” “무슨 일?” 모스크바서 온 우린 놀랐다. “저렇게 말해주지 않으면 새해가 어떻게 우리를 찾아오겠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자란 친구 마샤가 웃으며 이 도시가 새해를 맞는 풍습을 설명했다.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에는 이런 풍습 이 없다. 새해도 블라디보스토크보다 7시간 늦게 찾아온다. 요즘은 러시아의 유럽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극동지방에서 제일 먼저 새해 를 맞이한 친지에게 전화해 축하 인사를 나 눈다. 러시아에서는 12월 31일과 1월 1일 밤 심각한 통신 마비가 발생하곤 한다. 매년 통 신사들이 이 시기에 통화량이 폭주할 것에 대비하는데도 친지와의 전화 연결에 실패한 사람들이 생기곤 한다. 유럽과 다른 국가들은 가톨릭식 성탄절을 중요한 축일로 기념하지만, 러시아는 12월 31 일 밤을 준비하는 데 전념한다. 모스크바에 살며 물류회사에 다니는 니콜 라이(35)는 이미 한 달 내내 새해맞이 전통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상점은 선물과 새해 상차림을 위해 식료품을 사는 사람들로 붐비 고 길은 고객과 파트너사에 카드나 선물 같은 신년 메시지를 보내려는 차량으로 몇 ㎞씩 막힌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2013년의 마지막 날 은 평일인 화요일. 하지만 니콜라이의 상사 는 직원들이 러시아의 주요 명절인 신년 첫날 을 준비할 수 있도록 그날은 휴무하게 했다. 다른 회사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니콜라이는 다른 러시아인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방식, 즉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는다. 이날은 러시 아에서 가장 가족적인 명절이다. 새해를 며칠 앞둔 지금 거리뿐 아니라 아 파트에도 장식품이나 장난감, 불빛, 과자, 귤 로 장식한 ‘욜카(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 졌다. 대부분 ‘진짜(나무로 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호한다. 진짜 트리를 세우면 침엽 수 향이 퍼지는데, 여기에 귤 향기가 더해지 면 모든 러시아인이 ‘새해 냄새’라 부르는 향 이 생겨난다. 12월 31일 저녁 즈음에는 포장 한 선물을 트리 아래 놓아둔다. 그리고 막바 지 명절 준비에 들어간다. 아이들도 함께 새 해를 맞을 수 있게 미리 잠을 재운다.
6일 러시아 국민 시인 푸시킨 탄생 215주년 12일 러시아의 날
푸시킨
러시아의 새해 상에서 빠질 수 없는 요리 가 있다. 한국에선 떡국이지만 러시아에선 샐러드다. 대부분 러시아 사람은 샐러드를 아주 많이 만든다. 만든 샐러드를 다 넣을 만 큼 큰 그릇이 집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 ‘대야’에 담아 내간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인이 새해에 먹는 샐러 드는 ‘올리비에’와 ‘셀료드카 포드 슈보이(털 외투 입은 청어라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적으로 ‘올리비에’가 러시아식 샐러드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데친 채소와 고기(소비에 트 시대에 햄으로 바뀌었다)로 만든 이 샐러 드의 프랑스 명칭 ‘올리비에’는 그 창시자인 주방장 류센 올리비에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 는 1860년대 초 모스크바에서 프랑스 요리 레 스토랑 ‘에르미타주’를 운영했다. ‘셀료드카 포드 슈보이’ 샐러드는 소비에트 시대부터 이 미 새해 음식이었다. 이 샐러드에는 소금에 절 인 청어와 삶은 감자, 비트, 당근, 계란, 신선 한 사과가 들어간다. 이 두 샐러드 이외의 새 해 요리는 집마다 다르다. 그러나 대개 1년에 한 번만 엄두를 낼 수 있는 손이 많이 가는 복 잡한 요리를 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린 돼지 통구이나 사과를 곁들인 오리 요리, 건 과를 곁들인 오리 요리 같은 것들이다. 물론, 새해를 맞는 데는 보드카와 샴페인이 필수다. 소비에트 시대에는 선택의 폭이 좁아 소비에 트연방 전역에서 ‘소비에트스코예 샴페인’이 터졌다. 그 후 ‘철의 장막’이 걷히고 상점에 이탈리아와 프랑스산 주류가 진열되면서 경 쟁이 치열해졌지만 소비에트스코예 샴페인은 여전히 인기 품목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서 새해맞이 일정을 분 단위로 살필 수도 있다. 밤 11시 아이들을 깨워 옷을 입힌 다음 식탁에 앉힌다. 11시30 분에는 (거리일 경우) 보드카와 글루바인(데 운 와인)을 마시며 지난해를 돌아본다. 11시 50분에는 텔레비전을 켜고 모든 채널에서 방 송하는 크렘린 시계탑 배경의 대통령 연설을 거의 모두가 듣는다. 러시아에는 9개의 시간대가 있어서 대통 령 연설을 미리 녹화한다. 대통령은 5분간 한 해를 결산한다. 중요한 사건을 언급하고 내 년 계획을 약속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 간인 ‘크렘린의 스파스카야탑 시계종이 자 정을 알리는 시간’이 온다. 한국의 보신각 타 종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시계탑 종소리는 1분만 이어진다. 이 1분 이내에 샴페인을 열 어 잔에 따르고 소원을 빌고 친구와 가족과 건배하고 마시기까지 해야 한다. 종이 멈추고 국가가 연주되기 전까지다.
엄청난 양의 샐러드 꼭 해먹어야 큰 그릇 없으면 대야에 담기도 동서부 시차 7시간 풍습 달라 크렘린 종소리 들으며 소원 빌어
셀료드카 포드 슈보이 샐러드
이제 새해가 시작됐다. 모두 식탁으로 되 돌아가 다시 마시고 춤추고 선물을 주고받는 다. 그러다가 거리로 나가 폭죽을 터뜨린다. 새해 폭죽 풍습은 1699년 개혁군주 표트르 대제의 지시로 시작됐다. 대제의 명령에 따 라 7일간 새해를 기념했다. 집이나 대문 앞에 장식용 침엽수를 세우고, 저녁마다 타르가 든 통에 불을 붙이고, 축포를 쏘았다. 크렘린 궁전 앞에서는 200여 문의 대포를, 민가에선 소총을 쏘았다. 새해가 러시아의 진정한 명절 이 된 것은 1919년 그레고리력으로 새해를 기 념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아직 일부 가정에는 지금의 1월 13일에 해당하는 ‘정교 식 새해’를 맞는 전통이 남아 있다. 어쨌든 아침까지 ‘요란한 새해맞이’를 한 뒤 고요를 되찾고 러시아인들은 잠을 청한 다. 1월 1일 아침은 연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 된다. 오후 2시까지 거리는 텅 비고 일하는 사람도 없다. 신년 맞이는 러시아 민족의 ‘하 나됨’을 느낄 수 있는 날이다.
엘레나 프로시나 기자
성탄절 이전 40일은 금식 기간 6일부터 12일간 ‘스뱌트키’ 축제 젊은이들, 복 빌어주고 음식 얻어
[AP Photo]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성탄절은 12월 25 일이지만 러시아에선 1월 6일에서 7일로 넘 어가는 밤에 ‘정교식 성탄절’을 맞는다. 차 이 나는 이유는 러시아에 그레고리력이 도 입된 후에도 율리우스력대로 11일 후에 성탄 절을 기념하는 전통이 남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이에게 성탄절은 신년 연휴의 연장선에 있다. 성탄절을 마지막으로 긴 신년 연휴가 끝난다. 종교가 없는 이들도 이날을 기념한다. 그들에게 성탄절은 다시 한번 가 족과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낼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교 신자에게는 성탄절이 1월 1일 보다 훨씬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일정은 약 3시간 동안 계속되는 성탄 전야 예배다. 가장 장중한 예배가 열리는 곳은 러시아 의 대표적인 성당인 모스크바의 구원자 예수 대성당이다. 매년 이 예배에 6000여 명의 시 민이 참석한다. 500명 이상의 경찰이 질서 유 지를 위해 동원된다. 이 성당은 모스크바에 서 가장 큰 러시아 정교회 성당이다. 나폴레
옹 군대를 물리친 것을 기념해 1883년에 건 립됐다가 1931년 소련 정권에 의해 파괴됐고 그 자리에 레닌 동상과 함께 거대한 ‘소비에 트 궁전’을 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2차 세 계대전 발발로 계획은 무산됐고 1958년 노천 수영장이 건설돼 94년까지 운영되다 99년 복 원돼 현재 러시아 정교회의 본당 역할을 하 고 있다. 성탄절에 앞서 40일간의 금식기간이 있다. 그중 가장 엄격한 날은 마지막 날인 ‘소첼닉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날엔 불리거나 삶 은 쌀, 밀, 강낭콩, 완두콩, 채소만 먹을 수 있 다. 금식은 날이 어두워지거나 예수가 탄생할 때 베들레헴 위에 떴던 별을 상징하는 첫 별 이 보일 때 끝난다. 흥미로운 점은 정교의 성탄절 의식에 이교 도적 풍습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1월 6일은 강탄절에서 주현절까지 12일간 계속되는 고 대슬라브 축제 ‘스뱌트키’가 시작되는 날이 기도 하다. 이때 젊은이들이 즐기던 오락은
점을 보거나 집집이 돌아다니며 복을 빌어주 고 음식을 얻는 ‘콜랴도바니예’였다. 먼저 고대 루시에서, 그 후엔 제정 러시아 에서 이 기간이면 저녁마다 처녀총각들이 모여 동물이나 신화 속 인물로 꾸미고 마을 과 시내를 돌았다. 불 켜진 집을 방문해 성가 와 집주인을 칭송하는 축가를 부르며 음식을 요청했다. 집주인은 손님들을 맞아 성대히 대 접했다. 이때 인색하게 굴면 한 해 운수가 나 빠진다고 여겼다. 특이 처녀들이 미래의 남편을 점치기 위해 스뱌트키를 기다리곤 했다. 오랜 옛날부터 스뱌트키 기간에 보는 점이 가장 잘 맞는다 고 여겨졌다. 이제 스뱌트키 풍습은 시골에만 남아 있 고, 그나마도 예전처럼 거창하게 치르지 않 는다. 반면 성탄절은 점차 더 많은 사람이 기념하고 있다. 설문에 따르면 러시아인 중 35%는 성탄절이 새해보다 중요한 명절이라 생각한다.
해군 깃발
2일 공수부대의 날 6일 그리스도 변용제(變容祭)
1일 입학식 30일 한러 수교
4일 쿠르반 바이람(이슬람 최대 명절 인 이드 알 아드하의 러시아 이름) 5일 스승의 날 10~12일 포뮬러1 대회
모스크바 크렘린 궁 옆에 있는 굼 백화점에서 꼬마 소녀가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있다.
[Shutterstock]
법이 바꿔놓은 세밑 음주풍속
러시아의 성탄절 메신저
음주운전 단속 강화하자 택시 신바람
눈 할아버지 ‘데드 마로스’가 선물꾸러미 들고 오시네 4일 민족화합의 날
요금 엿가락 “신년 연휴 한 달치 벌어” 엘레나 김 기자
4~5일 G8 정상회의
R 5
외국에선 러시아인이 시도 때도 없이 보드카 를 들이키고 붉은광장에서 곰과 춤춘다는 식 으로 생각한다. 러시아인이 술을 좋아하는 것 은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심장, 붉은광장 에서 새해를 맞으려는 사람들은 자정에 샴페 인을 즐길 수 없다. 2013년부터 러시아 전역의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법이 엄격히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상점과 공 원, 광장을 순찰하며 위반자를 체포해 ‘훈계’ 하거나 10~35달러 사이의 벌금을 매긴다. 지난해부터는 또 주류판매를 오전 8시부 터 오후 11시까지만 허가하는 제도가 시행됐 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대여한 병(물론 내 용물이 담긴)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 업체가 등장했다. ‘병’은 상점보다 세 배 비 싸다. 러시아 포털 사이트의 검색 통계에 따 르면 이 서비스는 인기가 높다. 그럼에도 러 시아 보건부의 예브게니 브륜 수석 약물중독 분석가에 따르면 2013년 1인당 주류 소비량
이 13% 줄어 연간 13.5L가 됐다. 음주운전 규제는 특히 강화됐다. 2012년 9 월 1일부터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면 6개월~2 년까지 면허가 정지되며, 연평균 소득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1000달러 정도의 벌금을 물 게 된다. 재적발 시엔 면허정지 3년에 벌금 1700달러다. 호흡 측정 결과 L당 알코올 농도 가 0.16mg 이상이면 음주 운전이다. 동시에 다 른 위반 행위에 대한 벌금도 인상됐다. 이 조치 에 따른 효과 조사가 나오진 않았지만 러시아 교통안전감독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몇 달 간 교통사고 건수가 3분의 1 정도 줄었다. 운전자의 책임은 무거워졌지만, 그렇다고 새해에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마시고 취할 경우가 문제다. 한국처럼 ‘대리기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엘 레나(29)는 “음주 운전을 워낙 세게 단속하 기 때문에 그냥 차를 놓고 가는 수밖에 없다” 고 말한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마시면 약간의 오버 차지를 각오하고 택시를 타야 한다. 러시아엔 오래전부터 공인 택시뿐 아니라
마리야 오세트로바 기자
손녀 ‘스네구로치카’와 함께 방문 대행 서비스 등장, 1회 9만6000원
신년을 맞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마련된 아 이스 링크에서 포즈를 취하는 러시아인.
[로이터]
올해부터 공공장소 음주 금지 붉은광장 샴페인족 사라져 주류 판매도 밤 11시까지만 허용
‘봄빌라’(호객행위를 하 는 비공인 택시)가 있었다. 공인 택시를 밤늦게 이용하면 요금을 25~50% 더 내거나 수수료가 10달러 이상 붙는다. 휴일이나 명절이면 더 하 다. 예를 들어 12월 31일 밤 모스크바 중심가에 서 외곽까지 가려면 100달러 정도가 든다고 택 시회사 ‘졸트이 탁시’ 관계자가 밝혔다. 비공인 택시의 요금은 종잡을 수 없다. 일 반 택시보다 3~4배나 비쌀 수 있다. 아제르바 이잔 출신 ‘봄빌라’ 기사인 마가틸은 “요금 은 감으로 정한다. 승객이 부자거나 기분이 좋아 보이면 5000루블(약 170달러)까지 부른 다. 보통 신년 연휴에 한 달치를 번다”고 말 했다. 새해 전날 밤 가족과 수백㎞ 떨어져 있 는 데다 일까지 하니 어떻게든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마네즈 광장에 설치된 트리.
[로이터]
현관문 벨이 울리면 아이들은 잔뜩 기대에 부 푼다. 어른들은 모르는 척한다. 문이 열리고 눈앞엔 빨간 볼과 빨간 코, 그리고 희고 곱슬 거리는 수염을 달고 눈웃음을 짓는 데드 마로 스 눈 할아버지다! “해피 뉴 이어! 즐거운 성탄 되세요! 마샤와 사샤네 집이 맞나요? 인형이 랑 자동차를 갖고 싶어 했다며”라고 데드 마 로스가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한다. 마샤와 사 샤는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선물로 뛰어든다. 하지만 선물을 그냥 받을 수는 없다. 아이들은 시를 읊고 노래를 하며 데드 마로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이 중요한 일을 위해 12월 초나 그보다 더 일찍 장기자랑 준비에 들어간다. 서양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 하면 가장 먼 저 떠오르는 게 산타클로스라면 러시아에 는 데드 마로스가 있다. 닮은 점이 많긴 하지 만 러시아의 데드 마로스엔 고유한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산타는 양말에 선물을 넣어 주지만 데드 마로스는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선물을 두고 간다. 집을 방문할 땐 굴뚝이 아 닌 문을 통해 들어가고, 무엇보다 데드 마로 스는 혼자가 아니라 손녀인 스네구로치카(눈 아가씨)와 함께 다닌다. 러시아에서 데드 마로스와 스네구로치카가 없는 새해는 있을 수 없다. 러시아 사람들은 선 물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직접 만나고 싶 어 한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데드 마로스 행 사를 한다. 이 행사로 누군가는 돈벌이를 한다. 주로 학생들이나 신인배우 또는 무명배우들이 그 역할을 한다. 사실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데드 마로스가 될 수 있다. 전문성이 전 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들이 아이들 을 위해 가장 많이 찾는다. 하지만 아이들뿐만 이 아니다. 선물의 의미를 떠나 데드 마로스의 방문으로 축제 분위기가 한껏 살아나고 기분 좋은 이벤트가 되기 때문이다. 데드 마로스는 선물만 전달하는 게 아니 다. 시를 외우고 노래를 마친 아이들과 트리 앞에서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은 보내고 가 족들과 기념사진도 찍는다. 데드 마로스의
방문은 30분 정도인데 가끔 길어지기도 한 다. 기분 좋아진 부모들이 함께 식사를 하거 나 한잔 하자고 요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에서 살짝 취한 데드 마로스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코미디나 유머로 여 기저기에 패러디될 정도로 일반적인 일이다. 데드 마로스는 계절 직업이다. 보통 12월 중순부터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마 지막 주가 절정이다. 많은 경우 하루 7~8곳 을 방문한다. 아침엔 유치원에 갔다가, 다음 엔 학교, 점심 뒤 가정집을 방문하고 저녁엔 연말 MT에 가는 식이다. 새해가 가까워질수 록 데드 마로스와 스네구로치카 서비스의 가 격도 점점 오른다. 가정집 방문의 경우 대략 3000루블(약 9만6000원) 정도다. 방문 시간 이 길수록 가격도 비싸다. 데드 마로스라는 일은 놀면서 돈 버는 일 같아 보이기도 한다. 선물을 주고 즐겁게 해주고 아이들과 재미있 게 놀고 돈까지 번다니 이보다 더 쉽고 즐거 운 직업이 있을까. 하지만 오해다. 데드 마로 스 일을 해본 사람들은 “하루 종일 온 도시 를 돌아다녀야 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 을 수 없어 굉장히 피곤한 일”이라고 말한다.
12일 러시아 헌법 제정일 25일 크리스마스 31일 새해맞이
R4
Russia포커스 ┃ 라이프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Russia포커스 ┃ 라이프
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러시아의 새해맞이
1~8일 새해맞이 휴가 1일 한러 비자면제협정 발효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
‘털외투 청어’ 먹으며 샴페인 건배 거리마다 폭죽
러시아 예수 생일은 1월 7일 이때 점 보면 ‘족집게’ 7일 이반 쿠팔라의 날 하지의 악령을 쫓는 밤
<셀료드카 포드 슈보이 샐러드>
7일 러시아 정교회 성탄절
26일 러시아 해군의 날 리자 레비츠카야 기자
7~23일 2014 소치 동계올림픽 23일 조국수호자의 날 (남성의 날)
8일 국제 여성의 날 7~16일 11회 장애인 겨울올림픽
12일 우주항공학의 날 20일 부활절
유리 가가린
1일 노동절 9일 2차대전 전승 기념일 22~2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2012년 12월 31일 밤. 블라디보스토크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자정이 되자 스베틀란스카야 거리의 한 집 창문이 활짝 열리더니 한껏 빼 입은 사람들이 고개를 내밀고 외쳤다. “오라! 새해여, 오라!” “무슨 일?” 모스크바서 온 우린 놀랐다. “저렇게 말해주지 않으면 새해가 어떻게 우리를 찾아오겠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자란 친구 마샤가 웃으며 이 도시가 새해를 맞는 풍습을 설명했다.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에는 이런 풍습 이 없다. 새해도 블라디보스토크보다 7시간 늦게 찾아온다. 요즘은 러시아의 유럽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극동지방에서 제일 먼저 새해 를 맞이한 친지에게 전화해 축하 인사를 나 눈다. 러시아에서는 12월 31일과 1월 1일 밤 심각한 통신 마비가 발생하곤 한다. 매년 통 신사들이 이 시기에 통화량이 폭주할 것에 대비하는데도 친지와의 전화 연결에 실패한 사람들이 생기곤 한다. 유럽과 다른 국가들은 가톨릭식 성탄절을 중요한 축일로 기념하지만, 러시아는 12월 31 일 밤을 준비하는 데 전념한다. 모스크바에 살며 물류회사에 다니는 니콜 라이(35)는 이미 한 달 내내 새해맞이 전통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상점은 선물과 새해 상차림을 위해 식료품을 사는 사람들로 붐비 고 길은 고객과 파트너사에 카드나 선물 같은 신년 메시지를 보내려는 차량으로 몇 ㎞씩 막힌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2013년의 마지막 날 은 평일인 화요일. 하지만 니콜라이의 상사 는 직원들이 러시아의 주요 명절인 신년 첫날 을 준비할 수 있도록 그날은 휴무하게 했다. 다른 회사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니콜라이는 다른 러시아인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방식, 즉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는다. 이날은 러시 아에서 가장 가족적인 명절이다. 새해를 며칠 앞둔 지금 거리뿐 아니라 아 파트에도 장식품이나 장난감, 불빛, 과자, 귤 로 장식한 ‘욜카(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 졌다. 대부분 ‘진짜(나무로 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호한다. 진짜 트리를 세우면 침엽 수 향이 퍼지는데, 여기에 귤 향기가 더해지 면 모든 러시아인이 ‘새해 냄새’라 부르는 향 이 생겨난다. 12월 31일 저녁 즈음에는 포장 한 선물을 트리 아래 놓아둔다. 그리고 막바 지 명절 준비에 들어간다. 아이들도 함께 새 해를 맞을 수 있게 미리 잠을 재운다.
6일 러시아 국민 시인 푸시킨 탄생 215주년 12일 러시아의 날
푸시킨
러시아의 새해 상에서 빠질 수 없는 요리 가 있다. 한국에선 떡국이지만 러시아에선 샐러드다. 대부분 러시아 사람은 샐러드를 아주 많이 만든다. 만든 샐러드를 다 넣을 만 큼 큰 그릇이 집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 ‘대야’에 담아 내간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인이 새해에 먹는 샐러 드는 ‘올리비에’와 ‘셀료드카 포드 슈보이(털 외투 입은 청어라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적으로 ‘올리비에’가 러시아식 샐러드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데친 채소와 고기(소비에 트 시대에 햄으로 바뀌었다)로 만든 이 샐러 드의 프랑스 명칭 ‘올리비에’는 그 창시자인 주방장 류센 올리비에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 는 1860년대 초 모스크바에서 프랑스 요리 레 스토랑 ‘에르미타주’를 운영했다. ‘셀료드카 포드 슈보이’ 샐러드는 소비에트 시대부터 이 미 새해 음식이었다. 이 샐러드에는 소금에 절 인 청어와 삶은 감자, 비트, 당근, 계란, 신선 한 사과가 들어간다. 이 두 샐러드 이외의 새 해 요리는 집마다 다르다. 그러나 대개 1년에 한 번만 엄두를 낼 수 있는 손이 많이 가는 복 잡한 요리를 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린 돼지 통구이나 사과를 곁들인 오리 요리, 건 과를 곁들인 오리 요리 같은 것들이다. 물론, 새해를 맞는 데는 보드카와 샴페인이 필수다. 소비에트 시대에는 선택의 폭이 좁아 소비에 트연방 전역에서 ‘소비에트스코예 샴페인’이 터졌다. 그 후 ‘철의 장막’이 걷히고 상점에 이탈리아와 프랑스산 주류가 진열되면서 경 쟁이 치열해졌지만 소비에트스코예 샴페인은 여전히 인기 품목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서 새해맞이 일정을 분 단위로 살필 수도 있다. 밤 11시 아이들을 깨워 옷을 입힌 다음 식탁에 앉힌다. 11시30 분에는 (거리일 경우) 보드카와 글루바인(데 운 와인)을 마시며 지난해를 돌아본다. 11시 50분에는 텔레비전을 켜고 모든 채널에서 방 송하는 크렘린 시계탑 배경의 대통령 연설을 거의 모두가 듣는다. 러시아에는 9개의 시간대가 있어서 대통 령 연설을 미리 녹화한다. 대통령은 5분간 한 해를 결산한다. 중요한 사건을 언급하고 내 년 계획을 약속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 간인 ‘크렘린의 스파스카야탑 시계종이 자 정을 알리는 시간’이 온다. 한국의 보신각 타 종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시계탑 종소리는 1분만 이어진다. 이 1분 이내에 샴페인을 열 어 잔에 따르고 소원을 빌고 친구와 가족과 건배하고 마시기까지 해야 한다. 종이 멈추고 국가가 연주되기 전까지다.
엄청난 양의 샐러드 꼭 해먹어야 큰 그릇 없으면 대야에 담기도 동서부 시차 7시간 풍습 달라 크렘린 종소리 들으며 소원 빌어
셀료드카 포드 슈보이 샐러드
이제 새해가 시작됐다. 모두 식탁으로 되 돌아가 다시 마시고 춤추고 선물을 주고받는 다. 그러다가 거리로 나가 폭죽을 터뜨린다. 새해 폭죽 풍습은 1699년 개혁군주 표트르 대제의 지시로 시작됐다. 대제의 명령에 따 라 7일간 새해를 기념했다. 집이나 대문 앞에 장식용 침엽수를 세우고, 저녁마다 타르가 든 통에 불을 붙이고, 축포를 쏘았다. 크렘린 궁전 앞에서는 200여 문의 대포를, 민가에선 소총을 쏘았다. 새해가 러시아의 진정한 명절 이 된 것은 1919년 그레고리력으로 새해를 기 념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아직 일부 가정에는 지금의 1월 13일에 해당하는 ‘정교 식 새해’를 맞는 전통이 남아 있다. 어쨌든 아침까지 ‘요란한 새해맞이’를 한 뒤 고요를 되찾고 러시아인들은 잠을 청한 다. 1월 1일 아침은 연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 된다. 오후 2시까지 거리는 텅 비고 일하는 사람도 없다. 신년 맞이는 러시아 민족의 ‘하 나됨’을 느낄 수 있는 날이다.
엘레나 프로시나 기자
성탄절 이전 40일은 금식 기간 6일부터 12일간 ‘스뱌트키’ 축제 젊은이들, 복 빌어주고 음식 얻어
[AP Photo]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성탄절은 12월 25 일이지만 러시아에선 1월 6일에서 7일로 넘 어가는 밤에 ‘정교식 성탄절’을 맞는다. 차 이 나는 이유는 러시아에 그레고리력이 도 입된 후에도 율리우스력대로 11일 후에 성탄 절을 기념하는 전통이 남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이에게 성탄절은 신년 연휴의 연장선에 있다. 성탄절을 마지막으로 긴 신년 연휴가 끝난다. 종교가 없는 이들도 이날을 기념한다. 그들에게 성탄절은 다시 한번 가 족과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낼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교 신자에게는 성탄절이 1월 1일 보다 훨씬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일정은 약 3시간 동안 계속되는 성탄 전야 예배다. 가장 장중한 예배가 열리는 곳은 러시아 의 대표적인 성당인 모스크바의 구원자 예수 대성당이다. 매년 이 예배에 6000여 명의 시 민이 참석한다. 500명 이상의 경찰이 질서 유 지를 위해 동원된다. 이 성당은 모스크바에 서 가장 큰 러시아 정교회 성당이다. 나폴레
옹 군대를 물리친 것을 기념해 1883년에 건 립됐다가 1931년 소련 정권에 의해 파괴됐고 그 자리에 레닌 동상과 함께 거대한 ‘소비에 트 궁전’을 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2차 세 계대전 발발로 계획은 무산됐고 1958년 노천 수영장이 건설돼 94년까지 운영되다 99년 복 원돼 현재 러시아 정교회의 본당 역할을 하 고 있다. 성탄절에 앞서 40일간의 금식기간이 있다. 그중 가장 엄격한 날은 마지막 날인 ‘소첼닉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날엔 불리거나 삶 은 쌀, 밀, 강낭콩, 완두콩, 채소만 먹을 수 있 다. 금식은 날이 어두워지거나 예수가 탄생할 때 베들레헴 위에 떴던 별을 상징하는 첫 별 이 보일 때 끝난다. 흥미로운 점은 정교의 성탄절 의식에 이교 도적 풍습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1월 6일은 강탄절에서 주현절까지 12일간 계속되는 고 대슬라브 축제 ‘스뱌트키’가 시작되는 날이 기도 하다. 이때 젊은이들이 즐기던 오락은
점을 보거나 집집이 돌아다니며 복을 빌어주 고 음식을 얻는 ‘콜랴도바니예’였다. 먼저 고대 루시에서, 그 후엔 제정 러시아 에서 이 기간이면 저녁마다 처녀총각들이 모여 동물이나 신화 속 인물로 꾸미고 마을 과 시내를 돌았다. 불 켜진 집을 방문해 성가 와 집주인을 칭송하는 축가를 부르며 음식을 요청했다. 집주인은 손님들을 맞아 성대히 대 접했다. 이때 인색하게 굴면 한 해 운수가 나 빠진다고 여겼다. 특이 처녀들이 미래의 남편을 점치기 위해 스뱌트키를 기다리곤 했다. 오랜 옛날부터 스뱌트키 기간에 보는 점이 가장 잘 맞는다 고 여겨졌다. 이제 스뱌트키 풍습은 시골에만 남아 있 고, 그나마도 예전처럼 거창하게 치르지 않 는다. 반면 성탄절은 점차 더 많은 사람이 기념하고 있다. 설문에 따르면 러시아인 중 35%는 성탄절이 새해보다 중요한 명절이라 생각한다.
해군 깃발
2일 공수부대의 날 6일 그리스도 변용제(變容祭)
1일 입학식 30일 한러 수교
4일 쿠르반 바이람(이슬람 최대 명절 인 이드 알 아드하의 러시아 이름) 5일 스승의 날 10~12일 포뮬러1 대회
모스크바 크렘린 궁 옆에 있는 굼 백화점에서 꼬마 소녀가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있다.
[Shutterstock]
법이 바꿔놓은 세밑 음주풍속
러시아의 성탄절 메신저
음주운전 단속 강화하자 택시 신바람
눈 할아버지 ‘데드 마로스’가 선물꾸러미 들고 오시네 4일 민족화합의 날
요금 엿가락 “신년 연휴 한 달치 벌어” 엘레나 김 기자
4~5일 G8 정상회의
R 5
외국에선 러시아인이 시도 때도 없이 보드카 를 들이키고 붉은광장에서 곰과 춤춘다는 식 으로 생각한다. 러시아인이 술을 좋아하는 것 은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심장, 붉은광장 에서 새해를 맞으려는 사람들은 자정에 샴페 인을 즐길 수 없다. 2013년부터 러시아 전역의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법이 엄격히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상점과 공 원, 광장을 순찰하며 위반자를 체포해 ‘훈계’ 하거나 10~35달러 사이의 벌금을 매긴다. 지난해부터는 또 주류판매를 오전 8시부 터 오후 11시까지만 허가하는 제도가 시행됐 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대여한 병(물론 내 용물이 담긴)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 업체가 등장했다. ‘병’은 상점보다 세 배 비 싸다. 러시아 포털 사이트의 검색 통계에 따 르면 이 서비스는 인기가 높다. 그럼에도 러 시아 보건부의 예브게니 브륜 수석 약물중독 분석가에 따르면 2013년 1인당 주류 소비량
이 13% 줄어 연간 13.5L가 됐다. 음주운전 규제는 특히 강화됐다. 2012년 9 월 1일부터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면 6개월~2 년까지 면허가 정지되며, 연평균 소득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1000달러 정도의 벌금을 물 게 된다. 재적발 시엔 면허정지 3년에 벌금 1700달러다. 호흡 측정 결과 L당 알코올 농도 가 0.16mg 이상이면 음주 운전이다. 동시에 다 른 위반 행위에 대한 벌금도 인상됐다. 이 조치 에 따른 효과 조사가 나오진 않았지만 러시아 교통안전감독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몇 달 간 교통사고 건수가 3분의 1 정도 줄었다. 운전자의 책임은 무거워졌지만, 그렇다고 새해에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마시고 취할 경우가 문제다. 한국처럼 ‘대리기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엘 레나(29)는 “음주 운전을 워낙 세게 단속하 기 때문에 그냥 차를 놓고 가는 수밖에 없다” 고 말한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마시면 약간의 오버 차지를 각오하고 택시를 타야 한다. 러시아엔 오래전부터 공인 택시뿐 아니라
마리야 오세트로바 기자
손녀 ‘스네구로치카’와 함께 방문 대행 서비스 등장, 1회 9만6000원
신년을 맞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마련된 아 이스 링크에서 포즈를 취하는 러시아인.
[로이터]
올해부터 공공장소 음주 금지 붉은광장 샴페인족 사라져 주류 판매도 밤 11시까지만 허용
‘봄빌라’(호객행위를 하 는 비공인 택시)가 있었다. 공인 택시를 밤늦게 이용하면 요금을 25~50% 더 내거나 수수료가 10달러 이상 붙는다. 휴일이나 명절이면 더 하 다. 예를 들어 12월 31일 밤 모스크바 중심가에 서 외곽까지 가려면 100달러 정도가 든다고 택 시회사 ‘졸트이 탁시’ 관계자가 밝혔다. 비공인 택시의 요금은 종잡을 수 없다. 일 반 택시보다 3~4배나 비쌀 수 있다. 아제르바 이잔 출신 ‘봄빌라’ 기사인 마가틸은 “요금 은 감으로 정한다. 승객이 부자거나 기분이 좋아 보이면 5000루블(약 170달러)까지 부른 다. 보통 신년 연휴에 한 달치를 번다”고 말 했다. 새해 전날 밤 가족과 수백㎞ 떨어져 있 는 데다 일까지 하니 어떻게든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마네즈 광장에 설치된 트리.
[로이터]
현관문 벨이 울리면 아이들은 잔뜩 기대에 부 푼다. 어른들은 모르는 척한다. 문이 열리고 눈앞엔 빨간 볼과 빨간 코, 그리고 희고 곱슬 거리는 수염을 달고 눈웃음을 짓는 데드 마로 스 눈 할아버지다! “해피 뉴 이어! 즐거운 성탄 되세요! 마샤와 사샤네 집이 맞나요? 인형이 랑 자동차를 갖고 싶어 했다며”라고 데드 마 로스가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한다. 마샤와 사 샤는 기쁨의 비명을 지르며 선물로 뛰어든다. 하지만 선물을 그냥 받을 수는 없다. 아이들은 시를 읊고 노래를 하며 데드 마로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이 중요한 일을 위해 12월 초나 그보다 더 일찍 장기자랑 준비에 들어간다. 서양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 하면 가장 먼 저 떠오르는 게 산타클로스라면 러시아에 는 데드 마로스가 있다. 닮은 점이 많긴 하지 만 러시아의 데드 마로스엔 고유한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산타는 양말에 선물을 넣어 주지만 데드 마로스는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선물을 두고 간다. 집을 방문할 땐 굴뚝이 아 닌 문을 통해 들어가고, 무엇보다 데드 마로 스는 혼자가 아니라 손녀인 스네구로치카(눈 아가씨)와 함께 다닌다. 러시아에서 데드 마로스와 스네구로치카가 없는 새해는 있을 수 없다. 러시아 사람들은 선 물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직접 만나고 싶 어 한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데드 마로스 행 사를 한다. 이 행사로 누군가는 돈벌이를 한다. 주로 학생들이나 신인배우 또는 무명배우들이 그 역할을 한다. 사실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데드 마로스가 될 수 있다. 전문성이 전 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들이 아이들 을 위해 가장 많이 찾는다. 하지만 아이들뿐만 이 아니다. 선물의 의미를 떠나 데드 마로스의 방문으로 축제 분위기가 한껏 살아나고 기분 좋은 이벤트가 되기 때문이다. 데드 마로스는 선물만 전달하는 게 아니 다. 시를 외우고 노래를 마친 아이들과 트리 앞에서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은 보내고 가 족들과 기념사진도 찍는다. 데드 마로스의
방문은 30분 정도인데 가끔 길어지기도 한 다. 기분 좋아진 부모들이 함께 식사를 하거 나 한잔 하자고 요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에서 살짝 취한 데드 마로스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코미디나 유머로 여 기저기에 패러디될 정도로 일반적인 일이다. 데드 마로스는 계절 직업이다. 보통 12월 중순부터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마 지막 주가 절정이다. 많은 경우 하루 7~8곳 을 방문한다. 아침엔 유치원에 갔다가, 다음 엔 학교, 점심 뒤 가정집을 방문하고 저녁엔 연말 MT에 가는 식이다. 새해가 가까워질수 록 데드 마로스와 스네구로치카 서비스의 가 격도 점점 오른다. 가정집 방문의 경우 대략 3000루블(약 9만6000원) 정도다. 방문 시간 이 길수록 가격도 비싸다. 데드 마로스라는 일은 놀면서 돈 버는 일 같아 보이기도 한다. 선물을 주고 즐겁게 해주고 아이들과 재미있 게 놀고 돈까지 번다니 이보다 더 쉽고 즐거 운 직업이 있을까. 하지만 오해다. 데드 마로 스 일을 해본 사람들은 “하루 종일 온 도시 를 돌아다녀야 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 을 수 없어 굉장히 피곤한 일”이라고 말한다.
12일 러시아 헌법 제정일 25일 크리스마스 31일 새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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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2013 러시아 경제 결산
투자·소비 줄어들고, 저가항공·스마트폰 등장하고 세계 기업환경평가 20계단 상승
새해 경제 전망
중앙은행의 감독 기능 한층 강화
GDP 성장률 1~1.5%
유럽시장서 아시아로 시선 이동
정부 예상 밑돌 듯
한·중·일과 석유·가스 교류 확대
신성장동력 찾아야 안나 쿠치마
러시아 루블화의 새 상징. 2013년 12월 11일 러시아 은행장회의에서 투표로 결정됐다.
안나 쿠치마 RBTH 경제 에디터
2013년 러시아 경제는 상반된 양상을 보였 다. 한편으로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에 서 순위가 상승했고, 프로젝트 야심작도 일 부 선보였다. 올해 내내 러시아 국내외 전문 가들은 핵심 국내총생산의 하락 전망을 내 놓았다. 전문가들은 부진의 원인이 러시아 내부에 있다는 점에선 의견이 일치했다. 첫째 원인으로는 에너지 부문 기업 등 국 영기업들의 고정자본 투자 감소를 들 수 있 다. 경제전문가그룹(EEG) 소속의 알렉세이 발라예프는 이를 경제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둘째 원인으로는 국민 부채 부담으로 인 한 소비수요 성장 둔화를 들 수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를 보면 근로자 1인당 부채 부 담은 평균 임금의 약 3.7%를 차지한다. 하지만 개별 지표 악화에도 상황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고등경 제대학 산하 세르게이 푸호프 발전센터 전 문가는 “침체 경향은 2012년에 시작됐다. 그 리고 침체가 지속되고 러시아가 불황에 빠 질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우려 할 만한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국제 평가를 개선 하기 시작했다. 세계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에서 러시아는 112위에서 92위로 뛰어올랐다. 가스프롬은행 경제전망센터의 막심 페트로네비치 연구원은 “러시아 정치 상황이 미묘한 가운데 정부가 힘을 모아 필 요한 측면들에서 의도한 대로 개선을 이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투자가들이 볼 때 러시아 중앙은행 이 거대 감독기관으로 나선 것은 중대 사건 이었다. 중앙은행은 금융·은행 기관들과 연 금·기금들의 리스크를 감독하게 된다. 페트 로네비치는 “이런 조치는 리스크 관리와 이 들 기관들의 대출·예금 활동의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은 신임 총재 취임 직후 거대 감독기관 지위 를 부여받았다.
지난 7월부터 옐비라 나비울리나 총재가 중앙은행을 이끌면서 새 경영진이 곧바로 엄격한 은행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중앙 은행이 새로 채택한 노선의 핵심은 ‘더 이상 성역이 없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새 경영 진이 취임하자마자 25개 은행의 영업 면허 를 취소했다. 2012년 전체 취소 건수보다 많 은 수치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마스테르 방 크의 면허 취소다. 이 은행은 100대 거대 금 융기관 가운데 하나였다. 중앙은행은 나아 가 마스테르 방크의 의심스러운 활동을 기 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오래전 부터 무르익은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기업 들과 개인 수익자들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 는 은행 ‘수백 곳’을 퇴출시킬 계획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그 과정은 지지부진 했다”고 모스크바 소재 컨설팅 업체 매크로 어드바이저리(Macro Advisory)의 설립자 겸 선임파트너인 크리스 위퍼가 설명했다. 2013년 러시아 대외 경제정책은 경제통 상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유럽시장 의 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독립국 가연합(CIS)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기본 방 향이 됐다. CIS 정책의 기본 방향은 2017년 까지 단일경제지대 형성을 목표로 관세동 맹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쟁탈전이 강화돼 러시아가 공격적 전술을 펼쳤지만, 이는 정치적인 것이었다. 우크라
스포츠 해설자 빅토르 구셰프가 100루블짜리 소치 올림픽 기념 지폐를 설명하고 있다. [리아 노보스티]
[리아 노보스티]
이나가 관세동맹에 남는다면 러시아에 돌 파구가 될 수 있을 만하다”고 세르게이 푸 호프는 말했다.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는 석유·가스 수출 분야를 중심으로 강화됐다. 중국·한 국·일본과의 협력이다. 아시아 국가들도 러 시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동 시베리아의 자원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세르게이 루코닌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와 중국에 가장 효과적인 협력 틀은 러시아 내 천연자원을 개발해 이후 중국으 로 수출하는 공동 사업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한국의 첨단기술 분야 에 관심이 많다. 러시아엔 경제 현대화라는 과제가 놓여 있는데, 한국이 첨단 기술 생산 시설 가운데 일정 부분을 러시아로 옮겨올 수도 있다. 러시아는 희토류 원소로 한국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전문가들이 ‘돌파구’라고 말 하는 것들도 나타났다. 2013년에는 러시아 최초로 저가 항공과 스마트폰이 출시됐다. 아에로플로트 계열의 저가 항공사 ‘도브로료트’는 벌써 승무원 모집 공고를 냈다. 효율성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저가 항공사의 등장은 분명 히 기존 항공사들의 사업 모델에 변화를 가 져올 전망이다. 항공 요금이 인하되고 러시 아 국민이 항공운송편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러시아 최초의 스마트폰인 요타폰 (YotaPhone) 출시도 돌파구의 하나로 간주 된다. 페트로네비치는 “우리는 정부 지원 없 이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액 체 잉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크린 커버를 아이폰에 제안한 스타트업(신생기업)들도 있었다. 하지만 생산 단계까지 이어진 프로 젝트는 하나도 없었다”며 “요타폰 팀은 선 진국 스타트업들이 해결할 수 없는 엔지니 어링 문제들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을 보여줬는데, 이는 희망과 재능뿐 아니라 기회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14년 러시아 경제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 다. 2013년 경제성장의 방해 요인들이 올해 도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개발부의 전망과 사뭇 다른 결과들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결단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경제전문가그룹(EEG) 소속 알렉세이 발 라예프는 “수요 증가 속도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스베르방크의 게르만 그 레프 사장도 같은 주장이다. 그는 “추가 임 금 상승과 공무원 월급의 물가연동 인상 요 인을 찾아볼 수 없다. 소비자대출도 꾸준히 줄어들 것이다. 상황은 이렇게 더욱 악화하 고, 그로 인해 성장도 보장할 수 없다”고 덧 붙였다. 고정자본 투자에 대한 전망도 여러 가지 다. “2014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자연독점관 세 동결 조치가 투자 감소를 초래할 수 있 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하며, 러시아 기업과 기관의 총이익도 줄었다”고 러시아 금융·회 계 자문회사(FBK) 전략분석국 이고리 니 콜라예프 국장은 말했다. FBK 연구원들은 “2014년에 러시아 경제가 약해지면서 셰일 가스로 인한 세계 에너지 시장 변화, 현대적 경제 모델의 변화, 경제 회복 지연 등과 같은 세계적 도전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대부분은 결과적으로 GDP 성장률이 최대 1~2%로 경제개발부의 전망 을 밑돌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막심 페트로네비치 가스프롬방크 경제 전망센터 애널리스트는 “2014년부터는 빠 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상 성장률은 올림픽 개최에도 불구하고 1~1.5%로 매우 낮다”며 “그러나 걱정할 필요 는 없다. 성장 둔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경제 주기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성장동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의 영향이 최소한으로 미 치는 민간 주도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분야 때문이다. 그는 “민간 부문의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원자재 투자 유출을 어느 정도 메워 주고 있다. 즉 전반적인 하락이 아니라 성장 동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 은 얼마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분 석한다. 국방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 는 의견도 있다. “국방산업 분야에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면 서 승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일자 리와 더불어 관련 산업이 생겨나고 각각의 분야가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러시아 정부 산하 국가경제 아카데미 정부 경제 규제학 과장 블라디미르 클리마노프가 말했다. 세 계은행 수석 연구원인 세르게이 울라토프 는 “노동 생산성 증대 또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성장동력 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개혁 이 필요하다. 스베르방크의 게르만 그레프 사장은 “지 금은 중요한 개혁을 이루기 위한 최적기”라 며 “하지만 개혁을 시작하기에 앞서 관리 시 스템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Russia포커스 ┃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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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7
우주 개발 새 길 열리나
태양 전지보다 30배 강력한 원전, 우주에 띄운다 <原電>
알렉산드르 예멜리야넨코프 기자
로스아톰 연구 프로젝트 착수 2018년 고속중성자로 실험 에너지 확보로 먼 행성 탐사 우주쓰레기 청소에도 활용
러시아가 심우주를 개척하고 우주 저궤도에서 장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신형 다목적 에너 지 모듈 개발에 착수했다. 5년 내로 우주비행학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 릴 엔진의 시험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14년 상트페 테르부르크 근교의 ‘로스아톰’ 연 구소에서 원자로 시험 테스트가 시 작될 전망이다. 에너지 모듈 개발엔 170억 루블이 투입된다. 새 모듈은 우주에 세워진 원자력 발전소로 거대한 동력원이다. ‘로스 아톰’과 ‘로스코스모스’의 개발자 들은 “에너지모듈 구상에 제시된 기 술로 21세기 우주항공분야의 과제 를 전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를 궤도에서 ‘충분히’ 공급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스아톰’의 톰세르게이 키리엔 코 사장은 에너지모듈에 사용될 원 자로와 관련, “고속 중성자를 쓰는 고온가스냉각형원자로가 될 것이며 2018년 이 원자로를 지상에서 실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격 대비 동력 으로 볼 때 이 원자로의 유지비는 현 재 우주비행에 사용되고 있는 태양 전지보다 세 배 저렴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늘날 우주 비행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 학이 처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 여 있다. 당시 피스톤 엔진으로는 항 공기의 속력과 항속거리를 더 이상 크게 높일 수 없었다. 제트엔진이 등 장하면서 항공학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우주기술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다. 핵심 과제를 해결하기엔 에너지 기술이 아직 충분히 발전하 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우주선의 동력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아이 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1950년대 중 반이다. 그때 벌써 소련 원자력 프로 젝트와 우주개발계획의 선구자였던 학회 회원 이고리 쿠르차토프, 므스 티슬라프 켈디시, 세르게이 코롤레 프가 관련 계획을 추진했다. 현재 우주정거장은 동력원이 부
메가와트급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우주 원자력 발전 모듈의 상상도.
족하다. 태양전지가 생산하는 100㎾ 는 구소련의 우주정거장 ‘미르’보다 는 훨씬 많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 다. 하지만 원자력 엔진을 탑재한 신 형 에너지모듈을 사용하면 발전량 을 20~30배 증대시킬 수 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회원이자 켈디시 연구소 소장인 아나톨리 코 로테예프는 신형 모듈과 구형 모듈 의 차이를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일 반 자동차의 차이로 설명한다. 일반 자동차는 엔진이 직접 바퀴를 돌리 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엔진에서 나오는 전기가 바퀴를 돌린다. 즉 중 간에 발전기가 추가된다. 그는 “우리 는 우주선 원자로로 추진체를 가열
[로스아톰]
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고온 가스로 터빈을 돌려 발전기와 폐쇄 계 작업물질을 순환시키는 콤프레 서를 가동하는 것이다. 발전기는 화 학연료 엔진보다 비추력(추진제 1㎏ 이 1초간 소비될 때 발생하는 추력) 이 20배 뛰어난 플라스마 엔진에 전 기를 공급한다”고 말했다. 모듈 에너지의 비추력을 이용하 면 로켓엔진 연료 사용도 10분의 1 로 줄일 수 있고 추진체의 방사능 오염도 피할 수 있다. 이 기술로 다양한 우주 과제의 실 현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 고 있다. 키리엔코 사장은 “모듈을 고궤도에 올려놓는 비용도 반으로 절감할 수 있어 화성이나 금성 비행
을 비롯해 대대적인 우주 개발의 길 이 실제로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듈이 실용화되면 심우주에 유 인탐사선을 보내고 행성에 사람이 체류할 수 있는 기지와 정거장을 만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테예 프 소장은 “미국 우주인이 달에 착 륙했던 것처럼 단기 탐사가 아닌, 충 분히 오랜 시간 다른 행성에 머무를 수 있게 하려면 소위 ‘전기 콘센트’, 즉 안정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지 금 수준의 에너지효율을 갖춘 태양 전지로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모듈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켓우주공사 에네르기야의 비탈 리 로포타 사장도 “현 상황에서 태 양계 개발은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
해야만 가능하다”고 공감했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1메가와트급(1000 ㎾) 원자력 엔진을 저궤도 우주선이 나 달, 화성을 비롯한 태양계 천체를 연구하기 위한 유·무인 우주선에 탑 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원자로의 활용 방안에는 통신중계위성, 안보 위성, 연구 위 성, 화물 운반용 궤도 간 수송선이 나 유인 행성 간 정거장 등 수십 가 지가 있다”고 말했다. . 특히 저궤도의 우주쓰레기 청소 에 모듈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 인다. 우주쓰레기 문제는 갈수록 심 각해지고 있다. 수명이 다한 우주선 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모두 강력 한 자체 에너지원을 필요로 한다. 에 너지모듈은 폐기된 인공위성을 위 험 궤도에서 수거해 안전 궤도로 올 려놓기 위한 압선(뒤에서 미는 장치, Pusher)이나 예선(앞에서 끌어가는 장치), 정거장, 혹은 ‘진공청소기’와 같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새로운 장 치에 쓰일 수 있다. 더 어려운 과제는 소행성의 충돌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것 이다. 이때는 예선이 아닌 강력한 압 선이나 충격발생모듈이 필요하다. 지구와 충돌 위험이 있는 혜성의 궤 도를 바꾸려면 우주쓰레기를 수거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 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로스아톰 산하 돌레잘 에너 지기술연구원 원장이자 수석설계 자,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준회원인 유리 드라구노프는 “이 사업에 수많 은 노하우와 신기술이 축적되어 있 기 때문에 ‘순수한 러시아만의 프로 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기 술설계 단계에서 원자로에 한번 연 료를 공급해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 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로스 코스모스’의 협력체들이 제시한 기 한이다.
미 ‘글로벌 즉시타격시스템’ 논란
러 외무차관 “1시간 내 어디든 공격 전 지구적 재앙 불씨” 콘스탄틴 보그다노프 기자
핵무기 도입 문턱 낮아져 전략적 안정 무너질 가능성 미국이 개발한 글로벌 즉시 타격 (Prompt Global Strike·PGS) 시스템 에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PGS의 목표는 미군이 지구상의 어 느 곳이든 한 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이 루는 주요 무기는 초정밀 비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초음속 크루즈 미사일, 아직 현실화되지 못 한 운동에너지무기다. PGS의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비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 일이다. 모든 미사일 요격수단이 대 륙간 탄도미사일 색출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대륙간 PGS 탄도미 사일에 탑재된 탄두가 핵인지 재래 식 무기인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대량으로 발사할 경우 상대국 은 핵을 이용한 보복 및 대응 공격을 해야 한다는 공포에 사로잡힐 수 있 다. PGS 프로그램에 따라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잠재적 적국을 대상으
미국이 개발한 글로벌 즉시 타격 시스템.
로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핵전쟁으 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미 국방부 문서에 따르면 PGS 프 로그램의 타깃은 미사일 지휘본부 와 작전구역(theatre of operations) ‘고립’시설, 테러시설이다. 문서는 이런 시설을 보유한 국가로 중국과 북한, 이란을 명시한다. 그럼에도 러 시아가 PGS 프로그램의 잠재적 타 깃 목록에서 배제될 수 없다. 러시아 는 작전구역 고립시설과 이동식 미 사일 발사대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위 시설에 대한 공격은 핵 확산 및 미국에 대한 보복성 전면전으로 확
산될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 1991년 이후 글로벌 핵전쟁의 위 협이 작아지고 핵무기 도입의 문턱 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PGS가 도입되면 전략적 안정이 무너질 수 도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외무부는 PGS 프로그램에 격렬한 반응을 보 이는 것이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 아 외무부 차관은 최근 “이는 전 지 구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분 쟁으로 가는 길임이 분명하다”고 말 했다. 한편으론 러시아의 최신 대공방 어 시스템 성능도 아직은 미비하 다. 러시아 최신 미사일 요격 시스템 인 S-300PMU-2 파보리트 미사일과 S-400은 각각 초속 2800m, 4500m로 움직이는 목표를 저격한다. 이를 극초 음속 미사일이라 할 수는 있다. 그러 나 유사 모델인 미국의 초음속 항공 기 팰컨 HTV-2는 최대 초속 7800m 로 움직이는 목표물을 저격하도록 개 발되고 있다. A-135 탄도미사일 방호 시스템 ‘아무르’의 내(內)대기 요격미 사일 53T6이 이와 유사한 속도로 움 직이는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겠지만 53T6은 모스크바 내 산업지역에만 배 치돼 있으며 그 수도 적다.
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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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브라질월드컵 H조 편성된 러시아
전사의 투지로 똘똘 몸싸움·헤딩슛으로 골문 공략 엘레나 프로시나, 티무르 가네예프 기자
러시아팀 삼각편대
“흥미로운 나라들과 한 조가 됐다. 얼마 전 친선경기를 한 한국을 잘 알고 있다. 벨기에 는 현재 유럽팀 중 가장 강한 팀이라 생각한 다. 알제리는 잘 알려진 팀이 아니지만, 아주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파비오 카펠 로 러시아 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러시 아가 같은 조로 편성된 팀에 대한 평가다. 1994~98년 한국의 ‘유공 코끼리’ 축구팀을 맡았던 발레리 네폼냐시는 “이번 한국팀의 약점은 선수들 신장이 작다는 것이다. 러시 아와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헤딩 때 몸 싸움에서 밀렸고 계속 기준에 미달하는 부 분이 있었다. 타라소프의 역전골도 헤딩슛 이었다. 하지만 역전골을 넣기 전 세 번씩 헤 딩슛으로 수비벽을 뚫었다는 것도 잊지 말 아야 한다. 한국 선수들은 세르게이 이그나 셰비치, 바실리 베레주츠키, 아르촘 주보이, 로만 쉬로코빔을 특히 저지하려 할 것이다. 골키퍼도 조금 약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러시아 축구의 인연은 거스 히딩 크 감독이 맺어 줬다. 그는 2002 월드컵에서 한국에 눈부신 성적을 안긴 4년 뒤 러시아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러시아 대표팀의 첫 외국인 감독이었던 그는 UEFA 유로 2008 에서 러시아를 3위에 올려놓았으나 2010년 러시아를 떠났다. FC안지 감독인 가지예프는 “히딩크는 대 표팀을 새로운 수준으로 올려놓았고 최대 한의 역량을 끌어냈다. 나는 그가 2002 월드 컵을 위해 한국 대표팀을 훈련할 때부터 지 켜봤다. 심판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줬다고 쳐 도 한국 팀이 그런 역량을 보인 적은 한 번 도 없었다. 히딩크가 이룬 성과를 우연이라 할 수 없다. 2000년대 초 러시아 대표팀도 누 가 감독을 맡든 이렇다 할 성적을 내기 어려 운 상태였는데 2008년 여름 유럽 리그에서 두 개의 우승을 따냈다. 히딩크는 혁신가처 럼 어떻게 팀을 하나로 만들고 적절히 포지 션을 나누어야 할지 파악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의 포지션을 바꾸는 것을 겁내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이 미드필 더였던 지르코프를 왼쪽 측면 수비수로 배
알렉산드르 코코린 러시아 FC디나모 소 속인 22세의 코코린은 정확히 1년반 만에 축 구 유망주에서 러시아 축구 스타로 성장했다. 룩셈부르크와의 경기 에서 러시아 대표팀 역 사상 가장 빠른 골을 넣었으며 이스라엘과 의 경기에서는 두 골을 넣었다. 또 포워드에 최적화된 선수다. 민첩성과 탁월한 기술로 섬세한 패스와 강한 슈팅이 가능하다.
알렉산드르 사메도프
최근 열린 한국과 러시아의 국가대표 친선 경기에서 러시아의 드미트리 타라소프와 남태희가 공을 다투고 있다.
히딩크의 추억 공유, 각별한 인연 “한국 대표팀 약점은 키가 작은 것” 카펠로 감독, 엄격한 용병술 성과 치하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난이 틀렸다는 사실이 밝혀졌 다. “있는 자원을 합리적으로 운용하는 것 이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히딩크는 이 를 해냈다”고 가지예프가 말했다. 히딩크는 가는 곳마다 사랑받았다. 호주 에서는 ‘우리는 거스를 믿습니다’는 플래카 드를 만들었고, 한국에서는 그를 명예시민 으로 위촉했으며, 러시아에서는 그를 ‘아이 들의 명예’로 불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히딩크 감독의 후임 으로 러시아 대표팀을 맡았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러시아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축구 구단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감독이 라는 타이틀로 러시아에 돌아왔다. 아드보 카트가 이끈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 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했으며, UEFA 컵과 수퍼컵을 가져갔다. 그는 이미 선수들 과 경기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가 결과적으론 아 드보카트 감독에게 악이 됐다. 그는 선수 교 체를 주저했다. 폴란드전과 그리스전에서 아 드보카트는 선수 교체에 머뭇거렸고, 위기 의 순간 경기 흐름을 바꿔 놓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약간만 손보면 될 훌륭한 전력을 갖춘 팀을 남겨 놓고 떠났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의 뒤를 이어 대표팀을 맡 은 카펠로 감독은 새로운 팀을 구성하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쓸 만한 선수가 없다고 여겨졌으나, 카펠
[리아 노보스티]
로 감독은 부임 후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해 냈다. 현재 히딩크 호에서 남은 선수는 골키 퍼 이고리 아킨페예프, 중앙 수비수 바실리 베레주츠키와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 공격 수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 4명뿐이다. 소련 시절 최고의 골키퍼로 꼽혔던 안조 르 카바자시빌리는 이렇게 말했다. “히딩크 감독 때 선수들은 돈을 보고 경기했다. 하지 만 지금 선수들은 신념을 위해 싸운다. 카펠 로 감독이 부임한 후 우리 대표팀은 크게 바 뀌었다. 그는 엄격한 훈련 방식으로 선수들 에게 전사의 정신을 심어주었다. 지금 대표 팀이 어떻게 뛰는지 보라. 만약 상대팀 선수 에게 공이 가 있으면 곧바로 그에게 달려들 어 실수하도록 만든다. 러시아엔 좋은 선수 가 별로 없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는 용병 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카펠로 는 브라질행 티켓을 따낼 선수를 찾아냈다.”
‘로코모티프’ 소속 미 들필더인 사메도프는 29세로 현재 전성기를 맞고 있다. ‘스파르타 크’ 팀의 어린 선수에 서 국가대표 주요 선수 이자 러시아 리그 최고 의 어시스트가 됐으며 2013년 러시아 최우 수 선수에 뽑혔다. 현재 러시아 국가대표팀 에서 프리킥과 코너킥을 담당하고 있다. 사 메도프의 코너킥을 받아 드미트리 타라소 프가 그대로 한국팀 골대를 갈랐다. 본선 진 출이 걸린 아제르바이잔과의 경기에서도 사 메도프의 패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데니스 체리셰프 스페인 ‘세비야’팀의 미 드필더인 체리예프는 경험을 쌓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에서 좀 더 약 한 세비야팀으로 이적 했다. 전문가들은 체리 셰프를 유럽 축구 미드 필더 중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꼽는다. 미드필 더는 축구에 대한 지식이 많아야 하고 몸싸움 에 강하며 항상 한 경기도 쉬지 않고 뛴다.
러시아 대표팀 어디서 훈련하나
상파울루서 100㎞ 떨어진 이투에 캠프 인프라·치안 합격점 파벨 페트롭스키 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러시아 축구대표팀 은 24시간 무장경비대의 경호를 받으며 ‘고 독하게’ 지낼 것 같다. 또 브라질 내 이동 시 에도 전투경찰의 호위 아래 움직이게 된다. 월드컵 기간 동안 캠프와 훈련장이 상파울 루에서 100㎞ 떨어진 이투에 차려지기 때문 이다. 그 때문에 러시아 축구팬과 언론사 기 자들이 훈련캠프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전 망이다. 이투 훈련캠프 선정은 파비오 카펠로 러 시아 대표팀 감독이 주도했다. 카펠로 감독 은 이미 두 차례 훈련캠프를 방문하고 인 프라뿐 아니라 안전 수준에도 만족해했다.
경기장은 멀지만 조용하고 쾌적 만일 사태 대비 24시간 무장경호 일본 대표팀도 같은 곳에 둥지
파비오 카펠로 감독
그는 러시아 대표팀이 도시 소음과 언론, 기타 방해 요소들에서 멀리 벗어나 지내는 것을 평가했다. 러시아축구연맹이 체류지 선정 통보 서류를 조만간 국제축구연맹에 발송하고 2014년 1월 말 모든 절차가 마무 리되면 이투가 ‘러시아의’ 공식 훈련캠프 가 된다. 라켈 브레다나치 브라질 월드컵조직위원 회 집행위 간사는 “러시아 대표팀과 함께 일 본 대표팀도 이투에 캠프를 차릴 예정”이라 며 “이투에는 현대적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최고의 훈련캠프 두 곳이 있다. 러시아와 일 본 축구연맹이 이투에 캠프를 차리겠다는 진지한 의사를 우리에게 이미 알려왔고, 지 금은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고 각국 언론사
기자들과 한 간담회에서 말했다.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하는 나머지 국가 대표팀 가운데서 브라질 어디에 캠프를 차 릴지 결정한 팀은 아직 많지 않다. 2010 월 드컵과 유로 2012 챔피언인 스페인 대표팀 은 날씨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 ‘붉은 분노 (La Furia Roja)’로 불리는 스페인 대표팀 은 2014년 6월 ‘아틀레티코 파라나엔세’ 클 럽의 연고지 쿠리치바 시 캠프로 출발한다. 이곳은 축구장 6곳과 온천수영장, 체육관이 갖춰져 있다. 디에고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 벨루-오리존티 시의 ‘아틀레티코 미네이 로’ 클럽에 여장을 푼다. 또 이탈리아 팀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수백㎞ 떨어진 소도시
만가라티베에 캠프를 차린다. 현재까지는 독일 팀이 가장 앞서 있다. 독 일축구연맹은 오랜 협의 끝에 자체 캠프를 짓기로 결정했다. 독일 팀은 자국 기술진의 도움을 받아 60~70명을 수용하는 5성급 소 규모 호텔과 인근의 수영장과 체육관·훈련 장 두 곳을 석 달 안에 지을 계획이다. 리우 데자네이루 북쪽 포르투세구루 인근 지역에 건설 부지도 이미 마련했다.
제작 담당 러시아: 엘레나 김 에디터 한국: 안성규 게스트서브 에디터 russiafocus.co.kr editor@russi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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