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순환 2호(2014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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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8

웹진 2호

지역과 순환

2014년 로컬푸드 정책 우수 지자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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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식량주권과 지역순환사회 / 장경호 지역먹을거리 체계 구축방안 / 윤병선 로컬푸드 정책, 어디까지 왔나 / 황민혁 전국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 현황과 분석 / 황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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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과 담론 문명의 전환과 지역순환사회 / 도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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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세계 가족농의 해’ 기획 연재 / 통계로 본 한국 농업

1부 추락하는 한국 농업(농가인구, 농지 면적) / 황민혁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


“지금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먹을거리가 생산된 현장과 밥상의 거리가 멀다 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를 둘러싼 여러 문제의 근원이고 모든 병의 원인이다.

밥상 너머로 보이던 농촌 풍경이 반세기 만에 사라져버렸다.

밥상과 농업을 잇던 끈이 끊겼다.

생산자가 소비자와 다르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뒤섞여 살고 있지만, 이 좁은 나라 에서 이 둘의 거리는 터무니없이 멀어져버렸다.

지구 온난화와 식품 안전, 식생활이 원인인 병, 아이들의 알레르기까지 모든 문제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문제의 근원을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

! 야마시타 소이치

‘지구를 살리고 내몸을 바꾸는 로컬푸드 조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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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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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순환

2014년 7·8월 2호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

2014년 로컬푸드 정책 우수 지자체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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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주권과 지역순환사회 / 장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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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먹을거리 체계 구축방안 / 윤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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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정책, 어디까지 왔나 / 황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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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 현황과 분석 / 황민혁

! 사상과 담론 26 문명의 전환과 지역순환사회 / 도법 스님

! ‘2014 세계 가족농의 해’ 기획 연재 / 통계로 본 한국 농업

발행일 : 2014년 7월 30일 발행인 : 황민영

30 1부 추락하는 한국 농업(농가인구, 농지 면적) / 황민혁

편집∙디자인 : 황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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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 jisunsa21@gmail.com

36 세계 가족농의 해 홍보물

홈페이지 : cafe.naver.com/jisunsa

39 지순사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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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가 선정한

2014년 로컬푸드 정책 우수 지자체

1위. 전북 완주 2위. 강원 원주 3위. 전남 순천 4위. 경기 안성 5위. 경기 평택

!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는 특집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을 맞 아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로컬푸드 정책은 분석하였다. 로컬푸드 관련 조례들을 전부 검토했고,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해 각 지자체의 2014년 로컬 푸드 기본계획, 사업 현황, 예산을 파악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의 담 당자들과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로컬푸드 관련 조례를 제정한 21개 기초 지자체 중 로컬푸드 정책이 가장 우수한 지자체를 1위부터 5위까지 선정했다. 순위 선정은 로컬푸드 관 련 정책을 네 분야(조례 제정 수와 내용 평가, 2.‘기본 계획’ 혹은 ‘육성 및 지원에 관 한 계획’ 유무, 3.사업 내용 평가, 4. 2014년도 예산)로 나눈 후, 각 분야별로 평점을 매 겨 이를 합산한 점수를 기준으로 했다. 지역의 새로운 희망인 로컬푸드 운동에 적극 나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로 컬푸드 정책 우수 지자체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한층 더 나은 정책들이 시 행되길 기대한다.

! 자세한 내용은 13쪽 ‘로컬푸드 정책, 어디까지 왔나’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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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식량주권과 지역순환사회 장경호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 운영위원,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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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탐욕과 글로벌푸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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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의 밥상은 글로벌푸드시스템이 제공하는 먹을거리에 절대적 으로 의존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대략 22∼23% 수준에 머 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에는 약 48%의 식량자급률을 이루었고 1990년 대 초반까지도 자급률이 약 43.2%를 기록했지만, 불과 20여년 사이에 1/4도 자급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바꿔말하면 우리의 식탁의 77 ∼78%는 수입산 식량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이것은 곧 먹을거리 위험사회에 진입했다는 신호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기원은 곡물메이저와 초국적 자본의 탐욕에 있다. 1970년대부터 유럽은 공동농업정책(CAP)을 통해 식량의 자급을 이루게 된 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농산물의 과잉생산 문제가 대두되 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의 농업자본 이윤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 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방 법을 모색했다. 하나는 자국 내의 농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해외시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결국 해외시장 확보라는 미국과 유럽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1986년 우르과이라운드(UR)의 시작으 로 1993년 UR 농산물협상 타결됐고 1995년 1월 1일부터는 농업협정문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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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 입한 모든 나라들은 농산물에 대한 자유무역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국내 농업을 보호해 주던 각종 국경장벽이 없어지거나 대폭 낮아짐으로써, 미국과 유럽에 본거지를 둔 곡물메이저와 초국적 자본은 빠른 속도로 전 세계인의 밥 상을 장악해 나갔다. 지구촌 인류의 먹을거리를 지배하고 황금알을 낳는 글로 벌푸드시스템이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 정부의 주도 아래 무너져가는 식량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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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정부의 주도로 글로벌푸드시스템을 받아들였다. 공산품의 수 출을 늘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농업을 희생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국민 들이 점차 길들여져 갔다. 정부는 UR 농산물협상에 이어 2000년대에는 자유 무역협정(FTA)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했고, 그 결과 농산물의 시장개방은 빠 르게 확대됐다. 정부는 국내 농업의 구조조정도 앞장서서 추진했다. 경쟁력이 라는 미명 아래에서 소수의 정예농가들에게 선별적으로 농지, 농기계, 시설 등 농업자원을 집중시키는 농업구조조정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지난 20년간 집중적으로 진행된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우리의 농 업과 농촌, 농민은 점차 몰락의 길을 걸었다. 약 60%가 넘는 농민이 농사를 포 기해야만 했고, 수많은 농지가 개발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식량자급률도 급격 하게 떨어져 20년 사이에 자급률이 절반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몰락해 버린 우리 농업과 먹을거리의 빈자리는 글로벌푸드가 채워나갔다. 이 때문에 오늘 날 우리의 밥상은 글로벌푸드에 의존하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이에 비례해 우리의 밥상은 글로벌푸드가 주는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말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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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사회적 질병을 낳는 먹을거리 위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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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주권의 상실은 우리 사회를 먹을거리 위험사회로 만들어 버렸다. 사회 적 병폐를 낳는 먹을거리 위험사회의 신호는 네 가지 원인에 기인하다. 첫째, 대다수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바와 같이 먹을거리의 안전을 위협 하는 근원적인 요소들이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 GMO, 화학농업, 공장식 축 산, 수확후 처리, 각종 화학 첨가물 등 갖가지 화학으로 무장한 글로벌푸드가 이미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고 있다. 글로벌푸드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 것 과 비례해 먹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 즉 식원성(食原性) 질병도 빠르게 증가하여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토 피를 비롯하여 비만, 당뇨 등과 같은 소아 성인병도 그 일부에 해당한다. 둘째, 식원성 질병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소득계층별로 구분해 보면 건강의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병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 더 심각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원성 질병 피해는 저소득 빈곤층 가구에 상대적으로 더 많 이 집중되고 있다. 고소득층일수록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고, 반대로 저소득층일수록 위험한 먹을거리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 이다. 이 부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미 많은 조사보고서가 발표됐다. 위험 한 먹을거리가 사회의 양극화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셋째, 먹을거리 위험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푸드에 대한 의존 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수출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 다며 정부가 자유무역을 추진하면서 식량주권의 원천이 되는 우리의 농업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농민을 내쫓고, 농촌을 피폐하게 만들고, 농업을 몰 락시키는 것과 정확하게 비례하여 우리의 밥상과 먹을거리는 글로벌푸드로 채워지고 말았다. 4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넷째, 먹을거리의 가격파동 때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먹을거리

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피

관련 병폐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업의

식량주권과 지역 그리고 순환을 통해

몰락은 국내 농산물생산기반의 약

먹을거리의 지속가능성을 찾는 것에

화로 이어졌다. 원래부터 농산물은

달려있다.”

약간의 공급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 격이 크게 오르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생산면적의 축소는 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폭등을 더욱 심하게 만들었다. 가격폭등 혹은 폭락이 과거에 비해 발생 빈도가 더 많아지고, 그 변동 폭도 더 커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잦은 기상이변 의 증가는 가격불안을 더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고, 세계적인 식량위기와 가격폭등은 국내 먹을거리의 가격을 전반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하고 있다. 가격불안으로 인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저소득 빈곤층에 타격을 준 다. 부자들이야 먹을거리 가격변동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서민들에 겐 장바구니 부담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 희망의 출발은 지역의 순환

! 농업과 농민의 몰락은 식량주권의 상실을 가져왔고, 농촌이라는 지역사회 를 붕괴시켜 왔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먹을거리 위험사회가 돼 버렸다. 지난 20∼30년간 먹을거리에 관한 우리 사회의 내적 순환이 파괴되면서 글로벌푸드 시스템과 같은 외적 요인에 우리 모두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생명을 맡겨야 하는 악순환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벌 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소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 공통 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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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하지만 문제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실천이 나오기 마 련이다. 먹을거리 위험이 높아질수록 먹을거리의 대안을 찾는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그들이 펼 치는 희망의 실천은 대체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역의 순환을 통해 식량의 지속가능성을 지켜나가며 ‘식량주권’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 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먹을거리 관련 병폐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식량주권과 지역 그리고 순환을 통해 먹을거리의 지속가능성을 찾는 것 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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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지역먹을거리 체계의 구축방안 윤병선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 전문위원 · 건국대 교수

! 지역먹을거리 운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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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지역 중심의 먹을거리 순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먹 을거리 운동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지원 정책도 가다듬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에 비해 지역먹을거리 운동이 발생하게 된 문 제의식과 그 가치에 대한 공유가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지역먹을거리 운 동이 생겨난 계기와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대안 운동으로 서의 지역먹을거리 운동은 곧장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지역 경제 활성화

소농의 소득창출

지역먹을거리 운동

지역의 자기 의존도 증가

환경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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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지역먹을거리 운동(로컬푸드)은 글로벌푸드의 대립에서 나온 것인다. 현 대의 농식품체계는 일부 초국적 기업들이 운영하는 세계 농식품체계에 포섭 돼 있기 때문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농식품체계는 매우 취약하다. 지역중심 의 순환형 농식품체계가 약해짐으로써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 들 사이의 신뢰관계는 점차 사라졌고, 그 결과 먹을거리의 질이 떨어지게 됐 다. 수출입을 통한 먹을거리 유통 구조로 인해 지역의 식량자급률도 낮춰지게 됨으로써 불시에 찾아올 수 있는 식량위기에 대한 불안도 높아졌다. 즉 오늘 날의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 구조는 불신과 불안의 그림자에 휩싸여있는 바 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형국이다. 글로벌 농식품체계를 넘어서는 지역먹을거리 운동은 한마디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관계를 회복하여 먹을거리의 안정성을 확보할 뿐 아니라. 지역 중심의 ‘관계성의 경제’를 바탕 으로 지역사회를 안정화시켜 지역경제에도 이득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로 컬푸드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대립 관계가 아닌 공생 관계로 변화 시킴으 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건강한 먹을거리와 안전한 경제 활동을 이뤄내 도록 하는 사회경제적 대안 운동인 것이다. 사실 지역먹을거리 운동은 외국에서 처음 일어났다. 일본의 경우는 생산자 와 소비자가 스스로 새로운 관계를 맺음으로써 지역먹을거리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 운동을 통해 소 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생산자들을 설득해 지역순환먹을거리 체계를 발전시킨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정책과 제도를 통해 지역먹을거리 운동이 전개 됐다. 지역의 생산자가 일정한 날에 맞춰 소비자에게 신선한 먹을거리를 보내주는 꾸러미 사업에 대한 지원 정책으로 인해 지역먹을거리 운동이 활발해 진 것이 다. 중요한 점은 아래로부터의 운동과 위로부터의 운동이 조화를 이뤄 생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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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와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될 뿐 아니라 지역에 경제와 문화를 되살리도록 만 드는 일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활성화가 지역사회에 긍정적 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다양하게 밝히고 있다. 첫째로 지역먹을거리 쳬 계는 소농의 소득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역먹을거리 운동은 단일 품 목의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소농들이 더 유 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지역먹을거리 체계는 환경보호에도 도움 이 된다. 대규모 기업농이 아닌 소농 중심의 먹을거리 생산 활동은 토양의 황 폐화는 물론 농약과 화학비료의 무분별한 사용을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셋째 로 지역먹을거리 체계는 지역의 자기의존도를 높인다는 점이다. 지역 안에서 작물의 다양성을 유지시킴으로써 식량의 자급률을 높일 뿐 아니라, 농화학비 료를 포함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다양한 농자재의 수급을 줄임으로써 지역 의 자립력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넷째로 지역먹을거리체계는 일자리를 늘 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지역먹을거리 운동은 먹을거리가 지역 안에 서 순환하는 구조를 갖기 때문에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뿐 아니 라, 여성이나 고령자가 농산가공사업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고용기 회가 만들어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 ‘지역’과 ‘먹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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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먹을거리 운동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지역’에 대한 것이다. ‘지역’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따라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역먹을거리 운동에서 ‘지역’을 단순히 행정구역으로만 한정시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역은 “함께 사는 혹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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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살아온 공동체”를 일컫는다. 즉 ‘소통과 관계성’을 바탕을 둔 지리적이면서도 문화적인 공동체가 곧 ‘지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성이라는 것을 오늘 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배타적 집단 결집체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그러 므로 ‘지역’의 의미를 “땅을 온전하게 회복하는데 기여하고 지역사회에 활기 를 불어넣는 관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성”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지역’ 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먹을거리’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 되는 모든 먹을거리를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환 경을 파괴하고 경제적 불균형을 가져오는 대규모 단작형 농산물은 지역먹을 거리 운동의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대상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관계 속에서 소농 중심의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먹을 거리로 삼아야 한다. 지역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최근에는 대형 유통 업체들이 지역먹을거리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유통구조를 변화시키지 않 고 단순히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지역먹을거리 이름을 붙여 판매 이 득을 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철저히 차단된 채 지리적 거리만을 기준으로 지역먹을거리를 말하는 것은 지역먹을거리 운 동의 참된 의미를 왜곡시키는 행위이다.

! 지역먹을거리 운동,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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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먹을거리 운동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먹을거리 순환 체계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지역먹을거리 운동은 다수의 생산자와 다수의 소비지 가 만나는 것이 아니라 소수(혹은 1인)의 생산자와 다수의 소비자가 만나는 유통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지역먹을거리 운동은 단순한 직거 래가 아니라, ‘얼굴있는 먹을거리’를 통해 ‘식’과 ‘농’의 거리를 축소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지역먹을거리 운동을 활성화시키는 핵심 10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은 소수의 생산농가와 다 수의 소비자가 결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유지시키는 것에 달려 있다. 이 같은 지역먹을거리 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생산자의 조직화이 다. 개별농가들의 단작화 경향이 뿌리 깊게 내린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산 농민이 다품목 소량생산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각각의 개별 농가 모두가 일시에 다품목 소량생산을 해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생산농민이 협업을 통해 조직화함으 로써 다양한 먹을거리가 소비자들에게 전달 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 다. 생산 농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역먹을거리 운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둘째로 소비자의 조직화이다. 생산농민들이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다 양하게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도 소비자가 없으면 지역먹을거리 운동은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생협과 같은 협동조합 형식의 안정된 소비자 층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다. 특히 지역먹을거리의 경우 제철농산물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 할 수 있는 소비자의 조직화는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셋째로 중간지원조직을 육성하는 일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새로운 관 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도움을 주는 조직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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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이다. 중간지원조직은 지역먹을거리 운동에 대한 교육 지원 뿐 아니라, 생산 농민들과 소비자들을 조직화하는 일을 지원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도록 한다. 지역먹을거리 운동을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곳들을 알아보는 일도 중요하 다. 이를 위해 농민시장 또는 직매소, 생협, 꾸러미사업, 학교급식, 그리고 지 역복지사업을 하는 곳들과 관계를 맺어 지역먹을거리 운동을 알리고 유통망 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먹을거리는 1차 생산물 뿐 아니라 가공 사업 에도 활용될 수도 있다. 지역 생산물을 가공사업의 재료로 사용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 생산물을 더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지역먹을거리 운동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역먹을거리 운동을 지 원하는 공공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나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먹을거리정책협의회를 만들어 지역먹을거리체계를 만드는 협 력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먹을거리정책협의회를 통해 지역식량 계획을 세우고 교육과 포럼, 연구나 정책협의 등을 진행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제도를 안정되게 만들어내야 한다. 지역먹을거리정책협의회에는 농 민단체의 대표, 소비자단체의 대표, 학교급식관계자, 협동조합관계자, 농식품 유통업자, 농식품 가공조직, 복지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협의회에서 제시하는 지역먹을거리계획의 수립과 집행은 지역공동체의 교육, 의료, 산업, 행정, 복지, 문화 등 지역식량체계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역사회전체의 삶과 연동된 문제로 다루어져야 하고, 민관 협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 글은 작년 10월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에서 주최한 ‘지역 순환형 먹을 거리 운동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표된 윤병선 건국대 교수의 발제를 쉽게 요약해서 정 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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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로컬푸드 정책, 어디까지 왔나 글 / 그림 황민혁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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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조례를 제정하는 지자체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불과 채 5년도 되지 않아, 30건 이상의 조례가 전국 각지에서 만들어졌다. 지역먹을거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일으킨 로컬푸드 돌풍 현상은 지역순환사회의 가능성에 희망을 밝힌 신호탄이다.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경우도 많다. 속 빈 강 정처럼 이름 뿐인 로컬푸드 조례와 정책을 추진하는 지자체도 수두룩하기 때 문이다.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전국 지순사)는 지난 50여일 동안 “로 컬푸드 정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모든 지방자치단체 로컬푸드 정책을 정리하고 분석했다. 로컬푸드 관련 조례들을 전부 검토했을 뿐 아니라, 각 지 자체에 정보 공개를 요청해 로컬푸드 기본 계획과 사업 현황, 예산 내역을 파 악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의 담당자들과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지자체별 로컬푸드 정책 현황과 문제점, 올바른 해 법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였다. 나아가 2014년 로컬푸드 정책 우수 기초 지자 체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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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2009년 이후 제정된 조례 34건, 2011년 이후 급속히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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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조례는 2009 년 12월 31일에 강원도 원주시에서

연도별 로컬푸드 조례 제정 건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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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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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라는 이름으로 처음 제정됐다. 약 10 개월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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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2010년 10월 7일에 전 라북도 완주군이 ‘완주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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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상반기

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며 그 뒤를 잇는다. 2011년에 들어서면서 조례 제정 건 수는 급격히 늘어난다. 2011년에 4건, 2012년에 6건, 2013년에 14건에 이어 2014년 상반기에만 8건의 로컬푸드 조례가 제정됐다. 2014년 7월 현재까지 로컬푸드 조례가 제정된 광역 지자체는 총 7곳으로 충북, 경북, 대구, 광주, 세종, 전북, 경기이다. 이 중 충북과 경북은 로컬푸드 정책협의회의 설치나 운영에 관한 조례이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한 편 기초 지자체는 총 21곳이 로컬푸드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이 가운데 완주 는 4건, 원주는 2건이 제정돼 있다. 대다수의 로컬푸드 기본 조례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로 컬푸드에 관한 ‘기본계획’ 또는 ‘육성 및 지원 계획’을 일정한 시기마다 수립 하는 것이다. 이 계획에는 보통 중장기 목표와 활동, 주요 사업 내용, 교육 추 진 계획 등을 담아야 한다. 둘째는 로컬푸드 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 이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위원회는 보통 관할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농협 담 당자, 민간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셋째는 로컬푸드 사업에 대한 내용이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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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시기별 로컬푸드 관련 조례 제정 현황 지자체

명 칭

제정일/개정일

강원 원주시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09-12-31

전북 완주군

완주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0-10-07

전북 김제시

김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1-05-02

경북 청송군

청송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1-05-02

경기 평택시

평택시 로컬푸드 지원에 관한 조례

2011-09-22

전남 강진군

강진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1-10-20

충북

충청북도 로컬푸드 정책협의회 운영 조례

2012-07-16

충북 음성군

음성 먹을거리 순환체계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2-10-05

경북

경상북도 로컬푸드 정책협의회 설치 및 운영 조례

2012-11-05

경북 군위군

군위군 푸드 유통센터 관리 및 운영 조례

2012-12-14

전북 완주군

완주군 로컬푸드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

2012-12-27

대구

대구광역시 로컬푸드 활성화에 관한 조례

2012-12-31

전북 완주군

재단법인 로컬푸드 공공급식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 조례

2013-03-14

전남 무안군

무안군 로컬푸드운동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4-05

경남 거창군

거창푸드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5-22

울산 북구

울산광역시 북구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5-24

전북 완주군

완주군 로컬푸드 시설물 관리 및 운영 조례

2013-06-13

충남 아산시

아산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6-17

강원 원주시

원주푸드 종합센터 관리 및 운영 조례

2013-07-12

전북 익산시

익산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7-15

광주

광주광역시 지역먹을거리 육성 및 지원 조례

2013-08-01

전북 정읍시

정읍시 힐링푸드센터(Healing Food Center) 설치 및 운영 조례

2013-09-25

대전 서구

대전광역시 서구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9-30

강원 영월군

영월군 로컬푸드 활성화에 관한 조례

2013-11-15

전북 군산시

군산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11-15

충북 옥천군

옥천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11-20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특별자치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4-01-10

전북

전라북도 로컬푸드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

2014-02-14

경기

경기도 로컬푸드 활성화에 관한 조례

2014-03-05

전남 순천시

순천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4-04-09

대전 유성구

대전광역시 유성구 로컬푸드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4-04-18

경기 안성시

안성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4-05-01

충남 부여군

부여군 굿뜨래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4-05-16

전남 곡성군

곡성군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 조례

2014-05-16

15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부분은 지자체마다 크게 다르다. 지원 센터나 종합 센터를 설립, 로컬푸드 인 증 시스템 구축, 공공급식 지원, 사업 활성화 방안, 협력체계 구축, 로컬푸드의 날 지정과 운영 등 다양한 사업 내용들이 각 지자체의 상황에 맞춰 들어가 있 다.

! 로컬푸드 정책 우수 기초 지자체 : 완주, 원주, 순천, 안성, 평택 순

!

2014년도 각 기초 지자체별 로

2014년 로컬푸드 정책 우수 기초지자체

컬푸드 정책을 분석해 평점을 낸

순위

지자체

평점

결과, 전북 완주가 25.1점으로 가장

1위

전북 완주군

25.1

2위

강원 원주시

17.7

3위

전남 순천시

15.1

4위

경기 안성시

12.6

5위

경기 평택시

10.3

우수했다. 그 다음으로 강원 원주 (17.7), 전북 순천(15.1), 경기 안성 (12.6), 경기 평택(10.3) 순이다. 로 컬푸드 정책 평점는 4가지 항목(조 례의 수와 내용 평가, ‘기본 계획’ 또는 ‘육성 및 지원 계획’ 유무, 사

평점은 1) 조례, 2) 계획, 3) 사업, 4) 예산 항목의 점수의 총합 1) 조례 점수 = 관련 조례 수 + 조례 평가 평점(1~5) 2) 계획 점수 = 계획 유무(유 : 3점 / 무 : 0점) 3) 사업 점수 = 사업 평가 평점(1~5) 4) 예산 점수 = 전체 총계 예산 대비 로컬푸드 예산 비율 X 10

업 현황 평가, 예산)의 점수를 합산 한 결과이다. 로컬푸드 정책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밝혀진 완주군은 로컬푸드 직매장을 처음 개장해 도농 간의 먹을거리 격차를 줄이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낳았 다. 그 뿐 아니라 공공급식 지원센터와 로컬푸드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민관 협력으로 로컬푸드 활성화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구조를 구축했다. 공공 급식과 꾸러미 사업, 농가 레스토랑,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도 활발하 게 펼쳐지고 있다. 완주군의 2014년 로컬푸드 사업 예산은 62.6억원이다. 이는 군 전체 예산의 약 1.11%에 달한다.

16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2위를 차지한 원주시는 로컬푸드 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으로, 로컬푸 드 종합센터를 설립해 로컬푸드 업무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효 율성의 극대화를 이뤘다. 주요 사업은 공공급식과 꾸러미 사업 지원 등이다. 2014년도 예산은 전체 예산에 약 0.67%인 55.2억원이다. 3위인 순천시는 로컬푸드 조례를 제정한지 불과 석 달 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례 제정 이전부터 꼼꼼한 기반 조사와 철처한 현황 파악을 통해 로 컬푸드 체계가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앞으 로 로컬푸드 정책 활동이 가장 기대되는 지자체로 꼽혔다. 연도별 사업 계획 을 보면, 2014년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조직화 활동, 꾸러미 사업 시행을 추 진할 계획이며, 2015년에는 로컬푸드 가공과 지원 센터 설립을, 2016년에는 직매장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2014년 관련 예산은 16.7억원으로 전체 예산에 약 0.21%이다. 4위인 안성시는 역시 로컬푸드 조례를 제정한지 두 달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례가 제정되기 전인 2013년부터 이미 로컬푸드 직매장과 주말 장터를 개장 해 로컬푸드 운동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왔다. 안성시는 ‘안성맞 춤 로컬푸드’라는 이름으로 직거래 시장, 직매장 2호 개장, 공공급식과 제철 꾸러미 사업, 지역공동체 농산물 가공 센터 설립, 도농 교류 활동 등을 추진할 계획에 있다. 2014년 관련 예산은 8.1억원으로 전체 예산에 약 0.16%이다. 5위인 평택시는 2011년에 제정한 ‘평택시 로컬푸드 지원에 관한 조례’를 기초로, 2012년부터 로컬푸드 생산마을 육성, 직매장 개장, 농촌 체험 지원, 생 산자와 소비자 교육, 꾸러미 지원, 로컬푸드 인증 시스템 구축, 로컬푸드 만남 의 날 운영, 공공급식 사업 등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 관련 예산은 3.1억원으 로 전체 예산에 약 0.03%이다.

! 17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 ! 상당수 지자체 의지 없어, 껍데기 뿐인 조례로 전락

!

잘 되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조례만 제정한 채 로컬푸드 정책에 완전히 손 을 놓고 있는 지자체들도 상당수이다. 로컬푸드 조례가 속 빈 강정으로 전락 한 것이다. 조례가 제정된 21개 기초 지자체 중 조례에 명시돼 있는 ‘기본 계 획’ 또는 ‘육성 및 지원에 관한 계획’을 수립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먹을거리 의 자립과 순환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나 목표 없이 상황에 맞춰 사업을 진 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조례만 제정해 놓고 관련 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은 지자 체들이 꽤 여러 곳이라는 사실이다. 2014년 로컬푸드 관련 예산이 없는 곳은 21 개 기초 지차제 중 7곳으로 대전 서구와 유성구, 울산 북구, 전남 곡성군, 전북 군산시, 충남 부여군, 충북 음성군이다. 예산이 1억원이 채 되지 않는 지자체 도 5곳이나 돼, 로컬푸드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로컬푸드 정책 실행에 별다른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 지역별 맞춤 정책·민관 협력·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

!

로컬푸드 정책 활동은 지방자치 시대에 지자체가 나서서 해야 할 가장 중 요한 행정업무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 공 지역 사례 베끼기 식의 정책 추진은 로컬푸드 체계 활성화에 오히려 걸림 돌이 될 뿐이다. 몇몇 지자체 담당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은 완 주와 자기 지역이 다른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로컬푸드 정책에 대해 대단히

18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도시가 가깝지 않기 때문에 로컬푸드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컬푸드의 기본 정신은 ‘얼굴 있는 먹 을거리’를 통한 건강한 지역의 회복에 있다. 장사 잘 되는 직매장을 개장하고 운영하는 일은 사실상 부차적인 것이다. 로컬푸드 정책이 활성화되기 위해 첫째로 가장 필요한 것은 지역별 맞춤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역의 구조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지역의 사례들을 끼워 맞추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할 뿐이 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특성에 맞는 계획과 실행이다. 상설 직매장을 개장하 지 않더라도, 지역에 있는 오일장과 같은 장터에 로컬푸드 인증 제도를 실시 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두번째로 필요한 것은 민관 협력이다. 로컬푸드의 활성화는 생산자와 소비 자를 조직화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관의 목소리만으로는 어렵다. 지역 에 있는 각계각층의 민간단체들과 협력해야만 주민 조직화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나아가 시장 상황에 맞는 로컬푸드 운영 사업도 수월해 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로컬푸드와 관련된 사업을 통합해 운영하는 센터를 설립하 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마지막 세번째로 필요한 것은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이다. 지난 5월 23일, 국회에서 “지역농산물 생산·가공·유통 및 소비의 촉진을 위한 법률안”이 발의 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지자체 뿐 아 니라 정부가 로컬푸드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이 다. 재정 자립도가 약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로컬푸드 사업을 우선순위로 두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자체 뿐 아니라 중앙 정부도 로컬푸드 활성화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관련 법의 제정과 정책 반영이 필요하다.

! 19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기초 지자체 로컬푸드 관련 정책 현황

! !

시/도

시/군/구

!

영월군

강원

2014년 예산

제정일

계획 유무

영월군 로컬푸드 활성화에 관한 조례

2013-11-15

X

3000만원 (0.01)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09-12-31 X

55억2292만원 (0.67)

원주시

(총 예산 대비율, %)

원주푸드 종합센터 관리 및 운영 조례

2013-07-12

안성시

안성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4-05-01

O

8억1000만원 (0.16)

평택시

평택시 로컬푸드 지원에 관한 조례

2011-09-22

O

3억1200만원 (0.03)

경남

거창군

거창푸드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5-22

O

9364만원(0.02)

경북

청송군

청송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1-05-02

X

1억 8500만원 (0.07)

서구

대전광역시 서구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9-30

X

X

유성구

대전광역시 유성구 로컬푸드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4-04-18

X

X

북구

울산광역시 북구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5-24

X

X

강진군

강진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1-10-20

X

1억 5000만원 (0.05)

곡성군

곡성군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 조례

2014-05-16

X

X

무안군

무안군 로컬푸드운동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4-05

X

3000만원(0.01)

순천시

순천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4-04-09

O

16억 7700만원 (0.21)

군산시

군산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11-15

X

X

김제시

김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1-05-02

X

3620만원(0.01)

완주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0-10-07

완주군 로컬푸드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

2012-12-27 X

62억 6412만원 (1.11)

경기

대전 울산

전남

전북

완주군

재단법인 로컬푸드 공공급식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 조례

2013-03-14

완주군 로컬푸드 시설물 관리 및 운영 조례

2013-06-13

익산시

익산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7-15

X

5억원(0.06)

부여군

부여군 굿뜨래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4-05-16

X

X

아산시

아산시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06-17

X

7억 1640만원 (0.07)

옥천군

옥천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3-11-20

X

6860만원(0.02)

음성군

음성 먹을거리 순환체계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2012-10-05

X

X

충남

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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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전국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 현황과 분석 글 / 그림 황민혁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 간사

!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12년 4월, 전라북도 완 주 용진농협에서 처음 문을 연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은 불과 2년 2개월만에 전국적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2014년 7월 현재 52개에 이르고 있다. 로컬 푸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로컬푸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등 지방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커졌기 때문 이다.

! 직매장 개장 된 광역지자체, 16곳 중 10곳 - 전북 16곳, 경기 11곳, 전남 8곳 순

! 로컬푸드 직매장의 수는 광역지자체 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16개 광역지 자체 중에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이 있는 곳은 총 10곳이다. 순위별로 보면 전 북이 16곳, 경기가 11곳, 전남이 8곳, 충남이 4곳, 광주와 서울이 3곳, 대구와 경북, 경남이 2곳, 울산이 1곳이다. 인천, 세종, 강원, 충북, 제주, 대전은 한 곳 도 없다. 기초지자체별로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처음 개장한 완주가 6곳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뒤를 이어 고양과 고창이 3곳, 김포와 김제, 전주, 광주 북구가 2곳이다. 21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22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2012년 시작, 2013년에만 39곳 문을 열어

! 최근 들어 직매장의 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2012년에 3곳이었던 직매장은 2013년에만 13배 증가해 39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14년 상반기에는 7개 의 직매장이 신설됐지만, 하반기에 문을 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들이 여러 곳이 돼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직매장 수의 급격한 증가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과 2014 년 상반기에 ‘로컬푸드의 육성과 지원에 관한 조례’를 새로 제정한 지자체가 22곳에 이를 뿐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 역시 2016년까지 로컬푸드 상 설 직매장의 수를 100곳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지방정부와 중앙정 부 모두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을 개장하는 일에 적극 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 다.

! 얼굴 있는 먹을거리, 로컬푸드의 진정한 취지를 잃어서는 안돼

! 정부와 지자체, 민간의 협력으로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의 숫자가 점점 늘 어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의 숫자만이 지역별 로컬푸드 운동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정기적인 장 터나 꾸러미 사업 등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지역의 먹을거리를 나누는 일에 더욱 열심인 지역들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로컬푸드 상설 직매장이 단순히 상품을 사고 파는 물품 거래 소의 역할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명 ‘얼굴 있는 먹을거리’를 통해 건강과 환경, 지역의 공동체성을 되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로컬푸드 운동

23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의 기본 정신을 잃어버린다면, 로컬푸드 직매장은 새로운 희망이 아닌 또 다 른 절망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 로컬푸드 직매장 현황 시/도

시/군/구

운영주체

주 소

개 장 일

경기

고양

(주)자연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142-84

2013.10

경기

고양

일산농협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349-13

2014.05

경기

고양

원당농협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505

2014.05

경기

김포

(주)엘리트농부

경기 김포시 김포대로 1009-51

2012.10

경기

김포

김포농협

경기도 김포시 북변동 108-

2013.04

경기

안산

반월농협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20-4

2014.07

경기

안성

대덕농협

경기 안성시 당왕동 534-9

2013.07

경기

양평

양평친환경로컬푸드협동조합

경기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 166-9

2013.07

경기

이천

이천농산물영농법인

경기 이천시 마장면 이치리 363-6

2013.12

경기

평택

평택유기농영농조합

경기 평택시 은실고가길 54

2013.09

경기

화성

화성시농산물유통사업단

경기 화성시 봉담읍 덕리 7

2014.04

경남

김해

대동농협

경남 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138-1

2013.09

경남

함안

광일영농법인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1길 19

2013.10

경북

경산

자인농협

경북 경산시 자인면 서부리 296

2013.12

경북

청도

서청도농협

경북 청도군 이서면 양원리 151-2

2013.10

광주

북구

광주농협(매곡점)

광주 북구 매곡동 214-19

2013.01

광주

북구

광주농협(본점)

광주 북구 두암동 568-5

2013.01

광주

서구

자연과 농부들

광주 서구 치평동 1239

2013.11

대구

달성

대구농산물생산자법인

대구 달성군 다사읍 문양리 414

2013.10

대구

동구

팔공산농부들

대구 동구 팔공로 51길 15-6

2013.01

서울

강남

(사)로컬푸드운동본부

서울 강남구 개포동 158-7

2013.09

서울

강동

강동구청(싱싱드림)

서울 강동구 고덕동 302

2013.06

서울

서초

(주)쿠엔즈버킷

서울 서초구 역삼동 759

2013.10

24


특집 /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지역

!

울산

울주

범서농협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980-4

2013.09

전남

곡성

곡성로컬푸드협동조합

전남 곡성군 곡성읍 곡성로 856

2013.11

전남

광양

광양원예농협

전남 광양시 광양읍 유당로 30

2013.12

전남

담양

고서농협

전남 담양군 고서면 성월리 342-3

2013.09

전남

무안

일로농협

전남 무안군 일로읍 월암리 186-20

2013.10

전남

여수

여수농협

전남 여수시 미평동 667-9

2013.09

전남

영암

영암농협

전남 영암군 영압음 남풍리 45-1

2013.10

전남

장성

진원농협

전남 장성군 진원면 진원리 739-25

2013.09

전남

화순

도곡농협

전남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 1279-23

2013.11

전북

고창

고창농협

전북 고창군 읍내리 677

2013.10

전북

고창

해리농협

전북 고창군 해리면 하련리 207-4

2013.10

전북

고창

흥덕농협

전북 고창군 흥덕면 흥덕리 249-8

2013.11

전북

군산

옥산농협

전북 군산시 옥산면 옥산리 56-5

2014.06

전북

김제

백구농협

전북 김제시 백구면 석담리 584

2013.12

전북

김제

동김제농협

전북 김제시 금구면 금구리 437-1

2014.03

전북

완주

용진농협

전북

완주

상관농협

전북 완주군 상관면 신리 588-1

2013.07

전북

완주

고산농협

전북 완주군 고산면 읍내리 881

2013.07

전북

완주

완주로컬푸드(모악산점)

전북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길 95

2013.07

전북

완주

소양농협

전북 완주군 소양면 황운리 650-6

2013.11

전북

완주

봉동농협

전북 완주군 봉동읍 장기리 330-1

2013.11

전북

익산

(주)천년애

전북 익산시 영등동 770-15

2013.08

전북

전주

(주)완주로컬푸드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2가 5

2012.10

전북

전주

완주로컬푸드(하가점)

전북 전주시 덕진구 가련산로 26-7

2014.01

전북

정읍

정읍원예농협

전북 정읍시 실기동 60-1

2014.04

충남

금산

금산비단뫼영농법인

충남 금산군 금산읍 신대리 392

2013.07

충남

서산

서산농협

충남 서산시 동서1로 157

2013.10

충남

아산

아산원예농협

충남 아산시 방축동 101-4

2013.09

충남

홍성

홍동농협

충남 홍성군 홍동면 월운리 313-1

2013.12

전북 완주군 용진면 상운리 완주로 187 2012.04

! 25


사상과 담론

사상과 담론

문명의 전환과 지역순환사회 도법 스님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 고문 , 생명평화 탁발순례단 단장

! 죽음으로 남긴 20세기 증언

!

20세기 동안 인류는 불편 때문에 편리함을, 배고픔 때문에 풍요를 추구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의 세계는 눈부시게 발전하여 편리함과 풍요가 넘치는 세계가 됐다. 하지만 그 편리함과 풍요의 이면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20 세기 100년동안 미국의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들을 모아 책을 만들었는데, 그 책의 한국판 제목이 바로 ‘죽음으로 남긴 20세기 증언’이다. 이 시대를 가리키 는 꼭 맞는 말이다. 문명의 이름으로 야만과 비인간화가 횡행했던 역사가 바 로 20세기였기 때문이다. 전쟁과 폭력이 난무했다. 기술 개발의 이름으로 자 연 환경도 파괴됐다. 생명이 사라졌고 평화가 무너졌다. 즉 편리함과 풍요를 맹목적으로 쫓는 삶의 방식에 의해 생명과 평화의 위기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 이다. 오늘날 위기의 근본 원인은 실재를 잘 모르는 것에 있다. 현대인들은 우리 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그 세상에 살고 있는 자기 자신이 어떤 존 재인지 잘 모른다. 세상과 삶의 실재에 무지하거나 착각하기 때문에 거짓된 관념에 사로 잡혀버렸다. 실재를 잃어버리고 관념의 노예 노릇을 하다보니 위 기가 닥쳤다. 핵무기를 예로 들어 보자. 누군가는 핵무기의 필요성을 대단히 강조한다. 하지만 그 근원에는 관념에 대한 착각이 뿌리 박혀있다. 누군가 길 을 가다가 뱀을 보았다고 치자. 그러면 그 사람은 깜짝 놀란다. 그러다가 점차

26


사상과 담론

불안해지고 공포스러워 한다. 그러다보니 몽둥이나 칼을 찾는다. 뱀에게 아무 런 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관념에 빠져 난리법석을 피운다. 그래서 사람들을 모아 현장에 갔는데, 뱀은 없고 새끼줄만 있다. 새끼줄을 뱀 이라고 착각해 그 난리를 친 것이다. 즉 착각은 두려움을 낳고, 그 두려움은 폭 력을 야기시킨다. 이러한 착각의 대명사가 바로 핵무기이다.

! 실재 - 관계의 그물

!

관념이 아닌 실재를 깨닫게 되면 너와 나를 편갈라 살지 않는다. 실재는 우 리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다음의 그림을 보자. 이 그림이 바로 실재에 대한 설명을 종합해서 나타낸 것이다.

!

!

! 27


사상과 담론

우리 모두는 태양과 달, 모든 식물들과 동물들에 연결돼 있다. 태양이 없으 면 인간이 있을 수 있는가? 태양은 나와 관계 없는 듯 생각하지만 그것은 우리 의 관념일 뿐이다. 실재는 태양이 있음으로 내가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온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의 참여와 역할에 의해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실을 알고 보면 이 세상에 애초부터 우주적인 존재 아닌 것 없다. 세계화라는 말이 많지만 사실상 모든 존재들은 이미 우주화 돼 있다. 꽃 한 송 이 피어나도 온 우주의 모든 것들이 각각의 역할을 한 것이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온 우주가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냈다는 말이다.

! 자본의 논리에 물든 세계화

!

모든 것이 연결 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평화가 온다. 하지만 실재를 모 르다보니 두려움에 빠져 자본의 논리에 넘어간다. 세계화는 바로 그러한 자본 적 논리의 결과이다. 자본은 모든 존재 가치를 획일화 시킨 후에 등급을 나눈 다. 관계를 이루는 원동력인 개성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세계화는 이 같 은 자본의 논리를 고스란히 따른다. 그 결과 각 지역의 가치와 개성이 무시돼 버렸다. 자본의 틀에 맞춰 각 지역의 특징들은 거세돼 버렸다. 우리나라만 봐 도 그렇지 않은가. 전부 서울의 한 모퉁이 같은 지역만 있을 뿐이다. 지역의 존 엄성이 싸그리 짓밟힌 것이다. 관념에 의해 조작된 자본의 문명, 세계화의 확장은 위기의 시대를 몰고 왔 다. 이 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지역의 순환이다. 각각의 특징을 지닌 생 명들이 연결돼 우주가 만들어진 것처럼, 고유한 가치와 개성을 가진 지역들이 연결될 때 비로서 우주적 평화가 올 수 있다. 개성 없는 획일화는 센 놈과 약한 놈을 만들어 세상을 경쟁의 지옥으로 만들어버린다. 여기서 탈출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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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과 담론

길은 각각의 동네들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가치와 개성을 되살려 지역의 자급 과 자립, 자치를 이루는 지역순환사회를 이루는 일 뿐이다.

! 신뢰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지역순환사회로

!

지역 공동체는 관념이 아닌 실재를 깨닫게 한다. 관계 없이 이뤄질 수 있는 지역 공동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이웃은 믿을 수 있는 관계적 대상이라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공동체를 일구는 정신 이다. 공동체적 삶은 관계에서 비롯돼 관계적 삶으로 나아가게 한다. 관계를 이루면 신뢰가 생긴다. 이 신뢰의 관계가 생기면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경제적 문제도 풀 수 있다.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 신뢰의 삶이야 말로 실재에 가장 가깝게 사는 삶이다. 지역순환사회를 회복하려면 이것 먼저 이뤄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맺는 일, 즉 우리 스스로가 공동체적 존재 가 되는 것이다. 공동체적 존재가 되면 서로를 귀중히 여긴다. 다른 이가 없으 면 나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함께 사는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 나 혼자 편하게 살려고 하는 것을 포 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은 나 혼자만 살도록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만의 이익을 위해 사는 사람의 삶은 아름다워질 수 없다. 평화로울 수도 없다. 혼자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일 뿐이다. 함께 사는 것에 목숨을 걸자. 자포자기의 삶을 통해 다른 이들과 관계 맺는 삶을 사도록 노력해보자. 그리할 때 지역이 순환되고, 나아가 온 우주에 평화가 깃들 것이다. 
 이 글은 지난 5월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 총회에서 도법스님이 강연한 ‘문 명의 전환과 지역순환사회’의 내용을 요약해 정리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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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 통계로 본 한국농업

기획연재

1부 추락하는 한국 농업

통계로 본 한국 농업

줄어드는 농가인구, 좁아지는 경지면적 올해는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가족농의 해”입니다. 전 세계의 식량을 안전하게 생산하고, 각 지역의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인 가족농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농업이 중요 한 화두로 떠오른 오늘날의 시대 상황 속에서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는 우리의 농업 현실을 다시금 뒤돌아보려고 합니다. 이에 이번 호부터 ‘통계로 본 한국 농업’이라는 주제로 올 해 말까지 세 차례 에 걸쳐 기획 연재를 할 것입니다.

30년간 전국 농가인구 비율 변화

- 6,627,452 명

! 30년간 줄어든 전국 농지 면적

- 455,200 ha 서울

x

7.5

24% 6% 1983년 2013년

한국 농업이 추락하고 있다.

30년간 70대 이상 농가인구 비율 변화

농사 짓는 사람, 농사 지을 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 296,579 명

반면 농촌의 고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져 간다.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된다면, 농업과 더불어 우리 사회 전체의 끝은 얼마 남지 않았다.

5% 26% 1983년 2013년

!

글 / 그림 황민혁

30


기획 연재 / 통계로 본 한국농업

30년간 농가인구 비율 24%에서 6%로 뚝

!

지난 30년 동안 전국 농가인구는 약 662만명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1,031 만명의 인구가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감소이다. 통계청의 집계 결과, 1983년의 전국 농가인구는 전 국민의 약 24%에 달하는 947만명이었던 반면, 2013년에는 약 6%인 284만명이다. 지난 30년 동안 농가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전남권(광주∙전남)으로 약 128만명이 감소했다. 그 다음으로는 경북권(대구∙울산∙경북)이 약 106만명, 경남권(부산∙경남)이 약 94만명, 충남권(대전∙충남)이 약 89만명, 전북권(전북) 이 약 78만명, 경기(서울∙인천∙경기)이 72만명, 충북권(충북)이 48만명, 강원권 (강원)이 39만명, 제주권(제주)이 8만명 순이다.

지역별 농가인구 변화 추이 1983

1988

1993

1998

2003

2008

2013

50.0 40.0 30.0 20.0 10.0 0.0

전국

경기권

강원권

충북권

충남권

전북권

전남권

경북권

경남권

제주권

!

2013년을 기준으로 권역별 농가인구의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경기권으로 1.7%이다. 경기권에 사는 사람들은 먹을거리의 대부분을 다른 권역이나 외국 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가장 높은 곳은 제주권으로 전 도민의 20%가 농가인구이다. 그 다음으로는 충북권 12.6%, 전남권 12.3%, 강 원권 11.8%, 충남권 10.4%, 경북권 8.7%, 경남권 5.1% 순이다. 31


기획 연재 / 통계로 본 한국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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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 통계로 본 한국농업

70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 5%에서 26%로 껑충

!

70대 이상 농가인구 비율(%)

농가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농촌의 고령화는 빠르게 상승 하고 있다. 2013년에 조사된 70 대 이상 농가인구는 전체 농가 인구에 약 26%인 약 75만명으 로, 30년 전인 1983년에 조사된

26

30

22 16

20

5

10 0

7

9

11

1983 1988 1993 1998 2003 2008 2013

5%보다 5배 이상 높아졌다. 2013년에 조사된 전국 70대이

상 인구 비율 5%에 비교해봐도, 현재 농촌의 고령화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 지 금방 알 수 있다. 2013년을 기준을 기준보면, 70대 이상 농가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권역은 전남권으로 약 31%에 달한다. 반면 가장 낮은 곳은 제주권으로 약 15%이다. 그 다음은 경기권으로 22%이다. 나머지 지역들은 대체로 26%~28% 사이로 비 슷한 양상이다. 지역별 70대 이상 농가인구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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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 통계로 본 한국농업

30년간 줄어든 농지, 서울 면적 7.5배

!

농사를 지을 땅도 사라져가고 있다. 서울 면적의 7.5배인 약 46만 ha가 지난

30년 동안 사라져버렸다. 1983년도에는 약 216만 ha였던 것이 2013년에는 약 21%나 줄어들어 약 171만 ha 밖에 남지 않았다. 농지 확대를 명목으로 새만금 간척 사업을 비롯해 서해 일대에 대규모로 벌어졌던 여러 간척 사업들이 무색 할 정도로 대규모의 농지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지역별로 가장 많은 농지가 사라진 곳은 경기권으로 여의도 면적(2.9km2) 의 332배인 약 9.6만 ha에 달한다. 30년전에 비해 약 33%나 줄어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경남권이 여의도 면적의 310배(약 9만 ha, -35%), 경북권이 203배 (약 5.9만 ha, -16%), 충북권이 193배(약 5.6만 ha, -33%), 충남권 164배(약 4.8만 ha, -17%), 전북권이 143배(약 4.3만 ha, -17%), 강원권이 133배(약 3.9만 ha, 26%), 전남권이 130배(약 3.8만 ha, -11%) 순이다. 반면 유일하게 농지가 늘어 난 곳도 있다. 제주권은 지난 30년 전에 비해 27% 늘어나 여의도 면적의 46배 인 약 1.3만 ha가 증가했다.

권역별 농지면적 추이 1983년 농지면적(ha)

1993년 농지면적(ha)

2003년 농지면적(ha)

2013년 농지면적(ha)

30년간 농지면적 변화 면적(ha)

비율(%)

2,166,636

2,054,814

1,845,994

1,711,436

▼455,200

▼21

경기권

293,936

273,987

228,263

197,528

▼96,408

▼33

강원권

148,959

135,639

115,359

110,378

▼38,581

▼26

충북권

170,523

148,380

130,680

114,530

▼55,993

▼33

충남권

287,185

283,142

257,361

239,561

▼47,624

▼17

전북권

247,828

235,798

214,091

204,592

▼43,236

▼17

전남권

356,669

349,546

340,498

318,848

▼37,821

▼11

경북권

358,600

338,790

316,868

299,750

▼58,850

▼16

경남권

253,279

235,277

184,371

163,393

▼89,886

▼35

제주권

49,657

54,255

58,503

62,856

▲13,199

▲27

전국

34


기획 연재 / 통계로 본 한국농업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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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농의 해 홍보물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가족농의 해입니다. 농산물을 공산품처럼 만들어대는 초다국적 기업의 대량 생산 체제는 지속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전통 문화를 말살시키고, 우리들의 건강과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이제 우리도 가족농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가족농을 죽이는 정책과 제도가 아닌 가족농을 살리는 정책과 제도를 만듦으로써 생명 위기, 농업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영어 원본과 한국어 번역본 파일은 모두 지순사 까페에 있으니 참고 하세염^^ http://cafe.naver.com/jisunsa/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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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농의 해 홍보물

! ! 37


가족농의 해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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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순사 소식

지순사 소식

1. 지순사 제4차 총회 개최

지순사 제4차 총회가 지난 5월 16일에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국YWCA연합회 2층 회의 실에서 열렸습니다. 각 지역조직과 공동대표단체에서 오신 30여명의 총회 대의원들과 함께 2014년의 지순사 활동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총회를 여는 시간에는 지순사 고문이신 도법스님께서 '문명의 전환과 지역순환사 회'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이날 도법 스님은 생명의 원리는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깨달을 때에만 이해할 수 있다며, 생명과 평화의 위기를 가져온 경쟁 위주 의 권력 집중형 사회구조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새로운 상임대표로 황민영 선생님을 모시게 됐습니다. 평생을 농업와 농 촌 살리기 운동에 헌신하신 황민영 선생님은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의 상임대표로 지 순사와 연을 맺어오시다가, 지순사 식구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이번 총회에서 상임대표 가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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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순사 소식

2년 만에 실시된 이번 총회는 지난 사업과 예산 현황을 돌아보고 올해 새롭게 진행될 사 업들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그 뿐 아니라 지금의 상황에 맞춰 5년만에 정관을 개정 함으로써 지순사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었습니다.

! 2. 생활기술 교육가 양성 과정 준비 모임 참된 삶의 기술을 익히고 배우는 청소년들을 교육하기 위한 교사들을 양성하는 ‘자급자 족을 위한 생활기술 교사·활동가 양성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양성과정은 전국 지순사를 비롯하여 대안교육연대,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전국귀농운동본부, 삶을 위 한 교사대학이 함께 모여 새로운 형식의 워크숍을 통해 생활 기술을 스스로 익혀 가르치 는 선생님과 활동가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양성과정은 8월 11일-16일, 5박 6일 동안 강화 산마을고등학교에서 진행됩니다.

! 3. 적정기술 전국네트워크 결성을 위한 집담회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함께 연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중앙 중심의 기술 사회를 벗어나 누구나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삶의 기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는 단체와 개인들이 모여 새로운 연대를 어떻게 꿈꿀지 치열하게 이야 기하는 시간을 가진 것입니다. 적정기술 전국네트워크 결성을 위한 집담회는 4월에 이 어 5월 20일과 6월 18일, 총 세 차례 진행됐습니다. 세 번에 걸친 이야기 끝에 준비위원 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네트워크 결성 준비를 시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 4. 지순사 온라인 까페 리모델링 지순사 온라인 까페를 새롭게 열었습니다. 자유롭게 들어오셔서 이야기를 함께 나눴으 면 합니다. 아직 회원 가입하지 않으신 분들은 어서 가입해 주세요~^^

http://cafe.naver.com/jisu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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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 전국협의회는 지역의 자급과 자립, 자치를 통해 지역순환 형사회가 이뤄지기를 꿈꾸는 지역조직과 공동대표단체들의 협의회입니다. 특히 지 역공동체 안에서 ‘먹을거리의 순환’, ‘에너지의 순환’, ‘교육의 순환’, ‘문화의 순환’, ‘건 강(의료)의 순환’를 이룸으로써 중앙 중심의 권력 집중화 현상에 저항하여 모든 사 람들이 다양하고 평화로운 스스로 함의 삶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곳

! ! !

공동대표단체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농목연대 •상주 지역순환사회추진본부(준) •서천 지역순환사회추진본부(준) •생명평화결사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전국귀농운동본부 •음성 지역순환사회협의회추진본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해남 지역순환사회추진본부(준) •횡성 지역순환사회추진본부

!

지원센터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 !

후원 : 농협 351-0333-0621-43, 차흥도(지순사) 문의 : 황민혁 간사(010-2775-8061, jisunsa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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