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정원재
‘엘리’는 아주
커다란 코끼리야.
우리가 어떻게 재미있게 노는지 한 번 볼래?
엘리는 코로 나를 들어올리기도 하고, 구불구불 춤을 추거나,
시원한 분수를 만들어
두둥실~ 나를 띄워줘.
엘리의 코는 정말 못하는게 없어. 그러던 어느 날,
으앙~! 내 코가 사라졌어.
엘리야! 걱정하지마. 같이 찾아보자. 우리는 코를 찾기 시작했어.
찌릿
이 코가 네 코야?
~ 찌릿
아니야. 내 코는
찌릿찌릿 위험하지 않아.
이 코가 네 코야?
아니야. 내 코는
륵 주 륵 주
~
주룩주룩 콧물이 나오지 않아.
이 코가 네 코야?
킁 킁!
아니야. 내 코는
킁킁 냄새가 나지 않아.
위잉위잉~ 이 코가 네 코야?
아니야. 내 코는
위잉위잉 빨아들이지 않아.
이 코가 네 코야?
아니야. 내 코는
조각
조각조각 오려지지 않아.
조각
뚝 이 코가 네 코야?
뚝
아니야. 내 코는
뚝뚝 끊어지지 않아.
이 코가 네 코야?
와 작와 작
아니야. 내 코는
와작와작 먹는 게 아니야.
리~
이 코가 네 코야?
호 리 호
아니야. 내 코는
호리호리 얇지 않아.
이 코가 네 코야?
! 벅 뚜 벅 뚜
아니야. 내 코는
뚜벅뚜벅 자국이 남지 않아.
아무리 찾아봐도 엘리의 코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
엘리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어. 이제 코가 없으니 너를 들어 올려 줄 수도 없고, 코로 춤을 출 수도 없고, 시원한 분수를 만들어줄 수도 없어. 코가 없으니 이제 나랑 놀아주지 않을 거지.
코가 없어도 네가 엘리인 건 변하지 않아. 난 세상에서 엘리가 제일 친한 친구인걸.
근데 네 등 뒤의 그건 뭐야? 어? 언제부터 여기 붙어있었지? 그건 바로 엘리의 코였어!! 엘리의 코도 나랑 노는 게 너무 재미있었나 봐. 그래서 내 등 뒤에 꼭 숨어있었던 거지.
찾았다. 찾았어! 코가 다시 생겼어! 엘리와 나는 정말 정말 기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