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지구촌 한류현황 분석 Key Findings
세계한류학회
1. 팬데믹이 증명한 한류의 놀라운 생존력과 회복력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전 세계를 휩쓸었던 글로벌한 코로나19 팬데믹은 한류 콘텐츠와 팬덤의 생존력과 회복력을
증명해 줬다. 202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의 한류 동호회 숫자는 64개(전년 대비 +3 8%)가 증가한 1,748개로 나타났다. 동호회원 수는 2023년 약 2억 2,500만 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약 4,614만 명(+25 8%)가량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전 세계 한류 동호회원 수 규모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전년 대비 성장률 기준으로 보면 2020년
126.6%, 2021년 128.9%, 2022년 114.2%로 성장률이 점점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다가 대면 활동이 재개된 2023년이 되면서 동호회원 수 규모 성장세가 다시 125.8%가 되면서 증가로 전환하였다. 이는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이전과 비슷한 수치로서 위기와 한계를 기회로 바꾸는 한류의 저력을 뒷받침하는 수치이다. 한류 팬덤이 한류의 발전과 궤적을 함께하면서 점진적으로 내·외연적인 위협과 위기 요인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저력을 쌓아오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본연의 색깔과 목소리를 표현하면서도 한류라는 이름으로 연결되는 ‘한류 팬덤’에서 2억 명이 넘어선 ‘한류 대중문화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2. 한류열풍의 기반은 역시 K-팝과 K-드라마!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조사된 한류 동호회 중 약 67 7%에 달하는 1,183개가 음악 팬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전체 한류 동호회 중 차지하는 비율인 67 2%에서 약간 증가한 것이다. 2023년 K-드라마 동호회 규모는 전체에서 약 9 4%(164개)로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동호회원 수 규모로 따지면 K-팝(약 7,523만 명, 33 4%)보다 많은 약 34%(약 7,653만 명)에 달한다. K-팝과 K-드라마를 합친 동호회원 수가 전체의 67 5%(약 1억 5,178만 명), 동호회 규모는 약 77 1%를 차지한다. 2가지 이상의 한류 장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동호회까지 포함시키면 1,605개로 약 91 8%의 동호회가 해당한다. 한류의 저력은 역시 K-팝과 K-드라마를 토대로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 한류 팬덤의 역동성과 확장성은 K-팝, 안정성과 지속성은 K-드라마 K-팝과 K-드라마의 동호회와 동호회원 규모를 비교하면 각 장르별 동호회 특성이 드러난다. K-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동호회 수는 K-팝 동호회 수보다 7배나 적은데도 동호회원 수는 거의 비슷하다. 이러한 수치는 K-드라마 동호회원들이 외부 변화에 크게 민감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특성을 엿보게 한다. 실제로 일본의 K-드라마 팬들은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이제는 10대 손녀까지 대를 이어가며 한류 콘텐츠를 즐긴다. 이에 반해 K-팝은 K-드라마와 비교하면, 동호회원 수 규모는 K-드라마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훨씬 많은 수의 동호회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는 K-팝 동호회들의 역동성과 네트워크의 확장성을 암시한다. 지역별 한류 동호회 현황에 따르면, K-팝 동호회 수가 많다 보니 국가나 큰 주(State)를 대표하는 동아리 연합회가 생성되어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연합회를 통해 자국 내 큰 규모의 행사를 기획하고 적극적으로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를
추진하며, 개별 단위의 동호회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SNS상에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4. 팬데믹이 장려하고 OTT 플랫폼이 점화시킨 K-드라마 열풍
팬데믹 이전에 등장한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 업체들은 국내 드라마 제작자 및 배급사들 사이에서 위험한 경쟁자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넷플릭스는 팬데믹 기간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K-드라마가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게 해주었다. 팬데믹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대면 활동이 시작된 2023년에는 OTT 플랫폼들도 구독자가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K-드라마는 여러 국가에서 흥행에 성공하였다.
2023년 넷플릭스를 위시한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히트한 대작들은 〈더 글로리〉 파트 2, 〈퀸메이커〉, 〈택배기사〉, 〈사냥개들〉, 〈셀러브리티〉, 〈D P. 시즌2〉, 〈마스크걸〉, 〈너의 시간 속으로〉, 〈도적: 칼의 소리〉, 〈이두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위트홈 시즌2〉, 〈경성크리처〉(이상 넷플릭스), 〈카지노 시즌2〉, 〈형사록〉, 〈무빙〉, 〈최악의 악〉, 〈비질란테〉(이상 디즈니플러스) 등이다. 국내 OTT 플랫폼에서도 〈운수 오진 날〉, 〈이재, 곧 죽습니다〉 (이상 티빙)와 〈소년시대〉(쿠팡플레이) 등이 성공을 거두었다. 이뿐 아니라 지상파와 종편 채널에서도 다수의 흥행 성공작들이 나왔다. SBS는 〈모범택시2〉, MBC는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KBS는 〈고려 거란 전쟁〉이 2023년 말을 장식했고 아직도 선전 중이다. JTBC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시작으로 〈대행사〉, 〈신성한, 이혼〉, 〈닥터 차정숙〉, 〈킹더랜드〉, 〈힙하게〉, 〈힘쎈여자 강남순〉, 〈웰컴투 삼달리〉까지 여러 편을 성공시켰다. tvN에서는 〈일타 스캔들〉이 가장 성공했으며, 〈구미호뎐1938〉, 〈무인도의 디바〉가 인기를 모았다.
5. 반짝하는 하위문화 ‘한류’에서 이제는 ‘글로벌 대중문화’ 한류로
2023년 동호회원 수 증가를 전년 대비 장르별로 살펴보면,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 가지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2가지 장르 이상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경우 먼저 동호회 수는 2022년 256개(15 2%)에서 258개(14 8%)로 나타났고 동호회원 수 규모는 약 3,698만 명(약 20 7%)에서 약 6,575만 명(약 29 2%)으로 증가하였다. 반면에 K-팝은 2022년 동호회원 수 약 6,085만 명(34%)보다 약간 증가한 7,523만여 명(약 33 4%)을 유지했고, K-드라마는 전년 대비 약 7,050만 명에서 약 7,653만 명으로 동호회원 수는 늘었지만, 전체 동호회원 수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 대비 약 39 4%에서 34%로 줄어들었다. 즉 팬데믹을 지나면서 한류는 동호회원 수 규모라는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K-팝이나 K-드라마 등 단일 장르 중심에서 다양한 장르로 취향의 폭이 확대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OTT 플랫폼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한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접점을 확대하여, 결국 한류 팬덤의 사회계층 확장, 한류 장르의 다양성 확보 및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하위문화로 분류되던 ‘한류’가 이제는 ‘글로벌 대중문화’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암시한다. 즉 이제 ‘한류’는 낯설고 생소한 신기한 하위문화에서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당연한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6. 한류의 개척지! 미국: 한류, 문화·상징 자본으로서 초석 다지기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은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류 콘텐츠를 많이 소비한 나라가 되었다. 그저 소비만 하는 팬들이 아니라 일본 팬들1처럼 미국의 한류 팬들도 41%2가 한국어 배우기에 열심이다. 한류 팬들 중 다수가 CD나 DVD를 구매하여
1) 김동현. (2024년 02월 16일). “남자 주인공 속마음을 알고 싶어”… 日, 다시부는 한국어 열풍. 조선일보.
2) 조지헌. (2012년 10월 16일). 美 한류팬 41% “한국어 배우고 있다”. KBS뉴스.
K-팝이나 한국 TV 드라마를 즐긴다. 그뿐 아니라 K-팝과 K-드라마에서 시작된 관심은 한국 음식과 제품에 대한 수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한국 문화를 배우고 언어를 익힘으로써 피상적인 콘텐츠 소비자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서 발표한 2023년 K-팝 음반 판매량을 보면, 그동안의 아시아 일변도에서 미국(5,898만 달러·2위)과 독일(872만 달러·4위) 등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장되면서 역대 최고의 판매와 수출 기록을 세웠다. 청소년 중심의 ‘팬덤’ 문화로만 평가받았던 한류가 이제는 미국 대중문화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특히나 팬데믹 기간 동안 K-팝 그룹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이 대중문화의 산실인 미국에서 ‘빌보드 HOT 100’, ‘아카데미 시상식’, ‘에미상’ 등과 같은 공식 평가 제도를 통해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하는 초석을 다지게 되었다.
7. 한류 성공 키워드: 한국적 서사를 토대로 하는 ‘여성보편주의’ 미국에서 한류 시장의 확대는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미국에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문화라는 의미는 인류 누구에게나 ‘보편적 문화’여야 한다. 다인종·다민족 이민 국가이기 때문에 편향된 특정 인종이나 민족의 콘텐츠로는 미국 전체 시장을 겨냥할 수 없다. 과거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류가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하자 일부 평론가나 학자들은 “미국과 유럽 내에 있는 한국인이나 기타 동양계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고향 문화가 그리워서 한류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한류 데이터는 인종, 민족, 세대를 초월한 미국 내 여성들이 한류 콘텐츠 소비를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민족·다인종 사회인 미국 내 한류 팬덤의 90% 이상을 구성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한류가 매력적인 대중문화로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동호회 장르별 차지하는 비율에서도 여성 선호 콘텐츠 장르는 팬덤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반면, 중성적인 장르에서 남성 선호 장르로 갈수록 전체 동호회 중 차지하는 비율은 급격히 감소한다.3 대중문화의 산실인 미국에서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울고 웃을 수 있는 콘텐츠를 창작했다는 사실은 한류의 정체성과 가치를 증명한 것이며, 동시에 “한국적 서사를 토대로 하는 여성보편주의4”가 세계에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8. 해외 대중을 위로하는 글로벌 문화콘텐츠, 한류 한류가 영미 대중문화에서 주목받는 쾌거도 크지만, 그 무엇보다 해외 대중들에게 희망을 꿈꾸게 하고, 사랑을 배우며, 상처받아서 단절했던 관계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글로벌 문화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한류가 미주
지역에서 각광을 받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또 한류가 미국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소비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2023년 〈뉴욕타임스〉의 한류와 관련된 기사 중 사용 빈도가 높은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희망’, ‘사랑’, ‘가족’ 등이 순위에 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는 이를 즐기는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보듬을 뿐 아니라 “미래를 향한 희망을 꿈꾸고 사랑을 배우며,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5” 바람을 품게 한다.
3) 한국국제교류진흥원에서 발간한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_국가별 분석편_통합’보고서(p53)에 따르면 E-콘텐츠(게임, 웹툰)는 주로 남성 이용자가 다른 한류 장르에 비해 월 등히 높다. 지역별 공관에서 제공한 동호회 현황 자료에 의하면, E-콘텐츠(게임, 웹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동호회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4) “한국적 서사를 토대로 하는 여성 보편주의”는 비단 여성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처럼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차별과 억압을 경험하는 이들은 한류에 강하게 반응한다. ‘청소년’, ‘여성’, ‘LGBTQ’, ‘제 3세계’, ‘소수민족’ 등이 한류에 공감하며 순간적인 소비자가 아닌 팬으로 머물게 만드는 요인은 바로 한류가 ‘한국적 서사를 토대로 하 는 여성보편주의’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5) Oh, I., & Kim, K J. (2023). Gendered melancholia as cultural branding: fandom participation in the K-pop community Asia Pacific Business Review, 1-24.
2023 지구촌 한류현황 분석보고서
세계한류학회
Ⅰ. 총괄
1. 조사 개요 엔데믹에 들어선 2023년, 전 세계 한류 동호회원 수가 2억 명을 넘어섰다. 이 숫자는 전 세계가 팬데믹을 겪은 것이 불과 1년 전이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준다. 3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류스타들의 모든 대면 공연이 취소되고 한류 팬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막힌 상황이 되면서 많은 이가 한류의 침체를 예상하였다. 그러나 도리어 한류는 팬데믹 기간 내내 그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팬데믹이 끝난 이후 완전한 회복뿐 아니라 오히려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한류의 생존력과 회복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2021년부터 ‘KF통계센터’1를 구축하여 2012년부터 축적된 각종 시각 자료와 통계 데이터를 수요자들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한류의 규모, 분포, 그리고 추이 등을 파악하여 관련 학술 연구나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구축한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 조사는 한류 현황에 대해 다루는 다른 문헌들과 달리2 콘텐츠 자체가 아닌 콘텐츠를 향유하는 팬덤에 대해 분석하는 ‘사람-중심의 조사’라는 차별적인 특장점이 있다. 이를 토대로 2012년부터 매년 발행되는 〈지구촌 한류현황〉은 세계 속에서 한류가 지닌 위상을 포착하게 한다.
〈표 〉 2023 지구촌 한류현황 조사 항목
구분 내용 수집 방식
국가 개황 국가명, 인구, 면적, 종교, 언어, 1인당 GDP, 우 리나라와의 교역
CIA Factbook, IMF, 한국무역협회 등에서 발표한
공식 자료를 활용
한류 현황 일반 현황 국가 내 전반적인 한류 현황 재외공관에서 현지 조사를 통해 정성 기술
분야별 현황 방송(드라마, 예능, OTT), 영화, K-팝, 한식,
K-뷰티(화장, 패션, 스타일 등), K-스포츠,
E-콘텐츠(게임, 웹툰), 기타 산업
선호 요인 현지인들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이유 한류 동호회 현황 일반 현황 국가 내 한류 동호회 전반적 특징 및 흐름 재외공관에서 현지 조사를 통해 요약 기술
동호회별
(KF통계센터 데이터 제공)
동호회명, 온라인/오프라인 구분, 성격, 회원 수, 웹사이트, 활동 현황
1) https://www kf or kr/koreanstudies/hallyu do
재외공관에서 현지 조사를 통해 정량 기술
2) 예를 들어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하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는 어떤 한류 콘텐츠가 주로 소비되는지 등 콘텐츠 중심의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2023 지구촌 한류현황〉은 2023년 11월부터 3개월간 112개국3의 국가별 한류 동호회원 및 동호회 수 등의 한류 현황, 한류 동호회 현황 등을 조사하였다. 〈2023 지구촌 한류현황〉 자료 취합은 다음과 같은 원칙 아래 집계되었다(〈표 1〉).
(분석 대상) 첫째, 2023년 한 해 동안 한류 동호회 활동이 있는 경우만 조사 대상에 포함하였다. 온오프라인상 존재하지만
2023년 한 해 동안 실질적인 활동이 없거나, 조사 기간 동안 동호회 채널이 비공개 처리되어 활동 여부 파악이 안 되는 사례는 조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둘째, 온라인상 운영되는 많은 한류 동호회 플랫폼에서 나타나는 주요 내용을 파악하여 한류 동호회와 연관이 없는 사례는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였다. 한류의 브랜드 가치를 이용하여 상업적인 이익을 취하고자 하거나, 단순히 채널 운영자의 영향력만을 확대하려는 사례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한류와 관련한 굿즈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커뮤니티는 한류 팬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한류 관련 커뮤니티로 간주하였으며, 이에 반해 한국의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커뮤니티는 한류 팬이 아닌 일반 사용자들도 이용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류 관련 커뮤니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기관이나 특정 개인이 주도적으로 개설한 커뮤니티라고 할지라도 그 내용이 한류 콘텐츠를 다루거나 한국어 배우기 등을 다루고 있을 경우 한류 팬들의 소통과 교류가 주를 이룰 것으로 기대되기에 한류 동호회로 간주하였다. (집계 방식) 단일 동호회가 온라인상 여러 다수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경우 가장 많은 회원이 가입한 플랫폼의 회원 수만 집계하였다. 2020년 조사에서는 단일 동호회가 다수의 채널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이를 각각 집계하여 합산하였으나, 2021년 이후부터는 최대 이용자가 있는 채널만을 조사 대상으로 한정하여 조사의 정확도 향상을 모색하였다. 한 명의 동호회원이 하나의 동호회에서 운영하는 여러 플랫폼을 망라하여 중복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동호회원 수가 과다 추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같은 동호회라 할지라도 채널이 개설된 플랫폼 특성에 기반한 각각 다른 사용자의 인구 사회학적 분포가 나타나는데 이를 묵과했다는 한계가 있다.4 그럼에도 2021년 이후의 조사는 과소 추정보다는 과다 추정이 지닌 문제점을 해소함으로써, 향후 한류 관련 사업이나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보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동호회 장르) 동호회의 주요 활동이나 관심사에 따라 장르를 구분함으로써 한류 팬덤의 관심 영역이 다양해지는 현실을 반영하였다. 동호회들은 ‘음악’,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관광’, ‘음식’, ‘한국어’, ‘미용’, ‘문학’, ‘e-스포츠’, ‘전통문화’, ‘웹툰’, ‘태권도’, ‘애니메이션’, ‘한류 전반’ 등으로 세분화하여 조사하였으며, 2021년부터 도입된 이 분류는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몇 개의 특정한 영역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향후 자료가 축적됨에 따라 동호회 성격별 변화 양상까지도 역동적으로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러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한류현황〉의 조사 자료는 몇몇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공관마다 다른 담당자를 통해 동호회 현황 조사를 하다 보니 동호회의 성격 분류나 정성적인 자료 구축 등에 있어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공관별 자료 취합은 국가별 동호회 현황을 파악하고, 국가와 지역마다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그 안에서 나타나는 한류의 활동과 한류 확산의 특징을 좀 더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사 담당자의 질적 편차로 인한 차이는 조사가 거듭하여 수행됨에 따라 완화될 수 있다.
둘째, 동일인이 다수의 한류 동호회에 중복하여 가입하고 활동하는 경우 이를 정확히 추정할 수 없다. 조사 분석단위가 개인이 아니라, 한류 동호회라는 단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이다. 이는 조사 방식을 한류 동호회원 개개인에 대한 설문으로 변경하지 않는 한 완벽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별 설문을 통한 자료 수집은 현실적으로 진행이 불가능하고, 모집단의 대표성 확보가 난해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거시적 수준에서의 한류 팬덤 규모를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3) 전년 대비 3개국(동티모르, 라오스, 에콰도르)이 추가되었다. 동호회원 수 기준으로는 총 30만 명을 넘지 않는다.
4)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 비해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몇몇 국가나 동호회는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정보가 누락되거나, 조사 기간 동안 동호회 활동이 관찰되지 않아 배제하였다. 주로 아프가니스탄과 콩고민주공화국과 같이 한류 동호회의 활동이 포착되지 않거나 내전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체계적인 정보 취합이 난해한 국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2023 지구촌 한류현황〉에서는 미조사 국가들을 제외한 총 112개 국가를 조사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한계들을 고려하더라도 〈지구촌 한류현황〉은 콘텐츠 중심의 분석을 수행하는 다른 한류 관련 분석들과 차별화되어 2012년 이후 전 세계 한류 동호회 규모, 분포, 그리고 확산 추이 등을 개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향후 한류 관련 학술 연구나 전략 수립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2. 분석
〈2023 지구촌 한류현황〉은 도서 내 수록 국가 119개국 중 한류 동호회에 관한 정량적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7개국을 제외한 112개국의 동호회 현황을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 국가는 지역별로는 아시아 25개국, 미주 22개국, 유럽 35개국, 아프리카·중동 30개국이다. 〈표 2
현황을 조사한 결과이다. 한류 동호회 수를 살펴보면 2023년 한 해 동안 64개(전년 대비 3.8%)가 증가한 1,748개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전이었던 동호회 수와 비슷한 수치이며, 매우 빠른 회복력을 보여준다. 2023년 조사된 동호회 중 약 67.6%에 달하는 1,183개가 음악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한류열풍을
견인하는 팬덤 중 과반수 이상이 K-팝 팬들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258개(14.7%)의 동호회는 한류 전반에 걸쳐 활동하는 동호회로 확인되었다. 동호회 운영 방식의 구분에 따른 동호회 수를 살펴보면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활동하는 동호회가 709개, 온라인 채널에서 소통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동호회는 877개, 오프라인은 156개로 나타났다.
한편 동호회원 수는 2023년 약 2억 2,497만 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약 4,614만 명(+25 8%)이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전 세계 한류 동호회원 규모는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나, 전년 대비 성장률 기준으로 보면 2020년 126 6%, 2021년 128 9%, 2022년 114 2%로 성장률이 극소폭 증가했다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다. 전 세계 동호회 규모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730개에서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654개, 2021년 1,464개로 떨어지다가 2022년에 다시 2020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시작 전인 2018~2019년 수준으로는 반등을 못 하다가 코로나19가 끝난 2023년 다시 회복하였다. 이는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중심으로 사회시스템이 전면 개편되면서 정보 취합이 용이해지고, 많은 이와 소통이 유리한 주요 핵심 동호회를 중심으로 통합되고 집약화되면서 재정비되는 과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석은 국가별 한류 동호회 활동 자료에서도 국가나 큰 주(State)를 대표하는 동아리 연합회가 생성되어 조직적으로 운영하고, 이를 통해 자국 내 큰 규모의 행사를 기획하고, 적극적으로 국제적인 행사에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역별 한류 동호회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2023년 동안 드러난 한류 동호회와 동호회원 규모의 증가는 많은 의미를 시사하지만, 여기서는 한류 팬덤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류가 초기 중국 청소년들이나 일본의 중년 여성들만의 반짝 유행으로 취급받던 하위문화에서 글로벌
수많은 위기와 어려움이 있었다. 한류 팬덤 또한 한류의 발전과 궤적을 함께하면서 점진적으로 내·외연적인 위협과 위기 요인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저력을 쌓아오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자신들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표현하면서도 한류라는 이름으로 연결되는 ‘한류 팬덤’에서 2억 명이 넘어선 ‘한류 대중문화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지역별 한류 현황에서도 보이듯 다양한 한류 장르와 신생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동호회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한류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다. 한류는 음악, 드라마, 예능, 한식, 관광, 한국어 등 장르 간 확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각각의 장르 안에서도 새로운 아티스트들과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팬덤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K-팝을 보면
동방신기, 빅뱅,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싸이, BTS, 블랙핑크, 뉴진스, 피프티피프티,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또한 〈대장금〉, 〈겨울연가〉에서 시작된 한류열풍은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를 지나 〈오징어 게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1,748개 동호회 비중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대양주가 582개(33 3%), 미주가 521개(29 8%), 유럽이 511개(29 2%), 아프리카·중동이 134개(7 7%)를 차지한다. 2023년 지역별 동호회의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미주가 117개(29%), 유럽이 2개(0 4%) 증가한 반면 아시아·대양주가 14개(-2 3%), 아프리카·중동이 41개 (-23 4%) 감소하였다.
다음으로 2023년 지역별 동호회원 수를 살펴보면, 모든 각 지역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미주 동호회원 수 증가율은 2022년 대비 8 8배 정도에 달하는 성장을 기록하면서 약 2,503만 명(79 5%)이 증가하여 전체 지역 중 두 번째로 많은 약 5,653만 명(25 1%)의 동호회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지역별 동호회원 규모는 아시아·대양주가 약 1억 4,910만 명(66 3%), 유럽이 약 1,494만 명(6 6%), 아프리카·중동이 약 440만 명(2 0%)을 차지하고 있다. 동호회원 수의 성장률은 미주를 이어 아프리카·중동이 약 150만 명(51 9%), 아시아·대양주가 약 1,787만 명(13 6%), 유럽이 약 174만 명(13 2%)의 성장을 기록하였다.
전 세계 동호회 규모에서 지역별로 차지하는 비율은 코로나19 전후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동호회원 수를 살펴보면 미주의 경우 전 세계 동호회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대에 머무르다가 2017년 13 7%에서 2020년 11 8%까지 감소하였다. 그러다가 2021년부터 전 세계 동호회원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023년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다. 한류 팬덤 규모가 2억 명을 돌파하는 데는 미주 지역 한류 동호회원의 증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Ⅱ. 지역별 한류 주요 변화 한류의 확산과 한류 동호회 및 동호회원 수 규모의 증가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던 국가들 위주로 지역별 한류 동향을 살펴본다. 이는 각국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 맥락 아래 정량적 수치와 함께 통합적으로 분석할 때, 각국에서 나타나는 한류 팬덤 현상을 제대로 포착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 아시아 · 대양주 한국과 지리적으로도 근접하면서 상대적으로 문화적 거리감이 덜한 아시아 지역은 초기 한류열풍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전 세계 한류 동호회원의 대다수가 속한 지역이다. 중국(약 1,654만 명), 태국(약 266만 명), 인도네시아(약 164만 명)를 위시한 국가들에서 동호회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전체적으로는 증가세를 기록하였다. 다만 몇몇 지역에서는 한류 동호회원의 수가 되려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구체적으로 전년 대비 일본은 약 8만 명(-29 6%), 홍콩은 약 4만 명(-3 8%), 베트남은 약 121만 명 (-9 1%)가량 감소하였다. 이 외에도 몽골, 방글라데시, 호주 등에서 한류 동호회원 수 규모가 감소하였다.
그러나 이 수치를 이들 국가 내 한류 팬덤이 약화한 증거로 단순 연계하여 해석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공개적으로는 자신이 한류 팬임을 드러내지 않는 샤이 팬(Shy Fan)의 증가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샤이 팬이 증가하는 국가들은 주로 혐한류, 한한령, 반한류, 차별과 억압 등의 정치·외교·사회적 영향이 강하게 미치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러한 해석은 음악 관련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미국 기업 루미네이트(Luminate)에서 진행한 〈2023년 K-팝의 글로벌 지배력 분석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100명의 K-팝 가수의 오디오 및 비디오 스트리밍 횟수는 총 904억 건인데 그중에 일본이 97억 건으로 가장 많은 스트리밍 수를 기록하였다. 또 베트남은 전년 동기 대비 +59%, 홍콩은 +60%의 증가율을 보였다.5 그러나 앞에서 열거한 국가들의 2023년 동호회원 수는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6
5) http s://luminatedata com/blog/mapping-out-k-pops-global-dominance
6) 실질적인 ‘한류 콘텐츠 소비량’과 ‘공개적인 동호회원 수’ 간 역관계 이면에는 그 사회의 특성(‘닫힌 사회’ vs ‘열린 사회’)이 연관되어 있다. 주로 사회적 약자(젠더, 사회계층, 인종, 종교 등)들이 사회 특성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닫힌 사회’의 특성이 강해질수록 사회적 약자들을 쉽게 차별하고 사회구조적으로 억압한다.
일본의 한류 현황을 살펴보면 동호회원 수는 2021년 약 34만 명에서 2022년 약 27만 명, 2023년은 약 19만 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량적 데이터만을 근거로 하여 일본에서 한류가 약세라고 단정 짓기는 섣부르다. 일본 내 한류 동호회, 팬클럽은 비공개로 운영되는 특징이 있다. 해당 동호회의 활동이나 회원 수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회원들끼리만 좋아하는 배우와 가수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정보를 공유하며 관련 이벤트도 갖는다.
그간의 한류 붐을 통해 현재 일본 내 한류는 일상의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SNS와 OTT 플랫폼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하면서 이제 한류는 일본의 전 연령대가 관심을 가지고 서로 간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문화(음식, 영화, 드라마, 음악, 웹툰, 화장품, 식품 등)로 정착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들 중에도 일본인이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였으며, 이들 중 한류 순례7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8
일본 오리콘 연간 랭킹 1~10위 중 K-팝 판매량이 31%를 차지하고, 일본 최대 가요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K-팝 그룹 6팀이 출연하는 등 일본에서 K-팝은 대중문화로 정착하였다. 최근에는 트와이스, 블랙핑크, BTS 외에도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엔시티, 스트레이 키즈, 에스파, 르세라핌, 뉴진스 등 다양한 아이돌그룹들이 관심을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19 완화로 일본 입국이 재개된 2022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한국 아이돌그룹의 일본 공연이 대거 진행되고 있으며, 2023년 11월 28일부터 29일 양일간 K-팝 분야 최대 규모의 한국 시상식인 ‘2023 마마 어워즈(MAMA AWARDS)’가 최초로 도쿄돔에서 개최되어 8만여 일본 한류 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이뿐 아니라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 다양한 한식이 정착되어 주꾸미볶음, 닭한마리 칼국수, 치즈닭갈비, 삼겹살, 김밥, 떡볶이 등의 음식 외에도 핫도그, 회오리감자, 소떡소떡, 경주10원빵을 벤치마킹한 10엔빵 등 한국풍 디저트들도 인기를 끌며 한식에 대한 꾸준한 유행과 대중성을 견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 만화 소비국이자 만화 종주국인 일본에서 K-웹툰도 활약하고 있다. 2023년 K-웹툰은 픽코마, 라인 망가 등의 성공에 힘입어 일본에서 사상 최고 거래 규모를 기록하는 등 일본 만화 시장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동호회원 중 가장 큰 규모(약 1억 82만 명)의 한류 팬덤이 형성되어 있다. 2022년 1월, 한류 퓨전사극 〈사임당 빛의 일기〉가 중국의 후난위성TV에 방영되며 2017년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닫혔던 한류의 물꼬가 트이는 듯하였다. 이를 필두로 2022년 한 해 동안 다양한 중국 OTT 플랫폼에서 총 16편의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며,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굳게 닫혔던 빗장이 조금씩 열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2023년에는 〈나의 해방일지〉 방영 이후 중국 OTT 플랫폼에 한국 드라마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9 게임 판호 발급도 3건으로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그나마 웹툰 분야에서 최근 중국 웹툰 1위 기업 콰이칸 만화를 포함한 다수의 플랫폼이 한국 웹툰 콘텐츠를 정상적으로 서비스 중이며, 콰이칸 플랫폼 매출 순위에서 한국 콘텐츠가 꾸준히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상당 부분 제한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연예계 소식 및 한류 콘텐츠는 중국
MZ세대들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블랙핑크가 YG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했다는 기사가
보도(2023년 12월 6일)되자 동시에 중국 웨이보에서도 동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 2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K-팝 그룹인
7) 과거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이상은 성지에 순례하는 것을 인생 최고의 목적으로 여겼다. 종교의 시대와 같이 대중문화의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문화현상이 문화의 본고장을 꼭 방문해서 순례해 보는 것으로 대중문화 학자들은 이해하고 있다. ‘한류 순례’를 처음 대규모로 실천한 한류 팬들이 일본 여성들이었다. 이제는 북미 여성들이 많아졌고, 이들은 한국을 방문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에서 공부하거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8)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1월 누적 방한 관광객은 일본인이 212만 1,000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https://www yna co kr/view/AKR20231228060700030?input=1195m).
9) https://www hankookilbo com/News/Read/A2023110923020000181?did=NA
르세라핌, 스트레이 키즈 등이 비공개로 팬 사인회를 개최하는 등 한류 팬들과의 만남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서남부 지역은 K-드라마와 예능, K-팝 등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K-팝 특정 아이돌그룹 팬들이 중국 전국 팬클럽 활동 중에 지역별 모임을 갖기도 하고, 지역별 모임에서 특정 아이돌의 생일이나 데뷔 기념일 등에 팬심을 담은 전광판 광고를 내보내기도 한다. K-팝 커버댄스를 전문으로 하다가 상업화되어 전문 공연을 하는 동호회가 있고, 일부 대학교에서는 소규모이긴 하지만 동호회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다수의 사설 댄스학원에서 K-팝 댄스 강의를 개설하고 청년층에서 K-팝 커버댄스 영상을 개인 SNS에 올려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K-드라마, K-영화, K-팝, K-뷰티 등이 청소년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중국 시장은 여전히 냉랭하다. 실제로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SM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11월부터 앨범 공동구매 급감 현상으로 인해 매출 하락을 기록하였다. 무엇보다 한류 동호회원 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궈차오(國潮, 애국주의 소비) 바람을 타고 상승한 ‘한류 거부감’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던 중국 내 한류 전망을 낙관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한다.
2) 동남아시아·남아시아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인 태국에서는 123개의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전 세계에서 1위이다. 동호회원 규모 또한 약 1,951만 명으로 아시아 내에서 2위, 전 세계 2위에 오를 정도로 그 관심이 뜨겁다. 2023년 1월 7~8일 개최된 블랙핑크 콘서트에는 약 8만 5,000명의 관객이 참석해 공연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2023년 ‘제37회 골든디스크 어워즈’도 방콕에서 개최되었고, 2024년 1월 2일에는 ‘제33회 서울가요대상’이 타이의 라차망칼라 국립 경기장에서 개최되었다.
태국은 SNS 이용자 수가 5,225만 명(2023년 1월 기준, Datareportal 참조)으로 전체 인구의 85.3%에 달한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을 통해 한류 콘텐츠를 빠르고 쉽게 수용하고 있다. 태국은 과거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으며 연장자에 대한 존경, 가족애 등 한국 문화와 유사점이 많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들의 한류 콘텐츠에 대한 공감도가 높고, 특히 K-드라마의 높은 완성도와 기술, 시나리오는 태국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23년 7월 드라마 〈킹더랜드〉 제10화에 태국이 등장해 다양한 태국 관광지와 음식들이 전 세계로 홍보되면서 태국인들이 큰 자부심을 표하였다. 태국 총리가 내각회의에서 각료들에게 〈킹더랜드〉 시청을 권고했다는 보도 외에도 드라마에 나온 식당의 매출이 급증하는 등의 내용들이 연이어 언론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베트남에서 K-팝의 인기는 상당히 높다. 한국 연예계 소식, K-팝 스타들의 근황 등은 각종 인터넷사이트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한류 동호회원 규모도 약 1,210만 명으로 아시아 내 3위를 차지한다. 베트남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K-팝 가수로는 BTS, 엑소, 블랙핑크, 위너, 아이즈원, ITZY,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소녀시대 등을 손꼽을 수 있는데, 이제는 특정 가수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음악계의 주류에서 비주류까지 다양하고 폭넓게 팬층이 형성되어 있다. 2023년 6월 호이안에서 보아, 에스파 등이 참여한 ‘코리아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되었고, 이어 7월 하노이에서 블랙핑크 단독 콘서트가 열렸으며, 11월 ‘호치민 젠페스트 뮤직 페스티벌’에 이효리가 참여하는 등 베트남을 찾는 K-팝 가수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K-드라마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 글로리〉, 〈슈룹〉 등이 인기를 모았다. 2023년 세종학당(베트남 내 22개소 운영)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운 학습자만 1만 8,105명에 달한다. 베트남에서는 한류의 흐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일부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하고, 자국 고유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서 한국 대중문화의 일방적인 유입을 우려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의 한류 동호회원 규모는 약 226만 명에 달하고, 그 성장률이 아시아 지역 내에서 2위일 정도로 한류 열기가 뜨겁다. 인도네시아 한류 팬들은 좋아하는 K-팝 가수나 한류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팬클럽 및 한류 관련 동호회 등을 결성하여 자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모임 등을 개최하며 활발하게 인도네시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 인도네시아 OTT 콘텐츠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 콘텐츠가 57%로 1위를 차지하였으며, 인도네시아의 MZ세대와 주부들은 한국 문화콘텐츠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인도네시아에서 ‘드라코’(Drama Korea의 줄임말)로 잘 알려진
K-드라마는 인도네시아 MZ세대 여성과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장르가 되었다.10 K-팝 최초로 인도네시아인 멤버가 소속된 걸그룹 시크릿넘버도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2023년에는 블랙핑크와 ‘SMTOWN LIVE’ 등의 대규모 K-팝 콘서트가 자카르타에서 개최되어 연일 인도네시아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인도네시아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불닭볶음면이나 K-아몬드 등 한국 식품도 현지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최근 자카르타에는 ‘포차’ 같은 한국의 유행을 반영한 형태의 한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고, 격조 있는 프리미엄 한식당도 속속 개업하여 떡볶이, 김밥 등 길거리 음식부터 고급 한식까지 인도네시아인들이 즐기는 한식의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
3) 대양주
호주의 2023년 한류 동호회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만 명이 감소하여 약 228만 명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료된 2023년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K-팝 가수들의 공연이 연이어 개최되면서 K-팝의 인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시드니에는 수많은 K-팝 댄스 스튜디오와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한인 밀집 지역은 물론이고 시드니 시내 중심가에서도 한식을 즐기는 현지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류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아시아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이제는 호주 문화예술 전문가 및 언론이 한국과 한류의 높은 인기를 인정하고 있으며 한류 수요층도 다양한 사회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한국 음식은 다양하고 우수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얻으며 호주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11월 22일 김치의 날을 중심으로 김치 주간을 운영하여 한국계 셰프들의 김치 응용 요리를 시연하기도 하였다.
2. 미주
2023년 한 해 동안 한류 동호회원 규모가 가장 크게 성장한 지역은 미주로, 아시아 다음으로 큰 규모의 동호회 및 동호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미주에서 한류 동호회원 수가 증가하는 것은 경제·문화·상징적으로 전 세계 대중문화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한류가 아시아 지역에서나 통용되는 문화현상이자 서구에서는 일부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하위문화 중 하나일 뿐이라는 시각에서 대안적인 글로벌 대중문화라는 인식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또한 빌보드 차트 진입(음악)이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영화), 에미상(드라마)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큰 곳이기 때문이다.11 2023년 미주 지역의 한류 성장률을 견인한 국가는 멕시코이다. 멕시코의 한류 동호회원 수는 틱톡 등 다양한 SNS 플랫폼의 성장과 더불어 2022년 약 97만 명에서 2023년 약 2,778만 명으로 2,681만 명이라는 증가치를 보였다. 이는 미주 지역 전체 증가폭인 약 2,503만 명(79 5%)과 비교했을 때도 상당한 규모이다. 미국(약 1,674만 명)을 넘어서서 미주 지역 내 가장 많은 동호회원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그 외 동호회원 수 증가를 보이는 주요 국가들은 남미 한류 확산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아르헨티나(7 7%)와 칠레(32 7%) 등이 있다. 반면 동호회원 수가 감소한 국가로는 2022년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캐나다 (-61 7%), 남미의 주요 한류 확산 국가인 브라질(-4 9%)로 나타났으며, 이는 앞으로 추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1) 북미
10) 〈인도네시아 콘텐츠 산업동향〉(한국콘텐츠진흥원, 2023년 9호)
11) 프랑스 사회학자인 피에르 브루디외는 이것을 ‘상징 권력’이라고 표현하였다.
전 세계에서 소프트파워가 가장 강한 나라로 손꼽힌다. 이런 미국에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한류를 대하는 태도 자체의 변화와 함께 한류의 새로운 바람이 시작되고 있다. ‘한류’가 대중적으로 통하는 주요 소재가 되었고, 한식과 미용 등 한국 관련 대화는 생소한 것이 아닐 정도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워싱턴 DC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한류 콘텐츠를 보는 미국인을 보거나, 미국 공영 라디오에서 K-팝이 흘러나온다. 뉴욕에서는 한국 음식이 미쉐린 스타를 획득한 3개의 레스토랑을 통해 큰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이는 K-팝, K-드라마, K-영화에 국한하지 않고 미국 내 다양한 한국 문화의 인기와 수요를 보여준다. 한국 라면, 김치, 바비큐 및 소주는 특유의 맛과 질감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인에게 한식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인식되며, 한국산 냉동 김밥은 미국 마트에 입고되자마자 품절될 정도로 쉽게 구하기 힘든 음식이 되었다.
미국 내 한류 동호회는 주로 K-팝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K-팝의 인기는 춤이나 노래를 따라 하는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는데, 자발적인 K-팝 춤 경연 대회가 수시로 개최되고 있으며, K-팝 커버 공연과 영상 촬영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동호회도 상당수 존재한다. 또한 미국 내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 영화 및 한식 관련 동호회도 결성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동호회 회원들은 주로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1년 〈오징어 게임〉과 함께 시작된 K-드라마 인기를 실감한 넷플릭스는 미국판 서바이벌 리얼리티 예능인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를 탄생시키며 3주 만에 누적 시청 3억 시간을 넘어서는 엄청난 흥행 실적을 거뒀다. 이에 곧바로 시즌2 준비와 함께 〈오징어 게임〉을 테마로 한 비디오게임과 디지털 슬롯머신을 개발 중에 있다.12 또한 2023년에는 역대 최다인 34편의 한국 콘텐츠를 방송하였고, 특히 〈더 글로리〉 시즌2, 〈셀러브리티〉, 〈돌싱글즈4〉 등이 주목받으며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서 발표한 K-팝 음반 판매량을 보면 아시아 일변도에서 미국(5,898만 달러·2위)과 독일(872만 달러·4위) 등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장되면서 역대 최고의 판매와 수출 기록을 세웠다.13 이런 인기 덕분에 미국은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류 콘텐츠를 많이 소비한 나라가 되었다.14 한류 팬들 중 41%가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많은 이가 K-팝이나 K-드라마의 CD나 DVD를 구매하며,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 음식과 제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들 중심의 ‘팬덤’으로 평가받았던 한류가 이제는 미국 대중문화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멕시코는 한류 동호회원 수가 약 2,778만 명에 달하면서 미주 지역에서 최대 규모를 이루고 있다. 동호회 회원들은 주로 아티스트의 생일, 데뷔일 등을 기념하며 오프라인으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팬클럽의 이름으로 사회봉사 활동(유기견 보호단체·암환자센터 지원, 불우이웃 돕기, 태풍 피해 복구 지원 등)에 참여하며 건전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멕시코 내 한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매우 높다. 최근 몇 년간은 OTT 플랫폼 등 주로 온라인을 통해 K-드라마와 한국 영화 등에도 높은 소비 성향을 보였다. 2023년에는 한류 확산 및 강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K-팝 아이돌그룹의 멕시코 방문 공연이 증가하면서 현지 한류 팬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슈퍼주니어, 블랙핑크, 에스파, ‘KBS 뮤직뱅크’(뉴진스 등 6개 팀 참여) 등 34회의 K-팝 콘서트가 있었다. 이 중 일부 공연은 조기에 좌석이 매진되는 등 현지의 뜨거운 K-팝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K-드라마를 향한 인기도 상당하다. 현지 이용자 비중이 높은 넷플릭스 기준, 〈더 글로리〉, 〈닥터 차정숙〉, 〈나쁜 엄마〉, 〈킹더랜드〉, 〈이두나!〉, 〈힘쎈여자 강남순〉, 〈마이 데몬〉 등이 멕시코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12) https://sports donga com/article/all/20231217/122664710/3
13) https://www hankookilbo com/News/Read/A2023122713540002979?did=NA
14) https://www ytn co kr/_ln/0106_202401010437249471 〈2023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2023년 12월 26일)
중남미에서는 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중심으로 한류 팬덤이 형성되어 있다. 아르헨티나는 한류 동호회원 규모가 2022년 약 508만 명에서 2023년 약 547만 명으로 7 7% 정도 증가하면서 코로나19 기간 내내 증가 양상을 보였다. 칠레도 2020년 이후 소폭 감소했으나, 2023년에는 팬데믹 이전보다 약 112만 명(32 7%)이 증가하였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언론을 통해 K-팝, K-드라마, K-영화, 한식 등 다양한 한국 문화콘텐츠가 보도되고 있으며, 이에 덧붙여 게임이나 화장품 등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대중적 인기를 증명하듯 2023년 ‘아르헨티나 김치의 날’ 법안이 연방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며,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세계 최초로 ‘김치의 날’(11월 22일)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는 쾌거를 기록하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시 근교에서 주로 활동하던 한류 동호회 활동은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활발해졌다. 주로 K-팝 커버댄스 또는 K-팝 아이돌그룹 팬클럽의 성격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드라마 및 영화, 문학 등 한국 문화 전반으로 관심이 확장되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 글로리〉, 〈마스크걸〉 등 K-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젊은 층에서 시작된 한류의 인기는 전 세대로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팝이나 K-드라마는 전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다루면서도 한국의 문화가 담겨 있어 좋아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 관련 문화 행사에 가족 단위의 참석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남미에서 선진국 수준에 가장 근접한 국가인 칠레는 대통령까지 K-팝의 팬임을 자청할 정도로 강하고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배우를 비롯하여 트와이스, 블랙핑크, BTS, 뉴진스와 같은 K-팝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동호회가 형성되었으며, 대부분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칠레 내 단일 팬클럽 기준으로 씨엔블루 페이스북 팬클럽의 팔로워는 약 38만 명이며, BTS의 팬클럽 팔로워는 약 30만 명에 이른다. 더불어 최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인기가 급증함에 따라 팬클럽 회원 수 또는 활동이 여타 팬클럽에 비해 가장 많이 증가하였으며, 동 팬클럽은 7~8시간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대한 소식 및 공지를 각종 SNS에 게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팬클럽들은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엑스 등)의 플랫폼 형태에 따라 다른 인구 사회학적 특징을 보인다. 인스타그램은 주로 한류스타 사진 게재, 앨범 또는 콘서트 홍보 등에 활용되고, 페이스북 및 엑스에서는 앨범 및 기념품 공동구매, 한류스타 명의 기부금 모금, 한류스타 근황(언론 출연, 인터뷰 활동 등) 등 실질적인 팬클럽으로서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추세이다.
3. 유럽
유럽의 한류 동호회원 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약 1,056만 명에서 2023년 1,494만 명으로 437만 명(41 4%)이 증가하였다. 주로 러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을 중심으로 한류 팬덤이 형성되었다. 2023년 러시아에는 120개의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으며 전년 대비 약 25만 명이 증가(3 2%)하면서 전체 동호회원 규모는 약 817만 명에 달한다. 유럽 내에서 동호회원 규모 기준으로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는 튀르키예의 동호회원 규모는 약 3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2022년 대비 약 73만 명(32 5%)이 증가한 것이다.
러시아는 유럽 내 국가 중 상당히 이른 시기에 한류 문화에 익숙해졌다. 2023년 해외문화홍보원에서 발표한 〈2022년 국가이미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82%로, 유럽 국가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 내 콘텐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서, 한류 콘텐츠는 반사효과를 얻고 있다. 러시아 내 한류 동호회는 상당히 발달한 편인데, 러시아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CIS 국가에 거주하는 회원들로 구성된 동호회들이 망라되어 있다. 한국 문화 전반을 커버하는 동호회부터 K-팝 동호회, 특정 가수별 팬클럽, 드라마 및 예능 동호회 등이 존재하며, 이들은 한류 관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연대를 이루어 동참한다. 각 동호회는 일일 연예 소식지 등을 자체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으며, 한국 연예계나 한국 문화에 대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특히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영화 등의
자막을 자체 제작하여 제공하기 때문에 한류 확산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니버설 픽쳐스, 워너 브라더스, 소니, 파라마운트 픽처스, 디즈니 등 글로벌 배급사들이 러시아 내 영화 상영을 중단하였다. 이에 러시아에서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권 영화를 배급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중 우리나라 영화 수입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2023년 하반기에는 〈범죄도시3〉, 〈거미집〉과 같은 영화들이 수입되어 러시아 전역에서 상영되었으며 액션을 비롯한 호러,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대러시아 제재의 영향으로 인해 음원 콘텐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함에도 K-팝 열기는 식지 않고 있는데, 2023년 러시아 최대 문화 주간인 ‘러시아 크리에이티브 위크’ 기간 동안 모스크바 시정부 주관으로 K-팝 그룹을 초청하여 현지 K-팝 커버댄스 동호회가 참여한 K-팝 콘서트가 열리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김밥, 떡볶이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생겨나면서 러시아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수도 모스크바에 ‘치코(Chiko)’라는 한국 음식 체인점이 개점되었고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러시아 지방 도시에서도 한국 음식 체인점이 빠른 속도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내 한류는 K-팝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였다. 유튜브를 통해 K-팝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짐에 따라 청소년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한국 아이돌그룹 중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의 인지도가 매우 높다. 이탈리아 주요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K-팝과 K-드라마에 대한 기사를 자주 게재하고 있다. 이탈리아 내 한류 관련 동호회는 K-팝 팬클럽이 대부분이며, 주로 한류스타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다. 이탈리아에서 K-팝은 주류 음악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BTS, 엑소, 블랙핑크, 세븐틴, 에스파, (여자)아이들, ITZY, 엔시티, 비투비, 뉴진스 등 많은 국내 아이돌그룹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밀라노 두오모(Duomo) 광장,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 광장, 토리노 포르타 수사(Torino Porta Susa)역 등 주요 광장에서는 K-팝 안무 연습을 하는 이탈리아 청소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K-드라마 흥행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상반기 넷플릭스 이탈리아에서는 〈정이〉, 〈더 글로리〉 및 〈발레리나〉 등 K-드라마가 시청자 수 기준 상위 10위 안에 들었으며, 이탈리아 언론의 한국 영화 및 TV 시리즈 관련 기사 보도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회원들의 연령대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팬들의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한국 음식과 한국어, 미용, 영화와 드라마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4. 아프리카 · 중동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은 지역 특성상 전 세계 모든 지역을 통틀어 가장 적은 수의 한류 동호회원이 위치한 지역이며 한류 콘텐츠의 파급력이 가장 약한 곳이기도 하다. 한류 팬덤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한 증가를 보이고 있는데, 동호회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약 121만 명에서 팬데믹이 끝난 2023년에는 약 440만 명으로 263%의 증가율을 보였다. 주로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내 동호회 활동이 이 지역 한류 팬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아프리카·중동 지역을 통틀어 가장 많은 한류 동호회원 규모를 자랑하는 요르단은, 2020년 이후 동호회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에는 약 193만 명으로, 팬데믹 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요르단의 한류는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과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인터넷 미디어와 SNS를 통해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와 한류스타들의 최신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23년 11월 하반기에도 〈오징어 게임〉이 여전히 넷플릭스 TV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요르단 내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매우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방송 분야에서는 2023년에는 〈나쁜엄마〉, 〈킹더랜드〉, 〈이 연애는 불가항력〉, 〈힘쎈여자 강남순〉, 〈마이 데몬〉 등이 요르단 TV 부문 인기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였다. 한국 콘텐츠에는 어른에 대한 공경과 예의, 가족관계 중시 등 아랍 문화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담겨 있어
요르단 사람들이 비교적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 현지 한류 동호회 ‘Jordan K-pop Lovers’는 오프라인에서 자체적으로 다양한 K-팝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온라인에선 한식을 자체 제작하여 판매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9년 10월 비아랍권 가수로서는 최초로 BTS(방탄소년단)이 수도 리야드의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개최한 이후로 동호회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엄격한 이슬람 문화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연 나흘 전 외국인 남녀 투숙을 조건 없이 허용하고 사우디 여성 혼자 투숙을 허가한 파격적인 조치는 국내외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2022년 2만여 명이 운집했던 ‘K-콘서트 사우디아라비아 2022’에 이어 2023년 10월 6일과 7일 양일간 블러바드 리야드
시티(The Boulevard Riyadh City)에서 개최된 행사에는 총 2 3만여 명의 현지 관객이 현장을 찾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러한 K-팝 열풍 덕분에 2020년 50명에 불과했던 동호회원 수가 2021년 약 30만 명이라는 급속한 성장으로 이어졌으며, 2023년 동호회원 규모는 전년 대비 272 68%가 증가한 114만여 명이 되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사립 종합대 프린스술탄대(PSU)에서는 사우디 청년들 사이에 부는 한국어 열풍을 감안해 대학 최초로 한국어 기초과정 교양과목을 개설했다. 이제는 일찍 한류를 접한 사우디 여성들은 한국어를 습득하며 양국 교류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15
이집트는 한류 동호회원 규모가 2020년 약 16만 명에서 2023년 약 43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이집트 전역에서 K-팝과 K-드라마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한류 동아리가 형성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을 통해 한류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2023년에는 〈피지컬: 100〉, 〈더 글로리〉, 〈여신강림〉 등이 인기 순위에 올랐다. 한국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가족 중심의 문화는 이집트 사회의 가족문화와 닮은 부분이 많아 한국 문화를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많은 이집트 여성들은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국 남성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에 특히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K-팝은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데, 주로 젊은 여성층 사이에서 K-팝에 대한 인기가 높으며, 이들은 유튜브 및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최신 음악을 접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Ⅲ. 글로벌 한류 팬덤의 전 지구적 디아스포라
2023년은 팬데믹 전후 한류 동호회의 변화 과정을 정량적·정성적으로 탐색하여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 중요한 한 해였다. 한류는 놀라운 생존력과 회복력을 보여주며 도리어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대중문화로 성장하였다. 한마디로 “한류의 저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탐색적 연구가 필요하다. 무엇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류 팬덤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켰으며, 전 세계 2억 명이라는 한류 팬덤을 형성할 수 있도록 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이와 관련된 한류 연구에서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2023년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에서 K-팝을 재생한 횟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나 급증했고,16 한국관광공사에서도 한류의 인기와 함께 한국으로 유입되는 관광객뿐 아니라 한국에 호감을 지닌 고학력자 청년들의 한국 방문과 유학, 장기 체류, 거주의 증가를 전망하면서 2023년과 2024년을 ‘Visit Korea의 해’로 선포하였다.17 즉 글로벌 한류 팬덤의 전 지구적 디아스포라(Diaspora)가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이론에서 ‘디아스포라’는 초국가적·초문화적 경험을 향유할 의도로
15) 최준영. (2024년02월02일). [신년기획] 사우디서도 거세지는 ‘女風’… 그 중심에 ‘한국어 열풍’. 문화일보.
16) https://news kbs co kr/news/pc/view/view do?ncd=7803350
17) 〈아시아브리프〉 94호(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2023년 1월 18일)
모국을 떠나 새로운 국가와 문화를 방문하고, 소비하고, 공부하며, 특히 유학과 취직, 이민 등을 추구하는 것을 포함한 전 지구적 인구 이동을 말한다.18
일반적으로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 약 20년 주기로 전성기를 맞고 쇠퇴기에 접어드는 것을 감안하여, 이번 ‘한류 총평’에서는 한류 팬덤이 나타내는 고유한 차별적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 지구적 디아스포라’를 일으키는 2억 명이 넘는 ‘한류 팬덤’과 ‘여타 대중문화 팬덤’과의 특성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향후 나아갈 정책 및 전략을 잡는 데도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 한류의 핵심 DNA: ‘한국적 서사’란?
한류 1기의 시작으로 일컬어지는 1997년 〈사랑이 뭐길래〉, 한류 2기로 분류되는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와 2005년 〈대장금〉으로 시작된 한류열풍은 21세기 새로운 대중 미디어의 보급 덕분에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 2009년 시작된 유튜브 혁명으로 K-팝이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시작했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의 스트리밍서비스로 한국 드라마는 유료임에도 전 세계에 널리 퍼졌다. 유튜브가 K-팝 혁명을 완수한 대중 미디어라면 넷플릭스는 K-드라마 혁명을 견인하였다.19 그리고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 도리어 한류 팬덤은 승승장구하며 역으로 성장하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성공의 핵심이 서양식 서사가 아닌 한국식 서사에 있다고 말한다. 한국만이 지닌 독특한 문화를 계속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20 ‘한국적 서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류가 일본의 대중문화나 영미의 대중문화와는 확연히 다른 역사적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 학자들도 동양에 있는 작은 국가의 문화가 대안적인 글로벌 대중문화를 만들어낸 것을 세계사적으로 전무후무한 사례로서 한류를 평가하며 가치를 부여하고, 그 궤적을 따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는 과거 한국이 겪어온 식민지 경험, 가난, 전쟁, 분단, 압축적 성장의 부작용, 빈부격차, 폭력적 일상의 흔적을 세련되고도 동시대의 다양한 문화 장르와 일상에 녹여서 표현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동서양, 다양한 인종·사회계층,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 매력이자 한국적 서사의 핵심이다. 한국만의 문화·역사·사회적 토양이 바로 서구의 대중문화를 ‘한국식 서사’로 거듭나게 한 요인이다. 한류는 ‘한국식 서사’를 다양한 장르로 확장해 가며 전 세계인에게 실어 나르고 있다.
2. 한류와 여성보편주의(Female Universalism) 21
지역별 한류 현황에서도 나타나듯 한류 팬덤의 대부분은 여성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2022년 ‘스탠퍼드대 한국학 2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도, 한류가 전 세계에 통한 것은 ‘여성의 시선(Female gaze)’에서 이전에는 없던 시장을 창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소외됐던 여성 소비자가 한류를 통해 문화 소비의 주체가 됐다는 것이다.22 〈2023 서울콘〉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한류 포럼’에서도 한류의 전 세계적 확산과 한류 팬덤의 디아스포라적 움직임이 바로 한류 팬덤의
18) Jenkins, H., 2004. Six Pop Cosmopolitanism: Mapping Cultural Flows in an Age of Media Convergence Globalization: Culture and Education in the New Millennium, pp.114~140.
19) Oh, I and Lee, H J., 2013. Mass media technologies and popular music Korea journal, 53(4), pp.34~58; Ju, H., 2020. Korean TV drama viewership on Netflix: Transcultural affection romance and identities Journal of International and Intercultural Communication, 13(1), pp.32~48.
20) https://www ytn co kr/_ln/0106_202401010437249471
21) Oh, I and Jang, W., 2022. From Globalization to Glocalization: Configuring Korean Pop Culture to Meet Glocal Demands Handbook of Culture and Glocalization p.256
9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보편주의’23에 기반한다고 제시하였다.
2가지 논의 모두 한류가 큰 성공을 거둔 데에는 한류 콘텐츠가 애초부터 여성 소비자의 관점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공통적인 분석을 내놓는다. 한류 콘텐츠가 ‘한국적’이기만 하다면 한국에서만 잘돼야 했을 텐데 한류는 전 세계에 통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한류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여성 소비자, 특히 젊은 여성 소비자의 시선으로, 이들을 위해 콘텐츠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안젤라 킬로렌 CJ ENM 미주 대표는 할리우드 생태계에서 생산된 영화, TV쇼, 음반을 생각해 보면 “한류 이전에는 여성은 얼마나 섹시한지, 남자는 얼마나 나쁜 남자인지 등이 중요했다”며 “K-팝, K-드라마를 통해 여성 소비자들이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로맨스 등 새로운 감정을 충족하게 됐다”라고 설명하였다. 이어 “보수적인 국가로 꼽히는 중동 등에서도 한류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24
역사적으로도 20세기를 풍미했던 영미 대중문화는 백인 남성들의 창작물이고, 그들을 영웅화하는 히어로물이 대세였다. 영국의 〈셜록 홈즈〉라는 소설과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그리고 영화들은 백인 남성을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추리력이 뛰어나고 정의감에 불타는 영웅으로 묘사하였다. 이런 유의 백인 남성형 대중문화에 반하여 21세기부터 전 세계에서 여성 영웅을 그리는 서사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여성 중심의 서사적 스토리는 20세기 백인 남성 우월주의에 도전하였고, 그 아성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팬덤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런 새로운 여성 서사물 중의 하나가 한국의 〈대장금〉, 〈82년생 김지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글리치〉, 〈더 글로리〉, 〈슈룹〉, 〈마에스트라〉 등으로 대표되는
K-드라마(영화)이다. 이들 K-드라마와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 팬덤을 확보하였을 뿐 아니라 한류를 글로벌 대중문화로
견인하는 디딤돌이 되었다.
K-드라마(영화)뿐 아니라 K-팝에서도 걸그룹의 대약진이 돋보인다. 2016년 데뷔한 그룹 블랙핑크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9,281만 명으로 세계 1위다. 2022년 8월 19일 공개한 〈Pink Venom〉 뮤직비디오는 공개 24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9,040만 회를 달성하면서 여성 가수 종전 세계 최고 기록을 경신하였다.25 이 밖에 뉴진스는 빌보드 월드 앨범차트에서 7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최초의 여성 K-팝 걸그룹이 되었고,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Cupid)’는 빌보드 글로벌 익스클루시브 미국 차트에서
1위에 올랐는데, 이 또한 모든 장르의 여성 그룹 중 최초로 이 차트에서 데뷔곡으로 1위에 오른 그룹이 되었다.26 K-팝 산업 자체를 놓고 볼 때 인기 걸그룹의 숫자는 보이밴드 숫자와 거의 대등하다. K-팝의 역사를 새로 썼던 BTS 멤버들이 군 복무를 하는 공백기 동안 블랙핑크와 뉴진스, 그리고 에스파나 르세라핌 등이 그 기세를 이어받아 K-팝 인기를 끌어가고 있다.27
팬덤 중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은 해외 관광객들을 직접 만나는 숙박 업종에서 더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 예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글로벌 숙박 예약 사이트인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모객 홍보 문구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달리 많은 숙소가 ‘여성 전용(Female Only)’이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한류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접할 기회가 높은 호스트들의 경험치가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여성 전용’이라는 홍보용 문구를 앞세우게 한 것이다. 한류 장르의 확장이 식품, 미용, 패션 등이 중심을 이루는 것도 한류 팬덤을 구성하는 대부분이 여성이며, 여성 중심의 기호가 반영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류가 ‘여성보편주의’에 호소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의 여성들이 인종, 식민지 경험, 계급, 연령 등과 관계없이
22) https://v daum net/v/20220520160307029#none
23) ‘여성보편주의’는 인종, 사회계층, 연령, 종교, 언어 등이 각기 다른 전 세계 여성들이 이런 차이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24) https://v daum net/v/20220520160307029#none
25) https://www newsis com/view/?id=NISX20240128_0002607460&cID=10601&pID=10600
26) https://luminatedata com/blog/mapping-out-K-팝s-global-dominance
27) Hwang, H., Oh, I and Lopes, P., 2023. The international strategy for Korean pop music: what makes K-pop listed on Billboard Hot 100?. Asia Pacific Business Review pp.1~20.
겪고 있다는 보편성을 갖기 때문이다. 한류 드라마에서 여성 주인공이 주어진 환경 안에서 끝까지 노력하여 모진 어려움을 겪고도 성공하는 것이나, K-팝 걸그룹이 화려한 춤과 노래로 여성들의 욕망을 과감히 드러내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 전 세계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젠더 멜랑콜리(Gender melancholy)28가 해소되는 환희를 느낀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로 밝혀진 바 있다.29
여성들은 사회구조에서 기인하는 억압, 차별 등으로 인한 젠더 멜랑콜리를 겪게 된다. 우리나라 이전 세대 어머니들이 사회구조적으로 겪어내야 했던 삶과 그로 인해 원치 않게 마음에 한(恨)이 쌓이는 것과 비슷하다. 3·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사회제도에 변화가 일어나서 여성들이 사회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된 일은 아주 오래된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사회구조 안에서 전 세계 여성들은 알게 모르게 젠더 멜랑콜리를 경험한다.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대장금〉을 보며 전혀 다른 시대와 문화의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것을 자각하며 도리어 자신들이 왜 그런 반응을 나타내는지 이유를 몰라 의아해하는 것도 한류를 통해 젠더 멜랑콜리가 해소되는 예시이다. 이것은 여성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조적 억압과 차별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이다. 한류는 이런 사회적 약자들 안에 쌓인 애환을 풀어주고, 바람을 이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3. 희망을 꿈꾸고, 사랑을 느끼고 배우며, 가족(공동체, 관계)을 세우는 한류!
‘여성보편주의’의 대표 선두주자로서 한류가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 다시 말하면 한국 대중문화의 소비와 한국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것 이면에 감춰져 있는 여성 한류 팬들의 지향점은 과연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팬데믹이 끝난 2023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미국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에서 보도한 한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여 그 기사에 나타난 키워드들 중에 가장 빈번히 나타난 것들과 그들 간의 관계를 그려 보았다(〈그림 3〉).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중간 위치를 차지하는 키워드는 다름 아닌 ‘좋아하다(like)’였다. 그렇다면 이 동사의 목적어에 해당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다름 아닌 한국어 혹은 ‘한국적인 것을 뜻하는 Korean’, ‘한류 관련 K-팝 쇼나 드라마 쇼를 뜻하는 show’, 그리고 ‘한국 음식을 뜻하는 food’였다. 그렇다면 이런 한국 관련 콘텐츠가 왜 좋은가? 이 질문에 답으로 유추할 수 있는 여러 키워드가 서로 ‘like’와 관련을 맺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이 ‘희망을 뜻하는 hope’, ‘사랑을 뜻하는 love’,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을 뜻하는 family’ 등이다. 즉 한류를 통해 희망을 꿈꾸고 사랑을 느끼고 배우며, 가족 간의 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누가 한류를 통해 희망과 사랑을 느끼는가에 대한 답은 확실히 나타나 있다. 바로 ‘여성을 뜻하는 woman’이고 ‘젊음을 뜻하는 young’, 그리고 ‘미국을 뜻하는 American’이 나와 있다.
여성 한류 팬들은 한류의 본고장인 한국에 와서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한국어를 익히고, 직장을 구하고, K-드라마에서처럼 연인을 만나 가정을 꾸리는 등 눈으로 보고, 귀로 듣던 한류를 온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하나의 바람이자 그들에게 소중한 문화자본이 되고 있다. 한류 팬들에게 있어 이 새로운 ‘한류 문화자본’30의 획득이 한류를 통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아실현이 되고 있다. 실제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여성들을 제외하면 현재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방문객, 유학생, 그리고 중장기 이민자들은 북미 여성들이다.
Ⅳ. 결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비대면이 일상화가 되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2023년에 받아든 한류 성적표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2012년 처음으로 한류 현황 조사가 시행될 당시 한류 현황 조사 대상 국가는 총 85개국으로 아시아·대양주 19개, 미주 21개, 유럽 27개, 아프리카·중동 18개였다. 12년이 지난 2023년 조사된 국가는 27개국이 늘어나 총 112개가 되었다. 2012년과 비교하면 아시아·대양주에서는 6개, 미주에서는 1개, 유럽에서는 8개, 아프리카·중동에서는 12개 국가가 새롭게 조사에 포함되었다. 조사된 국가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한류 동호회 활동을 포착할 수 있는 행정적 기반이 갖춰졌음과 동시에 한류가 지리·문화적으로 끊임없이 외연 확대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2012년과 2023년 동호회원 수를 비교하면, 2012년 926만여 명 대비 약 24배가 증가하여 전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 2,497만 명이 되었다. 직전 연도인 2022년과 비교해 봐도 동호회 수와 동호회원 수가 각각 3 8%, 25 8% 증가하였으며, 이는 한류 팬덤이 확대됨과 동시에 두텁게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였다. 한류의 발전 단계나 경제적 효과를 논의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한류의 정체성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논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류의 가치를 설명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구의 대중문화가 한국에 들어와 ‘한국적 서사’로 탄생하기까지 한국이 겪어온 역사·사회·문화적 토양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한류의 특징은 ‘한국적 서사’를 기반으로 하는 ‘여성보편주의’이고, 21세기 나타난 영미 대중문화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던 영화 〈헝거게임〉이나
30) 피에르 부르디외에 따르면 문화자본은 대개 3가지 상태로 존재한다. 먼저 말투나 몸짓, 지식, 교양, 취미처럼 지속적인 성향으로 ‘체화된’ 상태다. 다음으로 책, 음반, 미술품 등의 다양한 문화 재화로 ‘대상화된’ 상태다. 끝으로 지적인 자격 부여의 공인 형식인 학위나 졸업장, 자격증 속에 ‘제도화된’ 상태다.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여성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덤 현상과도 이 지점에서 중요한 공통점이 발생한다.
이제는 더 이상 한류의 젠더적 정체성을 외면해서는 안 됨을 한류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설파하게 된다. 이제까지는 한류 콘텐츠에 여성의 시선이 담겨서 전달되는 것이나 한류 팬덤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였다. 물론 이전부터 학계에서는 ‘한류 팬덤’과 ‘여타 대중문화 팬덤’을 비교해 젠더적 특성을 인식했으나, 설명할 이론의 부재로 인해 논의가 지속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 보편주의’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한류 팬덤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을 설명해 내고 있다. 한류는 ‘여성보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21세기형 여성 대중문화인 것이다.3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류가 한국의 문화로서 사랑받기 위해서는 한국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에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곧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것이다. 한류의 확산과 지속에 있어 한류 팬덤을 연구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하다. 근래 들어 KF통계센터에서는 지난 12여 년간 각국의 재외공관에서 현지의 문화·사회적 배경 및 한류 현황을 취합하여 만들어낸 자료를 일반에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한류 연구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 전 세계 한류 팬덤의 동향을 포착할 수 있게 하는 값진 자료들이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학문 분야들 간 협업과 연구들이 활성화되어 효과적인 실천적 제안이 제시되기를 바란다.
31) Oh, I and Jang, W., 2022. From Globalization to Glocalization: Configuring Korean Pop Culture to Meet Glocal Demands Handbook of Culture and Glocalization 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