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 Diplomacy in a Changing World_3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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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 번역총서 시리즈 003

새 시대의 공공외교


Public Diplomacy in a Changing World

새 시대의 공공외교 제프리 코원・니콜라스 J. 컬 엮음 최영종 감수

인간사랑


Public Diplomacy in a Changing World by Geoffrey Cowan and Nicholas J. Cull Copyright ⓒ 2008 by SAGE PUBLICATIONS, INC.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 2013 In-Gan-Sa-Rang Publishing Company This Korean language edition is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SAGE PUBLICATIONS, INC., Thousand Oaks, USA through BF Agency, Seoul. 이 책은 BF Agency를 통한 저작권자와의 독점계약으로 도서출판 인간사랑에 한국어판 저작권이 있습니다. 신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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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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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변화하는 세계 속의 공공외교

14

제프리 코원 Geoffrey Cowan, 니콜라스 J. 컬 Nicholas J. Cull

1부 공공외교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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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 공공외교의 세 층위

20

제프리 코원 Geoffrey Cowan, 아멜리아 아르세노 Amelia Arsenault

2장 공공외교 : 분류학 및 역사

3장 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99

에이탄 길보아 Eytan Gilboa

4장 신공공영역 : 글로벌 시민사회, 통신망,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

58

니콜라스 J. 컬 Nicholas J. Cull

140

마누엘 카스텔 Manuel Castells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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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조셉 S. 나이 주니어 Joseph S. Nye Jr.

6장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

167

194

어니스트 J. 윌슨 3세 Ernest J. Wilson III

2부 공공외교의 수단

221

7장 장소 브랜드 구축 : 현황

222

피터 반 햄 Peter van Ham

8장 신기술과 국제방송 : 적응 및 변화에 대한 고찰

먼로 E. 프라이스, 수잔 하스, 드류 마골린

Monroe E. Price, Susan Haas and Drew Margolin

265

9장 정의할 수 없는 것 도해(mapping)하기 : 국제관계

6

이론과 교류 프로그램의 연관성에 대한 고찰 자일스 스캇-스미스 Giles Scott-Smith

새 시대의 공공외교

306


3부 공공외교의 국가별 사례연구와 논평

345

10장 국제교류 그리고 미국의 이미지

346

낸시 스노우 Nancy Snow

11장 부에나 비스타 연대와 원조의 축 : 쿠바와 베네수엘라 공공외교

마이클 J. 부스타만테 Michael J. Bustamante,

줄리아 E. 스웨이그 Julia E. Sweig

12장 공공외교와 중국 소프트파워의 부상

453

위웨이 왕 Yiwei Wang

13장 공공외교 : 학문 분야로의 부상

390

484

브루스 그레고리 Bruce Gregory

글쓴이에 대하여

515

목차

7


발간사

한국국제교류재단은 1991년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 과 이해를 돕고 국제적 우호친선을 증진시키고자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지식교류, 인적교류, 문화예술교류, 해외 한국학 진흥 등의 분야에서 다 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계와 소통 하는 국제교류 선도기관”으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특히, 우리 재단은 전세계적으로 9·11테러와 세계금융위기 이후 보 여진 전통적 하드파워의 한계와 정보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민간분야의 외교역할과 그 중요성이 커져감에 따라 일찍이 여러 가지 신기술과 소프 트파워를 기반으로 하는 공공외교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재단 은 외교부와 함께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공공외교포럼(KPDF)’을 발족 하여 한국 공공외교의 전략적 방향 모색을 위한 다양한 포럼 개최와 공 공외교 연구용역 등을 추진해왔고 2012년에는 이러한 축적된 기반을 바 탕으로 국내외 공공외교 최고 권위자들을 국내에 초청하여 ‘한국공공외 교포럼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450여 명이 넘는 참가자들에게 공공외교 의 현재와 중요성을 알리는 뜻깊은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외에도 급변 하는 세계 정세와 공공외교의 흐름에 발맞추고자 소프트파워를 가진 국 내외 주요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다양한 기획 사업들도 추진해 나

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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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있습니다. ‘공공외교 번역총서 시리즈’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08 년부터 꾸준히 이루어진 대표적인 공공외교 사업 중 하나입니다. 21세기 신 공공외교의 세계적 추세를 국내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우리 재단은 2008년 ‘신공공외교: 국제관계와 소프트파워’, 2009년 ‘(글로벌브랜드 가치제 고를 위한)

국가 브랜드의 전략적 관리’, 2012년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

의 공공외교를 보다 심도깊게 다룬 ‘중국은 어떻게 세계와 소통하는가’를 각각 발간하였고, 2013년 오랜 준비 과정 끝에 이번 시리즈 3권과 4권인 ‘새 시대의 공공외교’와 ‘21세기 공공외교 핸드북’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리즈들이 21세기 공공외교의 새로운 개념과 국가의 시각에 서 본 공공외교, 특정 국가에 대한 공공외교의 실제 등을 다루었다면, 이번 공공외교 번역총서 시리즈 3, 4권은 보다 개괄적인 시각에서 해외 에서 시작된 공공외교의 개념과 범주, 역사적·이론적 배경, 각 실행주체 들의 시각 그리고 현재 전 세계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각국의 공 공외교 실무현장과 사례분석까지 그 전반을 아우르는 기본서, 종합안내 서라 할 수 있습니다. 공공외교에 관심을 가지고 그 기본부터 알아가고 자 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재단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국가와 저명한 국외전문가들의 공공외교 서적들을 번역, 출간하면서 공공외교 분야에서 국내외간 지식의 공감대 를 마련하고 국민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지식을 보다 쉽게 정확하게 전 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공공외교’의 실현에 일조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공공외교 번역총서 시리즈’에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2013년 4월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김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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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감수의 글

공공외교란 “어떤 국제적 행위자가 자신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 해 외국의 대중에 개입(engage)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전직 외교 관이자 터프츠(Tufts) 대학교 교수였던 에드먼드 걸리온(Edmund Gullion)이 1965년에 에드워드 머로우 공공외교센터(Edward R. Murrow Center for Public Diplomacy)를 설립하면서부터 공식적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

는 일방적인 선전 활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점차 대화나 인적, 문화적, 학술적 교류를 통한 쌍방향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 고, 최근에는 협동(collaboration)적 노력을 통한 신뢰 구축의 필요성도 강 조되는 등 공공외교 활동은 다양한 차원에서 거의 모든 나라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공공외교는 국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인식되고 있기도 하는데, 이는 소프트파워와 스마트파워란 개념을 보편 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여외교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대외원조를 획기적으 로 증대시키고 있으며, 공공외교 한 축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국제 학 술교류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국제교류재단에서도 공공외교 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여, 공공외교 부문을 하나의 독립된 부서로 승격

감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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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켜, 공공외교 활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공공외교와 관련해서 중요한 해외 문헌에 대한 번 역 사업을 해왔으며, 이번에는 『새 시대의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in a Changing World)란 책을 번역해서 출간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소개된 공공외교 관련 서적들은 주로 용어를 소 개하거나 흥미 있는 사례나 일화를 소개함으로써 공공외교 실무자들에 게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실무적인 가이드라인 정도만 제공하려는 차원 에 머무른 감이 없지 않다. 이 책은 이전의 책들과는 괘를 달리해서, 공 공외교를 학문적으로 승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쓰인 것이다. 공공외교에 대해 오랫동안 진지하게 학문적 연구를 한 학자들이 공공외교의 개념화, 이론화, 수단에 대한 체계화를 통해서 공공외교를 하나의 학문적 영역으 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공공외교의 원조 격 인 미국, 새롭게 공공외교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발전도상국 으로서는 유례없을 정도로 적극적인 공공외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쿠 바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흥미 있는 사례 연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공공외교가 서술적 개념에 머무르면서 분석적 엄밀성을 결 여하고 있는 점에 아쉬움을 가졌던 독자들에게 샘물과 같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파워, 하드파워, 스마트파워라는 말에 익숙해졌지만 이런 개념들을 어떻게 측정하고, 그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로서의 역할이 나 유용성을 어떻게 입증해낼지 의구심을 가졌던 독자들은 이 책에서 중 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고, 또 해결한 문제만큼 새로운 과제를 공공외교에 제기하고 있는 것 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론적 작업의 유용성은 지금까지의 발전과정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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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런 점에서 이 책은 학자는 물론 공공외교 실무자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전문적인 학자들이 어려운 학술용어를 사용해 고도의 이론 적인 분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상당히 있다. 이 문제는 이 책의 번역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번역 을 담당했던 국제교류재단의 실무자들이 많은 고충을 겪었음을 감수자 가 잘 느낄 수 있었으며, 국제정치와 외교에 대해 30년 정도 연구한 감수 자 또한 힘든 감수 과정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감수와 재번역을 반반 씩 하면서 불가피하게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었다. 좋은 책을 선정하고, 번역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인내를 갖고 기다려준 국제교류재단 김태 환 공공외교부장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 책이 우리나라 공공외교 발전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학문 연구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하며, 감수의 글을 마치고자 한다. 2013년 4월 가톨릭대학교 교수 최영종

감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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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변화하는 세계 속의 공공외교 제프리 코원 Geoffrey Cowan 니콜라스 J. 컬 Nicholas J. Cull

대중은 전쟁을 통해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접하게 된다. 제1차 세계 대전을 통해 위장(camouflage)이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는 전격전(Blitzkrieg)과 가미가제(Kamikaze)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 다. 그리고 냉전은 봉쇄(containment)와 억지(deterrence)라는 단어를 만들 어냈다. 2001년 9월 11일 이후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 역 시 여러 단어와 표현들을 새롭게 부각시켰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본 편 서의 주제인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이다. 여기서 공공외교란 어떤 국 제적 행위자가 자신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국의 대중에 개입 (engage)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일반적으로 기존의 개념

에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은데, 공공외교의 경우에 도 이미 관행으로 확립된—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오래된—다양한 활동 들(activities)을 개념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공공외교’라는 용어는 냉전 중반에 나타난 미국적 활동의 산물이 다. 이 용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외교관으로 은퇴한 후 터프츠(Tufts) 대학교 외교학학장(dean of diplomacy)이 된 에드먼드 걸리온(Edmund Gullion)이

1965년에 에드워드 머로우 공공외교센터(Edward R. Murrow Center

for Public Diplomacy)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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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설립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미


국 정부는 이미 한 세대 전부터 공공외교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트루먼(Harry Truman) 대통령은 그보다 17년 전에 이미 해외 홍보 프로그 램(international information programs)을 위한 대규모 평시 지출을 승인하는 법안에 서명하였고, 12년 전에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대통령 은 해외 홍보를 주관하기 위한 기관으로서 미국해외공보처(United States Information Agency : USIA)를 설립했다. 또한 이견은 있을 수 있겠지만 공공

외교는 전시활동(wartime activity)의 일부로서 독립전쟁 시기부터 존재했 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중반 걸리온이 공공외교란 개념을 새롭게 쓴 가장 큰 의도는 1950년대에 미국의 해외 홍보 교류 업무에 붙었던 ‘프로 파간다(propaganda)’라는 오명을 씻어줌으로써 이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 이었다. 미국해외공보처(USIA)의 직원들은 자신들을 선전이나 홍보요원 이 아닌 외교관으로 호칭해 주도록 하는 공공외교라는 용어를 환영했다. 게다가 이 용어는 독자성이 부여됐던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라디 오 방송국의 운영과 풀브라이트( J. William Fulbright) 상원의원이 자신의 이 름을 따라 국무부 내에 설립한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등을 포함하는 해 외 대중들과의 공식적인 개입과 관련된 모든 업무에 대한 관할권을 USIA 에 부여해 주는 근거로서도 해석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용 어는 행정 및 입법분야에서 점차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플로리다 주 하 원의원이었던 단테 파셀(Dante Fascell)이 이 용어를 특히 좋아했다. 1978 년에 홍보 및 문화에 관한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ssions for Information and Culture)들이 Diplomacy)’로 Z. Wick)이

‘미공공외교자문위원회(U.S. Advisory Commission on Public

흡수통합되었다. 1980년대 들어 뚝심 있는 찰스 윅(Charles

USIA 수장으로 취임하고 레이건 행정부가 공보업무를 소련과

대결하기 위한 핵심적 도구(vital tool)로 간주하게 되면서 공공외교라는 용어의 사용 빈도는 물론이고 관련 예산까지도 크게 증가했다. 1989년과 그 이후의 정치적 변화는 미국의 공공외교관들(public dip-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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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mats)에게

씁쓸한 아이러니(bitter irony)로 작용했다. 베를린 장벽의 극적

인 붕괴는 세계의 많은 정부들로 하여금 외교를 위해 더 효과적으로 사 용될 수 있는 수단인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새로운 관심을 불 러일으켰다. 공공외교라는 용어와 그 기능 역시 국가들과 여타 국제 행 위자들의 업무에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공공외교란 개념은 “커뮤니케 이션 혁명”이 외교정책의 관행에 미칠 충격에 대해 연구하기에 편리한 틀 (framework)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평화배당금(peace dividend)”

을 원하는 보수적인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USIA의 재정을 압박하였고, 클린턴 행정부 수뇌들의 도움으로 1999년 USIA가 국무부로 통합되도록 영향을 미쳤다. 9/11 직후 미국인들이 “왜 그들은 우리를 증오하는가?”라 는 의문을 던지고 또 여론조사를 통해 반미정서가 높은 수준에 달한다 는 것이 드러나게 되자 미국 언론에 공공외교라는 말은 물론이고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국제 여론의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고생한 인물들이 빈번 히 등장하게 되었다. 공평하든 그렇지 않든 부시 행정부에서 공공외교와 공보를 당담했던 세 국무부 차관, 즉 샬롯 비어스(Charlotte Beers), 마가렛 터틸러(Margaret Tutwiler), 캐런 휴스(Karen Hughes)는 광범위한 비난을 지 속적으로 받았으며, 종국에는 모두 조기에 퇴임하게 되었다. 공공외교는 수십 년간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음 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와서야 진지한 학문적 관심을 받게 되었다. 본 편 서의 목적은 공공외교의 개념을 설명하고, 학문적 틀 안에 수용해서 이 것을 국제적 현상이자 국정운영의 필수적 요소로 고찰하는 것이다. 공 공외교는 지금까지 학계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공외교 와 관련된 연구는 최근까지 실무자들의 전유물이었으며, 소관 기관의 목 적을 반영하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 공동 편저자인 제프리 코원(Geoffrey Cowan),

조셉 나이(Joseph Nye), 브루스 그레고리(Bruce Gregory), 낸시 스

노우(Nancy Snow), 어니스트 윌슨(Ernest Wilson)을 포함하여 본 편서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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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여한 많은 학자들은 자신의 실무경험을 논문에 반영하고 있지만 이 논 문들은 각자의 학문적인 입장에서 작성된 것이다. 또 본 편서가 주로 미 국 학계에 기반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외교의 개념은 진정으로 국제적인 것이며, 모든 국가 및 EU 및 UN과 같은 초국가기구들의 기능 (function)이자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의 국제적 다

양성을 반영하듯 본 편서에는 스페인의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 영국의 닉 컬(Nick Cull)과 자일스 스캇-스미스(Giles Scott-Smith), 이스라엘 의 에이탄 길보아(Eytan Gilboa), 네덜란드의 피터 반 햄(Peter Van Ham), 중 국의 위웨이 왕(Yiwei Wang)과 같은 다양한 사회에서 성장했거나 살고 있 는 학자들의 논문이 수록되었다. 저자들 중에는 이 분야의 저명한 선구 자라고 할 수 있는 나이, 카스텔스, 길보아, 먼로 프라이스(Monroe Price) 와 신진 연구자인 아멜리아 아르세노(Amelia Arsenault), 마이클 부스타만 테(Michael Bustamante), 수잔 하스(Susan Haas), 드류 마골린(Drew Margolin) 이 포함되어 있다. 로렌 모비우스(Lauren Movius)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편 집자들에게 통찰력 있는 도움을 주었으며 본 편서에 큰 기여를 했다. 이 책의 논문들은 모두 3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공공외교 의 분석틀을 만들기 위해 언론학, 국제관계학, 역사학, 정치학을 끌어들 인 6개의 이론적 논문(코원과 아르세노, 컬, 길보아, 카스텔, 나이, 윌슨)으로 구 성되어 있다. 제2부는 공공외교의 도구에 대한 고찰로서 반 햄(Van Ham) 의 장소 브랜드 구축(place branding), 프라이스/하스/마골린의 국제방송 (international broadcasting), 스캇-스미스의 교류 프로그램(exchange programs)

에 대한 연구가 포함되어 있다. 제3부는 각 국가에 대한 사례연구로서 미국(스노우), 베네수엘라 및 쿠바(부스타만테/스웨이그), 그리고 중국(왕)에 대한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레고리의 마지막 논문은 공공외교 분야 의 학문의 발전을 개관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003년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의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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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넌버그 커뮤니케이션 스쿨(Annenberg School for Communication)과 국제 관계대학(School of International Relations)은 공동으로 조슈아 포츠( Joshua Fouts)를 소장으로 하는 공공외교센터(Center on Public Diplomacy)를 설립했

다. 독자들은 이 책에 참여한 여러 학자들이 이 센터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공외교센터는 공공외교 분야의 연구를 위한 기반을 제공하였으며, 본 편서에 등장하는 여러 학자들의 참여를 통해 세계 최초의 공공외교 석사학위 과정을 개설하고 그들을 연구소의 지도 교수 또는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도록 했다. 본 편서의 논문들을 하나로 묶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라는 실(thread)은 편집자의 편협성을 입증하 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작업에 세계의 많은 일류 학자들을 참여시키려 는 USC의 개방된 공공외교 팀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 편 집서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어니스트 윌슨은 이후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로 전직하여 새 학장이 되었다. 편집자들과 참여 저자들은 본 편서를 공공외교라는 주제에 대한 결 론으로서가 아니라, 이 분야의 현 상황을 고찰하기 위한 초기 시도로서 제시한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연구와 토론이 활성화되고 관심 있는 학자, 실무자, 학생들이 자료를 얻게 되기 바란다. 21세기에 들어선 지도 10년 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공공외교만큼 연구하기에 적합하고, 커다란 흥 미를 불러일으키며, 진지하게 연구하기에도 좋은 분야는 드물 것이다. 그 리고 이만큼 무지와 과거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분야도 드물지만 또한 이만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내포하고 있는 분야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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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Public Diplomacy in a

1부 공공외교 이론

Changing World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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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장 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 공공외교의 세 층위 제프리 코원 Geoffrey Cowan 아멜리아 아르세노 Amelia Arsenault

지난 수년 동안 논평자들과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공공외교가 가능하려면 국 가 및 사적 행위자들이 타국의 국민들에 대해 독백(monologue)보다는 대화 (dialogue) 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본 논문은 독백과 대화

모두 공공외교의 필수적인 도구이며, 나아가 협동(collaboration) 역시 공공외교의 세 번째 층위로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협동’은 이 논문 에서 분명한 목표가 있는 ‘공동사업( joint venture) 또는 프로젝트에 대한 초국가 적 참여를 특징으로 하는 구상들(initiatives)’로 정의되는데, 이는 경우에 따라 독 백이나 대화보다 더 효과적인 공공외교의 테크닉이 될 수 있다. 이 논문은 이와 관련된 사회과학적 연구를 검토함으로써 공공외교의 세 층위—즉 독백, 대화, 협동—가 각각 어떠한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핵심어 : 공공외교, 독백, 대화, 협동, 사회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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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지난 10년 동안 많은 학자들과 실무자들이 독백 위주의 공공외교에 서 대화에 기반을 둔 공공외교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예를 들 어 Riordan 2004 ;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02).

1997년 미국해외공보처

(USIA)는 대화를 중점적 활동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자신의 사명선언문 (mission statement)을

공식적으로 변경했다.1 ) 독백형식의 단방향 의사소통

과 대화형식의 쌍방적 또는 다방향적 의사소통은 필수적이며, 때로는 다 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필수적인 공공외교의 수단이다. 그러나 학자 들과 실무자들은 대체로 세 번째 방식인 협동을 간과했다. 여기서 협동 은 ‘여러 사람이 공동 사업이나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하도록 하는 구상’ 으로 정의되는데, 이것은 독백이나 대화와 마찬가지로 타국의 대중들을 상대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접근방법이며, 때로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독백, 대화, 협동이라는 공공외교의 세 ‘층위’는 각기 특정한 시기나 상황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 어느 것도 아름답게 공을 들인 연설 이나 선언문이 가지는 시적 감흥이나 명료함, 감동, 그리고 감명을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 것도 사려 깊은 대화와 같이 상호 이 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 또한 그 어느 것도 의미 있는 협동작 업과 같이 충만한 신뢰와 상호 존중의 느낌을 가져다 줄 수는 없다. 지금부터의 분석은 세 층위의 강점과 약점을 살펴보고 각각의 경우 에 적합한 조건을 찾아볼 것이다. 이는 기존의 분류법과 접근법을 대체 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가마다 국제 홍보업무 와 구상들을 관장하는 부서가 다를 것이지만, 공통적으로 공공외교 활 동들은—그것이 단기적이고 수동적이든 아니면 장기적이고 능동적이든 —해외 대중에게 접근하여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관 심을 가지고 수행될 때에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얀 멜리센( Jan Melissen, 2005b)

등이 지적한 것처럼 공공외교는 모든 층위에서 관계 구축에 대해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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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선전(propaganda), 로비, 홍보(public relation) 와 구별된다. 본 논문은 독백, 대화, 협동을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과 수단 및 시기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외국 대중 에 대한 접촉(outreach, 아웃리치) 수단에 대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심도 있 는 평가를 해보고자 한다. 외교관들은 외국 대중에 대해 접근할 때 대중연설이나 이와 유사한 독백과 같이 본질적으로 폐쇄적이고 단방향적인 의사소통의 형식과 수 단을 오랫동안 중시했다. 예를 들어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이 건설된 직후 베를린 시청 발코니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했는데 이는 유래 없는 효과가 있었다. “2천 년 전에는 가장 큰 자랑이 ‘나는 로마 시민이다(civis romanus sum)’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자유세계에서 가장 큰 자랑은 ‘나는 베를

린 사람이다(Ich bin ein Berliner)’가 되었습니다. … 모든 자유인들은 어디 에 살고 있든지 베를린 시민입니다. 그리고 자유인으로서 나는 ‘이히 빈 아인 베를리너(Ich bin ein Berliner)’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Platt 1993, 46)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은 베를린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소련에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영감을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이 연설이 너무 도발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연설은 정치적 웅변이 나 독백만이 가질 수 있는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2 ) 25년 후 또 다른 엄 청난 독백의 순간이 베를린에서 있었다. 그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브 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앞에 서서 “미스터 고르바초프, 이 벽을 헐어내십시오”라고 연설했다. 그러나 생각이나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대화의 방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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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는 것이 더 적당한 경우가 있다. 이후에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실 무경험과 실증적 연구를 통해 보면 사회적 경계들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 기 위해서는 대화의 기제를 사용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정치적 지향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상대의 다른 관점이나 경험에 대해 알게 되고 또 그 관점이나 경험으 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상대방이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 주 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또는 그렇게 믿는 것)으로부터 감동을 받기도 한다. 본 논문의 분류법 중 세 번째 층위인 협동은 공동의 프로젝트를 완 성하거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국가의 시민들이 함께 노력 하는 구상 및 봉사활동을 의미한다. 사회자본에 대한 콜만(Coleman, 1988) 과 푸트남(Putnam, 2000)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연구는 물론이고, 많은 경험적ㆍ역사적 증거들에 따르면 사회적ㆍ정치적 단절들을 좁히기 위한 모 임(association)과 동반자 관계(partnership)의 형성은 광범위한 경우에 걸쳐 서 신뢰와 이해를 조성할 수 있고, 때로는 폭력과 정치적 긴장의 효과도 완화할 수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은 “공동의 이익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전혀 참가한 적이 없기 때문에 동맹이나 동료 사이가 아닌 이웃은 그저 경쟁자(rival)일 뿐이다”고 말한 바 있다(Putnam, 2000, 337, 재인용). 큰 프로 젝트이나 작은 프로젝트나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또한 자신이 중요하다 고 생각하는 최소 한도의 분야에서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을 알게 될 수도 있다. 본 연구가 상정하는 공공외교의 세 가지 양식들은 각각 특정한 상황 에서 장점을 나타내므로, 어떤 시기와 장소에서 어떤 양식을 별개로 혹 은 혼합시켜 사용하는 것이 최선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 다. 물론 맥락(context)이 가장 중요하다. 공공외교의 각 ‘층위’는 그 순간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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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필요성, 화자의 성격, 대상 청중, 화자와 청중의 상호관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대통령이 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유명 언론인이나 사회운동가 에 의한 것과는 다른 함의를 가지며, 또한 배경이나 정부체계, 종교에 따 라 사람들은 같은 커뮤니케이션이라 할지라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 게다가 적절한 개입(engagement)의 양식이나 방법은 세계적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신공공외교”의 현실 변화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Melissen 2005a).

오늘날 해외 봉사사업(outreach initiative)에 참여하는 민간조직과 행위 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초국가적 독백, 대화 및 협동은 정부가 공식 적으로 주관하고 있거나 후원하고 있는 공공외교 범주의 안팎에서 매일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민간사업은 정부의 공식적인 공공외교 전략을 보 완하거나 대안적 모델이 되어줄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의 목 표를 저해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러한 대안적이거나 경쟁적인 커뮤니케 이션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여 긍정적 효과를 조장하고,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며, 필요할 경우에는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이러 한 현실을 염두에 두면서 본 논문은 지금부터 공공외교의 세 층위가 갖 는 강점과 약점에 대한 예비적 고찰을 해보겠다.

독백 (Monologue)

평론가들은 미국이나 특정 국가가 자국의 외교전략을 옹호하기 위 해 독백이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한다고 탄식한다. 대화와 독백 은 일반적으로 서로 대립하거나 병렬 개념으로 제시되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영향력이 컸던 2002년 공공외교에 관한 미국의 외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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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cil on Foreign Relations)

보고서는 “기존의 일방적이고 ‘상명하달(push

-down)’식의 대중 전달과 대조되는 ‘상호적’인 맞춤형 대화를 강화할 것”

을 주문했다(p. 2).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다른 형태의 접촉방식들에 의 해 보완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공공외교에는 잘 만들어 진 독백이 결정적으로 필요한 때와 장소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 터 수사학과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시민과 국가들을 평화, 전쟁, 화해로도 이끌 수 있는 연설이 가지는 능력에 대해 분석해 왔다(예 를 들어 Landtsheer and Feldman, 2000). 대화와 협동이 매우 중요하지만 단방

향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공외교 실 무자들은 스스로 선택에 의해서든 조직상의 급박한 사정 때문이든 많은 경우 독백형식의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사용할 것이다. 따라서 독백이 대 화와 대립적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그보다 일 방적이고 폐쇄적인 양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언제 어떻게 만들어 활용하 는 것이 최선인지 더 많이 고려해야 한다. 만약 한 국가가 세계의 시민들이 자국의 입장을 이해하기 원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의 공식 성명이나 문서를 통하는 것이다. 미국 독 립선언서는 그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독립선언서는 식민상태였 던 국민들의 영혼을 일깨우고 영국의 지도자들에게 도저히 꺾을 수 없는 단호한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의도적・의 식적으로 전세계인을 위한 성명서로서 고안된 것이기도 했다. 제퍼슨은 “인류 전체의 의견을 엄숙하게 존중해서 독립을 촉구하는 대의명분을 선 언한” 것임을 분명하게 설명했다. 독립선언서는 본 논문의 분류에 따르면 독백에 속하며, 독백은 개인 이나 단체에 의해 고안된 내용의 변경 불가능한 형태의 모든 커뮤니케이 션이라고 할 수 있다. 독백은 여러 형태가 있는데, 연설, 사설, 포고문, 언 론보도와 같은 형태와 영화, 서적, 시, 시각예술품 등과 같은 문화작품들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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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전형적인 일방적이고 밀폐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독백들은 일단 아이디어의 시장에 들어가면 향후 대화의 기초로 사용될 수 있으며, 나아가 협동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러나 독백의 기능 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사상과 비전 또는 견해를 전달하는 것이며, 더욱 이 이들을 설득력 있고 명료하게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독백은 자국의 정책, 정체성, 가치 등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공외교의 실무자들이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옹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도된 의사전달은 오늘날의 세계에 서 국가 간 왕래되는 메시지들 중 극소수의 적은 일부일 뿐이다. 세계 커 뮤니케이션 환경은 좋든 나쁘든 단방향 메시지가 매일, 매시간, 매분 단 위로 초국적으로 전송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 션은 대개의 경우 공식적인 공공외교 프로그램의 영역 밖에서 일어난다. 대중 연예물, 세계적 뉴스 흐름, 국내 영역에 대한 정보(종종 오보)의 사적 유통은 국가의 평판을 형성하는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에 불 과하다. 개인이나 공인이 사적인 자리에서 분별없고 부주의하게 한 독백 이 해당 국가의 대외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에서나 개인적으로 이용되도록 작성된 메시지가 자신의 경험과 문화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오해할 수 있는 해외의 청중 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좋든 나쁘든 단방향 메시지가 매일, 매시 간, 매분 단위로 초국적으로 전송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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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정치인들과 공인들은 국제적 청중을 무시하는 행동이 초 래할 수 있는 잠재적 재앙에 대해 힘겹게 배워왔다. 예를 들어 2006년 에 덴마크에서 한 신문사의 마호메트에 대한 풍자만화로 인해 야기된 갈 등이 정점에 달했을 때, 이탈리아 내각의 일원이었던 로베르토 칼데롤리 (Roberto Calderoli)가 이 풍자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이탈리아 국영

방송에 등장한 것 때문에 시위가 발생했고, 리비아 주재 이탈리아 대사 관에 방화가 일어났으며, 결국에는 그 자신도 사임하게 되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공인의 말과 행동이 공인의 자격으로 행한 것인지 개인의 자 격으로 행한 것인지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는다. 당시 국방부 정보 담당 부차관이었던 윌리엄 보이킨(William G. Boykin) 중장은 미국의 몇몇 교회 에서 개인 자격으로 행한 연설의 세부적인 내용이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국제적 분노를 촉발했다. 그는 이슬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신도들에게 “나는 나의 신이 그들의 신보다 위대하다는 것을 압니다. 나는 나의 신 이 진정한 신이고 그들의 신은 우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하 였으며, “테러와의 전쟁”을 “예수의 이름으로 행하는 전쟁”으로 성격을 규정하기도 했다. 오늘날 그러한 발언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독백형식 의 의사소통을 할 때 가능한 한 모든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정 부의 통제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단방향 의사소통의 예기치 못한 낙진 (fallout)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 대처해야 한다. 즉 공공외교의 한 층위

로서 독백은 적극적으로 주장을 펼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을 뿐만 아 니라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면 국가 간 관계나 국가 의 명성을 훼손할 수도 있는 단방향 의사소통을 바로잡거나 변경하기 위 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인기 없는 외교정책을 전부 포기하거나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할 만 한 문건을 국경 밖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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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경우에 따라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 도발 적이고 심지어는 선동적일 수도 있는 모든 의사소통을 막는 것도 불가 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공공외교 관계자들은 문제의 발언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토론을 할 수 있는 회의와 토론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분란의 원 인들을 독백을 대화로 전환시키기 위한 좋은 기회로 활용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공무원이 개인 자격이라도 도발적인 발언을 한 경우에 국 가는 해당 공무원의 상사가 강하게 질책하게 하거나, 야당이나 언론의 공격이나 청문회를 통해 무마하거나 피해를 완화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는 해당 공무원을 해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독백을 공공외교의 한 층위로서 생각할 때 실무자들은 공식 외교 기조를 위반하거나 훼손하는 단방향 의사소통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 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또한 국가 차원의 의사소통을 일관적으로 일치시키는 전략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종종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국가 내에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고, 국가는 하나의 통일체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이 때때로 공공외교에서 매우 효 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전략은 적어도 두 가지 측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국가가 민주적 토론을 지지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고, 둘째는 정권이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동 적으로 해외에서 그 국가나 국민을 싫어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종분리주의 정책이 전세계적으로 비판받고 있었던 1950년대에 USIA가 후원한 흑인 가수들의 재즈 순회공연은 미국 공공외교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해외활동 중 하나였다. 1955년 뉴욕타 임스의 스톡홀름 특파원이었던 펠릭스 빌레어(Felix Belair)는 “미국의 비 밀병기는 단조의 블루 노트(blue note)”라고 쓰면서 루이 암스트롱을 “가 장 유능한 대사(ambassador)”라고 평가했다(Von Eschen 2004, 10). 최근 사 례로는, 국무부가 부시 행정부와 이라크 전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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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치적 시위와 노조 집회에서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한 ‘오조매틀리 (Ozomatli)’라는 밴드의 중동 순회공연을 후원한 것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인권운동과 남아공의 인종차별 반대운동은 한 국가의 정책까지는 아니 더라도, 사회적 이견이 그 국가나 국민에 대한 공감을 확산시키는 데 있 어서 중대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들이다 (Dudziak 2000).

물론 많은 공공외교 실무자들에게 정부의 평판을 개선하

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경을 넘어 흐르는 목소리 와 의견들의 범위를 확장시킴으로써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온전 히 지키면서 해당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억제시킬 수도 있다. 다음 절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상대방 국민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하 고 국내적인 이견과 다양성을 때때로 강조하는 것은 의사소통의 방식이 독백일 경우에만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독백이나 폐쇄적인 의견발표가 공공외교에서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 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독백은 심각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단방 향 의사소통은 청중들의 피드백이나 비판적 반응을 들을 수 있는 기회 를 제공하지 않거나 허락하지 않는다. 여러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청 중 반응의 예측불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Katz and Liebes 1985 ; Ang 1985).

이런 비슷한 결과가 공공외교 홍보활동(campaign)에서도 발견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외교부의 커뮤니케이션 국은 “Canada- Cool-Connected”라는 슬로건 아래 캐나다 해외 홍보 구상(Promoting Canada Abroad Initiative)을

출범시켰다. 이 전략은 연설, 보도자료, 인터넷

출판 등의 수단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캠페인은 폐기되었는데, 이유는 ‘cool’이라는 단어가 본래 의도한 평안하고 멋지다는 뜻보다 캐나 다 기후의 특성인 ‘얼음 같은’이나 ‘추운’과 같은 단어를 더 떠올리게 한 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독백적 의사소통은 나름대로 확고한 평판을 가지고 있는 국가에게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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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특히 복잡한 성격을 띈다. 예를 들어 미국에 와본 적이 없는 사람이 라도 자신이 미국의 생활방식과 문화에 대해 전문가라고 생각할 수 있 다. 이들은 텔레비전과 뉴스, 영화, 음악,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같은 상 품을 통해 매일 미국의 이미지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문화적, 정치적 정체성이 강한 다른 나라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3 ) 게 다가 전통적인 단방향 공공외교 메시지는 자주 의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또 식민주의의 유산이나 경제사회적 불균형이라는 문제로 인해 그 효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단방향 의사소통 전략은 중요한 순간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정책 설 명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단방향 의사소통은 BBC나 미국의 소리와 같은 국제방송사들이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을 후원하는 국가나 정부의 부끄러 운 사실을 밝힐 때에 정직하게 보도함으로써 신뢰성을 제고하는 데 도 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화와 협동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 바 관 계 형성에 초점을 맞춘 의사소통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역시 중요할 것이다.

대화 (Dialogue)

1961년 당시 린든 존슨 부통령은 USIA가 계획한 친선방문을 목적으 로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그런데 이 여행은 존슨이 행한 연설이 아니라 바쉬르 아마드(Bashir Ahmad)라는 맨발의 낙타 몰이꾼과의 우연한 대화 로 유명해졌다. 군중 사이를 지나다 존슨은 아마드와 간단한 대화를 나 누게 되었는데, 끝에 “당신들 모두 미국으로 나를 방문하러 오시오”라는 말을 했다. 그 다음날 현지 신문들은 존슨이 가진 것 없는 사람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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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시도한 점과 아마드를 미국에 초청한 것을 칭찬했다. 파키스탄에 있 던 USIA 관료들은 존슨의 비서들에게 존슨이 그 초청을 이행하지 않는 다면 중대한 공공외교상의 문제가 생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결과 아 마드는 존슨을 방문했고, 미국 전역을 여행했으며, 심지어 포드 자동차 회사로부터 공짜로 트럭을 받기까지 했다. 그는 파키스탄에 영웅이 되어 돌아갔고, USIA 관리들은 그의 방문을 미국의 파키스탄 대민접촉 확대 활동(outreach)에 있어서 가장 큰 성공 사례로 여겼다(Dizard 2004, 95~96 ; Time Magazine 1961). 물론 아마드와 같은 사례가 또 생기기는 어려울 것이

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정부(또는 정부의 대표들)가 자신이나 자 신 같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낄 때 에 우호적인 감정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많은 공공외교 학자나 실무자들은 국가 간 대화의 증대, “국제 공 론장(international public sphere) 형성”, 그리고 “문화들 간의 대화(conversation of cultures)”의 1994).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Lynch 2000 ; Blaney and Inayatullah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비롯하여 로만 헤르조크(Roman

Herzog)

독일 대통령, 아랍연합의 아미르 무사 (Amir Musa) 의장에 이르

기까지 많은 공공외교의 지도자들은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iordan 2004 ; Lynch 2005).

문화들 간의 대화가 훌륭한 목표이긴 하지만, 이는 정

부의 대표나 민간인이 호텔 회의장이나 온라인 채팅방에서 만나든 간에 개인 간의 대화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대화관계는 더 폭넓은 “문명들

문화들 간의 대화가 훌륭한 목표이긴 하지만, 이는 정부의 대표나 민간인이 호텔 회의장이나 온라인 채팅방에서 만나든 간에 개인 간 의 대화로부터 출발한다.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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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대화(dialogue between civilizations)”라는 건축물로 나아가기 위한 벽 돌의 역할을 한다. 갈등 해결과 예방에 있어 대화가 잠재적으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 는 힘을 강조한 많은 이니셔티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말하는 드럼’ 프 로젝트(the Talking Drum project)는 라이베리아(Liberia)에 근거지를 두고 있 는데, 서아프리카 전역에 걸쳐서 이민족 간의 평화구축과 화해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한다. 이를 보완하는 ‘공통점을 찾아서(Search for Common Ground : SFCG)’라는

프로젝트는 코트디부아르,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에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폭력사태의 이유와 해결방안에 대한 세대 간 대화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토론을 위한 중립적인 무대를 만들어 서아프 리카의 청소년들이 평화정착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구상이다. 좀 더 폭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는 ‘평화의 씨앗(Seeds of Peace)’이 있는데, 이는 인도와 파키스탄 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같이 적대적이거나 분쟁 중인 국가로부터 10대들을 3주 동안의 여름 캠프에 소집해서, 참가자들을 소규모 집단으로 나누고 스 포츠와 다른 여가활동 중에 대화를 시키기도 한다. 철학자, 정치학자, PR 관련 학자들은 대화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무수히 많은 이론들을 만들었다(예를 들어 Habermas 1987 ; Buber 1958 ; Ellinor and Gerard 1998).

이러한 맥락에서 ‘대화’는 생각들과 정보가 교환되

고 의사소통이 ‘상호적(reciprocal)’이며 ‘다방향(multidirectional)’인 여러 상 황을 말한다. 대화에는 다양한 형태와 수준이 있다. 생각과 정보는 엘리 트들이 참석하는 공식적인 정상회담이나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회의, 시 청자들이 전화로 참여하는 토크쇼, 웹사이트 등을 통해서 교환될 수도 있고, 상이한 문화를 가진 일반 시민이 스포츠, 영화, 예술 프로젝트 등 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교환될 수도 있다. 마틴 부버(Buber 1958)는 대화적 의사소통에 대한 가장 영향력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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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가 중 한 사람인 “기술적인 대화”와 진정한 대화를 유용하게 구분했 다. 기술적 대화란 단순히 생각과 정보가 교환되는 것이라고 보는 반면, 진정한 대화란 참가자들이 진정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꺼이 공개적 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그 속에서는 통제와 지배의 느낌이 최소화된다. 진정한 대화와 기술적 대화 모두 공공외교의 목적을 증진시키는 데 유용 한데, 그 이유는 그러한 정보 교환 행위나 정보를 교환하려는 의지를 보 여주는 것 자체가 때때로 보다 깊은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전 화 참여 토크쇼를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도입하기 훨씬 쉬워졌 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1994년부터 “독백에서 대화로(from monologue to dialogue)”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질문이 언급되고, 자신들의 견해를 직접 청취할 수 있고, 또 자 신들이나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대화의 구성원이란 믿음을 가질 경 우 더 경청을 하고 의견을 수용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가설에 근거했 다. 미국의 소리는 자신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전세계로부터 도달하는 다양한 의견이나 도전에 직면하여 수정될 여지가 있을 때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가정했다. 미국의 소리가 12개 이상의 언어로 전화참여 쇼프로 그램을 송출하기 시작한 것이 이러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분명하게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4 )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공개방송이 누가 전화 를 걸고 그들이 무엇을 말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1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 방송들은 여 전히 성행하고 있다. 독일의 해외 방송업체인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 또한 대화방 식의 의사소통을 방송전략에 편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여러 구상들 을 새롭게 만들었다. 도이체 벨레의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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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문화들 사이의 대화(Dialogue of Cultures)”인데, 이는 독일과 아랍세계 저명한 사상가들의 중요 주제에 대한 토론이 주된 특징이다(Zollner 2006, 174). 이 방송의 청취자들이 이런 도이체 벨레의 전략에 믿을 수 없을 정

도로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또 “아랍민족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성립” 하려는 이 방송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Lucassen and Zollner 2004). 이 토크쇼들은 독백 방식을 뛰어넘어서 대화방

식의 공공외교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례들이다. 공공외교 에 있어서 전화 참여 토크쇼가 시사하는 바와 같은 대화 모델의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들어주기를 바라는 인간의 보편적 욕구에 호소하는 것이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난한 자의 목소리(Voices of the Poor)’는 세계은행(World Bank)이 실 시한 빈곤선(poverty line) 아래에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전세계 60만 명에 대한 유명한 조사인데, 이 또한 경청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기본 적인 인간 본성이란 점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다(World Bank 1999). 연구자 들은 조사 대상들이 국적, 인종, 이데올로기, 종교, 환경과 상관없이 공 통적으로 “목소리(voice)”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비록 이 연구에서는 조사된 사람들이 속한 자신의 공동체와 사회 내에 서 남들이 들어주기를 바라는 욕구를 강조했지만, 이에 근거해서 전세 계 사람들이 미국 및 다른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이웃 국가의 지도자들 에 대해서도 똑같은 욕구를 가진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표 현할 기회와 경청될 기회, 대화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외교 관계자들은 인간들이 갖는 이러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공공외교와 관련해서 대화가 갖는 효과에 대한 실험적 연구는 거의 없는 데 반해, 한 세기 동안의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경청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거의 보편적인 인간의 특성임을 보여주고 있다. 상호적인 의사소 통은 개인 간의 관계를 지속하는 데에 필수적이며, 가장 유능하며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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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지도자들의 상당수는 그들이 말하는 능력만큼이거나 그 이상으로 잘 듣는 사람들이기도 하다(April 1999). 사람들은 대화에 참여하게 되면 자신에게 부과되는 요구나 부담에 대해 보다 우호적으로 반응한다(Dolinski, Nawrat, and Rudak 2001).

민주화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자들도 개인들

이 토의와 토론에 참여할 기회를 갖는다면 반대의 견해를 가진 사람들 에 대해 우호적으로 느끼게 되는 경향이 있고, 또 정치적 결과에 대해서 도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Delli, Carpini, Lomax, and Jacobs 2004 ; Lind and Tyler 1988 ; Tyler 1994).

공공외교 실무자들은 경청에 대한 공통의 욕구와 이를

충족시킴으로써 생겨나는 이득을 잘 이해함으로써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04년 재선운동 기간 동안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이 “세계적인 평가(global test)”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함으로써 대통 령 후보자 두 명 모두 다른 국가나 실체에게 미국의 정책결정에 대한 거 부권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떠한 나라도 다른 국가들에게 거부권을 주기를 원하지 않지만, 다른 사회의 사람들에 게 투표권이 아닌 목소리를 내도록 허용하는 것이 도리에 맞을 때가 있 다. 대화를 통해 외교정책에 대한 입장이 변경되거나 변경된 외교정책 결 정에 대한 의견이 변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듣고 자 하는 의지와 사려 깊은 다른 목소리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려는 의지 를 갖는 것은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적어도 최소한 당사자들이 자신의 정책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명확히 표현 하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해당 국가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학문적・문화적 교류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제창자 중의 하나인 풀브라이트(William J. Fulbright) 상원의원은 “오랜 역사를 볼 때 당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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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을 갖는 것이 잠수함을 하나 더 얻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Simpson 1988에서 인용)고 주장했다. 풀브라이트의 발언 은 사람들이 국가의 입장에 ‘동의(agree)’할 정도는 아니지만 국가의 입장 을 ‘이해(understand)’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화는 합의에 도 달하거나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보다는 관계를 개선하고 이해를 증진시 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부버(Buber, 1958)에

따르면 양 당사자들이 서로 존중하며 듣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

고 관계를 맺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을 관계의 목적으로 볼 때 진정한 대화가 일어난다. 홍보(PR)학자인 켄트와 테일러 (Kent and Taylor, 1998)가 지적했듯이 이상적인 형태의 대화는 단지 대화뿐

만 아니라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 형성을 위한 기반이 되는 것이다. 즉 대화는 과정인 동시에 결과물이기도 하다(p. 323). 미국이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이기 때문에 전세계 사람들은 대개 가 미국 정부 및 미국인들과 더 많은 대화 통로를 원하거나 때로는 심지 어 이를 요구하며, 다른 방도가 없을 때는 대화 통로를 만들려고 적극적 으로 시도한다. 최근 몇 년간 해외 및 미국 내의 의식 있는 시민들이 미 국과의 대화를 위한 사적인 장을 제공하려는 시도로 Theworldvotes.org, www.apologiesaccepted.com, www.sorryeverybody.com, loveushateus.com과 같은 웹사이트나 the Open Democracy : My Letters to America Project (열린 민주주의 : 미국으로 편지 보내기 프로젝트)와 같은 프로그램 을 만든 바 있다.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한 소망은 미국이 자신의 목소 리를 들어주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무역에서부터 인권이나 무력충돌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세계적 강대국들이나 이웃 나라, 지역 강대국들이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 기를 바라는 소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서 핵심은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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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소리가 경청되고 있으며, 그들이 의견을 표출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느끼 도록 만들기 위해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란 점이다. 경청을 통해 정부는 불필요하게 평이 좋지 않을 수도 있던 정책을 보다 적절하게 만들어 제 시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사회심리학, 정치학 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올바른 대화의 조건에서는 사회적 장벽을 극복하거나 그룹 간에 우호적인 감정 을 만들거나 증진하는 데 필수적이란 점을 보여주는 다수의 증거를 제공 한다.5 ) 독백은 정보나 감동을 주기 위해 중요하다. 그렇지만 정보는 아 무리 잘 다듬어져 개인의 편견이나 틀에 박힌 생각을 버리도록 만드는 데 제한된 능력밖에 가지지 못한다. 공공외교에 있어서 하나의 층위로서 대화는 이성적인 사람들은 의견을 달리할 이성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 다는 것을 강조하는 상징적 제스처로서는 물론이고, 틀에 박힌 사고를 극복하고 사회적 경계를 뛰어넘는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으 로서도 중요하다. 1954년 올포트(Allport)는 틀에 박힌 생각을 극복하고 그룹 사이의 사 회적 간극을 치유하는 데에 있어 정보의 일방적인 제공보다는 적절하 게 구성된 상호작용이 훨씬 더 효과가 있다고 가정하는 “접촉가설(contact hypothesis)”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에

관계가 가장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 (1) 참여자가 동등한 지위나 참 여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2) 스포츠 팀이나 지역주민단체(neighborhood association)의 발전 등과 같은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 (3)

개별 그

룹 간의 관계나 접촉에 있어 경쟁이 없을 것, (4) 사회적 규범이나 공동 체의 권위에 의해 관계가 지지를 받을 것. 지난 반세기 동안 많은 사회심 리학자들은 올포트의 가설을 지지하는 많은 근거를 발견했다. 예를 들 어 1950년대 인종 간 분리를 금지한 공공주택 정책의 효과에 관한 연구 들은 대화의 기회가 편견을 해소하는 데 중요했음을 보여주었다. 흑인 이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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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에게 가벼운 인사만 나눴던 백인 세입자들 중 겨우 3분의 1만이 흑인 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가 생겨났다. 그러나 대화를 한 사람들 중에는 절 반이, 다양한 상호 교류활동을 했던 사람들 중에는 4분의 3이나 인종에 관한 긍정적인 견해를 갖게 되었다 (Wilner, Walkley and Cook 1955, as cited in Pettigrew 1998).

미국 내의 중국 학생(Chang 1973), 서아프리카에서의 다른

인종 간 작업환경(Bornman and Mynhardt 1991), 노년층(Caspi 1984), HIV에 걸린 사람들(Werth and Lord 1992)을 포함한 많은 주제에 대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찾을 수 있다.6 )

협동 (Collaboration)

독백과 대화 둘 다 적절한 상황 하에서는 외교정책을 홍보하고 해외 에서 자국에 대한 이해, 존중, 관계 형성을 증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공공외교 정책을 만들거나 가다듬는 일을 하는 사람 들은 (많은 공적ㆍ사적인 행위자들이 이런 작업을 실행해 왔지만) 외국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의미의 협동을 오늘날까지 대개 간과해 왔다. 협동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어떤 것은 공통의 문제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을 중점적으 로 다루고, 또 다른 것은 공동의 비전을 발전시키는 데에 맞춰져 있으며, 일부는 건물 등과 같은 물리적인 프로젝트의 완수를 포함하기도 한다 7)

(Gray 1989 ; Logdon 1991).

공공외교의 한 형태로서 협동은 서로 다른 국

가들의 참가자들이 한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구상을 말한다. 이 프 로젝트들은 연극을 공연한다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것과 같이 끝나는 시 기가 분명한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재해에 대한 재 건 노력에 협동하여 참여하는 것 같이 규모가 더 크고 장기간일 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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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협동은 거의 예외 없이 참가자와 이를 주관하는 이해관계자 사이의 대화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대화에 국한되지 않고 구체적이며 분명한 목적이나 결과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유용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대화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각각 상대방 에 대해 더 잘 이해하며 자리를 떠날 수 있다. 그렇지만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성취한 사람들은—집, 학교 또는 교회를 짓거나 노래를 한 곡 작곡했거나 스포츠 팀에서 나란히 운동을 같이했거나—그들의 공동 경 험이나 성과에 영원히 구속되게 된다.

협동은 거의 예외 없이 참가자와 이를 주관하는 이해관계자 사이의 대화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대화에 국한되지 않고 구체적이며 분 명한 목적이나 결과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유용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많은 학자들이 갈등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상위(superordinate)” 목적들이 갖는 잠재력에 대해 저술한 바 있다. 1958년 무자퍼 쉐리프(Muzafer Sherif)가 만든

상위의 목적이란 단어는 “갈등관계에 있는 둘이나 그

이상의 그룹 구성원들에게 강렬하고 매력적인 목표들로서 개별적인 자 원과 에너지로는 성취될 수 없는 것”을 지칭한다(pp. 349~50). 어린이 사 이의 갈등 해소에 관한 연구에서 쉐리프는 협동 프로젝트가 화해를 조 성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슈테펀 라이언(Stephen Ryan 2007) 은 수많은 성공적인 협동 사례를 인용하며 마찬가지로 상위의 목적이 사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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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적 분절이 있을 때 신뢰와 상호 이해를 함양할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유엔개발계획(the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 UNDP)은

“협력과 신뢰를 위한 행동(the Action for Cooperation and

Trust)”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는 키프로스 섬의 경계 역할을 하

는 그린 라인(Green Line) 양쪽으로부터 그리스계 키프로스인들과 터키계 키프로스인들을 함께 불러 키프로스 섬 전체에 이익이 되는 공동 프로 젝트를 위해 같이 일하도록 한 것이었다. 레바논에는 “스포츠를 통한 통 합(the Unity through Sports)”이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여기에는 스포츠 행 사에 종교 분파를 뛰어넘어 다양한 청소년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북 아일랜드의 “상이한 드럼들(Different Drums)”이란 프로그램은 가톨릭 신 자 음악가와 개신교 음악가를 연결시키는 것으로서 “여전히 서로 다른 드럼 소리에 맞춰 행진하지만” 함께 연주하도록 한다. 이것들은 협동 프 로젝트들의 몇몇 사례들이며, 일반적으로 “공공외교”로 간주되지는 않지 만 분열을 메우고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갈등 해소에 관한 연구자들이 종종 협동의 이점을 강조하지만, 이 에 반해 공공외교에 관한 광범위한 문헌들을 검토해 봐도 상이한 나라 나 국민들 사이의 협동이나 협력 프로젝트가 공공외교에 가져다 주는 이 점을 지적하는 연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미국 정부의 보고서들은 특히 9/11 이후에 공공외교 캠페인을 시행에서 정부와 민간 사이의 협동을 증 대시킬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예를 들어 Djerejian Report 2003 ;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2006).

벤 마이어(Ben-Meir 2004, 2005)는 중동지역에서

공동체 내부의 협동을 특징으로 하는 개발 프로젝트들에 대한 자금지원 이 공공외교에 가져올 이점을 지적했다. 『분열 시대의 영국 공공외교』 (British Public Diplomacy in an‘Age of Schisms’ )란

책에서 레오나드와 스몰

(Leonard & Small 2005)은 보다 광의의 맥락에서 신뢰구축 행위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하면서 협동의 이점을 언급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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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은 공동의 정책 목표를 증진함에 있어서 상이한 국가 출신의 공공 외교 실무자들 사이에 보다 많은 협동이 필요함을 지적하는 것이었으며, 이런 주장에는 멜리센(Melissen 2005b)과 로스(Ross 2003)도 동조하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중요한 점들로서, 요점은 공공외교 학자들과 실무자들은 공공외교의 장 뿐만 아니라 때때로 공공외교의 가장 중요한 형태로서 국 제적 협동에 주목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말이다. 협동의 이점은 다양한 상황 하에서 많은 유수한 학자들이 인정한 바 있다. 팀 구축, 비즈니스 협력, 사회자본, 갈등 예방, 민주주의 구축, 그리고 개발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한 연구들은 모두 협동적 노력이 공공 외교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접촉(contact)에 관한 연구들은 그룹들 간의 프로젝트가 정보 가 교환될 수 있는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각 그룹이 갖 는 편견에 배치되고, 그룹에의 귀속감을 약화시키거나 동조 압력이나 급 진주의를 완화시킬 수 있는 외부적 충성심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 었다 (Nelson 1989). 서구와 비서구권 기업에서 수행된 연구들은 협동 프 로젝트에서 일하는 사원들이 그들의 동료와 상관들에 대해 더 높이 평 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Nelson 1989). 또한 협동에의 참여는 그것이 사 회규범을 충족시키고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조직의 대외적인 정당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DiMaggio 1988). 간단히 말하면 협동적 노력에 참여함으로써 참가자들은 동료 협동

자와 후원자들, 여타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 협동의 이점에 관한 가장 큰 정보원은 바로 사회자본에 대한 방대 한 연구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콜만(Coleman 1988)과 푸트남(Putnam 2000)이 발전시킨 사회자본의 핵심 아이디어는 프로젝트, 네트워크, 공동

체 안과 공동체 사이의 파트너십은 가치가 있는데, 그 이유는 이것이 사 회의 신뢰를 낳고 상호주의 규범을 함양하며 위기 때 소중한 역할을 할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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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신용의 상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넘게 민주주의 구축, 국제개발, 공동체 구축 등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은 사회자본 관 련 프로젝트들을 포용했다. 세계은행은 개발구상의 중심에 사회자본 구 축 프로젝트를 두었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은 VELUGU의 최대 자금 공 여자인데, 이것은 SERP(the Society for the Eradication of Rural Poverty)의 한 프 로그램으로서 인도의 가장 빈곤한 공동체에서 여성들의 자조 그룹과 마 을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체 코디네이터들 통해 운영된다.8 ) 2004년 쓰나미가 발생한 이후에 VELUGU의 수혜집단들은 구호와 재건 노력에 있어 소중한 역할을 했음이 밝혀졌다. 아직도 사회자본 형성에 있어 이상적인 조건들, 사회자본 프로젝트 들 중 결속형(bonding 집단 내)과 가교형(bridging 집단 간) 사이의 상대적 유 용성 등에 대해서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9 ) 그렇지만 인종적·사회 적·민족적·성적·국가적 분열을 메우는 프로젝트들과 단체들이 (1) 민 주주의 구축에 필수적이고, (2) 사회적·정치적 신뢰를 증진시키며, (3) 사회적·정치적·인종적 갈등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점차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Putnam 2000 ; Varshney 2003). 여러 연구가 공통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과 네트워크 참여가 참여 자 간 기존 신뢰에 의존하기보다 선순환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주었 다. 이러한 네트워크에의 참여자들은 신뢰의 유대를 형성하고 장래에도 서로 협력할 가능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General Social Survey(GSS, 시 카고대학이 2년마다 실시하는 일반 사회조사)의 (Brehm & Rahn 1997)은

데이터를 활용해서 브렘과 란

시민단체 참여가 대인적 신뢰와 긍정적인 관계에

있으며, 이것은 자신들의 모델에서 가장 강력한 상관관계 중 하나였다. 더구나 빔(Beem 1999)과 여타의 학자들은 개인들 간의 신뢰가 높을수록 사회 전체의 신뢰가 높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즉 “개인 간의 신뢰는 낯선 사람들 간의 신뢰가 되고, 사회적 기관들 전반에 대한 신뢰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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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사회 전체 내에 공유된 가치, 미덕, 기대들의 체계를 형성한다”(p. 20). 이러한 연구들은 또한 사회자본 프로젝트들이 긍정적인 사회규범을 강화하고 개인주의를 뛰어넘는 공동체 정신을 함양할 수 있다는 점을 제 시한다. 유럽 및 비서구권 국가에 대한 거시적 수준의 연구에서 브욘스 코프(Bjornskov 2003)는 강력한 네트워크와 협동조직들의 존재가 부패의 감소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여러 조사가 가교형 사회 자본이 민족 간 갈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안정성을 제고시킬 수 있음을 강조했다(예를 들어 Colletta and Cullen 2000 ; Varshney 2003). 20세기 내내 인 도의 인종갈등의 발전과정을 검토하면서 바슈니(Varshney 2003)는 지역공 동체 사이의 “활발한 단체활동” 엘리트들의 양극화 전략에 대한 강력한 억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발견했다(p. 2). 바꿔 말하면 강력한 가 교형 사회자본이 있는 인도지역에서는 민족 간 갈등이 완화되었던 것이 다. 나라얀 (Narayan 1999)은 국가 내의 사회자본에 대해 국제적인 거시적 수준의 분석을 행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하고 사회적 결속력이 있으며, 높은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나라들에서는 “교차적 사회자 본(cross-cutting social capital)”(즉 계급, 인종, 민족, 교파를 초월한 집단들과 임의적 단체 들)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구나 실패한 정부를 가진 국

가나 지자체들은 가교형 사회자본이 많을수록 보다 부유하고 정부 붕괴 의 문제점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대응전략(예를 들어 지역사회가 운 영하는 학교, 진료소, 물물교환 프로그램 등)을 수행할 가능성이 컸다.

물론 협동 노력이 실패하거나 의도하지 않았고, 간혹 바람직하지 못 한 결과를 낳은 사례가 분명히 존재한다. 협동이 장기적으로 긍정적 관 계를 불러오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협동이 이 잠재력 을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협동을 통한 접촉이 가져오는 이점을 방해 하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느끼고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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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으로 인해 진행과정이 괘도를 이탈하고 당사자들이 프로젝트 목표 에 반대하거나 중도에 마음을 바꾸기 때문에 많은 협동이 실패로 돌아 간다(Gray 1989 ; Nelson 1989 ; Huxham and Vangen 2005 ; Lawrence, Hardy, and Phillips 2002).

일반적으로 협력은 타협을 필요로 하고, 공동 프로젝트는

종종 최선의 실행방안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인해 지장을 받는다. 먼저 자국 유권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정부들은 종종 그러한 타협 을 할 수 없거나 꺼려한다. 그렇지만 외교관들 사이의 갈등 협상은 공공 외교 구상에서 방지되거나 적어도 완화될 수 있는 많은 외부효과를 수반 한다. 협동의 이점은 흔히 과학적인 발견, 한 곡의 음악 완성, 교회나 학 교 건설과 같이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고 구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 는 프로젝트들을 통해 가장 잘 성취할 수 있다. AIDS 예방에서부터 지구 온난화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문제들과 씨 름하는 문화적 리더십 그룹 사이에서의 과학적인 동반자관계 형성 사례 는 많다. 정치적 집단들은 세계적 회의에 함께 모여 국제지뢰금지운동(International Campaign to Ban Landmines)과 같이 대단히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

기도 했다. 문화적 협동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소위 말하는 “머펫 외교(Muppet Diplomacy)”이다. 유명한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소유하고 제작하는 세서미 워크숍(Sesame Workshop) 은 다양한 나라에서 항상 현지의 공동제작자나 조력자들과 함께 24개의 상이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각각의 경우 이 프로그램은 현지의 이슈와 현지의 문화규범을 다룬다. 머펫 외교는 협동이 참가자들에게 이득이 되 며 독백형식의 의사소통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방식으로 관객들의 반향 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서미 스트리트는 미국 공영방송으로부터 발전된 것이고, 많은 면에서 미국이 투사하기를 원하는 가치들을 표현한 다. 하지만 세서미 스트리트가 인기가 있는 것은 현지의 협동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현지의 주제, 등장인물, 진실성, 적절성 등을 제공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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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인 것으로 보인다. 재즈에서부터 힙합까지 음악적인 협동은 참가자들이 더욱 친밀해지 고 또 청중과도 성공적으로 교감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인 데, 이것은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 (Daniel Barenboim)과

미국에서 활동하던 팔레스타인 출신 작가이자 평론

가인 작고한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가 설립한 것으로서, 78명의 13 세에서 26세 사이 유태인 및 이슬람 음악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오케 스트라는 전세계를 여행하며 인기 있는 콘서트와 클리닉을 제공하고 있 다. 미니 지크리(Mini Zikri)라는 이집트인 바이올리니스트의 말이 특히 인 상적이다. 동료인 텔아비브 출신의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는 “이미지 는 커다란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자살폭탄은 특정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며, 군사작전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들이 사람의 머릿속 에 고정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그녀를 다시 볼 때 나는 ‛여기에 내 친구 가 있다’라고 생각하지 ‛여기에 이스라엘인이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Usher 2002).”

문화는 지역적 파트너십 형성을 위한 중요한 추동력인 동시에 협동 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인종차별 정책(Apartheid) 폐지 이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프리카 르네상스 캠페인으로 탁월한 성공을 경험했는데, 이 는 다면적인 프로그램으로 범아프리카 경제 자유화와 통합, 민주화, 평 화구축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넬슨 만델라가 “[아프리카] 사람들 의 문화를 재탈환하고 예술적 창조성을 진작시키기 위한 아프리카의 창 조적 과거의 재발견”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것을 실현하려는 시도였다 (Mandela 1994).

이 프로그램은 가나의 말인 우분투(ubuntu)에서 가져온

것으로, 대략 “나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만 인간이다”라고 번역된다. 이 를 문화 통합의 주제로 활용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전 대륙의 아프리카

1장_독백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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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 컨퍼런스, 연구소, 경제개혁(예를 들어 the New Economic Plan for African Democracy),

아프리카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의 재발견과 재통

합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활동에 있어서 서로 협력하도록 요청했다. 스포츠, 특히 문화나 국가적 경계를 초월해서 구성된 팀들을 출연시 키는 스포츠 행사는 관계구축에 비옥한 토양을 제공할 수 있다. 파키스 탄인 퀘레시(Aisam-Ul-Haq Qureshi)와 이스라엘인 하다드(Amir Hadad)는 국내외 비판에도 불구하고 복식조를 구성해 2002년 미국 오픈과 윔블던 대회에서 함께 경기를 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팀은 “테니스를 통한 관용”을 증진시켰다는 이유로 아더 애쉬 상(Arthur Ashe Humanitarian Award)을 수상했다. 2007년 7월에는 시아, 수니, 쿠르드족으로 구성된 이

라크 국가대표 축구팀의 2007년 아시안컵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시민들 이 거리로 몰려나오자 이라크에서 폭력사태가 잠시 중단되었다. 바그다 드 출신의 한 남성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정부가 할 수 없었 던 것을 그들이 했다. 우리는 수니도 없고 시아도 없다는 것을 세계에 보 여주길 원한다. 그들은 정치적인 블록으로서 서로 싸운다. 이제 당신들 은 수니, 시아, 쿠르드, 크리스천, 야지디 사람 모두를 다 보고 있다. 우 리는 텔레비전을 함께 시청하는 형제들과 같다”라고 말했다(Farrell 2007). 물론 이런 환영행사는 야만적인 종파 간 폭력의 일시적인 연기에 불과했 다. 슬프게도 축구팀 멤버 중 상당수는 승리 이후 이라크로 돌아가길 거 절했는데, 그들이 이라크 땅에서 함께 경기를 한다면 그들이 암살의 표 적이 될 것이라고 겁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현대 이라크에서 국민통합의 희망을 준 소수의 사례 중 하나로 그룹 간 협동의 잠재력을 강력하게 보여준 사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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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새로운 방향 (New Directions)

공공외교 관계자들이 장려하고 복제하거나 확대 실시할 수 있는 수 많은 초국가적인 협동 사례들이 있다. “민간외교(citizen diplomacy)” 또는 소위 말하는 “트랙 투 외교(track two diplomacy)”의 중요성에 대해 오랫동 안 높은 평가가 있었다. ‘People to People International’, ‘국제 방문자 리더십 프로그램(the International Visitors Leadership Program)’, ‘베이징에 있 는 환경보호를 위한 중일 우호센터(Sino-Japan Friendship Center for Environmental Protection in Beijing)’

등은 주로 국제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민간인

들의 폭넓은 상호 연계를 촉진하는 조직의 예이다. 교환 프로그램은 필 수적이며, 실제로 몇몇 위대한 동맹들은 이와 같은 이니셔티브에의 참여 를 통해 시작된다. 그렇지만 대화와 교환을 뛰어넘어 공동 프로젝트와 협동적 노력으로 민간외교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인터넷과 다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들도 대화나 독백형식의 의 사소통뿐만 아니라 국가 간 협력을 증진시키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 고 있다. 몇몇 국가들은 이미 이러한 의사소통 기술들이 정보 제공과 대 화에 기반을 둔 구상들에 대해서 갖는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독일 정부 는 Quantara (다리를 의미)라고 불리는 온라인 포털을 후원하고 있으며, 이 와 유사하게 이집트 정부도 문화 간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IslamOnline 을 창설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은 전세계적으로 2백만 이상의 사용자들이 활동하는 Second Life라는 가상현실 세계의 거주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 “세상(world)”을 “아바타 (avatar)”의 형태로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용자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커뮤

니티를 구축하며, 심지어는 집도 사고 가상 사업을 시작한다. 스웨덴,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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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니아, 몰디브는 이 가상세계의 시민들과 닿기 위해 세컨드 라이프에 가상 대사관을 설립했다. 오늘날 웹 2.0 어플리케이션, 가상세계의 부상, 온라인 게임 사이트 들의 성장은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온라인 정보 포탈 및 아 웃리치(outreach) 캠페인을 뛰어넘어 기반이 훨씬 더 넓은 협력 형태들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진화하고 있는 기술과 소프트웨어 의 적용은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놀랄 만한 국제협력 사례들이 이미 온라인에서 무수히 벌어지고 있다. 이미 전세계 음악가 들이 인터넷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온라인 즉흥 재즈 연주회 에 참여한다. 위키피디아 (Wikipedia)는 온라인 협력 백과사전으로, 알렉 사(Alexa) 랭킹에 따르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방문된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상위 10개에 속한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들은 경제적 보상이나 시장의 인센티브 없이도 리눅스 운용 프로그램과 같은 “오픈 소스 운동”의 일환으로 모두에게 자유롭게 배포되는 정상급 소프트웨어 를 만드는 데 협력한다. 브로드밴드 기술과 다른 새로운 기술들이 자신 들의 성능과 도달 범위를 확장시켜 가면서, 공공외교 실무자들은 어떻게 기존 및 새로운 온라인 통로들이 공공외교의 세 층위 활동들을 모두 촉 진할 수 있는지 탐색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상호 의존적인 세계에서 독백, 대 화, 그리고 협동이 적절하게만 실시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효과적인 공공외교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가 된다. 정부가 정기적으로 세 층위 모두에 참여해서 촉진시키려고 할 경우 각각에 대해 조심스럽게 연구하고, 보다 잘 이해해야 하며, 이를 공공외 교에 대한 사고에 전략적으로 통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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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상호 의존적인 세계에서 독백, 대화, 그리고 협동이 적절하게만 실시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 두에서 효과적인 공공외교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가 된다.

각 층위가 사용되는 방식은 불가피하게 참여하는 행위자들의 특징 에 어느 정도 의존하게 된다. 사회과학 연구가 이 세 층위 각각의 활용이 가져오는 이점과 위험에 대해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지만, 효과 및 최선의 활용방안에 대한 실험적 연구와 현장조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접근 법이 가지는 효과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면 공공외교 실무자들 은 이들을 훨씬 잘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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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해외공보처의 조셉 더피(Joseph Duffey) 처장이 1997년 3월 12일에 하원 외교위 원회에서 새 선언서에 대해 언급한 것을 참조할 것. http://commdocs.house.gov/committees/intlrel/hfa42893.000/hfa42893_0.htm. 2. 케네디가 독일어 발음을 이상하게 하여 이 말이 “나는 젤리 도넛입니다”라는 말로 들 렸고, 곧 청중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는 1980년대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베를리너 (Berliner)라는 독일어는 베를린 시민과 젤리가 들어 있는 빵이라는 두가지 의미이다. 하지만 케네디의 연설을 듣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명확했을 것이다. 3. 이 문제에 대한 더 많은 논의는 바토라(Batora 2005)를 볼 것. 4. 제프리 코원(Geoffrey Cowan)은 1994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프로그램의 제작자로서 이 프로그램들의 개발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5. Christakis and Brahms(2003)는 체제이론(systems theory) 연구에 근거한 경계에 걸 쳐 있는 대화(a boundary-spanning dialogue approach based on systems) 접근법 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Bathany(2000)는 모든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도록 허용된 고대 아테네의 공개된 정치공간을 언급하며 21세기 아고라(agoras) 의 필요성에 대한 증거를 제시했다. 6. 접촉이론 연구에 대한 자세한 개관은 Pettigrew(1998)을 참조할 것. Pettigrew & Tropp (2006)에서도 515개의 연구로부터 나온 713개의 독립적인 샘플들에 대한 메타 분석에서 대체로 그룹 간 접촉이 그룹 간 편견을 줄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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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역사적으로 협력(collaboration)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할 수 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와 관련하여 “적국에 협력한 사람(collaborators)”들을 연상시 킬 수 있고, 국제관계 연구자들에게는 공모(collusion)나 종속 등의 개념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8. 세계은행의 사회자본 구축 프로젝트에 대한 개관은 http://go.worldbank.org/VEN7OUW280을 참조. 9. 사회자본의 감소 여부와 이러한 감소에 대한 처방, 미디어 및 기타 새로운 기술들의 상 대적인 영향에 대해서 이견이 있다. 그렇지만 그 의도는 사회자본에 관한 폭넓은 논쟁 들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자본 연구가 공공외교에 대해 가지는 함의를 찾아 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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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장 공공외교 : 분류학 및 역사

니콜라스 J. 컬 Nicholas J. Cull

‘공공외교’는 자주 쓰이지만 정밀한 분석의 대상이 된 적은 없는 어휘다. 2007년 봄 영국의 외무연방부(Foreign and Commonwealth Office)에서 위탁한 보고서에 서 많은 자료를 얻은 이 논문은 공공외교의 구성요소와 그 사이의 상호관계에 대한 간단한 분류법을 제시할 것이다. 여기서 논하는 구성요소들이란 (1) 청취 (listening), (2) 옹호(advocacy), (3) 문화외교(cultural diplomacy), (4) 교류(exchange),

(5) 국제방송(international broadcasting)을 말한다. 미국, 프랑스-독일, 스위스, 영 국의 외교관행의 역사로부터 각각의 구성요소의 사용에 대해 성공적인 예 5가 지, 실패한 예 5가지를 소개할 것이다. 실패한 경우는 대부분 수사와 실제 사이 의 불일치에서 온다. 논문의 마지막 절에서는 필자의 분류법을 현대 공공외교에 적용해 보고 공공외교관의 의무를 문화유전 단위(meme, 사회의 조직망 내에서 개 인에서 다른 개인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의 창조자이자 유통자로서, 또 네

트워크와 관계의 창조자이자 촉진자로서 개념화할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다. 핵심어 : 공공외교, 정의, 역사, 분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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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외교에 대한 핵심적 접근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 PD)’라는 어휘는 새로운 것이다. 1965년 처음으로 국제적인 행위자가 해외의 대중들과 교류하면서 각국의 대외 정책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적용되었으며, 냉전이 끝난 이 후에야 국제적으로 통용되었다. 대조적으로 공공외교를 구성하는 요소 들은 오래된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정치 자체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이 논 문은 공공외교에 대한 간단한 분류학을 세우려고 한다. 그 관행은 다섯 요소로 구분될 수 있는데, 청취, 옹호, 문화외교, 교류외교와 국제 방송 이다. 각각의 요소들에 대해 순서대로 그 성격, 과거의 성공과 실패, 그리 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논할 것이다.

청취(Listening) 공공외교의 다른 요소들은 특정한 순서에 따라 나열된 것은 아니 지만 그 첫 번째를 ‘청취’로 설정한 것은 의도적인데, 이는 모든 성공적인 공공외교에 선행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청취는 해외의 대중과 그들의 견해에 대한 정보를 모아 적절하게 자료화하고, 이를 활용하여 정 책이나 광범위한 공공외교 접근법의 방향을 재조정함으로써 국제환경을 통제하려는 행위자의 노력이다. 전통적으로 청취는 공공외교의 다른 구 성요소들의 일부로서 작용해 왔는데, 옹호, 문화외교, 교류와 방송매체 들이 각각의 청취자나 의견조사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여론 에 대한 정보 수집은 전통적 외교와 첩보활동의 일상적인 기능의 일부이 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국제적 행위자가 해외의 청중을 찾아가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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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하는 대신 듣는 것으로서, 이러한 현상은 약속된 적은 많아도 실행 에 옮겨진 일이 거의 드물다. 공공외교가 국제 여론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보는 것은 일상적이지만 청취나 조직화된 여론 추적이 최고 층위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런 경우는 공공외교관 중 ‘성배’ 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USIA의 처장인 머로우(Edward R. Murrow) 의 유명한 말을 빌리자면 정책의 ‘불시착’에만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이 륙’ 단계에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해외 여론에 대한 체 계적인 판단은 근대에 이루어진 혁신이지만 이웃 국가의 국민들의 생각 을 알려는 시도는 스파이만큼이나 오래된 첩보활동이다. 어떤 국가도 국 제 여론에 대응하는 것을 외교나 공공외교의 중심으로 삼은 일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볼 바와 같이 스위스는 이 영역에서 몇 가지 흥미로 운 실험을 했다.

옹호(Advocacy) 공공외교에서 말하는 ‘옹호’란 특정의 행위자가 특정한 정책이나 아 이디어, 자신의 이해관계를 해외 대중의 마음속에 증진시킬 목적으로 활 발한 국제적 커뮤니케이션을 행함으로써 자신이 처한 국제적인 환경을 관리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오늘날 여기에는 대사관의 대언론관계(정책 홍보에 있어서 종종 어려운 부분)와 에 비교하자면 더 부드럽고)이

일반적인 정보활동(융통성이 없는 정책 목표

포함된다. 옹호란 요소는 공공외교의 모든 영

역에서 찾을 수 있는데, 단기적으로 유용성이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볼 때 공공외교가 이런 측면으로 치우치는 편향성이 있었으며, 어떤 공 공외교 체제에도 중심이 되는 경향이 있었다. 공공외교의 다른 영역이 갖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모든 공공외교 담당 관료조직은 ‘정책의 오점’ 에서 벗어나기 위해 옹호라는 요소를 전반적으로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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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호’의 예시를 고대에서 찾자면 헤로도투스를 보면 된다. 그 당시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가 보내온 사절은 아르고스의 시민들에게 페 르시아 제국이 기원전 480년에 그리스를 침공한 일에 대해 중립을 지켜 줄 것을 호소했다. 옹호는 모든 국가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요소지만 특히 미국에서 중요하다. 이는 미 의회가 미국의 이념을 외국에 전파하 는 데 각각의 요소가 얼마나 기여하는지 엄밀하게 조사하기 때문이다.

문화외교(Cultural diplomacy) 문화외교는 문화적인 자원과 성과를 해외에 알리고 타국가에 대한 문화전파를 수월하게 함으로써 국제환경을 관리하려는 행위자의 시도이 다. 역사적으로 문화외교는 문화의 대표적 표본들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 한 국가의 정책을 의미했다. 고대에서 예시를 찾자면 그리스가 알렉산드 리아에 대규모의 도서관을 건축한 것이나 로마제국이 주변 우호국들의 왕자들을 초청하여 로마에서 교육시켰던 정책을 들 수 있다. 오늘날은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이나 이탈리아문화원(Italian Cultural Institute) 같 은 기구의 업무가 이에 해당한다. 문화외교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국 가는 프랑스인데, 그들은 프랑스인의 위신과 영향력이 대부분 불어 사용 세력의 존속에 달려 있음을 인식하고 프랑스어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적 인 학교 네트워크에 많은 투자를 했다. 문화외교가 옹호 역할을 하거나 공공연한 외교 목적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일부 문 화외교 조직들은 문화외교나 공공외교라는 말 자체와 거리를 두기도 했 다. 영국문화원은 자신의 주된 일이 문화사업과 교류업무이며, 자신의 목적 또한 공공외교나 문화외교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문화관계’ 기관이라고 부르기를 선호한다. 어떤 학자들(Feigenbaum, 2001 참조)은 공 공외교라는 어휘를 본고에서 ‘옹호’라고 묘사된 영역으로 국한시키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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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외교를 공공외교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을 지지하기도 한다.

교류외교(Exchange diplomacy) 교류외교란 국가가 학업이나 문화학습을 목적으로 자신의 국민을 해외에 파견하거나 외국 국민을 받아들임으로써 국제적인 환경을 관리 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일방적인 과정으로 개념화될 수도 있지만(‘우리나 라 학생들은 해외로 나가 우리나라가 얼마나 훌륭한지 말해줄 것이고, 너희 나라의 학생들은 여기 와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훌륭한지 익힐 것이다’라는 식의 주장이다),

공공외교에서 상호성의 요소가 가장 강한 분야로서 일반적으로 받아들 여지고 있다. 여기에는 양측이 문화교류를 통해 서로 이득을 얻고 변화 할 수 있다는 비전이 담겨져 있다. 오래된 예로는 북유럽의 노르딕이나 켈트 지역에서 공동체 간 교류를 통해서 아이를 키웠던 전통을 들 수 있 다(Arndt 2005). 교류는 문화사업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지만 동맹국과의 군사적 협동성(interoperability)을 개발하거나 증진하기 위한 특정한 정책이 나 옹호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문화외교 기관에 속하게 되면 자 국의 문화를 홍보하려는 목적의식 때문에 상호성과 쌍방교류의 측면이 가려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국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통해서 교류에 큰 투자를 해왔으나 이 사업이 공공외교의 영역에서 옹호가 차지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대체한 적은 없다. 그에 비해 일본은 자국 공공외교의 조직원리로서 교류를 항 상 강조해 왔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 정부가 외국인들이 일본 문화를 체 험하는 대가로 자신의 근대적인 지식을 기꺼이 제공하려는 성향을 재빨 리 간파했던 19세기 근대화의 시기였던 메이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 다. 일본의 외교관들은 보통 ‘교류’라는 단어를 공공외교 전체를 지칭하 는 의미로 사용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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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뉴스 방송(International news broadcasting, IB) IB는 해외 대중과 관계를 맺기 위해 라디오, 텔레비전과 인터넷 기 술을 사용함으로써 국제적인 환경을 관리하려는 행위자의 시도를 말한 다. 국가가 실행하는 IB 사업은 공공외교의 타기능들과 중복될 수 있는 데, 모니터링/시청자 조사 기능에서 보이는 ‘청취’ 활동, 사설이나 정책 방 송에서의 옹호/정보 업무, 그리고 문화 콘텐츠에 내재된 문화외교, 다른 방송국과의 프로그램 및 인사교류에서의 교류활동 등이 이에 포함된다. IB가 요구하는 기술적 필요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공외교의 여타 기능들 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기관이 담당하고 있지만, 이것이 독자적인 공공외 교의 한 분야로서 인정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핵심 요소인 ‘뉴스’ 가 갖는 특별한 조직적·윤리적 기반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IB의 가장 강력한 요소는 뉴스의 활용이며, 이는 특히 그 뉴스가 객관적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이유로 IB의 실행 전체를 국내 방송의 윤리문화와 동일선상에 놓도록 만들었고, 또 IB가 이런 문화가 확산되는 수단으로서 작동하기도 했다. IB는 1920년대 중반 에서야 시작된 것이지만—당시에는 구소련과 네덜란드가 이 영역의 선구 자 역할을 했다(Brown 1982)—이전에도 정부 지원 하의 뉴스 제공 사례가 있었다. 로마 황제 프레드릭 2세(1194-1250)는 그의 공식적인 활동에 대 한 뉴스레터를 주변국에 배포하기도 했다. BBC World Service의 성과에 힘입어 IB는 오래전부터 영국에서 공공외교의 가장 널리 알려진 요소가 되었다. 나라마다 공공외교의 특정 요소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상적 인 구조는 다섯 가지 요소들 간에 잘 균형을 이루고, 각각의 요소에 충 분한 공간과 재정을 제공해서 공공외교 전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세계 공공외교의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이러한 균형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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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는 국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공공외교가 경성권력을 담당하 는 기관과 예산 다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들 내부의 구성요 소들끼리 다툼을 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위에서 논의한 공공외교의 기본적인 분류법은 [표 1]에 정리되어 있 다. 공공외교의 하부 영역들이 해외의 대중에게 영향을 주겠다는 일반적 인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반면 네 가지 주요 측면에서는 서로 다른 모습 을 보이고 있다. 이는 개념상의 기간, 정보 흐름의 방향, 필요한 인프라의 종류, 그리고 신뢰성의 원천 등이다. 시간, 흐름 그리고 인프라 사이의 상 호관계는 [표 2]에 나타나 있다. [표 1] 공공외교의 기본 분류 공공외교의 형태

행위의 예시

해당 형태를사용하는 대표적 국가

청취

표적 여론조사

스위스

옹호

대사관 언론관계

미국

문화외교

국가 후원의 국제예술 순회 전시

프랑스

교류외교

상호 학술 교환

일본

국제방송

외국에 단파 라디오 방송

영국

[표 2] 공공외교의 정보/인프라의 시간/흐름에 관한 분류 공공외교의 형태

기간

정보의 흐름

전형적 인프라

청취

단기 및 장기

내부로, 분석과와 정책과정으로

검토기술 및 언어훈련이 된 요원

옹호

단기

외부로

대사관 언론 부서, 외무부 전략 부서

문화외교

장기

외부로

문화 센터 그리고/또는 도서관

교류외교

최장기

내부 및 외부로

교류 관리자, 교육 부서

국제방송

중기

외부로, 그러나 뉴스 부서로부터

뉴스 부서, 프로덕션 스튜디오, 사설 부서, 송출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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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형태의 통신과 마찬가지로 공공외교의 각각의 형태가 효 율적이려면 신뢰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각각의 영역은 큰 차이를 보인다. 각각은 신뢰성의 근원을 확연히 다른 곳에서 찾고 있으 며, 따라서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정부와의 관계도 각기 상이한 외양을 보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국제방송국들은 편집부가 특정 정부와 연관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 며, 경우에 따라서는 공식적인 정부 기관이라면 전혀 신뢰성을 얻지 못할 곳에서 문화활동을 하는 기구가 성공하는 사례가 있다. 그리고 심리전과 공공외교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약간의 암시만 있어도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심리전 요소는 공공외교의 논의에서 아예 배제된다([표 3] 참조). [표 3] 국가 공공외교의 신뢰성 관련 분류 신뢰성의 근원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도움이 되는가?

정부와 상관없음에 대한 인식이 도움이 되는가?

청취

사용되는 방법의 정당성

된다 만약 행위자가 세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는 것이 암시될 경우

안 된다 만약 행위자가 세계의 의견을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암시될 경우

옹호

정부와의 근접성

된다

안 된다

문화외교

문화적 권위와의 근접성

안 된다

된다

교류외교

상호성에 대한 인식

된다 만약 행위자가 세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는 것이 암시될 경우

된다 만약 교류가 자기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암시될 경우

국제방송

선의의 언론행위의 증거

보통의 경우 안 된다.

된다

공공외교의 형태

공공외교의 여러 요소들 간의 이러한 구조적인 차이는 국가가 하나 의 행정부서 하에 이 모든 요소의 행정을 떠맡기려고 할 때 중요해진다. 국가의 공공외교에 대한 두 가지 전통적인 모델은 이 문제를 상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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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룬다. 1980년대 미국형 모델을 보자면 모든 공공외교 업무 담당 기관 이 USIA라는 하나의 기구 하에 뭉쳐 있었다. 영국형 모델에서는 영국문 화원 내부에서 문화외교와 교류외교라는 연결고리만 보유한 채 모든 업 무가 흩어져 있었다. 두 모델 모두 한계가 있지만 미국형 제도의 원심력, 특히 한편에서의 옹호와 상호성을 기반으로 한 교류와 다른 편의 저널리 즘에 기반을 둔 IB 사이의 갈등이 아주 낭비적이었고, 또 공공외교 자체 의 원만한 작동을 저해할 정도였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공공외교의 효율 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적인 방향성이 필요하지만, 공공외 교 업무를 담당하는 각 요소의 본모습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 루어야 할 것이다. 국제적인 행위자에게 가장 강력한 목소리는 무슨 말을 하는가가 아 니라 결국 무슨 행위를 하는가에 달려 있다. 역사적으로도 여러 국제적 행위자들이 아무리 공공외교를 잘 해도 정책 자체가 좋지 않을 때는 도 리가 없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므로 공공외교가 제대로 이루어 지려면 연구를 정책결정과 연결시키고, 또 해외 여론에 대해 공공외교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감안해서 정책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결고리 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공외교의 각 요소와 국제개발처와 같이 실질 업무상 공공외교로 분류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기관 사이에 업무 조정 또한 필요하다.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홍보나 조정 없이 는 국가의 ‘소프트파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다섯 가지 성공 사례

공공외교는 잘 다루기만 한다면 외교정책이 성공하는 데 중추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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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을 할 수 있다. 공공외교의 다섯 요소 모두에게 각각 성공적인 사례 가 있는데, 이들은 공공외교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교훈을 제시하고 있 다.

공공외교의 여러 요소들 간의 이러한 구조적인 차이는 국가가 하나 의 행정부서 하에 이 모든 요소의 행정을 떠맡기려고 할 때 중요해 진다.

청취 : 스위스의 국가 이미지 혁신, 2000-2007 1990년대 후반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위스 은행이 얼마나 기꺼 이 나치의 재산을 받아줬는지 밝혀진 이후 스위스는 자신의 국제적인 이미지에 대한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2000년 스위스 연방외무 부(Federal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는 PRS (Presence Switzerland)라는 제 목 하에 국제적인 국가 브랜드 이미지 개선작업을 총괄하기 위한 새로운 부서를 만들었다.1 ) PRS의 목적은 해외의 여론 조성자들과 연계하여 스 위스 사회 전체의 국제적인 행위자들이 갖는 국제적인 시각을 “함께 행 동하여, 함께 만들자( Joint action, joint promotion)”라는 표어 하에 조정하 자는 것이었다. PRS의 최고책임자(CEO)는 대사급 외교관이었고, 직원 중 에는 여론분석, PR, 브랜딩(branding) 등의 배경을 갖는 사람들이 포함되 어 있었다. PRS는 외교부, 금융, 여타 비즈니스 분야, 언론, 문화, 스포츠, 관광 및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 기관에서 뽑힌 이사회 통제 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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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운영되었다. 이사회는 연 3회 만나서 기관의 전략과 우선 대상국을 결정하고, 1,000만 스위스 프랑(CHF)에 달하는 총예산 규모 내에서 25만 스위스 프랑이 넘는 프로젝트에 대해 승인 권한을 가졌다. PRS는 본격적 인 활동을 시작하거나 지원할 일곱 개의 우선 대상국(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와 이탈리아, 미국, 영국과 중국 등 7개국)을

지정하였고,

더 필요하면 추가로 지정할 수 있는 자유재량의 폭도 갖추고 있었다. 초 기에 임시적으로 업무를 개시한 지역으로는 러시아, 중부유럽, 스칸디나 비아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PRS는“House of Switzerland” 전시, 아테네 (Athens)와 투린(Turin)

올림픽, 일본 아이치에서 열렸던 2005년 세계 엑스

포(World Exhibition Expo)에서 ‘산(the Mountain)’이라는 제목으로 설치한 스 위스 전시관 등을 포함한 일련의 대규모 행사들을 개최했다. 처음 3년 동안에 미국과 영국, 스페인에서는 대규모 캠페인이 벌어졌다. 이들 모두 에서 고도의 관민협력이 있었으며, 제작가치 또한 높았다. PRS의 성공의 열쇠는 청취 조사에 있었다. PRS는 일곱 개의 주요 대 상 국가에서 일곱 개의 지속적인 이미지 설문조사를 해서 기초를 다졌 다. 조사방법에는 여론조사와 언론분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습득된 정보는 선택된 청중의 생각 속에 스위스의 이미지를 새롭게 자리 매김하기 위해 필요한 행위가 무엇인지 결정하고 다듬는 목적으로 쓰였 다. 성과를 평가하고 다음 번 설문조사를 준비하기 위해 추적조사가 이 루어졌다. 이런 조사는 스위스의 이미지에 있어서 상호 불일치와 지역별 문제들을 찾아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예를 들어 스위스인들이 가장 자 부심을 갖는 가치인 직접민주주의를 구비한 정치제도, 근대성, 인도주의 에 대한 헌신 등에 대해 해외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예 알지도 못했다. PRS 자체 자료나 독립된 연구 모두 스위스가 1990년대의 이미지 위 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위치를 되찾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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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실질 적인 개혁과 노력에 있어 PRS의 기여도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겠 으나 건전한 정책이야말로 어떤 경우든 최선의 공공외교이다. PRS는 기 업가, 지역이나 지방정부, PR 연구자 등과 같은 이해 당사자들의 국제적 인 노력을 잘 조정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PRS의 피드백 기 법에는 스위스의 중, 고위 외교관들에게 브랜드화 접근법에 대한 이해를 형성하기 위한 트레이닝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PRS가 스위스의 광 범위한 국제・국내 정책결정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는 거의 없다. 불행히도 PRS의 성과는 별로 인정받지 못했다. 2007년에 스위스 의회가 관료제 내부에 독립적인 위원회의 숫자를 줄이 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PRS에 대한 구조조정을 했다. 앞으로 PRS가 스위 스의 이미지 관련 업무를 총괄 조정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2 )

옹호 : 1983년 중거리 핵무기 배치를 지원하기 위한 미국의 공공외교 소련은 1975년 SS20 미사일의 형태로 중유럽에 중거리 핵전력(INF)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NATO는 이에 상응하는 미사일을 배치하지 못하였 으므로 소련은 냉전에서 엄청난 전략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미국은 전 쟁을 억지하고 군비축소를 위한 진지한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에 대 응하는 무기를 배치할 필요가 있었으나 서유럽에서 핵무기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점증하고 있었다. 1979년 NATO는 군축회담에 합의할 것을 요구 하면서 동시에 유럽에 NATO측의 INF를 배치하는 이중 정책을 추진하기 로 했다. 이에 따라 레이건 행정부는 1983년 지상발사순항미사일(GLCM : ground launched cruise missile)과 퍼싱 II

탄도미사일(Pershing II ballistic missile)

배치 책임을 담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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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 배치 움직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NATO 대사로 데이비 드 앱셔(David M. Abshire)를 임명하는 것이었다. 앱셔는 워싱턴 D.C.의 저 명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설립자로서 이미 유럽의 싱크탱크 종사 자들 및 안보 전문 언론인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유럽의 평화 운동의 고참들과도 친분이 있었다. 앱셔는 경험 많은 USIA 직원이었던 버넷(Stanton Burnett, 당시 로마 주재 미 대사관의 정보담당 참사관)과 CSIS 동료였던 무디(Mike Moody)를 불러들여 일을 맡기고, 핵무기 배치를 성사시키기 위 해 청탁을 하고 옛날 친분관계를 복원시키기 시작했다. 그의 주장의 핵 심은 미국의 배치계획이 아니라 1975년 소련의 SS20 배치가 바로 평화 를 깨뜨린 주범이었다는 것이었다. 앱셔는 정전 이론이나 진정한 평화[그 는 히브리어 단어인 샬롬(shalom)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다]란

전쟁의 부재 이상

의 국가 간 진정한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 국제체제를 의미한다는 입장 을 갖고 있었다. 1983년 6월 당시 부시(Bush) 부통령은 유럽을 순회하면 서 배치를 위해 필요한 동의를 얻어내고자 했으며, 네덜란드를 제외하고 는 계획대로 성공했다. 여론에 대한 추적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민 들은 INF 배치에 반대하고 있었는데, 유럽인들은 군비축소에 대한 미국 의 진정성을 믿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사회적ㆍ경제적 걱정거리가 더 중 요했다. 중요한 것은 잘하면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여 론이 움직였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소련이 협상에 응하지 않 을 수 없도록 만들었으며, 회고해 보면 이것이 미국을 냉전의 승리로 이 끈 승부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앱셔는 INF 배치와 연관된 공적으로 훈장 3)

(Distinguished Public Service Medal)을 받았다.

이 옹호 캠페인은 엄격하게 제한된 목적(레이건 정부에 대한 애정이 아니 라 INF 배치에 대한 관용의 창출)과

조심스럽게 선택한 청중(얻어낼 수 없는 대중

의 지지보다는 유럽의 여론 조성자), 표적이 되는 청중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신

뢰할 만한 전달자(앱셔)라는 3박자가 잘 맞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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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정부는 자신들이 선택한 공공외교가 국내 미국 청중들에게 효과 적이라는 인상을 주는지 여부와 이로 인해 정부가 어떤 이득을 얻는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중요한 미사일을 필요한 곳에 배치하는 목표에만 신경을 썼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앱셔는 소련이 이미 미사일을 배치했다는 사실을 잘 활용했으며, 일단 미사일이 배치된 후에 소련과 협상하겠다는 성명서에서도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문화외교 : 미국의 Family of Man 전시, 1955-1963 1950년대 초반 내내 미국은 국제적인 이미지의 중요한 측면에 있어 서 소련에 뒤져 있었다. 소련은 국제 공산주의를 평화와 연결시키는 데 성공한 반면, 미국은 한국전에서 UN군을 주도함으로써 전쟁과 연계되었 다. 이와 비슷하게 소련이 국제적인 계급 연대와 인류의 진보라는 대승적 인 가치와 이것의 지역적인 표출로서 혁명 및 해방운동과 동일시되었다 면 미국 정부는 ‘현상유지’ 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 1955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USIA는 문화외교의 새로운 파격적인 도구를 내놓게 되었는데, 이것은 당초 뉴욕 현대 미술 관의 박물관을 위해 조성된 “The Family of Man (사람의 군상)”이라는 타 이틀의 대규모 사진 전시회였다. 전설적인 사진작가인 에드워드 스타이 켄(Edward Steichen)의 작품인 The Family of Man은 소련을 포함한 68개 국에서 온 프로와 아마추어 사진작가 273명의 503장의 사진으로 구성되 어 있었다. 전시된 사진들은 아주 다양한 형태의 인간 삶에 대한 다각도 의 시선을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구애, 탄생, 자녀 양육, 일, 학습, 자기표 현과 그 이상의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 전시 전체는 삶을 긍정하는 에 너지로 빛나고 있었다(Sandeen 1995, Steichen 1955). 이 전시회가 뉴욕에서 열린 지 수개월이 지나지 않아 USIA는 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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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두 개의 순회 에디션을 만들어서 하나는 베를린으로, 다른 하나 는 과테말라시티로 보냈다. 베를린에서는 서너 줄로 길게 늘어설 정도 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남이 알아볼까 두려워 선글라스 를 낀 채 동베를린 지역에서 방문했다. 이후 동시에 세계 여러 곳에서 다 른 버전들을 순회 전시하면서 1950년대 후반 내내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 다. 1959년 여름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 국립박람회(American National Exhibition)의

일부로 전시되기도 했다. 파리에서는 문화평론가 롤랑 바르

트(Roland Barthes)가 그의 독창적인 저서 『신화론』(Mythologies)에서 사진 이미지들이 역사성이 없다고 흔치 않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렇지만 이것이 바로 그 전시회의 핵심이었다. 왜냐하면 역사란 소련 정부가 작동 시키는 계급갈등의 변증법을 뜻하거나 사람과 사람을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넣은 개별 국가 차원의 경험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38개 국의 91곳에서 열렸고, 1962년 종료되었다. “The Family of Man”은 여러 차원에서 문화외교의 걸작이었다. 이 것은 분명 예술작품으로서도 성공적이었으며, 감성적인 영향력으로 인해 많은 이들을 미국의 친구가 되도록 만들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문화를 꼭 짚어서 옹호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고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했다. 미국의 것이라고 알아볼 만한 사진은 몇 개 되지 않았으며, 그 중에는 도로시어 랭(Dorothea Lange) 이 찍은 1930년대 먼지가 뽀얗게 앉은 그릇의 빈곤과 같이 미국 삶의 어 두운 면을 보여주는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명백하게 정치 적인 의미를 가진 사진들은 베를린의 시위자, 폴란드에서 나치 병사들이 유태인들을 체포하는 모습, 한국에서 죽은 병사 등과 같이 극소수에 불 과했다. 더구나 정치적인 의도 또한 순수했다. 조잡하게 미국을 세계에 보여주려 하지 않고 세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국은 소련에서 억압되어 있는 삶의 면모들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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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다양한 종교적 경험은 물론 민주주의라는 생각이 전시의 최전면 에 깔려 있었다. 이러한 점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하여 세계 최고의 경전과 정치철학자들의 책에서 따온 짧은 문구들이 사진에 전시되었다. 이 전시 로 인해 어떤 구체적인 지정학적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전시 는 분명히 모스크바의 인본주의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위협하는 것이었 으며, 미국의 소프트파워의 근간이 되는 문화의 다양성과 절충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4 )

교류 : 프랑스-독일 친교 회복, 1945-1988 서구 역사상 프랑스와 그 이웃 국가인 독일만큼 갈등이 심했던 관 계는 없었을 것이다. 1945년에 프랑스와 독일 양국의 전쟁에 지친 많 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화해(Versohnungsgedanke)를 최우선 과제 로 정하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시작했다. 같은 해 장 뒤 리 보( Jean du Rivau)라는 예수교 신부가 독일의 Gesselschaft für übernationale Zausammenarbeit(GüZ)와 함께 프랑스와 독일 상호간의 지 식과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Bureau International de Liaison et de Documentation(BILD)을 설립하였고, 동일한 목적 하에 서로 연합해서 Documents와 Dokumente라는 출판물을 발간하기 시작했다. BILD는 특히 어린 학생들의 교류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1948년에는 슈 미트(Carlo Schmid), 쉔크(Fritz Schenk), 호이스(Theodor Heuss)라는 세 명의 독일 정치가들이 루드빅스부르크(Ludwigsburg)에 독불문화원(Deutsch- Franzosisches Institut)을

설립하기도 했다. 양국 지방정부의 지도자들은 자

유로운 자치제를 기반으로 한 ‘유럽문화(European culture)’라는 비전을 표 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국제교류를 주목하고 있었다. 1947년에 프랑스와 독일의 시장들이 모여서 국제시장연합(Union Internationale de Maires : U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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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만들었고, 양국에서 크기나 역사 혹은 산업 면에서 유사한 도시들을 자매결연시켜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을 고안해냈다. 그 첫 번째 사례가 1950년 10월에 몽벨리아르(Montbeliard)와 루드빅스부르크(Ludwigsburg) 사 이의 자매결연이었다. 1951년부터 유럽 자치단체 회의(Council of European Municipalities : CEM)의

주도 하에 수백 개의 다른 자매도시들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수많은 민간교류, 학생교류와 스포츠 경기가 이루어지게 되었 고, 20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도시나 광역 지자체 사이에 2,000개가 넘는 결연이 생겨날 정도였다(Vion 2002). 지방 정부가 먼저 주도하고 국가가 뒤를 따르는 형태였는데, 이것은 1940년대 후반에 청소년 교류에 참가했던 세대가 어른이 되어 본격적으 로 중앙무대에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독일과 프랑스 에서 각각 괴테 인스티튜트(Goethe Institute)와 인스티튜트 프랑세즈(Instituts français)가

번창한 것은 시장들이 개척한 길을 국가 기관이 뒤따른 사례

이다. 이것이 최고 단계로 발전한 것이 바로 1963년 1월 아데나워(Konrad Adenauer)와

드골(Charles De Gaulle)이 수세기 동안 지속된 라이벌 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두 국가 사이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재정의’를 하겠다 는 뜻을 담은 서문이 포함된 엘리제 조약(Elysée Treaty)의 체결이었다. 양 국관계 재정의의 첫걸음이 1963년 여름에 연간 재정 4,000만 독일 마르 크를 구비한 프랑스-독일 청소년사무소(Franco-German Youth Office)의 개 소였다. 연간 참여자 수가 가장 많았을 때 30만 정도였고, 1997년까지 500만 명의 학생이 교류에 참가했으며, 그 중 약 70%가 고등학생 나이 였다. 어떤 분석가는 이를 ‘사상 최대의 대규모 이주’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 세대는 프랑스-독일 관계에 새로운 정부 간 층위를 추가해서 1988년 일련의 양자간 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고등문화위원회(High Council for Culture)

창설, 프랑스-독일 간 상호 이해 증진에 관한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서 아데나워-드골 상(Adenauer-de Gaulle prize) 설립, 대학 간의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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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학생 및 공동 학위제도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가장 혁신 적인 것으로 ARTE(Association Relative à la Télévision Européenne)라는 프랑 스-독일 TV 방송국을 개통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교류의 가장 분 명한 효과는 바로 더 많은 교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었으며, 두 국가 사 이에도 가시적인 정치적 수렴현상이 나타났다(Krotz 2002). 교류 프로그램 을 경험하며 성장한 프랑스와 독일의 지도자들은 서로에게서 더 많은 협 력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러한 교류를 거의 경험하지 못한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의 협력까지도 양국 국민들이 인내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을 서로 신뢰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간의 오래된 적대관계가 교류의 성공을 방해하는 치 명적인 장애물이었지만 전후의 양국 간 교류에 도움이 되는 기초적인 요 소들이 있었다. 첫째는 두 국가 사이의 균형이었다. 두 국가 모두 과거에 서로를 위협한 적이 있었지만 전후 시기에 서로에 대해 우위를 갖지 못 했다. 실제로는 둘 다 전쟁에서의 굴욕으로부터 회복하는 상황이었고, 미국과 소련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둘째, 민간조직 사이의 협력으로부터 상향적으로 형성되는 평화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시장(mayor)에서부터 공통의 기독교 문화까지 교류를 더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여러 이념적인 준거점(reference points)을 공유하 고 있었다. 자매결연 행사에는 일반적으로 예배가 수반되었고, 드골과 아 데나워는 함께 미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셋째, 이러한 행동에는 이면의 동기가 있었다. 이런 교류는 프랑스에게 프랑스어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 를 제공(이는 진행형인 집착임)했으며, 서독에게는 자국의 젊은이들을 겨냥 한 동독의 국제주의 청년 선전공세(internationalist youth propaganda)에 대한 대응 기제로서의 의미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프랑스-독일 간의 역사적인 적대감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이것이 역설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도록 촉 구하는 가장 큰 동인이 되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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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이 사례는 국제교류가 특히 미래의 지도자들을 표적으로 했을 때 어 떻게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전쟁 직후의 세대 는 1963년 국가가 제공하는 교류가 제도화되었고, 그 경험을 통해 결집 된 세대가 성장해서 1988년과 그 후의 일련의 문화 관련 협정의 체결을 가져왔다.

국제방송 : 영국과 미국의 고립, 1939-1941 1940년 여름 대영제국은 히틀러의 독일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의 연합된 힘을 홀로 대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중립을 지키 고 있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영 국의 유화정책의 경력과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선전(propaganda)이 미국 에 노출되면서 영국은 미국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영국의 능 력으로는 영국 국제방송의 기간시설, 역동적이고 절반은 미국인인 신임 윈스턴 처칠 수상, 영국 대중의 상대적 단결력을 들 수 있었다. 미국의 중립에 대한 영국의 작전 기조(Cull 1995)는 고압적인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상황에 대해서 영국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보다는 미국 의 목소리를 통해 묘사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라디오 방송국 특파원들이 종종 영국의 방송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 으며,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CBS의 머로우(Ed Murrow)였다. 그는 영 국이 수행하는 전쟁을 미국의 거실로 전달했다(Seib, 2006). 1940년에 새롭 게 장비를 갖춘 BBC 북미방송이 지원역할을 담당했다. 미국의 입맛에는 맞지만 영국의 방송에는 생소한 것까지 방송편성에 포함되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예로 런던대공습(Blitz) 당시의 삶에 대한 드라마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미국 여성들의 구미에 맞도록 갈등을 인위적으로 극적으로 만들 었다. 이 방송은 미국 내의 뮤추얼 방송(Mutual network)를 통해 재방송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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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BBC는 뉴스의 완전한 신뢰성을 강조했다. 기사는 영국에 대해 우 호적인 내용인가와 상관없이 방송되었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선전 캠페인 때문에 얻은 부정적인 평판으로부터 탈출했다. 이것이 가 능했던 이유로 처칠의 등장이 영국 정치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을 보 고 싶어 하는 미국인들의 열망을 들 수 있으며, 또한 케르크(Dunkirk, 역자 주 :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로서 1940년 독일의 공세에 몰린 35만여 명의 연합군을 배 로 극적으로 철수시킨 일을 지칭함)가

계급분열과 제국으로 상징되는 구영국

과의 확연한 결별을 의미하며 새로운 ‘인민’의 영국이 전시(wartime)에 나 타났다는 생각이 영국 및 미국 언론에 퍼져나간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프리슬리( J. B. Priestly)와 같은 라디오 진행자는 이러한 견해를 표명한 대 표적인 인물이었다. 처칠의 연설은 미국에 대해 대체로 직접적 호소를 하는 형식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국민들에게 미국이 영국을 도와주면 좋 겠다는 의향을 표명하고, 이를 들은 미국 국민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 게끔 유도하는 형태로 방송되었다. 이러한 전략의 누적효과는 영국의 특 정한 생각이나 전쟁목적을 미국인들이 받아들이도록 한 것이 아니라, 미 국인들이 자발적으로 영국의 대의명분에 동조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여 론조사는 미국인들이 미국의 중립을 포기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중립을 지키는 것보다 영국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점차 믿게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루즈벨트 대통령은 영국을 돕기 위해 더욱 확실 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이러한 미국 외교정 책의 분위기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서, 미국의 전쟁에 대한 적극성은 바 로 영국의 공공외교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보인다(Cull, 1995). 런던 대공습 시기 영국의 사례는 외국인 특파원이 일단 자국의 국민 이나 군대 속에 들어오게 되면 그 국가의 시각에서 보도할 것이라고 믿 은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이다. 이 사례는 또한 직접적 호소보다 더 큰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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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을 주는 간접적이거나 무심코 듣는 메시지의 가치를 보여준다. 현대 기업들의 브랜드 교체 및 재개와 같이 처칠이 수상직을 시작하는 것이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영국의 시작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것이 비 록 변화보다는 연속성이 명백히 더 많았음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영국 국민들이 런던 대공습 이후에 도전과 저항을 하자는 이야기들을 잘 수용해서 새로운 이미지대로 행동해 준 것도 도움이 되었다. 만일 이 시기에 영국의 실제와 이미지 사이에 큰 차이가 보였더라면 미국의 여론 에도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후에 처칠 자신이 전후 세 계에 대한 미국의 희망에 반하는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징표들이 드러나자 영국과 미국 사이의 관계에 긴장이 형성되었다. 결론 적으로 국제방송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 영국 사안과 관련한 뉴스에 대 해 자신의 파당적 입장을 전달하고 자신과의 정서적 연계성을 강화시키 는 데에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 그 효과는 전쟁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지 만 전쟁이 끝난 이후까지도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다섯 가지 실패 사례

국가에게 가장 큰 실패는 공공외교를 전면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공공외교를 실행에 옮긴다 해도 사태가 잘못될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많다. 각종 공공외교 유형별로 이런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 례들이 있다. 이러한 사례를 읽고 나면 곧 수많은 실패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들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이 바 로 보여지는 면과 실제가 대중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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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 : 미국의“공유가치”캠페인, 2001-2002 공공외교에 있어서 청취 및 여론조사가 갖는 흔한 문제점은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실행되더라도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이다. 최근 미국의 공공외교 중 가장 악명 높은 실패 사례는 2001-2002 년 기간에 실시되었던 “공유가치” 캠페인으로서 잘못된 청취를 보여주 고 있다. 이 캠페인은 미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보의 기획안으로, 그 녀는 광고업계에서 최고위급까지 승진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경 력을 바탕으로 그녀는 어떠한 캠페인이든 청중에 대한 조사와 그들의 반 응성에 대한 적절한 조사가 성공의 필수요건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무 슬림 세계를 향한 TV와 신문광고를 기획하여 미국인들 역시 무슬림들 이 가장 소중히 하는 믿음과 가족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아랍 계 미국인들이 관용을 가지고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이 광고 캠페인은 집행 전후에 철저한 테스트를 거쳤으며, 평가점수 또 한 높았다. 문제는 이 캠페인이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주 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슬림이 미국에 갖는 적대감은 미시간 주 디어본 (Dearborn)

시에 모여 사는 아랍계 미국인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집행하고 있는 정 책에 대한 상당히 정확한 인식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외교에 있어서 청취 및 여론조사가 갖고 있는 흔한 문제점은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실행되더라도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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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에 대한 문제제기는 공공외교에 대한 평가란 해답 없는 수렁으 로 이어진다. 공공외교가 단기적으로 눈금을 움직이는 능력으로 평가받 는 세상에서는 인적 교류와 같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는 효과가 별로 없고 단기적인 옹호 노력만이 타당하게 보일 수 있다. 문화외교를 평가해 보겠 다는 시도는 마치 나무를 키우는 사람이 매일 아침 나무가 밤새 얼마나 자랐나 확인해 보겠다는 것과 같다. 공공외교를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 들의 분석이 만들어낼 수 있는 왜곡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일례로 국제방송 담당자를 청중들의 영향력이 아니라 단지 숫자로만 평 가하는 것은 분명 위험하다.

옹호 : 베트남에서의 미국 미국은 베트남전 동안 옹호 정책을 위해 엄청난 시간과 자본을 투자 했다. 미국은 사이공 정부를 베트남인들에게 홍보하고 동남아시아에서 의 미국의 노력을 세계에 홍보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비용은 공공외교와 관련된 미국의 역대 지출 중 최대를 기록했다. 이 캠페인의 본질적인 문 제는 캠페인의 근간을 이루는 주장이 베트남전 전반에 걸친 현실과 동 떨어졌다는 점이다. 산탄 폭탄의 사용, 게릴라에 대한 수색 섬멸작전, 증 가하는 민간인 사상자 수, “마을을 구하기 위해 마을을 파괴하는” 군인 들 등의 현실은 미국이 베트남 국민들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어느 워싱턴 기자회견의 주장보다 훨씬 강력했다. 게다가 워싱턴 에 의해 조장된 쿠데타와 개각이 일어날 때마다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 던 사이공 정권의 자질 부족 때문에 베트남에 주둔하는 미국의 존재가 신뢰를 잃고 있던 것도 심각한 문제였다. 이 두 가지 요소로 인해 공산 주의자들의 주장이 더 정당성을 갖게 되었다. 베트남전은 아무리 훌륭한 옹호수단을 써도 정책이 잘못되면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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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사례이다.

문화외교 : 소련의 이미지 냉전기간 동안 소련은 자신의 문화적인 이미지를 밖으로 투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예술외교, 스포츠 외교, 라디오 방송, 영화 수출 그리고 대규모 국제 출판사업 등을 통해 소비에트 연방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탁월한 예술성을 육성하며, 다양성을 용인하는 사회라는 이미 지를 심어주고자 했다. 활기차고 밝은 색의 의상을 입은 소련의 소수민 족들은 늘 소련 문화를 대변하는 두드러진 요소로 활용되곤 했다. 문제 는 소련의 문화 수출품에 담겨진 이와 같은 요소들이 소련의 전형적인 삶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스크바는 그들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으로 자신들을 포장했다. 이러한 투자는 중기적 으로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찬탄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으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 명백하게 드러난 정치적 탄압과 경제적 쇠락이란 현실을 감 출 수는 없었다.

교류 : 1948년 사이드 큐텁(Sayed Qtub) 의 사례 공공외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을 자국 내에 받아들여 무지한 외국인들을 개화, 이해시키면 만사가 해결된 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문 화교류와 국제적 이해도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있음은 실증적으로 확인 되고 있으나 중요한 예외도 있다. 가장 유명한 실패 사례는 사이드 큐텁 의 경우로서, 그는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연구하는 문화교류 참가자로서 1948년에 콜로라도에 거주했던 이집트인 작가이다. 그는 소비주의와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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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성이 판치는 현실을 목도하고 충격에 빠졌다. 이집트에 돌아간 후 그는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이라는 단체를 창시하여 서방에서 온 부패한 문화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주요 인물이 되었다. 큐텁의 경력을 분석한 연구자들은 그가 문화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부터 미국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Van Drehle 2006), 미국에서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은 그러한 시각을 더욱 강화해서 더 강력 한 투쟁으로 이끌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그가 실제로 미국에 가본 사실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 방문을 꿈도 꾸지 못하는 시골 사람들을 대 상으로 연설할 때 그의 주장은 신뢰성이 컸다. 9/11 테러 계획과정에서 “함부르크 강습소(Hamburg Cell)” 출신 학생들의 역할을 보더라도 적절 한 지도가 없을 경우 교류 학생들은 공공외교가 추구하는 관점과는 다 른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고, 새로운 상호 이해 보다는 편견을 증폭시키 는 반향실(echo chamber) 속에 갇힐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큐텁과 함부르 크 사례가 주는 교훈은 문화교류 참가자들에게는 적절한 도움과 감독이 필요하며, 어떤 문화적 경험에 노출되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비자제도 개혁을 통해 문화교류 참가자와 기타 방문자들 이 보다 나은 경험을 하도록 적절하게 개입하고, 또 여행업계와 시민들에 게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으로서의 의무를 상기시켜 주는 것도 문화교류 가 파생하는 부정적 효과를 완화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국제방송(IB) :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에서 프랑스를 향한 자유 프 랑스 방송 IB처럼 해외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갖고 있는 국제 적 행위자들은 단기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시킬 유혹에 빠질 우려가 크지만, 그런 메시지들이 발신자에게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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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흔히 있을 수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 자크 엘륄( Jacques Ellul 1973, 77)은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든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에서 자유 프 랑스 방송은 런던과 알제리에서의 방송을 통해 독일 점령군의 군수물자 징집으로 프랑스에서 식량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난했으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 방송은 프랑스 해방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낳았고, 전후 프랑스 정부가 식량배급도 지속해야 하고 또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능력도 없다는 점을 국민들이 알게 되었을 때 많은 불안과 반감 이 생겨났다.

정보화 시대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공공외교를 통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다 주었고, 대중 언론매체의 난립으로 인 해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패배주의를 안겨주었다.

정보화 시대의 공공외교

정보화 시대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공공외교를 통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다 주었고, 대중 언론매체의 난립으로 인해 혼 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패배주의를 안겨주었다. 이번 마지막 절에서는 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공공외교의 교 훈이 아직도 어느 정도 유용성을 갖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신기술이 기득권층을 곤경에 빠트린 사례는 무수히 많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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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세계에 퍼지기도 하고, 엄청난 속도의 문자 메시지 전송과 함께 시 민들을 반대시위로 이끌어 정성들여 준비한 미디어 행사가 파행에 이르 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뿐만이 아니라 현재 국제관계의 기반이 되고 있 는 새로운 인구분포와 정치경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제 커뮤니케이 션은 더 이상 CNN이나 수백만 달러짜리의 해외문화센터에 국한되지 않 는다. 국경을 건너 전송되는 그 모든 메시지는 국제 커뮤니케이션이다. 해외에서 일하는 가족이 보낸 편지나 귀환한 난민과의 만남 또한 국제 커뮤니케이션이며, 이러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은 런던이나 애틀랜타에 서 발송한 뉴스 메시지보다도 수신자에게 더 큰 신뢰성을 갖는다. 개인 간의 국제 커뮤니케이션은 인터넷 혁명뿐만 아니라 유례없이 증가한 인 구의 이동성 덕분에 기하급수적으로 그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 기존에 익히 알려져 있던 난민이나 이민자(합법, 비합법 모두 포함) 항목에 덧붙여 학 자들은 전혀 새로운 분류의 국제계층을 발견했는데, 이는 바로 앰퍼샌드 (ampersand, 역주 : &를 뜻한다)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선진국과 개

도국에 존재하는 커뮤니티에서 동시에 생활하는 노동자들로서 연중 양 쪽에서 일정 기간을 보낸다. 이들의 계층구조, 제도와 사회적 네트워크 는 양쪽에서 동일하게 유지된다. 이들은 양쪽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 커뮤니티는 쉽게 엘살바도르 내의 미국인 집 단거주지나 뉴욕 퀸즈(Queens)지역의 엘살바도르인 집단거주지와 같이 독립된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Huntington 2004). 디지털 네트워크나 인적 네트워크 양쪽 모두를 공공외교에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지 만, 작은 변화가 큰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청취 오늘날 공공외교에서 가장 진부한 말은 “청취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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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지만 청취는 단순한 수사적 전략 이상의 의미를 가져야 한다. 청취 작업은 가시적이어야 하며 어떠한 국제 행위자도 순전히 목표 대상이 되 는 청취자의 변덕에 맞춰 외교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지만, 그 행위자는 해외 여론과 자신들의 정책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 차이를 줄이거나 원인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의견 청취를 한다는 기본적인 예의 표명 수준을 넘어서 해외의 여 론조사를 공공외교에 체계적으로 통합시키는 것은 과거 시대와 마찬가 지로 간과되고 있어 디지털 시대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다양한 온라인 정보원(블로그를 포함한)의 증가로 인 해 영어 온라인 매체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해졌으며, 다른 언 어 매체 또한 거의 실시간 검토할 수 있게 되었다. 공공외교의 자원을 적 절하게 활용하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언어에 대한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개발을 촉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성공과 실패 요인에 대한 목록을 작성할 수도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대상 청취자들의 생각을 실제로 파악하기 위한 질적 연구이다. 전통적인 공공외교에서 질적 연구 기능은 대체로 현지에 파견된 외 교관이 담당하는 영역으로서, 언론 담당관이나 공보 담당관이 주요 미디 어의 편집자들이나 지식인들과의 친분을 통해 자신이 파견된 국가의 생 생한 의견을 직접 청취하곤 했다. 이 담당관들은 자신의 견해를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일상적인 보고를 하거나, 특정 접근법에 대해 반대 의견 을 표명하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정책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미 국 공공외교(특히 이라크 지역) 정책의 한 가지 특징은 주요 공공외교 기능 을 제공하는 민간 사업자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에 다른 정 책 제안은 물론 다른 접근법을 제안하는 피드백도 거의 없게 된다. 피드 백은 더욱 판에 박힌 형태로 성공 사례만을 강조하게 되며, 이들 사업자 에 대한 추가 지출을 추천하는 내용이기 마련이다. 이것은 위험한 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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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이상적인 공공외교의 구조는 각각의 외교 부문별로 체계적인 청취, 조사와 분석 기능을 부여하고, 결과물과 제안사항이 공공외교 담당 부 처에 제공되어 최고위 정책결정에까지 반영될 수 있는 기제를 갖추는 것 이다. 이것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므로 쉽지 않다. 다른 대안적 접근법으로는 자국의 청취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대상 국가의 발언능력 을 향상시키는, 다시 말해 타국의 공공외교 능력을 제고시키는 방안이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국가 브랜딩 영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교 육교류나 특정 목적으로 무상원조를 제공하는 등 기존에 확립된 제도를 통해 유용하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자국민이 타국민에게 발언할 수 있는 아주 새로운 방법으로서 동료 간(peer-to-peer) 미디어 기제는 역 으로 타국민들이 자국민들 속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사용될 수 있 을 것이다. 외교정책과 관련된 청취의 흥미 있는 사례로는 비록 국내 상황에서 사용된 것이지만 캐나다가 정책 문건의 초안을 온라인에 게재하고 관심 있는 시민들이 정책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일이다. 이 실험을 통해 응답자는 참여와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었고, 좋은 제안 덕택에 정책은 더욱 세련될 수 있었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의 새 행정부도 2007년 여 름 이와 유사한 실험을 했다.

옹호, 전세계 실시간 뉴스에서 아이디어에 기초한 공공외교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옹호수단의 핵심 문제 중 하나는 전통적인 뉴스의 경계와 주 기가 와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캔자스 지역을 위해 작성된 메시지가 칸 다하르에까지 전해질 뿐만 아니라, 칸다하르에서 발신된 메시지는 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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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에 아침이 오기 전까지 전세계를 수차례 돌아다니곤 한다. 이에 대한 주요 대응책은 옹호자(Advocate)들을 목표 청중에 더욱 가깝게 배치하여 그들과 동일한 뉴스 주기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연합(공동) 대변인을 이슬라마바드에 주재하도록 하여 탈리반(Taliban) 대사이자 대 변인인 자이프(Mullah Abdul Salem Saeef)의 옹호에 맞대응하도록 한 것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 다. 바로 옹호에 있어서 국내 상황이 우선 고려된다는 문제이다. 이 때문 에 칸다하르로 송신될 메시지가 캔자스를 염두에 두고 작성되도록 만들 고, 또 칸다하르에서 캔자스로 오는 메시지는 이러한 아이디어의 전쟁에 서 이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캔자스 사람들에게 강 한 인상을 남겨주기 위해 만들어진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쉬운 해결책 은 없다. 그래도 한 가지 방책이라면 과도하게 대중적인 공공외교는 오히 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인정하고, 옹호수단을 쓸 때 한 국가 에 대한 옹호가 아닌 그 국가의 정책과 사상에 대한 옹호로 보는 접근법 을 고려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에 기초한 공공외교에 있어서 아이디어란 그 뿌리에서 일단 잘려져 나오면 또래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곳으 로 전파되고 매체들을 통해 재생산되게 된다. 따라서 옹호는 아이디어나 주장이 문화유전 단위(meme : 문화집단 내에서 사람들 사이에 전파되는 아이디어, 행 동, 스타일이나 사용법)로

형성되어 해당 옹호 대상을 넘어서 다른 집단들에

게까지 재생산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문화유전 단위를 활 용한 역사적 사례로는 1980년대 초 동구권의 미 공공외교관들이 반소련 농담들을 수집하여 전세계 동료들에게 배포하고 현지 정서에 적합할 경 우 이를 다시 퍼트리게 한 경우를 들 수 있다(Cull forthcoming).5 ) 옹호가 어떤 아이디어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당 아이 디어에 대해 가장 큰 신뢰성을 줄 수 있는 메시지 전달자와 강한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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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부여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반대로 메시지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 는 전달자와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국은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Global War on Terror)”과 연결되어 있고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 관 련된 메시지 전달자로서는 신뢰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영국 정부는 민주화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는 데 부적절하다. 그러나 공공외교에서 상 대적으로 덜 활용되었던 유럽연합(EU)의 경우는 신뢰도가 더 높을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에 기초한 공공외교 정책은 결국 문화유전 단위를 창 조해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문화유전 단위가 가장 잘 지속될 수 있 는 환경을 아울러 조성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즉 매 체의 발전이나 규제정책과 같은 사안들이 공공외교의 중요한 일부이며, 따라서 이것들이 다른 공공외교 접근법과 조화를 잘 이루도록 주의 깊 게 계획해야 할 것이다.

만약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 문화외교가 국가 간 국경을 넘어선 문화교류를 촉진한다는 것이라면…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 나 여기에서 간과된 측면은 인적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으로서, 특히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경을 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국외 이 주자 집단들이다.

문화외교 : 디아스포라와 블로그의 잠재력 만약 가장 기본적인 의미에서 문화외교가 국가 간 국경을 넘어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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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류를 촉진하는 것이라면 언어를 가르치거나 전시회를 개최하고 순회 연극공연을 파견하는 것 이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 에서 간과된 측면은 인적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으로서, 특히 자신들의 의 사와 무관하게 국경을 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국외 이주자 집단들이다. 공공외교에서 사람 사이의 과업수행을 위해 전통적으로 활용되었던 두 가지 주요 집단은 난민과 디아스포라(diasporas, 국외이주자 집단)이다. 영국 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폴란드와 체코로부터 탈출한 난민들에게 언어 와 정치에 대해 교육했으며(Donaldson 1984), 미국 정부는 냉전 초기에 이 탈리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결정적인 선거가 있는 전날 밤에 대대적으로 이탈리아로 편지를 보내서 성공적으로 이탈리아에 영향을 미쳤다. 요즘 망명 신청자들이나 이주자들은 대체적으로 공공외교의 자 원이라기보다는 관리해야 할 복지문제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이민자 들과 이주 노동자들이 최소한 국제적 문화 전파의 기제로서 갖는 역할을 고려하여 이들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이민 규제 완화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염가로 은행을 사용하거나 국제적으 로 돈을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비교적 단순한 제도 개혁으로도 이들의 삶을 훨씬 더 편하게 하고 착취를 막을 수 있게 해준다. 그저 보안이 잘 된 웹사이트 정도에 불과할지라도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간이 더 집중적인 이데올로기 교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이 주자들이 정착한 국가의 국민들과 여론 형성자들에게 자신의 친절이 자 국의 국제적 평판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것도 도 움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된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이 집으로 보낸 편지와 비슷한 역 할은 요즘 서방세계로 탈출한 사람들이 만든 본국에서 엄청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수천 개의 블로그들이 할 수 있다. 과거 냉전시대와 같이 정치적으로 소중한 점들을 커닝페이퍼처럼 요점만 적어서 전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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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오늘날에는 지나치게 노골적인 방법이지만 서방의 공공외교 정책이 어떻게 이 블로거들을 지원할 수 있을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방법은 지금까지 언론에게만 제공되었던 특정 특권들을 유명한 블로거 들에게도 확대 적용해 주는 것이다. 또한 블로깅을 용이하게 해주는 소 프트웨어 중에서 상품성이 부족해 생산되지 않은 특정 언어 버전을 공 공 기관에서 제작하여 무료로 제공해 줄 수 있다면 새로운 채널을 확보 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외로부터의 이주자에게 더 많은 권능을 주는 문제는 결국은 개발 도상국에서의 (인터넷과의) 연결성이라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 으며, 또한 이주자들이 모국에서 연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권능을 줄 필요성과도 연관된 이슈이다. 인터넷 보급률은 모로코 같이 50%가 넘는 나라도 있는 반면에 심하게 뒤처지는 국가들도 있다. 그리고 연결 성이 높다고 해서 그 기술을 개발한 사회에 대한 공감대가 확보된 것이 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지하드를 이끌었던 이슬람 근본주의는 고정된 편견에 바탕을 둔 것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에 노출되자 도전에 직면 하게 되었다. 연결성은 분명 도움을 준다. 문화외교 담당자들이 적용해 볼 수 있는 권능 부여의 사례로는 브라질 정부가 극빈층 거주 지역에 세 웠던 디지털 문화거점(cultural points) 제도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사용 자들이 예술적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전세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컴 퓨터 자원을 제공했다.

교류와 온라인 가상세계 공공외교의 수단으로서 교류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지리적 제약이 따르며,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참여시키기에는 문화적 장벽이 존재한다. 교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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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장점과 인터넷 신기술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기제로는 온라인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로는 대 규모의 사용자들이 동시에 접속하는 온라인 롤플레잉(role-playing) 게임 으로, 2004년 말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반지의 제왕과 같은 서사적인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들이다. 그러나 가상 세계의 범위는 이제 게임을 넘어서 본질적으로 사회와 동일한 환경에까 지 이르렀다. 예를 들어 2003년 린든랩(Linden Labs)에서 출시한 세컨드라 이프(Second Life)에서는 사용자들이 “실제 세계”에서 하는 것과 거의 같 은 방식으로 서로 만나고, 집을 짓고, 거래를 하며, 상호 교류하고 있다. 2007년 4월 현재 세컨드라이프는 540만이 넘는 사용자를 갖고 있고, 동 시 사용자 수는 36,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2007 년 1사분기 동안 세컨드라이프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 미국 국적이 차지 하는 비율이 50%에서 30%로 줄었다는 점이다. 린든랩은 세컨드라이프 사용자들이 메시지 박스에 타이핑하는 대신 목소리로 서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음성전송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를 공 공외교에 명시적으로 활용한다면 가상공간 내에 문화교류를 위한 전용 공간을 개설하고 다른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곳으로 홍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하나의 가능한 모델 세계박람회(World’ s Fair) 공간으로, 이곳 에서 많은 나라들이 각자의 문화상품을 전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스웨덴 은 이미 세컨드라이프 내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이것을 뛰어넘어서 공공 외교 목적을 위하여 완전히 새로운 가상공간과 게임들이 존재할 여지가 있는데, 예를 들면 Peace Maker(평화 조성자)와 같은 공간에서는 이스라 엘과 팔레스타인의 유저들이 자신들 사이의 분쟁을 상대방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이것은 과거에 중재자가 갈등집단 사이에 조 각 그림 퍼즐(jigsawing) 조각들을 나눠주고 서로 협력해서 완성시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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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하는 형태의 갈등해결 전략을 온라인 게임으로 계승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상세계를 활용하고자 하는 공공외교관들은 “실제세계”에서 어떤 미지의 국가를 만날 때와 같이 가상세계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세컨드 라이프는 이미 자신들만의 풍습과 관습이 있으며, 자신들의 가상세계를 악용하려는 기업들에 반대하는 해방전선도 가지고 있다. 세컨드라이프 에서의 활동은 엄밀한 감시를 받을 수 있으며, 자신과 중앙 정부 사이에 방화벽이 있는 기관들이 외무부보다 더 좋은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 다. 차세대 소프트웨어는 가상세계뿐만 아니라 마이스페이스(MySpace) 나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까지 활용하여 교 류의 가능성을 향상시켜 줄 것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말이나 글을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기술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발전하 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이러한 변화들은 공공외교관 업무의 우 선순위를 목표집단들 사이의 연결성 개선에 맞춰야 할 것이란 점을 시사 한다.

유튜브 시대의 국제방송 IB 역시 최근 일련의 도전을 맞고 있다. 이제는 상업 채널들이 오래 된 국가가 후원하는 프로그램 제공자들과 경쟁하고 있으며, 새로운 미 디어들이 구식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제뿐만 아니라 새로 운 대안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전통적인 서비스들이 설 자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인터내셔널 방송국들은 새로운 환경에 창조적으로 대응하 고 과거의 비즈니스 방식과 접근법들을 자신들을 위하여 보존하려는 움 직임을 차단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범은 특정 IB 활동의 목적을 고려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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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만일 그 목적이 민주화와 같이 발전하는 성질이라면, 외부의 대 리인에 의한 지속적인 방송은 특정 시점에 이르면 오히려 대상 국가의 자생적인 목소리를 억누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BBC World Service Trust와 같은 기구를 통해 IB와 발전하는 과정을 서로 공 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일부 국제방송국들이 자신의 외국 지사 들을 대상 국가 지역 방송국들의 사실상 해외 지국으로 활용할 수 있도 록 허용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최근의 가장 고무적인 발전은 IB에서 진정으로 상호작용하는 프로 그래밍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은 BBC World Service가 주 도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Africa Have Your Say(아프리카의 목소리)’ 같 은 혁신적인 쇼에서는 시청자들이 대화에 참여하고 다음 토론을 위한 안건을 제기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일주일에 3시간 한낮에 방송하는 이 프로그램은 아프리카인들의 자기 표현을 위한 주요 사이트가 되었으며, 전화와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질문과 의견을 받고 있다. 시청자 들의 피드백을 통해 이루어지는 프로그램들에서는 기존에 금지된 의제 들도 다루고 있는데, 자살이나 발전적(developmental) 어젠다에 늘 포함되 는 부패나 공동체 관계와 같은 주제들도 포함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공공외교의 주체들은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절한 국내외 규제체제의 조성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위 한 올바른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보다 기본적인 것으로서 공 공외교의 주체가 대상 그룹의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는 무선통신 시설에 대한 투자, 인터넷 카페 보급, 실용적인 실시간 번역 소프트웨어 개발 지 원이나 기본적인 언어학습 지원 등과 같은 노력이 도움이 될 것이다. 유튜브와 또래집단 간의 디지털 미디어가 주도하는 시대에 방송국 과 시청자 사이의 관계 역시 변화했다. 개별 시청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방송국이 제작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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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확산시키거나 원래 의미와 전혀 다르게 왜곡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새 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한 가지 방법은 방송국을 콘텐츠의 생산자로 취급 은 하지만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전에 콘텐츠에 대한 완벽한 통제력 을 상실할 수 있다고 보고, 방송국이 제작한 정규 콘텐츠 중 적어도 일 부는 시청자들이 쉽게 편집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다. 공공외교 주체가 제공하는 국제 뉴스를 유튜브 게시물로 제공함으로 써 해당 주제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 있는 방송국 편집자들의 선 택에 수동적으로 의존하는 것보다 뉴스 전파의 폭을 확장시킬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유튜브 공모전을 열어 특정 목적을 지지하는 필름 을 제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필름들은 일단 온라인에서 생명력 을 갖게 되면 스스로 인터넷에 퍼져나가는 문화요소의 전형적인 사례들 이다.

결론

이 논문에서 제시된 예시는 국제관계에 있어서 공공외교의 지속적 인 중요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공공외교의 요소들을 동등한 정도로 중요한 기능들로 분류하면서 청취를 역사적으로 간과되었기 때문에 가 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특별히 먼저 다루었다. 본 논문 은 기술발전과 공공외교가 수행되는 국제적인 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몇 가지 추세에 대해 강조하면서 과거가 미래의 길을 밝혀줄 수 있는 방 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네트워크 사회의 등장은 공공외교에 새로운 기 회를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공공외교관이 그의 개인적인 기량의 한계와 관계형성 위주로 생각할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기회는 크게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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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것이다. 특정 정책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이러한 관계는 그 정책을 조정하고 공동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갈 수 있 도록 하는 데 필요한 응답 또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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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위스는 자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다루기 위해 COCO(Coordinating Commission for the Swiss Presence Abroad)라는 조정기구를 가지고 있었다. 1976년에 20명의 구성원 으로 설립된 COCO는 외무부 산하에 조직되었다. 단지 5명의 스태프와 240만 스위스 프랑의 예산, 자발적 시민군이라는 존경할 만한 스위스의 전통에 뿌리내린 듯한 접근 방식으로는 1990년대 후반의 위기에 대처하기에는 불충분해 보였다. 2. 이 분석은 2005년 이후 저자와 PRS 사이의 접촉을 통해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PRS의 대표인 Johannes Matyassy 대사, 공무원인 Seraina Flury Schmid와 Mirjam Matti와 의 대화가 포함되어 있다. 3. 이 사례는 Abshire 대사와의 인터뷰 및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임원으로서 그 캠페인을 감독하였던 고(故) Walter Raymond와의 인터뷰에 기초하고 있다. 4. 이 전시는 문화외교의 한 부분으로서 두 번째 삶을 얻었다. 1965년 미국 정부는 Steichen의 고향인 룩셈부르크에서 전체를 전시해 주었다. 1990년대에 룩셈부르크는 이 전시를 복원하여 Grand Duchy의 북쪽에 있는 장엄한 Clervaux 성에 영구 전시하도 록 했다. 5. 문화유전 단위(meme)의 개념이 공공외교에서 함의하는 것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지만 실무자들에게는 Heath and Heath(2007)가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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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에이탄 길보아 Eytan Gilboa

이번 장에서는 국제관계, 전략연구, 외교연구, 홍보,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공공외교를 이론화하고 개념화하려는 시도들을 소개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또한 공공외교 연구에 사용되는 모델, 패러다임, 사례연구, 비교 분석 등의 연구방법을 살펴본다. 기존 지식과 방법론의 약점과 차이점뿐만 아니 라 앞으로의 방향을 찾고 새로운 연구의제를 개괄한다. 제시된 분석과 예들에서 여러 분야에 걸친 체계적인 노력 및 연구진과 실무진의 긴밀한 공조만이 일관성 있는 공공외교 이론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핵심어 : 신공공외교, 공공외교 수단, 공공외교 모델, 국제 홍보, 국가 이미지와 국가 명성, 국가 브랜드 구축, 소프트파워, 미디어 프레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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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외교는 새로운 실무 및 학문분야이다. 공공외교는 외교가 미디 어와 여론의 감시 하에 놓이게 된 지난 세기에 주목을 받았다. 공공외교 는 냉전기간 동안 더욱 중요한 분야가 되었는데, 핵무기의 미묘한 균형 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한 캠페인과 전세계인들의 마음과 생각을 사로잡 기 위한 이념전쟁이 주를 이루었다. 냉전기의 공공외교는 국제사회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강대국들과 여타 국가들이 사용한 여러 다른 수단 들에 관한 많은 연구에 영감을 주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뉴욕과 워싱턴에 테러 공격을 한 2001년 9월 11일 이후 공공외교 발전에 있어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탈냉전기와 9/11 테러 이후에 대두된 공공외교에 대한 새로운 도전 과 요구는 매스커뮤니케이션, 정치, 국제관계 분야에서 일어난 세 가지 서로 연관된 혁명에 영향을 받았다(Gilboa 2000, 2001). 커뮤니케이션 기술 혁명으로 두 가지 주요 혁신이 있었다. 인터넷과 CNN 인터내셔널, BBC 월드, 스카이 뉴스(Sky News), 알자지라(Al-Jazeera)와 같이 세계에서 일 어나는 거의 모든 사건의 주요 전개과정을 전세계 거의 모든 곳으로, 그 리고 종종 생방송으로 방송할 수 있는 글로벌 뉴스 네트워크가 바로 그 것이다. 인터넷 및 글로벌 네트워크는 세계 정세에 관한 정보의 중심 출 처가 되었다. 인터넷은 국가,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 NGOs), 지역사회, 기업, 심지어 개인들에게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

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 정치분야에서의 혁 명으로 많은 사회가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탈바꿈하면서 정치과정에 대 중의 참여가 증가했다. 국제관계 분야에서의 혁명은 외교정책의 목표와 수단을 변화시켰다. 매력(attraction)과 설득(persuasion)을 통해 전세계적으 로 얻은 우호적인 이미지와 평판은 전통적으로 군사·경제적 수단을 통 해 얻는 영토, 접근성, 천연자원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공공외교 분야의 기존 연구들은 몇 가지 큰 약점을 가지고 있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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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의 연구가 역사적인 분석으로 주로 냉전기 미국의 경험을 다루고 있 다. 공공외교에 대한 역사적인 설명은 특히 일화나 비사를 다루지 않고 분석적일 경우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공공외교 분야 이론과 방법론의 발 달에 대한 기여는 제한적이다. 공공외교 프로그램 및 미국 외 국가들과 NGO, 시민사회단체, 개인 등과 같은 새로운 국제 행위자들의 활동에 대 한 연구 또한 부족하다. 9/11 공격 이후 홀브룩(Holbrooke 2001, B07)은 “공 공외교라고 부를 수도 있고 공공업무나 심리전이라고 불러도 좋다. 만약 정말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면 선전(propaganda)이라고 부르면 된다”고 적 고 있다. 이러한 언급은 미국 정치인과 공직자들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일 수는 있지만 공공외교의 핵심 내용과 특성을 밝혀주지는 않는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공공외교를 프로파간다, 홍보(public relation : PR),

국제 홍보(international public relations : IPR), 심리전, 공공업무(public

affairs)와

혼동한다. 학자들과 실무자들은 종종 공공외교를 “소프트파워”

와 동일시하여 여론조사와 미디어 보도만으로 결과를 판단했다. 대부분 의 학자나 실무자들은 오늘날의 공공외교가 이러한 개별 용어들이 전달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을 포괄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마 지막으로 9/11 이후 많은 정부 및 공공 기관과 조직들이 수많은 보고서 를 발간해 왔는데, 이들은 대부분 같은 도전과 아이디어 및 원리들을 반 복해서 수록하고 있다. 이러한 보고서들은 공공외교 분야의 이론과 방 법론 발전에 만족할만한 기여를 하지 못했다. 이 장에서는 공공외교에 대한 이론과 방법론 개발 노력들을 비판적 인 시각으로 살펴본다. 공공외교는 아마도 가장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 는 현대 학문분야 중 하나일 것이다. 몇몇 학문분야가 유용한 이론과 모 델을 공공외교에 제공했다. 다른 분야의 잠재적인 기여 가능성은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장은 공공외교의 개념적 발달과 모델을 분석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냉전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정의 및 접근법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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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추적한다. 최근 공공외교는 냉전종식, 정보화 시대와 극단주의, 테 러, 핵확산의 출현이라는 국제관계의 새로운 지평에 맞게 조정되어야만 했다. 국제관계, 커뮤니케이션 연구, PR, 마케팅을 포함한 여러 사회과학 분야들이 다른 분야들보다 공공외교 이론 및 경험지식에 더 많은 기여 를 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연구와 방법론의 몇 가지 예를 소개하고 문 제점과 약점들을 제시한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패러다임, 사례연구, 비 교분석에 대해 알아보고 향후 연구를 위한 새로운 틀을 제안한다.

개념과 모델(Concepts and Models)

개념의 발전(Conceptual development) 의미 있는 주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려면 먼저 사용 가능하고 널리 수용되는 정의가 필요하다. 학자들과 실무자들은 공공외교에 대해 혼동 을 주고 불완전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다양한 정의를 사용해 왔다. 이전 정의들은 목표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만을 제시할 뿐이었다. 대표적 인 설명은 공공외교를 “외국 대중의 생각, 궁극적으로는 외국 정부의 생 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 대중과의 직접적인 커뮤 니케이션”으로 기술한다(Malone 1985, 199). 이 정의는 누가 이러한 커뮤니 케이션을 통제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는데, 아마도 1980년대에 널리 퍼져 있던 정부만이 공공외교를 사용한다는 통념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의는 두 단계의 영향이 미치는 과정이 있음을 시사한다. 첫 번째 단계 는 상대국에서 지지여론을 창출하기 위해 만든 직접 커뮤니케이션이며, 두 번째 단계는 정보를 제공받은 대중(informed public)이 자국 정부를 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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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서 공공외교를 수행한 국가에 우호적인 정책을 채택하도록 하는 것 이다. 그 이후에 나온 정의들은 행위자 및 내용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투흐(Tuch 1990, 3)는 공공외교를 “정부가 자국의 국가 목표와 정책뿐 아 니라 사상과 이상, 제도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타국 대중과 의사소통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프레드릭(Frederick 1993, 229) 은 세부적인 내용에 관해 “외국 시민들에게 영향을 줘서 해당 정부에 영 향을 행사하려는 목적으로 정보・교육・문화 분야에서 해외에 직접 행해 진 활동들”이라고 덧붙였다. 학자들은 국제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주요 발전에 맞춰 공공 외교의 정의를 수정해 왔다. 지그니처와 쿰스(Signitzer and Coombs 1992)는 PR과 공공외교는 유사한 목표를 추구하고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 에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한다. 지그니처와 쿰스는 공공외교를 “정부 및 민간부문의 개인과 단체 모두 타국 정부의 외교정책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른 국가 대중의 태도와 인식에 직ㆍ간접적 영향을 주는 방도”라고 정의했다. 이와 같은 혁신적인 정의는 새로운 행위자를 인정하 고 공공외교와 PR 간의 구별을 폐지했기 때문에 중요하다. 비정부 행위 자들을 추가하고 모든 행위자들 간의 상호 의존성 증가를 반영함으로써 국제관계의 지평을 새롭게 정의한다. 두 번째로 많은 학자들은 정부와 다른 행위자들을 구별하여, 정부는 공공외교를 행하는 반면 기업들은 IPR(국제홍보)을 실시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그니처와 쿰스는 다른 견해를 가졌고, PR 전문가들 사이에 이들의 입장에 대한 지지가 있었다. 윌코스, 알트, 애지(Wilcos, Ault, & Agee 1992, 409-10)는 IPR을 “다른 국가 의 정책과 호혜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업이나 기구, 정부의 계획적이 고 조직적인 노력”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 “정부”를 삽입한 것과 “호 혜관계”를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신외교”, “공공외교”, “미디어 외교”라는 용어는 너무 불명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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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확해서 더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 론슬리(Rawnsley 1995)는

공공외교와 미디어 외교를 수용자(audience)를 기준으로 구별했

다. 론슬리는 처음에는 정책결정자들이 외국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미디어를 사용하고, 두 번째는 정부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길보아(Gilboa 1998, 2001, 2002)는 목표와 수단에 기초하여 공공 외교와 미디어 외교를 구별했다. ‘공공외교’는 정부와 비정부 행위자들이 외국 사회의 여론에 영향을 주기 위하여 미디어와 기타 커뮤니케이션 채 널을 사용하는 것이고, ‘미디어 외교’는 공직자들이 상호 이해관계, 협상, 분쟁해결을 조사하고 촉진시키기 위하여 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또 한 ‘미디어-브로커 외교’는 언론인들이 일시적으로 외교관 역할을 대신 하여 국제협상에서 중재자로서 일하는 것이다. 금세기 초 학자와 실무자들은 “신공공외교(new public diplomacy : NPD)”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NPD는 정보화 시대라는 환경에

맞게 공공외교를 조정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빅커스(Vickers 2004, 151)는 “NPD는 국제 정보활동과 국내 정보활동 간, 공공외교와 전통외교 간, 문화외교, 마케팅, 뉴스 관리 간의 전통적인 구별을 흐리게 하는 것이 주 된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의는 다소 혼란스럽고 제한적인데, 그 이유는 “전통적인 구별을 흐리게 하는 것”이 학문적인 정의를 제시하 는 좋은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외교”와 같은 핵심 용어를 정보 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더 욱 빅커스의 이러한 정의는 한 문장으로 공공외교의 핵심을 포착하기 얼 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포터(Potter 2002-2003), 멜리센(Melissen 2005), 길보아(Gilboa 2006)는 국 제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혁명이 공공외교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 는 더 효과적인 접근법을 채택했다. 포터는 여론의 중요성 증가, 더 공격 적인 글로벌 미디어의 등장, 국제 투명성의 증가, 문화 다양성 보호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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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반사적인 요구(reflexive desire)를 만들어내는 글로벌 문화의 등장과 같은 변화를 지적했다. 멜리센은 공공외교가 현재 외교정책에서 차지하고 있 는 중심 위치, 비정부 행위자들의 등장, 국내외 정보 요구 간 조화의 어 려움, 국가 간 정보 교환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 다. 길보아는 특징들을 더욱 확장하여 열거했는데, 여기에는 정부 및 비 정부 행위자들 간의 상호작용성, “소프트파워”・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전략적 공공외교・미디어 프레이밍・정보관리・PR・국가 브랜드 구축・ 자기-제시(self-presentation)・e-이미지 등의 수단 활용, 외교정책의 국내 화, 장ㆍ단기 이슈의 제기 등이 포함된다. 이들 분야 중 다른 분야보다 비교적 많이 연구된 일부 분야는 다음과 같다.

모델 모델은 가장 중요한 변수와 그 변수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지식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필요하다. 간혹 외교 및 외교정책 모델 들이 공공외교에 대해 피상적으로 언급하기는 하지만 공공외교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을 발전시킨 학자들은 매우 적다. 길보아(Gilboa 2000, 2001)는

주요 행위자, 창안자(initiators), 목표, 미디어 유형, 수단과 기술이

라는 다섯 개의 변수를 사용하여 몇 개의 모델들을 구분했다. 그가 구 체적으로 제시한 세 가지 공공외교 모델은 ‘기본 냉전 모델(Basic Cold War model)’, ‘비정부 초국가 모델(Nonstate Transnational model)’, 그리고 ‘국내 PR

모델(Domestic PR model)’이다. 공공외교는 냉전 초기에 등장했다. 핵무기는 파괴력이 너무나 엄청 났기 때문에 정보와 설득 캠페인이 양 강대국이 세계에서 행하는 이념 적ㆍ전략적 싸움에 주요 무기가 될 것이 명백해졌다. 따라서 첫 번째 모델 에서는 국가들이 적대적인 관계에서 외국 사회에서 장기적인 목표를 달

3장_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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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기 위하여 공공외교를 사용한다. 목표 사회(target society)의 여론이 설득을 통해 적국에 대해 우호적인 이미지를 수용하도록 바뀌면, 이 여 론이 기존의 적대적인 태도와 정책을 바꾸도록 자신의 정부에게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목표 사회 대중에게 자국에 대해 더 균형 잡 힌 정보를 제공하여 목표 사회 정부의 국내 선전을 무력화하겠다는 생 각이다. 냉전 동안 미국과 소련은 상대국 내에서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대중의 우호적인 태도 형성을 위하여 주로 국제방송을 사용했다.

국제문제에서 NGO 같은 새로운 참여자의 등장과 모든 행위자들 간의 상당한 상호 의존성은 공공외교에 있어서 냉전 모델의 수정을 요구했다.

국제문제에서 NGO 같은 새로운 참여자의 등장과 모든 행위자들 간 의 상당히 높은 상호 의존성은 공공외교에 있어서 냉전 모델의 수정을 요구했다. 비정부 초국가 모델은 국가 경계를 넘어 공공외교를 사용하는 단체, NGO, 개인의 공공외교 활동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론적 개 념이다. 이러한 행위자들은 자신들의 대의에 대해 국제적인 지지를 이끌 어내고자 뉴스 네트워크와 미디어 이벤트를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이 모델은 중국에서의 친민주화(prodemocracy) 캠페인과 같이 외부 압력 을 통해 중국 정부에 대한 개혁을 강요할 목적을 가졌던 캠페인들을 설 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본 냉전 모델에서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행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 과 같은 자국의 통신수단을 사용한다. 그러나 국내 PR 모델에서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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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국에서 PR 기업과 심지어는 로비 스트까지도 고용한다. 이 방법을 선호하는 정부는 이 방법이 정부가 후 원하는 직접적인 공공외교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며, 공공외교의 실제 배 후 세력과 자금 출처를 은폐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상대국 내에 자신 의 캠페인에 대한 현지 지지단체나 운동(movement)을 형성하는 것도 정 당성(legitimacy)과 진정성(authenticity)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지 PR 기업은 대상이 되는 국가의 정치ㆍ문화적 맥락에서 바라는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물론, 캠페인을 추진하는 정부의 약점을 알고 그러한 약점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을 가장 잘 알 것 이다. 이 모델은 또한 “전략적 공공외교”라고 보통 알려진 여론조사에 대 한 과학적 지식과 방법을 활용한다(Manheim 1994a). 이 모델에 관한 유명 한 사건이 1990-1991 걸프전 중에 일어났다. 그 당시 망명 중이던 쿠웨이 트 왕이 쿠웨이트에서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전쟁에 대해 미국 국민, 의회, 미디어의 충분한 지지를 확보하고자 PR 기업인 힐 앤놀튼(Hill and Knowlton) 사를 고용했다(Manheim 1994b). 이 세가지 모델은 공공외교 활동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존재하는 상 당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친민주화 시위에서 미국이 기 본 냉전 모델을 사용했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중국 내에서 대중의 소요 를 조장하려고 국제방송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에서 는 중국에서의 친민주화 캠페인은 비정부 초국가 모델의 한 예였다. 중국 의 한 반정부집단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해서 자신들의 대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여론을 서방세계에서 동원하려 했기 때문이다. 여 러 모델을 적용해 본 결과 미국의 해석이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 공 공외교 모델 주로 독재정권을 대상으로 사용되어 온 반면에 다른 두 모 델은, 특히 국내 PR 모델은 민주사회에서 사용되었다. 오늘날 기본 모델 은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이나 미얀마의 군사정권, 이란의 아야톨라(Aya-

3장_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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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llahs)와

같은 정권을 상대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PR 모형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세 모델은 정부, 미디어, 여론에 대해 각기 중 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위 모델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적용하면 훨씬 더 타당성이 높아질 것이며, 아울러 다른 환경에서 공공외교를 수행하는 데 유용한 지식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과학의 기여

국제관계 : 소프트파워 커뮤니케이션, 교육, 설득은 군사력 대신에 외교관계에서 주요 기법 이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의 세계제패전략(grand strategy)은 힘, 외교, 그 리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세 기본 요소(fundamental components)의 통합과 적용을 요구한다. 커뮤니케이션은 훨씬 더 결정적인 요소인지도 모른다. 힘이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 는 능력이다.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행위자는 강제(채찍)와 보상(당근) 이라는 하드파워의 두 요소 및/또는 매력(소프트파워)을 사용한다. 소프 트파워는 한 국가의 가치, 문화, 정책에 대한 매력에서 나온다(Nye 2004). 소프트파워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제보다는 협력을 통해 행동하도록 만 든다. 정부나 비정부 행위자들의 정책과 입장이 도덕적인 권위를 가질 때, 또는 다른 행위자들에게 정당하게 보일 때 그 행위자들의 소프트파 워는 증가한다. 바티칸, NGO, 국제 뉴스 기관들과 같은 행위자들은 소 프트파워만을 가진다(Powers and Gilboa 2007). 나이(Nye 2004)와 다른 학자 들(Bátora 2006, 54, Melissen 2005)은 공공외교는 소프트파워를 만들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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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행동, 자원, 정부정책에 따른 하드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차이점이 [표 1]에 설명되었다. 공공외교는 소프트파워 자원을 행 동으로 전화시키는 정부정책으로서 제시되었다. [표 1] 하드파워 대 소프트파워 하드 파워 유형

군사

경제

소프트파워

행동

강제, 억제

유인, 강제

매력, 의제설정, 적응

자원

힘, 위협

경제제재, 지불

가치, 문화, 정책, 도구

정부 정책

강제적 외교, 전쟁, 동맹

원조, 보상

공공외교, 양자 및 다자간 외교

힘은 세계 제패전략 이론에서 핵심적인 요소이기는 하지만 몇몇 학 자들만이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간의 상호작용을 전략연구에 편입시 키려는 시도를 해왔을 뿐이다. 아퀼라와 론펠트(Arquilla and Ronfeldt 1999) 는 정보화 시대에 맞게 수정된 전략을 묘사하기 위해 “사고의 정치(Noopolitik)”라는

용어를 고안해서 하드파워로 작동하는 더 전통적인 “현실

정치(Realpolitik)” 접근법과 대비시켰다. 사고의 정치는 아이디어, 가치, 규 범, 법, 윤리의 우위를 강조한 외교정책 행태이다. 전세계적으로 정보기 술 가용성의 상당한 차이 때문에 이 새로운 전략은 서구에서 더 효과적 이며 특정한 일부의 문제들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신전략은 NGO, 특 히 시민사회에 기반을 둔 NGO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비록 아퀼라와 론 펠트는 현실정치와 사고의 정치가 서로 모순된다고 생각했지만, 노련한 정책결정자들은 특히 현실정치 유형의 압력에 효과적으로 견뎌온 완강 한 적을 상대해야 할 때 현실정치와 사고의 정치를 서로 대체적으로 사 용했다. 그렇지만 “소프트파워”가 이미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용

3장_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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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를 만들 필요는 없었고, “사고의 정치”(Noopolitik)가 어떻게 공공외교로 전환될 수 있는지도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모어(Mor 2006)는 좁은 의미로 공공외교와 선전을 동일시했지만 공공 외교를 전략 및 전술 플랜들의 중요한 요소로서 정의했다. 모어는 국제적 갈등이 미디어의 포화상태 하에 있기 때문에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공 간이 축소되었고, 따라서 공공외교가 전술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주 장했다. 이 원칙이 실행되려면 전술적인 단계까지 하달되는 정치적 목표 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화와 실행 중인 공공외교를 집중화하고 통제・감 시하는 조직적인 구조라는 두 가지 실행조건(operational conditions)이 최소 한 갖춰져야 할 것이다. 비판자들은 소프트파워가 혼동을 주는 개념이거나 이론적으로 결 함이 많다고 주장해 왔다. 몇몇 비판자들은 모든 자원은 심지어 군사력 까지도 인도주의적 원조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와 같이 부드러울 수 있 기 때문에 소프트파워는 절대로 파워의 일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종 종 소프트파워의 주요 표적이 되는 미디어와 대중은 힘(power)을 응당 하드파워로 인식하고 힘과 하드파워를 굳이 구별하지 않는다. 국가들의 관점에서는 소프트파워란 대체로 하드파워에 의존하는 것이다. 강대국 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 기술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파워는 한 사회에는 효과적일 수 있는 반면 다른 사회에서는 그 반대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가치들은 호주와 캐나 다에서는 높게 평가될 수 있지만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완전 히 배척당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소프트파워가 설사 유효한 개념이라 할지라도 소프트파워는 여전히 매력보다는 반감을 살 수 있는데, 그 이 유는 소프트파워도 힘이며, 현재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예술적 헤게모니(artistic hegemony)”나 “문화제국주의”가 반감은 물론 심지어는 분노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Joff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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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나이(Nye 2004, 2006)와 다른 학자들은 소프트파워 개념의 약점을 인 지했고, 이를 수정하는 접근법으로 “스마트파워(smart power)”라는 개념 을 발전시켰다(Hamre 2007). 나이는 스마트파워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 워 양자를 보다 잘 결합시키거나 양자 사이의 균형을 잘 잡는 방법을 배 우는 것이라고 썼다. 코브와 부어스틴(Korb and Boorstin 2005, ii)은 하드파 워와 소프트파워라는 개념들을 폐기시켜 하나의 “통합 파워(integrated power)”라는

용어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그 이유로 양자는 대

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란 점을 들고 있다. 코브와 부어스틴에게 통 합 파워란 동맹을 이끌고 활용하는 것,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여 전통적 인 전략과 결합하는 것, 국방, 자국안보(homeland security), 외교, 에너지, 해외원조 사이의 구별을 없애는 것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개념화는 매우 혼란스럽다. 스마트파워와 통합 파워도 여전히 명확하지 않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며, 아직도 소프트파워 아이디어의 이론적인 약 점들을 해결하기 못하고 있다. 소프트파워는 학자, 정치가, 외교관 사이 의 정치적ㆍ이데올로기적 논쟁에서 인기 있는 주제가 되었다. 많은 사용 법 중에서 “스마트(smart)”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으며, 내용도 상이하고, 때로는 오해의 여지도 있었다. 예를 들어 노셀(Nossel 2004)은 미국의 “보 수 정책결정자”는 하드파워를 고수하는 반면에 “진보적인 정책결정자” 는 스마트파워를 선호한다고 주장했는데, 여기서는 스마트파워를 “자유 주의적 국제주의(liberal internationalism)”와 동일시했다. 어떠한 소프트파워 분석이나 스마트파워 분석도 바로 공공외교를 떠올리게는 하지만 둘 사 이의 개념적 관계와 실제 작동에 있어서의 관계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3장_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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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 미디어와 여론 공공외교는 정부, 미디어, 여론이라는 세 가지 주요 요소들 간의 복 잡한 관계에 기초한다(Soroka 2003). 학자들은 미디어와 여론, 미디어와 정 부 사이의 관계에 관한 유용한 다수의 연구들을 내놓았지만 세 요소 모 두를 연결시킨 연구는 매우 드물었다. 9/11 테러 공격과 세계적인 테러와 의 전쟁 이후 주로 미국 단체들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슬람 세계와 유 럽에서의 미국에 대한 인식을 평가하고 반미주의의 주된 요인을 밝혀내 려고 수많은 여론조사를 행했다. 이러한 조사의 결과나 발견 사실들이 대체로 타당성을 갖지만, 여론조사가 공공외교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실제적ㆍ잠재적으로 어떻게 기여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비민주적 사회에서 행해진 조사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 지, 그 조사가 정확히 무엇을 측정하는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어떤 구체적인 지침을 공공외교 프로그램에 제공하는지 등은 분명하지 않다. 최근의 한 연구(Fouts 2006)는 공직자, 여론조사자, 학자들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여론의 정도와 방향의 증거 가 되는 장기적 자료(longitudinal data)의 더 많은 생산, 계획수립 과정에서 자료을 활용, 공공외교 필요성을 이해하도록 조사원들 교육, 여론조사의 한계점을 이해하도록 공직자들 교육 등을 제안했다. 현재 다양한 국가, 기관, 국제문제 등에 관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 는 많은 여론조사가 행해지고 있다. 그 자료들은 종종 “부패”, “언론 자 유”, “민주주의”, “환경보호”, “삶의 질”, “평화도(peacefulness)”, “정보통신 기술 가용성(availability)”과 같은 중요 주제에 관해 국가들을 평가하고 순 위를 매기기 위한 지수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그 지수들은 국가의 이미 지와 평판에 대한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이러한 지표의 상대적 중요도나 연구결과를 공공외교에 실행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활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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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인가에 대한 연구는 전혀 행해지지 않았다. 미디어-정부 관계는 단순히 정부 내부의 의견을 지수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미디어와 정부 사이에 몇몇 절차를 더해서 정책결정 과정 자체를 통제하는 데까지 확장될 수도 있다. “지수화 가설(indexing hypothesis)”은 기자들이 정부 내부에 존재하는 여론의 폭을 전부 반영할 수 있도록 자 신의 보도성향을 조절한다는 내용이다(Bennett 1990). 만약 이 가정이 유 효하다면 미디어는 정책결정자의 도구로서 주로 기능한다. “정보 관리” 는 정부의 정보 통제와 대중매체 조작을 말한다. 이러한 통제는 보통 전 시나 군사작전 시에 등장하지만, 공공외교에 적용되면 외적인 영향에 대 한 강력한 국내적 반대를 조성하기 위한 미디어 조작을 의미할 수 있다. “CNN 효과”는 스펙트럼의 반대편 끝에 놓여 있다. 평론가들과 학자들은 이 개념을 정책결정자들에게 TV 보도가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군사 개입과 같은 행동을 취하게 만드는 주로 끔찍한 인도적 재앙을 다룬 TV 보도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다. CNN 효과는 미디어가 국익을 결정하며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자들로부터 정책결정 권한을 강탈하는 것을 의미 한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기존 연구에는 “의제설정(agenda setting)”, “프레 이밍(framing)”, “프라이밍(priming)”과 같은 미디어 효과에 대한 이론과 모 델이 풍부하지만 공공외교 학자와 실무자들은 그 이론과 모델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매우 적은 수의 연구만 미디어 효과를 공공외교의 개념 들에 접목하고 있다. “의제설정”은 미디어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안들이 대중에게 가장 중요하게 인식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프레이밍”은 미디 어가 특정한 정의나 해석, 도덕적 평가, 해결책 등을 장려하기 위하여 특 정 사안이나 접근법을 선택・배제・강조하는 것을 지칭한다. “프라이밍” 은 지도자들의 업무수행을 평가하기 위하여 미디어가 제시한 기준들을 말한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미디어는 프레이밍 과정에서 단 하나의

3장_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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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자만을 대변한다. 정치가, 정책결정자, 엘리트층, 이익집단, 타국 지 도자들 모두는 대중들이 자신들의 프레이밍을 받아들이도록 하려고 노 력한다. 몇몇 연구들은 미디어 보도와 외국에 대한 인식 간의 뚜렷한 상호 관련성을 찾아냈다. 한 연구는 미국 미디어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들 이 미국 국익에 더 중요한 것으로 대중에게 인식됨을 찾아냈다(Wanta, Golan, and Lee 2004). 비록 긍정적인 보도가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지 않

았지만 부정적인 보도는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했다. 또 다른 연구는 반 미 견해를 가진 다른 방송들과 알자지라의 뉴스 보도를 비교 분석함으 로써 이슬람 세계에 대한 미국의 공공외교 활동을 평가했다. 이 연구는 사회경제적 요소와 같은 거시적 수준의 변수들과 인구통계, 텔레비전 노 출, 서구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과 같은 개인 수준의 변수들을 포함했다 (Nisbet et al. 2004). 조사자들은 아홉 개의 이슬람 국가에서 TV

뉴스 시청

이 다른 어떤 거시적ㆍ개인적 수준의 변수들보다 반미감정에 더 많은 영 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학자들은 커뮤니케이션 모델과 이론들을 외교정책이나 국제관계 이 슈들에 대해서는 적용했지만 공공외교에 적용한 연구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학자들은 커뮤니케이션 모델과 이론들을 외교정책이나 국제관계 이 슈들에 대해서는 적용했지만 공공외교에 적용한 연구자는 소수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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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엔트만(Entman 2004)의 순차확산 모델(cascading activation model)은 정 책, 미디어, 여론을 이어주는 가장 유망한 접근법이다. 엔트만은 대통령 들과 그들의 외교정책 고문들, 엘리트층, 미디어를 포함하는 일부 행위자 들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다가가고 여론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프 레임(frame)을 만드는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엔트만의 모델은 어떻게 이 러한 “프레임 구축 전쟁(framing fighting)”이 행해지고 누가 어떻게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지 설명한다. 또한 이 모델은 일부 행위자들이 다른 행위 자들보다 프레임을 대중에 이르게 하는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어서, 언 제 어떻게 미디어가 외교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데 도 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순차확산 모델은 외교정책 문제의 국내 프 레임 구축을 다루고 있지만 쉽게 공공외교로 확장될 수 있다. 다른 사회 내에서 프레이밍 전쟁에 간섭하는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맥 락에서 공공외교는 상대국 엘리트층과 미디어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즉 외국의 엘리트와 미디어가 특정 국가의 어떤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을 그 국가에서 같은 시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 고, 결국 무엇이 옳은 지에 대한 국가 내부의 토론에서 무기가 될 수 있 다고 가정한다.

홍보(PR) : 이미지와 평판 개선 최근에 점점 더 많은 학자와 실무자들이 PR 이론, 모델, 방법론을 사용해서 공공외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그니처와 쿰스(Signitzer & Coombs 1992)는

심지어 공공외교와 PR이 매우 유사해서 두 개의 개념적

수렴과 경험적 조사에서의 PR 이론 활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햄(Ham 2002, 268)은

“PD[공공외교]와 PR-마케팅은 통합(merging)되고 있다”고 주

장했다. 왕(Wang 2006b)은 “국가 평판 관리”가 공공외교의 핵심 개념이라

3장_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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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주장했다. 그루닉(Grunig 1993)은 자신의 고전적인 PR 모델들이 공공외 교로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루닉은 자신의 모델들을 상호 관련 된 두 가지 기초 원리에 따라 분류했다. 방향(direction)에 따라 일방향 커 뮤니케이션 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나누고, 목적에 따라 대칭 대 비대칭으로 나누었다.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은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 로의 정보 유포를 말하는 반면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양자 간의 정 보교환을 의미한다. 비대칭관계에서 PR 목표는 상대국의 여론이나 정책, 행동을 바꾸는 것인 반면 대칭관계에서는 PR을 사용하는 국가도 자국 의 정책이나 행동을 바꿀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루닉의 네 가지 모델은 ‘언론대행(press agentry)’, ‘공공정보(public information)’, ‘쌍방향 비대칭(two- way asymmetrical)’, ‘쌍방향 대칭(two-way symmetrical)’이다.

언론대행은 미디어의 호의적인 보도를 얻기 위해 고안된 PR 프로그 램을 말하며, 이는 종종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방법도 동원한다. 공공정보 란 언론인인 양 활동하는 기관 내부의 기자들(in-house writers)이 작성하 여 뉴스레터, 홍보책자, 직접 서신(direct mail)과 같이 통제된 미디어를 통 해 유포되는 정보를 말한다. 첫 두 모델은 일방향 커뮤니케이션과 비대칭 관계를 나타낸다. 세 번째 모델은 쌍방향 비대칭 모형으로 전략적 커뮤니 케이션에 기초한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란 과학적인 태도 측정법이자 PR을 사용하는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도록 상대국 대중을 설득 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만드는 것을 지칭한다. 쌍방향 대칭 모델 또한 조 사에 기초하고 있지만 PR을 사용하는 국가와 상대국 모두의 정책 및 행 태의 변화를 허용한다. 네 가지 모형을 외국에 대해 적용한 결과 이들 상호간에 중복되고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그루닉(Grunig 1997)은 원래의 분 석틀에 사용된 ‘방향’과 ‘목표’에 ‘채널(channel)’과 ‘윤리(ethics)’라는 새로 운 두 가지 차원을 더하여 4차원의 규범적인 분석틀로 재구성했다.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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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널”은 정보가 전달되는 방법을 말하며, 여기에는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채널을 의미하는 대인 관계(interpersonal) 대 매개(mediated) 채널이 있다. 윤리적 PR은 목적론적 접근 행동(teleology-approaching actions)에 의해 결 정된다. 이것은 단지 직접 연관된 대중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포함해 그들의 목적이나 효용, 이해관계의 공개(disclosure of interests), 사회 적 책임 등과 관련해서 목적론적으로 접근하는 행동을 지칭한다. 이와 같이 수정된 접근법은 수월성 연구(the Excellence Study)라는 규범적인 이 론으로 발전되었는데, 이것은 정부와 기관들이 PR을 행하는 데 채택해 야 할 최선의 방법과 비교 평가하는 방식의 PR 행위에 관한 경험적 연구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학자들은 아직 그루닉(1993)의 네 가지 모형과 네 가지 재구성된 요 소들(Grunig 1997)을 공공외교에 만족스럽게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몇몇 은 이차원 틀, 즉 일방향 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부(Bu 1999)와 막(Maack 2001)은 각각 그 틀을 교육 공공외교 프로그램과 문화 공공외교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레오나르드와 알랙슨(Leonard and Alakeson 2000)은

쌍방향 모델, 대칭 모델, 윤리 공공외교 모델을 주장했

다. 윤(Yun 2006)은 수월성 연구 이론이 공공외교에 적용될 수 있는지 여 부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야심찬 이론적 연구를 수행했다. 윤은 그루닉 (Grunig 1993, 1997)의 틀을 여섯 요소 측정 모델(six-fact measurement model)

로 조작화하고 여기에 수월성 연구 이론의 다섯 가지 원리를 추가했다. 즉 전략적 관리에 있어 PR의 ‘관여(involvement)’, 전문화된 PR 기능의 ‘통 합(integration)’, ‘내외부의 대칭적(internal and external symmetrical) 커뮤니케 이션, 각 부문의 ‘지식(departmental knowledge)’ 등 다섯 가지가 추가로 포 함되었다. 윤은 이런 통합모형을 워싱턴 D.C.의 113개 대사관 업무에 적 용했다. 이 연구는 공공외교의 분야와 수도의 대사관에 국한되었지만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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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모형에 기초한 고차원 공공외교 연구를 위하여 흥미롭고 유용한 장을 제공하고 있다. 종종 행위자들은 광고를 공공외교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장과 베누 아(Zhang and Benoit 2004)는 베누아의 이미지 회복(Image Restoration) 이론 을 사우디아라비아가 9/11 테러 공격 이후 미국에서 수행한 이미지 회복 캠페인에 적용했다. 베누아의 이론은 국가와 조직들은 손상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부인(denial)’, ‘책임회피(evading responsibility)’, ‘공격성 축 소(reducing offensiveness)’, ‘교정조치(corrective action)’, “울분 표출(mortification)”이라는

다섯 가지 대안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장과 베누아는

미국 미디어의 사우디아라비아 뉴스 보도뿐 아니라 워싱턴에 있는 사우 디 대사관에 게시된 글과 유료 광고도 조사했다. 부인, 비난자에 대한 공 격, 치고받기 등이 사우디 이미지 회복 노력에 가장 효과적인 요소임이 밝혀졌다. 2003년 미국은 공유가치 구상(Shared Value Initiative)으로 알려 진 광고 캠페인을 모방했다. 그 캠페인은 미국에서의 이슬람교도들의 삶 을 묘사하였고, 아랍 및 이슬람 국가에서 미국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켄드릭과 풀러튼(Kendrick and Fulerton 2004)은 이러한 시 도를 전통 전시 프로파간다(propaganda) 실험 및 정규 TV 광고를 평가하 기 위해 사용되는 광고문구 실험 두 가지를 통해 평가했다. 즉 런던에서 수학하는 외국 학생들에게 이 광고 화면을 전과 후로 나눠 보여주고(보여 주기 전후로)

그들의 미국에 대한 견해를 측정했다. 이 연구는 미국의 캠페

인이 성공적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장(Zhang 2006)은 공공외교를 국가와 조직들이 상징의 의미를 형성하 고 협상하는 행위와 이런 의미에 기초한 행위의 실행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는 “상징적 상호작용 과정(symbolic interactionist process)”이라고 개념화했 다. 상징적 상호작용은 ‘정체성(identity)’, 즉 자신과 타인에 의해 자신에게 부여된 의미, ‘상징(symbols)’, ‘상호작용(interractions)’, ‘권력관계(power r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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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tions)’와

같은 요소를 포함한다. 장은 2004년에서 2005년에 걸친 아시아

쓰나미 구호 캠페인에서 경쟁적인 공공외교의 측면을 조사하기 위하여 미디어 프레임을 사용했다. 장과 카메론(Zhang and Cameron 2003)은 2000 년에 9개월에 걸쳐 중국이 미국에서 행한 공공외교 캠페인의 효과를 조 사했다. 장과 카메론은 특별 인터뷰와 문화관광과 같은 다양한 행사들 에 관한 미국 주요 신문들의 보도를 분석하고 가장 부정적인 관심을 받 은 주제와 가장 긍정적인 관심을 받은 주제들의 순위를 매겼는데, 주로 중국 국내 정치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보도를 훨씬 더 많이 발견했다. 공 공외교 전략과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위한 자료의 유일한 출처로 미디 어 보도에 크게 의존한 것은 이 연구와 그들이 행한 다른 연구에서 나 타난 심각한 결함이다. 그렇게 볼 때 그루닉(Grunig 1993, 1997)과 윤(Yun 2006)의 모델이 미래의 경험적 연구를 위해서는 훨씬 더 전망이 좋다.

브랜드 구축 : 국가와 장소의 판매 국가 브랜드 구축 또는 브랜드 재구축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Anholt 2002 ; Kotler and Gertner 2002 ; Olins 2002, 2005 : Yan 2003).

‘Journal of Brand Management’라는 저널은 이처

럼 새롭게 대두되는 관심을 반영해서 국가 브랜드 구축을 주제로 하는 특별호를 출간했다. ‘Place branding’이라는 새로운 학술지가 브랜드 구 축, 마케팅 및 공공외교를 연구하기 위해 창간되었다. 장소 브랜드 구축 및 공공외교학회(Association for Place Branding and Public Diplomacy)도 창설 되었다. 브랜드 구축은 제품과 서비스에 사람들이 일체화할 수 있는 감 정적인 차원을 부여하는 것을 포함한다. 브랜드란 한 제품에 대한 소비 자의 생각으로 가장 잘 표현될 수 있으며, “브랜드 국가(brand state)”란 전 세계 사람들이 한 국가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Ham 2001).

3장_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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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러한 공식화는 또한 국가 하위의 행위자(Wang 2006a)나 자신들의 대의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테러조직, 국제기구, NGO, 개인과 같은 비정부 행위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국가들은 어떤 특별히 부각되는 특징들과 동일시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미국은 자기 표현과 테크놀로지, 독일은 공학과 우수한 제품, 일본은 소형화, 이탈리아는 스 타일, 프랑스는 세련미, 영국은 품격, 스웨덴은 디자인, 천주교는 십자가, 아랍세계는 알자지라 방송과 연계되어 있다. 햄(Ham 2002, 252)은 브랜드 구축이 “지정학과 힘으로 대변되는 근대 세계로부터 이미지와 영향력이 중시되는 탈근대 세계로의 정치 패러다임 변화를 함축한다”고 주장했다. “적절한 브랜드 자산”(relevant brand equity) 을 구축하지 못한 국가들은 새로운 세계 체제에서 경제적, 정치적으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없을 것이다. 브랜드 구축 없이는 국가들이 투자, 관광객, 그리고 기업과 공장 등을 유치하지도 못하고, 수출을 늘리거나 삶의 수준을 높일 수도 없을 것이다. 국가 브랜드 구축 캠페인의 예로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예술, 패션, 미디어, 디자인의 허브로서 영국의 이미 지를 진작시키기 위해 고안한 “멋진 영국(Cool Britannia)”, 벨기에의 새로 운 로고 ‘.be’, 그리고 에스토니아의 “옛 소련 국가(post-Soviet)”라는 이 미지를 보다 고급스러운 “EU 가입예정 국가(pre-EU)”란 이미지로 바꾸 려는 노력 등이 포함된다. 국가들 외에도 도시, 지역, EU와 같은 연합체 등 모든 영토적 주체들은 브랜드 구축에 관심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햄 (Ham 2002)은

덴마크의 헐(Hull) 시와 외레준드 지역(Øresund Region)의 브

랜드 구축을 연구했다. 안홀트(Anholt)는 이론보다는 실행과 직관에 기초한 국가 및 도시 브 랜드 구축 지수를 개발했다. 국가 브랜드 지수(National Brands Index, Anholt 2007)는

‘관광(tourism)’, ‘수출(exports)’, ‘문화유산(culture and heritage)’, ‘투

자와 이민(investment and immigration)’, ‘국민(people)’, ‘거버넌스(gover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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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등 여섯 개 국가 자산분야에 대한 국가 및 국민 인식의 총합이다. 안홀 트는 주로 선진국으로 이루어진 35개국 내지 38개국의 브랜드 구축 상태 에 대해 지수들을 활용하여 정기적으로 순위를 매겼다. 전세계 2만 5천 명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여론조사를 통해 결과를 얻었다. 안홀트는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여 도시 브랜드 지수(City Brands Index)도 만들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혁신적이고 흥미롭지만 그가 사용한 의식조사나 특 정한 측정법의 타당성에 관한 보다 상세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유용성 이 떨어진다. 햄(Ham 2002, 252)은 브랜드 구축과 구성주의(constructivism)라는 국제 관계에 관한 중요한 이론적 접근법을 연결하는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했 다. 이 접근법은 규범, 가치, 정체성은 국가 간의 권력관계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관계 있는 행위자들이 구축한 사회적 구성물(social constructs) 이라 본다. 규범, 가치, 정체성에 관한 토론은 주로 미디어에서 행해진다. 또한 현실의 사회적 구성은 구성주의와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연결하지만 구성주의 지지자들은 관련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들은 구성주의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공공외교는 구성주의, 브랜드 구 축,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공공외교와 브랜드 구축은 어떤 부분에서는 매우 유사하지만 한편 으로는 매우 다르다. 유사점은 이미지 및 상징 관리, 관계 구축, 한편으 로는 미디어의 광범위한 사용을 포함한다. 차이점은 목표 또는 결과물 (판매증가 대 외교정책),

수단, 커뮤니케이션 형태, 언어, 문화를 포함한다.

칼라한(Callahan 2006)은 야구가 크리켓(cricket)과 관련 있는 만큼이나 PR, 광고, 정치 캠페인, 영화가 공공외교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제대로 관찰 했다. 광고와 제품 브랜드 구축은 구체적이고 마음대로이며, 영화제작자 들은 즐거움을 주려 하고, 정치전략은 익숙한 국내 무대만 효과가 있으 며, PR은 상투적인 표현을 넘어서는 일이 거의 없다. 반면 공공외교는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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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하고 다면적인 이슈를 다루어야 하고, 외교정책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서 적절한 맥락을 제공해야 하며, 외국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사회 적・정치적 충동이나 동기를 다루는 것이다. 요컨대 공공외교는 슬로건 이나 이미지로 축소할 수 없다. 또 다른 중요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큰 문 제는 브랜드 구축이 압도적인 위기상황으로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영역 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과연 미국이 이라 크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으며 인기도 없는 전쟁을 하면서 성공적인 브랜 드 구축 캠페인을 할 수 있을까? 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무력충 돌을 하면서 우수한 첨단 의약기술과 의약품에 대한 훌륭한 기여에 중 점을 둔 주요 브랜드 구축 캠페인을 주도하는 것이 가능할까? 학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아직 대답하지 못했고, 브랜드 구축과 공공외교 사이의 중요한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서도 연구하지 못한 상태이다.

방법론적 접근법

패러다임 아직까지 공공외교의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한 진지한 시도는 없었 다. 일부 학자들이 유관 분야인 세계 정치, 세계 질서, 외교정책 등에 대 해서 패러다임을 제시했지만 이들도 많은 이론적·방법론적 약점들을 가 지고 있다. 애먼(Ammon 2001)은 커뮤니케이션과 공공외교에서의 패러다 임 변화로 인해 그가 “텔레 외교(telediplomacy)”라고 부른 새로운 세계 정 치의 패러다임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애먼은 실시간 글로벌 뉴스 보 도의 등장과 확장이 커뮤니케이션 변화를 일으켰고, 주로 개방성으로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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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징지어지는 “신외교(new diplomacy)”가 외교정책 결정에 변화를 일으켰다 고 설명했다. 두 가지 변화의 수렴현상인 텔레 외교는 기존의 외교방식 을 대체하고, 또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특정 조건 하에서는 외교정책 을 추동하고 그 성과를 결정하기도 한다. 텔레 외교는 공공외교와 밀접 한 관련이 있는데, 그 이유는 텔레 외교가 지도자와 정책결정자에게 정 책을 강요하는 해외 및 국내 여론의 힘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애 먼은 심각한 인도적 재앙 사태에 대한 군사 개입의 몇몇 사례를 통해 자 신의 패러다임을 설명했다. 애먼의 패러다임은 텔레 외교 작용을 위한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돌발 사건(fast-breaking event), 지도력 공백(leadership vacuum), 미디어 자율성(media autonomy), 고가시성 (high visibility)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이러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

이 매우 어렵고,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일어난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세계정치 패러다임이 예외적인 경우에 근거해서 만들 어질 수 없다. 구나랏네(Gunaratne 2005)는 커뮤니케이션에 기반을 둔 세계 질서라는 맥락 속에 공공외교를 위치시키기 위해 시스템 이론과 동양철학을 응용 했다. 그의 방법론은 세계화로 인한 정치ㆍ경제적 영향과 그 결과로 발생 한 국제활동 중심부와 저개발 주변부 힘의 차이에 기초하고 있다. 구나 랏네에 따르면 공공외교 분석은 그가 기존에 주장했던 것처럼 민족국가 (nation-state)를

기본 단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스템을 기본 단위

로 시작해야 한다. 그는 모든 행위자들이 공공외교에 동일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을 관찰한 하튼과 스카튼(Hachten and Scotton 2002, 104)을 인 용했는데, 그들에 의하면 주변부 국가와 사회는 “거의 모두 공공외교의 수용자인데, 왜냐하면 대부분 전세계를 무대로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흥미롭 기는 하지만 실제로 작동 가능한 패러다임으로 만들기에는 너무 복잡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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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어렵다. 라이어던(Riordan 2004)은 21세기 외교는 점차 공공외교가 될 것이라 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테러, 환경오염, 전염병 확산, 금융 불안정성과 같 은 현재의 글로벌 이슈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공공외교와 정 부・NGO・개인 간의 긴밀한 공조를 통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라이어던은 이러한 접근법이 시민사회 안팎에서 활동 하는 많은 협력자(partner)들 간의 공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화기반 공공외교(dialogue-based PD)”라고 불렀다. 그는 대화기반 공공외교가 제 대로 실행되면 경직되고 폐쇄적이던 기존의 외교정책 결정기구들을 개방 하도록 강요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외교정책 패러다임을 창조할 것이 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너무 협소하고, 이미 알려진 공 공외교의 수단을 외교정책 결정과정의 중심부에 놓은 것에 불과하며, 일 본적으로 학문이 아닌 실무에 치우쳐 있다. 쿤(Kuhn)이 의미하는 패러다임은 정상과학(normal science)과 과학혁 명의 발전경로를 추적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한 과학분야의 발전에 유용 할지 모른다. 하나의 패러다임 또는 지배적인 이론은 연구자들이 데이터 와 결과물로 채워야 할 퍼즐을 만든다. 이론적으로 공공외교 패러다임 은 누적적인 연구의 증진에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외교 분야에서 시도된 소수의 패러다임 창출 노력은 아직도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 으며, 특히 공공외교와 같이 학제적인 분야에 있어서 패러다임 접근법이 그 분야를 조직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닐 수도 있다.

사례연구 및 비교분석 사례연구와 비교분석은 사회과학에서 매우 흔히 쓰는 방법론이고, 지식창조와 발전을 위한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사례연구는 이론과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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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일반화를 위한 기초를 제공한다. 비교분석은 행 위자와 프로그램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필수적이 다. 공공외교에서 사례연구는 여러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 여기에는 특 정 국가, 국제기구나 NGO와 같은 ‘행위자(actor)’, 국제방송이나 문화외교 와 같은 공공외교 ‘수단(instruments)’, 중동과 같은 ‘상대 국가나 지역(target states or regions)’, 그리고 달라이 라마와 넬슨 만델라와 같은 ‘개별 지도자

들(individual leaders)’ 등이 속한다. 사례연구는 두 가지 이상의 범주에 포 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국제방송은 행위자 범주나 수단 범주로 분 류될 수 있다. 따라서 범주 선택은 구체적인 연구목표와 방법론에 맞춰 서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에 나오는 연구사례는 다양한 접근법과 방법론을 보여준다. 레 너드, 스몰, 로즈(Leonard, Small, and Rose 2005)는 영국 공공외교를 특히 이 라크 전쟁 이후에 일어난 정치적·종교적·경제적 사건 속에서 나타나 는 문화적 구분(divide)이라는 관점에서 검토했다. 이들은 뉴스 관리, 전 략 커뮤니케이션, 관계 구축, 상호성, 독립성, 신뢰에 기초한 새로운 전 략 필요를 지적했다. 포터(Potter 2002-2003)는 미디어 관계, 문화교육 관 계, 국제방송, 브랜드 구축이라는 네 가지 연관된 수단을 통해 캐나다의 공공외교를 연구했다. 포터는 또한 일본에서 행해진 “씽크 캐나다(Think Canada)”라는

특정 프로젝트를 조사했다. 오씨엡카와 리니에스카(Ociepka

and Ryniejska 2005)는

폴란드가 EU에 가입하기 위한 자국의 외교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착수한 캠페인과 관련된 공공외교 정책 결정과정을 탐구 한 유용하고 독창적인 사례연구를 했다. 죌너(Zöllner 2006)는 아랍세계에 서 독일이 사용한 공공외교 수단인 국제방송에 관한 흥미롭고 매우 유 용한 연구를 했다. 죌너는 지그니처와 쿰스의 PR-공공외교 수렴 접근 법(convergence approach)과 하버마스(Habermas)의 “대화행동이론(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을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 독일어 방송국)의 아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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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대상으로 한 방송의 공식적 목표를 분석하는 데 적용했다. 이스라엘의 공공외교를 검토한 두 개의 사례연구가 있다. 길보아(Gilboa 2006)는

시간별로 세계 행위자들의 등수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세계

위상 지수(World Standing Index)를 이스라엘 공공외교를 평가하는 데 적용 했다. 이 지수는 여론 흐름, 미디어 프레이밍, 웹(web)에서의 비판과 지지, 외교관계, 지도자들의 방문과 공동성명, 의회에서의 토론, 국제기구에서 의 토론과 투표 및 결의안, 경제제재와 불매운동, 국제재판소의 기소 및 선고, 시위, 대사관과 같은 국가 상징에 대한 공격,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문화원과 같은 변수들을 포함한다. 모어(Mor 2006)는 거대전략(grand strat개념을 적용하고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제2차 인티파다(Second

egy)

Intifada)에 있어서 하나의 사례연구를 활용했다. 길보아와 모어는 다른 접

근법과 시각(거시 대 미시)을 사용했지만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다. 캐나다는 비교분석의 대상으로 널리 활용된 국가이다. 비커스(Vickers 2004)는

캐나다와 영국의 공공외교를 비교했고, 헨릭슨(Henrikson 2005)

과 바토라(Bátora 2006)는 캐나다와 노르웨이의 공공외교를 비교했다. 구 베아와 플럼리지(Gouveia and Plumridge 2005)는 EU 회원국이 추구한 공공 외교 활동에 대해 비교조사를 수행했다. 하지만 비교의 맥락, 방법론, 조 사결과는 달랐다. 비커스와 바토라는 정책결정 과정과 각 상대국의 공공 외교 프로그램을 분석하기 위해 신공공외교(NPD)의 특성들을 적용했다. 반면 비커스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태도와 상대국 대중에 대한 인식이 라는 두 가지 상호 관련 변수를 사용했다. 그는 영국은 기존 공공외교 기술들을 재포장한 반면 캐나다는 포괄적인 접근법을 택했다고 결론 내 렸다. 영국 정부는 새로운 행위자들을 고려하지 않았고, 상대국 대중을 외교의 수동적 수용자로 보았다. 캐나다 정부는 시민사회단체와 NGO를 정책 심의와 국내외 활동 모두에 참여시켰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모델 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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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릭슨(Henrikson 2005)과 바토라(Bátora 2006)는 캐나다와 노르웨이를 선택했는데, 이들 두 나라는 소규모 국가로서 국제적 목표와 의제가 강 대국들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주요 차이점은 가시성(visibility)과 이해관 계(interests) 측면에서 나타났다. 중소국은 글로벌 미디어에서 훨씬 적은 관심을 받기 때문에 공공외교는 이들로부터 관심을 유발하는 임무를 수 행해야 한다. 캐나다가 인간 안보(human security)와 해외원조에 초점을 둔 반면 노르웨이는 평화유지와 국제 중재에 역점을 두었다. 바토라는 국내 단체와 NGO의 참여 대 배제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분열 대 집중이란 두 가지 변수를 사용했다. 바토라는 캐나다 모델이 포괄적이고 분열적 인 반면에 노르웨이 모형은 선택적이고 집중적이었으며, “가치 포지셔닝 (value positioning)”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다. 캐나다의 이미지와 가치 전달

방식은 캐나다인들의 자신들에 대한 인식방식과 이러한 인식을 해외에 투사하는 방식을 반영해서 단방향적(unidirectional)이었다. 반면에 노르웨 이의 이미지와 가치체계는 다방향적이고 국내외 청중 모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바토라는 공공외교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법 이 중소국가에게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커스(Vickers 2004) 는 캐나다의 공공외교를 높이 평가한 반면, 바토라와 포터(Potter)는 더 비판적이었다는 것은 흥미롭다. 구베아와 플럼리지(Gouveia and Plumridge 2005)의

연구는 EU 회원국들의 공공외교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데 있어

서 동일 범주를 사용했더라면 더 유용했을 것이다. 특정 공공외교 분야나 수단을 분석하기 위해 비교분석을 사용한 학 자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개는 문화적 관계의 관리에 초점이 있었다. 미첼(Mitchell 1986)은 결정변수로서 정부 통제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 ‘완 전정부 통제(full government control)’, ‘자율적 기구(autonomous agencies)’, ‘혼 합 시스템(mixed system)’이란 세 가지 모형으로 구분했다. 미첼은 이 분 석틀을 사용하여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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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시스템을 비교했다. 위조미르스키, 버지스, 페일라(Wyszomirski, Burgess, and Peila 2003)는

비교분석에 다섯 가지 변수인 ‘문화외교에 대한 용어와

역할 접근법(terminology and role approaches to cultural diplomacy)’, ‘목표와 우 선순위(goals and priorities)’, ‘행정구조(administrative structure)’, ‘프로그램 수 단(program tools)’, ‘기금규모(funding size)’를 사용했다. 위조미르스키, 버지 스, 페일라는 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프랑스, 일본, 네덜란드, 싱가포 르, 스웨덴, 영국의 문화 관계의 관리방식을 비교했다.

분석틀 이론 구축은 의미 있고 적절한 일반화를 요구한다. 비교분석은 개별 사례의 독특한 특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위험을 피하고 있기 때문에 단 일 사례연구보다는 일반화에 더 많은 기여를 한다. 사례연구는 공공외교 의 다양한 면에 대해 많은 흥미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지만 정확하 게 일반화시키는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효과적인 비교정치 분석은 학 자들이 동일한 변수를 사용할 때만 유용하다. 레너드(Leonard 2002)는 비 교분석에 기여할 수 있는 몇 가지 변수를 제안했다. 그는 공공외교를 세 가지 차원과 세 가지 영역, 공공외교의 두 가지 유형, 다섯 가지 외교수 단을 변수로 구별했다. 세 가지 차원은 뉴스 경영, 전략 커뮤니케이션, 관 계 구축이다. 세 가지 영역은 정치/군사, 경제, 사회/문화이다. 공공외교 의 두 가지 유형은 협력과 경쟁이다. 그리고 다섯 가지 외교수단은 NGO 외교, 디아스포라 외교, 정당외교, 브랜드 외교, 비즈니스 외교이다. 그러 나 레너드는 하나의 틀 안으로 이 변수들을 통합하지 않았다. 공공외교에 대한 비교연구는 알렉산더 조지(Alexander George 1979)가 말한 “구조화되고 초점이 있는(structured focused) 비교”를 따라야 한다. 공공외교 구조는 시간적 범위에 따라 정의될 수 있고 초점은 공공외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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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참여의 관점에서 정의될 수 있다([표 2]를 참조할 것). 전통 공공외교는 장기적인 목표 달성을 염두에 두었지만 정보화 시 대는 이런 시간틀에 있어서 커다란 수정을 요구했다. 따라서 시간의 차 원을 단기, 중기, 장기 세 가지로 구별하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각각 은 다른 목적과 수단, 미디어와 여론에 대한 다른 태도, 정부와의 바람 직한 연합이나 결속의 정도 차이, 각자 맞는 공공외교 수단을 제시한다. 단기에는 전개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몇 시간 혹은 며칠 이내로 반응하 는 것이 목적인데, 주로 뉴스 관리 기술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기 회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즉각적인 조치는 일반적으로 정부 고위 공직자에 의해 취해진다. 단기에 가장 적합한 공공외교 수단은 지지(advocacy), 국제방송, 사이버 공공외교일 것이다. 공직자들은 자국의 라디오

나 텔레비전 방송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 등 통제된 미디어를 통해 전개 되고 있는 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중기는 적극적인 계획과 정책 실행을 위해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허용된다. 중기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기초하고 있으며, 몇 주나 몇 달 정도의 지속적인 기간 동안 정부 및 비정부기구 모두에 의해 행해 진다. 이 시기에 IPR, 기업외교, 디아스포라 외교가 가장 적합한 수단이 다. 장기는 전통 공공외교와 가장 가깝다. 장기는 전세계 대중들 속에 자 국에 대해 지지적인 태도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설계된다. 이러한 구상은 국가 및 비정부행위자와의 우호적인 관계 수립에 필요한 상호 신뢰와 우 호적인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다년간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NGO는 장 기 임무를 수행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단체이다. 장기에 가장 적합한 공 공외교 수단은 문화외교, 국제교류, 브랜드 구축이다.

3장_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129


[표 2] 분석을 위한 틀 범위

단기

중기

장기

시간

시간/일

주/월

목적

대응

예방

관계

미디어/여론

뉴스 관리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우호적 환경 구축

정부

깊숙이 관여

부분적으로 관여

거리를 두고 관여

공공외교(PD) 수단

지지, 국제방송, 사이버 PD

국제홍보, 기업외교, 디아스포라 PD

문화외교, 교류, 브랜드 구축

결론

현 국제관계에서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학자들은 아 직 이 분야에서 이론적인 연구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거나 충분한 관심 을 가지지도 못했다. 또한 몇몇 관련 분야에서 분석을 위한 모형과 도구 들을 개발해 왔지만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틀을 제공하지 못했다. 아직 도 여러 수준과 영역에서 상당한 간격이 존재한다. 공공외교 전문가와 실 무자들은 흔히 커뮤니케이션과 PR 분야 관련 지식에 관심을 두지 않았 었다. 동시에 커뮤니케이션과 PR 학자들과 실무자들도 종종 국제관계학, 외교학, 전략학 분야의 관련 연구를 고려하지 않았다. 두 집단 모두 다 른 사회 및 행태 연구분야의 잠재적인 기여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은 것 이다. 새로운 연구의제가 이러한 넓은 간극을 메우기 위해 분명히 필요하 다. 공공외교 수단에 대한 가용지식 또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국제방 송과 문화외교는 국제교류와 국가 브랜드 구축보다 훨씬 많은 주목을 받 았다. 그렇지만 NGO 그리고 기업ㆍ사이버ㆍ디아스포라 외교와 국제법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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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그림 1] 공공외교에 대한 학제적 기여

홍보 브랜드 구축

사업경영 마케팅

미디어 효과

여론

역사

수사 국제관계 외교전략

공공외교 문화연구

정치학

컴퓨터 과학

사회학 심리학

기술

용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새로운 연구의제들은 인터넷, NGO, 평가라는 세 가지 세부분야에 특별한 관심이 주어진 상황에서 우선순위 를 정할 것을 요구한다. 거의 모든 행위자들은 자신의 역사, 정책, 가치, 문화, 과학, 그리고 기타 업적들을 보여주기 위해 웹사이트를 운영한다. 자기 판촉(self-promotion)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함으로써 행위자들은 사 이버 공공외교를 수행하고, 그로 인해 축적된 효과는 경쟁적인 전자 이 미지(e-image)를 형성한다. 가상세계는 또 다른 기회들을 제공한다. 학자

3장_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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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이러한 중요 하위분야에 대해 약간의 연구만을 수행했다(Rawnsley 2005, Shaheed 2004, Weimann 2006).

이와 동시에 거의 모든 공공외교 연구

가 NGO를 언급하지만 매우 적은 연구만이 NGO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정치의제를 채택하는지, 그리고 다른 행위자의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주 는지 분석했다(Steinberg 2006). 마지막으로 이론적·실천적 이유 모두 공공 외교 프로그램과 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가 필수적이며, 이는 신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측정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가 별로 없기 때문 에 더욱 필요하다( Johnson 2006). 이번 장에서 다뤄진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진전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길보아의 공공외교 모형, 엔트만의 순차확산 모델, 그루닉의 PR 모형, 그리고 베누아의 이미지 회복 이론과 같은 장래성 있는 모델과 이 론들은 더 발전되고 다듬어져서 공공외교 이슈들에 적용되어야 한다. 근 래에 들어 PR 학자들은 여러 가지 공공외교 주제에 대해 많은 흥미로운 연구를 하였고,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구성주의 접근법을 공공외교에 적용하는 것은 많은 신선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 고 연구자들은 사례연구 분석과 비교분석을 위한 정교한 틀을 개발해야 한다. 하나의 학문분야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최소 요구조건들을 충족 시키면 성립된다. 먼저 하나의 학문분야는 다른 분야들과 명확히 구별되 어야 한다. 그리고 이론과 모델, 방법론을 공유하는 몇 가지 하위분야를 정의해야 하며, 반드시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공공외교 연 구가 다른 학문분야로 확장될 때 큰 발전을 이룰 것이다. 앞의 [그림 1]은 많은 학문분야가 공공외교의 과학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1]의 중심, 즉 공공외교를 위한 통일되고 통합된 패러다임을 개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이것은 상당한 학제(multidisciplinary)간 노력과 학자와 실무자들 간의 깊은 포괄적인 협업을 요구한다. 이러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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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에는 공공외교 연례 학술 대회, 학제간 공동연구 프로젝트, 『연보』와 정기간행물, 연구소, 대학원 프로그램, 단기 교육기관 등이 있다. 공공외교 연구에서의 진전은 외교정 책과 외교에서 공공외교가 차지하고 있는 중심적인 위치를 감안할 때 매 우 필요하다. 공공외교 연구는 이론의 설계와 실행 없이 충분하게 축적 될 수 없으며, 이론을 발전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이를 위해 새로운 과학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3장_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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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_공공외교 이론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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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장 신공공영역 : 글 로벌 시민사회, 통신망,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 마누엘 카스텔 Manuel Castells

공공영역은 사회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들을 사회기관의 정책결정자들 에게 전달하는 소통의 장이다. 글로벌 시민사회란 사회의 가치와 이해가 조직화 되어 표현된 것이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 및 공공영역을 통한 그들의 상호 작용이 사회의 정치형태를 결정한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토론의 장이 국내에 서 세계로 옮겨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시민사회와 임시적인 형태의 글로벌 거 버넌스의 발생을 촉진시켰다. 이에 따라 공공업무에 관한 토론의 장으로서 공공 영역 또한 국내에서 국외로 이동하고 있으며, 점증적으로 글로벌 통신망 주변에 형성되어 있다. 정부가 아닌 공공 대중에 의한 외교로서의 공공외교는 이러한 글로벌 공공영역에 개입한다. 그럼으로써 공공외교는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문 화적 의미의 공유라는 토대 위에서 전통적인 형태의 외교가 권력관계에 대한 엄 정한 협상을 넘어설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핵심어 : 공공영역, 글로벌 시민사회, 글로벌 거버넌스, 통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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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공공영역과 사회 구성

“정보와 의견을 소통하는 망(Habermas 1996, 360)”인 공공영역은 국 가와 사회 중간에 놓여 있다. 공공영역은 사회정치적인 조직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왜냐하면 공공영역은 시민들이 함께 모여 사회의 정치기관에 영향을 행사하기 위해 자율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시민 사회란 이러한 의견이 조직화되어 표현된 것이며,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 계는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상충하는 이해관계에 관 한 시민들의 토론을 구조화하고 전달하는 데 적합한 효과적인 시민사회 가 없다면 그 국가는 국민들로부터 유리되어 표류하게 된다. 국가의 자 국 시민과의 상호작용은 정치 마케팅과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주로 형성 되고, 정치적 선택의 협소한 스펙트럼 안에서의 선택으로 특징짓는 선거 기간으로 축소된다. 공공영역의 실제적인 표현은 상황, 역사 및 기술에 따라 다양하기는 하지만 현재의 관행은 하버마스(1989)가 자신의 이론 형성에 사용한 18 세기 부르주아 공공영역의 이념형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물리적인 장 소, 특히 대학뿐 아니라 도시 내 공공장소와 문화시설 및 여론을 형성 하는 비공식 네트워크들은 공공영역을 발전시키는 데에 항상 중요한 요 소였다(Low and Smith 2006). 그리고 존 탐슨( John Thompson 2000)이 주장 했듯이 미디어는 물론 산업사회에서 공공영역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더욱이 어떤 종류의 통신망이라도 공공영역을 형성한다면, 네트워크 사 회(Castells 1996, 2004a)인 우리 사회는 기존의 다른 어떤 조직보다도 미디 어 통신망에 기초하여 공공영역을 조성할 것이다(Lull 2007, Cardoso 2006, Chester 2007).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 통신망은 대중매체와 인터넷 및 무선

4장_신공공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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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 모두를 포함한다(McChesney 2007). 그러나 만약 공공영역이라는 개념이 발견적 가치(heuristic value)를 지 닌다면 그 이유는 공공영역이 현대 사회를 제도적으로 구성하는 다른 두 핵심 영역인 시민사회와 국가로부터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 영역은 단순히 미디어나 대중이 상호작용하는 사회공간 장소가 아니다. 공공영역은 공공 토론의 재료가 되는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의 문화/정보 저장소이다. 다양한 형태의 시민사회가 이러한 공공 토론을 실시하고 궁 극적으로 국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이런 공공영역을 통해 서이다(Stewart 2001). 한편 사회의 정치적 제도들은 토론이 계속해서 질 서 있고 생산적일 수 있도록 헌법적 규칙을 제정한다. 공공 문제에서 안 정성과 사회적 변화 사이의 균형 유지를 보장하는 것은 바로 공공영역을 통해 소통하는 시민과 시민사회, 국가 간의 상호작용이다. 만약 시민이나 시민사회 혹은 국가가 이러한 상호작용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그 과정에서 두 개 이상의 핵심 요소 간 대화 채널이 막힌다면 의견을 대표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전체 시스템이 교착상태에 빠진다. 이 경우 정당성 위기가 수반되는데(Habermas 1976), 그 이유는 시민들이 스스로를 사회제 도 안에서 인식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권위의 위기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에 체화된 권력관계를 다시 정의하도록 만든다(Sassen 2006). 하버마스(Habermas 1976) 자신도 인정했듯이 그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론화는 사실 국가에 침투해 오는 자본주의로부터 살아남은 적이 없는 이상적인 상황을 상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제안했던 정치적 방정식 의 조건은 사회행위자들의 상충하는 이익 사이의 모순적인 관계와 문화 적 의미의 사회적 구성, 그리고 국가의 제도를 나타내는 방식인 유용한 지적 구조물(intellectual construct)로서 여전히 남아 있다. 즉 의미를 생산하 는 중립적인 공간으로서 공공영역이라는 개념은 역사상 어디에도 존재 하지 않는다(Mann 1986, 1993). 그러나 정치와 정책이 작동하는 기초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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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는 관념적인 재료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 대표(representation)나 여론이 형 성·변형되고, 재형성되는 장소인 문화가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이 여전히 강조될 수 있다(Giddens 1979). 따라서 이번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사회정치적 형식(forms)과 과정이 문화적 요소에 기초해 세워진다는 점과 이러한 요소들이 통치의 표현으로서 정치제도에 의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지거나, 아니면 공공영 역 내에서 개인, 이익집단, 다양한 종류의 시민연합(시민사회), 국가에 의 해 공동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공영역의 구성방식과 운영 방식이 어떤 주어진 정체(polity)의 구조와 운동원리를 대체로 결정한다. 더욱이 국제무대에서도 공공영역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Volkmer 2003).

국제 공공영역은 어떠한 특정 주권에도 종속되지 않지만 국가와

글로벌 비정부 행위자들 간의 다양한 기하학적인 관계에 의해 형성된 다(Guidry, Kennedy, and Zald 2000). 여기에서는 다국적 비즈니스, 세계 종 교, 문화창작자, 공적 지식인, 자칭 글로벌 코스모폴리탄들과 같은 다양 한 이해관계가 표출된다는 사실이 널리 인식되고 있다(Beck 2006). 아래 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글로벌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국제적ㆍ국가 간 (conational), 초국가적 정치제도에 의해 뒷받침되는 임시적 형태의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도 아울러 존재한다(Nye and Donahe 2000 ; Keohane 2002). 이 러한 모든 행위자와 제도가 갈등 없이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국내 공공 영역에서 발전된 것과 같은 공통된 관념의 기초가 생겨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멸이 공조를 대신하고 지배가 거버넌스보다 우선시하게 된다. 그러나 국제 공공영역 건설의 형식과 과정은 매우 모호하다. 이는 동시다발적 위기들이 국내 공공영역과 국가 간, 국가와 시민사회 간, 국 가와 자국 시민 간, 국가 자신들 간의 관계를 불분명하게 만들기 때문이 다(Bauman 1999, Caputo 2004, Arsenault 2007). 국내 공공영역의 위기는 국제 공공영역의 등장을 더욱 적절하게 만든다. 국제 공공영역의 번영이 없을

4장_신공공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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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글로벌 사회정치 질서는 세계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현실임에 도 주권이라는 환상에 매달리는 민족국가들의 현실정치(realpolitik)에 의 해 정의될 것이다(Held 2004).

세계화와 국민국가

우리는 세계화로 특징지어지는 세상에 산다(Held et al. 1999 ; Giddens and Hutton 2000 ; Held and McGrew 2007). 세계화란 실시간이나 지정된 시간

에 지구적인 규모로 하나의 단위로서 작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회 시스템을 구성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능력’이란 기술능력, 제도능력, 조 직능력을 말한다. 장거리 고속 전송과 컴퓨터 네트워크를 포함하는 새로 운 정보 및 통신기술로 인해 글로벌 네트워크는 전세계에 걸쳐 어떤 사 람이나 대상을 선택해서 연결할 수 있다. ‘제도능력(institutional capacity)’이 란 국가들이 자국 영토 내에서의 활동을 통제하려고 사용했던 규칙과 절차들의 철폐, 자유화, 민영화를 지칭한다. ‘조직능력(organizational capacity)’이란

한 영역에 속한 어떤 활동이든 구조화하는 유연하고 상호작용

하는 경계가 없는 형태로서의 네트워킹을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모든 것이나 사람이 세계화되지 않지만 지구를 구조화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는 모든 것과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경제, 통신, 문화 등의 모 든 핵심적인 활동들이 세계화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활동들은 전세계에 걸쳐 연결된 전략적 노드(node)에 의존적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금융시장, 재화 및 서비스의 글로벌 생산과 유통, 국제무역, 과학기술의 글로벌 네트워크, 글로벌 숙련 노동력, 노동 이동과 해외직접투자에 의한 노동시장의 선별적 글로벌 통합, 글로벌 미디어, 특히 인터넷과 다른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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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컴퓨터 네트워크를 포함하는 글로벌 상호작용 통신, 그리고 다양한 글로벌 문화산업의 성장과 관련된 글로벌 문화가 포함된다. 모든 사람이 세계화되지는 않는다. 동시에 네트워크가 연결되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한다. 네트워크는 그 안에 프로그램화된 가치에 따라 가치 있거나 가치 있게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연결한다. 또한 네트워크는 부가가치를 창출 하지 못하거나 효율적인 작동을 저해하는 어떤 요소도 무시하거나 배제 한다. 우리 세계의 사회·경제·문화적 지형은 다면적인 세계화 논리가 체화된 글로벌 네트워크의 변화하는 모형을 따른다(Beck 2000, Price 2002).

모든 것이나 사람이 세계화되지 않지만 지구를 구조화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는 모든 것과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그것이 표출되고 취 급되는 과정이 글로벌하다( Jacquet, Pisani-Ferry, and Tubiana 2002). 이러한 글로벌한 문제 중에는 지속 불가능한 발전에 기인한 손상(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과 이러한 악화에 대해 지구적 차원에서 장기적 보존 전략으로 대

응하는 것이 주된 특징인 지구적 문제로서의 환경관리(Grundmann 2001), 인권의 세계화와 지구 전체에 대한 사회정의 문제의 대두(Forsythe 2000), 그리고 대량살상 무기의 확산, 글로벌 테러리즘, 대테러전을 구실로 한 공포정치의 실행 등이 포함되는 공동 문제로서 세계안보가 있다(Nye 2002).

요컨대 울리히 벡(Ulrich Beck 2006)이 그의 저서 『글로벌 시대의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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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 the Global Age )』에서

분석하고 있듯이 모든 국가에서 국민들과

그들 정부의 일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들은 대개 명백히 주권국가의 영토라는 영역을 벗어나서 이루어지는 전세계 상호의존적인 과정에 의 해 발생되고 형성된다. 벡의 공식화에 의하면 세계화 시대에서 글로벌 기 업의 메타-권력(meta-power)은 국가권력에 도전하며, “따라서 국가는 더 이상 본래 주어진(pre-given) 정치단위로 여겨질 수 없다”(p. 51). 국가권 력은 또한 글로벌 시스템을 다시 정의하려는 글로벌 시민사회의 대항권 력(counterpower) 전략에 의해 손상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화 시대에 우리가 목격하는 바는 정치의 종말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곳으로의 정치 이동이다. … 정치적 행위에 대한 기회 구조는 더 이상 국내와 국제의 이분법으로 정의되지 않으며, 이제는 “글로벌” 영 역에 위치한다. 글로벌 정치는 글로벌 국내정치로 전환되고, 이는 기 존의 국내정치의 경계와 토대를 제거한다(p. 249).

이슈가 일어나는 장소(글로벌)와 이슈가 관리되는 장소(민족국가) 사 이의 간격이 커지면서 거버넌스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르지만 상호 연 관된 네 가지 정치 위기가 생겨난다. 1. 효율성 위기(Crisis of dfficiency) : 문제들이 적절하게 관리될 수 없 다(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와 같은 주요 환경문제들, 금융시장 규제 또는 대테러 첩보 ; Nye and Donahue 2000 ; Soros 2006).

2. 정당성 위기(Crisis of legitimacy) : 국가에서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적 대의제도는 단지 거미줄 같은 글로벌 정책결정 과정에서 국 가가 자국민의 이익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신임 투표가 된다. 복잡한 정책결정 구조와 해결해야 할 이슈들의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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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성을 감안할 때 공직에의 선출이 더 이상 어떤 구체적인 전 권(mandate) 부여를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민과 그들의 대표 사이에 거리와 불투명성이 증가하게 된다(Dalton 2005, 2006). 이러 한 정당성 위기는 미디어 정치와 스캔들 정치에 의해 심화되는 한 편, 이미지 형성이 권력에 접근하는 우선적인 기제로서 문제에 대 한 논의를 대신한다(Thompson 2000). 지난 10년 간 전세계에서 이 루어진 정치 태도에 관한 연구에서 정당, 정치인, 대의민주주의 제 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만연하며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 다(Caputo 2004 ; Catterberg and Moreno 2005 ; Arsenault 2007 ; Gallup International 2006).

3. 정체성 위기(Crisis of identity) : 국민들은 자기 나라와 문화가 글로 벌 다국적 네트워크 내에서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으로부터 점차 분 리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자율성에 대한 주장은 시민으로서의 정치 적 정체성이 아니라 저항 정체성과 문화 정체성의 정치라는 형태를 띠게 된다(Barber 1995, Castells 2004b, Lull 2007). 4. 형평성 위기(Crisis of equity) : 규제철폐라는 틀에서 시장의 힘에 의 한 세계화 과정은 종종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사회단체 간의 불평등 을 증가시킨다(Held and Kaya 2006). 증가하는 불평등성을 보완하는 글로벌 차원의 규제환경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경쟁의 요구 는 기존의 복지국가를 약화시킨다. 복지국가의 위축은 시정 기제로 서 국가의 제도능력을 감소시켜 구조적으로 야기된 불평등을 정부 가 해소하기 매우 어렵게 만든다(Gilbert 2002).

이러한 위기들과 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는 정부의 능력 저하의 결과 비정부 행위자들이 일반 국민의 필요와 이익, 가치의 대변자가 되고, 그 결과 세계화 및 구조변동으로 인한 도전에 대응하는 정부의 역할을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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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시킨다.

글로벌 시민사회

지구전체의 세계 문제들에 대처할 국내 정치 시스템의 역량 저하는 글로벌 시민사회의 등장을 유발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라는 용어는 구별 되고 종종 모순되기도 하는 여러 경쟁적 형태의 조직과 행동을 포괄하 는 총칭이다. 따라서 다른 형태의 조직들을 서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구전체의 세계 문제들에 대처할 국내 정치 시스템의 역량 저하는 글로벌 시민사회의 등장을 유발했다.

모든 국가에는 공식적인 정치과정에 반하거나 초월하는 특정한 가 치뿐 아니라 지역이나 분야의 이익을 옹호하는 ‘지역 시민사회 행위자(local civil society actors)’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부분집합의 예로

는 풀뿌리조직, 지역사회단체, 노동조합, 이익단체, 종교단체, 그리고 시 민연합 등이 포함된다. 이는 모든 사회에서 매우 오래된 관행이지만 푸트 남(Putman 2000)과 같은 분석가들은 개인주의가 득세함에 따라 이러한 형 태의 사회적인 시민참여가 쇠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러한 단체들의 활력은 국가와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라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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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지역사회 조직들은 사회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었다(Calderón 2003). 국가마다 이러한 단체들 간의 차이는 사회 조직의 원천이 매우 다각화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라틴아메리카에 서는 종교, 특히 비천주교 단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생운동은 동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영향력이 큰 사회변혁의 원천이다. 어떤 경우에는 범죄조직들이 보살핌이나 원하지 않는 보호를 제공하는 대가로 빈민지 역에서 후원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지역주민, 여성단 체, 생태학자 또는 인종집단들이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정체성을 드러내 기 위해 조직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록 주요 정당을 중심으로 지지를 대가로 하는 관직 제공 관행이 지속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형태의 정치와 임의적 단체들의 이념적 원천은 거의 모든 곳에서 약화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각양각색의 과정을 통해 집단행동 및 사회정치적 영향력의 원천 이 제도적인(institutional) 정치 시스템으로부터 공식·비공식 이익과 가치 의 연합(association)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 결과 지역 시민사회의 통제에 서 벗어난 세계화가 초래하는 사회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 다. 이러한 지역 시민사회는 글로벌 시민사회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는 조 직, 프로젝트, 관행 등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것 이 곧 글로벌 시민사회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 경향은 자신의 행동과 목표 측면에서 글로벌 혹은 국제적 준거틀을 갖는 ‘비정부기구(NGOs)의 등장’이다. 분석가 대부분은 이것을 “글로벌 시민사회”로 지칭한다(Kaldor 2003). 비정부기구는 종종 공공기관 으로부터 후원을 받거나 부분적으로 재정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채널 밖에서 활동하는 민간조직이다. 비정부 기구들은 보편적으로 인정되지만 정부를 포함한 정치적 기관들이 자신 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으로 조작한 가치들을 지키고자 한다. 즉 국제 NGO들은 실행되지 않는 인권의 집행자로 자임한다. 이러한 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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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국제사면위원회이다. 국제사면위원회의 영향력은 정치적·이데올로 기적·종교적 억압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비판 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조직들은 전형적으로 근본적인 원칙 이나 비타협적 가치들을 신봉한다. 예를 들어 고문은 심지어 더 큰 “해 악(evils)”과 싸우기 위한 수단으로서 비판 대상이 된다. 포괄적이고 세 계적인 차원에서 인권이 인정되면서 빈곤, 질병, 기아, 전염병, 여성인 권, 아동보호, 지뢰금지, 고래보호 등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영역에서 수 만 개의 NGO가 생겨났다. 글로벌 시민사회 단체의 예로 국경없는 의사 회(Medecins Sans Frontieres), 옥스팜(Oxfam), 그린피스(Greenpeace), 그리고 수천 개의 다른 기구들이 포함된다. 메리 칼도(Mary Kaldor)가 소장인 런 던 정경대학 글로벌 거버넌스 센터(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Centre for Global Governance)가

발행하는 연차 보고서인 『글로벌 시민사회 보고서

(The Global Civil Society Yearbook)』

시리즈는 이러한 글로벌 시민사회 행위

자들의 양적 중요성과 질적 적정성을 입증하는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며, 아울러 이러한 행위자들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국제 및 지역 차원의 문제 들에 대한 사회적ㆍ정치적 관리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Anheier, Glasius, and Kaldor 2004 ; Glasius, Kaldor, and Anheier 2005 ; Kaldor, Anheier, and Glasius 2006).

국제 NGO들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특징을 강 조해야 할 것이다. 정당과 달리 이러한 NGO들은 상당한 인기와 정당성 을 가진다. 따라서 기부와 자발적 참여 양자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재원 조달이 가능해진다. 국제 비정부기구들의 활동은 기아로부터 아동보호, 정치범 석방, 여성에 대한 투석형 금지, 토착문화에 대한 지속 불가능한 개발이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 완화 등과 같은 실용적인 문제나 구체적인 사안, 인류 연대의 구체적인 표출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는 기본적으 로 정치의 전반적 맥락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린다는 전통적인 정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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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부정된다.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목적이라는 것은 하 나의 특정 사안에서는 악을 무효화하거나 선을 행할 수 있다. 긍정적 결 과는 반드시 그 자체로 고려되야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단으 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제도권 정치의 논리를 불신하게 되었 기 때문에 직접적인 결과에 대한 직접 행동방식이 갈수록 지지를 얻고 있다. 마지막으로 NGO가 성과를 얻고 자기 주장에 대해 지지를 구축하 는 주요 방법은 미디어 정치이다(Dean, Anderson, and Lovink 2006 ; Gillmor 2004).

이러한 조직들이 대중에 다가가고 이러한 주장들을 지지하는 사

람들을 동원하는 것은 바로 미디어를 통해서이다. 그렇게 하면서 비정부 기구들은 궁극적으로 유권자에게 위협을 느끼는 정부나 소비자의 반응 을 두려워하는 기업에 압력을 가한다. 따라서 미디어는 NGO 캠페인의 전장이 된다. 이것은 글로벌 캠페인이기 때문에 글로벌 미디어가 주요 대 상이 된다. 통신의 세계화가 미디어 정치의 세계화를 이끈다(Costanza- Chock 2006).

‘세계화 과정을 통제하려는 목적의 사회운동들’은 세 번째 유형의 시 민사회 행위자이다. 세계화의 힘을 의도대로 만들려고 하는 시도 속에서 사회운동은 글로벌 정의를 위한 글로벌 사회운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행 동과 조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이것이 바로 미디어가 부적절하게 반세계화 운 동으로 지칭한 것이다)(Keck and Sikkink 1998, Juris 근간).

예를 들어 사파타주

의자들(Zapatistas)은 NAFTA로 대표되는 세계화가 멕시코 원주민과 멕시 코 국민 전체에 대해 미치는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영향에 항거하는 사 회운동을 했다(Castells, Yawaza, and Kiselyova 1996). 자신들의 권리를 살리 고 주장하기 위해서 사파타주의자들은 국제적 연대를 요청했고, 결과적 으로 원주민 운동 글로벌 네트워크의 선구자가 되어 그 자체가 광범위한 글로벌 운동의 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수많은 운동들을 글로벌 토론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이 운동의 일부를 세계화 과정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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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기 위한 사회적 이니셔티브들의 상설 네트워크 속으로 공식화하는 것은 세계 사회정치 양상을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모토에 영감을 받은 글로벌 정의 운동은 단순히 국 내 투쟁의 산술적 합이 아니다. 이것은 현재 세계화 과정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가치와 이해관계에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이다( Juris 2004). 이 네트워크의 매듭(node)들은 각 사회가 세계화 및 세계화의 정치

적 발현과 연결되는 조건에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 이 운동은 — 비록 일부 지도자들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려 고 시도하지만 — 통일된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기보다는 특정한 것의 반대 에 더 가깝다. 글로벌 정의 운동은 본질적으로 민주주의 운동으로, 글로 벌 거버넌스 과정에서 사람들의 의지와 이해관계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대의 체계를 요구하는 운동이다. 내부적으로 지나치게 다양하지 만 정부들로 이루어진 국제제도에 세계 관리를 맡기는 것에는 모두 비 판한다. 이것은 정당성 위기의 표현이며, 정치적인 반대 행동으로 전환되 었다. 네 번째 글로벌 시민사회의 표현형식은 바로 ‘여론운동(the movement of public opinion)’이다.

여론운동은 다각화된 미디어 시스템에서 정보 소

용돌이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한 즉흥적이고 임 시적인 동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글로벌 차원의 현상은 2003년 2 월 15일 이라크 전쟁이 임박했을 때 전세계에서 동시에 벌어진 평화시위 에서 맨 처음 나타났듯이 많은 정치적 의미를 시사한다. 인터넷과 무선 통신은 수평적인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를 실현시키면서 조직화 도구는 물론 토론, 대화 및 집단적 의사결정 수단도 제공한다. 다른 여러 국가들 중에서 한국, 필리핀, 스페인, 우크라이나, 에콰도르, 네팔 및 태국에서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통해 조직된 지역 차원의 사회정치적 동원에 대한 사례연구들은 전세계 연대를 요청하는 동시에 자국 시민들을 조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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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집하는 운동의 새로운 능력을 보여준다(Castells et al. 2006). 2007년 10 월 미얀마에서 군사정권에 대항하여 동원된 것은 매우 적절한 사례이다 (Mydans 2007).

처음 학생들이 주도한 시위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지

만, 휴대전화로 동영상이 촬영되어 즉각적으로 유튜브(YouTube)에 업로 드되었다. 시위대의 결의와 군부의 잔혹함을 담은 영상은 운동을 증폭시 켰다. 이 운동은 불교 승려들이 자신들의 의분을 표출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을 때 사회 대다수의 운동이 되었다. 뒤이은 폭력진압 또한 촬영되 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었다. 이것은 수백 명의 손 안에 있는 간단한 기 계로 모든 것을 녹화하고 무선통신을 통해 전파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 능했다. 미얀마 국민들은 단문 서비스(SMS)와 이메일을 사용하고, 블로그 와 페이스북(Facebook)에 글을 올리고,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림으로써 국 내는 물론 전세계와 순식간에 연결되었다. 주류 미디어는 이러한 시민기 자들이 전세계 선봉에서 만들어낸 보도를 재방송하고 재포장했다. 독재 정권이 인터넷 공급자들과 휴대전화 사업자들의 서비스를 중단시키고 거 리로 들고 나온 비디오 촬영 기기들을 몰수할 때까지 미얀마 정권의 잔 혹함은 전세계에 폭로되었다. 이러한 폭로는 군부의 중국 후원자들을 당 혹하게 해서, 비록 미국과 유럽연합이 군부와 자국 기업들 간의 수익성 이 높은 석유 및 가스 협상을 제지하지는 않았지만 미얀마 군부에 대한 외교적 압력을 증가시키도록 했다. 즉 현재 글로벌 시민사회는 정치제도 및 대중매체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기술적인 수단을 보유하 고 있다. 그러나 대중의 생각을 전환시키려는 사회운동의 역량은 여전히 상당 부분 공공영역에서 토론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거버넌스는 사회의 관행이나 제도 속에서 어떤 모습을 하 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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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글로벌 시민사회는 정치제도 및 대중매체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기술적인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의 생 각을 전환시키려는 사회운동의 역량은 여전히 상당 부분 공공영역 에서 토론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글로벌 거버넌스와 네트워크 국가

국민국가들이 자국 정부가 담당하는 주요 임무들이 세계화되는 과 정에 대처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점차 줄어들면서 임시 형태의 글 로벌 거버넌스가 생겨났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로 나타나 게 될 것이다. 국민국가는 다방면에서 위기에 처해 있지만 사라지지 않 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변화한다. 국민국가의 실용주의적 변 화는 현재의 정치와 정책결정의 양상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여기 서 말하는 ‘국민국가(nation-states)’는 전체 국가를 구성하는 제도의 집 합(즉 국내 정부, 의회, 정당 시스템, 사법제도 및 정부 관료)을 의미한다. 하나의 국민국가는 세계화로 인한 위기를 경험하기 때문에 시스템은 세 가지 주 요 기제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킨다. 1. 국민국가들이 서로 연계해서 국가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러한 네 트워크의 일부는 유럽연합과 같이 다목적적, 헌법적으로 정의된다. 일부 다른 네트워크들은 대체로 무역과 관련 있는 사안에 초점을 둔다(예를 들어 Mercosur나 NAFTA). 또 다른 네트워크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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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과 토론의 장이다(예를 들어 APEC과 ASEAN). 가장 결속력이 강한 네트워크에서는 참가국들이 명시적으로 주권을 공유한다. 결 속력이 약한 네트워크에서는 암묵적인 사실상의 주권 공유 기제를 통해 국가들이 협력한다. 2. 국가들은 글로벌 이슈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제도와 초국가적 기구 로 이루어진 밀도 있는 네트워크를 점증적으로 구축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목표를 가진 제도(예를 들어 국제연합)와 특정한 목적을 가진 제도(예를 들어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NATO, 유럽안 전보장회의 및 국제원자력기구)가 포함된다. 또한 특정한 이슈를 다

루기 위한 임시 형태의 국제기관들도 존재한다(예를 들어 환경조약). 3. 국가들은 또한 정당성을 제고하거나 문화적·정치적 충성심을 고취 하기 위해 시민사회, 지역, 지방정부, NGO 등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형태로 권력과 자원을 분산시킬 수 있다.

이러한 다면적인 과정으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국가, 즉 주권과 의무 의 공유, 거버넌스 절차의 유연성, 시공(時空)의 측면에서 정부와 시민 간 관계의 다양성 확대라는 특징이 있는 네트워크 국가가 탄생한다. 전체 인 체계는 임시적 결정을 통해 실용적으로 발전하며, 이 과정에서 때때 로 규칙과 제도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정치적 대의 시스템이 정치 통 제로부터 벗어나게 하기도 한다. 네트워크 국가에서 효율성은 향상되는 반면 이로 인해 얻는 정당성 때문에 오히려 국가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 물론 지역 및 지방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면 정치적 정당성이 전반적으로 향상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역 및 지방정부의 자율성 증가는 서로 다른 수준의 정부들 간의 경쟁을 불러올 것이다. 임시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실행은 여러 중대한 문제 에 봉착할 수 있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네트워크에 편입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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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본질과 네트워크 속에서 담당해야 할 새로운 기능이나 기제들 사이 의 충돌로 인해 생겨난다. 네트워크 국가는 조직적ㆍ기술적ㆍ정치적이라 는 세 가지 측면에서 ‘조정 문제(coordination problem)’에 직면한다. 국가가 조직적인 문제에 봉착하는 이유는 기존 사회에 대한 영토권과 주권으로 인해 번성했던 전통적인 국가 기관들이 과거의 구조, 보상 시스템, 운영 원칙으로는 다른 기관들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하는 새로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 조정 문제는 통신 프로토콜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인터넷과 컴퓨터 네트워크의 도입은 종 종 시너지 효과 촉진보다는 기관을 와해시킨다. 따라서 기관들은 종종 네트워킹 기술을 거부하기도 한다. 정치적 조정 문제는 기관들 사이에 수평적, 수직적으로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특정 기관들과 감독단체 사 이의 네트워킹이 필연적으로 관료적 자율성을 훼손시키기 때문이다. 더 욱이 국가 기관들도 시민 유권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해서 관료조 직은 시민 고객들의 요구를 보다 잘 수용하도록 압력을 받게 된다. 네트워크 국가의 발달은 이데올로기적 문제도 야기한다. 즉 공동 정 책의 조정이란 공통의 언어와 일단의 공유가치를 보유함을 의미한다. 시 장규제에 대한 시장근본주의의 반대, 환경정책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동의, 또는 안보정책에서 ‘국가 존재 이유(raison d’ etat)’ 보다 개인 인 권의 우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종종 정부들은 공동 원칙을 공유하지 않거나 동일한 해석을 하지도 않는다. 또한 고질적인 지정학적 문제도 있다. 국민국가는 여전히 거버넌스 네트워크를 자신들의 특정 이해관계를 강요하는 협상 테이블로 간주한 다. 정부 간 의사결정 과정 안에서는 교착상태가 존재하는데, 이는 협력 의 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국민국가의 이해관계와 개별 국민국가 내의 개인적ㆍ정치적ㆍ사회적 이해관계의 중시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정부는 글로벌 국가를 다양한 정치제도들이 협력해서 통치해야 하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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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 환경보다는 자국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실제로 세계화 과정이 가속화될수록 더 많은 모순이 발생할 것이고(예를 들어 정 체성 위기, 경제위기 및 안보위기), 이는 민족주의의 부활과 주권우위로 이어

질 것이다. 다양한 국가들의 글로벌 상호 의존성으로 생긴 분명한 다자 주의(multilateralism)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추구하 려는 시도 저변에는 이런 긴장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Nye 2002). 이러한 모순이 지속되는 한, 세계 지정학적 행위자들이 실용적이고 임시적인 형태의 협상을 통한 의사결정 방식에서 헌법적으로 인정된 네 트워크 형태의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으로의 이행은 불가능하지는 않겠 지만 어려울 것이다(Habermas 1998).

세계정부 없이도 사실상의 글로벌 거버넌스가 생겨나는 과정이 존 재한다.

새로운 공공영역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새로운 정치시스템은 글로벌 시민사회의 형성 과정과 이미 존재하고 있는 국민국가를 세계정부로 해체하지 않으면서 도 이를 뛰어넘고 통합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국가의 형성과정에서 생겨 난다. 세계정부가 없이도 사실상 글로벌 거버넌스가 생겨나는 과정이 존 재한다. 이러한 실용적인 사회정치 조직과 의사결정 방식에서 좀 더 세련

4장_신공공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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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글로벌 제도 시스템으로 전환이 일어나려면 글로벌 시민사회와 글로 벌 네트워크 국가 간 의미의 공동생산과 가치 공유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자신의 정치적ㆍ사회적 이해관계로 인해 국가를 변형시키려 하는 문화적ㆍ관념적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고 분쟁이 생겨나기도 한다. 결 국 사람들의 의지는 마음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공공 영역에서 발생하는 메시지와 토론으로부터 인류의 미래뿐 아니라 자신 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마음을 결정한다. 오늘날의 글로 벌 공공영역은 주로 글로벌/지역적 통신 미디어 시스템에 의존한다. 이러 한 미디어 시스템에는 텔레비전, 라디오 및 출판·신문계가 포함된다. 뿐 만 아니라 다양한 멀티미디어 및 통신 시스템이 포함되는데, 그 중에서 도 인터넷과 수평적 통신 네트워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Bennett 2004, Dahlgren 2005, Tremayne 2007).

영토적으로 경계가 제한된 사회의 국가 제

도에 묶여 있던 공공영역에서 미디어 시스템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공영 역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Volkmer 1999, El-Nawawy and Iskander 2002, Paterson and Sreberny 2004).

이러한 미디어 시스템에는 필자가 대중

자기–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으로 언급한 것이 포함되는데, 이것은 대 중매체를 통하지 않고 간혹 정부 통제를 벗어나기도 하는 다양한 형태의 통신수단을 통해 다수가 서로 메시지를 송수신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통신 네트워크를 말한다(Castells 2007). 오늘날 미디어 시스템은 지역적인 동시에 세계적이다. 이 시스템은 세계적인 영향력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 비즈니스 그룹들이 형성한 중심부 주변에 조직되어 있다(Arsenault and Castells 근간). 그러나 이 러한 시스템은 동시에 국가의 규제를 받으며 특정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지역방송에 역점을 두기도 한다(Price 2002). 초국가적 활동가들은 강력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건들을 만들어내듯이 미디어 시스템에 작용함으로써 세계화의 방법, 이유, 대상에 대한 논쟁은 물론 관련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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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사회적 선택에 대한 논쟁을 야기한다( Juris 근간). 비정부 행위자들이 대 중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변화를 촉진하는 것은 바로 대중매체와 수 평적 통신 네트워크 모두를 포함하는 미디어를 통해서이다. 궁극적으로 의식 변화는 정치적 행동과 투표성향,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미디어 정치의 단계에서 사회는 정치시스템 내에 제도화된 가치와 이해 관계들로부터 일탈된 방향으로 움직일 수가 있다. 따라서 국가 행위자들과 국제연합 같은 정부 간 제도들이 정치적 대 의의 제도적 기제 및 절차는 물론 글로벌 공공영역 내의 공적 토론을 통 해서도 시민사회와의 관계 형성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공공영역은 미디 어 통신 시스템 및 인터넷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형성되는데, 그 중에서 특히 유튜브(YouTube), 마이스페이스(MySpace), 페이스북(Facebook) 같은 웹 2.0의 사교 공간과 2007년 중반까지 7,000만 개로 추산되며 6개월마 다 두 배로 늘어나는 등 급증세를 보이는 블로그 영역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Tremayne 2007). 1990년대를 통해서 UN의 주관으로 인류에 관 한 문제들(여성의 지위에서 환경보존까지)을 다루는 일련의 중요한 회의들이 개최되었다. 정책 설계의 측면에서는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못했지만 회 의들은 대화를 세계적으로 조성하고, 대중을 자각시키며, 글로벌 시민사 회가 정책 토론의 선봉에 나설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통신에 기반을 둔 공공영역이 정착되도록 촉진하는 것 은 국가와 국제제도들이 글로벌 시민사회의 요구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제 중 하나가 된다. 이런 공고화는 특정 구상에 관한 대화를 촉진시키고 대화가 기여하는 바를 지속적으로 기록해서 국제적 차원에서의 정책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미 디어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여론의 힘을 잘 활용하는 것이 전 세계로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것은 정부 간 국제제도와 글로벌 시민사회 간에 생산적이고 시너지 효과가 있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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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유도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이러한 다양한 통신공간이 새로운 글로벌 공공영역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결론 : 공공외교와 글로벌 공공영역

공공외교는 선전(propaganda)이 아니다. 또한 공공외교는 정부에 의 한 외교도 아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외교관행을 지칭하기 위해서 새로운 개념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공공외교는 공공 대중에 의한 외교이다. 즉 공공의 가치와 아이디어를 국제무대에 투사(projection)하는 것이다. 공공 은 국가의 제도 속에 공식적으로 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는 아니 다. ‘공공에 의한다(by the public)’는 표현은 보통 개인을 넘어선 어떤 주 어진 사회조직에 공통적인 것을 의미한다. 개인은 자기가 정의한 이익과 가치들의 영역에 속하는 반면, 공공은 공유된 이해와 가치의 영역이다 (Dewey 1954). 공공외교란 아이디어 뒤에 숨은 목적이 “소프트파워”의 형

태로 국가나 사회 행위자의 힘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미 와 이해(understanding)를 공유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사회집단과 문화들 사이에 대화를 활용하는 것이다. 공공외교 실행의 목표는 설득이 아니라 대화이며, 주장이 아니라 경청이다. 공공외교는 다양한 출처, 서로 다른 가치, 그리고 간혹 이익의 모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는 공공영역의 구축을 추구한다. 정부외교와 대조적으로 공공외교 의 목표는 권력을 행사하거나 권력관계의 재배치를 위한 협상이 아니다. 공공외교의 목표는 외교의 전제조건으로서 새로운 공통 언어가 생겨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말로 외교를 해 야 할 때 단순히 이익이나 권력만이 아니라 의미와 공유도 아울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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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공외교는 국가 시스템 내에서 전통적으로 공공영역이라고 인식되었던 것과 마찬가지 모습으로 글로벌 공간에 개입한다. 공공외교는 문화적인 교류의 장으로서, 그 안 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에 의해 관념적 요소가 생성되고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민사회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정치제도가 상이 한 프로젝트들의 상호 차이가 인정되고, 대안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하며 정보를 잘 갖춘 의사결정 과정으로 보낼 수 있는 조건이 창출 된다. 우리가 세계화되고 상호 의존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정치 적 공동 결정의 공간은 필연적으로 세계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양자택일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하나는 문화적 중재 없는 권력관계만의 표현으로 서 글로벌 정치 시스템을 건설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글로벌 커뮤니 케이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공영역을 발전시킴으로써 공적인 토론을 통해 합의에 기초한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거버넌스의 탄생을 알 릴 수 있는 방안이다. 만약 우리가 후자를 선택한다면 네트워크로 이루 어진 커뮤니케이션과 의미의 공유로 이해하는 공공외교는 지속 가능한 세계 질서의 달성을 위한 결정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4장_신공공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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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 *

5장 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조셉 S. 나이 주니어 Joseph S. Nye Jr.

소프트파워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강제나 보상이 아닌 매력을 통해 타인 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다. 한 국가의 소프트파워는 그 국가의 문화, 가치, 정치 자 원에 달려 있다. 스마트파워 전략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결합한다. 공공외 교는 한 국가의 소프트파워를 증진시키는 수단으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 으며 냉전 승리에 핵심적이었다. 초국가적 테러에 대한 오늘날의 투쟁은 마음 과 생각을 얻기 위한 투쟁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하드파워에만 과도하게 의존하 는 것은 성공에 이르는 길이 아니다. 공공외교는 스마트파워가 지닌 중요한 무 기 중 하나이지만 스마트 공공외교는 신뢰, 자기 비판, 그리고 소프트파워를 생 성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핵심어 : 힘, 소프트파워, 하드파워, 스마트파워, 공공외교

5장_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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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다.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주요 방법은 강압의 위협(“채 찍”),

유인과 보상(“당근”), 자신이 바라는 것을 상대방이 바라도록 만드

는 매력이다. 국가는 다른 국가들이 그 국가의 가치를 동경하며 그 국가 의 모범을 답습하고, 그리고/또한 그 국가의 번영과 개방성의 수준을 열 망하면서 그 국가를 따르기 때문에 세계 정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에서 위협이나 군사적, 경제적 무기를 사 용하여 다른 국가들의 변화를 강요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제를 설정하고 세계 정치에서 다른 국가들을 매혹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소프트파 워, 즉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상대방이 원하도록 만드는 것은 사람들을 억압하기보다는 유인하는 것이다.1 ) 소프트파워는 타인의 선호를 형성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개인적 차 원에서 우리는 모두 매력과 유혹의 힘을 안다. 정치지도자들은 오랫동안 의제를 설정하고 토론의 틀 결정에서 비롯되는 힘을 이해해 왔다. 소프 트파워는 일상의 민주주의 정치에 있어서 필수요소이다. 선호를 수립하 는 능력은 매력적인 개성, 문화, 정치적 가치 및 제도, 그리고 정당하거나 도덕적 권위를 지닌 것처럼 보이는 정책 등과 같이 무형의 자산들과 관 련을 맺는 경향이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원하도록 할 수 있다 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도록 강요할 필요가 없다. 소프트파워는 영향력의 원천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영향력이 아니 다. 영향력은 위협이나 보상이라는 하드파워에도 의존한다. 그리고 소프 트파워는 논쟁에 의한 설득이나 동원력이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이다. 소프트파워는 또한 유혹하고 매료시키는 능력이다. 행태적 용 어로 소프트파워는 매력이다. 자원에 관해서 소프트파워 자원들은 그러 한 매력을 만드는 자산들이다. 특정 자산이 매력적인 소프트파워의 자 원인지의 여부는 여론조사나 초점 그룹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 다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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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그러한 매력이 바라는 정책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여부는 특정 사안별 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원으로서 측정되는 힘과 행동의 결과로서 판단되는 힘 사이의 간격은 소프트파워에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형 태의 힘에 적용된다. 하나의 예로 1940년 프랑스의 패배 전에 영국과 프 랑스는 독일보다 더 많은 탱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러한 군사력 자원 에서의 이점은 그 전투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행태적 결과로 측정된 힘과 자원을 기준으로 측정한 힘 사이의 이 러한 차이는 소프트파워와 공공외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국제정치 에서 소프트파워를 만드는 자원들은 많은 부분에서 한 조직이나 국가 가 자신들의 문화, 내부 관행이나 정책으로 세운 모범, 상대방과의 관계 를 조절하는 방식에서 표현하는 가치로부터 발생한다. 공공외교는 정부 가 단순히 타국 정부가 아니라 타국의 대중과 대화하고 그들을 매료시키 기 위해 이러한 자원들을 동원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다. 공공외교는 방송, 문화수출 보조, 교류 마련 등을 통해 이러한 잠재적 자원들에 관 심을 유도해서 매력을 느끼도록 한다. 그러나 한 국가의 문화, 가치, 그리 고 정치의 내용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그러한 것들을 “방송”하는 공공외 교는 소프트파워를 생산할 수 없다.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보수 이슬람 국가들에 누드와 폭력으로 가득한 할리우드 영화를 수출하는 것은 소프트파워보다는 오히려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타국에게 오만하게 보이는 정부 정책들의 훌륭함을 찬양하는 미 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 VOA) 방송은 단지 선전(propaganda)으로 치부 되어 매력이라는 소프트파워를 생산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때때로 소프트파워 통제와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그러 한 사실이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감소시키지는 않는다. 미국인들이 힘 이 있는 것은 영화와 텔레비전을 통한 글로벌 이미지의 힘 덕택에 다른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때문이며, 이와 같은 이유로 다른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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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기 위해 미국으로 오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한 사람은 바로 전 프랑스 외무장관이었다(Vedrine and Moisi 2001, 3). 소프트파워는 중요한 실체이다.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자칭 현실주의자들은 유혹의 힘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같다. 그 들은 특정의 도시나 자신의 발 위에 투하할 수 없는 것은 권력의 자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구체성 오류(concrete fallacy)”에 빠진다.2 ) 존 F. 케네 디( John F. Kennedy) 대통령과 면담하는 동안 원로 정치인 존 J. 맥클로이 ( John J. McCloy)는

세계 정치에서 인기와 매력에 주목하는 것에 대해 다

음과 같이 분노했다. “‘세계 여론’이요? 전세계 여론을 믿지 않습니다. 중 요한 한 가지는 바로 힘입니다.” 그러나 아서 슐레진저(Arthur Schlesinger) 가 언급했듯이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이나 프랭클린 루즈벨트 (Franklin Roosevelt)와

마찬가지로 케네디는 다른 사람을 매료시키고 여론

을 움직이는 능력이 힘의 한 요소임을 이해했다”(McCloy and Schlesinger, Haefele 2001, 66에서 재인용).

독일 언론인 요세프 요페( Josef Joffe)는 미국

의 소프트파워는 심지어 미국 경제나 군사 자산보다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문화는 저속하든 고상하든 로마제국 시대에나 볼 수 있었 던 강렬함으로, 그러나 새로운 방식으로 외부를 향해 발산된다. 로마와 구소련의 문화적 지배력은 정확히 그들의 군사적 영역까지만 미친다. 반 면에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통치한다”( Joffe 2001, 43).

그러나 문화적 소프트파워는 불합리해 보이는 정책들로 인해 영향

력이 약화될 수 있다. 근래에, 특히 이라크 침공 이후에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감소했다. 일례로 2007년 BBC의 한 여론조사에서 25개국 응답 자들의 절반이 미국이 세계에서 주로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응답했다 (NewYork Time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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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공공외교의 발전

한 국가의 소프트파워는 주로 다음 세 가지 자원에 의존한다. (상대 방에게 매력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문화, (자국과 타국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정치

적 가치, 그리고 (정당해 보이고 도덕적 권위를 갖춘) 외교정책이 바로 그것이 다. 문화는 한 사회의 의미를 창조하는 관습들의 집합이며, 다양한 모습 으로 발현된다. 문학, 예술, 교육과 같이 엘리트층에게 호소력 있는 상위 문화와 대중오락에 초점을 맞춘 대중문화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패배 이후 프랑스 정부는 1883년에 창설한 알리앙 스 프랑세즈(Alliance FranÇaise)를 통해 언어와 문화를 진작시킴으로써 실 추된 명예 회복을 꾀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문화의 해외 투사는 프랑스 외교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Pells 1997, 31). 이탈리아, 독일, 그리고 다 른 국가들도 곧 뒤를 따랐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대부분의 정부가 자신 들의 대의를 선전하는 기관을 설립했기 때문에 소프트파워를 펼치려는 노력이 빠르게 가속화 되었다. 미국은 이러한 기관을 설립했을 뿐만 아니 라 다른 국가들의 주요 목표이기도 했다. 미국이 참전하기 전 전쟁 초반 에 영국과 독일은 미국 여론에 호의적인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경쟁했 다. 미국은 외교의 목적으로 정보와 문화를 사용하는 아이디어에 상대 적으로 후발주자였다. 1917년에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자신의 친구인 신 문사 사주 조지 크릴(George Creel)을 책임자로 공보위원회(Committee on Public Information)를

설립했다. 크릴의 표현에 따르면 그의 임무는 “판매

술에 있어서 커다란 모험적 사업이자 광고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위대 한 도전”이었다(Rosenberg 1982, 79). 크릴은 공보위원회의 활동은 선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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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단지 교육적이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주장했 다. 그러나 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달랐다. 대표적으로 크릴은 관광단(tour)을 조직하였고, “친미주의”에 관한 팸플릿을 대량생산하였으 며, 정부가 운영하는 통신사를 설립하였고, 영화제작사들이 전쟁 시에 부족한 물자를 배급받도록 보장하였으며, 영화에서 미국을 긍정적인 관 점에서 묘사하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공보위원회는 종전 직후에 폐지되 기에 충분할 만큼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한 국가의 소프트파워는 주로 다음 세 가지 자원에 의존한다. (상대 방에게 매력적인 공간에 존재하는) 문화, (자국과 타국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정치적 가치, 그리고 (정당해 보이고 도덕적 권위를 갖 춘) 외교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1920년대 라디오의 출현는 많은 정부들을 외국어 방송의 장으로 이 끌었고, 1930년대 들어서면서 공산주의자들과 국수주의자들은 외국 대 중에게 호의적인 이미지를 진작시키기 위해 경쟁했다. 외국어 방송과 더 불어 나치 독일은 선전영화를 완성했다. 앤소니 이든(Anthony Eden) 영 국 외무장관은 1937년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에 관하여 눈을 떴다. “물 론 훌륭한 문화선전이 잘못된 외교정책으로 입은 손실을 치유할 수 없 는 것은 완벽한 사실이다. 그러나 최고의 외교정책이라도 현대의 상황이 요구하는 해석과 설득의 과업을 무시한다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은 과장 이 아니다”(Wagnleitner 1994, 50에서 재인용). 1930년대 말까지 루즈벨트(Roosevelt) 행정부는 “미국의 안보는 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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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국민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지지를 얻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믿었다 (Pells 1997, 33). 루즈벨트 대통령은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독일의 선전

을 우려했다. 1938년에 국무부는 문화관계처(Division of Cultural Relations) 를 설립하였고, 그 후 2년 동안 미국에 관한 정보와 문화를 라틴아메리 카에 적극적으로 알렸던 넬슨 록펠러(Nelson Rockefeller) 휘하의 국제업무 소(Office of Inter-American Affairs)로 문화관계처를 보완했다. 1939년 독일 은 라틴아메리카에 일주일에 한 번 7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방영했고 미 국은 12시간 정도 방영했다. 1941년에 이르러 미국은 24시간 방송을 했 다. 미국의 참전 이후 정부에 의한 문화적 공세의 범위가 전세계적이 되 었다. 1942년 루즈벨트는 정확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다루기 위해 전시 정보국(Office of Wartime Information : OWI)을 창설했다. 반면 정보조직인 전 략사무국(Office of Strategic Service)은 허위정보 유포가 주요 기능 중 하나 였다. 전시정보국은 심지어 할리우드를 효과적인 선전도구로 만들기 위 한 작업을 했는데, 많은 영화에 대해서 내용 첨가와 삭제를 권하고 경우 에 따라서는 영화상영을 금지하기도 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경영진들도 애국심과 사적인 이해가 맞물려 기꺼이 협조했다. 냉전 훨씬 이전에 “할 리우드 스튜디오의 수장들은 물론이고 미국 기업이나 광고회사 경영진 들도 자신들의 상품뿐만 아니라 미국의 문화와 가치, 성공의 비밀을 전 세계적으로 판매하고 있었다”(Pells 1997, xiii). 전시 소프트파워 자원은 정 부에 의해서 만들어지기도, 독립적으로 창출된 것도 있었다. 미국의 소 리라고 알려진 방송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급속하게 성장했다. BBC를 모델로 한 이 방송은 1943년까지 27개 언어로 뉴스를 전달하는 송신기 23대를 보유했다. 냉전기간 동안 소련의 위협이 커지면서 공공외교는 계속 확대되었지 만, 정부 정보의 단순한 전달자와 미국 문화의 독립적인 대표자 사이에

5장_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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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임무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 또한 마찬가지로 커졌다. 자유 방송(Radio Liberty)와

자유유럽 방송(Radio Free Europe)와 같은 특별방송이 신설되었

으며, 동구권에 방송하기 위해 망명자들을 이용했다. 좀 더 일반적으로 는 냉전이 진전되면서 예술, 서적, 교류 등과 같은 속도가 느린 문화외교 매체를 선호하는 부류와 라디오, 영화, 뉴스영화와 같이 더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속도의 빠른 정보 매체를 선호하는 부류가 생겨 났다. 오늘날까지도 긴장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두 종류의 공 공외교 모두 철의 장막 뒤에 있던 공산주의에 대한 믿음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3 ) 1989년 마침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그것을 무너뜨린 것은 망치와 불도저였지 포격이 아니었다. 냉전이 종식되자 미국은 소프트파워 투자보다 예산 감소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1963년부터 1993년까지 연방 예산은 15배 증가했지만 미국 해외공보처(the United States Information Agency : USIA) 예산은 6.5배 증가에 그쳤다. 미국해외공보처는 전성기였던 1960년대 중반에는 직원이 12,000 명을 넘었지만 1994년에는 9,000명, 미국 국무부가 흡수하기 직전에는 6,715명 밖에 되지 않았다(U.S. Department of State n.d.). 소프트파워는 없 어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1989년에서 1999년 사이 미국해외공보처 예산 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0%나 감축되었다. 냉전 동안 정부 지원 라 디오 방송을 소련 인구의 절반과 동유럽 대중 70–80%가 청취했지만 새 로운 세기가 시작되었을 때는 단지 2%의 아랍인들만이 VOA를 청취했 다(Blinken 2003, 287). 세계 제일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미국해 외공보처 임무를 위한 재원은 절반으로 삭감되었다. 1995년에서 2001년 까지 시내에 있는 접근이 용이한 문화센터와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연 간 교육 및 문화교류는 45,000건에서 29,000건으로 감소했다 ( Johnson and Dale 2003, 4). 이와 비교하여 BBC

월드 서비스는 VOA가 확보했던 전세계

주간 청취자의 절반을 다시 얻었다. 공공외교가 냉전을 벌이는 것과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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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일시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정보혁명이 일어나 소프트파워 의 중요성이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더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 했다. 정부정책은 대중의 태도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미국 신문 제1면에 실린 외교 관련 기사의 비율은 거의 절반 정도 감소했다(Hiatt 2007). 2001 년 9월 이후에야 미국인들은 소프트파워의 수단들에 대한 투자가 중요 하다는 것을 재발견하기 시작했다.

정보화 시대의 공공외교

한 국가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진작시키는 것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 만 소프트파워를 투사하는 환경은 최근 급격하게 변화했다. 첫째로, 전 세계 약 절반 가량이 현재 민주주의 국가이다. 이제는 경쟁적 냉전 모델 이 공공외교 지침으로서 적절하지 않게 되었다. 정부가 정보를 여전히 통 제하는 미얀마나 시리아와 같은 국가의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는 있지만, 이제 의회가 자국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멕 시코와 터키 같은 나라에서는 우호적인 국내 여론을 얻어내야 하는 새로 운 요구가 생겨났다. 예를 들어 유엔에서 멕시코의 지지표를 획득하거나 미국 군대가 자국 영토를 통과하도록 터키의 허가를 받는 것 같이 미국 이 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를 얻고자 할 때, 미국 소프트파워의 약 화는 미국의 정책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여론 조성 은 권위주의 정권이 대체된 나라에서 훨씬 더 중요하다. 독재국가에서 기 지 사용을 성사시킬 때에는 대중의 지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지만 멕 시코나 터키의 새로운 민주주의 환경에서는 대중의 지지가 결정적인 것 으로 나타났다. 외국 지도자들이 우호적일 때라도 그 국가의 대중이나

5장_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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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가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외국 지도자들의 재량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론을 목표로 한 외 교는 전통적인 지도자들 사이의 은밀한 커뮤니케이션만큼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보는 힘이며, 오늘날에는 세계 인구의 훨씬 더 많은 부분이 이러 한 힘에 접근할 수 있다. “작은 무리의 미국 외교 실무자들이 라틴아메 리카 내륙이나 세계의 다른 외지로 고립된 청중들에게 오픈릴 식(reel- to-reel)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지프를 몰고 다니던” 시절은 오래 전에

막을 내렸다(Ross 2003, 252). 기술발전은 정보를 처리하고 전송하는 비용 을 극적으로 감소시켰다. 그 결과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고 “풍요의 역설 (paradox of plenty)”이

발생한다(Simon 1998, 30-33). 정보의 풍요는 관심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자신이 직면하는 정보의 양에 압도되면 어 떤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알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정보가 아니라 관 심이 희소한 자원이 되고, 복잡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값진 정보를 구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힘을 얻는다. 편집자들과 전문 의견 제공자들의 수 요는 더 많아지고, 바로 이것이 우리의 관심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알려주 는 사람들이 가지는 힘의 원천인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직면하는 정보의 양에 압도되면 어떤 것에 초점 을 맞춰야 할지 알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정보가 아니라 관심이 희 소한 자원이 되고, 복잡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값진 정보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들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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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나 전문 의견 제공자들에게는 신뢰성이 핵심 자원이며 소프 트파워의 중요한 원천이다. 평판이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지고, 신뢰성 의 생성과 파괴를 놓고 정치적 투쟁이 벌어진다. 정부는 신뢰성을 놓고 다른 정부와 경쟁할 뿐만 아니라 뉴스 미디어, 기업,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 NGOs),

정부 간 조직, 그리고 과학계 네트워크 등

광범위한 다른 행위자들과도 경쟁한다. 정치는 경쟁력 있는 신뢰성의 경연장이 되었다. 전통적인 권력정치 (power politics)는

전형적으로 어느 국가의 군사와 경제가 승리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정보화 시대의 정치는 “궁극적으로 어느 국가의 이야기 가 이기는지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Arquila and Ronfeldt 1999). 정부들은 자신의 신뢰성을 강화하고 경쟁자들의 신뢰성은 약화시키기 위해 상호 간에는 물론 여타 조직들과도 경쟁한다. 1999년 코소보에서 있었던 사건 들과 일 년 후 세르비아에서 있었던 사건들 해석에 있어서 프레임(frame) 을 잡기 위한 세르비아와 NATO의 분쟁을 살펴보자. 2000년 10월 슬로 보단 밀로셰비치(Slobodan Milosevic)의 퇴진을 가져온 시위 이전에 세르비 아 성인의 45%가 자유유럽 라디오와 VOA를 청취했다. 대조적으로 31% 만이 정부가 통제하는 라디오 방송인 벨그레이드 라디오(Radio Belgrade) 를 청취했다(Kaufman 2003). 더욱이 국내 대안 라디오 방송인 B92는 서방 의 소식을 전했고, 정부가 폐쇄 시도를 했을 때에도 계속해서 서방 소식 을 인터넷에 제공했다. 평판은 항상 세계 정치에서 중요했지만 “풍요의 역설”로 인해 신뢰성 의 역할은 훨씬 더 중요한 힘의 자원이 되었다. 선전처럼 보이는 정보 비 웃음을 살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신뢰성을 훼손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 도 있다.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의 대량살상무기와 알카에다(Al Qaeda)와의

결탁에 관한 과장된 주장은 국내에서 이라크 지지를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과장이라고 밝혀지면서 미국의 신뢰성에 심

5장_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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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한 타격을 입혔다. 이와 유사하게 미국의 가치와 어긋난 방식으로 아 부 그라이브(Abu Ghraib)와 관타나모(Guantanamo) 감옥 수감자들을 처우 한 것은 미국에서 잘 살고 있는 이슬람교도의 모습을 방송하는 것으로 는 회복될 수 없는 위선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사실 미국의 새로 운 위성 텔레비전 방송국인 알후라(Alhurra)는 능숙한 제작기술에도 불구 하고 알후라를 미국 정부의 선전수단으로 널리 받아들이고 있는 중동에 서는 경쟁력이 없었다. 정보화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조용한 판매가 요란한 판매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효과적이라고 증명될지도 모른다. 기본적인 국가 신뢰성 없이는 공공외교 수단이 문화자원을 매력이라는 소프트파워로 전환시킬 수 없다. 공공외교의 효과는 여기에 지출한 돈이 나 겉치례에 치중한 상품 포장이 아니라 인터뷰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구체적인 마음의 변화에 의해서 측정되는 것이다.

현 공공외교의 차원들

1963년에 케네디 행정부의 미국해외공보처 처장이었던 저명한 방송 인 에드워드 R. 머로우(Edward R. Murrow)는 공공외교를 외국 정부와의 상 호작용을 포함한 주로 비정부 개인 및 조직들과의 상호작용이며, 종종 정부의 시각에 덧붙여 다양한 민간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Leonard 2002에서 인용).

‘공공외교’라는 용어를 단지 선전을 대신하는 완

곡어법으로 취급하는 회의론자들은 요점을 놓치고 있다. 단순한 선전은 대개 신뢰성이 부족해서 공공외교로서 역효과를 낸다. 성공적인 공공외 교는 선전을 넘어서야 한다. 또한 공공외교는 단순한 홍보 캠페인이 아니 다. 정보를 전달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판매하는 것은 홍보의 일부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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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또한 공공외교는 정부 정책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는 환경을 창출 하는 데 유용한 장기적인 관계 구축에도 관여한다. 직접적인 정부 정보와 장기적인 문화관계의 혼합은 공공외교의 세 가지 차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이 세 가지 차원 모두 중요하다 (Leonard 2002).

첫 번째로 가장 즉각적인 차원은 국내 및 외교정책 결정

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포함하는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요즘 민주사 회의 정부 공직자는 보통 의사결정 이후 언론에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 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다. 해외 언론은 공공외교의 첫 단계에서 중요 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첫 단계는 위기에 대처할 준비도 해야 한다. 신 속한 대응능력이란 무고나 허위정보에 즉각적으로 대답할 수 있다는 것 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알자지라가 오사마 빈 라덴의 첫 번째 비디오테 이프를 2001년 10월 7일 방송했을 때, 미국 공직자들은 먼저 알자지라와 미국 네트워크들이 빈 라덴의 추가 메시지를 방송하지 못하도록 노력했 다. 그러나 현대 정보화사회에서 이러한 행동은 바닷물의 흐름을 막으려 는 것만큼이나 허망한 일이며 미국이 상징으로 내세우고 싶은 개방성의 가치와도 배치된다. 알자지라와 다른 네트워크가 빈 라덴의 편파적 발언 에 대응하는 미국의 목소리로 넘쳐나도록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은 대응 이었을 것이다. 알자지라와 다른 해외 네트워크들은 편견에서 결코 자유 롭지 않지만 그들에게도 기삿거리가 필요하다. 이들 방송의 워싱턴 국장 은 “우리한테 와서 이야기해요. 우리를 실컷 이용하세요”라며 초대한 바 있다(Blinken 2003에서 재인용). 두 번째 차원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정치나 광고 캠페인만큼 간단한 일련의 테마를 개발한다. 이런 캠페인은 중심 테마를 강화하거 나 특정 정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이듬해 동안에 실시할 상징적 사건 들이나 커뮤니케이션을 계획한다. 특별한 테마는 특정 정치 구상에 중점 을 둔다. 예를 들어 레이건(Reagan) 행정부가 한편으로는 소련의 중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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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제거 협상을 하면서 미사일 배치 결정을 내린 NATO의 이중 결 정을 이행하도록 결정했을 때, 소련은 유럽 여론에 영향을 미쳐 미사일 배치가 불가능하도록 일관된 캠페인으로 대응했다. 미국의 핵심 논지는 NATO 결정의 다자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는데, 가능하면 유럽 정 부들이 앞에 나서도록 부추겼으며, 소련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비정부 참여자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독일에서의 여론조사는 미국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국민의 2/3가 친미적 임을 보여주었다. 조지 슐츠(George Schultz) 전 국무장관은 후에 “매우 적 극적인 공공외교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우리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 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소련은 유럽에 있는 우리의 우방들이 배치를 포 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평화운동과 모든 방법을 동원해 1983년까지 지속 적으로 상당히 적극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는 결론을 내렸었다(Tuch 1990에서 재인용).

공공외교의 세 번째 차원은 학문, 교류, 교육, 세미나, 학술대회 및 미디어 채널 접근을 통한 핵심 인물들과의 수년간에 걸친 지속적인 관계 발전이다. 지금까지 200여 명의 정부 수장을 포함하여 약 70만 명 정도 가 미국 문화・학술 교류에 참여했으며, 이러한 교류는 안와 사닷(Anwar Sadat),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와 같

은 세계적 지도자들을 교육하는 데 기여했다.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프 로그램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일본은 매년 40개국에서 6,000여 명의 젊 은이들을 모아 일본 학교에서 그들의 모국어를 가르치게 하는 흥미로운 교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서 발전시킨 우정을 유 지할 수 있는 동문회도 있다.4 ) 이들 공공외교의 세 차원은 각기 한 국가가 바라는 결과를 얻을 가 능성을 높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창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광고라도 인기 없는 상품은 팔 수 없다.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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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익만 챙기거나 거만하게 보이는 정책들은 소프트파워를 생산하 기보다는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오래 지속된 우호관계로 상대방은 조금 더 관대하게 반응할 지 모른다. 때때로 우방은 무죄추정이나 보다 기꺼 이 용서를 해줄 수는 있다. 이것이 바로 정책을 가능하게 하거나 불가능 하게 하는 환경이란 개념의 의미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정책 방향과 맞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 다. 행동은 말보다 더 분명하게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에 하드파워 투사 를 위한 겉치레로 보이는 공공외교는 성공하기 힘들다.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

전 하원 대변인은 2003년 미국의 정책 홍보 실패에 대해 국무

부를 비난했다(Gingrich 2003). 그러나 홍보는 대상이 되는 시장에 대해 주 목해야 하는 것으로 이런 차원에서의 실패는 국무부 책임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깅리치는 2001년 UN 인권위원회(the UN Human Rights Commission)에서 미국의 제명에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이 의회의 반

대 때문에 UN 분담금을 미지급한 책임과 국무부의 소관이 아닌 새 부 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정책들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찰스 헤이글(Charles Hagel)

공화당 상원위원이 언급한 것처럼 9/11 이후에 워싱턴의 많은 사

람들이 갑자기 “우리의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공공외교를 재개할 필요성 에 대해서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헤이글이 지적했듯이 “매디슨 가 [미 행정] 방식의 포장으로는 모순되거나 혼동되는 메시지를 제대로 팔 수 없다. 우리의 외교 접근법의 기본부터 재평가해야 한다. … 정책과 외 교는 반드시 일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마케팅은 상반된 메시지를 혼란스럽고 속이 들여다보이게 지속적으로 던지는 꼴이 될 것이다”(Hagel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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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광고라도 인기 없는 상품은 팔 수 없다. 겨우 자기 이 익만 챙기거나 거만하게 보이는 정책들은 소프트파워를 생산하기 보다는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효과적인 공공외교는 말하는 것(talking)뿐만 아니라 듣는 것(listening) 도 포함하는 쌍무적 관계이다. 우리는 상대방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 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가치를 공유하는지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교류가 단순한 방송보다 종종 더 효과적인 이유이다. 소프 트파워의 정의를 보면 내가 원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상대방이 원하도 록 만드는 것인데, 이것은 나의 메시지를 상대방이 어떻게 듣고 그에 따 라 어떻게 적응하였는지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목표 청중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해외 여론조사는 심각할 정도로 되지 않 는다. 외국인들에게 설교는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정치지도자들은 너무 자주 문제가 단순히 상대방이 정보가 부족하기 때 문이며, 상대방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알면 우리의 시각을 갖게 될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정보는 문화 필터를 통과하기 때문에 수 사적인 표현들은 의도했던 것처럼 전달되기 어렵다. 말하는 것(telling)은 행동이나 상징이 말하고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영향력이 적다. 이것이 바로 개발원조 증액이나 HIV/AIDS 퇴치와 같은 부시 행정부의 구상이 이라크라는 부담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잠재적으로 중요했던 이유이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 대한 쓰나미 구호물자 제공으로 이라크 전쟁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위상의 급격한 하락을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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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흥미롭다. 방송이 중요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효과적인 “지역방송(narrowcasting)” 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비록 대부분의 국민이 (컴퓨터보다 훨씬 저렴한) 전화기 한 대 놓기 힘든 세계의 많은 빈곤지역에서는 엘리트층만이 인터 넷을 이용하지만, 인터넷의 유연성과 저렴한 비용 덕분에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은 정부가 기존의 미디어 를 차단하는 국가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한다. 그리고 인터 넷은 상호적이라 교류를 동반하여 사용될 수 있다.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여전히 가장 효과적이지만 인터넷으로 이를 보완하고 강화시킬 수 있다. 직접 방문과 인터넷 자원이 어우러지면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가상 및 실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또는 미국이 일본의 예를 본받아 외국 젊은이들이 미국 학교에서 일 년 동안 미국 언어와 문 화를 가르치도록 후원할 수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동문들은 이후 인터넷을 통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모임을 형성할 수 있다. 일부 국가들은 자국 공공외교의 거의 대부분을 방송이 아니라 실제 활동을 통해 수행한다. 노르웨이가 좋은 예이다. 노르웨이의 인구는 5백 만 명뿐이고, 국제 언어나 초국가적 문화가 부족하며, 조직이나 다국적 기업 브랜드의 본부나 중심지도 아니고 유럽연합 회원국도 아니다. 그렇 지만 노르웨이는 “목표 청중을 특정해서 자신이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이라는 단일한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자국의 규모와 자원에 비해서 훨씬 더 큰 목소리와 존재감을 만들어냈다(Leonard 2002, 53).

이와 관련된 활동에는 대규모 원조 예산과 빈번한 평화유지활동 참

여를 비롯하여 중동, 시리아, 콜롬비아에서의 분쟁 중재가 포함된다. 물 론 노르웨이의 모든 활동이 노르웨이의 메시지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포경업에 관한 국내정치는 간혹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내 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노르웨이는 소국이 어떻게 외교적 틈새를 활용

5장_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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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자국의 이미지와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메시지를 강화하는 데 행동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국 청중들에 게 소통하는 데 가장 성공적이었던 메시지와 이미지가 외국 청중들에게 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 시 대통령이 2002년 연두교서에서 이라크와 이란, 그리고 북한을 가리 켜 ‘악의 축(axis of evil)’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때 국내에서는 잘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외국 국민들이 처한 외교적 상황들이 다른 사례들을 하나로 묶어 도덕주의 딱지를 붙인 것에 대해 반발했다. 이와 유사하게 9/11 이후 미국의 “대테러전쟁” 선포가 미 국민과 의회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는 기여했지만, 많은 외국 국민들은 이것이 오히려 테러에 대응 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우려는 특히 미국이 기간을 정하지 않은 전쟁을 통해 온전한 법적권리 보장 없 이 관타나모에 죄수들을 수감했을 때 더욱 깊어졌다. 2006년 영국 외교 부는 자국의 외교관들에게 ‘악의 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는 데, 이 표현이 알카에다의 세계 성전에 이용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 다(Nye 2007). 심지어 정책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조화를 이룰 때에도 정보화 시대 에 소프트파워 자원 행사는 어렵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보로 넘쳐나 는 시대에서 정부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전체 커뮤니케이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다른 국가의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을 불 쾌하게 하는 할리우드 영화들이나 이슬람을 평가절하 하는 듯한 미국 선교사들의 활동들은 언제나 정부의 통제 밖에 있을 것이다. 일부 회의 론자들은 미국인들이 피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정부의 인위적인 노력이 아닌 시장의 힘으로 해외에서 미국의 문화와 이미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결론으로 내린다. 왜 CNN, MSNBC 또는 Fox가 무료로 해줄 수 있는데도 VOA에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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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취약하다. 시장의 힘은 미국 문화에서 수익성이 있는 대중적인 차원 만을 그려낼 뿐이어서 미국이 일차원적인 국가란 이미지만 대외적으로 드러나게 만든다. 장기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단기에 항상 이득이 되는 것은 아 니어서 시장에만 맡겨놓으면 투자가 저조할 수 있다. 고등교육이 스스로 수지를 맞추고 비영리조직들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많은 교류 프로그 램들은 정부 지원 없이는 축소될 것이다. 민간 기업들은 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시장의 힘에 반응해야 한다. 세르보–크로아티아어나 파슈 토어 방송이 시장성이 없다면 기업들은 언어로는 방송을 하지 않을 것이 다. 그리고 때때로 민간 기업들은 이익이 된다면 외국 정부의 정치적 압 력에 굴복할 것이다.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이 1990년대 중국에 대 해 자신의 위성 텔레비전 방송에서 BBC와 BBC의 비판적 메시지들을 제외시킨 사례를 보면 그와 같다. 동시에 포스트모던 시대의 대중은 일반적으로 권위에 회의적이며, 정부는 대개 신뢰를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종종 정부는 뒤에서 가만히 민간 행위자들이 일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일부 비정부기구들은 정부가 누리는 것보다 더 많은 신뢰를 누리기 때문에 비록 통제하기 어렵다 해 도 비정부기구들은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 재단들 과 NGO들은 냉전종식 이후 동유럽에서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데 중 요한 역할을 했다. 영국과 미국 같은 나라들 또한 상당한 이민 인구를 보 유하는데, 그러한 이주민 집단들은 문화적으로 섬세하고 언어적으로 숙 련된 연계관계를 제공할 수 있다. 상이한 국가 정당들 사이에 관계를 구 축하는 것은 독일이 선구적이었는데, 독일의 주요 정당들은 정부가 일부 자금을 지원하는 외국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재단을 가지고 있다. 레이 건 행정부 동안 미국은 해외에서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증진하기 위하 여 노조와 상공회의소는 물론 국립민주협회(National Democratic Institute)와

5장_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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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화주의연구소(International Republican Institute)에 자금을 지원하는 국 립민주주의재단(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을 설립하여 그 뒤를 따 랐다. 또한 미국 기업들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 대표들과 브랜 드는 정부 대표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일부 공공의식이 있는 기업가들은 기업이 회사 대표를 해외에 파견하기 전에 그들을 위한 감수성・커뮤니케이션 교육을 개발하고 공유해야 한다 고 제안한다. 기업들은 또한 “세계가 감탄하는 미국의 업적 분야인 기술 중심의 아동 영어 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하기 위해 세서미 워크숍(Sesame Workshop)과

레바논 방송인이 협업하는 기술기업” 같이 특정 공공외교

프로젝트의 지원에 앞장설 수 있다(Reinhard 2003, 30). 간접 공공외교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는 데 있어 서 대체적으로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때로 정부는 국내에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 제시를 지지하기 어렵다. 그 러나 그러한 비판이 때로는 신뢰성을 확립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분적으로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미국 사회와 정책의 개방성과 자유로 운 언론과 의회, 그리고 사법부가 정책을 비판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사 실에서 발생한다. 이런 정부의 수단들이 비판을 회피한다면 자신의 신뢰 성에 손상을 입힐 뿐만 아니라 외국 엘리트들이 느낄 수 있는 중요한 매 력의 원천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비록 외국 엘리트층이 정부 정책에 심하 게 비판적일 때라도). (town meetings),

실제로 미국이 알후라(Alhurra)를 세미나와 타운미팅

의회 토론을 방송하는 국제 미국 의회방송(C-SPAN) 형

태로 변화시킨다면 투자 대비 더 많은 효과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는 관 측자들도 있다. 군대도 때로는 소프트파워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군의 하드파워 능력에서 퍼져나오는 힘의 아우라에 더해 군은 평상시에 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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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정부는 국내에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 제시를 지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이 때로는 신뢰성을 확립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과 광범위한 장교 교환, 합동훈련,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국방부 의 국제 군사 및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군사훈련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 권 교육도 포함한다. 전시에는 군사심리작전“psyops” ( : psychological operations)이 외국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예를 들어 적의 전

초부대는 크루즈 미사일로 파괴되거나 육군에 의해 생포될 수 있지만 적 군들은 방비가 없는 기지를 버리고 떠나도록 설득당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심리전에는 흔히 평상시에는 역효과가 나지만 전시에는 효과적인 속임수 와 허위정보가 포함된다. 공공외교에서 군이 역할을 담당할 때 내재하는 위험요소는 애매한 상황에서 전시의 전술을 적용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정상적인 민간활동과 전통적인 전쟁의 구분이 모호한 현재 수행되고 있 는 정의가 불명확한 대테러전에서 특별히 유혹적이다. 이러한 노력의 최 종 결과는 소프트파워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화시키는 것 이다. 마지막으로 공공외교를 적대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잘못이 다. 때로 “내 정보 대 남의 정보”란 형태의 경쟁이 있지만 대개 양쪽 모 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냉전기간 중 독일의 공공외교가 좋은 예이다. 독일 공공외교의 핵심 논지는 프랑스의 공공외교와는 달리 미국으로부 터의 독립성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미국인들의 눈에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 그려내는 것이었다. 따라서 독일과 미국의 정책 정보의

5장_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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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상호 보강적이었다. 정치지도자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증진과 같 은 상호적이고 유사한 목표들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공공 외교 프로그램을 상호 조정함으로써 공동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협력 적 공공외교는 편협한 국가적 동기라는 의혹을 해소시키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표 1] 소프트파워의 원천, 조정자 및 수용자 소프트파워 원천

신뢰성 또는 정당성을 위한 조정자

소프트파워 수용자

외교정책

정부, 미디어, 비정부기구(NGOs), 정부 간 조직(IGOs)

외국 정부 및 대중

국내 가치 및 정책

미디어, 비정부기구, 정부 간 조직

외국 정부 및 대중

상위문화

정부, 비정부기구, 정부 간 조직

외국 정부 및 대중

대중문화

미디어, 시장

외국 대중

이에 더해 NATO나 UN과 같은 다자간 기구의 공공 이미지 강화와 국제적인 협력이 특정 정부로 하여금 평화유지, 민주주의 증진, 대테러 등의 같은 어려운 임무를 다루기 위해 이 기구 활용을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냉전 중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미국의 공공 외교는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체결된 국제조약과의 제휴를 통해 강화되 었다. 1975년 다자간 헬싱키 유럽안보협력회의(the multilateral Helsinki 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in Europe : CSCE)는 철의 장막에 가려진 인

권문제에 대한 논의에 정당성을 부여했고, 최종 의정서에 서명한 참가국 들이 예상하지 못한 정도의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

전 CIA 국장은 미국의 초기 저항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CSCE

를 간절히 원했고, 또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소련 제국 종말의 기 초가 되었다”고 평가했다(Thomas 2003, 257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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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글로벌 정보화 시대에서 힘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제와 유인이라는 하드파워 차원뿐 아니라 매력이라는 소프트파워 차원도 포함할 것이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효과적으로 융합하는 능력이 “스마트파워”이 다. 미국은 대부분의 냉전 기간 동안 스마트파워를 활용하고자 노력했 다. 그러나 9/11 이후에 미국은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 융합에 냉전기간 동안보다 덜 성공적이었다. 현재의 초국가적 대테러전은 마음과 생각을 얻기 위한 싸움이며, 지금과 같이 하드파워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성공에 이르는 길이 아니다. 공공외교는 스마트파워가 지닌 중요한 무기 중 하나이지만, 스마트 공공외교는 신뢰, 자기 비판, 소프트파워를 생성 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선전으로 전락한 공공외 교는 설득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소프트파워를 약화시킬 수 있다.

5장_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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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러한 개념은 Bound to Lead : The Changing Nature of American Power (Nye 1990)에서 처음 소개했다. 이 개념은 피터 바흐라흐(Peter Bachrach)와 모턴 바라츠 (Morton Baratz 1963)가 “2차원적 시각(second face of power)”이라고 부른 것에서 시 작했다. Soft Power : The Means to Success in World Politics (Nye 2004)에서 더 완 전하게 발전시켰다. 2. 용어는 스티븐 룩스 (Steven Lukes 2005)에서 원용. 3. 예일 리치몬드 (Yale Richmond 2003)를 참조할 것. 또한 나이 (Nye 2004, 2장)를 참조 할 것. 4. 데이비드 맥코넬 (David McConnell 근간)을 참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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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_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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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장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

어니스트 J. 윌슨 3세 Ernest J. Wilson III

이번 장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넘어선 스마트파워의 중요성에 역점을 둔 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요소들을 상호보완적으로 잘 결합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는 스마트파워를 통해 행위자는 자신의 목적을 더욱 효과적이 고 효율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스마트파워를 발전시키는 것은 국가안보 차원 에서 필수요소이며, 국제환경의 장기적 구조변화와 현 정부의 단기적인 실패에 의해 더욱 더 강력히 지지받고 있다. 현재 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를 둘러싼 논 쟁은 개념적・구조적 그리고 정치적 차원의 어려움들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이번 장에서는 이 세 가지 차원의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 핵심어 : 외교정책, 공공외교,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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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외교정책의 설정과 수행방법에 있어 고쳐야 할 많은 결함 이 있다는 의견은 미국 내외에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문 제를 둘러싼 논쟁 자체가 결함을 가지고 있다. 소프트파워 지지자들과 하드파워 옹호자들 모두 그들의 입장을 적절히 조율하지 못했고, 그 결 과 국익신장을 위한 하나의 틀(framework)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소프트 파워 지지자들은 정치적으로 세련되지 못하고 조직 면에서 취약한 반면 에 하드파워 지지자들은 정치적으로나 조직적으로 강력하고 유리한 입 장에 있었지만, 그들의 주장에 대한 적절한 틀을 세워 제시하는 데 자주 실패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통적인 범위 밖에 있는 국가권력의 요소들 을 가볍게 무시하거나 단순히 그 안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 이다. 결과적으로 불완전하게 양분된 논쟁으로 국익추구라는 대의는 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변화 시기를 맞이하면서 의미 있는 선거유 세 현장, 정당 비밀회의 그리고 워싱턴의 두뇌집단 등에서 앞으로 집권 하게 될 정부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의미 있는 토론과 담화가 열 릴 것이다. 과거에 이러한 회담들은 대부분 하드파워에 입각하여 이뤄졌 었다. 하지만 미래를 바라보는 지금 미국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구상에 있 어 소프트파워 또한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장은 이와 같이 서로 경쟁적인 주장에 대한 논쟁과 외교정책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스마트파워란 분석틀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 다. 먼저 스마트파워를 필요로 하는 구조적 변화와 상황적 조건들에 대 해 살펴보고, 이어 미국이 스마트파워를 신속하게 성취하기 위해서 극 복해야만 할 개념적ㆍ제도적ㆍ정치적 도전들에 대해 분석하겠다. 이 논문 은 국제적인 블로그(www.smartpowerblog.org)에 기반을 두고 일 년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1 ) 에서 나온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 중인 연 구 세미나로서 일련의 콜로키엄을 통해 스마트파워의 개념에 대한 치열

6장_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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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토론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the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 CSIS)의 (Richard Armitage)

조셉 나이(Joseph Nye)와 리차드 아미티지

주도 하에 최근 구성된 스마트파워위원회(Commission on

Smart Power)의 연구와도 의견을 같이한다.

왜 스마트파워에 주목하는가?

점점 더 커져가는 스마트파워에 대한 관심은 현재의 두 가지 경향 을 반영한다. 하나는 구조적・장기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기적・상황 적인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부시 정부의 정책에 의해 발생한 결과이다. 스 마트파워에 대해 주목하는 가장 분명한 이유는 지난 7년간 미국 정부의 정책이 보여준 결함들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 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시 정부의 국가 안보정책과 외교정책은 그 자 체만으로는 현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심지어 미국인들 스스로 지난 부시 정부의 정책들은 외교적·안보적 차원에서 국익을 손상시켰으며, 세 계 각지에서 전례 없던 반발을 유발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신을 추 락시켰다고 말한다(Kohut and Stokes 2006 ; Pew Global Attitudes Project 2006 ; Halper and Clarke 2004).

반면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은 훨씬 더 세련되고 영리하게 권력행사 의 수단들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수뇌부는 스스로 문제가 없지 는 않았지만 권력자원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후진타오(Hu Jiantao) 주 석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결정된 개별적 정책들에는 현 세태에 대한 세 련된 분석이 반영되어 있다. 국가적 차원의 목적 달성뿐만 아니라 그들 의 개인적인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균형이 잘 잡히고 통합적인 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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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수단들을 적절히 사용해 왔다. 후진타오 주석은 일관되게 “중국의 평 화적 부상(China’ s Peaceful Rise)”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정 책과 명백히 대조된다. 부시 정권의 접근법은 군사적 우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과 중국의 접근법은 모두 구조적 요소들에 의해 불가피하게 형성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강대국 지도층에 의한 정치적 정책결정의 분명한 사례이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보다 현 명한 경로를 추구하기 위해 의식적인 결정을 내렸다. 사실 그들은 “중국 의 군사적 도약(China’ s Militant Rise)” 전략을 추구할 수도 있었다. 아프리 카 국가들을 다루는 데 외교적으로 기능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었고, 석 유 및 광물자원을 추구하는 데에도 섣부른 행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신에 중국은 조쉬 커랜트지크( Josh Kurlantzick 2007)가 다각화된 “매력 캠페인(Charm campaign)”이라고 부른 정책을 고안해서 아프리카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대외원조와 더불어 높은 관심을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중 국은 유럽을 무시하고 대만 문제를 하드파워에 의존할 수도 있었다. 중 국의 매력 캠페인이 엇갈린 결과를 가져오긴 했지만 분명 그 전략은 국 가권력 사용 범위에 대한 섬세한 계획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G8 국가들은 산업 경제에서 탈산업(postindustrial) 경제로의 변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탈산업 경제에서 국가 권력은 정보와 지식에 점차 더 큰 역점을 둔다. 창의성과 혁신에 대한 능력이 곧 기갑사단 이나 항공모함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최첨단 도구들은 군사 적·비군사적 영향력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6장_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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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스마트파워에 대한 갈증은 각국 지도자들의 개인적인 선택 에 의한 것이 아니다. 비록 미국 정부가 스스로 만들어낸 약점을 그다지 많이 노출한 것은 아니지만, 국가의 힘을 인식하고 행사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방법을 요구했을 수도 있는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는 오래전 부터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G8 국가들은 산업 경제에서 탈산 업(postindustrial) 경제로의 변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탈산업 경제에서 국가 권력은 정보와 지식에 점차 더 큰 역점을 둔다. 창의성과 혁신에 대 한 능력이 곧 기갑사단이나 항공모함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최첨 단 도구들은 군사적·비군사적 영향력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군과 군대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군의 상대적인 역할은 급속도로 변 했다. 특히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과 군사적 자산과 비군사적 요소의 배 합부분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현대의 전쟁은 더 디지털화・네트워크 화되었고,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유연하게 변했다. 그리고 국가권력의 도 구 배합에서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비군사적 요소의 비중이 크게 부상했 다(Aruilla and Ronfeldt 1999). 높은 수준의 첨단 국가들은 스마트 폭탄부터 스마트 폰, 스마트 블 로그까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국가들이 점점 더 똑똑해(smart) 지면서 알카에다(Al Qaeda) 같은 비국가적 행위자들 또한 다양한 미디어 를 통해 선전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려면 누구나 “똑똑함(smartness)”이라는 새로운 기초 위에 전략을 세워야 할 것 이다. 또한 스마트 전략은 전통적 국가 간 영향력의 변동을 염두에 둬야 한다. 냉전 시대의 이분법적 권력구조가 붕괴된 이후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의 국가는 세계무대에 신흥세력으로 떠올랐다. 새로운 힘의 등장은 미 국을 포함한 G8의 일방적인 행동에 큰 제약을 가했다. 새로운 기술적 역 량과 새로운 세력을 감안하여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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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되었다. 스마트파워를 추구해야 하는 마지막 이유는 목표 대중들(target population)

자신이 “더 똑똑해(smarter)”졌다는 것이다. 고등교육 및 대학교육

이 확산되고 각종 미디어 매체들에 대한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의 국민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부유하고 세련되었 으며, 그들의 사회나 다른 사회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더욱이 소 프트파워나 하드파워로 쉽사리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대상이 되었다. 새 롭게 교육을 받게 된 이러한 대중은 과거와는 다른 대우를 원하고 있다. 그들 세계의 도시화 및 중산층화가 진행됨에 따라 개인들은 보다 적극적 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게 되었다. 민주주의의 확산은 외국의 지도 자들 또한 과거에 비해 미국의 대리인 역할이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 다. 다시 말해 지평선 너머에 있는 미국의 힘을 대신하는 대리인 역할은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새로운 기회와 동시에 미국 외교정책 의 수행과 구상에 있어 뚜렷한 제약을 가할 것이다. 요컨대 세계는 더욱 똑똑해졌지만 현재 미국의 외교정책 엘리트들은 아직 그 변화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아주 최근까지 부시 정부 의 관료들은 현 시대에 적합하고 서로 다른 권력도구의 강점들을 종합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법으로 국력을 인식하거나 행사할 의지나 능력을 보 이지 못했다. 이전 민주당 정부 역시 스마트파워의 모범은 아니었다. 외 교적 영향력과 무역, 군사력을 조화시키려는 과정에서 심각한 실수를 범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초당파적인 문제로 드러났다.

6장_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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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파워를 찾아서

무분별한 힘의 행사에 대한 대안으로서 스마트파워 운동이 일어난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미국 국내외에서 근본적인 개혁의 목소리 가 들려오고 있다. 이는 모든 정파를 막론하며, 하드 및 소프트파워 지 지자, 심지어 신자유주의자 및 개혁적인 신보수주의자들까지 이러한 목 소리를 내고 있다(Korb, Boorstin, and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2005 ; Chomsky 2002 ; Haas 2005 ; Halper and Clarke 2004 ; Nossle 2004 ; Princeton Project on National Security 2006).

외교적 수단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전통적 외교 지지자부터 공공외교 지지자, 다른 형식의 소프트파워 외교 지지자까지 모두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한결같이 많은 심각한 결함을 가 지고 있으며, 다음 몇 가지 사항에 대한 개선을 필요로 한다. 1.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더 나은 ‘정의’와 ‘개념화’ 2. 이러한 의미들이 형성되는 방법의 근저에 존재하는 정부기관의 ‘제 도적 현실’에 대한 더 큰 관심 3. 스마트파워 독트린으로의 변화에 수반될 수밖에 없는 현실정치의 동학을 포함시키기 위한 더 체계적인 노력뿐 아니라, 이런 문제들을 일관되고 의미 있는 방식을 통해 ‘정치적으로 다루기 위한’ 더 적극 적인 노력

개별적으로 사용되는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의 효과를 향상시키고 이 두 힘을 스마트파워로 통합시키기 위해서 세 가지 문제를 바로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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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다. 더욱 간결하고 명확한 정의를 제공하고, 하드파워와 소프트파 워의 제도를 분석하며,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조화시켜 스마트파워 를 탄생시키는 데 요구되는 정치적 역동성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개념 및 정의상 도전들

국제정치학에서 “힘(power)”을 가진다는 것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 에게 영향력을 끼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다. 하드파워는 다른 국가들을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도록 강제하는 것 인데, 하드파워적 전략은 군사적 개입, 강압적 외교, 경제 제재조치 등 을 통해 국익 신장에 초점을 맞춘다(Art 1996 ; Campbell and O’Hanlon 2006 ; Cooper 2004 ; Wagner 2005).

학술 문건에서 신현실주의적(neorealist) 접근법

은 하드파워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국가의 힘에 역점을 둔다. 반 면 자유주의적 제도주의(liberal institutionalist) 학자들은 외교술의 핵심 요 소로 소프트파워를 꼽는다(이와 함께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힘도 중요 요소로 생각하는데, 이는 이상하게도 현 시대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에 대한 토론에서는 사라진 요소이다).

강제적인 힘과 반대되는 소프트파워는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대 로 하도록 설득하는 능력이다. 이는 1990년에 조셉 나이( Joseph Nye)에 의 해 처음 소개된 이후 강력하게 공식화되었으며, 그의 차후 연구에서 소 프트파워는 외교정책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한 분석적 용어가 되었다. 나 이는 소프트파워를 강제가 아닌 설득과 유인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걸 얻는 능력이라 정의했다(Nye 1990). 소프트파워는 매력을 형성하고, 또 군 사적・경제적 힘을 제외한 거의 모든 수단을 포함한다(Cooper 2004).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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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e 2004)는

“자원의 관점에서 볼 때 소프트파워의 자원은 그러한 매력

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산들”이라고 말했다.2 ) 물론 이와 같은 그의 주장 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한 개념과 적용에 모두 불만을 가 진 한 캐나다 작가는 전통적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개념은 캐나다 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그는 미국에서 유래된 개념을 캐나다 정치에 접목시키려 할 때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고 말했다(Smith-Windsor 2005).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스마트파워위원회와 함께 연구한 그의

저술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나이는 또한 스마트파워의 개념을 확립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슈의 재구성

본고에서는 스마트파워를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상호 강화시킬 수 있도록 잘 혼합해서 특정 행위자의 목적을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 으로 달성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개념적으로 견고하고 정책적 으로도 의미가 있는 스마트파워에 대한 분석틀은 다음 몇 가지 추가 핵 심 사항들의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3 ) ■ 힘을 행사할 ‘대상(target)’—대상의 내부적 특성과 보다 광범위한 국제적 맥락. 힘을 행사하는 자들이 대상 국가의 국민과 지역에 대 해 무지하다면 파워는 스마트해질 수 없다. ■ ‘자신에 대한 지식(Self-knowledge)’과 자신의 목표와 능력에 대한 이해. 스마트파워는 힘을 행사하는 행위자가 자신의 국가나 공동체 가 추구하는 목표뿐만 아니라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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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에 대해 알기를 요구한다. ■ 실제 행동이 이루어지는 광범위한 ‘지역적・국제적 맥락(regional and global context)’.

■ 사용될 ‘수단(tools)’과 이를 언제, 어떻게, 개별적으로 혹은 혼합적 으로 사용할지 여부

진정으로 세련된 스마트파워 접근법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는 계몽되고, 전지전능하며, 독립적인 철학자 왕(王)이 중립적으로 사 용할 중립적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하 드파워와 소프트파워는 오히려 서로 다른 독특한 제도와 문화를 형 성하며, 이것은 또한 자신만의 태도, 인센티브, 예상되는 승진 진로 등을 갖는 구성원들에게 규범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너무나 중요하므로 한 논문에서 다루기에는 부족 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도구”의 문제는 현재의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에 대한 논의의 중심에 있으므로 이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어떤 도구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가장 적합할까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외교술의 도구(instruments of statecraft)’에

관한 모든 정보와 지식에 대해 정통해야 한다. 스마트파워

는 각 도구의 강점과 한계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 대가 성취할 것이라 예상되는 것은 무엇인가? 표적이 된 방송들은 무엇 을 할 수 있는가? 교환 프로그램은 무엇을 달성할 것인가? 상황에 따라 국가적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떠한 종류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지 도 알아야 한다. 이는 강제적 힘의 요소와 설득과 경쟁을 유발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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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요소를 조화시킬 수 있는 지혜와도 관련되어 있다(즉 소프트파워와 하드 파워를 조화시키는 것).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지침으로서 과거에 있었던 효

과적인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의 조화 사례들에 친숙해지는 것도 중요 하다. 마지막으로 진정으로 세련된 스마트파워 접근법은 하드파워와 소 프트파워는 계몽되고, 전지전능하며, 독립적인 철학자 왕(王)이 중립적으 로 사용할 중립적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하 드파워와 소프트파워는 오히려 서로 다른 독특한 제도와 문화를 형성하 며, 이것은 또한 자신만의 태도, 인센티브, 예상되는 승진 진로 등을 갖 는 구성원들에게 규범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제도적 도전

스마트파워에 대한 엄밀한 개념과 정의는 매우 본질적인 것이나 스 마트파워의 설계와 집행은 항상 실제적인 제도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 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제도적 모습은 매우 단순한 동시에 대단히 복잡하다. 쉽게 말해서 하드파워 제도들은 소프트파워 기관들과 비교 할 때 장대하며, 지나치게 규모가 크고, 예산도 훨씬 더 풍족하며, 큰 영 향력을 가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2,6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배정받고 그 아래 3백만 명의 인력이 배치되어 있다. 대조적으로 소프트파워의 중 앙 핵심 기관(공공외교를 포함)은 주로 국무부 내에 배치되어 있는데, 예산 은 국방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100억 달러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U.S. Department of State Budget 2008). 그 중 공공외교 예산은 약 15억 달러로 매

우 적은 부분만을 차지한다(U.S. Department of State Budget 2008).4 ) 설령 미 국국제개발처(USAID)나 무역진흥청(Trade Development Authority)의 예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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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도 국방부 예산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2005).

제도적 불균형이라는 간단한 사실 안에 거대한 복잡성이 숨어 있다. 규모, 지위, 예산, 제도적 문화는 힘의 행사 방식을 결정한다. 스마트파워 의 관점은 더 영리한 기관들에서부터 시작될 필요가 있다. 스마트파워에 기초한 합리적 외교정책은 현존하는 많은 정부 기관, 부서, 부처들 간의 다양한 구조적 형태와 관계를 인지하고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 다양한 기관들은 각자 규범과 가치와 경직성을 가지고 있다(Halperin and Kanter 1973). 스마트파워를 달성하기 위한 어떤 논의도 우선 현존하는 기관들의 구성과 배치는 스마트파워의 달성에 있 어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들은 끔찍할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가 지고 있다. 하드파워나 소프트파워 자체를 대변하는 단일한 정부 부처는 존재 하지 않는다. 스마트파워도 마찬가지이다. 전세계 모든 국가에 있어서 공 공정책의 실제 세계에서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는 다양한 기관들에 널 리 퍼져 있다. 하지만 고르지 못하며 편중되어 있다. 정부 조직의 현실 에서 봤을 때 소프트파워 담당 기관들의 위치는 낮으며, 재원이나 영향 력이 하드파워 기관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분 명 하드파워 기관들이 미국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즉 정부 내에서나 대 외적으로 균형 잡힌 전략을 유지하거나 소프트파워에 더 힘을 실어주기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소프트파워 쪽 기관들의 힘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정부 내 정책 토론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고위 정치 지도자들의 미 국제개발처나 국무부 같은 소프트파워 기관들의 능력에 대한 믿음은 점점 더 약해져 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외교정책 및 안보정책 기관들은 서로 협력하기 힘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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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내부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파워를 실현할 가능성이 떨어진다. 부처 간 협력에 있어서 지속적인 열의가 없었으며, 각 기관들 간의 경직성은 외교정책 및 국가안보 기관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국무부 의 내부 문화는 빠르게 움직이는 현 시대에 부적절한 느린 인재 발탁, 승 진, 잔류 시스템으로 얽혀 있는 상태이다. 변화하지 않는 규범과 기대들 때문에 광범위한 개혁은 몇 년째 정체된 상태이다. 정보기관 또한 급속 히 변화하는 현 정세와 어울리지 않는 구식의 규범과 절차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예이다. 채용과 교육규정에서부터 승진 요구사항 및 적절한 장 려금까지 모두 수직적인 연통과 같은 옛 구조에 얽매여 정보 공유와 혁 신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전문가들의 유동성이 보장되는 공동체 구조의 형 성을 방해하고 있다. 정부기관의 개혁에 관한 한 가지 흥미롭고 교훈적인 방안으로 “군사 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 RMA)” 사례가 있다. 이것은 1986년 의회 가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포함하는 군 내부의 “협동성(jointless)”을 요구 했던 골드워터 니콜스 법(Goldwater-Nichols Act)이 도입된 이후 20여 년에 걸쳐 추진된 캠페인이다. 이 법을 통해서 군은 강화된 내부 협력을 통해 현대전 수행에서 한층 더 똑똑해(smarter)졌다고 한다. 한 가지 변화는 진 급을 원하는 장교들은 통합군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Ross et al. 2002).

레인맨(Lahneman 2007)과 놀트(Nolte 2004)가 관찰했던 것처럼 “정보

혁신(Revolution in Intelligence Affair)”을 위한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몇몇 정 책과 조직상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선될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 다.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변환외교(transformational diplomacy)”를 제창하면서 미국 외교의 변화를 요구했음에도 아직까지 외교문제에 있 어서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국가를 더욱 “스마트”하게 만들기 위해서 “오래된 외교기관들을 새로운 외교적 목적을 수행할 수 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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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시키는 것”이 자신의 희망사항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변환외교 는 가부장적으로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십에 기반을 둔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닌 그들과 함께 일함으로써 우리는 외국 국민들이 보다 나 은 삶을 살고, 그들의 국가를 건설하며, 자신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도 록 돕기 위해서 미국의 외교적 힘을 사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우선순위의 전환은 한 세대가 걸릴 수 있는 작업이며, 그 시작은 착수금으로 100명 정도의 외교관을 “중국이나 인도, 나이지리아, 레바논과 같은 국가들”로 이전 배치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ice 2005). 이러한 노력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통합과 균형을 위한 노력은 소위 말하는 “기관 간 조정과 정(interagency process)”을 통해 이루어져 왔는데, 이 과정은 상시는 아니지 만 종종 백악관을 대신해 국가안보위원회(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 NSC) 가 주도했다(Rothkopf 2006). 이곳에서 프로그램이나 정책도구들이 통합되 도록 의도되었다. 전통적으로 NSC의 역할은 정책 선택과 그에 따른 정 책수단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그것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는지 감독하 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무부(State), 국방부(Defense) 혹은 상무부 (Commerce)

등과 같은 계선 부서가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조정자 역할을

하는 NSC는 어떤 스마트파워 개혁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NSC에서 고위 간부 역할을 수행했던 사람은 누구나 알겠 지만, 이 논문에서 주장하는 정치적 개혁 없이는 NSC 스텝에 소프트파 워 혹은 스마트파워를 담당하는 조정자 자리를 확보해 줘도 적절한 해결 책은 되지 못한다. 모든 기관들은 당연히 자신만의 문화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각 기관의 승진과 보수에 대한 인센티브, 조직절차 그리고 내부 규정과 기대 는 핵심 참여자들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국무부의 견해와 국방부의 견 해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스마트파워를 위한 협력을 추구한다는 것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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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한 문화적 차이를 인지하고 ‘기관 간 조정과정’을 통해 어떤 것은 통합 하고 어떤 것은 약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정부기관의 제도적 문제들은 너무 과도하거나 너무 적은 관 심을 받아왔던 것 같다. 일부 공공외교 지지자들 사이에는 스마트파워 의 제도적 장치에 과도한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조직기구표 위에 박스를 움직이는 것과 같은 제도적 조정이 엄선된 각종 위원회나 고위 태스크 포스의 최대 관심사였다(U.S. Advisory Commission on Public Diplomacy 2003 ;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03). 이러한 구조적 개혁에 대한 요

구는 좀 더 어려운 개념적・정치적 맥락을 함께 다루기보다는 오히려 가 라앉는 타이타닉 호의 갑판의자 위를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궁 극적으로 사리에 맞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스마트파워의 실현을 가로막는 구조적 경직성을 인정하고, 이를 뿌리 뽑는 동시에 장 기적 조직개혁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국가지도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정치적 도전

결국 외교정책에 있어 효율성은 정치와 권력의 문제이다. 민주주의 에서는 선출된 정치지도자들에 의해 정책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외교정 책의 스마트파워는 탄탄한 개념과 유능한 제도적 장치만큼이나 정치와 권력에 그 성패가 좌우된다. 단순히 개혁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어떠한 변화도 낳을 수 없다. 좋은 아이디어가 환영받는 기관에 도입된 다면 높은 성공 가능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리더십과 강력 한 정치적 지지가 더해져야 혁신적 아이디어가 실제 움직일 수 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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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국내적인 캠페인 뿐만 아니라 외교정책 개혁에서도 사실이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사이의 정치적 불균형이 제도적 불균형만큼 이나 편중되어 있다는 것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하드파워 지 지자들은 소프트파워 지지자들보다 훨씬 더 숫자가 많고, 가시적이며 강 력하다. 각 하원 선거구마다 국방부나 군사기지, 퇴역군인 병원 등과 같 이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의존하는 기관들의 힘이 상당히 표현되고 있 다. 수천 명의 민간부문 근로자들을 국방 관련 납품업자가 고용하고 있 다. 그리고 해당 기업 경영진은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지속적인 국방 관 련 지출의 옹호자들을 후원하며, 하드파워에 우호적인 수많은 근로자들 과 기업들은 하드파워를 지지하는 표로 직접적으로 전환된다.

하드파워 지지자들은 소프트파워 지지자들보다 훨씬 더 숫자가 많 고, 가시적이며, 강력하다.

소프트파워는 하드파워와 같이 자연적인 정치적 연고가 거의 없다. 소수의 전문가 조직들만이 정기적으로 소프트파워 외교정책에 더 큰 관 심을 가지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종종 전직 외교관들이 주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드파워 지지세력의 거대한 정치적 기반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대신 소프트파워의 중요성과 외교정책 입안에 있어 소프트파워의 광범위한 활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싱크탱크나 대학 혹은 자문 기관에 산재하는 지식인들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외교정책의 실패들로 인해 일반 시민들과 유권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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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외교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구조적이고 유동적인 순 간에 처해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 국민들이 일방적 행동과 다 자적 행동 사이, 힘에 의한 강제와 윤리적 정책의 가능성 사이, 그리고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사이에서 더 나은 균형을 찾기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류의 변화는 2008년 미 대선을 목전에 둔 시기에 발 생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 문제는 공공 의제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구조적이고 유동적인 변화에 대한 일반 대 중들의 대응으로서, 지금까지 뒷전에 머물러 있던 소프트파워와 하드파 워의 불균형 문제가 보다 중점적으로 전면에서 다뤄질 것을 예고한다. 지금과 같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는 스마트파워 지지자들이 취해야 할 몇 가지 구체적인 조치가 있다. 첫 번째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강령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 다른 보완적 인 조치는 양당의 전당대회가 열리기를 기다리지 말고 즉각적이고 공격 적으로 2008 대선 후보의 외교정책 및 국가안보 팀에 접근해서 스마트파 워의 가치에 대해 이해시키는 것이다.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소프트파 워”가 아니라 “스마트파워”이다. 지난 수차례 대선에서 국가안보 팀의 자 문역이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대선 후보자들은 대개 국제문 제에 대해 광범위한 지식을 보유하는 외교정책 관련 지식인을 최고 자문 역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힘을 강조하는 현 실주의적 관점을 가진 인물을 채용했다. 선택된 자문위원들은 구체적 쟁 점사항들을 통합해서 대선 후보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하나의 국가안보 및 외교정책 접근법을 구상했고, 결국 각 후보가 이것에 바탕을 두고 자 신의 정책을 형성한다. 소프트파워 원칙과 프로그램들은 예비선거와 실 제 대선의 연설에 파고드는 데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는 시급한 국가안보 위기와 공공 연설에서 보다 강하고 강경하게 보이도록 하는 정 치적 압력, 최측근 조언자들의 부정적 견해 등의 요소들 때문이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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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한 상황에서 소프트파워에 호소하는 것은 정교하고 세련된 스마트파 워에 호소하는 것에 비해 유약하고 중량감이 떨어지게 들릴 것이다. 스 마트파워를 달성하기 위해 하드파워는 필수적 요소이며, 국익실현은 하 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효과적 조화를 통해서 성취된다. 스마트파워 지 지자들은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가 조화되었을 때의 이점에 대해 정치 적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도록 배워야 한다. 2008 대선에서는 설 득력이 강한 국가 비전을 추구함에 있어서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조 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우리가 뽑게 될 차기 미국 대통령의 중요한 선정 기준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결론

스마트파워의 달성은 개념적ㆍ제도적ㆍ정치적 요소들을 기교 있게 잘 조화시켜서 미래(2012년 대선뿐만 아니라 그 이후)를 위한 외교정책 혁신 으로 이어질 개혁운동을 유도해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마트파워는 말 그대로 똑똑한 캠페인을 필요로 한다.’ 스마트파워가 하드파워를 대신해 효과적으로 동원된 것처럼 수사학과 소통의 힘은 스마트파워를 홍보하 기 위해 절실히 요구된다. 공공외교와 소프트파워 지지자들이 하드파워 지지자들에게 완전히 패배하고 있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하드파워 지지자들이 소프트파워적인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이러한 개념적ㆍ제도적ㆍ정치적 도전들에 대 처하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 ‘개념적으로(Conceptually)’ 정책 전문가들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재구성해서 각각의 이점을 밝히고, 미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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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구상과 실행에 있어 이러한 점들을 보다 현명하게 통합하고, 균형 을 맞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스마트파워의 달성과 유 지가 멋진 일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해 하루빨리 그것을 제대로 이루지 않으면 안 될 시급한 현안이 되었다고 주장해야 한다. 스마트파워 실현을 위해서는 대중매체를 이용한 소통을 통해 외교 문제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키는 일뿐만 아니라 학문적ㆍ기술적 저술활동 도 필요로 한다. 장기적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스마트파워의 필요성에 대 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즉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새로운 교육과정 이 도입되어야 하며, 특히 국방대학(National Defense University), 외교정책 연구소(Foreign Policy Institute), 군사전문학교, 그리고 최고 사립교육기관인 프린스턴 대학의 우드로윌슨 스쿨(Woodrow Wilson School of Public and International Affairs)이나 하버드 대학의 존 에프 케네디 스쿨( John F. Kennedy School of Government)과

같은 외교정책 엘리트를 양성하는 교육기관들은

반드시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제도적(institutional)’ 구성이 새 롭게 개혁되어야 한다. 하드파워 기관들과 소프트파워 기관들 사이에 존 재했던 예산, 영향력, 조직의 효율성 등에서의 엄청난 차이는 상위의 국 익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로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어와 제도적 결과를 연결하는 것이 ‘정치(politics)’ 이다. 비록 소수라도 점점 더 많은 숫자의 상당한 정치적 위상을 갖춘 일 단의 지도자들이 이러한 개혁에 대한 전국적 논쟁에 기꺼이 참여해서 영 향력을 행사할 의지가 없다면 스마트파워를 달성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 이다. 결국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똑똑함(smartness)”에 대해 홍보해야 한 다. 아울러 당파를 초월해서 “두 문화”로 서로 단절되었던 군사/국가적 안보영역과 공공/전통 외교 및 국제정세 영역의 저명한 전문가들 사이의 고리를 연결하는 단일한 정치적 연합체를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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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CSIS에 의한 최근의 “스마트 파워” 운동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진전이다. 스마트파워 운동에 있어서 좋은 소식은 전망이 보기보다 아주 어둡 거나 흑백으로 나눌만큼 이분법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수 뇌부는 다양한 종류의 소프트파워 사용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 다. 국방부의 사고의 일면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소프트파워가 어떻 게 전통적인 전쟁수행 책임을 진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퍼즐의 답을 찾 는 노력이다. 예를 들어 육군이나 해군이 전통적 군사작전을 실시하는 지역의 주민들이 적대적으로 변하는 것을 막고 군에 대한 신임을 얻기 위해 공공외교의 교훈에 점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또한 공 보 담당 병사들의 재훈련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담당 병사들 은 블로그를 활용해 대중에게 테러리스트 집단의 잔혹성을 알리는 방 법을 교육받고 있다. 또 다른 소프트파워적인 분위기는 국방부 내 속칭 OOTW(Operations Other than War,‘전쟁 이외의 작전들’)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적 개입의 규정과 전술, 그리고 능력은 재래식 전쟁이 아 니라 소프트파워나 공공외교에 달려 있다. 그리고 모든 분야의 군 지도 자들(정보분야의 관계자와 같이)은 언어교육과 지역주민들에 대한 학습을 통해 병사들의 문화적 소양을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군 내부의 이러한 변화와 관련된 긴장과 군 외부의 하드파워 정부기관과 소 프트파워 기관(즉 국방부와 국무부) 사이의 긴장은 최근 새로운 미 아프리 카사령부(USAfricom)의 설립 목적과 역량을 둘러싼 논쟁에서 매우 고조되 었다. 소프트파워 지지 측은 라이스 국무장관의 “변환외교(transformational diplomacy)”

외에도 전 공공외교 담당 국무부 차관 휴스(Karen Hughes)의

국무부가 소프트파워 활동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서 약간의 중요한 변 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아직 정책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

6장_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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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며, 미 국무부가 하드파워 조직들과 효과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 얼 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개념적ㆍ제도적ㆍ정치적・문화적 도전들)을 고려 해 보았을 때 스마트파워는 쉽게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특히 단시 간 내의 달성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사실 이것은 구조적 필요에 의한 것 으로서 한 세대를 거쳐서 점진적으로 조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런 긴 행진을 시작하기 위해서 스마트파워 주창자들은 소프트파워에 대해 더 욱 세련된 능력을 갖추고, 자신의 메시지를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공공외교 기관들은 자신만 빼고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데는 아주 뛰어나며, 필자는 이런 점을 지금은 사라진 미 해외공보처(USIA)의 마지막 쇠락과정에서 가까이 지켜보았다. 소프트파워 옹호자들은 자신들의 특정한 힘이 국가 안위를 증진시 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설득력이 있어야 하며, 어떻게 이것을 달성할 것인가 하는 점에 더욱 마키아벨리식의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하드파 워 옹호자들은 자신들이 사석에서 쉽게 인정하는 뛰어난 외교술이 군사 적 갈등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대중 앞에서도 인정할 수 있어 야 한다. 뛰어난 외교로 국방부가 굳이 군대를 파병하고 장병들을 부상 과 전사의 위험으로 내몰 필요가 없게 할 수 있다. 비록 오늘날 미국의 외교적 구조가 탄탄하지 못하다고 하지만 군은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 하겠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 대신 군 지도자들은 자신들 관료 조직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매우 비합리적인 일, 즉 다른 정부 부 처에 대한 예산배정 확대를 지지해야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국가에 필 요로 하는 제도, 아이디어, 정책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을 경우에는 힘 을 현명하고 전략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무능함, 다시 말해 스마트파워를 사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는 우리 후손들이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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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 프로젝트는 서던캘리포니아대 애넌버그 커뮤니 케이션 대학의 공공외교센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국가권력 에 대한 혁신적 접근법을 개발하여 고위 정책결정자들로 하여금 군사행동과 같은 강 제력(하드파워)이라는 자산과 도구를 전통적 외교 및 공공외교(소프트파워)의 자원과 더 잘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 프로젝트는 블로그(www.smartpowerblog. org)와 용어사전 개발, 참고문헌, 공공 세미나와 같은 지속적인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 하고 있다. 본 논문의 저자는 스마트파워 프로젝트(Smart Power Project)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본 논문은 2006년 윌튼 파크(Wilton Park)에 있는 영국 외무부(U.K. Foreign Office)가 주최한 공공외교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행한 기조연설을 기초로 하 고 있다. 2. 나이(Nye)는 최근의 저서에서도 “스마트파워”라는 용어를 도입하였지만 그의 체계화 방식은 본 논문에서 제시한 것과 다르다. 본인은 정책분석 영역에서 스마트파워가 하 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아우르는 상위의 핵심적인 분석틀로서 개념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인은 독자들이 국제전략문제연구소에 의해 구성된 “스마트파워” 그룹은 물론이고 나이(Nye)의 용어 사용 방식에 대해 재고해 보도록 권유하고 싶다. 3. 함께 본다면 이 가정들(assumptions)은 힘(power)의 맥락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떤 한 맥락에서“스마트” 한 것이 다음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아프가니스 탄에서의 똑똑한(smart) 전략이 이라크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4월에는 똑똑했던

6장_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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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이 5월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힘의 도구들은 각자 시간표가 있다. 소프트파워 는 종종 작업을 위해 수년을 필요로 하는 반면, 하드파워의 공중 타격은 눈 깜박할 새 에 일어날 수 있다. 시간적ㆍ지리적 구조가 어떤 전략이 스마트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인 것이다.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를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그 둘의 차이점뿐 아니라 상호관계를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영향들은 양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드파워는 소프트파워를 증폭할 수 있고, 또 전형적으로 그 렇게 해왔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의 목소리에 주의를 더 기울이는 것이 자연스 러운 것이다. 파키스탄은 대규모의 재래식 군사력뿐만 아니라 핵무기도 가지고 있는 이 웃인 인도의 의견을 주의 깊게 살피게 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소프트파워의 효과적인 사용은 경성자원(hard resources)을 증폭시킬 수 있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francophone Africa)와의 장기적 유대관계는 언어를 포함한 소프트파워의 일상적 사 용에 수십 년간 의존한 것이었으며, 프랑스의 경제적ㆍ문화적 영향력을 뒷받침하기 위 해 필요할 경우에는 군사적 개입을 적절하게 결합시킨 결과였다. 4. 이 예산을 통해 독립적인 언론매체(independent media sources), 다원주의 정당, 유 권자 교육, 선거 모니터링, 비민주국가의 인권을 함양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4억 6천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개혁을 추진하는 국가의 법치와 거버넌스를 증진시키기 위 한 비용으로 9억 8천 8백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또 이 예산으로 전미민주주의기금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에 8천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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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Diplomacy in a

2부 공공외교의 수단

Changing World 6장_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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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장 장소 브랜드 구축 : 현황

피터 반 햄 Peter van Ham

이 글은 국제정치에서 정치적 현상으로서의 장소 브랜드 구축의 적절성을 고찰 한다. 역사적ㆍ개념적 맥락 속에 장소 브랜드 구축을 위치시킨 후에 세 가지 예 를 통해서 브랜드 구축과 국제정치 간의 관련성을 살펴본다. 먼저 글로벌 행위 자로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직면한 과제들을 살펴본다. 두 번째로 “대테러전”과 이라크 군사개입 실패의 여파로 실추된 이미지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들을 분석한다. 세 번째로 2006년 카자흐스탄의 심기를 건드렸 던 영화 <보랏(Borat)>과 2005년 9월 덴마크에서 불거진 만평사건(cartoon crisis)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장소 브랜드 구축을 살펴본다. 또한 폭넓은 분석적 맥락에 장소 브랜드 구축 실행에 대한 고려를 목표로 한다. 장소 브랜드 구축은 포스트 모던 힘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한 부분이며, 소프트파워와 공공외교도 그 스펙 트럼의 일부를 차지한다. 핵심어 : 장소 브랜드 구축, 공공외교, 미국 외교정책, 유럽연합, 소프트파워, 구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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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파워에 대한 학계 담론에서 장소 브랜드 구축은 여전히 다소 이상하지만 적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조셉 나이(2004a, 256)는 소프 트파워를 “강제나 보상이 아닌 매력을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결 과를 얻는 능력이다. … 소프트파워는 한 국가의 문화, 정치 이념 및 정 책 매력에서 발생한다”고 정의한다. 나이(2004b, 6)에 따르면 소프트파워 는 “하드”한 군사력 사용이 아니라 영향력이나 설득을 뛰어넘는 “마음을 끄는 능력(the ability to attract)”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 요한 자산으로 여겨져야 한다. 장소 브랜드 구축은 지리적 위치라는 소 프트파워를 반드시 휘두르지는 않아도 관리를 위해 상업부문에서 개발 한 전략을 사용하는 노력으로 간주될 수 있다(장소 브랜드, http://www.placebrands.net ; Earthspeak, http://www.earthspeak.com ; 브랜드채널, http://www. brandchannel.com/features_effect.asp?pf_id=206 ; 위스퍼브랜드, http://www.whisperbrand.com/blog/category/nation-place-branding).

장소 브랜드 구축은 단순한 슬로건이나 낡은 광고 캠페인 이상이 다. 장소 브랜드 구축은 말을 꾸미고 조작하거나 영토를 매력적인 관광 지로서 지도에 나타내는 것 이상을 포함한다. 장소 브랜드를 지적재산, 즉 “예상 구매자나 구매자가 어떤 개체의 이름, 로고, 상품, 서비스, 이벤 트, 또는 대표 디자인이나 상징에 노출되면 떠오르는 생각, 감정, 유대감 및 기대의 총체”로 고려하는 것이 유익하다(Lindsay 2000). 물(페리에), 신 용카드(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그리고 컴퓨터 부품(인텔)까지 모두 브랜드화 할 수 있다. 같은 상품, 예를 들어 말보로와 버지니아 슬림 담배 같이 매 우 다른 브랜드 개발에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장소 브랜드 구 축이 어떤 효과를 보이며, 왜 장소 브랜드 구축이 정책결정자들과 학자 들 사이에서 여전히 이론의 여지가 있는 논쟁의 대상으로서 빠르게 자 리 잡았는가? 이번 장에서는 국제정치에서 정치적 현상으로서의 장소 브랜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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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이 적절한 지 고찰한다. 영토에 바탕을 둔 정치 실체들의 브랜드 구축 관행“ ( the art of the state, 국가의 기술”)에 대해 종합적으로 개관하고 비판적 으로 살펴본다“ ( the state of the art, 현황”). 특히 한편으로는 미디어, 마케 팅, 브랜드 자산관리 간의 교집합,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정치 세계에 주 목하고 있다. 두 영역은 세계화, 정체성, 가치, 힘 등과 같은 개념에 관심 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별다른 접점이 없다. 먼저 적절한 역사 및 개념적 맥락 안에 장소 브랜드 구축을 놓은 다음 세 가지 예를 살펴 보면서 브랜드 구축과 국제정치 간의 연결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사례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이미지 강화를 위하여 유럽 연합(EU)이 직면한 도전과제를 살펴본다. EU는 여전히 “문민권력(civilian power)”으로

인식되며, 이것은 EU의 제도적 정체성의 핵심을 이루는 개

념이다. 그러나 안보와 국방분야의 정책이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EU가 자신의 이미지인 브랜드를 바꿀 수 있을까? 두 번째로 이 글에서 는 “대테러전”과 이라크에서의 군사개입 이후 실추된 미국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분석한다.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중 요한 외교정책 수단이었지만 미 군사력의 비생산적인 사용으로 인해 희 생된 것으로 보인다. 두 경우 모두 하드/소프트파워와 브랜드 구축과 의 관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보여준다. 세 번째 로 2006년 카자흐스탄 국민들을 불편하게 했던 영화 〈보랏〉과 2005년 9 월 덴마크에서 발생한 만평사건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장소 브랜드 구축 에 대해 간단히 다룰 것이다. 서로 매우 다르게 보이는 두 부정적인 브랜 드 구축 사례는 해당 국가들에게 자신의 명성과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 는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도전을 제기했다. 또한 더 넓은 분석적 맥락에서 장소 브랜드 구축의 관행을 살펴보려 고 한다. 장소 브랜드 구축은 보다 광의적인 포스트모던 힘의 스펙트럼 일부서, 여기에는 소프트파워와 공공외교도 포함된다. 구성주의 국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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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이론은 장소 브랜드 구축 기능을 밝히는 데 어느 정도 유용한 반면, 전통 정치학 도구들은 장소 브랜드 구축이 국제정치에서 갖는 함의를 제 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브랜드 국가”, “경쟁국가”, “포스트모던 국가” 같 은 개념들은 모두 국가(다른 영토적 행위자들도 포함해서)의 역할과 행동이 변화하고 있다는 기본 생각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러한 변화를 정확하 게 추동하고 있는 것들은 보통 “세계화”라는 제목으로 집결한다. 이러한 세계화와 브랜드 국가 간 관계의 성격을 탐구하는 것은 이 글의 주제를 벗어난 것이지만 본 연구의 학문적 배경을 이루는 핵심 연구주제 중 하 나이다.

국가의 기술

이미지와 명성이 국가의 전략적 자산의 필수적인 일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상업적 브랜드와 유사하게 이미지와 명성은 신용 과 고객 만족도 같은 요소를 기반으로 구축된다. 나이(Nye)의 소프트파 워와 유사하게 한 국가의 브랜드는 그 국가의 문화, 정치적 이상,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앞으로 이 글에서 다루게 될 내용처럼 국가, 지역, 도시와 같은 영토적 실체는 오늘날의 기업과 상품처럼 브랜드화되었다. 회사 브 랜드가 소비자들의 회사 식별에 기여하고 그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 구매 를 독려하는 기업체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이다. 유사한 방식으로 브랜드 구축은 영토적 실체들과 개인들 간의 관 계에서 가치 창출에 필수적이 되었다. 정치학자들에게 있어서 흥미로운 질문 중 하나는 브랜드 구축이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브랜드 국가의 “상 품”인 그들의 외교정책을 “구매”하도록 유인하는가의 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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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들에게 있어서 흥미로운 질문 중의 하나는 브랜드 구축이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브랜드 국가의 “상품”인 그들의 외교정책을 “구매”하도록 유인하는가의 여부이다.

장소 브랜드 구축이란 행위는 국가 (또한 다른 영토적 행위자)의 역할과 힘의 변화 시기에 시작되었다. 국제기구들(IOs)은 물론 국가들도 밀도 있 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정치적인 권위와 충성을 얻고자 겨루며, 동 시에 자국민과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얻기 위해 노력을 시작했 다. 신흥 브랜드 국가란 새로 만들어진 국가가 아니라 전보다 훨씬 더 확 실하게 자신을 홍보하는 정치적 참여자를 의미한다. 더 이상 종교적 신 앙심이 사람들의 삶에 목적을 부여하는 유일한 것이 아닌 것과 같이 국 가도 더 이상 자국 시민들의 충성심을 당연한 것으로 요구할 수 없다. 민 족주의는 차치하고 애국심도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다. 또한 장소 브랜드 구축은 한 국가의 이미지를 국가 경제와 국민들에 게 유익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다. 비록 많은 장소들이 같은 “상품”, 즉 영토, 기반시설, 교육받은 국민, 거의 동일한 통치체계 등을 제공해도 투자, 관광, 정치적 힘 등을 놓고 간혹 서로 국제적인 차원에서 경쟁해야 만 한다. 세계화와 유럽통합이 이루는 조화(harmonizing) 효과는 영토적 실체들이 자신의 브랜드 자산을 발전시키고, 관리하고, 끌어올리도록 더 많은 압력을 가했다. 무리 속에서 부각되어 사람들의 생각과 시장 대부 분을 점유하기 위해서 장소 브랜드 구축이 필수가 되었다. 글로벌한 경제요소들은 최고 브랜드 발전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 게 만들었다. 시장이 제조업을 노동력이 싼 개발도상국가로 이전시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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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제 서구와 개발도상국을 구별하는 것은 아마 서구가 내세울 수 있는 “시장경제”, “안정성”, “민주주의”, “안보” 등과 같은 브랜드 라벨 정도 일지 모른다. 또한 국가들은 소비자 구매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 는 이른바 “원산지 효과(country-of-origin effect)”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미지 및 평판이 상업적 이미지 및 평판과의 상호작용을 인식하 고 있다(즉“독일 자동차” 와“일본 카메라” ). 많은 기업들이 원산지 국가와 긴밀 하게 연계되기 때문에 브랜드와 국가 이미지 및 평판이 세계 소비자들의 생각 속에 통합되는 경향이 있다. 여러 면에서 노키아(Nokia)가 곧 핀란드 인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코카콜라(Coca-Cola)도 곧 미국 인 것이다(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장소 브랜드 구축은 정적인 게임 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전세계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임 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자국에게 적합한 브랜드를 찾아내고, 경쟁적인 시장에 참여하며, 고객 만족을 보장하고, 무엇보다 브랜드 충성도를 창 출해야 한다. 그 결과 구식 외교를 통해 행해졌던 정치 기교는 브랜드 구 축과 명성 관리라는 새로운 기술을 끌어안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이러 한 논리는 전세계 모든 정치·경제 행위자들에게 예외 없이 적용된다. 많은 브랜드 구축 전문 컨설턴트들이 새로운 전략 및 전술을 채택하 지 않고 미디어화(mediatized)된 세계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 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국가, 지역, 도시, 국제기구 등에 서비스를 제공 하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 구축 대행업체들은 고객에게 원론적으로 사람 이 머리에 저장할 수 있는 대상은 브랜드뿐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 은 명확하다. “현대의 브랜드는 브랜드 수용자들의 꿈에 가깝게 다가감 으로써 성공한다. 브랜드들은 더 나은 세상을 약속하고, 그런 세상을 배 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국민국가들은 오늘날 대중의 지지와 이해를 다시 얻어야 하므로 최대한 폭넓은 대중에게 자신들의 가치와 가치관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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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브랜드 구축의 힘을 사용해야 한다”(Wolff Olins n.d.).

브랜드 매니저들은 브랜드 구축이 상업적 행위자와 정치적 행위자 모두에게 필요하면서도 유익한 이유에 대해서 네 가지 주장을 제시한 다. (1) 상품, 서비스, 위치 등은 너무 비슷해서 품질, 신뢰성 및 기타 기 본 특성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브랜드 구축은 이들 “상품”에 감동과 믿음을 더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다. (2)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이러한 정서적 관계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을 보 장한다. (3) 브랜드 구축은 열망하는(aspiration)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여 적절성을 잃어가는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프로그램의 ‘대용품’ 같은 것을 제공한다. (4) 브랜드는 정서, 관계, 라이프스타일(혹은 가치들)을 조합함으 로써 그렇지 않았을 경우 유사품들과 구별하기 힘들었을 상품, 서비스, 장소에 가격 프리미엄을 더할 수 있게 한다(van Gelder 2002). 이러한 브랜드 구축의 네 가지 속성들은 상업적인 상품과 서비스 에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되지만 정치 행위자들도 자신들이 유사한 압박 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는 특히 상업적 브랜드가 국가들 과 돈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국민들의 충실함과 충성심을 놓고 경쟁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권력이 종종 고객이라고 부르는(비록 고객으로 취급하지 는 않지만) 국민들에게 비즈니스식 화법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일부 기

업들이 전통적으로 국가의 영역에 속하는 일(교육, 치안유지, 심지어 건강보 험 등)을 맡고 있기 때문에 상업적 브랜드와 장소 브랜드는 점점 더 구별

하기 어려워진다. 한 브랜드 컨설턴트가 주장한 바와 같이 “한 가지 단순 한 사실은 정부는 철도든 영국 중앙은행이든 혹은 건강보험이든 더 이상 무엇인가 운영(run)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늘날 정부의 역할은 통제라 기보다는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다”(Williamson 2001). 이러한 발전들은 브랜드 구축이란 아이디어가 여전히 익숙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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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은 안보라는 “상위 정치”영역에서도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상업 적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국가의 “성격”에 대해서 ”우호적”(즉 “서방 지향적”)이고

“믿을 수 있는” (“동맹국”) 또는 반대로 “신뢰할 수 없는”(“불

량국가”)이라고 말한다. 상업적 브랜드 구축은 소비자들이 브랜드가 보장

하는 일정한 표준, 질, 서비스를 바탕으로 선택과 판단을 함으로써 구매 시 실패의 위험을 줄여주는 수단을 제공한다. 복잡성과 과도 정보라는 문제에 직면한 소비자와 시민들에게 브랜드는 안내자가 된다. 소용돌이 치는 시장에서 브랜드가 소비자 충성도, 기업의 성장, 그리고 궁극적으 로 장기적인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으며, 유사한 가정들이 국가들에게 장소 브랜드 구축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또한 국가는 브랜드 구축을 당하는 편에 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어떤 이는 이란이나 북한 같은 국가들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그 나라들을 하나의 “악의 축”으로 묶었기 때문에 부정적 인 이미지를 가진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미국의 적극적인 불량국가 브 랜드 구축은 “브랜드”라는 단어의 기원을 떠올리게 한다. “브랜드”는 텍 사스 주민들이 목장에서 소떼를 관리할 때 목장 주인이 사용한 장식으 로 소에 낙인을 찍어 표시했던 관행에서 유래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악 의 축”이라는 표지는 이란과 북한을 세계 사회의 “악당(gangsters)”으로 낙 인찍었다. 그러한 이미지는 스눕 독(Snoop Dogg) 및 투팩(2Pac)과 같은 갱 스터 래퍼들을 즉시 스타덤에 올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치적 시장에서 팔기는 훨씬 더 어렵다. 보통 “나쁘게” 구는 것은 국제정치에서 멋있지도 않고, 경제적ㆍ상업적 이득도 없으며, 정치적으로 손상을 입는 것이다.1 ) 실패한 혹은 따돌림 받는 국가가 되는 것은 분명 모든 나라들이 바라지 않는 꼬리표이다. 그러나 장소 브랜드 구축을 부강한 국가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사치 품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소국가들도 “브랜드 마차(b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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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gon)”에

타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브랜드화되지 않은 국가는 경제적

이나 정치적으로 주목을 끌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된다.2 )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 왜 투자를 하거나 방문하며, 그 나라가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그 나라의 정치적・전략적 요구에 왜 관심을 가지며 신경을 써 야 하겠는가? 적극적인 브랜드 자산관리는 경쟁력 있는 경제 및 정치적 우위를 지키는 데 중심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국가와 지역, 도시들은 브랜드 프리미엄을 창출하면 강력하고 매력적인 장소 브랜드로서 더 높 은 가격을 책정하고,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시장 및 정치적 점유를 확 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현재 적극적인 브랜드 구축 전략을 채 택한다. 주장은 상당히 간단하다. 정치인들은 자국의 장소 브랜드 가치 를 관리함으로써 두 가지 일을 한다. 대외적으로는 더 많은 고객을 확보 하고, 자신들의 상품/서비스에 더 비싼 값을 부과하며, 자신들의 전반적 인 경제/정치적 이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 대내적으로는 자국 국민들에 게 귀속감과 명확한 자아 개념을 제시하여 그들이 스스로 더 기분이 좋 고 자신감 있게 느끼도록 만든다. 따라서 브랜드 구축은 힘과 정체성 모 두에 관한 것이며, 우리 분석에서는 이러한 브랜드 개념의 양면에 유념해 야 한다. 필립 세리(Philip Cerny, 1997)의 “경쟁국가”라는 개념이 여기서 특히 적절한데, 왜냐하면 이것은 전통적 복지국가가 자신을 “준기업연합(quasi -enterprise association)”으로

재창조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세리는 국

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오늘날의 국가들 이 세계화 과정의 주요한 대행기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소 위 “포스트모던 국가들”은 현재 경제활동을 보다 많이 유치하여 국제적 으로 자신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리는 경 쟁국가를 지향하는 경향이 “현대 국민국가에게 더 깊은 정당성과 제도 화된 힘, 사회적 내재성(embeddedness)을 부여하는 공동체적 연대감(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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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al solidarity)이나

‘협동적 공동체(Gemeinschaft)’와 같은 것을 체화하는

국가 기구들의 능력을 저해한다”는 점을 역설(paradox)이라고 여겼다(p. 251).

경쟁국가가 점차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은 분명 19세기 후반부터 (유

럽)국가들의 존재 이유(raison d’ être)였던 공동체 목표 달성을 위태롭게 한

다. 서구 경쟁국가는 현재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며, 연대보다는 경쟁력에 가치를 둔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쟁국가는 상업이라는 보편적 담론을 이용하고 있으며, 현재 이것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공공영역을 지배하고 있다. 다음에 살펴보겠지만 국제정치를 추동하는 주요 요인으로서 가치와 아이디어의 역할을 중시하는 구성주의 설명이 장소 브랜드 구축을 이해 하고 설명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내 부적인 측면은 특히 중요하며, 장소 브랜드 구축의 독특한 면을 보여준 다. 소프트파워 개념이 영향력과 통제에 관한 전통적인 질문에 대한 답 이라면, 장소 브랜드 구축은 정체성 형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절대적 으로 필요하다. 영국의 브랜드 구축에 관한 권위자인 월리 올린스(Wally Olins, 1999)는

자신의 저서 『정체성 교환 : 왜 국가와 회사들을 서로 역

할을 바꾸는가(Trading Identities : Why Countries and Companies Are Taking On Each Others’Roles )』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내부 마케팅(internal marketing)”

의 방향으로 이끌린다고 주장했는데, 이런 과정은 “국가 형성(nation building)”이라는 정치적인 위장으로 더 잘 알려졌다. 그는 전통적으로 국가에

기반을 둔 (필립스와 도요타와 같은) 기업들이 분명한 국가적 뿌리와 관습 (mores)이 없는 다국적ㆍ다문화적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런 원심적인 기업들에게는 일관성, 단결력, 통일성을 제시하는 수단으로 브랜드 구축이 요구된다. 따라서 올린스는 브랜드 구축 과정의 핵심 대 상 중 하나는 내부라고 주장했다. 브랜드 구축은 전통적인 소비자를 향 해 뻗어나가기 보다는 전세계에 퍼져 있는 조직의 내부 스태프들에게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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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감각과 목적의식을 부여한다. 따라서 브랜드 구축은 상품, 서비스, 아 이디어를 “판매”하고 시장점유와 관심 확보에 관한 것일 뿐 아니라 정체 성, 충성심, 평판을 관리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 구축이 국제정 치의 변화하는 동학에 얼마나 적절한지 논의하는 동안 이 점을 잘 이해 하고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장소 브랜드 구축은 오늘날의 경쟁국 가에게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볼 수 있다.

장소 브랜드 구축과 포스트모던적인 힘

장소 브랜드 구축은 평판 관리, “유리하게 보이기(spindoctoring)”, 선 전(propaganda)이라는 오랜 전통의 명맥을 잇는다. 이런 각기 다른 모든 전략들과 관행들은 사회적 혹은 포스트모던적인 힘의 발현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포스트모던적인 힘의 주요 특징은 강제 및/또는 보상 없이 힘(일반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나이(Nye 2006, 11)가 주장했듯이 “정보화 시대에는 종 종 더 나은 이야기를 하는 쪽이 이긴다. 예컨대 최근 [2006년] 레바논에 서의 전투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보다 군사력이 더 강했지만 많은 관 찰자들은 전후 담론을 더 잘 형성할 수 있었던 헤즈볼라가 승리했다고 생각한다.” 포스트모던적 힘의 개념은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예컨대 국가를 브 랜드화 가능하거나 가능해야 하는 실체로 여겨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자신들이 사랑하는 나라는 브랜드 구축을 초월한 것으로서 시장에 내 놓은 상품으로 취급해서는 국가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 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소프트파워 개념의 비판자들은 더 나아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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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트파워 개념에는 많은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배리 블레크 만(Barry M. Blechman 2005, 680)은 “소프트파워가 존재하며, 정부의 선택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소프트파워는 정책결정자들이 실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어떤 것이기보다는 정책환경에 내 재하는 존재적(existential) 요소에 더 가깝다”고 주장했다. 블레크만은 더 나아가 소프트파워는 “기본적으로 정부에 의해서는 절대로 형성되지 않 을 것이며, 특정 상황에서 쉽게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없다”고 주 장했다(p. 681). 이 주장은 매우 심각한 비판으로서 정책결정자들이 하드 파워(경제제재에서 군사개입에 이르기까지)는 행사할 수 있지만 소프트파워 도구들을 사용해서 협력적으로 상황에 대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장소 브랜드 구축에 대해 유사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정치분석 가들은 여전히 브랜드 구축에 대해 우려하는데, 이는 “국가”와 이미지 형성 및 평판 관리라는 상업적 관행 사이를 지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어 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부분의 논쟁은 무엇을 밝혀내기보 다는 흥분과 혼란만 가중시켰고, 보다 심도 있는 학문적 연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치분석가들은 만약 미국, 핀란드, 카타르처럼 전 혀 다른 나라들이 함께 장소 브랜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분명 브랜드 구축이 그들 모두에게 어떤 타당성이 있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 다. 장소 브랜드 구축의 최선의 방법을 목록화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 지로 장소 브랜드 구축의 성공 정도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몇 가 지 일반적인 지침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너무 급하게 대단한 성 과가 있기를 기대하지 말 것, 너무 비싼 컨설턴트를 고용하거나 그들의 아이디어를 무조건 따르지 말 것, 지나치게 갈구하거나 너무 단순하게 하지 말 것 등이다. 그러나 하나의 단순한 상품이 아닌 시장에 많은 종 류의 상품을 내놓는 네슬레(Nestlé)나 유니레버(Unilever) 같은 기업의 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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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 장소를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복잡성을 놓치지 않고 장 소의 정체성을 추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소 브랜드 구축에는 종종 이 해가 상충되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상품 브랜드 구축과 달리 장소 브랜드 구축은 하나의 중앙이 되는 권위체제에서 통제하기 어렵다. 또한 정부에는 중요한 장기 브랜드 구축 캠페인을 설계하는 데 요구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드물다. 이것이 대부분의 장소 브랜드 구축 캠페인 이 너무나 일찍 사라져 버리는 이유이다. 이러한 문제점과 함정들로 인해 장소 브랜드 구축 컨설턴트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 을 증명하거나 적어도 성공한 것처럼 보이도록 해야 할 압력을 점점 더 받는다. 이런 일은 어렵기는 하지만 할 수는 있다. 예컨대 숄츠 앤드 프 렌즈(Scholz & Friends)라는 대행업체는 2006년 독일 FIFA 월드컵 기간 동 안 펼친 독일을 “아이디어의 땅(land of ideas)”으로 재브랜드화하려는 노력 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Land of Ideas, http://www. land-der-ideen.de/). 또 다른 자문회사인 리버패스(River Path)는 공공외교

와 브랜드 구축 전략이 얼마만큼 영향력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제공하고 있다(River Path Associates 2007). 현재의 장소 브랜드 구축에 대한 열광적 관심에 견주어 보면 장소 브랜드 구축이 예상보다 더 오랜 복잡한 계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 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지와 평판은 미디어 채널이 커뮤니케이션의 양식으로 사용된 역사 전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중요했다. 비교적 최근까 지도 다른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정보 부족이 었지 정보 과잉이 아니었다.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인식은 16세기 이반 뇌제(Czar Ivan IV,“the Terrible”)의 전제적인 통치에 대한 외교 보고서와 여 행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정적으로 형성되었다(Kunczik 1997). 그 이후로 독일에서 러시아의 이미지는 오래도록 잔인하고 비열한 사람들이라는 것 이었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도 왜곡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노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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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r Neumann 1996)이

주장하듯이 유럽은 러시아인들의 걱정과 두려움뿐

만 아니라 바람과 소망을 반영하는 거울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정형화 (때로는 희망적 사고)가

냉전 정치는 물론이고 아마도 현재 유럽의 대러시

아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Little and Smith 1988).

세계를 관광, 비즈니스, 이민 등과 같은 다양한 교류의 흐름을 지닌 하나의 거대하고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 에 이미지와 명성에 영향을 주려는 노력은 시도하기 힘들고 측정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수세기 동안 국제적 수준에서 일어난 많은 큰 사건들 은 이론의 여지도 없이 상징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성격을 가졌으며, 국가 들은 특정한 이유로 해외에서 자국의 이미지와 평판을 제고하려고 최선 을 다했다. 국가가 사람의 흐름뿐만 아니라 정보 흐름의 통제자 역할을 하는 세계에서는 선전(propaganda)이 표준적인 관행이었고, 이는 분쟁과 전쟁 시에 더욱 그러했다. 소프트파워의 가계(family)에 속하는 선전은 장 소 브랜드 구축의 다소 정교하지 않은 선조로 여겨질 수 있다. 단순히 광 고를 통한 상품 판매와 현대의 상업적 브랜드 구축 관행이 서로 다른 것 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선전은 오늘날 브랜드 구축 전략과 동떨어진 세 계이다. 브랜드 구축만의 독특한 특성, 특히 시민인 소비자(citizen-cum- consumer)와 (장소) 브랜드 간의 정서적 끈을 미디어에 적합하게 창출하는

특성으로 인해 브랜드 구축을 과거 이미지 관리 노력들과 비교하는 것 은 문제가 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장소 브랜드 구축을 떠올리게 하는 사례 는 많다. 월리 올린스(Wally Olins 2002, 241-48)는 프랑스가 루이 15세에서 공화정으로, 공화정에서 나폴레옹 통치 하의 프랑스 제국과 그 후의 부 르봉 왕조와 군주제 복귀로, 그리고 비시(Vichy) 프랑스와 현재의 제5공 화국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브랜드 재구축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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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올린스의 주장처럼 “프랑스의 3색 국기는 프랑스 왕실의 붓꽃 문장 을 대체하였고, 라마르세예즈는 새로운 국가(國歌)가 되었으며, 전통적인 저울과 측량단위들은 미터법으로 대체되었고, 새로운 역법이 소개되었 으며, 하나님(God)은 하느님(Supreme Being)으로 대체되었다. 이 모든 것은 유럽 전역에서 군사적 승리를 통해 전파되었다. 다시 말해 프랑스 전체 의 구성이 변화했다. 브랜드라는 용어가 꺼려져서 새로운 혹은 재창조된 민족이나 국가라고 말하는 것을 더 선호할지도 모르지만, 혁명이 일어난 프랑스가 새로운 브랜드가 아니었다면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p. 242). 올린스는 프랑스의 색깔이 너무 자주 변해서 “제2제정의 잿더미

속에서 제3공화정이 일어선 시기에 프랑스 정치인들은 국가 브랜드 구 축과 브랜드 재구축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p. 244).

다른 나라들도 역시 비록 프랑스보다 규칙성이나 열정 면에서 떨어 지지만 자신들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재구축했다. 실론은 자신을 스리 랑카로 재창조하였고, 식민지였던 황금 해안(Gold Coast)은 독립국 가나가 되었으며, 남부 로디지아는 짐바브웨로 변화했다. 다른 예로는 오트만 제 국에서 아타튀르크(Atatürk, 터키의 초대 대통령으로 케말 파샤라고도 함)의 근 대 터키로, 그리고 소련에서 러시아 연방으로의 놀라운 변화를 들 수 있 다. 이러한 사례들 모두에서 정치 시스템의 변화는 의복형태(아타튀르크는 1925년에 페즈라는 터키모자를 폐지했다)나

언어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뿐

만 아니라 국가 명, 국기, 그리고 여타 상징들의 변화를 수반했다. 그 당 시에는 브랜드 (재)구축으로 불리지 않았지만 장소 브랜드 구축과의 관 련성은 명백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전은 소프트파워의 역사적 유산에 속한다. 나치 독일과 소련을 그들의 강력한 로고(나치의 卍와 소련의 망치와 낫), 슬 로건, 정서적 정체성, 이데올로기 선언문으로 비교해 보면 이러한 선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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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들의 위험성과 단점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나치즘을 찬양하는 레 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의 영화들은 여전히 영향력이 매우 강해서 일 부 국가에서는 그 영화들이 국민들의 영혼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에 배급을 제한하고 있다(이상하게도 대부분의 소련 상징들은 우리 전체의 생각 과 감성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그러나 선전과 (장소) 브랜드 구축 사이의 개

념적인 연결고리는 특히 광범위한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장소 브랜드 구 축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대중의 생각 속에서 선전은 곧 허위 정보이며, 거짓말이고, 기만인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 구축”이라는 개념 그 자체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녔다는 점도 흥미로운 역설이다. 이러한 얼룩진 전력 때문에 장소 브랜드 구축 컨설턴트들은 거의 예 외 없이 비난받을 소지가 많다. 특히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그녀 자 신이 대단한 브랜드 구축 반대론자임)은 “신문, 텔레비전 방송국, 인터넷 서버,

도로, 소매 공간들이 모두 다국적 기업의 이익에 따라 통제되고 있기 때 문에 우리가 모두 그 로고에 경례를 하고 비판의 기회는 거의 없는 파시 스트 국가의 발생”을 경고하고 있다(The Economist 2001). 장소 브랜드 구 축 전문가인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는 밴스 패커드(Vance Packard)의 『숨겨진 설득자들(The Hidden Persuaders)』 (1957) 출판 이후 더욱이 그의 일 에 대한 대중들의 의혹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인식한다. 대중들은 사람들의 허영심, 열망,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한 단순한 욕 구를 효과적으로 충동질하는 산업에 대하여 내재적으로 부패하거나 심지어 사악한 무엇이 있다고 믿을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어쨌든 이 러한 교묘한 술책을 국민국가와 같이 신성한 것에 적용하게 되면 ‘조 작(spin)’, ‘꾸미기(gloss)’, ‘거짓말(lies)’과 같은 표현으로 브랜드의 수 장들과 마케팅 담당자, 정책결정자들 모두 비난 받기는 마찬가지이다. 신흥시장 국가들이 자신의 국가와 상품의 브랜드 구축을 더 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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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자국의 전망을 향상시키도록 도와주는 작업과정에서 필자는 종종 ‘역사 다시쓰기’, ‘사회적 엔지니어링’, ‘악용’, ‘자기 비하’, ‘신제국주의’, 아니면 그보다 더 심한 표현으로 비난을 받는다”(Anholt 2002, 229- 39).

이러한 대중의 의혹은 우리가 소프트파워 스펙트럼의 반대편인 긍 정적인 입장으로 옮겨가서 공공외교의 목표를 고려하면서부터 점차 가 라앉는다. 공공외교는 다양한 형태와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흔히 상업적 관행에서 직접 유래한 새로운 기술들을 사용하여 해외 대중의 핵심 가 치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되돌릴 수 있다. 공공외교는 상대적으로 새로 운 개념이라 과거의 실적으로 생긴 오점이 다소 적을지도 모른다(Melissen 2006 ; Cull 2007). 공공외교는 확실히 선전보다는 덜 개입적이고, 장소 브랜

드 구축이 갖는 정체성 형성 기능이 부족하다. 공공외교가 성공하기 위 해서는 상업적 마케팅이나 PR과 같이 각 국가 및/또는 지역에서 목표 청 중을 구별하는 것과 이러한 청중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갈 전략과 수단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개념적으로 공공외교는 장소 브랜드 구축과 비교될 수 있는데, 이는 양자 모두 외교정책 목표와 내부적인 소프트파 워 전략 및 목적을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소 브랜드 구축과 공공외 교의 과제는 이렇게 간혹 근본이 다른 두 목적을 하나의 일관된 이미지 와 메시지들의 집합으로 끌어들여 만족시키는 것이다. 장소 브랜드 구축 과 공공외교 양쪽 모두 핵심 요소는 개인적이고 제도적인 관계를 구축하 여 해외 청중들과 가치들에 초점을 맞춰 대화하는 것이고, 이것은 주로 이슈들을 다루었던 전통적인 외교와 구별된다. 미국에 대한 사례연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슬람 세계의 마음과 생각에 다가가려는 미국의 노력이 지난 5년에 걸쳐 공공외교에 대한 담 론과 실행을 형성해 왔다. 리차드 홀브룩(Richard Holbrooke, 2001)이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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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한 달 후 주장했던 바와 같이 “그것을 공공외교라고 부를 수도 있 고, 공공업무나 심리전이라고 불러도 좋다. 만약 정말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면 선전이라고 부르면 된다. 그러나 무엇이라고 불리든 전세계 1억 이슬람 인구가 이 전쟁이 진정 무엇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정의하 는 것이 결정적이며 역사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장소 브랜 드 구축 이론과 실천은 스펙트럼의 한쪽 끝은 선전, 그리고 다른 끝은 공공외교가 존재하는 광범위한 담론의 일부라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 다. 다음 두 가지 사례연구는 더욱 전통적인 하드파워에 대한 관심이 여 전히 지배하고 있는 국제정치 영역 안에서 장소 브랜드 구축의 역할을 살펴본다. EU와 미국의 상반된 외교정책 스타일은 이에 대한 상이한 접 근법들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이들 사례는 국제정치의 두 핵심적 행위자 들의 브랜드가 그들의 외교정책 의제와 행동뿐만 아니라 역사와 이미지 에 의해서도 형성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브랜드들이 변화 할 수 있으며, 또한 관리되어야 한다는 점도 밝힌다. EU는 여전히 브랜드 를 만드는 데 주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스스로 평판 관리의 필요성을 더 많이 깨닫고, 브랜드 구축과 외교정책에 갖는 함의를 보다 편하게 받 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장소 브랜드 구축과 공공외교 양쪽 모두 핵심 요소는 개인적이고 제도적인 관계를 구축하여 해외 청중들과 가치들에 초점을 맞춰 대 화하는 것이고, 이것은 주로 이슈들을 다루었던 전통적인 외교와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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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브랜드 구축 : 소프트파워에서 하드파워로

분명히 EU는 한 국가가 아니라 회원국 공동체이다. 그러나 국가나 지역처럼 국제기구들도 고유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지닌다. NATO가 (군 사)안보를 상징한다면 EU는 물질적인 평안과 가족적 가치들을 발산하는

궁극적인 풍요(affluence)의 브랜드로 보일 수도 있다. 유럽이 국민국가들 이 향유해 온 종류의 애정을 자국 시민들에게서 얻기 어렵기 때문에, EU 는 외부 세계뿐만 아니라 구성국가 시민들과의 정서적인 연대를 발전시 키는 작업에서 브랜드 구축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다. EU의 출발은 분명 희망적이다. NATO와 같이 EU는 눈에 잘 띄지 않 게 유럽 전역에 산재해 있는 강력한 로고(12개의 노란 별로 이루어진 원이 있 는 파란색 기)를 가지고 있다. EU는 그 로고의 이름을 딴 유로라는 통화를

사용하며, 그 이름은 유럽대륙 전역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이름 중 하나가 되었다. 수많은 ‘유로(Euro)’라는 접두사가 붙은 상품과 이벤트 들, 예를 들어 유로스타(Eurostar) 열차, 유로 2008 축구 챔피언십, 유로비 전(Eurovision) 노래 경연대회 등은 유럽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장 소 브랜드의 하나로 만들고 있다(van Ham 2005). EU는 자신이 창출하는 모든 정책, 이벤트, 아이디어들에 이름과 스 타일, 캐릭터를 부여하는 마스터 브랜드(master brand)로 생각될 수 있다. EU는 경쟁적인 아이디어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여러 가 지 가능성을 제공하며 고도로 가시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장소 브 랜드로서 EU는 기독교 왕국(Christendom)과 계몽운동에서 홀로코스트와 축구 훌리건까지 넓고 다양한 개념과 관념들을 연상시키는 “유럽”이라는 아이디어를 대표한다. 역사적으로 유로파(Europa) 이야기는 정치인,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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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기업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붙잡혀 강간당한 유로파에 대한 그리 스 신화를 요약한 후에 역사학자 존 헤일( John Hale 1993, 48)은 “이 얼마 나 놀라운 주제(subject)인가! 성, 폭력, 바다 경치, 풍경, 미녀와 야수, 경 이와 애정의 몸짓. 회화에서 도예까지, 양각 조각에서 에나멜(enamel)에 이르기까지 모든 매체에서 그 이야기가 솟아올랐다.” 유럽연합의 과업은 자신의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더 넓은 세 계에도 매력적이고 새로운 포스트모던적 존재 이유(raison d’ être)를 찾는 것이며, 이를 위해 브랜드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유럽통합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통념에는 설득당하지 않으며, 또 다른 프랑스-독일 전쟁(혹은 어떤 EU 내전)의 전망은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올 바른 처신과 존경 모두를 이끌어내는 다모클레스의 칼의 역할을 하기에 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비유럽인들에게 EU의 영향력은 EU 의 풍요, 즉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에서 나온다. 유럽의 젊은 세대들은 대 부분 후기 유물론자(postmaterialist)이며, 이것은 유럽의 젊은 세대들이 관 용과 다양성에 높은 가치를 두는 만큼, 경제사정이 좋고 권위에 복종하 기보다는 자기 표현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시민들은 성적 평등, 사형제 폐지 또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s)에 대한 시장 접 근 금지 등 자기 가치들을 반영하는 EU를 갈망한다. 따라서 EU 브랜드 구축은 중요한 정체성 형성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자신을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EU의 최고 자산은 바로 정책 ‘스타일’이다. EU는 현실정치(realpolitik, 혹은 실익 정치)가 법, 시민의식, 그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상호 신뢰라는 조밀한

네트워크에 의해 완화된, 세계에서 유일한 국제정치 공간이다. 물론 유럽 의 정치적 삶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아랍인들, 아시아인들, 아프리카인 들 모두에게 EU 모델은 자신의 지역을 위한 강력한 꿈으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Ortega 2004). 독일과 프랑스가 한 세기 동안에 세 번의 유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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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을 치르고 우방이 될 수 있었다면 왜 인도와 파키스탄, 혹은 이스라엘 과 아랍세계가 이러한 놀라운 성공 이야기를 따라하지 않았겠는가? 따 라서 EU는 자신이 없었더라면 무질서하고 방향감각을 잃었을 세계에서 자신을 문명과 번영의 등불로 브랜드화할 특별한 기회를 갖게 된다. EU 헌법(프랑스-네덜란드 국민이 2005년 조약을 거부하여 여전히 정치적으 로 커다란 어려움에 처해 있다)은 EU가 분명한 “유럽 이익(European interests)”

창출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신에 EU는 외교정책에 대한 규범적인 기초를 세운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 EU는 자신의 ‘기본 원리’(예를 들어 평화, 민주주의, 법치)와 ‘아이디어’(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시 장경제),

그리고 ‘규범’(굿 거버넌스와 제도 형성)을 만들고 또 수호한다. EU

헌법은 EU의 글로벌 사명을 “UN 헌장의 원칙들을 준수하는 것을 포함 하여 국제법을 엄격하게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지구의 평화, 안보, 지속가능한 발전, 빈곤 제거, 인권, 특히 아동의 권리 보호”(Art. 3.4) 의 투사이자 기여자로서 요약하고 있다. 유럽의 규범적인 힘은 국제정치 에서 무엇이 “정상적인 행동(normal behavior)”인가에 대한 개념을 규정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유럽의 내부 정치는 현재 무정부 상태와 불 신이 만연한 전통적인 “국제정치”보다는 질서와 연대가 가능한 “국내정 치”를 더 닮았다. 요컨대 유럽의 꿈은 글로벌 정치를 국내정치화하는 것 이다. 동시에 EU 집행위원회(the European Commission)는 자신이 다른 국제 제도들이 따를 수도 있거나 심지어는 따라야만 하는 모델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집행위원회의 보고서 『새로운 유럽의 형 성(Shaping the New Europe )』 (2000)에서 EU 집행위원회는 “대륙적인 규모에 서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유럽의 통합 모델은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 한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고 또 나와야 하는 원천(quarry)이다”라고 주 장했다. EU는 법치, 투명성, 민주주의 등 선량한 거버넌스를 상징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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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아니라 웨스트팔리아 체제의 국가성에 대한 전통적인 규범을 대체한 다(Manners 2002). 벤 로자몬드(Ben Rosamond, 2005)가 주장했듯이 “EU는 —때로는 의식적으로—웨스트팔리아 체제 이후 세계화에 대한 거버넌스 에 관여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이 된다. 이러 한 점에서 EU는 세계 다른 곳으로 규범을 전하는 전달자이다.” 그러면 EU는 브랜드 구축과 이미 존재하는 브랜드를 정책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U 집행위원회, 특히 EU 커뮤니케이션 커미셔너(Commissioner)인 마 곳 월스트롬(Margot Wallström)은 EU의 이미지와 브랜드 정체성을 평가하 기 위한 브랜드 컨설턴트의 투입을 요청할 것을 잠시 고려했다. 2006년 5 월 영국의 선도적인 브랜드 전문가 사이먼 안홀트는 유럽의 정체성을 설 명하고 개선 전략을 창안하는 가능성들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3 ) 그러나 EU가 브랜드 재구축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자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즉각 이러한 아이디어를 부 인하면서 그러한 생각을 “환상적”(좋은 의미가 아닌 공상의 세계에 있다는 의 미에서)이라고 언급했다(Sain 2006).

마곳 월스트롬의 수석 보좌역인 롤프 애너버그(Rolf Annerberg)는 이 에 대해 “EU는 브랜드이지만 25개 회원국 국가의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 다. 25개국을 하나의 단위로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국을 상 대로 경기하는 라이더 컵(Ryder Cup) 골프가 유일한 경우이다”라고 명확 하게 입장을 밝혔다(Bounds 2006). 그렇지만 EU가 특히 “유럽”을 가치 있 는 정책 자산으로 사용될 수 있는 주요 브랜드라고 인정한 것은 이미 상 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브랜드 구축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내 에서 기존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보조 역할을 한다. 2006년 유럽헌법제정 노력이 무산된 이후에 월스트롬은 토론(Debate), 민주주의(Democracy), 대 화(Dialogue)를 상징하는 소위 말하는 ‘플랜 D’를 시작했는데, 이것은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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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로 스포츠 및 음악 관련 유명 인사들을 임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 터넷 대화시간과 같은 현대 미디어를 사용하여 EU를 다시 시민들과 연 결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EU가 젊은 세대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하고 젊은 세대는 EU의 정책과 목표를 좀 더 잘 알 도록 하기 위해서, 심지어 세컨드 라이프 가상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것에도 관심을 보였다(European Commission n.d. ; Second Life Web site, http:// www.secondlife.com 참고할 것).

그렇지만 회원국들이 결과적으로 세금과

충성심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유럽의 마스터 브랜드를 창조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브랜드 구축은 바깥 세계에 대해서 유럽의 신뢰성과 매력을 향상시 키는 것도 목적이므로 단순한 내부적인 정체성 형성과정은 아니다. 세계 가 EU가 말해야 하는 것에 귀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나라들 이 유럽의 정책 제안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U가 주로 문민적이 고 지역 차원의 세력에서 완전한 글로벌 행위자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 에 EU의 기존 이미지가 지속되지만 오늘날 유럽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하는 점에 대해서 놀라서는 안 된다. 지정학적으로 EU는 청년기에 접어 들었고, 성숙한 글로벌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재고하고 있다. EU는 이미 무역, 금융, 농업, 인도적 원조와 같은 분야에서 초강대국이다. 안보 행위 자로서 EU는 발칸반도, 콩고민주공화국, 아체(인도네시아)에서의 군사임 무로 성공할 가능성을 시험 중이다. 따라서 EU는 외교정책과 그에 따른 자신의 정체성이 유동적이기 때 문에 심각한 브랜드 구축 과제에 직면한다. EU는 지역 ‘문민강국(Zivilmacht)’에서

더 완숙한 글로벌 초강대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EU 시민들과 다른 나라 국민들 모두 여전히 유럽연합을 세계적 인 군사작전보다는 보조금과 무역협상과 연결시킨다면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EU는 자신의 정체성을 소프트파워에서 하드파워로 전환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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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대규모의 브랜드 재구축 활동을 요구한다. 유럽연합 이사회와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도전과제를 알고 있지만 회원국 들은 여전히 진지한 브랜드 재구축 전략 시행을 주저하고 있다. 그렇지 만 어떻든 그러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럽연합의 새로운 외교 및 방위정책일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브랜드 구축은 말보다는 더 분명 한 행동의 의미를 전달한다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van Ham 2006).

흥미롭게도 EU와 미국은 애너버그가 주장했던 것처럼 라이더 컵에 서 대결할 뿐만 아니라, 종종 상충적인 의제들과 아주 대조적인 외교정 책 스타일을 갖는 외교정책 행위자로서도 서로 맞서고 있다.

브랜드 USA : 하드파워에서 소프트파워로

냉전 승리 후에 미국은 십년 간 장소 브랜드 구축을 염두에 두지 않 았다. 이는 아마도 자신만의 사회적 모델이 더 이상 이데올로기 경쟁자로 인해 심각하게 도전받지 않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9/11 사 건은 이러한 사회적 모델이 취약하다는 점과 비판을 누그러뜨리고 회의 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예상치 못 하게 자각하도록 했다. 장소 브랜드 구축과 공공외교는 미국의 독특하고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소프트파워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서 현 상태에 안주했던 10년을 보상하기 위한 열쇠로 여기고 있다. 미국이 세계 전역에 걸쳐 새롭게 공감과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과정 에서 미디어, PR, 마케팅 전문가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정부 대 정부 외 교의 들러리가 아니다. 현재 미국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브랜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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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thinking)와 브랜드 자산관리는 또한 미국 정치의 본질과 동학에도 영 향을 미쳤다. 전 미 국무부 장관 콜린 파월은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외 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우리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 리가 팔고 있는 그 상품은 바로 외교입니다”(Foreign Policy 2001). 브랜드가 지배하고 있는 미국 외교에 이보다 더 분명한 설명은 생각하기 어렵다. 미국의 장소 브랜드 구축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수단과 채널을 통해 세계에서 미국의 약속(commitments), 목표, 의도(intentions)를 전달하려는 복잡한 현상이다. 정치적ㆍ전략적 브랜드로서 미국의 사회적 구성은 분명 하다. 미국이란 브랜드는 문화적 우월성, 정치적 힘, 군사적 우위를 발산 한다. 여러 면에서 미키 마우스, 마돈나, 브래드 피트는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정치 및 군사 의제를 형 성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화면 속의 역할 모델인 것이다.

현재 미국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브랜드 사고(thinking)와 브랜 드 자산관리는 또한 미국 정치의 본질과 동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역임한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는 미국 이 “특정 임무를 위해서 국가나 다른 조직의 민병대로 구성된 연합을 형 성하는 국제경찰(sheriff)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Haass 1997). 미 국의 경찰로서의 지위(sheriffhood)에 대한 도덕적인 근거(moral basis)는 단 지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추상적인 가치들뿐만 아니라 <진주만 (Pearl Harbor )>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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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와 같은 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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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 장편 영화를 통해 이러한 가치들을 포장하고 시각적인 이미지로 만 드는 것이다. 마치 강경함(hardnosedness)이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하 드파워와 소프트파워는 조화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종종 있었다. 사실 소프트파워는 원하는 정책결과를 힘과 강제가 아니라 매력과 설득에 의 해서 얻어내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Nye 2004b). 그러나 미국의 대중 문화가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을 “창작하고(write)” 상상하기 때문에 하 드파워와 소프트파워는 함께 간다. 어떤 면에서는 미국의 글로벌 개입행 위는 초강대국이라는 브랜드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신시아 웨버(Cynthia Weber 1995, 5)가 주장했듯이 “[글로벌 개입에 대 한] 정당화의 형식은 주권적 정체성으로서의 국가와 국가에 의한 정당화 의 대상이 되는 해석적 공동체(interpretive community)의 형성에 실질적으 로 참여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웨버는 “개입은 주권의 반대되는 개념으 로 이해된다”고 주장하면서 “주권과 개입을 주권적 국가의 권위가 미치 는 경계로” 변형시켰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개입행위에 관해서 언급하 는 것은 주권국가의 존재를 함축하는 것이며. … 어떤 존재(주권)를 주장 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 반대(개입)의 존재를 주장하는 것이다”(pp. 18, 19, 27).

그러므로 대부분 전세계의 반미감정은 호전적인 자본주의 십자군이 라는 미국의 이미지 때문에 더 생겨난다는 점에서 별로 놀랍지 않다. 유 럽, 아시아, 세계 다른 지역에서 반미주의 증가 추세는 이런 동일한 과 정의 한 요소이다(Pew Global Attitudes Project 2007). 독일 마샬기금(German Marshall Fund)과

퓨 자선재단(Pew Charitable Trusts)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GMF Transatlantic Trends, http://www.transatlantictrends.org),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미국의 이미지는 9/11 이후의 미국 외교정책 수행 때문 에 급격히 추락했다. 예컨대 독일(83%), 프랑스(85%), 스페인(81%) 국민의 80% 이상이 미국의 외교정책에 반대했다. 네덜란드(60%)와 폴란드(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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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라에서만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덜 표출되었다. 그리고 2007년 퓨 보고서(Pew Report)가 지적했던 것처럼 “미국의 이미지는 중동과 아시 아에 있는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가장 좋지 않으며, 대부분의 오래 된 미국의 우방국 대중들 사이에서도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오늘날 단지 9%의 터키인과 30%의 독일인만이 미국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장소 브랜드 구축과 공공외교는 해외 대중의 마음과 생각을 얻고 자신들의 가치, 목표, 바람이 미국과 유사하다고 확신시키기 위한 핵심적 인 도구로서 널리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9/11 이후부터 부시 행정부는 “세계 깡패(global bully)”로 보일지도 모르는 모습에서 “온정적(compassionate)

패권국”에 가까운 이미지로 미국을 재브랜드화하기 위해 몇 가지 구

상(initiative)을 시행했다. 이슬람 국가의 일반 시민들, 특히 소위 말하는 아랍 스트리트(Arab street)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 공공외 교는 미국의 풍부한 소프트파워 자산을 활용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으 로 여겨진다. “수백만의 보통 국민들이 … 미국에 대해 매우 왜곡되었지 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만들어진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너 무 부정적이고, 이상하고, 적대적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젊은 세대 테러리 스트들이 양산되고 있다”(Beers 2003). 미국의 대 이슬람 정책은 이러한 부 정적인 이미지가 중화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브랜드 구축과 공공외 교에 초점을 맞춘 노력을 통해 변화해야 한다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 다. 이러한 접근법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신속하고 핵심적인 강 령이 되었다. 이제 미국 행정부는 아무리 정밀하게 유도된다 하더라도 폭 탄으로 아이디어를 죽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브랜드 구축에 대한 미국의 태도와는 상관없이 미국 정부의 외교정 책은 사랑받기 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그리고 마음을 끄는 것보다는 강제로 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마키아벨리의 격언을 따르는 듯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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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나 (성공적인) 군사적 (하드)파워의 행사가 정당성이라는 필수적인 (소프트)파워를 창출한다는 주장은 얼마나 유효할까? 오늘날의 이라크와

중동 전역에 걸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미국의 좋지 않은 평판을 고려 하면 정반대의 주장, 즉 과시적인 (하드)파워 행사는 눈에 두드러지지 않 는 공공외교를 가릴 뿐이라는 주장이 더 그럴듯해 보인다. 전세계 도처 에서 신문 표제를 장식하는 아부 그라이브(Abu Graib)와 관타나모(Guantanamo)에서의 고문과 인권학대에 관한 기사를 가지고는 미국이 자신을 선

과 민주주의를 위한 세력으로 브랜드화 하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마케팅 경험을 통해 우리는 말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이것이 미국이라는 브랜드 구축에 있어서 갖는 함의는 미 국이 세계무대에서 실제로 행하는 것이 동시에 하는 어떤 부드러운 말보 다도 더 중요할 것이란 점이다. 그러므로 단 하나 내릴 수 있는 결론은 ( 사이먼 안홀트도 주장했듯이)

“왼손으로는 내리치면서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어루만질 수 없다. 만약 전쟁을 하려면 외교는 중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 나라를 공격하고 있다면 그 나라에게는 그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Lewis 2003).

브랜드화 되기 : <보랏>에서 모하메드까지

2006년 11월, 영화 <보랏, 영광스런 나라 카자흐스탄에 유익하도록 미국 문화 배우기(Borat, Cultural Learnings of America for Make Benefit Glorious Nation of Kazakhstan )>가 미국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20세기 폭

스사에서 배급하였고, 미국 개봉 첫째 주에 837개라는 제한된 상영관에 서 2,640만 달러의 수입을 얻었다. 영화가 불러일으킨 커다란 논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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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로 인해 둘째 주에는 2,566개 상영관으로 확대되었고, 미국과 서유럽 에서 크게 히트했다. 논란의 중심은 영국 코미디언 사샤 바론 코헨(Sacha Baron Cohen)이 배역을 맡은 주인공이었다. 영화에서 배우는 “영광스러운

나라 카자흐스탄의 이익”을 위한 발견들을 담아서 기록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가상의 카자흐스탄 언론인 연기를 한다. 영 화는 관객들이 카자흐스탄이 후진국이며 반유대주의 국가라고 믿게 만 든다. 영화의 주요 목적은 평범한 미국인이 얼마나 쉽게 자신의 인종차별 적이고 동성애를 혐오하는 성차별적인 농담을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만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는 보잘것없는 장소, 말하자면 세 계의 겨드랑이(armpit, 역주 : 열악한 곳)라는 인상을 준다. <보랏>은 널리 호평을 받았고 코헨은 2007년 골든 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 모든 환희로 인해 가 장 큰 타격을 받은 카자흐스탄과 같은 나라에게 <보랏>은 결코 재미있 지 않다. 카자흐스탄은 크기가 서유럽만 하지만 서구 대부분의 사람들 에게 알려지지 않은 나라나 다름없었고, 카자흐스탄에 대한 첫 번째 “정보”는 <보랏>을 보면서 얻어졌다. 한 나라의 국민들이 말 오줌을 마시 는 것에 중독되어 있고, 개들을 총으로 쏘는 것을 즐기며, 강간과 근친상 간을 존경할 만한 취미로 여기고, “Running of the Jew”(역주 :“유대인 쫓 기” 로 해석할 수 있는 전통적인 카자흐스탄 놀이) 축제와 같은 놀이를 즐기는 사

람들로 믿어지게 되었다면 그 나라는 어떻게 반응할까? 카자흐스탄 정부 관계자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크게 화를 냈 다. 카자흐스탄 외무부 대변인 아쉬크바예프(Yerzhan Ashykbayev)는 기자 회견에서 코헨의 행동은 “전혀 용납할 수 없으며,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윤리와 문명화된 행동과는 전혀 맞지 않는 천박함과 무례의 혼합물이라 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장난들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어 떤 법적 조치도 취할 권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대변인은 더 나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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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코헨 씨가 카자흐스탄과 국민들을 경멸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기 위한 누군가의 정치적 명령에 따르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Grossberg 2005). 흥미롭게도 러시아의 연방문화영화위원회(Federal Agency of Culture and Cinematography)는

종교 및 윤리적 논쟁을 촉발할

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이유로 <보랏>의 상영을 금지했다. 또한 이 에피소드는 장소 브랜드 구축 전문가들 사이에서 카자흐스 탄이 이 영화에 대해서 보인 날카롭고 불쾌한 반응은 물론이고, 이 영 화가 카자흐스탄의 이미지와 평판에 미친 영향에 대한 논쟁을 즉각 불 러일으켰다. <보랏>이 과연 “나쁜 홍보(bad publicity)와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가(Sauer 2006)?4 ) 카자흐스탄 관계 당국이 <보랏> 영화 홍 보 웹사이트(borat.kz)를 차단한 것이 현명한 행위였을까? 분명히 그 사이 트는 진정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을 상징하는 두 글자 국가 도메인으로 등록되었고, 현재는 borat.tv로 운영되고 있다 (Cukier 2005).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에게 이것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손해가 되는 상황(lose-lose situation)이라는 점을 인정 했다. 반응하지 않는 것은 만족처럼 보일 수 있으며, 반면에 반응하는 것 은 매우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었다. 특히 왜냐하면 코헨/보랏이 “저( 역주 : <보랏>)는 코헨 씨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이 유대인(역주 : 코헨)을

고소하기로 한 우리 정부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말씀드리 고 싶습니다”라고 공식적인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Daily Mail 2006).5 )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새로운 브랜드 납치(brand-hijacking) 경기에서 이길 수 있을까? 카자흐스탄은 영화 <보랏>의 주장에 맞대응하기 위해 PR 기업 두 군데를 고용하고, 같은 이유로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nternational Herald Tribune )에 4페이지짜리 광고 를 실었다. 이에 더해 카자흐스탄은 세계에 자국의 “진정한 얼굴”을 보여 주기 위해 CNN에서 캠페인을 했다(Radosh 2004 ;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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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본 적이 없고, 알

고 있는 카자흐스탄 브랜드, 예술가, 운동선수도 없으며, 여타 어떤 형태 로도 카자흐스탄과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보랏>은 카자흐스탄에 대한 주된 준거틀로서 배경에 남게 된다. 미국 신문과 CNN(International)에 나 온 몇 개의 광고는 이러한 상황을 바꾸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코 헨이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과 같이)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나라 를 쉽게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며, 이는 모든 브랜 드화되지 않은 나라들에게 자신들의 이미지와 평판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다는 위험과 한 나라가 자신의 브랜드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 실을 잘 강조해서 보여준다. 2005년 9월 덴마크 신문 율란츠-포스텐( Jyllands-Posten)이 모하 메드가 헬멧으로 폭탄을 쓰고 있는 만평을 보여주는 “모하메드의 얼굴 (Muhammeds ansigt)”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을 때 전혀 다른 성격의

“유머”가 유럽의 한 작은 나라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덴마크 이맘들 (역주 : 이슬람교 사원에서의 집단 예배를 인도하는 자)의

성난 반응 이후에 이

슬람이 다수인 국가(터키를 포함)의 대사 11명이 이를 “이슬람과 이슬람 신도들에 대한 덴마크 공직 사회와 미디어의 지속적인 캠페인”의 하나로 간주하고 2005년 10월 덴마크 총리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Anders Fogh Rasmussen)과의

면담을 요구했다(BBC News 2006b). 별로 크지 않을 수도

있던 논란거리가 빠르게 전세계적인 싸움으로 확대되었다. 덴마크 상품 에 대한 소비자 구매 거부운동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다른 중동 국가들에서 조직되었으며, 덴마크에 대한 반대시위도 전세계적으로 일 어났다. 2006년 2월 4일 시리아 주재 덴마크(그리고 또한 놀랍게도 노르웨이) 대사관이 공격을 당했다. 베이루트에서는 덴마크 대사관이 방화로 불에 탔다. 주로 나이지리아, 리비아,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위 로 약 1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만평사건[“만평 인티파다(cartoon intif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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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도 불림]

전체는 미 국무부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이란과 시리아 정

부가 레바논뿐 아니라 자신들의 나라에서 반 덴마크 및 서구 시위를 조 직했다는 혐의를 제기했을 때 더욱 악화되었다. 덴마크 국민들과 정부는 율란츠-포스텐에 실린 별 악의 없는 만평 때문에 관대하고 개방적이며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사회라는 덴마크의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CNN에서 화 난 군중들에 의해 덴마크 국기가 태워지는 것을 보면서 코펜하겐은 충격 에 빠졌고, 덴마크 정부는 이슬람 세계와 그 외 지역에서 발생한 자신의 평판에 대한 갑작스런 공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포 그 라스무센 총리는 만평사건을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덴마크 최 악의 국제관계 사건”이라고 불렀다(TimesOnline 2007). 분노한 이슬람 세계 여론에 의해 반이슬람이라고 브랜드화된 것은 부시 대통령이 이란 등에 게 붙인 “악의 축” 딱지와 정반대의 이미지로 비슷한 정치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덴마크의 2006년 9월 수출 실적을 보면 이슬람의 덴마크 상품 구 매 거부로 인해 2006년 2월에서 6월 사이에 총수출이 15.5% 하락했 다. 덴마크의 대 중동무역은 반으로 감소했다. 대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은 40%, 대 이란 수출은 47% 하락했다. 덴마크 기업들의 손실액은 1억 3,400만 유로(1억 7,000만 달러)로 추정되었다(BBC News 2006a). 흥미롭게도 만평사건은 또한 소비자들로부터 덴마크 브랜드를 구매함으로써 덴마크 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정반대의 반응도 불러일으켰다. 예컨대 “덴마크 지지운동(Support Denmark Movement)”은 전세계 대중에게 덴마크 상품을 구매하고 지지 슬로건과 덴마크 국기가 있는 스티커와 웹 배너를 붙이도 록 독려했다. 수많은 웹사이트와 블로그가 생겨나고, 구매할 수 있는 덴 마크 상품 목록이 만들어졌다. 『가디언(The Guardian )』지는 “덴마크 유제 품이 중동에서 폐기되고 있을 때 열렬한 우파 미국인들은 뱅앤올룹슨

7장_장소 브랜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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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g & Olufsen)

스테레오와 레고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올해 일사분기에

덴마크의 대미 수출은 17% 치솟았다”고 보도했다(Harding 2006). 재미있 는 점은 일부 덴마크 브랜드가 “Made in Demark” 라벨을 “Made in the EU”로 대체함으로써 유럽의 넓은 등 뒤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감추 었다는 사실이다. 만평사건 동안 한 블로거는 “일주일 전에는 덴마크 하면 아침용 페 스추리나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을 것이다. 지금 덴 마크는 엄청난 현실 속의 비극 한가운데 놓여 있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굳건히 견디고 있다”고 쓴 바 있다(The American Daily 2006). 이와 같은 이 슬람 세계와 그 외 지역 모두에서의 덴마크에 대한 평판의 변화는 덴마 크의 국가 이미지가 2006년 현저하게 약화되었다는 놀랍지 않은 결론을 도출한 장소 브랜드 구축 전문가들에 의해서 좀 더 과학적으로 그려졌 다. “민주적이고 인권을 매우 중시하는” 덴마크의 이미지는 심각하게 손 상되었다(Anholt Nation Brand Index 2006). 2006년 안홀트 국가 브랜드 지수 (Anholt Nation Brand Index)는

또한 덴마크가 다른 북유럽국가들의 이미지

를 동반 하락시켰음을 보여준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전세계 이슬람교 도들에 의해 똑같은 “스칸디나비아”라는 바구니에 담겨졌다. <보랏>과 같이 모하메드 만평사건은 덴마크에게 뜻밖의 충격이었다. 카자흐스탄과 마찬가지로 덴마크 정부는 자신의 이미지의 취약성과 브 랜드의 약점을 더 잘 자각하게 되었다. 덴마크 정부는 장소 브랜드 관리 와 이번 일에서 배울 수 있었던 교훈에 대해 내부적인 토론을 시작했다. 두 경우 모두 세계화와 새로운 미디어가 한 국가의 브랜드에 미치는 영 향을 보여준다. 장소 브랜드 구축은 항상 “상위정치(high politics)”에 속하 는 것이 아니며, 또한 정부 관료들이 자국의 브랜드를 완전하게 통제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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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장소 브랜드 구축과 정치학

마지막 질문은 국제관계 이론의 주요 접근법들이 장소 브랜드 구축 과 같이 상대적으로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적 도구와 개념을 가 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무정부상태의 의미와 힘의 균형에 관심이 있 는 현실주의 학자들에게 <보랏>과 공공외교에 대한 논쟁이 사소하고 보 잘것 없다고 생각되는 것은 당연하다.6 ) 소프트파워의 일부로서 장소 브랜드 구축은 국제정치의 가치, 규 범, 규칙과 같은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신자 유제도주의(neoliberal institutionalism)와 국제레짐(international regime) 이론이 이 분야에서 지배적인 접근법이었다. 신자유주의 및 레짐 이론가들 모두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행위자들 가운데 협력을 촉진하는 데 있어서 규범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스테판 크래스너(Stephen Krasner) 와 로버트 코헤인(Robert Keohane) 같은 학자들은 규범이 국가(대리인)의 행동을 제약할지 모르지만 국가의 정체성이나 이익(interest)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규범 자체가 이면에 존재 하는 힘의 배분상태에 의해 좌우되거나 그것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이 런 접근법의 한계가 이미 분명해진 상황에서 구성주의가 장소 브랜드 구 축이 자신의 이론적 장을 찾을지도 모르는 보다 유익한 사고의 장으로 부상하고 있다(van Ham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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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파워의 일부로서 장소 브랜드 구축은 국제정치의 가치, 규범, 규칙과 같은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구성주의 연구 의제는 이익 및 정체성 형성과정에 대한 설명을 모색 함으로써 기존의 많은 주장과 가정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많은 구 성주의 학자들은 국제규범이 사회적 내용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종종 힘 의 배분과 독립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규범은 단순히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대리인/국가들에게 이익(interests)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 구성주의는 국가와 국제체제란 구조 측면에서 여전히 현실주의적 사고 틀에 내재되어 있지만,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국제정치의 중 요하고 필요한 요소로서 규범, 가치, 정체성 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장 소 브랜드 구축 연구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알렉산더 웬트(Alexander Wendt)와 같은 학자들은 구조와 국가는 행 위자들 각자의 간주관적(intersubjective)인 이해와 실천에 근거해서 서로 다른 행위자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한다(Wendt 1999). 이와 유사하게 국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선택/수정할 자유(적어도 자유의 여지) 가 있다. 국가의 정체성은 자신의 국민들과 외국인들에게 자신이 누구인 지(혹은 누구이길 원하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현실주의(그 리고 그 분파인 신현실주의)가

모든 국가는 이기주의적인 자기 이익을 추구

한다고 가정하는 반면에 구성주의는 “그 대신에 국가의 자아나 정체성은 하나의 변수이며, 이는 역사적ㆍ문화적ㆍ정치적ㆍ사회적 맥락에 달려 있 다고 가정한다”(Hopf 1998, 176). 이러한 시각은 정체성을 맥락적이고 변할 수 있는 것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장소 브랜드 구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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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하나의 학파로서 구성주의는 내재적으로 다양하다(그리고 때로는 상 호 모순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장소 브랜드 구축

의 이론적인 근거지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 이유는 구성주의가 (다 른 장소 브랜드뿐 아니라)

국가 브랜드가 자신의 이미지, 역할, 정체성 등을

형성할 옵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와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같은 사상가의 뒤를 이어 구성주의는 또한 아이디어가 물질적이 아닌 담론적 인 성질을 갖는 힘의 한 형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구성주의에 의하면 국가는 보다 많은 능력을 갖지만 국가가 자신의 역할이나 정체성을 선택 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테드 호프(Ted Hopf 1998, 177) 가 주장했듯이 “[국가의] 선택들은 특정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우위에 있는 다른 행위자들의 이익, 정체성, 관행 등에 대한 거미줄과 같이 복잡 한 이해에 의해 엄격하게 제약을 받는다.” 다시 말해 영토에 바탕을 둔 행위자들은 스스로 택한 역할 속에서 선택을 제한하는 다양한 사회적 관행, 기대, 정치적 환경, 제도 등의 거미줄에 의해 얽혀 있음을 깨닫는 다. 구성주의는 구조가 갖는 힘과 특히 국가의 행위자들이 일상적인 실 천을 통해 자신에 대한 제약을 재생산하는 방식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 한다. 호프(1998, 190)는 구성주의와 장소 브랜드 구축이 갖는 타당성을 “정체성은 굳어진 평판이다. … 정체성은 평판을 포괄한다. 특정한 정체 성이라는 것은 특정 영역에서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해 어떻게 행동 할 것인가 진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한다”라고 요약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함축적으로 또한 국제기구도 포함해서)의 브랜드(혹은 정체 성이나 역할)

선택은 기존의 역학구조에 의해 제한되며, 국가가 진공상태

나 백지상태에서 브랜드 구축을 시행할 수는 없다. 국가의 정신적 지도 (mental map)는 신뢰, 불신, 역사, 평판이라는 관념적 요소들로 채워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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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Rengger 1997). 구성주의가 규범이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켜 준 반면, 국제관계 이론 속에서 개념적으로 보다 명료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장소 브랜드 구축이란 개념과 관련해서 두 가지 주요 약점이 여전 히 있다. 첫째는 구성주의가 국제규범이 국내무대에 전달되는 기제에 대 해서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는 문제이다. 구성주의는 규범이 어떻게 국가 로 전달되고 구성적인 효과를 갖는지 인과적인 주장을 제공하지 않는 다. 이러한 점은 장소 브랜드 구축이 국내 및 해외의 다른 행위자들의 기 대와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둘 째로 구성주의는 동일한 규범(또는 장소 브랜드 구축 전략)이 한 국가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는 반면에 다른 국가들의 정치적 판도에는 거 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Checkel 1998). 장소 브랜드 구축이 평판과 반사력(reflectivity)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개념적으로 국제관계 이론의 구성주의 학파에 가장 잘 맞는 다. 그러나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많고, 공식화하고 조사할 많은 의문점 들이 있다. 장소 브랜드 구축과 국제관계의 연관성에 대한 자세한 연구가 앞으로 더 있어야 할 것이다. 향후 연구는 다음과 같은 영역과 질문들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첫째, 브랜드 국가의 등장이 오늘날 “상위” 및 “하 드” 정치에서 새로운 “소프트” 및 “하위” 정치로 전이되고 있는 추세에 어떻게 들어맞을 수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정세에서 브랜드 국 가가 어떻게 현실정치(realpolitik)에 영향을 주는가? 요컨대 국제정치에서 포스트모던적인 힘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행해져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연구분야는 철학적・역사적인 성격을 띤 것으로서 브랜드 구축의 내부적 과정에 포함되는 국가 건설과 민족 형성과정을 포함한다. 원초주의자(primordialist)는 모든 민족의 깊고 신성한 뿌리에 대한 낭만적 인 묘사를 소중히 여기지만, 근대의 민족들은 만들어진 전통과 지속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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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역사의 동원(mobilization)과 적응에 기반을 둔다. 에르네스 르낭(Ernest Renan)은

잘 알려진 것처럼 프랑스는 단지 “아이디어의 총체(une ensemble

d’ idées)”라고

주장했다(McCrone 1998, 45). 국기, 국가(國歌), 헌법을 가진

근대 국가는 로고와 강령을 가진 브랜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할 수도 있 다. 편의상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일 수 있지만 장소 브랜드 구축—특히 브랜드 국가의 부상(van Ham 2001)—은 우리들이 정체성과 세계 정치에 만연해 있는 탈근대적 조건들에 대한 논쟁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하 고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점은 국제정치의 동학이 장소 브랜드 구축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과 과거와는 달리 석유나 무역통로에 관한 것이 아니 라 이미지와 평판을 둘러싼 새로운 “거대한 게임”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 실이다. 경영자들과 그들의 조언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것처럼 보 이지만 국제관계 연구 의제들은 아직 이러한 새로운 발전을 충분히 이해 하지 못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자신의 상표가치를 약 670억 달러로 추정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Businessweek 2006). 사실 성공적인 장소 브랜드 는 결국에는 어떠한 영토(territory)도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리브 고슈(Rive Gauche)”가 자신의 이름으로 패션과 향수를 판매하고 있는 한, 장소로서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과연 관심거리가 될까? 국가들이 이러한 하루살이와 같은 브랜드를 닮고, 결국에는 드골(De Gaulle)의 “프 랑스라는 하나의 특정한 아이디어(une certaine idée de la France)”가 있으며, 이보다 더 실재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날이 멀 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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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미 빈 라덴(Bin Laden)이라는 이름은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빈 라덴의 형제 중 하 나인 예슬람 빈 라덴(Yeslam Bin Laden)에게 주어짐], 전세계 캐주얼 의류를 브랜드화 하는 데 사용될지도 모르지만 정치적으로는 “악”이라는 브랜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Day 2002). 2. 일부 국가는 (슬로베니아와 같이) 신생국이며, 혹은 (코소보와 같이) 새롭게 되기를 원 한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 이러한 국가들은 자신들을 재브랜드화하고 있으 며, 가능한 모든 미디어를 통해 국가의 지위라는 모든 수단을 사용(그리고 남용)해서 이러한 노력을 끈질기게 추구하고 있다. 3. 사이먼 안홀트는 필자에게 (2007년 7월) 회의가 결국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브랜드 구축 전문가를 고용할 생각까지 했다는 소문은 분명 동요를 일으 키기 충분했다고 언급했다. 4. 코헨이‘알리 G 인더하우스(Ali G Indahouse)’ 와 같은 TV 쇼에서 상영 전에 그 배역 을 사용했으므로 <보랏>-카자흐스탄 논란은 실제 영화보다는 조금 일찍 시작되었다 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5. 코헨이 유대인이라는 점을 여기에 언급하는 것이 유용할 듯하다. 6. 2005년 이후 상호 검토 저널인 Place Branding and Public Diplomacy (Palgrave/Macmillan)은 사이먼 안홀트가 편집하였고, 학문적인 논의를 독려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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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장 신기술과 국제방송 : 적응 및 변화에 대한 고찰 먼로 E. 프라이스, 수잔 하스, 드류 마골린 Monroe E. Price, Susan Haas and Drew Margolin

모든 미디어 기관이 그러하듯 국제방송 기관 역시 새로운 전달 기술을 반영한다. 기술의 변화는 새로운 미디어 지평의 일부로 국제방송에 대한 과거의 정의와 맥 락을 불충분하게 만든다. 기술의 변화에 대한 적응의 속도와 규모는 국제방송 주 자들에 따라 다르다. 적응의 범위는 표면적인 것부터 고도의 통합까지, 또한 단 순한 적응에서 근본적인 변형까지를 아우른다. 그렇다면 다양한 기관들 사이에 어떻게 이런 적응과정이 발생하고, 또 어떤 요인이 적응양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할 수 있을까? 조직구조에 관한 이론은 어떤 요인이 국제방송국을 어떤 방 향으로 이끄는가 하는 문제에 답을 제시한다. 이 논문은 미국의 국제방송을 모 델로 삼아 몇 가지 요인을 찾아보고자 한다. 특히 조직의 복잡성, 정치적 영향력, 기관이 가진 목적에 내재되어 있는 통제와 갈등에 주목한다. 이 시나리오에 의 하면, 기술적 적응이 제도적 변혁을 해야 할 중요한 필요성을 감출 수 있다. 핵심어 : 공공외교, 국제방송, 담론 분석, 자유유럽 방송, BBC 월드서비스, 인터넷, 신기술

8장_신기술과 국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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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방송과 공공외교의 복잡하고 경쟁적인 환경 가운데 자주 등장 하는 질문은 기존의 행위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새로운 기술 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이다. 모든 미디어는-상업적인 것이든, 공공 서 비스이든, 사용자가 제작한 것이든, 개발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든지 간 에-구조와 목표를 새롭게 고려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전달 시스템에 있 어서 극적인 변화가 전략적 환경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기술(new technologies)”의

개시는 현대화하고 새로운 필요성과 기회에 대처하라는

분명하고 매력적인 요청이다. 이는 전 세계 대중들의 마음을 얻고 태도 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대에 생겨나고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기술에 관한 질문을 다소 바꿔, 기술적 선택들이 행해지는 “조직적 환경(organizational environs)”과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 신뢰를 얻을 때 이러한 선택이 갖는 함의에 대해 논의할 것이 다. 말하자면 이는 국제방송 기관들이 일반적인 적응의 기준에 대처하는 독특한 맥락에 대한 탐구이다. 이와 같이 주요 이슈들로부터 다소 벗어 나 있는 것을 다루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변화의 과정은 계속되고 있다. 다양한 국제방송 기관들이 현재 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큰 변화 속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을 채택하 는가 보다는 어떻게 결정이 이루어지고, 누가 결정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 변화들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국제방송 기관” 의 범주와 그들에게 부여된 목적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일이 점점 더 어 려워지고 있다. 우리는 국제방송기관의 이러한 모호성을 인정하면서, 새 로운 기술로 인해 전혀 다른 경쟁무대가 생겨남에 따라 국제방송기관의 상위주체인 정부, 입법기관, 통치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 경 쟁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하려 할 때, 국제방송기관 종사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대처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주의할 부분이 있다. 첫번째는 국제방송 기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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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된 논문이 공공외교의 메세지나 실제 추진되고 있는 외교정책에 관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방송기관의 임무가 특정한 정책을 증진시 키려 하는 것보다는, 순수하게 뉴스 및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급하 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살펴 볼 바와 같이 기술적인 선택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그 임무가 무엇 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현대화와 적응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도피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에 대한 열정은 기만이 될 수 있다. 어떤 상황 하에서는 기 술이 갖는 압도적인 가능성으로 인해 무기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 신기 술의 채택은 주요한 문제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하거 나 취약하고 비효과적이며 때로는 비생산적인 실험을 하게 되는 것을 은 폐할 수 있다. 다른 모든 미디어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국제방송 기관들 역시 새로운 전달기술을 반영하기 위해 적응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의 과정은 현존하는 경영 스타일이나 조직의 불일치성을 두드러지게 하거나 증폭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불일치성에 대해 이해하고 또 다양한 상 황 하에서 이러한 적응과 변화의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검토하는 것 은 유용할 것이다. 본 본문은 개별적인 국제방송 기관이 기술적인 도전 을 어떻게 흡수하고 대응했는지 묻기보다는, 어떠한 기술적 적응의 방식 으로 이끄는 조직과 경영구조, 각각의 지정학적 경로가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제도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이런 이유로, 구체적인 변화 자체보다는 국제방송 기관 내부의 예기 치 못한 변화와 관련하여 어떤 구조적인 장애요인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 이 보다 유익할 것이다. 국제방송 기관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범주의 청중들에게 평탄치 않은 환경 속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근 대적이지 않은 상황 하에서 활동한다. 본 논문의 관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방송 기관들이 그들의 상업적 파트너들과는 전혀 다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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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의 방식과 기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이한 조직 형태는 신 기술과 목표를 조화시키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 글은 국제방송과 기술 전반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지만, 부차적으 로 미국, 특히 미국 방송위원회(Broadcasting Board of Governors, BBG)의 사 례를 다루고 있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이 분야의 미국 국제방송기관 들이 메시지를 적절한 형태로 정의하거나 이를 퍼트리는 것을 어렵게 하 는 여러 복잡한 이유들로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 른 이유는 현실적으로, 미국에서 국제방송 기관들이 기술적인 선택을 하 게 되는 “조직적 환경”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보다 용이하 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논문은 국제방송 조직이라는 특이한 상황 속에 서의 기술적 적응과 이런 적응이 검토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어떻게 질 문을 던질 것인가를 모색하는 실험으로 볼 수 있다. 국제방송 기관도 하나의 조직이기 때문에 여타 유사한 기관들의 지 속과 소멸에 영향을 주는 추세나 논리에 국제방송 업무의 중요성과 복잡 성이 종속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모든 미디어 기관들과 마찬 가지로 이런 국제방송 기관들에 있어서도 신기술의 채택은 그들의 목표 는 물론이고 현존하는 경영 스타일과 조직 안에 있는 결점들까지 감출 수 있다. 동시에 신기술의 비효과적인 사용이나 기술 선택에 대한 부적 절한 결정은 자신감과 능숙함보다는 불확실성과 무능을 오히려 더 분명 하게 나타낼 수 있다.

국제방송의 정의

우리는 이미 신기술들이 가지는 한 가지 함의, 즉 국제방송이란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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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고리에 대한 도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기술 적응에 대한 선 택이 행해지는 조직의 한계를 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제방송에 대한 몇 가지 정의를 살펴보고, 또 우리가 이 글에서 어떤 조직에 대해 언급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국제방송”이란 해당 국가 밖 의 다른 나라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주도 하의 뉴스, 정보, 그리 고 엔터테인먼트 전체를 통칭한 용어로서, 이것은 대체로 다른 나라의 국민이나 지도자들의 의견을 형성하기 위하여 특정 사회가 전자 미디어 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해 왔다. 이는 한때 자부심을 가지고 “선전(propaganda)”이라고 불렸던 것을 포함한다(Martin 1958). 이 기능은 현재 “공공외

교”로 알려져 있는 것보다 광범위한 범주에 속해 있다.1 ) 종종 간과되기는 하지만 정의 상의 특징들은 기술적 변화의 문제에 핵심적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지정학은 국제방송에 있어서 한 때 표 준이 되었던 구분들을 모호하게 한다. 즉 대상이 되는 청중 또는 대중들 이 더 이상 인접한 영토나 국가의 경계로 국한되지 않지만, 조직은 여전 히 과거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관련이 있는 조직이나 프로그램의 내용 물들은 각 국가의 미디어 체계나 청중에 따라 말끔하게 범주화되지는 않 는다. 더 새로운 위성 서비스들은 종종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이나 자금 과 연결되어 있지만, 구조나 거버넌스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정부의 지원 을 받지는 않는다. 알자지라(Al Jazeera)는 엄밀하게 말해 국제방송의 도구 는 아니다. 카타르 정부와 알자지라의 관계는 정부 공식 방송국에 대한 교과서적인 정의에 맞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심각한 경쟁자 로 인식하고 있다(Ajami 2001). CNN이 의식적이건 아니건 미국 헤게모니 의 한 도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정부와의 관계나 사 용하는 언어, 그리고 대상 청중의 구성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엄밀한 의미 에서 국제방송국은 아니다. “국제방송국(international broadcaster)”이라는 용어는 분명한 경계를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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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국가들이 서로 국력에 대해 협상하던 세상에 그 역사적 기원을 두고 있으며, “방송(broadcasting)”이란 용어 역시 주로 단파 라디오를 통해 광범 위한 청중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메시지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인터넷 웹 사이트, 가정용 위성방송, 오디오 카세트, 비디오테이프, 블로 그, 팟캐스트(pod-casts) 등과 같이 청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수 단들이 늘고 수신 수단의 이동성도 증가함에 따라 이제 대상을 전달 수 단의 포맷이나 기술에 따라 분류하는 것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일방 적인 메시지 전달에 더 이상 “대중적” 혹은 수동적이거나 민감하게 반 응하지 않고, 기존 방법으로는 이론적・실질적인 면에서 분류할 수 없는 청중에게 다가가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 존재한다. 그리고 지구촌 전체에 퍼져있는 디아스포라 네트워크에 분포된 집단들과의 대화에서 신뢰성 을 확립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국제방송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은 미디어를 통해 담론적이고 상징적인 힘의 행사를 놓고 정부와 경쟁하 고, 정치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 차원이나 초국가적으로 미디어 를 활용하는 비정부 조직들의 등장이다.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인도 국영방송국(Doordarshan)에서부터 BBC, 알 마나르(Al Manar, 역 주 :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방송국), 알 자지라와 CNN에 이르기

까지 모든 미디어 조직들은 어느 정도 이념적, 문화적 헤게모니의 전달 자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반적인 정의의 국제방송국이란 개념은 오늘날의 현실을 충분히 묘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냉전과 같이 지정학적으로 경계가 분명한 경쟁의 장이 쇠퇴 하고, 국경의 의미가 약화되는 동시에 “테러와의 장기전(long war on terror)”으로

새롭게 개념화된 집단 네트워크가 부상하는 보다 극심한 세상

에서 국제방송을 정의하는 다른 특징들도 모호해지고 있다. 전통적으 로 객관성과 불편부당성의 전통을 수호하는 국제방송국과 정부의 입장 을 잘 각색해서 설득에 나서는 국제방송국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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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리고 전통적인 의미의 국제방송국과 정부나 정보기관 등이 후원해 서 비밀스럽게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로서 소위 비밀 혹은 위장 모략 방 송(black radio) 사이에도 분명한 구분이 있었다. 미국 내에서는 국제방송 이 훨씬 더 복잡하다. 역사적으로 그것은 국방부가 아니라 국무부 소관 이었다. 그러나 이런 부처 간 구분은 내부적으로나 대외적 신뢰성 문제 와 관련해서 중요했지만,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는 때로 그 구분이 모호 해지곤 했다. 또한 정부의 대리인(surrogates)으로 여겨지는 자유유럽방송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RFE/RL)이나 RFA)과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

그들의 자매기관들처럼 언어 방송 서비스가 뉴스나 여타의 프로

그램들을 통해 특정 대상이 되는 사회에 자유롭고 독립적인 미디어가 무 엇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국제방송과 미국의 소리(VOA)처럼 세계 뉴스나 미국에 대한 묘사를 제공하는 보다 일반적인 방송 네트워크와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두 방송이 미국방송위원회(Broadcasting Board of Governors, BBG)의 관리 하에 놓여지게 된 1999년 이후부터 줄어들었다.

국제방송의 정의나 목적에서의 약간의 혼란조차도 기술과 관련된 결정을 포함하여 방송국의 전략적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 기관의 비전, 즉 자신을 객관적으로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 으로 보는지 아니면 설득을 위해 의도적으로 약간의 경향성을 보일지 등 도 특정 엘리트나 대상집단들에게 다가가는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전략은 또한 기술적인 선택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정 방송 국의 역할이나 후원하는 정부와 경쟁자들이 복합적인 대중들에게 접근 하는 방식, 그리고 수용하는 국가의 정부가 방송국들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방송국 간의 경쟁구도, 그리고 각종 방송국에서 기술의 역할 등 도 논쟁거리가 된다. 새로운 기술에 관여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이와 같은 정의와 관련된 도전에 대응한 결과이다. 이와 관련된 논점으로 인터넷과 인터넷 접근성에 있어서 비록 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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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고 심각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해도 인터넷이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뉴스와 정보를 수신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가정하자. 국 제방송국이 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약간의 모호성이 있지만 각 방송국 이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고, 또 어떤 매체가 가장 많은 대 중들이 뉴스를 읽거나 사이트에 방문하는가 같은 경쟁의 교두보를 마련 했는지 물어볼 수 있다. 이런 방식(예를 들어 Alexa.com을 통해서 방문 횟수를 측정하는 것)으로

영향력을 측정함으로써 France24, BBC World Service,

VOA 등의 영향력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내 의 전략가 입장에서 보면 질문은 다소 달라지고 보다 근본적이다. 즉 이 들은 독자적인 블로거, 매력적인 포털 웹사이트, 비디오 스트리밍이나 전 환방식 등과 같은 새로운 참가자들이 나타났을 때 국제방송국들이 충분 히 적응력을 가질 수 있을지와 다른 방법들이 공적 가치 달성하기 위해 특정한 기술들을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질문을 던 진다.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뉴스 제공자들 사이에 유연한 균형이 이뤄지 고, 주요 플레이어들 간의 차이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 실제 우리가 처 한 세계의 모습일 것이다. 상업적이건 유사 상업적인 뉴스 제공자이건 이 들의 상대적인 효과성은 약간씩 변할 것이지만 의미 있는 행위자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뉴스 사이트의 유명세 경쟁이나 초기 화면 설정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의 등장으로 인해 아마 전혀 새로운 전략 이 도입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또 기존의 국제방송국들 모두가 효과 적으로 경쟁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승자독식의 결 과에 가까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이슈는 어떤 전략이나 기술, 조직, 임무에 대한 대안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해질 것인지 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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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이트의 유명세 경쟁이나 초기 화면 설정 등 여러 가지 다양 한 방식의 등장으로 인해 아마 전혀 새로운 전략이 도입되지 않으 면 안 될 것이고, 또 기존의 국제방송국들 모두가 효과적으로 경쟁 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기술의 정의

본 논문은 전략이 만들어지는 맥락이라는 제도적 측면을 강조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정의에 대해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경향을 보인 다. 국제방송국의 업무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대상 청중에게 효과적으 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장비를 탐색하 고, 임시변통하거나, 기술을 사용해서 거리, 지형, 목표 대상 지역 정부 의 저항 때문에 부과된 장벽들을 극복하는 데 창조적이었다. 새로운 전 략이 도달 거리나 영향력을 확장시킬 수 있으면 기술은 새롭다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정의는 물론 인터넷 활용이나 온라인 사이트 개발도 새로 운 기술의 도래를 알리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런 정의는 다른 방식들 로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상황 하에서 단파와 같은 낡은 방식을 새 롭게 활성화시키는 생각도 포함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새로운 기술의 효과적 도입에 제도적 장벽은 어느 정도 기술 그 자체에 달려 있으며, 따 라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1990년대에 국제방송에 영향을 미친 기술적인 변화를 살펴 볼 수 있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전통적인 단파 및 중파 송전으로부터의 전환을 주요 특징으로 하고 있다. 당시 대상이 되는 사회에서 TV,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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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국제방송물을 재전송하는 전국 및 지방의 FM 방송 쪽으로 옮겨가 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제방송국도 국내방송국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끌 새로운 방법과 기술을 배워야만 했다(Olechowska and Aster 1999, 214-57). 냉전 종식은 이러한 새로운 장치들을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었으며, 지역 FM 방송국 등장도 분명해졌다. 1999년 당시 국제방송 뷰로(International Broadcasting Bureau)의

이사회 의장이었던 마크 나탄슨(Marc Nathanson)은

1990년대에 부상했던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단파기술은 낡아빠진 것이 되었고,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의회 는 우리가 위성, 인터넷, FM 방송 등으로 이행함에 따라 자금을 지원해 야 할 것이다”(Hopkins 1999). 이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텔레비전은 상업적 분야에서 신기술은 아니지만 국제방송을 전달하 는 수단으로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 되었다. 그러나 국제방송은 여 전히 상당 부분 라디오에 의존하는 분야였으며, 시각적 수단을 마치 새 로운 것처럼 접근하고 있었다. 1990년대 CNN의 첫 등장과 더 중요한 알 자지라의 성공은 기존의 경쟁 방식에 대한 모든 가정을 뒤흔들었고, 그 충격으로 국제방송국들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고려하게 되었다. 미국 은 가장 최근의 사례인 알후라(Alhurra)와 같은 비디오와 관련된 다양한 노력들로 방향전환을 했으며, BBC도 마찬가지로 아랍어 텔레비전 채널 에 투자하였다. 프랑스는 민관합자 뉴스 네트워크인 France 24를 새롭게 선보였다. 위성 라디오도 전망이 밝지만 아직은 위성을 통해 지상파 재 송출 방송국에 전파를 전송하는 수단 정도로만 주로 사용되고 있다. 아 프리카, 아시아, 카리브해 지역으로 위성 혹은 모바일 방식의 라디오를 도입하려는 것과 같이 상당히 많은 계획과 실험을 통해서만 전통적인 수 단들이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어 일상적이고 효과적으로 프로그램을 전 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신기술, 특히 인터넷은 그 이전의 모든 것에 대해서 소급적으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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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물리적 방식과 전달 스타일에 있어서도 근본적 인 의미를 함축한다. 케이블 및 위성과 함께 다양한 채널 경쟁의 강력한 엔진과 틈새 청중의 등장이 도래했다. 인터넷과 고속 데이터 통신망은 상 호작용과 유저가 만들어내는(user-originated) 콘텐츠라는 문화를 탄생시켰 다. 신기술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더 빨리 접근하며, 더 큰 장 벽을 통과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콘텐츠 제공자와 청중 사 이의 관계를 사고하는 새로운 방식을 의미하거나 더 일반적으로는 이런 의미를 만들어낸다. 신기술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창출한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

블로깅(blogging) 증가의 결과인지, 시민사회의 상호 연계된 부분이 국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인지, 지난 10년간의 다양한 색깔 혁명의 결과 인지 분명하게 알 수는 없지만 신기술은 오늘날 많은 기관들을 휘젓고 있다. 국제방송사들은 미디어 기관들의 공동체 구성원이며, 이 공동체는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의 안정에 대한 기술적인 위협(비록 그것이 텔레비전 대 라디오, 케이블 대 방송, 또는 위성 대 케이블 등 어떤 형태의 대결구도를 형성하더 라도)에만 몰두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두려움을 창출

한다. 즉 새롭고 통제 불가능하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어떤 것이 발생 하고 있지만 자신은 거기에 속하지 못하고 있다는 두려움 말이다. 이런 두려움이 새로운 기술을 모색하도록 이끈다. 상업적 기관들의 흥망은 부 분적으로는 새로운 기술에의 적응이라는 게임을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 올바른 기술을 선택하는 것에 실패한다는 것은 자신의 청중들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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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괴리되거나 자신의 시장으로부터 동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어떤 기술을 채택하고, 얼마나 투자하며, 새로운 기제를 어떻게 활 용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은 보편적이다. 다른 모든 상업 및 공공 미디어 회사와 마찬가지로 국제방송국들은 그들이 적응해야 하며 그렇 지 못하면 쇠락하고 말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상업적 기관에서의 변 화를 위한 제도적 환경은 국제방송국과 비교했을 때 변화의 압력, 경영 문화, 변화의 속도 및 인센티브 면에서 차이가 있다. 국제방송국 및 관련 기관들은 잘 보호되고 있으면서도 취약한 측면 또한 가지고 있다. 그들 은 정치나 정부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어 안심할 수 있지만 그 결과 필요 한 대규모의 변화를 조직할 수 있는 맥락이나 규율이 부족할 수 있다. 두려움에 대한 인식과 이와 관련된 경영의 위기는 2006년 1월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이었던 도날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의 연설에 잘 나 타난다(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06). 그는 “우리 연방 정부는 정부의 운영이 21세기에 맞도록 이제 막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모든 분야 에서 우리 정부는 이베이(eBay)처럼 싸구려 잡화점같이 운영되고 있습니 다”라고 언급했다. 럼스펠드는 넓은 의미의 공공외교와 국제방송은 물론 이고 다른 다양한 행위자들도 구분하지 않았다. 그는 하나의 봉투에 전 부 쏟아넣고 있었다. 럼스펠드에게 있어서 테러와의 전쟁이나 아프가니 스탄이나 이라크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그것이 이례적이고 변 칙적이라 할지라도 “이메일, 블로그, 휴대폰, 블랙베리, 인스턴트 메세징 (Instant Messaging), 디지털

카메라, 제약 없는 국제적 인터넷, 토크 라디오

(talk radio), 24시간 뉴스 방송, 위성 텔레비전 등의 시대에 벌어진 역사상

최초의 전쟁이었다.” 그의 걱정거리는 “우리의 적들은 오늘날 미디어 시 대의 전쟁 수행에 숙련되었다. 그러나 우리, 우리나라, 우리 정부는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를 그냥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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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로 몰고 가는 것은 너무도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럼스펠드에 의하 면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은 세계의 영향력있는 엘리트들을 속이는 데 매우 성공적이다. 그들은 자유로운 시민들의 집단의지를 위협해서 해체시키기 위해 온 갖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동원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는 공 격을 계획하고 설계한다.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이 국경을 초월한다는 점과 기술적으로 처리된 뉴스거리 하나가 어떤 군사 공격 수단보다도 우리의 대의명분을 훼손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고 있다. 또한 그들은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다. 그들의 숫자는 적다. 그들은 자원 면에서 서방 정부들의 거대하고 비싼 관료제와 비교해서 보잘 것 없다(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06).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단순하게 신기술에 적응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대신 “우리는 21세기에 미국의 해외공보처나 자유유럽 방 송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물어야만 할 것이다. 이들은 어려운 질 문이며,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도 어렵다. 그리고 이런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되기는 매우 힘들다”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06).

럼스펠드의 연설은 본 논문에 중요한데,

그 이유는 연설자 때문도 그 솔직함 때문도 아니다. 진짜 이유는 주요 기 관들이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적응하는 데 실패한 원인으로 현재의 관 리정책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럼스펠드는 관련 기관들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는 데 있어서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 다. 그러나 실패를 가져온 제도적 취약성을 더욱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일반적인 무력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2 ) 이것은 필요와 성과 사이의 괴리에 대한 상당히 급진적인 관점이었다. 이런 지적이 너무 강하고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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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게 근본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보의 비대칭성, 전달수단, 반응 성, 조직 등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것은 또한 제도가 새 로운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적응하고 변화, 변형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구조적인 힘

이제 본 본문의 주된 질문으로 돌아가 이와 같은 기술 관련 질문 들이 결정되는 제도적 맥락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묻고자 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라는 책에서 제임스 콜린스 (James Collins, 2001)와 그의 연구팀은 같은 산업군이나 시장권으로부터 각

각 11쌍의 기업들을 추출해서 20여 년 간 비교했다. 연구 초기에 각 회 사는 그저 그런 정도의 성과를 보인 기업이었지만, 연구가 끝날 즈음에 는 각 쌍 중 한 회사는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회사가 되었지만 다른 회사는 여전히 기껏해야 중간 정도였다. 콜린의 세밀한 질적 연구는 이런 성공적인 탈바꿈을 가능하게 한 몇 가지 주요 요인들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결정요인은 현존하는 강점과 약점들의 검 토는 물론이고 조직이나 그 구성요소의 목적에 대한 재정의가 없으면 새 로운 기술의 이용이 최적에 이르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기술은 올바르 게 사용될 때 탄력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하지 새로운 동력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절대 첨단 기술로부터 변화를 시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기술이 적절한지 알 기 전에는 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152-3). 이 질문은 다른 말로 하면 발리(Barley 1986)가 “조직 세계의 구조화(structuring of or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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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zational worlds)”라고

부른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서로 경쟁하는 방식

들에 대해 묻는 것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조직이 신기술에 접근할 때 보이는 적응 (adaptations)과

변형(transformations)이라는 두 가지 행동양식을 그려볼 수

있다. 적응은 다시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통합적 적응(integrative integration)”은

기술이 조직의 기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지만 기존의

전통적인 업무를 좀 더 완벽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수행하는 데 사용 된다. 다른 형태의 적응들은 보다 피상적인 것으로서 주로 정당화 기능 을 수행하며, 이를 통해 해당 조직이 외부에 보다 현대적인 모습으로 보 이게 만들어 준다. 제도 이론은 이와 같이 규범적이고 용인 가능한 방식 으로 단순히 업데이트하거나 적응하는 형태의 적응은 결함을 만들어내 며, 약점을 감추고, 불가피하고 조직적으로 탁월한 변화를 연기시킬 것이 라고 예견한다. 조직에 관한 연구서들에 의하면 적응에 대한 대안은 변형이다. 적응 이 주로 근본적인 이슈에 대해 다루기를 회피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조직 의 생존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표면적인 재조직화인 반면, 변형은 이와 같은 근본적인 변화들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재조직화라고 정의할 수 있 다(Freeman and Hannan 1989). 변형은 인원감축을 단행하고 관료조직을 어 느 정도 변화시키는 격변적인 것일 수도 있다(물론 일시적 해고가 변형이 일 3)

어났다는 것을 보증해 주지는 않지만).

몇몇 국제방송 기관들은 다른 조직들

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실패하기 직전까지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처 럼 보이게 하는 작동 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관들이 표면적인 적응 을 행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4 ) 따라서 조직구조에 관한 이론들은 미국 국제방송국들이 새로운 기 술을 흡수하고자 할 때 취하는 행동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 는 근본적인 요소들에 대한 길잡이를 제공한다. “생태학적 이론가들(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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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ical theorists)”은

대부분의 조직들은 그들이 출범하게 된 환경에 맞도록

태어난다. 그리고 환경이 변화할 때 그들은 쇠퇴하거나 다른 것에 의해 대체된다. 이것이 회사의 “라이프사이클(life cycle)”(Adizes 1988)이다. 여기 에는 운 좋은 예외가 있는데, 조직이 아주 커서 잠재적인 도전자를 구입 하거나 획득해서 자신의 일부로 통합하거나 옛날의 부서들을 폐기할 수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생태주의자들은 조직의 변형능력에 대 해 회의적이다.

이론가들은 조직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의 재정의를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외양적으로 정당성을 가지는 환경 속에 자신을 내재화시킴 으로써 적응하기 때문에 생존·지속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기술 채 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국제방송 기관들이 임무를 보다 잘 수행하기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 때 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이론은 또한 관료조직들이 자신의 규범을 높이 떠받들면서 서로 동질성을 띠려는 경향을 가진다는 점을 보여준다(Meyer and Rowan 1977 ; DiMaggio and Powell 1983).

이론가들은 조직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의 재정

의를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외양적으로 정당성을 가지는 환경 속에 자 신을 내재화시킴으로써 적응하기 때문에 생존·지속하게 된다고 주장한 다. 기술 채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국제방송 기 관들이 임무를 보다 잘 수행하기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 때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적응 패턴(예를 들자면 웹사이트의 개발이나 웹캐 스팅의 도입과 같이)은 방송사 감독자들의 기대를 반영한다. 미국의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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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방송위원회(BBG)와 의회가 감독기관인데, 감독 기준은 정치적이고 단기 적인 것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방송을 송출하거나 수용하는 사 회의 필요를 전반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 미국의 국제방송 기관들을 고려할 때 우리는 위와 관련은 있지만 약 간 더 온건한 입장을 취한다. 즉 우리는 임무가 강화되고 명료하게 인식 되지 않는 한 그들의 구조는 변형을 억제할 것이라고 본다. 이것은 구조 적인 문제가 조직들의 적응을 낮은 수준으로 제한할 것이며, 어떤 경영 상의 위기도 국제방송국들이 기존의 패턴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오 도록 충분히 고무시키지 못했다는 우리의 견해와 대체로 일치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신뢰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국제방송국들의 거 버넌스 구조를 비교하는 방식에 대해 보다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할 것이 다. 이러한 점차 커져가는 지식과 관심만이 기술적인 개선이 언제 근본 적인 변형의 필요성으로부터 정책적인 관심을 돌리거나 변형에 대한 충 동을 저해하는 단순히 증상을 감추는 약에 불과하게 될 것인지 알 수 있게 할 것이다.

적응과 변형

모든 국제방송 기관은 각자의 적응과 변형의 사례를 보여준다. 각 방송사는 그들 고유의 구조와 역사, 그리고 정치적 상위 기관들과의 관 계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제도적 관점에서 볼 때 각 국제방송사가 기 술적 가능성을 평가하고 전략적인 목표를 더 많이 달성할 수 있는 조직 으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채택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 에 있어서 방송사 간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는 기술과 목표의

8장_신기술과 국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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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분명하게 초점을 맞추지 못하게 하는 구조적 장애물을 “기능장 애(dysfunction)”라고 부른다. 충분히 합의가 된 상대적으로 분명한 목표 를 갖는 강력한 업무집행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것은 국제방송국이 실제 로 기능하는 환경을 포함하는 안정적인 틀의 일부이다. 예를 들어 BBC World Service는 BBC 방송사 자체와의 커다란 시너지 효과는 물론이고 큰 성공을 거둔 bbc.co.uk 뉴스 포탈을 사용하는 능력이라는 이점을 가 지고 있었다. 이는 신기술 자체일 뿐만 아니라 BBC 월드서비스에 새로운 전략을 제공하는 교차 프로모션과 브랜딩이란 부가적인 기회를 부여하 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를 위한 환경에 대한 다소 자명한 두 번째 논점은 문제를 복잡 하게 만든다. 국제 방송국 내에서의 조정은 분명히 기술적 가능성, 내부 적 예산상 우선순위, 그 지정학적 변화의 함수이다. 그러나 기술적 변화 는 수단에 대해 새롭게 변형된 사고방식을 가져온다. 특히 인터넷과 같 은 최근의 기술적 발전의 흐름은 청취자나 시청자와 제작자 사이의 관계 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미 우리가 지적한 바와 같이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이나 독자 참여, 그리고 훨씬 더 효과적인 통제가 프로그래밍에 접

근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국제방송이 청취자에게 전달할 메시지 에 대한 완벽한 통제력을 가지려는 강력한 위계적 전통을 고려하면 이런 문화적 변화는 엄청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상이한 국제방송들은 신기 술에의 적응력이라는 면에서 또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BBC World Service는 과거의 기술을 새로운 환경 속으로 가져오면서, 상호작용적인 관행을 대폭 증대시키고 독자들을 지속적이고 의미 있게 내용에 기여하 도록 참여시킨 것처럼 보인다. BBC의 경험을 더욱 발전시켜 World Service는 “Have Your Say(자신의 의견을 말하세요)”라는 프로그램과 웹 사이 트를 시작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주요 이슈에 대해 전 세계 청취자를 서 로 연결시켜 즉각적인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한 편집자에 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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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우리의 프로그램은 독자들의 것이다. 그들이 우리나 자신들의 블로 그에 올리는 코멘트나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아젠다를 정한다. 이것이 중요한 기본적인 원칙이다. 우리는 그들이 회사와 직접 상호작용하기 원 하지 않고, 그들끼리 상호 교류하기를 원한다고 믿으며, World Service의 Have Your Say 프로그램은 단지 그들이 상호 작용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일상적인 포럼을 제공할 뿐이다”(BBC World Service.com n.d.). 캐나다 국제방송국의 급격한 서비스 축소와 목표 전환은 새로운 미 디어 환경 속에서 신기술의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예이다. 이 사례에서 캐나다 국제라디오(Radio Canada International, RCI)는 상당한 규 모 감축과 목적의 전환을 경험했다. 2006년 이후 RCI는 신기술을 사용 한 기능 면에서의 완전한 변신을 꾀하면서 최근 캐나다로 들어오는 이민 자들을 위한 정보 서비스 목적에서 인터넷에서 RCI Viva를 운영하고 있 다. 1990년대 후반 캐나다 방송공사(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 CBC) 는 캐나다 국제방송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했는데, 그 이후 생긴 첫 번 째 변화는 방송의 목적이 세계적으로 캐나다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기여 하고 증진하는 것으로 전환된 것이었다. 시장이 변화시킨 기술적 틀과 자금원 간 상호작용의 결과 현재 독일의 도이체 벨레(Germany’ s Deutsche Welle)는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1994년도 말, 도이체 벨레는

World Wide Web 부분에서 독일 공영방송사들 사이에서 혁신자였으며, 이것이 발전하여 현재 매일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뉴스 를 주요 언어들(아랍어, 중국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브라질을 위한 포르투갈어, 페르시아어, 러시아어)로 제공하는 사이트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도이체 벨

레(Deutsche Welle) 라디오는 23개의 언어로 뉴스와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 다.5 ) 미국의 소리(VOA)는 1990년대 중반에 이런 변화를 예상하고, 인터 넷, 스트리밍 오디오(streaming audio), 전화 참여 프로그램(call-in programs), 일부 다이렉트 TV의 활용 등과 같은 혁신적인 접근법을 실험했다.

8장_신기술과 국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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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알후라 방송(America’ s Alhurra)는 신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으 로 청중을 끌어들이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콘텐츠에 관해서는 전통적인 접근법을 반영했다. 반면에 사와 라디오(Radio Sawa, 역주 : 미 정부의 자금지 원을 받고 있는 아랍어 라디오 방송사)는

전통적 기술인 라디오를 채택했지만

콘텐츠는 바꿨다. 우리가 사용한 어휘를 따른다면 알후라 방송은 적응 한 것이고 사와 라디오는 잠재적으로 변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차이는 각 방식들의 장점을 반영한 결과라기보다는 관련 국제방송사들 이 취한 제도적인 조치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놀랄 것도 없 이 사와 라디오는 기존의 국제방송 기준에서 볼 때 알후라 방송보다 훨 씬 더 많은 비판의 대상이다. 그러나 알후라 방송의 영향력에 대해 통계 적으로 유효한 연구들이 아직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알후라 방송은 혁 신적인 장신구를 갖춘 실패한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윌리암 러 프 교수(Professor William Rugh)의 다음과 같은 언급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 다. 아랍 사람들로부터 내가 들은 일상적인 반응은 알후라 방송이 중동 지역에서 뉴스를 집합하는(newsgathering) 기관으로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실망이다. 아랍의 평범한 독자들은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하고 알후라 방송이 미국 정부의 텔레비전 채널이기 때문에 동 방송이 이 라크 내에서 일어나는 뉴스에 최고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좋 은 위치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 았다. 이런 경쟁적인 시장에서 알후라 방송의 잠재적 우위는 상실되 었다(U.S. Senate Committee on Foreign Relations, 2004).

알후라 방송은 거의 모든 점에서 비판받아 왔으며, 시기상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방송에 대해 시청자를 조금도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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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이 내려지곤 했다.6 ) 반면 사와 라디오는 많은 시장에서 놀라울 정도 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비록 이 수치는 방법론적인 이유로 이의가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사와 라디오는 일반적인 국제방송의 편성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인기 있는 음악들을 주로 편성해 넣고 뉴 스의 양은 상대적으로 줄였다. 하지만 겉으로는 인구 대비 전보다 많은 시청자 층을 확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자신이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미국 국 제방송국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방식에 대한 중요한 위협이었다. 즉 젊은 시청자를 겨냥한 대중음악은 해외방송에 있어서 과거에는 매우 성 공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더 중요한 것은 뉴스라는 도전이 제기되 었다. 사와 라디오가 매 시간 음악만으로 이루어진 형식(잠깐씩의 뉴스를 제외하고)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은 과거 정보 제공을 중시하는 임

무의 관점에서 볼 때 거의 이단적으로 보였다. 이런 시도들의 결과는 아 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사례연구 : 방송위원회와 미국의 소리

전통적인 국제방송국들(청중들을 보다 많이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든 기관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기관들)은

신기술 사용이나 과거 기술 재적

응과 관련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각각의 고유한 제도적인 환경을 가지 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분한 수의 국제방송국들을 비교하여 제도적 맥락 의 중요 요소들에 대한 신빙성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은 이글에서 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예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할 것인가를 보여줄 수는 있다. 우리는 변화의 맥락을 보여줄 수 있는 사

8장_신기술과 국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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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로 미국 방송위원회(Broadcasting Board of Governors : BBG)와 그 산하에 있는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 VOA)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 이유 는 자료의 접근성과 이 사례가 구조(미국 내 국제방송의 제도적 구성은 기관 자 체의 특수한 구조, 의회, 방송위원회, 그리고 기타 기관들이 내린 정의와 밀접하게 연 결되어 있다)와 변화능력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 기관들의 강령과 정기적인 평가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제도적인 적응과정을 살펴보는 중요한 창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리고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방송위원회, 회계감사원(General Accounting Office, GAO), 감찰국(Office of the Inspector General, OIG), 의회 및 평론가들을 포함

하는 여러 기관들이 작성한 문서들을 방송위원회와 미국의 소리(VOA)가 적응과 변형이라는 이슈를 어떻게 다루는지 평가하는 지표로서 검토하 고자 한다. 이 문서들은 국제방송의 미래와 새로운 기술과의 관계에 대 한 꾸며지지 않은 서면담화(nonchoreographed paper discourse)의 일부이다. 이런 종류의 공식적 담화는 대개 암호화되어 충분히 명시적이지 않으며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문서들을 살펴보면 방향과 계획과 관련해 해결되지 않은 갈등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초기 이상으 로부터의 이탈이나 현재의 실적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불만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분석을 통해 밝혀진 모순이 어떻게 새로운 기술의 배치와 이로 인한 유용한 조직상의 변화를 저해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이런 분석의 출발점은 방송이사회가 발표한 2002-2007 전략기획문 서 “임무와 시장 결합시키기(Marrying the Mission to the Market)”이다(방송이사 회 2002). 다음은 기술된 전략적 목표 및 목적들이다. 21세기 방송체계(broadcasting architecture)의 설계

•전세계적 미국 국제방송 시스템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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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방송위원회 조직 구조 재편성

현대화된 커뮤니케이션 기법 및 기술의 도입

•TV 및 인터넷을 더욱 활용하는 혼합형 멀티미디어 개발의 가속화 •현대적인 라디오 프로그램 형식의 원칙과 실행의 채택 •청취자가 사용하는 배급 채널의 통제 •연구를 통한 혁신과 퍼포먼스의 향상

세계에 “미국의 이야기 전하기(telling America’s story)”의 재활성화

•자유로운 언론 및 살아 있는 민주주의 모델 되기 • 연구를 통해 개별 청중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으로 입증된 미국의 특성에의 집중 •현지 및 지역의 관심사와 관련이 있는 논설의 전달 • 청중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포맷, 프레젠테이션 기법, 방송 태도의 활용 • 대통령 연설 및 기타 중요 문건에 대한 준비된 참고자료로서 인터넷 의 상호작용 활용 극대화

위의 목표에 언급되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문제로는 무엇이 임무이고, 무엇이 시장이며, 임무와 시장의 결합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 는 것인지 등이 있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정치적 문건으로 실제적 행동 지침으로 분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략적 목표들은 우선순 위를 정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상호 모순적인 압력을 보여주는 척도이 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 임무인가? 혹은 미국의 외 교정책을 후원하는 BBG를 도와 세계에 미국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인 가? 또는 미국에 대한 태도나 의견을 변화시키려는 공공외교 노력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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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전략을 형성하는 것인가? 이런 목표들의 양립가능성이나 불가능 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거나 혹은 국제방송국들이 서로 모순되는 수요 에 직면하게 될 때 어떤 일이 생겨나는가? BBG는 “BBG가 직면하고 있 는 도전은 세계적으로 복잡하고 경쟁적인 미디어 환경 속에서 뉴스와 함 께 미국의 문화에 대한 관점, 그리고 미국 정부의 입장이나 정책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보다 많은 청중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라고 인정하고 있다(BBG 2002, 34).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의견일치 없이는 기 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애매모호해진다. 이와 같은 문제는 BBG의 전략에 대한 GAO의 평가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임무와 시장 결합시키기”는 … 현대적인 방송기법을 적용하고 중동 과 같은 최우선 방송시장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광범위한 청중에게 다가갈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장기적인 전략목표나 청취자 규모의 증가라는 BBG의 성공 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로서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목표를 결여하고 있다. 게다가 계획의 전략적 목표를 지지하는 측정 가능한 프로그램 목표나 미국에 대한 청취자의 견해를 바꾸는 것과 관련된 BBG의 성 취도를 평가할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GAO 2004, 3).

BBG가 직면한 문제에는 유행에 뒤떨어진 프로그램 및 낮은 신호의 질, 7개의 방송기관, 연방정부 그리고 예산지원 기관들이 혼합되어 있는 복잡한 구조임에도 파트타임 이사회에 의해 관리되는 조직상의 부적절 성 문제, 97개 언어로 전 세계 125개가 넘는 방송시장에 서비스를 제공 하는 자원집약적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GAO 2004, 4). 첫 번째 목표와 관련하여 “전 세계적 미국 국제방송 시스템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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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이라는 과제는 기술의 사용을 통해 사고의 문을 여는 것처럼 들린다. 이 문서에는 어떻게 방송기관들의 모임이 하나의 시스템이 될 것이며, 이 과 정에서 기술이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유럽방송(RFE/RL)이 특정 시장에서 서로 중복되 고 공존함으로써 잠재적인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통합해서 하나의 방송으로 묶겠다는 약속은 그들 을 분리시킨 치열한 정치적 현실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한 BBG의 재편 이 어떻게 오래된 정치적 혹은 선거구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장 벽을 완화시키거나 협상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이러한 제약들을 고려하여 이 문서는 “모든 조정이 현재의 관행 위에서 이루어 질 것이므로 변화의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다”고 말 하고 있다. VOA와 같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방송 사와 RFE/RL와 같이 무상자금을 수수하는 기관들 사이에 통합이나 한 쪽 모델의 폐기와 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 에서 이와 같은 의견은 내부적인 평화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는 급격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의회의 자금제공자들을 차단한다. 그러나 변형에 대 한 충동을 보상하기보다는 표면적인 적응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조직 내 에서 실질적으로 작용한다. 다음 목표인 “현대화된 커뮤니케이션 기법 및 기술의 도입”은 바로 신기술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이지만, 어떻게 새로운 기법이 과거의 기술과 통합되고 균형을 맞추게 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하 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누락은 점증하는 예산의 압력과 전략적 우선순 위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특히 중요한 문제이다. BBG는 “어떤 언어 의 방송에서는 TV와 인터넷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 는 동시에 “라디오가 우리 커뮤니케이션의 중추로 남아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BBG, 2002). 이와 같은 발견은 새로운 기술이 효과적일 것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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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 하에 영어로 된 라디오 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을 부분적으로 정당 화했다. 웹사이트와 관련해 BBG는 “우리는 모든 언어로 고품질의 뉴스를 지 향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오점 투성이의 성과를 거두었다. 일부는 진짜로 뛰어나지만 다른 것들의 내용은 보잘 것 없고, 시각적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요점은 우리가 모든 기 관이 세계적 수준의 인터넷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라고 언급했다(BBG 2002, 37). 그러나 이런 보장에 대한 약속이 슬로건 이 상의 의미를 갖는가? 세계 최상급의 인터넷 기반은 BBC.com이나 CNN. com과 같은 공공 방송사와 개인 방송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경 우에는 국제방송국들의 개별적인 브랜드 구축 전략이 글로벌 차원의 성 공을 거두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세계 최상급의 인터넷 기반은 BBC.com이나 CNN.com과 같은 공 공 방송사와 개인 방송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국제 방송국들의 개별적인 브랜드 구축 전략이 글로벌 차원의 성공을 거 두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비록 기법을 현대화하고 신기술을 포용한다는 목표가 청중에 대한 조사를 방송 생명의 피로서 정의하지만 BBG의 실적을 평가하는 척도들 은 위장적인 기술적 적응을 함께 증진시킨다. BBG가 전략적 비전에 대 해 무수히 강조하지만 최근까지 BBG는 이중 계산되지 않은 청중 일인 당 비용이란 단일한 실적 측정수단에만 최근까지 집착했다. BBG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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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을 장기적인 척도로서 활용하며, 이를 통해 청중 일인당 비용을 줄 이는 것을 연간목표로 제시했다. 그리고 2009년까지 비용은 몇 페니라도 감축되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렇게 우선순위가 “최소 단위비용”에 있었기 때문에 조직의 전략이 나 운영이 낡아빠진 산업관리 모델에 근거하게 되었다. 이 모델에 의하면 정보 흐름의 창출이나 다양한 방송기술을 통해 전달되는 프로그램들이 오로지 일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청중들을 대상으로 한다. 다시 말해 청중의 규모가 라디오, TV, 인터넷 등과 같은 수신기술에 의거해서 인식 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멀티미디어를 통해 정보와 상호작용하게 되는 역 동적인 미디어 환경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 실제로 생생한 스토리를 찾 아 TV와 인터넷으로 교체한 라디오 청취자는 정보에 접속하고 이를 온 라인상이나 이동전화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으며, 또한 라디오만 시청하는 청취자들에게 말로써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 의 활용을 촉진하는 요소로서 라디오나 TV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데 있 어서 이와 같이 고도의 미디어 활용 행위를 창출하는 것은 고려되지 않 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예를 들어 인터넷을 활용하는 VOA 시청자 나 청취자들 대부분은 먼저 TV나 라디오를 통해 시스템에 접근하기 때 문에, 그들이 중복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 인터넷 사용자의 청중으로 서의 자격은 적어도 일부의 계산방식에 의하여 고려된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그 의미가 없게 된다. 이는 BBG 방송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기술을 비록 초보적이지만 매우 눈에 띄는 방식으로 도입하도록 유도했는데, 요 체는 라디오, TV, 인터넷과 같은 배포기술은 각기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청중들에게만 매치되도록 하는 것이다.7 ) 이런 이슈들의 저변에 있으면서 BBG가 자신의 임무를 정의하거나 변형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이 바로 구조의 문제들이다. 아이러니하게 도 미국에서 국제방송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된 요소들이 오히려 전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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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행동하는 능력의 약화를 가져왔다. BBG에 의하면 “전문적인 독립 성과 BBG가 관장하는 방송국들의 고결함을 지켜주도록”, 즉 뉴스 생산 과 외부 간섭 사이에 전통적인 방화벽을 유지하도록 디자인되었다. 그러 나 임명과정의 성격으로 인해 완충장치 자체가 정치적인 개입의 통로가 되었다. 방화벽에 관한 질문은 BBG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의 근본적인 목적 과 연관되어 있다. 자신의 목표에 대한 정의나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 한 수단을 고려하는 의회의 관심이나 열정은 줄지 않았으며, 개입의 정 도는 전략적 차원을 넘어선다. 9/11 사태 직후 미 의회의 개별 의원들이 어떤 목소리나 소스가 VOA 뉴스캐스트에서 방송될 수 있는가 제한하는 (예를 들어 탈레반 대변인과 같이)

것이 거의 용인될 정도가 되었으며, 워싱턴

의 분위기는 편집자가 뉴스의 객관성이란 이상에 근접할 만한 것을 결정 하는 데 있어서 자체 검토와 검열을 강화하도록 이끌었다.8 ) 방화벽에 상 당한 균열이 생겨난 2002년 무렵에 대통령은 BBG 위원장으로 케네스 톰 린슨(Kenneth Tomlinson)을 임명했다. 그는 기관들이 행정부에게 유리하게 해석된 “정확성과 객관성” 보장에 믿을 만한 인물로 예상되었다. 국무부 와 국방부는 직접적으로나 BBG를 통해 모종의 역할을 했으며, 이로 인 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러한 조직 패권이 방송국에 대한 관리능력의 약화를 가져왔다. BBG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거버넌스 모델이다. 위원회의 구성원은 항 상 두 개의 주요 정당 사이에 균등하게 배분되어(실제로는 한 자리가 직권상 으로 국무장관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집권당이 한 자리를 더 갖는다)

방송위원회가

전략적 비전을 공포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에 합의하기는 어렵다. 이런 구조적인 복잡성은 BBG가 매우 제한된 점에서만 합의를 성취할 수 있다 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조직 이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중복되지 않 은 사용자 일인당 비용’으로 책임성을 측정하는 것과 같이 매우 적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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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공공외교


의 합의된 사항이 과도한 힘을 발휘하게 만든다. BBG의 경우에 기술적 변화에 대한 구조적 장애는 언스트 앤 영 (Ernst & Young)이

작성한 2004 보고서가 제기한 비판에 제대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사실에서 드러난다. 이 보고서의 제안에 대한 대답으 로서 BBG는 IBB의 엔지니어링 및 기술 서비스실(Office of Engineering and Technical Services, OETS)의 기술적 기능을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2006년 10월의 OIG 보고서(OIG 2006)는 그러한 강화 노력은 표면적으로나 운영 차원에서는 성과가 있었지만 “BBG의 기술적 초점을 강화에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OIG 2006 12). 그리고 BBG는 “인터넷 기술 및 텔레비전” 측면에서 여전히 뒤처진 것으로 발견되었다 (OIG 2006, 6).

감찰국(OIG)은 OETS가 BBG의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재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와 같은 재원의 부족은 BBG 내부에서 뉴스 미디어로서 인터넷이 가지는 부수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다. VOA와 인터넷 서비스(IBB 의 OETS에 의한) 사이의 철학적인 난국에 더해서 인터넷에 대한 강 조의 부재는 BBG가 여타의 주요 뉴스 매체들과 청중을 차지하기 위 한 경쟁에서 생존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BBG의 이사와 간부들 은 IT를 BBG의 기초로 간주하고 인터넷을 BBG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 봐야 할 것이다(OIG 2006, 32).

또한 BBG의 조직적 성과와 전략을 평가하는 내·외부 기관 사이의 지속적인 대화의 결과 표면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과업 자체에 내재 된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반적인 구조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 한 채 남아 있다(Hope and Hope 1997). BBG의 복잡한 구조는 1999년 미국 해외공보처가 폐지될 당시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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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적 현실에 대한 반응이었지만, 조화의 측면이나 현재의 필요와 연관해 서는 이것이 일관성 있는 기술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 논문이 관리기술에 관한 것은 아니나 현 재 미국 국제방송의 구조에는 기능장애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증거가 분 명하게 존재한다. 미 의회는 방화벽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BBG를 설립했지만 동시에 불도 질렀다. 또한 행정부는 실질적으로 정치적 간섭 을 하면서도 객관성을 강조하는 미사여구를 표방한다. 다수의 방송기관 들의 거버넌스는 현재의 기능적인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역사적인 이 유로 지배되고 있다. 대외적이고 국제적인 효과를 목표로 설계된 프로젝 트들이 이런 시급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내 선거구민들 의 필요에 부응하도록 관리되고 있다. 부즈・앨런 앤드 해밀터 컨설팅사(Booz Allen Hamilton 2006)는 BBG에 제출한 자문보고서에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현재의 IBB/VOA 구조는 기능이 난로의 연통과 같이 연결되어 있으 며, 긴밀하게 연관된 기술들이 실제로 별개의 보고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관리자들은 종종 운영상의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이것이 가 져올 전방위적인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다. 공식적인 관리층이 여럿 있기 때문에 결정이 지체되고, 따라서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공식적 인 의사결정 라인을 우회하는 관행을 만들어냈다. 불분명한 관리 역 할과 권한 부여에 더해 표준화되지 않은 운영절차는 업무 수행에 있 어 부가적인 노력, 협상, 갈등을 초래한다. 우리는 현재의 조직적 구조 가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 VOA는 자신의 재원이나 전송체계가 실질적으로 별개의 관리 체인 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결정을 실제로 구현할 능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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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석에는 일종의 비극이 존재한다. 세상 어디나 조직들은 라 이프 사이클을 갖기 때문에 전성기와 쇠퇴기가 있다. 이런 기관들에 대 한 생태학적인 인식이 지적하듯이 특정 주기의 여세를 거역하는 것은 매 우 힘들다. 저항과 재활성화 과정은 BBG의 일부 기관들이 보여주는 것 보다 훨씬 더 분명한 비전과 더욱 명확한 조직 및 관리의식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본 사례연구에서 무엇을 배우고 또 무엇을 더 알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우리는 개별 방송기관이 처한 조직적 환 경은 상당 부분 특정 나라가 처한 상황에 달려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BBG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 또한 여러 가지 일련의 사건들이 작용한 결 과이다. 여기에는 미 공보처의 폐지, 국제방송의 기능에 있어서 무관심 과 극도의 관심이라는 대조적인 리듬, 9/11 사태 이후의 세계가 부과하 는 극도의 압력, 의회와 국무부 그리고 국방부가 수행하는 특정한 역할( 이런 것은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등이 포함될 것이다. 이

런 맥락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기술적 적응에 대한 선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BBG라는 렌즈만을 통해서 보는 것은 충분치 않다. 단순히 BBG는 어떻게 대응하였는가를 묻는 것이라면 우리의 사례 연구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정부 일반이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지 묻 는 것이라면 우리는 보다 광범위한 행태들에 대해 분석해야 할 것이다. 시스템 운영자로서 BBG는 부속기관들 사이의 균형을 변화시키기 위해 서는 물론이고 특정 기관이 작동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 해서도 기술적 선택을 활용한다. 그리고 보다 높은 차원에서 의회와 백 악관은 새로운 기술이 BBG 밖의 기관에 대한 투자(예를 들어 인터넷을 무료 화하기 위해 미디어에 대한 지원을 증액하거나 위성 뉴스 및 정치분야에의 새로운 민 간 참여자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등)를

필요로 한다는 것과 같은 결정을 내

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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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국제방송사, 충성도 시장

국제방송의 핵심은 다양한 충성도 시장(market for loyalties)에서 국가 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것이며, 대상을 확대해서 국가 이외의 기 관들을 포함할 수 있다. 지식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주요한 국제 행위 자들은 장·단기적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세계 의 사람들이 무엇을 알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갖 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거대한 대중들의 충성심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하 는 강대국들은 종종 정치체제를 지지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는 특정한 시 각의 위력을 유지하기 위해 법, 기술, 힘, 보조금 등을 활용한다. 그리고 정보의 힘을 이용한다. 본 연구의 핵심 주제는 왜 정부가 대상 사회에서 정보를 변화시키기 위해 개입하는가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방송 은 시장 내에서 말과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는 카르텔을 해체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정부가 (독점적이지는 않음) 행하는 일련의 대외적인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외부 기관이 이러한 카르텔을 해체하고 문화적으로나 정치적 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대안적인 시각에서 만들어진 정보를 제공하는 이 유는 이타적인 측면과 국익이란 측면 두 가지이며, 항상은 아니지만 때 로는 양자가 함께 작용한다. 기술은 진입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나 기법을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국제방송국들과 이들 간의 경쟁이 얼 마나 효과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에 적응하거나 채택하는가, 그들 이 현존하는 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신축 성을 갖는가 하는 문제가 그들이 특정 대상 국가에서 정보의 흐름을 제 약하는 구체적인 요소들이 제시하는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 가를 결정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de Sola Pool에 의하면 자유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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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대상 국가에서 가용 정보의 범위와 성격 및 내용을 형성하고 한계를 긋는 정부의 노력에 대항하여 개인에게 정보 수용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다.

국제방송국들과 이들 간의 경쟁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새로운 기술 의 가능성에 적응하거나 채택하는가, 그들이 현존하는 기술을 어떻 게 잘 활용하는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신축성을 갖는가 하는 문 제가 그들이 특정 대상 국가에서 정보의 흐름을 제약하는 구제적인 요소들이 제시하는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가를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정치적 장애물의 존재가 어떻게 혁신을 위한 압력을 만 들어내는지 보여준 바 있다. 또한 혁신에 대한 압력이 최신 유행하는 기 술만이 아닌 노후된 재활용 기술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오디오 카세트 는 혁명 이전의 이란에서 정부의 제한을 무력화시켰던 정부 전복적인 기 술이었다. 단파방송도 자신의 역할을 해왔고, 억압적인 정권이 다시 생겨 남에 따라 이와 같은 역할을 재차 담당할 수도 있다. 혹은 다른 예로서 알자지라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전파하는 데 부과된 공식·비공식의 장 벽 때문에 다른 방송들과 비교해서 비디오 스트리밍과 인터넷 웹사이트 사용에 있어서 더욱 생산적이고 혁신적이다. 위성이 넘쳐나고 이로 인해 가정으로 직접 전송되는 위성방송이나 위성/케이블 방송의 비용이나 기 술적 장벽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국가는 해외로 이주한 자국민들을 설 득하기 위한 국영방송을 설립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환경이 변했다.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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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공급은 지정학적인 맥락의 변화가 이미 촉발한 수요를 발전시켰다. 현 재 반란군, 게릴라, 시민사회 및 국영 사이트들의 터전인 인터넷은 접근 기회와 수요 사이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혁신의 동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혁신 을 위한 조직적 맥락도 동등하게 중요하다. 알자지라는 조직적 구조, 재 정 지원의 안전성, 권한 체계, 목적의 분명성 때문에 새로운 분야의 개척 자로서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BBC World Service는 BBC 자체의 역 사적 역할과 재정적 기반이란 측면에서 타고난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샤르뎅(Pierre de Chardin)의 연구에 기초해서 아퀼라와 론펠트(Arquilla and Ronfeldt 1999)는

“기술적인 차원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관념적이고 조직적

인 차원을 강조하는” 점차 확장되고 있는 영역을 묘사하기 위해 “누스피 어”(noosphere, 혹은 인지권)란 개념을 사용한 바 있다. 누스피어는 “분석가 와 전략가들이 인터넷 호스트, 웹사이트, 보율(baud rate)보다 생각, 가치, 규범의 역할이란 측면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든다. 즉 정보처리 과정 이 아니라 구조적 정보라는 측면에 더 집중하도록 이끈다.” 국제방송의 성과는 의심할 여지없이 외교정책의 복잡성과 그 지정학 적 환경과의 관계와 연관이 있다. 그러나 또한 우리가 지금까지 보여주고 자 했던 것처럼 척박한 생태계에서의 작동에서 제도와 기구로서 국제방 송사들의 구조에 대한 함수이다. 궁극적으로 이 글은 국제방송 및 새로 운 기술에 대한 특정의 태도를 처방하려는 것보다는 정책결정자나 의원 들이 직면하는 딜레마를 그려내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조직들에 영 향을 미치는 도전들이 어떻게 국제방송이란 구조 내에서 운영되는 기관 들에게 구체적인 반향을 일으켰는지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우리는 특 정 방송국들과 국제방송의 전반적인 임무에 대한 담론을 이런 제도적 제 약 속에 위치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그들이 새로운 기술의 활용을 통해 스스로 적응하거나 변화하고자 할 때 제도적 제약이 어떤 영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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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우리는 기술의 개선이 비록 국제방송국들의 변화를 평가하는 좋은 출발점이긴 하지만 개선의 그릇된 척도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공공외교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인 자기검증 을 통한 변화로부터 지속적으로 멀어지는 수단도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자 했다. 본 논문은 기술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임무, 전략, 조직의 라이 프 사이클에 대한 질문으로 마쳤다. 구조라는 이슈는 기술과 기술의 사 용이 너무도 빨리 변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오늘날 새로운 기회를 제공 하는 것은 케이블과 위성뿐만이 아니다. 그리고 국제방송국들에게 문제 를 제기하는 것은 인터넷과 그 사용, 제약요인들만이 아니다. 이에 더해 서 마이스페이스와 세컨드 라이프 같은 새로운 세상이 있고, 독특하고 과장되었으며 예측불가능한 커뮤니케이션 지평에 어떤 새로운 것이 등장 할지 모른다. 가능성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유연하고 역동적인 조직적 접근법(organizational approach)이 필요하다. 우리가 정보를 추적하고, 만들 고, 배포하고, 수용하며, 정보와 상호작용하는 양식에 있어서의 변화를 목도함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다. 변화는 기 술적 진보의 이익에 피상적으로 적응하는 것보다는 임무에 대한 인식과 성취에 더 역점을 두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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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공외교와 국제방송을 연계시키는 것에 대한 반대가 있다. 국제방송사 중 “Journalistic purists(순수언론주의자들)”은 도구적인 목적이나 정치적인 지시가 가능하면 적은 환경에서 객관적인 보도를 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이와 같은 것이 어려움을 초래하는 구조적인 모호성의 하나이다. 2. 이와 대조적으로 공공외교 담당 차관 캐런 휴스(Karen Hughes)의 성명은 2006년 CFR 보고서에 포함된 낮은 기대치를 보이는 의견을 포함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언 급했다. 기술은 아마도 가장 큰 도전 중의 하나일 것이며, 이런 점에서 우리는 가야할 길이 멀다. 정부는 트렌드 리더가 되려고 하지 않으며, 오히려 트렌드에 뒤처 지려는 경향을 가진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 측면에서 보다 나아져야 하며, 그 렇게 되기 위해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본인이 국제정보프로그램국(Bureau of International Information Programs)이 담당하도록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메 시지 또는 텍스트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그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MP3 플레 이어 같은 것들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두 개의 신형 웹 기반 프로그램들을 보유하여 이를 통해 인터넷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 용하고자 한다(Hughe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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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언급을 통해 일련의 정책들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지만 이것은 변 화에 대한 조직적 정당화에 적응하기 꺼려하는 사례이다.

3. 물론 급진적인 변화가 항상 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며, 이와 관 련해서 주의가 요구된다. 윌리엄 러프(William Rugh) 교수는 중동지방을 위한 신규 국 제방송 위성 서비스 도입에 대한 언급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미국과 아랍의 인식 면에서 커다란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 무엇인가 시급하게 필요하다. 우리는 심각한 아이디어의 전쟁 중에 있다. … TV 방송에 사용되는 자금을 여타 절실하게 필요한 공공외교 프로그램에 쓰는 것이 비용 면에서 보 다 효과적일 것이다. 아랍 청취자들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공공외교는 기꺼이 들으려 하고 또 미국과 미국의 정책에 대해 설명하려 하는 미국인들에 의한 대 화를 포함한다. 자신의 TV 채널을 관리하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아랍 채널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이며, 아랍 미디어를 통해 미국과 미국의 정책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아랍어 가 가능한 전문성 있는 관료들을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9/11 테러리스트들은 비행기를 사용해서 우리 국민들을 죽였다. 우리는 아랍 미디어를 활용해서 아 랍 청중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도 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U.S. Senate Committee on Foreign Relations 2004).

4. 다른 연구들은 문화와 집단 정체성의 변화를 통해 적응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종 종 기든스(Giddens)의 구조화 접근법(structuration approaches)이 활용되기도 하는 데, 상이한 방사선과에서의 CT 스캐너 도입에 대한 스테펀 발리(Stephen Barley 1986) 의 연구가 그 예이다. 요컨대 발리는 다른 조직문화나 구조로 인해 스캐너의 도입이 방 사선과 의사와 기술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끼친 영향도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어떤 과는 보다 합의적이고 협력적으로 된 반면 다른 과는 보다 권한이 집중되고 위계적으 로 변했다. 5. Deutsche Welle의 웹사이트: http://www.dw-world.de/dw/0,2142,7882,00.html. 6. Alhurra의 내용과 시청자 비율에 대한 토론을 분석한 유용한 자료는 다음 웹사이트 를 참조하시오. http://uscpublicdiplomacy.com/index.php/newsroom/worldcast_ detail/051207_the_great_alhurra_deb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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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평가문서들은 기술에 대해 보다 통합된 정책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연구를 중 시하는 보다 광범위하고 의미 있는 측정법을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 나 비중복 청취자 수는 일련의 피상적인 막대 그래프 비율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긴 다. 이것은 방송대상이 되는 사람, 시장, 정치적 조건 등의 맥락에 대한 고려가 없이 비 교되어 감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로서 제공되는 문제를 가진다. 의회 청문회 증언에 따르면, 2006년 8월 미국 회계감사국(GAO)이 작성한 중동지역 방송네트워크(Middle East Broadcasting Networks)에 대한 평가 보고서는 Sawa Radio와 Alhurra TV의 청 취 및 시청률을 측정하기 위해서 사용한 청취자 조사에 방법론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GAO 2007년). 8. 2007년 5월 의회 청문회는 방송위원회가 2006년 12월 Alhurra가 헤즈볼라 리더(Hannan Nasrallah)의 반이스라엘 연설을 방송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청문회에서 민주당 뉴욕 하원의원 게리 액커만(Gary L. Ackerman)은 “왜 미국 납세자들의 돈을 이런 바보들의 증오와 거짓 증오, 거짓, 선전을 전파하는 데 써야 하는가? 우리들의 목 표는 역으로 이런 것들을 타파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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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장 정의할 수 없는 것 도해(mapping)하기 : 국제관계 이론과 교류 프로그램의 연관성에 대한 고찰 자일스 스캇–스미스 Giles Scott‐Smith

이 논문은 정치적 영향력 행사의 수단으로서 교류 프로그램의 중요성과 그 효 과를 다양한 국제관계 이론을 통해 검토하면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살펴보 는 것이다. 공공외교와 국제관계 이론을 연계시킬 수 있는 확연한 가능성이 있 음에도 아직까지 이러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로 커뮤니케이션과 심리학 영역에서 다수의 사회과학적, 행태주의적인 연구가 쏟아져 나오면서 공공외교와 교류의 정치적인 의의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닦 여졌다. 이 논문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발판으로 삼아 이 연구 결과들이 오늘 날에도 타당한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고, 레짐이론(regime theory), 그람시에 근 거한 비판 이론, 구성주의, 지식공동체, 초국가 네트워크와 같은 국제관계 영역 에 대한 성찰 속에서 국제 교류를 생각해 본다. 본 연구는 또한 문화적, 정치적 교류의 형태로서 교류와 국제관계 연구의 대상으로서 교류가 갖는 중요성에 대 해 고찰하면서 결론을 내린다. 핵심어 : 공공외교, 국제관계 이론, 초국가적 네트워크, 여론주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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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정부가 운영하는 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를 국제관계 이론의 관점에서 검토함으로써 이러한 교류가 외교정책 내에서 정치 도 구로서 갖는 가치를 이해하는 방향을 제시하려고 한다. 초점은 주로 미 국의 국무부가 사용하는 전략과 기술에 맞춰져 있으며, 그 중에서도 국 제 방문자 리더십 프로그램(International Visitor Leader Program, IVLP)이 주가 된다. 최근 몇 해 동안 국제관계학과 외교사 영역에서는 국제문제 연구를 위해서 커뮤니케이션, 문화정책, 이데올로기, 심리학과 홍보가 갖는 관련 성에 대해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한 관찰자에 의하면, “국제 관계에 대한 학문은 더 이상 정책에 관한 것이 아니며, 외교사 자체도 국 가 중심의 분석에서 벗어나서 국가와 사람들 간의 비공식적인 사회적· 문화적 교류의 근원을 재조명하려 하고 있다”(Depkat 2004, 176). 외교학에 대한 최근 연구 경향은 국가의 외교정책 기구로부터 외교 와 공공외교의 기능과 목적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측면을 중시하 는 방향으로 초점이 이전되고 있다(Melissen 1999. 2005 ; Riordan 2003). 문화 는 1980년대 후반, 후기실증주의 방법론에 대한 논쟁 이후 국제관계 이 론에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주제이다(Chay 1988 ; Lapid and Kratochwil 1996 ; Verweij, Oros, and Jacquin-Berdal 1998).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가 어

떻게 외교정책 과정에서 국가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외교 수단이 되는가” 에 대한 것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Depkat 2004, 177). 본 논문 의 목적은, 종종 간과되긴 하지만 공공외교에 있어 가장 성공적인 요소 라고 주장할 수 있는 교류 프로그램을 외교사와 국제관계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교류 프로그램인가? 첫째로, 지난 60년간 미국의 외교 담당 공무원들은 IVLP나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그리고 기술적인 원조와 훈련 등 교류활동의 가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해왔으며, 또한 이를 국제 여론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로 보고

9장_정의할 수 없는 것 도해(mapping)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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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특히 미국의 대사들은 IVLP를 이용 가능한 외교 수단 중 가장 유 용한 외교수단으로 꼽았다(Mueller 2006, 63). 동시에 지난 50년간 국무부 나 계약기관이 간헐적으로 실행한 평가연구들은 이러한 활동의 긍정적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일화를 상당히 많이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 의 판단과 자각, 기억 등의 불확실한 요소가 작용하는 이러한 질적 연구 의 유용성과 경험적으로 입증 가능한 연구, 사실, 그리고 증거를 요구하 는 사회과학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교류 프로그램이 가져오는 효과를 국제정치학의 문맥 속에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문제이다. 이 글에서는 1950년대의 선구적인 행태과학 연구를 시작으로 기존 의 연구를 넘어, 교류가 갖는 도구성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국제관계 이론의 도구를 사용하여 이를 평가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 가 있다. 첫째는 교류 프로그램을 활용할 경우 어떤 형태든 정치적인 목 적이 배후에 있다는 점, 둘째는 교류 프로그램은 정치적인 효과를 가지 며, 이것이 비록 단편적이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하나의 일관된 틀 속에서 찾아지고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외교의 정의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몇 가지 공공외교의 정의가 있는데 대부분은 매 우 일반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므로 닉 컬(Nick Cull)은 발간 예 정인 미국 해외공보처(United States Information Agency, USIA)의 역사에 대한 저서에서 옹호(advocacy), 커뮤니케이션, 문화적 관계(cultural relations)와 교 류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제관계를 관리하고 해외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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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정부의 시도를 언급했다. 기퍼드 말론(Gifford Malone 1988, 3-4)과 같은 이들은 정책 지향적인 공보 프로그램의 ‘정치적인 옹호’와 보다 장기적이 고 쌍방향적인 ‘문화적 소통’ 사이의 차이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공공외 교에 대한 정의의 대부분은 매스컴(mass communications)의 사용을 강조 하고 있는데, 그 결과 교류 프로그램을 다루는 별도의 영역이 필요하게 된다.1 ) 국제방문자국가협의회(National Council of International Visitors, NCIV) 의 현직 대표이자 교류방법론에 대한 기민한 분석가인 쉐리 뮐러(Sherry Mueller)는

공공외교에 대해 “특정한 청중이나 일반 대중과의 커뮤니케이

션 채널”을 설립해서 해외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Mueller 1986,3). 이러한 소통 방법은 분명 외교정책의 목적을 달성하 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지만, 외국 국민이 커뮤니케이션 통로의 일부일 경 우에는 결과 평가에 있어서 상당한 세심함이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점 에서 교류의 독특한 내용과 그것이 갖는 정치적 가치가 고려될 필요가 있다. 조지프 나이(Joseph Nye 2004, 16)는 이 주제에 대한 그의 중요한 저서 에서 “모든 파워는 맥락에 달려 있지만, 소프트파워는 하드파워보다 이 를 더욱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의 존재에 의존한다” 고 주장했다. 국무부는 지난 50년간 국제 교류의 목적에 대해 상대적으로 일관적 인 태도를 취해왔다. 이에 대한 입장은 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적인 목표를 제시한 1973년 교육문화공무처(Bureau of Educational and Cultural Affairs)의 개념문서(concept paper)에 제시되어 있다.

“미합중국의 외교정책이 집행되는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 사이에 영향력 있는 통역자 역할을 할 수 있 는 사람들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현재 활동 중이거나 잠재적인 여론 주도층과 정책 결정자들이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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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경험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칠 서로의 사회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심도 있는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 기 위해”(Mueller 1986, 4)

요약하면 교류의 목적은 해당 지역의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 향력 있는 지역 인물들의 묵인을 얻어내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시기에 국무부 교육문화 담당 차관이었던 존 리 차드슨(John Richardson)은 “우리의 장기적인 외교관계에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 선별된 영역에서 특출한 재능과 장래성이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 물들에 초점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Mueller 1986, 5). 이러한 목적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1987년부터 1989년 사이 IVLP에 참여했던 한국 언론인들의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언론인들은 … 뉴스와 정보의 수집, 선택, 이해, 분석, 확산 등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중재자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매스 미디어에서 중요한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방문 효과는 방문자들에게 내재화되 어서 시청자들에게 흘러가는 정보에 영향을 미친다. 그들의 영향력은 외교정책 문제에서 더욱 확연하게 나타나는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 외의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적기 때문이다. 커뮤니케 이션을 조작하지 않더라도, 방문자들의 언론인으로서의 기능을 통해 더 심도깊은 이해라는 프로그램의 목적을 달성한다(Kim 1990, 21920).

이와 관련해서 지금 다루고 있는 교류 활동의 규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점을 이룬 1984년에는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교류 활동에 참여 한 인원이 9만 여명에 이르렀다. 1950년부터 1997년 말까지 IVLP 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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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에 참여한 인원이 총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문가 프로그램(Specialist Program)과 다른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해외에 나간 미국 인을 포함한 숫자이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에는 IVLP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5천 명이 미국을 방문하였다.2 )

정치적 의도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교류 프로그램의 관행을 정당화하는 데는 두 가지 기본적인 근거가 있다. 첫 번째 근거는 “상호 이해”라 불리는 것 의 중요성을 반영한다. 상호 이해란 타인의 관점을 더 깊이 헤아리는 것 이 갈등의 원인을 줄이고 사람들의 상호 의존과 생각, 재화, 서비스의 교 류가 일반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인지하는 데 기여한다 는 생각이다. 상호 이해에 대한 이러한 강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공공 외교는 상호호혜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왔다. 제2차 세계 대 전 이후, (개발 프로그램이나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을 통한) 미국 지 식경제 생산물의 수출은 미국적인 것이 어디에서나 통한다는 전제 하에 진행되었다. 교류 프로그램 또한 이러한 모델 하에서 운영되었는데, 미국 의 기술과 가치를 타 국가에 전달하면 동일한 (미국식의) 이론과 실천체계 를 사용하면서 상호 운용성이 생겨나고, 이를 통해 양측 모두가 이득을 보는 것이 핵심이었다(Gilman 2003 ; Harvey 2005).3 ) 그러므로 “만약에 특정 국가가 자신의 이해관계 및 가치와 일치하는 국제적인 규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국가의 행위는 타 국가의 관점에서 보기에도 정당하게 보 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Nye 2004, 10-11). 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정당화 근거 중 두 번째는 선전과 심리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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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좀 더 현실 지향적인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 이 정의할 수 있다. “대상 청중의 문화-심리적인 요소와 커뮤니케이션 체제 활용을 통해 교류를 후원하는 조직(일반적으로 정부나 정치적인 운동)의 이념적, 정치적·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안된 전략과 전술”(Simpson 1994, 11).

여기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문화-심리적인 요소”에 초점을 두 는 것이 공공외교 활동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보다 교류 프로그램의 기 술을 분석하는데 더 유용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전이라 는 견해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전쟁의 목적을 설명하고 사기를 유지할 필 요에 따라 생겨난 것이며, 전쟁 이후 10여 년간 매스컴에 대해 과학적 연 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졌다(Wolper 2006). 매스미디어가 다수의 청 중에 미칠 수 있는 영향, 특히 정치적 파워를 유지하는 것과 관련한 영향 력이 특별히 강조되었다. 이러한 발전의 선구자 중 하나였던 해롤드 라스 웰(Harold Lasswell)은 그의 저서 『Propaganda Technique in World War』에 서 “각 국가의 시민과 정부가 엄밀하게 말해 타인에게 권한이 있는 일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썼다(Lasswell 1927, 6).

“세계 대중(World Public)”의 도래는 부분적으로 선전 그 자체의

선동적인 의도에서 나온 결과였으며, 이는 국제적인 상호작용의 관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폴 라자스펠드(Paul Lazarsfeld)의 연구와 같이 경험적 연구방법론의 적용은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더욱 발전시켰 다. 『사람들의 선택(The People’ s Choice )』(Lazarsfeld, Berelson, Gaudet 1944)이 라는 저서에서 저자들은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한 사회 내에서 의사결정 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도식화하고 “커뮤니케이션의 2단계 흐름(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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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flow of communication)”

모델을 제안했다. 그들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의견은 특정 사회 내에서 여론 주도자라고 인정되는 영향력 있 는 인사들을 통해 전달되었을 때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Lazarsfeld and Katz 1955도 참조할 것).

그러므로 어떤 정보 캠페인이건 그 핵

심은 대상 지역에서 정보 전송의 주요 통로 역할을 할 여론 주도자를 성 공적으로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의 프로 파간다란 맥락에서 미국의 전쟁 정보국(Office of War Information), 넬슨-록 펠러 미주대륙사무국(Nelson Rockerfeller’ s Office of Inter-American Affairs), 그 리고 국무부 산하 문화관계실(State Department’ s Division of Cultural Relations) 의 심리전 캠페인을 통해 처음 활용되었다(Rowland 1947 ; Maxwell 1971 ; Espinosa 1976 ; Fairbank 1976 ; Winkler 1987 ; Ninkovich 1981).

이 모델들은 전

후 미국의 독일과 일본 점령기(Kellerman 1978 ; Duggan 1988 ; Schumidt 1999) 와 그리고 그 후 1949년과 1950년의 외국 지도자 프로그램(Foreign Leader Program)을 거치면서 그 결실을 맺었다(Ketzel 1955 ; Scott-Smith forthcoming).

여론 주도자 이론은 IVLP와 이와 유사한 여타 교류 프로그램의 실 행의 근거를 제공하는 데 분명한 가치가 있었다. 이는 교류 프로그램이 국외의 지역 커뮤니티나 국가 차원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는 지역 “통역 자”의 참여를 확보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여론 주도자 들은 일종의 증폭효과를 제공할 수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이 속한 특정 한 사회적, 전문적인 네트워크 내에서 미국에 대한 정보와 여론을 걸러 내는 중심점으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상호 이해가 교류 프로그램의 공식적인 목적이라면, 심리전 기술의 적용을 통해 표현되는 교류 프로그램이 가진 분명한 정치적 의도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공공외교의 수행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 고 있다. 트루먼 행정부의 “진실 캠페인(the Campaign of Truth)”과 “심리전 략 위원회(the Psychological Strategy Board)”,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작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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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원회(Operations Coordinating Board)”, 레이건 행정부의 “진실과 민주주 의 프로젝트(Projects Truth and Democracy)”, 조지 부시 행정부의 다양한 국 방부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이다(Middlebrook 1995 ; Osgood 2006 ; Cull forthcoming). 이러한 교류 프로그램의 정치적 의도는 항상 해외에서 미국

이미지를 단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인데,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 외하고는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달성하기는 힘들다.

상호 이해가 교류 프로그램의 공식적인 목적이라면, 심리전 기술의 적용을 통해 표현되는 교류프로그램이 가진 분명한 정치적 의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공공외교의 수행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 나고 있다.

정치적 효과

1950년대, 국무부는 자체 연구와 병행하여 민간 부분에서 사회과학 연구협의회(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 국제여론연구원(International Public Opinion Research),

사회과학연구소(the Bureau of Social Science Research),

국제여론조사연구원(International Research Associates Inc.(INRA))과 같은 기 관과 계약을 맺고 여론 주도자 모델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Simpson 1994 ; Robin 2001).

대부분의 연구는 1947년에 시작되어 점령 독

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실행된 대규모의 재교육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 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성취도에 대한 큰 관심이 있었다(Pilgert 1951).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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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결과와 모든 인간 행태를 결정하는 보편적인 기준을 얻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행태주의 사회과학 연구방법의 적 용은 상당히 큰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한 연구 결과가 인정하듯 “평가 란 미리 정해진 목표에 대비해 성과를 측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도 대부분이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Brewster Smith 1955, 387). 교류 프로 그램의 결과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특정한 목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 하는 것은 그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이 미국에서 겪은 경험으로 인해 그 후에 분명히 정의 내릴 수 있는 어떤 경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 다. 이는 참여자들의 미국에 대한 태도가 개선되고, 그들이 이후 다양한 활동 영역에서 자신의 견해를 타인에게 전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류 프로그램의 참여자를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지 나치게 드러낸 것이기도 하고, 참여자들이 미국에 대한 태도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자기 결정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러한 효과는 측정하기가 어렵다. 정치학자이자 미국 전략정보국(Office of Strategic Services : OSS)

퇴역군인이며 심리전 전문가인 사울 파도버 (Saul Padover)

는 1951년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성공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내리기 어렵다. 우선 교육효과란 일반적 으로 장기적인 것이며 성숙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국무부도 대규모의 인적 교류가 과연 그 자체로 좋은 일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으며, 이를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각 별한 환대를 받는 유럽으로부터 온 백인 학생들의 경우에도 이 나라 [미국]에서의 체류가 그들에게 미치는 전체적인 효과를 어느 누구도 분명하게 확신할 수는 없다(pp.31-32).

그러므로 교류 프로그램의 효과성에 대한 일반적인 가정을 모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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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브루스터 스미스(Brewster Smith 1955, 392)는

“사회과학의 기법을 사용하여 공식적으로 측정하는 것

이 목적에 따라서는 필수적일 수도 있지만 최선의 사례를 정성적(qualitative)으로

종합하는 것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는 결론내릴 수밖에 없었

다. 또 다른 초기의 연구자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 것이 실제로 기대 가능한 최대의 효과일 수도 있으며, 또한 제한적인 잠 재성을 꽤나 성공적으로 현실화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iegel 1953, 327).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류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여론주도자/증

폭자” 이론은 5년여에 걸쳐 INRA가 수행한 심층 평가 연구를 통해 검증 을 받게 되었다. 교류 프로그램의 참여자, 그들의 가족과 가까운 친구, 동료와의 광범위한 인터뷰를 포함한 이 연구는 교류 프로그램 수혜자의 기량(skills), 정보, 태도에 대한 효과뿐 아니라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간 이후 “고국에서 사람이나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데 효과적”이었는지에 대 해서도 평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Wilson and Bonilla 1955, 22). 그러나 이 연구에 포함된 변수의 수는 사전에 정해진 결과를 성공 적으로 가져오는 데 교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입증하는 것을 힘들게 만들었다. 여러 변수들 중에서 취사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 에 일부 연구자들은 “개인의 성격적 요인, 선택된 이들의 기대와 동기, 여 행 전후의 오리엔테이션에서 채택한 상이한 접근법, 그리고 프로그램과 체류기간의 상이성 등과 같은 요인들의 효과에 대해서는 연구가 이루어 지지 못했음을” 인정했다(Wilson and Bonilla 1955, 30). 더욱이 이 연구의 심 층 평가는 인터뷰를 받은 사람들로 하여금 교류 프로그램의 정치적 목 적이 정확히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경 향은 영국 국적 참여자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런던의 미 대사관 직원들은 교류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이들이 후속 질문(follow-up questions)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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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기를 매우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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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에 의해 밝혀진 것은 교류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이 주최국의 외교정책 목적에 찬성하도록 노골적으로 유도하는 경우, 참여자들이 이러한 프로 파간다의 낌새만 알아채도 교류 프로그램은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교류 프로그램은 비판적이거나 반대 생각을 하는 이들의 사고방식을 바 꾸는 것 보다 기존의 관념을 강화하는 데에서 가장 큰 효과가 있었으며,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프로그램이 목표하는 바를 가장 많이 성 취할 수 있는 대상은 바로 프로그램이 함양하려고 하는 관점과 일치되 는 자신의 신념, 동기, 능력이 교류를 통해 증폭된 이들”인 것으로 밝혀 졌다(Wilson and Bonilla 1955, 29). 1950년대의 이러한 평가연구는 심각한 한계가 있었다. IVLP의 평가 에 대한 분석에서 뮐러(Mueller 1977)는 1951년부터 1973년 사이에 실행된 24개의 연구는 일관성도 없고, 체계적이지도 않으며, 접근방법이 제한적 이었고, 적용 가능한 결과도 거의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사회과학적 연구는 문화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교류 프로그램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중요한 변수들을 발견하는 데 성공하였으 며, 여기에는 제시된 교류 프로그램의 목표와 기간, 수혜자와 주최국 사 이의 문화적 차이나 기대 수준 차이, 각 나라가 처한 외교관계의 맥락 등 이 포함될 수 있다(Mishler 1965 ; Sola Pool 1965). 다른 연구들은 국제정치 연구에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수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 경우 “사 적인 개인”들이 정보 흐름에 있어서 “수용자 혹은 영향자”로서 특별한 중 요성을 가지게 된다(Weilenmann 1966). 또한 주어진 환경 내에서 여론 주 도자가 어떻게 “변화의 동인”이 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사회적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할 것을 장려했다(Freeman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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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의도와 정치적 효과에 대한 연구 업데이트

국제관계에서 교류 프로그램의 역할을 검토하기에 앞서 교류 프로 그램은 현상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상 유지를 위한 강력한 무기 라는 점을 명확하게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교류 프로그램 의 효과는 대부분 참가자의 기존 경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최국과의 문화적인 친밀성에 대한 호기심이 어느 정 도 이미 존재하고 있다면 이는 교류 프로그램에 의해 성공적으로 강화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IVLP는 미국-유럽 간의 범대서양 동맹을 유지하 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큰 역할을 해왔다(Scott-Smith 2008). 국가 정권 교체 시기에 교류 프로그램이 갖는 유용성 시나리오를 전후 독일의 민주화 시 기에 적용해서 테스트했고 이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독일은 특별 한 사례였는데, 그 이유는 그곳에 주둔했던 미국의 권력이 절대적이었고, 교류 프로그램의 규모도 비교할 데가 없을 정도였으며, 국민의 대부분 이 사회를 재건하는데 있어서 미국이 길을 개척해주리라 믿고 열린 마음 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즉 독일에서의 성공은 다른 지역에서는 되풀이될 수 없는 위의 세 가지 조건들 때문이었다. 이러한 세 가지 요건이 존재할 수 없는 이라크에서 비슷한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틀렸음이 밝혀졌다(Le Thuy 2006). 명시적인 정치적 의도는 없으나 폭넓은 정치 효과를 달성하고 있는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이나 영국문화원의 언어교육 프로그램과 같은 활동 도 포괄하기 위해 “문화적 소통”으로서 교류 프로그램의 광범위하고 장 기적인 효과를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Rupp 1999). 이와 관련한 유용한 사례로는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한 미국학 연구 증진과 미국 밖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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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일반 학교의 교과과정에 미국학이 편입되도록 한 것이 있다. 이는 전 세계에 걸쳐 미국과의 문화적 친화성을 높이고자 하는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노력의 결실이었다(Johnson and Colligan 1965). 이러한 노력은 공공연하게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추진된 것도 아니고, 특정 정책의 요구와 연계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정치적인 목적과 거리가 있도록 하기 위하여 수년간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그러므 로 누구도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옹호하 는 발언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는 이러한 행위가 교육적 교 류와 상호 이해를 증진시킨다는 프로그램의 공식적인 목표가 가지는 가 치를 훼손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에는 명시 적인 정치적 연계성이 항상 존재해왔다. 예를 들자면 1959년, 스페인과 미국은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에 대한 협약을 맺었는데, 이는 스페인 내 에 미국과 스페인의 합동 공군기지를 설립하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 었으며, 이후 스페인 대학에서 미국학을 육성하기 위한 재원이 지원되었 다.4 ) 이와 유사하게 미국은 풀브라이트와 IVLP 기금을 비롯한 여타 장려 책을 통해 캔터베리(Canterbury) 대학에 미국학 석좌교수 자리를 확보하고 보다 많은 학자를 미국 학계에 불러들이는 등, 뉴질랜드 대학에서 미국 학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이는 1965년과 1966년 뉴질랜드의 베 트남 파병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과 명백하게 연결되어 있었다.5 ) 근래의 예를 들자면, 1980년대 네덜란드에 풀브라이트 프로그램과 IVLP 지원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그곳에 크루즈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에 대 해 네덜란드 국민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미래를 위한 도약대 마련의 목적을 가진 두 프로그램의 협동적인 노력은 소위 “후 세대(successor generation)”라 불리는 차세대 학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었으며, 핵심적 목표는

네덜란드 대학에서 미국학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Scott-Smith 2007b). 이와 같은 예는 무수히 많다(Horwitz 1993 참조). 이처럼 교류 프로그램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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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보다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하여 갈등을 줄이고 정책을 실현할 있 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외교정책의 실행단계에서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기여한다(Lima 2007, 236).

미국학 육성은 항상 상당한 수준의 “미국적인 것”에 대한 지식과 인식을 갖고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동조할 수 있는 해외 여론 조성자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미국학 육성은 항상 상당한 수준의 “미국적인 것”에 대한 지식과 인 식을 갖고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동조할 수 있는 해외 여론 조성자 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들은 연구 관심사, 장학금과 후속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필연적으로 미국의 교육기관들과 미국이 주도하는 네트워크에 묶이게 된다. 이는 그들이 필 요로 하는 지식이 주로 미국에서 생산되며 계속되는 연구의 초점이 미국 에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만들어진 일자리와 여행의 기회 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학문적 영토를 여는 전위부대라는 귀속감 이 생겨나면서 더욱 늘어났다. 이런 식으로 미국학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해독하는 데 더 이상 국적이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의 초국가적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결속시킨다. 모든 학문영역이 이러한 보편성을 기반으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미국학을 전공하는 이들은 이러 한 보편성이 미국의 문화와 정치에 내재되어 있으며 함축적으로 표현된 다고 생각한다. 세계관의 재정립은 부분적으로는 개인의 관심사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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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지기 때문에 보다 은밀하고, 일관되며, 방어 가능하기도 하다. 다 른 말로 하자면, 정치적 연관성은 명백하나 이에 대한 해석이 신뢰성을 가지려면 연관된 인력값(inputs)과 변수(variables)의 수를 올바르게 고려해 야 할 것이다(Berubé 2003 참조). 프랭크 닌코비치(Frank Ninkovich 1996)가 문화적 커뮤니케이션을 “반 문화(anticultural) 관계”로 이해한 것을 되돌아 볼 가치가 있다. 문화적인 장벽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욕구는 무해하다거나 순수하다 고 할 수 없다. 실질적인 효과가 어떤지와 무관하게 그 의도가 이보다 더 심각하거나 파괴적이기까지 한 외교정책 활동을 떠올리기는 힘들 다... 더욱 정확하게는 “반문화적인” 관계라고 부를 수도 있었을 것이 다. 자유주의는 토착적 전통에 근거한 관습적인 신념 때문에 사람들 이 인류 공통의 인간 본성에 기초한 의사소통을 불가능하도록 만든 다고 본다. 문화적 국제주의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 을 하는 사람인지 재고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하며, 자신 의 전통적 가치에 의문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p. 44).

여기에서 닌코비치가 미국의 문화 자본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 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식 삶의 방식에 대한 이미지가 매력적이지 않았거나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 흡인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미국의 교류 프로그램이나 일반적인 문화적 소통은 지금의 반만큼도 성공을 거 두지 못했을 것이다(Nye 2004). 재단, 대학, 교회, 사회봉사 집단 등과 같은 비정부행위자들의 필수 적인 역할을 인정하고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 반공이라는 대 의명분을 위한 정부와 민간단체 간의 실제적 및 이데올로기적 연계와 파트너십을 검토하는 “문화적 냉전”에 관한 문헌들은 증가하였다(Sto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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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unders 1999 ; Scott-Smith and Krabbendam 2003 ; Laville and Wilford 2006). 교류

영역에 미국 정부가 발을 들인 1938년 이래로 교류는 관-민이 합동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민간부문의 존재는 참여자들에게 이러 한 프로그램이 외관상으로 정치적인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IVLP와 같이 좀 더 뚜렷한 정치적 동기 가 있는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그렇다. IVLP의 전반적인 운영은 국무부가 담당하고 있지만, 참여자들의 여행 일정은 민간 기관(예를 들어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ducation and Meridian)이

담당한다. 미국 정부가 이와 같이 불

간섭 방침을 유지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신뢰도가 높아졌으며, 수혜자 들은 귀국 후 자신의 경험에 정치적인 간섭이 없었다고 진술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포드나 록펠러와 같은 대규모 재단의 접근법은 미국의 국 익을 위해 사회경제적인 모델과 기술적인 노하우를 수출한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정치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Berman 1983).6 ) 그러나 관-민 기 구는 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 는데, 이를 통해서 미국 사회의 가장 큰 장점(단체결사의 자유, 기회, 생동감 등)들이

교류 경험의 맥락을 제공하고, 또한 비트 린데만(Beate Lindemann

1995)의

말처럼 “우리들 마음속의 미국”이 강화되는 것을 참여자들이 깨

닫게 된다.

국제관계 이론 : 교류의 개념화

앞 절에서는 국제적인 맥락에서 교류 프로그램의 정치적인 의도와 효과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몇몇 중요한 요소를 개괄적으로 다루었다. 주로 현상유지를 강화하는 힘이라는 것과 “정치적”이라는 어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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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광범위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비국가적 행위자의 정체성 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이러 한 맥락에서 탐구를 더욱 진전시키기 위해서 국제관계에서 활용할 수 있 는 도구들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전통적인 국제관계 이론에서는 즉각적인 답을 얻을 수 없다. 전통적 인 현실주의 국제관계 이론은 국가 간 체계의 권력정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교류 프로그램과 같은 초국경적 교류가 시간을 초월한 논리 인 국가의 이성이나 국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여긴다. 자유주의가 일반적인 이익을 위해 상호 의존이란 가치를 함양하고 문화적·국가적 차이를 무너뜨리려고 하지만, ‘상호 이해’라는 목표를 주어진 것으로 당 연시하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된 방법론과 기술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처음 개발된 자유주의적 제도주의와 레 짐 이론은 국제 교류의 정치적인 힘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가 간 정치경제적인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동시에 글로벌 문 제들을 관리하기 위한 국제기구와 정부간기구를 설립할 필요성 역시 커 지고 있기 때문에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일이 전개되는가에 대해 관심 이 쏠리게 되었다(Keohane and Nye 1972 ; Keohane 1977 ; Krasner 1982). 교류 프로그램을 초국가적인 제도적 협력 수립의 잠재적 촉매 혹은 기반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이러한 상호 이해의 제도화는 “상호 이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제도적인 발전을 촉진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 적으로 한다고 선언한 1973년 교육문화공무처의 기본개념 문서를 떠올 리게 한다(Mueller 1986, 4에서 인용). 그러나 초기 레짐 이론은 국가를 단일 행위자로 규정하는 개념을 거부하지 않고, 모든 국가가 국익을 위해 합 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설을 유지하였다. 이는 초국가적인 합의 형성을 위한 네트워크가 실제로 형성되는 방법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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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 프로그램이 국제관계론의 ‘비판적’인 연구영역 안으로 들어오 게 된 것은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사상이 그 시발점이다. 그 람시는 마르크스의 토대-상부구조 분석과 사회변혁을 위해 필요한 조건 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키면서 시민사회를 결정적인 이념투쟁의 장으로 검토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그에게 특정 사회집단의 ‘지적-도덕적 리 더십’ 헤게모니는 정치, 경제, 문화적인 영역에 걸쳐 이해관계를 효과적 으로 조정하는 것을 뜻하였다. 이러한 분석틀에서는 지식인이 큰 역할을 하는데, 그는 지식인을 “생산 영역, 문화 영역, 정치행정 영역을 막론하고 넓은 의미에서 조직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사회 계층 전체”라고 정의하였 다(Gramsci 1971, 97). 이 헤게모니 개념은 사회의 집단적, 당파적 이해관계 를 흡수와 타협을 통해 변화시켜 갈등관계에 있는 여러 세계관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일반적인 이해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합의를 통해 일정 수준의 “지적·도덕적 리더 십”을 성취하는 것은 너무나도 복잡한 일이므로 헤게모니는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사회세력들의 연합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 구성요소와 동맹관 계 또한 경제 내에서의 세력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비록 그 람시 본인은 이러한 접근방법을 국제적인 영역에 적용하지 않았으나 다 른 학자들은 국제기구와 초국가적 사회 엘리트의 영향력과 그들이 “일 반적인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행동규범을 세우고 유지하는 역할을 강조 함으로써 헤게모니적 힘에 대한 이해를 개념화하였다(Cox 1983 ; Pijl 1984 ; Augelli and Murphy 1988 ; Gill 1990 ; Scott-Smith 2002).

콕스(Cox), 피즐(Pijl), 질(Gill), 그리고 다른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문 화적 커뮤니케이션 영역에 적용하면 ‘상호 이해’ 공식의 헤게모니적 가정 이 명백해지는데, 교류 프로그램은 이러한 분석의 맥락에 정확히 들어맞 는다. 교류 경험의 결과로 (수혜자의) 특정한 이해관계가 (주최국의) 일반적 인 이해관계와 부합하게 되는 것은 그람시의 분석틀과 그것이 제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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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관계 분석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람시 학파’는 국제관계 이론의 다 른 이론적 패러다임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실주의가 전통적으로 힘에 대 한 물질주의적인 해석에 기초해 헤게모니를 조악하게 해석한 데 반해, 신 현실주의자들은 “힘의 행사와 이에 대한 복종이 성취되는 기제가 패권 국이 규범을 투사하고 타국의 지도자들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를 자신들의 분석틀에 포함시켰다(Ikenberry and Kupchan 1990, 283).

그러나 그람시 이론의 기반은 여전히 경제관계에 대해 결정론

적인 입장을 취하며, 일반적인 이해관계에 대한 가정은 동맹국들을 패권 체제 속으로 묶어두는 데 필요한 사회화 과정의 세부적인 사항을 분석 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결여하고 있다. 교류 과정에 포함된 복잡한 협상 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시적 차원의 개인 간의 관계를 거시적 인 차원의 비판으로 흡수하지 않은 채 다룰 수 있는 이론적 접근법이 필 요하다.7 ) 1990년대 초반부터 구성주의(constructivism)라는 국제관계 이론의 새 로운 영역이 그람시 학파에서 강조한 사회구조와 권력관계 사이의 연계 속에서 교류 프로그램을 분석할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였다 8)

(Rittberger 1995).

선구적 이론가인 알렉산더 웬트(Alexander Wendt 1995, 81)

에 의하면, 구성주의는 “상호작용의 과정이 - 협력적이던 갈등적이던 어떻게 행위자들의 정체성과 이해관계, 물질적인 맥락의 중요성을 형성 하는 사회구조를 생산하고 재생산하는지’를 분석한다. 그러므로 구성주 의는 교류가 선도할 수 있는 (잠재적인) 변화의 과정의 위치를 정하고, 이 를 통해 그것이 갖는 정치적인 중요성을 평가하는 수단을 제공한다. 구 성주의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정체성이란 독립적일 수 없으며, 항상 “특정한, 사회적으로 구성된 세계 안에” 위치해 있으므로 모든 사람은 특정한 사회적 상황 내에서 표현되는 복수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Berger 1966, 111).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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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정체성에 대한 애착이나 두드러짐은 상이하지만 각 정체성은 행 위자들이 자기 자신이나 서로에 대해 집합적으로 갖고 있는 이론에 기반을 둔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정의이며, 이는 또한 사회적 세계의 구조를 형성한다(Wendt 1992, 398).

정체성은 비록 유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해관계를 정의하는 기반 이 된다. 이는 보통 우리가 처해 있는 익숙한 상황에서 정해진 방식에 의 거해 일반적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우리가 경험한 적이 없 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며, 그럴 경우 우리는 그것이 갖는 의미와 이해관 계를 역사적으로 유추해내거나 새롭게 개발해서 구성해야 한다”(Wendt 1992, 398).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과 이에 따른 이해관계를 재고해야 할 상

황을 만드는 것은 분명 잠재적·정치적 이득이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옵션 중 공공외교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교류 프 로그램이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 글렌 피셔(Glen Fisher 1972)는 이 과정에 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개념을 암시하면서 다음과 같 은 세계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구성 요소들이 일관되거나 통합되지 않은 세계 … 새롭게 등장한 사 건이나 아이디어가 이런 부조화를 증대시킬 수도 있고 혹은 인지 조 직이나 단체의 변화를 가져와서 부조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도 있다. 좀 더 간단한 커뮤니케이션 어휘로 설명하자면 ‘관점’의 변화 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 자를 미국으로 데리고 올 때, 우리는 아마도 마음이 완전히 폐쇄되지 않은, 즉 미국에 대한 인지적 부조화가 존재하는 후보자를 고를 것이 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이 부조화를 해결하여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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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미국의 행위에 대한 참여자의 장래 인식의 기반이 좀 더 우호적 이 되거나 적어도 보다 객관적이 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P.29).9 )

행위자들이 정체성을 재창조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인가? 웬 트(Wend 1992)에 따르면 반드시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첫 번째는 “자 기 자신을 새롭게 바라볼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자기 인식으 로는 처리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적 상황에서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 두 번째는 예상되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 “의도적인 역할 변화가 가져올 예상되는 비용이 그 보상보다 크면 안 된다’(p. 419). 세 번째는 교류가 생 성하는 개인 간의 독특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전적으로 도출된 것으로서, “주최국의 국민들 일부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주최국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제공될 때 교류경험이 호의적인 태도를 생성할 가능 성이 가장 크다”(Kelman 1962, 78). 교류 프로그램은 이러한 조건들과 관련 된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는 없다. 이미 필요한 조건들이 존재하지만 단 순히 구체화되지 않았을 경우에 교류경험이 역할 변화에 결정적인 요인 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1 0 )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지적했 다.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미국에 대한 기본 태도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 서 미국 방문만큼 중요한 경험은 없다. 직접 방문은 이 지도자들이 미 국이라는 국가와 제도, 목표와 가치, 그리고 그 국민을 직접적으로 만 나고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1 1 )

무엇보다 구성주의는 아이디어의 확산에 대해 유용한 통찰력을 제 공하며 아이디어가 언제, 왜, 그리고 어떻게 이동하고, 변화가 일어나는 지를 살펴보는데 도움이 된다. 분명 공공외교 이외에도 아이디어가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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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통로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 중에는 상업적인 관계나 사적인 커 뮤니케이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보의 대혼란 속에서 공공외교가 갖는 가치는 특정한 생각을 특정 정치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대상에게 전달하려는 의도에 있다. 그람시의 국제관계 이론 또한 이 과정에 초점을 맞추지만 마르크스 이후의 구성주의 이론은 경제적 유물론에 배경을 두 지 않고도 이 연구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분명 공공외교 이외에도 아이디어가 이동하는 통로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 중에는 상업적인 관계나 사적인 커뮤니케이션도 있을 것 이다. 그러나 이 정보의 대혼란 속에서 공공외교가 갖는 가치는 특 정한 생각을 특정 정치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대상에게 전달하려는 의도에 있다.

구성주의와 연관된 하위영역 중 거시-미시의 연계에 좀 더 세밀한 통찰력을 제시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전문지식인 집단인 인식공동체와 그것의 정치적인 영향력에 대한 연구이다. 이 연구는 1990년대 초반에 시작된 이래 기존의 정책결정 체제와 연관된 주요 이익집단과 자문집단 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로 인해 국가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좀 더 복잡한 해석을 제시할 수 있었다. 피터 하스(Peter Haas 1992)는 그러한 공동체의 중요성을 “특정 영역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그 영 역이나 이슈 영역에서 정책과 관련있는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라고 정의했으며(p. 3), 그러므로 그들은 “동일한 세 계관(혹은 인식(episteme )) 을 공유하는 개인들의 구체적인 집합’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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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7).

전략적인 지식의 보유로 인해 초국가적인 인식공동체는 정책 결

정에 있어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인식 공동체의 일원들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고, 신망이 있으며 사 회나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높이 사는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는 평판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정치적인 제도에 접근할 수 있고 그들 의 행위에 정당성 혹은 권위를 얻게 된다(Haas 1992, 17).

인식공동체의 정체성과 영향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정치적인 동기 에서 정책 지향적으로 만들어진 교류 프로그램의 가장 효과적인 목표 대상이 될 만한 ‘여론주도자’의 유형을 완벽하게 개념화하는 방법이 개발 되었다. 특정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러한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 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King 2005 등 참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은 정부 주도의 공공외교 활동이 인식공동체의 실질적인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를 통해 정책적 영향력 을 갖춘 네트워크 내부에 대한 일종의 개입형태를 형성하는 측면에 대한 것이다. 정치적인 효과는 지적인 상호교류를 증진하고 주어진 환경에 새 로운 생각을 도입하기 위한 방법으로 교류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식이 나, 초국가적인 인식 공동체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실제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하는 방식으로 추적해 볼 수 있다(Scott-Smith 2007a 등 참조). 이와 같은 분석을 확대시킨 중요한 연구로서 토마스 리세-카펜 (Thomas Risse-Kappen)은 초국가적인 네트워크의 작동에 대해 실제로 조사

했다. 인식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내놓은 다양한 예 시들과는 상반되게, 리세-카펜은 초국가적이고 초정부적인 연합의 형성 과 국가 간 다양한 수준의 규범적인 합의에 이르는 데 있어서 지식 기반 혹은 이슈 기반 공동체들이 맡은 역할에 직접적인 초점을 맞추었다.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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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 EU 사이의 범대서양 관계라는 고도로 규제되고 빽빽한 환경에 대 해 언급하면서 리세-카펜은 초국가적 연합과 “본국의 정부에게는 불충 으로 인지될 수도 있는 관료적 행위자들의 행태”를 포함하는 “정부 관 료들의 비공식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지적하였다(Risse-Kappen 1995b, 30 ; 1995a, 38).

다시 말해 초국가적 혹은 다국적 환경에서 정책결정을 담당

하는 전문가들이 표방하는 공동규범이나 가치는 그들이 엄격하게 정의 된 개별 국가들의 국익과 연계된 정도가 떨어졌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보 다 넓은 맥락에서 국익의 형태가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Risse-Kappen 1995a, 34).

하스나 리세-카펜의 연구 성과는 실질적으로 협력이 이루어지는 기 제에 주목함으로써 전통적인 자유주의 이론과 그들이 이해한 국제질서 의 경계를 확장시켰다. 그러나 리세-카펜의 초점은 상당 부분 정책의 효 과에 맞춰져 있으며, 자신도 인정했다시피 그는 “문화적 가치와 규범의 확산이나 대중의 태도와 개별 국가의 사회에 대한 국제적인 커뮤니케이 션 네트워크의 영향” 등과 같은 “초국가적인 확산 효과”에 대해서는 다 루지 않고 있다(Risse-Kappen 1995b, 4).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아이디어의 확산과 이에 따른 행동 규범의 형성에 기여하는 통로로서 공공외교 활 동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제하고 있다. 초국가적인 네트워크 접근법을 통해 공공외교 이니셔티브들을 살펴 볼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연구를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규범 생성의 관점에서 보면 예를 들어 1974년 유럽의회에서 유럽연합 방 문자 프로그램(European Union Visitors Programme, EUVP)을 창설한 것은 뜻 깊은 일이었다. EUVP는 닉슨 대통령 시절 미국과 유럽 사이의 어색해진 관계에 대한 대응으로 생성된 것이었는데, 여기에는 유럽의 제도와 워싱 턴과 여타 미국의 정책 및 미디어 서클 내에서 유럽통합 과정에 대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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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수준을 증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목적이 있었다. 그러므로 EUVP 는 약간은 긴장상태에 있던 범대서양 동맹 내에서 협력의 규범을 재구성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형성된 것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EUVP를 창설하 고 운영하는 데 관여했던 EU의 관료들 중 IVLP에 참가했던 이들이 다수 였고, 따라서 IVLP의 운영방식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EUVP를 촉진하기 위해 IVLP가 의식적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은 미국이 EU를 부 추겨서 범대서양 교류의 네트워크를 좀 더 촘촘하게 만들고 외교와 정책 결정의 관계 또한 보다 안정화시키려는 미국 측의 관심도가 얼마나 높았 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다(Scott-Smith 2005). 교류 프로그램은 또한 상호 교환의 수준을 제고시키는 것을 수월 하게 해서 “관료들 간의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촉매제로 사 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1990년대 초반 서유럽의 미공군 기지에 크 루즈 미사일과 퍼싱(Pershing) 미사일을 배치하자는 내용을 담은 NATO 의 핵전력(nuclear forces) 현대화 결정은 영국과 서독, 네덜란드 등에서 대 중들의 저항에 직면했다. 이 시기에 이들 국가의 외무부와 국방부의 안 보정책 결정자들 사이에 친밀하게 형성된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식적인 외교 통로 밖에서 미국의 유사한 상대편들과 교제할 시간이 주어지도 록 IVLP가 전략적으로 활용되었다. “국방 관련 지식인”들에게 초점을 맞 추고, 이에 더해 언론의 국방분야 평론가와 이 논쟁에 직접적 연관이 있 는 의원들에게도 유사한 수준의 관심을 기울였다. 정치가들 중 의심을 품는 이들의 견해를 흔들어 놓으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노력은 NATO의 현대화에 대한 기존의 긍정적인 여론을 강화함으로써 대중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견뎌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두 번째 예는 비슷한 시기 영국의 경우로, 1980년대에 노동당과 민 주당이 모두 야당이었던 시기에 양당 간의 관계를 보다 친밀하게 하기 위한 시도에 관한 것이다. 일방적인 핵무기 군비 축소에 대한 노동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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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지지에 대응하기 위해서 토니 블레어나 고든 브라운을 포함한 젊 고 유망한 정치인들이 미국의 정치환경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IVLP를 통 한 미국 여행을 제안하였다. 이는 IVLP 프로그램에 참여한 영국의 지도 자들이 미국의 정치기술과 스타일을 본국에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 는 기회인 동시에 이를 활용하여 노동당을 현대화할 수 있는 기회였고, 상당수의 노동당 지도자들이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ScottSmith 2006).

이러한 예시들은 정책결정 환경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거나 가까 운 위치에 있는 특정 전문가 단체를 교류 프로그램의 대상으로 삼는 이 유와 ‘정치적 의도’를 잘 보여준다. 위의 예시는 개인의 신념을 변화시키 는 데에 교류 프로그램이 기여한다는 점에서 교류 프로그램의 ‘정치적 효과’ 역시 인터뷰나 공적인 문서, 정책결정, 경력 경로 등과 같은 경험적 인 증거를 통해서 측정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교훈 : 교류에 관한 비판적 연구의 미래

그러므로 국제관계 이론의 적용범위를 확장하고 세계 정치관계에서 교류의 역할을 인정하는 가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두가지 이유에서 현 국제관계 이론 안에 국제교류 분석을 통합할 잠재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추진할 방안으로서, 상기의 이론적 고찰과 사례연구로부터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1. 맥락(context)의 중요성. 문화 커뮤니케이션 모델이 보편적으로 적 용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동일한 문화 커뮤니케이션을 각기 다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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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적용하면 다양한 문화적 환경으로 인해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예컨대 IVLP 모델의 경우 서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는 잘 적용되었 지만 신분, 위계질서, 전통 등으로 인해 외부의 간섭에 대해 거부감을 갖 는(때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진다) 아시아와 같은 문화에서는 효과가 적었다 (Scott-Smith 2008). 국내 정치구조의 권력 분산 정도,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

계, 그리고 (점증적으로) 문화적 차이의 영향은 모두 교류 프로그램의 결 과와 효과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효과는 전문 분야에 따 라서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교류는 교육과 미디어 등과 같이 정보를 주고 받는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다. 결과를 정책결정이 나 정치적 리더십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하는 분야의 사람들은 정치권력 구조와 자국의 정치 문화 안에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그들이 가진 자유의 정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많은 국가에서 정치적으로 미국 과 지나치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지만, 교육 분야 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서는 보다 관대하다. 따라서 교류 프로그램의 성패를 판단할 때 그러한 프로그램이 단순히 해외에서 미국의 이미지를 좀 더 우호적으로 만들었는지, 혹은 자신의 이해관계(그 리고 자국의 이해관계)와 와 같이)

미국의 이해관계가 (구체적인 정책 결과로서 나타난 바

합치된다고 보는 교류 참여자 집단이 확대되었는지를 명백히 밝

혀야 할 것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IVLP가 프랑스에 미친 영향이 좋은 예 일 것이다. 프랑스에서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IVLP, 다른 공공외교 활동 이 함께 작용하여 미국이 프랑스 학계에 성공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다. 당시 프랑스 학계에서는 미국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해야 하 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제4공화국 시기의 불안정성과 드 골의 민족주의와 같은 국내적 요소로 인해 프랑스 정치 체제 내에서 분 명한 성공을 거두기 힘들었다. 이 경우에도 결과는 정책적 결과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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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미국에 친숙한 다수의 의원들을 프랑스 의회 내에 갖는 정도의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Scott-Smith 2008). 친밀성 구축으 로 어떻게 분명한 정치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예는 IVLP와 1980년대 영국 노동당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1986년 토 니 블레어 총리의 미국 방문만이 그를 범대서양주의자로 만들었는가? 분명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그 경험은 블레어 총리의 주요 전기작가인 앤토니 셀던(Anthony Seldon 2004)이 확인해 주었듯이 블레어 총리를 범대 서양주의자로 만드는 데 기여하였다.

결과를 정책결정이나 정치적 리더십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하는 분야 의 사람들은 정치권력 구조와 자국의 정치 문화 안에서 자신의 견해 를 표현할 수 있는 그들이 가진 자유의 정도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2. 규모의 문제. 한 사회를 급속하게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규모 국제 교류를 활용하는 포화 접근법(saturation approach) 은 지금까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과 이보다 작은 규모로 일본에서 만 적용되었다. 이러한 예들을 다른 곳에도 적용될 수 있는 모델로 생각 해서는 안 된다. 맨 처음에는 소수의 참여자에 대한 질적 수준이 높은 프로그램이 단순히 참여자의 규모만 키우려는 시도보다 성공 확률이 높 을 것이다. 이런 조건들이 다시 충족될 가능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이러 한 재교육과 관련된 공공연한 정치적 의도 또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더 욱이 교류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조작 의혹을 피하려는 명 시적인 정치적 의도도 없을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은 그 취지가 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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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것처럼 운영될수록 더 많은 정치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따라서 IVLP에서는 명시적으로 노동당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려고 하였 다. 미국 대사관은 다른 정당에서 같은 수의 인원을 초청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으며, 정치인들은 프로그램 참가자 중 소수에 불과했다. 이러한 이 유로 노동당의 참가자들을 명단에서 따로 분리해낼 때만 분명한 패턴이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IVLP의 정치적 의도는 문화 커뮤니케이 션의 한 형태로 전체적인 그림 속에 내재되어 있었다. 3. 여론 주도층의 지속적 중요성. 1940년대 여론 주도층 모델이 개발 된 이래로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정보통신기술(ICT) 채널을 통한 정보 접근의 민주화는 교류 효과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부분은 교류 경험의 결정적인 요소로 남아있으며, 직접적인 경험과 개인적인 접 촉의 지속적인 영향은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전에는 정보의 부족이 직접 만나고 싶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반면, 지금은 사람들이 정보의 과부하로 인해 다른 문화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 한다. 전반적으로, 1950년대의 사회기반 목표집단(society-based target groups)으로부터 1990년 대의 영역기반적, 정책지향적 인식 공동체로 미묘한 변환이 있었다. 그러 나 ICT시대에도 여론 주도층은 여전히 중요하다. 최근 “사우디 진스(Saudi Jeans)”라고 알려진 사우디의 한 블로거는 한 풀브라이트 방문 학자의 관

심과 개인이 사회 네트워크 체인에서 새로운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는 인식 덕분에 2주간의 IVLP를 무상으로 제공 받았다.1 2 ) 결론적으로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든 교류 프로그램은 정치적 효 과 면에서는 결코 ‘결정적인’ 요인으로 여겨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1950년대 행태주의 과학자들이 인정해야 했듯이 정치적인 효과를 주장 하기 위해서는 이외에도 많은 다른 변수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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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정치적 효과를 검토할 때 정량적 분석(통계적 평가와 객관적인 자료)과 정 성적 분석(개인의 판단) 사이의 격차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특정 분야별 접근법을 적용함으로써 특정 사례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다. 브루스터 스미스(Brewster Smith 1955, 391)가

언급했듯이 “이러한 제한적인 평가의 핵심은 자신의 주장을 항상

입증해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달려 있다.” 여기서 제시한 예 들은 공공외교 구상들의 중요성을 검토하기 위한 국제관계 이론의 활용 가치뿐 만 아니라 국제관계 연구 안에 문화 커뮤니케이션이 가지는 정치 적인 부가가치를 통합시키는 방법에 대해 공공외교, 특히 교류가 어떻게 관련되는지 그 방식을 또한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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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라서 컬(Cull)은 주요 영역을 여섯 개로 구분하는데, 이는 청취, 국제적 옹호와 공공 문제, 정부 관장 교류프로그램, 문화 외교, 국가의 후원을 받는 국제 뉴스 그리고 정책 그 자체의 효과이다. 2. http://dosfan.lib.uic.edu/usia/E-USIA/education/ivp/ivhistry.htm(2006년 11월 접속 기준). 이 사이트는 1999년 9월부터 시카고 대학의 Electronic Research Collection(전 자연구모음집)에서 관리하는 미국 해외공보처(USIA) 웹사이트의 일부이다. 3. 이러한 주장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자유주의 발전 모델의 수출 사례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신자유주의 발전 모델의 수출 사례에도 적용된다. 4. “Annual Report on Educational Exchange for FY 1961,” U.S. Embassy Madrid, August 11, 1961, Group IV, Box 320, Folder 5, archive of the Bureau of Educational and Cultural Affairs, Special Collections, University of Arkansas, Little Rock. 5. “USIS Wellington Country Assessment: Report for Calendar Year 1965,”February 17, 1966. 네덜란드 미델부르그(Middelburg) 소재 루즈벨트 연구센터의 DDRS(Declassified Documents Reference System)에서 검색. 6. 이미 대규모 재단들의 영향에 관한 상당한 양의 분석이 존재하지만 그들의 국제교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7. 그람시적 접근법은 올리버 슈미트(Oliver Schmidt 1999)의 주장(포섭을 통한 민간 제 국)과 정확히 일치하지만, 그람시는 그 대신 모스(Mauss)와 부르디외(Bourdieu)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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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한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선택하였다. 8. 볼커 리트버거는 레짐 이론, 국제기구 연구, 그리고 구성주의와의 관련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튀빙겐 대학 프로젝트의 핵심인물이었다.

1985년 이후에 나온 Tübinger Arbeitspapieren zur Internationalen Politik und Frie-

densforschung 시리즈를 참조할 것. 9. 안타깝게도 피셔(Fisher 1972)는 이러한 통찰력을 교류의 정치와 관련해서 더 발전시키 지 않았다. 10. 1950년대 행해진 행태주의 연구들은 참가자들이 교류 경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회정 치적 환경, 혹은 더 나은 표현으로 “아비투스(habitus)”가 교류 경험이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점을 인정하였다. 11. Dean Mahin, “Memorandum on Leader Exchange,” 1960, 저자 판본. 1960년대에 마 힌은 미국 내 IVLP 참가자들의 방문을 담당하는 국무부의 중요한 협력기관의 하나인 정부문제연구소(Governmental Affairs Institute)의 부소장을 거쳐 소장이 되었다. 12. http://saudijeans.org/(2007년 9월 25일 접속)를 참조할 것. 해당 블로거는 IVLP 준비 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아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도착했을 때 “인터 뷰라기보다는 심문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너무도 엄격한 보안 규제를 경험하였다. 이 것이 바로 현재 IVLP의 운영이 직면하고 있는 실제적인 문제이다. IVLP의 성공은 모든 단계의 개방을 필요로 하지만, 이런 점은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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