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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 판결의 헌법적 문제점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제 토론
오동석(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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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법관의 책무를 다하여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상정하고 판결했느냐의 문제다. (2)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하면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국가는 물론 헌법보다도 상위의 규범으로서 헌법이 확인한 규범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판단은 헌법 규범에 부합하는 한 모든 법관이 존중해야 할 헌법해석 규범이다. (3) 인간의 존엄성은 최고의 헌법적 가치이자 국가목표 규범으로서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며, 국가는 인간 존엄성을 실현해야 할 의무와 과제가 있다. 인간의 존엄성은
‘국가권력의 한계’로서 국가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개인의 방어권일 뿐 아니라,
‘국가권력의 과제’로서 국민이 제3자에 의하여 인간존엄성을 위협받을 때 국가는 이를 보호할 의무를 부담한다. 1
(4) 일본군‘위안부’ 피해는, 일본국과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동원되고 그 감시 아래 일본군의 성노예를 강요당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달리 그 예를 발견할 수 없는 특수한 피해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의 특수성은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일본의 재판소도 확인했다. 1994. 9. 2. 발표된 유엔의 NGO 국제법률가위원회의 보고서와 1996. 2. 6. 공표된 유엔 인권위원회 ‘여성에 대한 폭력 특별보고자’ 쿠마라스와미의 보고서는 이를
“군사적 성노예”라고 정의했다. 1998. 8. 12. 공표된 유엔 인권소위 ‘전시 성노예제 특별보고자’ 게이 맥두걸의 보고서는, 일본군위안부를 강요한 행위는 ‘인도에 대한 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고 단언했다. 2007. 7. 미국 하원이 채택한 일본군위안부 결의안도 일본군위안부를 “일본 정부에 의한 강제 군대 매춘제도이자 잔학성과 규모면에서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범죄”로 규정했다. 그리고 1998. 4. 27.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한 입법부작위책임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을 명한 일본의
1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 3 조 부작위 위헌확인(헌재 2011. 8. 30. 2006 헌마 788).
야마구찌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 판결은, 그 피해를 “철저한 여성차별․민족차별사상의 표현이며, 여성의 인격의 존엄을 근저에서부터 침해하고, 민족의 긍지를 유린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2
(5) 배상청구권의 실현은 무자비하고 지속적으로 침해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신체의 자유를 사후적으로 회복한다는 의미다. 3 재산권의 측면은 현행 법제 한계에 기인하는 최소한의 사법적 정의(司法的 正義)다. (6) 헌법은 전문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의 계승을 천명하고 있는데, 헌법이 제정되기 전의 일이라 할지라도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수행하지 못한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위안부로 강제 동원되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말살된 상태에서 장기간 비극적인 삶을 영위하였던 피해자들의 훼손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시켜야 할 의무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지금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부담하는 가장 근본적인 보호 의무다. 4
(7) 1948년 「세계인권선언」 제1조에서 인간 존엄성과 권리를 규정한 것은 국가가 주권의 명목으로 저지른 전쟁 등 폭력에 대한 사후적 정의 회복의 인류 보편적 규범이다. 인류의 과거청산을 통한 이행기 정의의 최상위 근거규범이다. (8) 헌법 제6조제1항에 따라 헌법에 근거하여 체결․공포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헌법이 확인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규범 아래에서 국내법적인 효력을 가진다. 또한 헌법 제60조에 따라 체결하는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국가의 주권을 제약하는 헌법규범이다. 헌법 제5조제1항에 따라 국제평화의 규범적 토대이기도 하다. (9) 헌법재판소는 유신헌법 일부 조항과 긴급조치 등의 판단 기준을 현행헌법에서 찾는다. 그 근거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하였다는 반성에 따른 헌법 개정사, 국민의 기본권의 강화·확대라는 헌법의 역사성, 헌법재판소의 헌법해석은 헌법이 내포하고 있는 특정한 가치를 탐색·확인하고 이를 규범적으로 관철하는 작업인 점”에 따른 것이다. 5 일본군‘위안부’ 피해는 현행헌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2 헌재 2011. 8. 30. 2006 헌마 788.
3 헌재 2011. 8. 30. 2006 헌마 788.
4 헌재 2011. 8. 30. 2006 헌마 788.
5 구 헌법 제 53 조 등 위헌소원(헌재 2013. 3. 21. 2010 헌바 70, 132, 172(병합)).
(10) 헌법재판소는 국가긴급권의 행사라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으로 삼았다. 6
전시의 국가행위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헌법규범의 심판대상이다. 과거 힘의 논리에 따라 전시에 법이 침묵했지만, 오늘날에는 전시라 해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규범 앞에서는 인권과 헌법의 이름으로 국가의 주권을 침묵하도록 해야 한다. (11) 인권적 정의(正義)와 헌법적 정의(正義)는 거의 언제나 사후적 정의(事後的 正義)다. 인권침해와 헌법 파괴는 사실상의 힘의 우열 관계에서 파생하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국가가 다른 나라와 지역의 주민에게 법의 이름으로 범죄행위를 저질렀음을 법리적으로 분별해야 한다. 국가면제 또는 주권면제를 인정하는 전제조건은 모든 국가가 서로 평등하고 독립적이어서 일방적인 지배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면제 또는 주권면제는 국가폭력의 변명일 뿐이다. 일제의 불법적인 지배에서 해방한 대한민국의 헌법의 이름으로 반인권적 국가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사법권력의 중대한 헌법침해다. (12)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당할 당시의 정의는 규범적으로 존재한다. 다만, 그 정의의 실현이 사후적일 뿐이다. 법관이 국가범죄에 대한 사후적 정의의 심판을 외면하면, 법관이라는 사법적 정의의 권력은 과거 제국주의 국가범죄의 공범이 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하는 문제에서 법관의 부작위가 가지는 헌법적 의미다.
6 헌재 2013. 3. 21. 2010 헌바 70, 132, 172(병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