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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아시나요

전 나 유

겨울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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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집안의 형제 자매들이 단촐한 숫자가 되어서 많은 가 족들과 어울려 사는 일이 무척 생소하고 불편하게까지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우 리가 자라던 시절에는 각 가정 마다 자녀들이 5남매 6남매 있 는 일은 다반사였습니다. 때로 는 10명 12명까지 있는 경우도 허다했으니 지금과는 상당히 다 른 풍속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집안의 장남이나 장녀는 부모님 다음으로 책임 도 막중했을 뿐 아니라 위계질 서면에서도 그 위상이 뚜렷했습 니다. 동생들이 함부로 넘보거 나 말을 듣지 않거나 하면 무섭 도록 호통을 치곤 했습니다. 우 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큰언 니의 역할은 대단했습니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아래로 쪼로 록 달린 동생들을 건사하고 살 핀다는게 보통일은 아니었습니 다. 철없는 동생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천방지축 날아다니며 이 리 뛰고 저리 뛰면서 큰언니의 다스림을 살짝살짝 피해다니기 일쑤였습니다.

약한 몸으로 어린 동생들을 돌 보느라 많이 힘들었을텐데도 씩 씩하게 생활하던 언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학교가 끝 나고 오면 동생들 숙제 봐 주는 일이며 집안 청소를 하는등, 어 머니를 도와 분주하게 움직였습 니다. 이제 그만하고 네 일 하 라고 만류하는 어머니의 권유에 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해 야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 선 끝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자신 의 학교 공부가 많았음에도 동 생들 먼저 살피던 언니는 천상 큰언니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둘째 언니와 그리도 죽이 잘 맞아 날마다 웃음꽃이 떠나지 않게 화사함을 더했던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했던 언니는 셈세 하면서도 호탕한 성격이었습니 다. 동생들이 잘못했을 때 눈물 이 쏙 빠지도록 엄격하게 다루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었습니 다. 딸 다섯에 아들 하나인 6남 매의 가정에서 큰언니로서의 위 치가 지금 생각해보니 무게감으 로 보나 서열로 보나 쉽지 않은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한번도 그런 마음을 내비친적이 없던 큰언니로 인해 소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참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책을 좋아하던 동생들 의 눈을 생각해서 정확하게 시 간을 재고는 책을 덮게 하고 창 문 열어 초록색 먼 산을 바라 보게 했던 일, 빠듯한 간식꺼리 를 똑같이 동생들에게 나눠 주 면서 정작 자신은 먹지도 않고 먹었노라고 말하던 일, 숙제를 해가지 않아 선생님한테 꾸중듣 고 훌쩍훌쩍 울면서 집으로 돌 아와 속상해 하는 내 등을 토닥 거리며 밀린 숙제를 정성스럽게 도와 주던 일, 그러면서 부모님 께는 나의 칭찬을 아끼지 않아 오히려 나를 정신 차리게 만들 었던 일 등등….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랑을 퍼부어 주었던 큰 언니의 고마움을 일일이 다 갚 지 못해 지금까지도 미안한 마 음만 그득히 갖고 있습니다. 어 느 겨울날, 몸살로 인해 시름시 름 앓던 나에게 호떡을 사주기 위해 한참 떨어진 호떡 가게를 다녀 와서는 시린 손을 호호 불 며 호떡을 한입씩 떼어 먹여 주 던 정스런 언니가 있던 그때, 그 때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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