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금요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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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1970년대. 당시 서울대 교수 한 분이 미국

의 유명 대학에 교환교수로 갔다. 달라도 귀

했고 더구나 국내에서 송금은 꿈도 못꾸던

시절이라, 이런 사정을 이해한 그 대학에서

숙소까지 마련 해 주었는데 그 숙소가 대학

기숙사였다. 마침 사정이 비슷한 인도에서

온 교수와 방을 함께 쓰게 되었단다. 문제는 아침 7시30분 경 일어나 샤워를 하는데 그

인도 교수가 먼저 샤워를 하고 난 뒤라 인

할 수 없이 그 집을 얻었는데 그 집에 들어

서는 순간 카레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카

펫 청소는 물론, 특히 부엌은 바닥부터 캐비

닛까지 박박 문지르며 그 냄새를 지우려했

는데 한동안 그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그러

나 그것도 얼마를 지내고 보니 적응이 되었

는지 카레 냄새를 잊고 지냈다. 그 후 3개월

뒤 집사람이 뒤따라왔는데 집에 들어서자

마자 카레 냄새가 상당히 역하다고 말해 깜

짝 놀랐다. 아니 그 냄새가 석 달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다니.

시간을 돌이켜 일제시대. 그 당시 교육을

받은 선생님께서 일본인들이 툭하면 한국

사람을 보고 “죠센징 마늘 냄새요 아니면 “

죠센징 기무찌 ( 김치 ) 냄새요.” 했다는데

그 때는 그저 그 친구들이 우리 한국인을

깔보느라고 습관적으로 내뱉은 말이라고

생각했지 실제 우리 몸에도 우리만의 독특 한 체취가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그러

나 내가 인도인이 살던 집에 직접 살고 보

니 이해가 되었다. 이런 냄새란 제 3자가 상

대방이 지닌, 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냄 새를 맡고 그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한 알

기 어렵다.

서양 사람들의 겨드랑이 냄새가 우리에

게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역겹지만 그들끼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그들 또한 말은 안 했지만 우리 한국인 직원들의 김치 냄 새를 맡고는 좋게 해석해서 그들의 세계에 는 없는 독특한 냄새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1980년대 홍콩 근무시절. 업무 이외에 우 리 그룹과 관계가 있는 공무원아저씨들의 접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과의 하나였다. 그들이 갖은 핑계를 대고 해외로 출장을 나 오면 반드시 들려가는 곳이 홍콩이었다. 물 론 쇼핑 때문이었다. 그들이 오면 우리는 저 녁 식사는 물론 2차까지 잘 접대하고 이튿 날 쇼핑까지 봐줘야 했다. 우리는 단골 중 국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당시 한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마오타이라는 술로 건배 를 들었다. 위스키 종류로는 조니워커, 시 바스리갈 등등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지

얼굴 없는 화가 바람의 색

길을 걷다 문득 얼굴도 없이 다가와 살며시 안아 주는 화가를 만나다

그의 몸짓에 안긴 풀잎은 그는 초록이라 하고

그가 머문 자리에 수선화가 방긋 그는 노랑이야

산딸기는 그를 마시고

빨갛게 취했다 실토하고

부른 배를 내밀며 담장 밑 호박은 누렇다 무작정 우기고

한 세상 입 맞추고 노닐다

뿌리까지 하얀 물 배었다고

머리카락은 실실 고백하지만

눈 감으면 선명한 첫 키스에 감전된 사랑의 빛깔 자신만만 용 솟는 젊음의 푸른 눈

때 이 서울대 교수는 큰 깨달음을 얻는다. “ 아하, 나는 몰랐지만 나에게에서도 냄새가

났고 저 교수는 그게 싫었구나. “

역시 1970년대 말 필자가 네덜란드 암스

테르담으로 발령이 나서 그곳에서 집을 구 하는데, 당장 들어가서 살아야 할 집이 마침

인도인이 살던 곳이어서 별로 내키지는 않

았지만 당시 그곳은 하도 집 얻기가 힘들어

리는 잘 느껴지지 않듯이. 역시 암스테르담

시절, 100여년 이상이 된 건물에 사무실이 있다 보니 그 당시에는 물론 에어컨이 있을 리 만무했다. 여름이라고 해봐야 서울의 초 가을 날씨 정도지만 그러나 한 며칠은 상당 히 더운 날이 계속되기도 한다. 그런 날에는 사무실 안은 찜통 더위와 화란 직원들의 겨 드랑이 냄새가 믹스되고 보니 많은 인내가 필요하곤 했다.

마오타이를 마셔봤다는 그 사실 자체였다. 중국요리와 마오타이로

그들은 한 동안

경험을 우리 회 사와 공유했다. 그 때 홍콩 출장에서는 그

정작 문제는 이튿날 나타나곤 했다. *전문은 www.vanchosun.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가슴 찰랑이는 향기의 순백

바람은 무한의 색깔에 숨어 안 보이나 보다

화가를 만나면 만물은 저마다 부풀린 허파로 긴 이야기 그린다 자기만의 등불을 켜고 춤춘다

그는 저 많은 물감을 어디서 났을까

그의 색으로 물들어 있어도 없는 듯 맑아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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