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Tae-Kyu _ Solo Exhibitio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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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TAE KYU

개와 늑대의 시간 2022.08.30 - 09.04 김 태 규 초대전 suntue

불안 혹은 불확실하고 모호한 것들에 대하여 “나를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과연 그것은 가능한 것일까? 김태규 작가의 작업들은 마치 이러한 질문과도 유사해 보이며 그 답이 어려운 만큼 그의 작업 역시 어려움과 혼란스러움 속에 빠져 있는 듯이 보인다. 작가는 이와 같 은 자신의 내적 상황을 ‘불안’이라는 말로 대신하면서 이번 전시의 주제 역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하였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간, 개와 늑대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고 불안한 시간이 자신이 놓여져 있는 상황 자체 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그림이라는 빛을 비춰보면 자신이 어떤 형상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기도 한데 이렇게 그 일부분을 알게 되는 것 역시 불안의 정서에 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들지는 못했다고 말하였다. 그 이유는 나라고 지칭하는 인간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 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몸은 자신의 몸 전체 세포 수인 60조개 보다 훨씬 많은 100조개의 외부 세균이 공생하 는 생태계로 알려져 있고, 최초의 몸을 만들어낸 DNA 역시 부모로부터 제공된 타자의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고 있으며 타자의 언어로 세계를 이해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주체와 타자의 경계 지점마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김태규 작가의 작업은 인간 주체에 대한 이와 같은 일련의 상황 인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의미에서 작가가 말하고 있는 ‘불안’의 정서 역시 실체를 알 수 없고, 그 경계도 알 수 없는 인간 주체의 실 존적 상황을 직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그의 작업을 모호함이라 는 지점으로부터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주체와 타자가 구분되지 않는 이 모든 것에 대해 감각하고 인식하 는 순간 다시금 ‘불안’의 정서로 환원되는 과정을 스스로 인식하게 되었음에도 피할 수 없이 이와 같은 반복되는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예측할 수 없음으로 시작된 ‘불안’은 이처럼 전 반적 상황을 감각하고 인식하고 있음에도 그 기반이 본질적으로는 모호한 토대 위에 놓여있다는 사실로 인해 끝내 “ 불안’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직시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은 갈 길을 잃은 것처럼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작가는 어 느 순간 직관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는 경계를 지우고 형상으로 다른 형상을 재차 덮는 작업을 하게 된 것은 한편으로는 불안의 심리를 지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행위의 흔적들을 남겨놓고 자 하였기 때문인 것 같다. 대상의 본질을 파악해 낼 수는 없기에 한편으로는 벗어나고자 하면서도 동시에 관찰자로 서 지속적으로 두드려보고 들여다보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작업 가운데 흔적으로 남겨 놓고자 한 것이다.

Spot 1 Acrylic & Oil Stick on Canvas_80.0x80.0cm_2022 그런데 김태규 작가의 작가노트를 보면 자신의 이러한 행위를 도시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재건축’ 사업과 그것이 무한반복 되는 것에 비유하였던 것을 볼 수 있다. 도시 내에는 늘 새로운 구조물들이 피어 오르듯 나 타났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되는데 작가에게는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눈에 보이는 도시 풍경이 비상과 추락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점멸하고 있는 신기루 혹은 일루전처럼 보이기도 했음을 보 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바로 이것이 우리가 실존하고 있는 세계일 수 있음을 도시의 삶 가운데 경험하 게 되었고 이를 표현하고자 하였던 것 같다. 작가는 그래서 그러한 살아있음의 증거들을 다시금 캔버스 위에 쌓아 올리고 다시 무너뜨리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살아 있음’에 대해 음미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전히 불안할 수 있는 삶의 순간순간을 작가는 작업 가운데 행위를 해 나감으로써 캔버스 위에 흔적을 남기 고 다시 그 흔적으로부터 살아있음에 대해 감각하는 것을 반복하려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불안의 정서를 넘어서 서 살아 있음의 증거들을 감각적 차원에서 다시 가시적으로 재구축하는 작업을 수행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작가가 작업 초기부터 질문해 왔던 “나를 안다는 것”라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해소될 수 없는 질문이었 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질문 자체가 한계를 노출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자신에게 는 그 질문을 알아가는 것이 내면의 불안을 해소하는 길일 수 있다고 보았기에 계속해서 그 답을 찾아 나서게 되었 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나’라고 인식해 왔던 것 자체에 대한 한계적 상황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과 마주 하게 되자 결국은 같은 질문을 무한 반복하는 상황에 빠져 들어가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작가는 오히려 그것을 “재건축”이라고 지칭하면서 자기 내면의 불안의 정서를 되뇌는 듯이 반복적으로 표출하며 쌓아 올려가는 작업만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유일한 방법이자 자신에 대해 감각하고 느낄 수 있는 마 지막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점차 믿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태규 작가의 작업에는 그러한 이유로 아직도 끝나지 않은 꼬리에 꼬리를 잇는 반복되는 질문들이 알 수 없는 불안의 정서를 덮고 덮으며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것들은 불확실하고 모호한 색과 형태의 것들이지만 우리는 그 캔버스 아래 덮여있는 불안의 정서와 함께 지속적으 로 재건축하며 쌓아 올린 물감층으로부터 작가가 그려 놓은 행위의 흔적들 속에 남겨진 것들이 무엇인가를 깊이 음 미하며 읽어낼 필요가 있다. 그곳에는 작가가 수 없이 많은 반복 작업 속에서 남겨놓고자 한 것들, 즉 작가 스스로 주체에 대해 알게 된 것들과 작가가 발견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와 관련된 흔적들이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훈 (미술비평)

도시비행 4 _Acrylic on Canvas_117.0x91.0cm_2022

Main Street 3 _Acrylic & Oil Stick on Canvas_60.6x50.0cm_2022

Spot 2 _Acrylic & Oil Stick on Canvas_91.0x65.0cm_2022

물의 도시 _Acrylic on Canvas_90.9x145.4cm_2022

개와 늑대의 시간 터파기부터 비계가 올라가고 거대한 콘크리트 몸체가 차양막을 뚫고 솟아오르는 재건축 공사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이 도시를 사는 사람으로서 매우 익숙한 일이다. 무형의 공간이 특정한 장소로 탈바꿈하면 하나 둘 불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욕망과 환상을 불러일으 킨다. 그 불빛은 아름답지만 불안하다. 나의 작품 속을 관통하는 의식의 흐름은 불안이다 강물 위를 버티는 교각이나 건축 현장의 엉성한 비계들, 개선장군 같은 구조물들을 바라보며 치열했던 시간을 떠올려본다. 드러난 또는 드러나지 않은 것들, 그리고 또 드러날 또는 드러나지 않을 것들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에 도시를휩싸인다.활강하는 꿈을 꾼다. 메인스트리트를 지나 핫플레이스에 머물며 마주치는 무심한 얼굴들…. 젊은 빌딩 숲, 먹자골목 , 터미널…. 만나야 할 사람은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공사 현장. 재건축, 재재건축…. 도시는 변태하듯 껍데기에서 깨어나고 날갯짓한다. 이들이 내뿜는 열기와 빛의 일루젼은 황홀하다. 꿈틀거리고 뿜어내고 피어 오르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날아오르는…. 추락과 비상이 함께하는 생태계. 나의 작업은 이러한 도시의 욕망과 외침을 그린다. 쨍한 날씨만큼이나 자로 잰 듯 반듯반듯한 선과 면에 거부감을 느낀다. 뭔가 확실하고 단정 지어지는 것에 대해서 곧장 반발이 일어나는 기질이거나 절대 선이라 믿고 익숙 해지는 순간 전복이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해서 나의 선과 면은 늘 삐뚤고 일그러지고 거칠고 부정확하며 즉흥적이다. 겹겹이 쌓이는 색은 때 론 부딪치고 드러나고 감춰지며 치열한 공방이 전개된다. 몸의 율동과 호흡이 주는 긴장과 자유로움 도 더해져 중첩과 덜어내기를 거듭하다 보면 작품과 내가 일치되는 시간이 온다. 내가 작업한 건지 작업을 당한 건지 헷갈린다. 평범한 일상에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반짝임이 있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반짝임이 뇌를 베이듯 스쳐 지나간다. 이 알 수 없는 황홀하고 불안한 느낌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으로 작업은 시작된다.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다. 2022. 김태규

도시비행 3 _Acrylic on Canvas_130.3x97.0cm_2022

Main Street 2 _Acrylic on Canvas_81.0x81.0cm_2021

Spot 4 _Acrylic on Canvas_91.0x91.0cm_2022

Spot 3 _Acrylic on Canvas_91.0x116.8cm_2022

효성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Solo 2022Exhibition 개와 늑대의 시간 (갤러리 더플럭스) 2019 미술세계 기획 김태규초대전 (갤러리 미술세계) Group Exhibition 2021 네오닷 기획전 (아트컨티뉴) 2019 부스개인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018 네오닷 기획전 (인사아트센터) 2017 번개, Lighting전 (두인갤러리) 2016 OUTSIDER전 (Baum Art Gallery) 2014 서로 다른 길에서 마주하다 15인전 (문래예술공방) 2022기타 tvN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 작품협찬 (9월 방영예정) 2021 JTBC 드라마 <시지프스> 작품협찬 2020 tvN 드라마 <화양연화> 작품협찬 2016 제23회 한국 미술 국제 공모대전 특별상 stella2500@naver.comInstagram@taekyu_spiel_raum 김태규 Kim Tae kyu

New Ambiguity 02 _캔버스에 아크릴_91x117cm_2021 발행일: 2022 년 08 월 21 일 발행 발행처: 갤러리 더플럭스 전시기간 : 2022.08.30-09.04 장 소 : 갤러리 더플럭스 주 소 :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 (2F) 전 화 : 02 3141 www.thefluxtheflow.com8842ⓒ본도록의무단전제및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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