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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람 이 바 람 을 불 어
작 서 고 치 고 더 하 기 까 지
공 감 과 유 대
우리 삶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디자인(예술)을 통틀어 시각문화라 고 부릅니다. 그리고 보통 시각문화는 디자이너나 예술가가 만드 는 것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시각문화는 창작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 사회 구성원과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봐야 마땅합니다. 제아 무리 새롭고 멋진 창작물일지라도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 면, 잠시 잠깐 빛날 수는 있으나, 긴 호흡의 문화로 이어지기 부족 하다고 봅니다. 시각문화는 크게 그림(이미지)과 글자로 이루어진 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이미지는 대중에게 호소력이 강합니다. 한 마디로 언어가 달라도 이해할 수 있고, 그만큼 보편적인 소통이 가 능합니다. 반면, 글자는 약속한 기호이기 때문에 오해할만한 모양 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글자 형태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 은 드물어 보입니다. 우리 삶에서 글자는 물이나 공기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사람들은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특히 글자를 표현하는 도구인 폰트에 대한 인식은 더욱 부족합니 다. 주변에서 폰트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고, 마주보 고 이야기를 나눌 일도 없습니다. 제가 미술대학에 와서 처음 한 글디자인을 알게된 것처럼 그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 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직업을 보고 전문직이라고 이야기합니 다. 이러한 전문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대중과 대화 하지 않는다면, 이 분야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고, 이해를 받는다는 것은 더욱더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중은 한글 폰트(활자)를 이해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한글과 한글 폰트를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한글 폰트를 만드는 일이 전문적인 일이지만, 대중과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시 각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대중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공허한 문화(폰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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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게 될 것입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바람.체>는 한글 폰트 공급자 와 사용자가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만들고자 2013년에 시작한 프로젝트의 결과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사용자에게 폰트 제작 과정을 소개하면서 조금이나마 공감을 얻었고 유대가 생겼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맺어진 유대를 더 각별히 하기 위해서 는 <바람.체>를 더 쓰기 편하고 보기 좋게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 했습니다. 이 책을 처음 기획했을 땐, 고치고 더한 <바람.체>를 소개하는 것 이 주된 계획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젝트 배경, 활자 계 보와 디자인 원칙, 사용자의 사용성 평가도 함께 담아야겠다고 생 각했고, 부록으로 1년 동안 <바람.체>가 쓰인 디자인도 소개하게 됐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이 책에 담고자 하는 두 가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는 <바람.체>와 <바람 이 바람을 불어>를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신 분들에 대 한 고마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람.체>를 고치고 더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폰트 품질에 대한 언쟁이 아닌 논쟁을 할 수 있도록 이해와 공감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요즘 한글 폰트에 관심이 있는 어린 학생과 젊은 디자이너가 많 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한글 폰트를 후원하거나 산 사람이 또는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 니다. 좋은 경험을 한 사람은 한글 폰트 애호가가 될 것이고, 이러 한 과정을 통해 한글 폰트 공급자와 사용자 사이에 공감이 넓어 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공감을 바탕으로 맺어진 유대가 더욱 돈독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책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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