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상상하기
즉흥 춤은 몸이 가는대로 마음대로 추는 춤이 아니라 순 간순간 공간, 시간, 움직임 그리고 파트너와의 관계를 고려 해야 하는 실시간 구성이다. 따라서 자신의 이성으로 주체
즉흥 춤 작은 교본 남정호
적 선택하고 상황에 교섭(negotiation)하는 이 춤을 만나면 자기 스스로를 진지하게 탐구함과 동시에 함께하는 타인 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지성적 태도를 서서히 갖추게 된다. 《몸으로 상상하기》는 30여 년에 걸쳐 이들과 함께한 과 제들을 곱씹어 소화시켜 나의 숨결을 붙인 것들이다. 이 책 은 ‘지도’(map)였으면 좋겠다. 나는 땅이 그려진 지도를 줄 수 있지만 그 땅을 줄 수는 없다. 그 땅은 스스로 찾아야한 다. 물론 가기 전에 지도를 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변수에 대하여도 열려 있어야
남정호 Nam, Jeongho 1952년, 경북 김천 출생으로 12살에 발레, 한국무용을 배 우고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 였다. 프랑스 Jean Gaudin 무용단에서 활동하였고 현재 교육과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이에 따라 변화하는 신체에 순응하고 도전하며 자신의 영혼을 춤으 로 환원시키는 솔로 작업에 집중해왔다.
한다. 그리하여 어쩌면 그대는 이 지도보다 더 멋지고 상세
반세기에 걸쳐 해 온 무용경험을 바탕으로 안무의 원천자
한 지도를 후대에게 남겨 줄 수도 있을 것이니.
료인 즉흥을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창작과 교육의 경계를 없애고 현장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즉흥무용가로도 변신하
- 남정호 《몸으로 상상하기》 서문에서
고 있다. 일본 사이타마 국제안무대회 특별상, 제3회 김수근 문화예 술상,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의 최우수 예술가 상, 코파나
ㅣ남정호ㅣ
비매품/무료
ISBN 978-89-6748-222-0
숲을 살리는 재생종이에 인쇄했습니다.
스상, 이사도라상과 무용교육자상을 수상했으며 국립발레 단, 한국현대무용단, 부산시립무용단 등에서 객원 안무를 했고 부산 경성대학교를 거쳐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 용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몸으로 상상하기 즉흥 춤 작은 교본
남정호
ⓒ최영모
목 차
서문
빨간 구두의 신화
6
●
1장. 우선 몸을 열자!
숨 – 호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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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로 돌아가기
●
20
파트너와 함께 – Body Tuning 다 함께 손잡고 춤추는 왈츠 몸 풀이 나누기
●
●
23
25
27
●
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주요활동 Main Exercise
걷는다
●
악수한다
30 ●
34
혼자 춤추기
●
41
함께 춤추기
●
46
공간에 대하여
●
54
시간성에 대하여–Timing 감각훈련
●
62
일상의 재발견
●
67
오브제와 함께
●
72
피드백-feedback
●
75
●
58
3장. 접촉즉흥 Contact Improvisation
4장. 공연 Showing의 경험
●
●
78
88
5장. 즉흥 잼 Improvisation Dance Jam
●
92
부록
부록1 즉흥 춤에 대한 흥미로운 정의들
●
96
부록2 무용교수법-댄스 페다고지(Dance Pedagogy) 수강후기
●
103
부록3 무용교수법-댄스 페다고지(Dance Pedagogy) 교육지침서
●
137
서문
빨간 구두의 신화
ⓒ옥상훈
당신은 왜 춤을 추고 싶나요? - Why do you want to dance? 당신은 왜 살고 싶나요? - Why do you want to live?
1948년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를 각색하여 만든 동명의 영화에 나온 대사다. 질문을 하는 이는 러시아 발레 뤼스의 전 설적인 프로듀서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를 모델로 삼은 듯한 프로듀서, 그의 질문에 반문 한 이는 신인 발 레리나를 연기한 1940년대 영국 최고의 발레리나 모이라 샤라 (Moira Shearer). 무용을 위하여 인생-목숨을 걸겠다는 그녀 는 혼신의 노력 끝에 스타가 되고 달리는 기차에 투신하여 삶을 마무리할 때까지 빨간 구두를 벗지 못한다.
그런데 ‘이 예쁜 빨간 구두를 왜 다른 이들은 신지 않은 걸까’라 는 질문을 해보자. ‘너무 예뻐서 두렵다’라는 대답이 들린다. 하 기야 보통 사람들은 구두 하나에 자기의 인생을 걸지 않는다. 빨 간 구두를 신으려면 허영에 가까운 무모한 용기가 필요하기에 이 구두는 순진하여 겁을 모르는 이들에게 가장 유혹적인 힘을 발휘 할 수밖에.
오랫동안 우리 문화권 내에서 ‘분홍신’으로 왜곡되어 불렸던 빨 간 구두는 ‘춤의 메타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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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문 빨간 구두의 신화
춤은 빨간 구두처럼 그 사람의 혼을 사로잡아 버린다. 나는 빨간 구두를 신을 수 있지만 벗을 수는 없다. 일단 빨간 구두를 신으면 나의 주인은 빨간 구두가 된다.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보이지 않는 춤의 힘이 나를 이끌었기에 춤바람이 나서 체면을 구기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용가 마사 그라함(Martha Graham),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 그리고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 마저 연로한 나이에도 이 춤바람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무대 위 젊은 무용수들의 자리를 빼앗기도 했다.
자아가 없어진 설명할 수 없는 무아의 경지에서 얻는 놀랍고도 짜릿한 자유로운 세계!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안데르센은 춤의 마력을 감지하고 그 것을 경고하려 이 동화를 썼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후로도 춤은 여전히 미궁 속에서 반짝거리며 많은 이들을 홀려내었고 춤의 역사를 진행시켰다. 무용사에 등장한 대부분의 무용가들이 이 춤바람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나 현명한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니체(Friedrich Nietzsche)가 한 말, ‘춤은 철학자의 이상이며 예술이고 궁 극적으로는 유일한 신앙이다’ 또한 그 뒤를 이은 들뢰즈(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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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euze)가 ‘춤은 웃음처럼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전환시키고 고통을 기쁨으로 전환 시킨다’라고 말한 것을 잘 엿들어 새겨보 면 오랜 기간 동안 맹목적으로 가졌던 빨간 구두의 공포에서 벗 어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다.
빨간 구두 콤플렉스를 벗어나게 하여 모든 이들이 춤의 맛을 알 고 즐기고 행복해지는 경지에 이르는데 있어서 즉흥 춤은 압도 적으로 위력이 있는 분야이다.
이제 즉흥을 통하여 춤추는 당신은 더 이상 빨간 구두의 희생자 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엿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최근에는 춤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시 간을 가지게 되었다. 좀 고되기도 하지만 요청을 해오면 나의 생 각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거절하지 않았다. 특히 지 난 5년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최 한 예술 강사 및 교 사를 대상으로 한 여러 형태의 아르떼 아카데미 연수와 10차에 걸쳐 진행한 하자작업장학교의 마스터클라스를 하면서 이 믿음 은 구체화 되었다.
교원연수에서는 교사들로 하여금 그동안 교육현장에서 잊고 있 었던 본인의 예술가로서의 가치를 끄집어내어 자존감을 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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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문 빨간 구두의 신화
는 것이 우선 목표였다. 어떤 교사들은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 고 했으나 나는 그들에게 스스로 샘을 파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 었다. 왜냐하면 젊은 무용교사였던 나의 지나간 시절을 돌이켜 봤을 때, 지금까지 나를 지탱시켜 준 대부분의 것은 수많은 달 콤한 정보들 보다는 나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준 ‘생각의 전환 들’이었기 때문이다. 꽤 많은 수업과 연수를 받아 왔지만 그런 깨달음의 순간은 언제나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할 때 가 아니라 교사 스스로 노련한 ‘안내자’가 되어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유도 했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즉흥 춤은 자신의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나’를 만나는 작업이기 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이 놀라운 자기 탐험을 계속하고 싶어 진다. 왜냐하면 즉흥에서 나오는 움직임은 우리가 뭐라 설명하 기 힘든 세계인 ‘영혼의 고향’으로 우리를 데리고 갈 수 있는 능 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흥 춤은 몸이 가는대로 마음대로 추는 춤이 아니라 매 순간의 공간, 시간, 움직임 그리고 파트너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실시간 구성(Realtime Composition)이다. 따라서 자신의 이 성으로 주체적 선택(choice)을 하고 상황에 대응하는 이 춤을 경험하고 나면 자기 스스로를 진지하게 탐구함과 동시에 함께 하는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지성적 태도를 서서히 갖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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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혹자는 즉흥 춤을 ‘막춤’과 연결하려 하지만 막춤은 막말(욕)처 럼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이성적 주체성을 포기한 채, 아무렇게 나 던지는 몸짓이다. 아마 실컷 욕을 해대고 나면 울분이 풀리 듯이 막춤을 추면 속이 후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존재의 고귀함을 지키려는 사람이라면 그 방법 외에도 수많은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나는 즉흥지도자, 교사를 안내자(Guide)라고 부르는 관점에 동의한다. 안내자는 모든 움직임 활동에 직접 몸으로 함께 참여 하는 것이 원칙이다. 참여자는 안내자를 필요로 하지만 안내자 또한 참여자가 필요하다. 안내자 역할을 하다보면 안내자로서 보다는 오히려 참여자로서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따라 서 안내자는 가장 좋은 참여자인 것이다.
프랑스인 교육학자 니콜라스 앙드리(Nicholas Andry)는 1740년에 벌써 ‘선생의 책임(Responsibility of teachers)’ 에 대하여 ‘Orthopedic-정형법-똑바로 세운다’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모두가 알아볼 수 있도록 나무가 넘어지지 않게 설치 된 버팀 목 같은 그림도 함께 그려놓았다. 아이들을 비뚤어지지 않도록 바로 잡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이미 비 뚤어진 아이들을 바로 잡는 뜻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나무에 직접 손을 대어 교정하기 보다는 버팀목이라는 환경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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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으면 나무가 서서히 자발적으로 곧은 형태를 찾아 가게 된다 는 인간에 대한 오래 된 믿음이 있는 교육관이다.
좋은 선생이 좋은 학생을 만들지만 좋은 학생이 좋은 선생을 만 들기도 한다. 그럼 좋은 학생이란?
여기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배움의 원칙을 참고로 하고 싶다. 우 선, 자기와 안내자를 신뢰(trust)하고, 자신과 안내자의 말과 행동에 집중(concentrate)하고, 스스로 노력(effort)하는 자 이다. 이 세 가지를 다 투여하여야 비로소 지혜(wisdom)라는 보물을 얻게 된다고 한다. 나는 이 지혜를 창의력(creativity) 이라고 부른다. 당신이 자신의 창의력을 꺼내고 싶다면, 또는 당신의 학생에게 창의력을 유도 하려면 이 세 가지 관문을 반드 시 통과해야할 것이다.
즉흥 수업의 시작에는 수강생들이 각자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유한다. 왜냐하면 만남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감동을 낳고 감동은 영혼을 흔든다. 이런 영혼을 갖기 위해서는 춤을 추는 것 이상 좋은 것 이 없다.
20여 년 동안 현장에서 즉흥을 가르치면서 세계 각지의 즉흥 전문가들을 만났다. 때로는 비행기를 타고 현지에 가서, 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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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나의 교육 현장에 초대하여 그들의 수업을 청강하며 즉 흥의 정체를 파헤치려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였다.
Simon Forti, David Gorden, Viola Farber, Jean Gaudin, Ray Chang, Katie Duck, Pooh key, Kurt Koegel, Jackie Taffanel, Dylan Newcom, Emmamuel Grivet, Yann L’heureux, Linda Rabin, Dominique Merci, Yanif Mintzer, Michael Schmacher, Nina Martin, Andrew Wass, Claire Filmon, Lily Kiara, Gary Hoffman Soto, Sylvain Meret, Dorit Weinthal, Justin Morrison, Kay Patrou, Andrea Schlehwein, Kei Takei, Tanaka Min, kasai Akira, Ko Murobushi, Yamada Setuko 등이 그들이다.
여기의 내용들은 30여년에 걸쳐 이들과 함께한 과제들을 곱씹어 소화시켜 나의 숨결을 붙인 것들이다. 최대한으로 노력할 것이지 만 이 책에 여태까지 내가 알아 낸 모든 것이 총망라되는 것은 불 가능하다. 만약 그대가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지도자라면 이 자 료가 그대의 보완작업에 동반자가 되는 영광을 갖게 되길 바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 이 책은 ‘지도’였으면 좋겠다. 나는 땅이 그려진 지도를 줄 수 있지만 그 땅을 줄 수는 없다. 그 땅 은 스스로 찾아야한다. 물론 가기 전에 지도를 잘 살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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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중요하겠지만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변수에 대하여도 열려 있어야한다. 그리하여 어쩌면 그대는 이 지도보다 더 멋지 고 상세한 지도를 후대에게 남겨 줄 수도 있을 것이니.
산만했던 강의노트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17 우수 문화 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무용) 덕분에 정리된 작은 교본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작업에 참여 한 이지은, 손영민, 조희경 그리고 윤상은에게 감사한다.
“춤추는 일은 오래전에 우리가 상실한 우리 몸의 참다운 집을 찾는 것이다.” - <일상의 모험> 서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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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 몸 열
장 선 을 자
ⓒ옥상훈
악기를 좋은 상태로 만들기 위하여 튜닝을 하듯이 일상을 살았 던 몸이 춤과 만나려면 몸의 튜닝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몇 가지의 몸 풀이를 소개 한다.
★ 숨-호흡 “호흡은 근본적인 동작으로 마음의 중심을 잡고 고요해지게 하 는데 도움을 준다.” - 안나 할프린
배꼽호흡 배꼽에 꽃을 피운다. 배꼽을 중심으로 두 팔과 두 다리를 펼쳐 대[大]자로 바닥에 등 을 대고 눕는다. 눈을 감는다. 소리에 주목한다. 처음에는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다가 자신의 몸에서 나는 소리를 듣게 된다. 바닥과 닿는 몸 뒤 부분의 좌우대칭[골반, 견갑골]에 주목한다. 몸의 각 부분사이의 공간, 바닥과 신체사이에 만들어지는 공간 을 상상한다.
배꼽에 주의를 집중한다. 들숨으로 배꼽에 꽃을 피우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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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우선 몸을 열자!
그리고 그 꽃을 머금는다. (holding) 그런 다음 날숨으로 그 꽃을 배꼽 아래 깊이 땅 속으로 운반한다. 위와 같은 체계아래서 들숨을 반복 하고 날숨일 때 오른쪽 다 리- 왼쪽 다리-오른쪽 팔- 왼쪽 팔-정수리와 꼬리(제 3의 다 리를 상상해본다.)-전체 6방향 순으로 연결한다. 들숨일 때보다 날숨일 때는 두 배의 시간을 소요한다. (말하자면 숨을 길게 들이쉬고 더 길게 내뱉는 연습이다.)
이 과정은 몸의 안쪽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외형상 변화를 보이 지 않지만 자신이 이와 같은 숨이 지나는 이미지를 상상하여 지 금과는 다른 신체의 상태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마 지막에 하는 정수리, 꼬리, 오른다리, 왼다리, 오른팔, 왼팔이 호흡에 의해 밖으로 확산되어 이 6개의 포인트를 연결한 원을 만들어 외형보다는 안쪽의 몸을 바라보는 것은 센터와 연결 확 장된 신체를 통하여 신체의 존재감을 깨닫게 한다.
눈을 감고 내 호흡에 집중해서 몸 곳곳에 산소를 보내는 이 방 법은 수강생들이 생각을 비우고 자신의 몸에 집중하여 다음 과 제를 순수하게 할 수 있는 준비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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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로 돌아가기 자궁속의 기억! 엄마의 배 속에 있었던 태아자세로 바닥에 몸을 옆으로 접어 눕 는다. 고체의 상태가 아니고 자궁 속의 양수에 떠 있었던 몸의 기억 을 떠 올린다. 배꼽을 중심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내쉬는 호흡을 할 때 몸을 천천히 펴서 바닥에 몸의 뒷부분이 최 대한 다 닿은 자세를 거쳐 반대쪽으로 같은 접은 자세를 한다. 같은 체계로 정수리가 바닥에 닿고 두 무릎을 꿇은 자세, 한 무 릎을 딛고 한 다리를 열은 자세,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립자세로 서게 되는 결론을 가진다.
이 훈련을 통해 몸은 아주 빠르게 태아가 직립인간으로 변천하 는 인간 성장과정의 기억을 일깨우게 된다. 실제로 우리는 얼마 나 많이 치열하게 업치락뒤치락 거리면서 서려고 했던가? 이 훈련은 춤을 경험하지 못한 일반인에게 몸을 통한 움직임의 원리를 익혀 자신의 몸을 가눌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적절하지 만 전문적으로 춤을 추는 무용수들에게도 아주 유효하다. 일반 적으로 근육에 힘을 주어 춤을 추는 습관을 가진 무용수들이 오 히려 처음에는 이 엑스사이즈에 잘 적응하지 못할 때가 있기 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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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우선 몸을 열자!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머리는 기억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자신 이 태어나기 전, 엄마의 자궁 속에서의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고 따라서 행복했던 순간을 똑똑한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을 확신 하며 배꼽을 중심으로 신체가 확장되고 움직이며 동작이 이루 어지는 것을 재확인한다. 엄마로부터 자양분을 흡수하던 배꼽 이 재 기능을 한다는 흐믓한 긴장! 선 자세에서 바닥으로 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움직여야하는 신체부위가 등뼈의 가장 위 경추가 받히고 있는 머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머리를 숙이다보면 ‘겸손’이라는 단어를 어쩔 수 없이 연상하게 된다.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다시 그 자궁으로 들어가듯 바닥에 접근하여 몸 전체를 맡기고 나서 일어나는 것 을 반복하면 그 움직임의 최면에 마음도 겸손해지는 경우가 생 긴다. 이것이야말로 이 ‘몸 열기’ 훈련에 숨어 있는 매력이므로 다음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는데 안성맞춤이다.
몸 전체가 ‘아가미’가 되는 경험이었다. 호흡조절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 몸의 동작 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나로서는 숨쉬 기 하나도 고난도의 춤 동작 못지않은 집중을 필요로 했다. 어 린 아이가 된 것처럼 마냥 즐거웠다.
팔을 다리로 사용해 본다든지, 다리를 꼬리로 사용해 본다든지 하는 낯선 경험들을 통해 평소 신체에 배어있는 관성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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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로 걸을 때는 나도 모르게 무릎으로 걷고 있었는데 네 발 동물은 실제 ‘무릎으로 걷지 않는다’는 가이드의 지적을 받고 내가 여전히 움직임을 몸의 감각이 아닌 관념으로 이해하고 있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댄스 페다고지> 수강생 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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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우선 몸을 열자!
★ 파트너와 함께 – Body Tuning 상대방의 신체와 접촉하는 이 방법에 흔히 사용하는 마사지라 는 용어 대신에 ‘Body Tun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싶다. 그 기법으로는 쓸어주기와 조정하기를 추천한다.
☆ 쓸어주기-Brushing
* 서서 손바닥을 비비어 데워진 손으로 파트너의 쇄골과 등, 팔과 다리 를 쓰다듬어 쓸어 줌으로써 온기를 전달하고 근육들을 풀어준다.
* 앉아서 무릎을 꿇고 나의 허벅지에 상대방의 오금을 닿게 하고 서서히 무릎을 펴고 골반을 앞 뒤 양옆으로 흔들어서 잔잔하게 흔들리 도록 스윙시킨다. 몸의 앞부분을 머리에서부터 얼굴을 거쳐 배 꼽까지 손으로 가볍게 쓸어내려 나쁜 기운을 빼내고 좋은 기운 을 불러 넣어 준다.
☆ 조정하기-Manipulating
* 고관절중심으로 바닥에 누워 양발이 땅바닥에 닿도록 무릎을 세워 준 뒤 천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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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놓고 양 다리의 고관절을 부드럽게 돌려주거나 좌우로 번갈아 이동시킨다.
* 척추 중심으로 대자로 누운 파트너의 양 팔과 양 다리를 차례로 반대쪽 사선 방향으로 잡아당기고 호흡과 함께 놓아버려서 스스로 원래 자 리로 가게 한다. 지속적인 긴장을 순간적 이완으로 돌리는 방법 이고 이 후에 골반(다리의 경우)과 어깨(팔의 경우)에 몰려오는 피로감은 순간적 수면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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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우선 몸을 열자!
★ 다함께 손잡고 춤추는 왈츠 미국 포크댄스의 한 형식을 빌려 여러 사람과 만나고 친밀해 질 수 있는 활동이다.
모두가 서로 볼 수 있는 도형인 원으로 서서 손을 잡고 왈츠스 텝을 배운다. 그 스텝을 원 안과 밖으로 진행한다. 구성원을 짝, 홀수로 지정하여 역할을 준다. 홀수인 사람은 왼쪽의 짝수인 사람을 돌려 자신의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한다. 이것을 3번 반복한 후 4번째 파트너와 만날 때 아래의 다양한 움직임의 방법을 제시한다.
1. 가위 바위 보하여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손으로 보디튜닝 해 주기 2. 서로 손바닥을 마주하고 접촉하여 서로의 무게, 온도 등을 느끼고 접촉한 손을 중심(축)으로 하여 돌기 3. 서로의 이마를 맞대고 차분한 호흡으로 천천히 돌기 4. 서로의 등을 대고 돌면서 상대방의 등으로부터 듣기. 5. 서로의 등을 대고 함께 앉았다가 일어나기
* 제안 손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등을 벽이라 상상하고 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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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하게 힘으로 미는 것이 아니라 무게를 나누는 것이다.
나는 이 활동을 할 때 함께 동요 ’반달’을 부르게 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이 노래를 부르며 새삼스럽게 이 노래의 가사를 확인하며 즐거운 유년기로 되돌아 가 보는 체험을 공유하며 그 러면서 자연스럽게 모두와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아 본 경험을 하게 되어 친숙해진다. 위에서 제시한 것 외에도 4번째 파트너와 만나서하는 움직임에 는 창의적인 즉흥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열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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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 몸 풀이 나누기 이 민주적 방법은 움직임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시행할 때 더 욱더 유용하다. 프로 댄서라면 대부분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자기만의 몸 풀이 비법 정도는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 대형으로 구성원 전체가 선다.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warming 방법을 다른 이들에게 소개한다. 구성원은 자기가 소개하는 몸풀이가 신체의 모든 부위를 골고 루 데우는데 어느 정도 이바지하는지에 대한 균형 감각을 가져 야 한다. 관절에 초점을 두면 이상적이다.(목, 팔목, 팔꿈치, 어깨, 허리, 골반, 무릎, 발목 등)
* 제안 즉흥수업에 오는 사람 모두는 자기 몸을 푸는 방법을 가지고 있 다는 사실에 근거하지만 일반인들과 할 때는 어떠한 동작을 제 시하더라도 무용수와는 다른 그들의 몸 상태를 존중하여야 한 다. 그랬을 때 예기치 않게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것 을 감안하여 필요에 의해서는 적절한 소요시간을 제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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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주요활동 Main Exercise
ⓒ박소현
★ 걷는다 – Walking “우리의 걸음걸이는 너무나 쉽고 또 익숙한 동작이기 때문에 우 리는 결코 그 스탭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지도 않았으며 신기 한 행위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 폴 발레리(Paul Valery)
☆ 혼자서 걷는다.
갓난아이가 처음 세상에 태어난 것 같이, 마치 걸음을 처음 걷 는 사람처럼 신선하게 걷는다. 걸음이 편안해지면 발에 닿는 잔디의 감촉, 좋은 냄새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향하여 걷고 있다는 연상을 한다.
자신의 걸음을 살펴보며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자신의 고착화 된 습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습관화 된 방 향, 습관화 된 영역, 왜 나는 항상 왼쪽으로 둥글게 돌면서 스튜 디오의 주변만을 돌아다니는 걸까?
☆ 함께 걷는다.
좁은 원형대형으로 모여 있다. 자기 앞의 사람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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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그리고 그 사람들의 사이 공간을 본다. 그 사이로 걸어 본다. 나의 걸음은 앞으로 만이 아니고 옆걸음, 뒷걸음으로 발전된다. 어항속의 물고기들이 좁은 공간에서도 서로 부딪히지 않고 돌 아다니듯이 우리의 몸도 서로의 사이를 헤치며 자유롭게 이동 한다. 그 상황을 보고 싶은 이는 중심에서 멀리 나오면 서 걸어본다. 모든 이가 다 중심에서 벗어나서 전체 스튜디오를 자유롭게 돌 아다니기 시작하면 “기울지 않는 배“를 상상 한다. 한 지점으로 몰리면 배가 무너진다. 모두가 그 배 갑판의 균형을 위하여 자신이 걷는 공간을 책임진다.
시선을 생각한다. 어디를, 무엇을 보고 있는지. 눈을 맞춘다. 두 미간 사이에 있는 마음의 눈, ‘제 3의 눈’을 사용한다. 다른 이와 눈을 마주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미소를 거부하 지 않는다.
☆ 함께 걷고 함께 멈춘다.
눈을 열어 다른 이들과 함께 걸어본다. 함께 한다는 것은 호흡을 맞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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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 상황에 집중하다보면 어느 사이에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걷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멈추면 빨리 알아차려 함께 멈추어 본다. 같은 순간 멈춤이 일어나는가? 정적, 고요를 충분히 만끽 하고 난 후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이때도 함께 걸음을 시작해 보자. 멈춤의 순간은 얼어있는 정지상태가 아니라 순환하고 있는 상 태,즉, 다음에 일어 날 사건을 준비하는 순간이다. 걷고 정지하는 시간적 패턴을 시간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면 긴장감과 재미를 맛 볼 수 있다. 함께 걸을 때 어디를 볼 것인가? 어디를 보는 것이 효과적일까? 함께 걷고 있는 누군가의 골반을 본다. 골반은 다리의 시작으로 걸음의 시작이 되는 부분이다.
다음 단계로는 멈추는 부분에서 몸의 높이 레벨을 변경해 본다. 단계적으로 ‘앉다’를 추가한 후 충분히 익숙해지면 ‘눕다’를 추 가하여 활동성을 증가시키고 다양한 레벨의 움직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앉는 동작과 눕는 동작의 여러 가지 형태와 방법을 찾아 해보고 다른 사람의 형태를 차용하여 해 볼 수 있다. 앉거나 눕는 자세는 순간적으로 취하지만 조형적으로 허점이 없이 항상 그 곳에 있어 왔던 것 같은 견고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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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 서있는 인간[Homo Erectus] 나는 걷기 전에 서있는 자세에 대해, 두발로 서는 인간 의 존엄함에 대하여 수강생들과 나누고 싶다. 네발로 기 어 다니던 어린 아이가 설 수 있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기 까지 치열했던 진화 과정의 축 소판이라는데 의미가 있지 않은가. 인간은 개인의 성장 과정에서 인류의 진화과정을 거친다. 무거운 머리를 가 장 높이 세우고 두 다리로 서는 자세가 기능적으로는 네 발을 유지하는 것보다 전혀 유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이 자세를 선택하였다. 따라서 수평선상의 등뼈 가 수직으로 재배치되었고 이전보다 훨씬 등뼈의 기능이 강화되었다. 이 등뼈의 배열이 정확하지 않으면 디스크 등의 의학적 문제가 발생한다. 정확하게 등뼈를 배열하 여 서있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등뼈 를 잘 가눈 정확한 자세는 우아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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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수 한다 문명사회에서 타인과의 구체적인 신체접촉, 악수하는 순간은 너와 나는 동등한 관계라는 것을 예시한다. 악수를 하면서 상대 방의 손의 무게, 온도, 감촉, 잡은 힘의 강도를 힌트로 아주 짧 은 시간에 괘 많은 정보를 읽게 된다. 알아차린다. 그가 나를 좋아하는지. 우리의 이 만남에, 나와의 접촉에 호감을 가지는지. 너무 꽉 움켜잡는 사람이 있고 자기 손을 그냥 나 몰라라 하고 맡기는 수줍거나 성의 없는 이도 있 다. 상대방과 악수를 하면서 나오는 자신의 즉각적인 반응을 통 해 자기 자신을 알아보고 점검할 수 있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타인의 몸과의 접촉에서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고려한다. - 적절한 거리 (Distance) - 적절한 각도 (Angle) - 적절한 높이 (Height)
적절한 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로 팔 하나 정도의 거리라 할 수 있다. 만약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줄 을 섰는데 뒤에 서있는 사람이 너무 가까이 서서 뒷사람의 콧 바람이나 숨소리가 느껴진다면 얼마나 부담스럽고 불쾌하겠는 가? 또한 앞사람과 적정 거리보다 먼 경우 다른 사람은 줄의 끝 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앞에 끼어들기 아닌 끼어들기가 생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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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의 거리는 대략 한 팔 간격이지만 움 직임을 위해서는 한 팔이 아닌 양팔 간격의 공간이 필요하다. 적절한 각도와 높이는 몸의 방향과 관련이 있는데 예를 들어 악 수를 청하는데 사람의 측면에서 권하는 경우는 없다. 옆에 있더 라도 상대방을 향해 몸의 방향을 바꿔주며, 앉아있다면 일어서 서 악수를 청하거나 받게 된다. 이 훈련에서는 현란한 기교나 테크닉을 연마하기보다는 이미 몸이 알고 있는 합리적으로 사용되는 일상의 몸짓 정보들이 움 직임을 효율적이고 기능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확인 하게 된다.
악수에서 발전된 여러 동작들을 하면서 상대방과 서로 시선을 마주칠 때 눈이 부시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에 ‘걷기’ 활 동에서 언급했듯이 눈썹과 눈썹사이인 미간에 있는 마음의 눈, 제3의 눈을 보도록 한다. 시작은 원형으로 서서 앞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으로 진행할 수 도 있고 충분히 악수를 맛보았다면 다음의 몇 가지 훈련으로 ‘악수’를 발전 된 움직임으로까지 확장시켜본다.
☆ 악수하여 손을 잡아당기며 함께 돌기
어린 시절에 많이 해본 ‘함께 돌기’ 놀이이다. 두 사람이 팽팽한 상태에서 돌다가 한사람이 손을 놓으면 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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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지므로 책임 있는 파트너가 되어야한다. 처음에는 천천히 돌다가 점점 속도를 올려 잡은 손을 팽팽하게 유지하여 손을 중심으로 돌아보는 경험으로 잡은 손에 의지하 여 서로를 믿고 속도를 내어 클라이맥스를 맛보고 점점 속도를 줄여 마친다.
* 제안 바깥으로 팔을 뻗으면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느껴지는가? 불 필요하게 힘을 주고 있는 신체의 부분은 없는가? 시선(머리)은 자유로운가?
이 움직임을 하면서 파트너와 연결되어 있는 신체의 다른 반(왼 쪽 혹은 오른쪽 측면)은 밖의 세계와 만난다는 것을 인식해본 다. 속도를 낸 후 어떻게 마무리를 하여, 어떻게 동작을 거두고 헤어질 것인가는 악수하고 헤어지는 여운을 거두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한다.
☆ 악수하여 거리를 잡고 함께 앉기
상대방과 악수한 손을 잡고 마주 보고 팽팽한 거리를 유지하면 서 서로의 배꼽에서 출발 된 탯줄이 연결 된 이미지를 가진다. 마주잡은 팔이 다 펴지면서 손을 놓아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는 파트너에게 무게의 전부를 주지 않고 앞은 상대방과 함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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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지만 뒤 부분은 스스로 가눌 수 있어야 한다. 반드시 반대쪽 손으로도 해보고 두 손으로도 해본다.
이때 자신의 중심[센터]을 확인하기 위하여 손을 사용하지 않고 함께 마주보고 앉았다가 일어나는 움직임을 해 볼 수도 있다.
☆ 눕히고 일으키기
악수를 한 상태에서 팽팽하게 함께 앉다가 시소처럼 기울어지 면서 한사람의 꼬리뼈가 바닥에 닿아 앉고 바로 등을 바닥에 대 고 눕는다. 연결된 두 손은 필요한 거리와 높이를 가지고 한사람을 눕히는 데 사용된다.
앉힐 사람과 앉는 사람의 역할은 서로 말을 하지 않더라도 몸의 신호로 알 수 있다. 앉힐 사람이 무릎을 조금 펴서 무게 중심을 파트너보다 조금 높 게 한다. 일어난 사람이 파트너와 손을 잡은 상태를 유지하며 잡은 팔 쪽으로 걸어간다. 누울 사람은 꼬리뼈를 안전하게 바닥에 내려놓은 후 파트너가 걸어오는 속도에 맞춰 척추를 하나하나 바닥에 대고 눕는다. 서 있는 사람(눕히는 사람)은 파트너의 척추가 바닥에 모두 닿 아 눕게 되면 잡은 손을 파트너의 팔의 길이를 존중하여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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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바닥에 내려놓고 상대방의 손의 여운을 가지고 자기 머리위 로 큰 원을 그린다. 혹은 그 손의 여운, 상대방의 여운을 가지고 춤을 춘다. 누운 사람은 파트너와 잡은 손이 바닥에 놓여 지면 그 손을 바 닥에 대인 채 자연스럽게 내리고 이와 동시에 양 무릎을 펴서 누워있는 직립자세를 만든다. 서있는 사람, 춤을 춘 사람은 바닥에 누운 파트너의 반대 손 쪽으 로 가서 무릎을 굽혀(무게를 내려) 다시 악수를 하여 손을 잡는다. 이때 누워있는 사람은 머리를 살짝 들어 파트너를 보고 척추를 하나하나 일으켜서 앉은 자세가 된다. 다음은 상대방에 의해, 상대방이 만드는 거리에 의해 자신의 두 발로 골반(엉덩이, 하체)의 무게중심이 이동되어 설 준비가 완 성된다. 눕히고 일어나는 과정은 스스로 눕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파 트너에 의해, 파트너와의 거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신체가 기능적으로 사용되어질 수 있도록 힘이 아닌 원리로, 구 조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 바닥에서 돌려 일으키기
바닥에 눕히는 방법과 같이 악수를 하고 함께 앉는다.
잡은 손으로 연결이 되어있고 서로 무게를 나누지만 홀로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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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앉는다. 손에 대한 정보로 누군가가 무릎을 펴(무릎을 펼 때는 항상 바 닥을 누른다.) 파트너보다 무게를 높게 하여 자신이 파트너를 움직이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알린다. 일어난 사람은 파트너의 무게가 바닥에 잘 놓일 수 있도록 방향 성을 제시한다. 이 때 방향은 앉아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잡은 손 쪽이 어야 한다. 이 방향으로 앉은 사람의 골반의 무게가 잡은 손의 도움을 받아 바닥에 닿고 마치 아기자세를 하는 방식으로 바닥 을 사용하여 배꼽을 중심으로 몸이 넓게 펴졌다가 반대쪽으로 접어진다. 파트너와 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심력이 일어나므로 이 힘을 사용한다. 움직이는 하체는 충분히 바닥을 활용해야 하고 나중에 오는 발 (잡은 손 쪽의 발)이 파트너를 향해 딛을 수 있도록 한다. 서있는 사람(파트너를 돌리는 사람)은 바닥에서 파트너가 잘 돌 수 있도록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손, 팔을 잘 유지해준다. 일어나게 하는 과정은 바닥에 있는 파트너를 낚는 듯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팔은 굽혀지는 것 없이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신체를 구조적으로 사용하고 또한 서로 시선을 나누면 훨씬 도 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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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는 하나의 건축물이다. 인체가 가진 등뼈와 각 관절을 인지하고 그 관절을 잘 사용 하여 자신의 몸을 기능적으로 사용하면 특히 파트너와의 작 업에서 능률적이 된다. 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인체해부학 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것은 마치 자동차를 모는 사람들이 자동차의 구조를 아는 것과 같다. 차에 관한 지식이 있는 사 람과 없는 사람이 차를 몰 때 어떻게 다르고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게리 호프만 소토(Gary Hoffeman Soto)는 해골[Skelete] 모형을 들고 천골과 장요근에 관하여 수업을 진행하여 움직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골격적[skeletal]으로 이해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그 해골의 이미지를 가지고 움직여 보는 것은 근육에 의존하던 종래의 움직임 방식을 재고하게 한다. 클레어 필몽(Claire Filmon)은 컴퓨터에 골반 사진을 찍 어 와서 그 무게와 기능을 설명하였고, 컬트 코겔(Kurt Koegel)은 인체를 거미로 비유하여 인체의 관절을 모두 자 세하게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나서 점차 몸높이의 레벨 을 바꾸는 과정을 요구하였다. 린다 라빈(Linda Rabin)의 경우는 인체내부의 장기를 이해시키기 위해 풍선에 물을 담 아 와서 그 무게를 감지하며 움직이게 하였다. 뼈의 구조와 무게를 잘 인식하고 움직임에 반영하는 단계에 이르면 인체 움직임의 한계는 엄청나게 확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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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 혼자 춤추기 춤을 추어야 할 상황에서 막상 어떻게 움직임을 시작 할 것인지 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 의 신체에 집중하여 제시한 조건대로 움직임의 길을 찾는 노력 을 한다면 전공자에게는 움직임의 매너리즘(mannerism)을 벗 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라면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름쓰기
자신의 신체부위로 이름을 쓰는 이 활동은 쉽고 단순하게 사용 되기도 하는 방법이지만 신체적 식견을 가진 이에 의해서는 인 체부위를 다각도로 사용하는 독특한 움직임을 가진 춤을 추게 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신체로 이름쓰기는 자신의 한글 이름으로 시작하여 영어이름, 한자 혹은 가능만 하다면 각국의 언어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자기 이름 외에 부모, 친구,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쓸 수 있 으며 나 외의 다른 사람의 이름을 몸으로 가져오면서 감정과 느 낌 그리고 춤을 추는 동안 표정이 변하는 것, 마음을 다하고 있 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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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활동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먼저 편한 손가락을 사용하여 정면에 있는 가상의 공간에 자신 의 이름을 써 본 후, 앞, 뒤, 위, 아래, 양옆의 육면체로 그 공간 을 확장시킨다. 템포 또한, 느리게, 빠르게, 부드럽게, 스타카토로 해보면서 시 간성, 음악성을 다르게 하면 자신의 이름은 공간에서 음악으로 들릴 것이다. 그 후, 손가락 대신에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이름을 쓰기 위하 여 그 전에 자신의 신체부위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움직임의 가동 범위가 큰 관절위주로 알아본다면 풍성한 움직임을 할 수 있는 기본 재료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정수리, 어깨, 팔꿈치, 손, 등뼈, 골반, 무릎, 발 등 평소에 써보지 않았던 신체 구석구석이 움직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호모 노마드(Homo Nomade-유목민)가 되어 공간을 옮겨서 이름을 써 본다.
여러 곳을 이동하면서 이름쓰기를 반복할수록 그 이름이 명확하 고 정교해질 것이고 자신이 가고 싶은 나라를 설정하여 그곳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멋진 상상력을 동원한 여행 이벤트를 갖 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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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 이름과 주문 나는 어릴 때 나의 이름이 남자 아이 이름 같다고 놀림 을 받았고 따라서 싫어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나의 이름이 주문이 되어 내가 그 이름을 닮아 간다고 느끼게 된다. 문명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요즈음도 뒤늦게 이름을 바꾸 는 이들이 주위에 있는데 이 이름이 가진 주술적 의미에 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름이란 영혼의 표지이기 때문에 그것들은 하나의 영 혼을 지녔다고 나는 말 할 수 있다”.-밀란 쿤데라
2014년도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다. 모두가 자기 이름 을 다양하게 스스로 불러보고 뜻을 새겨보고 그 이름을 지을 때의 상황을 부모님께 물어 와 들려주고 또 서로를 부르기 좋은 상태로 부르도록 허락하기도 했다. 나를 다정하게 불러주는 사람이 옆에 있는 한 인간은 외롭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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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원소로 춤추기 : 물, 불, 공기, 바람
이 과제는 부토의 ‘되다’ 이론에서 빌린 것이다. ‘되다’이론의 핵 심은 사물을 단지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 자체가 되는 것이다.
사 원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눈을 감고 천천히 정신이 그 원소로 집중되어 몸이 이끄는 방향 으로 움직인다. 변신하는 것이다. 개별적 집중이 필요하므로 한 수업에 하나씩 하는 것이 가장 바 람직하지만 둘씩 나눠서 해도 무방하다. 네 가지 원소를 다 경험하고 나면 스튜디오에 사 원소의 구획을 정하고 자신이 주체적으로 이동하며 그 원소가 되는 모험을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즐거웠던 변신과 힘들었던 변신을 상기하 고 그 원인을 분석하게 된다. 이 훈련은 자기 식으로 만 움직이는 함정에 빠져 있는 전문 무 용수에게 아주 유용하다. 이 훈련을 통하여 본인이 미처 깨닫지 못한 본인의 약점을 알고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훈련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어떤 감정에 휩싸이는 함정 에 빠질 수 있지만 그 것은 마지막까지 유보하는 것이 좋다. 물론 개별적인 작업을 했지만 다른 수강생들과 나누면서 영감 을 얻는 것도 필요하므로 어느 정도 집중이 진전된 후에는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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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조로 나누어서 다른 이들의 작업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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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춤추기 ☆ 듀엣
클래식 음악계와 발레계에서 듀엣은 솔로와 같이 간주되어 왔 다. 멋진 발레의 남녀 이 인무는 그리스 신화의 헤르마프로디테 (Hermaphrodite) –한 몸에 두 얼굴이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현대 춤으로 와서 ‘남녀평등’, ‘페미니즘’, ‘가부장적’등의 용어 에 따른 의식 변화가 생기면서 이러한 남녀 이 인무는 구시대의 산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즉흥 춤은 발생부터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의 춤이 다. 두 명이 함께 춤을 출 때에도 그 둘은 성별, 인종, 연령을 초 월하여 개별적 존재가 된다. 두 명의 무용수가 독립성을 유지하 면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듣고 반응하고 자신의 움직임을 제시 하는 것을 보면 두 사람이 함께 멋진 대화를 나누는 장면과 흡 사해진다. 하지만 종종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거나, 듣는 사람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상황이 될 경우 두 사람 모두 지루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여기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 즉흥적으로 듀엣을 하기 위한 몇 가 지 전략(Strategy)을 제시한다.
* 상대방의 움직임을 복사 한다. - Copy * 상대방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움직임을 한다. - Sha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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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 상대방이 춤추는 공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노력 한다. - Spacing * 상대방의 시간성에 반응 한다. - Timing * 시선을 나눈다. - Eye Contact * 상대방의 에너지와 다른 에너지로 전체 균형을 맞춘다. - Contrast, Refresh
☆ 트리오 이번 활동을 통하여 세 명은 각자 다른 세 역할을 모두 경험하 면서 자신을 분석할 수 있다. A
댄서
조형물
그림자
B
그림자
댄서
조형물
C
조형물
그림자
댄서
먼저, 조형물이 자리를 잡는다. 조형물은 어떠한 공간에 자신의 몸을 놓을 것 인지 선택을 하여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왔던 나무나 바위처럼 단단한 조형물이 되 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로 댄서가 등장한다. 댄서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신의 춤을 맘껏 춘다. 마지막으로 그림자가 등장한다. 그림자는 댄서의 춤에 영감을 받아 따라 하기, 변형하기를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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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춤을 춘다. 이렇게 한 섹션이 끝나면 역할을 바꿔, 충분히 춤을 춘 댄서는 조형물이 되고 그림자는 댄서가 되며 조형물은 그림자가 된다. 이와 같은 구조로 세 명이 모든 역할을 경험한 후, 댄서가 퇴장하 면 그림자도 따라 퇴장하고 마지막으로 무대에 남은 조형물이 퇴장한다. 이 트리오는 세 명의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 조형물은 공간을 낯설게 보는 자세와 오랜 시간 동안 한 자세로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을 필요로 한다. 댄서를 맡은 이는 조형물과의 공간적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자유 로운 자신의 움직임을 구사할 수 있다. 그림자는 댄서에게 영향을 받아 자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 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역할을 다해보고 자신에게 가장 편안했던 역할과 불 편했던 역할에 대하여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다. 인간은 일상에서도 영감을 받는 존재가 필요하다. 이 활동은 춤을 통하여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그리고 보강해 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수강생들의 참여도와 장소가 허락하면 두 팀이 동시 진행할 수 도 있다.
☆ 구조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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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대여섯 명이 함께 몸으로 단단한 구조물을 만들어 한사람씩 그 구조물 위에 서거나 걷거나 굴러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수강생들의 몸이 충분히 데워져 준비 가 되고 모두 함께 신뢰감을 조성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내자는 자신의 신체로 경험한 확신이 있는 움직임을 유도하여 야 하며 상상이나 추측을 가지고 접근하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 예기치 않은 움직임- 넘어지거나 기대거나 혹은 갑자기 튀어 오를 때 누군가 그 자리에 있으리라는 신뢰감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며 몸의 골격을 바르게 정렬하여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낮은 자세로 양손과 양발이 다 바닥에 닿은 네 개의 포인트(4 포인트)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점차적으로 단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바닥에 닿는 신체부위 4 포인트
양손, 양발이 바닥에 닿은 상태 (가장 안정)
3 포인트
양손 한발 혹은 양발 한손
2 포인트
양발
* 통나무가 되어 굴려주기
그룹에서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바닥에 엎드려 동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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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면을 대고 눕는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닥에 누운 사람들은 모두 한 호흡으로 움직임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동작을 위한 서로의 몸의 거리를 고려한다.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 굴려주기를 하면서 안전한 거리) 굴려질 사람은 누워있는 사람 위에 결을 달리 하여 눕는다. 눕는 위치는 누워있는 사람의 가슴 아래에서 허벅지 사이에 누 울 수 있도록 한다. 자신의 몸의 축을 자신이 유지하여야 한다. 축이 무너지거나 너 무 방치된 상태라면 자신의 무게는 마치 솜 포대자루가 물에 빠 진 상태처럼 무거워져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 해질 것이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 타인의 몸 위에서 몸통만으로 굴러서 이동 하는 방법이므로 인원이 많을수록 효과적이다. 무게가 분산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여, 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 벽을 이용하여 구조물 만들기
연습실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벽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자세 찾기 : 1. 바닥에 양손과 양 무릎을 지지하고 몸의 한 쪽 측면을 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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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댄다. (4 포인트로 등 쪽 부위를 지지 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2. 벽에 등을 대고 양 무릎을 굽혀 마치 의자에 앉은 자세를 취 한다. (2 포인트로 허벅지 부위에 지지할 수 있다.) 3. 양손을 벽면에 대고 단단하게 유지한다. (2 포인트로 어깨부 위가 지지하는 부위가 된다.) 이 자세는 한사람의 양어깨에 다른 한사람이 양발로 지지하여 마치 사람 위에 사람이 서있는 듯한 그림이 된다. 자세를 완성 한 후 받치는 사람은 벽면에 몸의 측면을 대어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고난이도의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때 받치는 사람과 올려진 사람의 무게가 한 축으로 정렬되도 록 한다. 두 사람이 겹쳐 서로를 의지하며 지지대를 만드는 방법도 충분 히 가능하다.
* 무릎 꿇은 상태에서 무릎을 밟으며 이동하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무릎과 무릎사이의 간격을 약간 벌려 V형태를 만든다. 이동하는 사람은 무릎 꿇은 사람의 손을 잡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이동하는 사람은 골반과 가까운 허벅지 쪽을 밟도록 하며 무릎 쪽은 상해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피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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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렬 혹은 나선형, 사선 등 원하는 라인을 만들 수 있다.
* 발등을 밟아 이동하기
편하게 선 자세보다는 양 다리 간격을 약간 넓게 안정감을 더한다. 이동하는 사람은 지지하는 사람의 목 부위에 팔을 걸어 무게를 분산시키고 안정감을 찾아 이동할 수 있으며 지지하는 사람 또 한 손과 팔 혹은 몸을 사용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
* 다른 공간(윗 공간)을 경험하게 하기
바닥에 양손과 양 무릎을 지지하여 튼튼한 테이블을 만들어준다. 바닥에 대는 양손은 손목과 어깨가 동일 선에 오도록 하며 무릎 또한 골반에서 수직으로 내려온 지점에 위치하도록 한다. 척추는 길게 펴고 배는 힘을 주어(누워서 진행했던 배꼽 호흡에 서 첫 번째로 실행했던 배꼽에서 꽃을 피운 후 수직으로 거두었 던 배의 기억을 살려보자.) 유연하면서도 단단하게 유지한다. 튼튼한 테이블을 제공받은 파트너는 앉아도 보고 서보기도 하 고 배를 대고 엎드리거나 등을 대고 눕는 동작 등 다양한 동작 을 시도할 수 있다. 만약 앉는다면 골반 쪽에 앉는 것이 가장 안정감이 있다. 앉은 자세의 편안함을 충분히 느꼈다면 상체의 자유를 찾아보자. 앉은 자세에서 바닥에 손을 대거나 상체를 자유롭게 움직여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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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자서는 할 수 없었던 동작들에 도전해본다. 파트너의 위에 서보고자 한다면 골반(천골)부위와 어깨 밑 견 갑골 부위에 발을 딛도록 한다. 올라갈 때 한 발씩 올리며 손을 사용하여 무게를 분산시키거나 도움을 받도록 한다. 또한 내려 올 때도 한 다리씩 내려올 수 있도록 하며 만약 한 다리씩 딛는 것이 불안하다면 무릎을 굽혀 무게를 낮춘 후 손으로 상대방을 짚고 내려오도록 한다. 2인 1조가 되어 진행하는 것이 좋으며 서로 키와 몸무게가 비 슷하다면 수월할 것이다. 만약 3인 1조로 진행이 된다면 남은 한 사람이 천사 역할을 하 여 믿음을 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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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에 대하여 공간에 대한 탐색, 활용에 대한 연구로 공간을 낯설게, 객관적 으로 보는 경험의 기회를 가진다. 일상의 공간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있으면 본 주제에 접근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 신체의 공간 탐색
타인의 신체를 볼 때 그 사람의 신체 부위 사이의 공간을 보는 작업이다. 수직으로 세워서 크게 보면 목과 어깨 사이, 팔과 옆구리 사이, 다리와 다리 사이를 볼 수 있겠다. 조금 무릎을 굽히면 오금, 상체를 앞으로 굽히면 상체와 하체사 이, 팔을 굽히면 또 공간이 발생한다. 이 원칙을 가지고 두 명이 한조가 되어 천천히 자세를 바꾸는 파트너의 몸 사이 공간을 손으로 확인해 본다. 점점 집중이 되면 팔이 들어갈 수도 있고 머리, 발, 골반 등 신 체의 다양한 부분이 다양한 크기에 적응하면서 상대방의 몸 공 간을 방문하게 된다.
☆ 돌멩이를 놓아본다
전체 공간에 직접 몸이 들어가기 전, 미리 공간을 체험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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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는 활동이다.
다양한 돌멩이들을 준비하고 모두가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 신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한다. 함께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작은 무대(작은 천이나 판)를 설정 한다. 첫 사람이 공간에 위치를 선택하여 돌멩이를 놓고, 다음 사람 은 먼저 위치한 사람과의 관계 - 먼저 자리한 돌멩이와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아니면 독립적인 공간을 새롭게 설정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또한 어떤 구조를 유도할 것인지도 염두에 두고 돌 멩이를 놓는다. 만들어진 구조가 대칭, 비대칭, 사선, 가로, 세로, 직선, 원, 사 각형 등 어떠한 것인지, 상황에 맞는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그러 면서도 창의적인 구성인지를 탐색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돌멩이를 놓아 보는 경험을 모든 순번을 거쳐 서 충분히 하고 난 후에 실제 연습실에서 몸으로 직접 실현시켜 본다. 점차적으로 돌멩이 때와는 다른 몸의 방향과 각도 등의 디테일 한 면도 함께 탐색되어지면서 견고한 구성이나 구조가 이루어 질 것이다. 이 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돌멩이적’ 중립적인 몸을 유지하여 공간에 접근하게끔 유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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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찍기
신체가 공간의 일부와 연결된 것으로 야외에서 진행된다면 훨 씬 효과적이며 열 명 이내의 소수의 참여자와 하면 효율적이다.
먼저 모두에게 사진가라는 직업을 제시하고 자신이 사진 찍고 싶은 장소를 물색하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을 자신의 모델로 사용하되 자연의 일부 로 간주하게 한다. 자연의 일부가 된 몸, 그리고 다른 몸과의 거리 등을 연구하여 무대나 연습실처럼 막혀있지 않은 자연 공간이 주는 정보를 최 대한 활용한다. 사진가는 장소를 정하고 콘셉트를 제시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예술적 선택이 합세되어야만 한다. 결과로는 처음 보는 구조물, 창의적 설치미술, 유머러스한 조각 같은 것들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이미 있는 자연에 순응하거 나 발전시켜 예기치 않은 공간의 미를 창출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어우러져 한 장의 사진을 완성한 후에 다른 사진가 의 공간으로 이동하여 또 다른 사진을 찍어 모두가 사진가이며 모델이 되는 기회를 갖는다. 주의할 점은 전체의 경관- 하늘과 땅, 지평선, 수평선과 함께하 는 사진을 만들고 사진을 감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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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 공간해체 일상에서 가끔 집안의 가구를 바꾸면 기분이 새로워지듯이 연습실, 강의실 그리고 극장에서도 그동안 가지고 있어왔던 고정된 공간관념을 해체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연습실의 정면을 바꾸거나 대각선으로 쪼개어서 코너를 배 경으로 발표를 하게 하는 것 등이다. 일단 공간을 해체하면 학생들은 점점 자유로워지면서 기존 에 접근 하지 못했던 피아노 밑으로 기어 다니기도 하고 연 습 바에 매달리기도 하고 또 문을 여닫고 나다니기도 한다. 이 ‘공간에 대한 금기(taboo)깨기’는 발표 공간만이 아니라 관람하는 이에 대한 공간 인식에도 독특한 방식을 부여할 수 있다. 객석과 무대가 바뀌는 공연, 객석에 앉아있지 않고 돌아다 니면서 공연을 보게 하는 전시회식 공연, 잘 차려진 무대를 마다하고 극장로비에서 하는 공연 등이 이 경우에 속한다. 2017년 여름, 프랑스 남쪽 5개 도시를 돌며 가진 야외공연 에서 ‘춤이 있는 곳이 무대’라는 사실을 재확인하였다. 몽펠 리에 코롬(Montpellier Corum)앞 광장, Ales, Mende, Luz Saint Sauveur의 주차장이 공연 장소였는데 이런 허 접할 수도 있는 공간들이 해가 지고 저녁이 되자 조명을 받 고 춤추는 무용수들에 의하여 새롭게 태어나 예술적 생명력 을 발휘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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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성(Timing)에 대하여 이 훈련에는 항상 두 가지 질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 언제 when? 둘째, 얼마동안 How long?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호흡을 함께 하는 것이다. 춤을 출 때 나의 숨을 누군가에게 맞추는 것, 또 누군가 가 나의 숨에 맞춰주는 것은 기분 좋은 긴장감을 일으킨다. 서로 걸음을 맞추는 행위를 통해 아무리 상대방과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같은 호흡을 할 수 있다는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나와 함께하는 이를 염두에 두고 배려하는 자세로 임하면 또 다른 함께 하는 쾌감을 얻게 된다.
듀엣으로 2인 1조를 이뤄 ‘함께 걷는다’와 ‘함께 멈춘다’를 해 본다. 함께 호흡을 맞추려는 노력. 걷고 멈추는 동작을 하면서 상대방의 얼굴보다는 골반과 등을 보는 것이 합당하다. 나를 믿고 상대방을 믿고 집중하여 함께 하는 노력을 하다보면 보지 않고도 함께 시작하고 멈추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음단계로 다양한 시간성[how long]을 적용해본다. 파트너와의 거리도 조정해 본다[how f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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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멀어져도 보고 가까워져도 보자. 걷는 것이 잘 이루어지면 이 방법을 움직임으로 적용할 수 있다. 우선 리더를 정하고 리더가 정하는 [when]으로 따라간다. 역할을 바꾸어본다. 그리고 그 역할을 자연스럽게 주고받는다.
☆ Go- Stop 지시하기
이 주제도 듀엣으로 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2인 1조를 이루 도록 한다. 규칙은 간단하다.
리더가 ‘Go’를 지시하면 움직이고 ‘Stop’을 지시하면 멈춘다. 리더는 ‘How long’의 개념을 가지고 지시한다. 역할을 바꿔 해 보고 두 사람이 동시에 리더(Leader)와 팔로워 (Follower)가 되어 본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시간성 훈련의 경험을 가지고 자기 안 의 자발적 지시에 따라 듀엣을 하면 함께 춤추는 즐거움의 경지 에 도달하게 된다. 듀엣을 할 때는 함께 하되 종속적이지 않고 독립적인 태도를 가 지는 것이 중요하다.
두 명씩 짝을 지어서 두 명이서 걷고 멈추기를 하였고 나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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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을 하였다. 다 같이 걷고 멈춤을 할 때보다 두 명이서 할 때가 더 쉬웠지만 상대방과 멀어지면서 그 호흡을 맞추기 어려웠다. 둘이 할 때에 잘 아는 사람과 같이 하였는데 서로를 잘 알기 때 문에 호흡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생각과 다르게 호 흡이 잘 맞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잘 모르는 사람과 호흡이 더 잘 맞았다. 우리가 서로 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잘 맞을 거라는 어떤 편견이 있었던 것 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해서 잘 맞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얼마나 집중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댄스 페다고지> 수강생 김소희
# 음악에 대하여 춤에는 음악이 동반된다. 음악은 공간과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춤의 격이 음악에 의하여 결정되기도 한다. 또 음악은 춤추는 이에게 움직임의 동기를 대부분 부여 하기 때문에 즉흥 춤을 출 때 쉽게 음악에 의존하게 된 다. 음악이 빨라지면 춤도 빨라지고 또 음악이 느려지 면, 부드러워지면, 강해지면 등에 현혹되어 주관 없이 음악에 맞추어 움직임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에 맞추는 일반적 과거 방식에서 벗 어나서 음악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여 춤출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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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사에서 무용과 음악의 관계를 독립적으로 수행한 이 는 멀스 커닝험이다. 커닝험은 그의 음악 파트너였던 존 케이지(John cage)의 이론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모 든 소리는 음악이 될 수 있다-Every sound can be a music’의 케이지의 이론은 커닝험에 와서는 ‘모든 움 직임은 춤이 될 수 있다-Every movement can be a dance’가 되어 무용사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극장에서 우리가 만나는 음악과 무용의 일치 관계는 극 장무용의 역사에서 음악과 무용을 인위적으로 일원화 시 켜 관객을 단순한 감상자가 되게끔 교육시켜 왔다. 그러 나 우리가 부둣가에서 뱃고동 소리와 날아다니는 갈매 기를 별개로 즐길 수 있듯이 극장에서도 관객은 무용과 음악을 이분화 된 채로 즐길 수 있다. 또한 그랬을 때 이 두 장르의 예술이 서로 독립성을 가지고 작업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즉흥 춤을 출 때는 즉흥음악과 동반하는 것이 바람직하 다. 즉흥 음악에 의하여 추는 즉흥 춤은 단 한번 밖에 없 는 멋진 예술적 순간이 된다. 그런데,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침묵(The most beautiful music is silenc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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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훈련 우리의 감각은 약간의 제약이 있을 때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 주제에서는 인간이 가장 주요하게 사용하는 시각을 차단 하여 제한을 두었을 때 어떠한 감각이 살아나는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또한 파트너와 함께 진행되므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믿음과도 깊은 연관을 가질 것이다.
☆ 눈 감은 사람과 천사
이 활동은 천사-눈 감은 사람 두 역할을 모두 경험하는 것을 통 해 타인에 대한 배려에 무감각한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선 2인 1조로 구성을 한 뒤, 한 사람은 천사(리더), 다른 사 람은 눈 감은 사람(팔로워)으로 역할을 나눈다. 안내하기 위해 손을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단 천사의 손바닥 위에 눈 감은 사람이 손바닥을 얹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서로의 손을 접촉하였을 때는 부담스럽지도 무심하지도 않아야 닿은 손을 통해 몸의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손을 통하여 얻은 정보로 눈 감은 사람은 여행을 하게 된다. 눈을 감아 시각이 차단된 눈 감은 사람은 촉감뿐 아니라 소리도 잘 들리고 냄새도 잘 맡게 되어 다른 감각을 훈련하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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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눈 감은 사람이 다른 감각으로 공간을 접할 수 있도록 공간 구석구석을 여행시켜준다. 만약 검정 커튼이 있어 커튼으로 다가갈 때, 밝은 창가 쪽으로 이동할 때, 공간의 모서리나 어떤 물체로 이동할 때 느껴지는 것 들은 감은 눈 안에서 감정과 연결이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익숙한 공간을 매우 낯설게 느껴지게 하므로 친숙 한 공간을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천사는 눈 감은 사람이 지금의 상황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편안해졌는지를 파악하여 걸음의 속도에 변화를 준다. 눈 감은 사람의 상황에 따라 뛰는 것까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너무 성급한 욕심을 내어 진행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걷는 것이 충분히 진행이 되었다면 방향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높이의 변화에도 도전할 수 있다. 앉아서 쪼그리고 걷거나 무릎을 대고 기는 동작을 하거나 바닥 에 눕는 동작들로 여러 레벨을 체험할 수 있다. 눈 감은 사람은 손의 정보를 가장 우선시하여 움직이므로 빠르 게 진행하기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천사의 몫인 것이다.
많은 동작이 아닌 함께 걷는 것 하나만으로도 동작 이상의 만족 을 느낄 수 있다. 무리한 도전보다는 신뢰가 보장된 상황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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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겠다. 파트너가 자신의 마음과 같지 않게 혹은 의도와는 다르게 걷거 나 움직임을 하여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두 명의 조합이 잘 이루어지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두 팀이 만나 4명이 한조를 이룬다. 다시 다른 조를 만나 8명을 이룬다. 그 이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맨 앞 사람이 눈을 뜬 ‘천사리더’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앞 사람 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감는다. 손을 얹을 때는 어떤 손이든 상관없으며 진행 중에 손이 피로하 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리더는 뒷 사람들을 배려하여야 하며 리더의 정보가 끝 사람까 지 전달이 되어 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리더가 더 이상 이 역할을 원하지 않을 때 그는 자기 뒷사람에게 천사역할을 건네주고 대열에서 나와 솔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솔로는 새로운 리더에 의하여 새로운 모험 여행을 하는 대열과의 관계를 맺는다. 솔로가 대열의 꼬리로 자리를 잡으면 다시 맨 앞에 있던 천사리더가 대열에서 나와 솔로를 한다.
이 활동을 마치고 나서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세 역할(천사리더, 눈 감은 사람, 솔로댄서) 중에서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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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편안한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반대로 자신이 가장 불편한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또 왜 그렇다 고 생각하는지. 이런 개별적인 의견들을 나누는 가운데 자신의 성향을 혹은 몰랐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겠다.
리드하는 사람은 천천히 기다릴 줄 알아야겠구나, 라는 생각과 자기만 편한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 일 수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 은 쉬운 일이 아니 구나를 많이 느꼈다. 중간에 있었을 때는 급 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앞 사람의 에너지에 최대한 집중해야겠 다는 것이 느껴졌고, 내가 맨 마지막에 있었을 때는 내 뒤가 비 어있어서 뭔가 나 혼자 동 떨어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솔로를 할 때는 우주에서 내가 혼자 덩그러니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 <댄스 페다고지> 수강생 서윤영
# 일본의 ‘고제(瞽女)’ 이야기 예전 일본에서는 시각장애인으로 태어 난 여자아이를 특 수 장소로 보내 음악(소리와 악기)과 마사지기술의 특수 교육을 받게 하여, 여성 예인 ‘고제’로 성장시켰다. 고제는 공연장으로 가기 위하여 자신을 안내하는 사람의 뒤에 서서 한 손을 어깨 위에 얹는다. 가는 길은 평탄하 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꼬부랑길, 언덕 길, 내리막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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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잠시 멈추기도 하는 상황이 생긴다. 고제는 자신 의 악기를 꼿꼿하게 매고, 한 걸음 한 걸음 험난한 그 길 을 따른다. ‘천사와 눈 감은 사람’ 활동은 이 고제의 이야기로부터 이미지를 창출한 것이다. 앞에서 안내하는 이, 나는 이 역할을 천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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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 일상의 재발견 ☆ 제스처
내가 자주 하는 일상적 제스처는 무엇인가. 프랑스인은 두 손을 벌리고 어깨를 으쓱한다. 일본인은 양손을 모우고 고개를 굽실거린다. 할아버지는 자랑스러운 콧수염을 매만졌다. 할머니는 굽은 허리로 높은 곳을 가리켰다. 아버지는 말을 아끼려할 때 두 손을 비볐었고, 엄마는 크게 웃을 때 손으로 입을 가렸다. 나는 한때 머리를 자주 쓸어 넘기는 습관이 있었다.
피나 바우시(Pina Bausch)는 일상동작을 반복하여 춤으로 승 화시켰다. 이 활동은 그동안 피나 바우시의 작품을 꽤 많이 보 면서 얻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어쩌면 즉흥보다는 컴포지 션에 가까운 과정이지만 수강생의 즉각적인 활기와 유머가 쉽 게 발휘되어 과정 내내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우선 나를 대표할 만한 일상적 몸짓을 찾는다. 주관적인 것을 드러내기 거북해하는 구성원이 많으면 좋아하는 친구, 부모님, 또는 싫어하는 사람 같이 주변 사람의 일상적 몸 짓을 찾기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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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 정도가 한 조가 되어 자신이 발견한 동작을 한 사람씩 제시하여 모두가 그 동작을 익힌다. 그리고 그 동작들을 연결하여 움직임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기본 움직임을 론도(Rondo)나 케논(Canon) 형 식 등 여러 가지 시간구성으로 다양하게 변형한다. 가로 직선, 세로 직선, 원, 사선 등으로 공간을 결정한다. 또 한 동작마다 어울릴 만한 소리를 넣을 수 있다. 솔로를 추는 사람은 자신이 춤을 출 때 다른 구성원들이 어떠한 형태로 자신을 돋보이게 해 줄 것인지를 제안할 수 있다. 이 과제를 하면 일상적인 제스처가 나온 상황이나 그 사람을 이 해하는 경험이 된다. 왜냐하면 일상적인 움직임은 사람에게서 나온 가장 솔직한 언어 로 그 사람을 이해하기에 상당히 적합하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하자 대안학교 학생들과의 특별한 경험 하자대안학교 아이들과 제스쳐 만들기를 하던 과정에서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싫어하는 사람의 흉내 를 내어 그것을 자기가 수행하다보니 결국 그 동작은 자 기화가 되어 그 동작의 원형을 가진 싫어하는 사람에 대 하여 재고하게 되는 심리변화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생각치도 않았던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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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와 춤추기
무용실의 세상도 아름답지만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춤으로 추고 싶지 않은가? 몸[body]과 정신[mind]그리고 세상[world]를 연결하여 움직 여 춤으로 발전시키는 과제이다. 움직이면서 말하는 경험이 없는 무용가와 일반인에게 다시 일 상으로 돌아와서 춤추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일상을 모험 적으로 하는 체험은 신선한 긴장감을 준다.
10분 정도 각자 편안한 공간에서 핸드폰으로 관심 있는 기사읽 기-4인 1조로 나누어 두 명은 읽은 기사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 고 다른 두 명은 그 대화를 받아쓴다. 쓴 것을 읽어 주고 역할을 바꾼다. 앞의 방법을 걸어 다니면서 말을 하고 움직임을 첨가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주고받으면서 하나로 뭉쳐 진다. 같은 내용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 적은 단어들이 조금씩 다르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자신의 생각이 첨가되어 흥미진진해진다.
☆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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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의례적인 몸짓이다. 따라서 문화마다 다르다. 인사를 하 는 몸짓을 통하여 다양한 지역과 가족과 개인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이 과정의 특징이다. 인사의 수많은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간단한 목례 2. 두 손을 단전에 모우고 하는 인사 3. 두 손을 가슴에 모우고 하는 요가식 인사 -나마스테 4. 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가슴에 모우고 하는 인사 5. 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고 하는 인사 6. 발레 식 여성인사 7. 발레 식 남성인사 8. 경례 9. 에스키모 식 인사 10. 프랑스 식 bisou 11.마오리족 홍이[Hongi]-이마와 코를 맞대고 비빈다. 12. 오체투지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야기되는 정서적인 변화에 주목하여본다. 이 과정을 하면 진지하고 성숙한 몸가짐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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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 인사와 문화 인사를 할 때는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 은 순간적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목을 무방비하게 내놓는 행위에 그 원형을 갖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인사하는 순간은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을 푸는 순간이며 고개를 숙인 대상에 대한 경외 심을 갖는 동기를 준다. 인사를 반복해서 천천히 자세하게 하다보면 자신의 몸짓 을 통하여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불교에 서 백팔 배를 하는 의미와 통한다고 할까.
모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고 미소를 보내고 달려 가 포옹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것조차 못하면 어떻게 함께 춤을 출 수 있을까. 모든 예술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무용에 있어서 ‘자기 자신으 로부터 깨어나 타인과 교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주로 혼자서 느끼고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표현하는데 익숙 한 나로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로 다가온다. - <댄스 페다고지> 수강생 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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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브제와 함께 즉흥과 구성(composition)이 병행되는 활동이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물건을 오브제로 사용한다. 대상을 낯설게 보아야 하고 시각적 대상으로 보다는 움직임의 파트너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의자
많은 안무가들이 의자를 소품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만큼 의자는 공간을 만들고 환경을 제공하는데 적절한 도구이 다. 의자와 함께하는 즉흥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라도 특별 하게 된다. 성인들은 의자에 정치적 권력의 의미를 부여할 때도 있다.
* 의자를 의자로
일단 자신이 의자에 앉는 자세를 돌아본다. 각자가 자신의 앉는 자세를 소개한다. 다른 이의 자세를 경험해 본다.
* 의자를 오브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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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의자는 탁자, 사다리, 발레 바 등으로 용도가 변경된다.
* 의자를 파트너로 의자와 함께 1,2의 실험을 합세하여 춤을 춘다. 혼자서도 그리 고 상황에 따라서 여럿이도 함께할 수 있다.
☆옷
옷은 변신의 도구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데 주요한 역 할을 한다. 이 엑서사이즈는 안나 할프린(Anna Halprin)의 ‘Parade and Change’에서의 장면이 차용된 것인데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벗고 다시 입는 행위를 통하여 변신의 의미와 정체성을 깨닫게 한다.
옷을 벗는 과정에서 자신의 옷을 하나씩 천천히 벗는다. 그리고 빨리 입는다. 옷을 빨리 벗고 그리고 천천히 입어 본다. 다시 옷을 벗고 공간을 이동하여 타인의 옷을 입어 본다. 수강생전체가 벗어 놓은 옷들로 스튜디오 바닥이 덮여 있을 때 누군가는 옷의 밀림을 헤치고 춤을 출 수 있다. 한 사람을 지정하여 그에게 많은 옷을 입히는 작업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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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끼리 옷의 무게를 감내하며 춤을 추게 하는 것도 좋 겠다.
# 옷은 중립적이지 않다. 옷은 중립적이지 않다. 따라서 성별, 계급, 인종의 흔적 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옷은 그것을 입은 사람 의 세속적 신분을 부여한다. 따라서 인간은 옷을 위장술 의 도구로 사용한다. 이 활동을 할 때, 어디까지 벗을 수 있는지는 항상 의문 이 된다. 이 과제로 수업을 하면서 20여 년 동안 단 두 명만이 나체까지 갈 수 있었다. 남학생 한 명과 여학생 한 명이었다. 나체까지 갈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나 그렇지 않아도 무방하다.
☆ 신문지
신문지는 즉흥의 소도구로 항상 유용하다. 크기도 적절하여 그 것을 사용하여 다양한 다른 상상력의 산물을 만들어 낼 수 있 다. 마치 공작시간처럼 흥미진진한 미술작업을 시작으로 자신 이 만들은 것과 함께 움직임의 대화를 유도 할 수 있다. 언젠가 한 학생이 신문지를 길게 말아 봉으로 만들어서 서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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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지금, 몸으로 상상하기 - 주요활동 Main Exercise
님이 되어 봉끼리 맞추어 보는 과제를 제안 한 적이 있다. 소리 에만 의존하게 되는 감각적인 순간이 되었다. 성인들은 신문의 내용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신문의 내용을 해체하고 패러디하여 움직임으로 구성하는 즐거움도 당연하게 거부할 수 없다.
★ Feed Back-평가 수업의 후반부에 수강생들과 토론, 질의응답, 수업에 관한 개 인적 의견을 나누는 시간은 수강생뿐만이 아니라 지도자에게도 꼭 필요한 시간이다. 그동안 몸으로 나누었던 비교적 감성적인 시간들이 이성적인 언어 로 매체가 바뀌게 될 때 수강생들은 자신이 한 움직임, 행 위 등을 분석하게 되면서 지성적 접근을 하게 된다. 이 시점이 즉흥 춤 수업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에는 간단한 쪽지를 쓰게 하여 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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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 접 촉 즉 흥
ⓒ박소현
접촉즉흥 (Contact Improvisation)은 모두가 협력하고 특정 리더가 없는 민주공동체의 상징이다. 이 행위는 초기에는 전통 적인 성 역할과 사회적 위계질서를 반대했던 미국의 70년대 초 사회이념을 구현하였고 이어서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자아의 새 로운 경험을 만드는 방법이 되었다. 시작은 합기도를 배운 미국 무용가 스티브 팩스톤(Steve Paxton)으로 볼 수 있으나 그 후 많은 무용가들을 거치면서 무술적인 측면뿐 만 아니라 교감, 소 통의 한 방편으로도 발전되었다. 접촉즉흥 행위를 하는 무용수들은 서로의 몸을 터치하기, 기울 이기, 받쳐주기, 평형을 유지하기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떨어 지기를 통한 감각에 초점을 맞추면서 육체적 대화를 수행한다. 특히 타인과의 신체적 접촉이 극히 제한된 현대 문명사회에서 접촉즉흥은 ‘지루박, 레슬링 그리고 성행위의 중간물’로서 묘사 되기도 하고 스스로의 타부(taboo)와 줄타기 하면서 그 한계를 확장시켰다. 접촉즉흥의 훈련은 시각접촉(Eye Contact)으로 시작하기도 하지만 곧 시각보다는 청각, 촉각으로 발전시켜 두 명이 몸을 접촉하면서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무게 중심을 쫓아 상대방과 의 즉흥적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접촉즉흥은 타인의 신체와 직접 만나는 방법이므로 상대방의 개별적 프라이버시에 무리하지 않고 들어 갈 수 있는 신체적, 심리적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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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접촉 즉흥 Contact Improvisation
다른 신체와 만나서 접촉되는 부위의 운동은 아래 몇 가지로 정 리할 수 있다.
미끄러진다 sliding 구른다 rolling 돌린다 spinning 누른다 pushing, pressing 당긴다 pulling
☆ 미끄러지기(Sliding)
손을 부비고 온기를 만들어 ‘Body Tuning’적으로 파트너의 몸 에 온기를 전달한다.
파트너의 다양한 신체 부위를 결을 따라 가면서 최대한 끊어지 지 않게 손으로 sliding해본다. 역할을 바꾸어 한다. 그리고 함께 신체의 여러 부위를 맞대어 서로 같이 끊이지 않게 계속 움직이면서 해 본다. 공간을 이동하여 혼자서 해 본다. 바닥에서 sliding 질감을 가지고 빠르기를 조절해서 해볼 수도 있다. 빠르게, 느리게를 섞어서 속도의 변화를 만들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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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르기(Rolling)
처음에는 바닥에서만 어떤 신체부위를 돌리면서 움직여본다. 가급적이면 자신이 써 보지 않은 부위를 사용하여 구르는 경험 을 한다. 서서히 높이 조절을 하면서 선 자세로 해본다. 공간을 이동하여 벽으로 가서 아까 했었던 sliding의 질감과 rolling의 질감을 몸으로 비교하며 그려본다. 속도와 높낮이, 수직, 수평 감을 조절하면서 경험한다. 다음으로 벽과 바닥이 아닌 공기에서 움직여본다. 우주 안이라고 상상하며 편안하게 해볼 수 있지만 몸의 구조를 무너트리지 않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
☆ 돌리기(Spinning)
접촉 즉흥에서 회전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중심축으로 하여 타 인을 돌리거나 반대로 타인의 신체를 중심축으로 자신의 몸이 돌려지면서 생기는 회전성을 의미할 수 있다. 또한, 타인의 신체가 아닌 바닥이나 벽, 의자, 테이블 혹은 계단 등의 사물을 중심축으로 하여 자신의 의지로 몸을 회전시키는 동작 등을 할 수 있다. 훈련의 정도에 따라서는 파트너의 물리 적인 움직임의 도움을 받아 더욱 다이나믹한 동작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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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접촉 즉흥 Contact Improvisation
이렇게 회전운동이 발생하는 것에는 rolling과 sliding의 ‘운동 성의 연계 작용’이 항시 작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이다.
☆ 밀기(Pushing)-누르기(Pressing)-들기(Lifting)
접촉 즉흥에서의 밀기는 터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상대편에게 자신의 무게를 가하는 행위이다. 파트너가 미는 방향에 따라서 누르기 및 들려지기 등의 움직임이 동반되며, 그런 반응은 파트 너와의 연속적인 움직임을 주고받는 상황을 유도한다. 동시에 상대와 신체접촉을 통하여 단순히 듣는 ‘Hear’정도가 아니라 주목하는 ‘Listen’것, 그보다 상대방에 주의 집중 ‘Pay Attention’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 한 예로서 ‘Hot Wax-Cold Wax’ 훈련을 소개한다. 접촉의 기법 중의 하나로서 몸의 단단하고 기능적인 구조를 익 히는 방법이다. 접촉된 두 몸이 가지는 네 가지 상태는 다음과 같다.
떠난다 Leaving – 도착 한다 Arriving 받아들이다 Receiving – 거부 한다 Rejecting
이 네 가지 다른 상태를 인지하고 상대방의 몸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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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가 가진 전체 관절을 잘 사용하여 타인의 신체와 만난다. 약간 미는 힘(Pushing)으로 상대방의 신체와 접촉이 되면 Hot Wax처럼 녹아서 하나가 된 상태로 잠시 함께 붙어 있는다. 함께 있을 때, Hot Wax의 몸은 접촉 부위를 제외하고 조형물 처럼 중립적이어야 한다. 상대방이 떠날 때는 Cold Wax처럼 개별 개체로 분리된다. 혼자 남아 있을 때도 상대방과 가졌던 구조를 유지한다. 이 유지 상태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골격의 정확한 구조가 중요 하다. 떨어져 나간 파트너는 잠시 자신의 파트너를 감상할 수 있고 새로운 접촉 만남을 구상할 수 있다. 이 엑서사이즈는 파트너를 여러 번 바꾸면서 할수록 더 심도 깊 은 접촉의 묘미를 가질 수 있다.
접촉즉흥에서 들어 올리는 기법(Lifting)을 너무 성급하게 시도 할 필요는 없다. 시선만 만나도 손끝만 만나도 충분할 수 있다. 상대방의 무게를 잘 이용하여 자신의 무게를 전달하는 접촉즉흥을 나누는 두 사 람을 보면 무한한 신뢰와 도전으로 함께 여행하는 동지를 보는 것 같다.
접촉즉흥의 일반적 테크닉 - 신체사이의 접촉점을 계속 변화 시킨다. - 피부를 통해 감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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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접촉 즉흥 Contact Improvisation
- 신체를 통과하면서 구른다. - 내부로부터 동작을 경험한다. - 몸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사용한다. - 체중과 흐름을 강조하면서 타성과 함께 진행한다.
접촉즉흥을 할 때의 태도 - 모든 사람은 똑같이 중시되어야 한다. - 무용수는 평범한 사람이다. - 춤이 일어나게 내버려 둔다. - 관객을 암묵적으로 포함시킨다. - 타인에게 보이기보다는 자신들이 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하다. - 상대방과 아주 가까운 거리를 가지므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청결한 신체와 연습복 등을 구비하는 에티켓이 필요 하다.
“접촉즉흥은 시종 몸의 내적 느낌을 주시해 가는 일종의 체험에 가깝다. 접촉 즉흥에서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체험 자체를 공연 참가자들이 공유함으로써 몸은 시각적 부호이기를 그만두고 곧 바로 체험의 주체로 내세워진다. 몸이 체험의 주체로 나서게 되 는 이런 결과는 이치상 당연 할듯하지만 몸이 주체로서 격상되 는 사례로 주시될 필요가 있다.” - 무용평론가 김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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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접촉즉흥을 하는가?” 1.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2.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준다. 3. 공연을 위한 기술은 찾는데 도움이 된다. 4. 나의 몸과 마음을 일치시키는 개인적 수양에 도움이 된다. 5. 나의 삶을 잘 살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 접촉즉흥 무용가 칼 프로스트(Karl Frost)
# 독일 프라이버그 국제 즉흥춤 축제 2009년 독일 프라이버그 국제 즉흥 춤 축제 (Friburg Inter-national Contact Improvisation Festival)에 참가하여 받은 인상은 세상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이 접촉즉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참가인원 약 300명중에 무용가는 말 할 것 없고 의사, 치료사, 화가, 음악가, 미용사, 회사원, 가정주부 등이 이 색다른 축제에 참가하여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이 인상적이었는데 게 중에는 매년 이 축제에 참여한다 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나의 참가 경험을 수업시간에 듣고 연거푸 두 해 동안 [2016~17] 참여한 학생(이선시)은 무엇이 이들을 여 기에 끌어들이는가는 질문을 아래 문장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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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접촉 즉흥 Contact Improvisation
“제가 본 컨택 페스티발은 동호회 같은 느낌이 강했어 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고 그 사람들과 공 유되는 주제가 컨택 그 자체인 셈이죠. 함께 먹고 자고 춤을 추다보면 페스티발이 저물 쯤 300여명의 서로 다 른 사람들이 모두가 연결되는 순간을 느낄 수 있어요. 연결되는 고리는 따뜻함이었어요, 이 따뜻함은 내가 왜 움직이고 있나를 넘어 왜 살아가고 있는 지에 대한 무언 의 대답을 줍니다.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이 순간에 눈물 을 흘려요. 저도 제가 여기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고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에요. 다른 이들 이 광적으로 참여하는 목적도 이 따뜻함이 아닐까 생각 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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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공연 Showing
의 경험
ⓒ박소현
한 과제가 마무리되면 팀을 나누어 서로 보여주고 감상하는 시간 을 갖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라서 수업의 후반부에 그 과정을 가 지는 것도 바람직하다. 보는 시선이 있을 때 수강생들은 좀 과장하는 자세를 보이지만 그것도 또 다른 자신의 ‘서바이빙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인정 하면 된다. 특히 팀으로 할 때는 여태까지 발휘하지 않은 단결력을 갖추게 되고 따라서 마친 후의 성취감도 크다. 성공적인 Showing을 거 친 참여자는 거기서 얻은 긍정적 에너지로 세상을 다시 만날 것 이다.
Showing을 할 때, 지도자는 지금까지 연습해 왔던 장소가 무대 로 바뀌는 것이므로 무대와 객석의 구조에 대하여 정확하게 주지 하여야한다.
주로 세 가지 구역을 설명하는 것으로 공간 약속을 한다. 첫째구역 : 춤추는 구역 둘째구역 : 등장과 퇴장을 하는 구역 셋째구역 : 관람하는 구역
이 세 구역에 대한 설명을 하고 모두 셋째구역(관람하는 구역)에 와서 영국의 연출가 피터 부룩(Peter Brook)이 주장하는 ‘텅 빈 무대’ 상태를 함께 바라본다. 이것은 빈 도화지를 놓고 무엇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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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공연 Showing의 경험
디에 그릴 것인가를 궁리하는 그림 그리기의 첫 자세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빈 무대에 자신의 몸의 움직임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 가가 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Showing을 관람할 때는 이 시간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 할 기회를 갖게 되는데 이 기회를 통하여 자신의 모습을 되살릴 수 있다. 수강생은 무용수가 되고 관객이 되는 경험을 하면서 두 역할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된다.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이와 같은 공간구조설정이 무대라는 특별한 장소를 경험하게 한다. 무용전공인 또한 매일 같은 연습실을 다르게 보고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무대와 객석을 분리하는 방법은 테이핑을 할 수도 있으나 수강생 들의 신발 혹은 가방, 소지품 등으로 경계선을 만들면 독특한 영 역구분을 할 수 있다. 나누는 선은 직선적 가로, 세로가 아닌 대 각선, 사선, 곡선 등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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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즉흥 댄스 잼 Improvisation Dance Jam
ⓒ박소현
십 여 년 동안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전문사에 개설 된 ‘댄스 페다고지(Dance Pedagogy)’ 강의는 문자 그대로 해 석하면 ‘무용교수법’이지만, 즉흥 춤을 가르치는 방법론에 초점 을 맞추었다. 강의 후에는 즉흥 춤 전도사적인 자세로 항상 ‘즉흥 잼’ 시간을 가졌는데, 결국에는 나의 자유로운 춤추기를 발산하 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선생이라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수강생들 과 함께 자유롭게 춤추는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매번 특별한 경 험이었다. 아래에 잼을 위한 자료들을 소개한다.
* 즉흥 댄스 잼이란? 즉흥 움직임을 주된 재료로 삼아 잼이라는 형식, 즉 일정한 안 내자가 없는 상태에서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공연하고 관람하 는 열린 춤판이다. 즉흥 잼의 특징은 공연자와 관람자, 전문 무용인과 아마추어 무 용인, 공연 될 가치가 있는 몸짓과 그렇지 않은 몸짓 사이의 구 분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각자의 독특한 몸짓이 모두 가치가 있으며, 춤이란 한 인간의 개성과 인격, 순간의 선택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즉흥 잼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 의 역동을 볼 수 있으며,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공연의 재료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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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즉흥 댄스 잼 Improvisation Dance Jam
* 즉흥 댄스 잼에 참여하는 우리의 약속 - 즉흥 댄스 잼은 가장 창조적인 나를 만나는 시간인 동시에 다 른 이들의 창조적 행위에 마음을 열고 교류하는 시간입니다. - 집단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맙시다. 특히, 시간 중 장소를 이탈한다거나 다른 사람의 집중된 분위기를 방해하지 맙시다. - 스튜디오와 그 안의 물품들을 소중히 다룹시다.
* 몇 가지 조언 - 아이처럼 즐기고 예술가로서 몰입합시다. - 잘하고 못한다는 기준을 버리고 진지한 몰입에 박수를 보냅 시다. - 무대에 들어갔을 때 내가 가진 의도, 전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 적이고 명료하게 제시합시다. - 춤추는 사이에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마음으로 동참 해봅시다. - 개개인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발상을 즐깁시다. - 상황 전체를 볼 줄 아는 시선으로 다른 이와 협력하여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봅시다. - 누군가에 의해 무대 상황이 형성되어있다면, 그 상황을 돕고 내 가 공연할 환경으로써 최대한 활용해봅시다. - 내가 가진 재치와 상상력을 총 동원합시다. - 이것이 나의 마지막 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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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별첨
부록
ⓒ옥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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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1 즉흥 춤에 대한 흥미로운 정의들 아래의 내용들은 국제 즉흥 춤 페스티발에 참여한 이들의 즉흥 춤에 대한 정의이다.
즉흥이란…
인간 움직임의 자연스런 탐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 장광열
누군가를 그곳을 오롯이 만나는 것 - 이지은
지금 나의 몸의 On Air - 고다희
현존하는 나와 우리를 만 날 수 있는 길 - 주혜영
공간과 신체의 교류이며, 언어를 초월한 커뮤니케이션 - 야자키 타케시 Yajaki Takeshi
망중한(忙中閑)에서 몽중한(夢中限)으로… - 최효민
굳어져 가는 일상에서의 탈피 -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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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서로가 느낄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도발적인 감정 내 본능의 처음이자 마지막 변명! - 댄스컴퍼니 The Body(이윤경, 류석훈)
준비된 섬광이다. - 한진국
솔직한 움직임, 본능적인 움직임. - 현대무용단 푸름(이정희, 이태상)
더도 덜도 아닌 그 자체 - 백경선
가장 짧은 순간의 느낌으로 빚어내는 인생이다. - 조성희
나도 몰랐던 ‘나 자신’과의 발견과 만남! 즉석에서 만나는 흥분! - 이경은
공연의 형식 안에서 구성의 즉흥성은 아름다워진다. - 장성원
지금 막 생겨나는 어린아이의 웃음과 울음이다. - 국은미
예고 없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영감을 담은 창조적 움직임 - 최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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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움직임, 본능적인 움직임. - 이태상
시작이고 마지막이며 나를 사색하고 숨 쉬게 하는 것이다. - 강경모
울타리를 지워가는 명상 같은 것. - 윤민석
언어의 자유로움 이다. - 홍혜전
자유로운 움직임의 복합적인 반응. - 노정식
상황에 대한 순간적인 반응. - 우혜영
하나의 주체로 서는 것 그리고 크게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 모든 눌림으로부터의 회복을 향한 몸의 노래. – 트러스트 무용단
관객을 고려한 객관성이며 그 안에서 무용수는 보다 자유롭다. - 장성원현대무용단
시작과 갈 길을 열어준다. - 박은화
예기치 않은 또 다른 나와의 조우…. - 성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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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 임현미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춤을 만들어내는 방법 중 한 가지 - 강미희
하나의 주체로 서는 것 그리고 크게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 나와, 다른 나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강하고 위력적인 몸의 실천. - 김윤규
에너지 교환으로 공감된 무용수만의 원초적 본능. - 정의숙
행위자의 직관에 따라 움직이는 주체적 입장보다는 예측하지 않은 타자의 직관을 받아들이는 것. - 김기영
즉발적인 흥에 의한 신체의 특징적 움직임과 양식. - 이미영
싱싱한 샐러드와 같이 가장 신선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 김현미
의지의 집합이며 동시에 의식의 해체이다. - 김효진
몸과 마음을 열어 움직이고, 행위하고, 연주하는 사람들이 모 여 같은 한 공간 또는 시간 안에서 즉석으로 표현하는 커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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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활동이다. - 김은정
삶의 순수함이다. 그리고 순간이다. 그 순간이 오면 그때 결정 한다.(한 템포 빠름, 한 템포 느림의 순간) - 한창호
시간이 허락해준 자아 관조(觀照), 그리고 그들이 발견해낸 자유로워진 조화. - 양용준
시간, 공간, 장르에 제약을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본연의 것을 표현. - 이아미
무한한 자율성의 움직임. - 최지연
자유롭고 즉흥적인 느낌의 표현. - 배혜령
무궁무진한 미지의, 찬란한 매혹의 세계. - 장은정
가장 자유롭게 그 순간 원하는 것을 하게 되는 것. - 김혜숙
영혼의 구토. –김정은
즉석에서 주어진 상황에 맞게 바로 흥겨운 춤을 추는 것. -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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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삶 그 자체이며 진솔한 몸짓. - 이윤경
잠재된 무의식을 순간적 반응으로 표출해 내는 작업. - LDP(Labortory dance Project)
잠재의식으로부터 표출되며 창조와 실행의 혼합. - 필라무빙컴퍼니(Pillar Moving Company)
순간적인 구성, 단순히 선택을 순간에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 - 4Dancer’s(문정온, 정연수, 박호빈, 최경실)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갖춰진 비움의 순간. - 정연수
깨어있는, 열려있는, 살아 숨 쉬는 순간이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는. - 박호빈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몸의 앎이고 몸과 마음의 근원을 깨 는 몸짓의 고고학이다. - 최경실
무용수 몸에 내재 되어있는 춤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 – 서울댄스앙상블
순간순간 나를 즐기게 하는 흥분되는 조건들. – 지구댄스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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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표현들을 구성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무용수들, 작품에 참여하는 예술가들, 그리고 이들과 관객 간에 적극적인 대화가 어우러져 만들어내 는 상황적인 조합의 균형이다. - 김이경
혼의 소리, 몸의 소리 시나위이다. - 김애라
무의식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데아의 표출이다. - 손인영
사고를 몸으로 드러내는 시간이다. - 김영란
춤을 추는 다양한 방식 가운데 하나이다. 과거의 나에겐 춤을 알아가는 열린 문이 되어주었다. 현재의 나에겐, 내가 나 자신 과 연결되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친한 도구이다. 미래의 나 에겐 이 것이 무엇이 될까? - 조희경
즉흥춤이란 춤에 있어서 가장 자유롭고 주체적인 날갯짓이다. - 손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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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부록2 무용 교수법 <댄스 페다고지> 수강 후기 <댄스 페다고지> 수업은 수강생들이 직접 수업의 안내자가 되 어 즉흥춤을 가르쳐 보는 수업이다. 수강생들은 자신이 준비한 수업을 하고 담당교수 및 다른 수강생들로부터 피드백을 듣는 다. 아래의 글은 <댄스 페다고지>를 수강하는 동안 자신이 진행 한 수업에 대한 자기평가와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이다.
워크샵을 통해 해보고 싶은 수업방식을 시도했고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얻게 되어 만족스럽다. 이 기회를 통해 어느 것이 가 능하고 흐름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발견할 수 있었기에 곧 다가올 일반인 워크샵에서 시도해 볼 예정이다. 또 다른 사람 들의 수업을 통해 발견한 재료들 중 흥미로운 부분이 꽤 많아 다각도로 많은 부분을 인지하며 공부해야 할 것이 넓어졌다. - 창작과 전문사 수강생 나연우
전반적으로 수업의 진행에서 생략된 설명들이 많았다. 특히 ‘몸열기〈 준비운동〉 : body awakening’ 부분에서는 각 신체 부위를 깨우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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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마치 잠들어있는 아기의 손가락을 돌려본다는 생각 으로 상대방의 손가락을 아주 섬세하게 깨운다고 설명할 수 있 을 것이고, 고관절의 경우 골반 안쪽 깊은 곳에 있는 다리의 시 작점을 마사지 한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업의 주제에 있어서는 척추가 어떠한 기능을 하며 얼마나 중 요한 부분인지 시작 전에 설명을 했다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척추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척추는 경추, 흉추, 요추, 천추, 미추로 나뉘고, 외로 는 머리를 받치고 아래로는 골반과 연결되어 그 사이에 존재하 는 뼈 구조물이기 때문에 신체의 중심축을 이루며 평형을 유지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척추는 모든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데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의 척추는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에 비해 움직임을 많 이 상실하고 있다. 이 수업에서는 척추의 다양한 운동성을 경험해보고, 그 경험을 토대로 보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경험해보도록 하자고 설명을 할 수 있겠다. 또한 세 명이 한조를 이룬 상태로 각자의 움직임이나 다른 신 체와의 접촉이 발전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면 주제를 통한 즉 흥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다. - 창작과 전문사 수강생 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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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이번 수업시간 동안 ‘털기’에 대한 많은 시도가 있었는데, 털기 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단지 털기를 스스로 경험하였을 때 혈액순환이 잘 되고 몸이 데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시도해 봤을 뿐 궁극적인 목표 와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이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털기를 할 때 자세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리를 골반 넓이로 평해하게 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털 때에는 몸을 앞뒤로 터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 즉, 수직을 털어야 신체 정렬을 할 수 있다. 또한 부위를 상상하면서 털면 더 효과적인데 나는 ‘마음으로 그 부위바라보기’라는 지시어가 좋은 것 같다. 털기에 대해서는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해부학적 접근은 일반인을 상대로 했을 때 한 번에 와 닿기 때 문에 좋다. 이 근육이 사용되는 다양한 움직임을 먼저 소개하고 직접 체험 해 보게 하는 시간이 운동 전에 있었으면 좋겠다. 움직임과 호흡과의 연결성이 부정확하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 면서 할 때와 내쉬면서 할 때 어떤 것이 더 편한지 관찰해보고 한번 바꿔서 했을 때, 어떻게 느낌이 달라지는 확인해 보는 시 간을 가지고 싶었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른다.
사실 수업시간에는 장요근 움직임을 할 때는 배 근육을 사용해 도 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혼자 다시 해보니, 이 움직임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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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도 역시 배 근육을 사용하지 않아야 장요근이 스트레칭 된다 는 것을 알았다. 수정하는 바이다.
장요근은 척추와 허벅지 안쪽에 연결된 연약한 부분이므로 몸 이 더 데워지고 난 후에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원심력을 이용한 움직임을 할 때는 어지럽거나 멀미가 날 수 있음으로 ‘눈을 뜬 상태’로 하라는 지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기승전결이라는 보편적인 구성형식을 사용한 것이 이해하기 쉬웠다.
소리는 일반인이여도 누구나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 문에 그것을 통해 움직임으로 접근하기 쉬운 방법인 것 같다. 가이드가 지시하지 않아도 다음 단계로 알아서 넘어가는 느낌 이 있었다. 기승전결이 마지막에 깨지는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는 그것을 통해서 더 자유로운 즉흥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러므로 수업시간 마지막으로 했던 팀 중에서 ‘기’부터 나와 서 하고 다름 사람이 ‘기’가 하고 있는 것에 어울리는 무대 배 치를 찾아서 하는 것을 이번에 정리할 때는 뱄다. 그것이 기승전결의 자연스러운 파괴를 방해하는 것으로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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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기 때문이다. 기승전결을 유지하고 구성을 할 때는 다른 접근 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한 팀씩 할 때 끝내 달라는 지시를 단번에 끝내지 말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천천히 마무리 해주세요.” 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몸풀기와 즉흥주제에서 했던 것의 순서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장요근 운동은 누워서 천천히 하는 것인데 몸이 데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면 힘듦으로, 보다 활동적인 기승전결 소리 구성을 먼저하고 장요근 운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또, 몸풀기와 즉흥주제 사이의 연결성이 부족하다. 두 개 모두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하여 큰 움직임으로 발전되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이를 언급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실제 수업에서 이 두 가지를 하루에 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창작과 전문사 수강생 윤상은
접촉을 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걷기를 택했는데, 걷기에도 방법 이 다양한 것이 있고 걷기 외에 공간을 인지하는 방법은 다양 하게 있는데, 굳이 걷기를 택한 것에 대해 더 명확하게 접촉과 연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지시를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전체 공간을 좁혀서 다 같이 움직이거나 상대방과 원거리로 이 어 있다고 생각하고 즉흥을 하게 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고, 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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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자체가 무궁무진하니 아예 분리를 해서 다른 수업시간에 따 로 깊이 다루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한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은 느낌이다. 혀풀기 등 이질적인 것들이 있었다. 순서 배열을 잘 했더라면 흐름이 느껴졌을 것 같다. 제기 차기에서 같은 발 같은 손, 다른 발 다른 손을 사용한 것 에 대해 더 연구해보면 좋을 것 같다. 척추를 쓸어내리는 잡기 놀이가 좋았다. 잡히지 않아야 하지만 잡히고 싶어진다. 공간을 걸을 때 공간을 배에 비유한 지시가 좋았다.
순서 배열에 대해 따르는 사람들이 흐름을 더 쉽게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신의 몸을 인지하는 데에 도움이 더 될 수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설계를 잘 해서 인접 부위 별로 순서를 모은 뒤 예컨 대 위에서 아래로, 또는 심장에서 먼 부위부터 가까운 부위로 배치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시작할 수도 있다. 혀 스트레칭은 무용보다는 주로 연극의 발성 연습에서 많이 쓰 는 운동이다. 몸의 바깥뿐만 아니라 안쪽에 대해 인지하게 하 고 싶어서 집어넣었는데 가장 이질적이긴 했다. 이 부분은 빼거나 중간이 아닌 끝부분이나 아예 처음 부분, 목 스트레치 뒷부분으로 옮긴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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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 차기에서 내가 조금 헷갈려서 진행이 좀 원활하지 못했 다. 같은 발 같은 손 다른 발 다른 손을 앞뒤 모두 하고 싶었는 데 시간 관계상 급히 줄인 것도 있다. 다음에는 나 스스로도 연습을 하고 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 을 것 같다. 척추 잡이가 우리 몸의 중추인 척추를 인식하면서 놀이처럼 즐 길 수 있어서 좋았다. 공간을 걷는 것은 풀린 몸을 움직이고 더 넓은 공간을 인지하게 하는 등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에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 초과, 준비해 온 것을 다 하지 못했다. 주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것을 간단명료하게 정했어야 했던 것 같다. 짧은 시 간 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보니 전체적으로 몸을 다 풀고 자 한 의도가 잘 발현되지 않았고 끝 부분은 급히 마감한 느낌 이다. 발마사지 한 가지만 좀 깊이 하던가 다른 순서들을 조합하여 시 간 조절을 잘 했어야 했다. 시간관념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되 었다. 발 마사지를 한 후 그것에서 파생되지만 몸의 포지션이 크게 변하지 않는 바닥을 이용한 다리나 전신 스트레칭을 중간 중간 에 넣어 진행했더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 - 창작과 전문사 수강생 허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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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진행 방향을 남정호 교수님으로부터 설명 들었다. 수강생이 4명이고 청강생이 더 많은 특이한 비중의 수업이라 같은 수강생들끼리 더 친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① 신뢰: 믿으면 강해진다! ② 집중 ③ 노력 ④ 지혜→창의력 위의 4개를 잊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고 수업을 구성하면 반드 시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다. 몸과 마음이 함께 하도록 해야 하며 반드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 준비운동은 종류가 많다. (호흡, 달리기, 소리 지르기, 흔들 기...) 본 수업과 목적과 FOCUS가 필요하다. 수업을 통하여 진 짜 잘하는 한 가지를 만들자. 수업 전에 까다롭게 사전조사를 해야한다. 시간성, 상황 등을 고려하고 음악에 기대지 말고 이용해야 한 다. 침묵과 흡사한 음악이 적절하다.
실험무용제 이후로 릴랙스하는 시간을 가졌다. 베테랑 선생님 의 순발력과 편안함을 배울 수 있었다. 리더가 편한 사람이 있고 팔로워가 편한 사람이 있다. 사실 평 소에는 팔로워가 편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수업은 리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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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것이 편했고 용기가 생겼다. 눈을 떴을 때 당혹감이 컸다. 분리의 경험이 외로웠지만 좋았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손만을 이용하여 표현해 보았 다. 한 부위만 사용하여 복잡한 해석 없이 그대로 표현하는 방 식이 일반인들이 느끼기에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었고, 진행이 센스가 넘치고 순발력이 좋으셨다.
해부학 교실에서 해도 좋은 수업인 것 같다. 안무 작업과 연결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치료 목적으 로도 좋을 것 같다.
처음 본 외국인 선생님인데도 마음을 금방 열게 해주었다. 사 람을 편하게 대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어렵고 움직이는 것을 의무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크게 되는 엑서사이즈 같다. 수업 내용이 참으로 철학적이었다. 머리로 이해한 것이 몸으로 잘 안 되는 순간이 많이 왔다.
무용 작품에서 정지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 오늘 수업에서 해 본 것들이 안무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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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다. 알찬 수업이었으나 활동의 가 짓수를 한 개정도 덜었으면 집중이 더 잘 됐을 것 같은 아쉬움 이 있었다.
이제 불을 끈다! 우리 모두가 별이 된 기분이었다. 감으로 서로를 찾았고, 이 과정이 무비판적으로 즐겁고 따뜻하 게 와 닿았다. 목소리가 좋고 일반인의 ‘힐링’ 트렌드와 아주 가까웠다. 다만 스티커는 종류 수가 많아서 하나 정도는 덜거나 수업 내용을 2 회에 걸쳐서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피드백 : 몸풀이와 본 수업 사이의 갭이 뜬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 1회 정도로 나쁘지 않지만 거기 에 그치고 만다. 수업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직접 시간과 돈 을 들여서라도 오게끔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다른 소리에 어울리는 다른 움직임에 대한 소개로 이어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 - 창작과 전문사 수강생 임태이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느낀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고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말로가 아닌 신체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은 참으로 재미있고 신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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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온 몸 군데군데에 입이 있다는 상상하는 것조차 신비로웠 으며 정말 상상의 힘이 엄청나고 뭐든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던 수업이었다. 나의 이름을 가지고 이런 동작이 나올 줄 몰랐으며 몸으로 할 수 있는 동작을 만든다는 것 자체는 정말 우주의 공간으로 갈 정도로 무한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가 아주 편안하고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어 떻게 해야지 보다 어떻게 어떻게 하다보니까 내 몸이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라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더 가깝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특히 마지막에 했던 공기 를 sliding하고 rolling했던 시간은 황홀했다.
오랜만에 나의 움직임을 한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마 지막으로 순서 배열해서 구성을 한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명확 하게 안무를 구성할 때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방법이었다. 그리고 관절로 움직이는 움직임은 아직은 나 에게는 어려웠지만 항상 트레이닝을 받는 나로서는 색다른 경 험이었다.
오늘은 너무 준비해 온 것이 많고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강생들이 받아들일 시간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넘어 가고 넘어가고’ 해버렸었던 것 같아서 나도 그것이 수업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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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니 느껴져서 크게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이고, 또 어떤 것 을 어떻게 더 깊게 파고 들어갈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역시 학생의 입장에 있을 때와 가르치는 입장에 있을 때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더욱 느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언제나 가르치는 시간이 재미있고 흥분되는 시간 중의 하나 이다. 오늘도 이 수업을 하러 가기 전의 시간이 얼마나 설레고 기다 려졌는지 그리고 준비하면서도 나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재 미가 있을까?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런 생각들로 흥분되어 있 는 상태였었다. 다행스럽게도 재미있다고 해준 사람들도 그리고 비판의 말을 들을 때도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조금 더 고민하고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댄스 페다고지 수업을 마치며: 나에게는 너무나도 즐겁기도 하고 신비하기도 했던 수업 중의 하나이다. 나의 수업을 보여주고 평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후 받은 코멘트들 덕분에 나는 더욱 수업을 더욱 발 전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코멘트들을 들으며 사람마다 정말 받아 들이는 깊이가 다르구나를 느낄 수 있었고, 또 다른 사람들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며, 목소리 톤이나 방법 등 많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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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여행 같은 느낌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소중한 시간이니 만큼 신성한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연금술 같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나갈 수 있게 조금 더 고민하고 나를 채우는 시간들을 가져야겠다. 여러모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도와주신 교수님 한 학기동 안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 창작과 전문사 수강생 서윤영
숨의 길이를 확인할 때 평소에 생각하면서 쉬는 것이 아니라서 약간의 부자연스러운 호흡이 초반에 지속되었다. 그러나 곧 일정한 속도로 숨의 길이를 걸음걸이로 측정할 수 있었는데 나 이외의 사람과 호흡의 길이가 비슷할 것이라 생각 했는데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 이유에는 측정하는 방법에 개인차를 충분히 들어가기 때문 이다. 호흡의 길이를 측정해보는 걸음걸이에는 사람마다 걷는 속도와 보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점이 아주 흥미 로웠다. 그 이유에서는 두 명씩 짝을 지어 상대의 호흡 길이 느껴보기 를 했는데 이것이 여러 번 반복됨에 따라 거기 있는 무리의 호 흡의 길이가 완전히는 아니지만 아주 비슷한 속도를 가지는 볼 수 있었다. 이런 점이 처음에 자신이 세었던 호흡의 길이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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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를 느끼니 전체가 비슷해지는(거의 같아지는) 모습이 서로 에게 영향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상대의 몸 관절 관절 구석 구석 만져주기는 받을 때와 해줄 때 느낌의 차이는 아주 확실하다. 인간이라는 몸의 기본 구조는 같으나 형태, 크기, 범위에 따라 서 아주 다르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비슷하다. 단단한 구조물을 만드는 것은 상대에게 나 이 몸의 구조에 한하여 제안을 주는 것인데 가끔은 제한을 주 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항상 좋은 제안을 하기에 다양성이 부족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서를 정하여 공간에 구조물을 만들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팀을 나누어 서로 볼 수 있게 했었다면 적은 인원으로 조금은 도전적인 퀼리티의 구조물들이 나올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 이 들었다.
두 명씩 짝을 지어서 서로의 몸에 한 부위를 맞대고 몸 풀어주 기를 했는데 선생님의 역할에서 학생들이 모두 알 것이라 생각 하고 덜 설명적 이였던 부분이 아쉬웠다. 1층부터 옥상까지 장님과 천사를 해보았는데 전체 인원을 천 사 한명이 가이드 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빠르게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놀이의 발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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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나는 놀이에 룰이 추가된다면 조금 더 움직임 적으로 발 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못했 던 것 같다. 놀이를 정말 놀이로 갈 것인지 놀이에서 움직임으로 갈 것인지 에 대한 경계에서 확실해지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받 았다. - 창작과 예술사 수강생 고다희
내가 했더라면: 확실히 어려웠을 것 같다. 이것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부 분을 찾기가 어려워서 인 것 같다. 하나하나 마다 너무나 재미난 요소들을 갖고 있는 즉흥방법이 기 때문에 이중 하나만을 선택해서 고집 있게 파고들 것 같다. 나에게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눈을 감고 학교를 탐험했던 부 분인데, 4년 동안 다녔던 학교이고, 눈을 감고도 다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확실히 눈을 감아보니, 고작 104호를 나가 는데도 무섭기도 하고 겁도 났던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이 부분을 예를 들어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장님과 천사 등 여러 방법을 이용해 볼 것 같다.
사실 내가 했더라면 이름을 소재로 고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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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생각해 볼 가치는 있는 좋은 수업임은 분명한 것 같다. 수업초반 개강한 직후에 이 수업이 자기소개와 연결되어 진행 되었으면 더욱 흥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조금 더 명확성을 강조할 것 같다. 어떤 면에 어떠한 방식으로 이름을 쓸지, 또한 이름의 순서를 어떻게 쓸지, 모음과 자음을 어떻게 구분해서 다양한 몸의 가 능성을 이용해 쓸 수 있을 지를 조금 더 명확하고 상세한 틀을 제공해 집중하기 쉽도록 이끌어 갈 것 같다. 그리고 초반에 정말 쉽게 시작한 몸으로 이름쓰기부터 그 사소 한 움직임이 어떻게 듀엣으로 발전되고 트리오로 발전될 수 있 을지를 제시하고 움직여보는 과정을 준비해 이것을 통한 듀엣 과 트리오를 꼭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내가 학생으로 임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수업이었다. 내가 가장 어려워한 것들이기도 하고 내가 선생님으로 학생을 이런 즉흥 법을 통해 이끌어 가는 것이 가장 힘들기 때문이다. 이 수업을 다시 내가 해본다면, 아마 가이드보다도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수업의 많은 게임과 요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주제를 잡 고 처음부터 그런 주제에 대해 언급하고 시작을 할 것 같다. 그리고 몸풀기 형식도 게임을 통한 몸풀기로 바꿀 것이다.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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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체적으로 게임을 통해 움직임에 다가간 것이 아주 흥미로 웠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게임에 관한 설명이 부족했다. 2. 부끄러움이 많거나 일반인일 경우 조금 불편해 할 수도 있 을 것 같다. 3. 전체적인 연결성이 부족했다. 선생님이 최종 목표로 삼는 것을 알기가 힘들었다. 4.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으나 쉽게 지나친 느낌, 마지막 시간 차 거울은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투 자해서 하고 싶었다. 5. 선생님이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그게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 가올지 생각해 봐야겠다. - 창작과 예술사 수강생 유지영
너무나도 힘겨운 수업이었다. 과연 이 어마어마한 것을 이 한 수업으로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내가 느꼈던 이〈뷰 포인트〉라는 메소드의 힘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많이 실패 한 것 같다. 너무 많은 것을 한 수업 안에 우겨넣은 것 같다. 천천히 찬찬히 해야 하는데 준비되지 않은 것을 보여주기를 위해 달렸다는 생 각이 든다. 나는 이 수업을 통해서 물론 ‘앙상블’,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그와 동시에 에너지의 고양,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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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는데 나의 작은 역량으로 너 무 많은 것을 바란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항상 모든 순간이 무대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행동들의 질이 달라지는데 이 말을 말할까 말까 수업 중간 중간 계속 생각했 던 것 같다. 결국 말하지 못했지만 말했어도 이해하기 힘들었 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여러 가지 갈등이 있으니 단어의 선택이 좋았을 리 없었 을 거라 생각한다. 또 마음이 복잡하니 여유를 가지고 가이드 로서의 도전을 할 수도 없었다. 큰 실패를 해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웠다. - 연극원 연기과 전문사 수강생 백지혜
첫 수업 시간에 잠시 소개를 드렸습니다만, 저는 현재 LG디스 플레이라는 기업 영업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기업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을 활용해 예술가와 직원이 함께 조형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앞으로 기업과 예술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 고자 예술경영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이번 댄스 페다고지 수업은 사실 신선한 충격 및 자극 이었으며, 우리가 그 동안 진행했던 수업들이 제가 일하고 있 는 기업이라는 공간에서, 그리고 업무 시간 중에 진행이 될 수 있을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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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수업 내용 정리에 추가적으로 기업에서 무용이 함께한 국 내/해외 사례 몇 가지를 찾아보았고 앞으로 제가 일하고 있는 기업과 무용이 함께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기획해보 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기업의 공간이 무대가 되고, 직원들이 jam처럼 지나 는 길에 무용수들과 같이 어울려 자유롭게 춤을 추고, 이러한 움직임 속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근무시간 중에 플래시 몸을 하게 되는 겁니다. 앞으로 이러한 시도들을 한예종의 훌륭한 무용원 창작과 학생 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정신없이 일을 하는 사무직 회사원들은 자신의 몸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거의 없다. 나는 이번 댄스 페다고지 수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주중에는 잊고 있었던 내 몸을 인지하고 구석구석 풀면서 튜닝할 수 있는 점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몸 풀기를 할 때 눈을 감거나 누워서 하는 경우 졸음이 왔던 적이 있어서 나는 초반에 시각을 차단하지 않고 머리에서부터 아래쪽으로 몸을 크게 움직이면서 몸을 풀 고 난 다음, 나의 이름을 소개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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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러 명 앞에서 동작을 설명하는 경험 자체가 처음이라 많이 미흡했고, 앞으로 철저한 준비, 자신감, 변수에 능동적으 로 대처할 수 있는 여유 이 세 가지를 유념한다면 발전된 수업 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1) 철저한 준비 처음 머리를 좌우로 돌리는 동작은 워낙 기본적인 동작이라 사 람들이 자연스럽고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 데, 아무리 간단한 동작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을 할 때 에는 진행방향, 횟수, 호흡법 등등을 언어적으로 자세하게 설 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안내자가 직접 동작시범을 보일 수도 있지만 특정한 사람을 지 정해서 시범을 보일 수도 있고, 사람들과 같이 동작을 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동작을 코칭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앞으로 수업 전에 말로 설명하는 연습을 여러 번 하고, 더 나아 가 동작과 함께 “마치 ~하는 것 같은 동작” 이라고 상상력을 가미해 줄 수 있는 설명을 곁들인다면 더 다양한 동작을 이끌 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2) 자신감 무용전공자들 앞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은연중 부담이 되 었는지 몸 푸는 동작을 할 때 내가 유연성이 떨어지니까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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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입장이 되기보다는 학생들을 더 존중하는 상황이 되어 버 렸다. 교수님이 확실하게 알고 자신 있는 것만 하라고 피드백을 주신 것처럼, 우선 내가 잘 할 수 있는 동작을 선별하고 그 동작을 안내할 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자신감을 갖고 해야겠다.
3)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유 이번 몸풀기를 진행하면서 생겼던 변수라고 하면 몸으로 자기 소개를 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한두 번 정도 소개를 하고 바로 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이 름과 동작을 외워서 이어가려고 했는데, 교수님께서 자기소개 를 서너 번 정도 반복을 하자고 하셨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다행히 교수님의 피드백을 통해 동 작 속도도 빨라지고 몸도 더 데워지고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본인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다양한 변 수들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변수들에 당황하지 않고 능동적 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수업 시간 내에 진행할 요 소들을 자유롭게 더하고 감할 수 있는 스킬이 생길 것 같다. - 무용원 예술경영과 전문사 수강생 홍연우
남들이 내 움직임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닐 터니 다음에는 조금 더 편안히 움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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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 연습이 부끄럽다 했다.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 문화적 이유로 어렵다는 말을 했는데 나는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게다가 초빙교수 클레어와 계속 파트너를 해서 그런지 정말 즐 겁고 편안했다. 잼 시간에는 마음이 들썩 거렸는데 보는 재미가 워낙 쏠쏠하여 끝나기 직전 5분만 춤을 추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춤’이라고 느꼈던 동작 보다는 ‘몸부림’에 가까운 동작이 많았지만, 춤이 대체 몸이 부리는 끼, 몸을 부르 는 것이, 몸에 불러온 기운이 아니면 뭘까. 누구나 춤을 좋아하고 누구나 춤을 출 수 있다. 나도 나만의 몸부림을 펼칠 수 있다. 다음 잼 시간에는 더 놀아 야지.
우리도 모르는 세계가 우리를 움직였다. 손가락을 마주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여졌다’ 누군가와 함께 춰보고 싶은 춤. 행복했다.
춤도 언어와 생각보다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동그랗게 아기자기한 말을 들으면 내 몸도 어느새 그렇게 움직 이고 있다. 얼굴도 그렇다. 얼굴은 다른 곳보다 더 내말을 잘 듣고 내 맘을 그대로 나타내 는 몸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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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어쩌면 음악하고 따로 가는 듯 한 움직임들은 여전히 어렵지만 음악과 함께 노는 느낌이라 신선했다. 누가 누구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같이 걸어가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느긋함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나는 이끄는 것보다 이끌리는 것이 더 편하다. 춤도 그렇고 다른 사회적 행위를 할 때도 그렇다. 이 3인1조 역할 바꾸기가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얘기했지만 자 신의 특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계속 이끌리기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리더의 욕망을 표출하 기도 했다.(놀라운 지점!)
시선을 따라 몸이 더 부드럽게 열리기도 하고 움직임이 제한되 기도 한다. 사람의 눈이란 비단 보는 것 자체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 나의 몸을, 나의 마음을 지배한다.
춤을 출 때도 그러하고, 살아갈 때도 그러하다.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인생에 있어서도. 인간은 좋든 싫든 ‘관계’의 동물이고 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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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상극이 아닌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려면 나는 어떤 자세로, 얼마만큼의 거리를 두고 얼마나 움직이거나 멈추 어 있어야 하나.
균형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좀 더 가지고 움직일 수 있었다면, 아니면 바로 몸을 움직여가며 보는 것이 나을까? 다른 사람들 의 모습을 관찰할 기회가 더 필요하다. - 음악극창작협동과정 전문사 수강생 서지은
무용 수업을 들어보자! 얼마나 무모한 결심이었던가. 그러나 곧, 내가 하려고 하는 일들이, 가장 열망을 담아 해 보 고 싶은 모든 작업들이, 모두 그 무모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는 것을 나는 여전히 믿는다.
나는 감각보다는 관념이 편한 유형의 사람으로 태어났고 길러 졌고 살아온 것 같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았고 가만히 방구석에 앉아 책이나 보 고 공상이나 하는 게 딱 체질에 맞았다. 한 때는 먹고 자는 것도 어찌나 귀찮던지 몸이 없는 채 뇌로만 매달려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내가, 30년이나 그렇게 살아 온 내가 이제야 몸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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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머리를 통하지 않은 몸으로서만 오롯이 깨달을 수 있는 감각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그건 아마도 ‘네가 쓰는 소설에는 사람 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맞닥뜨리게 된 나의 어떤 ‘치명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가장 기필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 나서서 억지로라도 해 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드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예종 전문사로 수학 한 지난 2년 동안,나는 평생 하지 않던 모든 ‘짓’을 다 하고 다녔다. 어디서나 움츠러들었고 낯설었고 무서웠다. 결국 두꺼운 껍질을 하나하나 부수고 새로 태어나는 일이었다. 무용은 그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가 장 높은 산이었다. 눈도 귀도 아닌, 몸 전체를 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책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종이가 누렇게 바랜 낡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홍신자 씨의 <자유를 위한 변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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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열세 살의 나는 그 책에 얼마나 흠뻑 빠져들었었던지! 그 때부터 막연하게 알았던 것 같다. 내 삶은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비록 내가 전문 무용수가 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춤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춤은 어떤 의미에 있어서 인간 존재 양식 그 자체이다. 또한 인간이란 어떠한 존재인가를 여실히 파헤치는 예술이다. 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양상을 파악하게 하는 바로 그런 예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마우라 마사시
나는 인생과 무용 사이에 어떠한 차이도 인정할 수 없다. - 피나 바우쉬 짧지만 알찼던 무용 수업은 내게 단수한 춤 이상의 무게로 남 을 것이다. 나는 조금 더 가벼워졌고,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마치 ‘인형이 되는’경험 같았다. 힘을 완전히 빼고 파트너에게 몸을 완전히 맡기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마지막에 파트너가 목 뒤로 불어주는 바람에 밀려 앞으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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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 내딛었을 때는 정말 아기가 첫 걸음을 걷는 것 같은 신선 한 기분이 들었다.
타인과 최소한의 접촉만으로도 한 몸이 되어보는 경험이다. 접촉한 신체의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방향과 높이, 거리의 변화 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몸과 몸이 서로를 신뢰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특별한 테크닉 없어도 몸으로 다양한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 다는 것을 알았다.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몸짓을 바라보는 일이 꽤 즐거웠는데 마 음 속 한 편에 나도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놀이’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물 론 아직 두려움이 크다. 일단 내 방에서 불 끄고, 눈 감고, 조금씩 손이라도 움직여보면 서 시작해 볼일이다. 모르는 사람과 몸으로만 교감이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런데 눈을 감았을 때 오히려 그것 이 가능해졌다. 내가 이 사람을 모른다는 생각보다는 따뜻한 느낌, 포근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춤의 기본이 되는 타인과의 접촉에 미숙한 나 때문에 내 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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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애를 먹는 것 같았다. 단순한 접촉이나 무게를 받치거나 싣는 일이 생각처럼 자연스 럽게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몸이 많이 풀어지고 부드러 워진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신체 접촉은 인간의 기본 욕구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와 닿은 수업이었다. 평소에 그 욕구를 얼마나 충실하게 충족시키며 살았는지 되돌 아보았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꼭 껴안아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적당한 거리, 높이, 방향의 정도가 다 다른 것 같다. 나 자신의 몸이 아닌 처음 만난 타인의 몸을 대상으로 그런 것 을 가늠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렇지만 내가 파트너에게 몸을 맡길 때, 내 의지가 아닌 다른 의지에 의해서 내가 움직여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까지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잠 깐 했다. 그 시간이 더욱 길었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 살면서 그런 경험을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느낌이 더욱 새로웠던 것 같다.
바둑판 위에는 무수한 돌들이 있지만 하나한가 모두 ‘결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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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즉, 돌 하나가 전체의 무늬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가 된다.
내 자신이 그 돌이 된다고 생각해 보았다.
나 한사람의 위치와 방향과 높이, 그리고 움직임 전체 팀의 흐 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인가. ‘무늬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모든 형태의 예술 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화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눈에 보이는 선과 색으로 표 현해내고, 작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손에 잡히는 단어 와 글로 표현해 낸다. 아마도 무용가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온몸으로 느끼 고 받아들이고 교감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표현양식이 될 것 같다. 그것을 어떤 ‘기운’이라고 불러도 좋고 ‘에너지’라고 불러도 좋 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한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빈 공간 속 하나의 동작은 무한한 의미를 표현해낸다. 그런 가능성을 탐구하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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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나 전통무술 등에서 이 과정은 보통 명상이나 수련을 통해 혼자 탐구하도록 장려되는 편인데, 적극적으로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면서 함께 할 수 있었던 기회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함께 해 본다’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수업이다.
편안하다/불편하다는 것은 자세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과의 교감에 달린, 굉장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불편한 사람과 함께라면 누워있기만 해도 여전히 불편하고 편 한 사람과 함께라면 대롱대롱 매달린 기묘한 자세를 하고 있어 도 편하다. 행복이나 불행과 같은 정서가 우리의 물리적 상태가 아닌 마음 의 상태에 달려 있다는 간단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실험이었다.
사람들 속에서 즉흥 춤을 춘다는 것이 아직 부담스러웠는데 단 순한 동작들을 통해 조금씩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어 다니고 흔들리는 것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의 몸은 참 단순해 보이지만 실로 무한한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신비한 도구다. 자기 자신을 그림으로, 질문에 대한 답으로 표현하는 것을 언 제나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 질문이 너무 어려워서가 아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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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작업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나가기 이전 에 먼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때로 그것을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를 몸으로 표현하는 일은 춤이 가장 어려운 사람이 춤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소리를 듣자마다 별 생각 없이 즉물적으로 움직임 수 있어서 더욱 자유롭고 즐거울 수 있었다.
“아름다움 것은 연약한 것이다.” 처음에는 어떤 분출욕구 같은 것에 사로잡혀 격한 동작에서 카 타르시스를 느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예민해지고 섬세해 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시간과 청각의 논리적인 매개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을 하나의 감(感), 혹은 필(feel)이라는 애매모한 말로 대 체할 수 있을까. 때로는 그것들을 거칠게 결합시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무궁무진한 영감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나는 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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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제일 끔찍하게 싫었던 시간을 떠올려 보면 단체 리듬체조 같은 것을 시키는 체육대회 연습 기간이었다. 어떤 정해진 동작을 따라한다는 것은 내게 고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무용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교탁 위에 놓인 물건을 실제처럼 똑같이 따라 그려야 하는 미 술시간도 싫었고 음표가 빽빽한 악보를 틀림없이 쳐내야 하는 피아노 연습도 지긋지긋 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즉흥과 추상에 더 가까운 것일지 도 모른다.
인간을 가장 관념적으로 만드는 감각은 아마도 시각인 것 같다. 우리는 “보는 것을 아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 닐까.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그것을 바라본다는 것과는 전 혀 다른 체험일 텐데도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 대충 안다고 말하는데 익숙한 것 같다.
하늘은 하늘색이고 풀은 풀색이고 사람은 살색이다. 우리가 어떤 공간이나 객체에 대해 떠올릴 때 실제로 우리 안 에 떠오르는 정보는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될 수도 있다. 즉, 그것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늘의 빛과 소리와 냄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예민하게 느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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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을까. 만약 하늘이 너무 멀어서 알기 어렵다면, 사람에 대해서는 어 떨까. 우리는 누군가의 빛과 소리와 냄새를 정말 잘 알고 있을까. 하늘은 하늘색이라고 말하는 무의미한 동어반복처럼, 그 사람 의 이름이나 직업만 겨우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을 우리는 정말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걸까. 눈을 가린 채 귀에 집중하면, 눈에 가린 채 혀에 집중하면, 눈 을 가린 채 심호흡에 해 보면 전혀 다른 소리, 다른 맛, 다른 공 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눈을 가린 채 초콜릿을 먹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초콜릿은 정 말 부드럽게 녹아내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을 가린 채 밖으로 나갔을 때 나는 처음으로 ‘바깥 공기는 상 쾌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을 가린 채 사람을 만졌을 때 나는 처음으로 ‘사람에게는 온 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을 가려보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이 있다. 물론, 이러한 감각 일깨우기가 시각의 제한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귀를 닫으면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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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어떤 한 감각을 차단하는 것은 각각의 개별 감각에 충 실하게 몰일 할 수 있게 한다. 무엇인가에 대해 ‘제대로’알고 싶다면, 역설적으로 우리는 먼 저 눈을 감거나 귀를 닫아 보아야 할 것이다. 진짜 춤은 거기서부터 탄생할 것이다. - 서사창작과 전문사 수강생 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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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3 무용교수법 <댄스 페다고지> 교육지침서 * 강의의 목적 : 즉흥 춤의 내용 및 방법론을 개발, 경험하게 하 여 즉흥 춤 안내자로서의 자질을 가지게 한다. * 강의 장소 : 104호 * 강의 시간 : 화5~8시 * 수업의 구조 : 1. 몸열기(준비운동) - 몸에 집중하기, 움직임 확장, 상해예방, 다음 과제에 관한 신 체 준비 2. 본 수업 - 규칙설명, 혼자서, 파트너와 함께, 그룹으로, Performance 경험(Showing)과 관객경험 3. 감상나누기, 피드백 4. 열린 Jam
* 수업 전의 정보 1. 수강생 : 무용경험, 즉흥경험, 인원 수, 연령, 성별, 직업 2. 장 소 : 실내, 실외, 크기, 바닥상태, 온도, 조명, 벽 3. 주어진 시간, 상황 4. 음향조건, 소음 5. 수업 기간-일회성, 일정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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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구성의 일반적 원칙
1. 즉흥 춤의 초심자와 경험자 모두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일 것, 따라서 제한된 주제에 대해 다양한 난이도의 과제를 점차적으 로 제시할 것. 2. 초심자와 함께 하는 과정에 경험자가 배울 수 있는 환경일 것, 따라서 수업 도중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기회, 자 신이 발견한 내용을 다른 참가자와 나누는 기회가 있을 것. 3. 참가자가 누구이며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정확하게 예측 할 수 없는 만큼, 프로그램의 세부내용에 유연함이 있을 것 4. 제한된 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요소들의 관계가 유기적일 것. 5. 전 수업의 강의내용과 상호보완 내지 연속성을 가질 것. 6. 연습실이 춥게 느껴질 경우에 대비해, 정적이기보다는 동적 인 워밍업을 지향할 것. 7. 매 움직임 과제에 심상(이미지)을 도입함으로써 이미 익숙 해진 과제에 대한 정서를 환기할 것. 8. 보조안내자를 활용하여 참가자들과 파트너 쉽을 형성할 것. 9. 실험적 시도보다는 기대효과가 분명한 프로그램일 것. 10. 즉흥 춤의 재미는 일회성 즐거움(Fun)보다는 흥미로운 (Interesting) 리서칭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바람직한 강사(안내자)는 아래 생각을 공유한다. 1. 모든 사람은 춤을 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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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든 사람은 춤을 추고 싶어 한다. 3. 즉흥 춤은 모든 사람에게 신체적, 정서적, 지적, 창의적으로 유익한 경험을 제공한다. 4. 즉흥 춤은 굳어진 신체훈련 체계를 깨고 잠재된 기억과 이미 지에 의한 개인적인 움직임을 발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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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훈
몸으로 상상하기 - 즉흥춤 작은 교본 발행인
양현미
발행일
2017년 11월
발행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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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책자는 2017 우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무용)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 본 책자의 내용을 사용할 시 반드시 저작가와 출처를 명기하여 주시기 바라며, 영리적 이용과 2차 저작물의 작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